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 한반도 주변 정세:집중이슈 모아서 인쇄 준비: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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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위성 발사 이후

굳건한 반제국주의 관점이 중요하다

김영익

4월 13일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가 실패한 후, 오바마 정부는 이번 발사를 “도발 행동”이라고 비난했고, 유엔 안보리를 소집해서 위성 발사를 규탄하는 의장 성명을 내게 했다. 이명박 정부도 미국의 북한 때리기에 가세했다.

그러나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미국은 1만 기가 넘는 핵무기를 갖고서 북한을 수십 년 동안 위협해 왔다. 오바마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봉쇄에 필요한 인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성공은 전혀 문제 삼지 않는 위선적 태도도 보이고 있다. 

△압도적 군사력으로 동아시아의 불안정을 키우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맞서는 게 중요하다. ⓒ출처 레프트21

게다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한반도 긴장 고조와 북한 위성 발사라는 결과를 낳은 원인 제공자들이다. 1990년대 초부터 오바마 행정부 때까지 미국이 북한을 무시하고 압박한 게 진정한 문제였다.

비록 이번 위성 발사 전에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당국과 2 · 29합의를 했지만, 미국 대선 전까지 북핵 문제를 현 상태에서 동결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미국 지배자들은 북한 위협론을 통해 이 지역에서 패권을 강화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MD 체제 강화 등 북한을 빌미로 중국을 봉쇄하는 조처들을 이행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한 · 미 · 일이 강경대응에 나선다면, 북한의 핵실험이나 위성 재발사를 부르며 이 지역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북한을 두고 강경 발언들을 쏟아내는 것이야말로 ‘도발 행위’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박근혜는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자며 북풍몰이에 앞장섰다.  

새누리당이 이렇게 북풍몰이를 하는 것은 국내 이데올로기 지형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고 우파를 결집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민주통합당은 역시나 이런 우파의 공세에 타협하고 있다. 사실 4월 13일 국회 국방위에서 채택된 위선적인 대북 규탄 결의안은 민주당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민주당은 비슷한 결의안을 본회의에서도 채택하자는 박근혜의 제안에도 서둘러 동의했다.

이런 행태는 “이명박 · 새누리당 정권의 대결적 남북관계를 종식시키겠다”는 민주당의 약속이 얼마나 위선적인지 보여 준다. 

<한겨레>, <경향신문> 같은 자유주의 언론들도 제국주의 압박보다 북한의 대응을 더 문제 삼는 비슷한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과 자유주의 언론들의 이런 입장은 우파의 정국 주도권만 더 강화시켜 줄 뿐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우파의 의도를 폭로하고,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특히 우파에게 타협하는 민주당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성격

진보진영은 분명한 반제국주의적 관점에서 현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미국과 그 동맹국의 대북 압박과 제재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우파에게 공격받는 통합진보당도 방어해야 한다.  

그 점에서 진보신당이 “일방적인 군사적 모험주의를 버려야 한다”며 현 상황의 주된 책임이 마치 북한에게 있는 것처럼 주장한 것은 부적절했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과 심상정 공동대표도 당의 공식 입장과 달리 다소 양비론적인 관점을 밝히는 언론 인터뷰를 했다.

물론 진정한 진보는 북한의 군사력 강화도 지지할 수 없고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제국주의 최강대국 미국의 선제 공격 위협과, 이에 맞서 가난한 독재 국가가 무장을 강화하는 것을 동등하게 비판하는 것은 이 문제의 진정한 성격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진보진영은 우파의 북풍몰이와 색깔론에 흔들리지 말고, 굳건하게 반제국주의 입장에 서야 한다. 

입력 2012-04-2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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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청 탈출이 보여 준 것

김영익

중국과 미국의 제4차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인권 변호사 천광청의 탈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가뜩이나 보시라이 사태로 깊은 분열을 드러낸 중국 지배자들에게 또 다른 당혹감을 선사했다. 보시라이 사태가 중국 지배 관료들의 뿌리 깊은 부정부패와 분열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면, 이번 사건은 중국 국내에서 권위주의적 억압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 줬다. 

천광청은 지방 농민들을 대변해 지방 관리들의 비리를 폭로하고 여러 차례 소송을 낸 인권 활동가다. 이 때문에 그는 산둥성 당 관료들의 미움을 샀다. 2006년 그가 산둥성 린이시 당국이 여성 7천여 명에게 강제로 낙태나 불임 시술을 받게 한 사실을 폭로하자, 지방 관료들은 군중 선동 등을 문제 삼아 천광청을 감옥에 가뒀다. 

2010년 출소 후에도 그는 가택에 연금돼 삼엄한 감시를 받아야 했다. 산둥성 공안 당국은 그의 집을 거대한 콘크리트 분리장벽으로 에워쌌고, 1백 명에 이르는 공안과 감시인들을 배치했다. 수감과 가택 연금 기간 내내 천광청과 그의 부인은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이처럼 천광청 사건은 중국 지배자들이 권력을 유지하려고 얼마나 끔찍한 억압을 저지르는지 보여 준다. 중국이 올해 책정한 공안 관련 예산이 무려 7천18억 위안(약 1백26조 원)이다. 이는 국방 예산 6천7백3억 위안보다 더 많다. 게다가 전체 인구의 3퍼센트가량을 정보원이나 감시원으로 쓰고 있다. 이것이 중국 현 지도부가 강조해 온 이른바 “조화 사회”의 실체인 것이다. 

중국 지배자들은 중국의 심각한 불평등 때문에 아래로부터 저항이 확대될까 봐 두려워한다. 국내외적으로 자본주의 경쟁이 격렬해지고, 곧 경제 위기에 빠질 것이란 두려움 때문에 지배자들이 노동자 대중에게 진정으로 양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독립 노조 건설, 완전한 선거권, 언론 출판의 자유 등 노동자 · 민중의 민주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민주주의와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국내 인권 활동가들을 탄압해 저항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막으려 애쓰고 있다. 

연속혁명

늘 중국의 인권 개선을 요구해 온 미국 정치인들도 이번에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오바마 정부는 중국 정부가 구두로 신변 보장을 약속하자, 서둘러 그를 미국 대사관에서 내보냈다. 그래서 천광청은 “[미국에게] 속았다는 느낌이 든다” 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서방이 중국을 압박하는 구실에 불과했던 것이다.  

공장 문을 막아서고 파업을 하는 중국 노동자들 노동계급의 투쟁이 민주주의를 쟁취할 진정한 동력이다. ⓒ출처 www.molihua.org

일단 이번 사태는 우여곡절 끝에 천광청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로 하면서 일단락될 듯하다. 그러나 천광청이 미국으로 떠나도, 중국에서 권위주의 독재를 타도하고 민주적 권리를 쟁취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 노동계급의 투쟁이 이것을 진정으로 해결해 줄 것이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인권 활동가들은 노동계급의 잠재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노동자 투쟁의 주역으로 떠오른 젊은 이주 노동자들(민공)은 텐안먼 항쟁 패배의 기억에서 자유롭다. 노동자 운동이 자신의 잠재력을 깨달으면서 그 조직력도 점차 향상되고 있다. 3월 10여개 도시에서 일어난 운수 노동자들의 파업처럼 노동자 연대도 발전하고 있다. 

지금 중국 노동자들은 주로 자신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려고 싸우고 있지만,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싸움에도 나설 수 있다. 이집트의 노동자들처럼 중국 노동자들이 거대하게 일어서면, 강력한 권위주의 독재도 끝장낼 수 있다. 중국 노동계급이 스스로 억압의 쇠사슬을 끊고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적 과제들도 함께 성취하는 ‘연속혁명’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지배자들이 심각하게 분열한 지금, 이 전망은 그저 먼 미래의 일이 아닐지 모른다.

입력 2012-05-1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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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하와이처럼’이라는 무시무시한 주문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박근혜는 5월 1일 제주도를 방문해 “[해군기지가] 하와이 발전에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제주도를 하와이처럼” 만들자고 말했다. 해군기지 건설 강행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자 문정현 신부는 트위터에서 “동양의 하와이로 만들자고요? 당신, 무식한거요? 사기꾼이요?” 하며 박근혜를 정면 비판했다. 

하와이의 실상은 오히려 해군기지 건설이 얼마나 끔찍한지 보여 주는 사례다. 

하와이를 군사기지로 만드는 과정 자체가 폭력적이었다. 미국은 전초기지를 건설하려 하와이를 침공했고 토지의 25퍼센트를 군용토지로 수용했다. 원주민들은 토지를 잃고 인종차별에 시달려야 했다. 

2004년 미국 의회에 보고된 ‘방위환경복구프로그램’에서 미 해군은 진주만 해군 단지에 오염지역이 7백49곳이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나온 10대 오염물질은 납, 수은, 코발트, 방사능, 기타 화학무기 오염물질 등이다. 실탄 훈련과 군에서 바다로 투척하는 온갖 중금속 쓰레기 때문이다. 

“박근혜, 진주만에서 수영해 보라”

이런 탓에 전통적인 원주민의 식량 생산 지대였던 진주만은 미국 연방환경보호청이 지정한 미국에서 가장 오염된 구역이 됐다. 고유한 천연 동식물 1천1백여 종 중 약 82퍼센트가 위험에 처해 있기도 하다. 그래서 미국의 평화활동가 카일 카지히로는 “박근혜에게 진주만에서 수영해 보라고 초청하고 싶다”며 일침을 놓았다.

무엇보다 하와이는 군사기지가 안전이 아니라 비극을 부를 것임을 보여 준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하와이의 진주만을 공습했다. 그리고 하와이 해군기지는 냉전 당시 주요한 군사적 타깃이 됐다. 

이 때문에 《하와이: 낙원의 이면》의 저자인 하와이대 랜달 로스 교수는 “하와이 사람들은 군대 주둔에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하와이는 해군기지가 가져올 파괴적 결과를 보여 주는 사례일 뿐이다.

입력 2012-05-1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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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하는 중미 갈등과 동아시아의 불안정

김영익

남중국해 스카보러섬(황옌다오)을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양국의 해상 대치가 장기간 지속되자, 중국 정부는 군함들을 추가로 집결시키고 필리핀 관광도 중단했다. 중국 관영언론 <인민일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면 참지 말라”며 ‘일전 불사’를 외쳤다. 이 때문에 남중국해에서 조만간 국지전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이 강경하게 나오는 데는 최근 필리핀이 미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관련돼 있다. 4월 16~27일 미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 팔라완과 루손섬 일대에서 연례 합동군사훈련인 발리카탄 훈련을 실시했다. 이때 미국 태평양 해병대 사령관은 “남중국해의 난사군도도 미 · 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대상”이라고 밝혔다. 즉, 유사시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중국의 분쟁에 미국도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 사태의 배경에는 중미 갈등이 놓여 있다. 남중국해는 한국, 중국, 일본에게 매우 중요한 해상 무역로이며, 주변국들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긴장하는 주변 국가들에게 보호막을 제공하려 하고, 이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중미 갈등으로 긴장이 고조하는 남중국해 한 · 중 · 일의 주요 무역로이자 자원 수입선인 이곳의 불안정은 동아시아 전체에 큰 파장을 낳을 것이다. [크게보기] ⓒ인포그래픽 김영익 · 김준효

또한 미국은 중국 감시 활동에서 공조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동적 방위 협력’을 추진하기로 일본과 합의했다. 미군은 일본 자위대와 앞으로 괌과 북마리아나 제도 등에서 훈련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며 합동 훈련을 하기로 했다. 남중국해와 인도양 등지의 분쟁에 신속하게 개입하기 위해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병력 중 9천여 명을 괌, 호주 등으로 분산 배치할 것이다. 

이처럼 오바마 행정부는 곳곳에서 중국을 옥죄는 포위 전략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중국 지배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4월 22~27일 한반도 서해에서 최초의 공식 연합 해상훈련을 했다. 이 훈련에 중국의 함정 16척과 잠수함 2척, 러시아 함정 7척 등 대규모 병력이 참가했다. 

이처럼 중국에 대한 미국의 포위 전략과 중국의 맞대응은 동아시아에서 점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는 쉽게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패배와 2008년 경제 위기로 휘청거리는 사이에 중국은 상대적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미국 지배자들은 전통적으로 유라시아에서 자신의 패권을 위협할 경쟁 국가의 부상을 경계해 왔는데, 지금 중국이 바로 그런 국가인 것이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은 수년 전부터 급격히 증대했다. 2000년대 아시아 국가들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매우 커졌고, 중국은 아시아 국가들의 외화 획득 원천과 시장으로서 미국의 구실을 대체하고 있다. 

이런 변화 때문에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일부 지배자들 속에서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온 것이다. 

“균형자” 전략

자국의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보장하기 위한 중국 지배자들의 외교적 · 군사적 노력도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에 위협이 된다. 예컨대 중국이 무역로 보호를 위해 해군력을 증강하는 것이 미국의 해상 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과거 냉전 시대와는 달리, 지금의 중미 갈등은 경제적 경쟁이 지정학적 경쟁과 맞물리고 있다. 

미국은 심각한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국내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수출을 늘리고 싶어 한다. 즉, 미국 자본가들이 아시아 시장에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미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올해 초 “개방된 아시아 시장은 미국에게 전례 없는 투자와 무역 기회와 첨단 기술에 접근할 기회를 줄 것이다” 하고 강조했다.

오바마 정부는 이것을 추구하는 데서 중국이 제일 중요한 고리임을 잘 알고 있다. 미국 정부는 끊임없이 중국에게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중국 내에서 미국 기업과 중국 기업이 “공정 경쟁”을 하도록 보장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런 경제적 이익을 더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지배자들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겨냥해 군사적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자신이 중요한 “균형자”임을 내세우며 중국이 반미 연대를 구축하지 못하게 주변 국가들과 이간질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동맹들을 더 긴밀히 묶어 두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기존에 군사 동맹을 맺지 못한 국가들에게도 손을 내밀고 있다. 인도와 군사 협력 수준을 높이려 애쓰고, 서로 전쟁까지 한 베트남과도 긴밀한 협력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심지어 중국 지배자와 가까운 버마 군부에게도 무역 봉쇄 조처 철회를 미끼로 접근한다.

또한 미국 정부가 한국과 FTA를 체결하고, 중국을 배제한 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는 것은 아시아의 경제 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조정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중국도 미국의 포위망을 뚫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예컨대 미국과 파키스탄이 잠시 소원해지는 틈을 타, 지난해 중국은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에 해군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파키스탄과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중심인 상하이협력기구가 2014년에 합동군사훈련을 하기로 하는 등 군사 동맹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한미FTA가 발효되자 서둘러 한중FTA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현재의 중미 갈등을 “신냉전”이라 부르는 것은 다소 과장이다. 아직 두 나라 지배자들은 갈등이 격렬한 충돌로 비화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중국은 여전히 경제력과 군사력 모두에서 미국과 격차가 크다. 무엇보다 냉전 때와 다르게 주변 국가들이 양 진영 중에 반드시 어느 한 쪽에만 속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지도 않다.

그러나 헤게모니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그레이트 게임’ 때문에 동아시아 국가들의 관계는 한층 더 복잡하고 위험해지고 있다. 중미 갈등 속에서 남중국해 분쟁, 한반도 군사 충돌 등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긴장이 쌓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이 와중에 한국 · 일본 · 인도 등의 지배자들은 ‘위협 세력’을 핑계로 군사력을 증대하는 등 동아시아 불안정에 일조하고 있다.  

따라서 좌파는 한일 군사협정 체결, 북한 선제타격 작전 계획 추진 등 최근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호전적이고 친체국주의적인 정책에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지정학적 · 경제적 경쟁 속에서 군비를 증강하며 재앙을 만들어 내는 제국주의 체제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운동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입력 2012-05-1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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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은 대국민 사기극이다

김지윤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 참가자)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를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왔다.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도 이 주장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   

그러나 이름을 바꾼다고 군사기지로서의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이라고 이름을 바꾼 채 대운하 사업을 강행한 바 있다. 

제주 해군기지는 사업 주체가 국방부고, 해군이 전체 예산의 95퍼센트를 부담하는 명백한 군사 사업이다. 국방부는 관광미항이라 홍보하면서 실제로는 공사부지 전체를 군사지역으로 지정하려고 한다.  

해군기지가 관광자원?  구럼비를 폭파하고, 시멘트로 뒤덮는 게 ‘관광자원’이라 우기는 이명박근혜 ⓒ사진 이윤선

김황식 총리는 “제주에 관광자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도 그 자체가 거대한 관광자원이다. 많은 사람들은 천혜의 자연 경관 속에서 안식을 얻고자 제주도를 찾는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곳을 파괴해 시멘트로 뒤덮어 해군기지를 만들려고 한다. 

더군다나 이 해군기지에는 온갖 살상무기를 갖춘 항공모함 등이 정박할 것이다. 이것이 ‘관광자원’인가. 정부는 해군기지가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라고 주장하지만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군사시설이 있는 곳에 발달하는 것은 퇴폐사업뿐”이라고 반박한다. 

결국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이하 제주전국대책회의) 등이 옳게 지적하듯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은 국민을 속이기 위한 기만술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실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사기극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연기를 피워 올리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에 최종 통과돼 협정이 체결됐다.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는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나 한명숙 국무총리 등 국정책임자들은 제주민군복합미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지금도 노무현이 추진했던 것과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해군기지 건설 재검토만을 주장하고 있을 뿐이지, 해군기지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

민주당 출신 제주도지사 우근민도 마찬가지다. 우근민은 지난 3월부터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 ‘문건 작성에 시간이 소요된다’ 등 갖은 핑계를 대며 공사중지명령을 회피해 왔다. 그러는 사이 공사는 강행되고 있다. 그래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면 우근민 퇴진 운동을 벌일 것”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런 비판과 압박은 계속돼야 한다. 

서울에서 투쟁을 건설하자

이명박 정부는 민주당과 우근민의 이런 약점을 이용해 공사를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공사를 강행해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로 만들고, 반대 운동 참가자들의 사기도 꺾으려는 것이다. 따라서 오락가락하며 시간만 끌고 있는 우근민과 민주당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일각에서처럼 ‘강정 마을의 동력을 우선 잘 보존해야 한다’, ‘9월 국회에 집중하자’며 투쟁 확대 · 강화를 뒤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   

이 점에서 제주전국대책회의 안에서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이 제안하고 있는 서울 거점 농성 계획은 반갑다. 서울 거점 투쟁은 이 문제를 정치 이슈화하며 운동의 초점을 제공하는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거점 농성에서 그치지 말고 서울 한복판에서 강력한 대규모 집회와 투쟁을 계획하고 조직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9천3백여 육지 경찰들을 강정에 보냈을 정도로 강력하게 운동을 탄압하고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이런 정부에 맞서 정치적 투쟁이 벌어져야 한다. 따라서 제주전국대책회의는 여기저기서 자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 반대 행동과 단체들을 모아 네트워크를 건설하고 역량을 집중해 투쟁 동력을 더 키워야 한다. 

5월 9일 성균관대 거리강연에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한 지 5년이 됐다. 그러나 패배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50년, 5백 년이 걸리더라도 싸울 것이다”며 강한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강정주민들의 투쟁에 강력한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 

동시에 이 운동의 참가자들이 오래전부터 지적했듯이 이 투쟁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의 문제인만큼 투쟁도 그런 관점에서 벌여야 한다. 강정마을에서 벌이는 투쟁으로 한정하지말고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인 서울에서 집중적인 대정부 투쟁을 벌여야 한다. 

최근 중미 갈등의 격화 속에서 동아시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MD(미사일 방어 체제) 전초기지로 이용될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된다면, 이 같은 긴장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될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은 계속해서, 강력하게 벌어져야 한다. 

입력 2012-05-1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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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협정과 한미일 군사동맹

사라지지 않은 위험

이현주

정부가 광범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일단 미루기로 했다. 

정부가 추진해 온 일본과의 군사협정은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인데, 이는 사실상 전면적 군사동맹의 전 단계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북핵과 미사일, 북한 급변사태 등에 대한 정보 교환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 유사시’ 공동작전을 원활하게 수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평화유지활동(PKO)과 대규모 재난, 공동훈련 등에서 한국군과 자위대 간의 물품 ·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정부는 상호군수지원협정이 ‘평상시 인도적, 재난 구호 활동’에 한정된 것으로 군사활동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과 재난 구호에 대한 군사력 투입은 유사시 ‘자국민 보호와 구조, 전후 복구’ 같은 ‘재난’에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다. 

그래서 군사전문지 <디펜스21>의 김종대 편집장은 “정보교류와 상호군수지원은 유사시 한일연합작전을 위한 근거가 된다”며 특히 “일본이 항상 일본인 보호를 위해 한반도 유사사태에 개입해야 한다는 의도를 보여 왔고 이 협정이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여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한국과의 군사협정을 통해 자위대 해외 파견을 제도화하고자 한다. 

한일 군사협정 추진 일정이 불투명해지긴 했으나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다. 국방부는 여전히 두 협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무엇보다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강력하게 바라온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미일 삼각동맹’을 희망해 왔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직후 미 합참의장 마이크 멀린은 “한국과 일본이 과거에 벌어진 일을 너무 집착하지 말고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한일 군사협력은) 미국 정부가 강력히 요구해 온 조처”라고 말했다. 미국은 ‘2011년 국가군사전략’ 보고서에서도 “우리는 일본과 한국 사이의 안보관계를 증대하고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지역적 안정을 보존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이 말한 한미일 3각 군사협력 체제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은 바로 미사일방어체제(MD)다.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 MD 구축을 위해 ‘한-미-일’과 ‘미-일-호주’ 두 축으로 3자 대화를 하고 있다. 미국은 한일 군사동맹 구축을 통해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의 비어 있는 한 고리를 완성하고자 한다.

실제로 한미일 간의 군사협력 강화 움직임은 2010년부터 눈에 띄게 증대해 왔다. 급기야 한미일은 오는 6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한일 군사협정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 명백하다. 한미일 ‘남방’ 삼각체제가 강화되면 그 반작용으로 북중러 ‘북방’ 삼각체제 강화가 모색되고, 이에 따른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 동아시아의 군사적 불안정을 더한층 심화시킬 한일 군사협정에 반대해야 한다. 

입력 2012-05-2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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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의 불씨를 키우는 한미일 삼각 동맹

김영익

6월 14일에 열린 한미 외교 · 국방장관 회담은 동아시아에서 격화하고 있는 제국주의 경쟁의 한 단면을 보여 줬다. 회담 직후에 나온 공동성명의 핵심은 “한국이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전략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이었다. 

한미일 삼각 동맹을 더욱 가시화하고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일 군사협정 추진을 더욱 재촉했다.  

6월 14일 한미 외교 · 국방장관 회담  커다란 재앙을 낳을 수 있는 이들의 협력을 저지해야 한다. ⓒ사진 출처 국방부

이밖에도 미국이 대중국 포위망의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인도의 동방 정책을 지지하는 등 곳곳에 중국을 겨냥한 내용이 들어 있다. 한미동맹이 아프가니스탄 파병 같은 범세계적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특히, 한미 양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연합 방어 태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며 사실상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지역 MD 체제에 한국도 참가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이미 2009년에 주일 미군 사령관 에드워드 라이스는 “[한미일] 3자 정보 공유가 이뤄져야 더욱 효과적인 MD가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서해에 일본 이지스함 배치가 추진되고 한국과 일본이 군사협정을 맺어 정보를 공유하려는 것도 미국의 아시아 지역 MD 구상과 무관할 리 없다.

게다가 6월 21~22일 한미일 해군은 제주 남방 해역에서 대규모 연합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한미일 3국이 모두 참가해 한반도 인근에서, 게다가 미 항공모함까지 포함해 합동훈련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외에도, 북한을 압박하고 중국을 견제하고자 한국군과 주한 미군의 전력과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최근 계속되고 있다. 

주한 미군은 북한의 서해 기습 가능성 등을 핑계로 아파치 헬기 증강을 추진하고 있다. 한강 이남으로 철수하기로 한 미 2사단 일부 병력이 서부 전선에 잔류하고, 한미연합사를 해체하지 않고 유지하는 방안도 논의하기 시작했다. 또한 한미 양국 정부는 한국의 탄도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3백 킬로미터에서 5백 킬로미터 이상으로 늘리는 문제도 협의하고 있다. 

이런 일들은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 중시’를 내세우면서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며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을 일부 조정하는 큰 그림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미국 지배자들이 직면한 큰 골칫거리가 바로 중국의 부상이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패배와 2008년 경제 위기로 휘청거리는 사이에 중국은 상대적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은 수년 전부터 급격히 증대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정학적 영향력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지배자들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포위망을 구축하려고 아시아 · 태평양 지역으로 군사적 · 외교적 역량을 더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중심축 이동?

그렇다고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빼서 아시아로 중심축을 이동한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다. 중동의 석유는 미국의 패권 전략에서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즉 미국은 경제적 힘은 약해지는데 중동에서 패권을 유지하고 동시에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도 견제하는 난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경제 위기로 국방비를 삭감해야 하는 처지다. 

이 때문에 미국은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주변 국가들을 이간질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동맹들을 더 긴밀히 묶어 두고자 한다.

그래서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 동맹과 미 · 일 · 호주 동맹 등을 강화하고, 이 국가들과 중국 견제에 필요한 군사비 부담 등을 나누는 것이 미국 지배자들에게 중요한 전술일 테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1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나토군 철수로 인한 공백을 중국이 치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인도를 중앙아시아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미국, 호주, 일본은 다방면에서 군사 협력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처럼 한미일 삼각 동맹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발전시키고 있는, 매우 복잡한 대중국 군사 협력 관계의 일부다. 

이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독도 문제 등으로 진척이 되지 못하던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14조 원 규모로 무기 수입을 추진하는 등 미국과 함께 동아시아 불안정을 부추기는 데 한몫하고 있다.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고, 미국의 중국 견제 움직임에 편승해 일본 지배자들도 평화헌법 개정과 핵무장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은 중국 위협론을 핑계로 6월 20일 원자력 기본법에 “안전보장 목적”을 추가해 핵무장의 길을 터놓았다. 

이처럼 한미일 삼각 동맹이 자신을 조여 오는데 중국 지배자들도 가만있을 리 없다. 지역 MD 등에 맞서 중국 정부도 미사일과 핵무기 능력을 강화하는 식으로 맞설 게 분명하다. 

최근에 끝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을 옵서버로 받아들이기로 하는 등 중국 정부는 미국의 포위망에 여러 방면에서 맞대응을 펼치고 있다. 

이런 과정이 아시아 지역에 긴장을 쌓게 하고 충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주변 국가들의 해상 충돌은 더욱 잦아지고 있고, 미국의 대북 압박도 한반도 서해 등지에서 국지적 충돌과 긴장을 키우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안보 전략가인 브레진스키는 수년 전에 “어떤 측면에서 오늘날의 아시아는 불길하게도 1914년 이전의 유럽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충격을 받아 파괴적인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레진스키가 지적한 이 지역의 위험과 불안정은 오늘날 더 심각하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 제국주의의 중요한 전술인 한미일 삼각 동맹 강화를 저지하는 일이 한국의 좌파들에게 중요한 과제인 까닭이다. 따라서 지금 통합진보당 지도부 등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 입장을 “재검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우려스럽다. 오히려 MD 계획 백지화,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 등 반제국주의 운동을 건설하려고 노력하는 게 우리가 진정 해야 할 일이다.

입력 2012-06-2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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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협정

“뼛속까지 친일·친미”인 자들의 위험천만한 불장난

김영익

“뼛속까지 친일 · 친미”라는 이명박은 한일 군사협정 추진 과정에서 철저하게 비민주적인 방식과 꼼수로 일관했다. 

4월에 몰래 가서명까지 마친 것은 물론이고, 5월 17일 국방장관 김관진은 “국회와 논의해 협정 체결에 나설 것”이란 새빨간 거짓말을 내뱉기도 했다. 

6월 21일 한 · 미 · 일 연합 해상 훈련에 함께 참가한 3국의 해군 함정들  한일 군사협정 체결은 한 · 미 · 일이 공동작전을 하기 위한 군사적 체계를 완비하는 것이다. ⓒ사진 출처 미해군

그러나 추진 과정보다 더 큰 문제는 그 내용이다. 이번 협정을 밀어붙인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김태효는 여러 논문에서 “일본이 한반도 유사 사태에 개입하는 것이 … 대북 억지력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거나 “자위대가 주권국가로서의 교전권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에 영원히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대단히 편협적”이라면서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옹호하는 주장들을 해 왔다.

한국과 일본이 서둘러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려 한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한 · 미 · 일 미사일 방어 체제(MD)와 관련이 깊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이 협정은] 한 · 미 · 일 삼국 간 미사일 방어 협력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지적했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북한 위협을 명분 삼아 “한 · 미 · 일이 공동작전을 하기 위한 군사적 체계를 완비하는 것, 즉 준(準)동맹의 성격으로 군사관계를 변화시키려 할 것이다.”

또한 이것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이다. 일본은 한일 군사협정 등을 지렛대 삼아, 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좀더 용이하게 하려고 한다. 이것이 한일 군사협정 추진과 맞물려, 일본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의 개념을 더 확장하려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한일 군사협정 체결 추진의 배후에 있는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 · 미 · 일 삼각 동맹’을 희망해 왔다. 

‘2011년 국가군사전략’ 보고서에서도 “우리는 일본과 한국 사이의 안보 관계를 증대하고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지역적 안정을 보존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방향은 중국의 반발을 낳으며 한반도와 동아시아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 명백하다.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잠재적 위협”이라면서, “한국은 중국을 억제하려는 미 · 일을 돕지 말라”고 비난했다. 

“뼛속까지 친일 · 친미”인 이명박과, 그보다 언제나 한 수 위인 박근혜는 한일 군사협정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한일 군사협정을 비판한 민주통합당도 김대중 · 노무현 정부 때 MD 구축과 한 · 미 · 일 군사 협력 강화에 협조한 바 있다. 따라서 방심하지 말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하려는 한 · 미 · 일 지배자들의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

 
 

입력 2012-07-0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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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출병설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김지윤

이명박 정부는 한일군사협정 추진 의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데요,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가장 핵심적 배경에는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동북아 MD 체제 구축이 있습니다. MD 체제에서는 미사일 발사 징후를 미리 파악하고 요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보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죠. 미국 당국자들이 ‘한일 간에 정보 교류가 이뤄지지 않아 MD 구축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말한 것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바 있습니다.  

△유영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김지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 동맹이 구축되면 중국과 북한이 반발할 것은 당연합니다. MD는 방어체제를 표방하고 있으나 선제공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죠. 한미일 동북아 MD 체제가 구축되면 중국과 북한도 군사적 대응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이는 동북아 긴장과 갈등을 부르고 군비 증강을 가져올 것입니다. 남방 삼각(한미일)과 북방 삼각(북중러)이 충돌하는 동북아 신냉전을 불러올 수 있어요.

미국은 “아시아로의 귀환”을 표방하며 일본과 한국, 호주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태국, 필리핀과 연합 군사훈련을 하는 등 계속 중국을 포위하고 있죠.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에 연합함대를 구성해 서해에서 군사훈련을 한 겁니다.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시도와는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일본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일군사협정은 군사 대국화의 야망을 실현하는 장치죠. 일본은 전범 국가고, 자국민들의 전쟁 반대 요구가 높은데다 헌법 등 전쟁 방지를 위한 여러 장치 등이 있어 군사대국화 야망이 제어돼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이 아시아 · 태평양지역에서 중국 포위 전략을 강화하면서 자신들의 약해진 힘을 보완하려고 일본이나 한국의 힘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들이 일본 지배집단을 부추기면서 군사대국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후쿠시마 재앙과 장기 불황 등을 겪으며 극우적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일군사협정이 체결되면 군사대국화의 법적 장치가 마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간 나오토 전 총리가 2010년에 북한으로 납치된 일본인들을 구출하려면 한국을 통해 가야 하는데 지금은 이를 위한 규칙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 위키리크스 폭로를 보면 일본 당국자가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를 파병하려면 공항과 항만 관련 정보가 필요하다’고 한 바가 있습니다. 

실제 한일군사협정을 보면 방위와 관련한 모든 정보가 교환 대상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번 협정이 일본 자위대가 다시 한반도에 출병하는 길을 연다고 하는 것은 결코 과장이나 기우가 아닙니다. 

독도 영유권 분쟁, 위안부 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등을 보면 일본 지배집단은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기는커녕 죄상을 덮으려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는 국회와 국민들에게 잘 이야기해서 추진하겠다며 협정 체결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근혜 역시 내용을 문제 삼거나 폐기를 주장하지 않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평택 미군기지 등 많은 문제들이 사실 민주당 정부에게 원죄가 있는데요? 

노무현 정부는 그 자신이 부국강병론자, 자주국방론자였죠. 국방예산도 이전 정부보다 매년 높게 책정해 왔고요. 외부적으로 부시 정부가 워낙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있었지만 전략적 유연성, 평택 미군기지 이런 문제를 보면 ‘반미면 어떠냐’ 하고 출범했던 정부가 중요한 문제들에서는 굴복을 한 것이죠. 미국에서 초기부터 엄청나게 흔들어대고 굴복을 시킨 거죠. 부국강병론이라는 것이 그런 것들을 제어하는 것을 무디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한미일 삼각동맹, 대중국 전략의 관련성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한일군사협정은 공항과 항만 관련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당연히 제주 해군기지 관련 정보도 공유 될 겁니다. 제주 해군기지에 미국 항공모함이 들어오는데 일본의 자위대 함정이 안 들어올까요? 

해군력은 일본이 한국보다 앞섭니다. 때문에 한국 해군은 일본 해군과의 교류를 원합니다. 그 점에서 한일 간 해군 교류가 활발히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한미일 연합 해상훈련이 제주 남방에서 이뤄졌습니다. 지금은 미국 항공모함이 부산항으로 들어오지만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제주도로 들어올 수 있고, 연합훈련 전후로 일본 자위대 함정도 제주도로 들어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지금 미국은 노골적으로 중국 포위 외교를 하고 있습니다. 클린턴 국무장관의 동선만 봐도 알 수 있죠. 우리가 이런 중미 간 충돌에 휘말린다면 우리의 장래는 암울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미국은 자신의 통제 하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고 호주까지 끌어들여 동북아판 나토를 꾸리려 합니다. 여기에 가담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진보진영은 우선 한일군사협정에 반대하는 것이 중요하고, 나아가 미국의 의도를 정확히 보고 이를 저지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인터뷰 · 정리 김지윤

입력 2012-07-2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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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갈등으로 격화하는 동아시아 ‘섬 전쟁’

김영익

독도는 동아시아에서 분쟁이 격화하는 여러 지역 중에 하나일 뿐이다. 홍콩에서 출발한 중국 시위대가 8월 15일 일본 순시선의 저지를 뚫고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상륙했다. 이들은 오성홍기를 펼치며 댜오위다오가 중국 영토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중국과 일본 정부 간에 험악한 말들이 오간 것은 물론이다.

이 사건이 보여 주듯이,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난사 군도)와 파라셀(시사 군도), 센카쿠 열도 등에서 중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 여러 국가들이 무력 행사도 불사하며 첨예한 영토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도 동아시아의 ‘섬 전쟁’에 점차 휘말리고 있다. 얼마 전 이어도 문제로 중국 정부와 신경전을 벌였고, 독도 문제로 일본 지배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동아시아에서 이런 분쟁이 심각해지는 배경에는 중미 갈등이 놓여 있다. 오바마 정부는 2010년 무렵부터 중국을 견제하려고 동아시아에 대한 개입을 강화해 왔다.

이를 위해 오바마 정부는 “남중국해분쟁의 평화적 해결이 미국 국익과 직결된다”고 밝히거나 센카쿠 열도가 미일방위조약의 대상이라고 규정하는 등, 중국과 영유권 다툼을 하는 국가들에게 보호막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이것이 중국 지배자들을 긴장케 해, 중국이 이전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이것은 독도 문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지배자들도 센카쿠 열도 문제에서 중국 지배자들과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독도 문제에 대해서 더 강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이런 갈등이 더 심해지다가 국지적 충돌로 발전하거나, 더 큰 재앙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독도 문제를 포함해 오늘날 동아시아를 불안정하게 하는 근본 원인인 제국주의 자체를 제거해야 한다. 

입력 2012-08-1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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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의 관점과 과제는 무엇인가

김영익

오늘날 동아시아의 불안정은 2008년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라는 배경 속에 놓여 있다. 즉, 우리는 지금 동아시아에서 경제 위기가 어떻게 국가 간의 지정학적 갈등을 격화시키는지를 보고 있다.

따라서 이 위기는 쉽사리 해결될 성질의 갈등이 아니다. 설사 도서 지역의 분쟁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동아시아 MD 구축과 이에 맞선 중국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등 동아시아의 불안정을 키울 불씨들은 곳곳에 널려 있다.

지금 당장 동아시아의 지배자들이 사태의 악화를 막으려고 갈등을 ‘봉합’할 수는 있겠지만, 불씨는 꺼지지 않고 다시 타오를 게 분명하다. 그래서 올해 일본의 국가전략회의와 중국의 관영 언론 <환구시보>가 모두 댜오위다오에서의 군사 충돌 가능성을 지적한 것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그러나 <조선일보> 고문 김대중이 주장하는 대로 독도 문제 등에서 “‘우리 대표자(이명박)’의 편에 서는 것이 도리”라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 이명박을 비롯한 남한 지배자들이 일본 지배자들과 군국주의화에 일관되게 맞설 리 없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하다’며 일본의 재무장에 길을 열어 준 것이 한국 지배자들이었다.

남한 국가의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도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 남한 지배자들도 동아시아 불안정을 부추기는 한 축이었다. 남한은 지난 10년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군비를 늘려 왔으나, 결과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불안정을 부추기며, 미국과 일본이 이 지역에서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보조하는 파트너 구실을 했다. 

일각에서는 한 · 중 · 일 3국에서 “극단적 민족주의”를 지양하고 동아시아 지역 통합을 강화하는 게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 위기 속에 제국주의적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동아시아에서 국가 간에 항구적인 협력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몽상이다.

물론 일본의 군국주의화 행보에 대한 한국인들의 분노는 민족주의로 표현되고 있다. 좌파들은 이를 ‘배타적’이라고 간단히 무시할 게 아니라, 이 정서가 갖는 역사적 연원과 모순을 이해해야 한다. 

좌파들은 일본의 식민 지배 역사와 재무장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진정한 반제국주의 운동으로 성장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 운동을 국내 지배자들과의 ‘민족적 단결’이 아니라 일본의 미군 기지 반대 운동, 반핵 운동 등과 연결되는 진정한 반제국주의적 국제 연대로 발전시켜야 한다.

입력 2012-09-0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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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 일본 전쟁 범죄의 출발점

이현주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며 영유권을 선언한 것은 1백여 년 전 조선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러일전쟁(1904년)에서 승리한 일본은 군대를 앞세워 강제로 을사조약을 맺고는 무력 통치를 시작했다. 

“일본은 한반도를 식민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만주를 점령하고 중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었으며, 동남아와 태평양 지역을 침략할 수 있었다. 일본의 독도 침탈은 동아시아와 세계의 평화, 곧 인류의 보편적 가치까지 훼손한 출발점이었다.”(신주백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

따라서 1905년에 독도 영유권을 “재확인”했을 뿐이라는 일본 정부와 우익들의 주장은 이런 제국주의적 침탈의 역사를 ‘개무시’하는 것이다. 

게다가 1870년과 1877년에 독도는 조선 영토이지 일본 영토가 아님을 확인하는 일본 측 공식 기록도 존재한다. 

일본은 1951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연합국과 일본 사이의 ‘대일강화조약’)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이 인정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한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자체가 사실상 일본을 패전의 굴레에서 자유롭게 해방시켜 준 요식 절차에 불과했다. 일본은 반인류적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에서 모두 면제됐다.  

전후 냉전체제 속에서 미국은 일본을 소련을 향한 공격 기지로 삼고자 했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 자본주의의 ‘부흥’에 힘을 쏟고 동시에 신속히 무장시키기 시작했다. 잘못된 과거의 청산과 배상 따위는 이런 미국의 구상에 거추장스러운 것이 됐다. 

전후 구축된 미일 동맹은 미국의 아시아 패권 전략에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핵심이다. 그래서 미국은 한미일 삼각 동맹을 추구하면서도 한일 간에 갈등에서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자’고 하면서 사실상 일본 편을 들어 왔다. 

한편, 한국의 지배자들은 한국 자본주의가 군사적 · 경제적으로 한미일 동맹이라는 큰 틀 속에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이런 구도에 일관되게 맞설 수 없었다. 한국 ·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협정 체결을 앞두고 ‘독도는 앞으로 한일 양국 모두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을 인정하고, 동시에 이에 반론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비밀리에 합의(‘독도밀약’)한 사실이 폭로된 바도 있다.

그러나 일본 지배자들이 다시 제국의 영광을 구가하려 하면서 독도에서 양보할 생각은 계속 사라져 왔다. 따라서 독도 문제는 단순히 과거 식민지 시대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제국주의적 야욕에 맞서는 문제가 돼 있다.

입력 2012-09-0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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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오위다오 ─ 침략과 갈등의 산물

이현주

독도 문제와 마찬가지로 댜오위다오 문제 역시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에서 비롯했다. 러일전쟁 10년 전 일본은 청나라와 전쟁을 벌여 승리했고, 전리품으로 타이완을 챙겼다. 댜오위다오도 이 과정에서 일본에 강제 편입됐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서 이 섬들은 오키나와의 일부로 간주돼 미국의 신탁통치 아래 놓이고 미군의 미사일 발사용 훈련 기지로 사용됐다. 그러다 1972년 미국이 오키나와를 일본에 반환할 때 함께 일본에 넘겨졌다. 

비슷한 시기에 이 지역에 석유자원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일본과 중국 · 대만 사이에 영유권 분쟁이 크게 불거졌다. 

최근 댜오위다오 문제는 사실상 중미 갈등의 초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이 문제가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임을 여러 차례 확인시켰고, 사실상 일본을 편들면서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데 이 문제를 활용해 왔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개입해 베트남, 필리핀 등과 군사 훈련을 벌이고 협력을 강화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도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를 중국 견제를 위해 갈수록 협력 수준을 높이는 미일 동맹에 맞서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입력 2012-09-0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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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호황은 어떻게 파산했는가

중국에는 크게 두 차례의 성장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9년까지다. 두 번째는 1991년에서 2008년까지다. 두 번째 성장기의 바탕을 이룬 것은 흔히 외국 투자와 대규모로 합작한 연안 지역의 수출 산업이다.

이 산업은 농촌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끝없는 유입에 힘입은 바가 컸다. 엄청나게 많은 제품을 미국에 수출했고, 의료, 전자, 항공기 등 갖가지 제품을 생산했다.

변화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2000년에 중국에서 제작된 DVD 플레이어는 없었다. 그러나 2005년이 되면 중국은 세계 최대 DVD 플레이어 생산국이 된다.

이 덕분에 엄청나게 높은 수준의 성장이 가능했지만, 이 성장이 지속 가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시 쓰인 일반적인 역사서들은 대부분 경제가 영원히 팽창할 것이라 가정했다.

2008년 경제 위기로 수출 공장이 문을 닫으며 약 2천5백만∼3천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국가는 주거, 철도,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정책 덕분에 경제가 한동안 안정화했다. 그러나 오늘날 모든 지표들은 중국 경기가 다시 급속히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건설 붐이 지속될 수는 없다. 아파트와 주택은 이미 빈 곳이 있다. 또 중국의 한 자녀 갖기 정책 때문에 농촌 출신 이주노동자의 유입도 줄어들고 있다.

입력 2012-09-0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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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하는 일본 반핵 운동의 활동가에게 듣는다

“우리는 이 뒤틀린 세상을 함께 바꾸고 싶습니다”

최미선

△오다 요스케 NAZEN 사무국장

일본 지배자들이 핵발전을 포기할 수 없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원전 이권과 핵무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노다 정권은 지난해 12월 ‘[원전]사고 수습’을 선언했습니다. 핵연료가 어떻게 됐는지도 확인할 수 없고, 지금까지도 방사능이 끊임없이 흩뿌려지고 있고, 많은 어린이들과 후쿠시마의 주민들은 피난할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강제로 피폭 당하고, 무엇보다 지금도 많은 원전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사고를 수습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또한 저들은 방사성 ‘잔해’(피해지역 주민들의 집이거나 마을 그 자체이거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그렇게 쉽게 ‘잔해’라고 표현해서는 안됩니다)를 전국에 퍼트리면서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JR[일본 철도 회사]은 앞장서서 원전 반경 30킬로미터 안에서 열차를 운행하고 노동자를 피폭시키며 ‘복구와 안전’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안전’을 문제 삼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분열시켜 안전 논리를 받아들이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원전이라는 상품이 어마어마한 사고를 일으켜 후쿠시마와 전국의 노동자 · 민중과 원전 노동자들의 생명을 앗아갔는데도, 원전은 ‘안전한 상품’이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원전 한 기를 건설하면 건설업자는 5천억 엔 규모의 돈을 챙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전 건설을 유치한 정치인은 3퍼센트(1백50억 엔!) 상당의 이권을 갖는다고 합니다. 전세계 원전 시장은 1조 달러 규모라고 합니다.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 이후 모든 원전 제조사들은 ‘후쿠시마를 반복하지 말자’고 입을 모으면서도 ‘우리가 만드는 원전은 안전하다’고 홍보하며 돈벌이에만 눈을 번뜩이고 있습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습니다. 대공황 시기 세계 열강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속에서 재계는 이 문제에 사활적인 것이죠. 

다른 하나는 핵무장의 문제입니다. 노다 정권은 재가동의 이유로 ‘경제 문제’와 동시에 ‘안전보장 문제’를 내걸고 있습니다. 

6월 20일 일본 원자력기본법이 원자력규제위원회설치법의 부칙을 통해 개악됐습니다. ‘원자력의 연구, 개발 및 이용은 평화적 목적에 제한하며, 안전 확보를 그 취지로’라는 원전의 목적을 ‘일본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확대하면서 ‘평화적 이용’이라는 베일을 공공연히 벗어 던졌습니다. 이를 제안한 자들은 “이 모든 것은 일본의 안전보장에 관련한 것이므로 궁극적인 목적으로서 (이를 기본법에) 명기했다”(공명당 의원 에다 야스유키), “일본을 지키기 위해 원자력 기술을 안전보장 면에서도 이해해야 한다”(자민당 중의원 의원 시오자키 야스히사)며 핵무장 의도를 감추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후쿠시마와 오키나와의 어린이들을 위험 속에 내던져 놓고는 무슨 ‘일본의 안전보장’입니까!

게다가 같은 날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법이 개악됐습니다. 평화적 목적이라는 제한 조항은 폐지되고 ‘우주기본법의 기본 이념에 따라’로 그 목적이 바뀌었습니다. 우주기본법은 ‘일본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8월 초] 노다 총리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있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비문 앞에 서서 원폭 희생자 추모식에 참가했습니다. 노다에게 ‘잘못’의 의미는 전쟁이 아니라 패배이고,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은 ‘핵무장을 해서 다음 전쟁에서는 지지 않겠다’는 결의인가 봅니다. 

문제의 본질은 이런 일이 자본주의의 존재 이유 자체가 붕괴하려는 때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즉 이런 정책들을 취하지 않으면 체제 자체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세계 지배자들은 후쿠시마의 깊고 깊은 분노를 억누르지 않고서는 원전과 핵무장 정책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오이 원전] 재가동은 후쿠시마를 비롯한 투쟁들의 사기저하를 노리고 강행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재가동 강행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을 행동에 나서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노다 정권의 정치 지배가 파탄했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20만 명에 달하는 반원전(반핵) 대중행동이 벌어진 배경은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무엇에 가장 분노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무엇보다도 생명에 위험을 느끼고 있습니다. 원전의 본질을 알게 된 지금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행동에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 

후쿠시마의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피폭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행동하게 만듭니다. 후쿠시마를 위해 연대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3.11은 이 세상이 얼마나 뒤틀어졌는가를 보여 줬습니다. 원전 이권에 푹 빠진 재계, 정부, 대학. 그리고 사법부와 언론뿐 아니라 노동조합도 가담하고 있는 현실. 이런 사회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그런 심정입니다. 

7월 16일 ‘사요나라 원전’ 집회에 참가한 노동조합들 이윤에 눈 먼 전쟁광들을 멈추게 하려면 노동자들이 투쟁의 한복판에 나서야 한다. ⓒ사진 출처 일본의 좌파 주간지 <젠신>

정부는 거짓말을 하고, 방사능 확산 정보를 은폐하고, 필요 전력량을 부풀려 오이 원전을 재가동하고는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생활을 위한’다며 원전 재가동을 선언하고, 소비세[부가가치세]를 인상하고, 신형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온갖 본질을 보고 있자니 ‘이런 정부 하에서는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우리는 총리가 아니라 정권을 바꾸고 싶다”는 말을 듣습니다. 정말로 이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들이 ‘수국 혁명’이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단체 혹은 세력이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습니까? 

수도권 지역 반원전 단체들의 연합체가 주최하고 있습니다. 청년들도 많이 참가하고 있고, 이들이 쉽게 참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데 성공한 것도 사실입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벌어지는 ‘총리관저 앞 항의행동’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만, 최대 20만 명이라는 대규모 행동으로 발전하기까지 어떤 (정세) 변화가 있었습니까? NAZEN과 같은 활동가 동지들은 이 운동의 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는지요?

역시 결정적으로는 정부가 민중들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고 오이 원전 재가동 결정을 강행한 것입니다. 6월 15일에는 [항의행동 참가자가] 1만 2천 명을 넘었고, 22일에는 4만 5천 명, 29일에는 20만 명으로 늘어나 총리관저 앞 모든 차선을 점령했습니다. 그때의 해방감은 정말 대단했고 일본의 노동자 · 민중은 오랜 기간 동안 빼앗겼던 연대감을 빠르게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감동이 다시 시위 참가를 고무하는 큰 힘이 됐습니다.

7월 6일 항의행동부터는 시위 관할이 현지 경찰청에서 경시청으로 이관됐고 국가 권력은 전력을 다해 시위를 탄압하기 시작했지만, 거리 점령은 이어졌고 경찰은 공안경찰을 중심으로 집회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도 듣지 않고, 집회 장소마저 빼앗아가려는 저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더 많은 동료들을 데려와야겠다며 일주일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소비세 인상 등 정부의 본질이 분명해지는 과정도 중요했습니다. 

NAZEN은 이 멋진 행동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소심하고 이기적인 주장이 아닌, 함께 투쟁하면서도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행동을 통해 공통의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참가자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마이크를 건네며 이 운동을 함께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운동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기하고 운동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의 참가가 눈에 띕니다만, 이 운동에서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노동조합이 힘을 발휘하는 것은 지금부터입니다. 

정부는 이 점 때문에 노동조합이 일어서지 못하도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무엇보다 국철 분할 민영화에 반대하는 투쟁 속에서 일본 노동운동의 중심이 된 ‘국철 1,047명 해고 철회 투쟁’을 파괴하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것은 운동에서 노동조합이 차지하는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 줍니다. 

7월 16일에 열린 ‘사요나라 원전, 1천만 명 행동’ 집회에는 17만 명이 참가했습니다. 이 집회에 많은 노동조합들이 참가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원자력업계의 일부였던 노조 간부들이 반원전 운동의 커다란 파도에 빨려 들어오기 시작하며 많은 조합원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진심으로 행동에 나서는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장 조합원들이 활기를 되찾고, 투쟁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지역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전국에 투쟁을 호소하자 이런 흐름들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와 이바라키 지역에서 국철동력차노동조합 미토지부가 피폭 노동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고 지자체 노동자들이 급식에 사용되는 야채의 방사선량을 계측해 사용을 거부하자 시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폭 노동자들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충분한 장비도 지급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차례차례 쓰고 버리는데 반대해 투쟁을 조직해야 합니다. 원전 없이는 고용도 없다는 이런 세상을 뒤집어야 합니다. 노동조합이 시민들에게 신뢰받고 이들이 투쟁의 한복판에 나섰을 때 우리는 모든 원전을 없앨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운동은 일본인들이 대부분 우경화하고 있고 군국주의를 지지한다는 주장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일본 사회운동의 역사에 비춰 봤을 때 이번 대규모 반원전 시위의 의의는 무엇입니까?

이제부터 ‘우경화’를 깨기 위한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국가 재정 파탄과 TPP를 포함한 제국주의 간 경쟁 속에서 ‘국가를 지켜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도 뒤섞여서 투쟁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노동조합을 선두로 한 계급적 운동이 중심이 돼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할 힘을 갖게 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역사를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이것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본격적으로 파탄했음을 보여 줍니다. 일본에서 신자유주의는 국철 분할 민영화를 통해 총평과 사회당을 깨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겨났고, 특별한 정치 경향을 갖지 않는 미조직 노동자 · 민중의 깊은 분노가 총리를 차례로 끌어내리는 상황이 최근 수 년간 벌어졌습니다. 민주당 정권도 붕괴했으며, [이 운동은] 지금부터 민중에 의한 정치가 시작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민중이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최근 노다 총리가 시민단체 대표자들을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안정성이 확인될 때까지 모든 원전의 운전 정지, 원자력업계에서 고위직을 지낸 적이 있는 초대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 내정 인사 철회 등을 요구”했는데, 이에 대한 시위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에 비춰 앞으로의 투쟁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운동 안에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지하는 의견과 지지하지 않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커다란 흐름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재가동 철회나 원전 가동 중단’이라는 요구는 정부가 한치도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것밖에 없습니다. 타협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민중의 생각과 행동과 함께 투쟁하는 것, 무엇보다 후쿠시마의 목소리와 함께 전진하는 것이 투쟁의 전망입니다. 

반원전 시위가 어떤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이 운동이 갖는 잠재력과 가능성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이에 대해서는 매일매일 생각하게 됩니다. 

후쿠시마에서는 민중들을 위한 진료소 건설 운동이 시작됐고 ‘생명’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이 사회가 외면하고 쓰다 버리는 생명의 소중함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손을 맞잡고, 서로 돕고, 서로 지키고, 함께 투쟁하는 것. 생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신자유주의가 앗아간 단결의 정신이 다시 부활하는 듯한 힘을 느끼고 있습니다. 

더불어 최근의 일본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노다 총리는 핵발전소 정책뿐 아니라 핵무장도 추진하려 하고 있습니다. 또 미군의 신형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의 배치를 강행하며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본 지배자들의 핵무장 추진 배경은 무엇입니까? 이에 (반핵) 운동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일본 정부는 지금 영토 문제를 부추기는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과 중국의 노동자 민중들을 분리 · 대립시켜 전쟁을 부추기려 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스프리 배치 문제는 단순히 ‘위험한 것’이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스프리는 활주로 없이 이착륙이 가능하고 많은 병사와 물자를 운반할 수 있으며 게다가 고속 이동이 가능합니다. 어차피 전쟁이니 전쟁터에 도착만 하면 된다. 편도 차편이면 된다.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니 ‘안전’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즉 오스프리 문제는 분명하게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핵 무장의 본질은 절대 ‘억지력’이 아닙니다. 히로시마 · 나가사키와 이라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를 실제로 사용하고 대량 학살하고 있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 소련이나 중국의 핵 무장은 미국의 일국적인 핵 독점 체제가 붕괴한 시점부터 억지력으로서의 의미는 사라졌고, 이 끝없는 핵 군비 확장 경쟁은 쉽게 중대한 핵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현실을 낳았습니다. 현대 제국주의 전쟁은 노동자 · 민중도 총동원하는 총력전이고 무차별적인 대량 학살이 그 본질이며, 핵 무기란 이런 제국주의 전쟁의 표현일 뿐이라는 점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바꿔 말하면, 노동자들의 국제적 단결만이 전쟁을 완전히 없앨 수 있습니다.

핵 무장 추진 배경은 미국, 유럽, 일본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적인 대공황에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막다른 길에 있습니다. 거품을 통해 세계의 소비국을 연기해 온 미국의 버블 붕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사기 행각 폭로와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전세계에 충격적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오바마가 ‘수출 2배화 전략’을 내걸며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을 꾀하면서 세계 열강들의 시장 분할 전쟁에 참가하면서 [세계는] 환율 전쟁과 군사력을 배경으로 한 격렬한 경쟁 국면으로 돌입했습니다. 

중심 축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국은 국채와 수출이라는 깊은 상호 이해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전쟁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지금도 있습니다만, 이는 환상입니다. 미국 국채를 전세계가 떠받쳐야지만 세계 경제가 성립한다는 구조가 지금과 같은 현상을 낳았을 뿐입니다. 미 국채가 폭락할 경우 이를 내다 팔지 않으면 자국이 붕괴할지도 모를 시점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미 국채 최다 보유국인 중국이 이를 매도하려 한다면 미국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한 · 미 · 일 합동 군사 훈련에 의한 중국 도발은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의 대항도 베트남을 방파제로 쓰려는 전략이나 항공모함 킬러라고 불리는 미사일의 개발 등 도를 넘긴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원전 수출은 핵 관련 기술을 제공함과 동시에 아시아 국가들을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핵 블록에 포함시킬지를 둘러싼 쟁탈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한 · 미 · 일 · 중과 오키나와의 노동자 민중의 강고한 국제적 연대를 건설해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중의원 해산을 앞두고, 일본 기성 정치인들 중에는 오자와 신당이나 오사카 시장 등 ‘반원전’을 주장하는 인물들도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반원전’ 주장은 믿을 수 있는 것입니까? 이에 대한 시위 참가자들의 반응은 무엇입니까?

전혀 신뢰할만한 것이 아닙니다. [오사카 시장인] 하시모토는 교부금을 노리고 ‘방사성 잔해’를 받아들이는데 일찌감치 찬성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오이 원전 재가동을 승인했습니다. 오자와 이치로는 반미를 표방하며 일본의 독자적인 군대 창설을 목표로 하는 인물이고, 핵무장론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왜 ‘원전 반대’ 구호를 내걸고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들 자신과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이 점을 보지 않고 ‘구호가 일치한다’는 이유로 함께 투쟁할 수는 없습니다. 

대중은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지만 이런 저들의 본질이 드러나면서 저들에게 가졌던 기대는 크게 무너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 · 민중이 투쟁 속에서 스스로의 힘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기성 정치인들에게 의존하던 경향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힘이 정치인들로 하여금 사기꾼 같은 전략을 취하도록 만들고 있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의 투쟁이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이 힘으로 이들을 날려버려야 합니다. 

지난 주 중의원 해산이 연기됐고, 10일에는 참의원에서 소비세인상법안이 최종 통과됐습니다. 지금 일본에서는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폭발하고 있는 듯 합니다만, 증세법안에 대한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또한 공식 웹사이트를 보면 ‘총리관저 앞 항의행동’ 주최측은 이 시위의 쟁점을 ‘반원전, 탈원전’에만 국한하려는 듯 합니다. 그러나 시위 사진 등을 보면 오스프리 문제나 TPP반대 등 다양한 요구들이 운동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요구들이 운동 안에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매우 큽니다. ‘사람들의 삶을 지키겠다’며 한다는 짓이 이런 겁니다. 이것은 단순히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소비세 인상은 정치인들의 지진 피해나 연금 파탄에 대한 책임을 민중에게 전가하는 것입니다. 또한 고령자들의 생활을 젊은 세대가 떠받치고 있다며 세대 간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도 결코 용서할 수 없습니다. 

운동의 방식에 대한 문제는, 제 생각에는, 우선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토론하는 것이 소중하다는 점을 호소하고 싶습니다. 방사능 문제를 진지하게 토론하면 ‘방사능이 옳다’는 답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매일 확인하고 있습니다. 물론 운동체로서 [자신들의] 방침을 선명히 제기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지금 대중 행동을 확대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동하고 공통의 문제 의식을 깨닫고 토론을 통해 단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것이 운동의 현재 국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운동 안에 다양한 방침과 방식 그리고 발상이 존재한다는 점이 운동 확대의 가장 큰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정중히 토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당파에 대한 생각을 근본에서 바꿔야 합니다. 자기 당파의 우월성만을 주장하는 운동은 대중의 힘을 끌어낼 수 없습니다. 생명의 위협 앞에서 체제를 비판하는 모든 당파들이 힘을 합쳐 승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 속에서 절차탁마해 노동자 민중이 필요로 하는 강령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런 긍정적인 당파 투쟁이 필요합니다. 운동의 결속을 위해 전진하려는 입장이라면 그것은 훌륭한 것입니다. 

한국의 반핵운동 진영은 대중 운동보다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기성 정치인들에 기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대규모 반핵 운동에 함께하고 있는 활동가로서 한국의 반핵운동에 한마디 부탁합니다. 

어떤 도전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 구체적으로 전술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자세. 이런 마음가짐 없이는 이 시대에 대항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의회제도가 근본적으로 썩었고 이 제도가 자본주의 체제를 강고하게 하는 시스템으로서 존재하고 있고 있기 때문에, 의회만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입장에는 저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노동자 정치가 추상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서 구체성을 띄려면, 체제를 관념적으로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투쟁이 필요합니다. 그 입구가 언제나 적진임을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의 의회제도에 참가하기 위한 도전과 고군분투를 회피하며 추상적인 유토피아를 읊는 사람들은 기회주의에 빠지기 쉽고, 이는 노동자 정치를 목표로 하지 않고 현행 정치 체제에 물든 자들과 마찬가지로 체제를 옹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 정치를 목표로 하지 않고 대선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도, 혹은 노동자 정치를 추상적으로 주장하며 대선에 냉담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저는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적진에 발을 디디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속에서 구체적으로 투쟁하며 노동자 정치를 실현할 전술을 제시하려고 노력할 때, 이런 전인미답에 도전하는 자만이 역사를 바꿀 진정한 지도자일 것입니다. 

역사를 전진시키려는 사명감과 열정 그리고 그 임무를 가진 한국의 투쟁하는 동지 여러분, 일본에서도 필사적으로 연대와 투쟁을 조직하겠습니다. 역사를 건 이 커다란 비약을 다함께 쟁취합시다. 

 

입력 2012-09-0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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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영유권 분쟁과 제국주의

김영익

최근 독도 문제 등에서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도발이 점입가경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일본 지배자들의 행태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할 만하다.

일본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에 독도 문제를 제소한다고 으름장을 놨으며, 일본 의회는 ‘독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일본 총리 노다는 “한국이 다케시마(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망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일본 민주당 정부는 1993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공식 인정했던 ‘고노 담화’마저 부정하며, 일본 식민 지배의 피해자들에게 또다시 깊은 상처를 안겼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살아서 증언하고 있는데 ‘위안부’ 강제 동원의 증거가 없다니 분노가 폭발할 지경이다.  

일본 자위대의 해상 훈련  일본 지배자들의 군사대국화 야욕은 동아시아를 불안정에 빠뜨리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사진 출처 일본해상자위대

한편 동국중해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의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노다는 “센카쿠는 청일전쟁 때 일본이 획득한 영토”라며, 댜오위다오가 일본 영토라고 강변했다. 그리고 8월 21일부터 동중국해 도서 지역에서 미국과 일본이 연합상륙훈련을 했고, 일본이 중국을 겨냥해 상륙장갑차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호전적 조처들이 잇달아 실시됐다. 중국 지배자들도 이에 크게 반발해, 맞불 훈련을 하는 등 이 지역의 긴장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사실 독도, 댜오위다오 등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은 정당하지 않다. 오늘날 동아시아의 영유권 분쟁의 기원에는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제국주의는 1905년 러일전쟁 때 독도를 강탈했다. 일본이 댜오위다오를 차지한 것도 1879년 오키나와를 강제 병합하고 1895년 청일전쟁으로 타이완을 빼앗는 점령 과정의 일부였다. 심지어 오늘날 남중국해 도서 분쟁의 불씨도 1930년대 말 일본 제국주의가 난사군도와 시사군도 등을 점령하면서 비롯했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전후 질서를 세우는 과정에서 미국 지배자들은 동아시아에서 영유권 분쟁의 불씨를 남겨 뒀다. 1949년 소련 핵실험, 중국 국민당 패배 등에 대응해 미국은 이른바 ‘역코스 전략’을 채택하면서 일본을 재무장시키려 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의 침략 과거를 덮어 주고 일부 도서 지역의 영유권 문제는 모호하게 처리했다. 그래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지역들에서 간헐적으로 갈등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동아시아 영유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것은 주로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포위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친 것과 관련이 깊다.

새로운 국면

미국 지배자들은 2008년 경제 위기와 테러와의 전쟁 패배 속에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지정학적 부상을 직접적으로 견제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리고 국내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 지배자들은 중국의 경제적 양보도 얻어야 한다. 이 때문에 중미 간의 갈등은 지정학적 경쟁과 경제적 경쟁이 맞물리는 양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아시아 중시 전략을 펼친 2010년 무렵부터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지에서 영유권 분쟁이 훨씬 더 빈번해지고 격렬해졌다. 미국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주변 국가들에게 접근해 보호막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고, 이에 중국이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2010년 댜오위다오에서 벌어진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의 해상 충돌, 올해 초 남중국해 황옌다오에서 한 달 넘게 지속된 중국과 필리핀의 해상 대치 등이 대표적인 분쟁 사례들이다. 그리고 이 지역들은 모두 중미 갈등에서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단층선’에 해당한다. 

일본 지배자들이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 전략에 편승해, 군사대국화의 야망을 펼치는 것도 동아시아 영유권 분쟁을 격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다. 

1990년대 동안 꾸준히 진척돼 온 일본의 군국주의 흐름은 근래 들어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이 가시화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올해 들어 일본 정부는 중국과의 분쟁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동적 방위’ 개념을 도입했고, 동중국해 도서 지역에서 자위대 병력을 증강했다. 6월 원자력법을 개정해 핵무장의 길을 튼 데 이어, 일본 총리 자문 기구인 국가전략회의는 평화헌법의 개정 없이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일본 지배자들은 독도와 댜오위다오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벌어지는 한일 간의 갈등이 주로 국내 정치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양국 정부들의 의도 때문에 일어났다고 보는 건 너무 협소한 관점이다. 한일 지배자들이 대체로 미국의 동맹 하에 협력해 왔지만, 엇갈리는 이해관계 때문에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당연히 일본 지배자들의 군국주의화에 식민지 경험이 있는 주변 국가들의 민중이 크게 불안해 하며 정당한 반발을 하는 것이다.

