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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표 칼럼

촛불로 막은 ‘쇠고기 전면 개방’, 한미FTA 재협상으로 무너진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

멀리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광우병 각설이 타령’이 들려온다. “얼씨구나 들어간다. 절씨구나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광우병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허어 미국 쇠고기가 들어간다. F자 한 자나 들고나 보니, 한미FTA 선결조건 30개월 이상 쇠고기 보이누나.”

미국의 상원과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쇠고기와 자동차를 빨리 선물로 가져다 바치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미FTA를 미국 의회에서 비준하려면 쇠고기와 자동차 재협상이라는 일종의 통과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잠정적으로 중단시킨 지난 2008년 촛불시위의 성과가 완전히 무력해질 위험에 빠졌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4월 18일 미국 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라 쇠고기 수입조건 협상을 급히 마무리 지었다. 수입을 금지했던 30개월 이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부위를 풀어 줬고, 광우병 위험 우려가 제기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까지 수입을 허용했다. 분노한 국민들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검역주권을 포기한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협상을 폐기하라며 촛불을 들고 저항했다. 전 국민적인 항쟁에 직면한 이명박 정부는 두 차례 대통령 사과를 하고 추가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한국의 수입업자들과 미국의 수출업자들이 민간자율 방식으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을 한시적으로 수입한다는 미봉책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경기 침체를 넘어서 세계적인 경제 공황으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미국 축산업계는 유가, 곡물가 등 원료 가격 상승과 미국 내수용ㆍ수출용 쇠고기 판매 부진으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이러한 위기를 모면하고자, 미국 축산업계를 장악한 타이슨 푸드, 카길, 스위프트 등 초국적 농식품 거대기업은 광우병 위험 때문에 수입이 중단된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재개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들은 한미FTA를 자신들의 경제적 위기를 타개할 호재로 여기고 있다.

한국은 2007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미국산 쇠고기를 5만 7천2백67톤 수입했다.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모는 멕시코(39만 6천65톤), 캐나다(15만 4천7백98톤), 일본(7만 4천1백19톤)에 이어 세계 4위다. 한국의 수입량은 고작 6개월치기 때문에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로 뛰어 오른다. 미국 축산업계를 더욱 고무시키는 일은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이 실현되지 않으면 미 상원에서 한미FTA 비준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촛불 교훈을 무시하는 MB

지난해 촛불 정국에서 이명박 정부는 일본과 대만 등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한국과 비슷하게 완화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한국을 제외한 일본, 대만, 홍콩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은 2009년 3월 현재까지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대만과 홍콩은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만 수입하고 있으며, 모든 연령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을 반드시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완전히 금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여전히 수입조건을 20개월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정부 측 관변과학자들은 광우병이 5년 내에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질병이라고 예언했지만, 쇠고기 수입재개를 앞두고 있는 캐나다에서도 몇 달 전 광우병이 발생했다. 지난 3월 6일에도 스페인 북부의 항구도시 산탄데르에서 26세 젊은 여성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

역주행으로 악명 높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세계 경제 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으로 지탄받는 무분별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한미FTA 체결에 목을 매달고 있다. 만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난해 촛불시위의 교훈을 무시하고 또다시 미국의 요구에 굴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적으로 수입한다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제2의 촛불시위를 불러올 것이다. 2009년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쥐잡기 촛불 타령’이 들려올 것이다. “얼씨구나 들어간다. 절씨구나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촛불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허어 광우병 쥐잡기 들어간다. M자 한 자를 들고나 보니 쥐덫과 쥐약이 보이누나.”

입력 2009-03-2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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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표 칼럼

식상한 MB정권의 호박에 줄긋기 코미디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저 상식일 뿐이다. 그러나 권력자들과 자본가들은 끊임없이 호박에 줄을 그어 수박이라고 우기는 중세의 연금술 같은 속임수 홍보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권력자들의 호박에 줄 긋기 연금술은 날것 그대로의 유치함이 드러난다. 12ㆍ12 군사쿠데타와 광주민중학살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정권은 ‘정의사회구현’을 국가통치 이념으로 내세웠다. 1980년부터 1987년까지 무려 7년 동안이나 ‘정의사회구현’이라는 뻔뻔스럽고 위선적인 구호가 전국의 관공서에 붙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조고라는 내시가 진시황의 큰 아들 부소를 죽이고서 만만한 호해를 후계자로 내세운 다음에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황제 앞에 사슴을 가져다 놓고선 “말을 바치겠다”고 한 ‘위록지마(爲鹿指馬)’의 옛 이야기와 판박이로 똑같았다. 결국 전두환은 12ㆍ12 군사반란과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으로 내란과 반란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았고, 수천억 원 비자금을 조성했던 5공 비리가 드러나 2천2백5억 원의 천문학적인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훗날 전두환은 전 재산이 29만 1천 원이라는 발언으로 민주화운동과 노동해방운동으로 ‘정의사회구현’을 위해 꿋꿋하게 살아온 민중을 다시 한 번 웃겨주시는 팬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코미디 같은 이러한 이야기들이 서슬 퍼런 전두환 군사정권 아래서는 엄혹한 현실이었다.

