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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원직선제와 좌파

김하영

민주노총 임원직선제가 12월 3~9일 실시된다. 이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10월 2일 선거공고가 되고, 11월 3일 후보 등록이 시작될 예정이다.

민주노총 임원직선제는 민주노총의 혁신을 위한 핵심적 방안으로 제기돼 왔다. 1998년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직선제 공약이 처음 제기됐고, 2000년대 중반 민주노총 위기가 대두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직선제를 통해 민주노총을 쇄신할 수 있기를 바랐다. 논란 끝에 2007년 임원직선제가 결정됐으나 실시 유예를 거듭하다가 오늘에 이르렀다.

토론의 장

노동자연대는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임원들을 선출하고 소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에서 이를 지지해 왔다.

그러나 직선제 자체가 민주노총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다.

직선제를 핵심적 혁신 방안으로 여겨 온 사람들은 ‘민주노총 지도력이 조합원들로부터 불신받고 조합원이 민주노총에 냉소적인 상황’에서 ‘직선제를 통해 조합원을 주체로’ 나서게 하고 ‘조직을 바닥에서부터 재조직’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직선제 선거 과정은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의 방향과 과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토론하는 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좌파 활동가들은 이를 활용해 조합원들의 토론과 활동을 활성화하도록 애써야 한다.

그러나 상층과 현장의 분리나, 지도력이 조합원들로부터 불신받는 문제는 노동조합 관료의 (불가피한) 존재에서 비롯한 것으로, 선출 방식의 변화로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노동조합의 본성을 인식해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자들은 때때로 투쟁을 조직하지만 흔히 조합원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투쟁을 중단하거나 약속했던 파업을 철회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지도자들이 조합원들의 이익을 일관되게 옹호하지 않고 비민주적으로 투쟁을 철회하는 일이 거듭될 때 이를 극복할 대안이 없으면 조합원들 사이에 냉소와 무관심이 퍼지기 마련이다.

이것은 특정 정파 소속의 지도자들만이 저질러 온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총이 수년 동안 한 정파에 의해 휘둘려’ 온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진단하는 입장에서는 직선제를 그 정파의 연속 집행을 막을 방법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동요와 투쟁 회피, 또는 약속했던 총파업을 철회한 전력은 상대적으로 좌파적인 지도자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산별 · 연맹이나 단위노조의 경험을 보아도 아무리 직선으로 선출된 지도부라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철도노조는 10여 년 전부터 직선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에 보았듯이 중앙집행부가 일방으로 파업을 종료할 수 있고, 8 · 18 단협 개악 합의 때 보았듯이 노사합의 체결 전에 조합원들의 의사를 묻지 않는다.

혹자는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는 직선제 쟁취 투쟁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직선제가 일반화된 민주노조 진영이 급속한 관료화를 경험해 왔다는 엄연한 사실을 봐야 한다. 이는 노동조합 민주주의가 단지 직선제로 환원될 수 없으며, 직선으로 선출된 지도자라도 현장 조합원들의 통제를 받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노동조합 민주주의와 현장 조합원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지도자들의 관료적 권한을 제약하고 지도자들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지도자들이 불가피하지 않은 타협과 양보를 독단으로 하거나 파업을 일방으로 철회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 현장조합원들의 의사가 더 잘 대변되도록 민주노총 대의원들을 모두 직선으로 선출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조합 민주주의의 진정한 힘은 무엇보다 현장 노동자들 자신의 활동이 활성화되는 것에서 나온다. 이것이야말로 지도부를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무리 좋은 규약도 조합원들의 자력 투쟁 노력이 약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현장 조합원들의 힘을 강화해야만 지도자들이 투쟁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고, 지도자들이 투쟁을 제대로 이끌지 않을 때 독자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좌파적 지도부 세우기 전술의 의미

이렇게 원리 · 원칙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이번 직선제 선거의 의미를 축소하는 결론으로 곧바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 된다. 원리 · 원칙에서 출발한 것은 좌파 활동가들과 투사들이 이번 직선제 선거를 어떤 자세로 접근해야 하는가를 말하려는 것이다.

좌파 활동가들과 투사들은 이번 직선제 선거를 활용해 현장 조합원들의 자주적 활동을 고무하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현장 조합원들 사이에서 민주노총의 과제를 둘러싸고 토론을 활성화하고,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 소식을 교류하며 연대를 확대하고, 기층 투사들의 네트워크를 발전시키도록 애써야 한다.

만약 선진 노동자들을 대변할 괜찮은 대안적 후보가 나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면, 이런 활동에 유리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면 노동조합 내 세력관계를 좀더 왼쪽으로 기울게 만들고 현장 조합원들의 자신감을 북돋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좌파 활동가들이 이런 후보를 내어 이번 선거에 공동 대응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지금 현장 분위기는 일각에서 말하듯 그렇게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전교조 규약시정명령 수용 찬반 투표 결과나 철도노조 8 · 18 합의 인준투표 부결은 현 시기 현장 노동자 정서의 특징을 보여 준다. 오랫동안 침체됐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분위기도 살아나고 있다.

지금 현장 노동자들은 스스로 투쟁에 나설 만큼 자신감이 높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잘 싸워 줄 지도부를 원하며, 그런 지도부가 실질적이고 전면적인 투쟁을 선언하면 이에 응해 투쟁에 나설 수 있다.

이런 투쟁 속에서 현장 노동자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지도부가 계획한 것보다 투쟁을 더 발전시키고, 조직을 성장시킬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현장 조합원의 자주적 활동성을 고양시키는 데 주안점을 둔다는 점이 단순히 좌파 집행부 세우기에 의의를 두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다.

△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의 공격에 맞서 실질적인 저항을 해야 한다 ⓒ이윤선

좌파 활동가들과 투사들은 무엇보다, 민주노총 차기 지도부가 박근혜 정부의 공격에 맞서 실질적인 저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즉, 투쟁하는 민주노총이 돼야 한다. 그동안 많은 지도부가 투쟁을 말했지만, 중요한 것은 언행일치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정국을 끝내고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게 전가하기 위한 공세를 다시 펴려 한다. 경제 위기 시기에 단호하고 실질적인 저항을 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은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기는커녕 지키기조차 할 수 없다.

민주노총 현 집행부는 이 점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 지난해 말 철도파업 당시 박근혜 정부가 양보 불가 입장으로 민주노총 본부를 침탈하는 강수를 뒀을 때, 현 지도부는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에 즉각적 파업 돌입을 명령하기를 주저하고 파업을 두 달 반 뒤로 미뤘다. 그럼으로써 좋은 반격 기회를 날려 버렸다. 세월호 정국에서도 민주노총 지도부는 박근혜 정부에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산하 노조들의 힘을 사용하지 못했다.

정치의 중요성

물론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고 해서 투쟁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의 전략을 이해하고 제대로 맞서야 하는데, 여기서 핵심은 노동계급을 단결시키는 것이다.

박근혜는 마거릿 대처와 달리, 노동계급의 주요 부문들을 하나씩 차례로 공격할 만한 여유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다양한 부문에 대한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대신 (대처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저항하지 못하도록 이간질로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고 각개격파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공무원연금 개악이나 공공부문 단협 개악(사내복지 축소) 등 공공부문을 공격할 때 ‘철밥통’ 논리를 내세워 이들을 고립시킨다. 통상임금 ‘정상화’는 대기업 정규직에게만 득이 될 뿐이라고 이간질한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악은 국민연금 개악의 지렛대가 되고, 공공부문 ‘방만’ 비난은 민간 기업의 노동조건 악화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통상임금과 임금체계 개편 문제는 전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하락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의 이간질을 통한 각개격파 시도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또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단결된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잘 조직된 부위의 자신감을 분쇄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전략에 맞서 연대하고, 또한 잘 조직된 노동자들이 그 힘을 비정규 · 미조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위해서도 사용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민주노총 조합원들뿐 아니라 비정규 · 미조직 · 이주 · 청년 노동자들과 차별받는 사회집단들의 처지를 대변하고 개선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문제나 국정원 대선 개입 같은 정부의 부패에 맞서는 정치적 민주주의 투쟁도 민주노총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2008년 촛불 운동 때 노동조합이 거리의 운동과 만나지 못했던 것에 비해 올해 세월호 투쟁에는 (초기에) 노동자들의 집단적 참여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이런 운동에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파업 같은 노동자 고유의 경제적 힘을 사용하는 것이다.

좌파 활동가들은 직선제 선거를 활용해 민주노총의 방향과 노동운동의 과제에 관한 주장을 활발히 펴면서, 여러 작업장과 지역의 투사들을 폭넓게 접촉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미래의 투쟁을 위한 디딤돌을 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입력 2014-10-0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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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1천 인,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요구하다

한상균 전 지부장 출마 의지 밝혀 … “실천으로 보여 줄 것”

김문성

투쟁하는 민주노총 건설을 내걸고 최근 전투적 좌파 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가칭) 직선제 승리, 민주노총 혁신, 총파업 투쟁을 위한 민주노총 선거대책모임’이 10월 30일 민주노총 조합원 1천 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에는 2009년 쌍용차 77일 점거파업을 이끌었던 금속노조 한상균 쌍용차 전 지부장과 전교조 이영주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해 현대차 비정규직, 건설노조, 세종호텔노조 등의 전투적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활동가 1천여 명이 서명한 “직선제 승리, 민주노총 혁신, 총파업 투쟁을 위한 노동자 선언”은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투쟁은 여전히 노동자들의 희망이고, 그런 투쟁이 현장에서 전개되고 있다. 철도 노동자들이 23일간 파업 투쟁을 전개[했다.] 박근혜 정권이 항복문서나 다름없는 규약개정을 요구했으나, 전교조 조합원들은 이를 당당히 거부했다.

“[우리는] 투쟁과 혁신을 통해 민주노총을 대중투쟁기관으로 복원[하고] 계급 대표성을 다시 세우[는] … 민주노총 지도부를 세우기 위한 운동에 함께할 것을 선언한다.”

△10월 30일 민주노총 조합원 1천 인 선언 기자회견

 그동안 민주노총 선거 때마다 수많은 후보들이 ‘투쟁’을 약속했지만, 실제 당선자들은 만족스럽게 이를 시행에 옮기지 못했다. 파업 선언은 철회되기 일쑤였고, 형식적인 동원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해 말 철도 파업과 민주노총 침탈 당시에도 민주노총은 즉각 파업을 선언하고 조직하지 못했다. 올해 세월호 참사로 공분이 쌓이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관심을 갖고 집회를 찾았지만, 민주노총은 이런 힘을 결집시켜 노동계급 고유의 힘을 사용해 투쟁을 심화시키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對) 노동계급 공세가 심화되는 지금, 투쟁하는 민주노총, 말만이 아니라 이를 실천으로 옮기고 행동하는 지도부가 필요하다. 지도부가 단호하게 투쟁을 선언하고, 기층 활동가들이 이를 활용해 현장에서 투쟁을 실제 조직하는 일이 결합돼야 한다. 그렇게 현장의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한상균 전 지부장은 “쌍용차 투쟁이 여섯 번째 겨울을 맞고 있다”며 “그때처럼 민주노총이 총자본에 맞서는 투쟁을 받아 안지 못해 처절한 패배를 겪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장 조합원들은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변화를 보여 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지부장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자 죽이기 총체적 공세 한복판에서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가 치러진다”며 “성깔 있게 싸우는 민주노총이 돼서 노동자의 희망이 되라는 현장의 주문”을 받아 안아 “노동계급 전체를 대표하는 대중투쟁기관으로 민주노총이 거듭나는 데 앞장서겠다“고 위원장 후보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전교조 법외화 등에 맞선 투쟁을 앞장서 이끌었던 이영주 수석부위원장은 “유신 독재로 회귀하려는 정권 아래서도 별빛처럼 빛나는 투쟁들이 있었다”며 이런 투쟁들이 승리하려면 민주노총이 강력한 대중투쟁 건설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칭) 직선제 승리, 민주노총 혁신, 총파업 투쟁을 위한 민주노총 선거대책모임’은 아래로부터의 혁신,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기치로 걸고 직선제 선거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11월 1일 선본 발대식, 11월 8일 노동자대회 전야제 선본 집회 계획도 발표했다.

[기자회견문]

직선제 승리, 민주노총 혁신, 총파업 투쟁을 위한 노동자 선언

민주노총의 재장전을 선포한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이 땅의 노동자들은 노동자 계급의 투쟁 구심인 민주노총을 건설했다. 민주노총은 투쟁의 구심답게 1996~97년 노개투 총파업으로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당당히 맞섰다. 그러나 최근 민주노총은 점점 투쟁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비정규직화, 노조 파괴로 죽어나가고 있었으나, 민주노총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자본과 정권이 비정규직법 개악, 노동기본권 탄압, 복수노조 교섭창구 강제적 단일화, 공공부문 민영화, 공무원연금 개악을 밀어붙여도 민주노총은 속수무책이었다. 자본과 정권은 총자본 차원에서 결집하여 단위노조를 공격하는데, 이 투쟁 현장에 민주노총 지도부는 없었다. 이제 더 이상 총자본의 공세에 맞선 민주노총 지도부의 전략이 없다.

정녕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투쟁은 없는가? 그렇지 않다. 투쟁은 여전히 노동자들의 희망이고, 그런 투쟁이 현장에서는 힘차게 전개되고 있다. 2013년 철도민영화에 맞서 철도노동자들이 23일간의 파업투쟁을 전개하지 않았는가? 박근혜 정권이 항복문서나 다름없는 규약개정을 요구했으나, 전교조 조합원들은 이를 당당히 거부하고 투쟁을 선택했다. 이런 결연한 투쟁 의지는 사법부로 하여금 전교조의 합법성을 전면 부정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77일간의 점거파업으로 정리해고에 맞서고, 이후 5년간의 끈질긴 투쟁으로 사회적으로는 물론이고 법정에서까지 정리해고 무효를 한걸음씩 쟁취해 나가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밑으로부터의 투쟁 기운이 일고 있고, 승리의 전망은 확인되고 있다.

분명히 노동자 민중은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현장 투쟁이 확실한 승리를 쟁취하지 못하고, 장기투쟁으로 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민주노총이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투쟁하는 민주노총, 투쟁하는 지도부를 구축하여 결정적 승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번 직선제를 통해 진정으로 투쟁하는 지도부를 구성하지 못하면 더 이상 민주노총의 미래는 없다.

문제는 누가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이다. 민주노총이 전면적으로 혁신되어야 한다는 구호조차 이제 식상할 뿐이다. 아무리 훌륭한 혁신정책을 제출한들 무엇 하겠는가? 더 이상 위로부터의 혁신에 기댈 것은 없다. 아래로부터 혁신운동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번 직선제에서부터 시작하자. 조합원 대중에게 민주노총의 실상을 낱낱이 드러내고 조합원들의 관심과 질타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민주노총 혁신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아래로부터 현장조합원들이 주체로 나서야 한다.

이번 민주노총 직선제는 단순히 지도부를 뽑는 절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조합원들이 주체가 되는 아래로부터의 혁신운동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20년을 평가하고, 투쟁과 혁신을 통해 민주노총을 대중투쟁기관으로 복원하는 데 앞장설 것을 선언한다. 또한 잃어버린 민주노총의 계급 대표성을 다시 세우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가 나아갈 대안과 전망을 밝힐 것을 선언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지역운동본부”로 결집하여 투쟁과 혁신 그리고 노동자 계급의 정치를 선두에서 실천하는 민주노총 지도부를 세우기 위한 운동에 함께할 것을 선언한다.

2014년 10월 30일

가칭) 직선제 승리, 민주노총 혁신, 총파업 투쟁을 위한 민주노총 선거대책모임

 

[1천인 선언자 명단]

강권동 강대선 강동훈 강만석 강문필 강민구 강봉우 강상철 강상현 강성신 강성철 강성태 강승환 강우규 강이랑 강재구 강재석 강정태 강종숙 강태수 강태연 강효찬 고낙규 고도일 고영기 고원중 고재성 고재윤 고재윤 고재철 고진수 고현승 고혜숙 공환구 곽영일 구본화 구자점 권철 권미화 권범수 권병석 권수정 권영국 권영철 권용천 권용탁 권우성 권정환 권혁일 권희복 금교숙 김용 김진 김강인 김경우 김경우 김광규 김광일 김광현 김광호 김금희 김기선 김기식 김기원 김낙규 김남섭 김남오 김남현 김대중 김덕윤 김덕황 김동국 김동균 김동균 김동균 김동석 김동수 김동영 김동진 김동현 김득중 김란희 김명식 김명왕 김명은 김문영 김미경 김미연 김민선 김민수 김민정 김병기 김병기 김병연 김병연 김병주 김병진 김병찬 김병호 김보근 김봉길 김봉윤 김상구 김상구 김상권 김상식 김상진 김상하 김상희 김석필 김석호 김선규 김선규 김선배 김선창 김선표 김성광 김성보 김성수 김성수 김성수 김성철 김송일 김수억 김수용 김수한 김순옥 김순호 김승섭 김승수 김승안 김승현 김승현 김신영 김안섭 김양수 김양희 김어진 김연오 김연옥 김영돈 김영범 김영상 김영섭 김영수 김영종 김영종 김영철 김영춘 김영호 김예천 김오배 김용걸 김용근 김용근 김용민 김용보 김용석 김용섭 김용준 김용철 김우용 김웅수 김원종 김윤수 김은주 김은천 김의석 김의창 김의철 김인재 김인희 김일섭 김재성 김재웅 김재주 김재혁 김재현 김재환 김정석 김정수 김정우 김정욱 김정운 김정현 김정호 김제우 김종민 김종봉 김종선 김종열 김종찬 김종호 김주익 김준연 김준희 김중배 김중혁 김지선 김지용 김지현 김진곤 김진관 김진담 김진수 김진영 김진택 김진필 김진혁 김진호 김찬준 김창용 김창현 김창현 김창훈 김채규 김철승 김태경 김태경 김태균 김태수 김태식 김태영 김태조 김태진 김태형 김태환 김학민 김학식 김학윤 김한민 김현옥 김형계 김형균 김형래 김형래 김형중 김형진 김형하 김호연 김호중 김호진 김홍주 김홍현 김효문 김효찬 김희욱 김희정 김희정 김희중 깅양호 나영선 나창수 남원호 남유미 남익수 남점철 남정일 남행희 남호현 노승복 노하경 도덕수 도학봉 류동연 류영하 마상도 마용호 맹동호 명춘식 명충식 모경운 문선호 문성덕 문성룡 문성필 문순용 문은주 문주성 문지훈 민경덕 민수연 민영 민영기 박경관 박경근 박경달 박경록 박근덕 박기진 박기효 박동철 박두영 박말선 박명헌 박명화 박문규 박민석 박병국 박봉일 박상길 박상민 박상욱 박상호 박선규 박성호 박영일 박의선 박일원 박일훈 박재근 박재순 박재준 박정만 박정애 박정호 박정희 박종남 박종원 박종익 박종환 박주헌 박진혁 박천석 박춘배 박춘자 박태식 박태준 박태현 박해승 박해양 박해용 박행엽 박향미 박현수 박현수 박현식 박형원 박혜선 박혜성 박호민 박희수 방승팔 방종운 방지춘 배상용 배원철 배철수 배태란 배향미 배향미 배형만 백광현 백승민 백운탁 백운호 백은진 백지훈 변재승 변종학 복기성 빅홍순 사공혁 서동석 서동식 서명섭 서성협 서숙자 서승권 서영우 서영호 서정관 서정렬 서종길 서종대 서지애 서진철 서현철 석진영 설정환 성맹호 성우현 소경환 소재형 손덕현 손동필 손상기 손선호 손예환 손준필 손창민 송규현 송기원 송동하 송미숙 송복남 송승민 송용해 송우철 송인출 송재혁 송현섭 송현송 손두수 신기식 신상기 신선식 신성원 신시연 신연흥 신용복 신용성 신재선 신재환 신정범 신종욱 신현선 신현호 신호기 심근호 심선혜 심언보 심용수 심인섭 심인호 심재용 심정근 심호성 안경순 안병희 안봉한 안숙희 안인환 안재범 안주열 안태웅 안효성 양동규 양선배 양세현 양영훈 양윤석 양은아 양일숙 양치성 양회동 양희만 양희삼 양희철 엄기한 엄길용 엄길정 엄정흡 여귀환 염진영 오상헌 오성세 오세경 오세욱 오승환 오응칠 오일석 오진석 오진환 오창연 오현기 오현종 옥인수 옥혜경 우종섭 우현옥 우희철 원헤분 유경환 유대성 유만형 유명두 유명인 유명자 유선철 유성준 유승철 유영천 유왕식 유용남 유재선 유창현 유홍일 유희성 윤경일 윤기열 윤기열 윤대성 윤병덕 윤석범 윤성관 윤성근 윤성표 윤실근 윤영균 윤영호 윤이호 윤정열 윤종광 윤진형 윤창기 윤치복 이강재 이강훈 이경섭 이경숙 이경진 이경호 이계명 이관호 이광덕 이광원 이국형 이권준 이기만 이기수 이기원 이남국 이동기 이동식 이동신 이동업 이동원 이동진 이명노(신풍) 이명우 이명환 이민숙 이민주 이민형 이병국 이병권 이병삼 이병삼 이병원 이복동 이봉규 이삼형 이상무 이상민 이상복 이상선 이상수 이상식 이상언 이상용 이상우 이상욱 이상운 이상헌 이상환 이상훈 이석원 이석준 이석훈 이성규 이성만 이성재 이성진 이성진 이세환 이수종 이순선 이승묵 이승복 이승재 이승철 이승호 이양림 이영덕 이영선 이영섭 이영수 이영식 이영주 이영호 이영호 이영훈 이용민 이용배 이용섭 이용운 이우길 이우상 이우일 이원대 이원석 이유원 이육우 이인범 이인영 이재권 이재석 이재선 이재수 이재원 이재원 이재윤 이정민 이정선 이정환 이제인 이종근 이종석 이종숙 이종철 이종현 이종환 이주우 이준규 이준원 이준희 이지윤 이지형 이찬복 이찬석 이창수 이춘식 이탁규 이태석 이태용 이택용 이한미 이현수 이형우 이환용 이흥진 이희도 임갑식 임경준 임경택 임계순 임금호 임도창 임명진 임미영 임병산 임병우 임성덕 임수철 임식순 임재식 임종대 장경훈 장기수 장두현 장수광 장승용 장연구 장원준 장재형 장정현 장제영 장창균 전광해 전규석 전규홍 전기병 전대호 전문철 전병영 전삼표 전상갑 전영화 전용수 전우춘 전제완 전찬화 전태복 전해진 전현석 전형주 정권영 정규진 정기진 정동석 정명수 정명환 정병권 정병진 정병철 정사열 정성원 정수동 정승철 정영길 정영수 정영준 정영채 정용재 정운성 정원석 정윤광 정인길 정재남 정재호 정재훈 정준호 정지성 정진수 정진수 정진우 정진희 정창봉 정창욱 정창화 정춘호 정택용 정한진 정해수 정헌종 정현준 정호기 정홍근 정환영 정후진 정희섭 제일호 조규성 조규현 조덕구 조동윤 조명제 조명종 조민제 조수진 조영래 조용래 조용수 조유미 조재영 조주보 조태성 조현규 조현균 조혜연 조휘연 조희주 조희철 죄재욱 주석정 주성용 주인구 지명환 지상배 지진성 지혜복 진용운 진윤식 차경윤 차재만 차재홍 차현숙 채종석 채중현 채희지 천동욱 천연옥 최경일 최기환 최길호 최낙현 최명숙 최문용 최문환 최민규 최병근 최병도 최병승 최병화 최상규 최상일 최상호 최성림 최성원 최세환 최수진 최순민 최영규 최영래 최용원 최우석 최운철 최윤근 최윤석 최은석 최은숙 최인성 최임숙 최재규 최재용 최정열 최종석 최주한 최창희 최창희 추상우 편경범 편재율 하계진 하남용 하상설 하성권 하태준 한광희 한규은 한상균 한석모 한성규 한성찬 한윤수 한인임 한종필 한창수 한태윤 함덕면 함소희 함종근 허강석 허명현 허무용 허삼남 허성관 허성욱 허종동 허지행 허지희 현영정 홍경욱 홍경희 홍덕표 홍성기 홍성만 홍성창 홍순동 홍순배 홍영옥 홍용구 홍장진 홍학선 홍형기 황광석 황병선 황선우 황성영 황성하 황세관 황세권 황수호 황인석 황진영 황진웅 황현성 황형모 황혼준 황환섭

 

입력 2014-10-3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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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 성명

이갑용 씨는 선거를 위해 타 단체 왜곡 비방을 하지 말아야 한다

좌파노동자회 허영구 선거대책위원장 이갑용 씨가 노동운동 내 좌파들의 민주노총 직선제 공동 대응 논의 과정, 그리고 좌파 후보 단일화 논의 과정에 대한 입장을 11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갑용 씨는 좌파노동자회가 이 논의 과정에서 취했던 입장과 태도에 대해 솔직하지 않은 주장을 펴면서, 좌파 단일 후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노동자연대를 비롯한 다른 좌파 단체들의 책임인 양 말하고 있다. 심지어 이 글에는 노동자연대에 대한 곡해와 근거 없는 비방도 포함돼 있다.