입력 2012-09-0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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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위기 ― 부패, 분열 그리고 경기 후퇴

찰리 호어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당원)

올 초 유력 정치인 보시라이의 몰락은 중국 지배계급 내 부패의 심각성을 보여 줬다. 현지 언론은 보시라이의 부인 구카이라이를 주목하고 있는데, 그녀는 영국 사업가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유예 선고를 받았다. 

중국 내 부패는 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를 둘러싼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러나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는 오늘날 중국 지배계급의 모습이 어떠한지, 또 중국에서 계급 권력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 만천하에 드러냈다.

보시라이의 극적인 몰락은 1990년대 이래 중국의 고위 정치인이 겪은 불명예 중 가장 치욕스런 것이었다. 보시라이는 중국 남서부 충칭시의 공산당 고위 관리였다.

△8월 25일 파업에 나선 광둥성 전자제품 공장 노동자들 ⓒ사진 출처 http://www.molihua.org/

올해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는 새로운 5개년 경제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또 새 지도부[정치국 상무위원회]도 구성될 것이다. 이 위원회 성원들은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력한 자들 중 하나일 것이다.

올해 현 위원 9명 중 7명이 물러날 것이기 때문에 공석이 된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보시라이는 이 중 한 자리를 차지할 예정이었다.

보시라이는 포퓰리스트로 유명해서 그가 부패를 뿌리뽑고 문화혁명기의 ‘호시절’로 돌아가게 해 줄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보시라이가 사설 감옥을 운영하고 현지 사업가들을 협박해 자기 소유 펀드에 기부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보시라이는 국가 내 국가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충칭시 공안국장이 주변 성의 미국 총영사관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면서부터였다. 그는 보시라이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이때, 보시라이의 많은 정적들이 기회를 포착해 그를 제거해 버렸다. 보시라이는 모든 공직에서 해임돼 자취를 감췄다.

보시라이는 “태자당”, 즉 아버지의 후광으로 권력을 쥐게 된 정치인들 중 하나다. 중국 지배계급 내에는 이 태자당과 자수성가한 정치인들 사이에 분열이 존재하는데, 그 내용을 채우고 있는 것은 정책적 차이가 아니라 개인적 경쟁 의식이다.

분열

태자당 내에도 심각한 분열이 존재한다. 중국 정치를 보면 수십 년 동안 지속돼 온 가문 간 다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태자당의 일원인 시진핑은 올해 국가 주석직을 승계할 예정이다.

시진핑은 겉으로는 깨끗해 보이지만 그의 공산당 내 지위가 올라가면서 가족 대부분이 엄청난 이득을 취했다.

이런 모습들이 오늘날 중국의 최상층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그보다 조금 아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 점에서 상하이 주변 도시 출신 사업가 린춘핑을 다룬 최근 보도는 아주 시사적이다.

중국 국영 언론 보도를 보면, 린춘핑은 지난 1월 델라웨어에 근거지를 둔 애틀랜틱 뱅크를 인수했다. 린춘핑은 정부의 임명직을 수락했고, 국영 언론은 마침내 그의 사업 경험을 “전설”이라 칭했다.

그러나 린춘핑이 그 밖의 다른 거래 때문에 조사를 받게 되자, 누군가 델라웨어에 지속적으로 전화 연락을 했다. 이후 밝혀진 사실은 애틀랜틱 뱅크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은 기업이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부패가 어디서 비롯한 것인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1990년대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벌어진 일이 중국에서는 1980년대에 벌어졌다고 말한다.

러시아와 동유럽에서는 국가 소유 산업들이 민영화하면서 그 산업을 운영하던 자들이 게걸음해 사적 자본가들로 변신했다. 그러나 중국은 좀더 복잡하다.

경제성장의 대부분이 국가 소유 산업 또는 국가와 민간 자본(외국계인 경우가 많다)의 합작을 통해 이뤄졌다.

그러나 경제 권력은 국가 내부에서 이동했다. 중앙의 지배계급은 경제 전 부문에 대한 강력한 통제권을 지역의 관리자와 공무원들에게 맡겼다.

지역의 관리자와 공무원 들은 자기 지역에서 생겨나는 이윤을 유지하고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그 이윤을 소비할 수 있게 됐다. 이 조처는 지역 자본가를 육성하려는 것이었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부패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누가 구속됐는가 하는 것뿐이다. 부패가 중국 경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 주는 지표는 없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한 추정치를 보면 지난 20년 동안 약 1만 6천 명이 부패사범이 되면서 중국에서 도피했다.

이들이 갖고 달아난 돈은 1천2백50억 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중국이 1년 동안 미국에서 수입하는 총액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것은 중국의 최상층부에서 벌어지는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부패다. 그리고 그 중심에 공산당이 있다.

중국 공산당은 여전히 국가가 소유한 산업을 운영하고, 중국의 민영 기업 임원 중 약 40퍼센트가 공산당원이다.

부패가 어떻게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일까? 일반 경제에서 부패는 이윤에 대한 세금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중국의 공무원들은 자기 몫을 챙기려면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필요에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그들이 챙긴 돈 중 일부가 다시 생산적인 사업에 투입된다.

지방에서는 그 양상이 좀 다르다. 국가 기구는 팽창한 반면 세금을 직접 걷을 수 있는 기반은 축소했다. 이 때문에 1980년대에는 농촌의 산업이 팽창했고 1990년대에는 불법 세금이 일련의 저항을 촉발했다.

중앙의 지배계급은 신뢰할 수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도 없는 지방의 공무원들에게 의존한다. 중국에서는 약 5천만 명이 국가에 고용돼 일한다. 그중 약 1백만 명만이 베이징의 직접 명령을 받는다. 나머지는 성(省), 도시, 농촌 등에 소속돼 있다.

이런 고질적인 부패는 사람들을 분노케 한다. 동시에 사람들을 단결시킬 잠재력도 갖고 있다. 누구나 부패한 관리자 또는 공무원을 알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때문에 중국 인민들의 박탈감 또한 커졌다. 이 때문에 지배계급은 특별히 긴장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파업, 집회, 시위, 폭동의 숫자가 급격히 증대했다. 중국 지배자들은 이를 두고 “집단 돌발 사건”이라고 한다.

2004년에 약 8천 건이었던 “집단 돌발 사건”이 2007년에는 약 8만 건으로 늘어났다. 중국 정부는 그 뒤로 이 건수를 발표하지 않지만 2010년에는 18만 건에 이르렀다는 추정치가 있다. 예컨대, 지난 6월에 광둥성 남부에서 폭동이 두 차례 번졌다.

더 최근에는 서로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 공장의 공해에 반대하는 대중 운동이 두 건 발생했다. 이 대중 운동은 모두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벌어졌고, 학생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목격자들은 학생들이 공안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이 중 한 건은 승리해 공장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 한 건은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런 소요가 계속 벌어지는 이유다. 대부분 인민들이 승리하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파업도 계속 벌어진다. 심지어 국가 소유의 산업에서도 지방 관리자들이 임금을 인상할 권한을 가진다.

지난해 국방비보다 국내 치안에 더 많은 돈을 쏟았다는 사실에서 중국 지배자들이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을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공해

이것이 “중국의 봄”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 소요들은 개별 공무원이나 관리자에 맞선 전투이지 체제를 바꾸려는 시도는 아니다. 이 두 가지가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파업은 일반화할 가능성이 가장 큰 행위다. 2010년 여름에 자동차 산업에서 파업이 잇따랐다. 당시 파업의 조직 수준은 상당히 높았고, 노동자들은 공개적으로 대표자를 선출했다.

파업의 공세적인 요구 조건도 인상적이었다. 노동자들은 더 많은 임금과 더 적은 노동시간을 요구했다. 또 아주 구체적인 요구 조건도 있었다. 예컨대, 2백 마일 떨어진 같은 회사의 노동자들과 동일한 임금을 받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연결돼 있어서 임금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한 파업이 또 다른 파업을 촉발하는 경향도 있다. 새로운 세대의 농촌 출신 이주노동자들[농민공]의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

그들이 늘 명확히 표현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은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 부모 세대가 갖지 못했던 힘을 그들은 갖고 있다는 것이다.

보시라이는 이런 불만의 물결을 타고 넘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공산당의 다른 이들은 이런 불만을 흡수하려 하지만 이것은 위험 요소가 큰 전략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전, 러시아 관리들은 합법 노조를 만들어 볼셰비키의 영향력을 차단하려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아 혁명을 심화시켰다.

중국 지배계급에게 손쉬운 해결책은 없다. 경기가 심각하게 후퇴한다면, 아래로부터 분노가 더 크게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지배자들은 모든 요소가 갖춰져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빠진 건 기폭제뿐이다.

입력 2012-09-0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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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려야 할 것은 군비가 아니라 복지다

김영익

이명박 정권은 임기 마지막 해까지 호전적인 군사 정책을 추진하며, 한반도와 동아시아 불안정을 부채질하고 있다. 

8월 29일 국방부는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내놨다. 핵심 내용은 군 병력을 52만 2천 명까지 점진적으로 감축하되, 전투 위주의 군을 만들기 위해 산악여단, 잠수함사령부 등을 창설하고 신무기로 전력을 증강하겠다는 것이다. 

또, 국방부는 “북한의 국지 도발과 전면전 도발 의지를 꺾기 위해 평상시에도 기존의 ‘억제’에서 ‘적극적 억제’로 군사전략을 전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각종 무기를 도입 · 증강 배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방부 계획을 위해서는 앞으로 5년 동안에만 1백99조 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무상보육에 필요한 예산은 돈이 없다고 지자체 등에 떠넘기면서 말이다. 

북한군과 교전이 자주 벌어진 서북 도서에 군사력을 강화하고 공세적인 전략을 채택하는 것도 연평도 상호 포격 사태 같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키울 것이다.

통합

한편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폭로한 ‘제주 해군기지 실시 설계 보고서’를 보면, 제주 해군기지가 주한미군이 요구한 수심에 맞게 설계돼 미국의 핵추진항공모함의 입항이 가능하게 건설되고 있음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이렇게 건설될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동아시아 MD의 중간 기지로 이용될 가능성은 아주 높다.

입력 2012-09-15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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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오위다오 분쟁

미?일 지배자도, 중국 지배자도 편들 수 없다

김영익

지금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에서 중국과 일본 간의 영유권 분쟁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순시선, 함정 들이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대치하는 모습은 동아시아 전체에 심각한 긴장을 낳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이 섬들에 대해 양측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들은 모두 합당한가? 중국 지배자들은 역사적 근거를 통해 이 지역이 자국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1895년 자신들이 먼저 이 섬을 일본 영토로 편입시켰기 때문에, 댜오위다오는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1879년 일본이 류큐 왕국(지금의 오키나와)을 강제로 복속시키기 전에는 댜오위다오는 일본과 중국을 가르는 경계가 아니었다. 1879년 이전까지 이곳은 중국과 조공-책봉 관계였던 류큐 왕국과 타이완을 가르는 경계에 위치한 섬들이었다.

이 섬들이 당시에 류큐 왕국에 속하느냐, 타이완의 “부속도서”였느냐가 쟁점일 수 있으나, 적어도 동아시아가 제국주의 열강들에 의해 강제로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되기 전, 즉 부르주아지의 만국공법(국제법) 체계에 휘말리기 전까지는 양 지역 지배자들에게 그게 지금처럼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일본의 침략

따라서 오늘날 댜오위다오를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 일본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근대 제국주의 국가로 발돋움에 성공한 데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일본 제국주의는 본격적으로 대륙 진출과 해양 확장을 추진하면서, 그 길목에 있는 섬들을 우선 ‘처리’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댜오위다오는 일본의 섬으로 일방적으로 선포됐을 뿐이다. 1895년 청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일본 정부는 댜오위다오를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

그 이후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승리하고 청국과 맺은 시모노세키 조약에서 “타이완과 그 모든 부속도서”를 할양받았다. 그리고 일본이 타이완과 주변 섬들의 지배권을 확립하는 과정은 대만 현지인 수만 명이 학살당한 유혈 낭자한 과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인들에게 타이완 강탈과 더불어 댜오위다오도 민족적 수치의 상징이 된 것이다.

일본이 영유권을 제기하는 핵심 근거는 이른바 “무주지 선점의 원칙”이다. 즉, 주인 없는 땅은 깃발을 먼저 꽂는 사람이 임자라는 식이다.

이는 당시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하는 여러 명분 중에 하나였다. 문명개화론과 더불어 무주지 선점의 원칙은 제국주의 지배를 합리적 행위로 포장하는 데 중요했다. ‘주인 없는 땅’에 깃발 꽂고 자국의 영토라고 우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서구 열강들이 그런 논리로 차지한 땅엔 대체로 선주민이 수 대에 걸쳐 터전을 잡고 있었다.)

이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 건 2차세계대전 종전 후 오키나와와 일본 본토를 점령한 미국 제국주의 때문이었다. 원칙대로라면, 과거 일본이 부당하게 차지한 영토는 일본이 포기하게 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미국은 오키나와 제도를 미국의 동아시아 지배를 위해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로 간주했다. 그래서 무려 1972년까지 오키나와를 직접 지배하면서 이곳을 주일 미군의 집결지로 바꿔 놨다. 당연히 댜오위다오는 오키나와 제도의 일부로 규정해 미국이 지배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섬 5곳 중 일부 섬들을 미군 사격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나중에 오키나와를 일본 정부에 반환하면서 댜오위다오도 일본에게 반환됐다.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

△일본 남서제도의 자위대와 주일 미군 배치 현황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이 지역이 갖고 있는 지정학적 중요성과 관련이 깊다. [클릭해서 크게 보기] ⓒ김인수, 김영익

그런데 지금 이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건 비단 이런 역사적 상흔 때문만이 아니다. 이 지역에 매장된 막대한 양의 지하 자원 문제, 중국과 일본 등의 배타적 경제 수역(EEZ)의 획정 문제 등이 걸려 있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근의 분쟁은 중국과 미국 간의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이 격화하면서, 이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중국의 부상과 해양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은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조처들을 강화하고 있다. 그중에서 오키나와를 포함한 일본 남서 제도에서의 군사적 조처들은 매우 중요하다.

일본은 2010년 신방위대강에서 “동적 방위”로의 전환을 천명하면서 평화헌법에 구애받지 않는 “‘싸우는 자위대’로의 변모”를 선포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기존 안보협력을 강화하며 남서 제도의 이시가키, 미야코, 요나구니 섬 등에 자위대를 증강하거나 새로 배치하고 있다. 대만에서 겨우 1백 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요나구니 섬까지 일본 자위대가 촘촘한 방어선을 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오키나와에 미 해병대의 신형 수직 이착륙기 오스프리를 배치하려 하고, MD 체제의 핵심인 X밴드 레이더를 일본 남부에 추가 배치하기로 일본과 합의하는 등 일본 규슈에서 일본 최남단의 요나구니 섬까지 이르는 지역에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일본과 미국은 이 도서 방어선을 후방에서 뒷받침해 줄 괌 기지를 공동으로 사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즉 미국과 일본의 최근 군사 동향을 보면, 일본 남서 제도를 중국을 견제할 지정학적 요충지로 바라보는 미일 양국 지배자들의 시각이 보인다.

당연히 중국 지배자들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중국 본토에서 태평양으로 나아가려면 이 남서 제도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번 매코맥 교수가 지적했듯이, 중국 지배자들은 남서 제도의 군사 기지들을 자신들의 태평양 진출을 가로막는 ‘만리장성’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오키나와의 지정학적 위치상, 유사시 미국이 중국 본토를 타격할 핵심 전진기지 구실을 할 곳도 바로 여기다.

그래서 중국 지배자들은 일본 정부의 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처를 그저 소유권 이전으로만 보지 않는 것이다. 중국 지배자들은 댜오위다오에서 일본의 실효적 지배가 강화되는 것은 바로 자신들을 잠재적으로 괴롭힐 ‘만리장성’이 강화되는 것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이 지역을 둘러싼 충돌과 갈등도 사실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의 일부다. 미국과 일본 지배자들의 대중국 포위망 구축에 대해 중국 지배자들이 맞대응하면서 동아시아 전역에서 긴장이 쌓이고 갈등이 빈번해지는 것이다.

제국주의 간 격돌

따라서 사회주의자들은 미 · 일 지배자들의 행태뿐 아니라,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주장하며 인근에서 무력 시위를 벌이는 중국 지배자들의 행위도 결코 지지할 수 없다.

오늘날 중국은 더는 과거 일본에게 짓밟히던 반(半)식민지 국가가 아니다. 지금의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며,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최근 군사력을 급격히 증강하는 제국주의 국가다. 중국은 세계에서 군비 증강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이며, 최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과 항공모함 배치 등으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나섰다.

게다가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를 비롯한 여러 소수 민족들의 민족자결권을 무시하며 이들을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있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회주의자들은 댜오위다오에서 중국과 일본(미국)의 갈등에서 양 지배자들 중에 어느 한편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 중국 제국주의가 댜오위다오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이것이 저항적 민족주의의 승리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국주의 경쟁의 격화를 의미할 뿐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중국과 일본(미국) 중 어느 한쪽 지배자들의 편이 아니라, 양쪽 지배자들 모두에 맞서야 한다. 

중국 내의 반일 시위는 어떻게 볼 것인가

 

반면 중국 각지에서 터져 나온 반일 시위는 그 성격이 매우 복잡하고 모순적이다.

물론 이 시위대가 주장하는 댜오위다오의 실지 회복 요구를 지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족 민족주의와 더불어 과거 식민지 경험과 고통에 대한 분노도 깔려 있고, 또한 일본 파나소닉과 혼다 등 다국적 기업의 착취에 대한 정당한 불만도 섞여 있다.

자신들을 억압하고 지배하는 자국 지배자들을 바라보는 반일 시위대의 감정도 복잡한 것 같다. 일부 시위에서 마오쩌둥 초상화가 등장한 것을 보면 말이다.

이 때문에 중국 지배자들의 대응도 제각각이었다. 광둥성의 일부 기업주들처럼 한때 반일 시위 흐름에 편승하려 한 자들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대체로 이 시위의 잠재적 위험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보는 듯하다. 특히 파나소닉 공장 등이 현지 노동자들에게 습격당한 것은 중국 지배자들에게도 불길한 징조다. 중국은 그동안 다국적 기업들과의 협력으로 고도 성장을 구가해 왔는데, 노동자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소외받고 있다고 분노를 표출한 것이니 말이다. 이미 산둥성 캐논 공장 등 일부 일본 다국적 기업에서 노동자들이 반일 구호와 함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오늘은 일본 기업과 일본인 관리자들이 분노의 대상이지만, 내일은 중국 기업과 중국 관리자들에게 분노가 쏟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에서 벌어진 반일 시위는 시간이 갈수록 자국 지배자들에 대한 분노와 저항으로 전환되곤 했다. 그래서 지금 중국 지배자들이 이 시위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며 금지 조처를 내린 것이다.

입력 2012-09-2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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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동아시아 영토 분쟁과 불안정

균형외교가 평화를 보장해 줄까

김영익

댜오위다오, 난사군도 등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을 보면서, 새삼 동아시아가 얼마나 불안정한 지역인지를 실감한다. 

이런 영유권 다툼은 바로 중국, 미국 제국주의 등이 벌이는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의 일부다. 그리고 이런 제국주의적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와중에, 이명박 정권이 그동안 보인 행태는 정말 우려스럽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천안함 사태, 연평도 상호 포격, 댜오위다오 분쟁 등이 벌어질 때마다 기존 동맹국들을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중심의 군사동맹으로 더 강하게 묶으려 애썼다.  

2006년 평택 미군기지 확장 강행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세웠던 노무현 정부는 결국 평택 미군기지 확장 등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일들에 적극 나섰다. 이런 전략과 세력에 의지해선 동아시아의 불안정을 해결할 수 없다. ⓒ임수현

이명박 정권은 이에 협조해 왔다. 서해에서 일련의 한미 합동군사훈련들을 실시했고, 한일 군사협정까지 체결하려 했다. 또한 미국의 동아시아 MD 체제 구축에 협조하며 MD 체제에서 중요한 구실을 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였다. 

이명박 정권은 새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려는 등 군비 증강에도 열을 올렸다. 

이명박 정권의 한미동맹 강화, 군비 증강이 중국 지배자들을 자극했음은 물론이다. 즉, 이명박은 ‘불난 집에 부채질’해 온 셈이다. 

이에 대한 반발 속에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한겨레>는 “갈등하는 두 거인 사이에서 … 어느 때보다 입체적이고 균형있는 외교가 절실히 요청된다”고 촉구한다.

이런 주장은 이미 노무현 정부 때 “동북아 균형자론”으로 등장한 바 있다. 

심지어 일부 보수파들도 “연미화중(聯美和中)”, 즉 변화한 정세에 맞게 미국과의 동맹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중국과도 화합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인다. ‘뼛속까지 친미’라는 새누리당이 올해 초 새로운 정강 · 정책에 “평화 지향적인 균형외교”를 넣기도 했다.

이는 탈냉전 이후 20여 년 동안 동아시아의 경제적 · 정치적 관계가 일정하게 변해 왔음을 보여 준다. 2000년대 아시아 국가들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매우 커졌고, 중국은 아시아 국가들의 외화 획득 원천과 시장으로서 미국의 구실을 대체하고 있다. 

즉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지배자들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으면서도, 중국을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두고 있는 모순적 상황이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이나 일본 하토야마 정권의 “아시아 중시 외교”가 나왔던 것이다.

“아시아 중시”

그러나 과거 노무현 정부의 경험에서 드러나듯이, 지금의 균형외교론자들도 결국 한미동맹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는 “친미적 자주”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균형자 구실을 말하면서도  현실에서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전략적 유연성’ 합의 등 친미 노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오죽하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선임보좌관이었던 마이클 그린이 “한미동맹에 대한 그[노무현]의 기여는 전두환, 노태우 이상”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한국 지배자들의 처지에서 미국과의 관계는 통상 규모로만 따질 수 없는 중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고, 달러는 여전히 기축 통화며, 미국은 전 세계 군비의 절반을 차지한다. 노무현 정부도 결국 이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이 설사 다자안보체제를 지향한다고 해도 그것이 평화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중국, 일본 등 이 지역의 열강들 모두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군사력 사용도 마다하지 않는다. 즉, 이들도 동아시아를 불안정에 빠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러시아 혁명가 레닌이 지적했듯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각 국민국가의 발전 정도는 불균등하고, 자본주의의 역동적 발전 과정 자체가 이런 불균등의 분포를 수시로 바꿔 버린다. 이것이 제국주의 국가 간 힘의 균형을 변하게 하고, 이들 간에 쟁투와 갈등이 일어나게 한다. 즉, 자본주의 경쟁 속에서 열강들의 협력은 항구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이 때문에 균형론에는, 열강들의 각축전 속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내기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포함돼 있다. 임동원 · 이종석 · 정세현 등 김대중 · 노무현 정부의 인사들이 주축이 된 한반도평화포럼도 “김대중 · 노무현 정부 10년간 한국의 국방비가 2배로 증가했다”며 강력한 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것이 동아시아 불안정에 한국도 제대로 한몫하겠다는 말과 무엇이 다를까? 이미 한국은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군비 증강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그러므로 균형외교론은 어떤 의미에서든 평화를 위한 진보의 노선이 될 수 없다. 이것은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동아시아에서 살아남아 제 몫을 챙기려는 한국 지배자들의 고민을 보여 줄 뿐이다.

한국 지배자들은 미국과 동맹을 가깝게 유지하면서도 중국의 고도 성장에서 이익을 얻는 ‘균형’을 누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2008년 경제 위기로 국가들 간에 경쟁적 성격이 점차 강해지면서 모순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진보진영은 민주당 등이 주장하는 균형외교와는 다른 독립적 대안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는 제국주의 열강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려는 지배자들의 외교 전략에 기댈 게 아니라, 반제국주의적인 국제 연대를 건설해 진정한 평화를 쟁취해야 한다.

일본 도쿄와 오키나와에서 미군 신형 군용기 ‘오스프리’ 배치에 반대해 10만여 명이 시위에 나선 것이나 홍콩에서 중국 지배 체제를 옹호한 국민교육 도입에 반대하는 12만 명의 시위대가 보여 주듯이, 점증하는 위기에 맞서 희망도 싹트고 있다. 

이런 운동이 각국에서 더 크게 성장하고 국제적 연대가 구축된다면,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지배자들을 패퇴시킬 진정한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입력 2012-09-15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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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해외파병 현황과 5개 지역 파병연장의 문제점

아프가니스탄, 아랍에미레이트, 레바논, 소말리아, 아이티의 파병 현황

제3회 평화군축박람회, 이야기마당

한국군 해외파병 현황과 5개 지역 파병연장의 문제점

     - 아프가니스탄, 아랍에미레이트, 레바논, 소말리아, 아이티의 파병 현황

일시 : 9월 18일 화요일 저녁 7시

장소 : 민주노총 15층 교육장

* 참가자들에게는 각 지역 파병 현황에 관해 정리한 자료집도 드립니다.

* 이슬람 모욕 영상 사태와 미 대사의 죽음, 그리고 아랍 지역의 긴장 고조에 관한 이야기들도 나누는 자리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입력 2012-09-15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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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로켓 발사

한미일 지배자들은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김영익

북한 당국이 12월 10일~22일 사이에 광명성 3호 2호기 위성을 발사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로켓 발사 실패 이후 겨우 8개월 만이다. 우리는 대내외적 위상을 높이려는 북한 지배자들의 시도인 로켓 발사를 두둔할 수 없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도 2009년에 “위성용 로켓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표리일체”라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러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한반도 평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 로켓 발사를 두고 미국, 한국, 일본 등이 가하는 비난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오바마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미사일을 퍼부어 수많은 민간인을 살상할 때, 이것을 “자기 방어”라고 옹호했다. 그랬던 미국이 북한의 로켓 발사 실험을 “심각한 도발 행위”라고 비난하는 것은 순전히 위선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발사 때처럼 여차하면 북한 로켓을 요격하겠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으며, 한국 정부도 추가 제재를 요구한다.

이들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이라고 비난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적반하장이며 이중잣대다.

동아시아의 강대국들이야말로 북한보다 훨씬 앞선 기술력으로 우주에서 치열하게 군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 상공에 첩보 위성만 10여 개를 띄웠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장거리 미사일로 위성 요격 실험을 하는 등 우주 기술을 군사용으로 가장 많이 활용해 왔다.

중국도 미사일로 위성을 요격하는 실험을 수행한 바 있고, 미국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맞서 독자적인 GPS인 베이더우를 구축해 왔다.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체 위성발사체를 보유한 국가며, 이를 활용해 군사 위성들을 우주에 올리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로켓을 발사하기로 한 것은 나로호를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바로 “나로호의 2단 추진체를 국내 기술로 개발한 경험” 덕분에 남한도 “3천 킬로미터 급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잠재적 기술력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나로호 발사체(KSLV-1)와 은하 3호는 본질적으로 똑같다.

지정학적 불안정

북한은 이번에 ?느닷없이’ 로켓을 발사한다고 나선 것이 아니다. 이것은 최근 동아시아의 긴장이 급격히 증대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최근 들어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지에서 관련국들 사이에 긴장이 치솟았고, 북한, 남한, 중국으로 둘러싸인 서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는 미국이 새로운 도전자인 중국의 부상을 막고 패권을 유지하려는 것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동아시아는 치열한 군비 경쟁의 장이 돼 가고 있다. 미국은 2020년까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해군력의 60퍼센트를 배치하기로 했고, 일본 지배자들 사이에서는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하고 자위대를 국방군(국군)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다수가 돼 가고 있다.

그리고 동아시아의 각국은 특히 미사일 등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은 최대 규모의 MD 요격 실험을 실시했다. 일본도 미국의 MD 체제에 참가해 왔다.

한국도 MD에 사실상 발을 담그며, PAC-3 등 신형 미사일을 도입하려 한다. 또한 한미미사일지침을 개정해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8백 킬로미터로 연장했고, 자체 미사일 전력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거듭되는 나로호 발사 시도도 이 연장선에 있다. 지난 10월에 대만도 항공모함을 공격할 수 있는 슝펑-3 미사일 개량형을 시험 발사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응해, 올해 중국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다.

게다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바로 북한을 핑계 삼아 호전적 군비 증강을 정당화한다. 일본의 MD 참가도,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도 모두 미국이 북한을 위협으로 지목한 덕분에 가능했다.

이런 변화가 북한 지배자들을 상당히 압박했을 것이다. 북한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하고 재래식 전력 면에서 남한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인데다, 로켓 발사를 아직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상황이니 말이다.

이처럼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이 북한 지배자들로 하여금, 인민이 굶주리는 속에서도 엄청난 물자를 핵과 로켓 개발에 쏟아붓게 부추긴 것이다.

지난 20년간 북미 관계는 제재와 협상이 교차하면서 위기가 심화하는 과정을 밟아 왔다. 1991년 탈냉전 후 미국이 처음으로 북한을 주요한 위협으로 지목했을 때, 북한에는 핵무기도 중거리 미사일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이자 장거리 미사일 보유국이 됐다.

오바마 1기 정권 하에서도 이 패턴은 거의 고스란히 반복됐다. 오바마는 ‘부시 3기’라 불릴 만큼 이른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한을 악의적으로 무시하고 군사적 압박을 지속했다. 오바마는 북한과 대화를 할 때조차도, 지지부진 시간을 끌기 바빴다.

이 때문에 조바심이 난 북한 지배자들이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와 2차 핵실험을 일으켰고, 2012년 4월 광명성 3호를 발사한 것이다.

이처럼 오바마 1기 정권의 “전략적 인내”는 사실상 파탄났지만, 오바마 2기 정권에서 대북정책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민주당은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개발해 국제적인 의무를 따르지 않는 북한 정권이 가혹한 선택에 직면하도록 할 것”이라고 이전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오바마 2기에도 북미관계에 별 다른 진전 없이 “악의적 무시”가 계속될 수 있다. 그래서 북한 지배자들은 이번 발사를 통해 북미 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오바마에게 보내려는 것일 수 있다.

물론 김정일 사망 1주기를 맞아 유훈을 앞세워 로켓 발사에 성공한다면, 김정은 정권의 권력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제재 반대

미국 지배자들은 이번에도 유엔 등을 통한 제재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지난 4월 로켓 발사로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의장 성명에는 북한이 또다시 로켓을 발사하면 바로 안보리를 소집한다는 ‘트리거’(방아쇠) 조항이 들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추가 제재안에 강력한 금융 제재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엔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도, 중국의 존재 때문에 제재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북한의 평범한 사람들이 더 고통받고, 한반도에서 긴장과 갈등만 더 커질 뿐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로켓 발사를 빌미 삼아 호전적 조처들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이것은 중국 지배자들을 자극해 이들의 맞대응을 부를 것이다. 그리고 로켓 추가 발사, 핵실험 등 북한의 대응이 있을 수 있고, 안 그래도 긴장이 쌓이고 있는 서해에서 또다시 군사 교전을 부를지 모른다.

따라서 이 와중에 높아지는 긴장에 부채질을 해대는 이명박과 박근혜의 행보는 정말 봐주기 힘들다. 이명박은 “북한이 선호하는 후보” 운운하며 북풍 몰이를 시도하고 있다. 보수언론들도 북한의 로켓 발사가 ‘나로호와 다른 게 뭐냐’라는 통합진보당의 상식적인 물음에 악의적 왜곡과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편, 민주당과 자유주의 언론들도 한 · 미 · 일의 대북 압박과 긴장 고조 행위는 말하지 않은 채 북한만을 문제삼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북한 로켓 발사의 배경에 있는 이 지역의 긴장 고조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미국 제국주의의 전략에 반대하고 한국 지배자들의 친제국주의 정책에 맞서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진보진영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제국주의적 압박에 반대하고, 한미일 동맹 강화와 군비 증강에 맞서야 한다.

입력 2012-12-0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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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이명박의 파산을 보여 준 북한 로켓 성공

한미일의 위선적 대북 제재에 반대해야

김영익

12월 12일 북한이 광명성 3호 2호기를 실은 은하 3호 발사에 성공했다. 광명성 3호 2호기를 예정된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북한은 1998년 처음으로 위성 발사를 시도한 이래, 4번째 만에 위성 발사 능력을 입증해 보였다. 북한은 세계에서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한 10번째 국가로 인정될 듯하다. 이는 남한의 나로호가 거듭 발사에 실패하는 것과 대조적인 결과여서, 남한 지배자들은 앞으로 “북한발 스푸트니크 쇼크”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발사 성공으로 2009년 은하 2호 발사 후 북한 당국이 로켓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뤘다는 게 드러났다. 또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능력이 있다는 점도 보여 줬다. 위성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은 본질적으로 똑같기 때문이다.

물론 핵탄두 소형화,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몇 가지 기술적 진전이 필요해, 북한이 미국 전역을 겨냥한 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사회주의자들은 남한의 나로호 개발을 지지하지 않았듯이, 북한의 로켓 발사와 핵 개발도 지지할 수 없다. 인민이 식량난에 고통받는 와중에 막대한 자원을 핵과 로켓 개발에 쏟아붓는 것은 북한이 진정한 사회주의 체제와 무관하다는 점을 보여 줄 뿐이다. 게다가 북한의 핵과 로켓 개발은 반제국주의 운동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발사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가 완전히 파산했음을 더는 숨길 수 없게 됐다. 오바마 정부는 집권 초부터 대북 정책에서 이전 정권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오바마 정부는 전임 부시 정부와 마찬가지로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제거”를 목표로 삼았고, 이를 위해 군사적 수단을 배제하지 않았다.

“전략적 인내”의 파산

북한이 먼저 핵부터 포기해야 북미 대화에 나서겠다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북한 지배자들의 반발만 초래했다. 지난 4년 동안 북미 관계는 “제재와 핵실험, 제재와 미사일 발사 등 도발과 제재의 정면 충돌”로 진행돼 왔다. 북한은 2009년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그리고 이는 농축우라늄 시설 가동과 경수로 건설로 이어졌다. 여기에 올해 2차례의 로켓 발사를 더해야 한다. 즉, 오바마 정권의 대북 적대 정책은 북한 지배자들이 로켓과 핵무기 능력을 높이는 데 더 매달리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의 대북 정책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었다. 이명박 정권과 오바마 정권은 대북 적대 정책이란 면에서 서로 앞에서 끌어 주고 뒤에서 밀어 주는 형국이었다. 따라서 이번 로켓 발사 성공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이 완전히 파탄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20년 동안 향상된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능력은 모두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의 결과다. 2003년 6월 미국 의회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 관리들은 “우리가 핵무기를 제조하는 것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하고 말했다. 2002년 1월 이라크 · 이란 ·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미국이 1년 만에 이라크를 침략하고 사담 후세인을 사형시켰으니, 북한 지배자들이 이런 결론에 이를 만도 했다.

오바마가 집권한 후 중미 갈등이 본격화한 점도 최근 북한 지배자들이 로켓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데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오바마는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북한 문제’를 적극 활용했다. 천안함 침몰을 계기로 일본 후텐마 기지의 이전 문제를 자국에 유리하게 해결했고, 연평도 상호 포격 사태가 벌어지자 서해로 항공모함을 들여 보냈다. 그리고 한국에게 MD에 공식 참가하라고 촉구하고, 한일군사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등 오바마 정권은 북한을 빌미 삼아 한미일 삼각 동맹의 구축을 꾀했다.

중미 갈등 속에 동아시아 영유권 분쟁이 불붙는 등, 이 지역에 긴장이 높아지자 군비 경쟁도 치열해졌다. 세계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음에도, 이 지역은 군비가 급격히 증가해 왔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중국, 일본, 한국, 대만, 인도 등 5개국의 국방비가 지난 10년 동안 2배로 늘었다.

그래서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도 북한의 로켓 발사가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력 증강,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 대국화,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그리고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 움직임에 대한 맞대응의 성격”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2기 정권 하에서도 “전략적 인내”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북한 지배자들은 이번 발사를 통해 북미 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오바마에게 보내려는 듯하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오바마 재선 후 대북정책에 관한 첫 일성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도와주겠다’는 버마 양곤대학에서의 연설이었는데, [북한 지배자들은] 크게 실망하면서 당분간 대미관계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고 분석했다.

물론 북한 지배자들이 국내 지배 체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이번 로켓 발사의 중요한 배경이다. 최근 군 총참모장 리영호의 숙청설이 제기되는 등 3대 세습의 불안정 요인이 지속되는 듯한 상황에서, 북한 지배자들은 김정일 사망 1주기에 맞춰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로켓 발사 성공을 과시하려 했을 것이다.

제재와 도발의 악순환

북한의 로켓 발사가 성공하자, 한미일 지배자들은 “심각한 도발”이라면서 게거품을 물고 있다. 이번에도 이들은 유엔 안보리를 소집하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려 한다.

이밖에도 한미일 지배자들 사이에서 “2005년 BDA(방코델타아시아)식 금융제재”나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금융기관의 달러화 취급을 금지하는 “이란식 제재”를 실시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더 나아가 북한에 기항한 선박의 항구 입항을 사실상 막는 해운 분야 제재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제재의 백화점”이라고 불릴 만큼 강도 높은 제재를 받고 있어, 추가 제재는 별 효과가 없을 듯하다. 중국이 제재에 협조할 가능성도 커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강력한 제재 시도는 북한 지배자들의 반발과 충돌을 다시 부를 것이다. 해운 분야 제재는 해상에서 북한과 군사 충돌을 부를지도 모른다. “2005년 BDA식 금융제재”가 이듬해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이어졌다는 점만 봐도, 안보리 결의안 채택이나 추가 금융 제재는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러 3차 핵실험 등 더 위험한 일을 초래할지 모른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는 농축우라늄 수준을 확인하는 등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을 통제해야 한다는 필요 때문에라도 북한과의 대화를 마냥 거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일정 기간 냉각기를 거쳐 북미 대화가 재개될지라도, 긴장은 쉽게 해소될 수 없다. 경제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한 미국은 북한의 요구를 들어 줄 능력에서도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의지가 없다. 북한 ‘악마화’는 앞으로도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 전략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중에 북미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약속 불이행 문제나 돌발 변수 등이 불거져 다시 위기가 고조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일 지배자들은 이번 발사를 기회로 삼아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시도할 것이다. 한일군사협정 등이 재추진되는 등 한미일 삼각 동맹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더 강화될 것이다. 한국 지배자들은 “북한발 스푸트니크 쇼크”를 빌미로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재처리 권리 등을 확보하자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일본 지배자들도 군사력 강화를 시도할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일본 총선 출마자 상당수가 “일본이 핵무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대답한 점은 매우 불길한 징조다.

이런 시도들이 동아시아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 제재와 호전적 조처들에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 핵과 미사일을 만드는 북한 지배자들이 ‘괴물’이라면, 그 ‘괴물’을 만든 ‘악마’는 바로 미국 제국주의와 그 동맹국들의 제국주의적 압박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대선

우파들은 대선 정국에서 북한 로켓 문제를 어떻게든 유리하게 써 먹으려 한다. 박근혜는 대통령에게는 “확고한 안보 리더십과 국가관”이 필요하며 “애국가 부르기를 거부하고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으려는 세력과 동조하는 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는가” 하며 색깔론도 다시 들먹이고 있다. 새누리 총괄선대본부장 김무성은 또다시 NLL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는 또다시 이런 보수파들의 논리와 압박에 타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안보 무능력’, ‘대북 정보 부재’ 등이 문제라는 주장으로는, 박근혜와 우파들을 이길 수 없다.

<한겨레> 등 자유주의 언론들도 북한의 책임을 주되게 묻고 있다. <한겨레>는 12월 13일자 사설에서 “북한의 핵 능력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 제재의 강화는 불가피하다”고까지 주장했다. 그 점에서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의 일부조차 제국주의라는 이 문제의 핵심 원인과 책임을 보지 않는 것은 매우 아쉽다.

한반도 평화 실현은 제국주의 열강들의 긴장 고조 행위와 대북 제재 등에 맞서야만 가능하다. 진보진영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불안정을 높이는 제국주의에 맞서며, 남한 지배자들의 친제국주의적 정책에도 반대하는 아래로부터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입력 2012-12-1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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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로켓 발사 성공 ? 오바마·이명박이 만들어 낸 위험

위선적 대북 제재는 긴장만 더 키울 뿐이다

김영익

12월 12일 북한이 광명성 3호 2호기를 실은 은하 3호 발사에 성공했다. 광명성 3호 2호기를 예정된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북한은 1998년 처음으로 위성 발사를 시도한 이래, 4번째 만에 위성 발사 능력을 입증해 보였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가능성도 보여 줬다. 물론 핵탄두 소형화,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몇 가지 기술적 진전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사회주의자들은 남한의 나로호 개발을 지지하지 않았듯이, 북한의 로켓 발사와 핵 개발도 지지할 수 없다. 인민이 식량난에 고통받는 와중에 막대한 자원을 핵과 로켓 개발에 쏟아붓는 것은 북한이 진정한 사회주의 체제와 무관하다는 점을 보여 줄 뿐이다. 게다가 북한의 핵과 로켓 개발은 반제국주의 운동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발사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가 완전히 파산했음을 더는 숨길 수 없게 됐다.

북한이 먼저 핵부터 포기해야 북미 대화에 나서겠다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북한 지배자들의 반발만 초래했다. 지난 4년 동안 북미 관계는 “제재와 핵실험, 제재와 미사일 발사 등 도발과 제재의 정면충돌”로 진행됐다. 북한은 2009년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그리고 이는 농축우라늄 시설 가동과 경수로 건설로 이어졌다. 여기에 2012년 두 차례의 로켓 발사를 더해야 한다. 즉, 오바마 정권의 대북 적대 정책은 북한 지배자들이 로켓과 핵무기 능력을 높이는 데 더 매달리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의 대북 정책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었다. 이명박 정권과 오바마 정권은 대북 적대 정책이란 면에서 서로 앞에서 끌어 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형국이었다. 따라서 이번 로켓 발사 성공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이 완전히 파탄 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바마가 집권한 후 중미 갈등이 본격화한 점도 북한 지배자들이 로켓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데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오바마는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북한 문제’를 적극 활용했다. 천안함 침몰을 계기로 일본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자국에 유리하게 해결했고, 연평도 상호 포격 사태가 벌어지자 서해로 항공모함을 들여보냈다. 그리고 한국에 MD에 공식 참가하라고 촉구하고, 한일군사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등 오바마 정권은 북한을 빌미 삼아 한미일 삼각 동맹 구축을 꾀했다. 오바마 재선 이후에도 이런 기조가 달라질 조짐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도 북한의 로켓 발사가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력 증강,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 대국화,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그리고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 움직임에 대한 맞대응의 성격”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북한 지배자들이 국내 지배 체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이번 로켓 발사의 중요한 배경이다. 최근 군 총참모장 리영호의 숙청설이 제기되는 등 3대 세습의 불안정 요인이 지속하는 듯한 상황에서, 북한 지배자들은 김정일 사망 1주기에 맞춰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로켓 발사 성공을 과시하려 했을 것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가 성공하자, 한미일 지배자들은 “심각한 도발”이라면서 게거품을 물고 있다. 차기 미 국무장관이 유력한 존 케리는 “미국과 동맹국들은 국가안보를 위해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고, 한미일 정부는 유엔 안보리를 소집해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려 한다.

이 밖에도 한미일 지배자들 사이에서 “2005년 BDA(방코델타아시아)식 금융제재”나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금융기관의 달러화 취급을 금지하는 “이란식 제재”를 실시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제재의 백화점”이라고 불릴 만큼 강도 높은 제재를 받고 있어, 추가 제재는 별 효과가 없을 듯하다. 중국이 제재에 협조할 가능성도 커 보이지 않는다.

제재와 도발의 악순환

무엇보다 강력한 제재 시도는 북한 지배자들의 반발과 충돌을 다시 부를 것이다. “2005년 BDA식 금융제재”가 이듬해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이어졌다는 점만 봐도, 안보리 결의안 채택이나 금융 제재는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러 더 위험한 일을 초래할지 모른다.

물론 오바마 정부는 농축우라늄 수준을 확인하는 등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을 통제해야 한다는 필요 때문에라도 북한과 대화를 마냥 거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일정 기간 냉각기를 거쳐 북미 대화가 재개될지라도, 긴장은 쉽게 해소될 수 없다. 경제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한 미국은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능력에서도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의지가 없다. 북한 ‘악마화’는 앞으로도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 전략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돌발 변수 등이 불거져 다시 위기가 고조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일 지배자들은 이번 발사를 기회로 삼아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시도할 것이다. 한국 지배자들은 북한 로켓을 빌미로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신형 요격 미사일의 개발 · 배치를 서두르려 한다. 또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리 등을 확보하자고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다. 

일본 지배자들도 이번 기회를 핑계로 군비를 더욱 증강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압승한 자민당은 군비 증강, 집단적 자위권 도입 등을 공언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 한국 등과 MD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한일군사협정을 재추진하는 등 한미일 삼각 동맹을 구축하려는 시도도 강화할 것이다. 미국 지배자들은 북한 로켓 발사를 중국을 직접 압박할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미 의회는 이번에 북한 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상 · 하원 합동 결의안을 추진하는데, 여기에 ‘중국은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북한에 로켓 발사 운반 차량을 수출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내용도 포함될 듯하다. 

이런 시도들이 중국의 반발 등으로 동아시아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 제재와 호전적 조처들에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 핵과 미사일을 만드는 북한 지배자들이 ‘괴물’이라면, 그 ‘괴물’을 만든 ‘악마’는 바로 미국 제국주의와 그 동맹국들의 압박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우파는 대선 정국에서 북한 로켓 문제를 어떻게든 유리하게 써먹으려 했다. 이명박은 ‘북한이 선호하는 후보’ 운운했고, 박근혜는 ‘3차 핵실험이 예고된다’며 위기의식을 부추기고 색깔론을 들먹이기도 했다.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자유주의 언론은 또다시 이런 보수파들의 논리와 압박에 타협했다. 그래서 ‘안보 무능’ 논리로 이명박을 비판하며 “북한의 핵 능력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 제재의 강화는 불가피하다”고까지 주장했다. 

그 점에서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의 일부조차 제국주의라는 이 문제의 핵심 원인과 책임을 보지 않는 것은 매우 아쉽다.

한반도 평화 실현은 제국주의 열강들의 긴장 고조 행위와 대북 제재 등에 맞서야만 가능하다. 진보진영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불안정을 키우는 제국주의에 맞서며, 남한 지배자들의 친제국주의적 정책에도 반대하는 아래로부터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입력 2012-12-2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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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을 돌아보며

제국주의 ─ 동아시아에서 고조된 긴장과 갈등

김영익

지난 2~3년간 동아시아에서는 긴장과 갈등이 증대했지만, 특히 2012년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일대에서 주변 국가들이 영유권 분쟁을 크게 겪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이는 오늘날 중국이 수십 년간의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통해서 미국 패권의 잠재적 도전자로 떠오른 것과 관련 있다. 경제성장 덕분에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은 수년 전부터 급격히 커졌다. 2000년대 아시아 국가들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크게 늘었고, 중국 경제는 아시아 국가들의 외화 획득 원천과 시장으로서 미국을 대체할 정도로 커졌다. 

ⓒ레프트21

자국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보장하려는 중국 지배자들의 외교적 · 군사적 노력도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에 위협이 됐다. 예컨대 중국이 남중국해 무역로 보호를 위해 해군력을 증강하는 것은 미국의 해상 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미국 지배자들은 전통적으로 유라시아에서 자신의 패권을 위협할 경쟁국의 부상을 경계해 왔는데, 지금 중국이 바로 그런 국가다.

게다가 세계경제 위기 속에 미국과 중국은 무역과 환율을 둘러싸고 심각한 경제적 갈등을 벌이기 시작했다. 즉, 지정학적 경쟁과 경제적 경쟁이 결합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1기 오바마 정부는 집권 초부터 중국의 부상을 겨냥해 역량을 재배치해 왔다. 즉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과잉 확장”돼 있는 군대의 규모를 조정하고 외교적 · 군사적 힘을 부분적으로 아시아 태평양으로 이동해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려 한 것이다. 

특히 중국이 자국의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동중국해, 남중국해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일본에도 매우 중요한 해상 무역로며, 주변국들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긴장하는 주변 국가들에 보호막을 제공하며 동맹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이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2012년에 나타난 여러 분쟁의 바탕이 됐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MD 체제를 구축하는 등 일본, 한국, 호주 등 기존 동맹국들을 긴밀히 묶어 뒀다. 그리고 인도와 군사 협력 수준을 높이려 애쓰며 필리핀, 베트남 등과도 긴밀한 협력 관계로 나아갔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포위 · 견제하려고 이 국가들의 기지를 이용하고, 현지 연합 훈련으로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 지배자들도 미국의 중국 포위망에 맞섰다. 중국은 4월 22~27일 서해에서 러시아와 함께 최초의 공식 연합 해상훈련을 하는 등 다양한 대응을 펼쳤다. 항공모함을 진수하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군비를 증강했다.

이처럼 점차 고조하던 중미 갈등은 결국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심각한 영유권 분쟁을 촉발시켰다. 4월 초 남중국해 황옌다오(스카보러 섬)에서 중국과 필리핀의 해상감시선들이 어업 감시와 단속을 놓고 2개월간 대치했다. 

화약고

이 대치는 미국의 노골적인 개입으로 더 악화했다. 한참 해상 대치 중인 4월 16~27일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함께 대규모 해상 훈련을 했다. 

여름에는 동중국해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에서 중국과 일본이 심각한 갈등을 일으켰다. 이 긴장이 결정적으로 고조된 것은 9월 10일 일본 정부의 댜오위다오 국유화 발표였다. 만주사변이 일어난 국치일을 코앞에 두고 이 소식을 접한 중국인들은 격분했다. 전국 각지에서 반일 시위가 분출했다. 

중국 정부는 댜오위다오를 영해기선이라고 발표했고, 지금까지도 일본과 중국은 댜오위다오 주변 해상과 공중에서 빈번하게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은 댜오위다오 분쟁에서 한결같이 일본을 지지했다. 

이런 갈등은 한반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오바마 정권은 전임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 문제’를 적극 활용했다. 한미일 지배자들이 북한을 빌미 삼아 호전적 조처들을 취하자, 이에 압박받은 북한 지배자들은 올해 두 차례 로켓 발사로 대응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전략 때문에 동아시아의 불안정이 커졌고, 동아시아 곳곳에서 긴장이 높아졌다. 이런 과정을 거듭하면서 동아시아는 점차 ‘화약고’가 되고 있다. 심각한 세계경제 위기에도 이 지역은 매우 높은 속도로 군비가 증가하고 있다.

내년에도 미국 경제는 크게 나아질 기미가 없다. 미국 지배자들은 자국 경제를 회생시키려고 중국 지배자들에게 양보하라고 요구하지만, 중국도 경제성장률이 점차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게다가 유로존 위기 등 세계경제 전체가 다시 심각한 위기로 갈 상황에서 이 두 국가가 ‘나눠 먹을 파이’가 점차 줄어드는 형세다. 

따라서 내년에도 중미 관계에서 지정학적 경쟁과 경제적 경쟁이 결합하는 양상은 더 발전할 듯하다. 미국은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려고 동맹 관계 구축과 이간질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중국도 이에 대응해 곳곳에서 미국과 마찰을 빚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주변국 지배자들의 야심도 동아시아 불안정 증대에 일조할 것이다. 특히 일본과 인도 같은 지역 강대국들도 외교 책략과 군비 증강으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이런 움직임들 때문에 동아시아 지역의 국가 관계는 예전보다 훨씬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 지역의 앞날에는 영유권 분쟁, MD 구축과 맞대응 등 여러 불씨가 놓여 있다. 그래서 지배자들의 각축전 속에 돌발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점차 커질 것이다. 

따라서 사회주의자들은 동아시아 불안정의 뿌리인 제국주의와 그 갈등의 양상을 자세히 추적하며, 2013년에도 반제국주의 운동 건설의 과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입력 2012-12-2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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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를 기다리는 ‘최악의 대외환경’

김어진

“험한 바다”, “외부적 시련”. 박근혜 정권이 직면할 동아시아 정세를 두고 언론들이 요약한 말이다. 역대 어느 정권에 비해서도 외부적 조건이 ‘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중국 · 일본 · 북한 · 한국 등에서 독재자나 강경우익 정치인의 직계 자손들이 다시 권력을 잡은 상황도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앞으로 5년 동안의 동아시아 국제정치 전망을 다룬 외교안보연구소 문건, ‘2012-2017 중기국제정세전망’(이하 ‘전망’)에도 잘 나와 있다. 

‘전망’은 중 · 미의 경제적 상호의존이 계속되겠지만 “중국의 경제적 급부상” 때문에 “미국  · 일본의 위안화 절상압력 강화”, “미국과 중국 간 국제금융질서를 둘러싼 마찰과 긴장”이 고조돼 “군사 분야에서 미 · 중 양국의 갈등 가능성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향후 5년을 내다봤다. 

‘전망’의 향후 5년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중국 견제를 위한 해양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배치” → 이것이 “중국 지배층의 핵심 이익과 충돌”해 “시진핑 정권은 미국의 대중 압박에 강경노선으로 대응” → 그 결과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우선, ‘전망’은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세력균형의 변화”가 가져올 “미국의 아시아 중시”는 실질적인 군사력 증강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미 해군력의 60퍼센트를 이 지역에 집중하겠다는 선포에 이어, 일련의 신형 무기들이 아시아에 배치됐다. 

일본 오키나와에 신형 수직이착륙수송기 오스프리 배치, 탄도미사일 추적용 레이더 일본 설치, 싱가포르에 미 최신형 연안전투함 배치, 대만의 미 신형구축함 구입 등. 

그 결과 “향후 5년간 동아시아 안보에 있어 주된 이슈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역내 국가들 간의 해양영유권과 자원을 둘러싼 갈등과 긴장이 될 것이다. 특히 동 · 남중국해 해양영유권분쟁 심화는 역내 국가 간 군비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특히 동북아 주요 국가들에서 강경 보수 정권의 등장이 긴장을 더 높이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외교안보연구소 문건은 “[일본] 자민당이 2013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6년 전에 중단되었던 군사적 보통국가화를 향한 제도화 작업이 다시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민당의 총선 공약은 이를 잘 보여 준다. “신헌법 제정을 통한 자위권, ‘국방군’의 보유(자위대의 군대화), ‘국가안전보장기본법’ 제정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등이 그 사례들이다. 

‘전망’은 북한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보다 할아버지 김일성 시대를 모델”로 지향한다고 분석하면서 북한 정부가 대중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한편, “핵무장 기정사실화”, “남한의 영향력 축소” 등을 모색한다면 동북아 정세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쓰고 있다. 

제국주의적 갈등 고조 

그러나 ‘전망’은 위와 같은 분석과는 모순되는 결론을 내린다. 첫째,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이 군사적 긴장을 제어해 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이다. “미국의 지역 역할 강화는 중국의 공세를 약화시킬 것이다.” 둘째,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강력한 안보 보장이 긴장 고조 완화 구실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은 동맹국들의 안보에 대한 보다 강한 보장을 통해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군비강화의 동기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이것은 긴장 고조와 불안정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을 그것의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완전히 모순된 주장이다. 이것은 이 나라의 지배계급이 처해 있는 모순을 반영하는 것이다. 

사실 “일본과의 동맹체제에 바탕해 동아시아에서 장악하고 있는 해상패권”의 실체는 “미국이 본토 이외의 동아태 지역 전반에 대한 중국의 권력투사능력을 제한하고 봉쇄할 수 있는 군사정치적 능력”이다(이삼성, ‘21세기 동아시아의 지정학-미국의 동아태지역 해양패권과 중미관계’). 이 능력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하나는 “중국 이외의 동아시아 국가들을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체제에 포섭하여 유지하고 중국에 인접한 이들 국가들의 영토를 군사기지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의 전략적 무기체계의 효력을 제한하고 무력화할 수 있는 첨단군사력”이다. 두 가지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은 중국의 해양 군사력을 제어할 수 있도록 4개 지역의 지정학적 요충지를 확고하게 장악하려 해 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4개의 요충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만이다. 미국의 무기수출을 통한 중국 견제 때문에 21세기 초반부터 대만 주변 갈등이 서서히 고조돼 왔다. 

둘째, 남중국해다. 중국의 영해 및 영토 주권 경계와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이 지정한 ‘항해의 자유’가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지역이다. 

셋째, 알류산열도 · 류큐 열도 등 일본이 점령한 섬에서 오키나와를 거쳐 괌에 이르는 U자 모양의 ‘미국 안보지대’다. 동북아시아의 어떤 항구로부터 상륙해 오는 군대의 집결과 출격을 저지할 공군력 및 해군력 배치가 가장 유리한 지역이라고 미국이 판단한 지역이다. 제주 해군기지가 바로 이 U자의 한 고리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서해다. 한반도 서해는 역사적으로 중국에게 있어 한반도에 대한 군사정치적 패권의 관문이었다. 이 지역은 일본이나 미국이 중국과 한반도를 포함한 여타 동아시아 지역의 정치적 · 전략적 관계를 통제하는 핵심적 요충지다. 그런 배경 속에 평택 미군기지가 확장돼 왔다.  

바로 이 지역들에서 미국이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고 동맹 구축을 추구해, 중국이 반발하면서 위험천만한 갈등과 충돌이 증폭돼 온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군비 강화 동기가 완화”되는 결과를 낳기는커녕 군비 증강 압력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동아시아 지역의 군비 증가 속도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 빨라 1999년을 기준으로 10년 동안의 군비상승률이 가장 높은 10위에 속한 국가들 가운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이 4개국이다(중국, 한국, 인도, 호주). 

결국 ‘전망’이 말하듯이 박근혜 정부는 “21세기 들어 가장 어려운 대외환경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강력한 힘을 가진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며 ‘중국과의 관계 심화’를 동시에 이루겠다는 보수우파와 박근혜 정부의 대응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고조되는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은 다음의 교훈을 더욱 분명하게 해 준다. 강대국 간의 지위 변동과 경제적 경쟁 강화가 지정학적 경쟁의 뇌관이 된다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에 기초한 제국주의 이론이야말로 현재 동아시아의 점증하는 정치 · 군사적 긴장의 뿌리를 해명할 열쇠다. 그리고 제국주의적 야만에 맞서는 운동 건설만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입력 2013-01-05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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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호크 도입 추진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긴장 강화가 아니라 복지 강화를 해라

김인수

2012년 12월 21일 미국 국방부가 미 의회에 판매 결정을 통보하면서, 한국 정부가 고고도(高高度)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수입하려는 움직임이 물살을 타고 있다. 글로벌 호크는 미국의 신예 무인정찰기로, 4천8백 킬로미터 떨어진 목표를 20킬로미터 상공에서 정밀 식별할 수 있는데다 미사일로 자체 무장까지 가능한 전략무기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글로벌 호크를 도입하면 “위기 국면에서 돌발적인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작전 반경이 5백 킬로미터 수준인 한반도에 동북아 전역과 남중국해를 포괄하는 정찰기를 도입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2012년 6월 한미 외교 · 국방장관 회담 이후 작성된 공동선언에서 ‘한국이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전략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한 것처럼, 한반도를 넘어 남중국해까지 한국군의 작전 범위로 두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미국 지배계급에 이익이다. 한국(과 일본)과 함께 중국을 포위할 뿐 아니라, 대중국 ‘포위망’에 드는 비용까지 분담할 수 있다. 

글로벌 호크는 원가가 2천만 달러가 넘는 매우 비싼 무기인데, 경제 위기 때문에 미 국방예산이 감축되면서 값이 더 올랐다. 1세트(4대) 구입비가 약 1조 3천억 원이고, 연간 운용비만 3천억 원 수준이다.

미국이 “아시아로 [전략의] 중심축을 이동”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글로벌 호크를 한국과 일본에 판매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나, 판매 옵션 중에 미 공군이 운영주체로 참여한다는 항목을 넣었다고 알려진 것도 이런 구도에 들어맞는다.

나름의 이해

한국 정부도 나름의 이해가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에 따라 관계를 잘 맺어야 하는 부담도 있지만, 근본에서 한국 지배계급은 한미동맹을 통해 동아시아 내에서 영향력을 넓히고자 한다. 한국 지배계급은 격화하는 동아시아 내 긴장 구도 속에서 챙길 것은 챙길 수 있는 힘을 가지려고 한다. 

지난 31일 여야 합의로 제주 해군기지 관련 예산 2천10억 원을 전액 통과시킨 결정 또한 이 연장선상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예산 통과에 포함된 ‘민 · 군 복합항 이행을 위한 방안 등을 70일 이내에 국회에 보고한 뒤 공사 예산을 집행한다’는 부대조건조차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이도 모자란지, 정부는 차기 전투기로 F-35 60여 대를 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계약 액수만 7조 5천억 원을 넘어서는 대규모 무기 거래다. 

이처럼 한국이 군비를 증강하는 것은 중국과 북한 지배자들의 신경을 자극한다. 자극을 받은 북한이 핵이나 로켓 개발에 몰두하게 되고, 이것은 다시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군비 증강을 자극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게다가 글로벌 호크 운영비 6조 원이면 모든 대학에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는 재원이고, 1년 운영비로만 보더라도 국립대 무상등록금에 필요한 재원(연 2천2백억 원)보다 훨씬 많다. 

국방예산 증액, 제주 해군기지 건설, 최첨단 무인정찰기 도입 등 한국 지배계급이 추진하는 여러 가지 조치가 점증하는 중미 갈등 속에서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하며, 여기에 들일 어마어마한 재원을 복지 확대로 돌려야 옳다.

입력 2013-01-05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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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제국주의와 동아시아의 불안정

김하영

지난 2~3년 동안 동아시아는 긴장과 갈등이 증대해 왔다. 2012년에도 남중국해, 동중국해, 그리고 한반도 주변에서 이런 추세가 발전했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남중국해: 중국과 필리핀이 2012년 4월 초 남중국해 난사군도(스프래틀리 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의 스카보러 섬(중국명 황옌다오)에서 대치했다. 양국 해양감시선과 함정의 대치는 두 달 가까이 계속됐는데, 그 와중에 미국과 필리핀은 인근에서 ‘발리카탄’이라는 연합 군사훈련을 했다. 이 훈련에 일본 · 오스트레일리아 · 남한이 인원을 파견했다. 당시 미국의 두에인 티선 태평양 해병대 사령관은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미군이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해: 한 · 미 · 일 해군이 2012년 6월 하순 제주 남방 해역에서, 그리고 이어 한 · 미 해군이 서해에서 연합훈련을 했다. 두 가지 점이 주목할 만한데, 하나는 한 · 미 · 일이 최초로 공식 연합훈련을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 항공모함이 2010년 연평도 사태 이후 또다시 서해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두 가지 점 모두 중국을 크게 자극하는 일이었다. 한편, 중국도 4월 하순 러시아와 함께 서해에서 ‘해상협력 2012’라는 대규모 연합군사훈련을 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 훈련이 “최근 한국과 미국 태평양함대, 일본 등이 펼친 군사훈련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목적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동중국해: 가장 두드러진 충돌은 2012년 여름부터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6월 중국의 어업지도선과 일본 해경이 대치한 데 이어, 7월에 일본 노다 총리가 센카쿠 국유화 카드를 꺼내면서 갈등이 격화돼, 8월 15일에는 중국 시위대가 댜오위다오에 상륙하기도 했다. 9월 10일 노다 내각이 댜오위다오 국유화를 공식 결정하자 중 · 일 간 갈등은 한층 첨예한 양상으로 발전했다. 중국 정부는 즉각 댜오위다오를 영해기선이라고 발표하고 해양감시선을 파견했다. 그 뒤 몇 달 동안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중국과 일본의 해양감시선과 함정들이 대치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 각종 군사훈련도 이어졌다. 일본은 동중국해 도서 지역에서 미국과 연합상륙훈련을 펼쳤고, 중국도 맞불 상륙훈련을 했다. 미국은 공공연히 일본을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 국무부는 7월에 센카쿠 열도가 “미일안보조약의 적용 범위에 있다”고 밝혔고, 12월에 미국 의회는 이를 명문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을 승인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 변화

동아시아에서 왜 긴장과 갈등이 증대하는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의 핵심적 특징을 살펴봐야 한다. 단순화해서 표현하면,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는 장기적인(1970년대 초 이래) 이윤율 위기를 겪고 있고, 그런 와중에 국가간 상대적인 경제력 비중에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것은 중대한 지정학적 함의가 있다. 즉, 경제 위기는 협력적인 경제 정책 운용을 어렵게 하는 데다, 상대적인 경제력 변동은 정치 권력의 변동을 수반하고, 이것도 국가간 지속적 협력의 가능성을 감소시킨다. 그래서 국제적 위계 질서의 위쪽으로 올라가려는 국가와 현재 지위를 유지하려는 국가가 경쟁적으로 힘을 과시하는 일이 벌어진다.

20세기 초에 레닌은 세계경제의 불균등성과 모순을 강조했고, 자본주의의 역동적 발전 과정 자체가 이러한 불균등성의 분포를 바꿔서 국가 간 힘의 균형을 끊임없이 바꿔 놓는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카우츠키와 달리, 지배적 열강들 간의 안정적 동맹 구축이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세계경제의 불균등성과 모순 그리고 불균등성의 분포 변화가 지닌 정치적 함의를 이해하는 것은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레닌 시대에 최강의 자본주의 국가인 영국이 독일과 미국의 부상에 직면했다면, 오늘날 국가 간 세력균형 변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나머지의 부상”, 특히 중국의 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 직후 세계 산업생산의 50퍼센트를 차지했지만, 1980년대에 그 비율은 25퍼센트로 하락했다. 1991년 냉전 종식 이후에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으로 군림해 왔지만 경제적 지위 하락은 계속됐다. 미국은 옛 지위를 회복하고자 이라크 전쟁을 비롯한 여러 시도를 했지만, 지위 회복에 성공하지 못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의 세계 질서 전망 보고서인 《글로벌 트렌드 2025》는 2025년까지 향후 국제질서가 더욱 복합적으로 변할 것이고, 미국은 여전히 초강대국이겠지만 지금보다는 덜 지배적인 국가로 변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1

반면,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8~10퍼센트라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뤘고, 특히 1990년대 말부터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미국의 세계 패권에 대한 잠재적 도전자로 떠올랐다. 1978년에서 2009년 사이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배 가까이 성장했다. 표1을 보면, 중국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시장 환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 1980년에 1.72퍼센트에 불과했는데 2010년에는 9.32퍼센트로까지 증가했다. 구매력평가(PPP)를 기준으로 하면 이 수치는 13.37퍼센트까지 올라간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비중은 25.20퍼센트에서 23.13퍼센트로, 일본의 비중은 9.75퍼센트에서 8.72퍼센트로, 독일의 비중은 8.37퍼센트에서 5.25퍼센트로 하락했다. 그림1은 세계 GDP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격차가 빠르게 좁아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표1. 세계 GDP에서 각국이 차지하는 비중 (시장환율 기준. 괄호 안은 구매력평가PPP 기준. 단위: %) 자료: World Development Indicator를 토대로 재구성.