거대기업과 자본가들의 호박에 줄 긋기 연금술은 좀더 정교하게 진실을 은폐한다. 몬산토와 신젠타 등 거대기업들은 유전자조작식품(GMO) 반대운동이 대중적으로 일어나자 ‘생명공학(Biotechnology)’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서 그럴듯하게 포장해 홍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양계업계는 조류독감이라는 용어 때문에 닭 값과 달걀 값이 떨어졌다고 하여 언론과 정부에 ‘조류 인플루엔자(AI)’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돼지독감이라는 용어 때문에 돼지고기 값이 떨어졌다는 양돈업계의 주장에 정부와 관변 전문가들은 앞 다투어 ‘돼지 인플루엔자(SI)’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나, 그것도 모자라 아예 돼지라는 글자를 쏙 빼고 ‘신종 인플루엔자’라는 낯설고 생소한 용어를 고안해 냈다. 스미스필드, 카길, 타이슨푸드 등 다국적 거대 양돈기업의 이해가 그대로 반영된 이 용어는 그야말로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걸어준 셈이다.

한편 온몸으로 살기가 느껴지는 MB정권의 공안 통치 아래에서 또다시 호박에 줄을 그어 수박이라고 이름을 바꾸는 진부하고 유치하고 식상한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살기와 코미디

첫 번째 코미디는 한반도 대운하사업이 어느새 4대강 정비 사업으로 둔갑해 삽질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해 두 번이나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한반도 대운하 포기 선언을 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녹색성장을 추진하겠다는 위선적인 구호 속에 슬그머니 4대강 정비 사업을 끼워 넣었다.

두 번째 코미디는 영리병원을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이름을 바꾸어 의료민영화를 밀어 붙이는 것이다. 의료민영화의 미래는 멕시코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왜 유독 멕시코에서만 돼지독감 사망자가 대량 발생했을까? 멕시코는 이미 미국, 일본, EU 등 세계 43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극도의 시장자유화가 진행됨에 따라 공공의료체계가 붕괴된 상태다. 멕시코의 상위 4퍼센트에 드는 부유층은 ING나 GNP와 같은 고급의 사설 의료보험서비스를 받고 있다. 인구의 46퍼센트 가량을 차지하는 노동자, 공무원, 멕시코석유공사 직원 등은 질이 낮은 사회보장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약 50퍼센트의 가난한 일반 국민은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은 연방 혹은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국립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자신의 돈으로 약품을 구입해야 한다. 하루에 몇 달러도 벌기 힘들어 끼니를 굶어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1백 달러짜리 돼지독감 치료제를 구입하기란 사막에서 우물 찾기보다 힘든 일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멕시코 정부는 부자들을 위한 영리병원 설립과 외화벌이를 위한 의료관광 활성화 정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 번째 코미디는 교육 민영화, 교육 영리화를 교육서비스 선진화로 이름을 바꾸어 공교육을 이용해 돈벌이가 가능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과실송금을 허용함으로써 외국 사학들이 국내에서 학교 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외국 투자자들에게 보낼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려고 한다.

네 번째 코미디는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유연성 문제를 개혁하지 못한다면 국가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짓말로 진실을 호도하여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법, 그리고 근로기준법을 개악하려는 것이다. 2MB 정부는 일자리 감소의 원인을 비정규직법 때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나 고용정보원 등의 분석을 보면, 일자리 감소는 경기침체의 영향이 가장 크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 더 연장하고, 파견업무를 확대하여 기업가들이 노동자들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국가경쟁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검증된 바 없는 허무맹랑한 거짓말일 뿐이다. 고령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줄이고, 수습노동자의 최저임금 감액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사용자에게 무한한 해고의 자유를 주는 것은 “자본가 천당! 노동자 지옥!”을 만드는 신자유주의 종말교 교리에 불과하다.

서비스산업 선진화, 농어업 선진화, 공기업 선진화, 방송 선진화 등 MB정권의 호박에 줄 긋기 코미디는 얼핏 보면 트랜스포머처럼 변신에 능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선진화’라는 단어 하나로 계속 우려먹는 주파수가 고장 난 라디오일 뿐이다.

삽질경제를 녹색성장으로 우기는 MB씨가 “대통령 퇴임 후에 녹색환경운동이 꿈”이라며 최근 29만 1천 원짜리 큰 웃음을 하나 던져 주었다. 그런데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하고 상식적인 꿈은 MB씨가 엉뚱한 데서 괜한 삽질을 하기보다 그저 명박도에서 열심히 호박에 줄 긋는 연습이나 하며 지냈으면 하는 것이라는 것을 혹시 알고 있으려나.