이 글에서는 이갑용 씨의 곡해를 바로잡기 위해 두 가지 점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표명하겠다.

1. 좌파 후보 단일화 논의는 왜 합의에 이르지 못했는가

이갑용 씨는 마치 좌파노동자회가 좌파 후보 단일화에 열과 성을 다한 것처럼 말하면서 단일화 좌절의 책임이 다른 단체들에 있는 것처럼 주장했다. 그러나 9월 20일 노동전선의 제안으로 시작된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에 대한 좌파의 공동 대응 논의’에서 좌파노동자회는 보름 정도 만에 일찌감치 이탈했다. 이갑용 씨는 그 이유가 “아무런 내용의 동의 없이 단일화를 위해 선거인단을 구성”하자고 해서 벌어진 일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좌파노동자회를 포함해 민주노총 직선제에 공동 대응할 의지가 있는 좌파 단체들(노동전선,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노동자연대, 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 좌파노동자회)은 토론을 통해 ‘공동 대응의 기조와 방향’을 마련했다. 핵심은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만들기 위해 좌파적 지도부를 세우자는 것이었다. 현 국면에서 이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 각 단체의 서로 다른 고유한 주장들을 앞세우지 말고 먼저 공통분모를 찾기로 했던 것이다.

그런데 ‘공동 대응의 기조와 방향’을 마련하는 토론에도 참가했던 좌파노동자회가 그 내용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치부하고, 자신들의 ‘5대 혁신 과제’ 수용 여부를 앞세우고 나선 것은 다른 단체들과 공조하려는 자세라고 보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5대 혁신 과제는 좌파노동자회의 고유한 주장으로 다른 단체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을 상당히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동자연대는 불안정노동체제에 따른 노동운동의 전략 변화 필요성, 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불신, 좌파노총론 같은 좌파노동자회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갑용 씨는 ‘5대 혁신 과제를 받을 수 있으면 하고 아니면 말자’는 입장을 개진하기도 했다. 좌파 후보 단일화에 열과 성을 다한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학(鶴)이 다른 동물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주둥이가 긴 호리병에 음식을 담아 내놓은 이솝 우화에 비유할 수 있다.

한편, 이갑용 씨는 10월 6일 회의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민주노총 조합원 1만 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실시하는 ARS 방식으로 후보를 정하자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인지도 조사 이상의 효과를 내기 어려워 좌파들의 선거운동과 후보 선택 방식으로 적절하다고 볼 수 없었다. 아마도 좌파노동자회는 이외의 방식으로는 좌파노동자회 후보를 당선시키기가 어렵다고 봤던 듯하다.

요컨대 5대 혁신 과제라는 내용에서든, 그 내용을 효과적으로 선전할 위원장 후보 문제에서든, 타협이 요구되거나 불리할 수도 있는 조건을 수용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좌파노동자회의 솔직한 처지가 아니었나 싶다.

만약 좌파단체들이 이번 선거에서 공동 기조로 좌파적 지도부 세우기에 합의하고, 그것에 가장 합당한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을 취했다면, 좌파 후보 단일화는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 시기 가장 중요한 과제에 대한 인식이 상이한데도 억지로 공조를 추진할 수는 없고, 단일화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할 수도 없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좌파노동자회가 좌파 후보 단일화 합의가 최종 무산된 이유를 다른 단체들에게로 돌리는 것은 부당한 책임 전가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2. 노동자연대는 과연 “통진당과 함께 야권연대를 주장해 왔”는가

이갑용 씨는 “좌파공동대응 논의 과정[에] … 몇 가지의 의문점”을 제기했다. 즉, “좌파노동자회 공약에는 야권연대를 주장한 세력과는 선거를 함께하지 않는다는 공약과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노동자연대 동지들은 지난 시절 통진당과 함께 야권연대를 주장해 왔습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변혁적 계급 정당을 추진하는 동지들이 노동자연대 동지들과 선거를 함께하는 것은 의문[입니다.]”

요컨대 노동자연대가 정치적으로 무원칙한 단체이며, 따라서 좌파 공동 대응 실패의 책임은 노동자연대를 끌어들인 노동전선과 ‘노동자계급정당건설추진위원회’ 등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노동전선 등 다른 단체들의 입장을 논할 이유는 없다. 다만, 좌파 공동 대응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독자 출마를 정당화하려고 엉뚱하게 남의 단체(노동자연대)의 활동과 주장을 왜곡 · 중상하는 것은 날카롭게 반박할 수밖에 없다.

주장의 근거 없음을 논하기 전에 우선, 이갑용 씨는 자신의 주장이 자신의 실천과 모순되는지는 알고 이렇게 주장하는지 궁금하다. 좌파노동자회가 “진보당과 함께 야권연대를 주장”해 온 노동자연대와는 “선거를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면, 처음부터 좌파 공동 대응 논의에 참여하지 말았어야 한다.

노동자연대의 파견자들이 포함된 회의에서 버젓이 수차례 공동 논의를 해 놓고서는 (노동자연대의 참가를 문제 삼은 적도 없다) 이제 와서 노동자연대 때문에 단일화에 함께할 수 없다는 듯이 주장하는 것은 남사스러운 일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내신 분이 이래서야 되겠나.

둘째, 노동자연대가 “진보당과 함께 야권연대를 주장해 왔다”는 것은 단순한 왜곡이다. 노동자연대는 2008년 이후 민주노동당/진보당 지도부의 전략적 야권연대 추진을 거듭 반대하고 비판해 왔다.

<노동자 연대> 사이트에 ‘야권연대’라는 단어를 놓고 검색해 보기만 해도 안다. ‘야권연대는 안 됩니다’, ‘야권연대가 아니라 … ’, ‘…에 도움이 안 되는 야권연대’ 식의 제목을 단 기사들이 백 개도 넘게 이어진다. 심지어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울산시장 진보 후보의 야권연대 논란을 두고 ‘새정치민주연합과는 단일화하지 말자’는 이갑용 씨가 옳다는 입장도 내놓은 바 있다.

이러니 이 문제를 구구절절 해명하는 것도 구차스러울 정도다. 분별 있는 노동운동 활동가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다.

이갑용 씨는 절대로 야권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단언하는 듯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야권연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현명할까? 예를 들면, 각별히 반동적인 우파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조건에서 노동자들이 진보파나 개혁파로 여기는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선진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단일화 압력이 생길 경우가 있을 것이다. 아니면, 국회에서 특정한 개혁 입법을 쟁취하거나 특정한 악법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 일부와 불가피하게 공조해야 하는 경우는 어떨까?

이런 조건에서는 일단 우익의 당선을 막자는 정서에 함께하면서 대중투쟁을 준비하자고 호소하는 것이 현명했을 것이다. 이런 방침이 불가피했다는 것은, 예컨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가 당선한 후 민주노총 조합원 활동가 5명이 자결한 것이나, 당시 독자 출마한 좌파 후보 둘이 합쳐 아쉽게도 0.2퍼센트밖에 득표하지 못한 것에서 간접적으로 증명된다.

이런 점에서 이갑용 씨가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패의 원인”이 모조리 ‘야권연대’ 정치에 있고, 그것을 조금이라도 인정하는 세력은 모두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면적 견해다.

러시아 혁명의 지도자 레닌이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전략과 전술을 구별해야 하고, 배신적 타협과 불가피한 타협을 구별해야 하고, (타협이 불가피한 경우에) 정치적 독립성을 견지해야 한다. 전략적이고 배신적이고 무비판적인 NL식 · 정의당식 야권연대를 노동자연대는 언제나 날카롭게 비판해 왔다.

한편, (1) 어쩔 수 없는 경우에, (2) 공동 집권을 목표로 하지 않고, (3) 그저 특정 선거구(들)에 한정해, (4) 후보 단일화 수준의 제휴를 하면서, (5) 정치적 비판을 삼가지 않는 것은 완전히 정당한 사회주의적 전술이다.

바로 이런 방침에 따라 볼셰비키는 자유주의적 친자본주의 정당 카데츠와도 때로 선거 제휴를 했다. 농민(농촌 중간계급) 정당인 트루도비키와 때때로 제휴했음은 물론이고 말이다.

이갑용 씨와 좌파노동자회의 많은 회원들이 레닌과 볼셰비키, 러시아 혁명과 스스로 동일시할지는 분명치 않다. 오히려 아나키즘이나 좌익 공산주의(판네쿠크나 호르터 식의)에 일체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어쨌든 그들이 진지하게 성찰해 봐야 하는 점은 자기들이 개량주의의 본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따라서 개량주의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방법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개량주의는 그 지도자와 이들의 이데올로기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 심지어 개량주의적 기관이나 제도의 문제로 환원될 수도 없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시민사회’에 관해 논의했을 때, 그는 노동자 계급의 광범한 대중이 혁명보다는 점진적 개혁 쪽으로 이미 설득된 현실을 전제로 논의를 전개했던 것이다.

달리 말해, 일상적 시기에 노동자 계급을 지배하는 “지배적 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인 것이다.”(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독일 이데올로기》) 그러나 이갑용 씨와 좌파노동자회는 개량주의를 그저 그 지도자들과 그들이 장악한 조직과 기구의 문제로 본다. 그렇기에 허영구 씨 등이 민주노총 집행권을 장악해 산별 조직들을 해체하거나 무력화시키거나 우회하면 개량주의 문제는 해결될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일상적 시기에 개량주의적이던 노동자들이 이따금 스스로 해방되기 위한 투쟁을 벌이는 수준까지 스스로 격상될 수 있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노동자 계급의 해방은 그 자신의 행위다” 하고 선언했던 것이다.(제1인터내셔널 창립선언의 앞글)

노동자 계급의 대중 정당이 (민주당 같은) 부르주아 정당과 계급을 초월한 ‘국민적’ 연합을 추구하는 것은 이러한 노동자 계급의 자력 해방 노력을 방해한다. 그래서 진보당, 정의당 등의 지도자들이 전략적 야권연대로 돌진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정당이 조직 노동자 계급의 일부에 기반을 둔 (온건한) 진보 세력이길 중단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민주노총 안에도 정의당과 진보당을 지지하는 선진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을 원칙상으로 민주당(새정치)을 지지하는 노동자들과 똑같이 취급할 순 없다. 새누리당(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노동자들과 동일시할 수 없음은 말할 것도 없다.

마르크스가 거듭 강조했듯이, 사회 변동의 동력은 계급투쟁이다. 아래로부터 노동자 계급투쟁을 건설하려면, 각자 정치적 색조가 다르더라도 집단적 이익을 지키는 행동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을 단결시킬 줄 아는 정치가 좌파에게 필요하다. 이갑용 씨와 좌파노동자회의 선전을 앞세운 종파주의로는 그런 대중 투쟁에 필요한 단결을 이끌어 내기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갑용 씨와 좌파노동자회가 ‘야권연대는 (무조건) 안 된다’는 것으로 정치적 변별성을 내세우려 하는 것은, 대중투쟁을 위한 단결보다는 제도권 공식 정치의 선거판에서 독자 후보로 자신들을 차별화하는 것에 좀 더 관심이 있는 걸로 비쳐지기까지 한다.

실제로, 좌파노동자회와 이갑용 씨는 올봄에 각종 민영화 공세와 세월호 문제 등을 놓고 노동자 대중파업 건설 필요성을 주장하기보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 등에 독자 출마하는 것에 더 큰 관심과 에너지를 쏟았다.

좌파노동자회의 이갑용 씨와 허영구 후보가 자신들의 전망이나 지향에 따라 민주노총 임원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자신들의 판단 몫이다. 자신들의 주장과 실천을 조합원 대중에게서 검증받으면 된다.

그러나 애초에 관심도 없었던 좌파 공동 대응(후보 단일화)에 형식적으로 참여했다가 자신들의 판단으로 빠져 놓고는 단일화 무산의 책임을 다른 단체들에 떠넘기려 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하다.

이런 태도는 전혀 동지적 자세가 아니고 좌파답지도 않은 태도다. 우리는 노동운동 좌파 진영 내 단체들 간의 정치적 이견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환영한다. 그러나 이것은 상대방의 주장과 실천을 곡해하지 않고 공정하게 다룰 때 생산적 논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이갑용 씨의 태도는 심히 함량 미달이다.

입력 2014-11-0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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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 성명

이갑용 씨와 좌파노동자회의 진정한 정치적 견해

이갑용 씨는 1990년 현대중공업 골리앗 투쟁의 상징적 인물 가운데 한 명이었고, 1998~99년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울산 동구청장을 지내다 공무원노조 조합원을 징계하라는 중앙 정부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해 직무정지를 당했다.

좌파노동자회는 새노추(새로운 노동자정당 추진위원회)의 후신이고, 사회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 2기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본다. 좌파노동자회 허영구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김순자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었다.

이갑용-좌파노동자회는 투쟁을 강조하는 등 국민파-중앙파-전국회의 측보다 좌파적이긴 하다. 그러나 현재 노동운동과 정치세력화에 대한 진단과 비전이 꽤 부적절하고, 무엇보다 초좌파주의(말은 급진적 · 좌파적으로 하면서 실천은 종파적으로 하는 경향)로 운동을 분열시킬 위험이 적잖이 있다.

이갑용 씨는 4기 5대 이수호 집행부부터 6기 9대 김영훈 집행부까지 한 정파가 다 차지했다며 이 세력과 명확히 단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정파란 “통진당 지지 세력”을 가리킨다. 그는 “그들과 조직이 달라도 권력을 나누며 함께해 온 세력들과도 단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갑용 씨의 주장을 살펴보면, 박근혜 정권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보다 “통진당 지지 세력”과의 단절에 더 열을 올리는 듯하다. 실제로 그는 민주노총 위원장 입후보 출사표에서 “권력과 재벌의 탄압도 문제이지만, 노동자들 내에서 노동자들의 피를 빠는 세력과의 단절이 먼저”라며, “분명한 적들보다 내부의 적들과의 단절이 나의 이번 선거의 목표”라고 했다.

이갑용 씨의 핵심 논지는 대강 이렇다. ‘박근혜 정권은 욕도 하기 싫다. 민주당(새정치연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민주당과 야권연대를 한 세력들도 똑같다.’ 그래서 실제로 그는 “권력의 맛을 본 민주당, 새로운 권력이 된 통진당, 민주노총 내에서 이들을 추종하는 세력들”을 모두 “우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좌파”라며 이들이 활개 치는 민주노총을 만들겠다고 한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가 단순화시킨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다. 투쟁하는 노동자들 가운데 박근혜 막아 보자고 민주당에 표 던진 사람들이 별로 없을까? 최강서 열사가 느꼈던 절망을 피해 보고자 했던 사람들 말이다. 또, 투쟁하는 전국학비노조 조합원들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명예조합원으로 위촉한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요컨대 이갑용 씨의 태도로는 노동조합을 통한 폭넓은 단결 투쟁이 저해될 수 있다. 노동조합의 근본 기능은 노동자들이 일자리 · 임금 · 노동조건을 지키고 개선하고자 사용자에 맞서 되도록 폭넓게 단결해 투쟁하는 것이다. 여기서 큰 힘을 발휘하려면 노동조합은 같은 산업, 같은 작업장의 모든 노동자들을 그들의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질이 나쁘고 노골적인 우익이 때로 배제될 수 있다) 최대한 광범하게 포괄하려 애써야 한다. 또, 노동조합 내 정치 세력들은 (구체적 이슈들을 둘러싸고) 단결해서 투쟁할 줄 알아야 한다.

이와 반대로 이갑용 씨의 구상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분화를 노동조합 조직 자체로 끌고 들어와 장차 노동조합마저 분열케 할 위험을 제기한다. (사실, 좌파노동자회와 그 전신인 새노추는 민주노동당이 참여당과 통합하기 전부터 민주노동당과 연합하기를 거부해 왔다.)

좌파노총?

좌파노동자회가 내세우고 있는 “좌파노총” 구상에 이런 분열주의의 위험이 담겨 있다. 좌파노동자회는 민주노총으로부터의 분리를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논리적 방향은 그것을 향하고 있다.

좌파노동자회는 “민주노총은 이제 그 수명을 다해가고” 있고, “자본에 포섭”됐고, “어용의 길로 돌아섰다”고 본다. 그래서 “민주노총 혁신으로 [좌파노총이] 건설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민주노총이 문제가 많지만 고쳐서 가 보자는 식으로는 변화하는 정세에 부응하는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다.(≪새로운 시대의 총연맹, 좌파노총≫)

이런 초좌파적이고 분리주의적인 전망은 민주노총이 좌파노총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촉구하다가, 그것이 안 되면 새 노총을 만드는 것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좌파노동자회에게 이번 선거는 그 결과에 따라 새 노총을 향해 나아가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이갑용 씨와 좌파노동자회의 인식은 개혁주의(특히 노동조합 관료의)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결핍됐음을 보여 준다. 그들은 지난 15년간 민주노총 지도부가 우경화, 노사협조주의, 타협주의로 기울어 온 이유를 주로 특정 정치 경향의 문제로 연결한다. 그래서 “통진당 지지 세력”을 “몰아내”면 민주노총이 환골탈태해 “세상을 변혁할 틀”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암시한다.

그러나 1997~99년 경제 공황 이후 노동조합 운동의 경험을 공정하게 돌아보면, 노동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거나 동요하고 후퇴하고 심지어 투쟁을 배신한 것은 특정 정치 경향의 지도자만이 아니었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체로 그런 경향을 보였다. 특히 경제 위기가 심각해질 때마다 그들은 자본과 국가를 도와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이에 이럭저럭 부응했다.

이것은 개인적 결함이나 정치적 성향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노동과 자본 사이의 중재자라는 그들의 사회적 구실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노동조합 관료 내의 좌우 구분보다 노동조합 관료와 현장 조합원의 구분이 훨씬 더 중요하고 근본적이다. 물론 노동과 자본의 대립 다음으로 말이다.

이런 경향으로부터 자유로운 노조를 만든다는 것은 가망 없는 일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면, 좌파 활동가들은 노조 지도자들과 상근간부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때는 그들을 지지하고 그들이 동요하거나 배신할 때는 독자적으로 투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이 배신할 때 그들로부터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현장조합원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 중심

이와 달리 이갑용 씨는 노동조합 조직 구조 문제에 골몰한다. 그가 직선제 문제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데서 보듯이 말이다. 물론 원칙적으로 직선제가 간선제보다 좀더 낫지만, 아래로부터 현장 노동자들 자신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이 비할 바 없이 더 중요하다.

조직 구조 문제에 집착하는 맥락에서 이갑용 씨는 민주노총의 구조를 산별이 아니라 지역 본부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직 구조 변화가 좌파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이갑용 씨는 산별 지도자들에게 둘러싸여 총파업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던 1998~99년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을 떠올리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갑용 씨는 당시 자신이 드러냈던 한계를 이번에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놔야 마땅하다. 그러나 “연맹을 제치고” 가면 된다는 것은 전혀 해결책으로 보이지 않는다. 금속, 공공 같은 산별노조를 제쳐 버리고 조직 노동자들의 힘을 최대로 이끌어낼 수 있는가?

이갑용 씨와 좌파노동자회는 산별노조를 우회해 자신들의 세력을 구축할 곳으로서 지역을 강조하는 듯하다. 여기에 덧붙인 근거들을 살펴봐야 한다. 제7기 위원장 선거 당시 이갑용 선본 김홍규 정책실장은 “현재의 산별구조는 포디즘 체제 <대량생산, 대공장, 정규직>의 운동”으로, “이런 구조는 절대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를 조직할 수 없다”는 포스트모더니즘 편향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의 서경지부가 청소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고, 이런 예는 다른 산별노조에서도 얼마든지 들 수 있다.

그는 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 한국GM 비정규직 투쟁도 지역의 동지들이 책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도 일면적인 주장이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효과를 내려면 대체인력 거부가 필요한데, 이런 투쟁에서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가 사활적이다.

초좌파가 아닌 진정한 좌파라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같은 산별 또는 같은 작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연대하라고 설득해야 한다. 그런 일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마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서 그런 운동이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선을 긋는 것은 사용자측의 이간질을 통한 각개격파 전술에 말려들어 노동자 투쟁을 오히려 약화시킬 뿐이다.

금융수탈체제

이것은 이갑용 씨와 좌파노동자회의 좀더 일반적인 전망과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갑용 씨와 좌파노동자회는 ‘비정규불안정노동사회’의 철폐를 주장하면서, 오늘의 “신자유주의 금융수탈체제”가 “노동자 전체를 비정규불안정노동자로 만들고 있다”고 과장한다.

이것은 좌파노동자회가 비정규불안정노동자를 운동의 중심에 두는 노동조합 운동 재구성을 주장해 온 것의 연장선 상에 있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정규직노동자들이 자본주의적 소비를 통해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였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대공장 정규직 중심의 노동자 운동”으로 신자유주의 시대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조직을 중시하는 것은 지당하다. 그러나 “안정된 직장에서 강고한 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가 아닌 불안정한 처지의 비정규노동자를 주체로 세”워야 한다며,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를 특권적 노동귀족처럼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불안정 노동인구의 증가로 혜택을 입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처지가 악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이윤 체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공략할 잠재력이 있다.

