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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 폭락

“시진핑 아저씨”의 상승 장세가 붕괴하다

이정구

지난 6월 12일 중국 상해종합지수가 5천1백66포인트를 찍고 한 달 동안 무려 30퍼센트나 급락했다. 6월 초에만 해도 중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10조 달러로, 1년 전에 견줘 2백 퍼센트(6조 7천억 달러) 상승했었다. 당시 중국 증시의 상승분은 도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규모였다.

중국 경제의 문제점을 드러낸 중국 증시  중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CSI300 지수가 지난 한 달 사이에 크게 폭락했다. / 자료 출처 Thomson Reuters

그리고 6월 12일 이후 3주 동안 3조 달러가 사라졌다. 이 액수는 한국 GDP(국내총생산)의 갑절이다.(그리스와 비교하면, 전체 외채의 7배, GDP의 16배다.) 많은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를 ‘국가가 주도하는 상승 장세’, 또는 ‘시진핑 아저씨의 상승 장세’라고 불렀다. 지난 5월 거품이 한창 일고 있을 당시 <런민르바오(인민일보)>는 ‘좋은 시절이 이제 시작되고 있으며, 주식을 사는 것은 중국의 꿈(中國夢)을 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중국 증시가 폭락하자 중국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했다. 6월 27일 중국 정부는 금리를 인하해 많은 돈이 증시로 흘러갈 수 있도록 했고, 신규 주식 발행(IPOs)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증권사·연금기금·국유기업에 주식 매입을 지시했다. 7월 5일에는 21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기금’을 조성해 증시에 투입했다.

공매도

‘없는 것을 판다’라는 뜻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도주문을 내는 것을 가리킨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더 낮은 가격으로 해당 주식을 다시 사들여 상환함으로써 차익을 얻으려는 것이다.

양적완화(QE)

경기 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 등을 통해 시중에 돈을 풀어 주는 정책을 가리킨다. 

또한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공매도 등으로 시장 조작을 했는지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중국선물거래소는 선물 투자자들에게 선물 매도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나아가 중국은행은 증시 안정을 위해 중국판 양적완화(QE)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들도 주가 폭락을 피하려고 스스로 거래 정지를 요청했는데, 상장사의 절반인 1천4백 개 기업의 거래가 정지됐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 증시는 좀비로 변했다”며 “거래 정지가 풀리면 중국 증시는 또 요동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 중국은 비상장 기업들이 상장하면서 얻는 이익을 제외하면 기업들이 증시를 통해 투자금을 조달하는 비율이 20퍼센트가 안 된다. 이 점에서 증시가 실물경제의 등락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시진핑 정부가 사력을 다해 증시 폭락을 막고자 했던 것은 바로 ‘신뢰의 위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증시 혼란을 중단시키지 못하면 시진핑을 둘러싼 ‘불패 신화’에 금이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치(Fitch) 사의 애널리스트(분석가)는 이 사태가 “국가 기구의 신뢰 위기”를 부를까 봐 우려했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시진핑·리커창 체제의 공식 출범 이후 최초의 흠집”이라고 지적했다.

왜 주식시장 거품이 형성됐고 폭락했는가

사실 중국 정부가 이번 증시 거품을 키웠다. 국유기업과 국유상업은행들의 부채가 지나치게 많은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중국 정부는 주식시장 붐을 일으켰다. 2012년 중국 정부는 주식시장에서 신용(외상) 거래를 합법화하는 등 금융시장 규제를 완화했다. 또한 시진핑 정부는 중국의 금융시장을 세계 금융시장에 연동시켰고, 서방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시장에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홍콩과 상하이 주식시장의 교차 매매를 허용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거품 붕괴를 촉발한 당사자도 바로 정부였다. 규제 완화로 주식시장 거품이 커지자 중국 정부는 감당하기 힘든 금융 붕괴가 발생할까 봐 우려했다. 그래서 지난 6월 13일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신용대출 투자에 대한 규제를 다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때부터 증시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7월 1일 증권감독위원회는 6월 13일 발표를 번복했다.

그림자 금융

투자은행,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중앙은행의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금융회사를 말한다. 이런 금융자본들은 부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림자’라는 별칭이 붙었다. 

주식시장이 붕괴하면 그림자 금융이 붕괴할 수 있다. 은행과 투신사들은 주식을 담보로 만든 자산관리상품을 판매해 신용대출 거래의 주된 자금을 충당해 왔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하면 자산관리상품이 부실해지고, 이것은 연쇄적인 신용 경색을 부를 수 있다.

중국 증시 폭락의 이면 — 실물경제의 침체

주식시장에 거품이 끼었다가 터진 사태 이면에는 중국 실물경제의 침체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중국 경제는 성장 둔화와 함께 디플레(물가 하락)에 직면해 있다. 디플레는 기업 수익도, 소비 지출도, 부채 부담도 악화시킨다. 지난 7개월 동안 인민은행이 네 번에 걸쳐 금리를 인하해 기업의 부채 부담을 줄여 주고자 했지만, 디플레 때문에 대출 부담이 오히려 증대됐다. 중국 비非금융기업의 연간 대출 비용은 GDP의 15퍼센트에 이른다. 그래서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중이 2백80퍼센트에 이른다.

중국 경제의 침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는 바로 철강 산업이다. 2007년 후반 세계경제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중국 경제는 대규모 경기 부양 덕분에 ‘나홀로’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맞이하면서 철강 산업이 광적으로 확장되고 어마어마한 투자가 이뤄졌다. 2014년 중국의 철강 생산은 8억 2천만 톤으로, 세계 2위 철강 생산국인 일본의 7배에 이른다. 중국에서 가동하지 않는 철강 시설(2억 톤)조차 미국 철강 산업의 두 배에 이른다. 철강의 과잉생산은 철강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철강 가격이 양배추 가격보다 낮았다.

자동차도 이와 비슷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다. 2015년 중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는 판매되는 것보다 1천만 대나 많은 자동차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의 과잉생산 시설은 일본 자동차 판매량(2014년 일본은 5백50만 대를 판매했다)의 두 배에 이르렀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철강 산업뿐 아니라 이와 연관된 가구 산업, 시멘트 산업 등이 위축됐다. 중국의 시멘트 생산은 연간 29억 톤이었지만 실제 수요는 21억 톤에 지나지 않았다. 중국의 2백대 거대 공항 중 4분의 3이 적자를 보고 있는데도 중국은 공항을 1백 개 더 건설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과잉생산

과잉 투자는 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부채 증대는 국유상업은행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쉬처 연구원과 거시경제연구소의 왕위안 연구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적게는 4조 7천억 위안(약 8백50조 원)에서 많게는 13조 2천억 위안(약 2천3백89조 원)을 생산성 없는 분야에 투자했다.” 5년간 낭비된 투자액은 42조 위안(7천6백2조 원)으로, 전체 투자의 절반에 해당한다.

중국이 겪고 있는 문제는 필요가 아니라 이윤을 위해 생산과 투자가 이뤄지는 자본주의 체제의 고질병에서 비롯한다. 시진핑은 중국 경제의 둔화를 “신상태(뉴 노멀)”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중국이 7퍼센트 정도의 중中속도 경제 성장조차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시진핑·리커창 체제는 금융 부문에서 가장 급진적인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했고, 실물 부문에서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을 발표했다.

일대일로 계획이란 아시아와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거대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계획에는 고속도로, 고속철도, 석유 파이프라인과 항구 등을 건설하고 심지어 에베레스트 산에 터널을 뚫는 계획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런 전략을 통해 중국 정부는 동아시아 지역 경제들이 중국에 더욱 의존하게 하고,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지 않도록 차단하고자 한다. 그리고 시진핑은 이런 계획에 자금을 조달하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지위를 높이려고 아시아투자개발은행(AIIB)을 만들었다.

중국 지배자들은 경제성장이 둔화해 1990년대 일본 같은 침체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 때문에 시진핑은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 금융 자유화를 추진하는 정책들을 시행했고, 외부적으로는 전 세계적 차원의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은 주식시장 거품의 형성과 폭락이라는 체제의 심술궂은 보복을 당하고 있다. 또, 규제 완화와 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잃거나 노동조건이 열악해진 노동자들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 대외적으로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제국주의적 패권을 둘러싸고 일본·미국과 겨뤄야 하는 냉혹한 현실에 처해 있다.

입력 2015-07-1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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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급작스런 환율 인상

세계 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이 드러나다

이정구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소속 연구원)

중국 인민은행이 8월 11일부터 3일 연속 위안화 고시환율을 대폭 인상해 지난 11일 이후 위안화 가치가 4.66퍼센트 하락했다. 이로 인해 중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독일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부도 위험이 최고조로 높아졌다.

그래서 영국 BBC방송의 로버트 레스톤은 이렇게 논평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그리스 위기나 어쩌면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보다 더 중요하다. 상품 가격 하락과 신흥국 시장의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걱정이다.”

8월 13일 장샤오후이 인민은행 행장조리가 “위안화 평가절하가 계속될 여지는 없다”고 말해, 외환시장이 약간 진정되기는 했다. 그러나 중국이 급작스럽게 환율을 인상한 이유와 향후 전망을 두고 논의가 분분하다. 왜 중국은 환율을 인상했을까?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고시환율을 급작스럽게 올린(그래서 위안화가 평가절하된) 첫째 이유는 위안화를 국제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반열에 올라서려면 우선 위안화가 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돼야 한다. 올해 11월 IMF가 위안화를 특별인출권에 편입시킬지 말지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위안화 환율이 시장에서 공정하게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중국 정부는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다가 2005년부터는 복수통화바스켓제도*를 사용했는데, 실질적으로는 달러의 움직임에 따라 정부가 변동 폭의 중간 가격을 위안화 환율로 공시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위안화 환율을 자국에 유리하게 조작한다는 의심에서 벗어나고자 전날 은행 간 시장환율의 종가(終價)와 외환시장의 수요와 공급 등을 위안화 고시환율에 반영하기로 지난 3월 결정했다. 그리고 이번엔 고시환율과 시장환율의 간격을 축소하려고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IMF가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를 두고 “환율을 결정할 때 시장에 더 큰 역할을 허용한 것”이라고 중국 정부를 두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을 견제하고 중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안화 평가절하에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견제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올해 8월 초 하와이에서 열린 장관급 회의에서 TPP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는 TPP 협상의 진전을 견제하고 올해 11월까지 RCEP 타결을 재촉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과의 교역량이 많은 TPP 협상 참여 국가들(한국, 호주, 베트남, 뉴질랜드 등)로 하여금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해야 한다는 압력을 느끼게 했다. 반면 RCEP에 참여하게 될 국가들은 중국의 위안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위안화 평가절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TPP와 RCEP 참여국 모두에게 자국의 영향력을 보여 줬다.  

중국 신화통신은 위안화의 평가절하 조처가 위안화의 SDR 편입을 위해 환율 시장화를 추진한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수출 촉진을 통한 경기부양

중국이 환율을 인상한 셋째 이유는 수출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바람이다. 세계경제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최근 중국 경제는 수출 둔화와 부동산·주식 시장의 거품 붕괴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12일 중국 정부는 고정자산투자*가 11.2퍼센트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 15년 이래 최저치다. 7월에도 건설경기의 부진으로 시멘트 생산은 5퍼센트 하락했고, 평판유리 생산은 13.5퍼센트, 강철은 1.8퍼센트 하락했다. 

7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8.3퍼센트나 하락했다. 6월의 -2.7퍼센트와 견줘 이는 큰 폭이며, 시장 예상치(-1.5퍼센트)보다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중국의 수출이 급속히 둔화한 것은 세계경제가 침체해 있기 때문이지만, 지난 6개월 동안 위안화가 14퍼센트 정도 평가절상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위안화는 달러화와 연동돼 있었기 때문에 강한 달러로 인해 위안화가 실질적으로 평가절상되고 있던 반면에 유로화나 일본 엔화는 약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미국 피를 빨아먹는다는 걸 의미한다”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판하지만, 뉴욕 연준 총재인 윌리엄 더들리는 “중국 당국이 예상보다 경제가 더 둔화한 것으로 보고 이에 맞춰 환율을 조정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위안화가 10퍼센트 정도 높게 평가돼 있기 때문에 위안화 평가절하가 추가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스탠다드차타드(SC)의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7퍼센트였지만 만약 주식시장의 거품이 없었다면 6.2퍼센트까지 하락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지배자들이 위안화를 급작스럽게 평가절하한 데에는 경기침체와 수출 부진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주식시장이 거품 붕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의 수출가격을 떨어뜨려 주는 효과가 있다. 그 때문에 레노보, 하이얼, 샤오미 같은 중국의 수출기업들이 유리해졌고, 중국 시장 비중이 높은 애플 같은 기업들은 불리해졌다. 그런데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 외에도 낮은 가격의 제품이 전 세계에 확산된다는 걸 뜻한다. 이렇게 되면 다른 나라들이 디플레 압력을 더 받게 된다. 그래서 위안화 평가절하는 환율전쟁과 함께 디플레 위기를 수출하는 효과도 낸다.

결론: 환율 인상이 세계경제에 준 충격

결론적으로, 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수출 촉진을 통한 경기부양, 세계경제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미국을 견제하고 중국의 위상을 높이는 등 다목적용이라 말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갑작스런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이런 목적을 달성할지는 알 수 없지만, 세계 금융시장과 더 나아가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들은 이것이 일회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고 노무라증권의 아시아태평양 담당인 존 고먼이 말했다. “이번 조처는 더 큰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시장이 그토록 심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조만간 또다시 위안화를 평가절하한다면 경제적으로는 환율전쟁을 일으키고 전 세계에 디플레 위험을 확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중국의 위상 강화 노력과 이에 대한 견제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 어느 측면에서 보더라도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불안정성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입력 2015-08-15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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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된 게으름과 강요된 혹사

청년실업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과 대안

김종현 (대학생,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

서론: 오늘날의 청년실업

2008년의 세계적 경제공황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는 오늘, 경제 위기의 고통은 여전히 노동자들을 악몽처럼 짓누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지배계급은 임금 삭감, 복지 후퇴, 연금 개악 등 가능한 모든 방식을 동원해 노동계급에게 경제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은 실업이다. 저명한 좌파 경제학자였던 고(故) 조앤 로빈슨(Joan Robinson)을 인용하자면, “자본주의에서 착취 받는 노동자의 고통은 끔찍하다. 그러나 착취 받지 못하는 고통은 더 끔찍하다.”

특히 오늘날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청년실업이다. 모든 연령대 노동자들의 실업률이 매우 높지만, 청년실업률은 이를 훨씬 웃돌고 있다.i 공식 통계를 보면, 현재 청년실업률은 10퍼센트에 육박하며 이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데, 서울노동권익센터의 발표를 보면 청년층의 실질실업률은 적어도(!!) 30.9퍼센트는 된다.ii 공식실업률은 실업률을 과소평가한다고들 하는데, 예컨대 ‘취업포기자’는 아예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가 된다(실업자는 경제활동인구 중에 실업인 사람만을 지칭한다). 당신이 당장 고정수입원이 없어서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단기 알바를 뛴다면 당신은 ‘취업자’로 분류된다. ‘취준생’도 실업자로 취급하지 않는다. 물론 얼핏 비현실적인 이런 방식의 실업/취업 규정은 지배계급의 입장에서는 약간 쓸모라도 있을지 모른다. 당장의 가용노동력을 얼마나 활용했는지를 보고자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년실업자나 노동자의 눈으로 볼 때 이러한 실업 통계는 현실의 참혹함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숫자놀음일 뿐이다.

어쨌든, 아무리 과소평가된 수치를 인용한다고 해도 현재 청년실업 문제가 아주 중대한 문제라는 점은 명백하다. 이제 ‘88만 원 세대’라는 말은 약하다. 사람들은 절망적인 청년들의 현실을 묘사하려고 적어도 ‘3포 세대’같이 패배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말을 쓰곤 한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어떤 식으로든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누구도 이견을 표하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청년실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이 문제에 관해선 자본과 노동자의 입장이 명확히 갈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해결방안을 도출하려면 청년실업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진단해야 할 텐데, 이 역시도 누구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국가관료들과 자본가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청년실업은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숫자다. 그러나 평범한 청년 · 노동자의 눈으로 문제를 보자면, 청년실업 문제는 체제가 강요한 가혹함이요, 사람다운 삶의 영위가 달린 문제다. 이 글은 당연히 후자에 적극 공감한다. 동시에 이 관점이 청년실업 문제를 진정 ‘과학적’으로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도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 서서, 나는 우리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 포장하면서 정부와 기업이 내세우는 ‘해결책’들을 폭로하고 진정한 원인과 대안을 얘기하고자 한다.

정부와 기업가들의 대안: ‘노동시장 구조 개악으로 청년일자리 창출!’

물론 지배계급의 눈으로 봐도 높은 (청년)실업률은 골칫거리다. 이는 경제위기의 징후이기도 하고, 실업 탓에 소비가 위축돼 이윤의 실현이 곤란해지면 자본가들의 입장에서도 손해다. 또한 뭐니뭐니해도 자본가들은 노동력을 하나의 ‘생산요소’로(자원으로) 취급한다. 그들은 자원이 남아도는데도 이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면 ‘활용 가능한 최대한의 생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아까워한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생산가능곡선’상의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잠재 GDP’보다 낮은 수준의 생산이 이뤄졌다. 잠재 GDP와 실제 GDP 사이의 ‘GDP갭(gap)’이 크고, 경제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쉽게 말해, 노동력이 남아도는데도 자본가들은 이 사람들의 노동을 착취하지 못했으니 이윤수준이 기대 이하라는 말이다.

그래서 지배계급도 나름의 방식대로 실업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최경환 부총리가 청년실업문제를 두고 한 말들을 보면 지배계급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어떤 대학생들은 최경환이 “중규직” 발언 등을 했을 때 ‘협박 편지’ 형식의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iii) 최경환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현장과 괴리된 교육 시스템이 청년층 고용난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iv 대기업 · 정규직 · 유(有)노조 · 중장년 노동자들과 중소기업 · 비정규직 · 무(無)노조 · 청년 · 노년 노동자들로 노동시장이 나뉘어져 있고, 비교적 안정적인 처지에 놓인 전자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꿰차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상대적 고소득 노동자들이 임금을 너무 많이 가져가서 대기업들이 청년 노동자들을 신규 채용하고 싶어도 그럴 돈이 없다는 말이다. 이는 전형적인 이간질 논리고 호들갑이다. 한편 ‘현장과 괴리된 교육 시스템’이라 함은 청년들이 너무 많이들 4년제 대학에 다녀서 눈높이가 너무 높다고 말하는 것이거나 청년들 개인의 역량을 탓하는 말이다.

얼핏 보면 그럴싸해 보이기도 한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을 등쳐 먹는 것 같기도 하고, 청년들 개개인이 눈높이를 맞추면 취업을 할 수도 있을 것만 같으니 말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청년실업 문제는 기존 노동계급의 고임금이나 청년들 개개인의 탓인 것 같다.

우선 실업 문제를 개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주장부터 보자. 실제로 주류경제학의 유력한 일파인 새고전학파(New Classical)의 실물경기변동이론은 실업을 개인들의 ‘합리적 반응’으로 본다. 저명한 케인스주의 경제학자였던 고(故) 제임스 토빈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주장을 다음과 같이 신랄하게 비꼰 바 있다. “미국에서 실업률이 1978년 5.7퍼센트에서 1982년 11퍼센트로 상승한 현상을 노동자들이 앞으로 실질임금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때를 위한 준비 과정으로 여가를 즐기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 이것은 분명 가소로운 해석이지요.”v

또한 이러한 관점은 오늘날의 청년실업 문제를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이데올로기 구실을 한다.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청년실업은 근본적으로 경제 위기와 자본축적에서 비롯된 문제다. 개인적 특수성은 이런 요인들을 고려하면 조금도 중요치 않다.

그런데 이보다 더 힘있고 더 위협적인 담론은 전자, 바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청년실업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박근혜도 최근 대국민 담화문(사실상 협박문)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습니다” 하고 말했다.vi 아쉽게도 좌파 일각에서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받아들이는데, 청년 실업자를 ‘프레카리아트’(Precariat)로 규정하는 주장 역시 그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프레카리아트라는 용어의 창시자인 가이 스탠딩은 불안정 노동자가 ‘프레카리아트’라는 새로운 계급이고 기존의 노동계급과 이해관계가 뚜렷이 다르다고 주장한다.vii 그리고 청년 실업자들을 프레카리아트에 포함시킨다.viii 물론 이 이론의 좌파 버전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우파 버전을 얘기하는 사람들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는 있다. 그러나 근본에서 둘 다 약점이 있긴 마찬가지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청년 실업의 근원으로 찾는 주장은 두 가지 점에서 문제를 단단히 잘못 짚고 있다. 첫째로는 인과관계를 거꾸로 보고 있다. 노동자들의 고임금 때문에 고용이 줄어든다는 주장은, 말하자면 임금의 높낮이가 경제상황을 결정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력 공급은 ‘독립변수’가 아니고 축적과정에서 노동력의 흡수와 축출에 의해 결정되는 ‘종속변수’이다. 후술할 ‘산업예비군’과 같은 장치, 생산수단에 대한 자본가 계급의 독점 덕에 임금 수준은 지배자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낮게 유지되는 것이 현실이다. “임금 등귀는 자본주의 체제를 떠받치는 토대를 침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점점 더 확대되는 규모의 재생산을 보장하는 한계 안에 머물” 뿐이다.ix 그런데 최경환은 이와 반대로 높은 임금이 (자본 역시 필요로 하는) 고용 창출에 방해된다고, 즉 임금 상승이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방해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이 주장의 논리는 딱 ‘임금기금설’과 같다. 19세기에 유행한 임금기금설은 임금이 임금 지급을 위해 따로 떼어 두는 일정한 기금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존 스튜어트 밀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에 따르면 임금은 “노동자의 고용에 사용되는 기금 총액이 증가하거나 취업 경쟁자 수가 감소할 때만 오를 수 있다.” 그런데 이 논리대로라면 자본이 더 성장해 임금 기금이 증가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임금 기금의 증가없는 임금 상승은 절대 불가능하다. 즉 임금기금설은 임금 인상에 맞서는 이데올로기 구실을 했던 것이다.x 이것은 오늘날 지배계급이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과 완전 판박이다. 이들은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본받아 ‘실업급여 축소, 해고요건 완화, 임시직 고용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xi(하나같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과 같은 처지로 몰아넣거나 임금을 직 · 간접적으로 삭감하겠다는 정책들이다). 즉, 청년들을 고용하고 돈을 주려면 임금 기금이 그만큼 필요하므로 다른 노동자들의 임금이 깎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임금기금설의 논리는 사실 말이 전혀 안 된다. ‘임금을 위해 따로 떼어 놓은 기금’이라는 게 어떻게 있을 수 있나? 마르크스가 지적했듯이,(그리고 누구라도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시피) 사회 전체의 부(富)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차지하는 몫이 더 많아지고 자본의 몫인 이윤이 그만큼 하락한다면, 임금은 얼마든지 상승할 수 있다.xii 사실 존 스튜어트 밀도 스스로 비슷한 이유로 임금기금설은 ‘과학적 근거를 잃었으므로 버려야 한다”고 자기 비판한 바 있다.xiii

오류투성이 이론에 근거한 지배계급 담론은 현실과도 다르다. 실제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에서 청년고용이 딱히 늘지도 않았다.xiv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하고 초임을 삭감한 경우에도 신규 채용은 크게 늘지 않았으며, 오히려 중고령자 고용과 청년고용은 보완적 관계이지 상충관계가 아니라는 연구도 많다. 즉 청년들이 겪는 고충은 노동계급 전체가 겪는 고통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그 일부다.xv

그런데 지배계급이(그리고 그들의 대표자인 박근혜 정권이)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형편없는 이러한 분석들을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이렇게 청년실업 문제를 노동계급 탓으로 호도하면 노동자들의 불만이 국가와 자본으로 향하지 않게 하는 이데올로기 효과가 있다. 둘째로 지배계급은 이간질과 분열 통치를 통해 (일부가 아닌) 전체 노동계급의 처우를 악화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xvi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문제라고 말하면 기존 노동자들의 조건을 공격함은 물론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미명하에 새로이 취업하게 되는 청년 노동자들에게도 저질의 비정규직이나 시간제, 저임금 일자리를 강요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인건비를 쥐어짜면 그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경제 위기에 시대에 지배자들은 노동자들에게서 이윤을 한 방울이라도 더 짜내려고 노력하므로, 이간질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배계급이 내세우는 이론과 대안이 이렇게나 사악한 것이라면, 좌파는 어떠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러한 대안을 뒷받침하는 분석은 무엇인가? 다행히도 마르크스는 《자본론》 1권에서 실업이라는 주제를 광범하게 다뤘다. 이하에서는 자본축적과 노동시장에 관한 마르크스의 분석을 참고로 하면서 청년실업에 대한 대안적 분석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마르크스의 분석: ‘자본주의적 축적의 절대적 일반법칙’과 산업 예비군, 그리고 청년실업

우선 자본주의적 축적에 대해 논하기 전에 몇 가지 개념을 짚고 나갈 필요가 있겠다. 한 가지 먼저 알아둬야 할 용어는 ‘자본의 구성’이다. 이는 “불변자본[생산수단의 가치]과 가변자본[노동력의 가치 혹은 임금의 총액]”의 비율을 뜻한다.xvii 공정에서 생산수단에 돈이 상대적으로 많이 투여되면 자본의 구성이 높아지고, 노동력에 많이 투여되면 자본의 구성은 낮아진다. 자본의 구성에 변동 없이 축적의 규모가 급속하게 확대된다면, 노동에 대한 수요는 그에 비례해서 증가하며 임금 역시도 상승할 것이다. 또한 “자본의 축적은 프롤레타리아의 증식이다.”xviii

그런데 자본가들의 축적 경쟁은 단지 ‘몸집 불리기’로 끝나지 않는다. (물론 몸집 불리기도 중요하다.) 자본가들은 같은 품목의 다른 자본가들과의 경쟁에 직면하면, 그들은 “더 많은 상품을”, “더 큰 시장”에서, “자신의 경쟁자들보다 싸게 판매”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자본가들은 노동생산성을 “확대된 분업을 통해, 기계의 전면적인 도입과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상승”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다른 자본가들이 똑같은 기계, 똑같은 분업을 도입”하여 “우리 자본가의 특권은 오래 가지 않”는다.xix 따라서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경쟁은 자본가들 사이의 하루 이틀의 투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적 패턴이 된다. 그런데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은 결과적으로 자본의 구성을 높인다. 즉, 이제 “사령관인 자본가들은 누가 가장 많은 산업 병사들을 떠나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서로 다툰다.”xx

사실 이러한 광경은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데, 예컨대 대학생들은 자신의 캠퍼스에서 시설자동화로 인해 경비, 시설관리, 주차관리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될 위험에 처한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본가들이 노동력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쫓겨나면,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은 격화되고, 이에 따라 임금이 낮아지곤 한다xxi. 마르크스는 이와 같은 축적 과정을 통해 노동시장에서 축출된 노동자들의 집단을 ‘산업예비군’ 혹은 ‘상대적 과잉인구’라고 불렀다. 산업예비군의 발생은 “추가자본이 전반적인 노동수요에 주는 충격”을 “중화”시킨다.xxii 즉, 산업예비군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임금상승이 자본가들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 머무르도록 하는 기제이다. 마르크스의 논리에 따르면 “임금의 일반적인 변동은” 오히려 “노동자 계급이 현역군과 예비군으로 분할되는 비율의 변동에 의해” 결정되는 것xxiii이지, 임금상승 때문에 산업예비군이 발생한 것이 아니다.

한편 마르크스는 자본축적과정에서 발생하는 ‘상대적 과잉인구’(=산업예비군)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여기에는 “유동적(流動的: floating)”, “잠재적(潛在的: latent)”, “정체적(停滯的: stagnant)”형태가 있다. 과잉인구의 유동적 형태는 자본의 필요에 따라 축출과 흡수가 반복되는 형태를 뜻한다. 잠재적 과잉인구는 농촌인구와 같이 도시 프롤레타리아로 전환되는 상태에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정체적 과잉인구는 “취업이 불규칙적인 현역 노동자집단의 일부”로, “자본에게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노동력의 무진장한 저수지를 제공”하며, “그들의 특징은 최대한도의 노동시간과 최소한의 임금”이다. 예컨대 오늘날 청년실업자들 중 장기실업자인 일부는 최저임금 수준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긍긍하는 “정체적 예비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세 가지 유형의 과잉인구 외에도, “산업순환의 국면 교체에 의해” “공황 시에는 급성의 형태”로, “불황 시에는 만성의 형태로” 나타나는 과잉인구도 존재한다.xxiv

오늘날의 청년실업은 자본축적과 경제 위기(산업순환의 국면교체) 모두가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청년실업은 부분적으로는 2008년의 공황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세계 자본주의의 침체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물론 지배계급은 노동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종종 과장한다. 그러나 최경환 등이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예산을 편성한다면서 청년실업을 운운하는 것을 그저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장기적인 추세 속에서 볼 때, 오늘날의 청년실업은 자본구성의 고도화에서 비롯한 부분 또한 상당한 듯하다. 우선 오랜 기간 한국기업의 자본의 구성은 꾸준히 높아져 왔다.xxv 이와 동시에(특히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을 구가해 왔다. “청년실업의 증가는 경제 성장에 따른 고용 효과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더 하락하는 근본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현재 한국의 고용탄력성(경제 1퍼센트 성장에 따른 고용증가율)은 …… 매우 낮다.” 물론 이 외에도 기업가들이 고용된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신규 채용을 회피해 왔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추세가 상당히 장기간 이어졌다는 점을 볼 때, 청년 실업 문제를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2001년부터 2011년 사이 한국의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49.7퍼센트나 증가했지만, 고용률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같은 시기 청년고용률은 44퍼센트에서 41퍼센트로 오히려 하락했다.”xxvi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자본의 구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다고 해서 그 산업현장의 노동자들이 즉각 해고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제조업이건 서비스업이건 공정에 신기술이 도입된다고 해서 바로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되지는 않는다. 기술변동에 의거한 구조조정은 많은 경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우선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는데, 첫째는 계급투쟁이다. 노동조합이 어느 정도 조직화된 곳에서는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이른바 ‘세계화’ 시대에도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성공하는 케이스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과 계급투쟁은 구조조정의 성사 여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변수다.xxvii 대학생 독자들은 학교에서 경비나 시설관리 업무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되더라도(혹은 그런 것을 도입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고용승계를 보장받은 사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둘째로 회사 입장에서는 굳이 노동력을 해고하지 않고 신규설비를 가동시킴으로써 생산 규모 그 자체를 단지 늘리려고 할 수 있다. 구성이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생산 확장의 유인이 강하다면, 고용이 증가할 수도 있는데, “기술 혁신을 통해 잉여가치를 증가시킨 자본가가 그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여 생산 규모를 확대한다면 실업자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xxviii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인데 경제 위기로 시장상황이 워낙 안 좋기 때문이다. 물론 위기일수록 경쟁이 심화할 수도 있지만, 2008년 이후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고 장기침체 국면이 전개되는 오늘날 자본가들이 그렇게 과감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셋째로 자본가들은 신규채용보다는 기존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을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신규채용은 우선 노동자들을 새로이 교육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한다. 또한 자본가들은 그들이 기껏 훈련시켜 놓은 숙련노동자들을 단숨에 내보내기보다는 그 단물을 최대한 빨아먹으려고 애쓴다. 외환위기 이후의 한국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엄청 늘었지만 이들이 마냥 일회용품 취급을 받지는 않았다.xxix 이들 또한 상당수 수년에 걸쳐 한 직장에 붙어서 일하곤 했다. 따라서 자본가들은 과감하게 기존의 노동자들을 당장 해고하기보다는 대체로 서서히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하는 방식을 더 선호할 것이다.(물론 그들에게 이른바 ‘경영 상의 긴박한 이유’가 생기면 정리해고를 단행하기도 하지만.) 또한 이러한 방식은 앞서 말한 계급투쟁(노동조합의 저항)이라는 요인에도 대처하기 좋은데, 채용인력 감축이나 자연감소분에 대한 인력 확충을 하지 않는 것이 정리해고보다 대개는 저항에 덜 직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실업문제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신규 채용의 상대적 감축이 꼽히곤 한다.xxx

이러한 요인들을 보면, 왜 하필 ‘청년실업’이 산업예비군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자본가 계급이 구조조정을 단행함에 있어서 신규 채용 감축과 같이 우회적이고 장기적인 방식을 쓸수록, 기존의 노동계급보다는 청년층에 산업예비군이 집중되기 쉽다. 기존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입장에서도 당장에 해고하기보다는 최대한 써먹은 뒤에 떠나 보내는 것이 더 유용할 것이다. 또한 기존에 채용된 노동자 일부는 노동조합으로 조직돼 있기 때문에 그러한 보호장치가 없는 미조직 청년들과 달리 일자리를 지킬 자기 방어 수단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귀족노조가 일자리를 꿰차고 있어서 청년들이 들어갈 틈이 없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노동계급 전체’를 향한 지배계급의 ‘사악한 이간질’에서 상대적으로 자신을 잘 방어하고 있는 것이 기존에 고용된 조직 노동자들이라는 뜻이다. 또 청년유니온이나 알바노조 같은 조직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청년들도 노동조합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중장년층’ ‘정규직’ ‘조직’ 노동자들과 ‘청년층’ ‘실업’ ‘미조직’ 예비 노동자들의 연대는 가능한가?

우리들의 대안: 단결

아이러니하게도 “일반법칙은 노동자계급이 공통으로 겪는 경험의 기초를 이루며 노동자들이 계급으로 단결할 수 있는 토대를 형성한다.”xxxi 청년실업자들과 기존 취업자 모두 ‘강요된 게으름과 강요된 혹사’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 또한 <노동자 연대> 기사 제목대로, ‘박근혜의 사악한 이간질은 노동계급 전체를 향하고 있다.’ 바로 기존의 노동계급이 겪고 있는 고통의 토대는 청년실업자들이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의 토대와 동일하다.

지배계급은 청년실업을 빌미로 아직까지는 비교적 안정된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의 조건을 공격하려 든다. 또한 청년실업의 해결책이랍시고 하르츠 개혁을 운운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지배자들은 청년층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 자들은 그저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자본주의 경제를 어떻게든 살려내고자, 그리고 민심의 불만을 수습하는 시늉을 하고자 청년노동을 값싸게 쥐어짜내고 싶어할 뿐이다.