△그림1. 세계 GDP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PPP 기준)

중국은 2005년에 경제 규모 세계 5위로 올라섰고, 2007년 독일을 추월해 세계 3위가 된 지 불과 3년 만인 2010년에 일본을 젖히고 세계 2위가 됐다. 일본은 42년 만에 2위 자리에서 밀려났다.

중국의 경제적 위상은 특히 동아시아에서 빠르게 높아졌다. 동아시아는 세계 자본주의의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다. 중국이 광대한 수출 시장을 제공하면서 역내 무역과 생산의 구심이 되자 동아시아 경제들 간 상호의존도는 매우 높아졌다.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 역내 무역은 빠르게 성장했다. 1992~2007년 동아시아 역내 무역이 지역의 총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퍼센트에서 52.23퍼센트로 증가했다. 동아시아 역내 무역은 중간재가 주요 대상인데, 이는 동아시아 경제의 분업 구조를 반영하는 것이다. 즉, 일본의 핵심 부품이 중국, 한국, 아세안 5개국(싱가포르, 타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으로 유입되고, 한국과 아세안 5개국에서 부품이 재가공돼 중국으로 유입된다. 일본, 한국, 아세안 5개국은 모두 중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보고 있다. 중국은 이를 조립해 완제품을 생산하고, 이는 주로 미국으로 수출된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1995~2008년 동안 12.29배나 증가했다.(미국의 수입 능력은 중국과 아시아로부터 빌리는 돈에 의존한다.)

중국은 2008년을 기점으로 한국과 일본의 최대 무역상대국이 됐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2000년에 9.39퍼센트였던 것이 2005년에 18.43퍼센트, 2010년에 21.13퍼센트로 빠르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미국 무역의존도는 정반대로 2000년 20.09퍼센트에서 2010년 10.12퍼센트로 크게 낮아졌다. 그림2는 대중국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 대미 수출을 가뿐히 따돌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일본의 무역의존도도 비슷한 변화를 보인다. 일본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2000년에 9.95퍼센트에서 2005년에 16.97퍼센트, 2010년에 21.02퍼센트로 빠르게 증가했고, 같은 기간 대미 무역의존도는 2000년 24.99퍼센트에서 2010년 12.92퍼센트로 크게 낮아졌다.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경제 성장을 이뤄 온 한국과 일본에게 이것은 중요한 변화다.

△그림2. 한국 수출 비중: 급격하게 증가하는 대중국 수출 비중

전통적으로 일본 경제의 주요 파트너였던 동남아시아 경제들도 최근 중국과의 교역이 급속히 증대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나라들 사이의 교역은 1990년대 이후 연평균 약 20퍼센트씩 증가했다. 그 결과 2006년에는 중국과의 교역이 미국과의 교역과 거의 같아졌고, 2007년부터 중국이 아세안의 제1위 교역국이 됐다. 아세안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1993년 1.4퍼센트에서 2000년 5.6퍼센트, 2006년 13퍼센트로 9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일본 무역의존도는 20.6퍼센트에서 18.4퍼센트, 15.1퍼센트로 감소했다.

세계 경제 구조 변화의 지정학적 영향

이와 같은 중국의 경제 성장은 지정학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첫째,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대해 미국 헤게모니가 관철되고 있는 기존 국제질서에 점차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이 중남미와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막대한 원료를 수입해 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이 국가들을 미국의 영향권에서 떼어내는 효과를 내고 있다. 2012년 4월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중남미 국가들은 쿠바 배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였는데, 이들이 “미국의 거수기 노릇을 하던 과거와 판이한 태도”를주2 보인 데는 중국과의 관계도 한몫했다.

또, 중국은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아시아 · 아프리카 · 중남미 나라들에 해외직접투자와 공적개발원조를 확대하고 있는데, 이 돈이 남반구 전역으로 유입되면서 이들 나라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다. 전에 남반구 나라들은 신자유주의적 조건들의 제약을 받으며 세계은행이나 IMF의 돈을 빌려 써야 했는데, 중국이 지원을 확대하면서 변화가 생기고 있다. 2007년에 앙골라는 중국이 더 나은 조건으로 대출해 주자 IMF와의 협상을 중단했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중국은 더욱 적극적인 대외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 6개국과 950억 달러에 이르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파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에 경제 위기 극복 비용을 지원했고, 자메이카 · 앙골라 · 몽골 · 에콰도르 등에 차관을 제공했다.

중국의 부상은 러시아의 운신의 폭도 넓혀 줬다. 중국과 러시아는 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해 협력하고 있는데, 이 기구는 2005년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등 미국의 중앙아시아 진출을 견제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12년 6월에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는 첫 포괄적 계획을 내놓아 동맹 강화를 과시했고, 정상회의 이후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증대는 특히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잘 드러난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교역이 급속하게 증대하고 흑자를 기록하자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03년 APEC에서 중국의 환율 정책을 비판하도록 아시아 정부들을 설득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방위 협력 증강도 이루지 못했다. 2006년 미국의 맹방인 오스트레일리아의 다우너 외무장관은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경고하고 그것과 선을 그었다.주3 이는 중국으로 천연 자원을 수출함으로써 호황을 누리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처지를 잘 드러낸 것이었다.

2009년 취임한 일본 민주당 소속 하토야마 총리가 “아시아 중시”를 내세운 것도 대표적 사례다. 그는 “탈미입아脫美入亞”, 즉 동맹국인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중국을 중시하겠다고 표방했다. 그러나 후텐마의 미군 공군기지를 오키나와 현 밖으로 이전시키려는 계획을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을 벌이던 하토야마는 한국의 천안함 침몰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타협하고 8개월 만에 총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미국은 “일본 국민도 북한의 공격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일본을 압박해, 전략적 요충지인 후텐마 기지를 지키고 미일동맹을 회복했다.

중국을 중시하는 변화는 한국에서도 나타났다. 2004년 17대 국회에 당선된 초선 국회의원(138명)의 55퍼센트가 미국보다 중국이 더 중요한 외교 대상이라고 답했다. 2008년 18대 국회 당선자들에 대한 조사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외교 노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2년 민주당 소속 대통령 후보 문재인은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일변도를 비판하며 한 · 중 협력을 중시하는 “균형 외교”를 주장했다. 균형외교론자들은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미국과 일본의 교역 규모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시대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함에 따라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을 다루기가 전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 협력이 모순 없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협력을 증대시키면서도 중국의 경제적 · 군사적 부상에 큰 우려를 가지고 있다. 이 국가들은 중국과 역사적 원한이나 국경 분쟁 요인이 있고, 경제 위기로 갈등이 증대할 수도 있다. 미국은 바로 주변국들의 이런 우려를 이용해 “지역 균형자”를 자처함으로써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 한다.

둘째, 중국의 경제 성장은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지고 있다. 1996년부터 2008년까지 12년 동안 중국 정부가 발표한 국방비 예산은 매년 12.9퍼센트씩 증가했다. 실제 국방비는 더 많을 것으로 평가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추산한 것을 보면, 2011년 중국 국방비는 1천3백억 달러에 이르고 세계 2위다.

△그림3.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중국 국방비(단위: 달러)

중국은 2000년대부터 본격적인 군대 현대화와 군사력 증강에 나섰다. 특히, 중국은 해군력 증강에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이것은 중국 지배계급의 처지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왜냐하면 엄청난 양의 원유를 빨아들이는 중국 경제에 안전한 원유 수송로 확보가 필수적이고, 대외 무역이 많은 중국 경제에 안전한 해상교통로 확보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에게는 인도양과 말라카해협을 거쳐 남중국해를 지나 중국 본토로 이어지는 에너지 해상교통로가 매우 중요하다. 중국 원유 수입의 80퍼센트 이상이 이 길을 통과한다.

그래서 중국은 2000년대 들어 많은 투자와 지원을 통해 인도양 연안 국가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이른바 “진주목걸이” 전략을 추진했다. ‘진주목걸이’는 에너지 해상교통로를 기준으로 중국이 해상통제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기준선으로, 이에 해당하는 곳은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 스리랑카의 함반도타 항,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항, 버마의 코코군도와 휑귀, 타이의 송클라 항, 캄보디아의 쿠크섬 등이다. 중국은 이곳들의 항구 사용을 추진하거나 새로 항구를 건설하는 데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

또, 중국은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줄곧 태평양에서 주름을 잡고 있는 상황을 불만스럽게 여기며, 중국 근해에서 미군을 태평양의 훨씬 동쪽으로 밀어내고자 한다. 중국은 제1도련선(오키나와-타이완-필리핀-말레이시아) 내에서, 더 나아가서는 제2도련선(오가사와라 제도-사이판-괌-파푸아뉴기니) 내에서 미 해군이 작전을 펴는 것을 거부할 능력을 보유하는 것을 해군 전략의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그림 4 참고). 이는 특히 타이완해협과 남중국해 지역의 분쟁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고, 남중국해 지역의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전체 무역의 약 90퍼센트를 남중국해 항로에 의존하고 있다.

△그림4. 미군을 제1도련선, 나아가 제2도련선 밖으로 밀어내려는 중국

그래서 중국은 해군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는데, 2012년 첫 항공모함 랴오닝 호가 취역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열 번째 항공모함 보유국이 됐고, 항공모함을 4척 더 건조하고 있다. 또,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춘 핵추진 잠수함 10척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의 경우 4세대 스텔스기인 젠-20을 개발해 시험 비행에 성공했고, 최대 사거리 3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대함 탄도미사일인 ‘항공모함 킬러’ 둥펑 21-D를 이미 실전 배치했다. 이것은 항공모함을 군사력 투사 수단으로 사용하는 미국에게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새 지도자 시진핑은 최근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영토와 주권의 수호를 강조하며 국제적 지위에 걸맞은 강한 군대를 역설했다.

물론 중국이 특별히 호전적인 태세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국은 당분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평화로운 주변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중국 정부는 2011년에 발표한 《중국 평화발전 백서》를 통해서 ‘평화발전론’을 재차 강조했다. 서구의 역사적 경험과 달리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평화적 부상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상교통로 확보를 위한 것일지라도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 해군이 군사 활동을 확장하는 것은 주변국들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해군력 확장은 중국이 의도했든 아니든 그동안 인도양과 태평양을 지배해 온 미국의 패권에 대한 직접적 도전이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는 미국에게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남중국해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이어주는 중요한 해양 통로인 동시에,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 거점을 이어 주고 유지시키는 생명선이다. 또,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는 동남아 국가들은 물론이고 일본과 한국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도 중요한 곳이다. 일본과 한국 무역의 80퍼센트가 남중국해 항로에 의존하며, 동북아 국가로 향하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80~90퍼센트가 남중국해를 통과한다. 따라서 미국은 자신의 해양 패권이 위협받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만약 미군이 태평양의 훨씬 동쪽으로 밀려난다면 이 지역의 동맹국들을 붙잡아두기도 어려울 것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의 근해 방어 전략과 진주목걸이 전략을 “반접근 및 지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 전략이라고 부르며 대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 속에 담긴 모순들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추세는 최근 두 가지 사건과 맞물려 더욱 가속되고 있다. 하나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실패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08년 시작된 미국 발 경제 위기다.

첫째, “테러와의 전쟁”은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미국이 옛 지위를 회복하려고 시도한 것이었다. 즉,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이용해 다른 강대국들에 대한 석유 공급권을 장악함으로써 자신의 지배력을 굳히고자 했다. 이것이 실패로 끝나면서 미국의 패권은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 빠져 있는 동안 다른 국가들과 다른 나라 자본들은 미국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지위를 강화할 수 있었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영향력 확대의 기회를 맞았다.

둘째, 2008년에 시작된 경제 위기는 미국의 패권을 더욱 약화시켰다. 미국은 경제 위기의 진원지였고, 세계 경제를 끌어내렸다. 반면, 중국은 경제 위기에서 빨리 탈출하면서 다른 나라 경기도 함께 회복시켰다.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중국은 세계 1위 수출국, 세계 1위 외환보유국이 됐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11년 12월 현재 약 3조 2천억 달러이고, 이 가운데 달러 비중은 60퍼센트가 넘어, 미국과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을 지나치게 과장해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곧 새로운 초강대국이 될 것이고 미국의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우파의 ‘중국 위협’론도 포함된다.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추월할 시기를 점치는 것은 하나의 유행이 됐다. 국제기관들은 앞다퉈 예상 시기를 내놓고 있는데, 골드만삭스는 2027년, 세계은행은 2023~29년, EU는 2021년, 글로벌 인사이트는 2019년, IMF는 2016년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력 전망은 현재 같은 높은 성장 추세가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를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그 전망은 그렇게 밝지 못하다. 최근 세계 경제 위기는 중국까지 확산된 상황이고, 중국 경제 성장 전망치는 이미 떨어지고 있다. 시진핑 시기 경제 성장률은 7퍼센트대 이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 위기 국면에서 더욱 커진 거품이 터지면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연간 시위는 약 18만 건으로, 전국 각지에서 하루 평균 5백 건에 가까운 각종 시위와 항의가 벌어지고 있다.주4 중국 경제를 수출 의존에서 내수 중심으로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현재 중국의 국내총생산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며, 지니계수가 0.5를 넘을 정도로 빈부격차가 크다.

냉전 종식 이후의 세계에서 미국이 여전히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IMF의 2010년 통계를 보면 미국의 GDP는 14조 6천2백41억 달러로 2위인 중국의 5조 7천4백51억 달러보다 3배 가까이 크다. 2012년에도 미국과 중국의 GDP 격차는 (전보다 좁아졌음에도) 여전히 크다(그림5). 미국과 중국의 1인당 GDP 격차는 훨씬 더 크다. 미국의 1인당 GDP는 2010년 현재 4만 7천2백40달러로, 중국의 4천2백60달러에 비해 10배 이상 크다. 중국은 1인당 GDP가 세계 평균의 46.8퍼센트에 불과한 여전히 가난한 나라다. 군사력 면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격차가 더더욱 크다. 2011년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통계를 보면, 미국의 국방비(1위)는 그 다음 순위 15개국의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도 크다(2위 중국, 3위 러시아, 4위 영국, 5위 프랑스, 6위 일본). 그림6에서 보듯이 미국과 중국의 국방예산 규모의 격차는 매우 크다.

△그림5. 2012년 세계 주요국들의 GDP 비교

 

△그림6. 미국과 중국의 국방예산 규모 비교

중국의 부상을 일면적으로 과장한다면 오늘의 세계 질서의 핵심 특징 중 하나로 미국과 나머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에 여전히 현격한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헤게모니 하에 다른 선진국들이 사실상 종속돼 있다는 식으로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도 잘못이다. 리오 패니치와 샘 긴딘 등이 이런 시각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켰는데, 이런 주장은 지정학적 경쟁이 과거지사라는 결론으로 나아가게 된다.주5

미국과 다른 선진국들 사이에는 현격한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동시에, 상당한 이해관계 갈등도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강대국들 사이의 긴장과 잠재적 적대 요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상호의존 관계를 발전시켜 온 미국 경제와 중국 경제가 최근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무역과 환율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벌이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외 무역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퍼센트나 된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에 위안화 평가절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즉, 자국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조정 비용을 중국에 전가시키려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1970~80년대 서독과 일본에서처럼 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두 열강 사이의 이와 같은 경제적 갈등은 지정학적 영향력을 놓고 우위를 차지하려는 움직임과 결합되고 있다. 물론 당장은 아닐지라도, 장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강대국 사이의 이해관계 갈등은 주요 지정학적 충돌을 낳을 수도 있다.

미국의 대응과 그로 말미암아 더욱 불안정해지는 동아시아 지역

미국은 중국의 경제적 · 군사적 부상을 위협으로 느끼며 국제 서열에서 맨 꼭대기를 영원히 유지하기 위해 거기에 적극 대처하려고 한다. 미국은 이미 2006년 4개년 국방정책 검토보고서에서 이 점을 노골적으로 표명했다. 이 보고서는 “주요 신흥 강대국 가운데 중국은 미국과 군사적으로 경쟁하고 미국의 대항 전략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전통적인 군사 우위를 상쇄할 수 있는 획기적인 군사 기술을 보유할 잠재력이 가장 크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런 다음 다음과 같이 서슬 퍼렇게 선언했다. “어떤 군사적 경쟁자도 지역적 헤게모니를 행사하고 미국 또는 기타 우방국에게 적대 행위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획기적 역량 또는 여타 역량을 보유하지 못하게끔 힘쓸 것이며, 도발이나 강압 행위를 억제할 것이다. 억제가 효과가 없는 경우 미국은 적대국의 전략적 · 전술적 목표를 좌절시킬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10년 넘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수렁에 빠져 있어서는 경제적 · 지정학적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고,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지적했듯이, 미국 기성체제 내에는 자신들이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의 수렁에 빠져 있는 동안 나머지 세계가 미국을 추월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존재하는 듯하다.주6 그래서 오바마는 무엇보다 중국의 부상을 겨냥해 역량을 재배치하고 있다. 즉,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과잉 확장”돼 있는 군대를 철수하고 외교 · 군사적 중점을 아시아 · 태평양으로 이동해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아시아 중시” 또는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이라는 용어의 배경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2011년 11월 <포린 폴리시>에 “미국의 태평양 세기”라는 글을 기고했고, 오바마도 같은 시기에 9일 동안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이 최우선”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의회 연설에서 그는 “미국이 당면한 전쟁을 끝냄에 따라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의 주둔과 임무를 최우선에 두라고 국가안보팀에 지시했다”며, “미국은 21세기 아태지역에 올인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시아가 중요하다는 것은 미국에게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미국은 늘 아시아 · 태평양 세력임을 자임해 왔다. 소련 붕괴 직후 동아시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 축소 방안을 담은 미국의 ‘동아시아전략구상(EASI)’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금세 미국은 이 지역에서 중추적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중국 같은 잠재적 경쟁자가 떠오르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1997년 미일방위협력지침은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졌다. 미국은 2001년 4개년 국방정책 검토보고서에서도 전략의 중심을 대서양에서 아시아 · 태평양으로 이동시킬 뜻을 밝혔지만, 부시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그 실행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실 네오콘의 전략도 세계적 경제 변동, 즉 미국의 지위 하락과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루 알다시피, 그 고민의 산물이었던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패배로 끝났다.

말하자면, 오바마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은 이전 전략들의 성과 위에서 추진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실패에 따라 더 어려워진 처지를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재정 적자 때문에 향후 10년 동안 국방비를 최소 4천억 달러에서 최대 1조 달러를 줄여야 하는 처지다. 국방 예산 감소라는 제약 속에서 국가 전략을 집행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은 세계 전역에 걸친 폭넓은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뿐 아니라 여전히 중동과 유럽에서 헤게모니를 유지하고자 한다. 오바마는 재선 이후 버마로 향했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무력 충돌 중이고 미국의 통제력이 더욱 약화된 중동에서 눈을 떼지 못했을 것이다. 요컨대 미국은 패배의 상처를 안고 경제 위기로 군비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동의 불안정에 전전긍긍하며 어쩔 수 없이 아시아로 중심축을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 하먼이 맑시즘 2009(서울) 연설에서 말했듯이, 야수는 상처 입었을 때 더 위험하다. 미국의 전략 조정은 동아시아 지역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첫째, 경제적 · 외교적 영향력 제고 노력: 미국은 중국의 확대된 영향력을 견제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추진이 한 가지 사례다. TPP는 경제적 중요성이 갈수록 증대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미국이 경제적 이익 확대 및 영향력 증대를 위해 주도하는 자유무역협정이다. TPP에는 현재 오스트레일리아 · 뉴질랜드 · 싱가포르 · 말레이시아 · 베트남 · 칠레 등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과 FTA를 체결했거나(베트남 · 말레이시아 · 싱가포르 · 칠레) 협상 중인 국가들로(오스트레일리아 · 뉴질랜드), 중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던 곳들이다.

미국이 TPP 추진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무엇보다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약화된 미국의 영향력을 회복하고 중국이 ASEAN+3을 통해 추진하는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EAFTA)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이전부터 아시아 지역주의를 견제했다. 그래서 1990년대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를 주도하면서 동아시아경제그룹(EAEG) 구상과 아시아통화기금(AMF) 구상을 좌절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동아시아에서 지역주의 움직임이 본격화된 한편, 미국은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아시아에서 소원해지면서 APEC의 중요성도 감소했다. 그러는 동안 ASEAN+3는 중국의 주도 아래 제도화의 급속한 진전을 보였다. ASEAN+3에는 미국뿐 아니라 역외 국가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미국은 TPP를 추진해 동아시아 경제 통합에서 배제되지 않고 심지어 주도권을 중국에게서 뺏어오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TPP를 추진하는 데는 경제적 이유도 있다. 오바마는 2010년부터 5년 동안 수출을 곱절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담은 국가수출구상(NEI)를 발표했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경제 · 통상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만약 미국이 배제된 채 EAFTA가 체결되면, 미국의 연간 수출이 적어도 250조 달러가 줄어들고 고소득 일자리 2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오바마는 지금도 TPP 참여국을 확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재선 이후 2012년 11월 동남아를 순방하면서 타이의 TPP 협상 참가 약속을 얻어 내기도 했다. 같은 때 일본 노다 당시 총리도 TPP에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이를 위한 사전 교섭에 속도를 내기로 오바마와 합의했다. 미국이 한국에 TPP 참가를 공식 요청했다는 얘기도 있다.(한국 외교통상부는 <방콕 포스트>의 이러한 보도를 부인했다.)

미국이 아세안지역포럼(ARF)이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지역안보기구에 적극 참가하는 것도 동아시아 지역구도가 중국 주도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고 자국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2011년 처음으로 EAS에 참가했고,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다자간 토론을 주도했다.

둘째, 지정학적 · 군사적 영향력 제고 노력: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해 힘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군사적 노력을 쏟고 있다. 미국의 대응 전략은 2012년 1월 발표한 새로운 국방전략지침(Defense Strategic Guidance: DSG)에 잘 나타나 있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유지: 21세기 국방의 우선순위”라는 제목의 이 지정학적 전략 지침서에서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 집중하고 중국의 견제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향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해군 전략, 즉 미국이 이른바 “반접근 및 지역거부 전략”이라고 부르는 것을 무력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어느 국가가 미국의 접근을 거부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해도 미국은 이 지역에 군사력을 투사할 것[이다.]”

요컨대 미국은 중국이 자국의 근해로부터 미군을 제1도련, 더 나아가 제2도련 바깥으로 밀어내려는 것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즉, 아시아 · 태평양을 여전히 자신이 지배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동국중해와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보이는 태도에서 잘 드러난다.(동중국해와 남중국해는 모두 제1도련 내에 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미국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일안보조약 5조의 적용 범위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센카쿠를 둘러싸고 일본과 중국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면 일본과 공동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또,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 몇 개 섬을 놓고 주변국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을 겨냥해, “이 지역 영유권 분쟁 해결에 관심을 둘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미국 국무장관 클린턴은 2010년 7월 ARF의 연설에서 “남중국해의 항행의 자유는 미국의 국익이며, 이 해역의 영토분쟁 관련국의 다국간 협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대국들에게 보호막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작전적 접근(Operational Access)”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어느 국가가 미국의 접근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임무 달성을 위해 충분한 행동의 자유를 가지고 작전 지역에 군사력을 투사할 능력”을 뜻한다. 2012년 6월 미국 국방장관 리언 파네타는 미국 해군력의 60퍼센트를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겠다고 했는데(현재는 50퍼센트), 이는 이른바 작전적 접근 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중국의 “반접근 및 지역거부”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이다. 미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과 MD 협력을 하고 있고, 한국도 여기에 참가시키려 애쓰고 있다. 또, 미국은 타이완 해협에 대한 중국의 군사력 투사 능력 강화를 경계하고자 타이완의 군사력을 증강시키려 한다. 미국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0년 1월 타이완에 64억 달러어치 최신무기 판매를 결정했고, 2012년 12월에 미국 의회는 국방수권법에서 타이완에 신형 전투기를 판매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밖에도 미국은 이 지역 해양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스텔스 폭격 능력,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 공격용 핵잠수함, 사이버 안보 등에 투자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먼 거리에 위치한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이 지역 국가들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미군의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는 협정, 해외기지 건설 및 성능의 향상, 역내 국가들과의 연합 훈련 등이 없이는 미국의 전략을 달성할 수 없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 · 한국 · 오스트레일리아 등과의 기존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베트남 · 싱가포르 · 필리핀 · 인도네시아 등과도 안보 협력을 강화해 나아가고 있다. (이것은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며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다.)

중국 포위를 위한 미국의 아시아 동맹 구축 노력

미국의 아시아 전략은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지적하듯이 “일본의 전략적 종속 상태를 유지하고 더 큰 틀에서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들의 동맹을 구축하는 것”이다.주7 미국의 가장 중요한 아시아 동맹은 전통적으로 일본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미국 편에 붙어 성장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2000년대 후반, 특히 아시아 중시를 내세운 하토야마 총리 시절 미국과의 관계가 일시 삐거덕거렸지만, 오바마 정부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이용해 후텐마 기지를 유지하고 미일관계를 ‘정상화’시켰다. 하토야마 총리가 내세웠던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은 2010년 그가 퇴임하고 간(Naoto Kan) 총리가 취임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일본은 동맹국들로 중국을 포위하는 미국의 전략에서 핵심적 구실을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이 지역적 위상을 강화하기를 바란다. 즉, 지역 차원에서 안보 분담을 확대하라는 것인데, 여기에는 국방비를 감축해야 하는 미국의 처지도 일부 반영돼 있다. 최근에 이런 방향은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2012년 4월 3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중국이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 몰고 올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으로 미일동맹의 성격을 다시 규정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군과 자위대가 협력하고, 자위대의 “동적 방위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동적 방위력은 자위대가 일본 국토 방위라는 틀에서 벗어나 국내외를 넘나들며 기동성 있게 방위 목적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키는 방위’에서 벗어나 외부로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는 한때 아시아에서 잔혹한 식민 통치를 했던 일본에 군사대국화의 날개를 달아 주고 있다. 최근 1년 동안에만 일본은 무기 수출 3원칙을 완화했고(미국 등 우방과의 무기 공동 개발 · 생산에 참가하기로 한 것), 원자력기본법을 고쳐 핵무장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총리실 산하 위원회가 ‘헌법 해석을 고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또, 일본은 2012년 방위백서에서 노골적인 중국 위협론을 폈고, 이를 근거로 중국을 겨냥한 군사력 증강 배치에 나섰다. 미국과 일본 양국은 첨단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를 배치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일본 주변 해역의 경계와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미 일본은 2010년 센카쿠에서 벌어진 충돌을 계기로 일본 남서제도에 군사력을 증강 배치해 왔다. 또, 오키나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후텐마 기지에 수직 이착륙 수송기인 오스프리를 배치하기로 했다. 오스프리는 고속 비행으로 병력을 적진 깊숙이 침투시키거나 기습공격을 할 수 있는 수송기다.

이 모든 것이 일본 민주당 정권 하에서 벌어졌다. 그런데 2012년 12월 총선에서 자민당이 제1당이 되면서 이런 추세가 한층 가속될 가능성이 크다. 신임 총리 아베 신조는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이고, 그 자신이 20세기 전반기 일본의 아시아 침략과 식민지 지배와 만행을 인정하지 않는 우익이다. 아베 신조는 평화헌법 개정, 집단적 자위권 인정, 자위대의 국방군 격상과 교전규칙 제정 등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새 내각 출범 첫 날 그는 일본 헌법 해석상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겠다고 밝혔다. 헌법 해석을 바꿔서라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자국이 직접 적의 공격을 받지 않았더라도 동맹국이 군사 공격을 받으면 무력 개입할 수 있는 국제법적 권리를 말한다. 그동안 일본은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9조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을 금하고, 전수 방위 개념의 자위대만을 보유해 왔다.

동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중요한 미국의 동맹은 한국이다. 오바마는 2010년 6월 “한미동맹이 태평양의 안보에서 린치핀”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우파는 “린치핀”(핵심)이라는 표현에 고무돼 기쁨을 감추지 못했는데, 사실 이 말은 한국이 동아시아 불안정에 매여 있음을 보여 줄 뿐이다. 미국은 한국을 중국 견제 전략의 한 축으로 삼고자 한다. 실제로, 2012년 6월 한미 외교 · 국방장관 회담 이후 작성된 공동선언은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명문화했고, 한미 협력의 범위가 동북아를 넘어 남중국해 분쟁에 이를 수 있다고 내비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동아시아 이해관계에 따라 한국이 지역 갈등과 분쟁에 휘말릴 수 있음을 뜻한다.

미국은 한국이 일본과 군사 협력을 맺기를 바란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안보 관계를 증진시켜 한 · 미 · 일 삼각동맹을 구축하기를 오랫동안 바라 왔지만 과거사 문제가 걸림돌이 돼 왔다. 최근 미국은 동맹국들의 안보 연계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은 한 · 일 수색 및 구조 훈련을 실시하고 있고, 한 · 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비밀리에 추진하려다 저항 여론에 부딪혀 중단했는데, 박근혜 정부가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핵심적인 관심사는 한 · 미 · 일 3국이 MD 구축에 협력하는 것이다. 즉, 미사일 발사부터 요격까지 관련 군사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방어하는 새로운 지휘통제 체제를 갖추자는 것이다. 미국은 MD 구축의 핑계로 북한의 ‘위협’을 내세우고 있지만, MD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MD는 중국의 “반접근 및 지역거부” 전략을 무력화하는 데서 핵심 요소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북한 ‘위협’ 부풀리기를 잠깐 언급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면서 이를 명분으로 동아시아 패권 유지라는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몰면서 미일 동맹을 강화한 것이라든지,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 코앞인 서해 훈련에 항공모함을 들여놓은 것이 그 사례다. 미국은 한 · 미 · 일 안보협력이나 MD 협력 등이 필요한 으뜸가는 이유로도 북한의 ‘위협’을 든다. 사실은 중국을 겨냥한 것인데도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국가 중 하나인 북한을 핑계로 삼는 것이다. 한국에는 미국이 한반도 긴장이 좀더 유지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대북한 정책에서 남한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를 바란다.

한국 지배계급은 미국의 충실한 동맹이 됨으로써 정치 · 경제 · 군사적 이득을 얻고 국제적 지위를 높이려 해 왔다. 2000년대 들어 한미동맹 일변도를 비판하는 입장이 대두하면서 이 문제로 정치권이 분열했지만,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가 당선했다. 1960년대와 70년대 군사 독재자 박정희의 딸로 어머니의 죽음 이후 퍼스트 레이디 구실을 했던 박근혜는 미국의 동맹 강화 정책에 적극 협력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도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동남아 국가들의 경계와 우려를 파고들어 보호막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2~3년 동안 미국 당시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국방장관 리언 파네타, 그리고 대통령 오바마까지 뻔질나게 아시아를 드나들며 한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 결과 우선, 미국은 2012년 필리핀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고, 6월에 필리핀 정부의 허가를 얻어 한때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주둔기지였던 수빅만 해군기지과 클라크 공군기지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수빅만 해군기지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핵심 전략 기지였다. 2012년 4월 스카보러 섬에서 중국과 대치한 필리핀은 미국에 지원을 호소했고, 그 대가로 수빅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를 내놓은 셈이다. 이 기지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미국은 아시아에서 활동 공간을 크게 넓히고 대중국 포위망을 더 촘촘히 짤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미국은 2011년 9월 베트남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베트남은 시사군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분쟁이 벌어지자 2009년부터 미 해군의 항구 방문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2011년 8월에는 베트남전쟁 종식 38년 만에 미 해군 함정이 캄란만 해군기지를 방문하도록 허용했다. 2012년 캄람만 기지를 방문한 미국 국방장관 리언 파네타는 “미 해군 함정들의 캄란만 접근이 양국 관계를 이루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고, 베트남 정부는 미국에 캄란만 기지 접근권을 제공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캄란만은 남중국해를 코앞에 두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또, 미국은 타이의 우타파오 해군 기지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 위해 타이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우파타오 해군 기지는 베트남 전쟁 당시 B-52 폭격기 이착륙 기지였다. 그림7에서 보듯이, 미국은 중국 주변국의 군사적 요충지들에 접근하고 있다.

△그림7. 미국이 접근하고 있는 중국 주변국의 군사 요충지

그밖에도 2012년 6월 싱가포르에 미 해군의 최신형 연안전투함을 배치하기로 싱가포르 정부와 합의했다. 또, 2011년 오바마의 오스트레일리아 방문을 계기로 다윈에 미 해병대 2천5백 명을 배치하기로 했고, 틴덜 공군기지에 전투기, 스털링 기지에 잠수함과 핵무기 탑재 함정을 배치하기로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다윈 기지는 인도양과 말라카해협 그리고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중국 해상로를 감시하는 배후 전력이 될 것이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뿐 아니라 인도양에서도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2년 6월 미국 국방장관 리언 파네타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만나 “공통된 안보상의 위협”에 대해 논의했다. 그동안 인도는 중국이 파키스탄과 스리랑카의 항만 건설을 지원하는 등 인도양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워 왔다. 미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인도도 중국을 견제할 지역 강국으로 키우고자 한다. 2006년 인도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한다는 오랜 방침을 접고 미국이 인도와 핵 프로그램 지원 협약을 체결한 것은 이런 정책의 일환이었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곳 가운데는 미국과 오랫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해 온 국가들도 있다. 중국의 전통적 우호국들인 버마 · 라오스 · 캄보디아가 그런 국가들이다. 2011년 클린턴은 미 국무장관으로서 1955년 이후 처음으로 버마를 방문했고, 2012년에는 57년 만에 라오스를 방문했다. 오바마는 재선 이후 첫 외교 순방국에 버마와 캄보디아를 포함시켰다. 미국은 이 국가들을 중국으로부터 떼어내 미국과 협력하도록 만들려 한다. 특히 버마의 경우를 주목할 만하다. 버마는 중국에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로, 중국은 버마가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를 받던 20년 동안 경제적 · 외교적 후견국 구실을 해 왔다. 버마는 중국이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교두보이다. 현재 중국은 말라카해협을 통과하는 석유량을 줄이고 더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보장하려고 버마와 중국 간 전략적 석유 송유관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가 지적하듯이, 미국의 버마 ‘포용’은 중국에 충격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촘촘해지는 미국의 포위에 대해 물론 중국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경제적 영향력뿐 아니라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고, 미국 및 그 동맹들로부터 중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고자 한다. 중국의 새 지도자 시진핑은 2012년 2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과 미국이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상대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존중하자는 것이다. 중국의 “핵심 이익”에는 “주권 및 영토 보전”이 포함되는데, 티베트 · 신장에 대한 지배를 유지하는 것과 타이완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2010년부터 중국은 여기에 남중국해도 포함시키고 있다. 흔히 중국이 “핵심 이익”을 어떤 상황에서도 양보할 수 없고 물리력을 사용해서라도 꼭 지켜야 하는 국익이라고 천명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문제들을 둘러싼 갈등에서 중국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맺음말

중국의 부상과 그것을 견제하고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으로 동아시아의 불안정이 점점 증대하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 동맹들의 군사적 역할 증대를 부추기고, 중국도 이에 맞서면서 동아시아는 화약고가 돼 가고 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SSIS)가 2012년 11월 15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중국 · 일본 · 한국 · 타이완 · 인도 등 5개국의 국방비는 지난 10년 동안 곱절로 늘었다.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필연은 아니지만 우리가 매우 위험한 세계에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적 상호 의존이 지정학적 충돌을 막아 줄 것이라고 믿지만, 마르크스주의의 제국주의론이 경고하듯이 무역과 투자가 평화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제1차세계대전 전에 독일과 영국은 긴밀한 경제적 교류를 했고, 제2차세계대전 전 미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영토분쟁, 한반도 분단 등 동아시아에 산재해 있는 불안정화 요인들을 고려하면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특정 사건을 계기로 급격하게 고조될 수 있다.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사회주의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우리는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확장과 그것을 지원함으로써 국제적 지위를 높이려는 아시아 각국 정부의 노력에 일절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 제국주의에 대해서도 착각하고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중국은 결코 인류를 위한 더 나은 모델을 제공할 수 없다. 제국주의 국가 간 갈등에서 어느 한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반제국주의 운동에 의존해야 한다. 제국주의는 일부 호전적인 지배자들이 막무가내로 추구하는 일련의 정책이 아니라 자본주의 동역학에서 비롯하는 세계 자본주의의 최근 국면이다. 따라서 제국주의에 일관되게 반대하려면 결국 자본주의에도 반대해야 하고,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자 운동이 이렇게 반자본주의적으로 발전하도록 애써야 한다.

주1.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글로벌 트렌드 2025》, 예문 2009, 37~39쪽.

주2. <한겨레> 2012. 4. 17.

주3. 김재철, 《중국의 외교전략과 국제질서》, 폴리테이아 2007, 165쪽.

주4. <조선일보> 2012. 11. 16.

주5. 현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관한 현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시각에 대해서는 알렉스 캘리니코스,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 책갈피 2011, 36~38쪽을 참고하시오.

주6. ‘알렉스 캘리니코스 방한 강연: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 《마르크스21》 11호(2011년 가을), 71쪽.

주7. 알렉스 캘리니코스,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 책갈피 2011, 322쪽.

입력 2013-01-1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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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압박이 불러 낸 북한 3차 핵실험

사태 악화 낳을 호전적 강경 대응 반대한다

2월 12일 북한 당국이 결국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핵무장 능력을 전반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이번 핵실험에 “소형화 ·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많은 우려를 자아내는 북한의 핵실험은 사회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한반도 평화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핵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자로서 북한 핵실험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의 3차 핵실험은 한 · 미 · 일의 대북 압박이 낳은 예정된 결과였다는 점을 분명히 봐야 한다.

지난달 유엔 안보리는 광명성 3호 발사를 빌미로 대북 제재 결의를 통과시켰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에 의해 위성 발사 권리가 박탈당한 유일한 국가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 핵 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라고 을러댔다. 2월 초 한국과 미국은 동해상에서 이지스함과 핵잠수함까지 동원한 연합 해상훈련을 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들이 북한에 큰 압력이 됐을 것이고, 결국 핵실험으로 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지금, 미국과 그 동맹국의 지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고 있다. 그리고 유엔 안보리를 즉시 소집하는 등 추가 제재와 압박을 시도하려 한다.

위선

그러나 이들은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핵전력을 갖고 있으며, 실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국가다. 오바마 정부도 지금까지 최소 6번 이상의 핵실험을 진행했다.

미국 지배자들은 북한의 핵무장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뒤흔드는 짓이라고 비난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의회 비준을 거부한 바 있다.

중국도 지난해 6~7월 다핵탄두미사일 발사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잇달아 실시했다.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탄두 수천 기를 제조할 수 있는 국가다.

또한 미국은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와 하나도 다를 게 없는 남한의 나로호 발사는 조금도 문제 삼지 않았다. 게다가 유엔 대북 제재가 통과된 후 미국, 일본, 중국은 1월 27일 나란히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런 지경이니 북한 지배자들이 강대국들을 향해 “이중기준의 극치”라며 반발할 만하다.

게다가 북한의 핵과 로켓 능력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아직은 초보적 단계”(지그프리드 헤커 박사)에 있고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실어서 발사하려면 아직 몇 가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북한이 핵과 로켓에 집착하도록 채찍질해 온 장본인들이다. 2000년대 초반 북한이 본격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린 데는 미국의 압박이 있었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 이란과 더불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심지어 핵 선제공격 대상에 올렸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은 북한에게 미국의 위협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북한은 “국제 여론도 유엔 헌장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막지 못했다. … 그 어떤 첨단 무기에 의한 공격도 압도적으로 격퇴할 수 있는 막강한 군사적 억제력을 갖추어야만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그러나 긴 협상 끝에 합의에 이르면, 미국은 금세 그 합의를 깨고 제재에 나섰다.

2006년 북한의 첫 번째 핵실험은 2005년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비난하고 강력한 금융 제재를 실시한 데 북한이 반발하면서 일어난 것이었다.

부시에 이어 집권한 오바마 행정부도 대북 정책에서는 부시 2기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바마는 북한의 대화 요구를 철저하게 무시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전략적 인내”를 고수했다.

오바마에 실망하고 조바심이 난 북한 지배자들은 결국 2009년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을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아시아 중시’ 전략

즉, 북한의 핵과 로켓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이 낳은 ‘괴물’인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 · 경량화해서 미사일에 탑재하려는 시도까지 하게 된 상황에 누구보다 책임이 있는 것은 바로 미국 지배자들이다.

미국 지배자들이 북한을 거의 ‘악마화’하면서 괴롭힌 이유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북한이라는 ‘골칫거리’를 힘으로 다스림으로써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자신의 패권을 분명히 각인시키려 한 것이다. 또한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동맹국들을 더 단단히 묶어둘 수 있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을 직접적으로 포위하고 견제하려고 ‘아시아 중시’ 전략을 내세웠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오바마의 새로운 전략을 펼치는 데 북한 위협론은 상당히 유용했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상호 포격을 빌미로 오바마는 핵항공모함을 서해로 들여 보낼 수 있었고,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처리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가 ‘아시아 중시’ 전략을 본격적으로 이행하면서 동아시아에서 긴장은 급격히 높아졌다. 미국이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자, 중국이 이에 격하게 반발하면서 불안정이 커져 온 것이다.

이것이 최근 동아시아에서 각국이 적극적으로 군비 경쟁을 벌이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격화하는 까닭이다. 이런 분위기가 북한을 더욱 압박하고 자극한 것은 물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불과 1년 동안 두 번의 로켓 발사와 핵실험까지 강행하게 된 것이다.

지금 한 · 미 · 일 지배자들은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 조처를 통해 북한 핵실험에 대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는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의 북한 계좌 동결 같은 포괄적인 금융 제재 조처나, 핵 개발과 관련한 장비 및 물자 반입을 차단하는 선박 검색 강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해상 봉쇄 시도, 군사훈련 강화, 대북 식량 지원 차단 등이 거론된다.

이는 더 강력한 군사적 조처와도 연결될 게 뻔하다. 미국은 이번 기회를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강화할 절호의 기회로 여길 것이다. MD 체제에 한국이 공식적으로 참가하라고 압력을 가할 것이며, 나아가 한미일 삼각 동맹을 구축 ·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일본 아베 정권도 집단적 자위권 도입 등 우경화 드라이브에 가속 페달을 밟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북 압박과 강경 대응은 이 지역의 불안정을 더욱 키울 뿐이다. 북한 지배자들이 추가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 등으로 대응할 우려도 크다. 당장 다가오는 한미 합동 키리졸브 훈련 과정에서 어떤 우발적 상황이 벌어질지 걱정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상황이 주변 국가들의 핵무장 야욕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일본 아베 정권은 11년 만에 군사비를 증액하기로 했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단한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하며 우라늄 농축 시설도 신 · 증설하기로 했다.

이런 도미노 현상은 남한과 대만 같은 다른 국가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텐데, 이는 심지어 미국 지배자들에게조차도 일부 우려스러울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동아시아에서는 심각한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갈등 속에 불안정이 심각해지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댜오위다오(센카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본과 중국의 긴장 관계는 1백 년 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와 비교된다”고 우려할 정도다.

따라서 북한의 핵실험은 바로 이런 제국주의 갈등이 낳는 불안정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 그리고 북한 핵실험에 대한 강대국들의 강경 대응은 동아시아와 한반도를 더욱 불안정하게 할 것이다.

선제 타격과 핵무장론까지 떠드는 한국 지배자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가시화되는 과정에서 한국 지배자들은 위험천만한 호전적 반응을 드러내 왔다.

합참의장 정승조는 살기등등한 “선제 타격”론을 서슴없이 뱉어 냈다. 그는 “[핵무기를] 맞고 전쟁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제거하고 전쟁하는 것이 낫다”며 호전성을 잔뜩 드러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대북 반출 물품의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을 다시 군사지역으로 만들 수도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장거리 미사일을 조기에 실전 배치하기로 하는 등 북한 핵 위협을 빌미로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할 참이다.

또한 일부 우파는 이번 기회에 핵무장으로 한 걸음 전진하려는 의도도 드러내고 있다. <조선일보> 고문 김대중은 한국도 핵무장을 해 “동북아시아를 ‘핵 공포의 균형 지대’로 만들자”는 섬뜩한 주장을 내놓았다.

우파의 일부는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한반도로 들여와 북한과 핵균형을 이루자는 주장도 하고 있다. 당장 핵무장을 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일본처럼 핵무장의 잠재력은 보유하고 싶은 게 한국 지배자 다수의 열망일 것이다.

박근혜는 당선 후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가능하게 하자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2020년까지 달 탐사선을 보낼 로켓을 개발하겠다고 한다. 당연히 이런 계획의 이면에는 한국 지배자들의 군사적 야망이 숨겨져 있다.

따라서 지난 나로호 발사 성공은 남북 간 군사 경쟁을 부추기는 일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진보진영이 나로호 발사를 무비판적으로 환영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중국이 유엔 대북 제재를 지지한 이유

 

중국은 1월 23일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찬성했다. 그러자 미국은 대북 제재 결의 통과에 반색하며, 자신들이 북한 핵실험 저지를 위해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를 통해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사실은 ‘제국주의 열강들’)가 한 목소리로 북한 핵을 반대한다는 점을 과시했다.

그렇다면 왜 중국은 ‘입술과 이’라는 북한과의 동맹 관계에도 불구하고 유엔 대북 제재 결의에 찬성했을까.

중국은 수백 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제국주의 국가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따라서 중국 지배자들도 제국주의 열강들의 핵무기 독점 체제를 유지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

중국도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지면 독자 제재 등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곤 했다. 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2003년 봄 중국은 북한과 연결된 송유관을 일시적으로 잠근 바 있다. 2006년 1차 핵실험 때도 원유 공급량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 지배자들은 북한 핵이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포위하는 명분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따라서 대북 압박이 자칫 미국과 일본에 맞선 중국의 ‘전략적 자산’인 북한을 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까 우려한다.

적어도 2009년 2차 핵실험 후부터는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중시해 경제 교류 등을 강화해 나갔다.

그래서 중국 지배자들이 형식적인 대북 결의를 넘어서, 미국 주도의 강력한 제재 조처에 동참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굳건한 반제국주의 관점이 중요하다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보다 패권을 위해 긴장 고조도 아랑곳 않는 제국주의 체제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 위협론을 내세운 미국의 패권 강화 시도에 단호하게 반대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결코 양비론이나 북한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제국주의의 책임을 덜어 줘서는 안 된다. 중국 정부도 제국주의 지배자로서 동아시아 불안정의 일부다. 따라서 미국에 맞서 다른 열강에 기대를 품지 않고, 노동자 · 민중의 반제국주의 · 반자본주의 운동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MD 참가, 대북 제재 동참 등 한국 지배자들의 친제국주의 정책도 좌절시켜야 한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차기 전투기 도입 등 군비 증강도 막아야 한다.

한편으로 한국의 우파 정부는 이번 핵실험을 기회로 자신들의 치부와 실정을 가리고 종북 마녀사냥 등 진보진영을 이간질시키는 데 악용하려 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처절한 목소리와 저항도 이를 이용해 덮어 버리려 할 것이다. 민주당과 자유주의자들은 이런 우파에 타협할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반제국주의적 관점을 분명히 하면서, 우파의 진보진영 탄압과 분열 시도에도 단결해 맞서야 할 것이다.

입력 2013-02-1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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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을 몰고 온 미국의 ‘아시아 중시’

김영익

오늘날 동아시아는 심각한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갈등 속에 불안정이 심각해지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본과 중국의 긴장 관계는 1백 년 전 제1차세계대전 발발 당시와 비교된다”고 우려했다.

중국을 포위하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전략이 이런 갈등의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오바마가 군사동맹을 확대하고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자, 중국이 이에 격하게 반발했다.

2012년 한 해만 돌아 봐도 한 · 미 · 일의 각종 군사훈련, 일본 자위대의 전력 증강, 중국의 맞대응 등으로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적 경쟁이 커져 갔다. 이런 분위기가 북한을 더욱 압박하고 자극한 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오바마는 북한 위협론을 중국 포위에 이용했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상호 포격을 빌미로 오바마는 핵항공모함을 서해로 들여 보낼 수 있었고,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처리해 나갈 수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이 불과 1년 동안 두 번의 로켓 발사와 핵실험까지 강행하게 된 것이다. 

입력 2013-02-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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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북 제재를 지지한 중국의 딜레마

김영익

중국은 1월 23일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찬성했다. 

미국은 이를 통해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사실은 ‘제국주의 열강들’)가 한 목소리로 북한 핵과 로켓 개발을 반대한다는 점을 과시했다.

그렇다면 왜 중국은 ‘입술과 이’라는 북한과의 동맹 관계에도 불구하고 유엔 대북 제재 결의에 찬성했을까.

중국은 수백 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제국주의 국가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따라서 중국 지배자들도 제국주의 열강들의 핵무기 독점 체제를 유지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 북한 핵개발이 일본 재무장의 명분이 되는 점도 골치가 아프다.

중국도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지면 독자 제재 등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곤 했다. 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2003년 봄 중국은 북한과 연결된 송유관을 일시적으로 잠근 바 있다. 2006년 1차 핵실험 때도 원유 공급량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 지배자들은 북한 핵이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포위하는 명분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따라서 대북 압박이 자칫 미국과 일본에 맞선 중국의 ‘전략적 자산’인 북한을 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까 우려한다. 

적어도 2009년 2차 핵실험 후부터는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중시해 경제 교류 등을 강화해 나갔다. 그래서 중국 지배자들이 형식적인 대북 결의를 넘어서, 미국 주도의 강력한 제재 조처에 동참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듯하다.

입력 2013-02-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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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문

공격적 키리졸브/독수리(KR/FE) 연습 즉각 중단하라!

한미양국이 지난 1일 독수리연습(FE)을 시작한 데 이어, 한국군 1만여 명과 미군 3,500여 명이 참여하는 키리졸브연습(KR)을 오늘부터 21일까지 전개한다. 이 와중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 안보리가 북의 3차 핵실험에 대해 선박 검색, 금융 제재 등의 내용을 담은 강도 높은 제재를 결의했다.

북은 한미 군당국이 기어이 키리졸브연습을 강행한다면 북의 육 · 해 · 공군이 모두 참여하는 국가급 군사연습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정전협정 백지화, 핵 선제타격 권리행사, 남북 불가침 합의 폐기를 잇따라 선언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도 대북 선제타격을 공공연히 주장하는가 하면, 유사시 북의 지휘세력까지 단호히 응징할 것이라며 이를 시행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한미당국과 북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제재와 반격을 주고받으면서 전쟁의 불길 속으로 점점 다가가는 형국이다.

한반도 전쟁 부르는 불법적인 대북 공격적 키리졸브/독수리연습 중단하라!

국방부는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이 연례적인 방어연습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한미연합군 20만 명 이상이 참가하여 60일 동안이나 벌이는 이번 연습은 북한군 격멸, 북한정권 제거, 한반도 통일여건 조성을 작전목적으로 하는 작전계획 5027을 기반으로 평양 점령 훈련 등을 실시한다. 이번 연습에는 F-22 스텔스 전투기와 B-52 전략폭격기, 9천750t급 이지스 구축함인 라센함, 피츠제럴드함 등이 참가한다. 한국에 주둔하는 한미연합국 군대만 70만 명에 이르는 데도 해외에서 추가로 병력과 첨단 공격무기를 끌어들이는 이유는 위의 작전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북의 3차 핵실험 직후 한미양국 국방장관은 이번 군사연습을 북에 대한 무력시위의 수단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는 올해의 전쟁연습이 그 어느 때보다 위협적인 것임을 말해준다.

이와 같이 공격적인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은 그 자체로 유엔 헌장(2조 4항)이 금지하고 있는 ‘무력의 위협’에 해당한다. 또 우리 헌법 4조의 평화적 통일정책의 수립, 5조의 국제평화의 유지 노력과 침략적 전쟁의 부인 규정에 정면으로 반한다. 적대행위 금지(2조 12항)와 군사인원과 장비 반입 금지(2조 13항 ㄷ, ㄹ) 등을 규정한 정전협정에도 위배된다.

이에 우리는 발화점에 근접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된 정세에 불쏘시개를 던지는 불법적인 대북 침략적 전쟁연습인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을 즉각 중단할 것을 한미당국에 엄중히 촉구한다.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긴장완화와 평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하라!

한미당국과 북이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서로에 대한 위협을 가속화하는 사태를 7천만 겨레는 불안과 공포 속에 주시하고 있다. 각급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는 뜬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는 상황은 지금 한반도에 조성되고 있는 정세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웅변한다.

외세에 의한 분단과 참혹한 전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우리 겨레는 아직도 전쟁을 완전히 종결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정전협정 60주년을 맞는 올해 제2의 한국전쟁 발발을 걱정하는 사태를 당하여 우리는 참담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우리는 한미당국과 북을 비롯한 관련 당사국들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일체의 말과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 특히 한미당국은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을 즉각 중단하고, 북은 한미연합연습에 대응하는 국가급 훈련을 중단하라. 한미당국과 북은 ‘김정은 정권 소멸’, ‘핵선제타격 권리행사’ 등 서로를 자극하는 발언을 즉각 중단하라. 유엔 안보리는 배경과 원인도 따지지 않는 일방적이고 강도 높은 대북 제재가 사태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북 제재 결의를 철회하라.

우리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그림자가 가시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북미 간, 남북 간 적대관계가 아직도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에 우리는 한반도 문제 관련 당사국들이 즉각 대화의 장을 열어 우선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를 잠재우고, 나아가 자신의 안보적 이해관계를 놓고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하여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고, 북은 핵무기를 포기하며, 남북 군축을 실현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전쟁위기를 근원적으로 제거할 것을 촉구한다.

한반도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는 우리는 한반도 평화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로서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도 있는 전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평화실천을 벌여나갈 것이다. 오늘 각계 공동기자회견을 비롯하여 집회, 캠페인, 1인시위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평화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게 할 것이며, 마침내 이 땅에 전쟁위기가 사라지고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사회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투쟁할 것이다.

2013년 3월 11일

2013 키리졸브/독수리연습 중단 촉구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노동인권회관, 노동자연대다함께, 농민약국,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민주열사 · 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미군문제연구위원회,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반전평화연대(준), 불교평화연대, 사월혁명회, 사회진보연대, 세상을바꾸는민중의힘, 예수살기,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사), 전국빈민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통일광장, 통일의길, 통합진보당,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재향군인회,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입력 2013-03-1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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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로 세상보기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 자본주의의 논리적 귀결

북한 3차 핵실험 이후 많은 언론들은 북한이라는 괴상망측한 나라와, 김정은 같은 정신 나간 독재자 때문에 우리가 핵이라는 근심거리를 갖게 된 것처럼 설명한다. 북한 · 이란 같은 나라가 핵을 가지고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고,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이런 위험을 해결하려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핵무기가 인류에 가하는 위험의 가장 큰 책임은 자본주의 체제와 제국주의 열강들한테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것을 알 수 있다.

[크게 보기] ⓒ인포그래픽 장한빛

제2차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8월 6일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떨어뜨렸다. 3일 후 나가사키에도 핵폭탄이 떨어졌다. 

핵폭탄이 떨어지면서 10만 명 이상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그리고 수년 동안 적어도 10만 명이 화상과 암으로 목숨을 잃었다. 오늘날 25만 명이 대규모 방사능 오염의 후유증에 시달린다. 

핵폭탄 공격의 무서운 본질이 드러나면서, 반핵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이 운동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핵공격이 터무니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최상층 엘리트들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득을 보는데, 왜 체제 자체를 파괴할지도 모를 핵무기를 개발하려 할까?

그러나 대량살상무기 개발은 자본주의의 논리적 귀결이다. 

자본주의는 자원과 이윤을 최대한 얻으려는 다수의 기업과 국가 들의 경쟁을 바탕으로 한다. 이윤 축적 충동 때문에 다른 고려 사항들은 무시되기 마련이다.    

경제에서 벌어지는 광적인 경쟁은 제국주의적 약탈과 전쟁으로 이어진다. 국가들이 자신들의 힘을 유지하거나 키우려고 싸우기 때문이다. 

제1차세계대전과 제2차세계대전은 제국주의 전쟁이었다. 자본주의 강대국들은 전쟁에서 승리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영국은 제1차세계대전에서 ‘머스터드 가스’라는 화학 가스를 사용했다. 머스터드 가스에 노출되면 사람의 몸 안팎에서 출혈이 일고,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기관지가 상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일어난 민간인 대학살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이는 3년에 걸친 ‘맨해튼 프로젝트’의 결과였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물리학자들이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해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핵폭탄을 어디에 투하할지를 결정한 미국의 표적위원회(Target Committee)는 히로시마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 무기의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각인시키는 데 [히로시마는] 첫 공격을 충분히 극적으로 보이게 할 것이다.”  

미국 지배계급은 세계에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려고 핵무기를 사용하고 싶어 했다.

미국만 무기를 개발한 것은 아니었다. 제2차세계대전 후 냉전이 시작하자,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양 진영 간에 갈등이 일어났다.   

각 진영은 모두 끔찍한 무기를 보유하고, 그 무기를 사용하겠다며 끊임없이 상대편을 위협했다. 이 점이 냉전 시기 갈등의 핵심이었다. 

군비 경쟁

기업들이 이윤을 위해 경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들도 자신의 지배력을 입증하려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점차 더 많은 무기를 축적하게 된다. 이런 모습의 가장 분명한 사례가 냉전 기간에 미국과 러시아가 벌인 군비 경쟁이었다. 

지구를 여러 번 파괴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는 여전히 세계 곳곳에 있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경쟁의 논리는 더 치명적인 무기를 만들어 낸다.  

예컨대 미국만이 핵폭탄을 갖고 있을 때, 미국은 핵폭탄이 없는 국가들을 지배하고자 하는 데 이를 이용했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도 핵폭탄을 보유하게 되자, 미국은 우위를 되찾으려고 더 강력한 무기를 개발하려 했다.    

제2차세계대전 후 수년 만에 새로운 치명적인 무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중에는 수소폭탄뿐 아니라,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의 일종], 네이팜탄, 백린탄, 확산탄, 열화 우라늄탄 등이 있다. 

주류 언론은 이란과 북한 같은 “깡패국가”가 핵무기를 손에 넣으려 하는 게 “국제 안보”에 위협이라고 떠들어 왔다. 물론 이런 무기는 세상에서 점차 줄어드는 게 좋다. 그러나 강대국과 주류 언론의 주장은 노골적인 이중 잣대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가장 많이 갖고 있다. 1만 기 이상의 핵탄두, 3만 톤 이상의 화학무기를 갖고 있고, 심지어 탄저균폭탄을 만들고 실험해 왔다. 2002년에 미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들에 선제 핵 공격을 할 수 있다고 협박한 바 있다.

그러나 언론은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세계에 가하는 진정한 위협은 못 본 척한다. 그 와중에 강대국들은 대량살상무기를 계속 독점하려고 약소국들의 “위협”을 과대선전한다. 

이처럼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경쟁적으로 축적하는 게 바로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가 우리를 파괴하기 전에, 우리가 이 체제를 쓰러뜨려야 한다. 

입력 2013-03-0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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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긴장에 부채질하는 박근혜

김영익

북한 핵실험 이후 박근혜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한반도 긴장을 높일 온갖 호전적 조처를 내놓았다. 

박근혜가 고른 외교 · 안보 인사들만 봐도 김장수, 남재준, 김병관 등 모두 군부 출신의 대북 강경파다. 

2월에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박근혜 정권은 국방비를 “국가 재정 증가율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증액하겠다고 못 박았다. 

그리고 이명박의 “능동적 억제 전략” 개념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능동적 억제 전략”은 매우 위험천만한 개념이다. 이 전략 개념은 서해상 교전에 대비해 “선 조치, 후 보고”와 “도발 원점과 함께 지원부대에 대한 타격” 등을 골자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권은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며 서해상의 군사력을 대폭 증강했다.

박근혜는 이런 호전적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한발 더 나아가 “NLL 남쪽 해상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아도” 북한을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도발 원점”뿐 아니라 “지휘세력을 응징”하겠다는 말도 나온다. 그만큼 서해 등지에서 우발적 무력 충돌과 확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졌다.

박근혜는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에 이를 탐지해 파괴하는 ‘킬 체인’(kill chain) 구축 계획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조기에 전력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군비 증강과 미사일 전력 강화는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 불안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킬 체인’과 KAMD는 향후 미국과의 MD 체제와 연계될 가능성도 높다.

이밖에도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심화 · 발전하겠다고도 밝히며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려 한다. 

우리는 박근혜의 강경 대북 정책이 낳을 위험성을 폭로하며 저지해야 한다. 복지 등 대중의 필요를 희생시키는 군비 증강에도 반대해야 한다. 

입력 2013-03-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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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불가피한 선택인가?

김영익

한미 지배자들이 북한의 위협을 부풀리는 것은 분명 역겹지만, 북한 지배자들이 ‘핵 선제 타격’ 운운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이는 남한의 노동자 · 민중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자들은 모든 핵을 반대한다. 더구나 핵무기는 파괴력 측면에서 여타의 재래식 무기와 질적으로 다르다. 핵무기는 대도시를 공격해 수십만 명을 한꺼번에 몰살시킬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을 받은 제3세계 민족주의 정권들이 모두 핵무기를 개발한 건 아니었다. ‘불량국가’의 핵무장 시도는 미국이 그 나라를 압박하고 개입할 명분만 더해 줄 뿐이었다. 

오히려 베트남 전쟁의 경험이 보여 주듯이, 전 인민적 저항과 국제적 연대가 제국주의의 압박에 맞서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북한 지배자들은 군비 경쟁에 뛰어들어 독자적으로 핵무장 하는 길을 선택했다. 

북한 지배자들이 이런 선택을 한 까닭은 북한 체제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아래로부터 혁명이 아니라 소련군 탱크의 지원으로 건설된 국가였다. 

1948년 정부를 수립한 북한 관료들은 서방 · 남한과의 군사적 · 경제적 경쟁에 대처해야 했다. 이를 위해 관료들은 국가자본주의 방식으로 급속한 공업화를 추진했다. 노동자와 농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며 축적과 경쟁을 우선한 것이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에 대해서도 북한 관료들은 인민의 필요를 억누른 채 핵 · 미사일을 개발한 것이다.   

즉, 북한은 계급 분단이 존재하고, 축적을 위해 다수 인민을 희생시키는 관료적 국가자본주의 체제다. 따라서 남한과 북한은 본질적으로 똑같은 착취 · 억압 체제다. 

사회주의자들은 이처럼 반공 우파와는 전혀 다른 관점과 이유에서 북한 체제를 지지하지 않는다.

입력 2013-03-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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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마녀사냥에 절대 동조 말아야

김영익

한편 사회주의자들은 지배자들과 우파의 ‘종북’ 마녀사냥에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 지배자들과 북한 체제에 대한 잘못된 입장을 가진 자주파 동지들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자주파 동지들은 지금껏 국가 탄압을 견뎌 가며 지배계급에 맞서 싸우고 피억압 계급과 함께했다. 지금 ‘종북’ 국회의원으로 낙인찍힌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오랫동안 노동 · 학생운동 등에서 활동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박근혜와 우파들은 지금의 상황을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통합진보당 등을 겨냥한 ‘종북’ 마녀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선일보> 등 우파들은 ‘한미연합훈련은 명백한 북침 전쟁훈련’이라는 통합진보당의 정당한 비판조차 ‘북한의 주장과 똑같다’며 비난을 퍼붓는다. 심지어 ‘통합진보당 로고가 인공기와 비슷하다’는 황당한 소리까지 한다. 이석기 · 김재연 의원을 제명하자는 얘기도 다시 나온다. 

무엇보다 우파들의 ‘종북’ 공세는 그저 통합진보당과 자주파만이 아니라, 넓게는 운동 전체를 겨냥한 것이다. 우파들은 한반도 긴장 고조에 반대하는 일체의 평화 운동을 싸잡아서 ‘종북’이라고 매도한다. 북한 핵실험 직후 기회를 틈타 박근혜 정권은 쌍용차 농성장을 공격하기도 했다. 

따라서 진보진영의 일부가 정당한 비판을 넘어서 ‘주사파는 진보가 아니므로 진보에서 배제하고 도려내자’고 공공연히 주장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런 생각으로는 운동을 분열시키고 사회 전체의 이데올로기 지형을 오른쪽으로 옮기려는 우파의 ‘종북’ 공세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우리는 ‘종북’ 마녀사냥을 통해 운동을 분열 · 탄압하려는 지배자들에 단결해서 맞서야 한다.

입력 2013-03-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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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와 전쟁연습이 긴장을 낳았다

제국주의가 진정한 위협이다

김영익

3월 초부터 남북 간에 험악한 말이 오가고 한반도에 긴장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꼈다.

기성 언론과 정치인들은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남북불가침 합의 폐기, 전투 동원 태세 돌입 발언 등을 주로 부각하고 문제 삼았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협박과 도발을 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주의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북한 지배자들의 호전적 언행을 결코 지지하지 않는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전쟁연습은 한반도에 평화는커녕 불안정만 키울 뿐이다  키 리졸브 연습. ⓒ이윤선

그러나 한반도 긴장 고조의 진정한 책임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있다. 그동안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북한을 고립 · 압박해,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게 한 근본적 책임은 바로 미국 제국주의에 있다. 미국은 일찍이 한반도에 핵무기와 핵잠수함 등을 들여왔고, 북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 위협도 미국이 먼저 했다.

최근의 긴장 국면도 그 출발점은 미국이 주도한 유엔 대북 제재와 한미 연합군사훈련이었다.

이번에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주도한 유엔 대북 제재 결의는 위선 덩어리다.