좌파노동자회는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실업자, 알바, 장애인, 노점상, 철거민, 영세 소농 등을 비정규불안정노동자로 한데 묶는다. 여기에 금융 피해자를 포함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좌익 포퓰리즘적 주장은 노동자 계급을 그저 ‘민중’을 이루는 여러 사회집단의 하나로만 보며, 이윤이 심장인 자본주의 체제에 저항하는 투쟁에서 발휘될 수 있는 노동자 계급 고유의 잠재력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낳는다.

이갑용 씨와 좌파노동자회가 이런 분석에 기초해서는 경제 위기 시대에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려는 박근혜 정부와 기업주에 맞서 효과적인 투쟁을 이끌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 노동자 계급 정치조직들의 공동전선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 맞서기 같은 중요한 과제에 대해 적절히 응답하지 못할 것이다.

입력 2014-11-0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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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인터뷰

“박근혜 정권에 맞서 성깔 있게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간의 민주노총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또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처음 우리가 만들었던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에게 믿음을 주고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존재감이 없다는 게 제 진단이에요. 그동안 많은 이들이 ‘혁신’을 외쳤지만 이것도 전진하지 못했죠.

지금 전국에서 절절하게 싸우는 노동자들이 정말 많아요.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시대, 노동3권도 갖지 못한 노조들도 있고, 손배가압류로, 해고와 구속으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죠.

그런데 민주노총이 이런 투쟁을 방치했습니다. 각자가 싸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곳들은 이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1천 일, 2천 일 투쟁해야 하는 상황, 판사의 처분이나 국회의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죠.

그러는 동안 우리 체질이 많이 허약해졌어요. 민주노총의 신뢰도 많이 떨어졌어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이미진

쌍용차 투쟁으로 옥살이를 하면서, 굴뚝에 올라서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패배하지 말자, 평조합원들의 운동을 게을리 하면 자본이 치고 들어올 수 있고 갈라치기 공세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쌍용차 투쟁은 대리전이었는데 이런 투쟁이 지고, 지는 싸움이 반복되면 다른 노동자들도 움츠리게 되고 연대에 나서는 데도 위축된다.

정말 절박할 때 민주노총답게 싸워야 합니다. 전체 노동자들의 분노를 모아 투쟁을 조직하는 기관으로 역할을 충분히 해야죠. 선봉대장이 돼야죠.

조합원들은 싸우고 있는데, 민주노총은 그 뒤에 서서 방관만 하거나 ‘살살 가라’, ‘오늘은 거기까지만 하자’ 이렇게 지시하려면 없는 게 낫거든요.

지금은 투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미 목전에 다가오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악,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문제, 끝없는 노동의 유연화, 손배가압류, 기본권 쟁취, 최저임금 등의 문제들…. 이런 문제들을 하나로 모아 투쟁해야 해요.

민주노총이 지도력을 찾고 전체 노동자들의 희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투쟁을 위한 큰 발판을 마련해야, 2천만 노동자의 대표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2009년 77일간 영웅적인 점거 파업을 벌인 쌍용차 노동자들 한상균 후보는 당시 지부장으로 투쟁을 이끌었다. ⓒ이미진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를 위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혁신과 투쟁, 모든 후보들이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죠. 이건 무슨 거창한 어젠다를 발굴하거나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거나 할 문제는 아닐 겁니다.

과연 이 시대에 체념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누가 어떻게 모을 것이냐, 그것을 어떻게 한 판 싸움으로 만들 것이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내 일이 아닌데 함께 싸워야 하느냐’는 얘기도 팽배한데, 이것을 어떻게 다시 나의 일, 우리 일, 다음 세대의 일로 공감하고 갈 수 있느냐의 문제죠.

제가 생각할 때, 우선 지도부가 맨 선두에 서서 모든 걸 걸고 투쟁해야 합니다. 어떤 회유나 탄압이 있더라도 싸울 각오가 필요하죠. 나부터 헌신하고 그 마음들을 모으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저 한상균 후보를 지지하는 조합원들에게 선거 과정에서부터 말할 겁니다. 나와 함께 투쟁의 선봉에 서자고 설득할 겁니다. 저에 대한 지지는 바로 투쟁하라는 조합원들의 명령이고, 결의인 거죠.

박근혜 정권과 힘 있게 한 판 싸움을 벌이는 것. 이것이 다음 민주노총 집행부의 가장 중차대한 임무라고 생각해요. 조합원들에게 희망을 제공할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을 해야 합니다. 정권과의 대결은 피할 수 없는 문제예요. 사실 지금 노동자들이 처한 문제들은 개별 사업장의 노자 간에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지금 단 한 번의 승리가 절박합니다. 가슴이 뛸 정도의 투쟁, 승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당면한 현장의 투쟁에 힘을 모아서 반란을 조직해야죠. 공적연금, 민영화의 문제로 투쟁을 모으고, 바닥에서 분출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을 모으면서 말이에요.

투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지난해 12월 22일처럼 저들이 우리의 심장부(민주노총 본부)를 짓밟을 때는 눈치 볼 거 없죠. 그럴 때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이 땅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선언하고 공장을 멈추게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세월호 참사 대응에서도 사실상 골든타임을 놓쳤어요. 민주노총은 우왕좌왕하면서 제대로 입장도 내지 못하다가, 대책기구가 구성되면서는 수백 개의 소속 단체 중 하나로 들어가 있는 수준이었어요. 이런 투쟁에서 자신의 책무를 분명히 할 때, 민주노총이 이 사회 민주성을 회복하고 전체 노동자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는 인식을 만들 수 있어요.

이런 투쟁을 벌일 때, 그 대의 앞에서는 정파 간 갈등은 부차적인 거라고 봅니다. 노선 갖고 싸울 때는 하더라도, 투쟁할 때는 모여야죠. 저는 이런 마음을 모아나갈 자신이 있습니다.

‘현장이 죽었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쌍용차 파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이 싸웠다는 겁니다. 사실 당시 지도부는 조합원을 믿었을 뿐이에요. 조합원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투쟁했던 겁니다.

현재 많은 사업장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여전히 민주노조가 희망이라는 걸 가슴에 담고 있을 거라고 봐요. 전국을 돌아보면, 많은 노동자들이 처절하게 싸우고 있어요. 각 산업별로 들어가면 치고 들어오는 공격이 많습니다. 투쟁은 피할 수 없는 거거든요.

민주노총이 이런 투쟁을 하면서 성깔을 보여 줘야, 조합원들도 ‘그래, 민주노총이 잘하는구나, 해 볼 만한 동네구나’ 하면서 다시 모여들 것이라 생각해요.

△2009년 점거파업을 하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 ⓒ이윤선

민주노총이 ‘계급 대표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비정규직 문제입니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의 주체로 나서고 있고, 이를 키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투쟁해서 불법파견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확실히 끌어올렸습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 투쟁, 희망연대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 투쟁. 이런 투쟁으로 조직도 확대됐습니다.

이들이 스스로 투쟁해 근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힘이 될 거고.

그런데 이런 비정규직 투쟁이 잘 되게 하려면, 구호만 갖고 되는 건 아니거든요.

케이블 노동자들도 정규직이 이들을 존중하고 손을 잡아 주면서 투쟁이 시발되기도 했어요. 제조업 사내하청도 그랬거든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를 남의 문제로 볼 것인지, 아니면 나의 문제로 볼 것인지. 그에 따라 조직률이나 투쟁에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죠.

그동안 민주노총의 주류를 이뤄 왔던 대공장의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나와 내 가족과 모두의 미래에 관한 문제로 정확히 바라봤을 때, 이 투쟁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봅니다. 비정규직 연대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민주노총의 대의, 원칙으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그동안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이 분출했는데, 민주노총이 이것을 주요 과제로 안지 못하고 방치하는 모습을 봤어요. 이래선 안 됩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동지들의 울타리가 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정규직 투쟁을 전체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끌어 안아야 해요.

물론, 민주노총이 미조직 사업을 안 한 게 아닙니다.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전략조직화 사업도 벌였습니다.

그런데 조직화 사업이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조직화 사업으로만 접근해서도 안 돼요. 허황된 구호로도 희망을 주지 못합니다. 투쟁을 확대해서 승리를 일궈야, 조직도 확실히 넓힐 수 있습니다.

이른바 ‘통합후보’ 논의를 통해 출마한 상대후보가 있습니다. 민주노총 전직 간부들이 이런 주장에 힘을 싣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단일 지도부를 꾸려 조용하게 선거를 치르자는 얘기에는 동의할 수가 없어요. 위에서 짝짜꿍 해서 지난 시간을 반복하자고 엄청난 돈을 들여가며 직선제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건 조합원을 무시하는 거예요.

직선제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길 거라는 우려도 있지만, 저는 우리 조합원들을 믿어요. 훌륭하게 잘 수행할 거라고 봐요. ‘통합후보’가 현재의 민주노총을 정확히 진단하고, 거기에 맞는 발전적 과제를 제시할 것인지 여부는 조합원들이 판단하겠지요.

선거 전에 정파 간 연합으로 당선을 쫓는 것은 진정한 단결이 아니예요. ‘대동단결’을 말하려면, 민주노총을 어떻게 단결시키고 투쟁을 만들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인터뷰 · 정리 박설

입력 2014-11-0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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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선거

말대로 실천하는 투쟁적인 지도부가 필요하다

민주노총 8기 임원 선거가 시작됐다. 첫 직선제인 이번 선거는 4개 후보조가 등록해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조합원들이 직접 참가하는 직선제인 만큼 민주노총이 나아갈 방향과 과제를 둘러싸고 조합원들의 활발한 토론 속에 치러질 수 있어야 한다.

기호 2번 한상균-최종진-이영주 후보는 몇몇 좌파단체들과 활동가들이 공동으로 지지하는 후보조다. 9월 말부터 여러 좌파단체들은 민주노총 직선제에 공동 대응해 투쟁적인 지도부를 세우고자 논의했다.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노동자혁명당추진모임, 좌파노동자회 등이 이 논의에 참가했는데, 좌파노동자회는 내용적 이견과 후보선출 방식 문제로 이 논의에서 비교적 초기에 이탈했다. 나중에 다시금 단일화가 논의되기도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한상균-최종진-이영주 후보조와 그 지지 단체 · 활동가들은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만들자는 데 강조점이 있다면, 좌파노동자회는 민주노총의 조직 · 재정 체계 개편 같은 혁신과제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뻥파업

지금 민주노총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변화는 바로 투쟁하는 노동자 단체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노총(산별연맹 포함) 지도자들은 정리해고로, 비정규직으로, 민영화로, 손배가압류로 내몰려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버팀목이 돼 주지 못했다.

그동안 많은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투쟁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총파업은 번번이 철회되거나 형식적 동원을 넘어서지 못했고, ‘뻥파업’이라고 조롱을 받았다.

계급 대표성이나 사회적 위상 하락 문제도 이것과 직결된 문제다. 계급 대표성은 단지 조직률 높이기가 아니라 전체 계급의 편에서 투쟁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이 가장 높았던 때는 1997년 대중파업으로 노동자가 사회를 좌우하는 듯한 힘을 보여 줬을 때다.

지금 박근혜는 장기 불황의 고통을 노동자 계급에 전가하고자 굳건하게 신자유주의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투자활성화’, ‘경제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정책들은 민영화, 임금억제, 노동 유연화, 노조 권리 억압 등 죄다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들이다. 이에 맞서 단호히 저항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을 지킬 수 없다.

박근혜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특유의 냉혹함으로 공세를 밀어붙이는 데 반해 민주노총 지도부의 대응은 흔히 맥없고 무기력했다.

철도 노동자, 교사 노동자, 건설 노동자, 삼성전자서비스와 통신 노동자들은 박근혜 시대에도 저항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하지만 이런 투쟁들은 대개 각 개별 부문에 내맡겨져 있었다. 특히, 철도 노동자들이 23일간의 파업을 벌이고 민주노총 본부가 침탈당했을 때조차 민주노총 지도부는 즉각적 파업 선언으로 이에 맞서지 못했다.

통상임금 문제는 또 다른 사례다. 통상임금은 정 · 재계 모두 그 폭발력 때문에 걱정이 여간 아닌 쟁점이었지만, 민주노총(과 관련 산별연맹) 지도자들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노동부 지침에 반대해 총연맹 차원의 투쟁을 조직하지 않았다.

승리를 위한 전략

한상균-최종진-이영주 후보조는 민주노총을 투쟁하는 기관으로 복원하고 말한 대로 투쟁하는 언행일치 지도부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조합원들이 목말라 하는 승리를 이루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승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박근혜의 핵심 전략을 꿰뚫어 보고 그것을 분쇄할 수 있는 우리 편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 박근혜는 상이한 공격에 직면한 노동자들이 연대해 저항하지 못하도록 이간질로 각개격파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악을 추진하면서 ‘철밥통’ 논리로 공무원 · 교사 노동자들을 고립시키려 하고, 임금체계 개악을 추진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는 식이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서로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이 연대해서 맞서는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이간질에 놀아나지 않도록 이데올로기적 · 정치적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조직 노동계급, 특히 공공부문과 대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회의가 노동운동 내에 확산돼 있는 상황은 연대의 추진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우리 편의 약점이다. 공공부문과 대공장 노동자들을 배부른 존재 또는 신자유주의에 포섭된 집단으로 치부하면서, 그들의 조건을 방어하기를 꺼린다면 정부의 공공부문 공격을 막아 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런 문제와 잘 대결하지 않는다면, 전투성만으로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는 어렵다.

또한 민주노총의 투쟁하는 지도부는 단지 조합원들만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 계급과 차별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투쟁해야 한다. 단지 경제적 요구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투쟁해야 한다.

이런 의제를 제기하며 분출하는 거리의 저항에 민주노총은 민감하게 응답해야 한다. 거리의 운동과 조직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이 연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투쟁을 전진시키는 결정적 힘을 제공해야 한다.

투사들의 구실이 중요하다

좌파적 투쟁적 지도부가 들어선다고 해서 민주노총이 안고 있는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좌파적 지도자들이 실망을 안긴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이 스스로 투쟁에 나설 만큼 자신감이 높지는 않지만 사용자와 정부에 맞서 잘 싸워 줄 지도부를 원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투쟁적 지도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자신감이 부족해 독자적으로 싸우지는 못했던 노동자들도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파업을 선언하면, 안전감을 느끼면서 파업에 나설 수 있다.

좌파 활동가들은 이런 기회를 이용해 기층에서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기층 조합원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력 투쟁 역량을 키워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장 조합원들의 자주적 활동성을 고양시키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바뀌어도 산별연맹 또는 대공장 노조 지도자들이 꿈쩍하지 않으면 투쟁이 되겠느냐는 회의도 있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투쟁에 나서는 것을 통해서만 이를 변화시킬 힘이 제공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좌파 활동가들이 기층에서 실제 투쟁을 조직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입력 2014-11-0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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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 지난 민주노총 상층 지도자들의 약점 1

파업은 주머니 칼이 아니다

김문성

전재환 선본은 이렇게 주장한다. “민주노총은 이제 산별연맹과 기업별 임단협 투쟁을 뛰어넘[고] … 시기 집중이라는 방식을 탈피하여 민주노총 중심성을 확보 … 전략적 투쟁과제를 제시해야 [한다.]”

사실 민주노총 집행부가 개별 사안에 총파업을 남발하지 말고, 정치투쟁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은 제5대 이수호 집행부가 2004년 민주노총 임원 선거에서 내놓은 바 있다.(“준비된 총파업”)

당시 중앙파 집행부는 실질적인 투쟁 조직은 하지 않으면서 파업 계획만 남발한다는 투쟁적 조합원들의 불만을 샀다. 이수호 · 이석행 후보 조는 이를 차용해 선거에 이용한 것이다.

‘파업을 남발하지 말자’는 주장은 그동안 파업을 회피한 소심함과 개혁주의를 은폐한 채, 투쟁을 자제하고 교섭(개별, 산별, 노사정)을 더 중시하자는 말이다.

이런 입장은 조직 노동계급 전체를 동원하는 정치투쟁에도 전혀 이롭지 않았다.

이수호 집행부는 ‘2006년 준비된 총파업’을 말해 놓고는 2004~05년에는 노무현 정부와의 사회적 합의에 매달렸다. 결국 정부의 비정규직 악법, 노사관계로드맵 추진을 막지도 못하면서 투쟁 동력만 갉아먹다가 2005년 강승규 부위원장의 수뢰 사건 폭로로 중도 사퇴했다.

지도부가 파업 건설에 소홀했는데도 2004년 11월 비정규 악법 반대 하루 파업에 15만 명(단체행동 포함하면 21만 명)이 참가했다. 그러나 1년 뒤 연말 두 차례 총파업에는 6만, 2만 명이 참가했다. 2006년 조준호 집행부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3월 하루 총파업에 19만 명이 참가했는데, 정작 법안이 통과된 11월 말과 12월에는 10만 명도 안 됐다.

조준호 집행부와 산별대표자회의는 노사관계로드맵의 연말 통과가 불확실하다며 12월 15일 파업을 취소해 버렸다. 엿새 뒤에 악법은 여유 있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폴란드계 독일인 마르크스주의자이자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는 노동조합 상층 관료들의 어리석음을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대중파업을 위급할 때를 대비해 호주머니 속에 접어 넣어 두었다가 마음 먹으면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주머니칼처럼 생각[한다].”

노동자들은 당면한 투쟁을 외면하는 지도부를 보며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지도부의 투쟁 호소에 사기가 떨어지거나 신뢰를 잃은 노동자들이 호응하기는 쉽지 않다. 2008년 촛불운동이나 세월호 참사 같은 정치적 운동에서 이런 지도자들이 정작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입력 2014-11-2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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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정치 방침” 관련 ‘노동자연대’의 입장이 “4번 진영 후보와 같은 성격”이라는

허영구 후보의 기회주의적인 발언에 답함

김인식

허영구 후보가 민주노총 ‘정치 방침’과 관련해 넌지시 ‘노동자연대’를 겨냥하면서 “4번 진영 후보와 같은 성격”이라고 비판했다. 11월 29일 ‘2014년 민주노총 선거 위원장 후보자 TV토론’(<국민TV>)에서 허 후보는 “다 아시리라 생각해” “[단체] 이름을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누가 봐도 허 후보가 가리킨 단체는 우리 단체였다.[올해 3월에 ‘노동자연대’로 이름을 바꾸기 전 단체명은 ‘다함께’(2001년 6월∼2014년 2월)였다. 이 글에서는 독자들이 읽기 편하도록 편의상 노동자연대로 통일했다.]

노동자연대가 (1) “2002년 대선 때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는 계급 투표”라고 했고, (2)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2010년 지방선거 때 진보정당 통합을 대중적으로 책임 있게 공식화한다고 입장을 밝힌다”고 했으니 (3) 고로, “배타적 지지나 진보대통합, 큰 틀에서 보면 4번 진영 후보와 같은 성격이라 할 수 있다.”

허 후보가 TV 토론에서 55초 동안 발언한 내용이다. 논리 비약이 심한데다 견강부회다.

아마 허 후보는 한상균 선본 내 차이를 부각시킬 의도였던 것 같다. 과거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 방침”이나 2010∼11년 진보대통합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를 놓고 한상균 선본에 참여한 단체들 간에 이견이 있다.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분열 이후 전변한 진보 정치 배치 상태로 말미암아 사실상 실효성도 없어진 이 쟁점들이 지금 민주노총에 단연 중요한 문제일까?

물론 민주노총의 “정치 방침”이 무시해도 좋을 만한 사소한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수는 없다. 지금 민주노총에 단연 중요한 과제는 박근혜 정부의 파상 공세에 맞서 어떻게 노동계급의 조건과 이익을 방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럴 때 저마다 다른 정치 프로젝트를 민주노총이 채택하도록 강요하려다 노동조합이 분열하게 만드는 것은 극히 어리석은 짓이다. 노동자연대는 이런 상황 인식에 따라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강조하는 한상균 선본에 참여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 “정치 방침”을 중요한 선거 쟁점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후보들이 있다. 허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차별성을 그으려고, 전재환 후보 진영(아마도 정용건 후보 진영도)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이른바 ‘어게인 민주노동당’) 허망한 발상에서 그렇게 하는 듯하다.

이 글에서 허 후보 진영의 정치 프로젝트를 세세하게 다룰 수는 없다. 그럼에도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로 출마하신 분이 해당 단체의 입장을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먼저, (1)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허 후보에게 묻고 싶다. 즉, 2002년 대선에서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해서는 안 됐다는 말인가? 또, 권영길 후보에게 투표한 게 “계급 투표”로 볼 수 없었다는 것인가?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결정하던 시기에 허 후보는 민주노총 부위원장이었다. 2002년에도 발전 파업과 관련해 노동부와 민주노총의 “잠정 합의안”에 책임지고 사퇴할 때까지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기도 했다. 2004년에는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후보로도 출마했다. 이 선거에서 허 후보는 보수 정당들과의 공조, 특히 열린우리당과의 정책 공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책 공조가 가능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허 후보가 요즘 하도 야권연대 무조건 반대를 주장하시길래 한마디 보탠다.

물론 견해가 바뀔 수는 있다.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다만, 견해가 바뀌었으면 바뀌었다고 밝히고, 왜 바뀌었는지를 말하는 게 정치적으로 정직한 태도다. 그렇지 않고 슬그머니 견해를 바꿔 다른 단체를 공격하는 것은 부정직한 태도다.

“배타적 지지” 방침

민주노동당은 1987년 이래 꾸준히 확산돼 온 노동자 정치세력화 염원의 표현이었다. 허 후보도 TV 토론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2000년 들어와서 노동자 정치가 정치 쟁점화되고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자 진보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 물론 민주노동당의 핵심 기반은 언제나 노동조합 지도자들이었다.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를 통해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은 조직 노동자들 대부분이 더는 부르주아 자유주의 정당에 정치적으로 의탁하지 않고 자체의 정당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반영했다. 비록 그 당의 지도자들이 부르주아 자유주의 정당과 정치적으로 단절하지 못하는 약점을 때때로 드러내곤 했지만 말이다. 당 역사의 후기로 갈수록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그럼에도 부르주아 자유주의 정부의 배신과 개혁 파탄으로 생겨난 왼쪽 공백을 일부 메우는 구실을 했다. 물론 혁명적 강령에 근거해서 그런 게 아니라 개혁주의적 강령에 근거해서 그럴 수 있었다.

지금까지 논의한 바로 그 이유로 사회주의자들은 민주노동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해야 했다.

안타깝게도, 대다수 급진좌파들은 민주노동당에 비타협주의적 태도를 취했다. 예컨대, 옛 사회당(좌파노동자회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의 지도자들은 민주노동당을 “가짜 노동당”이라고 규정하며 흔히 종파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런 방식으로는 개혁주의자들과 그들이 노동자 계급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에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1백 년도 더 넘는 역사적 교훈 하나는 사회민주주의의 영향력을 무시하는 것은 크나큰 오류라는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은 개혁주의자들을 지지하는 노동자 대중을 우리 편으로 끌어오기 위한 전술들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혁명가들은 사회민주주의 정당을 지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공동전선 전술들을 발전시켰다.(노동자연대는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입당 전술을 사용했다.)