입력 2009-05-2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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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표 칼럼

돼지독감보다 정리해고가 더 무서운 나라

박상표

올봄 미국과 멕시코에서 시작된 돼지독감의 유행이 여태껏 꺾이지 않고 있다. 대유행(pandemic) 6단계를 선언한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7월 초부터 공식 피해 집계마저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8월 4일까지 돼지독감으로 사망한 사람은 최소한 1천1백54명에 이르며, 감염자로 확인된 사람도 적게 잡아도 16만 2천3백80명을 넘어섰다. 한국의 감염자 수도 1천7백 명을 훌쩍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감염자 1천7백 명 중에서 사망자는 아직까지 단 1명도 없다.

반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와 총파업 과정에서 무려 4명이 가슴 아프게 희생됐다. 지난 5월 27일과 6월 11일에 각각 1명씩 조합원 두 명이 심근경색으로 목숨을 잃었다. 7월 2일에는 희망퇴직을 신청한 노동자가 자신의 승용차에서 연탄불을 피워 놓은 채 자살했다. 7월 20일에는 옥쇄농성에 돌입한 노조 간부의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노동자들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정리해고는 더 많은 살인을 예고하고 있다”며 절규했다.

그렇다. 한국은 돼지독감보다 정리해고가 더 무서운 나라다. 현실적으로 돼지독감으로 죽을 가능성보다 정리해고로 죽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 야만의 땅이다. 정리해고의 배후에는 게걸스럽게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탐욕이 숨어 있다. 탐욕스러운 자본은 대테러진압용 전기충격총 ‘테이저건’과 발암의심물질을 가득 담은 최루액, 방어무기가 아니라 공격무기로 둔갑한 방패와 곤봉 등으로 무장한 경찰력이라는 든든한 스폰서를 두고 있다.

자본과 공권력 사이의 스폰서 관계는 최근 낙마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 인사청문회나 삼성 X파일의 떡값 리스트 등을 통해 조금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쌍용자동차 사태처럼 노골적으로 그들의 관계가 공개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사측과 경찰이 합동작전을 펼쳐 농성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한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측은 단전, 단수, 의료진 차단 등의 반인권적인 조처를 취했으며, 경찰은 “물과 식량을 차단하라”는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발각됐다. 쌍용자동차 사측이 7월 27일 의료진 출입을 전면 차단했음에도 이명박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8월 6일에야 뒤늦게 한승수 총리가 지시해 의료진의 출입과 식수의 반입을 허용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돼지독감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보건당국의 예방대책이 잘 작동했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보건당국의 조기진단, 조기격리, 조기치료 정책이 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을 빨리 찾아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격리하고 감염 초기에 치료약을 투여한 것이다.

자본의 스폰서

그런데 정부는 왜 쌍용자동차 사태에서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는가? 국민의 인권과 생명을 지켜야 할 정부가 쌍용차 사태에 공권력을 투입한 것 외에 모든 대책에서 수수방관한 것은 과연 누구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함인가? 정부는 왜 노동자들의 농성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듯이 이른바 ‘먹튀 자본’으로 악명이 높은 상하이차에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았을까?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헐값 매각과 부실경영에 있었다. 헐값 매각은 노무현 정부가 주도했다.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중국을 방문해 중국 정부 인사들과 쌍용차 투자 문제를 논의했다. 이들이 논의를 시작한 바로 다음 날 상하이차의 헐값 인수가 시작됐다. 이후 상하이차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등으로부터 4천2백억 원이 넘는 엄청난 금액을 지원받았으나 투자와 연구개발은 등한시한 채 엔진기술 등 핵심기술 이전과 유출만을 일삼았다. 당연히 영업이익은 줄어들고 경영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경제 위기가 닥치면 자살과 살인, 심장마비에 의한 사망 건수가 늘어난다. 따라서 정부는 공공지출을 증가시킴으로써 실업과 관련된 자살을 미리 막을 책임과 의무가 있다.

최근 의학전문지 <랜싯>에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런던대 연구자들이 1970년부터 2007년까지 유럽연합 26개 국의 자료를 분석한 ‘경제 위기 시 공중보건의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지난 27년 동안 유럽에서는 실업률이 1퍼센트 상승할 때마다 65세 이하의 자살자 수가 0.79퍼센트씩 늘어났으며, 살인도 증가했다. 만일 정부가 실업보험을 비롯한 공공지출을 증가할 경우, 실업과 관련된 자살을 0.038퍼센트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가까운 일본의 통계만 보더라도 경제 위기 시 정부가 어떤 구실을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2009년 상반기 동안 일본의 자살자가 1만 7천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자살자 수가 역대 최고 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2009년 상반기에 일본 내 자살자는 2008년 상반기보다 7백68명(약 5퍼센트)이 증가했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이렇게 급증하고 있는 자살자는 경기 침체의 영향이며, 장기 침체에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경제 위기는 아직까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와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앞으로도 기업의 파산과 정리해고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고, 실업률이 줄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리해고가 살인이라는 반인권적인 비극이 더는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공공지출이 4대강 삽질 같은 엉뚱한 곳이 아니라 실업이나 고용 대책 등에 적절하게 사용돼야 할 것이다.