미국은 북한의 조선무역은행과의 거래를 금지하며 독자적 금융 제재도 실시했는데, 가장 많은 핵무기를 실전에 배치한 미국이 북한을 ‘일벌백계’ 한다고 나선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미국은 유엔 대북 제재가 북한 지배자들만을 겨냥한 “스마트 제재”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이 주도한 제재는 예외 없이 제재 대상국 대중을 끔찍한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한 · 미 · 일의 대북 압박은 그저 경제 제재에만 그치지 않았다. 3월 들어 시작된 키 리졸브 · 독수리 연습은 평양과 유사한 지형을 골라 상륙작전을 하는 북한 점령 훈련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더구나 핵무장한 핵잠수함, 스텔스기, 전략핵폭격기 등이 이 훈련에 동원됐다.

일본 아베 정권의 위협도 북한을 크게 압박했다. 최근 아베는 “[북한 미사일] 기지 공격은 헌법상 자위권 범위에 포함된다”는 섬뜩한 말을 했다.

북한의 호전적 언행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가하는 강력한 제국주의적 압박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전략적 인내

최근 상황은 북한의 요구를 무시하고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낳은 결과기도 하다. 북미 간 협상을 요구하던 북한 지배자들은 더욱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렸다.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의 ‘아시아 중시’ 전략과 맞물려 있었다. 오바마는 동아시아에서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미국의 패권을 지키려면 강력한 대북 압박을 포기할 수 없었다. 북한 ‘악마화’가 대중국 포위망 구축의 좋은 명분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과 대중국 포위망 구축 속에서 근래 이 지역의 긴장은 꾸준히 고조됐다. 중국이 미국의 포위망 구축에 반발하면서 동아시아에서 영유권 분쟁이 급증했고,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군비를 늘렸다.

미국은 재정 적자로 군사비를 삭감해야 할 처지이지만, 예정대로 2020년까지 미 해군의 60퍼센트를 태평양 지역에 배치하려 한다. 미국은 F-35 같은 차세대 전투기와 버지니아급 잠수함, 신형 공중급유기 등 최신 무기도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 우선 배치할 예정이다.

아베노믹스

무제한 돈 풀기로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자국 수출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아베 정권의 경제 정책. 이웃나라의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근린궁핍화’(이웃나라 가난하게 만들기) 정책으로 불린다.

경제 위기 속에서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 경제적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도 긴장 고조에 일조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두고 중국이 반발하는 것은 그 점을 보여 준다.

오바마는 북한 위협을 빌미로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봉쇄하고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최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토머스 도닐런은 “북한의 즉각적인 위협에 직면해, 동맹국들과 협력해 미사일방어체제(MD)를 확대하는 데서 빠른 진전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물론 지금 당장 한반도에서 심각한 전쟁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일정 기간의 냉각기를 거쳐 지금의 긴장이 다시 봉합될 수 있다.

그러나 설사 북한과 미국이 핵 · 미사일 문제 해결과 관계 개선을 맞바꾸는 합의에 이르러도, 세부 방식이나 이행 과정을 놓고 대화가 중단되고 다시 갈등이 증대될 수 있다. 이것이 지금까지 북미 대화의 패턴이었다.

그런 점에서 평화협정 체결 등은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한반도의 평화를 진정으로 보장하기는 어렵다.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제국주의 질서 속에서 국가 간 약속과 합의는 금세 공수표가 되기 일쑤기 때문이다.

북한을 굴복시키려고 한 · 미 · 일 지배자들이 여러 호전적 조처들을 밀어붙이면서 남북 간에 우발적 충돌이나 사고가 벌어질 가능성도 그만큼 더 커졌다.

예컨대 이명박과 오바마의 강경 대북 정책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자,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2009년 11월 서해 교전, 2010년 11월 연평도 상호 포격 사태 등이 잇달아 일어난 바 있다.

그리고 우발적 충돌이 더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특히 그동안 국지적 충돌이 자주 일어난 서해 NLL 일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안심할 수가 없다. 박근혜는 이 지역에서 충돌이 벌어지면 ‘확전’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따라서 제국주의 간 경쟁과 압박 속에 한반도와 그 주변은 앞으로 불안정이 훨씬 커질 듯하다.

우리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과 한미동맹 강화가 동아시아의 불안정을 증대시키고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제국주의적 대북 제재와 압박에 반대하고,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불안정을 키우는 군비 증강 같은 정책에도 반대해야 한다.

지금의 갈등은 세계 자본주의 위기가 제국주의 간 경쟁을 치열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는 노동계급의 투쟁이 반자본주의 · 반제국주의 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개입하고 투쟁해야 한다.

입력 2013-03-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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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배계급의 핵무장을 ‘존중’해서는 안 된다

독자편지 | 장한빛

송하나 동지가 동북아시아의 위기의 원인을 제국주의 압력에서 찾고, 동시에 북한 체제에 대해서도 국가자본주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다. 나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송하나 동지는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제국주의가 원인 제공을 했기 때문에 제국주의만 비판해야지, 핵을 선택한 북한 지배자들을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양비론이거나, 우익의 북핵 제거 논리와 맞닿게 된다고 보는 듯하다.

그래서 송하나 동지는 ‘북한의 민중이 선택한 핵은 불가피했고,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당 규약에 5년마다 열리도록 돼 있는 당대표자회가 44년 만에 열릴 정도로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북한에서 핵을 “민중이 선택”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구나 북한 핵 개발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더욱 문제다.

그런 논리라면 - 북한 민중이 반대를 표현할 기회도 권리도 갖지 못하고 있는 - 북한의 3대 세습도 존중해야 하고, '선군정치'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송하나 동지는 북한 민중이 지배자들에게 맞서 투쟁하기 전까지는 북한 정권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송하나 동지는 <레프트21>의 주장과 단순한 양비론을 구분하지 않는 듯하다. <레프트21>은 단순한 양비론과 달리 아래로부터의 관점에서 제국주의를 반대하기 때문에 북한 지배자들의 방식에도 비판적인 것이다.

송하나 동지의 말대로 우리는 베트남 전쟁에서 베트남 민중의 승리를 기원했다. 하지만 미국이 물러난 이후 건설된 국가자본주의 국가 건설까지 지지했던 것은 아니다. 전쟁이 끝나고 벌어진 베트남 지배계급의 캄보디아 점령과, 농민에 대한 과중한 세금,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노역을 ‘존중’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 정권도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국가자본주의적 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국가 간 경쟁에 모든 생산을 종속시키며 민중의 삶을 희생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그런 북한의 국가자본주의적 방식을 ‘존중’해야 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북한 정권은 일관되게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하지도 않는다. 한편에서는 미국 제국주의의 압박에 반발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 제국주의와 끊임없이 타협하려 애쓰고 있다. WTO에 가입하고 싶어 하고, 주한미군의 주둔을 인정할 수 있다고도 한다. 최근 김정은은 데니스 로드맨을 통해서 '오바마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을 미국에 전했다.

동아시아 불안정

송하나 동지는 북핵이 “미국과 동북아 국가들의 군사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에 대응해 북한은 핵무장을 선택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은 다시 북핵을 빌미로 군사력 증강에 나서는 것이 명백한 현실이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를 확대, 최신 무기 아시아 배치, 일본의 헌법 개정 시도와 핵무장 추구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또 한일 군사협정도 다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것은 다시 북한 지배계급이 군비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하면서 그것을 정당화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통과 부담은 고스란히 북한의 평범한 민중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송하나 동지가 북핵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전 인민적 저항과 국제적 연대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송하나 동지는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패배한 것은 ‘베트남의 밀림과 냉전이라는 특수한 조건 때문이었다’는 잘못된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특수한 조건 덕분에 베트공의 게릴라 투쟁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베트남 게릴라들은 영웅적으로 싸웠다. 그러나 그들이 할 수 있는 저항은 주로 폭격을 견디고 살아남는 것이었다. 그나마 베트공이 반격을 시도했던 '구정 공세'도 군사적으로는 결코 성공이 아니었다. 오히려 구정 공세 이후 미군의 반격으로 남베트남 게릴라들은 거의 괴멸 상태로 내몰렸다. 이처럼 구정 공세는 군사적으로는 패배였지만, 전쟁이 금방 끝날 것이라고 홍보하던 미국 지배자들의 거짓말을 폭로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런 베트남 민중의 저항은 전 세계 반전 운동을 촉발시켰다.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도 “베트남 사람들은 나를 검둥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해치지도 않는다. … 베트콩과 싸우느니 흑인을 억압하는 세상과 싸우겠다”며 징집을 거부했다. 나중에는 그런 징집 거부자들이 너무 많아서 그들을 체포하는 것을 포기할 정도였다.

군대에서는 병사들의 반란이 시작돼 전투를 거부했고, 전투를 강요하는 상관에게 병사들이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모여 베트남 민중의 승리를 가져왔던 것이다.

걸림돌

북한 정권이 베트남의 사례처럼 민중의 힘을 동원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고 핵을 선택한 것은, 북한 민중이 ‘핵을 용인’해서가 아니다. 북한 지배자들 민중을 억압하는 정권이다. 민중을 억압하는 정권은 민중을 동원해 투쟁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민중에게 아래로부터 반제 투쟁을 호소하고 국제적 연대를 제안하는 게 아니라 핵무장을 선택한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국제적 연대를 촉구하기는커녕 걸림돌이 된다. 북한의 핵무기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거라고 위협하는 데, 서울의 노동자들이 북한의 군사적 승리를 공감할 수 있을까? 북한의 지배자들이 워싱턴을 핵무기로 날려버리겠다고 하는 데, 미국의 민중이 오바마 정권에 맞서 북한을 방어하기 쉽겠는가?

북한 지배계급의 핵무기는 반제국주의 투쟁의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반제국주의 투쟁의 걸림돌일 뿐이다.

입력 2013-03-2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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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미국의 전략과 ‘아시아로의 귀환’

알렉스 캘리니코스 (영국 킹스 칼리지 유럽학 교수, 영국 사회주의 노동자당 중앙위원장)

미국의 모든 군사력이 이라크로 말려 들어간 지 곧 10년이다. 미국은 전술적으로는 곧 적군을 압도했지만, 이제껏 당해 본 적 없는 큰 지정학적 패배로 나아갔다.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1971~72년 리처드 닉슨이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것으로 패배의 효과를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중국이 빠른 경제 성장을 무기 삼아 미국의 패권에 전례없이 큰 도전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전략적 중심축”을 중국으로 옮기기 시작하며 미군의 60퍼센트를 태평양으로 집중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중동을 버릴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비록 [미국에 매장량이 많은] 셰일가스 덕분에 미국은 더 많은 에너지원을 국내에서 마련하겠지만(지난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최대 석유 수입국이 됐다), 중동은 매우 중요해서 미국이 이곳에서 손을 뗄 수는 없다.

그러나 10년 전 미국 정책 입안자들의 눈은 확실히 중동에 꽂혀 있었지만, 지금 그들은 동아시아를 보고 있다. 그런데 동아시아 상황은 복잡하다.

1941~45년 태평양전쟁 이래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의 산업을 뒷받침하는 식으로 아시아 역내 경제적 관계가 바뀌었다.

그리고 중국은 경제 성장의 성과 일부를 군사력 증강에 투입했다. 3월 초 중국은 국방 예산을 10.7퍼센트 증액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듯이, 중국 국방비 증가는 사실 둔화하고 있다.

“이 수치는 2000~09년 연평균 증가율 16.5퍼센트, 그리고 1990~99년 연평균 증가율 15.7퍼센트와 대조적이라고 … 미국의 중국 군사 전문가 두 명이 말했다.

“물가인상을 감안하면 중국의 군사력 확장 속도는 이전만큼 인상적이지 않다. … 실질 가격으로 볼 때 2010년과 2011년 중국의 군사비 지출은 평균 3.1퍼센트 상승했다. … 해마다 ‘정부 보조금에서 군대가 받은 돈이 차지하는 비율이 감소했다.’”

국방비

높은 국방비 지출은 강력한 경쟁국들이 몰려 있는 이 지역 모든 나라들의 특징이다.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일본, 인도, 남한, 베트남도 그렇고, 북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를 동원한 무력 시위를 전문으로 한다.

그 위험성은 한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 사이의 갈등에서 드러난다. 일본과 중국은 타이완 근처에 있는 그 열도를 각각 센카쿠와 댜오위다오라고 부른다. 일본은 1895년부터 그곳을 지배했고 중국은 영유권을 주장한다.

지난해에 이 갈등이 고조됐는데, 일본 민족주의자들이 이 섬들을 도쿄도에 편입시키려 한 저돌적 행동이 계기가 됐다. 예를 들어, 우파인 전(前) 도쿄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는 그 섬들 중 세 곳을 매입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중국과 일본의 전투기와 군함이 섬 근처에서 추격전을 펼치기도 했다. 일본은 1월 30일 중국 군함이 일본 구축함에 사격관제 레이더를 조준(사격 직전 단계)했다고 주장했다.

이 분쟁은 살 떨리지만 흥미롭기도 하다. 첫째, 이 분쟁은 전통적인 영토 분쟁이다. 이는 세계화 때문에 영토 분쟁이 사라졌다는 지배계급 사상가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둘째, 바로 세계화의 중심국들, 즉 일본과 중국뿐 아니라 미국(일본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관계다)도 이 분쟁의 당사자다. 이처럼 세계의 3대 경제가 이 조그만 섬을 둘러싸고 잠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셋째, 두 적대자 가운데 일본이 더 공세적이었다. 보수적 민족주의자인 신임 일본 총리 아베 신조는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일본의 귀환”을 선언했다. 아베는 <워싱턴 포스트>에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자국 경제에 필요한 천연자원을 확보하려고 강압적이고 위협적인 행위를 일삼고 있다.”

미국의 처지에서 볼 때, 이런 경쟁 관계는 자국에 유리하다. 물론 오바마 정부는 태평양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강력한 경쟁국들(무엇보다 일본과 인도)을 포섭해 중국을 가둘 수 있다면,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입력 2013-03-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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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일본은 어디로 ― 마르크스주의적 분석 ②

본격화한 일본의 재무장을 누가 막을 것인가

이현주

“북한이 로켓을 빨리 쏘면 좋겠다.” 지난해 말 일본 관방장관은 무심코 자기 본심을 드러냈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은 최근 북한 핵실험을 기회 삼아 군사대국화에 박차를 가하려 한다.

최근 일본 총리 아베 신조는 “[북한 미사일] 기지 공격은 헌법상 자위권 범위에 포함된다”며 선제공격론에 해당하는 섬뜩한 말을 했다. 일본 지배자들은 ‘평화’헌법* 개정을 서두르고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 지배계급은 지난 20년간의 경기 후퇴, 이른바 ‘잃어버린 20년’ 속에서 군사력 증강 야욕을 키워 왔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의 위상을 추월한 중국의 부상은 이를 더한층 자극했다. 

미국은 ‘중국 견제’라는 목표 아래 동맹국 일본의 재무장을 부추겨 왔다.

1990년대 초에 본격화한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전후 냉전기 동안의 일본 자본주의 성장이라는 물밑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었다.

경제 ‘기적’

제2차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패전국 일본의 미래는 어두워 보였다. 

그러나 일본은 1955년부터 1970년대 초까지 연 10퍼센트 정도씩 성장해, 이미 1968년에 서방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1990년대 이래 중국이 받고 있는 경제 성장에 대한 찬사는 원래 일본의 것이었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유럽과 미국보다 월등히 높았다. 미국이 안보를 책임져 준 덕분에, 일본은 군비 지출을 GDP의 1퍼센트 정도로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많은 돈을 산업(기술개발)에 투자할 수 있었다. 

미국은 일본을 아시아의 ‘반공 방벽’으로 키우려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은 핵심 산업 기술을 일본에 공짜로 넘겨주고, 일본의 국내시장 보호 정책을 눈감아 주고, 미국 시장을 개방해 줬다. 미국 경제는 막대한 군비 지출로 한동안 호황을 유지했는데, 이것은 일본(과 독일) 같은 나라들에 수출 시장을 제공했다. 

일본을 대하는 미국의 ‘관대함’은 일본 정부가 전략 산업으로 정한 산업들에서 일본이 미국을 따라잡는 현상이 분명해질 때까지도 계속됐다.

이런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며 일부 일본 지배자들은 이미 1970년대부터 경제력에 걸맞은 군사력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1971년 미 국방정보국이 쓴 ‘일본 방위 정책의 진전’이라는 보고서는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이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국력에 필요한 군사 능력을 발전시킬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일본 내에서도 민족주의 감정의 증대로 인해 특히 국가 안전 보장을 타국에 의존[하는] … 것에 깊은 불만을 나타내는 집단도 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재계가 방위력 증강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지배자들의 관심은 먼저 아시아를 향했다. 1970년대 초 일본은 동아시아 지역 최대 투자자였기 때문이다. 아시아로 진출한 자본을 보호하고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려면 강력한 군사력이 뒷받침돼야 했다. 

그러나 이들의 관심은 아시아에서 멈추지 않았다. 일본 자본주의는 중동 석유에 크게 의존(전체 석유 수입의 80퍼센트 차지)한다. 그래서 중동에서 동아시아로 이어지는 석유 수송로의 ‘안정’을 지키는 것도 사활적이었다. 

일본 경제는 어느 순간 미국 경제와 격차를 줄이기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 대일 무역 적자는 미국에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1980년대가 되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커졌다. 1985년 플라자 합의*는 미국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를 만회해 보려는 시도였다. 이렇듯 냉전 후반기에 미국과 일본은 군사적으로는 더 긴밀해졌지만, 경제적으로는 긴장을 빚었다.

이런 상황에서 냉전 해체는 일본이 정치 · 군사적으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냉전 종식으로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이 됐지만, 동시에 서방 열강들을 자신의 우산 아래 단결시킬 명분(‘소련 위협’)도 잃어버렸다. 

미국의 가장 큰 걱정은 ‘일본(과 독일)이 경제적으로 강력할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강력해질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통제를 벗어날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걸프전

그러나 일본(과 독일)은 군사력에서는 결코 미국의 엄청난 군비 지출과 막강한 무기의 수준 · 규모에 비할 수가 없었다. 1991년 걸프전*은 이런 일본(과 독일)의 한계를 부각시키는 계기였다. 

“걸프만 위기는 일본과 독일이 군사강국으로 발전하는 데 버티고 있는 장애물이 얼마나 큰지를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양국 모두 그 위기에서 주변적인 구실만을 담당했는데, 이유인즉슨 한편으로 대외 군사 개입에 대한 국내의 반대 때문이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라크전과 같은 원거리 작전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장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특히 독일).”(알렉스 캘리니코스, 《역사의 복수》)

“[또,] 일본은 걸프전에 거금 1백30억 달러를 내놓았는데도 헌법을 근거로 다국적군에 참여하길 거부했다는 이유로 [미국한테서] ‘너무 적은 일을 너무 늦게 했다’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도쿄는 이런 비판에 충격뿐 아니라 … 심지어 상처까지 받았으며 이후 헌법이라는 ‘장애’를 극복하고자 분투했다.”(개번 매코맥, 《종속국가 일본》)

이때부터 일본은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꼼수’를 부리거나 이마저도 안 되면 헌법을 아예 대놓고 무시하는 식으로 본격적인 군국주의화 행보를 했다. 

미일합동군사훈련 1990년대 초기 본격화한 일본 재무장은 ‘평화’헌법과 현실 사이의 모순을 깊어지게 했다. ⓒ사진 출처 미 해군

1990년대 일본은 ‘유엔평화유지활동(PKO)협력법’(1992년)과 ‘주변사태법’(1999년) 등을 통과시키면서 재무장과 해외 군사 개입의 길을 조금씩 열었다. 

실천을 뒷받침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우경화도 뒤따랐다. 과거의 침략 전쟁을 미화하며 ‘자학사관*에 기초한 교과서를 수정해야 한다’는 우익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아베는 이를 주도한 사람 중 하나다. 

중국의 부상을 배경으로 일본은 미국의 MD 체제(당시 TMD 체제)에도 가입했다(1998년). 미국은 중국에 대한 일본의 우려를 자극해, 냉전 이후 잠시 삐거덕거렸던 미일 동맹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일본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면서 질적으로 ‘도약’했다. 예컨대, 2001년 일본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도우려고 인도양에 이지스함을 파견했다. 이것은 10년 전 걸프전에 돈만 댔던 것에 비추면 큰 변화였다. 뒤이어 2004년 일본은 드디어 육해공을 망라한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병했다. 60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군대가 전쟁에 참여한 것이었다.

이 모든 일들은 ‘평화’헌법하에서 진행됐다. 그 결과, 지난 20년 동안 헌법 문구와 현실 사이의 모순은 점차 심해졌다. 현재 일본은 세계 2위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고 정예부대로 구성된 육상자위대, 최첨단 함정과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곧장 핵무기도 만들 수 있는 상황이다. 

모순

따라서 개헌 등 아베의 시도까지 관철된다면 일본은 아주 순식간에 군사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것은 동아시아 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물론  아베의 시도가 순탄하게 관철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먼저, 아시아 주변국의 ‘반일 감정’ 문제가 있다. 일본의 식민지 경험이 있는 한국과 중국의 민중은 일본의 재무장을 우려한다. 물론 한국 지배자들은 일본의 재무장을 진지하게 반대할 리 없다. 지난해에는 한일군사협정도 추진했다. 지배자들은 과거사나 독도 문제도 일본과의 협력 추진에 걸림돌이라는 점에서 접근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국민들의 우려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둘째, 미일 동맹 문제다. 미국의 후원은 일본의 군국주의화에 상당한 구실을 했다. 그러나 앞서 봤듯이 일본이 미국의 바람 때문에 재무장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미국과 일본 사이의 잠재된 모순도 봐야 한다. 

미국은 일본이 더 강해지고 동아시아에서 더 큰 구실을 하기를 바라는 동시에 자신의 통제하에 두고자 한다.

미국은 일본이 한국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한미일 삼각 동맹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은 일본이 독자적 핵무장까지 나아가는 것은 꺼려한다. 미국 지배자들은 북핵 위기가 일본의 핵무장을 부추기는 점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아베는 여전히 국내 반대 여론을 의식해야 한다. 최근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베의 지지율이 오르긴 했지만, 일본의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군사대국화 행보에 대한 지지는 높지 않다. 헌법 9조 개정에 대해서 여전히 찬성보다 반대가 더 많다.

최근 도쿄에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2주년을 맞아 4만 명이 국회를 둘러싸고 ‘원전 제로’ 정책을 촉구했다. 이 운동은 일본의 재무장에 맞서는 운동으로 나아갈 잠재력이 있다. 일본의 반전 평화 운동은 강력한 역사와 전통이 있다. 

물론 이런 잠재력이 실현되려면 이 운동은 제국주의와 재무장을 반대해야 할 뿐 아니라,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운동과도 만날 필요가 있다.

좌파는 이런 정치적 · 조직적 대안을 건설하며 일본 정치의 불안정과 양극화 속에서 목소리를 키워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경쟁은 군사적 경쟁을 낳고, 이것은 재앙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낳는다. 일본의 재무장과 우경화도 이런 맥락에 있다. 이 매커니즘은 20세기 초중반에 일본이 야만적 침략으로 나아가게 만들었고, 동시에 일본 민중을 인류 최초 핵 재앙 피해자로 만들었다. 그런데 섬뜩하게도 이 매커니즘이 오늘날 다시 작동하고 있다.

사회주의자들이 일본 재무장에 반대하고 근본적으로는 제국주의 체제에 맞서야 하는 이유다.

입력 2013-03-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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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불안정 ― 제국주의론으로 파헤치기 ①

자본주의에 내재한 지정학적 경쟁

김영익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불안정이 점차 커지자, 그 원인을 놓고 많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국주의로 바라보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의 제국주의론은 오늘날 동아시아 불안정의 핵심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올바른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다.

니콜라이 부하린(1888~1938년)

러시아 볼셰비키의 지도적 활동가. 《제국주의와 세계경제》, 《과도기 경제학》 등을 썼다. 1938년 스탈린에게 처형 당했다.

레닌, 부하린 등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국가 간 갈등과 긴장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닌은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일반의 근본적 특징의 발전이자 그 직접적 연장”이라고 주장했다.

자본주의에서 개별 자본은 이윤 획득을 놓고 다른 자본들과 치열하게 경쟁한다. 경쟁에서 도태된 자본은 다른 자본에 잡아 먹히고, 승리한 자본은 점차 더 거대해진다.

엄청난 경쟁 압박 때문에 자본가들은 경쟁자를 누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벌일 뿐 아니라 자국의 힘을 동원해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려 한다.

자본과 국가

자본주의 국가들도 자국 자본이 경쟁에서 유리해지도록 다른 국가와 치열하게 경쟁한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앞서려면 성공적인 자본주의 경제를 건설하고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이 더는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국가들은 세계 각지의 시장과 원료 산지에 접근하고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국가는 외교력과 군사력을 강화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즉,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래서 부하린은 “전쟁 없는 자본주의는 상상할 수 없듯이, 군사력 없는 자본주의도 상상할 수 없다”고 썼다.

두 가지 형태의 경쟁에서 앞서 나간 소수 국가들은 자본주의 국가들의 위계서열에서 꼭대기를 차지할 수 있다. 따라서 제국주의 체제는 소수 강대국들이 경쟁하면서 나머지 국가들을 경제적 · 군사적 · 정치적으로 지배하는 체제다.

반면, 제국주의를 지배계급 일부(예컨대 군수자본이나 금융자본)가 지지하는 “정책”으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는 민족주의 관점에서 제국주의를 단지 특정 강대국의 약소국 지배로만 보기도 하는데, 이는 제국주의가 자본주의 세계 체제를 뜻한다는 점을 보지 못한 것이다.

△자본주의가 탄생한 후 인류는 전쟁으로 끊임없이 고통받았다. 동아시아 민중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진 출처 http://www.iww.org/

세계적 · 지역적 규모에서 교역과 투자가 활성화돼 국가 간 경제적 상호 의존이 커지면, 국가들이 군사적으로 충돌하기보다는 평화적으로 협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 자유주의자들은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적으로 상호 밀접해져서 동아시아에서 ‘파국’은 피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물론 제국주의 열강들이 국가들의 위계서열과 각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국제질서”를 일시적으로 안정시킬 수는 있다. 그리고 경제의 “세계화”를 통해 상호 이익을 도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지속될 수 없는 일이다. 레닌은 세계경제의 불균등성과 모순을 강조하면서, 자본주의의 역동적 발전 자체 때문에 이러한 불균등성의 분포가 바뀌고 국가 간 힘의 균형이 끊임없이 바뀐다고 주장했다. 

30년 전만 해도 중국 경제는 네덜란드보다 작았다. 그러나 30년 동안 연평균 8~10퍼센트씩 폭발적으로 성장해, 오늘날 중국 경제는 일본마저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다.

반면, 세계 최강 미국은 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하락해 왔다. 일본 경제도 계속 정체해 일본 자본가들은 자국이 ‘청일전쟁 후 처음으로 중국에 밀렸다’는 충격에 휩싸였다.

또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자 주요 채권국이 돼, 세계경제의 중요한 거점으로 부상했다. 특히 아시아 나라들에 중국은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다.

불균등과 모순

중국의 경제성장은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졌다. 중국은 세계에서 군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특히 원활한 자원 확보 등을 위해 해군력을 급격히 증강시키고 있다.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 이 나라들은 최근에 급성장한 ‘신흥 시장 경제들’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제국주의 질서에 상당한 변화를 낳고 있다. 예컨대 중국은 미국의 “뒷마당” 라틴아메리카에서 막대한 원료를 수입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을 미국의 영향권에서 떼어내는 구실을 한다. 그리고 러시아 등과 공조해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세계은행에 맞서 브릭스 개발 은행을 설립하려 한다.

중국의 군사력 증가도 동아시아를 지배해 온 미국의 군사 패권에 직접적인 도전이 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적 · 군사적 부상을 위협으로 느끼며 제국주의 서열의 꼭대기 자리를 지키려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오바마는 “아시아 재균형(아시아로의 ‘귀환’)” 전략을 천명하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군사력을 늘리고, 동맹 관계를 확대 · 강화했다.

헨리크 그로스만 (1881~1950년)

20세기 초 오스트리아와 폴란드 등에서 활동한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 《자본주의 체제의 축적과 붕괴의 법칙》을 썼다.

특히,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이 낳는 경제 위기가 이런 갈등을 키우고 있다. 헨리크 그로스만은 경제 위기가 깊어질수록 “세계시장에서 경쟁자를 배제하고 가치의 이전[이윤]을 독차지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 위기 때문에 열강들 사이의 지위가 바뀔 때 “경제적 경쟁을 폭력을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이는 국가 간 정치적 · 군사적 갈등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경제 위기로 자본주의 국가들은 살아남는 데 혈안이 돼, 서로 협력적으로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오바마는 집권 초 세계경제 위기에 대처하려고 G20 정상회의 등을 활용해 주요 제국주의 열강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국가들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오바마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동아시아에서도 경제 위기는 국가 간 경제적 경쟁을 더 부추긴다.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그리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자국에 유리한 경제권을 형성하려고 중국과 경쟁한다.

이 때문에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이 서로 맞물리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예컨대 일본 아베 정권이 자국 경기를 부양하려고 이웃나라의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경제정책(일명 ‘아베노믹스’)을 추진하면서 평화헌법 개정과 군사력 강화도 천명한 건 단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동아시아 불안정은 제국주의적 경쟁의 “최신 단계”다.

물론 지금 당장 동아시아에서 강대국 간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새롭게 부상하는 강대국과 이를 제압하려는 기존 강대국의 경쟁 속에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질 것이다. 이 지역에는 영유권 분쟁, 군비 증강과 맞대응 등 여러 불씨가 놓여 있다. 그리고 이런 긴장이 나중에 심각한 “돌발사태”를 일으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이런 경쟁과 충돌의 부담이 전적으로 노동자 · 민중에 떠넘겨지는 것도 물론이다.

우리는 오늘날 여전히 거대 자본과 제국주의 국가 들이 지배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를 그대로 둔 채 국제 협정, 국제 기구 등을 통해 이 세계가 만든 불안정과 야만을 막을 수는 없다.

다음번에는 동아시아에서 커지는 불안정에 어떤 전략과 전술로 맞서야 하는지 제국주의론에 입각해 살펴 보겠다.

크리스 하먼의 새로운 제국주의론

《크리스 하먼의 새로운 제국주의론》

크리스 하먼 지음

이수현 옮김, 책갈피, 192쪽, 5,900원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 경제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

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천경록 옮김, 책갈피, 400쪽, 20,000원

입력 2013-03-3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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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비판 논쟁

장한빛 동지의 오해 혹은 오독에 대한 반론

독자편지 | 송하나

장한빛 동지의 반론은 내 글에 대한 반론이 아니라 본인이 머릿속으로 설정한 상대에 대한 반론이다. 장 동지가 생각하는 나의 생각은 다음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

1. 북 정권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

2. 베트남 전쟁에서 베트남이 승리한 건 군사적 수단 덕분이다.

3. 제국주의에 맞선 인민적 저항과 국제적 연대는 가망 없다.

4. 그러므로 북한의 핵 보유는 정당하고, 이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내 글에 대한 오독이거나 왜곡이다. 내 생각은 다음과 같다.

1. 핵과 북한 사회를 바라봄에 있어 북한 지배계급과 민중을 구분해야 한다.

2. 현재 북한의 조건과 미국의 군사력으로 볼 때, 북한이 베트남과 같은 방식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건 힘들어 보인다.

3. 국제적 저항 운동 건설은 북한 정권이나 북한 민중의 몫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다.

4. 반제국주의 운동의 건설을 위해서는 북한의 핵 개발이 제국주의 압박의 불가피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강변하는 것이 이롭다.

나는 북한 정권의 목적은 미국에게서 체제를 인정 받고 세계 체제에 편입되는 것이며, 그러므로 세계 혁명의 추동자가 될 수 없다고 썼다. 현재의 북한 사회는 “병영 사회”이며 비정상적인 체제라고 썼다.

북한 사회 변혁의 주체는 북한 민중 자신이어야 하며, 제국주의적 압박으로 체제가 붕괴하는 건 북한 민중에게 재앙이라고 썼다.

저항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가망 없다고 하기는커녕 “세계적 차원의 반제 대중운동을 건설하는 데 있어서도 추상적 수준의 ‘모든 핵무기 반대’만을 외치는 게 아니라 궁핍한 나라를 핵무장으로 내모는 제국주의를 폭로하는 게 보다 정당하고도 이롭다”고 썼다.

우리가 할 일은 “제국주의를 약화, 패퇴시키는 것”이며 이 과정과 결과 모두를 통해서 “한반도와 전 세계 노동계급의 변혁적 대중운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분명히 썼다.

장 동지가 나를 북한 정권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거부하는 자로 모는 태도는 침략 전쟁을 정당화 하는 미국의 태도와 닮았다. 그들은 아프카니스탄 침략을 반대하는 자들에게 이렇게 되묻는다. “당신은 탈레반과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자행하는 명예 살인과 여성에 대한 탄압을 지지하는가, 그런 일이 벌어져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미국의 침략 행위가 패배하기를 바란다는 사실이 탈레반의 모든 행위를 긍정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없듯, 제국주의의 상시적 전쟁 위협에 반세기 넘게 시달리는 북한 민중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이 북한 사회 전체에 대한 무비판적 태도를 전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북한의 전부를 지지한다고 하지 않았다. 나는 혁명적 사회주의자로서 현존하는 어떤 자본주의 국가도 일백 퍼센트 완전히 지지할 수 없다. 나는 북한 민중이 “피억압 국가의 일원”이라는 맥락에서 그들을 존중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나는 북한 지배계급에 맞선 저항이 없으니 북한 사회가 정당하다고 하기는커녕, 북한 민중이 자신들의 지배 체제를 용인하는 것은 제국주의의 압박에 기인한 바가 크고, 제국주의의 패퇴는 북한 사회 변혁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장 동지는 북한 사회가 “북한 민중이 반대를 표현할 기회도 권리도 갖지 못하고 있는” 사회이며, 따라서 북한의 핵개발은 오로지 북한 지배계급의 의사를 반영할 뿐이라고 여긴다. 이 역시 우익의 논리와 빼닮았다. 우익은 북한의 민중을 세뇌된(우매한) 존재, 혹은 폭력에 지배당하는(불쌍한) 존재로만 본다. 그들에게 북한은 곧 북한 지배계급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는 북한 민중을 괴롭히는 각종 비인도적 제제를 일삼으면서, 그것을 북한 독재자에 맞선 ‘정의’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장 동지는 그저 현재의 북한 사회가 비민주적이라는 점을 서술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런 비정상적인 체제가 어째서 지금껏 민중의 대규모 저항에 직면하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물론 북한 사회는 국가자본주의 국가이며, 북한의 지배 계급은 통치를 위해 이데올로기와 공안 기구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한 나라가 60년이 넘게 ‘병영 사회’를 유지해 온,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사실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이건 북한의 민중을 세계사적으로 유례없이 나약하고 멍청한 존재로 상정할 때에야 가능한 폭력적 접근이다.

핵 개발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일이다. 북한의 민중도 자신들이 궁핍하게 지내온 그 나날,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핵 개발에 쓰였다는 것을 모를 수 없다. 그럼에도 그 나라의 민중은 그와 관련해 어떤 대중적 저항도 시도하지 않았다.

이 현상을 단지 북한의 민중이 멍청하다, 혹은 북한의 공안기구가 강력하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합리적 접근도, 내재적 접근도 아니다.

[첨언하자면, 나는 만약 북한의 민중이 반독재 투쟁에 나선다면 그것이 설령 혁명적 관점이 아니라 서방 자유주의의 관점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붙은 저항은 충분히 좌경화, 급진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베트남 전쟁에서 베트남이 군사적으로 승리했다고 쓴 바가 없다. 장 동지가 설명한 내용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당연한 상식이다. 베트콩들의 영웅적이고도 끈질긴 투쟁은 세계적 반전 여론을 지폈고 민중이 저항에 나설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미국이 더 이상 군비 지출을 감당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이로 인해 결국 미국은 베트남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베트남의 전국토가 파괴되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게다가 최근 수십 년 간 미국의 군사적 수단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냉전의 긴장 관계는 해체됐다.

냉전은 세계 민중에게 재앙이었으며 수많은 대중 운동의 분쇄와 왜곡, 각종 군사적 충돌을 낳았지만 동시에 제국주의 국가가 최후의 수단, 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강제력을 가지고 있었다. 2차 대전 이후 벌어진 전쟁에서 핵은 종종 언급되었어도 결국 쓰이지 못했다.

북한이 소련의 몰락 후 세계 질서에 편입되고자 시도한 건 이런 나름의 긴장을 반영한 행동이었다.

만약 북한과 미국 사이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북한이 민둥산과 재래식 무기에 의존해 베트콩들이 했던 것처럼 십 수 년 간 미국을 전장에 붙잡아 두는 것은 힘들 것이다. 설령 그럴 수 있다고 해도, 그건 북한의 전국토가 또 한 번 전쟁으로 유린되어야 가능한 얘기다. 북한 민중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대안인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이미 “전 인민의 단결”, “전민 항쟁”을 말해왔고, 실제로 유사시 거의 모든 국민을 병력으로 동원할 수 있는 군 편제를 유지해 왔다. (여담이지만, 북한 정권은 각종 매체를 통해서 ‘전 조선 민족과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을 향해 ‘미제에 맞서라’는 선동도 해 왔다.)

지금 북한 민중이 원하는 것은 강력한 전쟁 방지책이다. 그들이 국가자본주의 국가의 일원이고, 아직 그 체제에 맞서 저항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의 의지를 지배계급 자체와 동일시하거나 아예 소거하는 것은 부당하다.

북한 지배계급에게 핵은 체제를 인정받은 후에도 영속적으로 보유해야 할 권력 수단이겠지만, 북한의 민중에게 핵은 자신들의 생존을 담보할 장치로 여겨질 수 있다.

물론 나는 핵무기가 제국주의를 패퇴시킬 수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는 전 세계 민중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으로서만 타도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그러나 제국주의에 맞서는 세계적 저항을 북한 국가나 북한 민중이 건설할 수는 없다. 전자는 국가자본주의 국가이며, 후자는 적어도 지금으로선 세계로부터의 고립과 제국주의의 압박으로 인해 그런 국가에 의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 저항을 건설하는 것은 그러므로 우리의 몫이다. [아마도 장 동지는 내가 북한 국가와 북한 민중이 세계적 저항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어렵다고 쓴 것을, 저항 운동을 건설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이해한 것 같다.]

장 동지는 북한의 핵무장이 국제적 연대의 걸림돌이며, 동아시아 군비 경쟁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썼다. 우익적 관점과 패배주의적 관점이 뒤섞인 주장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제국주의 군사력 증강의 결과물이지 원인이 아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에는 답이 없지만, 북핵이 먼저냐 제국주의의 군사적 압박이 먼저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이 있다. 제국주의의 군사적 압박이 북핵을 낳은 것이다.

북한에게 핵이 없었을 때도, 북한이 각종 유화적 조처를 취할 때도, 제국주의의 군비와 군사적 압박은 증가해 왔다. 동북아에서 제국주의 세력이 군사력을 증강할지 여부는 북한의 핵 보유 여부에 달리 것이 아니라 반제국주의 운동이 얼마나 잘 건설되느냐에 달렸다.

장 동지와 같은 태도를 취한다면 기왕 북한이 핵을 개발했으니 그에 맞서 “방어” 수단을 증강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을 허용하게 된다.

졸지에 북한이 동북아 군사적 긴장의 주범이 되고, 제국주의 국가는 북한에게 끌려가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건 정치적으로도 옳지 않고, 사실과도 맞지 않다.

북한이 노동자 국가이고, 핵 없이 세계 민중과의 유대 속에 아래로부터의 반제 투쟁을 벌이는 상황이라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공상적 바람일 뿐 현실이 아니다. 북한은 제국주의와 관련해서는 피억압 국가이지만, 동시에 국가자본주의 국가다.

북한이 핵개발에 성공했고 북한 민중이 그것을 용인한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의 핵이 제국주의 압박의 불가피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강변해야 제국주의 국가의 민중을 설득할 수 있다.

“보라, 당신들의 지배자가 취하는 패권적, 제국주의적 압박이 평화는커녕 위기의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 머나먼 나라의 미개한 존재가 아니라, 당신들조차 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대중이 지닌 당장의 정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기초해서 선동을 해야 한다.

비단 위협이 아니라 실제로 베트콩과 탈레반의 총탄이, 팔레스타인 청년의 자살 폭탄이 제국주의 국가의 구성원들을 죽이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제국주의 국가의 민중을 향해서 선동할 수 있어야 하고, 선동해야 한다.

죽는 것은 각국의 피지배자들이요, 죽이는 것은 제국주의 국가의 지배자들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해야 한다.

만약 북한의 핵이 제국주의 압박의 결과물이 아니라 단지 북한 지배계급의 이해로부터 비롯한 것이라고 규정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국제적 연대를 건설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면, 우리는 반제국주의 투쟁에 앞서 반북 투쟁에 먼저 나서야 한다. 모름지기 큰 적과 싸우려면 걸림돌부터 제거하는 것이 마땅한 순리 아닌가.

나는 모든 핵에 반대한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있어 반제국주의적 맥락 없이 ‘핵’에 대한 도덕적, 추상적 입장을 강조하는 것, 북한 민중은 소거한 채 북한의 핵을 그저 북한 지배계급의 이해만을 반영한 것으로 설정하는 것은 북한 핵과 제국주의와의 연결 고리를 약화시키며, 세계적 저항을 건설하는 데도, 그 저항의 승리를 통해 전 세계에서 핵을 소멸시키는 데도 이롭지 않다.

입력 2013-04-0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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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비판 논쟁

북한 노동계급의 잠재력을 깎아내리지 말아야

독자편지 | 장한빛

송하나 동지는 내가 “본인이 머릿속으로 설정한 상대에 대한 반론”을 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송 동지 자신이다.

송하나 동지가 비판한 김영익 동지의 글 제목은 “제국주의가 진정한 위협이다”였다.

그 글에서 김영익 동지는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을 핵심으로 하고 있었다. 그 글은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한반도 긴장 고조의 진정한 책임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있다. 그동안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북한을 고립 · 압박해,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게 한 근본적 책임은 바로 미국 제국주의에 있다.”

따라서 김영익 동지와 나는 “반제국주의적 맥락 없이 핵에 대해 도덕적, 추상적 입장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김영익 동지와 나의 관점 속에서 “북한이 동북아 군사적 긴장의 주범이 되고, 제국주의 국가는 북한에게 끌려가는 존재”가 됐다거나, “북한의 핵이 제국주의 압박의 결과물이 아니라 단지 북한 지배계급의 이해로부터 비롯한 것이라고 규정”됐다는 송동지의 주장은 심각한 곡해가 아닐 수 없다.

논점을 분명히 하자. 송 동지와 나의 차이는 반제국주의를 우선할 것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그것을 전제로 한 상태에서 북한 지배계급의 핵무장을 분명히 비판할 것이냐 어정쩡하게 침묵할 것이냐의 차이다. 북한 핵을 단호하게 비판하면 반제국주의가 되기 힘들다는 것이야말로 송동지가 그렇게 싫어하는 우익의 양자택일 논리다.

우리는 혁명적 반제국주의 입장에서도 얼마든지 북한 지배계급의 핵무장을 비판하고 반대할 수 있다. 마치 이라크의 후세인 독재를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앞장서 반대할 수 있었듯이 말이다.

용인?

송하나 동지는 자신이 “북한 지배계급과 민중을 구분”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직 그 체제에 맞서 저항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의 의지를 지배계급 자체와 동일시하거나 아예 소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도 말했다. 이런 관점이 일관된다면 정말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송동지의 글에서는 미국 제국주의의 압박이라는 이유 때문에 북한 지배계급과 민중의 분단선이 희미해지는 것 같다. 송 동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껏 민중의 대규모 저항에 직면하지 않았다”, “핵 개발에 민중은 어떤 대중적 저항도 시도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개발에 성공했고 북한 민중이 그것을 용인한 상황”, “세계로부터의 고립과 제국주의의 압박으로 인해 [북한 민중은] 국가에 의탁하고 있다” 등.

심지어 송 동지는 “지금 북한 민중이 원하는 것은 강력한 전쟁 방지책”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북한 민중이 핵을 용인한 정도가 아니라 원했다는 식으로까지 읽힌다. .

이것은 명백히 북한 지배계급과 북한 노동계급의 적대적 이해관계를 흐리는 서술이다. 송하나 동지는 북한 민중의 저항을 바란다면서도 “북한 민중이 저항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들에게는 이데올로기도 조직도 없어 보인다”(첫번째 글)하고 비관에 빠진다.

이것은 국가자본주의론에 대한 송 동지의 이해가 불충분함을 보여주는 것 같다. 북한을 국가자본주의라고 분석하는 것은 남한과 똑같이 착취당하고 있는 북한의 노동계급이 자신의 지배계급을 타도하고 사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주체라는 것을 의미한다. 송하나 동지의 주장대로 변화는 “그 나라 민중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송 동지처럼 아직 “민중의 대규모 저항”이 없다는 점 때문에 제국주의적 외압이 사라진 뒤에야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 역사상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수많은 민중 반란과 혁명을 보면 이런 관점은 설득력이 없다.

구 소련은 1928년 이후 60여 년 동안 제대로 된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소련 민중이 소련 체제를 ‘용인’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은 구 소련 몰락 과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시리아 대통령 바사르 알 아사드는 29년간 집권한 자기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국민투표에서 97.2퍼센트 찬성으로 대통령이 되었고, 2007년에는 97.6퍼센트 찬성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리비아의 카다피, 이집트의 무바라크도 이에 못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아랍 민중이 이런 부조리한 사회를 ‘용인’했기 때문이 아니다.

제국주의적 압박이 사라지기는커녕 바로 옆 나라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이곳에서 혁명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혁명들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의 제국주의 질서가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처럼 아랍 혁명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국주의가 개입하고 있고, 수십 년간 별다른 저항이 없었던 나라에서는 당장 민중 저항이 일어나기는 힘들다’는 송 동지의 주장은 더더욱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송하나 동지는 또 “만약 북한과 미국 사이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북한이 민둥산과 재래식 무기에 의존해 베트콩들이 했던 것처럼 십 수 년 간 미국을 전장에 붙잡아 두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수십 년 간 미국의 군사적 수단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냉전의 긴장 관계는 해체됐다”고도 주장한다.

맞다. 세계 최강의 중무장한 강대국을 북한 같은 가난한 나라가 어떻게 상비군과 재래식 무기로 싸워서 이길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핵무장이 미국과 싸워서 살아남으려는 불가피한 수단이 되는가? 아니다. 핵무장은 제국주의를 없앨 수도 전쟁을 방지할 수도 없다. ‘무장을 통한 평화’론은 전형적인 군비경쟁의 논리다.

제국주의는 군사력으로 이길 수 없다. 오로지 피억압 민중의 전인민적 저항과 국제적 연대가 결합될 때만 이길 수 있다. 이것이 베트남전의 진정한 교훈이다. 그리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승리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은 2001년 10월 7일에 시작돼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미국은 2003년 3월 20일에 이라크 침략전쟁을 시작해 2011년 12월 15일에 종전선언을 했다. 이 두 전쟁에서 미국 제국주의는 지정학적 패배와 재앙을 겪으며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도 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반제국주의의 주체

송하나 동지는 “북한의 민중에게 핵은 생존을 담보할 장치로 여겨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핵과 무기에 대한 투자는 미국의 대북 압박을 줄이기는커녕, 북한 민중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하면서도 동시에 북한 지배계급에게서도 독립된 아래로부터의 일관된 제국주의 반대 입장에 서야 한다.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세계체제이고, 따라서 반제국주의가 이 세계체제의 꼭대기에 있는 미국 지배계급에 반대해서 그 세계체제의 일부인 북한 지배계급의 문제점에 침묵하는 것을 뜻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의 입장은 이렇게 되는 것이 옳다. 첫째까지는 송동지가 정리했던 것과 내용이 같다. 그러나 송동지의 이어지는 주장은 첫째 주장과 모순을 일으키며 어긋났다. 따라서 내가 정리한 내용은 둘째부터 송동지와 달라진다.

1. 핵과 북한 사회를 바라봄에 있어 북한 지배계급과 민중을 구분해야 한다.

2. 현재 북한의 조건과 미국의 군사력으로 볼 때, 오로지 북한 민중의 아래로부터 투쟁과 국제적 노동계급의 연대만이 제국주의를 패퇴시킬 수 있다.

3. 이런 국제적 반제국주의 투쟁의 건설은 그 누구도 아니라 북한 민중과 남한 민중, 전세계 노동계급의 몫이다.

송동지가 진정으로 “북한의 민중을 세뇌된(우매한) 존재, 혹은 폭력에 지배당하는(불쌍한) 존재”로 보지 않고자 한다면 ‘반제국주의 투쟁의 과제는 북한 민중의 몫이 아니다’라고 봐선 안 된다. 북한 노동계급은 북한 지배관료를 타도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남한 · 국제 노동계급과 더불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맞설 우리의 동지다.

입력 2013-04-0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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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국주의가 한반도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핵폭격기·핵잠수함, 호전적 우파는 필요없다

김영익

동아시아의 긴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댜오위다오(센카쿠)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일본이 첨예하게 대치했다. 그리고 동아시아 해역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각종 연합훈련과 중국 · 러시아의 맞불 훈련이 이어졌다.

지금 한반도는 이런 불안정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한 · 미 · 일의 대북 압박에 대응해 북한이 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러자 미국은 한반도에서 B-52, B-2기 같은 핵폭격기까지 동원한 대규모 군사 훈련을 했다. 핵잠수함 샤이엔 호를 부산에 정박해 놓기도 했다. 

그리고 미국은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도 한국과 합의했다. 이에 따라 서해 교전 같은 국지전이 한반도에서 벌어지면 미군이 자동 개입할 근거가 만들어졌다. 게다가 위험천만하게도 주한미군 뿐 아니라 주일미군, 태평양사령부의 전력까지 동원될 수 있다. 

박근혜도 한반도 긴장에 한몫하고 있다.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권리를 확보하려 한다. 이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상황이 우리를 매우 불안하게 만든다. 

왜 동아시아에서 국가 간 긴장과 갈등이 커지는 것일까? 마르크스주의의 제국주의론으로 이를 분석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입력 2013-03-3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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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의 뿌리 ─ 오바마의 ‘아시아로의 귀환’

김영익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아시아로의 귀환(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고 북한의 ‘위협’은 미국의 중요한 빌미가 돼 왔다.

이 때문에 전 통일부 장관 임동원은 2010년 “북한 핵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고 본다면 미국이 그걸 해결하는 건 어렵지 않다”며 미국의 의도에 의구심을 표한 바 있다.

미국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군사력을 증강해 왔다. 2009~11년 사이에 주한미군은 2만 6천여 명에서 3만 7천 명가량으로, 주일미군은 4만 1천 명에서 8만 7천 명 규모로 늘었다. 뿐만 아니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연장로켓포(MLRS), 특수 지뢰방호차량(MRAP), 아파치 헬기 등의 무기들이 주한미군으로 들어왔다.

이것은 주로 중국을 포위하려는 전략의 일환이었지만, 당연히 북한에 상당한 위협이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북한 지배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할 듯하다. 북한은 “경제건설과 핵무력 병진노선”을 채택하면서 ‘자립적 핵동력 공업 발전’과 ‘더 발전된 위성들을 많이 개발 · 발사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더 큰 불안정을 낳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빌미 삼아 동아시아 미사일방어 체제(MD) 구축을 한 단계 진전시켰다. 미국 서부 해안에 요격 미사일을 50퍼센트 증강 배치하기로 했고,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THAAD)도 예상보다 빨리 괌에 배치할 명분도 잡을 수 있었다.

3월 26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단합된 동맹 전선을 유지하려고 한국, 일본의 관계 회복을 독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미국이 한 · 미 · 일 삼각 동맹을 위해 한일 군사협정 체결 등을 촉구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것은 중국 지배자들의 맞대응을 부를 게 뻔하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MD 구축을 서두르는 데 반발했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의 MD를 무력화할 개별유도식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곧 성공할 것이라고 한다.

입력 2013-04-1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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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에 기름 부어 온 박근혜 정부

김영익

최근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나름 합리적 대응을 해 왔다는 일부 언론의 평가는 사실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과 ‘공동 국지도발 대비 계획’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군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국지전에 자동 개입할 근거가 마련됐다. 게다가 주한미군뿐 아니라 주일미군과 미국 태평양사령부 전력까지 동원될 수 있게 됐다.

존폐의 기로에 처한 개성공단을 보면, 경제 교류 강화만으로 군사적 긴장이 완화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남북출입사무소 출입경 게이트.  ⓒ이윤선

나아가 박근혜는 북한과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면 “일체 다른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초전에 강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국방장관 김관진은 유사시 특수부대를 투입해 개성공단에서 인질 구출 작전을 감행하겠다고 나섰다.

이런 행태는 북한 지배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개성공단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철수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대화 제의를 하는 등 다소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미국과 함께 북한을 계속 자극해 왔다.

이 속에서 북한의 김정은은 “강력한 자위적 국방력을 갖추지 못하고 … 침략의 희생물이 된 발칸반도와 중동지역 나라들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언론에 폭로된 것을 보면, 2010년부터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연료봉을 미국에 넘겨줄 테니 경제적 지원을 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미국은 한사코 이를 거절했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북한의 호전성을 더욱 강화하기만 했고 그것은 남북한 민중에게 큰 고통과 불안감을 안겨 주고 있다.

입력 2013-04-1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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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긴장 고조가 박근혜에게 유리하다?

김문성

한국 지배자들은 북한과의 냉전적 대결 구도를 핑계 삼아 국내 억압을 강화해 왔다.

그러므로 일각에서 최근의 한반도 상황을 박근혜 정부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상황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면, 지금의 위기가 우파 지배자들에게 유리하기만 할 수는 없다. 이런 생각은 한반도 긴장 고조의 심각성을 무시하거나, 박근혜 정부의 약점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고조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패권 질서가 중국을 견제하면서 벌어지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선택한 대외환경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미 · 중 제국주의 간 갈등은 한국 지배자들에게 곤혹스런 상황이기도 하다.

한국 자본주의는 그동안 중국 의존도가 커져 왔다.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 대상이다.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추구해 온 한국 지배계급 안에서 ‘양다리 외교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근혜도 인수위 시절 미국보다 먼저 중국에 친박 실세 김무성을 대표로 하는 특사단을 파견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 박근혜는 위기 고조 속에서 한미동맹으로 기울고 있다. 한국 주류 지배자들은 미국 제국주의의 보살핌을 받으며 그 하위파트너로 성장해 왔다. 박근혜는 바로 그들의 대변자다.

한편, 한 · 미 · 일 동맹 강화는 일본의 우경화와 결부돼 있기 때문에, 대중의 반일 정서를 고려해야 하는 한국 지배자들에게는 이 또한 부담스러운 문제다.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복지를 삭감해 군비를 늘리고, 제주 해군기지를 강행하는 것을 뜻한다. 일부 지배자들은 이 틈을 타 핵무장 야심도 드러내고 있다.

결국 박근혜가 이명박과는 다를 것이라며 내세웠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다.

한편, 박근혜의 ‘대화’ 제의는 우파 지지층의 강력 반발을 낳고 있다.

박근혜의 친제국주의 정책은 위험천만할 뿐만 아니라, 위기와 모순을 더 키우고 있다.

입력 2013-04-1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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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추진

‘핵은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오싹한 논리

김승주

박근혜 정부가 미국과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앞두고, 사용 후 핵연료를 독자적으로 재처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존 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반드시 미국의 사전 동의를 거쳐야만 우라늄 농축이나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다.

박근혜는 당선 전부터 “우리에게 핵폐기물 처리는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라며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큰 관심을 보였다.

보수언론들도 한미원자력협정이 “대표적인 불평등조약”이며 한국은 “핵개발 주권”을 가져야 한다고 박근혜를 거들고 있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의 명분은 해마다 7백 톤 이상 배출되는 핵 폐기물을 더는 수용할 공간이 없고, 핵 폐기물의 매립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 폐기물 처리의 문제점을 진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재처리 시설을 건설할 것이 아니라 핵 발전 자체를 즉각 중단해야 마땅하다. 핵 폐기물은 재처리 여부와 상관없이 완전히 처리되는 데에 수십만 년에서 수백만 년이 걸리며 이 어마어마한 기간 동안 토양과 물, 공기를 계속해서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핵 폐기물 더미들은 언제라도 폭발하거나 새어 나와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 지배자들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원하는 ‘진짜’ 이유는 핵 폐기물의 재처리 과정에서 핵무기의 핵심 재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김태우가 “미국은 동맹국(한국)이 북한 핵 위협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현실을 외면할 것인가”라며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필요성을 설득하려 한 것은 이들의 진정한 의도를 보여 준다.

심지어 새누리당 정몽준은 “핵무기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핵무기밖에 없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가 원하는 핵 재처리는 일본 후쿠시마 핵 재앙처럼 한반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  ⓒ이윤선

박근혜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핵연료 재처리권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핵무장의 집념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심각해지는 동아시아의 군사 경쟁 속에서 한국의 보수 세력들은 독자적인 핵무장의 야욕을 키우고 있다. 설사 미국이 용납하지 않아 즉각적인 핵무장은 어렵더라도 일본처럼 핵무장의 잠재력은 보유하고 싶은 게 한국 지배자 다수의 열망이다.

극우 대표주자 조갑제는 “피를 흘릴지라도 위험과 부담을 당당히 감수해야 한다”며 핵무장을 옹호한다.

이처럼 평화를 짓밟으며 핵전쟁 위험까지 불사하려는 박근혜 정부와 지배자들의 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입력 2013-04-1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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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지키려면 제국주의에 맞서야 한다

김영익

동아시아는 갈수록 제국주의 경쟁의 매우 중요한 무대가 되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는 그 한가운데 놓여 있다. 당장 북한과 한 · 미 지배자들이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북미 관계의 악화로 한반도에서 여러 차례 군사 충돌이 벌어진 점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게다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제국주의 경쟁 속에 한반도에서 핵무장 국가들이 앞으로도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따라서 미국 제국주의와 박근혜의 친제국주의 정책에 맞선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진보운동은 북한이 더 문제라면서 제국주의에 대해 침묵하거나, 반대로 북한 체제와 핵 개발에 대해 비판을 삼가는, 잘못된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북 특사 파견’ 호소, ‘평화협정 체결’ 촉구 등의 한계도 봐야 한다. 물론 대결과 전쟁보다 대화와 평화협정이 더 낫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의 치열한 경쟁과 갈등 속에서 국가 간의 약속은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곤 했다. 북미 관계에서도 여러 차례 합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미국에 의해 합의가 폐기돼 왔다. 따라서 평화협정이나 외교 협상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진보진영은 위로부터 지배자들 간의 협상을 기다리거나 외교적 조언을 하는 데 머무를 게 아니라, 아래로부터 반제국주의와 평화를 위한 행동을 건설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과 한미동맹 강화가 동아시아의 불안정을 증대시키고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계급의 투쟁이 반자본주의 · 반제국주의 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분투해야 한다.

입력 2013-04-1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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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배자들의 호전적 대응이 보여 주는 것

북한 국가자본주의의 본질과 모순

김영익

사회주의자들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긴장 고조의 주된 책임을 묻지만, 북한 관료들의 호전적 행태도 지지할 수 없고 비판해야 한다. 이는 남한의 노동자 · 민중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핵과 미사일은 결코 제국주의에 맞서거나 노동자들의 국제적 연대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북한 지배자들의 행태는 북한이 사회주의가 아니라 또 다른 착취 · 억압 체제임을 보여 주는 강력한 증거다.

북한의 핵개발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다. 관료적 국가자본주의 체제의 지배계급인 북한 관료들은 자본주의적 경쟁 논리에 따라 독자적으로 핵무장 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지금도 달라진 건 없다. 3월 31일 북한 조선노동당은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경제건설과 핵무력 병진노선”을 새로운 전략 노선으로 채택했다.

북한 지배자들은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억척같이 다져 나가지 않을 수 없다”며 핵무기 개발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핵무기 덕분에 “국방비를 추가적으로 늘이지 않아도” 되므로 “경제건설과 인민 생활 향상에 힘을 집중”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즉, 북한 지배자들은 핵무기 개발의 진전과 경제 건설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현 불가능한 ‘두 마리 토끼 잡기’다.

오래전부터 북한은 미국 · 남한과의 군사 경쟁의 압력 속에 놓여 있었다. 이 때문에 북한은 건국 초기부터 군사력 증강을 위한 국가자본주의적 발전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는 인민의 필요를 상당히 희생시키는 방식이어서, 북한 당국은 인민 대중의 불만에 대해 늘 고심해야 했다. 또한 국가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으로 1970년대부터 만성적인 경제 위기에도 시달렸다.

김정은은 북한 지배자들의 오랜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북한 당국은 올해 전체 예산에서 국방비의 비중을 8년 만에 늘렸다고 발표했다. 3월에 김정은은 포탄 생산을 강화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따라서 미국의 제재와 압박 속에 북한이 단기간에 ‘농업과 경공업에 역량을 집중해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거나, ‘지식경제로 전환하고 대외무역을 다각화, 다양화하고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에 다가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북한 지배자들은 고립에서 벗어나 시장 개방으로 경제를 재건하려는 시도를 조심스럽게 계속해 왔다. 따라서 북한 지배자들의 처지에서 개성공단은 과거 ‘나진 · 선봉 무역지구’나 ‘신의주 특구’에서 최근의 ‘황금평 · 위화도 경제지대’에 이르는 시장 개방을 위한 여러 시도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이번에 개성공단이 존폐의 기로에 선 것도 미국의 제재와 압박이 해결되지 않으면 북한의 경제 재건 시도가 근본에서 한계가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북한 관료들은 노동자 · 민중을 더욱 억누르고 쥐어짜는 방식으로 대처할 것이고, 이것은 북한 체제의 모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3대 권력 세습 : 북한은 어떤 사회인가

《3대 권력 세습 : 북한은 어떤 사회인가?》

북한 체제에 대한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비판

김하영 지음

입력 2013-04-1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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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반전평화연대 토론회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지한 모색과 토론이 펼쳐지다

김종환

반전평화연대(준)이 “고조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원인과 해법”이라는 주제로 주최한 긴급토론회가 4월 19일 저녁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최근 한반도 위기의 심각성에 우려하며 공동행동의 필요성에 공감한 여러 시민 · 사회단체와 정당이 연사로 나섰다. 또 1백50여 명이 토론회를 찾아서 장소가 비좁을 정도였다. 사회를 맡은 ‘경계를 넘어’ 최재훈 동지는 “’불타는 금요일’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깜짝 놀랐습니다”라고 말했다.

△4월 19일 저녁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긴급토론회 "고조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원인과 해법" ⓒ이윤선

첫 발제를 맡은 노동자연대다함께의 김어진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연설을 시작했다.

“현재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험악한 상황입니다. 한반도 주변에 핵잠수함을 배치한 상황에서, B-52 전략 폭격기가 북한을 겨냥해 세 차례 훈련을 했고, 핵폭탄 16발을 실을 수 있는 B-2 스텔스 기가 군산 앞바다에 훈련탄을 투하하기도 했습니다.”

김어진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50년치 사회보장비(3조 달러)를 쏟아 부은 미국이 북한에 ‘자기나라 국민들도 제대로 먹여 살리지 못하면서 무슨 핵무기냐’고 비난하는 것은 역겨운 위선”이라고 폭로했다.

김어진은 북한의 도발이 현재 위기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비판했다. “미국은 냉전 해체 후 세계 제패 전략으로 동아시아에서 문제를 키워왔습니다. 북한의 도발은 결과지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미국은 ‘아시아 회귀’라는 이름으로 주한미군 1만여 명, 주일미군 해병대도 수만 명 늘렸습니다. 중국에 대한 견제라는 커다란 그림 속에 이뤄지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 핵을 불가피한 결과이자 자위적 수단으로 여길 수는 없고 오히려 동아시아 불안정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대국간 군사적 긴장과 제국주의 질서를 적극적으로 막을 수 있는 아래로부터 운동, 특히 노동자 운동을 강화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미국과 남한 지배자들의 ‘북한 주민들이 불만이 많은데, 정변이 일어나면 우리가 북한에 들어가서 안정화 시킨다’는 식의 논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지적했다. 이것은 이라크 전쟁과 3년을 지속한 한국 전쟁을 발발시킨 논리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재를 ‘현실적인 수단’이라고 얘기하지만, 현실을 보면 제재를 했을 때 군사주의가 위축된 경우보다 강화된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부시 정부가 이란을 ‘불량국가’로 지목하자 이란 내 성장하던 개혁파가 몰락했습니다.

“지금 북한이 쓰는 용어는 최근 수년간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했던 말을 고스란이 쓰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3일 내전’이라는 말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사흘이면 충분하다’고 한 것을 되받아 친 ‘패러디’입니다.

“지난 20년을 돌아봐야 합니다. 주요한 합의가 있어도 미국은 북한이 곧 망한다는 전제 위에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20년 동안 한국과 미국은 매우 비현실적인 구상을 ‘현실적’이라 말하며 추구해왔고, 또 그런 정책이 다른 나라에 낳은 경험들이 북한에 학습효과를 제공해 더 문제를 풀 수 없게 됐습니다.

“정말로 한반도 주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생각하는 입장에서 먼저 대화를 요구하는 제스처를 취하도록 미국 정부를 압박해야 합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뒤이어 연설한 사회진보연대의 류주형 정책위원장은 탈냉전 시대에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됐고 경제는 사실상 붕괴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 선제 핵공격 옵션을 유지하고, 주한미군과 남한의 핵 · 재래식 전력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 등이 북한의 핵무장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적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차선책으로 2011년부터 ‘아시아 중시 전략’을 전개했습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북한은 계속해서 핵개발에 몰입했습니다.

“‘태평양으로의 선회’ 전략은 이번에 더 탄력을 받고 있고, 많은 전략가들이 미국을 이번 국면의 ‘최대 수혜자’로 꼽습니다. 일본도 핵무장화와 ‘보통국가화’를 계속 강화하고 있습니다.”

류주형은 남한 사회 운동의 과제도 말했다.

“[자주파 동지들이 주축이 된] 반전평화국민행동이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남한과 미국이 북한과 평화적인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은 정당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 미사일이 자위용 또는 협상용이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사회 운동은 ‘한반도 비핵화’를 일관된 요구로 채택하면서 한미 군사동맹의 폐기, 핵우산 및 주둔 미군 철수, 남한의 군비 증강 반대와 같은 요구를 실천해야 합니다. 적극적 평화주의가 필요합니다.”