2002년 대선, “계급 투표”, 사회당의 ‘사회주의 후보’ 전술

허 후보는 2002년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를 지지한 게 “계급 투표”가 아니라고 함축한다. 당시 대선에서 이회창 VS 노무현 VS 권영길이 대결했다. 이회창은 자본가 계급이 지원하는 주류 정당의 후보였다. 노무현은 자본가 계급 비주류 정당의 후보였다. 물론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많은 개혁주의자들도 그를 지지했다는 사실을 모른 척할 수는 없다. 한편, 권영길은 조직 노동자 계급의 공식적인 후보였다. 이 대결 구도에서 노동자들이 권영길 후보에게 투표하는 게 “계급 투표”가 아니고 무엇인가.

혹시 허 후보가 김영규 후보를 출마시킨 사회당-좌파노동자회 쪽에 아첨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회당은 2002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과의 선거 연합을 거부했다. 민주노동당을 NL, 개량주의자들, 금속연맹과 민주노총의 타락한 지도자들이 결탁해 만든 “주류 연합”이자 “타협적이고 개량주의적 사회민주주의” 당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좌파는 우선 모여서 하나가 되어야만,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주사-국민파, 개량-중앙파를 밀어내고 공식적 대중 권력이 됨으로써 대중을 분기시켜 이 더러운 체제와 맞서는 싸움을 시작할 수 있다.”(사회당 대선기획위원회, <통일 좌파>)

사회당 지도부는 전체 노동계급의 현재 의식과 극소수 노동자의 정서를 완전히 혼동했다. 선진 노동자 대중은 당시 노동조합의 울타리를 넘어 정치화의 여정을 막 시작했다. 계급의 의식이 불균등하게 발전하므로 이 과정은 결코 단선적이지 않다. 게다가 당시 대선에서 권영길과 노무현 둘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뜨거운 정치 논쟁의 일부였다. 당시 정통 스탈린주의 NL 경향이 차악 논리를 내세우며 노무현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냐 사회당이냐 하는 문제는 극소수 좌파의 관심사였을 뿐이다.

원칙과 전술을 구별할 줄 아는 현명한 좌파라면 전술 문제에서 대중의 경험과 의식을 건너뛰는 미숙한 판단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사회당은 애써, 부자연스럽게 자신을 민주노동당과 구별지으려 했다. 사회당은 ‘사회주의 후보’ 전술을 채택했다. 그러나 사회당이 주장하는 “사회주의”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모호했다.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한다는 민주노동당 강령과 어떻게 다른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사회당은 굳이 “사회주의”라는 ‘변별적 표지’를 내세우며 대선에 따로 출마했다. 결과적으로 사회당의 선거 전술은 사회당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김영규 후보는 겨우 2만 2천여 표(0.1퍼센트)를 득표했다.(권영길 후보는 95만 7천여 표를 득표했다.)

그렇다고 지금 “배타적 지지” 방침이 필요하다거나 부활시키자는 주장이 아님

2008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열 이후 노동자연대는 이미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이 노동계급의 단결을 해칠 위험성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노동자연대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잣대는 노동계급의 단결이었다.

그러나 몇 년 뒤, 선진 노동자들의 정치적 단결 정서는 배타적 지지 방침 철회보다는 압도적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재통합 요구로 나타났다. 노동자연대가 2010∼11년 진보대통합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2011년 9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은 좌절됐다. 이를 명분으로 민주노동당 당권파는 오히려 그해 11월 참여당과 통합하는 지경으로 나아갔다. 노동자 계급의 장기적 이익을 희생시켜 단기적(특히 선거를 겨냥한) 이익을 노골적으로 추구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한 정당만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려 한다면 노동계급의 단결을 크게 훼손하고 큰 분란을 자초할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연대는 민주노총이 복수의 진보 정당에 지지를 개방하는 진보 다원주의 정치 방침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당 같은 노골적인 자본주의적 정당을 지지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면서 말이다.

진보대통합

앞에서 밝혔듯이, 노동자연대가 2010∼11년 진보대통합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은 사실이다. 부르주아 자유주의 세력을 제외한 진보 정치 세력들의 연합을 통해 자본가 정당들 왼쪽에서 정치 대안을 구축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자주파의 ‘진보대통합’은 민주당과의 연립정부 수립을 최종 목표로 한 인민전선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자주파는 참여당 같은 부르주아 자유주의 세력도 포함하는 ‘진보대통합’을 추진했다. 즉, 자주파의 노선은 참여당을 포함한 ‘진보대통합’ → 민주당과의 전략적인 야권연대 → 연립정부 수립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전재환 후보 진영 내 전국회의 경향은 지금도 인민전선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11월 23일 진보당 임시당대회에서 통과된 ‘단결과 혁신안’을 보라. “우리는 진보대통합에 튼튼히 기초해서 야권연대를 복원하기 위해 앞장서 노력해 나갈 것이다.”

물론 전재환 후보 진영은 공식적으로 진보대통합(소위 반박근혜전선)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내부 사정은 복잡하다. 전국회의는 인민전선을 희망한다. 반면, 나순자 사무총장 후보가 속해 있는 노동 · 정치 · 연대는 진보당과의 사안별 연대를 넘는 조직 통합은 한동안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재환 위원장 후보는 진보 정치의 사분오열과 갈등에 실망한 나머지 실제로는 진보 정치 재편에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속사정을 알면, 전재환 후보 조의 진보대통합 공약이 민주노총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명분용이자 담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동자연대는 이미 2010∼11년 자주파의 인민전선적 진보대통합 노선에 반대해 치열하게 투쟁했다. 안타깝게도 다른 급진좌파들은 이 중요한 투쟁에 실질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다.

이상과 같은 상황 전개 과정을 모를 리 없는 허 후보가 느닷없이 노동자연대가 전재환 후보 진영의 진보대통합과 같은 입장이라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여전히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민주노총의 위원장 후보로 출마하신 만큼 허 후보가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언사는 삼갔으면 좋겠다.

입력 2014-12-0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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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 전재환 후보 조

“준비된 투쟁”론은 당면 투쟁을 회피하는 핑계일 뿐

김문성

민주노총 임원선거 기호4번 전재환 · 윤택근 · 나순자 팀(이하 전재환 선본)은 핵심 기치로 “준비된 통합 지도부”를 내세운다.

전재환 선본은 십수 년간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 층의 주류를 이뤄왔던 세력들(이른바 중앙파 · 자주파 · 국민파)이 연합한 후보 조다. 현 집행부 승계 후보 조이기도 하다. 후보들 자신도 각각 금속, 보건, 지역본부에서 위원장 자리를 거쳤다. 민주노총의 핵심 의결 · 집행 기구인 중앙집행위원회의 구성들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상층 활동 경험이 많은 것을 강점으로 삼고 있다. 폭넓은 대표성을 갖고 있고 상층 경험이 많으니 민주노총의 “통합과 단결”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투쟁성이라는 면에서 보면 결정적 약점이다. 이들은 민주노총 상층의 보수적 투쟁 회피와 관료적 타성이 낳은 폐해에 공동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전재환 선본의 주장에서 이에 대한 반성적 평가는 거의 없다.

전재환 후보는 2005~06년 비정규직 악법 통과 국면에서 금속연맹 위원장과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을 지냈고 오랫동안 중집의 구성원이었다. 그러니 전재환 후보가 중앙 임원을 하지 않았으니 자신은 책임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안일하다. 어쨌든 그는 동료 관료들의 무사안일과 타성, 개혁주의를 전혀 비판하지 않는다.

전재환 선본은 2016~17년 총 · 대선에 맞춰 준비된 투쟁을 하자고 주장한다. 당장 박근혜 정부의 파상공세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계획은 무책임한 투쟁 대기론일 뿐이다.

또, 지역 순회 연설회에서 ‘사업 계획과 예산을 중앙위로 넘기고, 대의원대회는 중앙위 결정을 추인하는 기관으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의결 기관의 기능을 약화시켜 관료적 조율과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는 것은 그동안 민주노총 지도부가 대의원대회의 투쟁 결정을 임의로 유보 · 철회시키는 식의 태도를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료주의가 낳은 문제를 관료주의를 강화해 해결할 수는 없다.

‘나중에 보자는 놈 치고 무서운 놈 없더라’

전재환 선본의 강조점은 “준비된 투쟁”론에 있다. 당선 후 1년 간 준비해 2016~17년 총 · 대선 일정에 맞춰 노동계급 전체의 요구를 걸고 정치투쟁을 하자는 것이다.

전재환 후보는 TV 토론에서 ‘긴박하다고 해서 현장이 준비가 안 돼 있는데 총파업 동참할 리 없다. 준비된 공세적인 파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급 전체의 요구를 걸고 전 조합원이 함께 준비하고 투쟁하자는 것에 투사라도 이의는 없을 것이다. 단위노조 임단협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된 투쟁”론의 문제점은 ‘준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준비’를 이유로 지금 당면한 투쟁들을 회피 · 외면하는 것이 진정한 문제다.

지난해 말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 탄압과 민주노총 침탈에 광범하고 즉각적인 분노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는 즉각 대중적 항의를 선언하지 않고 준비가 필요하다며 2월 말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런 소심한 대응은 민주노총 본부 침탈로 무리수를 둔 정권에 도리어 한숨 돌릴 여유를 줬고, 정권의 탄압에 대한 노동자들의 촉각만 둔감해졌다.

정작 두 달을 준비했다는 파업은 정권과 기업주들에게 별 타격을 주지 못했다. ‘나중에 보자는 놈 치고 무서운 놈 없더라’는 말이 들어맞은 상황이었다.

사상 초유의 민주노총 침탈  민주노총 집행부는 즉각 파업하자는 선언조차 하지 않았다. ⓒ사진 이윤선

준비된 투쟁론과 정권 교체

민주노총의 전략적 정치적 투쟁의 시기가 총대선 시기로 맞춰진 것을 보면, 이 투쟁의 핵심 목표는 정권 교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교섭의 대상이 될 개혁 정부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불가피하게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연대로 귀결된다.

이를 위한 핵심 수단 하나가 “진보대통합”과 “반신자유주의 반박근혜 범국민전선”이다. ‘진보정치 통합’이 민주노총이 승리하는 야권연대―정권교체로 가는 지렛대인 것이다.

이는 제9대 김영훈 집행부가 2012년 총 · 대선 국면에 추구한 전략이다. 전략적 야권연대를 위해 노동운동의 투쟁성과 독립성을 약화시킨 결과, 정치 지형을 노동계급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총선 승리 후 총파업’ 계획은 총선 패배 후 흐지부지 없던 일이 돼 버렸다.

한편, 전재환 선본의 전략은 진보당 중앙위가 인준한 “당 혁신과 진보정치 단결을 위한 우리의 출발” 문서와 흡사하다. 중앙파와 국민파 지도자들 다수가 노동정치 재편에서 진보당을 배제하자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선거 연합을 하고는 이제 그들의 전략을 그대로 채택한 것이다.

진보당은 이 문서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새로운 진보대통합은 민주노총 전농 전여농 중심의 진보대통합이어야 한다 … 진보대통합에 기초해서 야권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진보대통합

그러나 최근의 쌍용차, KEC, 현대차 비정규직, 철도, 전교조, 공무원연금 등 숱한 문제에서 새정치연합은 중재를 자처하며 노동자들이 투쟁을 중단하고 불필요한 양보를 하도록 종용하는 구실을 해 왔다. 이 당이 자본가 계급의 비주류에 기반을 둔 친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계급의 투쟁성과 독립성을 해치고 일관된 투쟁 건설 노력을 해친다.

더구나 이런 전략에 따라 ‘진보대통합’을 민주노총 지도부가 추구한다면, 그것은 배타적 지지 방침 결정 시도로 이어져 필연적으로 노동운동을 분열시켜 약화시킬 것이다.

진보 · 좌파 다원주의와 정치 방침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노동조건과 생활조건의 방어를 위해 특정 부문의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는 조직이다. 정치적 견해는 불가피하게 다양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동당이 2008~12년에 사분오열해 재규합이 난망한 지금, 진보정당과 좌파들 안에서 자유롭게 지지를 선택하는 진보 · 좌파 다원주의가 투쟁으로 조합원들을 단결시키는 데에 현실적이고 현명하다.

한편, 전략적 야권연대는 분명히 반대해야 하지만, 모든 야권연대가 문제라는 좌파 일각의 고집은 지나치다. 국회에서 특정 개혁 입법 발의를 쟁취하거나 특정 악법을 저지하려고 부르주아 야당과 불가피하게 전술적 공조를 취해야 할 때도 있다. 선거에서 특별히 수구적인 후보에 맞서, 그리고 그에 비해 민주당 후보가 노동자들에게 진보적으로 비쳐지는 인물일 때 특정 선거구에서 후보 단일화 추진이 불가피할 때가 있다.

최근 노동조합 투쟁이 어려움을 겪은 것이 야권연대 노선 탓만은 아니다. 민주노총 상층 지도자들의 투쟁 회피와 개혁주의가 가장 큰 약점이었다.

입력 2014-11-2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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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 지난 민주노총 상층 지도자들의 약점 2

진정한 책임의 회피

김문성

기업과 산별 노조는 임단협을 하고, 민주노총은 정치투쟁을 하자는 것은 일종의 역할 분담론이다. 개혁주의에 특징적인 정치 운동과 경제 운동의 분업이 노동운동 내에서도 구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 부분의 투쟁이라 해도 시기와 상황에 따라 노동계급 전체의 이익이 걸린 투쟁이 될 수 있다. 개별 투쟁들의 성패가 불가피하게 전체 계급 세력균형에 영향을 주곤 한다.

그러나 역할 분담론은 민주노총이 매우 중요한 부분의 투쟁에 대한 연대 건설을 회피하는 것으로 귀결되곤 했다.

비정규직 악법 시행 시기와 맞물린 2007년 이랜드 · 뉴코아 점거 파업은 비정규직 악법의 기만성을 폭로하고 비정규직 의제를 한국 사회의 중심에 올려 놓았다. 파업은 광범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수호―조준호 집행부를 계승한 이석행 집행부는 외곽 지원만 조직했을 뿐, 실질적인 연대 조직은 서비스연맹에 맡겨 놓았다. 투쟁은 결국 1년을 넘게 끄는 장기 투쟁으로 가야 했다.

세계경제 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와 이에 맞서는 점거 파업도 경제 위기 고통전가 문제에 대한 불만의 초점을 이뤘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77일간이나 공장을 점거하고 살인 진압에 맞선 것은 노동자들의 전투성이 살아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기업주들이 똘똘 뭉쳐 공격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도 노동계급 전체의 방어를 조직해야 했다. 그러나 통합 집행부였던 임성규 집행부는 이런 책임을 회피했다. 오히려 양보교섭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연대 파업 책임은 금속노조로 넘겨졌고, 금속노조 지도부는 질질 끌며 경찰에 진압되면 연대 파업을 벌이겠다는 등 투쟁을 회피했고, 결국 파업은 패배했다.

박근혜 정부의 각개격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민영화와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려고 벌인 철도 민영화에 맞선 파업에 민주노총이 제대로 맞서지 못해 투쟁은 어려움을 더 겪었다.

세월호 참사 책임 규명 운동에 노동자들의 경제적 능력이 적용되지 못한 것도 덧붙여야겠다. 왜 노동자들은 그들의 직접적인, ‘먹고 사는’ 문제를 위해서만 파업할 수 있다고 노조 지도자들은 보는가? 5월부터 교황 방문 때까지 적어도 두 차례 항의성 하루 또는 이틀 총파업의 기회가 있었다. 또는 임단투 시기 조율 방법으로 정권의 핵심 기반인 대기업의 이윤에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

이제 투쟁적 조합원들은 이런 무사안일한 지도자들을 뽑지 말아야 한다.

입력 2014-11-2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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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 허영구 후보 조

민주노총 혁신 과제의 문제점

박원영

기호3번 허영구 후보 조는 좌파노동자회가 낸 팀이다. 좌파노동자회는 이번 임원 직선제에 대한 좌파 공동 대응 논의에 참가했다가 중도 하차했다. 독자 후보를 내서 좌파노동자회 고유의 주장을 선전하는 데 더 큰 의의를 뒀기 때문인 듯하다.

그 고유의 주장은 “5대 혁신과제”로, 목표 · 주체 · 투쟁 · 조직 · 노동자정치라는 5대 영역에서 민주노총을 혁신하자는 것이다. 좌파노동자회가 이 제안의 핵심이라고 스스로 밝히는 과제는 불안정비정규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조직체계와 재정체계의 개편”이다.

또 다른 좌파 후보인 기호2번 한상균 후보 조가 투쟁을 강조하는 반면, 허영구 후보 조가 조직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꽤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투쟁해야 혁신도 있다” vs “[혁신 없이 ─ 인용자] 투쟁을 강조한다고 투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그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쟁이 아니다. 좌파노동자회가 조직 혁신을 강조하는 것은 그 단체의 더 깊은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이런 점에서,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허영구 후보가 한상균 후보 측의 비판을 의식한 듯이 “투쟁과 혁신은 함께 해야 한다”고 말을 바꾼 것은 아쉽다. 물타기보다는 문제의식을 선명히 드러내는 게 독자 출마의 목적을 성취하는 데도 도움이 될 텐데 말이다.) 이하에서 그 문제의식을 살펴보자.

혁신의 주체는 누구인가?

좌파노동자회는 민주노총이 “자본에 포섭”됐고, “어용의 길로 돌아섰[고]”,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고 본다. 그들이 겨누는 비판의 대상은 상층의 개혁주의적 지도자들만이 아니다. 민주노총의 주요 구성원인 정규직 노동자도 그들의 표적이다.

허영구 씨에 따르면,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중구조화된 노동계급의 상층”에 위치하고 있고, “자본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통해 착취한 잉여분의 일부를 … 떡고물”로 받는다. 그래서 옆의 노동자가 죽고 다쳐도 “자신의 임금과 일자리만 지키면 그만”이다. 민주노총은 이런 정규직 노동자들의 우산 구실을 한다.

민주노총과 그 주요 구성원을 이렇게 보면 그들에게 투쟁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좌파노동자회는 비정규불안정 노동자를 대거 조직해 그들이 민주노총의 중심이 돼야 비로소 신자유주의에 맞서 투쟁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고, 조직 혁신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처럼 혁신 우선론에는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불신이 근저에 깔려 있다.

그러므로 좌파노동자회가 주장하는 “민주노총 혁신”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은 주인공이 아니다. 혁신의 주체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집행부, 권한이 강화된 지역본부, 집행부가 고용한 1천 명의 전략조직가가 될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비정규불안정 노동자 조직화에 들어가는 돈을 대는 것뿐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비정규직 투쟁 경험은 이와는 다른 것을 알려 준다.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규 노동자들 자신의 투쟁과 그 투쟁을 방어하는 정규직의 실질적인 연대라는 것이다.

진정한 좌파라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같은 직장과 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연대하도록 설득하고 조직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할”되고 “이중구조화”돼 서로 연대할 수 없다며 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해 선을 긋는 것은 사용자 측의 이간질을 통한 각개격파에 말려들어 노동자 투쟁을 약화시킬 뿐이다.

신자유주의와 대안 전략

좌파노동자회는 노동운동과 민주노총 위기의 원인을 신자유주의에서 찾는다.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불안정노동의 확산이 보편적 현상이고, 노동조합 운동이 필연적으로 퇴조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공격으로 노동자들의 조건이 열악해지고 노동조합 활동에 제약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거의 모든 노동자들이 언제든 폐기 처분될 수 있는 일회용처럼 된다고 보는 것은 과장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노동조합이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위치로 내몰린다는 것도 불가피한 일은 아니다. 가령 1998년 정리해고와 파견제가 도입되면서 고용 불안이 증대한 것은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경제 위기 속에서 자본과 국가를 도와야 한다는 압력에 부응했기 때문이지 불가항력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 뒤 여러 차례 반복된 민주노총 지도자들의 파업 철회와 투쟁 회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허영구 후보 조는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개혁주의라는 문제에 주목하기보다 노동조합 조직 구조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그래서 산별노조는 산업 자본주의에나 걸맞은 노동자 조직 전략이라며 민주노총의 골간을 지역본부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별 근거가 없다. 임시적이고 불안정한 노동자는 자본주의에서 언제나 있었고, 기존 노동조합으로 조직돼 왔다. 오히려 단위노조와 산별연맹 지도부가 비정규직 투쟁과 조직화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이 문제이지, 조직 형식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허영구 후보 조의 주장은 노동조합 관료주의 문제를 애써 회피하면서 조직 구조 개편이라는 엉뚱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진정한 본질적인 문제를 흐리는 변명일 수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노동조합 운동이 필연적으로 퇴조한다는 좌파노동자회의 견해는 더 근본적으로 고용노동자 중심의 전략에 대한 회의로도 연결된다.

물론 이 회의는 허영구 후보 조의 선거 공약 전반에서는 분명하게 감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노동시간단축과 기본소득 도입 공약의 제출 배경을 살펴보면 이 회의를 분명히 감지할 수 있다. 즉, 허영구 후보 조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고용축소” 시대로 보고(이는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는 주장이다), 무망한 고용보장 또는 정규직화 요구가 아니라 고용 여부와 무관하게 생계소득이 보장되는 기본소득을 요구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허영구 후보 조가 투쟁 공약으로 ‘점거하라’ 운동을 본딴 계획을 내놓은 것도 이런 회의와 무관하지 않다. 국제적으로 벌어진 광장 점거 운동은 그 의의에도 불구하고 (오클랜드를 제외하면) 조직 노동자의 결정적 힘을 가동시키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여기서도 좌파노동자회는 고용 노동자들이 이윤체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공략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함으로써, 효과적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입력 2014-11-2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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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 정용건 후보 조

사회연대전략으로 복지 확대를 이룰 수 없는 이유

박원영

정용건 후보는 민주노총이 연금, 의료 등의 ‘사회안전망 제도화’를 중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온갖 공격을 퍼붓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조건을 지키고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이를 이루려면 강력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정용건 후보는 진보정당들을 통합하고 야당과의 연대를 확대해 사회복지 제도화를 추진해 가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연일 배신을 일삼는 새정치연합에 기대서는 이를 이룰 수가 없다.

그나마 이들의 배신을 막으려면 기층의 힘이 강력해야 하는데, 정용건 후보는 산별연맹이 임 · 단투는 맡고 민주노총 중앙은 사회개혁 투쟁을 하는 다소 기계적인 분업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런 분리는 사회개혁을 성취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민주노총이 사회개혁 과제와 현장 조합원들의 경제 투쟁을 잘 결합시켜야 그 동력으로 사회개혁도 성취할 수 있다.

정용건 후보의 ‘사회연대전략’은 노동자들의 단결을 도모해 투쟁 동력을 극대화하는 데도 약점이 있다.

단적으로 정용건 후보는 부자증세로 재원을 마련하자고 하면서 ‘건강보험하나로 운동’을 확대해 가자고 한다. ‘건강보험하나로 운동’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보험료(세금)을 올리면 부자들도 세금을 올리도록 설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주장은 꽤 낯익다. ‘사회연대전략’은 이 선본의 임성규 선거대책본부장이 2009년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내세운 것이기도 하다. 임성규 전 위원장은 당시에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임금 요구를 줄이거나 적게 요구”하고 그 대신 사회적 간접임금을 올리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동자 계급 내부의 격차를 줄이기는 분명히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정규직의 선(先) 양보가 곧 비정규직의 소득과 조건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맹점이 있다. 오히려 정규직 책임론 같은 주장에 힘이 실려 노동자들의 단결에 해롭다.