청년층이 ‘산업예비군’으로 존재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도 볼 필요가 있다. 마르크스가 《임금 노동과 자본》에서 지적했다시피 이는 (일자리를 위한) 노동계급 내의 경쟁을 강화시킨다. 이윤 경쟁에 종속된 자본축적과 경제 위기라는 자본가들이 만들어 낸 재앙이야말로 청년에서 노년까지 모든 노동계급의 악몽이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은 자본가 계급의 책임이다. 이 문제는 단지 노동계급 내의 양보와 ‘사회연대전략’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단일한 적에 맞서 단일한 전선을 이루고 싸우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해답이다. 이는 기존의 노동자 운동의 입장에서나 청년세대의 입장에서나 이로운 일이다. 예컨대 “그동안 공공기관의 사업·투자가 늘어 총 지출액이 대폭 증가한 와중에도 인력 충원은 억제돼 왔다”는 점을 보라. 인원 충원 억제는 기존에 고용된 노동자들에게도 노동강도를 높이는 일이었던 만큼 노동자들 자신에게도 투쟁으로 혁파해야 할 대상이었다. 따라서 공공서비스 확대, 정규직 인력 확충 등의 요구를 걸고 싸우면, 조직 노동자들의 조건을 방어하는 동시에 청년실업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xxxii

이 외에도 임금총액을 삭감하지 않으면서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이는 OECD 최상위권을 달리는 한국의 장시간 노동체제에 도전하는 동시에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하면서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다. 우리 청년/대학생들도 노동자들이 이렇게 맞서 싸울 때 이에 맞물리는 여러 항의운동을 조직한다면 두 투쟁이 갈마들면서 20,30대의 머리를 악몽처럼 짓누르고 있는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레닌의 말을 빌리자면, 노동계급이 청년들의 호민관이 되어주고 청년들은 강고한 연대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이 ‘장그래살리기’를 위해 힘차게 전진한다면 청년/대학생들이 지지를 보내자. 그렇다면 이 글에서 제시한 대안이 결코 공상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사족일지 모르나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의 극복이 대안일 수밖에 없다. 이번 경제 위기는 (비록 여전히 끝이 보이지는 않지만) 어떻게는 넘길 수 있지 모른다. 자본주의적 축적의 법칙을 고려할 때,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는 결코 반복되는 경제공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볼 때 지금과 같이 ‘강요된 게으름과 강요된 혹사’는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트로츠키의 유언대로 “훗날의 세대들이 모든 악과 억압과 폭력에서 벗어나 삶을 마음껏 향유하게 하자!” 그를 위해 우리는 민주적 참여에 의해 통제되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도록 혁명적 정치를 건설하고 강화해야만 한다.

대학 마르크스주의 포럼

청년 실업 ― 기성세대 정규직의 기득권 때문인가?

일시: 2015년 9월 14일 저녁 7시 30분 (날짜가 16일에서 14일로 바뀌었습니다)

연사: 박한솔(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 김종현(대학생,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

장소: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백양관 S111호

주최: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문의: 010-5443-2395(문자 환영)

후주 및 참고문헌

i 조슬기나, 2015, ‘청년실업에 점점 커지는 '실업률 갭'…외환위기 이후 최대’, <아시아경제> 2015-06-01.

ii 김하영, 2015 ‘왜 청년은 실업으로 내몰리나: 청년과 정규직 노동자 사이 이간질에 속지 말라’, <노동자 연대> 151호. 이 수치조차도 주18시간 미만 노동을 하는 ‘불완전 취업자’는 배제한 것이다.

iii 이재훈, 2014 ‘다시 붙은 대자보… ‘최경환 아저씨에게 보내는 협박 편지’, <한겨레> 2014-12-04

iv ‘최경환 “디플레이션 우려… 청년실업 아주 심각”’ <한국경제> 2015-03-04

v Snowdon & Bane, 2009, 《현대거시경제학》, 서울경제경영. 147pg.

vi 허완, 2015,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말’ <허핑턴 포스트> 2015-08-06.

vii 키어런 앨런, 2014, ‘프레카리아트: 새로운 계급인가 허구적 개념인가?’, 《마르크스21》 14호. 270pg.

viii 조계완, 2010, ‘21세기 위험계급 ‘프레카리아트’–가이 스탠딩 교수 인터뷰’, <이코노미 인사이트> 제 5호.

ix 사이먼 클라크, 2013, 《마르크스의 공황이론》, 한울아카데미, 320pg. 카를 마르크스, 2004, 《자본론》(김수행 역) 1권(하), 비봉출판사, 879pg.

x 리오 휴버먼, 2000,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책벌레. 256~257pg에서 인용 및 재인용.

xi ‘이인제 “독일 하르츠 개혁이 노동시장 개혁 모델”’, <한국경제> 2015-07-28. 하르츠 개혁에 대한 비판으로는 강동훈, 2015, ‘독일*네덜란드 모델의 실상 – 사회적 대타협은 노동자 간 격차도 줄이지 못한다’, <노동자 연대> 141호.

xii 카를 마르크스, 1999, 《임금 노동과 자본》, 박종철 출판사. 55pg.

xiii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260pg, 허나 부르주아들의 임금체계 정당화 이데올로기는 지속되고 있다. 요새는 노동자 스스로 창출한 만큼의 액수를 임금으로 받는다며 착취를 은폐한다.

xiv 김민경, 2015, ‘임금 피크제 한다고 청년 고용 늘진 않는다’, <한겨레>, 2015-05-27

xv ‘청년과 정규직 노동자 사이 이간질에 속지 말라’. <노동자 연대> 151호.

xvi 김하영, 2015, ‘박근혜의 사악한 이간질은 노동계급 전체를 향하고 있다’, <노동자 연대> 145호.

xvii 《자본론》 1권(하), 836pg. 엄밀히 말해, ‘자본의 구성’은 자본의 기술적/유기적/가치 구성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여기서는 불필요한 혼란을 피하고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자본의 구성으로 통칭한다.

xviii 같은 책, 837-838pg. 사실 이는 직관적으로 파악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xix 《임금 노동과 자본》 60-62pg.

xx 같은 책, 67pg.

xxi “생산적 자본이 성장할수록 분업과 기계 적용은 더욱 더 확장된다.…... 그만큼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은 더욱더 확장되며, 그들의 임금은 더욱더 수축한다.” 같은 책, 69pg.

xxii 《자본론》 1권(하), 873pg.

xxiii 같은 책, 869pg

xxiv 같은 책, 875-877pg

xxv 한국 경제에서 자본의 구성이 상승해 왔다는 실증연구로는 류동민, 2014, ‘마르크스보다 더 급진적인!’, <한겨레21> 제1019호. 여기서는 ‘자본생산성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현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계의 용법으로 이 둘은 실상 같은 말이다.

xxvi ‘청년과 정규직 노동자 사이 이간질에 속지 말라’, <노동자 연대> 151호.

xxvii 이 점에 관해서 참고할 만한 문헌은, 크리스 하먼&빌 던, 2010, 《세계화와 노동계급》, 책갈피

xxviii 김수행, 2014 《자본론 공부》, 돌베개, 117pg. 폴 스위지, 2009, 《자본주의 발전의 이론》, 필맥, 28pg에서 지적하듯 “그 법칙의 수식어로 사용된 ‘절대적’이라는 말은 헤겔적 의미의 ‘추상적’이라는 뜻으로 사용된 것이며, 따라서 그 법칙은 결코 미래에 대한 구체적 예측이 아니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덧붙였다. “다른 모든 법칙과 마찬가지로 이 법칙도…… 많은 상황에 의해 수정[된다].”.

xxix 이 점에 대해서도 《세계화와 노동계급》을 참고하시오.

xxx 한승주, 2015, ‘불황에 정년연장까지……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 門’ <국민일보>, 2015-04-13.

xxxi 《마르크스의 공황이론》, 318pg.

xxxii 이정원, 2015, ‘본격화하는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 공격: 청년 고용 빌미로 한 임금피크제 도입 반대한다’, <노동자 연대> 148호.

입력 2015-08-2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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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청년 일자리 정책: 나쁘거나 쓸모없거나

양효영 (대학생,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

박근혜 정부가 7월 27일 민·관 합동으로 청년 일자리 20만 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청년 고용 절벽 해소 종합대책). 이에 대한 화답으로 삼성, 현대, SK, 롯데 등 대기업들이 청년 일자리 10만 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이 만들겠다는 일자리는 대부분 직접 고용이 아닌 인턴이나 직무교육이다. 일부 기업은 기존 채용 인원까지 포함시켜, 숫자를 뻥튀기하기도 했다. 생색내기와 얄팍한 숫자놀음으로 실업과 저질 일자리로 고통받는 청년들을 농락한 것이다.

실업과 저질 일자리로 고통받는 청년들 박근혜 정부의 진정한 관심사는 청년 고용이 아니다. ⓒ임수현

이것은 정부가 내놓은 청년 고용 종합대책의 실체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의 청년 고용 종합대책도 실업과 저질 일자리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전혀 진정한 대책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이 대책은 청년 고용을 빌미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 민영화 등을 합리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첫째, 정부가 만들겠다는 일자리 대부분이 저질 일자리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더라도 신규 일자리 창출은 전체의 절반도 안 된다(20만 개 중 7만 5천 개). 나머지는 인턴, 직업훈련, 일학습병행제 등 장차 일자리를 얻을 ‘기회’를 주는 것일 뿐이다. 이는 기업이 헐값에 청년·학생을 맘껏 착취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청년인턴제를 실시하는 기업의 절반 이상은 청년 인턴에게 1백50만 원도 안 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최저임금만 주는 기업도 수백 곳이다(은수미 의원실). 게다가 신규 일자리에는 시간제 일자리, 기존 일자리 결원시 대체인력 등도 포함돼 있다.

둘째, 기존 노동자 임금 삭감(임금피크제), 서비스 산업 민영화 정책 등이 청년 고용 정책으로 둔갑돼 있다. 정부는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기업들의 이윤을 보장해 주는 온갖 정책들을 청년 일자리 정책으로 소개한다.

정부는 신규 일자리 중 절반 이상(3만 8천 개)을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이 청년 일자리를 반드시 늘려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그동안 인건비를 줄이려고 비정규직을 늘려 온 기업주들이 과연 임금피크제로 줄인 지출을 온전히 청년 고용에 쓸까? 정부는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한편, 그 돈의 일부만 줘도 되는 저질 일자리를 늘려, 기업주들에게 같은 값에 두 명을 부려먹고도 남는 일석이조 기회를 주려 한다. 이를 위해 사악하게도 청년들의 고통을 기존 노동자를 공격하는 명분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서비스 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비스분야 경제 활성화 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주문했다. 이 법안들은 공공서비스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조처를 담고 있다. 특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대표적인 의료 민영화 추진 법이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아무 관계 없다. 이 경우에도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명분으로 더 많은 대중에게 고통을 전가하려 하는 것이다. 이익은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자본가들이 챙길 것이다.

셋째, 정부는 청년 고용을 명분으로 신자유주의적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려 한다. 인력 수급에 “미스 매치”(부조화)가 있다며 “산업계 관점의 대학평가를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기업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고, 취업률을 기준으로 평가를 강화해 하위권 대학을 퇴출시키고, 산업 수요와 직결되지 않는 학과를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조처는 자본가들의 이윤 창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학문으로 취급돼 공격받고 있는 학문을 더 빠르게 고사시킬 것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학문을 배울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다. 또, 교수·강사들의 경쟁도 강화될 것이다.

넷째, 몇 가지 개선으로 보이는 대책조차 실효성이 없다. 여전히 청년고용대책에 끼어 있는 해외 취업과 창업은 청년들에게 이제는 냉소를 머금게 한다. 공공기관 및 지방 공기업에서 의무적으로 정원의 3퍼센트를 청년에게 할당하도록 한 청년고용특별법의 기한 연장도 실효성이 적다. 법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올해도 25퍼센트가 넘는 공공기관들이 이를 어겼다.

양질의 국가부문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라

청년들이 실업과 저질 일자리로 고통받는 것은 정부와 기업주들의 책임이다. 기업주들은 이윤을 위해 기존 노동자, 청년 가릴 것 없이 외주화, 비정규직 등 열악한 일자리로 내몰아 왔다. 이들이 고통받는 동안 기업주들은 천문학적인 부를 쌓아올렸다. 수백조 원에 이르는 기업 사내유보금과 가파르게 증가하는 기업저축 규모가 이를 보여 준다. 정부는 이처럼 대기업들이 저질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줬다. 정부 자신이 비정규직을 늘려 온 주범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는 파견을 확대하고 기간제 사용 기한을 늘리려 한다.

따라서 정부에 양질의 국가부문 일자리를 늘리라고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국가는 청년들을 고용할 능력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주화 등으로 불안정해진 일자리를 원청이 책임지도록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 정부를 상대로 요구하며 싸우는 것은 더 광범한 청년과 노동계급을 단결시킬 수 있는 초점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은 공공서비스가 매우 취약한 나라다. 한국 정부의 공공서비스 지출은 OECD 평균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양질의 국가부문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이런 요구는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요구와도 이어져 있다. 즉,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면서도 대중에게도 도움이 되는 대안이다.

이간질

기업들에게 감면해 준 법인세를 늘리고, 부유층에 과세하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감면해 준 법인세만 원상회복시켜도 매년 십조 원 가량의 재원이 마련된다.

임금삭감·노동조건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고통받고,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는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인 노동시간(연간 2천1백 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2006년 프랑스에선 정부의 청년 고용 정책인 CPE(최초고용계약법)를 청년·학생과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철회시킨 경험이 있다. CPE 정책은 26세 미만의 청년 노동자들을 고용 후 2년 동안 사전 통지나 보상 없이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게 만든 법이었다. 이 조처는 신자유주의로 고통받아 온 프랑스 청년들을 격분하게 만들었고 전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점거 물결을 일었다. 학생들은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호소했고, 거리 항의 시위와 결합된 노동자들의 파업은 두 달 만에 정부를 물러서게 만들 수 있었다.

이처럼, 청년·학생들의 항의와 노동자들의 이윤 창출 중단이 결합된다면, 정부의 공격을 막고 개혁을 성취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이간질을 거슬러 청년과 노동자가 오히려 단결해 투쟁하는 것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대학 마르크스주의 포럼

청년 실업 ― 기성세대 정규직의 기득권 때문인가?

일시: 2015년 9월 14일 저녁 7시 30분 (날짜가 16일에서 14일로 바뀌었습니다)

연사: 박한솔(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 김종현(대학생,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

장소: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백양관 S111호

주최: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문의: 010-5443-2395(문자 환영)

입력 2015-08-2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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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본주의의 취약함을 보여 주는 신흥국 위기

정선영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98년 신흥국 위기 이후 처음으로 브릭스(브라질·러시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라고 불리는 경제들이 모두 위기에 처해 있다. 브릭스보다 규모가 작은 신흥국인 인도네시아·타이·터키·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 등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3개월 동안 19개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1조 달러에 이른다. 2008~09년 공황 때의 갑절에 이르는 규모다.

△ 중국 증시 폭락  중국 증시가 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며 세계경제에 충격을 줬다. ⓒJessie Wang (플리커)

그래서 달러 대비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올해 브라질 헤알화는 23퍼센트나 폭락했고, 러시아 루블화와 남아공 랜드화는 각각 10퍼센트 이상 하락했다. 카자흐스탄 텡게화는 25퍼센트 넘게 폭락했고, 터키 리라화도 19.9퍼센트나 떨어졌다.(연초 대비, 8월 20일 기준)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 하락을 신흥국판 “환율 전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물론 그런 측면이 있는 것은 부분적으로 사실이다. 중국이 자국의 수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상황에서, 수출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국가들도 환율을 높여 자국 상품의 가격을 낮추려 한다. 한국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러나 최근의 위기는 실물 경제의 장기적인 위기(신흥국 정부들이 원치 않은)를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실물 경제

신흥국 중 많은 나라가 석유나 금속 등 원료나 농산물 등을 수출해 왔다. 석유 등 원료의 가격이 높을 때 이 나라들은 많은 수입(收入)을 거둘 수 있었다. 당시 선진국의 자금이 더 높은 수익을 찾아 신흥국으로 유입됐다.

그러나 높은 원료 가격 수준은 지속되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원료 가격이 떨어져 금이나 석유 등의 상품가격지수는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1년 이후로 40퍼센트가량이나 떨어졌다. 특히, 한때 배럴당 1백 달러를 넘었던 석유 가격은 최근 4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은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 원유 수출이 재정 수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원료 가격 하락은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경향을 보여 주는 신호이다.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약하고 생산이 증가하지 않아서, 원료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 특히,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는 더욱 직접적으로 원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7월 중국이 소비한 원유량은 하루 평균 1천12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4.2퍼센트 줄었다. 중국이 세계 원유 수요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수요 감소는 석유 가격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원료 수출국들의 수입(收入)이 떨어지자, 투기 열풍을 일으켰던 선진국 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려는 낌새를 보이자 자금 유출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신흥국들의 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JP모건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가계 부채 비율이 2007년 73퍼센트에서 2014년 말 1백6퍼센트로 33퍼센트포인트 증가했다. 2007년 이후 해마다 GDP의 5퍼센트씩 부채가 늘었는데, 상당히 빠른 속도이다. IMF는 부채 증가 속도가 GDP 대비 5퍼센트 이상이면 우발적 금융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부채 증가는 2008년 공황을 낳았던 요인들이 더 큰 규모로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세계 자본주의는 1970년대부터 그 전 시기보다 낮아진 이윤율 때문에 장기적 위기를 겪어 왔다. 낮은 이윤율 때문에 기업들의 생산적 투자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비생산적 지출과 투기를 통해 생산적 투자의 부족분을 메우려 해 왔다. 또, 노동자와 대다수 사람들의 소득이 낮은 상황에서 민간대출로 소비를 지탱하는 것에 의존해 생산 활동을 늘리려 해 왔다. 이런 과정에서 투기 거품 증대와 부채 위기가 반복돼 왔다.

부채

2008년 경제 공황 이후에도 각국 정부는 부채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책을 유지했다.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려고 가계 부채를 늘리는 정책을 채택하고,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적자를 감수했던 것과 같은 식의 정책이 세계 곳곳에서 시행된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실물 경제가 침체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다가오며 세계적으로 금리가 인상되는 상황에서 이런 부채는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이 과거 어느 때보다 많아 급속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작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신흥국의 부채 규모가 크고 외환보유액이 지난 20년간 가장 빠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의해서 봐야 한다.

그러나 노동계급에 전가되는 고통도 이미 커지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JP모건에 따르면 신흥국의 실업률은 2008년 공황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에 5.2퍼센트였던 신흥국들의 공식 실업률은 최근 5.7퍼센트로 상승했다.

최근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우리는 새 신용 주기의 [하향] 변곡점에 도달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경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다. 지난 몇 년간 반복돼 왔듯이, 최근의 신흥국 위기도 국가 개입 덕분에 이럭저럭 파국은 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낮은 이윤율, 낮은 투자와 수요, 증가하는 부채는 여전하고 이 문제들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또, 지배계급이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 손실을 만회하려 한다는 것도 명백하다. 한국도 이 추세의 일부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입력 2015-08-2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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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삭감과 하청 노동자 확대에 나선 조선 빅3

강동훈

국내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조선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7월 29일에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3조 원, 1조 5천억 원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현대중공업이 3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고 발표했을 때 1천억~2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현대중공업과 꼭 마찬가지로 막대한 부실이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2분기에 현대중공업까지 1천7백억 원의 손실을 내면서 조선 빅3의 2분기 영업손실 합계는 4조 7천5백억 원에 이르렀다.

조선 빅3의 대규모 손실은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나왔다. 해양플랜트는 바다에서 석유나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설비를 말한다.

세계경제 위기로 상선(商船) 수주가 급감한 2010년만 해도 해양플랜트 사업은 국내 조선업계에게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였다. 상선 한 척이 3억 달러를 넘기기 힘든 데 비해, 해양플랜트 한 기는 20억 달러를 넘어가곤 했다. 석유 가격이 크게 올라 해양플랜트 발주가 절정이었던 2012년과 2013년에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전체 수주액에서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90퍼센트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시기 해양플랜트를 무더기로 수주한 것이 지난해부터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국내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 설계를 거의 해외 기업에 의존하고 있고, 부품도 절반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설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부품 공급이 지연되면서 공기(工期)가 늘어났고, 결국 수천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다시 말해, 저가로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것이 큰 손실로 돌아온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셰일석유 개발과 전 세계 석유 소비 정체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석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해양플랜트 발주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세계 경기 침체와 중국 성장 둔화로 일반 상선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의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총 1천3백28만 CGT(수정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2천6백99만 CGT)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한국의 상반기 선박 수주량은 5백92만 CGT를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6백16만 CGT에 비해 4퍼센트밖에 줄지 않았다. 반면 중국은 2백56만 CGT로 지난해 상반기의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고, 일본은 2백68만 CGT로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중국 등이 주로 수주하는 벌크선(곡물·광석·석탄 등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선창에 싣고 수송하는 화물선) 발주가 대폭 줄어든 반면, 한국의 조선 빅3가 주로 수주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LNG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은 발주가 늘었거나 별로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주잔량

조선소가 수주 계약을 체결해 놓고 아직 선주에게 인도하지 않은 물량. 수주잔량이 많다는 것은 조선소의 일감이 많다는 것을 뜻함.

올 6월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은 8백83만 2천 CGT로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각각 5백35만 5천 CGT, 4백78만 3천 CGT의 수주잔량으로 세계 2, 3위를 차지했다. 조선 빅3 모두 2~3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공기(工期)

이에 따라 조선 빅3는 저가 수주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고 조선산업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데 대응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해야 하지만, 또한 쌓여 있는 물량의 공기를 맞추기 위해 생산직 노동자를 확보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물론 불안정한 하청 노동자로만 그 자리를 채우지만 말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현대중공업은 올 초에 이미 과장급 이상 관리직과 여성 사무직 1천5백여 명을 내보냈고, 대우조선해양 사장 정성립은 취임 초에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한 약속을 뒤집어 부장 이상 사무직 1천3백 명 중 30퍼센트 정도를 줄인다는 계획에 돌입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6월에 1천 명을 구조조정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국내 조선회사들은 물량을 제때에 건조할 노동력을 확보하려고 하청 노동자는 늘려 왔다. 예를 들어 2014년에 3조 원이 넘는 손실을 본 현대중공업도 하청 노동자를 4천 명이나 늘렸다(《2015 조선자료집》). ‘물량팀’(조선소 하청업체로부터 다시 하청을 받아 일감을 처리하고 빠지는 10~15명 규모의 단기 공사팀)이란 이름으로 미숙련 노동자 상당수도 작업 현장에 투입됐고, 최근에도 물량팀 모집은 계속되고 있다.

△조선 빅3 하청 노동자 수 (확대)

물론 해양플랜트 수주가 줄면서 앞으로 비정규 노동자 일부가 해고될 가능성이 커졌다. 해양플랜트 한 기에는 최대 2천 명이 투입되지만, 상선 한 척에는 1백~2백 명만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선 빅3의 수주잔량은 크게 줄지 않았고, 남아 있는 해양플랜트 물량을 완공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이 비용 삭감을 위해 해양플랜트 하청업체들에 대금을 적게 지급했다가 하청업체와 하청 노동자들이 업무를 거부하며 반발하자 현대중공업 사장이 직접 나서 해결하기도 했다.

지배자들과 보수언론들은 ‘수조 원 손실’을 부각하며 조선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지 못하도록 겁을 주고 있다. 그러나 사측이 공기를 맞추지 못해 더 큰 손실을 볼까 봐 두려워하는 상황은 파업 투쟁이 사측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입력 2015-08-2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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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칼럼

무너지는 ‘차이나 드림’

알렉스 캘리니코스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장)

그리스, 유럽 난민 위기, [영국 노동당 선거에서] 제레미 코빈[의 부상] 등 극적인 여름이었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세계경제 기사는 중국 주식시장의 붕괴였다. 지난 6월 고점을 찍은 이후 사라진 주식 가치는 3조 파운드[한화 5천5백조 원]에 이른다.

△ 중국 주식시장 붕괴의 근저에는 심각한 정치적·경제적 문제들이 있다. ⓒ2 dogs(플리커)

어떤 점에서 이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주식시장은 월가나 런던 시티, 심지어 홍콩의 주식시장과 다르다. 중국 주식시장은 대기업 주식의 거래가 압도적이며, 그 대부분은 국영기업들이다. 그래서 중국 주식시장은 세계 금융시장의 등락으로부터 비교적 격리돼 있다.

중국 주식시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정치와 관련돼 있다. 중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은 매우 높은 수준의 투자 덕분이었다. 중국 국내총생산(이하 GDP)에서 투자는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평범한 중국인들의 가계 저축도 투자 재원을 떠받쳤다. 의료·교육 등의 지출을 위한 저축이었다. 그러나 국유 은행들의 예금 금리는 매우 낮았다.

그 대신 중국 정부는 사람들이 저축을 갖고 주식에 투자해서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중산층 단타 매매자들이 주식시장에서 활개를 쳤다.

지난 4월 <런민르바오>[중국 공산당 기관지]는 주식시장에 거품이 일고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자본시장은 ‘차이나 드림’의 진정한 모습일 수 있다.”

‘차이나 드림’은 시진핑 주석의 주요 슬로건 중 하나다. 그래서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을 때 정부가 주식시장을 떠받치려고 개입했다. 중국 정부는 주가 하락 관련 ‘유언비어’를 유포한 사람들을 처벌하기까지 했다.

모순

정부의 대응은 현 중국 지도부의 정책들에 존재하는 주요한 모순을 보여 준다. 시진핑은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덩샤오핑 시대 이래 유례 없을 정도로 권력을 자기 수중에 집중시키고 있다. 그는 부패 척결 운동을 벌여 인기를 높이고 정적도 제거했다.

다른 한편, 시진핑은 국가 통제보다는 시장 메커니즘에 더 의존하면서 중국을 세계경제에 통합시킨 덩샤오핑의 전략을 지지한다. 이런 방향에 따라 8월 11일 중국 당국은 위안화-달러화 환율이 더 자유롭게 변동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조처의 장기적인 목적은 위안화를 국제 지불준비 통화로 만들어 달러화 및 유로화와 경쟁하는 것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정부 통제가 폐지되면 내년에 위안화를 지불준비 통화로 격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 지배자들은 달러화 대비 위안화가 약간 평가절하돼 수출이 늘어나길 바랐다.

이런 지배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주식시장은 대혼란에 빠졌고 위안화 가치는 폭락했다. 결국 중국 당국은 위안화의 평가절하 폭을 줄이려고 1천3백억 파운드(한화 2백38조 원)를 쏟아부어야만 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정치적으로 갈팡질팡하는 이면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역대 전임자들이 그랬듯이 시진핑도 중국이 고투자·고수출 모델(중국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만든)에서 벗어나 국내 소비와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 더 집중하겠다고 입발림말을 해 왔다.

그러나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2008~09년 세계 대침체 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은 부채로 조달한 자금을 투자한 덕분에 가능했다. 그 대신 [지방 정부와 민간 부문을 포함한] 중국의 부채는 GDP 대비 1백30퍼센트에서 2백80퍼센트로 증가했다.

주식시장에서만 거품이 생긴 것은 아니다. 부동산에서도 거품이 생겼다.

중국 지도부는 침체를 겪지 않으면서도 경제가 투자·부채 의존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 결과 성장률이 낮아졌다. 이것은 특히, 중국에 식료품과 원자재를 수출하면서 성장한 남반구의 ‘신흥시장’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중국 주식시장의 붕괴는 그 자체로 경제의 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주식시장 붕괴는 시진핑 치하 중국 같은 권위주의 체제조차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그리고 세계 도처에서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의 곤경이 세계경제 침체의 지속을 뜻한다는 사실을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입력 2015-09-1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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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장기 침체

자본주의는 장기적인 이윤율 저하의 늪에 빠져 있다

정선영

2008년 9월 대불황이 시작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세계경제는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30년대 이래 처음으로 주요 나라들에서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우려가 실질적이라는 사실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세계 수출입 물량을 보더라도 세계경제의 침체 상황을 알 수 있다. 위기 전인 2000~07년에는 세계 수출입 물량이 연평균 7.2퍼센트 늘었지만 2008~14년에는 3.1퍼센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올해 1분기에는 1.5퍼센트, 2분기에는 0.5퍼센트 감소했다(전분기 대비).

그래서 이미 2008년 위기를 세계 대불황이라고 규정했던 마르크스주의자들뿐 아니라 오바마의 최고 경제자문이었던 로런스 서머스나 폴 크루그먼과 같은 경제학자들도 현재 상황을 “장기 침체”로 규정하고 있다. “장기 침체”는 1930년대 케인스 지지자들이 처음 썼던 용어이다.

그동안 주요 국가의 정부들은 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며 경기를 부양하려 애썼고, 대규모 기업 지원책을 폈다. 그런데도 위기는 해결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부채는 늘어나며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2008년 시작된 공황이 이토록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이 위기가 세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세계 자본주의의 이윤율이 그전보다 낮아졌고, 그 이후로 위기가 장기적으로 누적돼 왔다.

이윤율

투자한 돈에 대해 벌어들인 총이윤의 비율이다. 이윤을 위해 경쟁적으로 생산이 이루어지는 자본주의에서 이윤율은 자본가들이 생산을 확대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이윤율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자극제이며 축적의 조건이고 추진력”이라고 했다.

이윤율 저하

많은 연구 결과는 이윤율이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하락했음을 보여 준다. 물론 이윤율은 측정 방식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다양한 학자들이 다소 상이한 방식으로 계산했더라도 이윤율의 하락 추세는 발견할 수 있다.[그래프]

마르크스는 이윤율이 저하하는 핵심 요인으로 “죽은 노동”(기계설비류)이 “산 노동”(노동자)을 점차 대체하는 경향을 지적했다. 이를 ‘자본의 유기적 구성 고도화’라고 말한다. 자본가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가치를 창출하는 근원인 노동력의 상대적 비중이 점차 줄어든다. 그래서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이윤은 늘지 못해 이윤율이 떨어진다.

△세계의 이윤율(크게 보기) ⓒ노동자 연대

이 과정은 현실에서도 볼 수 있다. 미국 제조업에서 노동자 대비 자본 투자의 비율은 1957~68년과 1968~73년 사이에 40퍼센트 이상 급증했다. 앤드루 클라이먼도 “자본의 기술적 그리고 유기적 구성들은 지난 60년 동안 거의 지속적으로, 그리고 매우 급격히 상승했다”고 설명한다. “1947~2009년의 연간 성장률은 1.7퍼센트였다.”(《자본주의 생산의 실패》, 206쪽)

이렇게 자본가들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기계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이윤율을 떨어뜨려 위기를 낳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자본주의 생산의 진정한 장벽은 자본 자체”라고 마르크스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를 잘 보여 준다. 자본주의가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은 외부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의 동역학 때문이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장기 호황 때 자본주의는 지속적 군비 지출 덕택에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잉여가치의 상당 부분이 군비로 쓰이면서 다시 생산적 투자로 투입되는 비율이 줄었고, 그 때문에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 속도가 늦춰진 덕분이다.

그러나 미국은 독일이나 일본처럼 군비 부담이 적은 국가들과 경쟁해야 했고 이 때문에 1960년대 말쯤에는 생산에 투입되는 자본 양이 다시 증가하면서 이윤율이 떨어졌다.

△이윤을 위한 경쟁 때문에 기계설비류의 비중이 산 노동자에 비해 점점 더 커지고, 이는 이윤율 저하로 이어진다. ⓒ이윤선

물론 이윤율 저하를 상쇄하는 요소들도 있으므로 자본주의는 단선적으로 위기로 빠져드는 것은 아니다. 마르크스는 핵심적으로 두 가지 상쇄 경향을 지적했다.

첫째, 노동자들을 더 많이 쥐어짜 더 많은 가치를 얻는 것이다. 이렇게 착취율을 높이기 위해 자본가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노동자들을 공격해 왔다. 지금도 그런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둘째, 단기적 위기로 일부 기업가들이 망하고, 그 기업의 기계 등을 다른 기업이 값싸게 사들이는 것이다. 이런 “위기를 통한 자본의 파괴”가 이윤율 회복의 핵심 요소이다.

실제로 이윤율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일부 회복됐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억제돼 전체 국민 소득에서 총 이윤의 몫이 늘어난 것이 한 이유이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초부터 1990년대 말까지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노동시간이 대폭 늘었다. 유럽에서는 미국만큼 실질임금이 하락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나라에서 노동시간이 증가했다.

이와 함께 일부 대자본가들은 다른 자본가들의 파산에서 득을 볼 수 있었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때 30대 재벌 그룹 중 절반이 쓰러졌고, 남은 자본을 다른 재벌이나 외국 자본이 헐값에 인수하며 득을 봤듯이 말이다. 영국에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장 셋 중 하나가 문을 닫았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이 붕괴하는 심각한 위기를 겪은 것은 서방 자본들이 이 지역 기업들을 헐값에 인수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착취 증대와 구조조정을 통해서도 이윤율은 과거 수준의 절반 이상으로 회복되지 못했다. 프레드 모즐리의 계산 결과를 보면, 이윤율은 “초기 하락의 40퍼센트 정도만 … 회복됐다.” 뒤메닐과 레비는 “1997년의 이윤율”이 “1948년 수준의 절반 정도였고 1956~1965년의 10년간 평균치의 60~75퍼센트였다”고 주장했다.(《좀비 자본주의》, 크리스 하먼, 259쪽) 앤드루 클라이먼은 1980년대에 이윤율이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는 통계를 내기도 했다.

이는 이윤율을 회복시키는 요소들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저항 때문에 자본가들은 원하는 만큼 착취를 증대시키기 쉽지 않다. 게다가 자본 파괴를 통한 이윤율 회복은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그 효과를 내기 힘들어진다. 점점 소수의 기업이 큰 부를 차지하는 자본의 집적과 집중 경향 때문에 한 기업의 몰락은 경제 전체에 파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1930년대 같은 기업 파산과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국가가 개입했는데, 이는 모순된 효과를 냈다. 국가의 개입은 최악의 붕괴를 막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이윤율이 충분히 회복하는 것도 막는다.

그래서 세계 자본주의는 1970년대 이후 더 자주 반복되는 위기를 겪어 왔다. 1차 석유파동으로 불렸던 1973~74년 위기에 이어 1979~82년에는 2차 석유파동으로 세계경제는 두 번째 심각한 침체에 빠졌다. 1990~91년에도 미국의 성장률이 추락하는 등 위기가 엄습했다. 1991년 시작된 금융 위기로 일본은 장기 침체에 빠졌고 1997년에는 동아시아가, 1998년에는 브라질과 러시아가 심각한 위기에 시달렸다. 2001~02년에는 아르헨티나 등 라틴아메리카가 심각한 위기에 시달렸다.

이런 위기가 벌어질 때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각각의 특수한 원인 때문에 위기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석유파동 때는 석유 생산국들의 담합과 유가 인상이 도마에 올랐고, 1997년 동아시아 위기 때는 정경유착과 부패가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석유 가격 인상은 이윤율 하락으로 허덕이던 자본가들을 무너뜨린 결정타였을 뿐이다. 1997년 신흥공업국들이 겪었던 위기도 세계적으로 낮은 이윤율 때문에 생산과 소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경쟁을 벌였던 국가들이 처할 수밖에 없었던 위기였다.