입력 2009-08-1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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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표 칼럼

선진일류국가, MB가 꿈꾸는 끔찍한 세상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

G20 정상회의 유치하면 국격이 높아진다고?

이명박 대통령은 자리 대부분이 텅 빈 UN총회 회의장에서 꿋꿋하게 혼자서 연설하며 생뚱맞게도 북핵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제안했다. 미국과 사전조율도 하지 않고 아마추어 방식으로 내놓은 이 제안을 두고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조차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뭔가 그럴싸한 한 마디로 ‘원 샷’을 노렸다가 체면만 구긴 셈이다.

그러다가 내년 11월 G20 정상회의를 국내에 유치함으로써 구겨진 체면을 다시 세워 ‘한건’을 올리게 됐다. 이것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유치찬란한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 그는 1년 3개월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G20 정상회의 유치는 한 마디로 이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 중심에 서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한술 더 떠 “국민들의 희생과 노력의 성과인 G20 회의 유치를 국격을 확실히 높이는 계기로 삼자”면서 “선진일류국가 건설을 위해 힘을 합쳐 나가자”고 호들갑을 떨기까지 했다.

G20은 특별한 구속력이 있는 결정이나 협정을 만들지 못하는 비공식 포럼에 불과하다. G7이나 G8에 들지도 못한 채 G20 정상회의를 유치한다고 국격이 얼마나 높아질까. 지난 4월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영국의 국격은 어떻게 되었나? 영국은 현재 경제 위기에 빠져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재정난에 직면해 있다. 최근 유출된 영국 재무부 ‘기밀문서’에 따르면, “금융위기에 맞서 영국 정부가 실행한 유례없는 재정지출로 정부 재정은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약 9.3퍼센트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G20 회원국 멕시코의 국격을 보자. 멕시코는 한국보다 훨씬 일찍 미국과 FTA를 체결했으며, WTO 각료회의를 비롯한 수많은 국제회의를 유치했다. 어디 그뿐인가.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G20 국가 중에서 터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멕시코는 극단적인 신자유주의로 인해 심각한 사회양극화의 중병을 앓고 있다. 전 국민의 50퍼센트 가량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2009년 돼지독감 대유행으로 2백 명이 넘게 사망했다.

건설회사 CEO 출신 이탈리아 총리의 언론장악

이탈리아는 G7 국가에 속한다. MB식 정의에 의하면 ‘선진일류국가’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000년 <포브스>가 집계한 개인 자산 순위에서 이탈리아 1위, 세계 14위 부자로 기록된 CEO 출신 정치인이다.

그는 건설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후 민영방송사 미디어셋을 사들였다. 미디어셋은 현재 이탈리아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유명 축구구단인 AC 밀란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그는 이렇게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돈세탁과 탈세, 세무관련자 매수 등의 탈법행위를 저질렀다. 각종 불법ㆍ탈법 혐의로 여러 차례 법원에 출두한 끝에 2년 9개월의 징역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

총리에 당선한 베를루스코니는 공영방송인 라이(RAI)를 장악하기 위해 이사회 멤버 5명 중 3명을 자신의 측근으로 채웠으며, 자신의 오랜 심복인 사카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섹스 스캔들을 보도한 ‘라 레푸블리카’ 등 신문사 2곳에 대해 4백만 유로(약 69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수십만 명의 이탈리아인들은 총리가 “언론인을 위협하고 보도 내용을 조작하는 등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며 규탄시위를 벌였다.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가 서로 겹쳐 보일 것 같다.

그들은 건설회사 CEO 출신이라는 경력과 재산축적 과정의 각종 의혹과 법원 출두 사실, 언론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서로 친근감을 가지지 않을까.

MB 집권 이후 공영방송 KBS 이사회는 어떻게 되었는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폭로하며 MB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비판한 MBC PD수첩에 대한 소송은 몇 건이나 되는가. 선진일류국가 이탈리아와 선진일류국가를 꿈꾸는 대한민국에서 언론의 자유는 얼마나 선진화되었고, 어느 정도 일류가 되었을까.

MB산성 출입증 : 위장전입, 병역면제

선진일류국가의 끔찍한 미래를 보려면 콘테이너를 넘어 MB산성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MB산성은 여러 개의 출입증으로 출입을 관리하고 있다. 우선 위장전입 경력이 필요하다. 위장전입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라고 믿고 있는 사람은 MB산성 안으로 들어갈 희망을 버리는 것이 좋다. 국무총리, 대법관, 노동부장관, 법무부장관, 방송통신위원장, 통일부장관, 환경부장관, 검찰총장 등 이명박 정부의 장관급 고위공직자 중 20퍼센트 이상이 위장전입 경력자로 밝혀졌다.