진보신당의 이봉화 부대표는 개인의 의견임을 밝힌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냉엄하게 돌아보면 [진보신당이] 북한 무력 도발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 관련된 입장을 표명해오지 않았나, 또 미국의 대북정책과 한반도 정책에 무관심한 경향이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이것은 한반도의 중요한 현안에 대해 균형감이 없는 태도였습니다.

“한편 진보진영 일부가 북한에 너무 옹호적이거나 민족 자주 입장에서 핵 자위론을 주장하는 것에는 반대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핵동결이 되더라도 북핵이 존재하고 한미동맹이 존재하는 공포의 균형 상태에서 평화체제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중국과 외교가 필요합니다. 그나마 박근혜가 중국과 외교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긴장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그나마 긍정적입니다.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공감대를 중심으로 미국이 조장하고 있는 위기에 균열을 내는 운동이 펼쳐져야 합니다.”

마지막 연사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유영재 미군문제팀장은 미국이 약속을 뒤집은 것을 폭로했다.

“2012년 2 · 29 합의 당시,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중지하기로 돼 있었지만, 인공위성 발사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를 못 봤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12월 북한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에 대해 미국이 앞장서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추진했습니다. 이를 보면서 북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는 한반도 위기의 대안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제시했다.

“한반도 비핵화 관련해서 북은 핵은 포기하고 미국은 한반도에 드리운 핵우산을 제거해야 합니다.”

또 사회운동 진영에 ‘양 편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북을 주로 규탄하거나 양비론을 취하는 입장이 있습니다. 이는 공정하지 않습니다. 한반도 평화 문제에 일차적 책임은 미국에 있습니다. 둘째로는 북의 핵 포기,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의 대북적대 정책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를 함께 요구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제시할 공정하고 합리적인 해법입니다.”

끝으로 “곧 한미 정상회담이 있을 텐데 양 편향을 극복하고 낮은 단계의 실천에서부터 신뢰 수준을 높여 가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확산시켜 나가”자고 연설을 마무리 했다.

한반도 비핵화가 조건이어야 하는가?

이처럼 발제에서는 현재 한반도 위기의 원인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와 어떻게 운동을 건설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공통점뿐 아니라 몇가지 논쟁점도 드러났다. 현재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공동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도 나타났다.

청중토론에서는 입장 차이와 더 토론이 필요한 쟁점들이 제기됐다. 먼저, 최일붕 노동자연대다함께 운영위원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두 가지 잘못된 편향을 피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 슬로건으로 제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북한 핵에 대해서 당연히 반대하고 비판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 사항으로 제시했을 때는 운동이 마비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 건강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문제를 놓고 운동은 분열할 것입니다. 그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를 반전운동 동맹의] 조건으로 내걸 수는 없습니다.

평화협정이 갖는 한계에 대해서도 말했다.

“지배자들 사이의 협정은 협정이 이뤄질 시점의 세력관계를 반영하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조금만 세력관계가 바뀌어도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스탈린이 히틀러와 독소불가침조약을 맺었지만, 그 조약은 2년 만에 파탄났습니다.

“한반도 위기는, [미국의 중국 견제라는] 제국주의 갈등을 근본으로 하고 그 전술로서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미나 남북이 대화하는 것은 일시적 국면이 될 뿐이고 전혀 근본적 대안이 되지 못합니다.

“이처럼 문제가 체제의 근본 동학에서 비롯했기 때문에 우리는 평화를 요구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으로 뭉치면서도,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자본주의 이윤체제를 공격하지 않으면 제국주의 적대 정책이 가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김영익 <레프트21> 기자는 남한 정부에 대해 운동이 가져야 할 태도를 주장했다.

“대화에 나서는 것이 긴장을 고조하는 것보다는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친미우파 정부라는 것입니다. 나쁜 정부에게 착한 일을 기대하기보다 그 정부가 하는 여러 정책이 미국의 ‘아시아 회귀’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위험성을 알려야 합니다.”

더불어 “박근혜 정부의 중국에 대한 태도에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됩니다”라며, 한국 정부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 줄타기를 하는 것이 오히려 둘 사이에 경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진정한 북한 민중의 자기해방을 주장했다.

“북한 인민이 굶주리는데 정권이 핵을 개발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할 주체는, 아랍 혁명이 보여줬듯이 북한 노동계급 스스로의 투쟁이지 미국이 뭐라고 할 문제가 아닙니다. 진정한 대안은 미국 제국주의가 아시아로 ‘회귀’하는 것을 막고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회귀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특사나 협상으로는 자본주의 위기 속에 격화하는 제국주의 갈등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이 보여준 것처럼 전세계적인 반전운동과 자국 민중의 끈질긴 저항이 결합될 때 진정으로 제국주의 위협에 맞설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운동을 건설해야 합니다.”

대북특사나 평화협정의 한계

김하영 노동자연대다함께 운영위원은 운동 건설의 방향에 대해 주장했다.

“지난 20년 동안 북미 사이에 그나마 가장 진전된 양보가 나왔을 때는 부시 정부 2기 때였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이고, 이것은 전세계 사람들이 미국의 깡패 짓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저항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미국의 전략 자체를 무력화하는 저항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저항은 미국에 대한 압도적인 비판을 우위에 둘 때 가능합니다.

“미국의 경제 위기는 미국의 발을 묶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아시아에 군대를 보내는 데 엄청난 돈을 쓰는 것에 미국 국민들이 저항한다면, 아시아 사람들의 반전 운동과 결합해서 미국의 전력을 마비시킬 수 있습니다.”

김인식 <레프트21> 발행인 역시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로 내거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10년 전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 때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당시 조지 부시는 후세인이 독재자고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며 전쟁의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반전운동은 ‘후세인이 독재를 안 한다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한다면 미국의 전쟁에 반대할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후세인의 독재를 비판하지만 더 주된 적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 확장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운동이 가능했습니다.

“우리의 운동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을 반대하는 것에 단결해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박진우 이주노동조합 활동가의 발언은 한반도 긴장의 심상치 않음을 다시 일깨웠다. 그는 “이런 토론회를 매우 바랐다”면서 최근 이주노동자들이 “진짜 전쟁이 일어나는 거냐. 사장들은 ‘전쟁 안 난다’고 하는데 믿을 수 있냐”고 자주 묻는다고 전했다.

국제적으로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이슈가 된 가운데 “고국의 가족들한테 ‘곧 전쟁날 수 있으니까 돌아오라’는 전화를 받아 불안해 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많고 그 때문에 실제로 돌아간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바라는 흐름과 행동이 있다는 것을, 단지 이주민뿐 아니라 모든 작업장의 노동자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지지를 받았다.

뒤이은 정리발언에서 각 연사들은 공통점에 기반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요구, 남한 정부에 대한 태도 문제, 현재 상황과 제1차세계대전과 유사성 여부, 반전평화운동으로 어떻게 군국주의 세력을 막을 수 있는 지 등에 대한 저마다의 의견을 제시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토론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마지막으로 정리 발언한 노동자연대다함께의 김어진은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행동을 조직하면서, 반전평화운동의 단결을 모색하자고 강조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입력 2013-04-2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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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압박과 한미 군사동맹 강화 목적의

박근혜 미국 방문 반대한다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계속 흐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월 7일, 박근혜가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한미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박근혜는 미국을 방문해 한미 군사동맹 강화 조처들을 논의할 것이다. 백악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는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의 린치핀으로서 한 · 미 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 역시 “포괄적 [한미] 전략 동맹을 한 단계 증진시키는 중요한 계기”로 삼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한반도 위기를 불러일으킨 핵심 당사자들인 미국과 그 파트너인 한국 정부가 만나 위기의 근본 요인을 더욱 키우겠다는 뜻이다. 우파들은 “린치핀”(핵심)이라는 말에 고무돼 있지만, 사실 이 말은 한국이 동아시아 불안정에 더 깊이 빨려 들어갈 것임을 보여 줄 뿐이다.

한미 군사동맹 − 한반도 위기의 근본 원인

우리 사회주의자들은 모든 핵에 반대하며, 핵 개발 등 북한의 호전적 언행을 지지하지 않는다. 북한 핵 개발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의 호전적 언행은 원인이기보다는 결과로 봐야 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미 동맹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근본 원인이었다. 세계 최강 군사력의 미국과 해마다 북한 GDP보다 더 많은 돈을 군비에 쏟아붓는 남한 등에 현재 상황의 진정한 책임이 있다. 최근 한반도 위기 상황의 근본적 배경에도 최근 부쩍 거세진 미국의 압박이 있었다. 3월부터 시작한 키 리졸브 · 독수리 연습의 강도는 예년보다 훨씬 더 셌고, 이것은 미국의 최첨단 공격 무기들이 언제든지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무력 시위를 한 셈이다.

실제로 지난 두 달 동안 미국은 한반도에 핵잠수함, B-52 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언제든 북한을 핵폭탄으로 초토화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이런 행동을 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핵 없는 세상’을 말하는 미국의 위선은 정말 끔찍하다.

특히, 미국 오바마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려고 내놓은 ‘아시아로의 귀환(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한반도에 먹구름을 몰고 오는 중요한 배경이 됐다. 2009~11년 사이에 주한미군은 2만 6천여 명에서 3만 7천 명 가량으로, 주일미군은 4만 1천 명에서 8만 7천 명 규모로 늘었다.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빌미 삼아 동아시아 MD 구축도 한 단계 진전시켰다. 미국 서부 해안에 요격 미사일을 50퍼센트 증강 배치하기로 했고, 미사일방어(MD) 체제의 핵심인 해상배치 X밴드 레이더와 요격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을 한반도 주변으로 이동시켰다. 괌 기지에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투입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한반도 위기를 부채질해 왔다. 미국과 ‘공동 국지도발 대비 계획’에 합의했고, 이에 따라 미군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국지전에 자동 개입할 근거가 마련됐다. 나아가 박근혜는 북한과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면 “일체 다른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초전에 강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대북 압박의 연장선

이번 박근혜의 방미는 이처럼 지금까지 한껏 추진해 왔던 대북 압박의 연장선상에 있다.

일각에선 대북 화해 메시지를 기대하는 듯하지만, 지난 20여 년 간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 핵 위협을 키워 왔고, 최근에도 온갖 공격형 무기로 위협하면서 대북 무력 시위를 하고 있는 한 · 미 정부가 내놓는 조건부 “대화” 제의는 위선적이다. 대화 테이블에 앉는다 해도,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 대화가 평화의 시작이 아니라 더 큰 갈등의 전주곡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 · 미 · 일 삼각 동맹을 위해 한일 군사협정 체결 등을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 3월 26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단합된 동맹 전선을 유지하려고 한국, 일본의 관계 회복을 독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외에도 미국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아시아에서 중국의 경제력 확대를 견제하고 미국의 이익을 증대하기 위한 자유무역협정), 각종 무기 도입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요구할 것이다. 이것은 미국 지배자들의 이익을 위해 한국의 노동자 · 민중을 희생시키고, 복지에 쓸 돈을 무기에 퍼붓는 것이므로 반대해야 한다.

한반도 위기에 근본 책임이 있는 미국과 남한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압박과 한미 군사동맹 강화 계획을 논의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이것은 한반도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진보적 학생들은 박근혜의 미국 방문에 함께 항의하자.

2013년 4월 22일

노동자연대학생그룹

입력 2013-04-2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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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위협이 북한의 ‘도발’을 낳았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김영익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이 위험을 키워 왔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1962년 10월 쿠바에 소련의 핵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을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으로 치달을 뻔한 사건. 당시 미국 케네디 정부는 소련이 쿠바로 핵무기와 관련 자재를 수송하는 것을 막으려고 쿠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시도했다. 소련이 한발 물러서면서 위기는 극적으로 가라앉았으나, 자칫 인류 전체가 공멸할 뻔한 아찔한 위기였다.

한반도 긴장이 계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최근 북한 당국은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령하며, “남북 관계는 전시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밝혔고, 조만간 동해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4차 핵실험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북한의 이런 호전적 언행을 지지하지 않는다. 사회주의나 반제국주의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이런 행위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리 없다.

그러나 북한의 호전적 언행은 원인이기보다는 결과로 봐야 한다.

세계 최강 군사력의 미국과 해마다 북한 GDP보다 더 많은 돈을 군비에 쏟아붓는 남한 등에 현재 상황의 진정한 책임이 있다.

북한이 호전적 언행을 하는 뒷배경에는 최근 부쩍 거세진 미국의 압박이 있다. 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은 3월부터 시작한 키 리졸브 · 독수리 연습의 강도가 예년보다 훨씬 더 셌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최첨단 공격 무기들이 언제든지 북한을 칠 수 있다는 무력 시위를 한 셈”이라는 것이다.

무력 시위

실제로 지난 두 달 동안 한반도는 ‘첨단 무기의 전시장’이 돼 버렸다. 미국은 핵잠수함, B-52 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언제든 북한을 핵폭탄으로 초토화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미국이 이번 훈련으로 ‘한반도 유사시 8시간 이내 핵 옵션 수행’이 가능한지를 점검했다고 지적한다. 이런 행동을 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핵 없는 세상’을 말하는 미국의 위선은 정말 끔찍할 정도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 미사일 위협을 핑계로 재빨리 미사일방어(MD) 체제의 핵심인 해상배치 X밴드 레이더와 요격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을 한반도 주변으로 옮겼고, 괌 기지에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투입하기로 했다.

ⓒ인포그래픽 김영익, 장한빛

미국의 이런 행태를 보면서 “북한으로서는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을 것”(정세현)이라는 관측은 일리가 있다.

미국은 이번 무력 시위를 통해서 ‘핵우산’ 제공 의지를 보여 줘서 한국 · 일본 내 독자적 핵무장 여론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이 지역에서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에 자신의 힘과 패권을 똑똑히 각인시키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북한 지배자들의 굴복이 아니라 호전적 대응을 촉발했다.

즉, 위험천만한 무력 시위를 통해 자신의 동아시아 패권을 과시하려는 미국에 최근 상황의 주된 책임이 있는 것이다.

입력 2013-04-1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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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불안정 ― 제국주의론으로 파헤치기 ②

냉전 해체 이후의 세계 질서와 ‘불량 국가’

이현주

미국의 북한 악마화는 냉전 해체 이후 제국주의 질서가 변한 상황과 관련 있다.

냉전 해체 이후, 미국 지배계급은 미국이 앞으로도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독보적 지위를 누릴 수 있을지 불안해 했다. 당시 미국의 전략가인 헨리 키신저는 이렇게 주장했다.

“냉전이 끝나자 일부 관찰자들이 ‘단극적인’ 세계 또는 ‘유일 초강대국’ 세계라고 부른 상황이 조성됐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은 냉전 초기와 달리 세계적 의제를 일방적으로 결정할 처지가 못 된다. … 미국은 냉전기에 결코 경험하지 못한 종류의 경제적 경쟁에 직면할 것이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미국은 세계경제 산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장 강력한 경제 대국이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날 즈음엔 사정이 달라졌다. 그동안 미국 자본주의는 성장했지만, 유럽과 일본 자본주의는 미국보다 훨씬 더 빨리 성장했다. 중국은 선진국들보다 세 배나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냉전이 끝나자 미국은 ‘불량국가’를 상대로 군사력을 과시하며 패권을 지키려 했다 2003년 이라크에 쳐들어간 미군. ⓒ사진 출처 James Gordon

이것은 냉전의 산물이었다. 당시 초강대국인 미국은 가장 많은 군비를 부담했다. 막대한 군비 지출 덕에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렸고 독일과 일본은 수출 시장을 찾을 수 있었다.

한편, 독일과 일본은 독자적인 대규모 군비 지출이 없었기 때문에, 산업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었고 생산력에서 미국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 독일 기업들 간의 경쟁은 각각의 국가들 간의 지정학적 경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영국의 마르크스주의자인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이를 두고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의 부분적 분리’라고 지적했다. 소련이라는 ‘공공의 적’에 맞서야 한다는 필요 때문에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미국의 정치적 · 군사적 지도력 아래 단결한 것이다.

그런데 냉전의 해체는 이런 제약을 푸는 효과를 냈다.

곧, 소련 제국의 붕괴는 “엄격한 양극적 세계 분할을 무너뜨렸고, 그럼으로써 두 초강대국이 아니라 다수의 열강들이 무대를 지배”하는 “경제적으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다극화된 세계로의 복귀”(알렉스 캘리니코스)를 알렸다.

미국은, 냉전기 동안 미국의 우산 아래 있으면서 훌쩍 커버린 다른 열강들이 이제 자신에 도전할까 봐 우려했다.

그런데 미국에는 다른 주요 열강들이 갖지 못한 커다란 장점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막강한 군사력이었다. 미국의 지배자 일부는 이런 군사적 우위를 이용해서 독보적 지위를 유지하려 했다.

그러려면 무너진 소련을 대신할 새로운 ‘적’이 필요했다. 

1990년대 초 당시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는 “새로운 위협이 지난 45년 동안 이어진 동서 대립 밖에서 출현했다”고 말했다. ‘불량 국가’는 미국이 만들어 낸 ‘새로운 위협’이었다. 이라크 · 이란 · 쿠바 · 북한 등이 지목됐다.

새로운 ‘적’

그래서 1990년대에 미국은 1980년대보다 군사 개입을 더 많이 했다. 미국은 ‘지역 깡패’를 손보는 방식을 취했지만, 명백히 이것은 최강의 군사대국으로서 다른 강대국들에 자신의 패권을 확인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예컨대, 1991년 걸프전은 다른 열강들한테 석유를 안정적으로 수급하려면 미국의 힘에 의존해야 함을 일깨운 전쟁이었다. 발칸 전쟁(1999년 나토의 유고슬라비아 공습)은 유럽연합의 뒷마당에서 벌어지는 일조차 미국만이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 주려 한 것이었다.

2003년 이라크 침략도 마찬가지였다. 2001년 9 · 11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네오콘*들은 이라크를 노렸다. 유럽과 중국 등 주요 열강들이 의존하는 중동 석유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9 · 11 테러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이었다.

미국은 이런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려고 이데올로기도 발전시켰다. ‘독재자’에게 그 나라 사람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인도주의적 개입”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독재 정권 수립을 돕고 또 든든한 후원자 구실을 해 온 미국이 “민주주의”를 운운하는 것은 완전한 위선이다. 게다가 미국의 개입이 낳은 결과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학살과 야만 그 자체였다.

북한, 동아시아판 이라크

미국이 1991년 이후 동아시아에서 지목한 ‘불량 국가’는 바로 북한이었다.

동아시아에는 중국과 일본처럼 잠재적으로 미국의 세계 패권을 넘볼 수 있는 나라들이 있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은 중국의 경제성장이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우려를 키웠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대놓고 ‘너를 겨냥해서 포위망을 짜겠다’고 얘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북한은 미국에 매우 유용한 존재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 북핵 문제는 지나치게 불거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난 20년 동안 미국은 엄포를 놓았다가 북한이 반발하면 양보 제스처를 취하며 시간을 끌고, 또다시 약속을 먼저 깨뜨리며 엄포를 놓는 식의 악순환을 반복했다.

물론 상황이 미국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북한은 회를 거듭할수록 강도 높게 반작용했다. 원래 핵이 없었던 북한이 2006년 10월에는 마침내 핵실험을 감행하고, 이제는 핵보유국을 자처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것은 미국의 ‘위기 관리’ 능력을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 또, 북핵이 주변 다른 나라들에 핵무장을 부추긴다는 점도 미국에 골칫거리다.

이런 과정 속에서 동아시아는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고 제국주의 국가 간의 직접 충돌 가능성까지 불거지기 시작했다. 

입력 2013-04-1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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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한반도를 더 위기로 몰아 넣을 자들의 만남을 반대한다

이현주

5월 7일 박근혜가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를 만난다. 당선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이고, 핵심 의제는 최근의 한반도 위기 문제다.

일각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위기를 해소할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한미 정부가 ‘평화’를 가져다 주리라 기대하는 건 무망하다.

이들은 지난 두 달 동안 한반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 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에 첨단 핵무기들을 동원해, 언제든 북한을 핵폭탄으로 초토화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한국 정부와 우익들도 ‘선제 공격’ 운운하며 온갖 호전적 조처들로 미국의 대북 압박을 측면 지원했다. 정부는 8조 3천억 원을 투입해 미국의 F-35 전투기 60대를 구입할 “단군 이래 최대 무기 도입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제는 개성공단 철수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런 압박을 실컷 하다가 그나마 한미 정부가 북한에 한 ‘대화’ 제의 자체도 위선적이다. 한미 정부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준수 등에 동의해야’ 한다며 북한이 받아들일 리 없는 조건을 걸고 ‘대화’하자고 한다. 이달 말까지 한미 연합훈련도 지속하기로 했다. 이것은 목에 칼을 대고 대화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박근혜와 오바마는 ‘평화’는커녕 오히려 지금의 위기를 더 고조할 조처들을 논의할 것이다.

이것은 중국 포위를 위한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라는 큰 그림의 일부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을 대중국 견제 체제에 더 깊숙이 편입시키려고 애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한국이]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의 린치핀[핵심축]”이라는 말이 뜻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방위비 부담 증액이나 최첨단 무기 구입 등도 요구할 것이다. 경제 위기의 여파로 점차 국방비를 감축해야 할 처지에 있는 미국한테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과 무기 구입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연기 문제가 논의될 수도 있다. 한미는 이미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한 차례 전작권 환수 시기를 연기한 바 있다. 이번에는 전작권 환수를 추진한 당사자인 전 한미연합사령관 버웰 벨이 환수 연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전작권 환수가 예정대로 이뤄지든, 연기되든 이 지역 문제에 더 주도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미국의 뜻은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 한미는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에도 합의했다. 이것은 ‘국지 도발’이 벌어졌을 때 미군이 자동으로 개입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박근혜 정부에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촉구할 가능성도 있다. 3월 26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단합된 동맹 전선을 유지하려고 한국, 일본의 관계 회복을 독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일 간 군사 협력은 미국의 동아시아 MD 체제를 위해 필수적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아시아에서 중국의 경제력 확대를 견제하고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영향력을 증대하고자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협정이다. TPP에는 호주 · 뉴질랜드 · 싱가포르 · 말레이시아 · 베트남 · 칠레 등이 참가 중이고 얼마 전 일본도 참가를 확정했다.

이 밖에도 미국은 한국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동참하라거나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오바마가 요구하고 박근혜가 호응할 이 모든 조처들은 동아시아를 더욱 불안정에 빠뜨릴 것이고,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더한층 한국을 이 지역의 갈등과 분쟁에 휘말리게 할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이런 모든 논의에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무기와 전쟁에 쓸 돈을 복지 확대에 쓰라고 요구해야 한다.

입력 2013-04-2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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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강화하며 중국을 힐끔거리는 박근혜

이현주

최근 박근혜는 남북한과 미 ·  중 · 일 · 러 등 기존 6자회담 당사국이 “기후변화, 테러 대응, 원자력 안전” 등 비정치적 주제부터 다자간 대화를 시작해 이를 바탕으로 “더 큰 신뢰로 나아”가자며 이른바 ‘서울 프로세스’를 발표했다.

이것은 중 · 미 사이에 낀 한국 지배자들의 모순된 처지를 보여 준다.

한국 지배자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심정은 복잡하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으면서도, 중국을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뼛속까지 친미’라는 새누리당조차 올해 초 새로운 정강 · 정책에 “평화 지향적인 균형외교”를 넣기도 했다.

물론 박근혜 정부의 중심축은 한미동맹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박근혜는 한미 간의 “포괄적 전략 동맹”을 “증진”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포괄적 전략 동맹” 개념은 2009년 이명박과 오바마가 정상회담에서 처음 명문화한 것으로, 한미 간의 정치 · 군사 · 경제적 협력을 강화해 ‘중국 위협’에 대응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명박은 이에 따라 한일 군사협정을 추진했고, 미국의 요구라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도 강행했다.

그러나 이런 조처들이 자신들을 포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하는 중국을 모른 척할 수는 없기에 ‘다자 간 대화’ 운운하는 것이다.

중 · 미 간의 갈등과 긴장이 커지는 가운데 갈피를 잘 못잡는 남한 지배자들의 행태는 갈수록 모순을 드러낼 것이다.

입력 2013-04-2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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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 역사를 되풀이할 기세인 아베 정권

한규한

일본 총리 아베는 당선 직후 “일본의 귀환”을 선언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싶으면 최근 그가 내뱉은 일련의 극우 망언을 보면 된다.

“한국에는 기생집이 있어 위안부 활동이 상당히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골수 우익답게, 아베는 일본 국회의원과 각료 들의 야스쿠니 참배를 부추겼고, 급기야 “침략이라는 정의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역사적 사실조차 부정했다. 현직 총리가 이처럼 질 나쁜 포스트모더니즘적 농담을 국회 공식 석상에서 한 사례는 전에는 없었다.

이미 아베는 일본의 침략 행위를 일부 사죄한 ‘무라야마 선언’과 위안부 강제 연행을 시인한 ‘고노 담화’마저 수정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일본 우익의 ‘역사 바로 세우기’에는 사악한 목적이 있다. 일본의 재무장과 군국주의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사전 작업인 것이다.

심지어 아베는 우익 민간단체가 하던 4월 28일 ‘주권 회복의 날(샌프란시스코 조약 체결 기념일)’ 행사를 국가 공식 행사로 승격하고, 여기에 ‘천황’을 초대하겠다고 벼른다.

이런 일련의 망언과 극우 프로젝트는 평화헌법 개정 문제와 관련 있다. 아베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헌법 96조 개정을 쟁점화하려 한다. 헌법 96조에 규정한 개헌안 발의 요건을 완화(중 · 참의원 3분의 2 찬성을 과반 찬성으로)해 평화헌법의 핵심 조항 개정을 쉽게 하려는 것이다.

아베는 북핵 문제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분쟁 등으로 고조된 긴장 국면을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듯하다.

아베의 망언 퍼레이드와 댜오위다오에 대한 초강경 발언은 일본 극우 단체들을 고무했다. 심지어 그들은 사실상 일본 해양순시선의 엄호를 받으며 댜오위다오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망언

물론, 아베의 강경 드라이브는 미국과 일부 일본 지배자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노력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위선적이거나 양면적이다. 그동안 미국은 대중국 포위 전략을 위해 일본의 군비 강화와 평화헌법 개정을 압박하고 지지해 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역시 위선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박근혜는 “과거 상처를 덧나게 하면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가기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그 “미래지향적 관계”란 무엇일까? 미국의 주도 아래 한미일이 더 긴밀하게 군사적 · 신자유주의적 동맹을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 이 사실이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막을 주체는 미국도 한국의 지배계급도 아니라는 것이다.

입력 2013-04-2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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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원자력협정 연장

꺼지지 않은 한국 지배자들의 핵무장 야욕

이현주

한미 양국이 원자력협정 만료 시한을 2년 연장키로 합의했다.

사용후핵연료를 독자적으로 재처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한국과 ‘그건 곤란하다’는 미국 사이에 입장 차이가 팽팽했던 듯하다.

정몽준을 필두로 한 우익과 보수언론 들은 ‘일본은 허락했으면서 왜 우린 안 되냐’고 울분을 토한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이 문제를 3개월마다 한 번씩 만나 재논의하기로 하면서 여지를 남겨 뒀다. 미국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에 요구할 게(방위비 부담 증액, 무기 구매 등) 많은 처지인 것을 고려했을 것이다.

한편, 미국은 ‘핵 확산 억제’ 등을 운운하지만, 미국이 핵을 없애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은 무기와 핵에 대한 통제권을 독점하고 싶을 뿐이다.

이번에 미국이 전략 핵폭격기, 핵잠수함 등을 한반도 근처로 총출동시킨 것도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국들에 미국의 핵무기를 믿으라는 신호였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이 일본이나 인도에 그랬듯이 한국의 핵 재처리나 핵무장을 용인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남한 지배자들의 핵무장 야욕과, 핵 패권을 위해 이 지역을 위험에 빠뜨려 온 미국의 위선 모두에 반대해야 한다.

입력 2013-04-2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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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위해 힘을 모은 청년·학생들

“한반도 위기 주범들의 한미 정상회담 반대한다”

김무석

5월 2일 청와대 인근에서 진보적 청년 · 학생 단체들이 박근혜 방미에 반대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노동자연대학생그룹, 서울지역대학생연합, 전국학생행진, 한국청년연대, 사노위 학생위원회(준) 등 진보적 청년 · 학생 단체 10곳이 공동으로 주최했고, 30여 명이 참가했다.

△한반도를 더 위기로 몰아 넣을 자들의 만남 5월 2일 오전 서울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방미 반대 청년 · 학생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이윤선

각 단체들은 북한 핵과 한반도 위기의 해법을 두고 의견이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점을 바탕으로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가장 큰 공통점은 최근의 한반도 위기에 미국 정부가 가장 큰 책임이 있고, 남한 정부는 그 위기를 부채질했다고 본다는 점이다.

박근혜 방미는 한미 군사동맹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점, 한미 지배자들의 만남은 지금껏 한반도 위기를 키워 온 핵심 당사자들의 만남으로 위기의 원인을 더욱 키울 뿐이라는 점, 따라서 박근혜 방미에 반대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의견이 같았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을 평화회담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단체들은 대체로 박근혜 방미와 한미 정상회담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서울지역대학생연합 서준원 사무처장은 “국민들은 이 땅에서 전쟁이 나기를 원하지 않고 평화를 바란다. 그러나 이 정부가 이에 대해 얼마나 화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을 압박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기로 몰고 가는 논의가 될 듯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또한, "한 · 미 · 일 군사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우파적 주장도 비판했다.

전국학생행진 중현 활동가는 “이번 국면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이며, “미국이 그동안 막대한 자본을 들여서 투자해 온 MD(미사일 방어 체제)의 당위성을 폭넓게 인정받는 것에 이 위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계속되는 경제 위기를 막아내기 위해서 추진되던 ‘태평양으로의 회귀’ 정책들이 이번 국면을 통해서 빠르게 추진되고 있”고 “이러한 미국의 시도를 통해서 우리 민중은 계속된 긴장과 계속된 위협 외에 얻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 학생위원회(준)’ 정성용 활동가는 “[박근혜] 정부가 평화를 원한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 함께 최첨단 무기를 동원해 이전보다 더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고, 미국은 한반도에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더 많이 확보하려 하고 있다”며 한미동맹 강화를 비판했다.

무력 시위

노동자연대학생그룹 양효영 활동가는 “한미 정상회담 자리는 북핵을 해결할 수도, 한반도 위기를 해소할 수도 없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양효영 활동가는 미국 정부와 남한 정부의 위선을 들춰냈다. “노동자연대학생그룹은 모든 핵에 반대한다. 그러나 북한 핵은 한반도 불안의 원인이라기보다는 미국의 북한 숨통 조이기가 만들어 낸 결과로 봐야 한다.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려고 북한 ‘위협’을 빌미로 삼았다. 미국은 북한이 협정을 깨고 떼쓴다고 말하지만, 고(故) 리영희 선생께서 지적하셨듯이 미국이야말로 한 번도 협정을 지키지 않았다.

△미국의 위협이 한반도 위기의 근본 원인 5월 2일 오전 서울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방미 반대 청년 · 학생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이윤선

“미국이야말로 첨단 핵무기를 동원해 언제든지 북한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며 도발하고 위협한 당사자였다. 이러한 무력 시위 와중에 내놓은 미국의 대화 제의도 위선적이기 짝이 없었다. 최근 한 · 중 · 일을 순방하고 있는 미군 합참의장 뎀프시는 한미일 미사일 방어 체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도 미국의 위선에 장단을 맞춰 주는 좋은 파트너였다. 미국이 긴장의 불똥을 튀길 때 박근혜 정부는 옆에서 부채질을 하며 위험을 키운 것이다.

“한미 군사동맹 강화는 한반도 위기와 갈등을 키워 왔다. 이를 강화시킬 한미 지배자의 만남은 동아시아에 더 많은 화약과 더 많은 폭발물을 들여 놓을 것이다.”

한국청년연대 윤희숙 대표는 “한반도 전쟁 위기의 원흉들이 모여서 무슨 평화를 논의한다는 것인가” 하고 비판했다.

윤 대표는 미국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개성공단에 첫 제품이 나오고 나서 8년 4개월 만에 개성공단이 폐쇄됐다. 게다가 지금 이 전쟁 위기를 틈 타서 미국에서는 12조 원에 달하는 전투기를 포함한 전쟁 무기를 한국 정부에 판매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반도 전쟁 위기는 지난 30년간 북미 관계 속에서 수없이 체결한 협약과 조약들을 단 한번도 미국이 지키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명백히 평화를 원한다. 허울 좋은 한미 군사동맹 강화를 반대한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이 외친 구호가 울려 펴졌다.

“한반도 불안 부추기는 한미동맹 강화 반대한다”

“한반도 위기 조장 중단하라. 한반도 평화 실현하자”

“대북 압박과 군사적 한미 동맹 강화할 한미 정상회담 반대한다”

“한미 군사 훈련과 대북 압박 중단하라”

박근혜 방미 반대 청년 · 학생 기자회견문

한반도 위기 조장과 군사적 한미동맹 강화 목적의

박근혜 미국 방문에 반대한다!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5월 5일부터 10일까지 미국에 방문해,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한미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적 한미동맹 강화 조처들을 논의할 것이다. 백악관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중심적 역할로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정상회담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 역시 “한미 동맹에 기초해 확고한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고”, “포괄적 전략 동맹을 한 단계 증진시키는 중요한 계기”로 삼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 위기를 불러일으킨 핵심 당사자들인 미국과 그 파트너인 한국 정부가 만나 위기의 근본 요인을 더욱더 키우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한반도 위기 상황의 근본 배경에는 최근 부쩍 거세진 미국의 압박이 있었다.

3월부터 시작한 키 리졸브 · 독수리 연습의 강도는 예년보다 훨씬 더 셌다. 지난 두 달 동안 한반도는 ‘첨단 무기의 전시장’이 돼 버렸다. 미국은 핵잠수함, B-52 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언제든 북한을 핵폭탄으로 초토화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미국이 이런 행동을 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핵 없는 세상’을 말하는 것은 끔찍한 위선이다.

특히, 미국 오바마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려고 내놓은 ‘아시아로의 귀환(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한반도에 먹구름을 몰고 오는 중요한 배경이다. 2009~11년 사이에 주한미군은 2만 6천여 명에서 3만 7천 명 가량으로, 주일미군은 4만 1천 명에서 8만 7천 명 규모로 늘었다.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빌미 삼아 동아시아 MD 구축도 한 단계 진전시켰다. 미국 서부 해안에 요격 미사일을 50퍼센트 증강 배치했고, 미사일방어(MD) 체제의 핵심인 해상배치 X밴드 레이더와 요격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을 한반도 주변으로 이동시켰다. 괌 기지에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투입하기로 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 역시 위기를 부채질했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과 ‘공동 국지도발 대비 계획’에 합의했고, 이에 따라 미군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국지전에 자동 개입할 근거가 마련됐다. 나아가 박근혜는 북한과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면 “일체 다른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초전에 강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박근혜 정부는 자신이 먼저 대화 제의를 했다고 하지만, 이런 강경 조처들과 함께 내놓는 ‘대화’ 제의가 진실하게 들릴 리 있겠는가. 급기야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인력 전원 철수라는 강경 조처도 불사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 위기의 근본 책임이 있는 미국과 한국 정부가 만나 논의하는 의제들이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우리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압박과 군사적 한미동맹 강화 계획을 논의하는 것을 우려한다. 이는 한반도 위기를 더욱 악화시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할 것이다.

이 외에도 미국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각종 무기 도입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요구할 듯하다. 우리는 복지에 쓸 돈을 무기에 퍼붓는 것에 반대한다.

우리 청년 · 학생들은 한반도 위기 조장과 군사적 한미동맹 강화 목적의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반대한다.

우리의 요구

1. 한반도 위기 조장 반대, 한반도 평화 실현!

2. 대북 압박과 군사적 한미동맹 강화 목적의 박근혜 대통령 방미 비판!

3. 한미 군사훈련 반대 · 미국의 한반도 무기 배치 반대 · 대북 제재와 압박 중단!

4. 한미일 군사 동맹 강화 반대!

2013년 5월 2일

한반도 위기 조장과 군사적 한미동맹 강화 목적의 박근혜 방미 반대 청년 · 학생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노동자연대학생그룹, 대한불교청년회, 민주주의 자주통일 대학생협의회,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 학생위원회(준), 서울지역대학생연합, 전국학생행진, 젊은 보건의료인의 공간 ‘다리’, 통합진보당 학생위원회 · 청년위원회, 한국청년연대 (가나다 순)

입력 2013-05-0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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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휘감는 긴장Q&A

김영익ㆍ성지현

01 최근 긴장의 주된 원인과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미국과 한국(이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남한으로 표기)의 지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이 협박과 도발을 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미국은 1만 기가 넘는 핵무기를 갖고 있으며, 실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한 적이 있는 유일한 국가다. 남한도 해마다 북한 GDP보다 더 많은 돈을 군비에 쏟아붓고 있다. 

대북 공격 훈련 중인 남한 군대 남한은 해마다 북한 GDP보다 더 많은 돈을 군비에 쏟아붓고 있다. ⓒ사진 출처 국방부

미국은 2002년엔 북한을 이란 ·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며 ‘핵 선제 공격 대상’으로 지목했다. 사실, 북한이 본격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선 것도 이때부터다.

최근 긴장 국면도 그 출발점은 미국이 주도한 유엔 대북 제재와 한미 연합군사훈련이었다. 미국은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를 빌미로 대북 제재 결의를 통과시켰다.

북한 공격과 점령 훈련이라고 할 수 있는 ‘키 리졸브 · 독수리 훈련’은 어느 해보다도 강도 높게 진행됐다. 미국과 남한의 군대는 핵폭격기와 핵잠수함을 총동원해 북한 전역을 공격권에 둔 핵 공격 연습까지 했다.

이런 움직임들이 북한에 큰 압력이 됐고 호전적인 맞대응을 불러왔다. 따라서 지금 한반도 위기의 주된 책임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02 왜 미국은 북한을 제재하고 압박하는가?

제2차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미국은 세계 산업생산의 50퍼센트를 차지했지만, 1980년대에 그 비율은 25퍼센트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 경제는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8~10퍼센트씩 성장했다. 그리고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급격히 군사력을 증강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제국주의 서열 꼭대기 자리를 지키려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이것이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재균형)’ 전략의 배경이다.

여기서 북한의 존재는 좋은 명분이 됐다. 즉, 미국은 북한 핵무기라는 ‘악마’를 힘으로 다스림으로써 동아시아 국가들한테 자신의 패권을 각인하고,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남한과 일본 같은 동맹국들도 단단히 묶어 둘 수 있었다.

미국은 ‘북한 위협’을 이용해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에 일본을 손쉽게 끌어들일 수 있었다. 또, 미국은 2010년 연평도 사태가 일어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호를 서해로 보냈다.

최근 오바마가 동아시아에 주한 · 주일 미군 수를 크게 늘리며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것도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의 일부다.

이번 한반도 위기 상황의 가장 큰 수혜자도 역시 미국이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동아시아 MD 구축을 한 단계 전진시켰다. F-35 같은 최신 무기도 남한이 구매케 하려 한다.

미국 서부 해안에 요격 미사일을 50퍼센트 증강 배치하기로 했고,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THAAD)도 조기에 괌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03 박근혜 정부는 그 나름으로 적절하게 위기에 대처했는가?

이번에 박근혜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실체가 드러났다. 박근혜가 고른 외교 · 안보 인사만 봐도 김장수, 남재준, 김관진 등 군부 출신의 대북 강경파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또, 박근혜는 이명박 정부의 ‘능동적 억제전략 개념’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교전에서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선 조치 후 보고하라’는 것이다. 박근혜는 “일체의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초전에 강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미국과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군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국지전에 자동 개입할 근거가 마련됐다. 이로써 서해 등지에서 우발적 충돌과 확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그러므로 박근혜의 대북 정책은 사실상 이명박과 별로 다르지 않다. 강경하고 호전적인 대북 정책을 유지하며 한반도 위기의 요인인 한미동맹 강화에 힘쓰고 있다. 심지어 이제는 개성공단 철수까지 추진하기 시작했다.

한편 민주당도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하며 박근혜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텅 빈 남북출입국관리사무소 출입경 게이트 고조되는 남북 긴장 속에 개성공단도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사진 이윤선

04 왜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가?

분명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한반도 긴장 고조의 주된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핵무장도 지지할 수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남한 노동자 · 민중을 불안하게 할 뿐 아니라, 북한 노동자 · 민중의 삶도 희생시킨다. 가용 자원을 군사 분야로 최대한 집중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미국 제국주의가 동북아 개입을 정당화하고 일본이 재무장하는 데 빌미로 이용돼 왔다.

이는 북한 사회가 ‘사회주의’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착취 · 억압 체제임을 보여 준다. 북한 정권의 목표는 제국주의를 타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체제 보장’을 받고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 편입되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 경쟁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협상력을 높이려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한다.

05 한반도 전쟁 위기는 실질적인가?

<레프트21>이 그동안 지적했듯이, 당장 북한과 미국 · 남한 간에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북한 ‘악마화’의 배경인 중 · 미 갈등도 단기간에 정면 충돌로 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일각에서처럼 우리의 제국주의 분석을 중 · 미 간 세계대전 일보직전이라는 식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테러와의 전쟁’ 실패와 경제 위기로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당장 또 다른 전쟁을 벌일 여력이 없다. 미국은 심각한 재정 적자로 군비도 줄여야 하는 처지다.

또한 중국도 아직 미국의 패권에 정면 도전할 처지가 아니다. 중국이 급속히 경제 성장을 하고 있고 군비를 엄청 늘렸지만, ‘G2’라고 보는 건 과장이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여전히 경제력과 군사력 모두 많이 뒤쳐져 있다.

따라서 미국은 당장 동아시아에서 전쟁을 벌이려는 게 아니다. 대신에 북한을 핑계 삼아 중국을 포위하고 견제를 확고히 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 · 미 간의 경제적 상호 의존만 보는 일부의 시각도 일면적이다. 동아시아가 불안정해지는 것은 중국이 부상하면서 미국 주도의 기존 질서가 흔들리는 데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1930년대 이래 최악의 경제 위기는 강대국들 사이에 경쟁과 긴장을 더 키울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수년 동안 동아시아는 불안정이 점차 증대해 왔다. 특히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이 격화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반도에서도 국지적 충돌의 횟수와 강도가 높아졌다.

중 · 미 갈등 속에 동아시아는 치열한 군비 경쟁의 무대가 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남한 등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군비를 곱절 이상 늘렸다.

따라서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우리는 단기간에 전쟁을 겪지는 않겠지만, 국지적 충돌 가능성은 존재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06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 운동의 요구 조건으로 내놓아야 하는가?

진보운동 일각에서는 평화 운동이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 조건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위험천만한 핵과 핵무기에 대한 반감은 이해할 만하다. 북한 핵무장에 대한 비판도 타당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 핵무장을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 ‘한반도 비핵화’를 운동의 요구로 제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 폐기를 요구할 때 사용하는 전문용어이다. 이 요구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이 한반도 불안정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흐려 효과적으로 운동을 건설할 수 없게 만든다.

현재의 구체적 상황에서 미국 지배자들과 남한 정권은 모두 대화의 조건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우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1만 기가 넘는 핵무기를 갖고 있고, 며칠 전에도 온갖 최신 전략 핵무기를 한반도에 들여온 미국이 말이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 요구는 그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맥락에서는 미국 제국주의자들과 남한 정권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 요구는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되풀이되는 미국의 합의 폐기와 악의적 무시 속에서 핵 개발에 매달려 온 북한이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한 운동은 결국 마비될 것이다.

또, 이 요구는 운동을 분열시킨다. 북한 핵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들 때문에 운동은 힘을 모아서 전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진보운동은 지난 미국의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의 경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국제 반전 운동은 ‘테러 반대, 전쟁 반대’라는 식의 양비론에 빠지지 않고, 사태의 핵심인 (테러를 빌미로 한) 미국의 전쟁 몰이를 정확히 간파해 강력한 반전 운동을 건설할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진보운동은 정견의 차이를 넘어 한반도 긴장을 부추기는 미국의 패권 추구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07 평화 협정이 해결책이 될까?

진보진영에서 나오는 제안들 중에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특사 파견’, ‘6자 회담 재개’, ‘평화 협정 체결’ 등 국가 간 대화와 합의를 촉구하는 게 많다.

물론 대결과 긴장보다 대화와 평화를 바라는 심정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설사 양자 회담이나 다자 회담을 통해 모종의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불안정한 평화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은 북한과의 합의를 번번이 깨뜨려 왔다.

그래서 고(故) 리영희 선생은 2005년 9 · 19 합의 직후 “미국이 조약을 단 한 번도 지킨 사례가 없으므로 이 사실로부터 출발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문제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판단의 단서를 잡아야 한다. … 종이 조각을 토대로 해서 상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하고 경고한 바 있다.

자본주의 국가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가 간 합의는 안정적인 평화는커녕, 순식간에 휴지 조각이 되는 경우가 숱하게 많다.

예컨대 1972년 말 미국 대통령 닉슨은 북베트남과의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12월 하순 동안 베트남전 기간 중 최대 규모의 폭격으로 수많은 베트남인들을 학살했다. 협정은 한달 뒤인 이듬해 1월 23일에 체결됐지만, 전쟁이 끝난 것은 2년 뒤인 1975년 4월이었다.

1993년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오슬로 평화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이는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가져다 준 게 아니라 저항을 가로막는 구실만 했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과 학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국가 간 외교와 이를 통한 민족화해를 가장 중시하는 관점으로는 반전평화 운동을 아래로부터 강력하게 건설하기 어렵다. 예컨대 통합진보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해결을 일관되게 추구한다면 적극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진보진영은 지배계급에 외교적 조언이나 도움을 주려 할 게 아니라 독립적인 대중 운동을 건설하려 해야 한다.

08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과 대북 압박이 동아시아의 불안정을 증대시키고 있음을 분명히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즉, 한반도 불안의 진정한 원인은 미국 제국주의와 남한 지배자들의 친제국주의 정책에 있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런 관점에서 현 사태를 분석하고, 우리의 과제가 무엇인지 주장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긴장을 악화할 대북 제재와 대규모 한미 전쟁 연습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한일군사협정, 미사일방어체제(MD) 참가 등 한미일 3각군사동맹을 강화할 조처들에 맞서는 것도 중요하다. 

한반도 긴장을 부채질하는 박근혜 박근혜는 호전적 대북정책을 유지하며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 출처 박근혜 플리커

박근혜 정부의 무기 수입과 군비 증강, 제주 해군기지 건설도 막아서며 그 돈을 복지 확대에 돌리라고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아래로부터 반제국주의와 평화를 위한 운동을 꾸준히 착실하게 건설해 나아가야 한다. 역사적으로 제국주의는 아래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부닥쳤을 때 여러 차례 한계를 보여 줬다.

푸에블로 호 사건

1968년 미국 첩보함 푸에블로 호가 북한에 나포된 사건.

미국은 초반에 북한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항공모함을 동해로 급파했고, 박정희도 즉각적인 대북한 전쟁을 원했지만, 베트남 수렁에 빠진 미국은 전선을 확대할 수 없었다.

결국 미국은 북한 영해 침입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했다.

한반도에서도 이런 저항 등으로 미국 제국주의의 기가 꺾였을 때 위기에서 벗어나는 일이 나타나곤 했다. 예컨대 1968년 푸에블로 호 사건으로 터진 위기가 더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지 않은 이유는 미국이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 빠진 데 있었다. 

2005년에 부시 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편, 지금의 제국주의 간 긴장과 갈등은 심각한 세계 자본주의 위기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끝을 알 수 없는 경제 위기 때문에 지배자들은 긴축과 사영화, 구조조정 등으로 노동자들에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서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저항하고 있다.

우리는 이 저항이 노동계급이 단결해 싸우는 계급투쟁으로 발전하는 전략적 방향 속에 자리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계급의 반자본주의 투쟁이 장차 반제국주의 투쟁과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입력 2013-04-2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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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동맹 ― 전 세계에서 함께 나쁜 짓을 하겠다?

이현주

청와대와 보수 언론은 한미동맹이 “글로벌 동맹”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에 고무돼 있다.

그러나 “글로벌 동맹”은 앞으로 한국이 미국과 함께 한반도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나쁜 짓을 더 많이 함께하겠다는 말이다.

지난 60년간 한미동맹의 역사는 전쟁과 학살의 역사였다.

해방 이후 점령군으로 한반도에 들어온 미국은 제주도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을 학살했고 한국전쟁에서도 폭격과 학살을 일삼았다. 미국은 박정희와 전두환 같은 독재자들을 후원했고,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도 묵인했다.

한국은 1960년대에는 베트남에서, 2000년대에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학살과 점령을 도왔다.

이번에도 오바마와 박근혜는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사태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한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개입에 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기후변화나 테러리즘, 핵 비확산 등 “범세계적 도전”에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계의 안정과 평화’를 파괴하는 진정한 세력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최고고, 곳곳에서 전쟁을 벌이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제국주의다.

 
 
 

입력 2013-05-1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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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슈퍼 ‘갑’들과 동행한 박근혜

이현주

박근혜의 방미에는 ‘걸어다니는 4대악’이자 ‘글로벌 성추행범’ 윤창중뿐 아니라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함께했다. 여기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롯데, 포스코 등 재벌 총수도 포함됐다.

박근혜는 대기업 총수들과의 만찬에서 오른쪽엔 이건희를 왼쪽엔 정몽구를 앉혀 놓고 “대기업 여러분들이 경제 부흥의 주인공”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리고 대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확실하게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경제민주화’ 운운하더니 이제 확실하게 ‘비즈니스 프렌들리’하게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2백 일 넘게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삼성 불산 누출로 죽어간 노동자 등 ‘을’에게는 관심도 없다. 그러면서 비리와 노동자 탄압으로 악명높은 슈퍼 ‘갑’들만 챙기고 있다.

입력 2013-05-1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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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어디로 가는가

김영익

최근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모순과 변화 조짐이 많은 사람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그동안 북한과 중국 간의 경제 관계가 깊어져, 어떤 사람들은 중국을 통한 북한의 시장 개혁을 전망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중국의 ‘동북 4성’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한편 북한 3차 핵실험에 대응해 중국이 유엔 대북 제재에 동의하자 북한 당국은 크게 반발했다. 최근 중국의 국유은행들은 유엔 대북 제재를 이행한다면서 북한 조선무역은행과 거래를 끊었다. 이를 근거로 남한 우파들은 북중 관계가 예전과 다르다며 호들갑을 떤다.

미국 국무장관 존 케리가 중국 정부에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나서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북한 핵 문제의 열쇠를 쥔 중국이 사태 해결에 나섰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이런 시각들은 대부분 일면적이거나 근시안적이다. 역사를 돌아볼 때,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냉전 시기 북한과 중국은 군사동맹 관계를 유지했다. 미국 · 일본 · 남한에 맞서야 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 지배자들은 북한이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장악돼, 친미 국가와 국경을 마주하게 될까 봐 매우 우려한다.

그래서 중국 지배자들은 한국전쟁 때 패색이 짙은 북한을 지원하려 참전했다. 1960년 미 · 일 안전보장조약이 개정되고 1961년 남한에서 ‘반공’을 내세운 박정희가 군사 쿠데타로 집권하자, 중국은 북한과 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해 북한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그러는 중에도 두 나라 지배자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은 아니었다. 북한 관료들은 독자적인 발전 전략으로 강력한 자립경제를 건설하고자 했다.

1950~60년대 중국과 소련이 격렬히 대립하자(중소 분쟁), 북한 관료들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줄타기하면서 자기 이익을 추구할 여지를 확보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지배자들과 북한 지배자들은 한때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국과 북한은 냉전기에 그럭저럭 동맹 관계를 유지했다.

북한과 중국 사이 마찰음이 커진 것은 냉전 해체 직후였다. 중국은 친서방 나라들과의 경제 관계를 중시해 북한이 반대하는데도 남한과 국교를 맺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방해와 압박으로 서방과 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하고 고립됐다. 게다가 중국은 그동안 북한에 주던 무역 특혜를 중단했다. 이는 가뜩이나 어렵던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이었다.

이때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악화해, 1991년 이후 2000년까지 9년 동안 양국 정상들의 상호 방문이 없을 정도였다.

1998년 금창리 위기

1998년 미국 정보기관은 ‘북한이 금창리에 대규모 지하 핵시설을 건설 중임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를 명분으로 미국은 북한을 위협했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다. 그러나 후에 밝혀졌듯이 금창리 지하시설은 빈 동굴에 불과했다.

미국이 이렇게 대북 압박을 강화한 것은, 동아시아에서 자신의 패권 때문이었다. 그해 5월 인도가 핵실험을 했고, 동아시아는 경제 불황과 심각한 정치 불안을 겪고 있었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 핵 개발 의혹을 문제 삼아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우방들을 결속시켰다.

2000년대 들어서야 경제 협력을 중심으로 양국 관계가 다시 가까워졌다. 미국이 1990년대 후반부터 동아시아에 미사일 방어 체제(MD)를 구축하기 시작하는 등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1998년 금창리 위기와 2002년 고농축우라늄 의혹 제기 등 대북 압박을 다시 강화한 것이 이런 변화의 주요한 배경이었다. 이른바 ‘입술(북한)이 없어지면 이(중국)가 시리다’는 논리가 제기된 것이다.

완충지

중국 지배자들은 북한 붕괴가 가져올 혼란과 난민 유입 등을 우려해 북한을 지원한다. 북한이 군사적 완충지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도 중국은 북한을 지탱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

미국의 제재와 압박 탓으로,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돼 경제를 재건하려 한 북한 지배자들의 시도는 거듭 좌절됐다. 그래서 북한 지배자들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완화하고 체제를 안정시키고 싶어 한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과 중국 간 교역량은 급격히 늘었다. 2011년 현재 북한의 전체 무역에서 대중국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9퍼센트에 이른다. 북한과 중국은 접경지대에 있는 경제특구 두 곳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북한 관료들은 ‘외화 벌이’를 목적으로 중국 동북 지방으로 북한 노동자들을 대거 파견하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2012년 현재 북한 노동자 2만 4백여 명이 랴오닝 · 지린성에서 일한다. 같은 해 7월 북한은 노동자 12만 명을 파견하기로 중국과 합의했다.

그러나 북중 동맹 관계 속에는 모순도 있다.

첫째,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는 북한과 중국 모두 반발하지만 대외 정책에서는 의견 차이가 드러날 수 있다.

중국 지배자들은 북한 핵을 골칫덩이로 본다. 중국 지배자들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한다. 중국도 제국주의 열강들의 핵무기 독점에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이 ‘아시아로의 귀환’ 전략을 펼치는 주요 명분이어서 골치가 아프다.

오바마 정부는 2009년 중국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계속 개발하면 미국은 아시아에서 동맹 구축을 강화하고, 군사력 배치를 증강하고, MD를 본격 추진하고, 한미일 군사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대놓고 협박했다.

중국은 세계 최강 미국이 북한을 핑계로 동아시아에서 동맹을 결집하고 군사력을 전진 배치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 그러나 단기간에 미국의 군사력 · 외교력을 따라잡기는 힘들고, 당장 미국과 정면충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중국 지배자들은 한편으로는 미국의 압박에 맞서 북한 체제가 붕괴하지 않도록 지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북한을 너무 강하게 몰아치면 북한이 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릴까 우려하기도 한다.

북한 지배자들은 핵과 미사일을 쉽사리 포기할 생각이 없고, 중국이 유엔 대북 제재에 동의할 때마다 거세게 반발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을 지렛대 삼아 북한을 압박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은 현실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위험하다. 오히려 중국의 압박은 북한의 더 큰 반발을 낳으며 불안정을 더 키울 것이다.

중국이 미국 제국주의를 견제하며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는 구실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비현실적이다. 중국은 경쟁하는 제국주의 열강 중 하나일 뿐이다.

북한은 중 · 미 갈등 속에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는 구상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반도 전문가 셀리그 해리슨은 “북한은 미국이 자신과 좀더 좋은 관계를 맺으면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봉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제 협력

둘째, 북한과 중국의 경제 협력이 북한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북한과 중국의 경제 관계가 깊어질수록 북한 경제는 중국 경제 변화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점에서 북한도 중국발 경제 위기의 파장에 휩싸일 수 있다.

그리고 경제 협력을 중심으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커질수록 북한 관료들 내 긴장이 생겨날 수 있다. 북한 관료들은 지금 핵 개발과 북미 관계 정상화라는 20년 묵은 난제를 풀어야 하는데, 중국의 압박은 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북한 관료들 간에 의견 불일치와 갈등을 낳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북한과 중국이 더 밀접해질수록 중국 민중이 벌이는 아래로부터 저항이 북한에 영향을 줄 개연성도 높아진다. 즉, 중국에서 노동자 · 민중의 저항이 성장하면 북한의 노동자 · 민중도 아래로부터 행동에 나설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바로 이것에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도 중국 지배자들은 ‘전략적 자산’인 북한이 붕괴하지 않도록 지원하겠지만, 북한과 중국 사이에서 불협화음과 갈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과 중국의 경제 협력은 북한 체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순과 저항을 촉발할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입력 2013-05-1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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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미츠 핵항모와 계속되는 한미의 평화 위협질

조익진

대북 압박 정책을 분명히 하고 한반도에 ‘핵전력’까지 투입할 수 있다고 공언한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진정한 주범이 누구인지 똑똑히 보여 줬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와중에도 연일 군사 훈련을 이어갔다. 특히 회담 직후인 11일에는 초강력 핵항공모함 니미츠호가 부산항에 입항했다.

배수량이 10만여 톤에 이르는 니미츠호는 막강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 축구장 3개 크기의 선박은 전투기 90여 대를 탑재할 수 있고 병력도 6천여 명이나 수용할 수 있다. 핵발전기 2기를 갖추고 있어 재충전 없이 20년간 운항할 수 있다.

게다가 니미츠호의 항공모함 전단은 핵추진 잠수함과 이지스 구축함, 미사일 순양함 등도 포함하고 있다. 그야말로 웬만한 중소 국가에 맞먹는 ‘바다 위 군사 기지’나 다를 바 없다.

어제 끝난 한미연합 해상훈련에는 이런 니미츠호를 필두로 남한의 이지스함과 구축함 등이 동참했다.

미국이 일본 요코스카에 정박 중인 조지 워싱턴호를 굳이 제쳐 두고 굳이 미 본토 샌디에이고에 주둔하는 니미츠 항모전단을 이번 훈련에 투입한 것은, 유사시 한반도 바깥의 전력도 얼마든 투입할 수 있다는 무력 시위의 의미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초강력 함대가 중국과 북한 근해에서 훈련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극도로 위협적인 일이다. 실제로 니미츠 전단의 작전반경은 1천 킬로미터에 달해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과 중국 일부 지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 훈련에 강력 반발했다. 중국도 니미츠호를 추적하기 위해 오키나와 남쪽 일본 접속수역에 핵잠수함을 잠항시키다 국제 분쟁이 일어날뻔하기도 했다.

연이은 호전적 군사훈련이 동북아의 긴장을 갈수록 더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미연합 해상훈련은 끝이 났지만 한미연합 공군훈련인 ‘맥스 선더’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대규모 전쟁 연습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이 준비 중에 있다.

지난 11일에는 위협적인 군사훈련에 반대해, 니미츠호 승무원이 탄 고속버스를 가로막고 시위를 벌인 한대련 소속 대학생 26명이 폭력적으로 연행되기도 했다.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하면서 그것에 항의하는 정당한 행동을 폭력으로 억누르려 하는 것이다. 평화를 위해서 정의로운 행동에 나선 학생들에게는 어떤 불이익도 없어야 한다.

박근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합의하고 돌아왔다. 그런데도 민주당 원내대표 박기춘도 “[윤창중] 성추행 사건에도 불구하고 방미 성과는 성과대로 평가돼야 한다” 하고 말했다.

1년 내내 계속되는 전쟁 연습과 대북 압박 등으로 군사적 긴장에 시달리고 있는 한반도와 동북아 민중에게 한미동맹은 평화롭게 살 권리를 침해하는 친제국주의 동맹일 뿐이다.

입력 2013-05-1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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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이 보여 준 것

오마바와 박근혜가 평화 위협의 ‘린치핀’이다

이현주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이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동맹이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 회담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의 심정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평양이 자신의 약속과 의무를 지키고 특히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조치를 취하면 대화를 할 것”이지만 ‘도발’을 택한다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게 핵심 메시지다.

‘대화’와 ‘압박’을 모두 언급하고 있지만 무게는 ‘압박’에 더 실려 있었다. 게다가 ‘대화’는 북한의 ‘선 변화’가 있어야지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미 정상은 “대북 억지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확장 억지와 재래식 및 핵전력을 포함하는 모든 범주의 군사적 사용 능력을 포함한 [미국의] 확고한 대한(對韓) 방위 공약을 재확인”했다.

북한에는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남한에는 핵전력을 들여놓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딱 맞다. 이것이 오바마식의 ‘미국만 빼고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이다. 

이명박에 이어서 박근혜와도 죽이 잘 맞는 오바마   어떤 나쁜 것들을 더 주고 받았을지 걱정된다.  ⓒ사진 출처 청와대

박근혜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성격도 분명히 드러났다. 오바마가 지지해 줬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박근혜는 “북한의 핵을 용납할 수 없고 북한이 저렇게 도발을 하고 위협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상은 앞으로 있을 수 없으며, 도발을 하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오바마는 “몇 년간 내가 해 왔던 것과 유사하다”고 호응했다. 이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즉 악의적 무시 전략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별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끝내지 않겠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 주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4월 말 키 리졸브 · 독수리 훈련이 끝나기 무섭게 또 다른 한미 연합 훈련에 돌입했다.

서해에서는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참가하는 한미 연합 대잠수함 훈련이 진행됐고, 동해와 남해에서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호’가 참가한 ‘항모타격훈련’도 시작될 예정이다.

연합 공군훈련인 ‘맥스 선더’도 실시되고 있다. 8월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도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고 알려졌다. 거의 1년 내내 전쟁 연습인 셈이다.

북한이 동해안에 배치한 무수단 미사일을 철수한 것이 확인됐는데도, 미국은 이달 중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실시도 예고했다.

이러면서 북한더러 “올바른 선택”을 하라고 한다. 사실상 거의 핵 · 미사일 실험을 또 하라고 등 떠미는 격이다.(물론 사회주의자들은 북한 지배계급의 호전적 맞대응을 지지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이다.

지금 미국은 지난 두 달 동안 한반도 위기 상황을 통해 얻은 ‘성과’를 확실히 굳히려는 듯하다. 미국은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일본에 첨단 전략 무기를 추가 배치하기로 합의했고, 한국을 미사일 방어(MD) 체제에 한 발 더 끌어들였다.

그러나 한국을 MD에 확실히 끌어들이고, 한일 군사협정을 체결하도록 해서 한미일 합동 군사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할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미국은 이런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한반도 위기를 활용하려는 것이다.

미 합참의장 마틴 뎀프시도 “지금이야말로 한미일 3국의 협력적인 미사일 방어체제를 만들어갈 적기”라며 서둘렀다. 한미일 간에는 여전히 균열과 모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사일 방어 체제

양국이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재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9년 이명박과 오바마가 명문화한 “포괄적 전략 동맹”은 기존의 동맹 범위를 “안보”에서 “정치 · 경제 · 문화 · 인적교류 분야”로 확대하고, 동맹의 무대도 동아시아와 더 나아가 세계적 차원으로 넓히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핵심적으로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다. 이명박은 이에 따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한일 군사협정도 추진했다.

이번에도 한미 정상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노력과 함께, 정보 · 감시 · 정찰 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 운용 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누가 봐도 중국 포위를 위한 미국 MD 체제를 뜻한다.

물론 중국의 눈치도 봐야 하는 한국 지배자들의 처지 때문인지 MD 참가를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박근혜는 중국까지 포함한 동북아 다자간 평화 협력 구상(일명 ‘서울 프로세스’)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보완적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엉뚱한 말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뒤를 따라 중국을 포위하면서, 중국과 협력하겠다는 것은 잘 될 수가 없는 일이다.

박근혜의 ‘시너지’ 발언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 낀 모순 속에서 한미동맹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한국 지배자들의 처지를 보여 준다.

이미 지난달 말에 한국 해군은 MD 구축에 필수적인 SM-3 요격미사일을 미국에게서 구입하기로 했다. 공개적인 말과 문구가 무엇이든 한국은 이미 실천에서 미국 MD에 발을 깊숙이 들여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빌미로 한 미국과 한국 정부의 중국 포위는 이 지역의 긴장을 더한층 고조시킬 것이다. 지난 몇 달간 미국이 동원한 첨단 무기들은 그야말로 ‘올스타전’을 방불케 한다. 얼마 전 중국도 항공모함을 동원한 훈련을 시작했다. 갈수록 동아시아 지역은 화약고가 돼 가고 있다.

이뿐 아니다. 방위비 분담금, 미국산 무기 구입, 한미FTA 등에서 박근혜가 오바마에게 무엇을 얼마나 더 약속했는지는 차차 더 드러날 것이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이 이 지역 ‘불안정과 평화 위협의 핵심축(린치핀)’임을 보여 줬다. 한반도 민중의 관점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유일한 성과는 윤창중 경질뿐이다.

 
 
 

입력 2013-05-1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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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개성공단 ─ 제대로 보기

성지현

개성공단이 기로에 놓여 있다. 개성공단에서 한국(남한) 노동자가 전원 철수하고, 가동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2003년 개성공단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남북 간 비상통신선까지 끊겨서 ‘남북이 깜깜한 절연 상태로 40년 전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 사태에 대해 박근혜 정부와 우파들은 일제히 북한을 비난하고 있다. 박근혜는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해 통행을 차단하고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켰다며 “[북한이 합의를 깬]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고 말했다. 

왕래가 끊긴 남북출입사무소  미국 제국주의와 박근혜의 대북 압박이 상황을 갈수록 험악하게 만들고 있다.  ⓒ이윤선

새누리당과 우파 언론들도 “개성공단의 출입 제한과 근로자 철수를 먼저 시작한 건 북한”이라며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주문한다. <한겨레>조차 “일차적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말한다.