금융화

지난 수십 년간 금융부문이 커지고 2008년 공황이 금융 거품 붕괴라는 형태로 터진 배경에도 실물경제의 낮은 이윤율이 자리잡고 있었다. 1970년대 이후의 이윤율이 장기 호황기보다 낮은 상황에서 생산과 축적의 상승률은 둔화했다. 기업들은 투자해서 이윤을 벌어들일 것이라는 확신이 적은 상황에서 생산적 투자에 돈을 쓰기보다는 저축을 하는 방법을 택했다. 미국의 경우, 산업 생산의 10년 성장률은 1957~73년에 평균 57퍼센트였지만, 1975~2008년에는 30퍼센트로 급락했다(《자본주의 생산의 실패》, 앤드루 클라이먼).

이렇게 투자되지 않는 돈이 채권, 주식, 부동산 등으로 흘러 들어가 금융거래가 매우 활발해졌다. 또 이 돈은 실질임금이 감소하거나 정체해서 소비 여력이 충분치 않았던 사람들이 빚을 통해 소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데 사용됐다. 자본가들은 노동계급에게 빚을 내서 소비하라고 부추겼고, 이를 통해 수요를 부양해 자본주의 경제가 이럭저럭 돌아갈 수 있었다.

특히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하고 기업과 가계가 부채를 늘리는 것을 장려해 경기를 부양하려 했다.

그래서 1980년대 중반과 1990년대 중반에 미국과 영국 증권시장이 크게 성장했고, 1980년대 말에는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1990년대 말에는 닷컴 호황이 나타났고, 2000년대 초중반에는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 그러는 사이에 정부, 비금융 기업, 소비자 할 것 없이 전반적으로 부채 수준이 높아졌다. 폴 크루그먼이 말했듯 “거품을 또 다른 거품으로 대체한 역사”가 이어졌다.

이렇게 금융 투기를 통한 성장은 한동안 경제가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는 환상을 불러일으켰지만 금융 위기가 닥치자 그 환상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실물부문에서 잉여가치 생산이 둔화한 상황에서 금융 거품이 무한정 유지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

2008년 공황 이후 각국 지배계급은 그전 시기에 한 일을 더 큰 규모로 반복했다고 할 수 있다.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하고, 기업들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펴며 세금은 깎아 주고,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는 삭감했다. 모두 기업들의 이윤율을 올려 주기 위한 정책들이었다.

일부 기업들은 파산했지만 더 많은 기업의 파산을 막기 위해 정부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그 결과 낮은 이윤율의 문제는 그대로인 채 부채는 커지고 있다.

전 세계 부채 규모는 2001년 국내총생산(GDP)의 1백60퍼센트, 2009년 2백 퍼센트에 이어 2013년 말 2백15퍼센트로 급증했다.(영국 경제정책연구센터와 스위스 국제통화금융연구센터가 2014년 9월 발간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 ‘제네바 리포트’) 특히 신흥국들의 부채 비율이 더욱 빠르게 늘고 있다. JP모건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국의 GDP 대비 기업·가계 부채 비율은 2007년 73퍼센트에서 2014년 말 1백6퍼센트로 33퍼센트 늘었다.

반면 낮은 이윤율의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에 따르면 최근 미국·영국·일본·중국·독일 등 주요 자본주의 경제에서 기업 이윤율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2013년에는 약 11퍼센트였던 이윤율이 2014년 말에는 3.2퍼센트로 떨어졌다.

자본주의는 이윤율 저하와 함께 자본의 집적과 집중이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 위기는 노쇠한 자본주의가 처한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위기이다. 위기는 앞으로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착취 강화와 구조조정의 효과로 체제의 일부는 성장할 수도 있지만, 체제 전체가 회복려면 엄청난 파괴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그 대가를 노동자들이 치르게 하기 위해 임금 삭감과 해고, 복지 삭감 등을 추진하고, 전쟁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공격에 맞서 노동계급과 억압받는 사람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투쟁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노쇠해지는 자본주의를 살리기 위한 대안을 찾으려 골몰할 것이 아니라, 체제를 거부하고 노동계급이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대안 사회를 추구해야 한다. 이런 대안은 계급 투쟁을 더욱 일관되게 건설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윤율 하락으로 위기를 설명할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은 2008년 위기 전 몇 년간 이윤율이 상승 추세였다는 점을 들어 2008년 위기의 원인이 낮은 이윤율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뒤메닐·레비는 바로 그 이유로 2008년 위기를 이윤율의 위기가 아니라 “금융 헤게모니”의 위기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우선 뒤메닐·레비가 이윤율을 계산하는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반론이 있다. 뒤메닐·레비는 기계와 같은 고정자본만을 이윤율의 분모에 포함시킨다. 그러면 유동자본(물류비용이나 각종 금융비용 등)이 이윤율의 분모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윤율이 실제보다 크게 계산된다. 총 투자 대비 이윤으로 이윤율을 계산하면 2008년 위기 전 시기의 이윤율은 뒤메닐·레비가 계산한 것만큼 상승하지 않는다.

게다가 경제위기의 원인을 위기 직전의 이윤율의 추세로 판단해 이윤율이 하락하는 추세였으면 이윤율 저하가 원인이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것이 원인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다소 협소한 시각이다.

내재적 원인

이윤율이 낮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윤을 회복하기 위해 빚을 늘려 일시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 금융 투기가 조장될 수도 있다. 그러다가 벌어들이는 이윤으로는 빚을 값기 힘든 수준이라는 것을 깨닫는 상황에서 위기로 빠져들 수 있다. 또 정부의 부양책도 공황이 바로 터지는 것을 지연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렇게 기업들이 이윤율이 낮은 상태를 어느 정도 버티다가 더는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위기로 터질 수 있다.

따라서 이윤율 저하로 경제위기가 바로 터진다고 보기보다는 이윤율 저하가 위기를 낳는 내재적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마르크스도 “이윤율 저하는 신규 독립자본의 형성을 느리게 하고 자본주의 생산 과정의 발달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윤율 저하는 과잉 생산, 투기, 그리고 위기를 촉진시킨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본론 제3권》)

 

금융화가 이윤율을 상승시켰나

금융화가 이윤율 상승을 이끌었다는 주장은 한국의 좌파들도 흔히 하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홍석만(참세상 편집국장)은 노동자가 지급하는 이자가 늘어나는 것을 통해 이윤율이 상승한다고 본다. 그래서 ‘신자유주의 축적체제’는 이자 발생을 위한 ‘부채화’가 그 핵심에 있고, 이를 통해 자본가들은 이윤율 개선을 도모했다고 본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코스타스 라파비차스는 은행이 소비자를 “직접 착취”하는 것이 잉여가치 창출의 새로운 원천이 됐고 체제의 동역학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는데 이와 비슷한 듯하다.

좌파노동자회가 신자유주의의 특징을 “금융수탈체제”라고 규정하는 데도 이자를 통한 수탈이 자본가들이 잉여가치를 획득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지적했듯이 은행 자본가들이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보조하고 “이자, 수수료 등의 형태로 이윤을 얻었다면 이 이윤은 산업, 상업 자본가들이 뽑아낸 잉여가치의 재분배로 봐야 한다.” 노동자들이 내는 이자는 노동력 재생산 비용의 일부인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금융자본가에게 이자를 내는 것을 통해 잉여가치가 새롭게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이자는 생산과정에서 만들어진 가치가 이전된 것이다.

금융 수탈을 통해 잉여가치가 창출된다고 보면 노동자들뿐 아니라 빚을 진 자본가계급이나 신중간계급도 은행가들에게 착취당하는 것이 된다. 이런 개념은 노동계급이 받는 진정한 착취를 흐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금융세계화론

윤소영 교수의 금융세계화론은 금융의 이윤율이 전체 이윤율을 끌어올려서 1980년대부터 이윤율이 상승했다고 설명한다. 윤소영 교수는 “인수·합병과 지주회사로의 변모”를 통해 “고정자본의 급증을 통해서 이윤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금융화”라고 본다. 특히 제너럴 모터스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합병한 것과 같은 초국가적 금융화를 통해 금융의 이윤율이 상승했다고 본다.

그러나 인수·합병을 통해 자본가가 이윤량을 늘릴 수는 있을지라도 이윤율을 올릴 수는 없다. 인수·합병이 새로운 잉여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인수·합병 과정에서 자본을 헐값에 인수한다면 이를 통해 이윤율이 오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불변자본의 가치를 떨어뜨려 얻는 효과라고 말해야지, 인수·합병이 낳은 효과라고 말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인수·합병을 통해 한 자본가가 특별히 이득을 보면 다른 자본가는 손해를 본 것이므로 체제 전체의 이윤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수는 없다.

1980년대 이윤율이 일시적으로 올랐던 것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착취 증가와 기업 파산과 합병으로 인한 구조조정의 효과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금융부문의 이윤율 상승은 실물경제의 이윤율 상승이 이전된 것으로 봐야 한다.


입력 2015-10-0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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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논평

위기 속에 사람 목숨 희생시키는 자본주의

알렉스 캘리니코스

세계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대서양의 동쪽과 서쪽 중 어디 사느냐에 따라 세계경제 전망이 상당히 다른 듯하다.

11월 첫째 주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 총재 마크 카니는 2017년까지 0.5퍼센트 수준의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가 내세운 주된 이유는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시장’ 경제의 둔화였다.

지난 9월 영란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앤디 홀데인은 한발 더 나아가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근 사건들은 ‘경제 위기 3부작’이라 불린 만한 위기 중 3부에 해당합니다. 1부는 2008~09년의 ‘앵글로 색슨발’ 위기였고 2부는 2011~12년의 ‘유로 지역’ 위기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3부에 접어들었는데, 3부는 2015년부터 시작된 ‘신흥시장’ 경제의 위기입니다.”

그러나 대서양 건너편 미국에서는 중앙은행 구실을 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2월쯤 금리를 인상하려 한다. 11월 6일 미국 노동통계국은 10월에 늘어난 일자리가 27만 1천 개라고 발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달 미국에서 일자리가 급증했다”며 흥분해서 열변을 토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가 이제 완전고용 수준에 근접했으므로 금리를 올려 경기 과열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호들갑은 과장이다. 지난 3개월 동안 미국에서 늘어난 일자리는 월 평균 18만 7천 개인데, 이 수치는 2014년 월 평균인 26만 개에 한참 못 미친다. 2015년 3분기 경제성장률은 고작 1.5퍼센트에 그쳤고, 최근 발표된 여러 보고서는 제조업 전망을 어둡게 예측했다.

게다가 10월 미국의 고용률[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62.4퍼센트로, 1970년대 후반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많은 사람들이 구직을 단념한 것이다.

경제학자 앤 케이스와 앵거스 디턴은 이와 관련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미국에서 대학 학위가 없는 비(非)히스패닉계 백인 중년층의 사망률이 1999~2013년 급증했음을 발견했다. 낮은 고용률과 높은 사망률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노동자들이 우울하고 무력감을 느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변수

2008~09년 대불황 이후 경기 회복이 지지부진하자 로런스 서머스와 폴 크루그먼을 비롯한 미국의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영국의 홀데인과 마찬가지로 금리가 너무 낮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주요 변수는 중국이다. 2008~09년 위기 이후 중국 경제는 급성장하면서, 중국에 원료와 식량을 공급하는 ‘신흥시장’ 경제를 부양하는 구실을 했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은 대출과 투자를 어마어마하게 늘린 덕분에 가능했다. 그 결과 생산설비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빠르게 늘었다.

중국 경제는 이제 투자가 줄고 성장도 둔화하고 있다. 10월에는 수출과 수입이 모두 하락했다. 철광석과 석탄의 수입량은 각각 12.3퍼센트와 21.4퍼센트 하락했다.

그러자 중국에 철광석을 수출해 온 브라질 등 다른 나라에서 연쇄 효과가 나타났다. 나는 몇 주 전 브라질의 미나즈제라이스 주를 방문했는데 그 지역은 광산 개발 때문에 그야말로 난도질당한 상태였다. 11월 초 [철광석 광산 댐이 붕괴해] 진흙과 광산 폐기물이 벤투 호드리게스라는 작은 마을을 덮쳐 아수라장이 됐고 수십 명이 실종됐다.

이 참사는 세계적 자본축적 과정이 얼마나 다양하고도 무자비하게 보통 사람들을 희생시키는지를 일깨워 준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이런 사건을 레이더망에 등장하자마자 사라지는 잡음 정도로만 치부할 것이다. 금융시장은 온통 중국의 경기 둔화로 철과 다른 원료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느냐에 관심을 두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원료 가격 하락은 벤투 호드리게스 참사의 주범 [오스트레일리아계 광산업체] BHP 빌리턴과 [브라질 철광석 생산업체] 발레 등 다국적기업의 이윤을 압박한다.

핵심적 문제는 금리가 너무 높거나 낮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 경제가 이윤을 좇는 방식으로만 작동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이윤율이 너무 낮아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현실 때문에 세계경제가 여전히 위기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벤투 호드리게스 참사와 미국의 사망률 지표는 자본주의가 이윤을 위해 보통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체제임을 다시 한 번 보여 준다.

입력 2015-11-1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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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성과연봉제·저성과자 퇴출제

임금 삭감, 고용 불안, 공공서비스 약화 공격

이정원

정부가 ‘노동 개혁’에 속도를 내면서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강화하는 공격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공무원, 금융부문(은행), 공공기관 등에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이 민간보다 연차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경향이 강하고 고용도 안정된 특징을 부각해 ‘철밥통’, ‘귀족’이라며 이데올로기적 공격도 하고 있다.

공무원의 경우, ‘공무원 성과평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평가 대상자의 10퍼센트에게 반드시 “최하위등급”을 매겨 6개월간 호봉 승급을 제한하려 한다. 또 이들에 대한 “평가 결과를 인사관리 등에 반영할 수 있는 근거”로 삼는다. 사실상 ‘퇴출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셈이다.

교육부도 교원평가를 강화하고 성과급을 확대하는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11월 15일 금융위원회는 국책은행부터 성과주의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금융 개혁’의 핵심 과제라고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장관 최경환은 11월 25일 거의 모든 부처 차관들과 공공기관장 1백30여 명을 불러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잘 조직돼 있는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대응이 중요하다. 9월 12일 양대노총 공공부문 집회. ⓒ조승진

평가 강화

정부의 계획은 개인 성과 평가를 강화해 이를 임금에 연동시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를 고용에까지 연결시키려 한다. 일단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갖춰지면 저성과자 퇴출제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그동안에도 정부와 기업들은 임금 중 성과급 비중을 높여 왔지만, 이참에 연공제의 근간을 바꾸려 한다.

이를 통해 근속 연수와 경력에 따라 호봉이 오르고 일정 정도 자동 승급이 되는 것을 막아 임금을 억제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성과연봉제는 노동자 대다수의 임금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낸다.

특히 기본급에 해당하는 기본연봉 인상 차등이 누적되면, 다음 해 성과 평가를 잘 받아도 한번 벌어진 임금 격차를 좀처럼 따라잡기가 어렵게 된다. 이는 퇴직금의 격차로도 연결된다.

이 때문에 성과주의 임금체계는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자들의 통제력을 대폭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아무리 평가 기준을 공정하게 만들어도 관리자들의 자의적이고 주관적 요소가 배제될 수 없기 때문이다. KT가 비밀리에 퇴출 대상을 정해 두고 이들을 고의로 저평가해 퇴출 대상으로 내몬 사실이 폭로된 것을 보면, 관리자들이 성과 평가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공공부문에서 성과 평가 강화는 공공서비스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다. 노동자들이 단기적인 성과와 수익 올리기에 내몰리면 공공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공공요금 인상 압력은 더 커질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위기감과 불만이 높은 것도 당연하다. 이 때문에 최근 한국노총 금융노조 등은 한국노총 지도부를 압박했고, 한국노총 지도부는 ‘정부의 성과주의 공세 등이 중단되지 않으면 노사정위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선언을 해야만 했다.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노동조합 조직을 약화시킬 수 있다. 노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조합원들의 임금과 고용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개별 성과 평가로 임금과 고용이 결정되면 노동조합의 협상권은 약화될 것이다.

격차 해소? 하향평준화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고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임금 격차 등을 줄이겠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정규직 임금과 노동조건이 악화되면 비정규직의 조건을 개선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예컨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 중 하나는 바로 ‘호봉 인정’인데, 정규직에서 호봉제가 없어지면 비정규직이 이를 성취하는 것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사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책은 생색내기 수준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인건비 축소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늘린 주범이다. 게다가 성과주의 강화는 비정규직에게도 적용된다. 이미 경북·강원도 교육청은 학교비정규직 중에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케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따라서 지금 공공부문부터 시작되는 성과주의 임금체계 강화 공격에 노동운동은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잘 조직돼 있는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이 성과연봉제, 저성과자 퇴출제에 굳건하게 맞서면서 ‘노동개혁’ 반대 투쟁에 앞장서는 것이 중요하다.

입력 2015-11-25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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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리 인상

또 다른 불황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이정구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소속 연구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가 오는 12월 15~16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2006년 이래 처음 인상이다. 이런 상황은 2007~08년의 세계경제 위기가 얼마나 길었고 심각했는지를 잘 보여 준다.

미국 경제는 노동시장이나 인플레 등에서 약간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와 나아가 세계경제가 금리 인상이 초래할 후폭풍을 견딜 수 있을지 는 논쟁거리다.

12월 15~16일로 예정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취약한 세계경제에 불안정을 더하고 있다 미국 연준 의장 제닛 옐런. ⓒ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먼저 미국 경제를 살펴보자. 실업률은 경제 위기가 절정일 때의 10퍼센트대에서 5퍼센트대로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일 뿐이다. 인플레도 연준의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소비자물가지수는 제로에 가깝고, 근원물가지수(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지수)도 1.9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 경제의 실질GDP 성장률도 2.2퍼센트 수준으로 역사적 평균치인 3.3퍼센트를 밑돌고 있다. 달리 말해, 미국 경제는 영속적이고 장기적인 저성장을 겪고 있다.

금리 인상을 앞두고 주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과는 달리, 케인스주의자들은 양적완화 정책과 더불어 정부 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양적완화 유지나 적자 재정을 통한 정부 지출 확대가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자본 투자를 늘려 결국 경제가 성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 같지는 않다. 케인스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정부 지출이 확대된다고 해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성장을 유도하는 주된 요인은 투자인데, 이것은 이윤율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림1~2를 보면, 미국과 전 세계의 자본 이윤율이 정체돼 있어 경제가 회복다운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1월 16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은 “2018년까지 G20 회원국 전체 성장률을 추가로 2퍼센트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세계경제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하락해 왔고, 그 때문에 세계경제와 주요국 경제의 성장률 예상치도 낮아지고 있다. OECD의 수석경제학자 캐서린 만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한 국제무역이 계속 정체해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2014년 말부터는 더 추락하고 있다.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견실한 무역은 세계경제 성장과 동반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2015년 3분기부터 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2015년 2분기 기업 투자가 지난 2년의 평균치인 4.1퍼센트보다 더 낮은 2.1퍼센트를 기록했고, 신규 공장에 대한 투자는 전분기 대비 4퍼센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감가상각 이후 미국의 기업 이윤율(%) ⓒ 그래프 출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 블로그

△전 세계 기업 이윤율(%) ⓒ그래프 출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 블로그

다른 한편 유로존 경제도 디플레 위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이 추가로 양적완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 경제도 경착륙 위기감 때문에 6~8월에 주식시장 쇼크가 나타났다. 중국 경제의 둔화는 중국과 무역을 많이 하는 한국을 포함한 많은 신흥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일본 경제도 3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겨우 모면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아베 정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기업 투자가 매우 위축돼 있다는 점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또 다른 불황을 초래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촉매

그동안 전 세계 주요 국가들(미국, 유로존, 중국, 일본 등)이 양적완화를 통해 값싼 통화를 제공해 왔다. 그 결과 전 세계 주식·채권 시장은 호황이었다. 또 다른 결과는 아시아, 남미, 유럽의 기업들이 낮은 금리의 자금을 활용해 자산을 매입하거나 건설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중국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고, 신흥국 기업들은 부채가 그 국가의 GDP에 버금갈 정도로 높아졌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달러 표시 채권은 10조 달러에 달하고, 그중 신흥국 경제로 유입된 자금은 3조 달러가 넘는다. 이는 2009년에 견줘 갑절 이상 급증한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고, 가계부채도 사상 최대치로 증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제 값싼 돈으로 위기를 가리는 일을 더는 지속하기 힘들어 보인다. 전 세계 경기 회복의 기반이 됐던 원자재 호황이 붕괴하면서 그 연쇄적 파장이 전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러시아·베네수엘라 같은 산유국과 수출에 의존하는 아시아 나라들의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내몰리고 있다. 신흥국 경제 상황은 더 열악하다. 수출 단가가 하락하면서 수익성은 낮아지고, 금리 인상 기대로 말미암은 달러화 인출로 신흥국 통화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 표시 부채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부채 부담은 더 증대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그 때문에 국제결제은행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신흥국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3년 벤 버냉키 연준 전 의장이 긴축을 예고하면서 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긴축 발작’ 때보다 훨씬 더 큰 위험이 닥칠 것이다.” 더욱이 유럽과 일본은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달러화 가치를 더 높여 국제 금융질서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릴 수 있다.

물론 국가가 개입할 수 있으므로 경제가 계속 추락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성장의 늪에 빠진 유로존과 일본,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중국, 석유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침체에 빠진 산유국과 자원 수출국, 교역 둔화로 말미암은 수출국들의 위기, 금리 인상으로 말미암은 신흥국 위기 등은 또 다른 불황을 예상하게 한다. 

입력 2015-12-0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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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 경제 전망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유가 하락으로 커지는 불안정성

강동훈

2016년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석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더 커질 공산이 크다.

미국은 12월 15~16일에 열리는 연방준비제도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고 내년에도 한두 차례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유럽과 일본은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돈 풀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주요 국가들의 통화정책이 불일치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2008~09년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의 압력이 한국 기업들을 점점 더 궁지로 몰고 있다. ⓒ사진 이윤선

예컨대, 유럽과 미국이 상반된 통화정책을 펼치면 양쪽 모두 원하는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 유럽으로서는 돈을 풀어 물가가 오르기를 기대하지만 이 자금이 모두 미국과 달러 자산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유럽은 물가 상승에, 미국은 자산 가격 안정에 실패하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제조업 등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6월 이후 주식시장이 세 차례 폭락하고, 갑작스러운 위안화 평가절하까지 단행되면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잉 투자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제조업이 빠르게 둔화하면서 중국 광공업 성장률(명목기준)이 지난해 5.1퍼센트에서 올 상반기 1.2퍼센트로 낮아졌다. 향후에도 중국 제조업 둔화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인 성장률 둔화와 특히 중국의 성장 둔화로 내년에도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의 가격 하락 압력은 계속될 것 같다. 유가의 경우, 석유 수요가 둔화하는데도 중동 산유국들과 미국 셰일석유 업체들 간의 경쟁이 심해져 2016년에는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셰일석유 기업들이 채산성을 맞추려면 유가가 배럴당 50~70달러는 돼야 한다고 한다. 올 들어 50달러를 밑돈 유가 때문에 미국 셰일석유 시추기 수는 60퍼센트 감소하고, 미국 석유산업에서 25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미국 석유 생산량은 거의 줄지 않았다. 시추기당 석유 생산량이 증대됐기 때문이다. 셰일석유 기업들이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으로 얼마나 버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미국 에너지부는 2016년 미국의 석유 생산량을 하루 8백80만 배럴로 전망했는데, 이는 올해보다 50만 배럴 정도밖에 줄지 않은 것이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도 증산을 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2월 4일에 열린 석유수출국기구 OPEC 회의에서도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유가가 다시 하락했다. OPEC이 감산하면 미국 셰일석유 생산이 확대되면서 OPEC의 점유율이 빠르게 축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과의 핵 합의를 마친 이란이 내년부터 적극적인 증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유가는 더 낮아질 수 있다. 이란은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석유 생산량을 하루 3백3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12월 OPEC 회의에서 공언했다. 올해보다 50만~60만 배럴 늘어난 것이다. OPEC의 현재 생산량(하루 3천1백50만 배럴)이 적정 수준보다 2백만 배럴가량 많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공급이 더욱 늘어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골드만삭스는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이란 정부는 전 세계 석유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들여, 2020년까지 하루 석유 생산량을 올해의 두 배가량인 5백7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석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은 신흥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세계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내년에는 미국 금리가 인상되거나 중국 경제 지표가 발표되는 등의 시점마다 신흥국 불안 국면이 빈번히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자원 수출국의 위기가 가장 심각할 것이다. 올해 초 이미 홍역을 앓았던 러시아·브라질의 불안이 다시 확대되고 있고, 베네수엘라·콜롬비아·남아공 등의 위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자본이 대거 유입된 태국 등에서 자본 유출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취약한 국가에서 먼저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주변 국가로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수출 감소로 위험에 빠진 한국 경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2.7퍼센트로 예상된다(한국은행). 이는 2014년 3.3퍼센트 성장보다도 낮을 뿐 아니라 올해 3퍼센트대 성장을 기대해 온 정부의 예상에 못 미치는 수치다.([표1] 참조)

[표1] 경제 성장률 추이(단위: 퍼센트)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세계 5.4 4.2 3.4 3.3 3.4 3.1 3.6
한국 6.5 3.7 2.3 2.9 3.3 2.7 3.2

올해 2.7퍼센트 성장조차 3분기에 전기 대비 1.2퍼센트(분기별 성장률로는 2010년 2분기 1.7퍼센트 이후 5년 3개월 만의 최고치)나 성장한 덕분이다. 게다가 3분기 성장에서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건설업 등 부동산 부문이었다. 계속된 저금리 정책과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 완화로 부동산 경기가 호전된 것이다. 3분기 성장률(1.3퍼센트)에서 건설투자의 기여도는 0.7퍼센트포인트로, 성장률의 절반이나 차지했다. 한편 3분기에 민간 소비도 증대했는데, 이것도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의 소비 확대 정책 때문이다.

반면 3분기 수출은 -0.8퍼센트포인트로 성장률을 깎아먹었다. 중국의 성장 둔화로 수출이 부진했을 뿐 아니라 경기가 살아난다는 미국으로의 수출도 별로 늘지 않았다. 최근 미국의 소비 증가가 의료·통신 서비스 부문에서 주로 확대되는 반면, TV·가전·자동차 등 공산품 부문의 소비는 증가가 미미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2015년 수출은 전년대비 7.1퍼센트 감소한 5천3백20억 달러, 수입은 16.3퍼센트 감소한 4천4백억 달러로 예상된다(한국무역협회). 한국의 최대 시장인 대중국 수출(전체 수출의 25퍼센트)이 10월까지 4.3퍼센트 줄었고, 하반기 들어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9백20억 달러 흑자로 2014년의 갑절로 늘어날 듯하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든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고 할 수 있다.

2015년 한국 수출증가율 그래프

수출 감소의 주 원인은 석유·화학·철강 제품 등의 수출 단가 하락 때문이다(수입 감소의 주 원인도 석유·석탄·가스 등의 에너지·원자재 가격 하락 때문이다). 수출 물량 증가는 둔화(3.3퍼센트)된 반면, 수출 단가가 급락(-10.8퍼센트)하면서 수출이 감소한 것이다. 수출 단가의 하락은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3퍼센트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지만,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2퍼센트대로 보고 있다. 올해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 등 단기부양책으로 그나마 성장을 유지했지만 내년에도 이 같은 정부 주도의 성장세가 계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되면서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엄격해지는 등 소비와 건설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한국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은 이자 부담을 가중시킨다. 2015년 3분기까지 우리 나라 가계대출은 1천1백66조 원으로 1년간 1백10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2016년에 시중금리가 1퍼센트포인트 상승한다면 이자 부담이 12조 원(2014년 GDP 대비 약 0.8퍼센트) 증가하는 것이다. 2016년 성장률이 별로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는 민간소비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취약한 가계부터 부도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

한편, 금리 인상은 기업의 이자 부담도 늘린다. 한국금융연구원 조사를 보면, 대기업 중 한계기업(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 비중은 2009년 9.3퍼센트에서 지난해 14.8퍼센트로 빠르게 증가했다.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부실 채권 증대 등으로 금융권까지 위기에 빠지면서 경제 전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전체 조사대상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3년 2.1퍼센트에서 지난해 1.3퍼센트로 둔화됐다. 특히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3년 0.5퍼센트에서 2014년 -1.6퍼센트로 떨어졌다.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61년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후 처음이다. 과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도 전년 대비 0.7퍼센트 성장했던 제조업이 전례 없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표2] 참조)

[표2] 한국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률(단위: 퍼센트)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매출액 증가율 15.3 12.2 5.1 2.1 1.3
영업이익률 5.3 4.5 4.1 4.1 4.0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 18.5 13.6 4.2 0.5 -1.6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올 연말부터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나섰다. 2008년 위기 이후 계속 위기 상태였던 해운·건설 부문뿐 아니라 중국 경기 침체로 위험이 커진 조선·철강·석유화학 부문이 주요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구조조정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해운

해운업은 지난 2000년대 중반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렸다. 중국의 고도성장 덕분이었다. 당시 중국은 연평균 10퍼센트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원유·석탄·철광석 등의 원자재를 엄청나게 수입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성장률은 6퍼센트대로 떨어졌다. 최대 수요처였던 중국이 주춤하는 데다 다른 나라들과의 교역량도 늘지 않자 해운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공급 과잉이다. 선박을 발주하는 선주사들은 지난 2000년대 중반 호황기 때 앞다퉈 발주에 나섰다. 그러나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선주사들이 발주한 선박들은 애물단지가 됐다.

경기 침체에 따른 선박 공급 과잉은 운임 하락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BDI지수(벌크선 운임지수)의 올해 평균은 732다. 지난해 평균은 1105였다. 호황기 시절 1만 1천 대를 넘어섰던 것을 감안하면 해운 업황이 얼마나 침체됐는지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인 해운 업황 악화로 국내 해운업계 1, 2위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매우 위태로운 상태다. 한진해운은 독자 경영을 하다 지난해 한진그룹에 다시 편입되면서 자금 지원을 받았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다 지난해부터 겨우 흑자로 돌아섰지만, 부채가 많고 매출이 감소해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

해운업계 2위 현대상선은 상황이 더욱 심각해, 내년 상반기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현대상선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공산이 크다. 그래서 현대그룹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현대상선 지원을 포기한 듯하다. 현대증권 매각을 중단한 것을 보면, 현대상선을 포기하고 현대증권이라도 건지기로 한 것 같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을 둘러싼 갖가지 설들이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을 한진그룹에 넘겨 한진해운과 합병하는 방안이 언론에 발표됐다가 두 회사의 부인으로 약간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이 안을 지지하고 있는 듯하다. 현대차그룹이나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기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그러나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회사들도 여력이 없어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두 회사를 합병하거나 제3자에 팔지 않고 정부와 산업은행 지원을 통해 지금처럼 끌고 가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는 듯하다.

석유화학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를 겪는 이유는 중국의 고도성장에 기대 생산설비에 과잉 투자했기 때문이다.

1992년 국내 석유화학제품의 총 수출액 가운데 중국 비중은 29.8퍼센트 수준이었으나, 2000년 들어 43.6퍼센트로 급증했고 최근에는 50퍼센트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며 석유화학제품 수요도 감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이 생산 설비를 늘리면서 자급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조만간 석유화학제품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중동의 석유화학 기업들도 설비 투자를 계속하며 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고, 북미에서도 셰일석유를 기반으로 석유화학제품을 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LG화학과 한화종합화학,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여천NCC, 효성 등으로 구성된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민간협의체’는 원료 공동구매와 부산물·유휴설비·저장시설 등 공유 등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업체들이 모두 동상이몽인 상황이라 구조조정을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철강

철강 업황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중국이 2000년에 철강 생산을 어마어마하게 늘리면서 철강의 과잉공급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철강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14년 중국의 조강생산량(강철 생산량)은 8억 2천2백70만 톤으로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중국의 철강 생산량 비중은 2001년 14.1퍼센트에서 2014년 55퍼센트까지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중국의 철강 수출도 급증했다. 2011년 4천9백40만 톤이었던 중국의 수출량은 2014년 9천3백80만 톤까지 늘어났다. 이 중 1천3백40만 톤이 한국으로 수출됐다(2014년 한국의 철강 생산량은 7천1백만 톤).

이에 따라 한국 철강업체들의 매출과 수익성도 크게 떨어졌다. 2008년 17.2퍼센트에 달했던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2014년 4.94퍼센트까지 떨어졌고, 5조 원이 넘어섰던 연간 영업이익은 3조 원대까지 내려앉았다. 동부제철은 워크아웃과 매각 절차에 들어갔고, 동국제강은 본사 건물 매각에 나섰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이면서 최대한 버티는 전략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2017년까지 국내 계열사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해외 법인도 50개 줄여 1백17개로 감축하기로 했다. 재무 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국의 중소 업체들이 먼저 쓰러지길 기다리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산업정보 제공업체인 마이스틸(Mysteel)의 조사를 보면, 지난 6월 말 현재 중국 철강업체 중 이익을 내고 있는 비율은 13.5퍼센트에 불과했다.

마침 중국 정부는 얼마 전 ‘신(新) 철강정책’을 통해 2017년까지 철강 생산량 8천만 톤을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전에도 중국 정부는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실패한 바 있다. 따라서 철강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 하락과 경쟁 압력은 당분간 계속될 공산이 크다.

건설

올해 1~11월 전체 해외 건설 수주액은 3백9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백64억 달러)에 견줘 30퍼센트가량 줄었다. 특히 중동 지역 수주는 1백46억 달러로 지난해 견줘 절반도 채 안 됐다.

이는 한국의 건설회사들이 해외의 저가 수주로 막대한 적자를 보면서 해외 수주에 신중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외 저가 수주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유가로 중동의 석유플랜트 투자가 취소되고, 대금 지급도 미뤄지면서 자금 사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3분기에 또다시 영업손실 1조 5천억 원을 내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상장폐지를 모면하기 위해 유상증자 1조 2천억 원을 추진하고, 전 직원 1개월 무급 순환휴직 등을 하고 있지만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의 분할·합병 등의 얘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구조조정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한편, 건설회사들은 해외 수주 감소를 만회하려고 올해 국내 건설에 엄청난 힘을 쏟았다. 이 때문에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은 2000~14년까지 연평균 분양물량(27만 호)의 갑절에 가까운 49만 호에 달한다. 이처럼 공급 물량이 일시에 늘어나면서 2~3년 뒤 ‘물량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내년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분양이 어려워지면서 막대한 미분양 물량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KDI는 2018년까지 미분양 아파트가 3만 채 더 늘어날 수 있으며, 이는 건설회사들의 부채가 9조 원 가까이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막대한 부채는 건설회사들뿐 아니라 금융권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계 건설회사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 건설회사에는 중소 건설회사들뿐 아니라 GS건설, SK건설, 한화건설, 한라, 대림산업, 두산건설, KCC건설 같은 재벌 계열사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건설업을 다른 산업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올 3분기까지 조선산업의 누적 수주액은 1백90억 5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20퍼센트나 줄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올 전체 수주액 역시 지난해보다 27퍼센트 감소한 2백4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빅3’로 불리는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영업손실은 올해 7조 8천억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업황 부진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이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등에 쏟아부은 자금은 8조 3천억 원이 넘는다. 특히 STX조선은 4조 원 넘는 돈이 투입됐지만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성동조선해양 등 나머지 중소형 조선업체들도 중국 업체들과의 출혈 경쟁에 허덕이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빅3’뿐 아니라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등 중소 조선사까지 포함해 조선산업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려고 하는 듯하다. 중소형사를 대형회사에 넘기거나 중소형사 간 통합을 추진하는 식으로 말이다. 심지어 대우조선해양을 삼성중공업에 넘기려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채권은행과 조선회사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정부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조만간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에 4천5백억 원을 추가로 지원할 듯하다. 법정관리로 가면 채권 은행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리 되면 STX조선해양을 대우조선해양과 합병한다는 정부 계획은 추진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맺으며

2008~09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압력이 한국 기업들을 점점 더 궁지에 몰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성장 둔화, 유가 하락 등은 한국 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의 주요 산업이 대중국 수출이나 석유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조차 구조조정 방침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지배자들 내의 이견 때문에 정부 주도의 합병·폐업 등의 구조조정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긴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대대적인 합병과 같은 산업 구조조정이 벌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임금 동결·삭감,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인원 감축 등은 계속 추진될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악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내년부터 투쟁이 벌어질 수 있다.