‘사회연대전략’은 투쟁으로는 상향평준화를 이룰 수 없다거나, 정규직 노동자들이 체제에 포섭돼 연대 투쟁은 불가능하다는 비관주의를 깔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벌어진 철도, 전교조 등의 투쟁이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에게 주고 투쟁에 나서는 데 도움을 준 데서 보듯이, 이런 비관적 인식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처럼 ‘사회연대전략’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도록 이끄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 아니다. 격차를 줄이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해 비정규직 처지 개선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야권 연대로는 공무원연금을 지킬 수 없다

정용건 후보는 옳게도 당면 투쟁으로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매우 강조한다. 그러나 이 역시 야당과의 공조를 강조해서는 성취하기 어려운 난점이 있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더 내고 덜 받고 더 늦게 받는’ 개악안의 기본 방향을 수용하고 자체 안을 마련하고 있다. 새정치연합과 연대를 강조하면 공무원연금을 삭감하라는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이는 공무원 노동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운동 내 분열을 야기해 투쟁 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집권 시절인 2007년에 국민연금 개악을 주도한 바 있고, 최근에는 박근혜의 기초연금 배신에도 합의해 줬다. 따라서 이런 야당에 의존해서는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악을 막을 수 없다.

입력 2014-11-2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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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박근혜에 맞서 투쟁을 이끌 전투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박원영

민주노총 첫 임원 직선제 투표가 12월 3일부터 9일까지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해 봐야 할 포인트는, 이 집행부가 표독스럽게 노동자를 공격하는 박근혜를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박근혜는 최근에도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FTA 비준과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강조했다. 또, 다시금 의료 민영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쌍용차 정리해고를 정당화해 준 대법원 판결은 ‘해고는 쉽게’ 하라는 지배자들의 선언과도 같다.

박근혜는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집권했다. 그만큼 독하고 집요하게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우리의 삶을 강도질하려 한다.

이 속에서 민주노총은 투쟁하는 조직으로서 역할을 요구 받고 있다. 지난 십수 년간 많은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총파업’, ‘총력 투쟁’을 외쳤다. 그러나 양보와 타협, “뻥파업”과 투쟁 회피가 잇따랐고, 이는 조합원들의 냉소와 사기 저하로 이어졌다. 따라서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 앞장서 투쟁을 이끌 지도부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 출마한 네 선본 중 단연 기호2번 한상균 · 최종진 · 이영주 후보가 돋보인다. 한상균 후보조는 ‘투쟁하는 민주노총, 언행일치 지도부’를 내세우며 “2015년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 조직으로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는 투쟁 사령부가 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악, 저질 일자리 확대, 임금체계 개악과 최저임금 억제 등에 맞서며 당면 투쟁에서 승기를 잡아, 하반기에 파업을 조직하겠다는 것이다. 

△“투쟁하는 민주노총, 언행일치 지도부”를 강조하는 기호2번 한상균 · 최종진 · 이영주 후보. ⓒ사진 이미진

또 이를 위한 단결 투쟁 전략도 강조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의 각개격파 시도에 맞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노동자들의 단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구현하려는 노력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처럼 현장의 투쟁을 방관하지 않고 조합원들이 홀로 고립돼 싸우지 않도록 연대를 강화하려는 노력도 중요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세월호 진상규명 투쟁과 같은 광장의 저항도 주도해 힘을 발휘해야 한다.

지지 기반

이 같은 투쟁 강조는 ‘준비된 투쟁’을 말하며 사실상 투쟁을 회피하는 기호4번 전재환 후보 조나, 대기업 정규직 투쟁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내비치는 기호3번 허영구 후보 조 등 다른 후보들과는 차이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8, 9, 10면을 보시오.)

한상균 위원장 후보는 2009년 쌍용차 77일 점거파업을 이끈 장본인이다. 쌍용차 사태가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쌍용차 파업이 어려움을 겪은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민주노총의 연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으로부터 얻은 교훈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는 지난해 전교조의 규약시정명령 거부를 이끌어 신뢰를 주고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여러 투사들과 투쟁적인 조합원들이 한상균 후보조를 지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대구경북 건설노조에서 파업을 이끌고 이주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조직한 한 활동가는 자발적으로 한상균 지지 운동에 나서며, “투쟁하는 민주노총이 필요하다. 한상균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호2번에 투표하자, 선거운동하자, 재정 지원하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상균 후보 조의 당선은 바로 이런 전투적 활동가들의 사기를 고무하며 강력히 싸우자는 목소리를 강화하고,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투쟁적 지도부를 지지해야 할 핵심 이유다.

투사들이 실제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해야

우리는 투쟁적 지도부가 당선해 공약한 대로 투쟁을 이끌기를 바란다. 현장 조합원들은 스스로 투쟁에 나설 만큼 자신감이 충만하지는 않지만, 지도부가 투쟁을 공식 선언하며 확고하게 이끌려 한다는 확신을 준다면 그에 호응하고 나설 수는 있다.

일각에선 ‘현장이 죽었다’는 식의 한탄과 회의도 나오지만, 이는 적절한 진단이 아니다. 지난해 철도 파업은 결정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위협하며 오랜만에 ‘노동’의 주도력을 보여 줬다. 전교조 조합원들이 총투표에서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한 것도 노동운동에 고무적인 소식이었다.

특히 현장의 투사들이 지도부의 투쟁 계획을 활용해 실제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하는 과정이 맞물려야 한다.

투쟁적 지도부의 등장에 만족하고 쳐다보기보다 기층의 활동을 조직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 조합원들 자신의 투쟁과 활동이다. 이것이 알파요 오메가다.

좌파 지도부가 투쟁을 공식 선언할 때조차, 현장의 투쟁 조직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그것이 실제 구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지도부가 제대로 투쟁을 이끌지 못할 때 독립적으로 비판을 가하고 투쟁을 전진시킬 수 있는 힘도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입력 2014-11-2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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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

허영구 후보의 정견을 곡해하지 않았습니다

박원영

보내 주신 편지 잘 받았습니다. 먼저, 본지 기사가 추측과 주관적 해석에 기초해 있지는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허영구-김태인-신현창 선본의 공보물과 A4홍보물, 좌파노동자회가 발간한 ≪민주노총 5대 혁신과제≫, 허영구 후보가 쓴 ≪새로운 시대의 총연맹, 좌파노총≫, 좌파노동자회 저널 ≪월간 좌파≫에 실린 논문 등을 참고했음을 알려 드립니다. 아마도 이런 내용이 동지께서 들으셨다는 15분에 불과한 ‘유세’에서는 다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런 글들을 참고 · 비교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둘째,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며 “임원직선제 좌파 공동대응 논의테이블은 정책 입장 차이로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후보 선출 방식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과 함께, 좌파노동자회의 “5대 혁신과제” 수용 여부가 좌파 후보 단일화 무산 과정의 한 쟁점이었으므로 그렇게 설명하는 것이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실, 저의 설명 방식도 이와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좌파노동자회가 좌파들의 공동 대응보다 “5대 혁신과제” 선전에 더 큰 의의를 둔 듯하다고 썼던 것입니다. 좌파노동자회는 ‘우리는 오래전부터 직선제를 준비해 왔다. 그 내용이 5대 혁신과제다. 그것을 받으려면 함께하고 아니면 말자’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무슨 사실관계를 왜곡이라도 한 듯이 쓰신 것은 부당한 주장입니다. 물론 어떤 단체가 자신들의 독자적인 활동보다 공동 활동을 항상 더 중시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허영구 후보의 주장은 “정규직 노동조합과의 단절이 아니라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대, 나아가 조직되어 있지 않은 전체 노동자와의 연대’를 추구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하셨습니다.

먼저, 저는 “(허영구 후보조의) 혁신 우선론에는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불신이 근저에 깔려 있다”고 썼지, 허영구 후보조가 정규직 노동조합과 단절을 하려 한다고 단정적으로 쓰지는 않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좌파노동자회의 불신이 기존 정규직 노동조합과의 단절로 나아갈지 그렇지 않을지는 모호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저의 모호함이 아니라 허영구 후보의 모호함입니다.

허영구 씨는 여기서는 분리 노총으로 해석될 주장을 하고, 저기서는 다른 주장을 하는 식으로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가령 허영구 씨는 얼마 전에 쓴 글에서 “[좌파노총은] 민주노총 혁신으로 건설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민주노총이 문제가 많지만 고쳐서 가 보자는 식으로는 변화하는 정세에 부응하는 자세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후보가 된 지금은 민주노총을 혁신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노총을 고쳐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본다면 그 결론이 민주노총에서 분리해 새 노총 만들기로 기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호함을 분명하게 해명할 책임은 제가 아니라 허영구 후보에게 있을 것입니다.

넷째,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 · 미조직 노동자의 연대’에 대해 얘기해 봅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연대일 것입니다. 그런데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체제내화됐고 비정규직을 방패막이 삼아 이득을 보고 있다고 본다면, 정규직의 비정규직 연대를 하나의 가능성으로 보고 진지하게 추구할 수 있을까요?

이런 관점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이기적인 투쟁’으로, 심지어 노동자 계급 내 격차만 벌어지게 만드는 일로 여기기 십상일 것입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나은 조건을 공격받게 된 대공장 정규직 ·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싸울 수 있고, 이런 투쟁은 전체 노동자 계급에 영향을 미치는 신자유주의적 공격을 저지하는 전략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전술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투쟁을 통해 의식이 변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당장 자기 이익 챙기기에 급급했던 노동자들도 투쟁을 통해 주변 노동자들을 돌아보는 연대 의식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허영구 후보는 언론사 합동토론회에서 “하청 노동자들에게 통상임금 논쟁은 호사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런 입장으로는 ‘통상임금 문제는 정규직 귀족 노동자들의 돈잔치일 뿐’이라는 정부와 사용자들의 악의적 공격에 제대로 맞서기 어렵고, 그들이 최저임금 인하를 위협하며 고소득 노동자들과 저임금 노동자들을 이간시키려는 것에 잘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통상임금은 장시간 노동체제, 연공급 해체 등 임금체계 개편 등과 관련된 것으로, 전체 노동자 계급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잘 조직된 노동자들이 통상임금 문제를 계기로 임금체계를 악화시키고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려는 정부와 사용자들의 시도를 막기 위해 투쟁에 나서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올해 통상임금 투쟁은 매우 무기력했는데, 좌파 전체에 상당히 퍼져 있는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회의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다섯째, 노동조합 관료주의를 통합진보당 세력의 문제로만 보는 것은 매우 협소한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어느 수준까지는 투쟁을 하다가도, 돌연 동요하고 불가피하지 않은 타협을 하고 심지어 노동자들을 배신하는 것을 종종 보는데, 이것은 특정 정치경향의 지도자들만이 보이는 특징이 아닙니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그런 경향을 보여 왔습니다. 가령 1998~99년의 총파업 철회와 2002년 발전파업 철회는 우파 지도자들이 저지른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개인적인 결함이나 정치적 성향에서 비롯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노동과 자본 사이의 중재자라는 그들의 사회적 역할에서 비롯하는 것입니다. 노동조합 관료는 고용주로부터 더 나은 협상안을 받아내기 위해 파업을 이끌기도 하지만, 때로 파업이 안정적 협상을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현장조합원 사이에는 잠재적 갈등이 있는 셈입니다.

이런 점을 인식하지 못하면, 노조 지도자들이 투쟁을 회피하거나 배신하는 것을 단지 개인적 성향이나 정치노선의 문제로 여기고, 그런 인물을 더 용기 있고 좌파적인 인물로 바꾸는 것을 대안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물론 그런 지도자가 그렇지 않은 지도자보다는 낫습니다. 그러나 ‘현장파도 위로 올라가면 국민파 된다’는 경험 많은 노동자들 사이의 우스개 소리에 담긴 촌철살인의 지적을 돌아봐야 합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저희 노동자연대는 노골적으로 타협을 추구하는 우파 지도자보다 투쟁을 하겠다는 좌파 지도자가 훨씬 낫다고 보면서도, 좌우파 지도자들 사이의 차이보다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현장 조합원 사이의 차이가 더 크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장조합원들 자신의 활동을 가장 중시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들[통합진보당]과 함께했고 당면한 직선제 투쟁을 거부했었던 것이 바로 노동자연대였다”며 마치 노동자연대가 통합진보당 소속 노조관료의 이익에 복무한 듯이 얘기하셨는데, 다른 단체를 비난하시기 전에 그 단체의 입장이나 실천을 제대로 알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정중한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노동자연대는, 민주노동당 당원이지만 혁명적 정치에도 귀 기울일 태세가 돼 있는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몇 년간 민주노동당에 입당하는 전술을 취했었습니다. 이것이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같은 노선을 걸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지 않았기에 우리는 전투적인 노동자와 학생들과 대화하고 조직할 수 있었습니다. 노동자연대가 사회주의 강령 삭제 반대, 참여당과의 통합 반대 투쟁을 벌인 것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그때 팔짱 끼고 보면서 반사이익만 기다린 사람들도 있지요.)

노동자연대는 민주노동당 안에서 구청장은 말할 것도 없고 구의원 자리 하나 얻어 본 적도 없는데, 마치 권력을 나누기라도 한 듯이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실소를 자아낼 뿐입니다. 민주노총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노총 모 지역본부의 집행권을 잡기 위해 통합진보당 세력과 연합하고 있는 것은 좌파노동자회 아닌가요? 이론과 실천의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저희는 통합진보당 세력과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연합을 비난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투쟁적인 대안 세력인지 진지하게 검토하고 지지한 바 있습니다.

직선제에 대해 얘기하자면, 저희 단체는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의 임원을 선출하고 소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에서 직선제를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또한 직선제 자체가 민주노총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노동조합 민주주의는 직선제로 환원할 수 없고, 본질적으로 현장 노동자들 자신의 활동이 활성화되고 이 힘으로 지도부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간선제 덕분에 통합진보당 세력이 10년간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보는 좌파노동자회의 피상적인 인식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좌파노동자회와 함께 민주노총 위원장실 점거를 했어야만 직선제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지극히 편협한 발상일 것입니다.

입력 2014-11-2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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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정치 방침 논쟁

진보·좌파 다원주의는 단결을 위한 고육지책

김문성

처음 직선제로 치러지는 민주노총 임원 선거에서 핵심 의제는 단연 박근혜 정부의 고통전가 파상 공세에 맞설 투쟁을 어떻게 조직할 것이냐였다. 민주노총 정치 방침이 중요한 쟁점이긴 해도 부차적인 쟁점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후보들의 정치 방침 정책에는 큰 차이가 확인됐다.

특히, 민주노총의 상층 지도부층이 연합한 전재환 후보 조는 진보대통합 정당을 만들어, 이를 지렛대로 정권 교체기에 전략적 야권연대를 추구하자고 주장했다. 이 경우에는 진보대통합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가 필수적인 일이 된다.

그러나 노동계 진보정당들이 사분오열해 노동운동 안에서 분열 · 갈등하는 상황이다. 한상균 후보 조와 허영구 후보 조 등도 진보대통합 계획 자체에 부정적인 견해를 대변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구축하려고 시도하는 일이 가망도 없고 현명하지도 않다고 보는 이유다. 무리해서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결정하려 하면 노동조합의 단결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노동조합은 정치적 견해가 아니라 노동조건을 공동으로 방어하려는 조직이니 말이다.

한상균 후보 조와 <노동자 연대>가 주장한 대로 민주노총이 진보 · 좌파 다원주의를 정치 방침으로 채택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 이유다.

진보 · 좌파 다원주의는 부르주아 정당들을 배제하는 조건에서 민주노총이 여러 진보정당과 좌파 정치단체 사이에 지지 대상을 열어 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입력 2014-12-0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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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정치는 의회와 정당 문제로만 환원되지 않는다

김문성

정치 방침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가 민주노총의 투쟁 노선과도 연결되므로 진보 · 좌파 다원주의 안에서도 어떤 정치를 민주노총이 추구하는 것이 옳은지 하는 문제는 남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 개념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정치는 정당 문제를 포함하지만 그것으로만 환원되지는 않는다. 국가권력을 획득하거나 사용하는 문제, 국가기관의 통치 행위에 대응하는 문제, 정치적 견해 · 사상 · 신념 문제, 노동자 계급 전체의 쟁점과 단결 문제 등이 모두 ‘정치’에 포함된다.

이렇게 보면,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법안 제정, 정리해고 요건 완화 같은 법 개악 저지 등을 위해 파업과 시위를 수단 삼아 대중투쟁을 벌이는 것도 ‘노동 정치’다. 기업주들의 ‘철밥통론’ 같은 이간질에 맞서기, 정규직 · 비정규직의 단결을 위해 주장하고 투쟁하기도 정치적 문제다.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정치 개념은 협소하다. 또한 그들은 정치와 경제 영역 사이에 만리장성을 쌓고 의식적으로 분업을 추구한다. 노조는 작업장 문제(‘경제’)를 맡고, 정당은 선거와 의회 협상(‘정치’)을 맡아야 한다고 본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정치 방침 문제가 개혁주의 정당 건설로 곧장 환원되는 것도 이런 분업주의의 발로다.

그래서 노동운동의 상층 지도자들이 흔히 ‘정치(투쟁)로 해결하자’고 말할 때는 사실 사회적 타협(노사정위원회, 정당을 매개로 한 의회 협상 등)이나 사회적 타협이 가능한 정권을 세워서 노동 현안들을 해결하자는 뜻이다.

전재환 후보 조가 내세운 정치방침과 전략 노선이 전형적으로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2015년을 준비기로, 총선과 대선이 있는 2016~17년을 투쟁기로 설정했다.

사실 진보 대통합 → 야권연대 → 정권 교체로 이어지는 이 구상은 최근 몇 년 동안 민주노총 상층 지도자들의 방침이기도 했다. 결국 정치로 해결하자는 것은 새정치민주연합과 연대해 정권을 바꿔 노동 현안을 해결하자는 말이었다.

이런 전략은 노조 상층 지도자들의 소심함과 투쟁회피주의와 결합돼 노동자 계급의 독립적 이익을 지키는 전투적 투쟁을 기피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선거에서도 전재환 후보 조의 계획도 당면 투쟁 과제를 회피하는 계획이라는 정당한 비판을 받았다.

총 · 대선이 있었던 2012년이 최근의 전형적인 사례다. 당시 민주노총 집행부는 정권 교체에 기대를 걸고 전략적 야권연대에 ‘올인’하며 선거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 대중투쟁 건설에 소홀했다. 그러다가 총선 결과가 시원찮자 그나마 공언했던 총력 투쟁 계획마저 흐지부지됐다.

그 결과, 초기에 기세를 올렸던 언론 파업, 금속 작업장 투쟁들이 혹독하게 탄압받았다. 주목 받았던 쌍용차 투쟁에 대한 연대도 더 확산되지 못했다. 그해 총 · 대선에서 박근혜에게 연달아 패배한 것은 어느 정도는 노동운동이 자초한 세력관계 때문이기도 했다.

지난해 말 철도노조 파업 탄압과 민주노총 경찰 침탈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즉각 대중적 항의투쟁을 조직하지 않고 ‘정치권’(심지어 새누리당 김무성까지 나선) 중재에 의존했다. 결국 대중적 공분이 크게 일었으나 조직되지 못해 투쟁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따라서 지금 노동운동에서 걸림돌이 되는 것은 ‘정치’ 자체가 아니라 보수적으로 투쟁의 잠재력을 억누르는 상층 지도자들의 온건한 ‘개혁주의’ 정치다.

입력 2014-12-0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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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정치의 진정한 독립성

김문성

민주노총 정치 방침은 첫째, 노동자 ‘계급’의 정치라는 출발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사회는 계급으로 분단돼 있고, 이 계급 분단선이 이 사회의 근본 분단선이다. 계급연합을 추구하는 포퓰리즘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말이다.

불가피한 경우에 일회적 · 부분적 야권연대를 할 수 있다 해도, 연립정부 추진 같은 전략적 야권연대를 추진하려고 노동자 계급의 독립적 이익을 유보하거나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둘째, 노동자 계급 고유의 힘, 즉 작업장에서 자본주의 이윤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힘을 발휘하는 것도 노동 정치의 중요한 수단이다.

예를 들어, 진보 정당은커녕 대변할 의원 한 명도 없었던 1997년 1월, 민주노총은 대중파업으로 정리해고 법제화 등 개악을 막아 냈다. 민주노총이 정치 파업으로 노동자 계급 전체를 위해 행동한 것이다.

이 파업 동안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한국 정치의 주역이었다. 2013년 말 철도 노동자들이 민영화 반대 파업으로 박근혜에 맞선 가장 강력한 야당 구실을 했듯이 말이다. 의회의 정치 협상은 노동자 정치에서 훨씬 덜 중요한 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또한 작업장 안팎에서 계급적 단결을 추구해야 파업 같은 수단이 실질적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부분 파업으로 진행되는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이 진정으로 위력을 발휘하려면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파업을 벌여야 한다. 정규직 · 비정규직, 남성 · 여성, 내국인 · 이주 등의 차이로 노동자를 이간질하고 차별과 분열을 조장하는 이데올로기와 억압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 

파업의 정치학 자본가들의 고통전가 공세에 맞서 노동자들이 단결해 파업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필요한 노동자 정치다. ⓒ이미진

정규직 양보론을 함축한 사회연대전략이 정치 방침으로 부적절한 이유다. 이 점에서는 허영구 후보 조와 좌파노동자회가 불안정노동자를 사회 변혁의 주체로 간주하거나 노동당 지식인들이 ‘포섭된 노동, 배제된 노동’ 식의 구분을 하는 것도 약점이다.

이들 모두 작업장 파업과 그것을 위한 단결의 중요성을 경시한다. 이런 입장들은 아무리 좌익적 언사로 포장해도 계급적 단결을 추구하는 데서 장애가 될 뿐이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큰 경제적 힘과 조직력을 보유한 조직 노동운동이 앞장서 민중의 호민관 구실을 하도록 고무하고 촉구해야 한다.

셋째, 진보정당들이 전략적 야권연대를 염두에 두거나, 투쟁을 고무하기보다 협상이나 민주당에 의존하며 불필요한 양보를 하려 할 때, 노동운동이 정치적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조는 총선과 대선 선거 방침 같은 소시기 정치 방침에도 적용돼야 한다.

이것이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이 ‘정치조직’인 정당에게서 독자적이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둘 다 대중조직이고, 노동조합도 정당과 마찬가지로 노동자 계급의 부분을 대표한다.

독립성의 진정한 쟁점은 노동자 계급의 정치가 다른 계급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점은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 모두에 적용되는 문제다.

입력 2014-12-0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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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한상균 후보 조 당선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한상균 후보 조 당선

입력 2014-12-2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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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첫 직선제 한상균·최종진·이영주 당선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바라는 조합원들의 열망이 표출되다

박설

△민주노총 첫 임원 직선제 선거에서 당선된 한상균 · 최종진 · 이영주 후보조 ⓒ출처 <노동과 세계>

민주노총 첫 임원 직선제 선거에서 한상균 · 최종진 · 이영주 후보 조가 당선했다. 민주노총 중앙선관위는 12월 26일 결선 투표 최종 결과를 발표, 한상균 후보 조가 18만 2천1백53표(51.6퍼센트)를 얻어 전재환 후보 조(17만 7백23표, 48.4퍼센트)를 제치고 당선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선거 결과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 투쟁 열망을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상균 후보 조는 선거기간 내내 “투쟁하는 민주노총, 언행일치 지도부”, “박근혜에 맞선 2015년 총파업” 등을 내세우며 투쟁적 면모를 보여 줬고, 조합원들은 이들에게 지지를 보냈다.