MB산성으로 들어가기 위한 둘째 출입증은 병역면제다. 홍성태 교수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칼럼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운찬 총리, 정정길 대통령실장, 원세훈 국정원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일병 귀휴, 아들 면제), 강만수 경제특별보좌관, 윤증현 재경부장관, 정종환 국토부장관, 이만의 환경부장관, 김경한 법무부장관, 백용호 국세청장(이병 소집해제), 김황식 감사원장, 윤여표 식약청장 등이 병역을 면제 받았다. 참고로 일부 명단에서 오류를 확인한 청와대는 정정길 대통령실장의 아들은 육군 중위로 임관했으며, 이동관 홍보수석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육군 병장,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공군 중위로 각각 병역을 이행했다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탈세, 표절, 투기경력도 MB산성 출입증을 확보하는 데 아주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투자의 달인으로 알려진 백희영 서울대 교수는 부동산 투기, 아들 병역 편법 판정 논란, 논문 의혹 등에도 불구하고 여성부장관으로 임명됐다.

MB가 꿈꾸는 선진일류국가 건설은 MB산성 밖에 사는 민중에게는 그야말로 끔찍한 지옥이 되고 말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G20 정상회의 때, 이러한 MB산성이 세계 중심에 서게 되면 진정으로 국격이 높아지고 선진일류국가가 건설되는 것인지 세계의 모든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평가를 받아보자. 벌써부터 내년 11월 ‘G20 반대 촛불’의 거대한 물결이 기대된다.

입력 2009-10-0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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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표 칼럼

유전자조작 기업 몬산토의 감춰진 얼굴

박상표

식구들이 옹기종기 밥상에 둘러앉아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기엔 세상은 너무 바삐 돌아간다.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바쁜 일상 속에서 아침에 먹은 우유 한 잔, 토마토 주스 한 잔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 밥상까지 올라왔는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 그 틈을 비집고 유전자조작식품(GMO)이 우리의 밥상을 점령해 버렸다. GMO는 두유, 마가린, 마요네즈, 팝콘, 케첩, 시리얼, 토마토주스, 옥수수콘 스넥, 콩, 콩나물, 콩기름, 캐놀라유, 알팔파, 파파야, 호박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 

미국에서 수입한 옥수수나 콩을 원료로 만든 가공식품은 거의 1백 퍼센트 가깝게 GMO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2008년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생산된 옥수수의 85퍼센트, 콩의 95퍼센트, 면화의 87퍼센트가 유전자조작 종자를 파종하여 수확한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도 유전자조작 재배 면적을 슬금슬금 늘려 가고 있는 중이다. 

앞에 열거한 목록에 자신이 즐겨 먹는 음식이 없다고 안심하는 사람들에게 ‘독한 말’을 한마디 해 둔다. “당신이 맛있게 먹었던 대부분의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는 유전자조작 작물을 원료로 만든 사료를 먹여 생산했을 걸!” 그래도 우유와 아이스크림은 괜찮을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에게도 환상을 모두 깨주겠다. “그 우유와 아이스크림은 유전자조작 기법으로 생산한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젖소에게 나왔을 가능성이 높거든!” 

세계 최대의 유전자조작 기업 몬산토가 판매하는 성장호르몬 파실락을 투여한 소는 유선염, 생식능력저하, 난소낭종, 자궁장애 등 22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쇠고기를 먹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남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정자수가 24.3퍼센트나 적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공장식 축산업에 의해 생산되는 대부분의 미국산 쇠고기는 성장호르몬을 투여하고 있으며, 30개월령 이상 도축 소는 젖소나 씨받이 어미 소일 가능성이 큰 것이 현실이다. 

GMO 기업, 인간을 대상으로 안전성 실험하려는가?

아직까지 인류의 과학기술은 GMO의 위험성을 명확하게 판단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다국적 거대 농축산기업과 그들을 옹호하는 미국 정부는 위험성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으니 일단 상업적으로 판매를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비자단체, 환경생태운동 진영 등은 안전성이 확실히 입증될 때까지 상업적 판매를 연기하자는 입장이다. 인간을 대상으로 GMO의 안전성 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전자조작 기업들은 GMO가 인체와 환경에 무해할 뿐 아니라 인류의 기아와 농약 남용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판적 능력이 결여된 언론도 이런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해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의 벗들(Friends of Earth)’이 지난해 발표한 ‘누가 유전자 조작 작물로부터 이익을 보는가?’라는 보고서를 보면, 이런 주장은 결코 진실이 아니다. 이 보고서는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와 미 농무부 통계를 바탕으로 지난 10년간 GMO를 재배하는 면적이 늘어날수록 제초제 사용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이유는 한 군데의 경작지에서 유전자조작 콩과 옥수수를 윤작하면서 같은 성분의 제초제를 계속 사용한 결과 상당수 잡초들이 이 제초제에 내성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몬산토의 경영실적으로도 추정이 가능하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세계 최대의 유전자조작 기업 몬산토는 지난 사분기에 브라질에서 라운드업 제초제 판매와 유전자조작 옥수수ㆍ콩 판매가 크게 늘어 기록적인 판매량과 2배의 수익률을 올렸다.  