입력 2015-12-0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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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경제정책방향

기업 지원과 노동 개악에 열을 올리는 박근혜 정부

강동훈

12월 16일 박근혜 정부가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를 보면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까 봐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걱정하는지 잘 알 수 있다.

경제정책방향에서 강조하는 최우선 정책은 국가 지출을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 기업들의 수익성을 지원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하반기에 정부 지출 확대와 부동산 사업 지원, 개별소비세 인하 등 민간소비 확대 정책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린 바 있는데, 경제 불안정성이 커지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 때까지는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정략적 의도도 담겨 있을 것이다.

△ 2016년에도 기업 지원과 노동자 공격을 예고한 지배자들. ⓒ사진 출처 청와대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 재정 8조 원을 2016년 1사분기 내에 추가로 조기 집행, 공공기관 투자 6조 원 증액, 국민연금의 국내 SOC·부동산 투자 10조 원 증액, 기업형 임대주택 5만 호 추가 공급을 위한 부지 마련, 그린벨트 해제, 무역금융 20조 원 이상 확대, ‘규제 프리존’ 설치 추진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보면 박근혜 정부가 기업(특히 건설회사)을 지원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형 임대주택 정책은 말만 임대주택 정책일 뿐 부지와 금융·세제 등의 혜택을 줘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건설회사 지원 정책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신당동 기업형 임대주택의 월세는 전용면적 59m² 기준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백만 원으로 주변 아파트의 월세와 큰 차이가 없다. 노동자·서민의 월세 부담을 낮추는 게 아니라 정부 지원으로 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

또,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 민영화에 길을 터 줄 수 있는 서비스 산업 육성 정책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안산선(3.9조 원), GTX-A(3.1조 원), 위례-신사선(1.4조 원) 등 전철 건설 사업에 민자를 끌어들이는 정책도 포함됐다. 민자사업은 높은 요금과 세금 지원으로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보장하지만 서비스의 공공성은 훼손하는 데도 이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공공기관의 기능 조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뿐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질도 훼손할 것이다.

이처럼 경제정책방향이 기업 지원에 맞춰지다 보니, 정부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은 1사분기 이후로 미뤄지는 듯하다. 조선·해운·철강 등 위험 산업에서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대신 자발적 구조조정을 돕도록 ‘기업활력제고 특별법’(일명 원샷법) 제정은 밀어붙이겠다고 하는데, 이는 인수·합병 등의 과정에서 기업의 세금 부담을 덜어 주는 법이다. 이 원샷법은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벌어지는 재벌의 경영 승계에도 세금 부담을 덜어 주는 데 이용될 것이다.

다른 한편,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노동개혁’ 정책은 계속 추진하겠다고 한다.

올 5월에 공무원연금 개악으로 공무원들의 생애 임금을 대폭 삭감하더니, 임금 억제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악과 공무원·공공기관·금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우선 도입하는 임금 억제 정책을 계속 펴겠다고 한다. 이를 통해 민간 기업들에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촉진하려는 것이다.

또, 기간제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을 확대하고, 일반해고를 좀 더 쉽게 하는 정책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추가로 정리해고 절차를 명확화한다는 명분으로 구조조정과 관련된 쟁의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탄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는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위기에 빠지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고,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임금 동결·삭감,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인원 감축 등은 계속 추진될 공산이 큰 것이다.

올 연말 노동 개악 입법과 가이드라인 추진에 맞선 투쟁을 발전시켜야, 내년에 벌어질 정부와 기업의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데 더 유리해질 것이다.

입력 2015-12-2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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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박근혜 대국민담화를 비판한다

전방위 또는 파상 공세를 예고한 새해 벽두의 선전포고

박근혜는 오늘 대국민담화에서 ‘안보’와 ‘경제’ 문제에서의 국가적 위기를 매우 강조했다.

많은 노동자들과 청년들은 박근혜가 보호해 온 ‘국민’이 기업주와 부유층임을 안다. 오늘 담화에서 가장 많이 나온 낱말은 ‘국민’(38회), '경제'(34회), ‘일자리’(22회), ‘북한’(19회), ‘노동’(16회) 등이었다.

그러므로 이는 위기감으로 지배자들의 신경이 얼마나 곤두서 있는지를 보여 준다. 그동안 <노동자 연대> 신문은 박근혜 정부의 등장과 그의 우파적 공세의 배경이 경제 위기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위기임을 강조해 왔다.

박근혜가 안보·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꼽은 목록들은 단연 이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제국주의적 동맹을 지지하는 것(이것은 한반도 주변정세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노동개악 강행으로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 물론 이 과정에서 ‘위안부’ 할머니 등 다양한 소수자의 인권과 집회 자유 등 민주적 권리들의 침해를 불사하는 것 등등.

경제 위기의 부담, 기업주들에게서 덜어 주기

박근혜는 “선제적인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1997년 IMF 위기 당시 겪었던 대량실업의 아픔과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다시 치를 수도 있다”며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과 ‘경제활성화법’ 통과를 강조했다.

이런 언사는 장기화하고 있는 경제 위기에 한국 지배자들이 얼마나 큰 두려움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 줄 뿐 아니라,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서민에게 떠넘기려고 필사적으로 달려들고 있다는 점도 보여 준다.

박근혜는 근거도 불명확한 일자리 창출 수치를 들먹이면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 통과를 거듭 촉구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철도·의료 등 공공서비스 ‘민영화’(사영화가 직설적인 표현일 것이다)를 추진해 온 박근혜 정부에 날개를 달아 주는 법이다. 서비스산업의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데다가, 기본법이 다른 법률보다 상위법이므로(헌법처럼) 각각의 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민영화 조처를 시행할 근거가 된다. 지금까지 시행령, 시행규칙 등으로 민영화를 추진해 온 박근혜 정부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써먹을 수 있는 법안인 셈이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도 인수·합병 과정 등에서 기업의 세금 부담을 덜어 주는 기업 특혜를 위한 법이다. 이 법은 또한,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진행되는 재벌의 경영 승계에 지워질 세금 부담을 덜어 주는 데 이용될 것이다.

경제 위기의 부담, 노동자계급에 떠넘기기

박근혜는 “노동개혁은 한시가 급한 절박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경제 위기 때문에 “청년들이 ‘일자리 비상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자들이 “애국심”으로 “희생”해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자]”고 한다. 노사정 합의 파탄을 선언한 한국노총을 “국민과의 약속은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식도 하기 전에 복지 공약들을 파탄 낸 박근혜가 ‘나라를 위해 희생하라’, ‘국민과의 약속이니 지켜라’ 하는 것은 역겨울 뿐이다. 게다가 쉬운 해고 도입, 의료 민영화 등을 국회 절차마저 무시하고 시행령으로 해결하려 해 “시행령 정부”라는 비판을 들어 온 정부가 노동자 탓, 국회 탓하는 건 더욱 봐 주기 힘들다.

박근혜는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법, 파견법 개정안에는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개선 방안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말처럼 “진실”과 먼 것도 드물 것이다. 특히, 박근혜가 기간제법을 미뤄서라도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한 파견법 개악안은 현대자동차 공장 등 제조 대기업들의 수만 명 규모 불법파견을 법적으로 정당화해 주는 법일 뿐 아니라, 적은 임금으로 인력을 구하려는 중소기업 기업주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제 두루 알다시피 박근혜의 ‘노동개혁’은 해고와 임금 삭감을 손쉽게 해 주는 정책이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가로막고 오히려 신규 일자리에서 비정규직 비중을 더 늘리는 개악이다. 그러므로 박근혜 식대로 일자리를 늘려 봐야 구직자들에게 대부분 기존보다 임금도 낮고 고용 안정성도 약화된 열악한 일자리일 것이다.

결국 박근혜가 (뚜렷한 근거도 없이) ‘노동개혁’, 공공서비스 민영화로 일자리가 얼마얼마 생긴다고 떠들지만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그러니 박근혜의 고통분담론은 개살구 먹자고 노동자들이 허리띠 졸라매야 한다는 것이다.

친제국주의와 군사주의 지향

박근혜는 북한의 핵실험을 “동북아 지역의 안보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줄 심각한 위협이라며, 미국과 공조해 강경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대북 제재, 무력 시위, 한미 동맹 강화, 군사력 증강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한 · 미 · 일의 대북 압박이 강화되면 한반도 긴장은 더 높아질 것이다.

박근혜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유효한 반격이라며, “북한이 뼈 아프게 느낄 수 있는 실효적인 제재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B-52 전략 폭격기 외의 “미국의 전략 자산”이 한반도에 추가로 투입될 것이라는 협박도 했다.

박근혜는 북한 핵에 대한 대응으로 한미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반면 중국에는 북핵 문제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미국의 ‘중국 역할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사드(THAAD) 배치도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했다.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말은 십중팔구 정찰위성 도입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머지않아 공론화할 것이고, 그만큼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MD)에 더 깊숙이 편입될 것이고, 이를 뒷받침할 한 · 미 · 일 군사 협력도 진전될 것이다.

물론 노동계급의 자력해방을 지지하는 사람이 북한의 핵실험을 지지할 수는 없다. 핵무기 경쟁을 부채질할 뿐이고, 핵무기 경쟁의 근원인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를 제거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한 · 미 · 일 정부들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비난하는 건 순전한 위선이다. 박근혜는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새 탄도미사일을 2017년까지 실전 배치하려 한다. 그리고 지난해 한미원자력협정도 개정해 핵무장 잠재력 확보에 한발 더 다가섰다. 핵무기 개량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정밀타격 소형 핵무기를 만든 미국의 위선은 아예 말할 나위도 없다.

제국주의 강대국간 갈등과 한 · 미 · 일의 대북 압박이야말로 ‘북한 핵 문제’가 이토록 악화된 근본 원인이다. 특히, 미국은 사반세기 동안 북한의 ‘위협’을 터무니없이 과장하면서 이를 명분으로 동아시아에서의 패권을 추구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 압박이야말로 한반도 주민들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돼 왔다. 이번에도 박근혜는 위험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한 · 미 · 일 동맹 강화와 군사력 증강은 북한의 반발을 부르면서 중장기적으로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게다가 이런 행동은 미국의 경쟁국인 중국을 자극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근혜는 “북한의 후방 테러와 국제 테러단체의 위협에 대비”하려면 테러방지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9 · 11 이후 서구의 앞선 경험을 보건대 테러방지법은 테러를 전혀 방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각국 정부는 테러방지법을 이용해 민주적 권리를 공격하고 이민자들을 차별 · 억압해 왔다. 민주적 권리인 집회(민중총궐기)를 ‘테러’에 빗대는 박근혜 정부 하에서 테러방지법이 마찬가지 구실을 할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과거사 문제 덮고 가려 애씀

지난 12월 미국이 적극 개입해 한일 ‘위안부’ 합의가 성사되면서, 이번 대국민 담화에서 박근혜가 이에 대해 뭐라 언급할지도 관심사였다. 박근혜는 그 합의를 두고 뻔뻔하게도 “최상의 결과”라고 자화자찬했다.

이를 위해 왜곡도 서슴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위안부 동원에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점을 확실히 하는 것과 피해 “보상”을 원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군 관여’는 이미 과거 고노 담화에 담겼던 문구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군 관여’ 같은 모호한 표현이 아니라 위안부 문제가 일본의 국가 범죄였음을 분명하게 인정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리고 이에 따른 법적 “배상”을 원한다.

박근혜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을 돕고자 ‘위안부’ 피해자들을 내쳐 놓고는,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합의에 대한 비판·반대 의견을 매도한다. 일본 총리 아베가 소녀상이 이전될 것이라고 말했는데도, ‘소녀상 이전’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왜곡”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어느 나라 지도자인지 의심케 한다.

박근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정당성도 강조했다. “편향된 집필진에 의해 독과점된 형태로 교육되는 비정상적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폄하하고 북한 정권을 은연 중에 미화”한다고도 했다. 친제국주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북한과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박근혜는 국정 교과서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이다.

요약하면

박근혜 정부는 2016년에 더욱 심각해지는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드러내놓고 친제국주의적이고 반노동계급적인 공세를 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박근혜가 각별히 국가적 위기를 “월남 패망”과 비교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이런 방향에 따라 제국주의에 협력하고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정책을 강화할수록 노동자들과 보통 사람들의 삶은 더한층 힘들고 짓눌릴 게 뻔하다.

이런 공세에 맞서기 위해선 노동계급이 저항을 정치적으로 효율화하고 보편화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와 사용자들의 2016년 공세에 맞서 이런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 정치에 의해 인도되는 노동운동이 건설되기 시작해야 한다.

2016년 1월 13일

노동자연대

입력 2016-01-1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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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위기 국면에 들어선 세계경제

강동훈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전 세계 정부는 막대한 돈을 풀고(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써서(특히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경제가 1930년대 대불황 때처럼 급격히 추락하는 것을 막아 왔다.

그러나 2016년 들어 돈 풀기와 경기부양책이 한계에 부딪힌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이제 세계경제 위기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기 시작한 듯하다.

△ 중국 정부가 환율 방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국 경제 경착륙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 그래픽 조승진

올해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은 중국의 주가 급락에서 시작된 전 세계 주가 급락으로 드러났다. 1월 15일까지 전 세계 증시에서 7조 달러가 사라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한국의 2014년 국내총생산(GDP)의 다섯 곱절 가까이 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영리한 금융투기꾼 조지 소로스는 “금융 시장을 보면 2008년에 겪은 일들을 상기시키는 심각한 도전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증시는 2014년 말과 2015년 초에 급등했다. 중국 정부는 계속 커지는 부동산 거품을 진정시키는 한편, 중국 기업들이 부채를 갚고 투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으로 증시를 지목하면서 폭등을 부추겼다.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 기조를 보이자, 당시 중국 증시는 상하이종합지수 기준으로 3천 선에서 5천 선까지 폭등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이후 중국 주식시장이 세 차례 폭락하고, 지난해 8월에는 중국 정부가 급작스럽게 위안화 평가절하까지 단행하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지난해와 올해에 나타난 중국 주가 급락은 중국 정부가 딜레마에 빠져 경제 통제력이 다소 약해졌음을 보여 준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위안화 공급을 늘려 위안화 가치를 적당히 끌어내리고 싶어 한다. 그러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위안화 평가 절하에 베팅하면서 중국 주식을 내던지고 위안화를 달러·유로·엔화 등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중국 증시와 외환시장이 요동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상당한 외환보유액을 투입해야 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7천억 달러(4조 달러에서 3조 3천억 달러로)나 줄었다. 특히 지난달 감소액은 1천80억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중국 외환보유액의 급격한 감소는 중국 정부의 통제력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웠고, 이 때문에 중국 경제가 ‘경착륙’(추락)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투자자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과잉 설비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그동안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기대어, 막대한 부채와 과잉투자로 성장률을 유지해 온 것에 따른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조사를 보면, 중국의 정부·기업·가계 부채는 2014년 중순 기준 28조 달러(약 3경 3천796조 원)로, 중국 GDP(국내총생산)의 2백82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에서도 중국의 비금융기업부채는 2010년 1백24퍼센트에서 2014년 1백57퍼센트로 급상승했다.

그런데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분명해지고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투자자들은 중국의 부동산·기업 부채 거품이 폭발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예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중국에서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되면 실질금리를 높여 채무를 서둘러 갚으려는 채무자들이 늘게 되고, 이는 자산가격 급락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채무 부담이 더욱 늘어난다.

중국 정부는 과도한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고 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상장기업 2천7백여 곳 가운데 3년 연속 순이익이 마이너스인 ‘좀비기업’은 전체의 10퍼센트나 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철강 기업 중 90퍼센트가 적자 상태고, 석탄 기업 2곳 중 1곳은 임금조차 주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그러나 철강·석탄·시멘트·조선 등 과잉 설비가 특히 심각한 산업만 구조조정하더라도 중국 금융권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을 강화하면 부도 기업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하면서 산업 구조조정을 하고,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면서 급격한 자본 유출을 막아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중국 정부는 계속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야 할 것이고, 이는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낳을 수 있다.

환율 전쟁과 디플레이션

한편, 미국은 2016년에 금리를 인상하는 데 반해, 유로존·일본·중국은 수출 증대와 디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통화를 발행한다. 그러면서, 주요 국가들의 통화정책 불일치와 ‘환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유로존·일본 같은 주요 국가들이 함께 돈 풀기에 나서 금융 위기를 진정시켰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런 통화정책의 불일치는 전 세계 금융시장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예를 들어, 위안화 가치 절하는 유로화·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유로존·일본이 수출을 늘리고 물가를 끌어올리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다른 한편, 전 세계적인 성장률 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올해에도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의 가격 하락 압력은 계속되면서 전 세계에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할 것이다. 유가의 경우, 석유 수요가 둔화하는데도 중동 산유국들과 미국 셰일석유 업체들 간의 경쟁이 심해져 2016년에는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석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은 원자재 수출국의 외환 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이는 세계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당분간 세계경제는 경기부양과 구조조정, 돈 풀기와 금리 인상이 교차하며 불안정성이 커질 듯하다. 이에 따라 국가들 사이에, 그리고 각국의 지배자들 내에서 갈등과 경쟁도 더욱 격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지배자들은 노동자들에게 경제 위기의 대가를 떠넘기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다.

경제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려는 지배자들에 맞서 싸워야만 노동자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지킬 수 있다.

입력 2016-01-2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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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또다시 경기침체에 빠지는가?

이정구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소속 연구원)

2016년 벽두에 중국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확산됐다. 지난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25년 만에 6퍼센트대로 떨어졌고, 산업 생산도 2009년 세계경제 위기 때보다 더 낮았고 수출 증가율도 2015년 3월부터는 마이너스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계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핵심 요인은 미국 경제의 둔화이다. 중국 경제(경제 규모 세계 2위)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진 것은 맞지만, 세계경제에서 미국 경제의 비중(24퍼센트)이 여전히 중국(15퍼센트)보다 크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실적이 부실해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고용이 약간 늘고 실업률이 조금 줄긴 했지만, 결정적으로는 기업 이윤율이 하락하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기업 이윤율(자료: BIS)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 경제기구들이 줄줄이 올해 경제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2008년 이후 각국 중앙은행은 제로금리, 양적완화 같은 ‘비관행적’ 통화정책을 추진했다. 시장에 통화를 공급하면 투자와 고용이 증대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는 목표 인플레율과 기대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 반대로 주요국 경제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직면했다. 더욱이 유가 하락과 원료 가격 하락이 디플레이션을 가중시켰다.

물가가 계속 하락한다면 상품들이 더 싸질 것을 기대하며 소비나 투자가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디플레이션은 침체기 경제의 징후이고 또 경제를 더 취약하게 만든다. 또한 디플레는 채무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증대시킨다.(또한 빚을 갚으려면 더 많은 상품을 팔아야 한다.) 이로 인해 빚을 빨리 갚기 위해 너도나도 자산을 매각하려 한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자산 가치를 떨어뜨리고 결국 채무 부담은 더 커지는 ‘부채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이 실패하자 이제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채택되고 있다. 스위스가 시작하고 그다음으로 스웨덴과 유럽 중앙은행이 실시한 이 정책에 이제는 일본 중앙은행도 가세했다. 미 연준 의장 엘런도 마이너스 금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벌써 실패로 드러나고 있다. 일본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국채 가격 인상)로 바뀌었다. 즉, 은행과 기업 투자자들이 현금을 소비하거나 투자하기보다는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일본 경제를 디플레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는커녕 일본은행의 통제력 상실에 대한 우려만 키웠다.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화폐 소유에 벌금(마이너스 금리)을 부과했는데도, 은행들은 생산적 투자가 아니라 부동산·주식 투기에 대출을 했다. 스웨덴의 비금융부문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백81퍼센트로 증대했다. 이는 2008년 위기 직전에 비해서도 25퍼센트 증대한 것이고 10년 전(2백12퍼센트)보다도 높다. 지난 3년 동안 주택 가격이 전국적으로 4분의 1이나 올랐으며, 스톡홀름의 경우에는 40퍼센트나 올랐다.

또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값싼 자금이 남미와 아시아의 소위 신흥시장으로 흘러갔는데, 이제 이 자금들이 미국·유로존·일본으로 환류하면서 신흥국 경제에 채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이렇게 지적했다. “양적완화의 예상치 못한 결과는 국가간 자본 흐름의 급격한 증대였다. 개도국으로 흘러간 자본 총액은 2008년 2백억 달러에서 2010년 6천억 달러로 증대했다. 그 가운데 고정투자로 흘러간 몫은 미미하다. 올해 개도국들은 2006년 이래 처음으로 순자본유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신흥국의 위기는 선진국 경제도 끌어내릴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 양적완화와 목표 인플레 정책이 바라던 결과를 달성하지 못한 것에서 나온 절망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다. 1930년대 대불황 때도 케인스는 금리를 낮추고 ‘비관행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주장했지만 이런 정책들이 효과가 없자 정부 지출 증대를 수반하는 재정정책으로 돌아섰다. 심지어 케인스는 자본가들의 투자 실패를 대체할 ‘투자의 사회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기업인들의 심기를 너무 많이 고려했기 때문에, 투자의 사회화는 고사하고 정부의 경제 개입이 자본의 이윤 추구를 제한하지 않을까 우려했다.(크리스 하먼, 《부르주아 경제학의 위기》(책갈피)를 참조하시오.)

폴 크루그먼, 래리 서머스, 브래드 드롱 같은 오늘날의 케인스주의자들은 디플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1930년대의 정부들처럼 오늘날 자본주의 정부가 왜 이 길을 선택하지 않는지를 알지 못한다.

경제 위기에 대한 개혁주의 대안의 약점

디플레 위기와 또 다른 대침체의 가능성이 고조되자 <파이낸셜 타임스>의 케인스주의자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비관행적’ 통화정책 말고도 더 필요한 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헬리콥터 화폐’ – 돈을 직접 대중의 은행 계좌에 입금시켜 대중이 그 돈을 소비하도록 하는 것 – 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 정책은 영국 노동당 좌파의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거나 비주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민중적 양적완화’나 한국의 개혁주의자들이 말하는 ‘소득(임금) 주도 성장론’과 비슷한 방안이다.

물론 노동자와 평범한 사람들의 소득이 지금보다 늘어난다는 점은 괜찮은 아이디어다. 그러나 이 방안은 경제 위기를 끝내는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이 방안은 자본주의에서는 기업 투자가 경제 성장과 고용 증진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과, 투자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이윤율 수준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다른 한편, 스티글리츠 같은 케인스주의자는 은행들이 투자와 가계 소비를 위해 대출을 하고, 독점기업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확보한 재원으로 공공시설, 교육, 기술에 대한 공공투자를 대폭 증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물론 공공투자 증대는 경제 위기 속의 대중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게다가 자본주의 투자 실패를 보완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공공투자를 위해 기업에게 많은 세금을 걷으려 한다면 이는 오히려 기업들의 반발과 투자 축소를 불러 오히려 경제 위기가 심화될 것이다. 그래서 공공투자를 확대하자는 개혁주의적 정책조차 이윤율이 매우 낮은 조건 하에서는 정부 부채를 늘리고 경제 성장을 정체시켜 자본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그래서 웬만한 대중적 압력이 없다면 쉽게 추진되기도 힘들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마틴 울프의 ‘헬리콥터 화폐’나 스티글리츠의 세금 기반 공공투자는 경제 위기를 끝내는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이윤을 위한 자본주의 생산 체제는 공공 소유에 기반한 계획된 투자로 바뀌어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가 진정한 문제다

자본주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들이 강조하는 ‘수요 부족’ 때문이 아니다.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들은 화폐를 창출하면 소비를 더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용과 소득도 늘어나고, 경제 성장도 되고, 궁극적으로는 이윤도 증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는 이윤율이 충분히 높을 때만 투자가 증대하고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 소득과 소비가 증대한다. 화폐에 대한 수요는 그에 따라 증대할 것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화 창출(양적완화)을 하는 것은 위기를 일시적으로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경기 회복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

최근 투자은행인 JP모건은 미국 기업 이윤이 고점에서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면서, 2016년 미국 기업 이윤은 10퍼센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기업의 이윤과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상위 5백대 기업 중 43퍼센트가 지난해 4분기의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2.5퍼센트 하락했고, 이윤은 3.7퍼센트 하락했다. 유럽의 상위 6백대 기업의 17퍼센트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은 6.5퍼센트, 순익은 11.7퍼센트 하락했다. 일본 기업들도 상위 2백25개 기업 중 45퍼센트가 기업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은 2.5퍼센트, 이윤은 9.3퍼센트 하락했다.

주요 경제들의 기업 이윤율은 1945년 이래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2009년 이래로 이윤율이 회복되긴 했지만 그 회복도 매우 제한적이다. 전 세계 기업 이윤 증가가 정체된 상황에서, 최근에는 중국과 영국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미국에서 이윤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입력 2016-02-1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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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 취약성, 불확실성 ― 세계경제의 여전한 특징

조셉 추나라

세계경제가 정체하는 것은 아닌가 또는 새로운 재앙의 문턱에 서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 없이 굴러가던 적이 있었는지를 기억하기가 때로 힘들 때가 있다. 6년 전 나는 《소셜리스트 리뷰》에 ‘경제 위기는 과연 끝나가는가, 이제 시작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다행히도, 나는 조심스럽게 “이제 시작”이라고 주장하며, 무척이나 들뜨고 과장되게 회복 전망이 나오던 당시 경제 상황을 “부진, 취약성, 불확실성”이라는 세 단어로 묘사했다.

2008년 경제위기를 겪고도 이윤율이 떨어지는 자본이 충분히 파괴되거나 감가되지 못하고 부채도 충분히 감축되지 못해, 이윤율이 강하게 반등하지 못했다. 바로 이 때문에 당시의 경제 회복은 부진했다. 너무나 부풀어오른 금융 부문으로 인해 새로운 위기의 징조가 일반적이 됐으므로, 당시의 회복은 취약했다. 자본주의가 스스로 창출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 채 위기를 진정시키려고만 했던 국가 개입은 회복의 불확실성을 낳았다.

마이클 로버츠, 앤드류 클라이먼, 굴리엘모 카르케디, 고(故) 크리스 하먼 같은 여러 마르크스주의자들도 비슷한 전망을 제시했다. 물론 필자를 포함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전망이 언제나 정확히 들어맞은 것은 아니다.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을 익혔다고 해서 경제 전망을 속속들이 다 꿰뚫어 볼 수 있다면, 혁명적 좌파 조직들의 재정 상태가 지금보다 훨씬 낫지 않았을까. 그래도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주장이 주류 경제학자들(과 우리의 주장을 거부한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주장보다 훨씬 더 옳았음은 증명돼 왔다.

ⓒ 사진 이미진

회복 부진 문제를 다시 한번 짚어 보자. 마이클 로버츠가 지적했듯이 미국 경제는 큰 병을 앓고 있는 환자 신세인 듯하다. 이 환자의 증세를 열거하면 이렇다. “제조업 산출 감소, 기업 활력 감소와 자본재 주문의 부진, 기업 이윤의 하락.” 유럽연합도 경제의 활력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이려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본 경제는 수축되고 있다. 선진국 경제의 부진은 남반구 경제대국들, 특히 중국 경제의 힘으로 상쇄될 수 있다고들 했다. 바클리스은행 은행장 존 맥팔레인은 최근 이렇게 말했다. “지난 수년간을 되돌아보면 세계는 이층으로, 즉 신흥시장과 부유한 산유국은 잘나가는 반면 선진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식으로 돼 있음이 확인된다.”

그러나 실상 중국도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을뿐더러, 요즘 들어서는 되려 불안정의 진원지가 됐다. 경제 위기 이전 시기 중국 경제는 고강도 착취, 유례없이 많은 투자, 수출 지향적 생산에 의해 성장했다. [그런데 위기로] 수출시장이 마르기 시작하자, 중국 국가는 이에 대응해, 돈을 풀어 폭발적 수준의 투자를 유지시키고자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가 그 결과를 포착했다. “2008년 금융위기에 대응해 중국은 ‘부채 주도 투자’를 크게 끌어올려 대외 수요의 부진을 상쇄하고자 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기저에서 성장은 둔화되고 있었다. 그 결과, ‘자본한계지수’(추가적 소득 창출을 위해 필요한 자본의 양)가 2000년대 초 이래 두 배가량이 돼 버렸다. … 새로 추가되는 이 투자의 상당 부분은 손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러한 투자와 연동된 부채의 건전성도 훼손될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였다면 이러한 상황을 ‘과잉 축적 위기’, 즉 총량이 제한된 이윤을 얻기 위한 경쟁 속에서 너무나도 많은 투자가 이뤄진 것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과잉 축적

중국 경제의 둔화는 브라질처럼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경제의 호황에 발맞춰 자국 경제의 지향을 대(對)중국 원자재 공급처로 바꾼 다른 여러 나라 경제에 큰 압박을 가해 왔다.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결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셰일석유·셰일가스 업체들을 약화시키려고 석유를 싼 값에 판매하고 있다. 이 조처는 처음에는 에너지 수입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낳았지만, 요새는 러시아·베네수엘라·나이지리아 같은 에너지 수출국의 경제에 타격을 입힘으로써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경제에 충격이 새로 가해질 때마다 그 충격은, 내가 둘째로 언급한 금융의 취약성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증폭된다. 지난 몇 달 동안 전 세계 증시가 급변동을 겪은 것을 보라. 특히 유럽 은행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을 보라. 이는 기준금리가 마이너스가 된 반면, 대출해 준 돈을 상환받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은행들의 손해가 예상되면서 주가도 폭락한 것이다.] 마틴 울프가 지적한 대로, “은행들은 … 여전히 사슬의 약한 고리이며, 자신들이 취약할 뿐 아니라 은행과 연결된 다른 부문들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계속되는 경제 위기의 셋째 측면인 회복의 불확실성 문제가 있다. 2008년 위기 이후 국가가 경제를 지탱하려고 개입할 때 구제금융 투입 같은 직접적 개입만 했던 것은 아니다. 양적완화, 초저금리나 마이너스 금리 책정 등 중앙은행을 통한 금융적 조처도 활용됐다.

이 조처들이 목표한 바는 기업에 대한 대출을 보장해 생산을 촉진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윤율이 푹 꺼진 조건에서 그 목표는 실현되지 못했다. 풀린 돈은 오히려 은행에 쌓여 축장되거나 금융 투자로, 그중에서도 고수익-고위험 투자나 남반구 금융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제 미국이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돈의 흐름은 역전됐다. 지난 수년 간 자본을 빨아들이던 중국에서조차도 요즘은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2015년 신흥시장에서 유출된 자금 7천3백50억 달러 중 5백90억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92퍼센트의] 돈이 전부 중국에서 유출된 것이다. 세계 경제가 2016년에 후퇴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더라도 그런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것, 다시 말해 자본주의가 이전의 위기로부터 채 회복되기도 전에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체제가 얼마나 썩어빠졌는지를 보여 준다.

입력 2016-03-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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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위협하며 임금 삭감하려는 정부의 구조조정안

강동훈

박근혜 정부는 4월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개최한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통해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과잉설비와 저가 수주 등으로 위험에 빠진 해운·조선·철강·석유화학·건설업을 ‘경기민감업종’으로 지정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을 압박하던 정부가 총선이 끝나자마자 다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구조조정 방안에는 철강·석유화학·건설업이 빠졌을 뿐 아니라, 조선·해운업에서도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합병안,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안 등이 정부 일각과 언론 등을 통해 회자됐는데 말이다.

이 때문에 몇몇 보수 언론들은 정부가 “손에 피 묻히지 않겠다며 도망가려 하는 모양”이라며 더 강력한 산업 구조조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다시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세계적인 과잉설비 경쟁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아 각 산업에서 일정한 몫을 차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철강산업을 자발적 구조조정에 맡긴 것은 최근에 중국 철강산업에서 과잉 설비 정리가 추진되면서 한국 철강회사들의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해운업계에서는 세계적 해운회사들 사이의 해운 동맹(해운 얼라이언스)이 재편되고 있었는데, 부채가 너무 많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해운 동맹에서 탈락할 위험에 처해 있었다. 덴마크의 머스크 같은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선사도 단독으로 전 세계의 모든 노선을 커버할 수 없다. 따라서 여러 해운회사가 연합해 해운 동맹을 결성하고, 자기 회사의 물량뿐 아니라 같은 동맹에 소속된 해운사의 화물도 함께 실어 나른다. 이 때문에 해운 동맹에 포함되지 못하면 세계적인 해운회사로서 생존하기 어렵다.

결국 정부가 급하게 나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자본 확충과 부채 지급 보증 등을 함으로써, 이 기업들이 모두 해운 동맹에 포함될 수 있도록 지원해 한국 해운업의 세계적 지위를 유지하려고 한 것이다.

물론 정부는 부실 경영의 책임을 물어, 현정은(현대그룹)과 조양호·최은영(한진그룹) 등 재벌 일가의 사재 출연을 요구하고 있고, 실제로 현정은은 3백억 원을 내놨다. 최은영은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에 넘어가기 직전에 남은 지분을 팔아 10억 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을 뿐 아니라 조양호·최은영 은 사재 출연도 하지 않아 정부의 질책을 받고 있다. 아마도 정부의 압박 때문에 이들도 ‘성의’ 표시를 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이들의 ‘고통 분담’은 눈속임일 뿐이다. 현정은·최은영 등은 회사가 적자로 위기에 빠졌을 때도 수억~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아 갔는데, 사채 출연은 이를 다시 토해 내는 것뿐이다. 반면 노동자들이 위기의 대가를 치렀다. 현대상선의 노동자 수는 2010년 말 2천36명에서 지난해 9월 말 1천2백48명으로 줄었다. 5년여 만에 40퍼센트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한진해운에서도 2009년 ‘희망퇴직’으로 1백3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2013년 말에도 40세 이상 노동자를 대상으로 다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게다가 박근혜는 최근에 “한국판 양적완화” 운운하며 한국은행이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에 출자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해운·조선 회사들을 지원할 돈을 통화 발행으로 채우려 하는 것이다. 이는 재벌 총수들의 부실 경영 책임을 전체 국민이 나눠 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이 잘나가던 시절에는 대주주를 비롯한 주주들과 경영진 등만 과실을 누렸다.