일차적 책임

그러나 개성공단 휴업 사태의 진정한 책임은 미국과 박근혜 정부에 있다. 현 사태는 올해 내내 계속된 한반도 긴장 고조의 연장선에 있다.

올해 한국과 미국은 북한 공격과 점령 훈련이라고 할 수 있는 키 리졸브 · 독수리 훈련을 어느 해보다도 강도 높게 진행했다. 핵폭격기와 핵잠수함을 총동원해 북한 핵 공격 연습을 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 국방장관 김관진은 “(개성공단 인질 억류) 사태가 발생하면 군사적 조치를 할 것”, “5일 이내에 적 전력의 70퍼센트를 궤멸” 등의 위협을 거듭했다. 최근에는 실제로 2010년부터 미국과 남한이 ‘개성공단 인질 구출 작전’ 훈련을 해 왔다는 것이 폭로됐다.

이 훈련에는 아파치 헬기와 특수작전용 헬기 등 미군 장비가 대거 동원된다. 3월 박근혜 정부가 미국과 합의한 ‘한미 공동국지도발 대비계획’에도 ‘개성공단 억류 사태’가 포함됐다.

인질 구출 작전

이에 북한은 “괴뢰군부 패거리들이 그 무슨 ‘억류사태’니 ‘인질구출’ 작전이니 하면서 개성공업지구에 미군 특공대까지 끌어들여 이 지역을 전쟁 발원지로 만들려고 분별없이 날뛴”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쐐기를 박은 것은 박근혜였다. 박근혜는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는 대화(실무회담)를 하자면서 하루 말미를 주고 응하지 않으면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라고는 보기 힘든 행태였다.

미국도 박근혜가 개성공단에서 남한 노동자 전원 철수를 결정한 바로 다음 날 “전적인 이해와 지지”를 밝혔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책임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온 미국과 기다렸다는 듯이 부채질을 해댄 박근혜에게 있다.

그나마 4월 말에 한미 군사 훈련이 끝나면 개성공단 정상화의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남한 정부는 키 리졸브 · 독수리 훈련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새로운 해상 합동훈련을 벌이며 핵추진 항공모함을 부산으로 들여오고 있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이 다시 ‘정상화’될 여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듯하다.

결국 개성공단을 상대로 전쟁연습까지 벌여 온 박근혜 정부와,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우파들이 북한한테 “개성공단을 낭떠러지에 밀어 떨어뜨리는 무모한 시도를 중단”하라고 말하는 건 역겨운 위선이다.

 

입력 2013-05-1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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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와 한반도

대화 제안이 진정한 긴장 해소로 가기 힘든 이유

김영익

6월 16일 북한이 미국에 북미 고위급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문제’ 등을 두고 미국과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

북한의 대화 제안은 최근 동아시아에서 잇달아 고위급 외교 대화가 오가는 상황과 관련 있다. 6월 7~8일에는 미국에서 중 · 미 정상회담이 열렸고, 6월 말에는 한 · 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대화로 최근에 높아졌던 동아시아 긴장이 가라앉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시진핑과 오바마가 만났을 때도 꽤 큰 기대가 일었다.

그러나 중 · 미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해 보이던 겉모양과 달리 알맹이가 없었다. 사실 핵심 쟁점(사이버 해킹,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북한 핵 문제 등)에서 양국은 실질적 합의를 보지 못하거나 이견만 확인했다. 

알맹이 없이 끝난 중 · 미 정상회담 겉으로는 웃으면서 돌아서서는 칼을 갈고 있는 자들. ⓒ백악관

심지어 중 · 미회담 직후 미국은 댜오위다오(센카쿠) 점령 상황을 상정한 대규모 섬 탈환 훈련을 일본과 함께 진행했다. 중국의 훈련 취소 요구를 간단히 무시한 것이다.

해킹

최근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사실들도 시사적이다. 그는 “NSA가 2009년 이후 홍콩과 중국의 표적 수백 건에 대해 해킹을 해 왔다”고 밝혔다. 중국과 미국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첩보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지금의 중 · 미 갈등과 동아시아 불안정은 쉽사리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전(前) 호주 총리 케빈 러드는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베이징에서 전문가들은 중 · 미 관계의 정확한 상태를 정의하려고 애쓴다. 그중 한 명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중 · 미 관계는] 열전(hot war)도, 냉전(cold war)도 아니다. 차라리 싸늘한 전쟁(chilly war)에 가깝다.’”

즉, 오늘날의 중 · 미 관계가 제2차세계대전 때 영국과 독일의 관계, 또는 냉전 때 미국과 소련의 관계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두 나라 사이 긴장과 경쟁이 상당한 것이다.

미국은 지금 당장 중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하려는 건 아니다. 중국도 자국이 여전히 군사력과 경제력 등에서 미국보다 크게 뒤떨어진다는 점을 안다. 그리고 현재의 세계 질서를 과거 냉전 때처럼 초강대국들에 의해 나뉘어진 양 진영의 갈등으로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두 제국주의 국가는 경쟁 관계에 있고, 이 때문에 곳곳에서 마찰음이 나온다.

더구나 지금의 중 · 미 갈등은 경제 위기 속에 경제적 경쟁이 지정학적 경쟁과 맞물리는 양상을 보인다.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최근 ‘아시아 권력망의 부상’이라는 보고서에서 아시아 나라들의 안보 협력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나라들이 중국의 부상을 보며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이 보고서는 일본 · 호주 ·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에서 연합 군사훈련과 군사 정보 공유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중에서도 일본 아베 정권이 가장 위험해 보인다. 아베는 중국을 견제하려고 인도 · 베트남 등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그리고 자위대에 영해 경비 권한을 줘, 센카쿠(댜오위다오) 등에 투입하려 한다.

중국도 적극적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합동 군사훈련에 대응해 상륙 훈련과 섬 공격 훈련 등을 벌이고, 서태평양 원양 훈련도 강화하려 한다.

그리고 시진핑은 지난 중 · 미 정상회담 직전 미국의 ‘뒷마당’ 라틴아메리카를 순방하며 자국의 영향력을 넓히려 애썼다. 그 이후 중국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니카라과 운하를 건설해 1백 년간 운영할 권리를 확보했다.

물론 아시아로 ‘귀환’하려는 미국의 발목을 잡는 요소도 많다. 우선, 미국 지배자들은 경제 위기로 국방 예산을 대거 줄여야 하는 처지다. 중동에서 시리아 내전과 이란 문제 등을 다루고 아랍 혁명에 맞서 패권을 유지하는 데도 역량을 상당히 쏟아야 한다.

그러나 비록 과거에 견줘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보이지만, 미국 제국주의는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이며 세계 패권을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힘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입력 2013-06-2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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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가로막는 진정한 걸림돌 - ‘전략적 인내’라는 깡패짓

김영익

얼마 전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것은 중 · 미 정상회담이 별 소득 없이 마무리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과 미국이 북한 핵 문제에서 실질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하며, 남북 당국회담을 추진할 동력이 약해진 것이다.

‘격’ 문제는 빌미에 불과했다. 오히려 대북 정책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춰 온 박근혜 정부의 강경한 태도 때문에 회담이 무산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격’을 꼬투리 잡은 데다가, 막판에는 회담에서 어떤 식으로든 ‘비핵화’ 얘기를 꺼내려고 했다. 사실상 북한이 회담을 포기하도록 분위기를 몰아간 셈이다.

결국 북한 핵을 빌미로 한 미국의 대북 압박, 즉 ‘전략적 인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남북 대화가 잘 되기가 힘든 것이다.

북한이 거듭 대화를 요구하며 비핵화와 회담 형식 등에서조차 양보할 수 있다고 밝히지만, 미국의 태도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없는 처지인 미국한테 북한은 여전히 좋은 핑계거리다.

미국은 심지어 강도 높은 제재로 북한의 목을 더 죄려 한다. 6월 10일 미국 상원은 향후 5년간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발

미국의 대화 거부와 제국주의적 압박은 다시 북한 지배자들의 반발과 호전적 맞대응을 부를 수 있다. 전 통일부장관 정세현도 미국이 대화 제의를 계속 거부한다면, 북한이 4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중국까지 합세해서 북한을 압박하면 핵을 포기시키거나 붕괴하게 만들 수 있다는 냉전 우파들의 생각은 위험천만한 몽상이다. 중국까지 가세한 유엔 대북 제재가 발표됐을 때 북한은 더 호전적 맞대응을 택한 바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미국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바마는 중동에서 시리아 내전 등을 신경 쓰며 자신의 중동 패권이 흔들리지 않게 애써야 한다.

이런 처지에서 동아시아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커지는 것을 마냥 방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설사 북한과 미국 사이에 대화가 오가더라도, 위기와 긴장은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제국주의 패권 추구와 갈등이라는 근본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한 노동운동은 한반도 불안의 진정한 원인이 미국 제국주의와 남한 지배자들의 친제국주의 정책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진보정의당 지도부가 ‘국민들이 가질 수 있는 안보 불안을 깊이 주목하지 못했다’며 ‘반성’하고 나선 것은 유감이다. 진보정의당 지도부는 한반도 긴장의 주된 책임이 제국주의에 있다는 점을 별로 말하지 않고 ‘종북’ 공세에 수세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처럼 운동진영 일부가 한반도 문제에서 우파의 안보 논리에 타협하면서, 안보 쟁점을 이용해 우파를 결집하려는 박근혜의 시도를 제대로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체제와 핵 보유를 무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미국 제국주의와 남한 지배자들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놓치는 것이 더 큰 잘못이다. 이런 관점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반제국주의 운동을 효과적으로 건설하는 데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입력 2013-06-2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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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강경책이 북한을 변화시켰다’는 황당한 거짓말

김영익

이 글을 쓰는 8월 9일 현재,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남북 실무 회담이 8월 14일에 재개될 듯하다. 북한이 ‘남한의 군사적 위협행위 중단’ 등의 기존 입장을 포기하면서, 일단 중단된 회담이 재개되는 것이다.

박근혜와 우파는 이를 두고 ‘대북 강경책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자화자찬한다. 

그러나 이는 너무 뻔뻔한 말이다. 박근혜 정부의 강경책이 북한의 반발을 낳으면서 개성공단이 위기에 빠진 것이니 말이다. 

국방장관 김관진이 “[개성공단 인질 억류] 사태가 발생하면 군사적 조처를 할 것”이라며 북한을 자극한 데서 개성공단 위기는 비롯했다. 그리고 6월에 박근혜는 북한 수석대표의 ‘격(格)’을 핑계로 남북 당국 회담을 무산시켜 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남북 실무 회담은 6차례 동안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박근혜가 북한에 완전 항복을 요구하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에 일방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남쪽이 공단을 겨냥한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북한의 요구에 대해 박근혜는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따라서 박근혜의 ‘원칙 덕분이’ 아니라, ‘원칙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는 사실 한반도 긴장의 진정한 원인이 북한 지배자들의 억지와 도발에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북한 당국은 계속되는 군사 압박과 제재가 중단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미국은 이런저런 핑계로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8월 1일 미 백악관 한반도 담당 보좌관 시드니 사일러는 “비핵화 진전이 없고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한 대화를 계속 거부하는 상황에서 북 · 미 관계의 상당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의 대화 종용도 북한이 태도를 바꾸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핑계로 한 · 미 · 일 동맹을 강화하고 군사력을 전진 배치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 

최근에도 중국 국가부주석 리위안차오가 북한을 방문해 ‘긴장 완화’를 촉구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이 남한에 양보하면서 남북 실무 회담을 재개하기로 한 데는 이런 점들이 크게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은 지난 20년간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많은 양보를 해 왔다.  

그러나 북한의 양보로 일정한 합의가 이뤄져도, 미국이 언제나 다른 핑계로 합의를 깨면서 북한의 뒷통수를 쳐 온 게 지난 20년 동안 북미관계의 패턴이었다.

따라서 개성공단의 정상화까지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우여곡절 끝에 개성공단이 다시 열려도 이것이 미국과의 대화 재개로 간다는 보장도 없다.  

미국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북한을 압박할 명분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미국은 최근 파나마에서 북한 선박에 실린 무기가 적발된 사건도 대북 제재를 강화할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의 대북 강경책은 ‘북한을 길들이며 안정을 가져’ 오기는커녕, 한반도 긴장의 불길에 부채질하는 효과만 낳을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소책자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본 오늘의 동아시아 불안정과 한반도》

김하영 외 지음

노동자연대다함께, 128쪽, 4,000원

구입 문의 : 02-2271-2395, mail@workerssolidarity.org

입력 2013-08-1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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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긴장 국면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반대한다

김영익

올해 상반기 미국의 대규모 군사 훈련과 대북 제재로 높아진 긴장이 다소 누그러진 후, 북한은 지난 몇 달간 기회가 될 때마다 대화 의지를 밝혀 왔다. 북한은 기존 입장을 바꿔서 6자 회담 재개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북미 간 대화가 조만간 재개될 것 같지 않다. 오바마는 북한의 완전한 굴복(선(先) 비핵화)을 요구하며 대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왔다.

이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동맹국들의 결속을 강화하고 대중국 포위 전략을 펼치는 데 북한이 여전히 중요한 지렛대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은 얼마 전 북한을 겨냥한다면서 서태평양 괌 기지에 핵폭격이 가능한 B-52 전략폭격기를 6대 이상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것은 동아시아의 긴장을 더욱 부추겨 왔다. 일본의 아베는 무기수출 3원칙을 재검토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하려 한다. 얼마 전 진수한 대형 호위함 이즈모 호는 언제든 경(輕)항모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 준다.

중국도 가만히 앉아 있을 리 없다. 7월에 중국 군함 5척이 처음으로 일본 열도를 한 바퀴 돌아 태평양 해상에서 훈련을 진행하는 등 중국도 군사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남중국해 댜오위다오(센카쿠) 분쟁도 언제 다시 악화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공공연한 전쟁 연습으로 사회 분위기도 냉각시킬 UFG 훈련  지난해 UFG 훈련의 일부로 벌어진 지하철역 ‘테러’ 진압 훈련. ⓒ박재광

이런 상황에서 몇 달간 잠잠했던 미국 · 한국의 대규모 전쟁 연습이 또다시 시작된다. 8월 19일부터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시작하는데, 이 훈련에는 한미 양국의 대규모 군사력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도 참가한다.

북한 공격 · 점령 훈련

이 훈련을 두고 북한 당국은 ‘또다시 전쟁 국면이 찾아올 것’이라며 격하게 비난했다. 

북한이 반발하는 까닭은 UFG 훈련이 북한 공격 · 점령 훈련이기 때문이다. 이 훈련에서 한미 양국은 매번 한반도 유사시 휴전선 북쪽으로 진격해 북한을 점령하는 시나리오를 점검했다. 

게다가 최근에 알려진 바로는, 적어도 2010년부터 한미 양국은 UFG 훈련에서 개성공단의 ‘인질 사태’ 등이 벌어질 것을 대비해 북한을 공격하는 가상 훈련을 벌여 왔다.

올해 UFG 훈련에서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맞선 구체적 타격 전략을 적용할 예정이다. 그 핵심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를 선제 타격할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시험 가동이다. 

이런 훈련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한테도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한반도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할 때마다 이를 자국을 겨냥한 훈련으로 봐 왔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식으로 행동하고 있다. 차기 전투기, 첨단 미사일, 신형 잠수함, 차기 호위함 사업 등 첨단 무기를 도입해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 박근혜 정부는 열을 올리고 있다.

당연히 이 무기의 상당 부분은 미국에서 수입할 것이다. 또한 킬 체인과 KAMD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연계될 게 뻔하다. 박근혜 정부는 KAMD를 위해 SM-6 미사일을 미국에서 도입하기로 했는데, 이 미사일은 바로 미국의 해상 MD에 필요한 무기다.

이처럼 무시와 압박이 계속된다면, 대화를 요구하며 조바심을 내던 북한도 결국 호전적 맞대응으로 나아갈 수 있다. 최근 북한은 남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면 그 지역에 “군인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밖에 없다”고 한 데 이어, 남한이 미국의 첨단 무기를 구입하려 하자 ‘위험천만한 행위’라며 반발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따라서 우리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군비 증강 반대 등을 요구하며 끈기 있게 반제국주의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소책자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본 오늘의 동아시아 불안정과 한반도》

김하영 외 지음

노동자연대다함께, 128쪽, 4,000원

구입 문의 : 02-2271-2395, mail@workerssolidarity.org

입력 2013-08-1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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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첩첩산중이다

김영익

미국이 북한에 대한 새로운 압박에 나서지 않는 것도 현재의 남북 대화에 영향을 줬다. 

미국 지배자들 일부가 ‘총체적 난국’이라고 볼멘소리를 낼 만큼, 오바마의 대외정책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여기서 핵심은 아랍 혁명에 대한 대응이다. 오바마는 집권 초부터 ‘아시아 회귀’를 외쳤지만, 아랍에서 미국 패권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 

지금 오바마의 ‘발등의 불’은 이집트 혁명이고, 한동안 북한은 미국 대외정책의 우선순위가 되기 어렵다. 미국은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하며 시간을 벌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을 추진할 수 있는 운신의 폭도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와 한반도를 불안정에 빠뜨리는 근본 요인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근본 요인들

북한을 핑계로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직접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정책은 여전하다. 여기에 박근혜는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여 줬다. 

한편,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으로 미국과 대화할 기회를 잡고자 하며, 이를 위해 개성공단 협상에서도 일부 양보를 감수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처를 보고 대화에 나서겠다’는 태도를 쉽게 바꾸지 않고 있다. 

설사 미국이 대화에 나서도, 과거의 패턴대로 시간만 끌다가 북한의 뒤통수를 치며 위기를 다시 키울 수도 있다. 

그러므로 북미, 남북 간에 관계가 실질적으로 개선되리라는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미 개성공단이 가동 중단에서 재가동 합의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온갖 우여곡절이 벌어졌다. 앞으로 한반도 불안정이 또다시 커지면 개성공단 등은 다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도 낙관하기 어렵다. 북한은 금강산이 주는 실리적 이득 때문에라도 관광 재개를 서두르려 한다. 

반면 박근혜와 미국은 “금강산 관광 대가로 지급하는 현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남북 당국이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것이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다가 일시적으로 대화 국면이 찾아 오는 건 그리 낯선 모습이 아니다. 

그러나 제국주의 갈등 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한반도에서 일시적 대화 국면은 위기의 전주곡이었을 뿐이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아래로부터 반제국주의 운동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소책자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본 오늘의 동아시아 불안정과 한반도》

김하영 외 지음

노동자연대다함께, 128쪽, 4,000원

구입 문의 : 02-2271-2395, mail@workerssolidarity.org

입력 2013-08-2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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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식 ‘반제국주의’의 허구도 보여 주다

김영익

8월 19일 한국 · 미국의 대규모 전쟁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시작됐다. 이 훈련은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키 리졸브 · 독수리 훈련과 본질적으로 똑같다.

그런데 이 두 훈련을 대하는 북한 지배자들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키 리졸브 훈련 때 북한은 거세게 반발하며 대응 훈련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한두 차례 성명을 제외하면 북한은 UFG 훈련 비난은 대체로 자제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실리적 이익을 더 신경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자칫 UFG 훈련에 대한 대응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좁힐까 봐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일관성 없는 태도는 북한이 진정한 반제국주의와 거리가 먼 나라임을 보여 준다. 북한 지배자들은 제국주의와 타협해서 공존하기를 바라고 있다. 

북한 지배자들이 이산가족 상봉 같은 절박한 문제를 외교 협상의 카드로만 보는 태도도 남한 지배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1972년에 김일성과 박정희는 7 · 4남북공동성명을 합의하며, 유신헌법과 주석제를 추진할 발판을 서로 제공해 준 바 있다. 지금도 북한은 여러 남북 회담을 잇달아 추진해, 정치 위기에 빠져 있는 박근혜가 내민 손을 잡아 준 셈이다.

박근혜는 남북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정서를 이용해 정권에 맞선 저항을 무뎌지게 만들려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 운동의 일부인 자주파 동지들이 북한 지배계급과 남북 관계를 이용하는 지배자들에 대해 혼란스런 태도를 보인 적이 많았다는 것이다. 

자주파 동지들은 반정부 투쟁에 헌신하다가도 ‘민족화해’를 고리로 계급 동맹을 추진하면서 모순에 부딪히곤 했다. 김대중 정부 때 일부 자주파 동지들은 민주노총의 김대중 퇴진 요구를 반대하면서 그 혼란을 드러낸 바 있다. 김대중이 ‘민족화해에 앞장섰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박근혜는 노골적인 친미 우파 정부기 때문에 그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가 8월 15일에 이산가족 상봉과 DMZ 평화공원 등을 제안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지난 4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해결을 일관되게 추구하면 적극 돕겠다”며 혼란을 드러낸 바 있다.

8월 14일 <민중의 소리>는 “계급협조에 기대를 거는 것은 진보운동을 망치는 길”이라고 옳게 지적했다. 그러나 동시에 “통일 없이 민주(복지) 없다는 진리가 입증”되고 있다고 했다. 

민주와 복지를 위한 노동계급의 투쟁보다 통일(남북 화해)을 전략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보는 관점이 바로 계급 협력주의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입력 2013-08-2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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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이산가족, 금강산 …

박근혜에게 평화를 기대하는 게 헛된 이유

김영익

최근 남북 당국은 오랜 줄다리기 끝에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뒤이어 박근혜는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며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자’고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NLL 포기’ 운운하며 난리치던 자들이 ‘DMZ 평화 공원’을 말하니 황당할 지경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이제 박근혜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격 가동되는 것’이라며 포장해 주고 있다. 

박근혜가 절대 열어 줄 수 없는 ‘행복한 통일시대’ 공단 철수 사태 당시 텅 빈 개성공단 남북 출입경 게이트. ⓒ이윤선

주류 언론은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 등의 과정에서 박근혜의 ‘원칙론’이 잘 먹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박근혜의 ‘원칙론’은 올해 내내 남북관계를 위태롭게 해 왔다. 

얼마 전까지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도발하면 지휘세력까지 응징하겠다’고 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높여 왔다.

개성공단 중단 사태 자체가 박근혜식 ‘원칙’이 낳은 결과였다. 북한 측 수석대표의 ‘격’ 등을 생트집 잡아, 박근혜는 6월 남북 당국 회담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오히려 이번 재가동 합의는 박근혜 쪽이 ‘북한 책임을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물러서면서 가능했다. 

촛불

촛불시위 등으로 정치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였기 때문에, 박근혜는 기존의 대북 강경책에서 한발 물러서야 했던 것이다. ‘촛불이 개성공단을 살렸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합의하기 전에, 국정원 정치공작을 규탄하는 촛불은 날로 커지고 있었다. 

게다가 세제개편안은 상당한 반발을 불러서, 박근혜는 4일 만에 후퇴해야 했다.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는 ‘남북관계 개선’ 카드를 내세워, 위기를 벗어나는 데 이용하고자 한 것이다. 

지난 60년 동안 지배자들은 남북관계를 곧잘 정략적으로 이용했다. 지배자들은 단지 남북관계의 “냉풍”(대결)뿐 아니라 “온풍”(화해)도 이용해, 정권의 위기를 모면하고 노동자 저항을 공격했다. 박정희는 1972년 7 · 4 남북공동성명 이후 유신헌법을 밀어붙인 바 있다. 

그리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김대중 정부는 롯데호텔 · 사회보험 노동자들의 파업을 짓밟았고, 노동자 투쟁은 남북 화해 분위기를 해치는 짓으로 비난받았다.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하자마자, 박근혜는 8월 15일 국정원 정치 공작을 규탄하는 시위대를 향해 집권 후 최초로 물대포를 쐈다. 

입력 2013-08-2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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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국주의로 내달리는 아베와 한·미·일 동맹

이현주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일본 아베 내각이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자국이 직접 적의 공격을 받지 않았더라도 동맹국이 군사 공격을 받으면 무력 개입할 수 있는 국제법적 권리다. 집단적 자위권은 침략과 전쟁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대표적으로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미국은 집단적 자위권을 내세워 이라크를 침략했다. 

그동안 일본은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9조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지 않아 왔다. 최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도입 시도는 주로 미국이 벌이는 전쟁과 작전에 일본이 군사적으로 더 긴밀하게 협력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아베는 헌법 해석을 담당하는 내각법제국 장관에 집단적 자위권 찬성파로 알려진 인물을 임명했다. 헌법 해석을 바꿔서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아베는 헌법 개정이 자신의 “역사적 소명”이라며 다시 한 번 강력한 개헌 의지를 밝혔다. 부총리 아소 다로는 ‘아무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헌법을 바꾼 나치의 수법을 배우자’고 말해 비난을 샀다. 

얼마 전 일본은 사실상 항공모함인 ‘이즈모호’를 진수했고, 해병대 창설도 준비하고 있다. 곧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용 가능한 로켓 발사 실험도 한다. 

일본은 그동안 전수방위라는 원칙에 따라 이른바 공격용 무기로 분류되는 항공모함, 대륙간탄도미사일, 해병대는 만들지 않아 왔다. 그런데 이제 다른 나라를 선제공격하거나 침략할 수 있는 나라가 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역사 부정도 계속되고 있다. 아베 내각 관료들과 자민당 국회의원 1백여 명은 8월 15일 ‘종전기념일’을 맞아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아베는 일본제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욱일기 사용이 ‘문제없다’는 입장을 정부 공식 견해로 채택하려 한다.

전수방위

일본 본토가 공격을 받았을 때에만 방어를 목적으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원리.

현재 일본은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중국의 부상이 낳은 위기감 속에서 군사대국으로 거듭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은 군사대국으로 나아가려는 일본의 든든한 후원자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미국의 대 중국 포위 전략하에서 날개를 달았다. 

그러나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이데올로기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맥락에서 벌어지는 역사 부정은 한국과 중국과 같은 아시아 주변국들의 반발을 낳고 있다.

이것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사이에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도 장애가 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여지껏 정상회담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태도는 위선적이다. 최근 한국 공군은 알래스카에서 일본 항공자위대와 첫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이것은 한 · 미 · 일 군사동맹을 향한 한 단계 전진이라고 볼 수 있다. 미 공군 사령관은 “역사를 이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5월 아베와 극우 세력들의 역사 부정 망언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한국군은 미국 · 일본과 함께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한국 정부는 이 나라 평범한 사람들의 정서를 의식해 겉으로는 일본 지배자들의 우경화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정작 뒤에서는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 지배자들이 기본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호응하기 때문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한 · 미 · 일 군사 협력 강화라는 기조 아래 한국과 일본은 조금씩 군사적 벽을 허물고 있다.

일부 한국 지배자들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한국의 안보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문제를 비롯해 동북아 지역의 안보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안보현실”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확히 미국의 관점이기도 하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국장을 지낸 마이클 그린은 아주 노골적으로 일본의 군사력 강화가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예컨대 “일본이 국방비를 더 지출한다면 미사일방어체제(MD)나 핵확산 방지 등이 활성화될 것이고, [한국 방어에도 필수불가결한] 더 많은 미군이 일본에 주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반대로] 일본은 미사일 방어나 특공대, 테러리스트나 잠수함 등에서 매우 취약함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 방어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일본에 이른바 ‘투트랙 접근’(과거사 부정이나 독도 영유권 주장 같은 문제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과 헌법 개정 같은 보통국가화 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한다는 것)을 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아시아 민중 입장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재앙일 뿐이다. 이것은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경쟁과 불안정을 부추겨 이 지역을 더 위험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일본 지배자들의 군사력 강화 시도에 반대하고 나아가 제국주의 체제 자체에 반대해야 한다. 일본 지배자들의 시도에 반대하는 일본 내 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와 항의 행동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입력 2013-08-2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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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연기

여전히 불안한 한반도와 박근혜의 ‘신뢰 프로세스’

김영익

9월 21일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봉 행사를 불과 나흘 앞두고 말이다. 

이 때문에 그리운 이들을 만나길 애타게 바랐던 이산가족들이 큰 상처를 입게 됐다. 60년 넘게 보지 못한 가족을 만날 실낱같은 기회는 또 언제 올지 알 수가 없다. 북한 지배자들은 이런 것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물론 박근혜 정부와 우파는 북한의 행태를 “반인륜적 행위”라고 비난할 자격이 없다.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인도주의적 문제를 협상의 카드로만 여기는 건 남한 정부도 북한 정부 못지않았으니 말이다.

남북이 개성공단 재가동과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면서, 일각에서는 박근혜식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 궤도에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 만에 이 기대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북 도발 땐 정치적 고려 없이 초전 강력 대응하라”던 박근혜 박근혜의 ‘원칙론’은 불안정을 키우는 데 일조해 왔을 뿐이다 ⓒ사진 출처 청와대

이는 그만큼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불안정하며, 이 지역에서 언제든 긴장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최근 북한은 적극적으로 남북 관계를 개선하려 해 왔다. 이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으로 경제적 실익을 얻겠다는 의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남북관계 개선을 지렛대 삼아 북미 간에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목적이 컸다. 

남북 대화가 일정 진전이 있으면서, 북한은 미국에 적극적으로 대화 제의에 나섰다. 조건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지렛대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처가 먼저 있어야 대화를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같은 대규모 전쟁 연습을 해 북한을 옥죄었다.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대화의 선제 조건은 ‘북한의 미사일 · 핵실험 동결, 영변 핵시설의 활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허용, 추가 도발적 행동 금지’ 등인데, 이는 북한에 일방적 굴복을 요구하는 셈이다.

미국의 행보에 남한과 일본 모두 보조를 맞추고 있다. 9월 18일 중국에서 6자회담 당사국들이 참가하는 ‘6자회담 10주년 기념 국제 토론회’가 반관반민 형식으로 개최됐다. 여기에 북한과 중국은 6자회담 대표 등을 정식 대표로 보냈지만, 한 · 미 · 일은 모두 정식 대표가 아닌 옵서버(참관인)만을 보냈다.  

게다가 시리아에 군사 개입을 시도하며, 오바마 정부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약화된다면 다른 정권들이 화학무기를 사용하려고 덤빌 것”이라며 북한을 계속 언급했다. 이 또한 북한을 상당히 자극했을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악의적 무시’(‘전략적 인내’)를 지속하자, 북한은 상당히 조바심이 난 듯하다. 

9월 11일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는 위성 사진을 분석해, 8월 31일 북한 영변 원자로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이 위성으로 볼 것을 알면서 북한이 ‘흰 연기’를 피운 것은, 미국이 계속 대화 테이블에 나서지 않으면 북한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일종의 신호인 셈이다. 

이처럼 이산가족 상봉이 연기되고 남북 대화가 ‘가다 서다’를 거듭하는 것은 북미 관계가 순탄치 않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와중에 박근혜 정부는 상황이 어려워지는 데 일조했다. 박근혜 정부는 여러 차례 6자회담은 올해 안에 개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북한의 대화 제의에 계속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9월 초 국방장관 김관진은 북한과 시리아의 화학무기 ‘커넥션(연계)설’을 주장했다. 그리고 얼마 후 “북한이 종북세력과 연계해 ‘4세대 전쟁’을 획책하려고 할 것”이라며 “현재의 대화국면은 [북한의] ‘전술적 대화공세’일 수도 있다”며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늘어놓았다.

이 가운데 보수 언론들은 ‘금강산 관광은 북한의 돈줄이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 시도를 공격하기도 했다. 

따라서 ‘박근혜의 원칙론이 북한을 변화시켰다’는 얘기는 사실과 너무 맞지 않는 것이다.

찬물

미국이 오랫동안 북한을 압박하며 대화를 거부하자, 최근 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 등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은 정녕 북핵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진심으로 북한의 핵을 폐기하고자 하면 방법이 없는 게 아닌데, 미국은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이니 말이다. 즉,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과장해, 동아시아에서 다른 것을 얻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 ‘위협’론을 동아시아에서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는 지렛대로 삼아 왔다. 예컨대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미사일 방어 체제(MD) 구축에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일본 · 남한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데 북한 ‘위협’론은 큰 도움이 됐다.

따라서 한반도 긴장은 동아시아 등지에서 제국주의 열강들이 벌이는 갈등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질서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이는 최근 동아시아의 첨단 무기 경쟁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일본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는 신형 로켓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고, 준(準)항공모함 이즈모 호를 진수했다. 

미국도 중국, 북한 등을 겨냥해 전 세계 모든 지역의 목표물을 1시간 내에 타격할 재래식 첨단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에 중국도 항공모함 추가 건조 등으로 맞불을 놓고 있는 형세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미국) 사이에 갈등이 불거져 온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주변에서도 최근 연이은 군사 행동과 맞대응이 이어져, 다시 긴장이 높아진 상태다. 

동아시아에서 대외 갈등이 높아지자, 각국 지배자들은 이를 국내 억압을 강화하는 것으로 연결하고 있다. 중국의 저명한 지식인 첸리췬은 중국 지배자들이 노동자 · 농민 운동 등을 “외부 적대세력의 대표, 혹은 간첩으로 취급한다” 하고 염려한 바 있다.(《중국을 인터뷰하다》, 창비)

이런 상황은 한반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미국은 북한을 계속 압박하며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남한 지배자들도 대체로 이에 협조하려 할 것이다.   

이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등 더 큰 불안정을 낳을 수 있다. 그리고 박근혜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서울 프로세스’(동북아평화협력구상)의 미래는 점차 어두워질 가능성이 크다.

입력 2013-09-2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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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군사 동맹 강화와 동아시아 불안정

이현주

동아시아에서 긴장의 먹구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최근 열린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에서 미국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 … 방위예산 증액, 방위계획 대강의 개정 등”일본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표명했다.

미국이 일본의 군사대국화 추진에 날개를 달아 주며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이 더 큰 구실을 해주기를 바라는 미국의 바람이 반영돼 있다.

냉전 해체 이후 미일동맹은 미국의 패권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일이 군사적으로 긴밀해지고, 일본의 구실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요동치는 동아시아 바다 불안정의 뿌리인 제국주의 자체에 반대해야 한다. 2012년 6월 21일 한미일 연합 해상훈련. ⓒ미해군

1997년에 미국과 일본은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일본 자위대의 활동 무대를 일본 영토를 넘어 일본 주변지역으로 확장한 바 있다.

지난해 미일정상회담에서도 미국과 일본은 ‘동적방위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이 ‘지키는 방위’에서 벗어나 외부 사태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이었다.

조만간 미국과 일본은 집단적자위권 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포함된 내용을 담아 16년 만에 미일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국주의 부활

이렇게 노골적으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편들고 나선 것은 미국의 처지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 회귀’를 천명했으면서도 동시에 군비를 대폭 감축해야 하는(향후 10년간 안보 예산 1조 달러(약 1천70조 원) 삭감) 처지다. 최근 오바마가 정부 폐쇄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포함한 아시아 순방을 취소한 것도 미국의 어려운 처지를 보여 줬다.

현재 아베는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다. 얼마 전 일본은 사실상 항공모함인 ‘이즈모호’를 진수했고, 해병대 창설도 준비하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는 로켓 발사 실험을 했고, 자위대의 선제 공격권 보유도 검토 중이다.

동아시아에서 패권 유지를 위해 똘마니가 필요한 미국이 볼 때 아베의 이런 대범한 움직임은 반가운 것이다.

이번에 미국과 일본은 P8 초계기,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F35B 전투기 등의 첨단 무기를 일본에 배치하고, 난세이 제도(댜오위다오 · 오키나와 등을 포함한 일본 남서쪽 섬들) 등의 지역에서 자위대와 미군이 군사시설을 공동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또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가 ‘미일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밝히며 중국에 견제구를 날렸다. “지역 파트너의 해상 안전을 위해 연안 순시선이나 훈련을 제공하는 일본의 대응”을 환영한다고도 밝혔다. 일본이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와 연계해 계속해서 중국의 해양 진출을 감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것은 동남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늘리고 싶은 일본의 야욕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아베는 이 지역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경제적 협력뿐 아니라 군사적 협력도 강화하는 중이다.

다른 한편, 미국과 일본의 이번 공동선언문은 한미일 사이의 협력이 중요함도 강조했다. 한미일 삼각 동맹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하는 데서 핵심이다. 그동안 미국은 한일 양국에게 역사 문제에 너무 집착 말고 자기 밑에서 힘을 합치라고 촉구해 왔다.

한국을 식민 지배하고 야만적으로 유린했던 일본이 재무장해서 자위대를 이끌고 언제든지 한반도를 들락거리며 미국의 패권에 일조하는 것, 이것이 미국의 구상이다. 한국 내 반발 때문에 미뤄졌던 한일 군사협정도 빨리 체결해서 MD를 뒷받침하라는 게 미국의 요구다.

이번 미일 간의 합의는 동아시아에서의 긴장과 불안정을 높이고 있다. 당장 중국은 미일 동맹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며 반발했다.

중국은 최근 인도네시아와 1백5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 체결에 합의하는 등 아세안 나라들과 접점을 넓히며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불을 놓고 있다.

댜오위다오도 잦은 전투기 추격전과 순시함 대치 등으로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오늘날 세계경제의 중심부인 동아시아에서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공공연하게’ 적대하며 이 지역 민중의 삶을 더한층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추천 소책자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본 오늘의 동아시아 불안정과 한반도

김하영, 김영익, 이현주 지음 / 128쪽 / 4000원

입력 2013-10-1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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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지배자들의 딜레마

말은 동북아 평화협력, 몸은 한미일 동맹

김영익

최근 한 국책연구기관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 발표자는 박근혜가 “냉전 종식 이후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시점에 집권했다”며, 한반도 주변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유동적”이라고 우려했다.(국가안보전략연구소, “북핵문제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경제 위기의 심화 속에서 미국 · 일본 · 중국 등 주변 열강들의 경쟁과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현재 동아시아의 상황을 두고 “아시아 패러독스”라고 말하곤 한다. 즉, “[동]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는데 반해, 지정학적으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경쟁과 갈등이 심하다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 · 일본의 갈등이 심해질수록,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남한 지배자들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남한 지배자들한테 중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남한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과 EU(유럽연합)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중시해 온 박근혜와 남한 강경 우익조차 중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하영선은 남한 지배자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밝혔다. “[동아시아를 바둑판에 비유하며] 오랫동안 집을 키워 온 한미일 동맹 네트워크에 발을 디디고 있되, 새집을 중국과 짓는 노력을 좀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 정부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서울 프로세스)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미국의 거센 압력에도 미사일방어체제(MD)의 공식 참가 선언을 피해 왔다. MD가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와 남한 지배자들의 ‘두 길 보기’는 한계가 클 수밖에 없다. 남한은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미국 · 일본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중재할 힘이 없다.

중국이 아무리 급속히 부상했어도, 여전히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다. 세계 곳곳에서 남한 자본의 투자와 시장을 보호하고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남한 지배자들은 미국의 손을 절대 놓을 수 없다.

미국 지배자들은 ‘한미일 동맹 구축 · 강화가 남한의 안보 이익과 일치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리고 ‘북한 문제’는 이를 위한 핑계로 정말 안성맞춤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남한 지배자들의 우려를 한미일 동맹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맞춤형 억제전략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10월 2일 한미 양국 국방장관들이 합의한 대응 계획. 이에 따르면 북한의 핵무기 공격 가능성을 “위협, 사용임박, 사용” 등 3단계로 구분해 대응하는데, 여기에는 위험한 대북 선제공격 계획이 들어 있다.

또한 미국은 핵우산, 재래식 타격 능력과 함께 MD 전력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이로써 남한은 미국의 지역 MD 체제에 더 많은 협력을 하게 됐다.

북한의 3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자, 박근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연기하자며 미국에 매달렸다. 그리고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와 ‘맞춤형 억제전략’* 등을 준비하며 MD 체제에 발을 더 깊숙이 담그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MD 체제에 참가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많아지고 있다. MD에 쓰일 만한 무기와 시설도 갖춰 나가고 있다.

그리고 조만간 남한이 미국이 추진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를 결정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TPP는 경제적 차원에서 미국의 ‘아시아 회귀’라고 할 수 있는데 말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는 과거사 문제 등 때문에 일본과 외교적으로 껄끄러운 관계를 보여 왔다. 그러나 행동에서는 한미일 연합 해상 훈련에 연달아 적극 참가하며 미국 · 일본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MD 구축에 필요한 한일 군사협정을 맺으라는 미국의 요구를 계속 외면하기 힘들 것이다.

즉, 점차 치열해지는 동아시아 각축전 속에, 박근혜 정부는 ‘동북아 평화협력’을 말하면서도 몸은 한미일 동맹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과도한 군비 증강으로 동아시아와 한반도 불안정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복지 먹튀를 하면서도 수십조 원을 미국 첨단무기 구입에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 전개는 남한 민중한테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다.

한미일 동맹의 구축 · 강화는 중국과 북한의 반발을 낳으며 새로운 긴장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미국의 핵항공모함까지 동원한 한미일 연합 해상 훈련에 반발해, 북한이 전군 동원 태세를 발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제 한반도는 중국과 미국의 핵심 이익이 교차하며 힘겨루기를 하는 곳이 됐다. 이 때문에, 한반도의 긴장 고조는 동아시아 전체에 파장을 낳게 된다.

예컨대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상호 포격 사태 때, 서해는 순식간에 “강대국 간의 군사적 · 외교적 각축장으로 변질돼 갔다.”(《서해전쟁》, 메디치)

앞으로도 미국은 남한에 MD 체제 참가, 한일 군사협정 체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첨단 무기 수입 등을 계속 촉구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체로 그 방향을 따라갈 것이다.

물론 대외 지정학적 여건이 낳은 딜레마 때문에, 남한 지배자들의 곤혹스러움과 중국 눈치 보기는 계속되겠지만 말이다.

지배계급 내 강경 우익이 아니라 자유주의자들이 주도권을 잡더라도, 남한 자본주의 발전에 이해관계가 있는 이들은 이런 모순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동아시아 갈등과 불안정의 뿌리인 제국주의 질서 자체에 반대하는 관점과 운동 건설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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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본 오늘의 동아시아 불안정과 한반도

김하영, 김영익, 이현주 지음 / 128쪽 / 4000원

입력 2013-10-1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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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례안보회의

미국에 고분고분한 박근혜

이현주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 전날 열린 한미연례안보회의에서 미국은 전시작전권 환수를 늦추는 조건으로 한국에 MD 편입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이번에 한미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미사일 위협에 대한 탐지, 방어, 교란 및 파괴의 포괄적 동맹의 미사일 대응전략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고, 양국 간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상호운용성을 증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사코 미국 MD에 편입되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회담 직후 정부가 고고도지역방어체제(THAAD)와 스탠다드 미사일(SM-3)을 미국으로부터 도입할 것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두 시스템은 미국 MD 체제의 핵심으로 두 시스템의 도입은 명백히 미국의 MD 체제에 편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MD 편입, 방위분담금 증액, 첨단무기 구입 등 미국의 요구 목록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박근혜 정부는 우리의 복지와 평화를 희생하면서 이를 수용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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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본 오늘의 동아시아 불안정과 한반도

김하영, 김영익, 이현주 지음 / 128쪽 / 4000원

입력 2013-10-1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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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제국주의 ②

21세기 중국의 제국주의 대전략

김용욱

21세기 중국 자본주의 발전 속도는 대단했다. 2002~07년 중국은 연평균 10.8퍼센트 성장했다.

2008년 경제 위기 발생 이후의 통계는 더 놀랍다. 미국은 2008~11년 사이 겨우 2퍼센트 성장했지만, 중국은 같은 기간 53퍼센트 성장했다.

그러나 중국 자본주의는 고도화의 측면에서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친다. 예컨대, 2010년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생산량은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미국 제조업 노동자 수는 1천1백50만 명이지만, 중국은 1억 명이 넘는다.

또, 중국은 엄청난 수의 절대 빈곤 인구문제가 있고, 무자비한 자본축적 과정 덕분에 민간소비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최저인 30퍼센트 중반이다.

흔히, 오늘날 중국의 부상은 19세기 말 미국과 독일의 부상에 비교된다. 그러나 1900년에 이르렀을 때 독일과 미국은 거의 모든 경제 지표에서 영국을 능가했다.

오늘날 중국은 그런 능력이 없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에서는 오바마가 없자 시진핑이 ‘큰 형’ 대접을 받았다.

이런 양면성을 봐야 한다. ‘중국의 세기’가 왔다고 주장하는 것도, 중국이 여전히 ‘주변부’ 국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한 면만을 본 것이다. 오늘날 중국 제국주의 대전략(大戰略)에는 중국 자본주의의 이런 모순이 반영돼 있다.

21세기 중국의 대전략

첫째, ‘미국보다 중국의 노동자, 농민, 소수민족이 더 무섭다.’

중국 공산당 전 총서기 후진타오는 2005년 연설에서 인민해방군의 제1차 임무는 “중국 공산당의 통치를 보장하고 강화”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국 지배자들은 노동자 · 민중 운동으로부터 공산당을 보호하는 것이 경제 발전 지속과 세계적 열강으로의 부상에 필요하다고 믿는다.

국가 재정에서 치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국방비에 육박하는 것도, 인민해방군의 70퍼센트를 육군으로 유지하는 것도, 주력 부대를 대체로 중국 내 인구 밀집 지역에 배치한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예컨대, 육군 최정예 부대인 38과 39집단군은 정치 중심지인 베이징과 셴양에, 기타 정예 부대들도 연안 수출 공업단지 근처에 배치돼 있다. 소수민족 밀집 지역은 소심한 자유화도 허용되지 않는 대규모 군점령지다.

중국 자본주의가 내부 모순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시키 않는 한 공산당 독재 수호는 중국 군전략의 기초일 것이다.

둘째, ‘현존 제국주의 질서를 옹호한다.’

중국 제국주의는 아직 자본주의 중심지인 북미와 유럽은커녕, 전략과 자원의 요충지인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서도 개입할 능력을 크게 제약받고 있다.

예컨대, 중국의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 개발이 군사기지 망(‘진주목걸이’)과 연관됐다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파키스탄 정부가 지역 분리 운동을 제압하고 항구를 보호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업용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 사례가 보여 주듯이 중국에게는 ‘고품질’ 동맹이 없다. 브라질 · 러시아 · 인도 · 남아공과 함께 만든 브릭스는 이 약점을 보완하려는 시도이며, 이란 핵이나 일부 국제 경제 질서 문제 등에서 힘을 모아 미국을 견제하려 했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중국조차 아직 회원국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충돌을 조정할 능력이 없다.

예컨대,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 중국 상품에 가장 많은 덤핑 판정을 내린 나라 중 하나다. 인도가 미국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전략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중 · 러 군사협력협정에는 상호방위조항이 없다. 또, 러시아는 중국의 경쟁자인 베트남과 인도에게 최신 무기를 판매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2000년대 미국의 모험은 중국의 세계 진출을 가로막는 또 다른 걸림돌이었다.

군사력의 제약, 동맹의 부족, 미국의 모험 앞에서 중국 지배자들은 차악으로서 중국 자본주의 성장을 뒷받침한 현존 제국주의적 질서를 대체로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의 모험뿐 아니라 아랍 혁명에도 반대했다.

석유 수입 다변화에도 중국이 필요로 하는 막대한 석유를 추가로 공급할 여유를 가진 지역은 여전히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친미 반동 왕정들이다.

그래서 후진타오가 사우디아라비아 의회에서 연설을 했고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미국 방문 후 바로 중국을 방문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중국 정부는 중동 정치 중심인 이집트의 안정을 위해 친미 독재자 무바라크 정부에 공을 들여 2004년 제1차 중국 · 아랍협력포럼의 장소로 이집트를 선택했다.

그러나 2011년 무바라크가 무너지고 걸프 왕정들로 시위가 확산되자 중국 정부는 충격을 받았다. 관영 언론인 <환구시보>와 <인민일보>가 최근 이집트 사태에 관해 논평하면서 “이집트는 왜 단호하게 혁명을 반대해야 하는지 잘 보여 준다”는 논평을 내놓은 배경에는 이런 우려가 깔려 있다.

또, 아프리카는 중국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 제국주의의 허를 찌른 지역이다. 그러나 프랑스와 미국의 말리 개입을 지원하기 위해 5백 명을 유엔군으로 파견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의 입장은 현 질서 유지에 있다.

물론, 이런 현상 유지 정책은 중동에서 새로운 질서를 꾀하는 미국과 종종 마찰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최근 오마바의 곤경은 미국 제국주의가 기존 방식을 수정해야 하는 압력을 받고 있음을 보여 줬다. 미국의 약화와 중국의 한계라는 조건이 유지되면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서 둘의 갈등은 직접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것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추세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셋째,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서라.’

중국의 대전략은 중국 국경 근처로 이동하면 강조점이 현상 유지에서 변화로 조금씩 바뀐다. 중국은 인도와 갈등 관계이며, 버마 · 라오스 · 스리랑카의 권위주의 정부를 지원한다. 중앙아시아에서 상하이협력체를 운영하고 위구르를 열심히 탄압하면서 제국주의 국가로서 바쁜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중국 제국주의가 현재 가장 힘을 쏟는 곳은 동아시아다. 이것은 중국의 생산 과정이 주로 (동)아시아적 현상인 것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중국 10대 교역국 중 7개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있다.

그러나 그중 4개가 동아시아 친미 동맹 국가다. 또, 미국은 남중국해, 말라카 해협, 타이완 해협, 한반도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덩샤오핑 이래 공산당 지도자들은 ‘도광양회’(자기의 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림)란 미명 아래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것을 피했다. 심지어 1995~96년 타이완 위기 당시 미국이 주력 항공모함을 파견하자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일본과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또, 2002년 중국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동남아 국가들과 남중국해 문제의 우호적 해결을 위한 ‘행위 규범’에 합의하기도 했다. 한반도에서는 6자 회담을 중재했다.

그러나 2008년 경제 위기를 전후해 모든 게 변했다. 중국의 회복이 너무 빨라 주변국의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중국 지배자들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동아시아 지배를 뒤흔든다는 구상을 좀더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옛 적인 국민당의 한 장군이 1948년 작성한 지도를 근거로 동남아 국가들에게 남중국해 전체가 중국 것임을 받아들이라고 압력을 넣었다. 댜오위다오(센카쿠) 문제에서는 일시적으로 일본을 굴복시켰다.

미국은 자신의 패권 유지를 위해 남중국해, 댜오위다오, 한반도에서 중국과 주변국 관계를 (효과적으로) 이간질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중국의 장기 계획을 좌절시킨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확실한 이유를 제공했을 따름이다.

제1차세계대전

현재 중국의 계획은 중국과의 충돌시 미국이 치를 대가를 크게 만들어 미국 정부가 동맹들을 방어한다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에, 미국 정부의 계산은 동맹 체제를 굳건히 하고 중국을 압도할 연합 군사력을 확보해, 중국이 그런 준비를 하는 것을 시간과 돈 낭비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제1차세계대전 직전 유럽의 국제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어리석은 사고방식이다.

물론, 미국과 중국은 당장 이런 충돌을 바라지 않는다. 두 나라의 복잡한 경제 관계는 하나의 요인이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가진 나라이며, 서방 시장과 기술은 중국의 경제 성장뿐 아니라 지정학 경쟁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중국이 제작한 최신예 7천 톤급 함정 센젠과 얀타는 독일산 전력 시스템, 프랑스산 레이더, 이탈리아산 어뢰, 우크라이나산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미국 자본주의 입장에서 보면, 2008년 경제 위기 발생 후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수출을 대폭 늘려 위기의 충격을 완화했다.

또, 미국이 세계경제 2위 대국가 그 앞마당에서 상대하는 데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많은 미국 장성들은 이미 타이완과 중국 사이 힘의 균형이 깨졌다고 본다.

따라서 미국에게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상대하는 것은 장기적 문제기 때문에 군사적 포위, 이간질과 협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한다.

그래서 대중국 군사 계획인 공해전투의 새 보고서에서는 중국이란 단어가 빠졌다. 공해전투 계획 작성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 퇴역 장군 러프헤드는 이 계획이 중국을 노린 것이냐는 질문에 자신의 아이폰을 보여 주며 답했다. “만약 우리가 중국을 봉쇄하고 싶다면 왜 제가 중국에서 조립된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겠습니까?”

낙관적인 이들은 이런 ‘자제’를 보면서 두 나라가 그럭저럭 관계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이 두 나라가 자본주의 경쟁 논리 때문에 발생하는 온갖 변수들을 통제할 수는 없다.

연재 마지막 글에서 이 변수들과 그것이 국제 노동자 · 민중 운동에게 제기하는 과제에 관해서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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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인가?

찰리 호어 지음 / 김용욱 옮김 / 103쪽 / 2500원

입력 2013-10-1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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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면서도 MD로 더 다가가는 박근혜

김영익

최근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 입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쓰일 만한 무기들을 도입하겠다는 발언이 연달아 나왔다.

10월 14일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에 SM-3(스탠다드 요격미사일)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뒤이어 국방부 대변인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도입할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SM-3와 THAAD 모두 미국 MD의 핵심 무기들이다. 이런 무기들의 도입이 한국의 미국 MD 편입을 의미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알 만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논란이 커지자, 국방장관 김관진은 무기 도입 계획을 부인하면서 “KAMD가 MD로 편입되는 일은 확실히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관진 자신이 14일 “다층 [미사일] 방어를 위한 수단을 연구 · 개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동아시아에서 엄청난 군비 경쟁을 촉발할 한국의 MD 참여 한국 공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험 발사. ⓒ국방부

애초에 박근혜 정부는 KAMD는 북한 미사일의 공격에 대비해 하층(고도 10~30km)에서만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런데 이제 중층과 상층(고도 1백km 이상)에서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단을 갖추겠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은 한국에 MD 참여를 촉구하며 한 · 미 · 일이 함께 상층에서 중국 ·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자고 제안해 왔다. 따라서 “중국은 한국이 중 · 상층 방어체제를 갖추는 것을 명백한 미국 MD로의 편입으로 간주해 왔다.”(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

사실, 말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한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의 MD 구축에 협력해 왔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 미국의 PAC-3(패트리어트 미사일)와 레이더 등이 한국에 배치됐다.

이명박 때부터 한국은 미국의 해상 MD 훈련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미국과 MD 공동 연구를 진행해 왔다. 미사일 발사 탐지 · 추적 정보도 미국에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 미사일방어국(MDA)은 한국을 MD 협력 국가로 분류해 놓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이 흐름은 더 강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박근혜와 오바마는 “정보 · 감시 · 정찰 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 운용 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즉, 박근혜의 KAMD가 사실상 “미국 주도의 지역 MD 편입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정욱식). 최근 박근혜가 미국에 전시작전권(전작권) 환수를 연기하자고 제안하면서, 전작권 환수 연기와 MD 편입을 거래한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미국의 MD 구축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앞으로 얼마나 들어갈지 짐작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총알로 총알 맞추기”식의 MD 기술을 미국이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은 북한 · 이란 같은 “불량국가” 때문에 MD 구축이 불가피하다고 우기지만, 이는 핑계일 뿐이다. 중국 같은 강대국들을 겨냥해 핵과 미사일 전력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자국 패권을 굳히겠다는 의도가 더 크다.

지난 6월에 나온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는 “통합된 MD 네트워크가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더욱 제도화된 집단안보의 선구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즉, 미국이 그토록 원하던 한 · 미 · 일 3각 동맹을 구축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에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압박해 왔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적극 지지한 것이다. 이는 모두 동아시아에서 대중국 포위망을 형성하는 노력의 일부다.

‘MD 협력 국가’와 딜레마

박근혜는 미국의 지역 MD 참여를 공식화하는 것은 한사코 피하려 했다. 남한 강경 우익도 경제적으로 매우 긴밀해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MD에 필요한 X밴드 레이더의 백령도 배치를 요청했으나, 한국 정부가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거절했다고 한다.(<조선일보> 10월 16일)

그러나 박근혜는 행동에서는 명백히 MD 편입을 향해 한 발씩 내딛고 있다.

중국이 아무리 급속히 부상했어도,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이기 때문이다. 한국 지배자들은 경제적으로 중국과 가깝더라도 미국과 맺은 기존의 군사동맹을 포기할 수 없다.

게다가 미국은 ‘북한 위협’을 계속 부각시키면서 ‘한 · 미 · 일 동맹이 남한의 안보 이익과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안팎에서 한반도 유사시 배후기지 구실을 해 줄 괌과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MD 참여는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정확히 미국이 한국에 바라는 바다.

한국이 MD에 편입될수록 엄청난 돈을 군비에 써야 할 것이다. 복지 공약은 돈이 없다고 다 뒤집으면서 말이다. 미국은 경제 위기로 군비를 줄여야 하는 처지여서 동맹국들한테 더 많은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예컨대 SM-3는 이지스함 3척에 탑재하는 데만 약 2조 원이 든다. THAAD는 초기 구축 비용에만 약 4조 원(2개 포대)을 써야 한다.

‘다층 미사일 방어’를 위해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들이 강정에 짓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를 오가는 꼴을 보게 될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무엇보다 중국도 군비를 더욱 늘리면서 맞대응에 나설 것이 분명하고, 이는 동아시아 전체에 긴장과 갈등을 더욱 키울 것이다. MD 구축에 대응해, 북한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더욱 매달릴 게 뻔한다. 즉,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이 더욱 위험해지는 것이다. 일본 핵무장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천문학적 돈이 들고 한반도와 그 주변을 더 긴장케 하는 MD를 한반도에 들여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의 MD 협력은 즉시 중단돼야 하고, 이미 국내에 들어온 MD 시설들도 모두 철수시켜야 한다.

 △ 돈 없어서 복지 못한다고?

* 킬체인(Kill Chain) :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에 이를 탐지해 파괴하겠다며 한국 정부가 구축하는 미사일 타격 체제. KAMD와 함께 미국의 MD와 연동될 것으로 우려가 되고 있다.

입력 2013-10-2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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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자위권’ 동의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날개를 달아 주는 박근혜

김영익

최근 박근혜 정부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동의한다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10월 23~26일 미국을 방문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장수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수전 라이스를 만나,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여부는 일본 국민이 선택할 사안”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사실상 동의한 셈이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것이고, 한 · 미 · 일 군사동맹 구축 · 강화의 걸림돌을 치워 준 것이기도 하다.

정부의 이런 행보는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집단적 자위권을 업고 군사대국으로 등장할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커다란 긴장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조차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면 “중 · 일 간의 패권 다툼과 군비 경쟁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거대한 한랭 전선을 드리울 것”이라고 염려할 정도다.

물론 한국 지배자들은 이런 사태 전개가 지정학적 동맹은 미국과 맺은 반면에 경제는 중국 시장에 의존해 온 자신들을 더 곤혹스럽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일본을 앞세워 중국 견제에 나선 이상,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동의하는 건 불가피하다는 일종의 현실론을 따르는 듯하다.

그러나 이는 취임 초부터 강경한 대북 정책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춰 온 박근혜가 자초한 결과기도 하다. 박근혜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선다며 대북 선제 공격 계획(맞춤형 억제 전략) 등을 구체화했고, 미국한테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를 요청했다.

미국은 이런 상황을 적절히 이용했다. 대북 ‘위협’에 대처하려면 한 · 미 · 일 삼각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앞세웠던 것이다. 여기에 MD(미사일방어체제)의 구축이 주요한 명분으로 활용됐다.

결국 한국 지배자들이 한미동맹 강화에 나선 게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도와준 꼴이 된 것이다.

자초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자, 한국 내에서는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 한반도에 자위대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물론 박근혜 정부는 일본이 한반도에 군사 개입을 하려면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이 한국 지배자들의 바람을 들어줄지는 의문이다. 냉전 해체 이후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자신의 군사 개입을 지원해 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1997년에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주변지역 사태”에서 미일 간의 협력을 규정한 바 있다. 그때 미국은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까지 완전히 행사하기를 바랐지만, ‘일본 내의 논란과 중국 · 한국과의 관계 악화’를 염려해 끝까지 밀어붙이지는 못했다(아사히신문 선임기자들이 쓴 《미일동맹 — 안보와 밀약의 역사》, 한울아카데미). 어떤 면에서 지금의 집단적 자위권 논의는 미국이 그 당시에 이루지 못한 ‘숙원’을 이루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따라서 내년 말까지 재개정될 미일 방위협력지침에는 일본이 한반도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우회적으로라도 담길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동의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다. 우선, 미국은 앞으로 한 · 미 · 일 3각 동맹을 구축하며 일본에 더 많은 역할을 주문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군사협력을 더한층 강요할 것이다. 그래서 한일 군사협정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반발과 맞대응으로 이 지역의 긴장이 한껏 높아지고, 여기에 한국도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더 커졌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 MD를 고리로 한 한 · 미 · 일 3각 동맹 구축 압력(한일 군사 협력 문제) 등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위협할 문제들이 수두룩하다. 이것이 노동자 운동이 박근혜 정부의 친제국주의적 정책에 반대해야 할 까닭이다.

입력 2013-11-0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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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감청

깊어져 가는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쟁과 갈등

김영익

지난 6월, 전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 국가안보국(이하 NSA)의 사찰 파문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처음에는 NSA가 프리즘 같은 정보 수집 프로그램들을 이용해 전 세계에서 통화와 인터넷을 광범하게 감시해 온 것이 폭로됐다. NSA는 구글, 페이스북, 야후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서버에 접속해 정보를 얻기도 했다. 2013년 3월 한 달에만 NSA는 전 세계 전산망에서 9백70억 건의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의 명분으로 제시한 통킹만 사건이 자작극이었다는 사실을 폭로한 대니얼 엘스버그는 최근 사태를 보며 자국민에 대한 NSA의 감시 능력이 “옛 동독의 보안경찰 슈타지조차 상상하지 못할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그런데 이는 단지 민간인들의 개인 정보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NSA와 CIA가 각국 정부 주요 인사와 정치인 들을 불법으로 도청하고 비밀리에 감시해 온 것도 폭로됐다.

심지어 독일 총리 메르켈 같은 우방국 정상들도 도청과 감시의 대상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이들 정상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일로 미국 정부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미국은 NSA의 불법 사찰에 대한 비판에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개인 정보 수집은 테러 방지를 위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며, 각국 정부 간의 스파이 행위도 서로 묵인해 온 관행 아니냐며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한사코 막으려 한다.

물론 미국 지배자들의 변명에는 일말의 진실이 있다. 자본주의 국가들과 기업들은 어떻게든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고 서로 염탐하고 정보를 캐내려 해 왔다. 마르크스의 지적대로 이들은 모두 “싸우는 형제들”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푸틴 정부도 G20 정상회의 때 스파이 프로그램이 담긴 USB를 각국 정상에 선물했다가 들통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미국의 사찰과 스파이 행위는 양과 질에서 다른 경쟁 국가들을 훨씬 능가한다.

이번 일로 미국의 ‘인도주의적’ 제국주의가 실상 얼마나 비인도적이고 비민주적인지 매우 분명하게 드러났다. 우방국 정상들뿐 아니라 수많은 민중도 이 사태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악화하는 국내 여론 때문에라도 각국 정부는 미국에 항의하는 시늉이라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인도주의적’ 제국주의

이 사건은 제국주의적 군사 개입이 커질수록 민주주의적 기본권이 위협받는다는 점을 보여 줬다. 미국 정부는 2001년 9 · 11 사건 이후 의회에서 ‘애국자법’을 통과시켰다. 그 덕분에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내 · 외국인을 영장도 없이 무려 1백만 명 이상을 체포했고 20만 명 이상을 구금했다.

NSA도 테러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애국자법을 이용해 무차별적인 개인 정보 수집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행태는 세계에서 테러를 줄여 주지도, 미국 국민을 더 안전하게 해 주지도 못했다.

전 세계의 많은 차별 피해자들은 2008년 오바마가 당선하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기대했다. 그해 오바마가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연설했을 때, 수만 명의 독일인들은 엄청난 환호를 보내 줬다. 심지어 에드워드 스노든도 오바마한테 기대를 품은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기대는 곧 실망과 환멸로 바뀌었다. 오바마는 부시의 전쟁을 지속했다. 약속했던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는 계속 지연됐다.

아프가니스탄 · 파키스탄 · 예멘 등지에서 오바마 정부는 드론(무인기)을 이용한 공격을 강화했다. 이 때문에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됐다. 오바마 정부한테는 이런 작전을 수행하는 데 NSA의 감시 · 정보수집 능력이 상당히 유용했을 것이다.

NSA 파문은 전 세계 민중한테 오바마도 부시와 똑같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선적인 제국주의자임을 명백히 보여 준 사건이다.

경제 위기

△오바마는 독일 총리 메르켈을 도청했고, 푸틴은 G20 정상들을 도청했으며, 그들은 모두 우리를 도청해 왔다.  ⓒ사진 영국 혁명적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또한 이번 일은 경제 위기 속에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에 갈등이 얼마나 깊은지도 보여 줬다.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는 2008년에 터진 세계경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경제 상황이 다시 악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경제 위기가 장기화하면 자본주의 국가 간에 협력이 유지되기 어렵고, 국가 간 상대적 힘의 비중도 크게 변하면서 불안정이 커진다. 이 때문에 국가 간 지정학적 · 경제적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는 경제 위기와 ‘테러와의 전쟁’ 실패 속에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우위를 지키려 몸부림쳐 왔다. 오바마는 집권 초에 잠시 다자주의적 언사를 썼다가, 얼마 안 가 호전적이고 일방주의적인 대외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중국 같은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과의 갈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국 정부에 대한 NSA의 도 · 감청이 더 활발해졌을 것이다.

그래서 NSA 사건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두 제국주의 국가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요한 쟁점이다. 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미국은 중국 정부가 자국 정부기관과 기업을 해킹해 군사와 산업 정보를 빼간다고 비난해 왔다.(아마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도 중국과 홍콩을 광범하게 감청하고 중국 정부의 기밀을 훔쳐 봤다는 게 드러났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미국과 나머지 서방 국가들은 동맹 관계이고 당장에 군사적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최근 이들 사이에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가 많았고, 무엇보다 이 나라들은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경쟁적인 관계다. 그래서 NSA는 독일 · 일본 · 프랑스 등을 상대로 감청할 때 핵심 기술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애썼다.

독일 정부가 미국의 도 · 감청을 문제 삼자, 미국 정부는 바로 독일이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을 채택해 세계경제의 위기를 심화시킨다고 비난하며 맞불을 놨다.

한국도 NSA의 중요한 관심 대상이었다. 2007년 1월 NSA의 ‘전략 임무 리스트’에 한국은 미국의 이익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초점 지역’으로 분류돼 있었다. 그리고 한국의 외교 · 군사 정책과 정보기관, 전략기술 등이 핵심적 정보 수집 대상이었다.