몬산토사의 궤적은 유전자조작 기업의 역사 그 자체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 마리-모니크 로뱅은 몬산토가 어떻게 ‘독약의 군주’에서 ‘생명공학 사업가’로 변신했는가를 4년 동안 세계 곳곳을 발로 누비며 역사적으로 추적했다. 최근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레)을 보면, 몬산토는 1901년 인공감미료인 사카린을 제조해 코카콜라에 판매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그 후 강력한 발암물질로 추정되는 폴리염화비페닐(PCB), 다이옥신을 생성하는 고엽제 등으로 많은 이윤을 남겨 ‘독약의 군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생명공학’으로 이미지 변신한 ‘독약의 군주’ 감시운동 벌여야

몬산토는 ‘독약의 군주’라는 불명예스러운 악명을 떨쳐 버리기 위해 1997년부터 2002년에 걸쳐 종자기업과 바이오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하고, 화학분야를 매각하거나 분리했다. 그 뒤 ‘생명공학 기업’임을 자칭하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현재 몬산토는 유전자조작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소 성장호르몬, 라운드업 레디 콩, Bt 옥수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소 성장호르몬은 소를 더 빨리 살찌우고 엄청나게 많은 우유를 짜낼 수 있으며, 라운드업 레디 콩은 땅에 자라는 모든 식물을 죽이는 제초제(라운드업)에도 살아남는다. Bt 옥수수는 나방의 신경을 마비시켜서 죽게 만드는 바실러스 튜린젠시스(Bt) 독소를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산토는 독성물질인 라운드업 제초제 판매액이 전체 매출의 3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몬산토의 2006년 매출액은 73억 4천4백만 달러였으며, 그 가운데 제초제 라운드업의 매출액은 22억 달러나 됐다. 몬산토는 결코 ‘독약의 군주’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제초제 판매를 위해 생명공학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몬산토는 이미 한국에도 진출해 있다. 몬산토코리아는 2007년까지 국내 종자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다가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 주력을 하는 바람에 지난해 간발의 차이로 2위로 밀려난 상태다. 2008년 국내 종자 매출액은 모두 1천8백49억 원이었다. 농우바이오는 지난해 3백57억 원(19.3퍼센트)의 매출을 올려 1위를 차지했으며, 몬산토코리아는 3백55억 원(19.2퍼센트)을 기록해 2위가 됐다.  

밥상의 안전과 거대기업 감시는 결코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우리의 밥상을 누가 지배하고 있고, 어떤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보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대중운동을 활발하게 벌여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권력과 기업권력을 감시하는 일상의 촛불을 밝혀야만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입력 2009-12-0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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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표 칼럼

한·캐나다 FTA 때문에 캐나다산 쇠고기가 수입된다면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

증거자료로 사용돼 국익에 해를 끼치게 될 MB발언

그동안 자본과 권력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노동자들의 연대는 제3자개입으로 처벌하면서 자본과 권력과 수구언론은 서로 똘똘 뭉쳐 강력한 연대를 형성해 서로 밀어 주고 끌어 주며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했다.

최근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둘러싼 논란에서 국가권력은 전형적인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캐나다는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을 금지시킨 한국의 수입금지조처가 WTO 최혜국 대우에 위배되며, 부당한 절차 지연 등에 해당되고, 가축전염병예방법 중 일부 조항이 국제기준에 위배되며,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WTO에 제소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국회가 캐나다산 쇠고기 광우병 검역문제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것과 야당이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두고 “현재 WTO 제소절차가 진행되어 있어 공개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국익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거부했다. 농식품부는 국회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분쟁 당사국 정부의 보도자료, 언론인터뷰, 기타 공개적 발언 내용 등은 패널 등에서 상대국이 증거자사용할 수도 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회견에서 발표한 것은 그동안 정부가 주장했던 국익론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공동회견에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대해 “한국은 수입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의 논리대로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선언’은 분쟁 상대국인 캐나다가 증거로 사용해 WTO 패널 판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입에 침이 마르고 닳도록 강조하고 또 강조하던 국격을 스스로 깎아 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실무부서인 농식품부의 차관과 통상정책관은 국회공청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발언한 정확한 워딩(Wording)이 무엇이었냐”는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제대로 된 답변조차 내놓지 못했다.