고용 불안을 최대한 조장하려는 박근혜 정부

한편, 정부는 이번 구조조정안에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같은 대형 조선업체들(빅3)에는 추가 인력 감축과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임금 삭감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 8조 5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빅3’ 조선사들은 이미 한 차례 대규모 해고를 단행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까지 사무직 정규직 약 3천 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이미 7백 명 정도를 줄였다. 앞으로도 정년퇴직 감소분 등으로 2천3백 명을 더 줄일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포함)과 삼성중공업도 ‘명예퇴직’ 등을 통해 지난해에 각각 사무직 노동자 1천5백33명과 1천5백 명을 내보냈다. 그런데 정부는 더한층의 인력 구조조정을 압박한 것이다.

게다가 전 세계 경기침체가 지속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한국의 선박 수주량이 거의 없자, 많은 언론들에서 최근까지 대규모 해고가 벌어져 앞으로도 더 많은 해고가 벌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CGT(수정환산톤수)

선박 건조량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톤수로 배의 화물 총중량에 여러 가지 선종별(유조선, LNG선 등) 난이도를 계수화 이를 곱해 산출한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백32만 CGT(수정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한국의 선박 수주량도 17만 1천 CGT로 급감해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수주잔량*도 감소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의 조사를 보면, 지난 3월 말 기준 한국의 선박 수주잔량은 2천7백59만 CGT로, 2004년 3월 말의 2천7백52만 CGT 이후 최저치다.

수주잔량

조선소가 수주 계약을 체결해 놓고 아직 선주에게 인도하지 않은 물량. 수주잔량이 많다는 것은 조선소의 일감이 많다는 것을 뜻함.

조선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일하고 있는 해양플랜트(바다에서 석유나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설비)의 수주도 저유가로 2014년 말부터 수주가 뚝 끊겼다.

그러나 정부가 판을 깔아 주고 언론들이 대규모 해고가 임박했다고 보도했지만, 막상 조선업계 기업주들은 해고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조선부문 대표 김정환은 “3천 명 감원 이야기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말했는가 하면, 현대중공업 사장단은 정부가 인력 감축을 촉구한 바로 그날 오후에 발표한 성명서에서 노동자들에게 잔업·특근 수당을 삭감하는 임금 삭감안에 동의해 줄 것을 호소할 뿐 해고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사측에서는 “인력 감축으로 해양플랜트를 제때 인도하지 못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처럼 조선업계 기업주들이 해고에 조심스러운 것은 조선회사들의 수주잔량이 감소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인도해야 할 물량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선박이나 해양플랜트는 제때에 인도하지 못하면 수십억~수백억 원의 패널티를 물어야 하거나, 수주 자체가 취소돼 더 큰 피해를 주게 된다.

수주잔량

클락슨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는 7백82만 CGT의 수주잔량을 확보해, 세계 조선소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해양플랜트와 특수선 물량을 더하면 수주잔량은 더 늘어난다. 대우조선해양의 물량은 추가 수주 없이 2018년 하반기까지 버틸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도 4백50만 CGT로 2위(현대중공업그룹 전체의 수주잔량은 1천1백57만 8천 CGT로 전 세계 수주잔량 1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439만 CGT로 3위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2018년 물량까지 확보된 상태다([그림1] 참고). 배를 한 척 만드는 데는 최소 1.5년에서 길게는 3년까지 걸린다. 그렇기에 조선소가 2년 정도의 수주량만 보유하면 기본은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 [그림1] 빅3의 2015년 인도량과 수주잔고 ⓒ그래픽 김준효

해양플랜트 물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2017년까지 인도해야 할 물량도 여전히 남아 있다. 삼성중공업은 총 24기의 해양플랜트 중 올해 5기를 인도할 예정이고, 현대중공업은 총 17기 중 8기, 대우조선해양도 총 18기 중 8기를 인도할 계획이다. 빅3 조선사의 전체 수주잔고는 2016년 2월 말 기준으로 1천2백20억 달러인데, 이 중 해양플랜트 수주잔고는 총 5백80억 달러로 전체 수주잔고의 48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물량이 꽤 남아 있기 때문에, 위기가 심각했던 2015년에도 조선업 전체 노동자는 줄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의 대형 조선회사 10곳이 소속된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발표를 보면, 해고에 가장 취약한 조선업 하청 노동자 숫자도 13만 5천7백85명으로 줄지 않았다(<머니투데이> 2016. 4. 12.). 2015년에 ‘빅3’ 조선회사들이 8조 5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큰 위기에 빠졌는데도 말이다. 2011년 이후 매년 1만~2만 명씩 늘어나던 것이 멈췄을 뿐이다.([그림2] 참고)

△ [그림2] 조선업 사내하청노동자수 ⓒ그래프 김준효

그럼에도 조선업 하청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과 체불, 업체 폐업으로 인한 고용 불안과 회사 이전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조선회사들이 비용 삭감을 위해 하청업체에 대금을 삭감하고, 지급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울산에서 거제로 이동했을 수도 있다.

폐업

또한 대형 조선회사들은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의 통폐합을 유도해 몸집을 키우게 함으로써, 하청 노동자들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려 하는 듯하다. 올 들어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 폐업 수는 벌써 21곳이나 됐다. 2012년 4곳, 2013년 17곳, 2014년 26곳, 지난해 35곳으로 해마다 그 수가 늘고 있다. 조선소가 밀집한 거제와 통영, 고성 지역의 체불임금 규모는 올해 1~3월 동안 90억 원(1천2백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억 원(9백82건)보다 3배 정도로 늘었다. 이런 요소들이 조선업 하청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듯하다.

물론 앞으로도 저유가가 계속될 공산이 크고, 세계경제도 침체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비정규 노동자가 해고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조선 빅3의 수주잔량은 크게 줄지 않았고, 남아 있는 해양플랜트 물량을 완공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게다가 조선업계에서는 한국이 일본 조선업 쇠퇴의 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1980년대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조선산업을 사양산업이라고 판단하고 조선업을 축소하고, 조선업 노동자를 줄이는 바람에 2000년대 조선업이 활황기일 때 한국과 중국에 수주를 뺏기면서 밀려난 바 있다.

지배자들과 보수언론들은 ‘수주 절벽’을 부각하며 조선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해고된 노동자들의 재취업을 위해 파견을 확대하는 개악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지배자들이 조선산업의 규모를 축소할 생각이 없고, 공기를 맞추지 못해 더 큰 손실을 볼까 봐 두려워하는 상황은 파업 투쟁이 사측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은 조선업 위기에 책임이 없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과 2015년에 4조 7896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해고와 임금 삭감 등으로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낸 영업이익은 23조 4천3백29억 원으로, 지난 2년 동안의 적자에 5배나 된다. 특히 2009년부터 2013년까지에는 16조 1백9억 원의 이윤을 벌어들였다. 최근 2년 동안 적자의 3배가 넘는다.

10년 동안 막대한 이익을 얻던 자들이 겨우 2년 동안 적자로 기업이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면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현대중공업 회장 최길선과 사장 권오갑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사장과 전무로 현대중공업을 경영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도 임금은 전혀 올려주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2008, 2009년에 매년 3조 원 이상의 이익을 냈으나 2009년 임금협상에서 기본급이 동결됐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은 2010년에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돌파했고, 같은 해 대우조선도 1조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런 호황에서 득 본 게 거의 없다.

따라서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조선노동조합연대가 “노동자 책임 전가 구조조정 반대”, “비정규직 포함 총고용 보장”을 요구한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또한 이들의 주장처럼 무능 경영으로 위기를 자초하고 조선업 호황기 때 열매를 따먹기에 급급했던 재벌 총수와 경영진, 대주주, 정부가 위기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해고를 위협하며 임금을 삭감하려는 사측에 맞서 투쟁해 그동안 억제당한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한편 금속노조와 조선노동조합연대는 ‘노사정 조선산업발전전략위원회’와 ‘제조업강화특별법’도 요구하고 있다. 조선 노동자의 총고용을 보장하고, 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을 위해 조선 산업 전체의 노사협상이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노사정 조선산업발전전략위원회’와 ‘제조업강화특별법’으로 정부·사측과 ‘조선산업 발전 전략’을 논의하는 것은 노동자들도 경제 위기의 대가를 일부 져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해, 해고 반대와 임금 인상을 위한 투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투쟁을 적극 조직하는 것만이 총고용 보장과 임금 인상 등의 노동조건 개선을 이룰 수 있다.

입력 2016-04-3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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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미국 경제 호황론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비판

이정구

2016년 3월 26일 <이코노미스트>는 “좋은 일이 너무나 많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불과 한 달 만에 이런 전망은 대부분의 언론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부르주아 경제지들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새삼 일깨워 줬다. 저들은 무슨 근거로 장밋빛 전망을 내뱉는 것인가? 이번 기사에서는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을 살피며 부르주아 경제지의 한계를 살펴볼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항공사들을 예로 들며 미국 경제가 잘 나간다고 주장했다. 미국 항공사들은 형편없는 서비스와 열악한 재무상태로 유명하다. 그러나 지난해 주요 비용 중 하나인 유가가 하락한 덕분에 미국 항공사들의 수익이 2백4십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이 벌어들인 것보다 더 많다. 그리고 미국 경제 사정도 항공사들과 대체로 비슷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어서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적고 있다.

“지난해 유가가 에너지 기업에게 미친 영향과 강한 달러 때문에 이윤 총량이 약간 하락했다. 그러나 GDP와 비교해 이윤이 거의 최고치 수준이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의 흐름 ―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 중 자본 투자를 제한 뒤의 금액 ― 도 크게 증가했다. 자본 수익률이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 20년 동안 대부분의 기업들이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의 수익성이 나아지고 있다.”

<노동자 연대>는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가 오랫동안 이어진 이윤율 저하 경향의 산물이라고 주장해 왔고 지금도 이윤율이 높기는커녕 제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의 이런 진단은 <노동자 연대>가 틀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그렇지 않다며 현상과 본질을 제대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 가지 점에서 그렇다.

첫째, 서로 다른 수치를 비교하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이윤 총량은 지난 30년 동안 계속 증대해 왔다. 인구도 증가하고 산출량도 늘고 고용도 증가하고 투자도 늘어나니 이윤의 총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스트>도 단순히 총량으로서의 이윤이 증가했다고 말하지 않고 GDP 대비 이윤이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GDP 대비 이윤의 비율은 자본주의 체제를 불황으로 몰아넣는 원인인 이윤율과는 다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서 이윤율이란 이윤을 기업이 소유하거나 투자한 자본 가치로 나눈 값(s/(v+c))이다. 그런데 GDP 대비 이윤의 비율은 창출된 가치(GDP) 중에서 자본으로 가는 몫이다. 굳이 마르크스주의 용어로 표현하면 잉여가치율(s/v)에 가깝다. 그래서 GDP 대비 이윤의 비율은 높아도 자본 이윤율은 하락할 수 있다. 2015년 2월 23일자 <뉴욕 타임스>의 기사에서 폴 크루그먼도 “국민소득 대비 기업 이윤이 크게 증가했지만, 투자수익율이 증가했다는 조짐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윤 분배율(profit share)을 이윤율과 혼동하는 것이 문제이다.

둘째, 마이클 로버츠는 <이코노미스트>가 자본의 국내 및 해외 수익을 통합한 수치를 이윤율로 추정하지만, 이 수치는 이윤율이 아니라 금융자본을 포함한 투자 자본의 연간 수익률이라고 지적한다. 이것은 미국 기업들이 자사 주식이나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미국 자본의 전반적인 이윤율 상승 때문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마르크스주의적 의미에서 미국 기업의 이윤율은 회복되지 못했다.(하단 그림 참조)

△마이클 로버츠가 제시한 미국 기업 이윤율(전체 경제, %)

황금기, 이윤율 위기, 신자유주의 회복, 다시 하락

이런 장밋빛 전망의 셋째 문제는 잘 나가는 기업의 이윤만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맥킨지의 보고서에 기초해 미국 기업들 중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높은 상위 기업들의 이윤이 높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상위 4개 기업이 이윤의 많은 몫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는 다음과 같이 썼다. “자본 집중도가 낮은 부문(상위 4대기업이 시장의 3분의 1 이하를 점유하는 부문)의 수익은 전체 산업 수익의 72퍼센트(1997년)에서 58퍼센트(2012년)로 하락했지만 ‘상위 4대기업이 시장의 3분의 1에서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는 부문’의 수익은 같은 기간에 24퍼센트에서 33퍼센트로 증가했다.” 그러나 상위의 일부 기업들은 잘 나가고 있을지 모르지만 많은 기업들의 사정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나아가 <이코노미스트>는 ‘경쟁이 기업들을 더 효율적이게 만든다’는 주장을 꿰어 맞추려 다음과 같은 황당한 주장을 편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윤은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 많은 이윤은 새롭게 부를 창출하기보다 독점을 활용하는 기업들처럼 기존의 부를 빨아들이는 데만 능숙한 기업의 존재를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 기업이 지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윤을 번다면 이는 수요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이 미국에서 절박한 문제가 되고 있다. 역사적 수준에서 봤을 때, 기업이 투자를 적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산, 매출, GDP와 비교했을 때 투자 수준은 꽤나 정상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투자를 한 뒤에도 연간 8천억 달러가 남아 있을 정도로 국내 현금의 흐름은 높은 편이다.”

그렇지만 이 주장은 터무니없다. 마이클 로버츠는 “이윤이 너무 많아서 투자를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기업들의 이윤율이 너무 낮고 부채는 너무 많아서 투자를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들의 투자 수준이 “꽤나 정상”이란 것도 사실이 아니다. 마이클 로버츠는 1980년대 이래로 GDP 대비 투자는 정체를 보이다가 최근에는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이윤율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부채도 증가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07년 말 글로벌 기업들의 미지불 부채 규모는 1백42조 달러이다. 그런데 2014년에 57조 달러가 더 증가했다. GDP 대비 부채 규모도 2백86퍼센트로 최고 수준이다. 2007~14년 동안 기업 부채는 전체 부채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

맥킨지는 다국적기업들의 이윤이 1980년 2조 달러(전 세계 GDP의 7.6퍼센트)에서 2013년 7조 2천억 달러(10퍼센트)에 도달했지만, 이제는 이윤에 대한 압박이 커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맥킨지는 특히 자본집약적인 산업이 압박을 많이 받고 있고, 2025년이 되면 이윤이 GDP의 8퍼센트로 수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0년 동안 이윤을 늘렸던 몇 가지 외부적 요소들(세계적 차원의 노동 배치나 금리 하락 등)이 이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의 이윤율뿐 아니라 이윤량까지 하락한다면, 그 때문에 기업들이 채무불이행에 처할 위험은 더 높아지게 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전략분석가는 미국 기업의 회사채 발행액이 자산보다 더 많기 때문에 기업 파산으로 인한 손실이 이전의 경제 위기 때보다 더 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 부채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6년 1월 전미경제학회 연차총회에서도 주요 참석자들(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 올리버 블렌차드 피터슨 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 등)은 장기적으로 정부 부채의 급증 가능성을 미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지적했다. 정부 부채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에는 GDP의 40퍼센트 미만이었지만 최근에는 75퍼센트까지 증가했다. 이들은 정부 부채 급증이 정부의 차입 비용을 높이고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져 국채금리 급등의 부작용을 낳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의 주장과는 달리 미국 경제는 이윤율이 하락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윤량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과 정부 부채도 사상 최대로 증가하고 있고, 낮은 이윤율 때문에 투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미국 경제를 새로운 불황에 빠뜨릴 수 있다.

외견상의 ‘호황’만을 보고 호들갑을 떨었던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은 부르주아 경제학의 한계를 보여 준다.

입력 2016-04-3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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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하비 비판

경제 위기의 진정한 원인은 무엇인가

이정구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소속 연구원)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이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오늘날 데이비드 하비만큼 영향력 있는 인물은 드물다. 그는 《자본의 한계》, 《신제국주의》, 《자본이라는 수수께끼》, 《자본의 17가지 모순》, 《맑스의 자본 강의》 등의 저작들과 수많은 강연을 통해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의 지평을 넓혔을 뿐 아니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심도 깊게 이해하는 데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특히 1982년에 출간된 《자본의 한계》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세대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천착한 뒤에 나온 가장 중요한 성과물의 하나이며, 《신제국주의》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의 제국주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재정립한 영향력 있는 저작의 하나다.

그럼에도 여기서 데이비드 하비의 경제 위기 이론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이유는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자들이 20세기 후반 이후 지속돼 온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위기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2007~2008년 시작된 경제 위기가 회복되기는커녕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진영은 이 위기에 대한 설명을 두고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론, 과소소비론 그리고 금융화론 등으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하비는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법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찍이 1982년에 그가 쓴 기념비적인 저작 《자본의 한계》에서는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법칙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이 법칙이 불완전하고 엄격하지 않다는 단서를 달아, ‘법칙’으로서의 성격을 크게 약화시켰다.

《자본의 한계》에서 하비는 경쟁적 축적의 과정이 미래의 축적과 자본주의의 ‘균형적 성장’을 파괴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마르크스의 이윤율 저하 주장은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기술 변화를 향한 자본가들의 불가피한 열정이 ‘축적을 위한 축적’이라는 사회적 규정력과 결합될 경우, 그 자본을 사용하기 위한 기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잉된 자본을 만들어냄을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이러한 자본의 과잉생산 상태는 ‘자본의 과잉축적’이라고 불린다.”

여기서 “과잉축적”이라는 용어가 모호하긴 하지만 이 주장은 두 가지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첫째, 자본축적이 자본의 이윤 추구 능력보다 앞서 이루어지면서 계속 축적을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다는 의미다. 자본을 ‘스스로 확장하는 과정에 있는 가치’라고 본다면 높은 이윤율을 얻을 수 있는 자본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자본가들이 왜 우려하겠는가. 이 점에서 하비의 과잉축적 개념이 뜻하는 것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투자 기회의 부족을 근본 문제라고 보는 셈이다. 이 설명은 결국 이윤율 저하를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다른 하나의 설명은 이윤에 대한 강조에서 소비에 대한 강조로 옮아가는 것이다. 하비는 《자본의 한계》를 쓸 당시 과소소비론적 설명에 반대했다. 하지만 그는 위기에 대한 핵심 주장과 부차적 주장을 절충함으로써 논의를 모호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는 《자본의 수수께끼》에서 자본주의 위기를 설명하는 이윤 압박 이론, 이윤율 저하 이론, 과소소비 이론의 세 가지 설명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위기의 발생에 관해 숙고하는 데 훨씬 더 좋은 방법이 있다. 자본의 순환에 관한 분석은 여러 잠재적 한계와 장애를 정확하게 지적한다. 화폐자본의 부족, 노동문제, 부문 간의 불비례, 자연적 한계, (경쟁 대 독점을 포함한) 불균형적인 기술적·조직적 변화, 노동과정의 규율 약화와 유효수요의 부족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하비는 “기술과 조직 변화의 과정이 어떻게 필연적으로 이윤율을 저하시키는지에 관한 맑스의 설명은 지나치게 단순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자본, 시장에 가다’ 장에서는 유효수요, 자본가들의 소비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거기서 그가 말하는 ‘과잉축적’이란 낮은 이윤율이 아니라 과소소비와 연결된 개념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최근 마이클 로버츠와의 논쟁에서 하비는 “경제 위기를 구성하는 유일한 인과적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위기가 상이한 시기와 맥락 속에서 상이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단일한 인과적 설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는 그저 상관관계만 있을 뿐인 여러 요인들을 절충하는 것이다.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법칙이 왜 중요한가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법칙이 자본주의 경제에 위기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정교하게 주장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하에서 자본축적을 추동하지만 그 자체의 파멸적 요소를 담고 있는 결정적 요인은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법칙이라고 주장했다. 자기증식을 하는 가치로서 자본은 노동자로부터 잉여가치를 뽑아 내야만 가치 증식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자본들 사이의 경쟁은 자본의 유기적 구성을 높이는 방식의 축적을 강요한다. 그러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 과정은 자본 일반의 이윤율을 하락하게 만든다.

그러나 하비의 주장처럼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가 결정적이지 않다면 그 법칙은 과소소비, 유효수요, 금융화 등의 요인들과 다를 바 없는 지위로 격하된다. 그리고 이윤율은 그것의 경향적 저하를 상쇄시키는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쉽사리 상승할 수도 있게 된다.

사실, 상쇄 요인은 축적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 그 이유 하나는 불변자본의 저렴화가 미리 투자한 자본가들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값비싼 기계류에 이미 투자한 자본가는 그 기계류의 가격이 하락하는 것에서 득을 보지 못한다. 다른 한편, 후발 투자자들은 값싼 기계를 사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그들이 생산하는 산출물의 가치는 하락한다. 그리고 산출물의 가치 하락은 선발 투자자들의 이윤을 하락시키고 이어서 전체 자본의 이윤도 하락하게 하는 압력을 가한다.

급속한 자본축적의 시기에는 이윤율 저하 경향이 상쇄 요인들보다 더 우세한 모습을 보인다. 그 이유를 크리스 하먼은 《좀비 자본주의》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자본가들은 그 경쟁자들보다 앞선 기술 혁신을 추구하는데, 일부 기술혁신은 자본집약적이지 않은 기술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생산수단을 필요로 하는 자본가들도 존재할 텐데, 그중 성공하는 자본가는 노동집약적일 뿐 아니라 자본집약적인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투자를 하는 쪽일 것이다. 그러므로 흔히 기술 혁신은 전체 자본에 상쇄요인이 아니라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를 재촉하는 요인이 된다.

실증의 문제

하비는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를 입증하는 통계 데이터가 존재하는지 의문을 나타낸다. 그는 《자본의 한계》에서 “1945년 이후 미국에서 기업 이윤들에 관한 자료들을 수집하여 그 역사적 기록에 의존하여 이 법칙을 입증하거나 반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 현대 자본주의나 제2차세계대전 이후 주요 자본주의 경제의 이윤율이 하락했는가 하는 점이다. 둘째, 이윤율의 경향적 하락을 다른 요인들이 아닌 마르크스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하비는 이윤율의 하락을 마르크스의 법칙이 아닌 다른 이유들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쟁점과 관련해서는 마이클 로버츠, 굴리엘모 카르케디, 안와르 샤이크, 프레드 모슬리, 앤드류 클리먼 등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19세기의 가장 주요한 자본주의 경제였던 영국과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경제였던 미국에서 이윤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또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1870년대 이후와 특히 제2차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의 많은 국민자본들의 이윤율을 측정한 성과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통계들은 모두 세세한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대체로는 이윤율이 경향적으로 하락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1950년부터 2000년까지 이윤율 그래프 장기적으로 이윤율이 떨어지는 경향을 선명히 볼 수 있다.

하비는 이윤율이 저하하더라도 그것이 마르크스의 법칙 때문이 아니라 다른 요인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이윤은 많은 원인들 때문에 하락할 수 있다며 수요의 감소(포스트케인스주의의 설명), 임금 인상(이윤압박설의 설명), 자원의 희소성, 독점(비독점 자본으로부터 지대의 추출) 등을 제시한다. 여기서도 하비는 절충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 연구의 핵심은 여러 가능성들 가운데 핵심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마르크스의 주장을 좇아 이윤율 저하 경향을 실증적으로 입증해 보였고, 이윤율 저하 경향은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상승 때문임을 증명해 보였다. 하비가 말한 다양한 요인들은 위기에서 부차적 구실밖에 하지 않았다.

앞서 지적했듯이, 하비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널리 알리고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의 내용을 심화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하비의 경제위기론이 지닌 약점과 특히 그가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법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다소 안타깝다. 그럼에도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장기 불황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은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더 나아가 그 체제에 효과적으로 도전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입력 2016-05-1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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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양적완화 - 세계적으로 이미 실패한 정책

이정구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소속 연구원)

박근혜 대통령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산업은행에 제공해 주기 위해 이른바 한국형 양적완화를 추진하겠다고 하자 지배계급 내에서 갈등과 논란이 일고 있다. 주된 논란은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산업은행에 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두고 과연 양적완화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러나 정작 진정한 쟁점은 이런 정책을 뭐라 부르든 간에 과연 효과가 있느냐는 문제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다양한 자산 매입을 통해 시중에 직접 통화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다. 양적완화는 기준금리를 조절해 간접적으로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하는 기존의 정책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비관행적(unconventional)’ 통화 정책이라 불린다.

△인쇄기에서 돈을 마구 찍어낸들 경제가 근본으로 회복되는 건 아니다. ⓒ사진 출처 한국조폐공사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주요국 정부들이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렸음에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중앙은행이 직접 국채나 회사채를 매입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으로, 2009년 3월 처음 시작된 양적완화는 2015년 12월에 종료됐다. 그 사이에 네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로 시중에 풀린 돈은 4조 5천억 달러에 이른다. 그런데 이 정책은 미국 경제를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게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양적완화는 ‘아베노믹스’로 불렸는데, 그 정책도 실패했다. 아베 정부는 2013년 4월부터 엔화 가치 하락과 수출 증대를 위해 통화량을 늘려 국채를 연간 50조 엔 규모로 매입했고, 2014년 10월에는 국채 매입 규모를 연간 80조 엔으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일본 경제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통화량을 늘렸음에도 물가상승률을 2퍼센트로 끌어올리지도 못했다.

케인스주의와 중앙은행

세계 대불황이 시작되던 1930년에 쓴 《화폐론》에서 케인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중앙은행이 대출 비용을 낮추고 투자를 위한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해 오늘날 우리가 ‘비관행적 통화 정책’이라고 부른 정책으로 개입해야 한다. 금리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케인스는 국채를 매입하고 통화량을 늘리는 정책들이 단기 금리를 낮추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즉, 중앙은행이 은행 체계에 ‘유동성’ 투입을 증대시키고 그래서 민간 은행과 기업들의 ‘자신감’을 높여 준다면 투자를 증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2008년 당시 미국 연준 의장이었고 양적완화를 추진했던 벤 버냉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콜롬비아대학교의 마이클 우드포드 교수도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은행 체계를 이용해 시장 금리를 적절히 조정할 수 있다면 투자율이 우리의 기대치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 인식에서 이 처방이 도출됐다.”

케인스와 우드포드, 버냉키는 옳았는가? 양적완화가 은행체계에 ‘유동성’을 증대시켜 ‘자신감과 기대’를 높였고, 그래서 투자가 ‘우리의 기대치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 인식’에 부합하도록 증대했으며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던가?

분명 그렇지 않았다. 일본은행은 1990년대에 이런 조처들을 채택해 투자와 경제성장을 회복시키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앞서 지적했듯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영국 중앙은행, 일본 중앙은행 등이 양적완화 정책을 채택했지만 실패했다. 가장 최근에는 유럽중앙은행이 은행에 막대한 현금을 제공해 채권과 주식 같은 ‘고수익’ 자산에 대한 투기를 조장했고, 심지어 거대 비금융기업들이 현금 축장을 하도록 부추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기업 투자와 경제성장은 2008년의 대불황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마르크스의 화폐 이론에 따르면, 화폐는 지불수단, 가치척도, 가치저장(축장) 수단 등의 구실을 한다. 경제가 불황이나 공황일 때 자본가들은 수중에 있는 화폐를 투자하지 않고 보유하게 된다. 이윤이 매우 낮다면 투자의 기회비용인 금리를 이전보다 더 낮추더라도 축장된 화폐를 투자로 유인할 수 없다. 케인스는 이런 상태를 ‘유동성 함정’이라고 불렀다.

소를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이지는 못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중앙은행이 국채나 회사채를 매입함으로써 시중에 많은 돈을 투입하더라도 투자는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마르크스가 화폐수량설을 비판했을 때의 핵심 쟁점도 바로 이 점이었다.

화폐수량설

화폐 공급이 가격 또는 물가 수준과 정(正)비례 관계를 가진다는 주장으로, 고전학파와 통화주의는 이를 받아들였지만 많은 케인스주의자들은 이 주장에 도전했다.

마르크스는 화폐량이 상품가격을 결정한다는 화폐수량설을 이렇게 비판했다. “상품가격은 유통수단의 양에 의해 결정되며, 유통수단의 양은 또한 한 나라에 존재하는 화폐재료량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환상은 그 최초의 주창자들이 채택한 엉터리 가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상품은 가격을 가지지 않고 유통 과정에 들어가며, 또 화폐도 가치를 가지지 않고 유통 과정에 들어가, 거기에서 잡다한 상품 집단의 일정한 부분이 귀금속 더미의 일정한 부분과 교환된다는 가설 말이다.”

투자수익률

케인스는 양적완화가 은행과 기업들에 현금을 제공하거나, 채권의 장기 수익률을 낮게 유지함으로써 자본주의 경제를 불황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불황이 시작된 지 5년이 넘게 지난 1936년 케인스는 ‘비관행적 통화정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그래서 케인스는 《고용, 이자,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재정 지출과 국가의 경제 개입을 주장하게 됐다.

양적완화 정책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을까? 케인스는 투자를 결정짓는 요인은 투자수익률에 대한 예상과 이에 대한 자신감이지 금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신감의 상태는 실천적 인간이 가장 세심하게 그리고 가장 근심스럽게 관심을 두는 문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주의 깊게 분석하지 않고 일반적인 수준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특히 자신감이 경제적 문제와 관련돼 있다는 점이 자본의 한계효율성에 대한 예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난다는 점이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고 있다. 투자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자본의 한계 효율성에 대한 예상과 자신감의 상태가 서로 별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감의 상태는 투자의 한계효율성에 대한 예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서로 관련이 있다.”

그래서 투자수익률(케인스가 ‘자본의 한계효율’이라고 부른 것)이 매우 낮은 경우에는 금리가 낮고 시중에 많은 유동성이 공급돼도 사태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단순한 통화 정책의 성공에 어느 정도는 회의적”이었던 케인스는 《일반이론》에서는, 실패한 기업 투자를 보완하거나 펌프질할 재정 지출과 국가 개입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많은 케인스주의자들은 양적완화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양적완화는 경제가 더욱 후퇴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경제를 회복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마이너스 금리와 ‘헬리콥터 화폐’(헬리콥터에서 사람들에게 돈을 뿌리는 것에 비유됨)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돈이 거저 1백만 원 생겨도 바로 소비할지 아니면 나중을 위해 저축할지 또는 빚을 갚는 데 사용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래서 ‘헬리콥터 화폐’가 수요를 진작시키고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데 효과적일지는 분명하지 않다.

케인스가 《일반이론》에서 주장한 이론과 대책은 고전적 케인스주의(또는 구(舊)케인스주의)라고 불린다. 1970년대에 고전적 케인스주의가 거시경제를 관리하는 데 실패하면서 신케인스주의(New Keynesian) 경제학이 등장했다.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하버드대학교의 그레고리 맨큐 같은 신케인스주의자들은 케인스가 효과가 없다고 비판했던 통화정책의 효율성 문제로 되돌아갔다. 고전적 케인스주의가 정부 재정지출 확대 같은 정책을 추구한다면 신케인스주의자들은 금리 정책을 선호한다. 그럼에도 고전적 케인스주의나 신 케인스주의나 모두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실패했다.

미국 연준이 2015년 12월 금리를 소폭이나마 인상함으로써 미국에서 양적완화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

입력 2016-05-1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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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거지는 중국 경제 위기

이정구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소속 연구원)

2016년 1분기 중국 경제는 6.7퍼센트 성장을 기록했다. 분기별 성장률 수치는 지난 2009년 1분기 이래 최저 수준이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 목표치 6.5~7퍼센트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영리한 금융투기꾼 조지 소로스는 논란을 자아낸 발언을 했다. “중국의 경착륙은 피할 수 없[다.] 이건 그저 예상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더라도 “중국의 급격한 부채 증가가 중국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경고 신호”라는 지적은 진중하게 들을 필요가 있다.

5월과 6월이 만기인 회사채 가운데 부도 위험 채권이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5월 11일 <경제참고보>는 5월 상환 만기를 맞는 회사채가 1조 6천6백억 위안(약 3백조 원)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7천6백43억 위안의 갑절 이상이다. 그중 1조 1천7백억 위안 정도는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이거나 신용등급 자체가 없는 고위험 채권이다.

2015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민간기업이 12곳이고, 국유기업도 10곳에 이른다. 지난해 화이안지아쳉, 화이안파룬, 쓰촨솅다 그룹 등이 부도를 냈다. 2015년 4월 국유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바오딩톈웨이가 부도를 냈고, 10월 중강집단공사(시노스틸)와 중국산수수니집단이 부도를 냈다. 2016년 3월에도 국유기업 동베이특수강, 4월에는 중국철로물자가 부도를 선언해 충격을 줬다.

기업과 은행의 부실

앞으로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과잉생산 업종의 채권으로는 채굴업 5천1백억 위안, 철강업 2천3백억 위안, 비철금속 1천5백억 위안 등이 있다. 이 회사채의 만기 연장은 어려워 보인다. 중국 경제의 침체 때문에 회사채 시장이 지난해보다 43퍼센트나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 선전에 있는 신다 펀드매니지먼트의 치우신홍은 “기존 채권의 만기가 다가오는데, 부채 상환을 위해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면 많은 기업이 부도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의 부실은 은행의 부실로 이어진다. 중국도 그렇다. 그래서 <파이낸셜 타임스>나 <이코노미스트> 같은 친자본주의 언론들은 중국의 금융 불안정을 지적하고 나섰다.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의 애널리스트 프란시스 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NPL) 규모는 전체 대출의 15~19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중국 상업은행들이 공식 발표한 부실채권의 평균 비중은 1.75퍼센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은행에 10조 6천억 위안(중국 GDP의 15.6퍼센트)을 자산으로 새롭게 공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SC은행의 아시아담당 수석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맨은 그림자금융으로 인해 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CLSA에 따르면, 2015년 말 그림자금융의 규모는 40조 위안으로 중국 GDP의 59퍼센트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은행부문의 부실채권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방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출자전환(기업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만기연장이다. 2015년 국유은행들은 지방정부와 연계된 기업들에 대출한 부채 4조 위안을 단기채권에서 장기채권으로 만기를 연장해 줬다. 하지만 출자전환은 부실기업으로부터 배당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출자한 자본에 대한 이윤을 낮추기 때문에 은행들이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부실채권을 처리하려고 자산담보부증권(ABS) 시장을 8년 만에 재개했다. 그러나 자산담보부증권이 발행되면 누가 매입할 것인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들이 이 자산담보부증권의 신용을 매기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 투자자들이 자산담보부증권을 살 가능성은 낮다. 아마도 중국 국유 보험사나 다른 은행들이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부실채권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

2016년 5월 7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08년 세계경제 위기가 시작될 때 1백50퍼센트였는데 지금은 2백60퍼센트로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도 중국의 부채가 GDP의 2백80퍼센트가 된다고 발표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중국의 기업부채가 GDP의 1백66퍼센트로 세계 4위라고 보도했다.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하려 한 데서는 중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재정지출 증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은 도리어 더 나빠졌다. 2014년에 대기업 1천 곳 중 16퍼센트가 세전 수익으로 이자조차 지급하지 못했다. 중국 경제는 더 많은 신용 대출이 필요하지만 성장률은 점점 더 하락하고 있다. 2008년 위기 이전에는 GDP 1위안을 늘리기 위해 대출 1위안이면 됐지만 지금은 4위안을 대출해야 한다.