이번 결과는 민주노총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냉정한 평가이기도 했다. 전재환 후보 조는 지난 10년 민주노총 집행부를 잡았던 최대 정파들(국민파 · 중앙파 · 전국회의)의 연합 선본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조직세는 민주노총의 변화, 개혁을 바라는 조합원들의 열망을 뛰어넘지 못했다.

한상균 · 최종진 · 이영주 당선인은 선관위의 당선 발표 직후 ‘조합원들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공무원연금 개악, 노동시장 구조 개악, 기만적 ‘비정규직 종합 대책’ 등에 맞서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을 조직하겠다”며 “80만 조합원의 힘과 지혜를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 ‘2015년 경제 정책 방향’에서 다시금 연금 개악, 민영화,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 의지를 밝히고, 정리해고 요건 완화, 임금체계 개편, 파견제 확대,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등까지 밀어붙이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 전가하고 반민주적 탄압을 자행하는 박근혜 정부와의 격돌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민주노총 신임 집행부는 약속한 대로 민주노총을 투쟁 사령부로 만들어, 본격적인 투쟁 건설에 착수해야 한다.

이를 현실에 옮기려면, 무엇보다 현장에서 직접 투쟁을 조직하고 이끌 활동가들의 구실이 중요하다. 한상균 후보 조에 표를 던지고 지지 운동을 폈던 투사들은 연초부터 각자의 현장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보여 주는 바가 무엇인지, 어떻게 투쟁을 건설할 수 있을지를 토론하고, 지도부의 투쟁 호소를 활용해 투쟁 네트워크를 조직해 나가야 한다.

입력 2014-12-2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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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앤앰 투쟁 승리

정규직과 비정규직 단결의 중요성을 보여 주다

성지현

“여러분과 한 약속을 지켰습니다. 제 모든 걸 걸고 여러분을 현장 복귀하도록 하겠다는 그 약속 지킬 수 있어서 정말 가슴이 뿌듯합니다.”(고공농성자 임정균)

씨앤앰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 2백5일, 노숙농성 1백77일, 고공농성 50일 만에 사측에 맞서 승리했다.

△12월 31일 지난 50일간 전광판 위에서 치열하게 고공농성을 벌인 강성덕, 임정균 동지가 가족들과 포옹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씨앤앰 사측은 비정규직 해고자 전원(1백9명 중 전직 · 이직을 제외하고 83명)을 새로운 법인을 만들어 채용하고, 지난 6개월 동안의 임금을 생계지원비로 지급하기로 했다. ‘매각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 등 고용 보장 약속도 했다. 2014년 임단협도 체결했다. 노사는 정규직 임금은 4퍼센트 인상하고, 비정규직 임금은 12만 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노동자들도 있지만,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이다. 12월 31일 정규직은 87퍼센트(투표율 82퍼센트), 비정규직은 91.4퍼센트(투표율 76.8퍼센트)로 이 합의안을 가결시켰다.

“긴 시간 정말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서로 의지하며 버텼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 같은 승리가 가슴에, 머리에 확실하게 각인됐습니다.”(비정규직 노동자)

“씨앤앰지부[정규직 노조], 케비지부[비정규직 노조]의 복귀 대오들이 해고자 문제를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투쟁해서 얻어낸 결과물입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해고 노동자)

“무엇보다 노조를 무너뜨리려는 자본에 맞서 노조를 지켜냈습니다.”(비정규직 노동자)

“이번 싸움으로 조합원들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내년[2015년] 매각을 앞두고 분명 싸움이 또 있을 겁니다. 그때 싸울 동력을 얻었습니다.”(정규직 노동자)

△ 12월 31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씨앤앰 투쟁 승리 보고 대회’에서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김영수 지부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미진

사측의 전술 – 갈라치기

씨앤앰 사측은 2014년 초부터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기존 노사 합의도 파기하고 노동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정규직에게는 동종업계 수준으로의 임금 인상 약속을 어기고 3퍼센트 인상, 비정규직에게는 임금 20퍼센트 삭감을 요구했다. 매각을 앞두고 구조조정도 시사했다.

그러나 “경영상의 어려움”은 노동자 탓이 아니다. 2007년 맥쿼리와 MBK가 무리한 차입으로 씨앤앰을 인수한 탓에 씨앤앰은 이자 비용으로만 매년 1천억 원을 지불하고 있다.

게다가 경영진은 2012년 채권단에게 ‘순차입금 대비 연간 영업이익율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채무 조건을 지키려면 씨앤앰은 꾸준한 이익을 내야 한다.

그러나 IPTV의 성장 등으로 케이블방송 업계 경쟁은 격화됐다. 그래서 경영진은 2012년부터 씨앤앰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2016년 6월에 2조 원이 넘는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진은 비용 절감의 압박을 더욱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사측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 임단협 투쟁을 앞두고 매우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지난 6월 10일 정규직 ·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경고 파업을 하자, 사측은 6월 말 하청업체 재계약을 핑계로 비정규직 조합원을 대량 해고했다. 해고에 항의해 노동자들이 다시 파업에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정규직에 대해서만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는 정규직 · 비정규직 공동 투쟁에 맞서 이 둘을 갈라치기 하려는 사측의 전술이었다. 이에 맞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파업에 나섰다면 사측을 압박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직장폐쇄 이후 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장으로 복귀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복귀 이후 비정규직 생계 자금 지원, 노숙농성 참가 등의 적지 않은 연대를 했지만, 그것이 공동 파업만큼의 효과를 낼 순 없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여름 내내 파업과 농성을 벌였지만, 결국 요구를 쟁취하지 못하고 쓰라린 마음으로 8월 29일 복귀했다. 해고자들은 더 어려운 조건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지난해 6월 10일 열린 씨앤앰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파업 선포식 ⓒ이미진

△지난여름 따가운 뙤약볕과 태풍을 견디면서 진행된 농성 ⓒ이미진

실패를 딛고 2라운드 투쟁 – 정규직이 나서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12일 비정규직 노동자 두 명이 고공농성에 돌입하면서 2라운드 투쟁이 시작됐다. 임정균 동지(비해고자)는 “난 따뜻한 방에서 자고 있는데 우리의 해고 동지들이 점점 추워지는 길바닥에서 자고 있다고 생각하니 매일매일 하루가 지옥이다” 하는 편지를 아내에게 남기고 전광판에 올랐다.

그리고 엿새 뒤 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자 109명 복직, 고용보장, 임단협 체결, 위로금 지급’을 요구하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 나선 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한 몸입니다. 지난여름 케비[비정규직 노조]가 너무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나갈 차례입니다” 하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정규직 파업에 힘입어 6개조로 나눠 부분 파업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고공농성하는 두 동지를 지키기 위해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노숙농성을 하고, 매일 MBK, 맥쿼리 본사 앞에서 집회를 했다. 자발적인 삭발, 단식도 이어졌다.

△노동자들이 꿋꿋이 버티며 싸운 덕분에 사회적 연대도 늘어났다. 씨앤앰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인 MBK 앞은 종교 · 언론 · 정치 · 시민사회 · 노동단체 등 각계 연대의 씨앤앰 투쟁 현수막과 지지물품이 끊이지 않았다.  ⓒ이미진

△새벽이면 살얼음이 어는 차가운 돌바닥 위에서 단식과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씨앤앰 해고 노동자들.     ⓒ이미진

노동자들이 꿋꿋이 버티며 싸운 덕에 사회적 연대도 확대됐다. 종교 · 언론 · 정치 · 시민사회 · 노동단체 등 각계의 연대가 이어졌다. 투쟁 막판에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연내 해고자 원직복직 현안을 해결하지 않으면 [씨앤앰] 청문회를 추진하겠다” 하고,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도 농성에 동참했다.

2008년 사모펀드[MBK와 맥쿼리]에게 방송 진입을 허가해 주고, 이후 관리 ·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 책임론도 대두됐다. 그러자 케이블방송 최대주주 변경 심사를 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관계자조차 “공적 책무가 있는 방송사업자의 최대출자자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 씨앤앰 사측으로서는 투쟁이 길어지고, 이 투쟁이 쟁점화 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가뜩이나 케이블방송 경쟁 격화 등으로 매각 단가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투쟁에 나선 6월부터는 가입자 수도 급감했다. 그래서 그동안 “[해고 문제는] 우리와 관계없다”던 씨앤앰 원청이 교섭에 나왔고, 결국 상당한 양보를 하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씨앤앰 투쟁은 노동자 단결의 중요성을 다시금 보여 줬다. 해고자와 비해고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와 단결 투쟁이 강경한 사측을 물러나게 하는 주된 동력이었다.

올해도 씨앤앰 사측은 매각을 앞두고 또다시 공격에 나설 수 있다. 이번 투쟁의 성과를 발판 삼아 다음 투쟁을 대비해야 한다.

△12월 31일 케이블방송 씨앤앰 비정규직 지부 김영수 지부장과 정규직지부 김진규 지부장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강성덕, 임정균 동지를 바라보고 있다. ⓒ이미진

이때 ‘조합원이 비조합원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노동조합을 성장시키기보다는, 사측의 이간질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오히려 노동조합이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싸울 때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할 의의를 느끼고, 조합원들도 자부심을 가지고 투쟁할 수 있다.

한편, 이번 투쟁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투쟁의 가능성을 보여 주기도 했다. 이번 승리는 50일 넘게 전면파업을 하고 있는 LG유플러스 · SK브로드밴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큰 힘이 됐을 것이다. “씨앤앰 동지들이 비정규직의 희망을 만들었고, 질긴 놈이 이긴다는 것, 끝까지 싸우면 이긴다는 것을 보여 줬습니다. SK와 LG 노동자들에게도 큰 희망을 줬습니다.”(LG유플러스 경상현 지부장)

박근혜 정부가 파견제, 기간제 비정규직을 늘리는 공격을 하려는 시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들이 조직을 결성하고 투쟁에 나서 성과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투쟁’을 강조해 당선한 민주노총 새 지도부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50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강성덕, 임정균 동지. ⓒ이미진

고공농성을 마무리한 강성덕, 임정균 동지는 이렇게 호소했다.

“저희는 이제 땅을 밟고 내려 왔지만, 가까이는 저희 형제지부인 LG유플러스 · SK브로드밴드 지부가 투쟁 중이며, 아직도 45미터, 75미터 고공에는 세 명의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습니다[스타케미컬 노동자와 쌍용차 해고자]. 그들의 투쟁은 자기 자신의 승리를 위한 투쟁이 아님은 여러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 저희들의 투쟁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저희는 앞으로의 투쟁에도 열심히 연대해 가며 항상 함께하겠습니다. 오늘을 지켜보셨던 많은 분들도 끝까지 함께해 주십시오.”

입력 2015-01-0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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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건 연금행동 집행위원장은 ‘국민대타협기구’에 참여해선 안 된다

최영준

1월 6일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공무원연금 개악을 위한 국회 ‘연금특위’와 ‘국민대타협기구’ 구성에 최종 합의했다. 그동안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는 ‘국민대타협기구’(이하 대타협기구)를 아무런 권한도 없는 ‘들러리’이며, 따라서 여야 합의는 ‘야합’이라고 규탄해 왔다.

실로, 공무원연금 삭감은 경제 위기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파렴치한 짓일 뿐 아니라 이후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전체에 대한 공격의 지렛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 운동과 진보진영은 이런 야합과 꼼수를 반대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이하 연금행동) 정용건 집행위원장이 대타협기구에 야당 몫으로 참여할 거라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방금 전에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로 출마했던 정용건 집행위원장이 언론들에서 대타협기구 참여 인사로 보도되자 많은 활동가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현재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등은 ‘대타협기구’ 참여를 결정한 바 없다. 전교조 새 집행부는 대타협기구 불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타협기구는 새누리당이 지난 연말의 위기를 모면하고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얻을 요량으로 내논 쩨쩨한 수단이다. 대타협기구는 논의만 할 뿐, 최종 결정은 국회에서 여야가 한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 삭감에 동의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전교조 새 집행부가 대타협기구에 불참키로 한 것이고, 공무원노조 내 여러 활동가 그룹들도 대타협기구 불참을 호소해 왔다. 사실, 노동자 운동 내에서 지금 어느 누구도 대놓고 대타협기구에 참여하자고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연금행동은 대타협기구 참여 여부를 공식적으로 논의하여 결정한 적이 없다.

정용건 집행위원장은 연금행동 소속 단체들이 의사소통을 하는 가상 공간에서 “국회 기구의 추천은 공무원노조에서 제안했다” 하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어와 목적어가 불분명한 해명이다.

그러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1월 8일 새벽])까지도 공무원노조는 대타협기구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정용건 집행위원장 말이 사실이라면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자체의 민주적 논의와 결정 없이 노동자 운동 인사에게 참여 요청을 한 셈이 된다.

노동자연대는 연금행동의 의사결정단위(집행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돼야 할 필요성을 제기해, 1월 13일에 집행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입력 2015-01-0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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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타협기구 참여를 둘러싼 공투본 내 논쟁

전교조 지도부의 불참 입장이 옳다!

최영준

1월 8일 ‘공적연금 강화 공동투쟁본부’(공투본) 대표자회의에서 국민대타협기구(대타협기구) 참여 여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 회의에는 전교조, 전국공무원노조,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 한국교총, 사학연금공동대책위원회, 한국노총 공동대책위원회 등 6개 단체 대표자가 참석했다.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은 공투본이 대타협기구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나머지 단체 대표자들과 함께 참여를 주장했다. 전교조가 끝까지 참여를 반대하자, 나머지 단체 대표자들은 그간 합의에 의한 결정 관행을 깨고 참여를 결정했다.

그러나 전교조 지도부가 여야의 야합과 꼼수를 반대한 것이 옳았다. 이는 향후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을 일으키는 데서도 중요한 자세이다. 그래서 공투본 대표자회의가 열리는 장소에서 ‘공무원연금 사수 네트워크’ 소속 공무원노조 활동가들도 불참을 호소하는 팻말 시위를 했다.

1월 6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 ‘연금특위’와 ‘국민대타협기구’(대타협기구) 구성에 최종 합의한 직후, 공투본은 대타협기구가 아무런 권한도 없는 들러리일 뿐이며, 따라서 여야 합의는 야합이라고 규탄했다.

그런데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여야가 ‘합의안 도출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구를 근거로 대타협기구 참여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노력한다”는 문구는 아무 구속력이 없다. 노력하다가 안 되면 그만이다.

여야가 동수로 대타협기구 위원을 추천하기 때문에 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도 새정치연합은 거듭 유족을 배신했다.

무엇보다, 대타협기구는 논의만 할 뿐, 최종 결정은 국회에서 여야가 한다. 새정치연합은 공무원연금 개악에 적극 동의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므로 이런 기구에 참여하는 것은 운동 내 ‘양보론’을 부추겨 개악 저지를 위한 투쟁 고취에 도움이 안 될 것이다. 2009년 노사동수로 구성된 발전위원회조차 신규자 희생이라는 ‘양보’로 귀결된 바 있다. 그런데도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투쟁과 교섭의 병행”을 주장하며 대타협기구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옳게도 전교조 지도부는 대타협기구에 불참하고 국회 밖 투쟁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 투사들은 공무원노조의 연금 투쟁이 이 방향으로 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입력 2015-01-0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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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민영화를 향한 철도 화물 ‘사업부제’ 도입과 계속되는 ‘정상화’ 압박

이정원

지난 연말 국토부는 철도 화물운송 분야를 자회사로 분할하려던 계획을 바꿔, 우선 ‘사업부제’를 도입한 뒤 단계적으로 자회사로 분할해 가기로 결정했다. 

‘사업부제’는 회계, 인사, 성과 측정 등을 분리해 하나의 독립된 단위처럼 운영하는 것으로, 무엇보다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직 운영 방식이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화물운송 자회사 분리를 시작으로 차량, 시설유지 · 보수 등을 분리해 나간다는 철도 분할 민영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금 상황은 이 중 일부가 지연되고 중간 단계를 두는 식으로 분할 민영화가 우회 추진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공무원연금 개악 같은 핵심 공격을 관철하는 데 힘을 쏟으려 숨을 고르는 듯하다. 급격한 분할 민영화 추진이 수서KTX 민영화 추진 때처럼 노동자들의 격렬한 저항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방심을 하기엔 이르다. ‘사업부제’도 수익성을 강화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이후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르기 매우 쉽다. ‘사업부제’ 도입은 노동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구조조정을 계속해 나아가려는 단계적 민영화 꼼수로 봐야 한다.

철도공사는 ‘물류 사업부제’를 도입해 예산 편성 · 집행권과 인사권 등 조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과 함께, 화물역 축소, 화물열차 1인 승무 도입, 근무체계 변경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다.

많은 조합원들은 당장 화물 자회사 분리가 제동이 걸린 것에 다소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조만간 닥칠 구조조정에 대한 걱정으로 복잡한 심경일 것이다. 정부가 “자회사에 준하는 사업부제”라고 말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조합원들의 걱정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사업부제’ 시행이 낳을 구조조정에 맞설 준비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역대 민영화의 거의 유일한 ‘성과’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대폭 악화시킨 것이었다는 사실을 보면, 구조조정 반대 투쟁은 민영화 반대 투쟁의 중요한 일부다. 무엇보다 철도 노동자들의 조건이 나빠지면 철도 안전과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 즉, 철도 공공성 후퇴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사업부제’ 도입 말고도 철도 산업 전반에서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다. 

공항철도는 1월 중 입찰이 마감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2016년 개통되는 신규 2개 노선(성남~여주, 부전~일광)의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기로 결정해 1월 중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마산~진해 간 열차 운영이 중단되는 등 적자 노선 폐지도 계속되고 있다. 

철도노조 지도부는 민영화 반대 투쟁을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데 열의 있게 나서야 한다. 특히 민영화 반대 투쟁과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결합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넓힐 수 있어 철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방어하기에 더 효과적일 것이다. 

노동자들 사이에 경쟁을 강화할 근속승진제 폐지 압박 중단하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 옥죄기에 맞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철도 노동자들은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공격에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강제전출, 복지 삭감, 퇴직금 삭감에 이어 지금은 근속승진제 폐지 압박이 거세다. 사측은 노조가 근속승진제 폐지에 합의하지 않으면 임금이 반토막 날 것이라고 협박하며 현장을 들쑤시고 있다. 이미 2015년 인건비 예산 4백94억 원을 삭감했다. 퇴직을 2~3년 앞둔 노동자들에게 ‘명퇴’까지 강요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근속승진제가 폐지되면 노동자들 사이에서 날 선 경쟁이 벌어지고 승진을 위해 사측 관리자들에 줄을 서야 하는 등 악몽이 벌어질 것이라며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정부와 사측의 공격 의지가 완강하고 노동자들도 절박한 만큼, 철도노조 지도부는 ‘정상화’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 건설에 본격 나서야 한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정상화’ 공격은 앞으로 벌어질 대규모 구조조정과 민영화 추진의 핵심적인 준비 과정이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저항 의지와 능력을 약화시키려 멈추지 않고 집요하게 공격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파상공세에 맞서 단호하게 투쟁을 이끌겠다는 민주노총 좌파 지도부의 등장에 투쟁적 조합원들이 거는 기대가 작지 않다. 철도노조 내 활동가들과 투사들은 이런 기대, 그리고 정부와 사측의 공세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을 결합시켜 전열을 정비하고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입력 2015-01-1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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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경제정책 방향과 비정규직 종합대책

공공부문 쥐어짜기,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위한 선전포고

박설

박근혜 정부가 지난 연말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 방향’과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은 그간 쏟아져 나온 노동자 쥐어짜기 정책의 종합판이자, 본격적인 선전포고다. 정부는 지난해 기본 방향을 제시하며 워밍업을 했다면, 올해는 대대적인 전면전을 벌이려 한다.

이 같은 공격의 배경은 세계경제 위기다.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위험 신호들과 제조업 수익성 하락 등 속에서 저성장의 고착화, 성장률 하락에 대한 정부의 고심은 깊어졌다. 그래서 노동자들을 제물 삼아 시장경제에 “활력”을 주겠다는 것이 박근혜의 구상이다.

이번 정부 정책의 방향은 공공부문 쥐어짜기,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로 요약될 수 있다. 

비정규직 ‘보호’ 없는 비정규직 종합대책 장그래는 기간 연장이 아니라 정규직화를 원한다. ⓒ <금속노동자>

그 방안의 핵심은 첫째,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이 선도가 돼 지출을 효율화하고, 경기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상반기 공무원연금 개악을 필두로 사학 · 군인연금을 개악하고, 국민연금 운영과 건강보험도 손보겠다고 밝혔다. 광범하고 신속한 민영화 추진을 위한 민간 투자 규제 완화와, 구조조정 · 임금 삭감 등의 계획도 담았다.

특히 4~5월 국회로 예상되는 공무원연금 개악은 본격적인 공격의 첫 포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를 디딤돌 삼아 공적연금 전반을 수술하려 한다. 따라서 우선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노총 등 전체 노동자 운동 차원의 연대 투쟁 전선도 구축돼야 한다.

둘째, 정규직에 대한 공격이다. 이는 ‘정규직의 해고는 쉽게, 임금은 낮게’로 요약된다. 정부는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임금피크제 도입과 직무 · 성과급제 전환 등 임금체계를 개악하겠다고 밝혔다.

법정 노동시간을 주당 최대 60시간으로 늘리고, 사용자가 마음대로 노동시간을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도록 탄력적 노동시간 운용을 가능토록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그중 임금 문제가 논란거리 중 하나다. 노동운동 내 일부는 비정규직과의 격차를 이유로, 혹은 안정적 고용을 위한다는 논리로 정규직의 임금 방어에 적극적이지 않다.

하향평준화

 

그러나 정규직의 임금 투쟁은 정당하다. 이들이 효과적으로 싸워 승리한다면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비정규직 양산이다. 정부는 이번 정책에서 “비정규직 보호”를 내세웠지만, 그나마 개선책으로 내놓은 대책들조차 강제력이 없거나 꾀죄죄한 수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강조점은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55세 이상 고령자의 전 업종 파견 허용,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이다. 정부는 불법파견의 소지를 줄이려고 파견 기준을 정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같은 정책은 단지 비정규직만의, 혹은 미조직 · 고령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간제 확대 등은 정규직 일자리를 공격해 단시간 저질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더구나 비정규직 확대는 정규직의 노동조건 후퇴를 압박한다. 따라서 정규직이 적극 저지 투쟁에 나서야 한다.

입력 2015-01-1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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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이중구조 쟁점과 대안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어떻게 단결할 수 있는가?