이때는 노무현 정부 말기와 이명박 정부 초기에 이르는 시기였다. 아마 미국은 당시 한미FTA, 미국산 쇠고기 협상 같은 통상 문제뿐 아니라, 북핵 문제, 이라크전 파병 등의 문제에서 한국 정부의 속내를 알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했을 것이다.

이처럼 경제 위기 속에 국가들 간의 지정학적 · 경제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번 NSA 파문은 이 갈등이 어디까지 나아갔는지를 보여 주는 한 단면이었다.

그리고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계속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국가 간 갈등이 커진다면, 이런 일은 더 빈번하게 벌어지며 세계를 더 위험하게 할 것이다.

입력 2013-11-0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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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광장 차량 폭발 사건

진정한 원인은 중국 제국주의의 억압이다

김영익

10월 28일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천안문) 광장에서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 출신의 위구르인 가족 3명이 탄 지프차가 톈안먼 입구로 돌진했다. 그 직후 지프차가 폭발했고, 이 폭발로 안타깝게도 5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중국 정부는 이 사건을 이슬람주의 테러 조직의 소행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중앙정법위원회 서기 멍젠주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다수 포함된 상하이협력기구(이하 SCO) 회의에서 “이번 테러 사건의 배후는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이하 ETIM)”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들은 알카에다와 연결된 테러 조직이며, “테러리즘은 전 세계 모든 인류의 적”이고, “대테러 활동을 위해 [SCO 소속 국가 간] 공조를 강화하자고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이슬람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뒤섞는 것이다. 이 사건의 진정한 원인은 중국의 제국주의적 신장 지배가 낳은 억압과 빈곤에서 찾아야 한다.

중국 지배자들의 제국주의적 억압과 식민화 정책으로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인을 포함한 소수민족들은 그동안 끔찍한 고통을 당했다. 1949년 중국 공산당 정부는 중국 서북쪽에 위치한 신장 지역을 현지 소수민족들의 의사와 상관 없이 강제로 점령했다. 이 지역을 주변국에 대한 완충 지대로 삼기 위해서였다.

온갖 차별과 멸시에 시달리는 위구르족 중국 정부의 억압과 천대는 불만과 저항을 키우고 있다. ⓒTodenhoff(플리커)

중국 정부는 민족자결을 요구하는 위구르인의 목소리를 철저히 묵살했다. 그리고 한족을 이주시켜 소수민족의 저항을 억누르려 했다. 1949년 신장 지역 인구에서 한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6퍼센트에 불과했는데, 점령 이후 중국 정부의 대규모 이주 정책으로 이제는 40퍼센트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중국 지배자들은 위구르인의 종교인 이슬람도 탄압했다. 1960년대 문화혁명 때는 이슬람 상징물과 모스크가 ‘봉건 악습’으로 여겨져 파괴되기도 했다. 지금도 쿠란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이슬람 성직자들을 구금하거나, 학교 · 병원 · 관공서 등지에서 라마단 금식을 금지하는 등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신장 지역에서 이슬람주의자들이 등장한 건 바로 이러한 중국의 민족 억압 때문인 것이다.

개혁 · 개방이 시작되며 잠시 완화되는 듯하던 중국 정부의 억압은 1980년대 말부터 다시 강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1989년 톈안먼 항쟁의 영향이 소수민족에 미치는 것을 막아야 했다. 대규모 한족 이주 정책이 재개됐고, 신장 지역의 중심 도시인 우루무치는 인구의 95퍼센트가 한족이 됐다.

그리고 곧 옛 소련이 붕괴하면서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잇달아 독립했다. 중국 지배자들은 이런 사태가 이 신생 독립국가들과 국경을 마주한 신장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했다.

천대

이후 점점 중앙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위상이 변한 점도 중국 지배자들이 신장에서 억압을 강화하는 배경이 됐다. 서방과의 제국주의 간 경쟁에서 그 지역이 중요해졌고, 거기에 국경을 마주한 신장 지역은 중국의 중요한 군사 요충지로 간주됐다.

게다가 현지의 석유 자원은 중국 지배자들한테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을 뚫고 중동과 카스피해 등지에서 석유를 (바다로 운반하지 않고) 송유관을 통해 중국 본토로 가져오려면 반드시 신장 지역을 통과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한 서부대개발 같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는 현지 위구르인들의 불만을 더욱 키웠다. 우루무치 같은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도로, 가스관 등의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자원 개발이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개발의 수혜는 주로 한족한테 가고 있다.

자연히 위구르인 사이에서는 개발에서 소외되고 온갖 차별과 멸시를 당하는 것에 불만이 커져 왔다. 도시에서 위구르인은 교육, 고용, 공공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배제되고 있다. 농촌에서는 토지와 수자원 사용에서 한족에 견줘 온갖 차별을 받는다.

이런 상황이니, 위구르인이 중국 정부의 식민주의 억압에 반대해 항의와 저항에 나서 왔던 것이다. 중국 정부는 언제나 이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학살해 왔다.

근래 들어 티베트 · 네이멍구 자치구 등에서 소수민족들의 저항이 다시 크게 일어나는 조짐이 있다. 신장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6월 투루판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 35명이 사망한 데 이어, 신장 남부 지역에서 현지 공안과 주민 간 유혈 충돌로 1백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톈안먼 차량 폭발 사건은 최근에 일어난 저항과 학살의 연장선 상에서 봐야 한다.

중국 지배자들은 이참에 신장 지역에서 본때를 보여 주자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동아시아에서 대외지정학적 갈등이 커지는 상황도 그들이 강경한 태세를 보이는 원인일 것이다.

이번 차량 폭발 사고로 이미 신장 위구르 자치구 현지에서는 탄압이 강화되고 있다. 위구르인 53명이 종교 간행물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중국 경찰에 체포됐다. 중국 당국은 신장 지역에서 베이징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자동 감청하고, 위구르인 호적의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군이 신장 지역에서 대대적인 반테러 작전을 벌이려 준비한다는 얘기도 있다.

저항

중국 지배자들은 중앙아시아에서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이번 사건을 이용할 것이다. SCO 회의에서 중국 정부가 국제 공조를 강조한 것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관계를 더 깊게 하고 그쪽으로의 진출을 강화하고자 이번 사건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신장의 소수민족들을 완전히 굴복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그랬다면 60년 전에 이 저항은 끝났을 것이다. 오히려 위구르인을 포함한 소수민족들은 더 깊은 원한을 새기며 더 큰 반발과 저항을 준비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소수민족 문제를 해결할 최종적 대안은, 무엇보다 중국 노동계급이 중국의 체제를 전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것이다. 그런 혁명이 일어난다면, 티베트와 신장 등에 있는 중국 내 소수민족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자결권을 획득하는 데 결정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서방 지배자들의 위선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다른 한 가지 점은 바로 미국과 서방 지배자들의 위선이다. 미국 지배자들은 언제나 기회가 되면 중국 내부의 인권 문제를 들먹였다.

그러나 미국 지배자들은 2001년 9 · 11 테러 이후 중국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자, 중국 지배자들과 기꺼이 거래에 나섰다. 그 거래로 미국과 유엔은 ETIM을 포함한 위구르인의 저항단체들을 테러 조직으로 규정했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 한창일 때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최소한 20명 이상의 위구르인들이 갇혀 있었다.

미국이 중국의 소수민족 문제나 인권 문제를 놓고 중국 지배자들을 비난하는 건, 말 그대로 “악어의 눈물”일 뿐이다.

입력 2013-11-0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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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 3중전회

더욱 심각한 분열에 시달릴 중국 관료들

김영익

중국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이하 3중전회)가 11월 9~12일에 열렸다. 

그동안 흔히 중국공산당은 새 지도부가 들어서서 열리는 3중전회에서 국가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결정했다. 대표 사례가 1978년에 열린 11기 3중전회다. 이 회의에서 덩샤오핑은 중국 국가자본주의를 세계 시장에 개방하는 중요한 결정들을 이끌어 냈다. 

이번 3중전회가 열리기 전, 서방 언론은 이 회의가 “11기 3중전회와 견줄 만큼 중요한 회의”라고 했다. 시진핑이 시장화 개혁에 적극 나서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3중전회에서 시장화 개혁 방향이 논의됐다. 3중전회가 끝나고 공개된 결정문에는 “시장이 자원 배분에 결정적 역할을 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적시돼 있었다. 국유기업에 현대기업제도를 도입하고, 그동안 국유기업이 독점해 온 물 · 석유 · 천연가스 · 전력 · 교통 등의 분야에서 서비스 가격이 시장 경쟁으로 결정되게 하겠다고도 밝혔다. 또한 금융업 대외 개방, 금리 시장화, 위안화 환율 시장 형성 등 금융 개방의 구체적 내용도 드러났다.  

ⓒ<레프트21>

이처럼 시진핑이 시장화 개혁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은 중국 경제에 대한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8~09년에 중국 정부는 세계경제 위기의 충격파에서 벗어나려고 엄청난 돈을 경기 부양에 쏟아부었다. 이때 중앙과 지방 정부 산하의 국유기업이 많은 투자를 했다. “국유기업이 중국의 경제 위기 극복을 주도한 셈”이었다. 

과잉 투자와 부채

그 덕분에 중국 경제는 위기를 잠시 모면했다. 하지만 곧 엄청난 자산 거품, 물가 앙등, 과잉 투자 등의 문제에 시달리게 됐다. 대외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2010년 31퍼센트에서 2012년 8퍼센트로 떨어졌다. 이것은 수출 위주로 성장해 온 중국 경제에는 불길한 징조다. 설상가상으로 성장률은 7퍼센트대로 내려앉았다. 

그동안 정부 투자 확대로 경기를 부양한 탓에 국유기업의 과잉 투자와 부채 문제가 점차 심각해졌다. 예컨대 2012년 당시에 국유기업이 주도해 온 선박 · 시멘트 · 철강 산업에서 설비가동률은 각각 60퍼센트, 67.1퍼센트, 72퍼센트에 불과했다. 

국유기업들은 투자 재원을 대부분 차입을 통해 조달해, 부채가 상당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국 관료한테 중요한 일이다.  

시진핑은 중국의 성장 모델을 내수 위주로 바꾸고, 시장화 개혁으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 그래서 우선 국유기업 민영화와 금융 개방으로 구조조정을 촉진해, 과잉 투자와 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미 지난 7월에 철도 분야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를 허용했고, 상하이자유무역지대를 열어 금융 개방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호구제와 토지제도를 개혁해 도시 인구를 늘려서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호구제 개혁은 2억 명이 넘는 농민공의 엄청난 불만을 달래려는 목적도 있다.) 

그러나 시진핑의 개혁이 제대로 진행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우선, 수십 년 동안의 국가자본주의적 발전이 만들어 놓은 중국의 계급 권력 구조가 문제가 될 것이다. 비록 중국 경제가 막대한 해외 투자를 받고 민간기업을 성장시키며 국가자본주의에서 시장자본주의로 전환해 왔지만, 여전히 전체 경제에서 국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 세계 5백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 기업 66곳 중 42곳이 중국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국유기업일 정도다. 중국의 국유기업은 다른 민간 자본이나 해외 자본과의 합작 등을 매개로 공식 · 비공식으로 상당히 얽혀 있기도 하다. 

이런 대규모 국유기업을 장악한 지배자들(대개는 태자당 출신들)이 자신이 개혁 대상이 되는 것을 쉽게 용인할 리가 없다. 

모순과 분열

이처럼 경제 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은 쉽지 않은데다 심지어 예기치 않게 지배계급 내의 갈등을 낳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경우, 5 · 16 쿠데타 이후 국가 주도로 수출 중심의 자본 축적을 이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성장한 민간 자본은 점차 국가가 자신들을 통제하고 간섭하는 것에 불만을 갖게 됐고, 국가와 점차 갈등을 빚게 됐다.

그리고 1980년대 들어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제 전반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필요가 제기돼, 한국 지배계급 안에서 개혁 필요성을 느끼고 강조하는 분파들이 커졌다. 이처럼 경제 전반의 구조조정 필요성과 지배계급 내의 분파 투쟁 격화는 1987년 6월 항쟁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만약 시진핑이 만만찮게 경제 개혁을 추진한다면, 중국 관료들 사이의 갈등이 보시라이 사태처럼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이미 총리 리커창이 상하이자유무역지대 설치와 금융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금융감독기관의 관료들과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면서 언쟁을 벌였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왔다.   

또한 시진핑이 공언한 내수 위주의 성장 전략도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목표다. 저임금을 기반으로 수출 위주로 성장한 중국 기업들이 뽑아 내는 이윤에 의존해 온 지방정부들이 내수 위주로의 방향 전환에 적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진핑의 시장화 개혁은 빈부격차를 더 키울 것이다. 그래서 3중전회 결정문에서 압도적 강조점이 ‘시장’에 있는 반면에, 애초에 공언됐던 호구제 개혁 등의 얘기는 추상적 언급에 그쳤던 것이다.

중국 지배자들은 온갖 모순에 부딪힌 자국 경제를 어떻게 운영할지를 놓고 여전히 분열해 있다. 그리고 세계경제와 중국 경제의 위기로 이 분열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더구나 노동계급의 저항이 계속 성장해 온 상황에서 이런 분열은 중국 전체를 뒤흔드는 사태를 낳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입력 2013-11-2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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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

제국주의 간 갈등의 수위가 대폭 높아지다

김영익

11월 23일 중국 정부가 동중국해에서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했다. ADIZ는 영공 외부에 전투기의 긴급 발진이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구역이다.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동중국해 ADIZ를 지나는 타국 항공기는 반드시 사전에 중국 외교부나 민간 항공국에 비행 계획을 통보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해당 항공기가 중국 관리기구의 통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무력을 동원해 긴급 방어 조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선포한 동중국해 ADIZ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상공을 포함해 일본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JADIZ)과 상당히 겹친다는 것이다. 중국이 선포한 ADIZ를 보면 동중국해 상공을 거의 다 포괄하고 있다.

중국 공군은 ADIZ를 선포한 직후 댜오위다오 상공에 정찰기 2대를 보냈다. 그중 한 대는 댜오위다오 상공 40킬로미터 지점까지 접근했고, 이에 대응해 일본도 F-15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매우 강경한 조처다. 안 그래도 최근 들어 이 지역에서 중국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의 전투기들이 상공에서 자주 조우하며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 중일 갈등이 어디로 나아갈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이렇게 나선 것은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미국 · 일본이 중국 견제의 수위를 대폭 높이는 것에 반발하는 데서 비롯한다.

일본은 미국의 지지 속에 노골적인 중국 견제와 군사대국화에 나서고 있었다. 예컨대 일본 총리 아베 신조는 10월 26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법치가 아닌 무력으로 현 상황을 바꾸려 한다는 우려가 있다. 평화가 깨지는 만큼 중국은 이런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많은 국가가 일본이 중국에 대해 이런 우려를 강하게 표명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은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 측면에서도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도 했다.

군사대국화

최근 일본이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려고 내놓는 조처들을 봐도, 일본이 얼마나 공세적으로 나가는지 알 수 있다. 예컨대 MD(미사일방어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시스템과 SM-3 미사일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며, 일본 방위성은 군비 지출 계획을 조정해 중국을 겨냥한 낙도 방위와 MD 향상에 예산을 많이 쓰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0월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가 퇴거 요청 등 경고에 따르지 않을 경우 유인기에 대처하는 것과 같이 격추를 포함한 강제 조처를 취한다’는 방위성의 방침을 승인했다. 이는 당연히 댜오위다오 상공에서 중국 공군기의 접근을 막으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태풍 하이옌으로 필리핀에 커다란 재난이 일어나자, 일본은 재빨리 준항공모항급 호위함을 포함한 자위대를 파견해 미군 함대와 함께 구조 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를 통해 동남아시아에서도 일본 자위대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군사 역량을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또한 일본 총리 자문기구인 안보법제간담회는 11월 13일 회의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때 자위대 활동의 지리적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사태의 내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아사히 신문>). 이는 아베 내각의 공식 입장이 될 텐데, 이게 현실화하면 일본은 남중국해에서도 미국을 도와 중국을 직접 견제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일본이 핵심 파트너로 나서면서, 중일 갈등의 수위가 크게 높아져 온 것이다.

그리고 최근 미국이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합의를 본 이유 중에는, 중동의 골치 아픈 문제들이 더 커지지 않게 막아 놓고 아시아에서 중국의 도전에 제대로 대처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관련기사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로 중국에 집중할 수 있게 된 미국')

중국은 미국이 일본과의 군사 협조를 강화하고, 북한 핵 위협을 지렛대 삼아 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해 왔다. 시진핑이 줄기차게 중미 관계는 ‘신형 대국 관계’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자국의 핵심이익(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영유권 등)을 미국이 존중하고 이를 침해하지 말라는 불만 섞인 요구였다.

그리고 중국도 호전적으로 대응해 왔다. 11월 11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친강은 “우리는 일본 지도자(아베)가 공공연히 중국 위협론을 제기하며 소란을 피운 것에 불만을 표시한다”며 “일본이 만약 중국을 적수로 생각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정말 상대를 잘못 선택한 것일뿐 아니라 오판한 것[이다]. 여기에는 출구가 없다”고 아베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중국은 얼마 전에 끝난 공산당 18기 3중전회에서 국가안전위원회(NSC)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조처가 “일본의 NSC 설립 움직임과 집단적 자위권 추진 등 공세 강화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여기서 현재의 군구 중심의 군대 구조도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한 중국 군사 전문가는 “7대 군구 체제는 연합작전 역량이 떨어지는데다, 군구 배치가 수세적 작전 위주”인 게 개편의 이유라고 밝혔다. 시진핑이 강조해 온 “싸울 준비가 돼 있고 싸우면 이기는 군대 건설”에 맞춰, 군대 구조를 분쟁에 더 공격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중국 해군은 서태평양에서 북해함대, 동해함대, 남해함대까지 참가한 대규모 원양 훈련을 진행하고, 11월 15~20일 동중국해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하는 등 해군의 훈련 빈도와 수준을 높여 왔다.(11월 17일에는 북한 인근에서 육 · 해 · 공군의 대규모 합동 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호전적 대응

이번 동중국해 ADIZ 설정은 바로 이런 호전적 대응의 수준을 대폭 높이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ADIZ 설정이 미 공군과 해군 정찰기의 동중국해 출현을 겨냥한 목적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ADIZ 설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국무장관 존 케리는 “[중국의 ADIZ 설정은] 동중국해의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행위로 지역의 긴장을 높이고 충돌 위험을 높일 뿐이다”며 중국을 비난했고, 국방장관 척 헤이글은 “센카쿠열도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는 언급을 재차 강조했다.

즉, 미국은 중국의 시도를 동아시아 지정학적 구조를 변경시킬 수 있는 중대한 사태로 규정하며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렇게 민감하게 나서며 반발하는 데는 동중국해가 갖고 있는 지정학적 위상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동중국해 상공과 해상에서 통제력을 확보하게 된다면,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군사력 투사에 상당한 제약을 안게 된다(뿐만 아니라 서태평양에서 인도양 · 중동으로 가는 길목도 막히는 꼴이 된다). 이것이 미국의 지역 패권에 큰 타격이 되는 건 물론이다. 미국 지배자들로서는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또한 동중국해를 통해 석유 같은 주요 자원을 수입하고 상품 교역을 해 온 한국과 일본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도 이것은 문제가 큰 사안이다. 오래 전부터 일본 지배자들은 타이완과 동중국해를 “일본의 ‘생명선’이다” 하고 주장해 왔다. 만약 중국이 동중국해를 장악하면, 미국은 핵심 동맹국들한테서 큰 신뢰를 잃을 것이다.

제국주의 간 갈등

따라서 미국의 강경 대응 속에 일본도 방공식별구역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물러서기에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갈등의 골은 너무 깊다.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 기드온 래치먼은 최근 칼럼에서 “중국과 일본이 충돌로 나아가고 있다”며 세계 2위와 3위의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 간의 갈등이 상당히 위험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양국 간의 전면적인 군사 충돌(전쟁)이 당장 벌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일단 두 제국주의 국가들(일본과 중국)은 댜오위다오 상공에 항공기를 보내 계속 신경전을 벌이는 “무력 시위” 형태로 대응할 듯하다.

중국 정부는 “적당한 시기에 동중국해 ADIZ 이외 서해(황해), 남중국해 등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설치하겠다”고 해, 향후 필리핀 등과의 영유권 갈등도 더 첨예해질 듯하다.

이런 사태 전개는 상당한 파장을 예고한다.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미국 · 일본 · 중국 같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본주의 경제의 심장부인 동아시아에서, 게다가 가장 중요한 해상교통로의 상공에서 공공연한 무력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보게 되니 말이다. 그만큼 세계자본주의 체제가 불안정하며, 지금 미국 · 일본과 중국 사이의 갈등은 앞으로 이 불안정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입력 2013-11-2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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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시장 개혁 전환이 쉽지 않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

김영익

김정은 집권 후 북한 정부는 경제정책을 크게 바꾸려 하고 있는 듯하다. 이 변화의 핵심은 각 생산단위의 자율권과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경제개발구 · 특구 개발로 외자를 유치하려는 노력이다. 김정은식 시장 개혁 · 개방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정책 변화의 핵심은 북한 정부가 2012년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 ‘6 · 28 방침’이다. 북한 내부에서는 ‘새로운 경제관리체계’ 또는 ‘새로운 경제관리조치’라고 불린다고 한다. 

북한 정부는 6 · 28 방침을 공식 발표한 적이 없다. 다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기사를 통해 북한 경제정책에서 무엇이 변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는 있다. <조선신보>에 따르면, “이번 [새 경제]조치에 의해 공장들에서는 국가계획을 수행하면서도 여러 대상들과 자체의 결심으로 생산계약을 맺을 수 있다.” 즉, “경영권한을 현장에 부여한 것”이다. 

지난해 7~8월 북한 정부가 곳곳에서 강연회를 열어 6 · 28 방침을 설명했다고 한다. 그 설명 내용을 종합하면, 공장기업소들은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생산물의 가격과 판매 방법, 수익과 분배도 자체로 정하게 된다. 그리고 생산설비 및 자재, 연료와 전력 문제도 국가가 아닌 관련 공장들이나 탄광, 발전소들과의 거래를 통해 스스로 구입해야 한다. 

농업분야에서도 농민의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조처를 시행했다. 지난 9월 방북한 일본 기자들에게 북한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리기성 교수는 “농민이 목표를 초과한 잉여수확분을 처분하도록 허용하는 조처를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북한 정부는 경제특구를 대폭 늘리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북한이 새로 만든 경제개발구 · 특구만 전국적으로 14곳에 이른다. 북한 관료는 이런 경제개발구 · 특구를 통해 해외 자본을 적극 유치하려는 것이다. 김정은이 최근 마식령스키장 등 관광시설 건설에 신경을 많이 쓴 것도 해외 자본 유치와 관련 있는 듯하다. 

빈부격차

이런 변화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1980년대 초 중국이 단행한 수준의 시장 개혁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김연철 교수(인제대)는 “시장을 비롯한 현재 북한의 경제 시스템은 중국의 1980년대 수준으로 볼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보수주의자든 자유주의자든 김정은의 경제 개혁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본다. 예컨대 보수적인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는 시장 개혁으로 북한 주민들이 좀 더 자유롭고 풍요로워질 수 있으므로 “세계는 북한식 개혁 프로그램의 제한성을 잘 이해면서도, 북한 개혁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관료는 노동자들에게 시장 개혁의 부담을 전가시킬 것이다. ⓒ사진 출처 stephan (플리커)

그러나 북한 관료가 시장 개혁에 나선 것은 북한 노동계급의 고통을 결코 해결해 주지 못한다. 오히려 시장 개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노동계급의 삶이 희생되고 빈부격차가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1989년 동구권 붕괴 후 동유럽에서 진행된 시장 개혁 · 개방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시장 개혁 · 개방으로 동유럽 노동자들은 생활수준이 하락했다. 오히려 실업률 급증, 사회복지 폐지나 축소 등 때문에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과거에 북한 관료가 시도한 시장 개혁 조처들도 이와 비슷한 문제들을 낳은 바 있다. 예컨대 2002년에 단행한 시장 개혁 조처인 ‘7 · 1 조치’는 엄청난 물가 인상을 일으켰다. 당시 북한 정부는 쌀 1킬로그램의 가격을 시장 가격에 맞춰 무려 5백50배가량 인상했다. 그런데 노동자 임금은 고작 18배가량 인상돼, 노동자들한테 엄청난 부담이 전가됐다.

그러므로 노동계급의 진정한 해방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김정은의 시장 개혁을 지지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북한의 시장 개혁 · 개방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진전될 수 있을지, 그리고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우선, 지금의 대외 환경이 북한에 상당히 불리하다. 북한 경제가 회복되려면 북한 정부가 국제 금융기구들로부터 차관을 들여와야 한다. 따라서 북한의 시장 개혁은 대외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북한의 현 경제정책은 상당 부분 중국 · 한국 · 미국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대외정책

그러나 미국은 6자회담 재개를 한사코 거부하면서 당분간 북한과 대화할 여지를 주지 않고 있다. 미국과 서방의 제재 때문에 북한은 시장 개혁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오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북한은 주로 중국과의 대외 무역에 기대 필요한 자금을 얻으려 한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가 밀접해지는 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깊어질수록 북한은 중국 경제의 등락에 민감해져서,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 북한 경제도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또한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함에 따라 정치적으로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이 커지는 것을 막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각 기업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물자(물적 자원)는 북한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자원 확보를 둘러싼 경쟁은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 등 혼란을 낳을 수 있다. 벌써 북한 현지에서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게다가 북한은 그나마 부족한 자원을 대부분 군사 분야에 쏟아야 한다. 이 자원을 경제 발전으로 돌리고 싶더라도 대외관계의 악화 때문에 쉽지 않다. 또한 북한 군부 자신이 무역회사들을 틀어쥐는 등 군부가 경제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 

따라서 시장 개혁의 폭과 속도 등을 둘러싸고 북한 관료 내에 긴장과 갈등이 커질 개연성은 상당히 크다. 또한 시장 개혁 과정에서 부담을 전가받게 될 노동자들의 불만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불투명하다. 

북한 사회의 본질

북한 정부가 시장 개혁에 적극 나서는 것은 북한 사회가 마르크스가 말한 사회주의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 준다.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사회주의’라며 북한 관료들이 시장 개혁에 열을 올리며 해외 자본을 유치하려고 투자설명회까지 여는 모습을 보면,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의 최고 단계’라는 냉소적 농담이 떠오를 법하다. 

흔히 사람들은 주요 생산수단이 국유화된 것을 근거로 북한이 사회주의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유화나 국가 통제 경제가 사회주의의 기준이라면, 박정희 시절의 남한도 저명한 인도인 경제학자(M K 다타-초두리)의 지적대로 사회주의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국유 경제를 바로 사회주의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국가가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바깥에 있다는 생각이 상식으로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가 역사에 등장한 이후, 국가는 언제나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적 일부였다.

그동안 북한이 채택해 온 국가 주도 경제는 20세기 중엽 세계 자본주의의 주요 흐름이었다. 제2차세계대전 중에 일본과 나치 독일을 위시한 여러 나라들도 국유화와 국가 개입을 통해 경제를 운영했다. 

후발 국가의 지배자로서 북한 관료는 노동자와 농민을 쥐어짜면서 한정된 자원을 중공업에 집중 투자해 자본 축적을 이루려 했다. 

북한 관료를 자본 축적에 열을 올리게 한 진정한 동력은 동 · 서 진영 간 냉전적 경쟁에서 비롯됐다. 미국과 남한을 상대로 한 군사적 · 경제적 경쟁의 논리가 북한 관료의 정책 결정을 좌우했다. 그 논리는 바로 자본주의의 본질적 특징인 ‘축적을 위한 축적, 경쟁을 위한 경쟁’이었다. 이 점에서 북한은 1960~70년대 남한과 본질이 다르지 않은 국가자본주의 사회다. 

북한 지배 관료들은 노동자 대중을 (경쟁적 축적) 시스템에 종속시키고 착취율을 높여 왔다. 북한 노동계급 대중의 삶은 고단했고, 불만에 찬 대중을 통제하고 억압하려고 북한 국가는 거대한 억압기구(강제수용소, 공안 기구 따위)를 만들었다. 

물론 북한에서는 사기업과 개인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 · 관료가 국가를 통해 간접적 · 집합적으로 노동계급을 착취한다. 그러나 이것은 형태의 차이지, 본질의 차이가 아니다.     

따라서 북한 사회에서 진정한 분단선은 계급 착취 구조를 따라 관료와 노동계급 사이에 놓여 있지, 국가와 시장 사이에 놓여 있는 게 아니다. 

북한과 같은 모습의 사회였던 옛 동구권에서 스탈린주의 관료들이 변모하는 과정을 봐도, 북한 관료의 본질을 알 수 있다. 소련과 동유럽에서 스탈린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시장자본주의로 이행했지만, 구체제의 관료들은 대부분 지배계급의 지위를 유지했다. 옛 소련 시절 KGB 요원이었던 자(푸틴)가 지금 러시아 대통령이며, 중국의 소위 ‘사회주의 시장경제’에서 주요 기업체를 쥐락펴락하는 자들은 대부분 중국공산당 1세대 지도자의 자녀들이다.    

따라서 북한 경제가 국가에서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봤자 북한 노동계급한테는 ‘옆으로 게걸음 치는 것’일 뿐이다. 북한 노동계급이 스스로 일어서서 계급 착취 구조를 무너뜨릴 때만, 노동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진정한 사회주의적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북한 노동계급은 서방 제국주의를 반대하고 민주적 권리를 지지하는 투쟁도 함께 벌여야 할 것이다.   

입력 2013-11-2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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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중국과 거리를 두고 미국·일본 쪽으로 기우는가

김영익

동중국해의 제해권을 두고 중국과 미국 · 일본이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자, 박근혜의 대외 정책도 커다란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 

20년 전만 해도 한국은 경제와 안보 모두 미국과의 관계를 가장 중시해야 하는 처지였지만, 지금 한국 지배자들은 과거와 다른 주변 질서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지난 20년 동안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상호 밀접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2000년에 9.39퍼센트였던 것이 2005년에 18.43퍼센트, 2010년에 21.13퍼센트로 빠르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미 무역의존도는 정반대로 2000년 20.09퍼센트에서 2010년 10.12퍼센트로 크게 낮아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동아시아에서 지정학적 우위는 미국이 쥐고 있다. 한국 지배자들은 ‘안보’ 문제로 계속 미국과 유착해 왔다. 즉, 경제는 중국에 더 의존하면서 미국과의 지정학적 동맹은 계속 유지하는 처지인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지배자들은 이렇게 변화한 질서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에 더 부합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민주당이 대변하려 애쓰는 지배계급 내 일부는 중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며 ‘균형외교’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아시아 패러독스”

전통적인 한미동맹의 강화를 지지해 온 박근혜도 변화하는 현실을 의식해 왔다. 그래서 “동북아에서는 경제적 상호의존은 증대되고 있지만 역사와 영토를 둘러싼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 오히려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소위 ‘아시아 패러독스’)”며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서울 프로세스)을 제안했던 것이다. 처음으로 부총리급이 참가하는 한중 고위급 전략대화를 열 만큼 박근혜는 중국과의 관계에 공을 들였다.

반면에 박근혜는 집권 초부터 과거사 문제 등으로 일본 아베 정부와는 갈등을 빚으며, 일본과는 거리를 둬 왔다. 올해 2월 외교부 장관 윤병세는 동아시아에서 한국 외교의 우선 순위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로 꼽으며 일본보다 중국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얘기는 분명 한 · 미 · 일 삼각 동맹의 강화를 원하는 미국이 좋아할 리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 지배계급은 미국의 충실한 동맹으로 남아 있어야 정치적 · 경제적 · 군사적 이득을 얻어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중국이 아무리 급속히 부상했어도 여전히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 자본의 투자와 시장을 보호하고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한국 지배계급은 미국의 손을 놓을 수 없다.

그래서 균형외교를 주장해 온 일부 지배자들조차 한미동맹 자체를 반대하지 않고 한미동맹과 한중 협력의 조화라는 실현되기 어려운 얘기를 하는 것이다. 실현되기 어려운 까닭은 북핵 위기가 불거지거나 중국 · 미국 간에 갈등이 커지면 선택의 압력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선택의 기로에서 박근혜는 대체로 한미동맹 강화를 중심축에 놓고 행동했다. 올해 초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후에 열린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박근혜는 오바마를 만나,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미국의 MD(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협력도 약속하며, 이에 필요한 무기들을 도입하려 해 왔다. 포괄적 전략동맹과 MD 모두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관련 있는데도 말이다.

10월 말에 미국을 방문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장수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여부는 일본 국민이 선택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도 미국이 바라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사실상 받아들인 것이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를 계기로 앞으로 박근혜는 더욱더 한미동맹으로 기울 것 같다. 중국이 ADIZ를 선포하자 박근혜 정부는 바로 미국이 주도하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참가할 뜻을 밝혔다. 

그래서 지금 박근혜 정부는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열강들의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한미동맹 강화를 선택하는 일종의 도박을 시도하는 셈이다. 앞으로도 박근혜는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건 좋은 베팅이 아니다”는 미국 부통령 바이든의 ‘충고’를 계속 곱씹을 것이다.

냉전 종식 이후 동아시아의 정세가 가장 복잡하고 유동적인 이 시점에 박근혜가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이 지역의 불안정을 더욱 키워 나라를 더욱 위험한 지경으로 몰고가는 꼴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한국 지배자들 내의 논란을 키우며 박근혜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아킬레스건

우선, 한미동맹 강화를 둘러싼 쟁점들은 한국 지배계급의 정치적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촉구해 온 한일 군사협정 같은 사안은 그 자체로 상당히 폭발력이 큰 쟁점이 될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중국과의 교역으로 커다란 이득을 보는 상황에서, 이런 분열은 비단 부르주아 야당과 여당 사이에서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중국과 가까운 주변국이 대부분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예컨대 오스트레일리아는 중국으로 철강 등의 자원 수출로 이득을 많이 얻었다. 이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전적으로 협력하는 문제를 놓고 일부 정치인과 기업주 들이 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표시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도 한미동맹 강화에 나설수록, 이와 비슷한 곤란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박근혜의 친미 행보는 중국과 북한의 반발을 낳으며 또 다른 불씨를 낳게 될 것이다. 

예컨대 박근혜 정부가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가 예기치 않은 분란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어도 상공까지 ADIZ에 포함시킨 것은 바로 유사시 한반도에서 출격할 미군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동중국해와 가까운 제주 해군기지에 미군 함정이 드나들기 시작하면 “평화의 섬” 제주도는 순식간에 중미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것이다.(따라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 측의 주장이 옳았음이 이번에 입증된 것이다.)

박근혜의 행보는 한반도 긴장에도 악영향을 줄 게 분명하다. 북한이 한미동맹의 강화에 자극받아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갈수록 한반도는 중국과 미국 두 제국주의 국가들이 힘겨루기를 하는 곳이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8조 원이 넘는 돈을 써서 신형 전투기를 구입하고 이지스함 3척을 더 늘리기로 결정하는 등 동아시아 불안정에 대응해 군비 증강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것은 동아시아 전체의 군비 경쟁을 악화시키고, 우리의 복지를 희생시키는 짓이다. 

박근혜의 친미 지향 정책은 한반도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동아시아 평화를 바라는 사람은 박근혜 정부의 대외 정책과 군비 확충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추천 소책자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본 오늘의 동아시아 불안정과 한반도

김하영, 김영익, 이현주 지음 / 128쪽 / 4,000원

입력 2013-12-0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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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서해를 “피와 죽음”의 바다로 만들었는가

김영익

11월 22일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하 사제단)이 연 박근혜 사퇴 촉구 미사에서 박창신 신부는 남과 북의 군사적 긴장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상호 포격 사건을 낳았다고 설명하며 평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근혜 정부와 우익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났다. 이 자들은 박창신 신부의 발언이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적에 동조하는 행위”라며 북한 지지로 둔갑시키고 진의를 왜곡했다. 

우익이 박창신 신부를 “종북” 신부로 매도하는 것을 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박창신 신부는 북한의 행동을 옹호한 적이 없고, 단지 남한 정부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위험하고 호전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했을 뿐이다.

박근혜는 틈만 나면 NLL이 “수많은 젊은이가 피와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사실 NLL은 그렇게 지켜서는 안 되는 선이었다. NLL은 적법한 해상경계선이 아니다.  NLL은 유엔사령부가 한국전쟁 이후 남한과 미군 함정들이 “이 선[NLL] 이북으로 항해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포한 것일 뿐이었다. 

1974년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조차 내부 보고서에서 “북방한계선은 국제법상 법적인 근거가 없으며, 일부분에서는 영해의 분리에 관한 최소한의 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인정했다. 

북한은 단 한 번도 NLL을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남한이 합리적 근거 없이 NLL이 해상경계선이라고 우기며 호전적 정책을 펼치고, 이에 북한이 맞대응하면서 지난 15여 년 동안 서해는 화약고가 됐다. 이 과정에서 남북의 많은 젊은이들이 피를 흘리고 목숨을 잃었다.

근본적으로 미국의 대북 압박이 서해에서 남북한의 충돌을 악화시켰다. 미국이 핵 개발 등을 빌미로 북한을 압박할 때마다 서해상의 긴장과 충돌로 이어졌다.  

오바마 · 이명박의 강경 대북 정책이 낳은 비극  2010년 침몰됐다 인양된 천안함의 모습.   ⓒ사진 <레프트21> 자료사진

2010년 천안함 사건도 미국의 대북 압박과 이명박의 호전적 대북 정책이 맞물리는 시점에 터진 일이었다. 2008년에 집권한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은 전임 부시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과 무시를 계속하자, 북한은 크게 반발했다.  

이명박 정부도 대북 강경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남북 관계를 긴장으로 몰아갔다. 2009년 서해상의 교전수칙을 단순화해, 더 공세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바꿔 놨다. 서해상의 군사력도 증강 배치돼, 작은 고속정이 방어하던 바다가 이제는 천안함 같은 대형 군함이 전진 배치된 곳이 됐다. 

천안함 사건은 바로 이런 맥락 속에서 일어났다. 설사 그것이 북한의 소행이었다 할지라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이 낳은 결과라는 사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당시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나는 만일 북한이 그랬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며 이명박의 강경한 대북 정책이 “북한의 보복을 불러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연합훈련 

미국은 천안함 사건을 동아시아에서 자국에 유리하게 이용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측의 소행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 줌으로써, 오키나와의 후텐마 공군기지를 오키나와 현 밖으로 이전하려던 일본 하토야마 정부의 시도를 좌절시킬 수 있었다.

중국과 북한은 천안함 사건으로 높아진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6자회담을 열자고 제안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그리고 미국과 남한은 북한을 상대로 커다란 무력 시위를 벌였다. 핵 항공모함과 F-22 전투기 등 첨단 무기를 동원한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계속 열렸고, 남한은 전과 달리 NLL에 매우 근접한 해역에서 훈련을 했다.

그래서 2010년 8월에 NLL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 간 포격 신경전이 벌어졌고, 그해 11월의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연결됐다. 천안함 사건 이후 미국과 남한의 호전적 정책이 빚어낸 귀결이었다.

연평도 상호 포격 사건이 일어난 날에도 남한 당국은 북한의 사전 경고를 무시한 채 “물방울이 튀는 것까지 다 보이는 [북한의] 코앞”에서 사격 훈련을 강행했다. 

미국은 연평도 사태도 자국의 패권을 강화하는 데 이용했다. 연평도 사태가 벌어지자 미국은 즉시 핵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호를 서해에서 열린 한미군사훈련에 투입했다. 중국의 코앞인 서해에 미군 항공모함이 들어와 중국의 주요 연안도시들을 모두 사정권 안에 뒀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 서해는 남북한만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더 위험한 곳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서해에서 이명박을 능가하는 호전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박근혜는 서해 교전에 대비해 “선 조치, 후 보고”와 “도발 원점과 함께 지원부대에 대한 타격” 등 강경한 정책을 강조해 왔다. 미국과 ‘공동 국지도발 대비 계획’에도 합의해, 이제 서해 교전이 벌어지면 미군이 자동 개입할 근거가 마련돼 있다.

만약 서해에서 남북한 간의 군사 충돌이 또다시 벌어진다면, 전보다 더 격렬한 무력 충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연평도 사태 당시 북한의 군사적 대응은 분명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북 압박과 남한 정부의 협력이 바로 북한의 군사적 대응을 낳은 일차적 원인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따라서 다시는 서해에서 남북한의 젊은이들이 피를 흘리지 않게 군사적 경쟁을 끝내도록 해야 한다는 사제단의 호소는 지극히 정당하다.

추천 소책자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본 오늘의 동아시아 불안정과 한반도

김하영, 김영익, 이현주 지음 / 128쪽 / 4,000원

입력 2013-12-0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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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제국주의 갈등과 반자본주의자의 과제

김영익

지금 동아시아에서 미국 · 일본과 중국이 공공연하게 무력 시위를 벌이고 대립하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동아시아 불안정의 원인을 자본주의 체제의 내적 논리가 낳은 제국주의 간 경쟁으로 지적해 온 본지(本紙)의 주장이 옳았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국내 진보운동 내에서는 현재의 갈등을 제국주의 문제로 보지 않는 견해가 많다. 이런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다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잉여가치 획득을 둘러싸고 개별 자본들이 벌이는 경제적 경쟁과 국민국가들의 지정학적 경쟁이 갖는 유기적 연관성을 부정한다. 

그래서 동아시아 국가들 간에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가 더 깊어지면, 국가 간의 지정학적 긴장을 적어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더 나아가 상호 호혜적 경제 관계를 바탕으로, 국가들의 이성적 합의에 따라 동아시아 공동체를 형성하는 게 동아시아 불안정을 해결할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레프트21

그러나 시장 경쟁이 낳는 모순이야말로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토록 전쟁과 야만이 증대한 근본 원인이다. 마르크스는 자본가들은 “서로 싸우는 형제들”이라고 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착취해 잉여가치를 획득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만, 바로 잉여가치를 누가 더 많이 얻느냐를 두고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운다. 자본가들은 다른 국가의 경쟁자를 누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그래서 국가의 군사력에 의존한다. 

세계화

따라서 그동안 “세계화”의 효과를 굳게 믿어 온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자본의 이동이 더 자유로워지고 자유 시장이 확산된 한편 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각국의 군비 지출도 계속 늘어났다. 

심각한 경제 위기로 자본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해지고 이것이 지정학적 갈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현상을 유지한 채 안정적이고 호혜적인 국가 관계를 맺는 건 불가능하다. 러시아 혁명가 레닌이 지적했듯이, 설사 국가들의 연합체가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한두 열강들이 그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주도하는 또 다른 제국주의 연합체가 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실제로 박명림 연세대 교수처럼 ‘동아시아에 나토(NATO) 같은 다자주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편, 진보운동의 일각에는 미국만을 제국주의로 보고 중국은 제국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여겨, 지금의 동아시아 불안정을 제국주의 갈등으로 보지 않는 관점도 있다. 중국은 미국 제국주의와 달리 덜 침략적이며, 중국의 부상 덕분에 외교 · 경제적으로 세계 질서의 경쟁적 성격이 약해지고 좀 더 공정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중국은 명백히 노동계급을 착취해 축적을 이루는 자본주의 나라이며, 세계 자본주의의 위계 서열에서 상층부에 자리 잡고 있다. 국유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중국의 대자본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자원 · 시장 · 이윤 등을 놓고 서방 다국적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이 경쟁에서 자국 자본을 뒷받침하려고 중국 국가는 세계 곳곳에 군사력을 투사할 능력을 갖추기 위해 애써 왔다. 이런 국가를 제국주의 국가로 보지 않는다면, 대체 미국은 어떤 근거로 제국주의로 볼 수 있을까.

중국은 국내에서 티베트, 신장 지역을 내부 식민지로 지배하며 소수민족을 억압하고 있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인도 · 베트남 등과 군사 충돌을 벌이는 등 중국 지배자들도 미국 지배자들 못지 않게 호전적이다. 따라서 중국 제국주의에 대해서 착각하고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면, 이는 한반도에 바로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사실 냉전 해체 이후 한반도에서 거듭 긴장이 일어나는 것은 한반도가 아직도 ‘냉전의 섬’으로 남아 있어서가 아니다. 미국이 중국 같은 잠재적 경쟁국들을 견제하려고 북한 ‘위협’론을 이용해 왔기에 한반도에서 첨예한 갈등이 터져나왔던 것이다.

따라서 북한 핵 문제와 이에 대한 미국의 위협은 미국과 중국의 제국주의 갈등이라는 맥락 속에서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올해 초의 한반도 긴장은 진보운동 일부가 생각한 것과 달리 실질적인 전쟁 위기는 아니었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이 공공연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몇몇 친자본주의 전문가들의 눈에도 미국이 북한 ‘위협’론을 부풀려서 써 먹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지는 듯하다. 예컨대 전 통일부 장관 임동원은 2010년 한 토론회에서 “북한 핵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고 본다면 미국이 그걸 해결하는 건 어렵지 않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한반도의 긴장이 좀 더 계속되는 게 미국의 국익이라는 판단에 토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묻고 싶다”고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진보운동 일각에서는 한반도 긴장을 중미 갈등의 맥락 속에서 보지 않는다. 진보운동 내에는 한반도 긴장의 근본 원인이 북한과 미국의 군사 대결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는 거의 상시적인 전쟁 위기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 긴장의 정도를 실제보다 과장하면서, 평화협정 체결처럼 지배자들의 합의를 강조하는 경향도 커졌다. 실제로 올해 초 한반도 긴장이 불거지자, 진보운동 내에서 ‘박근혜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일관되게 추구하면 적극 돕겠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그러나 양자 회담이나 다자 회담을 통해 지배자들 간에 모종의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한반도를 둘러싼 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이는 어디까지나 불안한 평화일 수밖에 없다. 작고한 리영희 교수가 여러 차례 힘주어 말했듯이 지난 20년 동안 미국은 북한과의 합의를 번번이 깨뜨려 왔다.

무엇보다 국가 간 외교와 이를 통한 화해를 가장 중시하는 관점으로는 대중을 수동화시켜, 반제국주의 운동을 아래로부터 건설하기 어렵다. 

좀 더 철저한 평화주의의 관점에서, 한반도 긴장을 중미 갈등의 맥락 속에서 보는 것을 거부하는 입장도 있다. 이 입장은 한반도 긴장은 그 자체의 불안정 요인을 갖고 있다고 본다. 이것은 이 사람들이 ‘핵무기 문제’ 자체를 매우 중시하는 것과 연결돼 있다. 즉, 세계에 핵무기가 등장하면서 전쟁의 성격이 인류 모두가 공멸할 “절멸주의적” 전쟁으로 바뀌었으므로 오늘날의 전쟁을 “불의의 전쟁(제국주의 전쟁)”이냐 “정의의 전쟁(혁명적 내전)”이냐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핵무기 보유가 큰 문제이지만 북한의 핵무기 보유도 “주요한 비판의 대상”에서 결코 빠져서는 안 된다. 

이런 입장은 북한 핵무기를 옹호하는 입장보다 좀 더 나은 면이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약점이 있다. 우선, “절멸주의”를 강조하다 보면 공멸을 우려하는 모든 합리적 대중은 계급을 초월해 운동을 주도할 수 있다는 포퓰리즘적 사고로 연결되기 쉽다. 실제로 절멸주의의 관점에서 1970~80년대 ‘핵무장 해제 운동(CND)’을 주도했던 신좌파 지식인 EP 톰슨은 핵폭탄이 계급 문제와 관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관점으로는 전쟁과 제국주의의 위협을 없애는 데서 노동계급 투쟁이 갖는 핵심적 구실을 놓치게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런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운동의 요구로 채택하자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이는 한반도 긴장의 구체적 맥락에서 볼 때 미국과 북한 모두 문제라는 양비론에 뒷문을 열어 주는 셈이 된다. 

반자본주의자의 과제

오늘날 동아시아를 휘감은 지정학적 위기는 관련 기사들에서 봤듯이 자본주의 체제의 경쟁이 낳은 근본적 모순의 결과다. 그리고 세계경제 위기가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체제 수호에 부심하는 <조선일보> 같은 언론에서도 경제와 지정학적 위기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복합 위기”가 왔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것이 함의하는 바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위기가 결코 단기간에 해결될 게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이 10년 넘게 전 세계에 미친 파장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동아시아 불안정이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에게 영향을 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위기가 단시일 내에 파국적 사태(제국주의 간 전쟁)로 곧장 나아가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조금 긴 호흡을 갖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제국주의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낳는 문제들을 폭로하는 것을 넘어서, 노동자들한테 제국주의의 최근 단계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 · 전망 ·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과제다. 전쟁과 제국주의 문제에 관한 개혁주의적 · 평화주의적 주장들과 예리하게 논쟁하지 않으면, 반자본주의자들은 강력한 반제국주의 운동의 토대를 건설해 내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모두 끝장낼 수 있는 진정한 수단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복합 위기”나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한 “유기적 위기”의 시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 노동계급의 계급투쟁이 중요하다. 노동계급이 자본주의 생산관계 속에서 갖고 있는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할 때만 우리는 제2차세계대전과 같은 살육전이 21세기에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노동계급 속에서 근본적 변혁 대안을 주장하는 반자본주의자들의 조직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반발하며 노동자들이 곳곳에서 투쟁에 나선 지금, 반자본주의자들은 바로 이 과제에서 전진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입력 2013-12-0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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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기 미국의 대일본 전략

이현주

최근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은 동아시아의 제국주의 간 긴장과 갈등 수준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미일안전보장협의회에서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동맹을 강화한 것이 중국을 자극했을 것이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일본이 더 큰 구실을 해 주기를 바란다. 특히 냉전 해체 이후, 두 나라는 전후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가로막아 온 제약들을 허물면서 군사적 일체화를 향해 나아갔다(본지 115호 ‘냉전 해체 이후 미국의 대일 전략’ 참조). 이것은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날개를 달아 주고 있다. 

그런데 이 재앙의 씨앗은 이미 냉전기에 뿌려졌다. 1945년 이래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은 일본을 미국의 동맹으로 묶어 두고 일본이 미국의 동아시아 ‘대리인’ 구실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오늘날 일본 국가의 뿌리는 제2차세계대전 종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흔히 일본의 초기 점령 정책은 ‘민주화 · 비군사화’로 불린다. 하지만 일본에서 우익 정권이 수립되기를 바란 미국은 전후에 천황의 지위를 유지시켜 줬고, 전범들을 정부 안으로 받아들였다. 종전 직후에 폭발한 노동자들의 저항과 급진화에 맞서 일본 자본주의 체제를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1946년 5월 1일 전국 곳곳에서 열린 메이데이 집회에 경찰 추산으로만 1백25만 명이 참가했을 만큼, 당시 일본 노동자들의 투쟁은 체제를 뒤흔들고 있었다.

소련이 핵실험에 성공하고 중국에서 공산당이 권력을 잡자 미국에게 일본의 전략적 가치는 매우 중요해졌다. 미국은 일본의 경제 재건과 재무장을 서둘렀다(‘역코스’).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반공의 방파제’ 구실을 할 수 있게 해야 했다. 

한국전쟁 중에 미국은 일본 공산당과 노동운동을 대대적으로 탄압했고(‘레드 퍼지’), 일본에 (장차 자위대로 발전할) 경찰예비대 창설을 요구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 서명하는 일본 수상 요시다 시게루  미국은 군사 · 경제적으로 강한 일본을 만들려고 일본이 전쟁 배상 책임을 거의 지지 않게 해 줬다.

1951년 미국은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대일 강화조약) 체결을 주도해, 일본이 전쟁 책임을 거의 지지 않고 독립할 수 있게 해 줬다. 동시에, 미일안보조약을 체결해 미군이 일본에 계속 주둔할 ‘권리’를 보장받았다. 이것은 일본이 미국의 세계 전략에 편입되는 것을 의미했다. 

또, 미국은 자유당의 개헌 시도를 지지하고, 개헌을 실현할 강력한 세력을 형성케 하려고 두 보수 정당(자유당과 민주당)의 통합을 지원했다.(이 개헌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1960년 미국과 일본은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했다. 1957년 말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에 성공하고, 이듬해 중국과 대만이 대만해협에서 군사 충돌을 벌이자, 동아시아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미국과 일본은 미일안보조약을 개정했다. 새 미일안보조약은 미군이 일본에 계속 주둔하는 것뿐 아니라(제6조), 미일 공동작전(제5조)과 일본의 군비증강(제3조)을 새로운 의무로 규정하는 내용도 담고 있었다.

최근 미국은 거듭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고 확인했는데, 바로 이때 개정된 안보조약 제5조(‘어느 한쪽이 무력 공격을 받으면 이를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 미-일이 공동 대처한다’)에 근거한 것이다.

애초에 미국은 이 조약에 ‘집단적 자위 능력을 발전시킨다’는 문구를 포함시키고 집단적 자위권의 적용 범위를 ‘태평양’ 지역으로 규정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국내의 반발을 의식한 일본 정부의 반대 때문에 이런 내용은 포함될 수 없었다.(이것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도입이 미국의 숙원 사업이었음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새 안보조약이 미-일 공동작전과 일본의 군비 증강을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것은 분명했다. ‘헌법 규정을 따른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헌법을 확대 해석하면 얼마든지 자위대의 활동 수준과 범위를 넓혀 나갈 수 있는 것이었다. 

안보 투쟁

일본 민중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일본 민중은 일본이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해 미국의 전략에 더 깊숙이 편입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수만에서 수백만 명 규모의 대중 시위가 벌어졌고, 이 투쟁은 1960년 6월 15일 5백80만 명이 참가한 2차 총파업으로 절정에 올랐다. 저항이 얼마나 거셌던지, 당시 총리 기시 노부스케는 저항을 잠재우려고 자위대 동원까지 고려했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아이젠하워의 일본 방문이 좌절됐고, 기시 내각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 투쟁은 안보조약 시행을 저지하지는 못했지만, 일본과 미국 지배자들에게 일본 대중의 강력한 반전 · 평화 정서를 확인시켰다.

크게 놀란 일본 지배자들은 이후 헌법 개정과 재무장 추진을 단념했고, 한동안 미국도 일본에 군사적 요구를 하는 것을 자제해야 했다. 이 때문에 냉전기 미국의 아시아 패권 전략에서 일본의 주된 구실은 (미군) 기지 제공과 (아시아의 반공 정권에 대한) 경제 지원에 머물렀다.

물론 일본의 이러한 기여(기지 제공과 경제 지원)는 미국이 동아시아를 지배하는 데 매우 값진 것이었다. 특히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유지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미국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핵심적 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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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는 미 · 일, 한 · 미, 미 · 대만, 미 · 필리핀, ANZUS(미국 · 뉴질랜드 · 오스트레일리아) 동맹 등 냉전기에 미국이 아시아에서 구축한 반공 포위망의 중심이었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오키나와는 “미국의 힘을 아시아 전역에 투사하는” 미국의 전초기지가 됐다.

미국은 1950년부터 본격적으로 오키나와에 미군기지를 건설했고, 이곳을 동아시아 최대 미군기지로 만들었다. 미국은 1952년에 일본 본토를 독립시킨 후에도 1972년까지 오키나와를 직접 통치했다. 

베트남 전쟁 내내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B-52 폭격기 등이 출격하는 기지이자 병참 · 보급 · 수리를 담당하는 기지로 이용됐다. 1965년에 미국 태평양사령부 총사령관인 그랜드 샤프는 “오키나와 기지가 없었다면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치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전쟁 기간 동안 미국은 오키나와를 식민지처럼 통치했다. 이 때문에 오키나와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 때문에 1972년 미국은 일본 정부에 오키나와를 반납해야 했다. 그러나 이것은 형식 상의 변화였을 뿐, 미군 기지의 존재는 변한 것이 없었다.

1995년 한 소녀가 미군들에게 강간당한 사건을 계기로 또 한 번 저항이 분출했다. 미군은 문제가 가장 심했던 후텐마 기지를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오키나와인들은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현 밖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오키나와현 나고시로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오키나와의 한 여성 활동가는 오키나와를 “미일 안보조약의 ‘쓰레기 하치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키나와인들은 미군에게 삶의 터전을 폭력적으로 빼앗겼고, 온갖 범죄의 희생자가 돼 왔다. 

불행히도 최근 고조되는 동아시아의 긴장은 오키나와를 또다시 최전선으로 만들고 있다. 

반공 정권 지원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소련 ·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반공 정권을 지원하는 데 일본의 경제력을 활용했다. 당시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런 구실을 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나라는 일본이 유일했다. 미국은 일본이 동아시아 나라들과 교역을 확대하도록 지원하는 한편, 일본이 이 나라들에 경제 원조를 하도록 촉구했다. 

특히 1964년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하고,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수렁에 빠지자 미국은 일본이 지역 안보에 돈(원조)을 더 많이 쓰라고 요구했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이런 원조를 일본 자본이 해외로 진출하는 기회로 삼았다.

1965년 13년 동안 질질 끌어 온 한일협정이 체결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지원을 일본에 맡기려 했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이 하루빨리 관계를 정상화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결국 일본은 한국에 무상 자금 3억 달러와 차관 2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돈은 박정희 정권이 국가 주도 수출 중심 공업화를 추진하며 장기 집권 기반을 닦는 데 긴요하게 쓰였다. 같은 해에 일본은 대만에도 1억 5천만 달러 상당의 엔화 차관을 제공했다. 

1967년부터 수하르토의 권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본 돈이 인도네시아로 대량 흘러 들어갔다. 일본은 이때부터 1970년대 내내 동남아시아 나라들 중 인도네시아에 가장 많은 엔화 차관을 제공했다. 이밖에도 일본은 말레이시아, 타이, 필리핀 등에도 경제 원조를 했다.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

1980년대 신냉전을 배경으로 미국은 일본에 더 대담하게 요구했다. 1970년대부터 미국 자본주의는 이윤율 저하에 시달렸다. 1950년대와 60년대의 ‘황금기’에 미국의 군비 지출은 세계경제 전체를 떠받쳤는데, 이제 그 대가를 치르게 됐다. 막대한 군비 지출이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냉전기에 일본은 방위비를 GNP의 1퍼센트 이하로 낮게 유지하며 생산적 부문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었고, 생산성과 경쟁력에서 미국을 바싹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일본이 ‘안보 무임 승차’를 그만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은 일본이 더 많은 돈과 힘을 쓰게 함으로써 미국의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플라자 합의

1985년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G5(미국 · 영국 · 독일 · 프랑스 · 일본) 재무장관 회담에서 달러 가치는 낮추고 엔화 가치는 높이기로 한 합의. 국제 시장에서 미국 상품은 싸게, 일본 상품은 비싸게 만드는 효과를 냈다.

이즈음부터 일본은 주일 미군 주둔 비용을 분담하기 시작했다(‘배려예산’). 레이건 정권하에서 일본에 대한 군비 증강 압력은 더한층 강화됐다. 경제 전선에서 미국이 플라자 합의를 관철시킨 것도 이때다. 1978년 미 · 일은 미일방위협력지침(구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는데, 이것은 처음으로 외부 위협에 의한 일본의 ‘유사사태’를 염두에 두고 미군과 자위대의 공동 작전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1982년에 당선한 일본 총리 나카소네는 미국의 책임 분담 요구를 적극 수행할 태세가 돼 있었다. 나카소네는 ‘뼛속까지 헌법 개정론자’였고, 평화헌법으로 상징되는 ‘전후 정치를 총결산’해야 한다는 소신을 공개적으로 밝힌 최초의 정치인이었다. 

1983년 나카소네는 미국에 가서 소련의 백파이어 폭격기에 대비해 일본을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나카소네는 서방 세계 제2위라는 경제적 지위에 걸맞은 군사력을 갖추고자 한 일본 지배자들의 열망을 대변했다.

실제로, 나카소네 내각은 1986년에 방위비를 늘려 GNP 대비 1퍼센트를 돌파했고, ‘무기 수출 3원칙’을 완화해 미국에 무기 기술을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1983년 방위청은 ‘공해상에서 핵무기를 적재한 미국 함정을 자위대 함정이 호위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일본은 미국의 전략방위구상(일명 ‘스타워즈’) 연구에도 참가하기로 했다. 

전쟁범죄국

이처럼 냉전기에 일본은 미국의 동아시아 지배에서 핵심 파트너 구실을 해 왔다. 일본은 미국이 일본 영토에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군 기지를 지을 수 있게 보장했고, 동아시아의 친미 반공 정권을 지원하고 주일 미군 주둔 비용을 제공하는 등 이 지역의 안보 비용을 미국과 분담했다. 

일본 지배자들은 미국의 전략에 편입돼 성장하는 전략을 취했다. 일본은 미국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보장받았고, 미국의 든든한 후원 아래 동아시아 경제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이 동맹에는 항상 제약이 뒤따랐다. ‘전쟁범죄국’라는 멍에 때문에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었음에도 미 · 일 군대가 일본 바깥에서 군사작전을 함께 펼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냉전 해체 이후 두 나라 지배자들은 이 제약을 무력화시켜서 동맹의 무대를 동아시아로, 나아가 전 세계로 넓히려고 안간힘을 써 왔다. 즉,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면 두 나라 군대가 어깨 걸고 전투에 나설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두 나라 지배자들의 시도가 그저 순탄하게 관철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미국의 군사적 모험에 맞서 일본 민중이 얼마나 격렬하게 저항했는지는 다음 기회에 살펴볼 것이다.

추천 소책자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본 오늘의 동아시아 불안정과 한반도

김하영, 김영익, 이현주 지음 / 128쪽 / 4,000원

입력 2013-12-0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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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란 무엇인가?

김인식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뒤 동아시아에서 중미 간 긴장이 더한층 고조되고 있다. 강대국이 빈국의 독재자를 ‘불량’이나 ‘실패’로 규정하며 공격하는 것을 넘어 헤비급들끼리 으르렁거리는 이런 사태 전개는 제국주의 간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 주는 듯하다. 

냉전 시대 동안에 미 · 소 양대 초강대국들은 주로 세계의 여러 지역들에서 대리전(한국전쟁 등)을 치렀다. 1990년대 초 냉전이 끝난 뒤 미국은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는 이름으로 ‘불량국가들’(세르비아, 이라크 등)을 침공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G2(주요 2개국)가 직접적으로 무력 시위를 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30년 전만 해도 중국 경제는 네덜란드보다 작았다. 그런 중국이 지금은 G2 반열에 올라 미국에 ‘신형 대국 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슈퍼 강대국 미국은 흔들리는 중심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오늘날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면 제국주의를 이해해야 한다. 

국가자본주의와 세계화 

좌파들 중에는 제국주의를 강대국이 약소국을 정복하고 지배하는 것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것은 제국주의의 한 중요한 측면이다. 

그러나 제국주의는 소수 강대국들이 세계 체제를 지배하고자 경제 · 정치 · 군사적으로 서로 갈등을 빚으며 경쟁하는 자본주의의 최근 국면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자본 간 경쟁이 국가 간 경쟁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국가 간 정치적 · 군사적 갈등과 전쟁을 낳는다. ⓒ사진 출처 http://www.iww.org/

20세기 초에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인 레닌과 부하린이 제국주의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 핵심을 요약하면 이렇다. 

선진국에서 국가와 거대 자본이 결합되면서 자본 간 경쟁이 국가 간 경쟁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국가 간 정치적 · 군사적 갈등을 낳는다. 각국의 거대 자본은 상대국의 거대 자본을 누르고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려고 국가를 이용한다. 따라서 제국주의는 전쟁을 낳고, 무장한 평화 시기와 더 위험한 전쟁 시기가 갈마든다. 

1960년대 말 이후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일어난 변화 과정이 그랬다. 1960년대까지 선진국의 국내 시장은 자국 생산품이 지배했다. 그 뒤 30∼40년 동안 경제가 상호 침투했다(세계화). 그러나 이런 상호 침투는 국가 간 투쟁을 없애지 못했다. 다국적기업들이 특정 나라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 이사진은 흔히 특정 나라 지배계급과 통합돼 있다. 그들은 자기 나라 국가권력을 다른 나라에 기반을 둔 경쟁 다국적기업들과 협상하고 압박하는 데 필요한 무기로 본다. 

2000년대 초에 안토니오 네그리 같은 자율주의 사상가들은 자본의 지구적 상호 침투로 ‘제국’이라는 추상적 실체가 형성됐고, 이제 제국주의 개념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본의 지구화가 국민국가 간 투쟁을 끝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세계무역기구(WTO) 등 자본주의 세계화 기구는 국민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국민국가들 간의 협상 기구 구실을 했다. 

네그리가 ‘제국’을 주창하던 바로 그 순간에 미국은 패권과 석유를 위해 이라크를 침공했다. 경제력뿐 아니라 군사력도 특정 자본주의 국가가 다른 자본주의 국가에 주도권을 천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레닌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는 제국주의의 핵심 특징이다. 곧, 제국주의는 특정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서로 싸운다. “제국주의의 근본적 특징은 몇몇 주요 열강들이 패권 장악, 즉 영토 정복을 위해 경쟁한다는 것이다. 직접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상대방을 약화시키고 패권을 갉아먹기 위해 경쟁한다.”(레닌)

이렇듯 군사력은 제국주의 지배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실제로, 제2차세계대전 이후 30년 동안 자본주의 경제는 무기 생산을 통해 안정화됐다. 

불균등 발전

제국주의는 자본주의가 등장한 이래 진행돼 온 불균등 결합 발전의 산물이다. 

첫째, 불균등 발전 때문에 소수 강대국들이 나머지 세계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였던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평평하다”고 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오늘날 세계는 매우 위계적으로 형성돼 있다.

둘째, 또한 불균등 발전 때문에 선진 강대국들 사이에서 패권을 위한 군사 경쟁과 전쟁이 일어난다.

레닌은 《제국주의》를 쓰면서 “50년 전에 독일은 가난하고 중요하지 않은 나라”였지만 자기 시대에 들어 독일이 주요 제국주의 열강으로 부상한 것을 지목했다. 다시 말해, 전 지구적 자본 축적 과정의 불균등성 때문에 새로운 열강들이 미래에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불안감 때문에 오늘날 미국 지배계급은 냉전 해체 후 20여 년 동안 자국의 세계적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헨리 키신저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같은 주요 전략가들이 쓴 책은 모두 미국이 지금의 세계적 지위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를 다루고 있다. 