기업과 은행의 부채에 문제가 생기면 자산가격과 실물경제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은 세계2위의 경제대국이고, 은행부문의 자산은 전 세계 GDP의 4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상위기업 중 1~3위가 중국의 국유상업은행들이다. 올해 초 폭락했다 할지라도, 중국의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6조 달러로 미국 다음으로 크다. 채권시장은 7조 5천억 달러로 세계 3위 규모다. 지난해 여름 위안화가 2퍼센트 절하된 것으로도 전 세계 주식시장이 전전긍긍했고, 중국의 조그마한 경기후퇴조차 전 세계 원자재 수출업자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국가가 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물론 지난 30년의 시장 지향적 개혁 과정에서 보듯이 중국 지배자들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고 국가가 금융 체제를 통제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의 전망을 낙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2015년 중국 지배자들은 주식시장을 부양하는 데 2천억 달러를 썼다. 은행 대출 중 6백50억 달러가 부실채권으로 바뀌었다. 금융사기로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은 적어도 2백억 달러에 이른다. 자본 6천억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경제 성장을 부양하는 정책들이 자산 거품을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부채는 GDP의 갑절 이상이 됐다. 금융부문에 대한 정부의 장악력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위험이 생겨난다. 첫째는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다. 은행들은 이윤 추구 때문에 대출 심사를 꼼꼼하게 하지 않는다. 부실대출 규모가 2012년 4퍼센트에서 2015년에는 16퍼센트로 급증했다. 둘째 위험은 유동성 문제다. 은행들이 금리가 높은 단기 예치금을 끌어다 장기 자산에 해당하는 “자산관리상품”(WMP)에 집중하면서 유동성이 부족해졌다. 더욱이 중국 정부가 은행 예치금 비율을 1백 퍼센트로 높이면서 유동성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 위기가 2008년 미국 금융 위기보다는 1990년대 초반에 부동산 거품이 꺼졌던 일본의 위기처럼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실물부문에서 위기가 시작되든 아니면 실물부문의 위기가 전이된 금융부문에서 시작하든 간에 중국 경제 위기는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1990년대 초반의 일본보다는 더 큰 파장을 자아낼 것이다.

중국 지배자들은 금융부문의 부실과 더 나아가 실물부문의 과잉투자로 곤경에 처해 있다. 시진핑은 최근 공급측 구조개혁을 주장하며 산업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하지만 국내 산업의 과잉생산을 줄이는 결정적인 조처는 취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특히 국유부문에서 과잉투자 부문을 과감하게 청산하기보다는 인수와 합병을 주로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좀비기업으로 생산이 중단됐던 하이신 강철이 다시 살아난 경우다.

시진핑-리커창 체제가 공급측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도 성장률을 6.5퍼센트 이상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이 둘을 동시에 달성하기는 점점 더 힘들어 보인다. 중국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시진핑과 경제 성장을 유지하려는 리커창 사이의 갈등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추측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 지배자들이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입력 2016-06-0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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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칼럼

경제 위기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금이 가다

알렉스 캘리니코스

교황은 여전히 가톨릭 신자인가? IMF 소속 경제학자 조너선 오스트리, 프라카쉬 룽가니, 다비드 퍼세리가 “신자유주의는 과대평가 됐나?”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글은 사실상 이런 질문을 던졌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IMF는 세계은행과 함께 신자유주의적 경제 의제를 세계화하는 주역이었다.

이런 신자유주의적 경제 의제의 선구자는 칠레 군부독재 정권, 영국의 마거릿 대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이었다.

미국의 강력한 지원 하에, IMF와 세계은행은 제3세계 부채 위기와 뒤이은 구소련 붕괴를 이용해 자유시장 정책을 각국에 강요했다. 그에 따라 무역 개방, 해외 투자 자유화, 정부 지출 삭감, 국영 기업과 사회 복지에 대한 민영화가 진행됐다.

그러나 오스트리, 룽가니, 퍼세리는 이제는 “신자유주의 의제로 어떤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를 이전보다 섬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다음과 같이 불평했다.

“‘신자유주의’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도발적이다.

“이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밀튼 프리드먼이 주창했던 자유시장 경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단어다. 그 단어의 전용적 용례는 5월 24일자 <소셜리스트 워커>에서 볼 수 있다. ‘IMF는 부채를 무기 삼아 선출된 정부에 악랄한 신자유주의적 개악을 강요한다.’”

그러나 이 IMF 경제학자들이 신자유주의를 모조리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본의 국제적 이동에 대한 규제 완화(소위 ‘자본계정 자유화’)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감소를 뜻하는 재정건전화(‘긴축’이라고도 불린다)라는 두 정책의 효과”에 치중한다.

이런 옥신각신의 배경에는 지난 20년 동안의 경제 위기들을 둘러싼 자본가 계급 핵심부 내의 갈등이 깔려 있다.

1990년대 말 이래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비난의 대상이 됐다. 당시 남한 같은 나라들은 투기 자본이 대거 유출돼 경제가 파탄났다. 오스트리, 룽가니, 퍼세리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자본의 유출입에 의존해 금융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 시대였음을 인정했다.

불평등

이들은 “금융시장 개방으로 경기 추락 확률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분배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불평등이 눈에 띄게 심해졌다”고도 인정했다.

이들이 긴축 정책에 대해 재고하게 된 것은 유로존 위기로 격렬한 논쟁이 일어난 것의 반영이다. IMF는 여러 채무국(예컨대 1990년대 후반 남한)을 상대로  정부 지출에 대한 대규모 삭감을 강요했다. 2010년 이후, IMF는 유럽중앙은행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이 셋이 악명 높은 ‘트로이카’다)와 함께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에 비슷한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이들 나라에 경제적·사회적으로 끔찍한 결과를 야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IMF는 신자유주의 교리대로 공공부문 감축이 과연 경제를 성장시킬 것인지 의심을 품게 됐다. 오스트리, 룽가니, 퍼세리는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재정건전화 후 총생산량은 평균적으로 늘기보다는 줄었다. 평균적으로, GDP의 1퍼센트만큼 재정건전화를 시행하면 장기적으로 실업률은 0.6퍼센트포인트 올라가고, 향후 5년 안에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5퍼센트 올라간다.”

이런 주장은 그리스를 두고 트로이카 내에서 분열이 심해지는 것과 명백히 관련 있다. 지난해 여름 유럽연합과 그리스 사이에 갈등이 벌어질 때 IMF는 그리스가 외채를 갚을 수 없으니 채무를 경감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독일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IMF의 이 같은 주장에 강력 반발했다. 그리스에서 채무를 경감하면 나머지 EU 회원국들에서 신자유주의적 “개혁 의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압력이 약해질까 두려운 것이다.

5월 24일 [유로존 재무장관과 그리스 정부 사이의] 합의는 지난해 7월 약속한 구제금융 일부를 지급해 그리스의 도산을 막기로 하면서도, 그리스 채무를 경감할지 여부는 내년 독일 선거 이후로 미뤘다.

IMF가 전면적 신자유주의 옹호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은 세계경제 위기로 지배 이데올로기를 둘러싼 합의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지배자들 내 이데올로기적 합의를 완전히 분쇄하려면, 오늘날 프랑스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투쟁이 더 많아져야 한다.

입력 2016-06-0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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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조선업 ─ 고용 보장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박설

임금·노동조건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

박근혜 정부의 구조조정 공격이 조선·해운사들에 대한 재무건전성 조사(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나오는 6월부터 더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으로 몇 년간 인력감축, 자회사·특수선·도크 매각 등을 통해 인력을 1만 명가량 줄이는 내용의 자구안을 최근 제출했다. 임금을 20퍼센트가량 삭감하고 한 달간 무급휴직도 실시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희망퇴직’을 생산직(하급 관리자)에게까지 확대하는 한편, 조선사업부의 일부 물량을 블록째 외주화하는 등 주력 부문에서도 업무 조정에 나섰다.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행에서 보듯, 중형 조선소들은 상황이 더 안 좋다. 

박근혜는 이 같은 기업별 자구안에 그치지 않고, 오는 7~8월까지 조선업 전체의 구조조정 청사진을 그리는 산업재편 방향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줄도산, 혹은 ‘조선업 죽이기’가 시작됐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산업·기업 간 연계가 그물망처럼 얽히고설켜 웬만한 기업의 도산이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 때문에 산업재편이 원활치 않다. 기성 정치권과 기업주들 사이에 결탁 관계도 깊다. 물론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중소 조선소들이 연이어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중·대형 조선소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조건에서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은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강도를 높이는 인력 구조조정에 초점이 가 있다. 노동자들의 고용과 조건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핵심적인 이유다.

이를 위해 노동운동 내에서 오랫동안 제기된 유력한 대안의 하나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다. 최근에도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이 이런 제안을 했다. 

경제 위기로 일감이 줄어들 때 노동시간을 줄여서 고용을 지키자는 주장은 합리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쟁점은 노동자들의 임금·조건 후퇴를 수반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다. 노광표 소장은 독일 폭스바겐의 사례를 들어 줄어든 시간만큼 임금을 줄이되 고용은 보장하자고 한다.

현재의 구조조정 추진 상황을 봤을 때, 이를 달성하려면 만만찮은 임금 삭감이 전제돼야 한다. 예컨대 현대중공업 사측은 초과 노동에 해당하는 고정연장수당과 휴일·연장근무 폐지로 정규직 급여의 20퍼센트 정도를 삭감하려 한다. 이에 더해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키려면 법정 노동시간 이하로 노동시간을 단축해 임금을 더 줄여야 할 것이다.

실제로 폭스바겐이 1994년부터 실시한 ‘고용안정협약’에서도 임금 보전 없이 협약 노동시간을 주당 36시간에서 28.8시간으로 줄였다. 1995년부터는 생산량의 변동에 따라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시간 계좌제’가 도입됐고, 신입사원과 고령자들의 임금 삭감폭은 더 컸다. 

개혁주의자들은 이것이 눈 한 번 질끈 감으면 되는 일인 양 말하곤 하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심각한 생활고를 뜻한다. 그래서 독일 노동자들은 부족한 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투잡, 쓰리잡에 나서야만 했다. 2000년대 독일 정부가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 미니잡(정규 일자리 쪼개기) 정책을 지속한 결과, 10년 만에 2백50만 명이 본업 외에 하나 이상의 일을 더 하게 됐다. 

더구나 임금 삭감의 고통은 한 번으로 끝나지도 않았다. 폭스바겐 노사는 2001년, 2004년에 두 차례 더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임금이 개선되기는커녕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하는 폭과 범위가 더 넓어졌다. 파견 노동이 크게 늘면서 저임금 노동자층이 확대됐고, 성과연봉제 도입, 전환배치 확대 등 공격이 잇따랐다. 

게다가 기업의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이 모델은 사실상 파산에 이르렀다. 그를 따랐던 오펠과 포드 등에서는 실질적인 인력감축이 벌어졌고, 파견 노동자들은 수시로 해고됐다. 2004년 고용안정협약에는 ‘해고 배제’조차 희미해져 노사간 합의를 거치면 해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정규직의 양보를 전제한 일자리 나누기 제안은 정규직의 임금과 비정규직의 고용이 서로 상충하는 관계에 놓여 있다는 가정을 깔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일단 이는 진정으로 위기를 만든 장본인인 정부와 기업주들의 책임을 가리는 효과를 낸다. 지배자들은 끊임없이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고 설파하지만, 기업주와 노동자들은 운명 공동체가 아니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지금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도려내 자신의 부를 지키려 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고용·노동조건을 지키려면, 지금의 위기를 만든 당사자들에게 일관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기 조건을 후퇴시키면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쉽게 공격받을 수 있다. 역으로 비정규직 해고와 임금 삭감은 정규직의 조건 악화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끼리 고통 나누기가 아니라, 임금·노동조건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제시하며 저들이 쌓아 놓은 부를 노동자들을 위해 내놓으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럴 때 정규직·비정규직 모두의 고용과 조건을 지킬 수 있다. 

민주노총이 제시하고 있는 주당 35시간 법정 노동시간 단축 요구는 이를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임금·조건 후퇴 없이 이런 요구를 쟁취하려면 강력한 투쟁이 뒷받침돼야 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 - 자본가들의 이윤 보장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삶을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사진 출처 <금속노동자>

STX조선 등 중소조선소 국유화를 통한 일자리 보장

중소 조선소들은 2008년 이래로 지속돼 온 조선업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몇 년간 구조조정의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여러 곳이 문을 닫았다. 

최근에는 한때 ‘빅4’로 불리던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매각 협상이 결렬된 SPP조선은 재매각 절차를 밟기로 했지만, 앞으로 법정관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는 동안 노동자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공장이 문을 닫은 중소 조선소 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빅3의 하청으로 들어갔는데, 이제 또다시 빅3의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고용을 위협받고 있다.

그나마 계속 가동 중인 조선소들에서도 해고와 임금 삭감이 이어졌다. 예컨대, STX조선은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대규모 인력감축을 통해 정규직 인력의 42퍼센트를 줄였다. 그런데 최근 법정관리에 놓이게 돼 더한층 강력한 구조조정 압박을 받게 생겼다. 2009년 쌍용차의 경우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런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세우고 있는 대책이라고는 고작 고용위기지역으로 선정해 실업지원금을 조금 더 늘릴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조연대는 그동안 중소 조선소의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게 지원을 대폭 늘리라고 요구해 왔다. 이는 완전히 정당하다. 

일부 NGO 단체들은 ‘부실 기업에 혈세를 지원해서 되겠느냐’고 말하지만, 이는 중소 조선소 원하청 노동자들과 협력업체 노동자, 그 가족 수만 명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따라서 정부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해 세금을 투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물론 이런 지원금이 누구를 위해 쓰여야 하는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그동안 정부는 STX조선에 4조 5천억 원을 지원했지만, 그중 3조 7천억 원이 채무·이자 상환으로 채권단의 손에 들어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가 채권단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들의 안정적 고용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위기의 중형 조선소들을 정부가 직접 인수해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다.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상, 이 기업은 사실상 정부 소유 기업이기도 하다. 

지금껏 봤지만, 부도·파산한 기업을 인수해 고용을 보장할 주체는 정부 말고는 사실상 없다. 정부와 채권단은 지금 어떻게든 중소 조선사들을 매각하려 하지만, 이윤에 눈먼 민간 기업주들이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리 없다.

그렇다고 국가 소유가 진보를 뜻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요 환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업을 인수할 경제적 능력이 있고, “국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을 받기 때문에 고용 보장의 책임을 제기할 적절한 대상이다. ‘일자리 보장을 위한 국유화’ 요구가 절실한 이유다.


추천 소책자

임금, 임금격차, 연대

임금, 임금격차, 연대

김하영 지음

136쪽 | 4,000원|노동자연대

입력 2016-06-0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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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공황 이후 지금까지 상황에 비춰 보면

케인스와 마르크스 둘 중 누가 옳았는가?

이정구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소속 연구원)

최근 세계경제 지표가 더 나빠질 것 같다. 실질GDP로 볼 때 세계경제는 더 악화하고 있다. 세계 주요 자본주의 국가 중 가장 낫다던 미국 경제도 2016년 1분기 성장률이 0.5퍼센트를 기록해 지난 2년 만에 가장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미국을 제외한 선진 7개국 중 2퍼센트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이룬 나라는 영국(2.2퍼센트)뿐이다. 그렇지만 영국도 2016년 1분기 성장률은 0.4퍼센트를 기록해 2012년 이후 가장 둔화한 모습이다. 2016년 1분기 유로존 경제는 0.55퍼센트 성장해 미국이나 영국보다는 약간 나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체로 세계의 주요 경제들은 여전히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경제 대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류 경제학자들과 연구소들은 대부분 세계경제의 지표가 최근에 나빠진 것은 인정하면서도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는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세계경제가 대불황에 빠져 있다는 분석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5월 초, 골드만삭스의 수석 경제학자 출신으로 BBC 회장과 영국 정부의 경제자문관을 역임했던 케인스주의 경제학자 가빈 데이비스는 GDP 지표가 과거 상황을 반영하는 것일 뿐, 미래의 상황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경제 활동은 2014년 이래로 장기적인 경제성장률 추세(3.6퍼센트) 아래이고, 2015년 2월과 8월 그리고 2016년 2월에는 경제성장률이 2.5퍼센트 아래로 추락”했지만, 세계경제는 “대대적 침체가 임박했던 상황에서 벗어났다”며 그리 걱정할 것 없다고 주장했다.

주요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의 경제성장률 데이터를 살펴보면, 2007~15년의 연평균 1인당 GDP 성장률 0.5퍼센트는 1998~2006년 1.5~2퍼센트보다 더 낮았다. 이런 차이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로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탈리아는 2007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프랑스는 거의 정체 수준이다. 실질GDP 성장률이 이전 시기의 평균보다도 한참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시기가 1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그림)

그런데 제러미 코빈이 이끄는 영국 노동당의 경제자문이자 옥스퍼드대 교수인 사이먼 렌-루이스는 지난 10년 동안 저성장 또는 경기침체를 보인 이유가 2008년 시작된 대불황의 여파와 뒤이은 긴축 정책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록 분명하게 주장하진 않지만 대불황이 수요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는 노동당의 또 다른 경제 자문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다음과 같은 말을 지지할 것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위기의 근저에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 중 하나는 글로벌 총수요의 부족이다.”

스티글리츠는 이렇게도 주장했다. “케인스가 인식한 문제는 임금이 너무 유연하다는 점이었다. 사실 임금이 하락하면 사람들의 소득도 하락하고 따라서 재화에 대한 그들의 수요도 하락한다. 1929년 대공황에서 총수요의 부족이 문제였는데, 오늘날에도 총수요의 부족이 문제다. 임금을 더욱 유연하게 하는 것은 총수요의 부족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케인스 전기 작가로 유명한 로버트 스키델스키 교수는 저축 과잉 이론을 들고 나왔다. “이번 위기의 근원은 미국 경제의 새로운 투자가 활성화되기 전에 동아시아에서 저축이 너무 빠르게 증가해 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도 뒤집어 보면 수요 감소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소득이 저축과 소비로 이뤄져 있어 저축의 증대는 수요의 감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케인스주의자들이 1929년 대공황이나 2008년 대불황이 수요 부족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도로가 젖어 있는 것은 오늘 비가 왔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케인스주의자들의 주장은 설명이 아니라 기술(記述)에 지나지 않는다. 왜 오늘 비가 왔는지 그리고 비가 오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를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 위기의 원인에 대한 상반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한 케인스(왼쪽)과 마르크스(오른쪽).

케인스주의자들이 볼 때, 대불황이 끝나지 않고 장기 불황으로 바뀐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대불황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각국 정부의 긴축 정책이다. 케인스주의자들은 첫째 이유보다는 둘째 이유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긴축은 수요에 충격을 가했고, 낮은 수요는 산출과 고용을 낮췄으며,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과 기업의 가격 인하는 물가 하락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앙은행은 수요와 고용 그리고 산출을 대불황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 실질금리를 낮추게 됐다.

그런데 현실은 케인스주의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움직였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췄음에도 수요와 고용 등이 늘어나지 않았다. 저금리의 금융 완화 정책이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2008년 당시 미국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는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많은 돈을 공급해 줬기에 ‘헬리콥터 벤’[헬기로 돈을 뿌린다는 말에 빗댄 표현]으로 불렸다. 그런데 미국의 양적완화, 유럽중앙은행의 유럽안정화기금(ESM) 및 무제한 국채 매입, 일본판 양적완화인 아베노믹스 등이 추진됐음에도 장기 불황은 끝나지 않았다.

케인스주의자들은 불황의 원인을 긴축 정책으로 지목했지만, 정작 각국 정부들은 대불황에 직면해 재정지출 확대, 저금리 정책 등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경기부양책들은 효과가 없었다. 그 이유는 (케인스주의자들의 진단과는 달리) 대불황과 장기불황의 원인이 긴축 정책으로 인한 수요의 부족이 아니라 자본가들의 투자 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본가들이 투자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윤율이 하락했고 또 이윤량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윤의 변화가 투자와 수요(소비)의 변화를 초래한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이 점에서 소득 주도 성장론처럼 소비를 늘려서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론과 현실 모두에서 들어맞지 않는다.

최근에 이윤에 관한 실증 연구를 한 호세 타피아 그라나도스는 다음과 같이 썼다. “투자가 축소되고 임금이 하락하는 침체가 시작되기 몇 분기 앞서서 이윤이 증대하는 것을 멈추고 정체하다 하락하기 시작함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에 다국적기업들의 이윤 증가율이 거의 제로 수준으로 하락했고, 미국의 다국적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투자가 위축될 것이고 그러면 주요한 경제들이 새로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필자가 본지 173호에 쓴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미국 경제 호황론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비판’ 참조)

GDP에서 개인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의 경우 70퍼센트, 한국은 55퍼센트에 이르기 때문에 주류 경제학자들은 소비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역동적이게 만드는 경제성장과 고용 증대 등은 개인 소비가 아니라 기업 투자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 투자를 결정하는 요인은 마르크스가 말한 이윤율, 즉 투자 대비 이윤의 비율이다.

케인스주의자들의 주장이 틀린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통설과 달리 1930년대 대불황을 끝낸 것은 케인스의 정책이 아니었다. 미국은 1933~36년에 정부의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상당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1937년 가을 역사상 가장 급격한 경기후퇴를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제2차세계대전으로 전시경제가 시작되면서 국가가 투자에 대한 중요한 결정권을 모두 장악하게 된다. 1943년 미국의 국가는 총투자의 90퍼센트를 차지했다.

1930년대 대불황이 전시경제를 통해 해소된 역사적 사례는 케인스주의가 경제 위기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스키델스키는 1930년대 대불황에 대한 케인스의 제안이 모두 “재계의 심사를 건드리지 않도록” 고안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케인스는 정부 지출과 계획 그리고 회복을 사회개혁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인스주의자들의 주장이 틀린 또 다른 예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장기(30년에 걸친) 호황이다. 케인스주의자들은 적자를 감수한 재정지출과 정부가 유도한 생산을 통해 전후 호황을 달성했다고 본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달랐다. 전후 총투자에서 공공부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양차 대전 사이 시기보다 평균적으로 더 낮았다. 따라서 재정 확대가 아니라 재정 긴축이 당대의 실천이었던 것이다. 전후 시기 내내 국가는 체제에 수요를 공급하기는커녕 줄곧 대규모 흑자재정을 유지했다. 그래서 1970년대까지 정부 개입의 주된 형태는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지출을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경제성장 속도를 늦추기 위한 ‘금융긴축’이었다.

장기호황이 끝나고 1974년 선진국 경제들이 경기후퇴에 직면하고서야 정부들은 필사적으로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케인스주의 정책에 의존했다. 그러나 이 정책들은 효과가 없었고 그래서 케인스주의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1970년대 후반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기가 도래했는데, 이는 이윤율 하락 위기에 직면한 지배자들이 노동자들을 희생시켜 이윤을 회복하고자 하는 시도의 결과였다.

1970년대 중반 이래로 케인스주의 정책들은 전후의 장기호황과 같은 황금기는 고사하고 당면한 불황에서 벗어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양적 완화나 제로금리 같은 케인스주의 정책들이 시행됐지만 세계경제는 장기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케인스주의가 정책을 통한 실천에서 드러낸 실패는 ‘유효수요 부족 때문에 불황이 도래한다’는 이론 자체가 틀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본주의는 자본들 사이의 경쟁과 축적에 의해 작동하는 체제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가치를 더 효과적으로 흡수해서 축적을 해야 하는 경쟁 압력에 종속돼 있다. 이 때문에 자본가들에게는 ‘투자수익률’, 즉 마르크스주의 용어로 하면 이윤율이 중요해진다. 각국이 초저금리 정책을 펴고 양적완화를 통해 자금을 시중에 공급하는데도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유효수요의 부족이 아니라 이윤율이 낮기 때문이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주류 경제학에 대한 신뢰는 크게 무너졌다. 그러나 케인스주의도 자본주의 위기뿐 아니라 2008년에 시작된 대불황의 원인과 대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론》의 저자인 마르크스의 경제 이론이 자본주의의 동역학과 경제 위기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 더 읽으면 좋을 책으로는 《21세기 대공황과 마르크스주의》 (정성진 엮음, 책갈피), 《크리스 하먼의 마르크스 경제학 가이드》 (크리스 하먼 지음, 책갈피), 《부르주아 경제학의 위기》 (크리스 하먼 지음, 책갈피) 등이 있다.

입력 2016-05-1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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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맥낼리의 일관성 없고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이론

이정구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소속 연구원)

데이비드 맥낼리는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마르크스주의자로, 한국에는 《글로벌 슬럼프》(그린비, 2011)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맥낼리는 착취받고 차별받는 사람들 편을 일관되게 들고, 자본주의 자체의 한계를 지적하며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맥낼리의 경제 위기 설명에는 약점이 많다. 특히 '신자유주의 시대'에 관한 설명이 그렇다.

맥낼리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 사이에 ‘만성적 위기’론이 널리 퍼져 있다고 주장한다. 만성적 위기론에 따르면, “서구 자본주의는 1948년부터 1973년까지 25년간 대호황기를 거친 뒤, 위기 혹은 침체에 빠져들어 그 이래로 거의 40년 동안 결코 회복되지 않았다.”(맥낼리 2011, 55) 그는 1970년대 초에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1982년부터는 지속적인 (신자유주의적) 회복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1982년 이래 25년간 이윤의 추세는 분명히 상승 곡선을 그렸고, 자본주의 체제는 지속적인 경기 팽창 물결을 창출했다.”

다른 많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의 견해와 충돌하는 맥낼리의 이 같은 주장은 몇 가지 논쟁을 일으켰다. 첫째, 1982년부터 2007년까지 ‘신자유주의적 팽창’을 초래한 원인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맥낼리의 용어로 세계 자본주의의 ‘공간적 재조직화’ 과정에서 중국이 차지한 구실에 대한 평가가 결부돼 있다. 둘째, 2007년 신자유주의적 팽창이 끝나고 위기가 도래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 쟁점은 맥낼리가 주장하는 ‘금융화’ 이론, 더 나아가 자본주의 체제가 경제 위기를 겪는 근본 원인에 대한 설명과 연관돼 있다.

신자유주의적 팽창?

먼저 ‘신자유주의적 팽창’ 문제를 살펴보자. 맥낼리는 미국 경제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평균이윤율은 1982년부터 1997년까지는 그 이전 1964~82년의 18년간의 하락 경향성과는 반대 방향으로 지속 상승했다. 그리고 1997년부터 다시 하향곡선을 긋는다. 그러다 2001년 이후에는 일정 기간 동안 상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 1982년부터 1997년 사이 미국의 이윤율이 2배로 증가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맥낼리 2011, 87)

이 주장은 맥낼리가 자신의 책 《글로벌 슬럼프》의 86쪽에 수록한 그래프(1964~2001년 미국의 세전 이윤율)에 근거한다. 그러나 그는 이윤율이 저점을 기록한 1982년의 수치와 이윤율이 고점을 기록한 1997년의 수치를 비교한다. 이른바 통계 수치 왜곡 문제가 제기된다. 이윤율은 경기순환 주기에 따라 등락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장기적 경향을 보려면 한 주기 전체에 걸친 이윤율 추이를 보거나 최소한 고점은 고점과 비교하고 저점은 저점과 비교해야 한다.”(추나라, 조셉. 2012)

그림1. 1964~2001년 미국의 세전 이윤율. 맥낼리는 저점을 기록한 1982년의 수치와 고점을 기록한 1997년의 수치를 비교해 이윤율 상승을 과장한다. 출처: 맥낼리 2011, 86.

더 중요한 문제는, 맥낼리 식으로 보더라도 1982~97년에 이윤율이 두 배로 상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심지어 맥낼리가 제시한 그래프를 작성한 사이먼 모훈조차 1982~97년 미국의 이윤율 상승이 두 배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런데 모훈은 ‘관리자 집단’이 자본의 대리인으로 행세한다고 보며 이윤율을 계산한다. 그러나 모훈이 ‘관리자 집단’이라고 부른 사람들은 노동자 계급의 19퍼센트를 이루고 있고, 그들의 임금은 전체 봉급의 15~35퍼센트를 차지한다(Roberts 2012). 관리자 집단의 최상위 일부는 몰라도 그 집단 전체를 자본의 대리인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모훈의 관점은 이윤율을 계산할 때 분모(임금에 해당하는 가변자본)에 포함시켜야 할 항목을 분자(잉여가치)에 포함시켜 이윤율이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지는 문제를 낳는다.

미국 기업들의 이윤율 추이와 관련해 안와르 셰이크, 프레드 모슬리, 로버트 브레너, 굴리엘모 카르케디, 앤드루 클라이먼, 마이클 로버츠 등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 시기에 이윤율이 회복됐지만 맥낼리의 주장만큼 크게 상승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셰이크는 미국 비금융권 기업 이윤율이 1982년 9퍼센트에서 1997년 13퍼센트로 상승했다고 지적하고(Shaikh 2011), 모슬리는 1970년대 말 11~12퍼센트에서 1990년대 중반 16~18퍼센트로 상승했다고 지적한다.[1]

즉, 맥낼리가 1982~2007년 신자유주의적 팽창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이윤율 상승과 경기 팽창 물결이 그만큼 두드러졌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크리스 하먼과 로버트 브레너 등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1973년 이후 세계경제가 지역적으로 불균등한 부분적 회복을 했을지라도 장기 호황기 수준으로 회복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맥낼리는 이들이 1948~73년의 장기 호황을 기준으로 삼다 보니 “만약 자본주의가 대호황을 계속 반복하지 못하게 되면 곧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졌다고 선언하게 된다”고 반박한다. 또한, “이 황금기는 결코 정상적인 게 아니었다.”(맥낼리 2011, 56)

1948~73년의 황금기가 자본주의 역사에서 이례적인 호황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맥낼리와 하먼·브레너 사이에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 시대’에도 국가 개입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920년대 말부터 1945년까지 진행된 자본주의의 변화(국가자본주의적 축적)가 신자유주의 시대에도 역전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신자유주의 시대를 장기 호황기와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다.

1948~73년의 장기 호황 자체를 설명할 때 맥낼리는 약점을 보인다. 맥낼리는 장기 호황의 원인으로 노동생산성 증가와 그 덕분에 나타난 생활수준 향상을 지목한다.

그러나 기술 혁신과 새로운 기계의 도입을 통한 노동생산성 증가를 호황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맥낼리의 마르크스주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마르크스는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신기술을 먼저 도입한 자본가들이 초기에는 초과이윤을 얻을 수 있겠지만, 신기술이 보편화되면 오히려 이윤율이 하락한다고 지적했다.

임금 인상을 통한 생활수준 향상을 호황의 원인으로 보는 것도, 자본주의가 소비가 아니라 경쟁적 축적을 동력으로 하는 체제라는 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소치다. 사실 맥낼리는 급진적 비(非)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이 즐겨 쓰는 ‘포드주의’나 ‘린 생산방식’ 같은 유행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그 개념들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과 버무리는 절충주의적 방식을 따르는데, 장기 호황에 대한 그의 설명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국제사회주의 경향의 이론가들은 전후 황금기를 ‘상시군비경제’로 설명한다. 맥낼리에 견줘 상시군비경제가 현실을 더 잘 설명한다. 마이클 키드런과 크리스 하먼, 곤살로 포소 등이 주장한 상시군비경제에 따르면, 자본축적이 진행될수록 자본의 유기적 구성 증대로 이윤율 하락 압박이 커지는데, 전후에는 엄청난 양의 가치가 자본축적이 아니라 무기 생산 쪽으로 유출돼 이윤율 하락 속도가 늦춰졌다. 그럼에도 자본주의가 위기로 치닫는 경향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단지 지연됐을 뿐이었다. 그 사이에 독일과 일본처럼 군비 지출이 적은 나라들이 국제 경쟁력 향상을 이용해 미국보다 빨리 성장하고, 전통적 중심부 바깥에 있는 경제들이 신흥공업국으로 성장하면서, 이윤율은 하락하고 경쟁은 치열해졌다. 1970년대에 위기가 닥친 것은 이 때문이었다.(하먼 2012, 200-9; 추나라 2010, 185-9)

신자유주의 시대의 특징

맥낼리는 1982년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윤율이 회복된 이유로 세 가지를 지적한다. 노동운동의 패배로 인한 착취율 증대, 산업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성 향상, 다국적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 증대로 나타난 세계 자본주의의 ‘공간적 재조직화’가 그것이다.

첫째 이유에 대해서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 문제와 관련해 앤드루 클라이먼의 최근 연구 성과는 눈여겨볼 만하다. 클라이먼은 새로 창출된 가치 중에서 피용자 보수(봉급, 건강보험, 연금 등)가 차지하는 상대적 비중이 신자유주의 시기에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1950년대나 1960년대와 달리 1970년대에는 임금도 상승하지 않았지만 새로 창출된 가치도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클라이먼은 “피고용자 보수 증가의 둔화는 분배적 현상이 아니다. 이것은 자본주의 생산의 상대적 정체에서 유래한다”고 주장한다(클라이먼 2012, 194). 이 분석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착취율 증대로 이윤율이 크게 상승했다는 맥낼리의 주장이 과장임을 암시한다.

둘째 이유와 관련해 맥낼리는 대대적 노동력 감축, ‘군살 빼기’를 동반한 가혹한 구조조정도 언급하지만, 무엇보다 핵심적으로 신기술의 도입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을 지적한다. “로봇공학과 전산화된 생산체계 등의 신기술들을 도입하고, 작업속도를 높이고 노동과정을 효율화했던 것이다.”(맥낼리 2011, 86) 그러나 필자가 앞에서 지적했듯이, 신기술의 전반적인 도입은 이윤율을 떨어뜨린다.

맥낼리는 자본주의 경제 일반을 설명하면서 아리송하게도 어느 곳에서는 투자가 자본 집약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므로 이윤율이 하락한다고 주장하고(맥낼리 2011, 128), 다른 곳에서는 신기술 도입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이 이윤율 하락의 상쇄 요인으로 작용해 1952~73년의 황금기와 1982~2007년의 신자유주의 팽창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맥낼리 2011, 58; 85-86).

셋째 이유와 관련해서 맥낼리는 이렇게 설명한다. “1974년부터 1982년 사이에 세계적 경기 침체를 거치면서 강도 높은 자본 재조직화의 일환으로서 다국적기업들은 점차적으로 해외직접투자에 나섰다.”(맥낼리 2011, 88) 맥낼리의 ‘공간적 재조직화’ 개념은 두 가지 현상을 가리킨다. 하나는 선진국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생산이 저임금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다국적기업들이 생산 설비를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로부터 제3세계 나라들로 재배치하게 된 핵심 동기는 거대하고 값싼 산업예비군 때문이라는 것이다(맥낼리 2011, 90).