조명지

정부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발표했다. 한국 사회에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의 구분이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정규직 · 대기업 노동자들(1차 노동시장)과 비정규직 ·  중소영세 노동자들(2차 노동시장) 사이에는 임금, 고용안정성, 노동조건 등에서 격차가 있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이중구조의 원인이 1차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1차 노동시장의 ‘과보호’를 완화해 벽을 허물어야만 부문 간 노동이동이 활발해져 이중구조가 완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부가 자기 책임을 회피하며 정규직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수년간 정규직의 실질임금은 제자리 걸음이었지만 노동시장 내 격차는 더 커졌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정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한국에서 1차 노동시장이 형성된 것은 1987년 노동자 투쟁의 성과였다. 1987년 이전에는 권위주의적인 정권들이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엄격히 통제했기 때문에 전체 노동자들이 다 열악한 처지였다.

그러나 1987년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임금과 노동조건을 대폭 개선할 수 있었다. 특히, 1987년 투쟁을 주도한 대공장, 대기업에서 그 성과가 현저했다. 이는 자본가의 이해관계에도 어느 정도 부합한 일이었다. 1980년대 후반 호황기에 기업들은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길 바랐고, 이를 위해 지불 능력이 있던 대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임금과 사내복지를 제공할 의사가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1차 노동시장 형성에 노조가 주도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한국의 1차 노동시장은 임금과 승진 등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방식이 아닌 상대적으로 더 동질적이고 안정적인 노동조건을 이룰 수 있었다.

이 성과는 다른 부문의 조건도 끌어올렸다. 대기업 노동자들이 시작한 투쟁이 중소기업으로 확대되고, 전체 세력관계가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형성되면서 중소기업,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노동조건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었다.

정부와 기업들이 그토록 정규직 노조를 증오하고 온갖 악담을 퍼부으며 공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IMF 위기 이후 정부와 기업들은 정리해고제, 연봉제, 성과급, 승진제도 등을 통해 정규직 내부의 경쟁과 위계를 강화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하기는 했지만, 한국 노동자 계급은 결정적 패배를 겪지 않았고 공격에 맞서 자신들의 조건을 방어할 수 있었다.

운동의 주체

그러자 기업주들은 정규직 고용을 줄이고 비정규직 고용, 외주화, 하청업체 쥐어짜기 등을 통해 2차 노동시장을 확대해 왔다. 따라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책임은 정부와 기업들이 져야 한다.

정부의 기만적인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노동자 계급 내부의 격차에 눈감자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저임금, 고용 불안에 고통 받는 현실을 방치할 수는 없다. 또, 노동자들 사이에 기업 규모나 고용 형태에 따라 심각한 차별이 존재한다면 단결은 더 어려울 것이다.

일부 개혁주의자들은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대신 실업수당을 높이고, 노동자들에 대한 재교육 · 재취업 알선 등을 보장하자고 주장한다.

물론 사회보험, 연금, 교육 훈련, 실업수당 등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안전망일 뿐이다. 이것이 고용 불안,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상쇄할 수는 없다.

근본으로 이런 주장은 “기업의 생존이나 국제적 경쟁을 감안하면 고용유연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의 논리에 일관되게 맞서기 어렵고, 때로는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요구가 과도하다”는 식의 태도로 이끌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격차를 줄이기 위해 대기업 · 정규직 노동자들이 양보해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웨덴식 연대임금을 대안으로 보거나, 열악한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규직이 사용자에 양보하자는 ‘사회연대전략’이 대표적 사례다.

이 주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노동자를 분열시킨다는 점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나눔’ 때문에 자신의 임금이 줄어든다고 느낄 것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나누지 않는 정규직 때문에 임금이 적다고 탓하게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주들만 좋을 일이다.

반면, 노동자들의 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단결과 투쟁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종종 협상과 타협을 중시하는 노동조합 지도부가 투쟁을 회피하는 핑계로도 사용된다.

“떡고물”

한편, 정규직이 “자본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통해 착취한 잉여분의 일부를 … 떡고물”로 받기 때문에 “자본에 포섭”됐고, 따라서 비정규직 · 불안정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이들이 새롭게 노동운동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비정규직 · 중소영세 노동자들은 자신의 힘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고, 마땅히 노동운동의 주체가 돼야 한다. 그런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을 강조하는 것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제쳐버리는 것으로 이어지면 커다란 문제를 낳는다.

무엇보다 정규직의 연대 여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에 큰 영향(때로는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정규직 노동자들이 후퇴하면 전반적 계급세력 관계에서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정세가 형성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도 불리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조를 불신하는 것은 노동조건의 격차 그 자체보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투쟁에 충분히 연대하지 않았던 탓이 크다. 관료적 소심함과 보수성으로 진정한 연대를 회피해 온 노조 지도부의 책임이 작지 않다.

경제 위기 시기에, 더구나 강경한 우파 정부 하에서 투쟁 없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몽상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 계급이 단결과 투쟁을 통해 자신들의 조건을 상향평준화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잘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후퇴하지 않고 싸워야 하고 동시에 전체 노동자들의 요구(예컨대 최저임금 인상 등)를 지지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 계급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동자를 단결시키는 정치와 투쟁이 필요하다. 좌파는 노동자 계급 내 분열을 조장하는 온갖 이데올로기에 효과적으로 맞서야 하고, 기층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활력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입력 2015-01-1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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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대타협기구는 개악을 위한 미끼일 뿐이다

최영준

1월 8일 ‘공적연금 강화 공동투쟁본부’(공투본) 대표자회의에서 국민대타협기구(대타협기구) 참여 여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 회의에는 전교조, 전국공무원노조,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 한국교총, 사학연금공동대책위원회, 한국노총 공동대책위원회 등 6개 단체 대표자가 참석했다. 

1월 8일 국회에서 열린 공투본 대표자회의에서 대타협기구 참여를 반대하는 공무원 노동자.  ⓒ공무원연금 사수 네트워크

전교조 변성호 위원장만이 공투본의 대타협기구 참여를 반대했다. 반면, 공무원노조 이충재 위원장은 나머지 단체 대표자들과 함께, 참여를 강력히 주장했다.

전교조 측이 끝까지 반대했는데도, 나머지 단체 대표자들은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전공노 사무처장, 공노총 위원장, 한국교총 회장, 한국노총 공대위원장이 공투본 몫으로 대타협기구에 참여하기로 정했다. 이 과정에서 애초 전교조 몫으로 거론되던 자리를 한국노총 공대위에 넘겼다.

그러나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무슨 핑계를 대든 간에, 대타협기구는 논의만 할 뿐 최종 결정은 국회에서 여야가 한다는 점이다.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대타협기구가 실질적인 합의기구여야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해 왔다(‘조건부 참여’).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대타협기구에서 합의안을 도출하도록 노력한다”는 여야 합의문을 자기 식대로 해석했다. 그러나 “노력한다”는 문구는 아무 구속력이 없다.

입력 2015-01-1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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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민주노총 신임 위원장 인터뷰

“박근혜와 맞짱 뜨는 큰 투쟁을 만들 것입니다”

민주노총의 첫 직선 임원이 되셨습니다. 선거 결과를 어떻게 보시나요?

민주노총 조합원의 승리라고 평가합니다. 민주노총은 투쟁하는 조직이다, 싸울 때는 제대로 싸워야 한다는 마음이 모아진 것 같고요.

이번 집행부는 이후 더 큰 단결을 이뤄 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죠. 특히 박근혜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전체 노동운동에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정부의 공세에 강력히 대응하지 못하면 후세에 큰 짐을 지울 거라 생각해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이미진

정부의 공격에 어떻게 맞설 계획인가요?

총파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투쟁의 요구는 각각 다르지만, 정부 종합대책의 파장을 고민하다 보면 큰 투쟁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단위사업장 대표자회의, 활동가대회 등 다방면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거예요. 다 모인 자리에서, 왜 내가 공무원연금으로 싸워야 하는지, 왜 정규직 대공장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투쟁에 나서야 하는지 토론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한 번 서울에 모였다가 흩어지는 소모적인 투쟁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는 눈 하나 깜짝 안 합니다. 적의 아픈 데를 찔러야죠.

2015년 전체가 투쟁 시기가 될 것이죠. 2월엔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를 띄워 비정규직 문제에 발 벗고 나서고, 국민적 우군을 만들 것입니다. 민주노총의 힘만으로는 아직 어렵다고 봅니다.

3~4월엔 법 개악 저지 투쟁 시기가 될 겁니다. 공무원연금 개악을 중심으로 한 공적연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힘 있게 투쟁할 거고요. 전체 노동자들을 동일하게 묶어서 갈 거예요.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투쟁과 조기 임투를 연결시키고, 하반기에는 전체 노동자 의제로 박근혜와 맞짱을 뜨는 중요한 분수령을 만들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공격 시기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준비 태세도 갖춰야 해요.

최근 한 회의에서 쟁의권 위임 문제도 얘기하셨는데요?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자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죠. 저들이 도발했을 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현장의 요구를 받아 힘이 실릴 수 있게 투쟁을 조직할 것입니다.

투표를 거치는 위임이냐, 지역별-산별 선언을 통한 위임이냐는 논의가 필요해요. 위임을 받고도 투표를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도 있죠. 결단의 문제가 있는 거예요. 중상집 논의를 거쳐서 대의원대회에 안을 제출할 것 같아요.

한국노총과의 공동 투쟁을 말씀하셨는데요?

얼마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민주노총을 방문했어요. 노사정위에서 거친 합의가 있었지만, 현장에서 동의하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다고 했어요. 한국노총이 최종 합의는 할 수 없을 거라고 봐요. 정부가 개악을 강행하면 공동투쟁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당면한 공무원연금 투쟁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습니까?

공적연금 강화 범국민대책기구를 구성할 계획입니다. 공무원노조는 4월 투쟁이 잡혀 있어요. 그 시점에 맞춰서 전교조도 연가 투쟁 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인데도, 같이 힘을 모으는 쪽으로 결정이 날 것 같고요.

대타협기구에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의 문제가 있는데,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입장이 차이가 있죠. 결국 투쟁의 목표지점은 같기 때문에 약간의 시간적 편차를 두고 힘이 모아질 거라고 봐요. 민주노총이 역할을 해야죠.

인터뷰 · 정리 박설

입력 2015-01-1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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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행동의 대타협기구 참여 결정 유감

윤필언

박근혜는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공무원연금 개악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4월 내 국회 처리’를 못 박았다.

같은 날, 공무원연금국민대타협기구(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인 새누리당 의원 조원진도 “대타협기구가 합의안을 가져올 때까지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특위가] 기다릴 수는 없”다며 대타협기구가 어떠한 결정 권한도 없음을 확인했다.

이처럼 ‘대타협기구를 실질적인 합의기구로 만들기 위해 참여한다’는 공무원노조 지도부 등의 주장은 며칠도 안 돼 공허한 얘기가 되고 있다. 지금은 모든 역량을 투쟁 조직화에 집중해야 한다.

전교조 지도부는 옳게도 대타협기구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1월 13일 전교조 중앙집행위 회의에서도 대타협기구 불참 입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1월 13일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연금행동) 집행위 회의에서는 ‘노동자연대’를 제외한 단체들 대부분이 정용건 집행위원장의 대타협기구 참여를 찬성했다. 이들은 ‘대타협기구가 들러리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대타협기구에 들어가야 시간을 끌면서 투쟁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시한을 정해놓고 개악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새누리당과, 이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의도는 전혀 고려치 않는 태도다. 대타협기구의 활동 기간(90일)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시간끌기는, 되려 개악 저지 투쟁을 조직할 시간만 까먹게 된다.

연금행동 내에서는 “새정치연합을 견제하고 여야가 합의를 못 하게 하기 위해”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국회 밖 투쟁만으론 여야의 개악안 합의를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도 봤듯이, 새누리당의 일방적 강행과 새정치연합의 배신적 합의를 저지하지 못한 것은 되려 국회 밖 투쟁 동력이 수그러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새정치연합이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요구를 낮추며 운동의 김을 뺐던 온건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의 교훈을 곱씹어 봐야 한다.

연금행동 집행위 회의에 참가한 민주노총 담당자는 ‘대타협기구는 노사정위와는 달라, 참여하더라도 투쟁 조직에 해악적이지 않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사정위와 마찬가지로 대타협기구도 투쟁 조직에 방해물이긴 매한가지다.

‘대타협기구’ 참여는 그 논리상 타협(양보)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도부가 양보를 전제로 한 협상을 하면서 기층 조합원들의 투쟁 동력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대화를 핑계로 노조 지도자들을 대타협기구에 묶어 두어 투쟁 전선을 약화시키려 할 것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고지에서 공무원연금 개악을 처리하려는 속셈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연금행동 단체들 중 다수가 대타협기구 참여에 동의한다면 민주노총은 반대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적절치 않다. 특히, 민주노총 한상균 지도부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대타협기구는 대화하는 동안에는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 … 노조에게 양보의 압력을 넣는 구실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타협기구 참여를 반대했었다.

한상균 지도부는 ‘투쟁 사령부’답게 그리고, ‘언행일치’ 지도부 답게 들러리에 불과한 대타협기구 참여 반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후보자 시절에 주장했던 “굳건하고 단호하게 투쟁을 확대하는 것”에 일로매진(一路邁進)하길 바란다.

입력 2015-01-1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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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금속노조 지도부는 대대 결정 인정하라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가 최근 현대차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8 · 18 신규채용 합의’를 인정하는 평가서를 통과시켰다. 전규석 위원장은 1월 13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원장이 직접 교섭에 참가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그 합의를 인정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24일 열린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의 결정, 즉 ‘8 · 18 합의 폐기’ 결정을 무력화하려는 매우 고약한 조처다. 당시 대의원대회는 ‘8 · 18 합의가 신규채용을 수용하고, 소송 취하를 전제하고, 불법파견 인멸에 동의하는 등 문제 있는 합의’라고 규정하고, “합의 내용을 승인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비록 8.18 합의가 이미 현장에서 관철되고 있지만, 법원 판결도 있는 마당에 합의에 발목 잡히지 말고 투쟁하라고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애초 금속노조 지도부는 현대차 이경훈 우파 지도부의 압박에 타협해, 사실상 8 · 18 합의를 인정하는 내용의 유감스런 안을 대의원대회에 내놓았다. 그러나 올바르게도 이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이 수정안을 제출했고 논란 끝에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이로써 8 · 18 합의를 거부하며 싸우고 있는 현대차 울산 비정규직지회 등 노동자들은 큰 용기를 얻었다. 이들은 “우리가 옳았음을 인정하고, 우리가 투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줬다”고 기뻐했다.

반면, 자신이 체결한 합의에 흠집이 생기고 정치적 명분을 잃은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은 크게 반발했다. 그는 ‘금속노조에 대한 특단의 조치’ 운운하며 어떻게든 대의원대회 결정을 뒤집으려고 안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규석 집행부는 결국 이경훈 지부장의 압박에 치욕적으로 무릎을 꿇으며, 투쟁하는 비정규직 조합원들, 대의원들의 뒤통수를 치는 평가서를 내놓은 것이다.

중집 평가서, 위원장 담화문의 문제점

전규석 집행부는 이번 조처가 ‘합의의 법적 실효성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 뿐’이라며, 대의원대회 결정을 번복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위원장의 동의 절차 없이 지부 · 지회별 합의가 이뤄져 왔다’며 8 · 18 합의만 문제 삼을 수 없다는 형식적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지도부가 8 · 18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힌 이상, 그것은 단지 법리적 실효성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대의원대회 결정이 그토록 중요했던 이유는, 금속노조의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투쟁의 정치적 정당성을 승인했기 때문이었다.

8 · 18 합의는 현대차뿐 아니라 많은 불법파견 작업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금속노조는 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8 · 18 합의 폐기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미 8 · 18 합의 이후 기아차 사측이 유사한 신규채용 합의안을 관철시켰고, 박근혜 정부는 이런 기업주들의 뒤를 봐주려고 불법파견의 기준을 정비(개악)하려 한다. 따라서 이런 중요한 문제를 형식적 논리를 앞세워 눙치는 것은 부정직한 태도다.

더구나 전규석 집행부가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 결정을 사실상 번복한 것은 노동조합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다. 금속노조 중집은 대의원대회에서 왜 집행부 안이 부결됐는지를 반성적으로 돌아보고 투쟁 조직에 힘쓰지는 않고, 반대로 여러 중앙 단위의 논의 속에서 “어렵게 확정된 안을 [대의원대회에] 관철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평했다. 대의원들은 노조 지도부의 입장을 그대로 통과시켜주는 거수기가 아닌데도 말이다.

요컨대, 이번 사태는 전규석 집행부의 무기력을 다시금 보여 줬다. 전규석 집행부는 좌파로서의 면모는 보여 주지 못한 채, 맥 없이 이경훈 지부장에 꼬리를 내렸다. ‘금속노조의 주인은 조합원이 아니라 현대차지부장이었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 일부 금속노조 임원들은 ‘미워도 현대차지부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 우파 관료에 굴복해 투쟁하고자 하는 조합원들의 사기를 꺾는 지도부라면, 그 자리를 지키는 의미는 뭘까?

전규석 집행부는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투쟁의 동력은 이경훈 같은 우파 관료들이 아니라, 현장 조합원들에서 나온다. 전규석 위원장은 ‘이제 더는 갈등을 지속하지 말고 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우자’고 호소했지만, 도대체 누가 이 지도부를 믿고 투쟁에 나서겠는가. 8 · 18 합의에 대한 태도 문제에서 우파 관료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서는 조합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투쟁으로 모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중집 결정 폐기, 담화문이 실린 <금속노동자> 전면 수거와 폐기, 집행부 사과 등을 요구하며 금속노조 1층 로비에서 항의 농성을 시작했다.

이는 전규석 집행부가 자초한 결과다. 비정규직 동지들의 항의는 정당하다. 금속노조의 대의원들, 투사들은 곧 시작될 중집 평가서-위원장 담화문 폐기 연서명 등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2015년 1월 15일 노동자연대

입력 2015-01-15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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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의 대표자 변경 신고를 불인정한 정부를 규탄한다

김인식

노동부가 전교조가 낸 대표자 변경 신고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교조는 지난해 12월 선거를 통해 변성호 후보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그런데 노동부는 노동조합법상 총투표자 대비 과반 득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전교조의 대표자 변경 신고를 불인정했다.(전교조 중앙선관위는 자체 규약에 따라 무효 표를 제외한 유효 투표자 대비 과반 득표를 한 변성호 후보의 당선을 확정 공고했다.)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위한 미끼인 국민대타협기구에 불참하고 대중 투쟁을 조직하겠다는 전교조 집행부를 길들이기 위해 이런 짓거리를 하는 듯하다.

노동자들의 자주적 결사체인 노동조합의 선거 결과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

입력 2015-01-1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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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공장 굴뚝 농성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만드는 티볼리를 보고 싶다”

유병규

2014년 12월 13일부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기획실장이 평택공장 안 70미터 굴뚝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09년 정리해고 이후 벌써 세 번째 고공 농성이다.

쌍용차 사측은 법원에 퇴거단행 가처분을 신청하며, 고공 농성자 1인당 하루 1백만 원의 간접강제금을 물리도록 요구했다. ‘호텔인 줄 아냐’며 생필품과 방한용품조차 전달하지 못하게 제한하더니 어처구니없게도 ‘특급호텔’ 비용을 청구한 것이다.

굴뚝 농성은 한 가닥 기대마저 짓밟힌 노동자들의 절박한 선택이었다. 앞서 2014년 11월 13일 대법원은 고등법원 판결을 뒤집고 쌍용차 정리해고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 판결을 2014년 최악의 판결로 뽑았다.

민변은 “정리해고가 남발되는 현실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정리해고의 문을 사용자 측에 활짝 열어 준 판결”이라고 옳게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의 공격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정리해고에 맞선 투쟁을 쌍용차 노동자들의 몫으로만 맡겨 놔선 안 되는 이유다.

2015년 1월 13일 쌍용차는 신차 ‘티볼리’를 출시하고 판매에 들어간다. 최근 쌍용차 투쟁이 다시 부각되는 것도 이와 맞물려 있다. 해고 노동자들은 신차 생산에 따른 추가 인력 충원과 해고자 전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금 힘겹게 투쟁에 나선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도 커지고 있다. 슬라보예 지젝, 노엄 촘스키, 가야트리 스피박 등 세계적 석학들이 연대 메시지를 보냈다. 지젝은 “당신들의 견결함과 끈질김은 우리 모두의 귀감입니다. 당신들이 올라간 그 굴뚝은 세계를 비추는 등대와 같[다]”는 연대 인사를 보내기도 했다. 

“당신들이 올라간 그 굴뚝은 세계를 비추는 등대와 같다” 슬라보예 지젝의 연대 메시지 ⓒ이윤선

한편 고공 농성은 “쌍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은 현재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들 밖에 없다”는 연대의 호소이기도 하다. 이것이 사측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사측은 “공장 내 다른 근로자를 향해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고함을 지르거나 신호를 주고받고 있다”며 고공 농성을 불편해 하고 있다.

쌍용차가 해고자 복직을 거부하며 들먹이는 ‘경영 정상화’ 때문에 공장 내 노동자들도 고통받고 있다. 쌍용차 판매량은 2009년 3만 4천7백3대에서 2014년 14만3천5백16대로 늘었다. 이에 따라 노동자 1인당 생산량이 5배 넘게 증가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동종 업종 노동자들에 견줘 높은 노동강도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 있다.

연대

그러나 쌍용차 기업노조는 2009년 금속노조 탈퇴 후 ‘경영정상화’ 명목으로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해 왔다. 지난 5년간 ‘무분규 타결’로 회사에 적극 협조해 왔다. 그러나 합의안 찬성률은 매년 떨어져 간신히 50퍼센트를 넘기는 수준이다. 그만큼 공장 내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다는 것이다. 기업노조는 고공 농성에 대해서도 ‘농성 해제 후 대화’라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측은 굴뚝 농성이 ‘공멸’을 자초한다며 노동자들을 이간질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조건없는 대화와 교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목소리를 커지게 할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파 활동가들이 올 하반기 노조 선거에 도전해 선전한다면, 공장내 변화를 촉진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월 24일(토)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리해고 철폐! 쌍용차 범국민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최근 민주노총 선거 결과에서, 경제 위기 고통을 노동자 계급에게 전가하려는 박근혜 정부에 맞서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원하는 조합원들의 열망이 드러났다. 이 열망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연대로도 이어져야 한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구실이 중요하다.

쌍용차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리해고 철폐 범국민대회

일시 : 1월 24일(토) 오후 2시

장소 : 서울 도심

입력 2015-01-1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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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노조

노동자들이 잠정 합의안을 부결시키다

김지태

1월 7일 현대중공업노조의 잠정 합의가 부결됐다. 투표자의 66.5퍼센트인 약 1만 명이 반대했다.

이번 잠정 합의안에는 산재 예방 · 처리를 위한 작업중지권 보장 등 일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낮은 기본급 인상에 반대했다. 특히 최저 시급 수준의 열악한 기본급에 시달려 온 청년 노동자들의 반발이 컸다.

“겨우 이거 얻으려고 그동안 싸웠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부결입니다.”

또 노동자들 사이에 경쟁을 강화하고 임금을 하락시키는 성과 연봉제를 철회시키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서는 “처우 개선책을 마련토록 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도 ‘그간 친사측 노조가 해 온 공문구 합의와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래서 활력 있는 청년 노동자들이 다수 모여 있는 ‘현장실천단’은 투표 전날부터 부결을 주장했다. 투표 당일에는 투표소 앞에서 팻말 시위를 벌였다.