캐나다의 광우병 예측에 실패한 농식품부의 현지조사보고서

캐나다에서는 2003년 5월부터 현재까지 광우병이 총 16건 발생했다. 16건 중 다우너 증상은 모두 10건(62.5퍼센트)에서 확인됐다. 또한 유방염, 탈구 증상과 동시에 광우병 양성이 나타난 사례도 확인된 바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2006년 캐나다 현지조사 보고서에서 캐나다의 광우병 재발 가능성에 대해 “나이든 소에서 1~2두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완전히 헛다리를 짚었다. 2006년 1월 농식품부 현지조사 이후 캐나다에서 광우병 사례가 12건 추가로 발생했으며, 2007년 3건, 2008년 4건, 2009년 1건 등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엉터리 예측으로 헛다리를 짚은 과거를 의식해서인지 2008년 11월 캐나다 현지조사보고서와 2009년 12월 민간전문가 캐나다 현지조사보고서를 아직까지 국회에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제거정책도 EU나 일본보다 미흡하다. 일본과 EU에서 모든 연령에서 SRM으로 지정돼 있는 편도를 30개월 이상에서만 제거하고 있다. 30개월 미만의 편도는 제거하지 않아 SRM 관리의 허점이 있다. 2005년 영국의 웰스 박사팀이 4~6개월째 송아지에게 BSE 경구 감염을 시킨 후 소의 감염력을 실험한 결과, 회장원위부에서는 6개월째부터 감염능이 확인되었고, 소의 구개편도에서는 10개월째(14월령~16개월령)부터 감염능이 확인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EU에서는 12개월 이상, 일본에서는 모든 연령에서 제거하는 뇌, 안구, 머리뼈, 삼차신경절, 척수를 30개월 이상에서만 SRM으로 규정하고 있다. 30개월 미만에서는 이러한 부위를 제거하지 않음으로써 광우병 위험을 예방하기에 부족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게다가 EU에서 SRM으로 지정한 내장과 장간막을 식용 허용부위로 지정해 이 부위들의 수입이 허용되면 한국 국민의 식습관 상 광우병이 옳을 위험이 있다.

캐나다는 현재 도축소의 약 1.3퍼센트만을 대상으로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는데, 이는 광우병에 감염된 소를 걸러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검사비율이다. 2005년 EU 25개국에서 광우병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정상적인 소 8백6십만7천51마리를 도축한 다음에 광우병 검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113건이나 광우병 양성이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아무런 임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광우병 양성이 나온 경우가 12건(전체 발생건수의 33퍼센트)이나 됐다.

캐나다의 사료정책도 광우병 위험을 예방하기에 부족하다. 일본이나 유럽에서 동물용 사료에 사용이 금지된 30개월 이하 편도, 뇌, 안구, 머리뼈, 삼차신경절, 척수 등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사료의 원료로 사용함으로써 광우병을 전파시킬 우려가 있다. 1997년 사료규제 조처 이후에 출생한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사례가 무려 12건(75퍼센트)이나 된다는 사실은 이러한 우려가 지나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은 2001년부터 현재 미국이나 캐나다가 시행하고 있는 사료규제 조처보다 훨씬 더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는데도 2001년 이후에 태어난 소에서 광우병 양성이 4건(11퍼센트)이나 확인됐다.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은 한ㆍ캐나다 FTA 걸림돌 제거

그렇다면 정부가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광우병이 발생하고 있고, SRM 제거나 사료규제정책도 완전하지 않은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재개를 시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려면 외교통상부가 12월 16일 국회에 보고한 ‘한ㆍ캐나다 FTA 현황’ 문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외통부 문서를 보면, 2008년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13차 한ㆍ캐나다 FTA 협상에서 캐나다 정부는 “쇠고기 광우병 검역 문제의 해결 없이는 FTA의 타결ㆍ비준이 어렵다”고 표명했다. 이후 2년 가까이 한ㆍ캐나다 FTA 협상 개최가 지연되고 있으나, 최근 양측은 “FTA와 광우병 이슈를 분리하여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외통부는 “11월26~27일 차관보급 협의와 12월1일 통상장관회담에서 캐나다측이 이러한 입장을 확인”했으며, 쇠고기 광우병 검역문제 이외에 “자동차 쇠고기ㆍ돼지고기 관세철폐시기, 자동차 비관세 장벽 등이 주요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졸속 개방 때도 “한ㆍ미 FTA와 광우병 이슈는 별개”라는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되풀이했던 정부의 보고서를 순진하게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본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선언’은 2년 가까이 교착상태에 빠진 한ㆍ캐나다 FTA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걸림돌(딜 브레이크)’ 제거작업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이다.

한ㆍ캐나다 FTA의 걸림돌인 쇠고기 문제가 제거된다면 그 다음에는 미국이나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국제수역사무국이 ‘광우병 통제국가’ 등급을 내린 EU 국가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오는 4월 초에 한ㆍEU FTA가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광우병이 대량 발생한 EU산 쇠고기가 국내에 수입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결국 신자유주의가 확대될수록 우리의 식탁 안전은 위협받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FTA와 광우병 이슈는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밥상의 안전을 지키고자 한다면 바로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입력 2010-02-25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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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식 광우병 “괴담”을 반박한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 '건강과연대' 연구위원)

국민과 소통한답시고 광화문 한복판에 컨테이너 산성을 쌓았던 MB가 2년 만에 새로운 소통 방식을 들고 나왔다. <조선일보>가 짜깁기와 왜곡으로 촛불 2주년 특집 기사를 내보내자 MB는 “좋은 기획을 실어 줘서 감사하다”며 칭찬으로 화답했다. 한나라당도 덩달아서 촛불시위를 ‘사기극’으로 몰아붙였다.

<조선일보>는 아직까지도 “한국인의 유전자형은 인간광우병(vCJD) 발생에 취약한 MM형이 94퍼센트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주장을 괴담이라고 우기고 있다.