실로, 자본주의 열강들 간 세력 균형에 변화가 있어 왔다. 오늘날 미국 경제는 여전히 1위다. 그러나 1945년과 비교하면 약화됐다. 1945년에 세계 생산의 절반이 미국 국경 안에서 이뤄졌다. 오늘날 그 수치는 대략 22퍼센트다. 

오바마의 전임자인 조지 W 부시와 그 일당(네오콘)은 특히 중국 경제가 성장해 미국을 추월할까 봐 두려워했다. 그래서 군사적 패권을 확립할겸 석유도 장악할겸 이라크를 침공했다. 잠재적으로 세계 2위의 산유국인 이라크를 지배한다면, 중동산 석유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그리고 일본과 대부분의 유럽)과의 무역 · 투자 협상에서 커다란 지렛대를 갖게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 도박은 실패로 끝났다. 그 결과, 최근 중국의 심각한 도전에서 보듯이, 미국은 힘의 한계를 더한층 겪고 있다. 

셋째, 불균등 발전에서 비롯한 제국주의 열강들 간의 충돌을 비집고 민족해방 투쟁이 일어난다(전간기 세계 도처에서 일어난 민족해방 투쟁과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 베트남 민족해방 전쟁 등). 이것이 20세기 제국주의 전쟁의 또 다른 특징이었다. 

사회주의자들은 모든 민족이 외세의 지배 없이 국가 독립을 포함해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민족자결권을 옹호한다. 즉, 한 민족이 자신의 독립 국가를 건설하거나 타국과 연합 또는 분리를 할 권리를 지지한다. 마르크스는 “다른 민족을 억압하는 민족은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1920년대 초 코민테른(공산주의인터내셔널; 국제공산당)도 세계 혁명은 제국주의 나라들에서 벌어지는 사회주의 혁명을 향한 노동자 투쟁과 식민지 민중의 민족해방 전쟁이 연대할 때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합 발전

한편,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이루는 구성 요소들(각국과 각 지역 등)은 각각 불균등하게 발전할 뿐 아니라 서로 결합돼 발전한다(결합 발전).

자본주의가 확산되면서 종종 미국이 후원하는 지역 강국들(‘아류 제국주의’)이 등장했다. 이 국가들은 그 지역에서 자기 나름의 이해관계도 갖고 있으며, 경제력과 군사력을 통해 이웃 국가들에 적어도 얼마간 자신의 의지를 강요할 수 있다.

예컨대, 과거에 미국은 중동에서 전통적으로 세 국가를 후원했다 ―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1979년 혁명 전까지 이란. 이 세 국가는 중동에서 미국의 ‘경비견’ 노릇을 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중무장했고 미국한테서 재정 지원을 받았다. 

그런데 그들은 점점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났다. 이란 혁명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 적으로 돌변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1980년대 내내 이란의 이슬람공화국에 맞서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후원했다(제1차 걸프 전쟁). 

그러나 1991년에 이 지역에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는 미국 제국주의(나머지 제국주의 지배자들의 지지를 받은)는 ‘아류 제국주의’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치렀다(제2차 걸프 전쟁). 

효과적인 반제국주의 전략 

사회주의자들은 제국주의적 전쟁과 국내 계급투쟁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레닌은 이 점이 사회주의자와 평화주의자의 차이점이라고도 지적했다.

“우리는 계급이 철폐되고 사회주의가 건설되지 않는 한, 전쟁은 종식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우리는 또한 내전, 다시 말해 억압 계급에 대항해 피억압 계급이 수행하는 전쟁, 노예 소유주에 맞선 노예들의 전쟁, 지주에 맞선 농노들의 전쟁, 부르주아지에 맞선 임금 노동자의 전쟁을 완전히 합법적이고 진보적이며 필연적인 것으로 간주한다.”(《사회주의와 전쟁》)

이렇듯 사회주의자들은 각각의 전쟁을 역사적으로 그리고 구별해 살펴본다. 따라서 전쟁은 다 나쁘고 비도덕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해방을 위해 불가피한 폭력을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으로 부도덕한 것이다. 예컨대, 제2차세계대전 때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거주 지구(게토)에서 투사들이 독일 군대를 겨냥해 든 총은 해방을 위한 수단이었다. 반면, 바르샤바 게토의 유대인을 겨냥한 독일 병사의 총은 나치의 고문과 학살을 위한 수단이다(로만 폴란스키가 감독한 영화 <피아니스트>의 배경이다). 

물론 평화주의자들이 사회주의자들이 반대하는 특정 전쟁에 반대해 대중 운동을 건설하고자 한다면, 사회주의자들은 이들과 함께 운동을 건설하는 신축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처럼 사회주의자들이 제국주의와 전쟁을 반대하는 운동을 평화주의자들과 함께 건설할 때 대중의 반전 정서에 조응하면서도, 위험천만한 제국주의 질서를 분쇄할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참을성 있게 설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 투쟁의 교훈이 집약돼 있는 마르크스주의적 제국주의 이론이 아주 유용하다.

추천 소책자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본 오늘의 동아시아 불안정과 한반도

김하영, 김영익, 이현주 지음 / 128쪽 / 4,000원

입력 2013-12-0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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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제국주의와 동아시아의 불안정

방공식별구역 갈등으로 더 불안해진 동아시아

김영익

11월 23일 중국 정부가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 에이디즈)을 선포한 것을 계기로 동아시아에서 긴장이 급격히 높아졌다. ADIZ는 한 국가가 ‘안보’를 위해 일방으로 자국 영공 외곽에 설정하는 공중 구역이다. 이 일대에는 1950년대에 미국이 대소련 견제를 위해 설정한 한국 · 일본 · 대만의 ADIZ만이 있었다.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ADIZ를 지나는 타국 항공기가 중국 관리기구의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중국은 무력을 동원해 “긴급 방어 조처”를 취할 수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선포한 동중국해 ADIZ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상공을 포함해 일본의 방공식별구역(JADIZ)과 상당히 겹친다는 것이다. 중국이 설정한 ADIZ를 보면 동중국해 상공을 거의 다 포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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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일본과 미국은 중국의 조처에 반발하고 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일대에서 미국과 일본의 군용기 · 군함들과 중국의 군용기 · 군함들이 서로 견제하며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12월 4일 미국 부통령 조 바이든이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을 만나 ADIZ 문제를 협의하자,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 문제를 두고 확전을 자제하는 쪽으로 태도를 정한 것 아니냐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바이든과 시진핑의 회동 직후, 백악관 대변인 제이 카니는 중국의 이번 행동을 “일방적 도발 행위”로 규정하며 “[중국의 ADIZ 설정은] 용납할 수 없고,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미국은] 명확하게 했고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 주고 있다”고 못을 박았다. 

따라서 앞으로 동아시아에서 강대국 간 갈등이 어느 수준으로 높아질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국가들이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 그만큼 중대한 변화가 있음을 보여 준다. 

미국의 새로운 패권 전략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는 1970년대 이래 장기적인 이윤율 저하 위기를 겪고 있고, 그런 와중에 국가 간 상대적인 경제력 비중에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것은 중대한 지정학적 함의가 있다. 즉, 경제 위기는 협력적인 경제 정책 운용을 어렵게 하는데다, 경제력의 상대적 변동은 정치 권력의 변동을 수반하고, 이것도 국가 간 지속적 협력의 가능성을 감소시킨다. 

20세기 초 러시아 혁명가 레닌도 세계경제의 불균등성과 모순을 강조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역동적 발전 과정 자체가 이러한 불균등성의 분포를 바꿔 국가 간 힘의 균형을 끊임없이 바꿔 놓는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자본주의 열강들 간의 안정적 질서를 구축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국가 간 세력균형 변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바로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라고 할 수 있다. 30년 전만 해도 중국 경제는 규모 면에서 네덜란드 경제보다 작았다. 그러나 30년 동안 연평균 8~10퍼센트씩 폭발적으로 성장해, 오늘날 중국 경제는 일본마저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지만) 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하락해 왔다. 일본 경제도 계속 정체해 일본 자본가들은 자국이 ‘청일전쟁 후 처음으로 중국에 밀렸다’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런 변화는 제국주의 질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 오고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은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졌다. 중국은 세계에서 군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특히 해군력을 증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이를 인도양과 서태평양에서 자국의 제해권에 대한 도전으로 여긴다.

그리고 중국은 아시아 국가들에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 됐다. 이 때문에 미국의 동맹국인 아시아 국가들의 대외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됐다.  

2008년 이후 세계경제 위기는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간 갈등과 경쟁을 격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20세기 초 마르크스주의자 헨리크 그로스만은 경제 위기가 깊어질수록 “세계시장에서 경쟁자를 배제하고 가치의 이전을 독차지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고 지적했다. 

세계경제가 위기에 처한 후 미국과 중국은 무역과 환율 등을 둘러싸고 큰 갈등을 벌이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의 대외 무역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퍼센트나 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자국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조정 비용을 중국에 전가시키려 압력을 가했다. 예컨대 2009~11년 미국과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놓고 빈번하게 갈등을 빚었다. 그때 미국 지배자들은 위안화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며, 중국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대놓고 비난했다. 

이처럼 주요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에 경제적 경쟁과 갈등이 커지게 되면, 이는 지정학적 갈등에 큰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2010년을 전후로 오바마 정부는 중국의 경제적 · 지정학적 부상에 맞서 제국주의 서열의 꼭대기 자리를 지키려고 동아시아에서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오바마는 “아시아 재균형(또는 아시아 귀환)” 전략을 천명하며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 군사력을 늘리고, 동맹 관계를 확대 · 강화했다.

또한 미국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을 추진하며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 자국에 유리한 경제권을 형성하려고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는 아시아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해 왔다. 

미국의 새로운 패권 전략에서 일본의 구실은 매우 중요하다. 일본은 동맹국들로 중국을 포위하는 미국의 구상에서 핵심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오바마는 일본이 지역적 위상을 강화하기를 바랐다. 이미 2012년 4월 3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중국이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 몰고올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으로 미일동맹의 성격을 다시 규정했다. 

이 때문에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중국의 커다란 반발을 불렀다. 미국의 중국 포위 노력과 중국의 맞대응이 맞물리면서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졌다. 

영유권 분쟁

2010년 이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낳은 긴장으로 동아시아에서 영유권 분쟁이 격화돼 왔다. 미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일대에서 중국의 해양 팽창을 견제하려고 일본 · 베트남 · 필리핀처럼 그동안 중국과 도서 영유권 분쟁을 겪어 온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오키나와를 포함한 일본 남서 제도에서 중국을 포위할 군사적 조처들을 중요하게 여겼다. 

일본은 2010년 신방위대강에서 “동적 방위”로의 전환을 천명하면서, 평화헌법에 구애받지 않는 “‘싸우는 자위대’로의 변모”를 선포했다.

 그러면서 남서 제도의 이시가키, 미야코, 요나구니 섬 등에 자위대를 증강하거나 새로 배치해 왔다. 일본은 대만에서 겨우 1백 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요나구니 섬까지 촘촘한 방어선을 치고 있고, 중국 해군이 서태평양으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미야코 해협 코앞에 미사일 기지를 짓고 있다. 

미국도 오키나와에 미 해병대의 신형 수직 이착륙기 오스프리를 배치하고, MD(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인 X밴드 레이더를 일본 남부에 추가 배치하기로 하는 등 이 지역에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패권 전략의 수단이자 동아시아 불안정을 키우는 MD  한국 공군의 페트리어트 미사일 시험 발사.   ⓒ사진 출처 국방부

중국 지배자들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이런 조처들이 자신들의 자유로운 해상 활동(특히 태평양 진출)을 가로막으려고 “만리장성”을 쌓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자극을 받아 맞대응을 시도하면서, 이 지역에서 기존의 영유권 분쟁이 격화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2012년 4월 남중국해 황옌다오(스카보러 섬)에서 필리핀과 중국이 장기간의 해상 대치를 벌였다. 이 사태가 사실상 미국이 필리핀을 뒤에서 지원하는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이때 이미 나왔다. 

몇 달 뒤인 2012년 여름에는 일본 정부가 동중국해 댜오위다오(센카쿠)를 국유화하기로 한 결정 때문에 일본과 중국이 첨예한 갈등을 일으켰다. 

일본의 댜오위다오 국유화 결정은 이 지역 질서가 급격히 변했음을 보여 준 상징적 사례이기도 하다. 1970년대 미국이 대소련 견제를 위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탕트”에 나서자 일본은 미국의 데탕트에 부응하면서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했다. 이때 일본은 댜오위다오를 기존 상태로 유지하되, 일본의 영유권을 강화하는 추가적 조처는 하지 않기로 중국에 밀약을 해 준 바 있다(소위 ‘미해결 보류’). 

따라서 일본이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고 이에 중국이 반발해 갈등을 빚게 된 것은, 1970년대 이래 자본주의 열강들의 갈등이 최소화되며 유지돼 온 동아시아의 기존 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집단적 자위권

이번에 중국이 ADIZ를 설정하며 강경하게 나선 것도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고 나서 미국 · 일본이 중국 견제의 수위를 대폭 높인 것에 반발하는 데서 비롯한다. 

일본 아베 정부는 미국의 지지를 받아 노골적인 중국 견제와 군사대국화에 나서고 있었다. 예컨대 일본 총리 아베 신조는 10월 26일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국가가 일본이 중국에 대해 이런 우려를 강하게 표명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은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 측면에서도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도 했다.

최근 아베 정부가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려고 내놓는 조처들을 봐도, 일본이 얼마나 공세적으로 나가는지 알 수 있다. 예컨대 MD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SM-3 미사일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며, 일본 방위성은 군비 지출 계획을 조정해 중국을 겨냥한 낙도 방위와 MD 향상에 쓰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0월,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가 퇴거 요청 등 경고에 따르지 않을 경우 격추를 포함한 강제 조처를 취한다’는 방위성 방침을 승인했다. 댜오위다오 상공에서 중국 공군기의 접근을 막으려는 의도가 명백했다. 

태풍 하이옌으로 필리핀에 커다란 재난이 일어나자, 일본은 재빨리 준항공모항급 호위함을 포함한 자위대를 파견해 미군 함대와 함께 구조 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를 통해 동남아시아에서 일본 자위대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군사 역량을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또한 일본 총리 자문기구인 안보법제간담회는 11월 13일 회의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때 자위대 활동의 지리적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사태의 내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는 아베 정부의 공식 입장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일본은 남중국해에서도 미국을 도와 중국을 직접 견제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일본이 핵심 파트너로 나서면서, 중일 갈등의 수위가 크게 높아져 온 것이다. 

사실, 11월 24일 미국이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합의를 본 이유 중에는, 중동의 골치 아픈 문제들이 더 커지지 않게 막아 놓고 아시아에서 중국의 도전에 제대로 대처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신형 대국 관계 

중국은 미국이 일본과의 군사 협조를 강화하고, 북한 핵 ‘위협’을 명분으로 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데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 왔다. 시진핑이 줄기차게 중미 관계는 “신형 대국 관계”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자국의 핵심 이익(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영유권 등)을 미국이 존중하고 이를 침해하지 말라는 불만 섞인 요구였다. 

중국도 호전적으로 대응해 왔다. 11월 11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친강은 “우리는 일본 지도자(아베)가 공공연히 중국 위협론을 제기하며 소란을 피운 것에 불만을 표시한다”며 “일본이 만약 중국을 적수로 생각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정말 상대를 잘못 선택한 것일 뿐 아니라 오판한 것[이다]”고 아베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중국은 얼마 전에 끝난 공산당 18기 3중전회에서 국가안전위원회(NSC)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 조처가 일본의 NSC 설립과 집단적 자위권 추진 등 공세 강화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있음은 말할 나위 없다. 

또한 중국은 현재의 군구 중심의 군대 구조도 개편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 중국 군사 전문가는 “7대 군구 체제는 연합작전 역량이 떨어지는데다, 군구 배치가 수세적 작전 위주”인 게 개편의 이유라고 밝혔다. 시진핑이 강조해 온 “싸울 준비가 돼 있고 싸우면 이기는 군대 건설”에 맞춰, 군대 구조를 분쟁에 더 공격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중국 해군은 서태평양에서 북해함대, 동해함대, 남해함대까지 참가한 대규모 원양 훈련을 진행하고, 11월 15~20일 동중국해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하는 등 해군의 훈련 빈도와 수준을 높여 왔다. 11월 17일에는 북한 인근에서 육 · 해 · 공군의 대규모 합동 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동중국해 ADIZ 설정은 바로 이런 호전적 대응의 수준을 대폭 높이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ADIZ 설정이 미 공군과 해군 정찰기의 동중국해 출현을 겨냥한 목적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ADIZ 설정에 대한 미국의 즉각적인 반응은 군사 행동이었다. 미국은 중국의 ADIZ 선포 이틀 만에 B-52 폭격기를 보내 중국의 ADIZ를 통과하는 훈련 비행을 감행했다. 그리고 연일 군용기를 이 지역에 보내고 있다. 

미국 국무장관 존 케리는 중국의 ADIZ 설정이 “동중국해의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행위로, 지역의 긴장을 높이고 충돌 위험을 높일 뿐이다”며 중국을 비난했고, 국방장관 척 헤이글은 “센카쿠열도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는 언급을 재차 강조했다. 

즉, 미국은 중국의 시도를 동아시아에서 자국의 패권을 위협할 중대한 사태로 규정하며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미국이 이렇게 나서는 데는 동중국해가 갖고 있는 지정학적 위상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동중국해 상공과 해상에서 통제력을 확보하게 된다면,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군사력 투사에 상당한 제약을 안게 된다. 미국의 지역 패권에 큰 타격이 되는 건 물론이다. 미국 지배자들로서는 용인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또한 동중국해를 통해 석유 같은 주요 자원을 수입하고 상품 교역을 해 온 한국과 일본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도 이것은 큰 문제다. 오래 전부터 일본 지배자들은 타이완과 동중국해를 “일본의 생명선”이라고 주장해 왔다. 만약 중국이 동중국해를 장악하면 미국은 핵심 동맹국들한테서 큰 신뢰를 잃을 것이다.

따라서 일본도 ADIZ 문제에서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갈등의 골이 너무 깊다.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치먼은 최근 칼럼에서 “중국과 일본이 충돌로 나아가고 있다”며 세계 2위와 3위의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상당히 위험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우려했다. 

미국은 지금의 긴장에 대응해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군사력 증강을 가속화할 것이다. 당장 미국은 첨단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와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동중국해에 집중 배치하려 한다. 또한 중국을 포위할 한 · 미 · 일 삼각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골치가 아팠던 문제들(예컨대, 한일 관계 개선과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해결하려고 나설 것이다.

일본 지배자들은 더욱 군사대국화와 우경화를 추진할 것이다. 중국이 ADIZ를 선포하자마자 자민당은 중의원에서 미국과의 군사정보 공유에 필요한 특정비밀보호법안을 사실상 날치기 처리해 버렸다. 일본 지배자들은 앞으로 집단적 자위권뿐 아니라 공격 무기 보유, 평화헌법 개헌 등의 문제를 꺼내며 ‘보통국가화’를 향해 한 발 더 내딛으려 할 것이다.    

도광양회

“빛을 감춰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하면서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1991년 덩샤오핑이 중국 외교정책의 방침으로 내놓은 것으로, 이후 20년 넘게 중국 외교의 기본 틀 구실을 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중국이 천명해 온 “도광양회”는 과거의 얘기가 돼 버렸다. 항공모함의 추가 건조 등 군비 확충에 박차를 가할 것이고, 조만간 “서해 · 남중국해 등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설치”하는 등 추가 조처들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국면

물론 중국과 미국 · 일본이 당장 전면적인 군사 충돌(전쟁)을 벌일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비록 최근에 군비를 줄여야 할 처지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다른 군사 강국들을 압도하는 막강한 군사력을 갖고 있다. 전 세계에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고 각 지역의 동맹을 확보하는 능력에서도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다. 

경제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비록 경쟁적 측면이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 두 나라는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상호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중국해 상공으로 매일 군용기를 보내는 미국이 다른 한편으로 “[동중국해의] 사태 악화나 오판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위기관리체계”를 만들자는 얘기를 중국한테 던지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이 주도하는 ‘위기관리체계’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상호의존만을 보아 미 · 중 관계를 일면적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지정학적 이해관계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 긴장과 적대 요인이 점차 커져 왔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당장 제국주의 간 전면전이 터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한동안 동아시아에서는 제국주의 열강들 간의 긴장과 일시적 이완이 갈마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와중에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로써 최근에 제국주의 간 경쟁의 양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듯하다. 빈국이거나 한때 빈국이었던 “불량국가”를 응징해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경쟁 제국주의 국가와 공공연하게 대립하는 수준으로 나아간 것이다. 그만큼 세계자본주의 체제가 불안정하며, 지금 미국 · 일본과 중국 사이의 갈등은 앞으로 이 불안정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리고 점차 다극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 국가 간의 상호작용은 더욱 유동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이 상태에서 세계경제가 더욱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거나 한다면, 우리가 미래에도 제국주의 열강들의 전면 충돌을 피하는 ‘행운’을 계속 누릴지는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추천 소책자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본 오늘의 동아시아 불안정과 한반도

김하영, 김영익, 이현주 지음 / 128쪽 / 4,000원

입력 2013-12-0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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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신사 참배

과거의 향수 속에서 군사 대국 건설하려는 아베

이현주

일본 총리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파가 크다. 

그동안 아베는 2006~07년 총리 재임 시절에 신사 참배를 하지 못한 것이 “통한으로 남는다”고 말해 왔다. 아베는 “침략의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도 부정하는 등 우익적 본심도 숨기지 않아 왔다. 이런 점을 보면 그의 신사 참배 강행이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아베와 일본 우익들의 이런 뻔뻔한 행보는 과거 군국주의 시절 일본의 식민 지배와 전쟁 범죄로 고통받은 한국과 동아시아 민중을 분노케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이런 행보는 이들이 단지 시대착오적 망상에 사로잡혔기 때문이 아니다. 이 문제는 최근 동아시아에서 고조되는 제국주의적 긴장과 갈등이라는 더 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즉, 아베와 일본 우익들의 역사 왜곡과 신사 참배 문제는 제국주의적 경쟁 속에서 군사 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일본의 현재 시도와 관련이 있다.

당선 때부터 아베는 “일본을 되돌려 놓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일본을 경제적 · 군사적으로 “강한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지난 20여 년 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일본의 경제 · 정치 위기가 있다. 특히, 일본 지배자들은 2010년에 중국에 세계경제 2위의 자리를 내주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지난해 아베는 “현재 국제적 세력 균형이 크게 변하고 있다”면서 “그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일본이 있는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바로 지난 20여 년 동안의 일본의 쇠락과 중국의 부상을 가리키는 말인 것이다.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특히 해양 군사 대국으로 거듭나려는 시도)도 일본에 큰 위협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는 군사 대국으로 나아가는 데 족쇄가 돼 온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하고자 해 왔다. 아베가 내세우는 ‘적극적 평화주의’의 의미는 국제 무대에서 더 적극적인 군사 활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아베는 실질적인 군사력 증강에도 나서고 있는데, 이때 북핵 · 미사일 문제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분쟁 등이 좋은 명분이 되고 있다. 예컨대, 최근 아베 정부가 발표한 신방위대강에는 공격용 부대인 해병대 창설 등이 포함됐다. 이것은 댜오위다오에서 벌어질 분쟁을 염두에 둔 조처다. 

또, 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겠다면서 MD 시스템의 일부인 최종단계고고도지역방위(THAAD)시스템과 지상배치형 요격 미사일(SM3)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은 준(準)항공모함을 진수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할 수 있는 로켓 발사 실험도 했다. 항공모함, ICBM, 해병대는 이른바 ‘공격용 무기’로 분류돼 ‘전수방위’ 원칙에 어긋나므로 그동안 만들지 못해 왔던 것들이다. 

국가안전보정회의(NSC)

외교 · 국방 · 안보 등을 총괄하는 사령탑을 표방하며 구성되는 정부 내 기구다. 미국이 냉전이 본격화한 트루먼 행정부 때 처음으로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으로 만들었다. 일본도 미국 백악관의 NSC를 모델로 삼아 자국의 NSC를 기획했다. 그리고 NSC는 단지 외교나 국방 정책뿐 아니라 테러 대응과 치안 등도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NSC 설치는 대외 정책뿐 아니라 국내 억압기구의 강화와도 관련이 있다.


특별비밀보호법

‘국가 안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외교 · 안보 관련 정보를 누출한 공무원이나 이를 교사한 언론인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 미국 등 동맹국과의 군사 정보 교류를 긴밀히 하려는 조처이자 민주주의를 제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일본 국내에서 큰 반발을 샀다.

그뿐 아니라 아베 정부는 지난해 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인한 고조된 긴장 국면을 이용해,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 창설법과 특별비밀보호법도 밀어붙이고, 무기 수출 규제 원칙도 사실상 무력화했다. 아베는 지난해 11년 만에 방위비를 증액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늘리기로 했다. 

위선

이처럼, 야스쿠니 참배는 지난 1년 동안 아베가 추진해 온 군사대국화 프로젝트의 논리적 연장선상에 있다. 오늘의 ‘전쟁 시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의 전쟁을 미화해야 하는 것이다.

앞뒤 가리지 않는 아베의 역사 부정과 야스쿠니 참배는 동아시아 지역의 긴장을 더한층 높이고 있다. 중국은 연일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난하고 있다. 중국의 주영 대사가 아베의 행태를 “악마”에 비유하면서 중일 간 언쟁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는 미국 지배자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한일 관계가 더 나빠질까 봐 걱정한다. 지난해 11월 전직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커트 캠벨이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 악화는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전략적 도전으로 떠올랐다”고 말했을 만큼 한일 관계 악화는 미국에 골치아픈 문제다.

그러나 미국은 대중국 포위 전략을 위해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부추기는 핵심 세력이다. 미국은 지난해 미일안전보장협의회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그런 점에서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미국의 태도는 어정쩡하고 위선적이다.

이번에 아베도 바로 이런 점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즉,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하는 동시에 오키나와현 후텐마 미군기지의 헤노코 이전을 관철시켰다(오키나와현 지사가 ‘오키나와현 내 이전 반대’ 입장을 철회하도록 만든 것). 미국에 이런 선물(또는 뇌물)을 안겨 줌으로써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비난을 자제시키고자 했을 것이다.

위선적이기는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는 아베와 일본 우익들이 과거사 부정,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하는 동안에도 미국, 일본과 합동군사훈련을 벌여 왔다. 지난달에도 한미일은 아덴 만 해역에서 대해적작전 수행을 위한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한국은 일본이 너무 ‘오버’를 하는 바람에, 또한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므로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미국의 하위 파트너로서 일본과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막고 역사 부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세력은 미국과 한국의 지배자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평화헌법 유지를 바라며 군사력 증강을 비판해 온 일본 평화운동과 한국 노동자 운동의 연대에서 저항의 잠재력을 찾아야 한다.

추천 소책자 -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본

오늘의 동아시아 불안정과 한반도

김하영, 김영익, 이현주 지음, 노동자연대다함께, 4,000원

문의: 02-2271-2395, 010-8908-7912

입력 2014-01-1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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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불안정해진 동아시아

1백 년 전의 유럽을 닮아가는가?

김영익

올해는 제1차세계대전이 발발한 지 1백주년이 되는 해다. 1914년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 유럽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리고 제국주의 열강들의 대량 살육 속에 무려 1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오늘날 동아시아의 상황이 바로 1백년 전의 유럽과 비슷하다는 무시무시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놀랍게도 이런 얘기가 바로 일본 총리 아베의 입에서 나왔다. 아베는 1월 22일 다보스 세계경제 포럼에서 1914년 당시 경쟁 관계이던 영국과 독일이 지금의 중국 · 일본처럼 매우 강력한 교역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결국은 충돌했다며, 오늘날의 동아시아가 제1차세계대전 당시의 유럽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우발적인 수준에서나 부주의한 방식으로 갑자기 충돌이나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주요 열강들의 지정학적 경쟁으로 긴장이 감도는 동아시아 바다 미국이 일본에 새로 배치한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이런 생각은 비단 아베 같은 우익 정치인만의 것이 아니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 수석 논설위원 마틴 울프나 전(前)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같은 서방의 저명한 친자본주의 이데올로그들도 동아시아 상황을 1백 년 전 유럽과 비교하면서 걱정했다.

비슷한 상황

동아시아의 현 상황을 보면 이런 얘기가 그저 황당한 유비(類比)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일본 아베 정권은 미국의 지지를 받으며 집단적 자위권 채택을 천명하는 등 군사대국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에 대응해 중국도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는 등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5일, 남중국해 공해상에서 중국 항공모함의 움직임을 밀착 감시하던 미국 순양함 카우펜스함을 중국 군함이 저지하려고 접근했다가 충돌 직전까지 간 사건이 일어났다. 1월 31일에는 동중국해 상공에서 실탄을 탑재한 중국 수호이 전투기 2대가 중국 방공식별구역 안에 들어온 일본 전투기를 쫓아, 양국 전투기들이 장시간 공중 대응전을 펼쳤다고 한다.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호에서 이륙하는 중국 전투기

2월 4일 일본 총리 아베는 “외국의 조직적 공격을 뜻하는 ‘유사사태’에는 이르지 않는 ‘회색 지대’의 사태 때도 자위대가 출동할 수 있[도록] 구체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색 지대’에는 어민으로 위장한 게릴라가 섬을 점령하는 등의 상황도 포함돼 있다. 그래서 앞으로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에 중국 민간 선박이 접근하면 일본 해상보안청(한국의 해양경찰청에 해당)이 아니라 해상 자위대가 대응할 수 있게 허용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의 사태 전개는 미국 · 일본과 중국 간에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보여 준다. 이 때문에 앞서 언급한 마틴 울프 등이 경제 대국 통치자들에게 상황을 ‘오판’하면 안 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강대국 정부 최고위층의 호전성과 ‘오판’은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그래서 미국 오바마의 ‘아시아 귀환’, 일본 아베 정권의 강경 대외 정책 표방, 중국 시진핑 정권의 등장 등이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일조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강대국 통치자들이 내리는 호전적인 ‘오판’의 근본적 원인도 알아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내재적 논리가 바로 제국주의 경쟁과 충돌을 부르는 진정한 동력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제1차세계대전의 비극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배워야 할 점이다.

제1차세계대전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 축적을 위한 자본 · 국가 간 경쟁이 어떻게 끔찍한 파국을 낳는지를 보여 줬다. 자본들의 경제적 경쟁은 1870~80년대 대침체를 계기로 주요 선진국 간의 영토 확장 경쟁으로 나아갔다. 영국 · 프랑스 · 독일 등 제국주의 열강들은 자국 기업의 이윤을 보장하려고 앞다퉈 투자처, 연료 산지, 군사적 요충지들을 식민지로 삼았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제국주의 열강들의 영토 확장 경쟁에서 성패는 군사력이 좌우했다. 그리고 군사력 경쟁은 거의 필연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열강들의 충돌을 낳았고, 끝내 제1차세계대전까지 일으켰다.

내재적 논리

비록 과거와 달리 지금 식민지 확보 경쟁은 없지만,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주요 열강들이 갈등을 빚는 동역학은 제1차세계대전 때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20세기 초 러시아 혁명가 레닌은 세계경제의 불균등 발전과 모순을 강조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역동성 자체가 이러한 불균등성의 분포를 바꿔 국가 간 힘의 균형을 끊임없이 바꿔 놓는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자본주의 열강들 간의 안정적 질서를 구축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난 레닌 시대에 최강의 자본주의 국가인 영국이 독일과 미국의 부상에 직면했다면, 오늘날 국가 간 세력균형 변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식민지를 거느리지 않은 제국주의 국가이지만, 강력한 공업과 금융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경제를 주물러 왔다. 그리고 미국이 막강한 군사력 우위와 전 세계에 걸친 해외 군사 기지 네트워크로 유라시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고 주요 해상교통로를 지배하는 것은 경제적 패권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한편, 중국 경제는 지난 30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 결과 지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자 세계 1위의 수출 대국으로 떠올랐다.

이것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중요한 지정학적 변화를 낳았다. 중국 지배자들은 경제력의 증대를 바탕으로 군사력을 급격히 증강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은 해군력 증강에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이것은 중국 지배계급의 처지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왜냐하면 엄청난 양의 원유를 빨아들이는 중국 경제에 안전한 원유 수송로 확보가 필수적이고, 대외 무역이 많은 중국 경제에 해상교통로 확보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지배자들은 인도양과 말라카 해협을 거쳐 남중국해를 지나 중국 본토로 이어지는 해상교통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중국은 원유 수입의 80퍼센트와 대외 무역의 90퍼센트를 이 길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줄곧 인도양과 태평양을 지배하는 상황을 불만스럽게 여겼고, 중국 근해에서 미군을 태평양의 훨씬 동쪽으로 밀어내고 싶어 한다. 이것이 바로 “태평양은 두 대국[미국과 중국]을 포용할 수 있을 만큼 넓다”는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의 발언에 담긴 진정한 속내다.

반대로 중국의 해양 팽창은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한테 커다란 도전으로 보인다.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부분인 동아시아에서 중국에 밀리는 것은 미국 지배자들한테는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시나리오다.

이것이 오바마가 “아시아 귀환”을 천명하며 아시아 · 태평양 지역으로 군사력을 늘리고, 이 지역의 동맹들을 다잡기 시작한 까닭이다. 미국과 일본 지배자들이 요즘 부쩍 동아시아에서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고 외치곤 하는데, 이는 자신들이 주도해 온 역내 질서를 중국에 밀리지 않고 앞으로도 공고히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전면전?

그렇다면 동아시아에서 1백 년 전의 유럽처럼 강대국 간 전면전이 일어날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 봤을 때 이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아직 세계경제의 상태와 강대국 간 갈등의 정도가 강대국 간의 전면전을 일으킬 정도로 악화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제1차세계대전 때는 경쟁 관계인 영국과 독일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로 엇비슷했다. 반면, 오늘날 동아시아에서는 여전히 초강대국 미국이 경쟁국인 중국에 비해 군사와 경제에서 상당한 우위에 있다. 예컨대 미국은 항공모함이 무려 11척인 데 반해, 중국은 이제 겨우 1척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미국은 일본 · 남한 · 호주 등 지역 동맹들을 끌어들이고, 중국과 다른 나라들을 이간질하는 능력을 보여 왔다.

즉, 아직은 중국이 미국에 군사적으로 도전장을 내밀 처지가 못 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미국 · 일본과 중국 사이에 전면전 가능성은 아직은 상당히 억제돼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부 논평가들처럼 강대국 간의 대규모 충돌은 이제 과거지사라는 섣부른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 헤게모니 아래서 경쟁 제국주의 국가 간 지정학적 · 경제적 경쟁이 점차 치열해져 왔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 일본과 중국의 지정학적 경쟁은 어느새 상당히 위험한 수준으로까지 발전해 버렸다.

진행형인 경제 위기는 이 모든 갈등을 한층 높은 단계로 밀어올려 버릴 수 있다. 경제 위기는 잉여가치를 둘러싼 자본 간 경쟁을 더 첨예하게 만들고, 이것이 국가 간 지정학적 경쟁을 격화시킬 공산이 큰 것이다.

우리는 제1차세계대전이 하나의 거대한 과정이 낳은 파국적 결론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보불전쟁 후 1914년 제1차세계대전 개전 전까지 서유럽은 44년 동안 주요 국가 간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시기를 누렸다(소위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대)”). 그런데 이 시기는 단지 평화롭기만 한 때가 아니라,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에 갈등과 긴장이 축적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엄청난 군사력을 경쟁적으로 키우고 있었다.

지금의 동아시아도 장기적으로 제국주의 국가 간 갈등과 긴장이 축적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경쟁의 수준은 빈국이거나 한때 빈국이었던 “불량국가”를 열강이 응징해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을 넘어섰다. 경쟁 제국주의 국가와 공공연하게 대립하는 상태로 나아간 것이다.

동아시아 주요 열강들은 경쟁적으로 군사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미국은 비록 경제 위기 때문에 군사비를 대폭 줄여야 할 처지이지만,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 투입될 군사력만은 절대 줄이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배치된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신형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로 교체했고, 또 다른 항공모함 시어도어 로즈벨트호도 태평양으로 이동 배치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 배치한 미국의 신형 연안전투함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남중국해 일대에서 순찰 활동을 시작했다.

일본도 해병대 구실을 할 수륙기동전단을 최대 3천 명 규모로 창설하기로 하는 등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래 일본은 평화헌법에 따라 해병대 같은 공격 부대는 보유하면 안 되는데도 말이다.

이에 뒤질세라 중국도 꾸준히 군비를 늘려서, 중국의 국방예산은 어느새 영국 · 독일 · 프랑스의 국방예산을 합친 것을 능가할 정도로 커져 있다. 

△2013년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 ⓒ레프트21

볼드모트

최근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주고받는 말들을 보면, 의례적인 외교적 췌사는 어디로 갔나 싶을 정도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영국에서 벌어진 “볼드모트 논쟁”일 것이다. 볼드모트는 《해리 포터》 시리즈 속에 악의 마법사를 말한다. 해리의 부모를 죽인 악당이자 해리의 숙적이다. 지난 1월 영국 주재 중국 대사와 일본 대사가 상대국을 “볼드모트”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글들을 현지 신문 <데일리 텔러그래프>에서 주고받으며 유례 없는 지면 논쟁을 벌인 것이다. 그만큼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과 이에 맞대응하는 중국 사이에 적대감이 상당한 것이다.

미국 · 일본과 중국 사이에 갈등과 긴장이 커지면서, 동아시아에서 주요 강대국 간의 ‘파국’을 막아 왔던 기존의 합의나 질서도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댜오위다오(센카쿠) 영유권 문제에 대해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기로 한 중국과 일본의 밀약은 2010년 이후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다. 일본이 올해 ‘집단적 자위권’을 채택해 미국의 대중국 견제 파트너로서 더 많은 역할을 맡게 되고 더 나아가 평화헌법 개헌 논의를 본격화한다면, 이 지역은 더한층 불안정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당장 제국주의 간 전면전이 터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한동안 동아시아에서는 제국주의 열강들 간의 긴장과 일시적 이완이 갈마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리고 이 와중에 소규모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한반도도 안심할 수 없다. 대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대북 압박 때문에 한반도도 북한 핵 · 로켓 문제나 서해상의 우발적 충돌 등 온갖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좀 더 길게 봤을 때도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간 전면전이라는 비극을 피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으리라 장담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는 매우 우울한 미래만 존재하는 것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제1차세계대전은 노동계급의 혁명적 저항으로 종전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은 유럽의 동부전선 전쟁을 끝내 버렸고, 1918년 독일 혁명은 서부전선에서 포성을 멈추게 했다.

오늘날 동아시아에는 노동계급이 거대한 규모로 존재하며, 경제 위기 속에서 남한에서는 노동계급이 투쟁의 잠재력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우리는 중국 노동계급의 저항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의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급의 파업과 저항은 꾸준히 성장하며 중국 노동자들은 의식과 조직을 키우고 있다.

이런 사태 전개는 중국 자본주의의 위기와 지배자들의 분열 등과 맞물려 엄청난 변화를 낳을 수도 있다. 최근 중화권 언론 보도를 보면, 중국 고위 관료들이 모인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진핑은 “중국이 당면한 내우외환의 상황이 1948년 국민당이 직면한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며 언제든 중국판 “재스민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고 한다.

따라서 제국주의가 자본주의 체제의 필연적 산물임을 이해하는 마르크스주의자라면,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 현장에서 시작되는 노동계급의 투쟁이 성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근본적 사회변혁의 가능성이 보일 때 이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는 조직을 지금부터 건설해 나가야 한다.

추천 소책자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본 오늘의 동아시아 불안정과 한반도

김하영, 김영익, 이현주 지음 / 128쪽 / 4,000원

입력 2014-02-0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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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에 빠진 미국 제국주의

김영익

지난 1월 28일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국정연설에서 향후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런데 오바마는 주로 경제 정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외교 정책에 관한 구상도 밝혔지만, 주로 중동에 관한 내용이었다. 반면에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 관한 언급은 한두 차례에 그쳤으며, 지난해 연설과 달리 북한은 오바마의 연설에서 단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바마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내치에 치중하면서 ‘외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이며, 외교에서는 그동안 강조해 온 아시아 · 태평양보다 “중동 지역의 현안”을 우선하기로 한 것 같다고 지적한다.

<한겨레> 칼럼니스트이자 미국 대외정책 전문가인 존 페퍼도 이 연설을 소개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귀환]” 전략은 “중국에 경고하고 일본 · 한국 · 대만 · 기타 국가들을 안심시키고자 설계된 광고 캠페인 이상이 아니었다.”

이런 주장을 수긍하기는 어렵다. 오바마 정부 들어 우리는 동아시아에서 주요 열강들의 경쟁과 긴장이 커지는 것을 봤다. 댜오위다오(센카쿠)를 둘러싼 중 · 일 갈등,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격화, 2009~10년 남 · 북한의 서해 분쟁 등은 동아시아에서 열강들이 공공연히 적대하고 반목하기 시작했음을 실감케 한 사건들이었다.

그럼에도 국정연설에서 드러났듯이, 오늘날 미국 제국주의가 과거의 어느 때보다 곤란한 지경에 놓여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중동 문제

오바마의 “아시아 귀환” 전략은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추세에 대한 미국 오바마 정부의 대응책이다. 특히, “테러와의 전쟁” 실패와 2008년 경제 위기는 미국의 위신에 큰 타격을 줬다. 이 때문에 미국 지배자들 내에서는 중동과 중앙아시아에 미국이 수렁에 빠져 있는 동안 경쟁 제국주의 국가들(특히 중국)의 부상을 제대로 견제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오바마는 자국 패권을 유지할 수단을 강구해야 했고, 그것이 “아시아 귀환” 전략이었다. 즉, 처음부터 “아시아 귀환” 전략은 미국 정부가 상당한 딜레마와 어려움을 떠안고 시작한 것이었다. 

△ 경제 위기, 중동 문제 등 온갖 난제 속에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야 할 처지다.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와 시진핑

그 딜레마의 한 축이 바로 중동 문제다. “테러와의 전쟁” 실패는 중동에서 미국이 누려 온 지위에 커다란 타격을 줬다. 이라크 · 아프가니스탄 점령 실패가 낳은 부정적 유산 때문에 미국 지배자들은 중동에서의 새로운 군사 개입을 주저하게 됐다. 이 때문에 오바마는 이라크 ·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명예롭게’ 마무리지어 피해를 최소화하려 했다. 그리고 그동안 이라크 · 아프가니스탄 등지에 엄청나게 집중된 군사력의 일부를 아시아 · 태평양 지역으로 돌려 왔다.

그러나 아시아로 눈길을 돌린다고 해서, 중동에서의 패권을 내려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국한테 중동은 세계 패권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가치가 있다. “세계의 석유 수도꼭지”라는 중동을 손에 쥐고 있어야, 유럽과 동아시아의 잠재적 경쟁국들한테 상당한 영향력을 계속 미칠 수 있다. 특히 중동산 석유에 대한 중국 · 일본 · 한국의 수입 의존도가 점차 커져 왔기 때문에, 이 점은 앞으로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아랍 혁명과 그 여파는 오바마한테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사태였으며, 큰 근심거리였다. 아랍 세계 곳곳에서 친서방 독재정권이 잇달아 무너지거나 흔들리자, 지난해 <파이낸셜 타임스>의 수석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치먼은 “이러다 [중동에서 미국의] 비공식 제국이 사라질 지경이다” 하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 지배자들 사이에서 오바마의 대외정책에 의문이 제기될 만했다. 미국 지배자들 일부는 미국이 전략적 중심축을 아시아로 옮긴다고 하는 게 ‘정작 중동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의 경쟁국이 영향력을 높일 기회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이집트 혁명, 시리아 내전, 팔레스타인 문제, 이란 핵개발 등 이 지역의 산적한 난제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서방 선진국과 중동의 동맹국들 사이에서 미국의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이 시리아 군사 개입에 실패한 일은 미국 지배자들의 고민을 더 깊게 했다. 영국 의회에서 군사 개입 부결, 군사 개입이 자칫 혁명에 미칠 영향 등의 이유로 미국은 막판에 군사 개입을 주저했다. 결국 미국은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을 포기하고 러시아의 중재를 받아들이는 ‘굴욕’을 감내해야 했다.

게다가 미국은 경제 회복을 위해 상당한 역량을 투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군비마저 축소하고 있는 지경이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논란 때문에 지난해 10월 오바마가 APEC(아시아 · 태평양 경제 협력체) 정상회의에 불참한 것은 참으로 시사적인 일이었다. 이 덕분에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정상회의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낼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의 경제 문제가 대외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었고, 아시아 국가들한테 미국의 “아시아 귀환”이 순조롭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 법했다.

우선순위

미국의 대외정책이 처한 딜레마 때문에 미국 지배자들 사이에서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놓고 앞으로도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의 부상을 저지해야 한다는 데는 미국 지배자들 사이에 분명한 합의가 있으며,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에서 중국을 포위하고 직접 견제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가 미국 지배자들 일부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핵 협상을 진행한 것도 중동의 불안정을 어떻게든 더 커지지 않게 붙들어 매고 아시아에서 중국을 더 견제하려는 의도가 컸을 것이다. 즉, 오바마의 “아시아 귀환” 전략을 단지 “광고 캠페인”으로 봐서는 안 된다. 

△ 점차 불안정해지는 동아시아 미국의 “아시아 귀환” 전략은 단지 “광고 캠페인”이 아니다.

유라시아의 양쪽 끝인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는 건 냉전 때부터 미국 대외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세계 자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중심지(유럽, 북미, 동아시아)에서 지배력을 행사해야 미국의 세계 패권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부상이 동아시아에 가져온 지정학적 변화는 미국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중국의 급속한 군비 증강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한테 커다란 도전이다. 게다가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부분인 동아시아에서 중국에 밀리는 것은 미국이 국내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도 큰 타격을 줄 것이다.

미국 지배자들은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지키려는 자국의 노력이 약화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잘 알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비해서 장기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면, … [동아시아의] 동맹국들은 국가 전략을 재고하려고 할 것이다. 어떤 동맹국은 자주국방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할 것이고, 아마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것이다. 다른 동맹국은 사기가 꺾이면서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에 더욱 다가갈 것이다. 어느 경우가 되었건 … 미국이 [세계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던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다.”(애런 프리드버그, 《패권 경쟁》, 까치)

이 때문에 미국은 패배의 상처를 안고 경제 위기로 군비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동의 불안정에 전전긍긍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아시아로 중심축을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상처 입은 야수가 더 위험한 법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지난해 시리아 군사개입 계획이 좌절된 지 얼마 안 돼, 미국은 곧장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위예산 증액, 방위계획 대강의 개정 등”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일본의 군사대국화 추진에 날개를 달아 줬다. 마치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중국의 반발을 부르며 11월 중국이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상처 입은 야수

이처럼 그동안 미국의 “아시아 귀환”은 동아시아 불안정을 크게 키웠다. 오바마 정부는 2010년 전후로 본격적으로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지정학적 · 군사적 영향력을 제고하려고 노력해 왔다. 여기서 핵심은 일본의 전략적 종속 상태를 유지하면서 더 큰 틀에서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들의 동맹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아시아의 분열돼 있고 경쟁적인 지정학적 구조는 오바마가 이런 전략을 펼치기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미일 방위협력지침 (가이드라인)

유사시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행동 지침을 담고 있다. 1978년에 만들어졌고 1997년에 개정된 바 있다.

미국의 이런 노력은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열강들 간의 긴장과 경쟁을 키웠다. 그리고 미국 · 일본과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국지적 충돌을 벌일지 모른다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국가들의 지정학적 긴장은 일시적 이완은 있겠지만 점차 악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올해도 동아시아에서 긴장을 불거지게 할 쟁점들이 많다. 예컨대 올해 상반기에 아베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해 헌법 해석 변경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며,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도 올해 말에 개정할 것이다. 최근 일본 자민당 내에서는 군사 동맹 여부와 무관하게 대만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대만관계법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이 모든 게 중국을 겨냥하고 있으므로, 그때마다 중국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다.

한반도도 언제든 지난해 초와 같은 긴장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오바마는 대중국 포위의 명분을 위해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악의적 무시)”를 고수해 왔다. 오바마 집권 후 지금까지 6자회담이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을 만큼,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압박을 지속해 왔다. 그리고 2월 13일 한국에 온 미국 국무장관 존 케리가 방한 내내 대북 공조와 이를 위한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즉, 미국이 최근에 뒤숭숭해진 한일 관계를 봉합하고 한미일 삼각 동맹을 강화할 카드로 언제든 “북한 위협론”을 끄집어 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앞으로 미국 제국주의는 중동 문제, 경제 회복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자본주의 국가들의 위계 서열에서 맨 꼭대기 자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칠 것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더 위험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결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주의 국가이지만, 최근 들어 온갖 문제점을 드러내며 힘의 한계를 뚜렷이 보여 주고 있다. 무엇보다 아랍 혁명이 보여 줬듯이, 미국 제국주의가 전략적으로 집중해 온 동아시아 같은 곳에서 노동계급의 아래로부터 반란이 강력하게 터진다면, 그게 미국 제국주의를 가장 곤혹스럽게 할 것이다.

추천 소책자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본 오늘의 동아시아 불안정과 한반도

김하영, 김영익, 이현주 지음 / 128쪽 / 4,000원

입력 2014-02-2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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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인권 억압에 대한 미국·남한의 제재는 북한 주민들에게 해가 될 뿐이다

이현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3백72쪽 분량의 인권조사보고서를 내놓고 북한 정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 책임자를 제재하라고 권고했다.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미국 백악관은 즉각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온갖 가능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보고서를 북한을 압박하는 데 이용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동아시아 국가 간 긴장과 갈등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특히, 지난해부터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계속해서 긴장을 빚고, 두 국가의 관계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은 미국에 큰 골칫거리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간 공조를 추진하는 데 ‘북한 문제’는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 북한 악마화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을 추진하는 데도 유용하다. 며칠 전 방한한 미국 국무장관 존 케리는 다시금 북한핵 문제를 언급하며 한일 간 공조를 강조했다.

즉, 미국의 북한 인권 운운은 대북 압박과 이를 통한 패권 유지의 수단일 뿐이다.

게다가 이 보고서를 낸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구성을 보면, 이 기구가 ‘인권’을 운운할 자격이 없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에는 세계 제1의 사형국인 중국과 동성애 탄압법을 제정한 러시아, 친미 독재정권이 지배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수시로 국가보안법을 통한 마녀사냥으로 속죄양이 양산되는 한국이 포함돼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보리 국가들은 지난 몇십 년간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의 평범한 사람들을 더한층 굶주림으로 내몬 장본인이기도 하다.

물론 북한에는 인권 유린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은 외부 제국주의 세력의 압력으로 개선될 수 없다. 제국주의 국가의 위협은 오히려 북한 지배자들에게 인권 억압을 강화할 수 있는 명분을 준다.

위선적이기는 남한 지배자들도 마찬가지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가 발표되자 정부와 새누리당, 보수언론이 하루빨리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난리다. 그러나 정부와 새누리당에도 북한 인권 문제는 대북 압박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새누리당과 우익들은 인권 개선 운운하면서,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인도주의 지원을 반대 · 삭감해 왔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북 식량 지원은 그 전에 견줘 크게 줄었는데, 심지어 취임 첫해에 박근혜 정부는(2백 억 원) 이명박 정부 때보다도(1천1백63억 원) 못하다.

정부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을 지원하는 데도 매우 인색하다. 탈북민들은 가뜩이나 높은 실업률과 고용 불안정, 저임금으로 고통받는데, 이명박 정부 때 탈북민 정착금의 지원 기간과 대상은 대폭 축소됐다.

심지어 정부는 탈북민들을 ‘잠재적 간첩’ 취급하면서 이들에 대한 차별과 멸시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검찰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서 남의 나라 공문서를 위조하고, 여동생을 협박하고 고문해 거짓 진술 받아내어, 한 탈북민을 간첩으로 몰고가려 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북한 인권 ‘띄우기’를 국내 마녀사냥에도 이용하고 있다. 2월 19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최경환은 북한인권법과 함께 이석기 제명안을 언급하며 두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그런데 이런 마녀사냥은 전혀 친북적이지 않은 사회주의자들도 궁극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제정 시기만을 문제삼을 뿐 북한인권법 제정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민주당도 문제다.

진정한 사회주의자는 북한이 진정한 사회주의와 아무 관계 없고 남한과 꼭 마찬가지로 착취적이고 억압적인 사회임을 안다. 하지만 그는 또한 유엔인권이사회의 모순과 한국 정부의 위선을 폭로하며 제국주의적 압력 행사와 개입을 반대해야 한다.

북한 인민의 해방은 어떻게 가능한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는 심각하다. 수많은 평범한 주민들이 극심한 생존 위기에 처해 있고, 국경을 넘어 수만 명이나 탈출했다는 사실은 북한 체제의 문제를 드러낸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며 주민들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사회는 사회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 점에서 얼마전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이 한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과 장석택 처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회피한 것은 아쉽다. 진보 인사가 북한 인권 문제를 미국과 남한의 냉전 우익들이 부풀린 거짓으로 치부하며 침묵하는 것은 진보 운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회주의자들로 말하면, 그들은 북한 인권을 빌미로 한 제국주의적 압력 행사와 개입, 그리고 북한인권법 제정에 반대하면서도, 탈북민의 자유 왕래, 한국 정착 탈북민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해야 하고, 무엇보다 북한 노동자 · 민중 자신이 북한 지배자들에 맞서 싸움에 나서기를 바라야 한다.

남한의 노동자 · 민중이 그랬듯, 북한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쟁취는 오로지 북한 노동자 · 민중의 아래로부터 자기 해방 투쟁을 통해 이룰 수 있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개입은 북한 지배자들이 내부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명분(“외세의 개입”)을 주기 때문에 결코 지지해선 안 된다.

최근 중국의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노동계급의 파업과 저항은 꾸준히 성장하며 의식과 조직을 키우고 있는데, 중국에서의 격변은 북한 노동자 · 민중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런 국제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에 서서 북한 노동계급의 자기 해방을 바라야 한다.

입력 2014-02-2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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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정상회담

동아시아 불안정과 모순을 보여 준 회담

김영익

3월 25일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 · 미 · 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오바마 정부는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와 4월 오바마의 한일 순방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 정부에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는 압력을 강하게 가했다. 미국이 자신들의 패권 유지 전략인 “아시아 재균형(아시아 귀환)” 전략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한 · 미 · 일 동맹을 구축하고 강화하는 게 매우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드러나듯이, 오바마 정부는 대외정책에서 커다란 딜레마에 처해 있다. 오바마는 중국을 견제하려고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추진해 왔지만, 중동 · 동유럽 등지에도 상당한 역량을 투입하지 않을 수 없다. 재정 적자로 병력과 군비 지출을 줄여야 하는 처지에 말이다. 

△ 중국 포위에 혈안이 된 오바마에게 한국 민중이 일본 정부 우경화에 반발하는 것은 자신의 전략을 방해하는 ‘걸림돌’일 뿐이다.

따라서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기 위해 일본 · 한국 등의 동맹국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한일 관계

그런데 2012년 한일 군사협정 논의가 체결 직전에 중단되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껄끄러워지자 미국 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이를 우려해 왔다.

얼마 전부터 오바마 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한일 관계가 소원한 것이 미국이 패권 유지 전략을 추진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노골적으로 말해 왔다. 3월 4일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니얼 러셀은 한미 동맹, 미일 동맹, 한 · 미 · 일 3자 협력 강화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누구도 역사 문제의 부담으로 인해 우리가 안전한 미래를 건설하는 것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며 한국과 일본을 압박했다.

지난 2월 미국 국무장관 존 케리도 박근혜한테 과거사에 연연하지 말고 시급히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이때 케리가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로 든 것이 바로 “북한 위협”이었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가 한 · 미 · 일 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한 것은 미국의 패권 유지 전략과 대북 압박에 힘을 실어 준 것이었다. 그래서 3월 11일 워싱턴을 방문한 합참의장 최윤희가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한 · 미 · 일 3국 안보협력” 및 “일본과 안보협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3월 25일 한 · 미 · 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는 북한 “위협”론을 명분으로 “합동 군사 훈련이나 미사일 방어 체제(MD) 등을 포함해 외교적 · 군사적 협력을 심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처”를 논의하자고 했다. 그리고 3국 협력의 일환으로 한 · 미 · 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와 “한 · 미 · 일 안보토의(DTT)”를 열자고 제안했다.

물론 한 · 미 · 일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모이는 게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오바마가 “완전하며 검증 가능한 북한 비핵화의 의지를 갖고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이 3국을 이간질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얘기했으니 말이다. 오히려 최근 일본과 북한의 대화가 재개되는 것 등을 의식해,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대북 관계에서 자신들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하다.

한 · 미 · 일 안보토의(DTT)도 문제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DTT가 2009년에 창설돼 비밀리에 유지되다가 위키리크스가 미국 외교 문서를 폭로하면서 그 실체가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이제 이런 3자 국방 회담을 공개적으로 연다는 것인데, 여기서 MD를 고리로 삼아 대중국 포위를 위한 군사 협력 과제들이 논의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 아베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해석 개헌”의 좋은 명분을 얻으려 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MD를 위해서라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아베 정부는 다시 과거사 왜곡에 나섰고, 이 때문에 한국 내 여론은 다시 격앙됐다. 이런 점을 봐도 앞으로 오바마가 동아시아의 동맹국들을 규합하고 자신의 전략을 관철하려면, 여러 책략을 계속 동원해야 할 것이다.

미사일 발사

아무튼, 미국 · 일본과 중국의 제국주의 간 경쟁이 커지는 이때, 박근혜가 미국의 대외 정책에 협력하는 것은 한반도와 동아시아가 더 불안정해지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한 · 미 · 일 정상회담으로 한 · 미 · 일 동맹 구축이 진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 · 미 · 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공식 발표 전에 이미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 · 미 · 일 정상회담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박근혜는 한 · 미 · 일 정상회담에 앞서 한중 정상회담을 했지만, 이것이 한 · 미 · 일 동맹 구축에 관한 중국의 경계를 풀어 주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대북 압박과 한 · 미 · 일 3자 협력은 북한을 엄청나게 자극하고 있다. 북한은 한 · 미 · 일 정상회담이 열린 시각에 맞춰 노동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가 정상회담을 겨냥해 북한이 보낸 메시지라는 것은 쉽사리 알아차릴 수 있는 일이다.

북한의 ‘메시지’에 미국은 이 미사일 발사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넘기는 것으로 답했다. 미국은 적어도 한일 군사협력 강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미일 신가이드라인 재개정 등 한 · 미 · 일 동맹 구축 과정에서 가시적 성과를 얻기 전까지는, 북한과 공식 대화 테이블에서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런 상황 전개는 결국 한반도에 긴장의 먹구름을 불러올 수 있다. 박근혜가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남북 경협을 확대하겠다고 천명한 것이 이런 우려를 해결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한 · 미 · 일의 대북 군사 압박이 강화되면, 북한이 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하거나 4차 핵실험을 하는 등 예기치 않은 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입력 2014-03-2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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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수모를 겪은 미국

만회할 기회를 찾으며 대북 압박을 강화하다

김영익

3월 28일 박근혜는 독일 드레스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른바 “드레스덴 선언”)을 내놓았다. 거기서 박근혜는 인도적 문제 해결, 인프라 구축 등 몇 가지 대북 제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싸늘했다. “낯간지러운 수작”이라는 원색적 용어까지 동원하며 드레스덴 선언을 비난했다.

북한이 이런 태도를 보인 것은 박근혜가 최근 북핵 문제에서 강경한 자세를 고수한 것과 관련이 있다. 드레스덴 선언에 앞서 박근혜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등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춰 북한 핵문제를 부각시키며 대북 압박과 제재를 촉구했다. 박근혜는 핵안보정상회의 개막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핵 개발을 비난하며 대북 제재의 국제 공조를 강조했다. 그리고 한 · 미 · 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위협’론을 명분으로 한 · 미 · 일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일부 인도적 지원을 제외하면, 드레스덴 선언의 핵심 제안들은 여전히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처와 결합돼 있다. 박근혜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핵을 버리는 결단을 한다면, 이에 상응하여 북한에게 필요한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 유치를 적극 지원하겠다.”

그러나 북한 지배 관료가 보기엔, 확실한 ‘보장’ 없이 핵무기부터 포기하라는 요구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설전

드레스덴 선언을 둘러싼 남북 간의 공방도 문제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미국이 여전히 북한과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최근의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북한 ‘위협’론은 미국에게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며 패권을 유지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이번에도 오바마 정부는 북한 ‘위협’론을 이용해 한 · 일 정상들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 미국은 한 · 미 · 일 정상회담의 논의를 발판 삼아 MD(미사일 방어) 체제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3국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양해각서(MOU) 형태로 체결하려 한다. 한 · 일 군사협정 문제가 다시 부각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체면이 깎인 미국이 이를 만회할 기회를 찾는 것도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막지 못하자, 미국의 일부 동맹국들은 미국의 안전보장 약속을 신뢰할 수 있을지 염려하고 있다. “크림반도 사태 이후 미국이 동 · 남중국해 충돌에 개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 나라들에도 확산되고 있다.”(<도쿄신문>)

이런 와중에, 4월 8일 베이징을 방문한 미국 국방장관 척 헤이글이 중국 국방부장 창완취안과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였다. 척 헤이글은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 일본이 충돌하면 미국은 일본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러 시비를 거는 듯한” 척 헤이글의 발언에 창완취안은 “영토 수호를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응수했다. 이 설전 과정에서 북한 문제도 거론됐다. 척 헤이글이 “중국이 도발적이고 위험한 북한을 계속 지지하며 스스로 국제적 지위를 훼손하고 있다”며 비난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자국 패권을 유지하려고 북한 ‘위협’론을 이리저리 휘두르자, 북한도 다시 반발하며 군사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북한은 2월 말부터 단거리 로켓과 미사일을 계속 발사했다. 이것은 B-52 전략폭격기까지 공개 동원한 대규모 한미 연합 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에 대응하는 성격이 컸다. 한 · 미 · 일 정상회담이 열린 직후에 북한은 노동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하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함께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넘겨 규탄 성명이 나오게 했다. 그리고 3월 27일~4월 7일에 진행한 쌍용 훈련을 언론에 공개해 북한을 자극했다. 이 훈련은 미군과 한국군 1만 2천5백여 명과 최첨단 무기가 대거 투입된 연합 상륙 훈련인데, 1990년대 팀 스피리트 훈련 이후 최대 규모의 상륙 훈련이었다.

쌍용 훈련

△포항에서 진행된 대규모 한미 연합 상륙훈련 “쌍용 훈련”. ⓒ사진 출처 국방부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북한도 더 강경한 군사 대응을 했다. 3월 30일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다종화된 핵억제력을 각이한 중장거리 목표들에 대하여 각이한 타격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훈련을 실시한 것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훈련을 미국이 걸고 넘어질 경우,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시험도 배제되지 않을” 4차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3월 31일 북한은 서해 NLL 인근에서 대규모 해상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은 쌍용 훈련에 대한 맞불 훈련의 성격이 컸다. 이때 남한군도 대응 사격에 나섰는데, 자칫 2010년 연평도 상호 포격 사태 때처럼 대규모 교전 사태로 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3차 핵실험 이후 불과 1년 만에 다시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언급되는 상황은 분명 우려스런 일이다. 명분이 뭐가 됐든, 북한의 핵 · 미사일 개발을 진정한 사회주의자들이 지지할 수는 없다. 5살 미만 아동 중 28퍼센트가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나라에서 막대한 자원을 군비에 쏟아붓는 것은 진정한 사회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핵무기는 남한 · 일본의 노동계급과 평범한 민중의 다수를 절멸시킬 대량살상무기이며, 그런 점에서 북한 핵무기는 제국주의에 맞선 노동계급의 국제적 단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간 갈등이 높아지는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제국주의적 패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이 후진 독재 국가인 북한을 ‘악마화’하고 이에 남한과 일본이 호응하면서, 한반도가 계속 불안정에 휩싸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추천 소책자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본 오늘의 동아시아 불안정과 한반도》

김하영 외 지음

노동자연대(옛 다함께), 128쪽, 4,000원

구입 문의 : 02-2271-2395, mail@workerssolidarity.org

입력 2014-04-1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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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아시아 순방

대중국 견제를 위해 군사동맹을 강화하다

김영익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4월 23일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4개국 순방(일본, 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 오바마는 연방정부 셧다운(폐쇄) 사태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과 아시아 순방을 포기한 바 있다. 따라서 오바마는 이번 순방을 지난번 순방 취소의 손실을 만회하고 “아시아 재균형” 혹은 “아시아 회귀” 전략을 강조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상당히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아시아를 방문하게 됐다. 지난해부터 오바마는 대외정책에서 여러 차례 쓴맛을 봤다. 중동에서 아랍 혁명으로 흔들리는 자국의 지위를 다잡고자 시리아 군사 개입 카드를 꺼냈지만, 끝내 포기해야 했다. 올해 불거진 우크라이나 사태도 미국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처럼 최근의 상황은 오바마의 대외정책에 상당한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아시아로 전략적 중심축을 이동하다가 자칫 유럽과 중동 등지에서 러시아나 이란 같은 지역 강국들의 도전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4월 중순 폴란드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이 유럽으로 “다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바로 이런 요구를 의식해 전전긍긍하면서도, 아시아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던 것이다.

이런 딜레마가 있음에도 오바마 정부는 기존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최근에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제국주의가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고 있지만, 미국 지배자들은 머지 않은 미래에 미국의 세계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 만한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본다. 사실 러시아가 대외정책에서 지금과 같은 기동의 여지를 얻게 된 것도, 중국이 강력하게 부상하면서 기존 제국주의 질서에 변화를 가져온 덕분이었다.

다만, 미국은 힘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중국을 제대로 포위 · 견제하려면 아시아 동맹국들에 더 많은 기여를 요구해야 하는 처지다. 앞서 언급한 다른 지역의 사태 전개를 보면서, 미국 지배자들은 이 문제에서 많은 진전을 신속하게 이룰 필요를 더 느꼈을 것이다. 

또한 오바마는 이번 아시아 순방을 통해 미국의 안보 공약을 못 미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