이런 반대 여론과 활동 때문에 매우 많은 반대표가 나왔다. 

△전투적 노동자들이 현장의 열망을 수용해 투쟁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사진 출처 현대중공업노조

지금까지 벌인 네 차례 부분 파업은 노동자들의 잠재력을 보여 줬다. 노동자들은 그 안에서 자신감을 얻고 조직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조선업 위기 속에서 사측의 양보를 강제하려면 투쟁 수위를 더 높여야 했다. 부분 파업을 벌여도 많은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일을 해서 사측의 타격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노동자들도 새해에는 더 강력하게 싸우길 바랐다.

하지만 노조 지도부는 계속 주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예고했던 2시간 파업 계획을 하루 전에 갑작스럽게 유보한 바 있다. 이후에도 사측이 전혀 양보하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노조 지도부는 부분 파업을 더 띄엄띄엄 했다. 그러다 기대에 못 미치는 잠정 합의를 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런 점에서 실망감을 느꼈다.

이것은 민주파 노조 지도부도 사측과 현장조합원 사이를 중재하며 투쟁보다는 협상을 중시하는 노조 관료주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제라도 노조 지도부는 현장 노동자들의 열망을 수용해 더 강력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 ‘추가적인 파업은 어렵다’는 노조 관계자의 말이 실린 것은 우려스럽다.

그래서 ‘현장실천단’이나 현장의 전투적인 노동자들이 더 강력하게 싸우자고 주장해야 한다. 다가올 대의원 선거에 전투적인 노동자들이 대거 진출해 투쟁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현장실천단’이 말했듯이, “쟁대위[노조 지도부]가 현장 여론에 부응하지 못할 때 … 조합원들의 편에서 쟁대위를 견인할 필요”가 있다.

입력 2015-01-1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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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경제정책 방향과 비정규직 종합대책

단결해 투쟁하면 막을 수 있다

박설

지금 정부가 겨냥하는 공격 대상은 전방위적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모두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박근혜는 하나하나 차례로 공격할 만큼 여유가 없다.

그래서 정부는 노동자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단결해 저항하지 못하도록 각개격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공부문은 “철밥통”으로 고립시키고, 정규직은 “과보호”,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주범”으로 비난하면서 위축시키려 한다. 그렇게 해서 전체 노동자 계급의 처지를 악화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비난 논리에 맞서며 조건을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공공기관 · 대기업 노조 간부들은 정부의 비난 때문에 투쟁보다는 국민적 지지 형성이 우선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효과적이지 않다. 이런 논리는 자칫 당면 공격에 맞서 투쟁하기를 회피하거나 머뭇거리는 핑계가 될 수 있다.

진정 효과적으로 지지를 모으려면, 자신의 요구가 왜 전체 노동자들에게도 이로운지를 설득하며 단호히 박근혜에 맞서야 한다. 철도 파업 때처럼 말이다. 또 자신이 가진 힘을 미조직 ·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위해서도 적극 사용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일부 공격은 법 개악을 통해 관철하려 하지만, 일부는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임금체계 개악이나 해고 요건 완화는 사업장의 취업규칙 변경을 손쉽게 해추진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럴 때 노조들이 사업장 별로 각개약진 하지 않도록, 민주노총 차원의 연대 투쟁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어떤 노조는 ‘올해 우리는 단체협약은 없고 임금협약만 있다’는 이유로, 또 어떤 노조는 ‘일단 다른 사업장의 추이를 보고 투쟁하겠다’는 식으로 각개 대응해선 성과를 내기 어렵다.

민주노총 투쟁적 지도부의 당선

노동운동이 얼마나 단호하게 제 힘을 발휘하느냐, 또 얼마나 효과적으로 단결을 꾀하느냐가 관건이다. 박근혜는 꼴통스럽고 흉측하고 집요하지만, 그렇다고 강력하지만은 않다.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와 진실규명 운동으로도, 철도 파업 등 노동자 투쟁으로도 타격을 입었다.

무엇보다 최근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임원 직선제에서 투쟁적인 지도부를 선택했다. 정확히 말하면, 한상균 집행부의 당선은 투쟁 열망을 가진 조합원들이 다수파가 됐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2009년 쌍용차 점거파업의 정치적 복원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때처럼 싸울 필요가 있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아졌으니 말이다. 한상균 집행부가 이런 조합원들의 열망을 올곧게 대변해 후보 시절 말한 대로 강단 있게 투쟁을 조직하길 기대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최근 박근혜의 대대적인 공격에 맞서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 조직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노동자들이 가진 고유의 힘을 사용해 실질적 파업으로 강력히 맞설 때, 박근혜의 질주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직접 투쟁을 조직하고 이끌 활동가들, 투사들의 구실이 중요하다. 지도부의 투쟁 선언은 현장의 투쟁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실제 구현되기 어렵다. 또 지도부가 제대로 싸움을 이끌지 못할 때 독립적으로 투쟁을 전진시킬 수 있는 힘도 바로 거기에 있다.

입력 2015-01-1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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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의 노사정위 참여 유감

박설

지난해 12월 23일 한국노총 지도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 관한 노사정위 합의에 동참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정부에 정치적 명분을 주고 힘을 실어 줬기 때문이다.

김동만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눈치를 보며 해고 요건 완화, 비정규직 양산 등 정부의 개악 내용에 반발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노사정위에 남아 사회적 합의에 매달리고 있다.

반면, 민주노총의 신임 집행부는 당선하자마자 노사정위 불참 입장을 분명히 하고 투쟁을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적으로 옳은 입장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한국노총과의 공동 투쟁을 말하는 것은 현명치 않아 보인다. 한국노총을 투쟁 쪽으로 끌어당기자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런 제스처는 사회적 합의를 지지하는 일부 산별 · 연맹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강화할 수 있다.

입력 2015-01-1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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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대타협기구를 실질적인 합의기구로 만들기 위해 참여해야 한다?

최영준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대타협기구를 실질적인 합의기구로 만들기 위해 참여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대타협기구의 목적은 공무원연금을 어떻게 삭감할지 ‘타협’하는 것이지, ‘연금 개악 저지’가 아니다. 새정치연합도 개악에 동의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래서, “공투본과 야당이 잘 협조하면 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는 공무원노조 김성광 사무처장의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새정치연합은 불과 몇 달 전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도 “여당의 독주”를 막기는커녕 반대로 유족을 거듭 배신했다. 또, 새정치연합은 2007년 여당으로서 국민연금을 용돈 수준으로 개악한 장본인이자 2014년 기초연금 사기극에 합의해 준 공범이었다.

그러므로 여야가 동수로 위원을 추천했다고 해서 대타협기구 내에서 개악 찬성과 반대가 정확히 균형을 이뤘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사실, 대타협기구 내 힘의 관계를 봤을 때, 이 기구가 합의기구가 되려면 공투본 지도자들이 양보한다는 뜻이다. 1월 8일 공투본 대표자회의에서 교총 지도부는 대타협기구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이제 우리[공투본]가 양보할 수 있는 연금 개혁 수용 가능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초 공무원노조를 비롯한 공투본 소속 단체 대표자들은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염두에 두고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보다 ‘구조 개혁’, ‘연금법 전면 개정’ 등 모호한 요구를 내놓으며 후퇴할 뒷문을 열어 뒀다.

따라서 전교조 지도부가 대타협기구 불참 입장을 밝힌 것은 옳았다. 또, ‘공무원연금 사수 네트워크’ 소속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이 대표자 회의 장소에서 공무원노조 지도부에게 불참을 호소하며 전교조 지도부와 같은 입장을 취하라고 주장한 것도 옳았다.

일부 공무원노조 지도자들은 ‘전교조가 파업할 수 있냐’며 전교조 지도부에 우파적 압력을 가하는 듯하다. 관료적 타협의 먹이사슬을 형성하려는 압력이다. ‘전교조 지도부는 책임도 못 질 결정을 하지 말고 공무원노조 지도부를 따르라!’

만일 전교조 지도부가 공무원노조 지도부의 동요와 후퇴를 공개적으로 비판한다면, 공무원노조 투사들이 기층에서 개악 저지 운동을 건설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입력 2015-01-1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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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대타협기구 참여는 무엇을 위한 시간 벌기용인가?

최영준

이충재 위원장은 대타협기구 참여로 “시간도 벌고 [여당] 폭로도” 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수세적인 방어 논리로 보인다. 물론 이런 수세적인 변명이 대타협기구를 실질적인 합의기구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보다 더 본심에 가까워 보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설득력은 없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노동조합의 “시간 벌기” 시도를 차단하려고 대타협기구의 활동 기간(90일)을 못 박았다. 새누리당의 개악안에 대한 폭로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공무원 · 교원 단체들이 실시한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찬반 투표에서 90퍼센트 이상이 반대했다.

게다가 노조 지도자들이 타협 테이블에 앉아 논의하느라 기층에서 투쟁을 조직할 시간을 까먹을 우려가 크다. 이것이 진정한 위험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대화하자면서 무슨 투쟁이냐’며 노조 지도자들을 옭아매려 할 것이다.

지금은 타협 테이블에 앉아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되고’ 식으로 저들과 입씨름할 때가 아니다. 정부 여당이 시한을 정해 놓고 연금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를 분명히 하고, 기층 조합원들의 투지를 고취시켜 나가야 할 때다. 특히 공무원노조 투사들은 공무원노조의 연금 개악 저지 운동이 이 방향으로 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입력 2015-01-1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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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악 저지가 아니라 공적연금 강화를 내세워야 한다?

박천석ㆍ최영준

국민적 지지를 얻으려면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앞세우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흔히 이 논리는 국민적 지지를 얻으려면 공무원연금 개악도 일부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공투본 대표자들은 연금 투쟁의 기본 방향을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대신 ‘공적연금 강화’, ‘연금법의 전면 개정’ 등 모호한 문구로 변경했다. ‘공적연금 강화’ 주장의 이면에 공무원연금을 일부 양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공적연금 강화를 위해 공무원이 양보하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 시기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분명히 하지 않는 공적연금 강화 요구는 공무원연금의 일부 삭감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물론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이 2007년에 국민연금 방어 투쟁에 나서지 않은 것을 반성적으로 평가하며 공적연금 강화를 지지하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옳다. 당시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은 국민연금 개악과 공무원연금 개악의 연쇄고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안이하게 대응한 면이 있다. ‘용돈’ 수준밖에 안 되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은 당연히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반성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공무원 노동자들의 희생이 아니다. 특별히 이번에는 공무원연금 개악이 국민연금 개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공적연금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공무원연금 개악을 먼저 저지해야 한다. 이를 분명히 한 뒤에 공적연금의 상향평준화 논의를 본격화하는 게 전술적으로 현실적이다.

입력 2015-01-2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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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 대타협기구 참여가 아니라

총파업 조직에 총력을 기울여야

박천석ㆍ최영준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대타협기구 참여를 두고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탈퇴해 파업을 하는 투트랙(소위 ‘협상과 투쟁의 병행’) 전술의 일부라고 한다. 연금행동에 참가한 민주노총 담당자도 “대타협기구는 노사정위와는 달라, 참여하더라도 투쟁 조직에 해악적이지 않다”며 연금행동의 대타협기구 참여를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타협기구’ 참여는 그 논리상 타협(양보)를 전제로 한 것이다. 특히, 노조 지도부가 협상의 논리에 묶여 투쟁 전선이 약화될 수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 김현숙은 “대타협기구에서 원활하게 논의가 이루어지려면 각자의 구체적인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노조 측의 양보안을 요구했다. 새정치연합은 재정 절감 효과를 위해 상하위직 가리지 않고 15퍼센트를 일괄 삭감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대타협기구 참여를 중요하게 여길수록 각종 ‘양보론’이 비집고 들어올 수밖에 없다. 공무원노조를 비롯해 공노총, 한국노총, 교총 등은 대타협기구 참여를 결정한 날, ‘연금개혁의 수용 가능한 대안’을 만들기 위한 정책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공노총은 양보안을 위한 조합원 설문조사까지 했다고 한다.

이처럼 지도부가 양보를 전제로 한 협상을 하면 기층 조합원들에게 혼란된 메시지를 주는 셈이다.

조합원들과 현장 활동가들이 매서운 한파 속 길거리 농성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투쟁기금을 냈던 것은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위해서였지, ‘연금개혁의 수용 가능한 대안’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노사정위와 마찬가지로 대타협기구도 투쟁 조직에 방해물이긴 매한가지다. 지금은 대타협기구 참여가 아니라 공무원연금 개악에 맞선 ‘연가파업’을 하겠다는 전교조와 공조해 민주노총 새 지도부의 실질적인 파업 조직에 나서야 한다.

한 달 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공무원연금 개악을 강행하면 파업에 나서겠다고 답한 공무원 노동자가 무려 65.8퍼센트였다. 현장 조합원들은 지도부가 투쟁을 호소한다면 행동에 나설 태세다. 따라서 이렇게 조합원들의 분노와 투지가 유지될 때 저항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여당의 연금 개악 의지를 꺾을 수 있다. 공무원노조 내 투사들은 민주노총 총파업 조직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입력 2015-01-2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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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투쟁의 최전선

공무원연금 개악을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박천석ㆍ최영준

박근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개악 의지를 재천명했다. 새누리당 김무성도 “상반기에 꼭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하겠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박근혜가 수차례 주문한 ‘연내처리’가 좌절된만큼 정부와 여당의 공무원연금 개악 의지는 절박하다.

게다가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악은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 추진과 한 묶음으로 이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상반기에 공무원연금 개악을 밀어붙여 성공을 거둔다면 전체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반대로 노동운동이 상반기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악 시도를 좌절시킨다면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 추진도, 4월 임시국회 통과를 주문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안 추진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즉, 노동운동이 힘을 모아 공무원연금 개악을 저지한다면 경제위기 고통 전가 공세(임금 억제, 노동유연화, 공공부문 공격, 노조 탄압 등)에 맞서는 다른 부문 노동자들에게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

입력 2015-01-2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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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정상화’ 반대 투쟁 2라운드를 준비 중인 서울대병원 노조

고은이

정부는 지난 1월 16일 ‘2014년도 공공기관 방만경영 정상화 계획 이행결과 및 후속조처’를 발표했다. 2014년 말까지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을 하지 않은 기관 13곳은 2015년 6월까지 정상화 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2015년 임금 동결에 더해 2016년 임금도 동결하겠다는 것이다. 이 열 세 기관에는 서울대병원을 포함해 국립대병원이 무려 11곳이나 포함돼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박근혜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을 가장 앞장서 추진해 왔고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이에 맞서 파업 등 투쟁에 나선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을 굴복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다. 서울대병원 노조가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벌인 의료 민영화 반대 파업은 정부의 계획을 일부 지연시키는 구실도 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밀어붙이지 못한 ‘가짜 정상화’를 밀어붙이려고 지난해 12월 31일자로 노동조합에 단협해지를 통보했다. 

그리고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에게 취업규칙 개정 동의서를 받고 있다. 노조 조직률이 50퍼센트가 안 된다는 점을 이용해 단협 대신 취업규칙 개정으로 정부 방침을 관철시키려 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이 추진하는 취업규칙 개정의 핵심 내용은 임금체계 개편, 성과급 지급, 퇴직수당 폐지, 휴가 축소 등 ‘가짜 정상화’로 추진하려 한 임금과 노동조건 개악이다. 취업규칙을 개정하려면 전 직원의 과반에게 취업규칙 동의서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사측은 이를 위해 부당노동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 

동의서명 여부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고 협박하기, 야간근무자를 아침에 퇴근도 시키지 않고 동의서를 쓰라고 붙잡아두기, 일대일 면담으로 동의서 서명을 강요하기, 심지어 비정규직들에게 동의서명을 해야 연장계약이 가능하다고 압박하기 등.

이에 노동조합은 전 직원(조합원, 비정규직, 비조합원) 간담회를 열어 병원측이 추진하는 취업규칙 개정 내용을 폭로하고 노동조합 가입을 호소하고 있다. 3주 만에 4백 명이 노조에 가입 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취업규칙 개정안에 2차 ‘정상화’ 계획도 포함시키려 한다. 취업규직에 ‘성과능력급’에 대한 규정(안)을 신설해 해마다 개인별 성과능력급을 책정한 후 개별 계약서를 작성하려 한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지난해 박근혜의 공공기관 가짜 정상화에 맞서 효과적으로 싸우지 못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처럼 여전히 저항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고 민영화, 구조조정 등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에 맞선 투쟁 과제도 남아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

입력 2015-01-2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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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지도부는 대타협기구에서 탈퇴하고 파업 조직에 집중해야

박천석

공무원노조 집행부는 한편에서는 ‘총파업’ 카드를, 다른 한편에서는 대타협기구에 참여하는 ‘투 트랙’을 주장한다. 대타협기구를 활용해 개악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투쟁을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특위 위원장 주호영(새누리당)은 대타협기구의 합의 없이도 특위에서 입법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공투본이 대타협기구 운영 동안 ‘특위 중단’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새누리당은 “특위는 특위대로 여론 수렴, 전문가 공청회” 등을 하겠다고 한다. 

새정치연합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안을 특위에 상정을 안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상정 안 한다”고 답했을 뿐이다. 한술 더 떠, “정부는 정부안을 내놓고 노조는 노조안을 내놓고 당사자 협의를 하라”고도 했다. 국회특위의 야당 측 간사 강기정은 공무원들이 연금 개악에 반대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면서, 당사자들을 대타협기구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무원 노동자들을 편드는 척하면서 양보 교섭의 테이블로 유인해 간 것이다.

이것이 대타협기구의 진정한 본질이다. 논의 과정이 어떻든, 여야 의원들의 말이 무엇이든 대타협기구가 개악을 위한 양보 교섭 테이블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타협기구 적극 활용론을 주장해 온 이충재 위원장조차 3월에는 대타협기구에서 탈퇴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3월 28일이면 대타협기구 활동이 종료된다. 그때까지 테이블에 앉아 적들과 입씨름하지 말고 지금 나와 4월 파업을 건설하기 시작해야 한다. 정부 여당은 거대한 반발에 부딪히지 않는 한 양보할 의사가 없다. 

공무원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 운동이 공무원노조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중 집회를 성사시켰다고 강조한다. 정부 · 여당조차 노동자들의 분노가 대중 집회를 넘어 파업 같은 더 위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걱정한다. 

따라서 공무원노조 집행부는 대타협기구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공무원연금 개악 등에 맞서 파업을 벌이겠다는 민주노총 · 전교조 지도부와 공조해 파업을 조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입력 2015-01-3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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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한상균 집행부의 등장과 2015년 총파업

김하영

민주노총 한상균 집행부의 당선은 박근혜 정부의 파상공세를 막아야 한다는 좀더 투쟁적인 조합원들의 바람이 우세한 결과였다. 한상균 후보조 선본은 2015년 총파업을 단연 중요한 공약으로 내놓았다. 박근혜 정부가 이미 ‘투자활성화’와 ‘경제혁신’ 정책들에서 선 보인 노동자 공격 계획들을 2015년에 집요하게 밀어붙일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좌파들 내에서도 “투쟁”을 부각하는 게 무슨 변별력이 있겠느냐는 주장이 처음에 있었다. 그러나 선거가 진행될수록 그렇지 않음이 드러났다. 한상균 후보조의 2015년 총파업 공약과, “준비”를 명분으로 투쟁을 총 · 대선까지 미루자는 다른 후보 진영의 공약이 맞붙으며 투쟁 전망이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선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박근혜 정부가 쏟아낸 정책들은 한상균 후보조 선본의 주장에 힘을 실어 줬다.

박근혜 정부는 “정규직 과보호”를 비난하며 일반해고 요건 완화와 임금체계 개악을 예고했고,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업종 확대 의도도 드러냈다. 공무원연금 개악과 공공부문 공격을 집요하게 밀어붙이려 한다는 것도 거듭 확인됐다.

그러면서 2015년에 박근혜와 한판 붙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민주노총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점차 확산됐다. 77일간의 공장 점거라는 한상균 후보의 신뢰감 가는 전력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지난 10년간 집행부를 운영해 온 세력들은 정부와 사용자들의 공격에 제대로 맞서지 못했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으면서 다수 조합원들이 투쟁에 실제로 나설 지도부를 선택한 것이다. 1차 투표에서 그게 자기만의 생각이 아님을 확인한 조합원들은 더 자신감이 생겼고 기대도 높아졌다.  

△한상균 집행부의 당선은 박근혜의 공세를 막아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다. ⓒ사진 출처 <노동과 세계>

총파업의 의제와 시기

이렇게 등장한 한상균 집행부가 박근혜 정부의 올해 최대 국정과제라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과 공무원연금 개악 등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말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발표했다. 그 부제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노동시장 활력 제고 방안”이었다. ‘노동시장 활력 제고 방안’에는 일반해고 요건 완화, 임금피크제 확대, 직무 ·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도입, 노동시간 유연화 등 사용자들의 숙원이 망라돼 있다.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55세 이상 노동자 파견 확대 등 비정규직 처우 악화 방안도 포함됐다. 박근혜 정부는 어처구니없게도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시장 구조 개악안을 쏟아낸 것이다.

박근혜는 신년기자회견(1월 12일)을 통해서도 “노동시장 구조개혁” 추진을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장기 불황의 고통을 노동자 계급에 전가해 자본가 계급을 살리고자 집요하게 달려들겠다는 뜻이다. 사실 박근혜는 이런 과제를 부여받으며 자본가 계급의 일치된 지지 속에 대통령이 됐는데, 올해가 아니면 이를 추진할 여유가 많지 않다. 특히, 올해 세계와 한국 경제의 어두운 전망을 봐도 박근혜가 필사적일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편도 “생존 전략”에 상응하는 단호함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달라질 거 있겠느냐’며 안이하게 여겨서는 결코 안 된다. 노동시장 구조 개악은 이미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 선진국들에서도 추진됐고, 그 결과 해고 요건 완화, 파견 확대, 임금 삭감, 노동시간 유연화 등을 통해 그곳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욱 악화됐다. 한국에서도 1998년 정리해고제와 파견제 도입으로 고통을 겪은 노동자들에게 박근혜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 추진은 그에 버금가는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다행히 민주노총 한상균 신임집행부는 2015년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2015년 총파업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자 공격과 정면 맞짱 뜨는 것으로, 의제와 시기 모두 이것을 정조준해야 한다. 즉, 노동시장 구조 개악, 공무원연금 개악, 공공부문 가짜 정상화 등 노동자 죽이기 정책 전면 폐기와 함께, 상시 지속 업무 정규직 직접고용, 정리해고 중단과 좋은 일자리 보장, 통상임금 정상화와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이 결합돼야 할 것이다.

총파업 시기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추진 일정과 관련이 크므로 정세 대응력이 매우 중요하다. 산하 노조의 예정된 투쟁 일정에 맞추는 것이 능사가 아닌 이유다. 박근혜는 신년기자회견에서 ‘3월까지는 반드시 노동시장 구조개혁안을 내달라’고 노사에 당부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이르면 4월 임시국회에 이와 관련된 법 개악안이 상정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4월 국회에서는 공무원연금 개악안도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이런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