5월 13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성의 촛불” 집회 반성해야 할 것은 촛불이 아니라 이명박과 진실을 왜곡하는 조선일보다 ⓒ사진 이미진

그렇다면 그 괴담의 진원지는 바로 정부라고 단언한다. 그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겠다.

우선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크로이츠펠트-야곱병 등 인수공통감염증의 현황분석 및 관리정책 개발》 용역보고서 339쪽을 보자.

“최근 국내 정상인 529명을 대상으로 프리온 유전자의 코돈 129번의 다형성을 분석한 결과, 94%의 사람들이 메티오닌 동질접합체를 나타냈음. 이러한 유전자형은 vCJD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유전자형이고,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모든 vCJD 환자의 경우 129번 코돈에 메티오닌 동질접합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음. 따라서 국내 정상인이 광우병(BSE)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이 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암시함으로써 국내에서 BSE의 발병에 대한 철저한 감시체계뿐만 아니라 CJD 환자의 정확한 진단 및 관리체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함.”

농림부의 《소해면상뇌증의 진단표적물질의 발굴 및 국내에 발견된 CJD 환자의 유전역학연구》라는 용역보고서 13쪽에도 “국내 정상인을 대상으로 프리온 유전자 코돈 129번을 조사한 결과 정상인의 95%에서 메치오닌 동질접합체를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여 국내 정상인이 광우병에 노출되었을 때 변종 크로이츠펠트제이콥병에 걸릴 확률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것을 암시할 뿐만 아니라”는 내용이 있다.

그뿐 아니라 농림부의 2007년 9월 11일자 “제2차 전문가 회의자료: 미국산 쇠고기 관련 대응방안 검토” 문서에서도 “특히, 한국민의 vCJD(인간광우병) 감수성이 높은 유전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짜깁기

이렇게 정부 자료를 근거로 한 주장을 괴담이라고 우기는 <조선일보>는 도대체 우리가 모르는 무슨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대만에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완화가 한창 논란이 되었을 때, 대만의 유명한 과학자 클림킹(金克寧)은 대만 국민들이 유럽인이나 미국인들보다 더 광우병에 민감하여, 유전적으로 인간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칼럼을 <타이페이타임스>에 기고한 바 있다.

그러나 대만 정부와 검찰은 그를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거나 체포한 적이 전혀 없다. 오히려 대만의 여당과 야당은 2010년 1월 5일 식품법을 개정하여 미국 소의 내장, 분쇄육, 뇌, 척수, 눈, 머리뼈 등 6개 위험 부위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한편 <조선일보>가 괴담이라고 우기는 “광우병 위험물질 0.001그램만으로 인간광우병에 전염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

현재까지 실험적으로 광우병을 일으킬 수 있는 감염 최소량은 0.001그램이다. 영국의 웰스 박사팀은 15마리의 송아지에게 0.001그램의 뇌 조직을 먹인 실험을 한 결과, 그중 1마리에서 광우병 감염을 확인한 바 있다. 감염양이 많을수록 광우병에 걸리는 송아지의 비율이 높았으며, 잠복기도 훨씬 짧았다.

그런데 이 실험에서 0.001그램 이하의 용량을 투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낮은 용량으로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통계ㆍ확률과 과학적 데이터를 강조하는 일부 학자들은 사람과 소 사이에는 종간 장벽이 있기 때문에 이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럽전문가위원회는 지난 2000년 《광우병 원인물질의 인간에 대한 경구 노출 : 감염량 및 종간 장벽》이라는 의견서를 발표하면서 “과학적 데이터가 상충되고 소와 인간 사이의 종간 장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비록 입수할 수 있는 증거가 현실적으로 종간 장벽 수치가 1보다 훨씬 높을 것 같다고 하더라도, 종간 장벽을 1로 간주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가정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시 말해 불확실성의 상황을 고려하여 현재까지 밝혀진 동물 실험 결과 0.001그램만으로도 인간광우병이 전염된다고 가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드시 포함시켜 예방대책을 세우라는 의미다.

<PD수첩>이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이유도 이러한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졸속성을 고발하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2년 전 이명박의 사과는 역시 사기극이었다. ⓒ사진 출처 청와대

MB와 한나라당이 쓰레기 수준의 짜깁기와 왜곡으로 가득 찬 <조선일보>의 광우병 괴담에 낚인 이유는 자기가 듣고 싶은 얘기만 듣는 일방적 소통 방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MB식 소통 방식은 광화문 한복판에 컨테이너 산성을 쌓아놓는 것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2년 전 촛불의 함성으로 명박산성을 무너뜨린 경험은 2010년 <조선일보>의 왜곡과 MB의 일방통행식 소통 방식을 어떻게 무너뜨려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보여 줬다. 이제 그들에게 다시 한 번 헌법과외를 시켜 주자. 진정한 권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똑똑히 보여 주자.

입력 2010-05-20 ⓒ노동자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