다국적기업들이 세계화 시대에 이윤율 하락에 대응해 비교적 저렴한 생산요소를 추구한 것은 맞지만, 저임금이 주된 요인은 아니다. 왜냐하면 1973년 이후에도 다국적기업 해외직접투자의 압도적 부분이 서방 선진국들 사이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맥낼리 자신도 1998년에 쓴 논문에서는 이렇게 주장했었다. “세계적으로 이동하는 자본에 대한 과장에도 불구하고 따지고 보면 국제 자본은 생산과 무역을 산업 선진국들에 집중하고 있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아시아의 일부만이 세계적 자본 순환에 체계적으로 통합했다.”(McNally 1998)

맥낼리의 ‘공간적 재조직화’ 개념은 데이비드 하비의 ‘시공간적 조정’(temporal-spatial fix) 개념에서 차용한 것이다. 하비는 이윤율 저하 경향과 금융 공황에 이어 자본이 지니는 세 번째 한계로서 자본축적의 공간성 문제를 제기한다. 즉, 자본주의가 지리적 팽창과 지리적 불균등 발전을 통해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을 일시적으로 완화하지만, 또한 이 모순을 세계적 무대에서 새로운 형태로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회전기간의 증대가 ‘시간에 의한 공간의 소멸’이라고 지적했다. 하비는 그것이 시간적·공간적 조건을 대체하거나 변형시킴으로써 자본 순환을 순조롭게 하지만 또한 물리적·사회적 하부시설들에 또 다른 모순을 낳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신용체계는 매우 상이한 시간적 과정들 간에 장거리 송금과 대체들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대체는 또한 적절한 종류의 노동력과 원료 그리고 교환 부품을 발견할 가능성을 높여 주는 집중을 촉진한다. 즉, 신용체계는 분산을 가능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집중을 초래하기도 하면서 이 두 경향 사이의 긴장을 낳는다(하비 1995, 519). 이처럼 하비는 자본의 세계적 순환 과정에서 국가의 정책, 생산의 입지 조건, 공간적 이동의 조건, 국제 금융제도, 노동력의 국제적 이동 등을 중요하게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맥낼리는 하비의 ‘시공간적 조정’ 개념을 차용하되 그 풍부한 내용을 모두 내던져버리고 오로지 저임금이라는 요소만 앙상하게 강조하고 있다. 유행을 좇지만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맥낼리의 피상성이 다시 한번 드러나는 대목이다.

맥낼리는 선진 자본주의 경제들의 구조적 변화와 제3세계 일부 나라들(동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이 세계적 생산고리에 포함되는 과정을 저임금 요소만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특히 1980년대에 동아시아로 유입된 해외직접투자가 특별히 변하지 않았고, 다른 주요 OECD 국가에 대한 투자보다 낮은 수준이었음을(추나라 2009, 27-8) 잘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통계 자료를 완전히 잘못 해석하는 오류를 저지르기도 한다. 중국으로 유입되는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서술이 대표적 사례이다. 맥낼리는 “2002년, 중국은 세계 최대의 해외직접투자 유치국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2001~02년의 경기 침체 탓에 미국으로 유입된 해외직접투자가 폭락한 결과였고, 2002년에만 나타난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2004년에는 대미 해외직접투자가 9백59억 달러에 이르러 대중국 해외직접투자(6백6억 달러)를 크게 앞질렀다. 2010년에도 대미 해외직접투자(2천2백80억 달러)는 대중국 해외직접투자의 두 배 이상이었다(추나라 2012, 106; Choonara 2012).

그림2. 1991~2007년 해외직접투자의 연간 흐름(10억 달러). 맥낼리는 해외직접투자 흐름의 전체 흐름을 무시하고 특정 시점의 수치만 콕 찍어 현실을 과장한다.  출처: Choonara 2012.

동아시아 경제 성장에서 중국은 이례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맥낼리는 북반구의 제조업 쇠퇴는 거의 모두 중국의 부상 때문이며, 2002년 중국 제조업 노동자 규모가 G7 국가들 제조업 노동자 규모의 갑절에 이른다는 점으로 볼 때 중국이 세계 제조업의 중심지로 부상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의 산출량은 선진국 전체의 5분의 1도 안 되며, 수출은 10분의 1 정도다. 다시 말해, ‘중국 효과’를 과장하면 안 된다. 그런데 맥낼리는 중국의 부상이 1997년의 동아시아 경제 위기를 초래했다고까지 주장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위기를 초래하는 원인이 무엇이냐는 쟁점으로 옮겨 가야만 한다.

과잉생산 ─ 위기의 징후

맥낼리는 1997년 동아시아 위기가 중국의 저임금과 앞뒤 가리지 않는 급속한 자본축적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맥낼리 2011, 98). 중국의 소비재 생산이 증대해 전 세계적 상품 가격 하락을 초래했고, 이 때문에 전 세계 제조업자들이 이윤율 하락 상황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1985~95년 중국의 대외무역이 늘긴 했지만, 오늘날 ‘중국 가격’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중국이 저가의 노동집약적 경공업 제품 수출을 크게 늘린 것은 1995년 이후, 특히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의 일이다. 1996~2001년에는 중국의 무역 성장세가 오히려 둔화됐다. 동아시아 경제 위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1994~97년 위안화의 실질가치가 30퍼센트가량 상승하고, 중국 당국이 여전히 무역과 자본계정을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부터 해외무역이 연간 20퍼센트 이상 급성장했다.

그 때문에 1997년의 동아시아 위기를 중국의 저가 제품 범람으로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실제로 맥낼리 자신도 1997년 동아시아 위기를 다룰 때 D램 가격 폭락으로 인한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의 부도 위기와 태국으로 유입된 일본의 투자 등을 예로 들었다.

맥낼리는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을 자본의 과잉 축적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1997년 태국, 말레이시아,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여러 동아시아 국가 경제가 대규모 경기 위축 상태에 빠졌을 때, 이 위기의 핵심 원인은 사실 자본의 과잉축적이었다.”(맥낼리 2011, 99) 그러나 맥낼리처럼 과잉축적과 과잉생산을 위기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표피적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윤율이 높다면 자본가는 투자를 늘릴 것이고, 이를 통해 생산물은 소비될 것이다. 반대로 이윤율이 낮다면 자본가가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므로 사회적으로 자본이 남아도는 과잉생산이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과잉생산은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위기가 표현되는 현상이다.

맥낼리는 2008년 경제 위기를 설명할 때도 과잉축적과 과잉투자를 지적한다. 동시에, 이번 위기가 심각해지게 된 두 요인으로, 그는 이전 활황기 동안 금융부문이 무분별하게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것, 그리고 이것이 은행이나 신용 체계 전체를 취약하게 만든 것을 지목한다(맥낼리 2011, 130).

맥낼리는 1971년 미국 정부가 취한 금 태환성 중단과 이로 인한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 그리고 변동환율제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졌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때부터 ‘금융화’의 구조적 토대가 구축됐다고 본다. 또한 변동환율제로 인한 외환 투기의 증대 외에 주택모기지증권의 금융화 등도 지적한다. 맥낼리 외에도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신기술에 의한 복잡한 은행 거래의 단순화, 자본주의의 세계적 확장과 함께 국제적 자본 흐름의 유동성을 높여 주는 정교한 금융시장에 대한 필요성 증대, 금융 산업을 키우겠다는 지배자들의 의식적인 정치적 결단 등을 금융화 추세 가속 요인으로 지적한다(추나라 2012, 120).

그러나 맥낼리가 도통 설명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금융화를 부추긴 근본 원인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투자수익률, 즉 실물경제의 이윤율이 매우 낮아 자본들이 금융시장으로 몰려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맥낼리에게는 이런 설명을 기대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1982~2007년 세계경제가 이윤율이 상승하는 신자유주의적 팽창기에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08년 위기에 대한 맥낼리의 설명은 서로 연관이 없는 이중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생산수단의 과잉 축적도 이미 위기를 내포하고 있는데, 이제 이러한 가공자본까지 엄청 과잉 축적되면 위기 상황은 더욱 증폭된다.”(맥낼리 2011, 133) 하지만 미국의 총 이윤에서 금융 이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07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그렇다면, 금융 이윤이 높은 상황이 지속되다가 갑작스럽게 가공자본의 과잉축적이 나타났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텐데, 안타깝게도 맥낼리는 가공자본이 어떻게 붕괴하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하면서도 정작 왜 2008년에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신자유주의 시기를 경기가 팽창하는 시기로 잘못 보고, 경제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이윤율 하락이 아닌 과잉생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참고 문헌

맥낼리, 데이비드. 2011. 《글로벌 슬럼프》. 그린비.

추나라, 조셉. 2009.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현 위기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마르크스21》 4호(2009년 겨울).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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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www.mtholyoke.edu/~fmoseley/working%20papers/PWCRISIS.pdf

입력 2016-06-0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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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양적완화’, 어떤 형태이든 반대해야 한다

이정구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소속 연구원)

한국 경제가 급속히 둔화하고 조선과 해운산업의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한국판 양적완화’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강봉균이 ‘한국판 양적완화’를 처음 제안했는데, 그 내용은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채권을 매입해서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주택담보부증권(MBS)도 매입해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낮춰 가계 부채 부담을 완화하자는 것이었다.

총선 뒤 ‘한국판 양적완화’는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부실을 메워 주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에 의해 다시 제안됐다. 지난 6월 8일 기획재정부, 금융위 등이 조선업과 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 방식이 구체화됐다. 한국은행이 직접 산업은행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은행과 정부가 각각 11조 원과 1조 원을 출자해 특수목적법인(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을 만들고 이 특수목적법인이 산업은행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특수목적법인이 중간에 삽입되긴 했지만 앞에서 강봉균이 말한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한국판 양적완화’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양적완화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논란이 생겨났다. 경제 전반에 효과를 발휘하는 선진국의 양적완화와 달리, 조선·해운 구조조정처럼 일부 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을 두고 양적완화라 부를 수 없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래서 일부 경제학자들은 ‘한국판 양적완화’가 아니라 ‘한국은행 특별융자’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타당한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 지적은 ‘한국판 양적완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에는 답하지 않는다.

기업과 채권단 퍼주기가 아니라 노동자 살리기가 필요하다 6월 8일 국회 앞에서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이 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다른 한편, 양적완화를 요구해 온 정부의 압박으로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1.5퍼센트에서 1.25퍼센트로 낮췄다. 그러나 이윤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금리를 약간 낮추더라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게다가 금리 인하는 경기 부양 효과도 내지 못한 채(유동성 함정) 다른 부작용, 즉 가계 부채 상승과 자산 거품 확대, 외국 자금 유출과 환율 급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이나 일본 또는 유로존 국가들처럼 서방의 기축통화국만이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비판도 존재한다.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양적완화로 구제하는 것이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파산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자들도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실제로 위기에 처하면 국가가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인정해 왔다. 2008년 미국 금융 위기 때, 이전까지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 추진해 온 부시 정부가 대대적인 금융·기업 살리기에 나선 것을 보라. 오늘날 자본주의에서는 자본의 규모가 커져서 대기업을 파산하도록 내버려 두면 국민국가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너무 크다. 그래서 신자유주의자들도 경쟁력이 떨어진 대기업에 지원하라고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내핍을 강요하는 데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부도 직전인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할 때 이런 무기를 내밀곤 했다.

중앙은행이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의 논리대로라면, 자본주의 경제가 자기조절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중앙은행은 경제성장률에 비춰 필요한 통화를 공급해 주는 구실만 해야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거나 통화량을 늘리는 정책은 경제에 부작용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적절한 통화를 공급해 주면 경제가 원만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통화주의적 주장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올바름이 입증되지 못했다. 또한 중앙은행은 근대 국민국가가 통제하는 지리적 영역 내에서 통화를 관리하고 조율하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그 탄생부터 지금까지 국가로부터 독립성을 누린 적이 없다.

재벌 살리기

그럼에도 사회주의자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지지할 수 없다. 특히, 미래의 노동자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고, 현재의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강요하고, 재벌과 채권단에게는 손실을 벌충해 주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구제금융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대부분은 부실 기업주들의 책임을 묻지 않은 채 기업 부실만 털어줬고, 그 때문에 재벌만 이득을 봤다.

조선·해운업 지원뿐 아니라 부도 위험에 처해 있는 금호아시아나, 웅진, 동양, 한진, 동부 같은 재벌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판 양적완화’가 실시된다면 결국 재벌 오너들이나 채권단이 수혜자가 될 것이고, 노동자들은 고통만 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STX조선은 4조 5천억 원을 지원받았지만, 그중 3조 7천억 원이 채무·이자 상환으로 채권단 손에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2013년과 2015년에 STX조선은 대규모로 인력을 감축해 정규직 인력의 무려 42퍼센트를 줄였다.

최근에도 박근혜는 노동개혁을 외치며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받아들이기를 강요하고 있고, 조선업 채권단들은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과 해고를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어떤 형태이든 양적완화가 경기회복에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본지 174호 기사 ‘한국판 양적완화 ─ 세계적으로 이미 실패한 정책’을 참조하시오.)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판 양적완화’가 아니라 부실 기업들을 국가가 인수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입력 2016-06-15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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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 성명 - 증보판] 영국 국민투표 결과 : 브렉시트

브렉시트는 영국 노동계급과 세계 노동계급의 일보 전진이다

영국에서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놓고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다수가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했다. 이번 결과는 영국과 세계의 노동계급에 일보 전진이다. 무엇보다 유럽 전역에서 긴축 강요에 맞서 유럽연합 자체에 도전하는 좌파와 노동자들이 결코 고립돼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줬다.

지난해 그리스인들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의 긴축안을 압도적으로 부결시켰을 때, 각국의 지배계급들은 유럽연합 거부 정서가 그리스 같은 ‘주변국’에서나 이례적으로 벌어지는 일로 치부했다. 그러나 겨우 1년이 지난 지금, 자타가 공인하는 ‘중심부’ 국가 영국에서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유럽연합의 ‘권위’는 이제 더 많은 나라에서 도전받을 것이다.

△영국 지배자들의 정치 위기가 시작되다 사퇴 의사를 밝히는 보수당 총리 캐머런.

그동안 유럽연합은 그리스 등 남유럽에서 채권자로서 직접 긴축을 강요해 왔을 뿐 아니라, 회원국들의 재정 지출을 제한하는 규정으로 영국 같은 나라에도 긴축을 강요했다. 긴축이 낳은 실업과 복지 삭감, 해고로 고통받은 노동자들이 유럽연합 탈퇴에 표를 던진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유럽연합 때문에 고통받아 온 것은 단지 유럽의 노동자·서민만이 아니다. 유럽연합은 난민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그리스·헝가리·이탈리아에서 난민을 수용소에 가뒀고 터키에 막대한 돈을 쥐어 주며 난민 단속을 맡겼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난민들이 몰래 국경을 넘다 지중해에서 익사하거나 환기가 안 되는 냉동차에서 질식사하는 일들이 속출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이 ‘이주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오랜 착각은 그 실체가 드러났고, 오히려 ‘유럽연합 탈퇴’가 국제주의적 요구였다.

주류 언론들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마치 세대간 표 대결인 양 떠들었다. 젊은층은 유럽연합을 좋아하는 반면 50대 이상의 중년층은 보수적이므로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업과 긴축으로 큰 고통을 겪는 청년층이 유럽연합을 여전히 반길 것이라는 것은 지배자들의 바램에 불과했다. 실제 투표 결과를 보면, 노동빈곤층이 많은 도시에서 탈퇴 표가 특히 많이 나왔고, 그 중에는 전통적으로 노동당을 지지해온 곳들도 많이 포함돼 있었다.

투표 결과를 극우의 성과로 돌릴 게 뻔한 중도 세력들

그동안 우파들 사이의 논쟁에 좌파가 끼여들 여지가 없다며 관조적으로 논평만 하던 사람들의 일부는 이번 결과가 극우의 선동이 먹힌 결과로 일축할 것이다. 이런 입장은 인종차별을 부추겨 온 당사자, 즉 권세 있는 자들과 주류 언론이 유럽연합 잔류를 강요하며 내뱉은 거짓말을 사실상 자기 입으로 되풀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극우정당 영국독립당(UKIP)이 이번 선거의 승리자인 양 행세하는 것을 도울 뿐이다.

그러나 영국독립당(UKIP)이 최근 총선에서 얻은 표는 3백80만여 표였지만 이번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에 표를 던진 사람은 1천7백만 명에 달했다. 영국 노동자·서민을 싸잡아 우매하게 여기는 엘리트주의가 아닌 이상,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극우정당을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유럽연합 탈퇴를 바랐다고 봐야 옳은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영국 국민이 인종차별적 우익의 선동에 넘어갔다는 분석을 거부해야 한다. 오히려 “노동계급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소로 몰려가 기존 정치 질서에 크게 한 방을 먹였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우려가 참말이라고 봐야 한다. 그 근저에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위기 때문에 유럽연합이 신자유주의적이고 제국주의적인 기구임이 더는 가리기 어렵게 된 점이 있다.

△유럽연합은 난민을 막으려 국경 통제를 강화해 왔다. 그리스의 난민들. ⓒ가이 스몰만

바로 이처럼 유럽연합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에 인종차별적 우익들이 거기에 편승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이 점에서 영국에서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등 혁명적 좌파들이 ‘좌파적 유럽연합 탈퇴’라는 문구를 기치로 내놓은 것은 지혜로웠고, 또 향후 벌어질 정치 투쟁의 중요한 발판을 만든 것이다.

유럽연합 잔류를 주장한 노동자의 상당수도 노동권을 지키고, 무슬림·이주민을 향한 인종차별에 반대하려는 취지에서 그랬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과, 유럽연합 탈퇴에 표를 던진 노동자들은 결코 서로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단결을 통해 더 강력해질 수 있다. 이런 단결을 이뤄내어, 이윤에 눈멀고 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기만 하는 지배자들을 더욱 물러서게 만들 과제가 이제 좌파 앞에 놓여 있다. 이 길에 한국 노동계급과 사회주의자들도 함께해야 할 것이다.

6월 24일

노동자연대

입력 2016-06-2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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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과 가난에 내몰리는 청년들

청년실업의 원인과 대안

박한솔(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청년들의 삶이 참 고달프다. 청년층의 빈곤율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청년과 노년층이 많이 포함된 ‘1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47.5퍼센트에 달한다. 또 수많은 대학생들이 치솟은 등록금과 학자금 대출에 짓눌려 있다. 대학생들은 평균 1천4백여만 원이나 되는 빚을 떠안고 졸업한다. 절반 이상이 이 빚을 갚지 못해 연체한다. 그런데도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빚이 있어야 파이팅”한다는 미친 소리를 했다.  

이렇게 청년들을 ‘N포 세대’로 만드는 가장 핵심적 원인은 높은 청년실업률이다.

정부가 가장 최근 발표한 청년실업률은 10.3퍼센트다. 1999년 이후 동월 대비 최고치다. 그러나 이마저도 청년실업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구직포기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정부의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또 ‘1주일에 1시간 이상’만 일해도 취업자로 분류된다. 이런 처지의 사람들을 잠재적 실업자로 보고 계산하면 청년실업률이 20퍼센트 이상이라는 통계가 많다. 청년들에 관한 흥미로운 통계는 또 있다. 저출산으로 청년 인구가 줄었는데도, 청년 취업자는 훨씬 더 줄었다는 것이다. 2004∼14년 청년 인구는 6.3퍼센트 감소한 반면, 청년 취업자는 15.5퍼센트 감소했다.

△심각한 실업난과 불안정한 고용 처지는 청년들을 공무원시험으로 내몰고 있다. ⓒ이미진

‘청년’실업이 유독 심한 이유

《20대 공부에 미쳐라》, 《열정에 기름 붓기》 등 청년을 ‘위한’ 자기계발서들의 제목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보통은 청년실업을 청년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청년실업은 청년들이 공부에 덜 미치거나 열정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청년실업은 경제 위기 자체와 기업들이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 낳은 문제이다. 경제 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투자를 줄여 왔다. 그에 따라 2015년 대기업 절반 이상이 신규채용을 하지 않았다. 올해 30대 그룹의 신규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도 4.4퍼센트 감소했다. 이처럼 기업들은 신규채용은 가급적 하지 않고 기존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노동생산성을 높이려(즉, 더 혹사시키려) 하면서 청년실업을 심화시키고 있다.  

기업들의 이런 대응 방식은 양질의 일자리를 상대적으로 줄여 청년실업을 더 악화시킨다. 청년들이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대체로 비정규?저임금 일자리여서 청년들은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첫 취업까지 소요 기간’이 1년으로 늘어났다. 그나마도 청년들은 첫 직장에 안착하기보다는 이직을 많이 해서 ‘첫 취업 후 평균 근속기간’은 점차 짧아지고 있다(현재 15개월). 열악한 일자리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 말.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고 일도 하지 않거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젊은층.

청년실업의 심각성은 이른바 또 ‘니트족’(NEET)*의 증가 현상으로도 관련 있다. 한국의 니트족은 18퍼센트로 OECD평균보다 높다. 니트족 중에서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비구직 니트’가 70퍼센트를 차지한다. 지배계급에게는 니트족 증가 추세가 골칫거리다. 가뜩이나 저출산·고령화로 미래 노동인력 수급이 걱정되는 판국인데, 니트족 증가로 현재 고용된 숙련 노동자들의 은퇴 후 숙련 노동자 확보가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취업이 늦어져서 숙련도 향상 속도도 그만큼 늦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지배계급은 청년들이 “유휴 인력”으로 남아 있지 말고, 웬만한 일자리에 적당히 만족하기를 바란다.

이를 반영한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보고서들은 청년들의 ‘유보임금’(취직할 때 원하는 최소 임금) 수준이 높다며 눈높이를 낮추라고 종용한다. 또다시 청년들 개인이 문제라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여섯 번의 고용대책: 본질은 청년의 눈높이 낮추기와 노동개악

박근혜 정부는 바로 그런 관점에서 청년 고용 대책을 총 여섯 번 발표했다. 그러나 전체로 보아 개선 효과는 미미했다. 물론 2014년 이후 청년 고용률이 약간 오르긴 했다. 그러나 이는 주로 20대 초반 청년들의 취업이 증가한 덕분이다. 그런데 대부분 학교를 다니면서 하는 아르바이트 등 대학교 이상의 교육 수준을 요구하지 않는 불안정 일자리였다. 본격적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20대 후반 청년의 취업은 여전히 감소 추세다.

정부가 내놓은 여섯 차례 ‘대책’을 관통하는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첫째,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둘째, 기존에 고용된 노동자와 청년을 이간질해서 노동개악을 추진하고 노동조건을 전반적으로 하락시키는 것이다.

지배계급은 ‘과도한’ 대학진학률 탓에 청년들이 눈만 높아져 취업을 늦춘다고 본다. 그래서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이 ‘부실’ 대학들을 정리하는 구조조정, 일찍부터 대학교에 진학할 ‘헛된’ 꿈을 접고 취업 준비를 하라는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증설 등이다. 또, 일·학습 병행제’, ’기업 맞춤형 교육’ 등의 이름으로 대학 교육 내용도 취업에 좀더 직결되도록 바꾸려 한다. 바로 박근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과 직결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대졸 초임 수준을 낮추고, 청년들을 열악한 일자리로 유도하려 한다. 아쉽게도 진보?좌파 진영에서도 대학진학률이 너무 높다는 시각을 받아들인다. 물론 정부 정책을 반대하면서도 말이다. 그런데 그런 시각을 공유하면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등을 일관되게 반대하기 어려워진다.

청년들은 더 낮출 눈높이가 없다. 청년들이 취직하면 받기 바라는 월급은 평균 2백12만 원이다. 민주노총이 발표한 2인 가구 생계비 2백20만 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하에서 교육이 아무리 뒤틀리더라도, 교육은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누구나 마땅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눈높이 낮추기에는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하는 맥락도 있다. 지배계급은 저출산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 이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와 잠재성장률 하락을 우려해 왔다. 그들이 보기에 출산율 감소의 핵심적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결혼을 늦게 하는 것이다. 한국의 초혼 연령이 30세가 넘었다. 아이를 2명 낳으려면 초혼 연령이 앞당겨져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취업의 지연을 결혼 지연의 이유로 보기 때문에, 정부의 고용대책은 “노동시장의 조기 진입”을 강조한다.

대졸 초임 수준을 낮추는 것은 임금체계 개악 등 노동개악과도 연결된다. 정부는 장기화하는 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전체 노동계급의 임금을 떨어뜨리려 한다.

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정부는 기존에 고용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꿰차고 있어 청년을 위한 고용 창출이 어렵다고 호도한다. 노동계급과 청년을 이간질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 마련한다는 재원이 청년 고용을 늘리는 데 쓰일 리는 거의 없다. 지난해 정부는 “아들, 딸들의 미래” 운운하며 공공부문에서 임금피크제를 강행했지만, 올해 공공부문 신규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퍼센트나 줄었다.

국가가 책임져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의 무려 60퍼센트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족’이다. 그중 대부분은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9급 공무원의 임금이 매우 낮고, 지난해 공무원연금이 삭감된 것을 고려하면, 이 현상은 청년들이 무엇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국가가 책임지고 공공부문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해야 한다. 국가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고 또 그럴 능력도 있다. 필요한 재원은 자본가들에게 과세해 마련하면 된다.

국가가 노동개악을 주도하는 것을 보면 역으로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부터 공격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가 상당한 규모의 공공부문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 정부는 노동개악을 민간부문으로까지 확산하려 한다. 공공부문의 노동조건이 전체 노동조건의 기준 구실을 하기 때문에, 기준 자체를 떨어뜨리려는 것이다. 정부는 청년실업의 책임을 고령 노동자에게 떠넘기기에 혈안이 돼 있지만 위선적이게도 공공기관 열 곳 중 세 곳이 청년고용의무를 어기고 있는 것에는 손 놓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공공부문을 먼저 공격하며 전체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려는 것에 맞서야 한다. 오히려 공공부문에서부터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민간부문에도 강제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한국은 공공서비스가 열악한 편인데, 공공부문 인력을 대폭 충원하면 공공서비스를 확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국가가 책임지고 임금과 노동조건의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단행해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 법정 초과한도를 넘어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5명 중 1명 꼴이다. 근로기준법만 준수해도 일자리 62만 개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참고 하는 것은 임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서이므로, 노동시간 단축이 임금과 노동조건 후퇴를 동반하지 않아야 한다. 임금이 삭감되면 기존 노동자들이 또다시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될 것이고 그리 되면 신규채용의 필요가 적어진다. 노동조건도 마찬가지다. 노동강도가 강화되면, 노동시간을 줄여도 신규채용 없이 기존 인력으로 공장이나 사무실을 돌리면 그만이다.

국가가 책임지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청년과 노동자들의 단결 투쟁이 강화돼야 한다.

자본주의에서 실업률이 높아지는 근본적인 이유

더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에서 실업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업률의 오르내림은 호황과 불황을 오고 가는 경기순환에 1차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경제 위기가 심화할수록 실업은 더 악화된다.

그런데 자본주의에서 실업은 단지 경기 상황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더 큰 추세도 있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일자리는 비교적 적게 생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생기는 실업자 등을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상대적 과잉인구’라고 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에게서 추출한 이윤으로 생산수단을 계속 확대시키려 한다. 이를 자본의 축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본가들끼리의 경쟁은 끊임없이 "축적을 위한 축적"을 낳는다. 마르크스는 자본 축적 과정에서 일정한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경쟁에 내몰린 자본가들이 노동자를 더 고용하는 것보다는 기계, 원자재 등 생산수단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한다. 그렇게 노동에 비해 자본의 투자 비율이 높아지면, 노동생산성이 향상돼 같은 값의 투자를 하고도 더 적은 노동자로 같은 양의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노동자들 일부가 생산과정에서 축출된다.

상대적 과잉인구의 존재는 대개 기존 노동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노동자들이 ‘초과노동’을 거부하면 사용자들은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겠다고 협박한다. 동시에, 기존 노동자들의 ‘초과노동’은 상대적 과잉인구를 늘린다. 기존 노동자들이 일을 많이 할수록 새로운 고용을 할 필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자본은 단지 노동 수요자인 것만이 아니며, 노동의 수요와 공급 양면을 조작할 수 있다”고 했다. 자본가들은 노동의 수요자이지만, 일자리에서 노동자들을 밀어내면서 스스로 공급을 창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본주의에서 실업은 붙박이장 같은 것이다. 실업이 자본주의의 작동원리 자체에서 비롯했다는 사실은 자본 축적 논리에 도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실업 해결책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마르크스는 “자본가들이 노동 공급을 마음대로 조작하려는 것을 막아야만 겨우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시장 수요 공급의 압력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가장 효과적인 압력은 “취업자와 실업자 간의 계획적 협력”이 형성될 때이다. 그래서 지배자들이 청년과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며, 조직 노동운동을 고립시키려 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 노동계급 전체에 이로운 방식으로 일자리가 창출되려면 단결이 중요하다. 노동개악이 진정으로 노리는 바는 노동조건의 전반적 하락이다. 청년들이 일하게 될 노동조건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서 기존 노동자들과 청년들이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좌파 일각에서 대기업·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한다거나(사회연대전략), 조직 노동계급과 청년들의 연대를 “청년을 조직 노동운동의 지지대오로”만 만드는 것이라며 기피하는 것은 정부의 이간질에 말려드는 것일 뿐이다. 청년도 분명히 운동의 주체이지만, 자본가들에 맞서야 한다는 전략 차원에서 노동운동과의 연대가 중요하다. 자본주의에서 실업이 생기는 메커니즘에 비춰 보면,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온 노동자들의 오랜 요구가 신규채용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자본 축적 그 자체가 실업을 만든다. 그러므로 실업을 해결하려면 반자본주의적 전망을 가져야 한다. 누군가는 과로사하고, 누군가는 일자리가 없어 목숨을 끊는 체제는 비합리적이다. 변혁적 전망 하에 국가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면서 청년과 노동계급의 단결을 추구해야 한다.

 

입력 2016-07-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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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구조조정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라

박설

대우조선 분식회계와 구조조정 자금 지원 문제를 두고 속속 비리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관련자들이 줄줄이 체포됐고 정부는 이를 빌미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야당들은 청와대가 주도한 서별관 회의(비공개 경제금융점검회의)가 문제라며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회계분식’은 기업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려 내놓은 회계조작 사기행각을 말한다. 박근혜는 적어도 지난해 10월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는 당시에는 이 사실을 꼭꼭 숨겼다. 이듬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새누리당 인사들이 줄줄이 낙하산으로 내려가 경영하던 회사의 불법적 사기행각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 회의에 참석했거나 사실을 알고 있던 정부·금융권 인사들은 분식회계를 하는 기업들이 한둘이 아닌 터라 대우조선 건을 눈 감는 게 어렵지도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경제개혁연구소는 재무제표상 “분식회계 징후”를 보이는 상장기업이 대우조선만이 아니라고 폭로했다. 특히 공사기간이 수년에 이르는 조선·건설업 등 수주산업은 산업의 특성상 분식회계가 손쉽다. 경기가 잘 나갈 때는 이것이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고 부실 규모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바로 어제까지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던 ‘우량’기업이 갑작스럽게 엄청난 적자를 가진 부실기업으로 추락했다.

7월 15일 거제에서 열린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연대 집회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첫 연대집회. ⓒ사진 김지태

대우조선은 2015년 5월 사장이 바뀌자마자 갑자기 적자 폭이 3조 원을 넘어섰다. 현대중공업도 2014년 9월 새 사장 취임 직전에 대규모 적자를 발표했는데, 지난 2년간 그 규모는 4조 8천억 원이나 됐다. 자신의 실적 쌓기가 중요한 신임 사장들은 전 사장들이 만든 부실의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봐 이 문제를 털고 가고 싶었던 것이다.

구명 보트

박근혜 정부는 분식회계를 은폐한 채 지난해 대우조선에 4조 5천억 원을 지원하고, 올해 추가로 대규모 구조조정 자금 확보에 나섰다. 이는 지배자들이 그토록 신봉하는 ‘시장 논리’와는 사뭇 다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에서 도태될 기업은 그렇게 되도록 놔두는 게 시장 논리다.

그러나 자본과 국가의 구조적 의존성에 대해 조금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박근혜 정부의 조처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특히 오늘날 자본의 규모가 비대해지고 기업 간, 산업 간 연계가 그물망처럼 얽히고설켜 있는 상황에서 어떤 정부도 대자본의 파산을 손놓고 구경할 수는 없다. 한 기업이나 산업의 도산이 전체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경제 공황 이후로 세계의 주요 정부들이 부실기업을 구제하기 위한 ‘구명 보트’ 노릇을 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모든 기업주들의 부실과 비리를 감싸 주고 제 살길을 찾을 수 있도록 보듬어 안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가 굴러가는 원동력인 끊임없는 이윤 경쟁 때문에 기업주들은 각자 자기 살길을 찾으려고 정관계 로비에 힘을 쏟는다. 이 속에서 경쟁력이 약한 (중소조선소 같은) 기업들은 위기가 닥쳐도 정부가 제공하는 ‘구명 보트’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대자본이라 해도 일부는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버림을 받기도 한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돌연 그동안 묵혀 뒀던 대우조선 분식회계 카드를 꺼내들며 대대적인 검찰 수사에 착수한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정부는 총선 직후 조선·해양업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방침을 천명하면서 공격을 시작했다. 대우조선에 대한 검찰 조사에 착수하고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밝혀 내겠다고 했다. 동시에 정부는 국내 5위의 재벌인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고, 지난 7일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영자를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박근혜나 검찰이 갑작스럽게 정의의 사도가 돼서도 아니고, 재벌 총수 때리기에 흥미가 생겨서도 아니다. 이 기업들은 모두 이명박의 “전리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명박과 그의 측근들이 막대한 돈을 받아 챙기고 뒤를 봐주던 곳들이다. 대우조선에는 이명박의 최측근들이 줄줄이 주요 요직에 앉았고, 전 사장들은 이명박 부인 김윤옥을 비롯해 당시 정권 실세들에게 뇌물을 갖다 바친 의혹이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롯데그룹도 이명박 정권 내내 밀월관계가 지속된 대표적 기업의 하나다.

갈등

박근혜가 이명박을 타깃 삼아 칼을 빼든 것은 노동계급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명분 만들기이자 총선 패배 이후 첨예해진 정부·여당 내 계파 갈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최근 비박계의 대표주자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무성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고 “[대통령에게] 그동안 참고 참았다”고 발언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집권당의 내홍이 더 커지고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이런 점들이 뜻하는 바는, 조선업 부실·부패에서 노동자들이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는 정부와 사용자들의 비리와 부패, 정치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이 깊이 새겨져 있다.

더구나 정부와 사용자들은 맹목적인 이윤 추구 속에서 위기의 씨앗을 키워 왔다. 한국의 조선업은 40여 년 전부터 정부의 강력한 지원 속에서 성장해 왔는데, 그 이점을 발판으로 세계 1위에 올랐지만 바로 그 이유로 비효율성이 극대화되면서 수익도 압박을 받았다. 조선업 위기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한 투자가 대표적 사례다. 2012년 정부는 해양플랜트 산업 육성 정책을 적극 펼치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고, 사용자들은 너도나도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달려들었다. 그러나 몇 해 지나지 않아 성장의 원천이었던 그 투자가 수익성을 크게 잠식시킨 요인으로 바뀌었다. 미친 듯한 수주 경쟁 속에 약간의 손실은 별것 아닌 양 치부됐고, 유가가 떨어져도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일단 저가로라도 수주를 따내는 게 중요해졌다. 이런 과정에서 낭비와 비효율이 곳곳에 박혔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몫으로 돌려지고 있다. 정부·여당과 사용자들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목에 칼을 대기도 하지만,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데서는 한통속이다. 수주가 줄고 수익성이 하락하는 상황,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는 상황 등을 종합해 볼 때 정부와 사용자들은 단호하게 공격을 밀어붙일 태세다.

따라서 조선업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저지를 내걸고 파업에 나서는 것은 완전히 올바르다. 박근혜 정부는 친이계를 겨냥해 대우조선 분식회계 문제를 터뜨렸지만, 서별관 회의에서 그 사실을 알고도 덮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곤혹스런 상황에 놓였다. 노동자들이 ‘위기에 책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단호하게 싸운다면 저들의 공세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입력 2016-07-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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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과 부동산 시장 부양으로 고통을 전가하지 말라

강동훈

정부는 8월 25일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내놨다.

OECD 조사를 보면, 우리 나라의 ‘가처분소득(전체 소득에서 세금·연금 등으로 떼가는 돈을 뺀 실제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4년 말 현재 1백64퍼센트로, OECD 23개국 평균(1백30.5퍼센트)보다 30퍼센트포인트 이상 높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19.9퍼센트포인트가 상승한 것인데, OECD 23개국이 평균 1.6퍼센트포인트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12배가 넘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봐도 한국은 2015년 기준 88.4퍼센트로, 미국(79.2퍼센트), 독일(53.6퍼센트), 일본(65.9퍼센트) 등보다 높은 편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치솟은 집값을 유지하려고 주택 공급 축소 정책을 내놨다. ⓒ사진 임수현

박근혜 정부 들어 가계부채는 가파르게 증가해 왔다. 2012년 말 9백63조 8천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1천2백57조 3천억 원으로, 3년반 만에 2백93조 5천억 원 늘었다. 노무현 정부 5년간 2백2조 원, 이명박 정부 5년간 2백92조 원 증가한 데 비해 증가 폭이 훨씬 큰 것이다.

이는 2014년 당시 경제부총리 최경환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한 것과 관련이 있다. 2014년과 2015년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6.5퍼센트와 11.2퍼센트로, 2013년의 5.8퍼센트보다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2016년 들어서도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를 보면, 올 상반기에만 54조 2천억 원이 늘어났다. 상반기 증가 폭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은 23조 6천억 원이나 된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이렇게 증가한 것은 ‘집단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집단대출은 개별 심사 없이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빌려주는 대출로 실제로는 곧장 건설회사들에 지급된다. 집단대출은 올 상반기에만 11조 9천억 원이나 증가했다.

가계부채 급증을 막으려면 이런 집단대출을 통제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분양권 전매 제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으로 대출 자체를 억제하지는 않고, 공공택지 공급 축소, 아파트 신규 분양 억제 등 주택 공급 축소 정책을 내놨다. 택지 공급이 줄어들면 아파트 신규 분양이 줄어들고, 그만큼 집단대출이 감소한다는 논리인 것이다.

그러나 대출 조건은 유지한 채 주택 공급을 줄인다는 것은 이미 올라 버린 분양 가격은 유지해 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8·25대책으로 기존 주택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분양 물량은 예년 평균(27만 가구)의 갑절에 육박하는 52만 5천 가구였다. 국토부는 올해 분양 물량이 지난해보다 25∼30퍼센트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러나 올해 1~7월 분양 물량은 24만 2천 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겨우 3.9퍼센트 줄었다. 주택 인허가 물량은 올해 7월까지 41만 가구가 넘어, 지난해보다 오히려 8.8퍼센트 많았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으로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분양이 감소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주택 준공까지 2년 남짓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부터 막대한 입주 물량이 나오면서 집값이 하락하고 미분양이 급증할 위험이 커졌다. 실제로 7월까지 미분양은 6만 3천1백27호로 집계돼, 2013년 11월(6만 3천7백9호)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래서 이번 대책은 가계부채 축소 대책이라기보다 부동산 가격 유지 정책이자 금융기관이 돈을 떼이지 않게 하는 방안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노동자들과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이 높은 집값으로 고통받고 있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금융기관 전체에 타격을 줄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

정부가 집값 하락과 가계부채 악화, 금융기관 부실화를 걱정하는 것은 단지 주택 공급이 급증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더 강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 시스템 전반에 충격을 줄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신흥국 투자자금이 미국 등지로 유출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 충격에서 우리 경제도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이 지난해 12월, 9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자 국내 금융시장에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9개월 연속 2백66억 달러(약 30조 원)가 유출된 바 있다. 이처럼 자금이 유출되면 한국도 저금리를 마냥 유지할 수 없다. 게다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여타 신흥국 경제 불안이 가중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감소하고 있는 수출이 더욱 감소할 수 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는 경제 불안정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사진 이윤선

박근혜 정부가 한국의 부채 위험성을 크게 본다는 점은 최근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서도 드러난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추경 11조 원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추경안을 보면 추경을 위한 국채 발행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지난해 예산에서 남은 1.2조 원과 올해 예산안보다 많이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 9.8조 원을 추경 재원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추경은 더 걷은 만큼 더 쓰겠다는 수준이어서 전혀 확장적 재정정책이 아니다.

게다가 추경의 지출 내용을 보면, 1.2조 원은 국채 상환, 1.8조 원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출자·출연, 3.7조 원은 지방 교부금 확대, 5천억 원은 외국환평형기금 출연 등으로 추경의 상당 부분이 국가채무 감소와 국책은행 지원 등 금융 안정에 쓰인다. 반면,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해 달라는 요구는 완강히 거부했다. 그래서 올해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채무가 6백44조 9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추경으로 국가채무가 6백37조 8천억 원이 돼 오히려 7조 1천억 원이 감소할 것이다.

‘슈퍼 예산’이라는 정부의 호들갑과 달리 내년 예산도 전혀 확장적 재정 편성이 아니다. 정부는 “국가채무 증가를 무릅쓰고 재정지출을 확대”했다며 내년 총지출을 2016년보다 3.7퍼센트(14.3조 원) 늘어난 4백조 7천억 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추경안을 포함해서 비교하면 정부 지출은 고작 3조~4조 원밖에 늘지 않은 셈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공공기관 노동자 임금 삭감과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공공기관 부채는 급감하고 있다. 2015년에 공공기관의 총 부채는 16조 7천억 원이 감소했다. 2012년 공공기관의 순이익은 2조 원 적자였으나, 2013년에 5조 4천억 원 흑자로 전환했고, 2014년에는 11조 3천억 원, 2015년에는 12조 5천억 원 흑자를 달성했다. 최근에 정부가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를 극구 거부한 이유 중에는 공공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목표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가 국가채무를 비롯해 공공부채 감축에 열을 올리며 사실상 긴축 정책을 펴는 것은 미국 금리 인상이나 브렉시트 등으로 나타날 전 세계적인 금융 불안정을 피해 보려는 시도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퍼센트로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퍼센트에서 2.8퍼센트로 낮췄었으므로 석 달 만에 또 하향 조정한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긴축 정책이 낳을 경기 침체 위험을 피하려고 부동산 시장을 부양했고, 그 결과 평범함 사람들이 대거 빚을 지면서 가계부채는 급등해 왔다. 이번 8·25 가계부채 대책은 경기 부양과 가계부채 관리라는 서로 모순된 목표를 달성하려 애쓰는 정부의 처지를 보여 준다.

정부의 이런 시도가 성공할지는 불확실하다. 미국 금리 인상, 브렉시트, 중국의 경기 침체 등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정부가 긴축 정책과 집값 상승 정책으로 이루려 하는 목적이 경제 불황의 고통을 노동자와 서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는 점이다.

입력 2016-08-3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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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한진해운 국유화하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물류 대란’이 확대되면서 그 여파가 해운 · 항만업계로 확대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지원 문제를 두고 수개월간 협상을 했다. 하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 결국 법정관리에 이르게 됐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해운 · 항만 노동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이미 그들이 해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만일 한진해운이 파산하면 부산 지역의 해운 · 항만 노동자 2천3백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부산 경제가 타격을 받자 PK 출신 대권주자 문재인은 한진해운에 대해 “정부가 일시적인 국유화 또는 임시적인 국가관리까지 검토하는 특단의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진해운 경영진과 대주주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한진그룹 일가에 대한 엄중 대응도 촉구했다.

물론 한진해운의 전현직 경영진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2013~14년 최은영 당시 한진해운 회장은 회사가 1조 원 넘는 적자로 위기에 빠져 노동자들을 해고했으면서도 보수 · 퇴직금으로 97억 원을 받았다. 또, 2014년 한진해운 경영권을 한진그룹에 넘기면서 알짜 계열사 싸이버로지텍, 에이치제이엘케이(현 유수로지스틱스)를 챙겨 나왔다.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직전인 최근에는 주식을 팔아 10억 원의 이득을 챙겼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한진해운 경영권을 차지하겠다며 대한항공을 이용해 무리하게 인수했고, 그 대가를 대한항공 노동자들에게 떠넘겼다.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에만 4천8백억 원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조종사들의 임금 인상 요구는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국가가 나서 이런 자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필요하면 추가 자금을 지원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해야 한다. 국민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건 헌법상 국가의 의무 아닌가. 그러나 산업은행이 자금을 투입하고 관리하는 등의 “일시적인 국유화”는 노동자들에게 위기의 대가를 떠넘기는 것이다. 한진해운을 다시 매각하려면 수익성을 회복해야 하는데, 결국 그 책임은 노동자들이 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상선 · 한진해운 노동자들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치러 왔다. 현대상선의 노동자 수는 2010년 말 2천36명에서 지난해 9월 말 1천2백48명으로 무려 40퍼센트가 줄었다. 한진해운에서도 2009년 ‘희망퇴직’으로 1백3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2013년 말에도 40세 이상 노동자를 대상으로 다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한진해운 노동자 수는 2013년 1천9백여 명에서 2015년 1천4백여 명으로 4분의 1가량이나 줄었다.

“일시적 국유화”는 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게다가 세계경제 위기로 해운업 불황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재매각을 위해 수익성을 높이려 하면 노동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일시적 국유화”가 아니라 정부가 한진해운을 영구 국유화해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해야 한다.

2016년 9월 6일

노동자연대

입력 2016-09-0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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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석유화학 구조조정 계획 발표

과잉 생산 위기가 짓누르고 있는 한국 경제

강동훈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파가 채 끝나지도 않았고, 조선업 구조조정도 여전히 계속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9월 30일 ‘철강·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 방안까지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라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해 석유화학은 베인앤컴퍼니, 철강은 보스톤컨설팅그룹에 조사를 의뢰하고 이에 기반해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외국계 컨설팅 업체들이 정부의 영향력 하에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철강·석유화학 산업이 아직까지는 버틸 만하지만, 앞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며 선제적이고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잉 공급 부문은 설비 감축·매각 등으로 줄이고, 고부가가치 부문을 지원해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과잉 생산

해운·조선과 마찬가지로 철강·석유화학도 전 세계적인 과잉 공급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이다.

2015년 전 세계 철강 생산 능력은 23억 8천만 톤인데 반해 철강 수요는 16억 톤 정도로, 철강 공급 과잉 규모는 7억 5천만 톤이나 된다. 앞으로 몇 년간은 전 세계 철강 수요가 거의 제자리걸음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중국의 철강 설비가 급증하면서 전 세계적인 과잉 공급을 이끌었다. 중국의 철강 생산 능력은 2005년 4억 4천만 톤에서 2015년 11억 5천만 톤으로 급증했지만, 중국의 철강 수요는 3억 6천만 톤에서 7억 톤 정도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국의 철강 공급 능력 과잉이 4억 5천만 톤이나 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1억~1억 5천만 톤의 철강 생산 설비를 감축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방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반발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철강 수출은 특히 최근 2~3년간 급증했다. 2013년에 6천만 톤 수준이던 것이 2015년에는 1억 1천2백만 톤(한국 철강 생산량의 약 1.5배)으로 늘었고, 이 중 한국으로 1천3백73만 톤(한국 철강 소비량의 4분의 1)이 들어왔다. EU·북미·동남아시아 등에서도 한국과 중국의 철강 제품은 치열한 경쟁 중이다.

△전 세계와 중국의 철강 생산 능력과 수요(단위: 억 톤)

석유화학 산업도 마찬가지다.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며 석유화학제품 수요도 감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이 생산 설비를 늘리면서 자급률이 높아졌다. 중국은 조만간 석유화학제품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중동 석유화학 기업들도 저렴한 원료 가격이라는 우위를 이용해 설비를 크게 늘리며 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고, 북미에서도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석유화학제품을 증산하고 있다.

철강 구조조정의 첫째 대상으로 언급되는 부문이 후판이다. 후판은 조선·해양플랜트에 들어가는 두께 6밀리미터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철강

조선업이 호황이던 2000년대 중후반에는 후판이 공급 부족 상태였다. 그래서 후판을 생산하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2007~13년에 후판 설비를 집중적으로 늘렸다. 2007년 3사 합산 후판 생산 능력이 6백만여 톤이었는데 2015년에는 1천3백만 톤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최근 조선과 해양플랜트 산업이 침체하면서 공급 과잉 상태가 됐다. 

현재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각각 4곳, 2곳, 1곳의 후판 공장에서 각각 연간 7백79만 톤, 3백50만 톤, 1백50만 톤의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정부는 당분간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경기가 회복되기 쉽지 않다며, 이 중 4백만~5백만 톤을 줄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후판 공장 3~4곳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철강산업의 강관 분야도 중소사업자들이 난립해 있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관은 속이 비어 있는 지름 4~6미터짜리 파이프로, 얼마 전까지 북미 지역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수요 확대를 기대하면서 투자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가 하락으로 셰일가스 투자가 줄어들고, 미국이 반덤핑관세 같은 수입 규제를 강화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정부는 철근 분야도 중장기적으로 설비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철근이 주로 사용되는 주택 건설 경기가 좋기 때문에 업체들의 상황이 크게 나쁘지 않지만, 향후 건설 경기가 안 좋아질 공산이 크고, 중국산 철근 수입도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율적인 감축·매각이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후판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수익성도 낮아지면서 직격탄을 맞은 동국제강은 지난해에 이미 공장 한 곳을 정리했기 때문에 남은 1곳마저 감축하라고 한다면, 아예 후판 사업을 접으라는 뜻이 된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공장 감축에 쉽게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강관과 철근도 자발적 구조조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강관 사업은 1백여 개 넘는 중견·중소업체들이 영업 중이고, 철근 사업도 중견·중소업체들이 많다. 이들은 강관이나 철근 하나만 만드는 회사들인 경우가 많아, 사업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 한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 특히 철근 사업은 현재 수익성도 나쁘지 않아 정부가 압박할 수 있는 수단도 많지 않다.

철강 업체들은 “지금 공장이 문을 닫으면 중국 등 해외 철강 업체에 시장을 고스란히 내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 설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은 석유화학 품목은 페트병 원료인 테레프탈산(TPA), 장난감 소재인 폴리스티렌(PS), 타이어 원료인 합성고무(BR, SBR 등), 파이프 소재인 폴리염화비닐(PVC) 등 4가지다. TPA와 PS는 인수·합병 등을 통해 생산량을 감축하고, 합성고무와 PVC는 생산 능력을 더는 늘리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석유화학

특히 연간 생산 능력이 5백85만 톤에 이르는 TPA가 대표적인 과잉 업종으로 꼽혔다. TPA는 최근 연간 생산량을 4백70만 톤 수준으로 줄었지만 정부 계획대로라면 1백만 톤 정도를 추가로 감산해야 한다.

국내 TPA 생산업체는 한화종합화학,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 롯데케미칼, 효성 등 5곳이다. 연간 생산 능력은 한화 2백만 톤, 삼남 1백80만 톤, 태광 1백만 톤, 롯데 60만 톤, 효성 42만 톤이다. 정부는 인수·합병(M&A)으로 업체들을 3~4곳으로 재편하길 원하는 듯하다.

하지만 업체들이 유가 하락으로 수익을 내고 있어 TPA 공장을 매물로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다. 9월 28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형환은 롯데케미칼과 효성에게 감산을 권유했지만, 이들은 생산량의 90퍼센트 이상을 자체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전 세계 에틸렌 생산 능력(단위: 천 톤)
구분 2012 2015
세계 147,287 100% 160,301 100%
미국 26,981 18.1% 28,471 17.8%
중국 16,510 11.1% 21,323 13.3%
사우디 15,585 10.4% 16,165 10.1%
한국 8,350 5.6% 8,640 5.4%
일본 7,605 5.1% 7,058 4.4%

지배자들의 분열과 노동자 투쟁

해운·조선뿐 아니라 철강·석유화학 산업에서도 2008~09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압력이 계속해서 한국 기업들을 궁지에 몰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미국 금리 인상, 중국 성장 둔화뿐 아니라 최근 도이체방크의 파산 위험으로 다시 한 번 드러난 전 세계 금융의 불안정성과 취약함은 한국 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지배자들 내의 이견과 정부의 레임덕 때문에 정부 주도의 합병·폐업 등의 구조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철강·석유화학 기업주들은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에 동의한다고 밝히면서도, 앞서 봤듯이 자신들의 설비를 감축해야 한다는 것에는 반발하고 있다. 위기가 가장 심각하다는 조선업 구조조정 보고서는 이번에 제출되지도 못해 10월로 미뤄졌다. 기업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조선업 중간 보고서를 여러 차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대형 3사에 보고했으나, 그때마다 업체들이 반발해 보고서조차 완성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기업주들은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긴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이번에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된 철강업은 간접고용 노동자가 40퍼센트에 가까워, 조선업(67.8퍼센트)과 함께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부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성과연봉제 등 노동개악을 밀어붙여 기업들의 임금 부담을 줄여 주려 하고 있다. 

지배자들이 분열한 상황에서 현재 벌어지는 노동 개악에 맞선 공공부문 파업과 현대차 등의 임금 인상 투쟁이 전진한다면,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하는 데 더 유리해질 것이다.

입력 2016-10-0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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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 위기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될 것인가?

이정구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소속 연구원)

최근 벌어진 도이체방크 위기는 2008년 세계경제 위기 때 시작됐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2005~07년에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부실 판매했고, 이 때문에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를 조사하던 미국 법무부는 최근 도이체방크에 벌금 1백40억 달러(15조 4천억 원)를 부과했다.

그런데 도이체방크는 예상치 못한 손실을 대비한 충당금이 62억 달러밖에 안 돼 벌금을 납부하면 자기자본이 감소할 형편이다. 자기자본 감소는 이자 비용을 높여 부도 위험을 키운다. 그래서 헤지펀드 10여 곳이 도이체방크에 맡겨 둔 자금을 인출했고,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지난해 말 24달러에서 최근에 절반 이하인 11달러로 곤두박질쳤다.

ⓒ그래픽 김준효 

2008년 9월 전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에 빠뜨린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상기시킨 도이체방크 위기로 전 세계 주가가 폭락했고, 일명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VIX) 지수도 급등했다.

9월 30일 미국 법무부와 도이체방크가 벌금을 54억 달러로 낮추는 합의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도이체방크 부도 위기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일은 어쩌면 더 큰 위기의 전조 현상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금융계는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투자은행

역사가 1백46년이나 된 도이체방크는 전통적으로 독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며 덩치를 키워 온 상업은행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투자은행으로 탈바꿈해 채권 발행과 파생상품 거래 수수료 수익에 집중해 돈을 벌었다. 도이체방크는 2008년 경제 위기에서 살아남아 계속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이미 올해 초부터 도이체방크 위기설이 나돌았다. 2015년에 68억 유로(8조 4천억 원)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면서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도이체방크가 ‘코코본드’(조건부 후순위 전환사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 바 있다. 도이체방크는 6월에 실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더욱이 리보금리(런던의 은행 간 금리, 보통 국제 단기 기준금리로 쓰인다)와 환율을 조작한 추문으로 신뢰까지 잃고 있다. 그래서 국제통화기금(IMF)은 도이체방크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금융회사로 평가했다.

물론 도이체방크의 유동성 자산이 2천4백억 유로이므로, 헤지펀드 자금 3백30억 유로는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또, 도이체방크는 보유 자산 1조 8천억 유로를 담보로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무이자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위기가 당장 도이체방크 부도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도이체방크가 태풍의 핵이 될 가능성도 꽤 된다. 도이체방크가 관리하는 파생상품의 규모는 46조 유로(5경 5천7백조 원)이나 되고, 그중 4백10억 달러어치는 높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도이체방크의 충당금은 62억 달러뿐이고, 그중 최소 54억 달러는 벌금으로 내야 한다. 파생상품에서 조금만 손실이 나도 도이체방크의 안정성은 크게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아직 드러나지 않는 잠재적 부실도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 도이체방크의 부실은 다른 유럽 은행들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도이체방크뿐 아니라 유로존 금융권 전반이 수익성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와 2011~12년 유로존 국채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유럽중앙은행은 대규모로 자금을 공급하고 금리를 최대로 낮췄다. 그러나 낮은 이윤율 때문에 투자가 줄어들자, 유로존 은행들은 돈을 빌려줄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가 이자율 마진마저 매우 낮아져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프랑스와 벨기에 합작은행인 덱시아, 이탈리아 최대 은행 우니크레디트, 이탈리아 2위 은행인 인텐사 산파올로 등 대형 유럽 은행들이 여전히 취약하다.

불황

물론 유로존 금융기관들의 수익성 위기는 유로존 경제, 더 나아가 세계경제의 불황이라는 환경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 달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간경제예측’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세계무역, 투자, 생산성 등의 성장이 저조해 세계경제(인도와 중국을 포함)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고, 2017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3퍼센트대 성장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경제의 성장률 둔화로 세계 교역량 증가율도 감소했다. 한진해운 같은 해운사와 그 배를 만드는 대우조선해양 같은 조선사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것도 바로 세계 교역량이 정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이래로 투자도 급속히 줄어들었다. 최근 맥킨지는 ‘격변이 다가오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렇게 적었다. “중국은 2008년에 견줘 투자를 79퍼센트나 증대하면서 전 세계 투자를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속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의 연간 투자 증가율은 2008~15년에 10.4퍼센트에서 2015~30년에 4.5퍼센트로 하락할 전망이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도 최근 보고서에서 “금융 위기의 세 번째 국면에 진입하기” 일보직전이라고 지적하면서, 신흥국의 과도한 부채를 언급했다. 신흥국 기업 부채는 2008년 이래로 지금까지 GDP의 57퍼센트에서 1백4퍼센트로 증대했다. 여기에 올해 말에 미국 연준이 금리를 또다시 인상한다면 일부 개도국은 금리와 환율이 폭등해 국가 부도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도 크레딧스위스(CS), 유비에스(UBS), RBS(스코틀랜드 소재 은행), 바클레이즈,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 다른 유럽 대형 은행들에게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세계경제가 또 다른 침체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세계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입력 2016-10-0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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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법정관리

공공부채 감축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라

강동훈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의 아시아~미주 노선 운영권 매각을 결정했다.

미주 노선은 한진해운의 주력 사업 부문으로, 법정관리 직전까지 한진해운은 아시아~미주 항로의 7퍼센트를 차지하며 세계 4~5위에 올라 있었다. 결국 미주노선 운영권 매각이 완료되면, 한진해운은 파산하거나 기껏해야 연근해를 운영하는 중소 해운업체가 될 것이다.

한편, 산업은행이 최대 주주인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미주 노선 인수에 나섰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을 세계 수위의 해운회사로 끌어올리기 위해 자금 투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써 지난해 말 해운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부터 돌던 ‘정부가 양대 해운회사(한진해운·현대상선)를 합치려 한다’는 소문이 현실이 됐다.

물론 이 합병 과정에서 ‘물류 대란’이 정부 예상보다 크게 벌어지고 부산항의 물동량이 줄어들 것이 분명해지면서, 해운·항만업계 자본가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한진해운 매출 가운데 한국 상품 수출입 비중이 20퍼센트밖에 안 돼, 법정관리로 가도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듯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진해운 선박들이 화물을 내리지도 못하고 오랫동안 바다에 고립돼 있으면서 한국의 국가 신인도 추락을 우려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수출 물량의 40퍼센트와 20퍼센트를 한진해운에 맡겨 왔는데, 부랴부랴 다른 해운회사를 찾느라 운송 비용이 급등하는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부산항 물동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항만업계 자본가들의 불만도 커졌다. 한진해운은 부산항 물량의 1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물건을 내리고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는 환적물량이 한진해운 전체 물량 가운데 절반가량인 1백4만 TEU(1TEU는 6미터짜리 컨테이너 1개)였다. 부산항만공사는 한진해운 환적물량 중 절반인 50만 TEU가 중국 상하이 등으로 옮겨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른 부산항만업계의 직접적인 피해액만 해도 4천4백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국정 우선순위

물론 정부는 한진해운·현대상선 합병을 더 ‘매끄럽게’ 추진할 수도 있었다.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을 인수해 계속 운영하면서 현대상선과 합병하는 방법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물류 대란’과 부산항의 물동량 감소를 감수하면서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결정했다.

이처럼 예상되는 피해와 반발을 감수하면서도 박근혜 정부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결정한 것은 공공부채 감축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공공부채를 줄이려면 몇몇 산업에서 피해를 보더라도 기업부채를 공공부채로 막아 주는 것을 최소로 줄여야 한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는 앞으로 추가로 진행될 조선업 구조조정과 철강·정유·건설 구조조정 등에서도 기업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신호를 강력하게 주는 것이다.

공공기관 노동자 임금 삭감과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2015년에 공공기관 총 부채를 16조 7천억 원 줄이는 등 최근 몇 년간 연속해서 공공부채를 감축한 것이나, 올해 추경과 내년 예산안에서 정부 지출을 최대한 억제한 것도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채 감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얼핏 보면 부채가 훨씬 큰 대우조선해양은 계속 지원하면서 한진해운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해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하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공공부채가 급증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진해운에 대한 국내 은행들의 익스포저(대출·투자금뿐 아니라 복잡한 파생상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총 손실 금액)는 1조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인 반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익스포저는 22조 원이 넘고 이 중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익스포저만도 19조 원이 넘는다. 금융위원장 임종룡은 “대우조선해양이 부도에 이르렀다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일시에 13조 원의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에 지원되는 자금은 주로 국내에서 사용되지만, 한진해운에 지원되는 자금은 대다수가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부채 감축을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법정관리 여파로 이미 한진해운 미주·중국법인에서 4백 명이 해고됐고, 한진해운 본사 노동자 1천4백여 명의 상당수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또, 부산항 물량 감소로 항만업계 노동자 2천3백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구조조정 산업으로 지목된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더욱 완강하게 노동자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한 치 앞도 예측하지 못하고 선박과 설비를 늘려 온 기업주들의 책임을 노동자들이 대신 져야 할 까닭은 없다. 정부가 한진해운 같은 부도 기업을 영구 국유화해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하라고 촉구하며 싸워야 할 일이다.

입력 2016-10-1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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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빅3 최대 5만~6만 명 감원 계획!

노동자 연대가 필요하다

박설

경제 위기와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지배자들의 내분이 첨예하다. 최근에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기본 방향을 제시한 맥킨지 보고서 초안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맥킨지 보고서는 지난 6월 정부의 요구에 따라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의뢰한 것으로, 8월에 초안이 작성됐다. 그러나 업체들의 반발로 공개되지 못한 채 비밀리에 내용을 조율하는 와중에 누군가의 누출(십중팔구 대우조선 부도를 바라는 쪽)로 언론에 흘러나왔다.

맥킨지 보고서 초안은 한국 조선산업을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 빅3 체제에서 대우조선을 뺀 빅2 체제로 재편하자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대우조선을 갈갈이 쪼개고 그중 해양플랜트 사업을 청산하자는 것으로, 일명 “대우조선 회생 불가 보고서”로 불린다.

△노동자들은 위기에 책임 없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의기투합한 정부 · 사용자에 맞서 노동자들도 단결해 투쟁해야 한다. 10월 18일 조선 하청 노동자 대행진 선포대회 ⓒ사진 제공 최윤석

당연히 대우조선 측은 이 보고서에 강력 반발한 반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은 내심 반겼다.

정부 부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에 국책은행 자금 15조 원이 물려 있고 4만 명의 고용이 달려 있다는 점을 들어 ‘대우조선 회생’을 주장했다. 2018년부터 조선업 수주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클락슨(영국의 조선·해운업 전망기관)의 전망을 근거로, 그때까지 버티자는 것이다. 조선업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반대였다. ‘당장의 파장이 무섭다고 해서 한계기업을 정리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며 맥킨지 편을 들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사태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대우조선은 공중분해 대상이 아니”라며 당분간 빅3 체제를 유지하자는 견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물류대란 사태가 벌어지는 등 후폭풍이 만만찮은 상황에서, 대우조선이 부도나서 벌어질 파장을 우려한 것이다. 그만큼 대우조선이 한진해운보다 부채 규모도, 고용 규모도 훨씬 크다. 상황 통제력이 최근 크게 약화된 박근혜 정부가 그런 사태를 감당하기는 벅찼을 것이다.

일단 정부는 대우조선을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세계 2위 조선업체의 부도까지 거론된 이번 논란은 구조조정 방향을 둘러싸고 지배자들 사이의 갈등이 매우 날카롭다는 점을 다시금 보여 줬다. 또,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끝이 아니고 위기가 더 큰 기업으로 번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 사건이었다.

대우조선 처리를 둘러싼 논란도 끝난 게 아니다. 첫째, 조선업이 2018년에 호황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가 어긋날 개연성이 얼마든지 있다. 클락슨은 앞으로 몇 년 뒤엔 각종 환경 규제로 대규모 선박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심각하게 추락하면 이런 규제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다.

둘째, 대우조선이 2018년까지 버틸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금융당국은 최근 대우조선의 급한 불을 끄려고 정부가 약속한 지원금의 미집행 자금 일부를 연내에 출자전환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대우조선의 수주액은 올해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내년부터 갚아야 할 채권 만기가 속속 돌아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현직 임원들의 비리와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정부의 추가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혹독한

그래서 대우조선 측은 그동안 제출했던 자구안보다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노동자들에게 혹독한 고통을 뜻한다. 대우조선은 지난 7일 1천 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공고했고, 올해 안에 분사화로 2천 명을 추가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훨씬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리 소문도 없이 해고될 위기에 놓였다.

대우조선은 이미 국내외 자회사 14개를 모두 매각하고 도크 2개를 줄이는 등 생산 능력의 30퍼센트를 축소하겠다는 자구안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알짜배기 사업부인 특수선 부문을 분할하는 계획도 포함되는데, 내년 1분기부터 본격 추진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장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인력 감축과 사업 축소는 조선업 전반에서 추진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내년 상반기까지 매출 5조 원 규모의 전기전자, 건설장비 부문을 분사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지원부서를 시작으로 분사화 추진에 속도를 내 왔는데, 아예 조선·해양플랜트 부문만 남기고 나머지를 전부 분리시키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무려 정규직 인력 7천~8천 명이 비정규직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이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조선업 빅3에서만 정규직 1만 명,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5만~6만 명이 해고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기업인들은 어느 기업을 죽이고 어느 기업을 살릴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첨예하게 갈등을 빚지만, 노동자들에게 위기의 고통을 떠넘기는 데서는 단단히 의기투합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조선업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광기 어린 이윤 경쟁 속에서 비효율과 적자를 늘리고 부정부패를 일삼아 오면서 위기를 만든 장본인은 정부와 사용자들이다.

최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이틀간 7시간 파업을 벌여 저항 의지가 있음을 보여 줬다. 박근혜가 정치 위기 속에서 허덕이는 상황을 이용해 저항을 조직해야 한다.

 

10월 29일 거제에서 “힘내라, 조선 하청 노동자” 행진

조선업 하청 노동자들이 대량해고와 임금체불 등에 고통받는 상황에서, 10월 29일 조선소들이 밀집된 거제에서 ‘조선 하청 노동자 대행진’이 열린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를 비롯해 61개 노동·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조선하청 노동자 대량해고 저지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이날 경남과 서울 등지에서 희망버스를 조직해 참가할 계획이다. 조선업 구조조정 문제가 정치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경남 지역의 야 5당(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더민주당, 국민의당)도 이 행사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지역의 하청 노동자들은 매우 소수가 노동조합으로 조직돼 있지만, 일부 노동자들이 사측의 임금체불 등에 집단적으로 항의해 성과를 내기도 했다. 대우조선노조와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 등 정규직 노조들이 이런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원하면서 든든한 우산이 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정규직 고용을 지키기도 벅차다’거나 ‘하청 문제는 사회적 이슈화를 통해 해결하는 게 현실적’이라고도 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와 저임금에 내몰릴수록 정규직의 조건도 더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 더구나 같은 일터에서 같은 공격을 받고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울 때 정규직의 투쟁도 힘이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10·29 조선하청노동자 대행진

일시: 10월 29일(토) 오후 3시

장소: 거제 아주공설운동장

※ 오전 9시 서울 대한문에서 희망버스 출발

입력 2016-10-1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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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로 지배계급의 내분이 심화되다

이정구

10월 9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시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은 재정적 경기부양책을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부총리 유일호는 금리 인하를 언급해 신경전을 벌였다. 경제 수장들 사이의 갈등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언론들이 이들의 책임 떠넘기기를 꼬집고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것은 최근 한국 경제가 그만큼 위기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 2.7퍼센트는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의 생산 중단, 현대차와 화물연대·철도 파업,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의 부도 위기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장밋빛 전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 설비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4퍼센트 감소했다. 낮은 이윤율 때문에 기업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건설투자가 10퍼센트 증가해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이것도 가계부채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지난해에 국내총생산이 72조 원 증가할 때 가계부채는 1백17조 원 늘어났다. 올 상반기에도 경제성장률은 3퍼센트였지만 가계부채는 4.5퍼센트 증가했다.

게다가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한계기업이란 영업 활동으로 얻은 이윤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 재무 구조가 부실해 더한층의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말한다. 2010년 2천4백 곳이던 한계기업은 2015년에는 3천2백78곳으로, 37퍼센트 증가했다. 한계기업 중 과거에도 한계기업이었던 만성적 한계기업도 2010년 1천6백46곳에서 지난해 2천4백74개로 늘었다. 최근 조선·해운·건설·철강·석유화학 등 취약업종에서 한계기업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과 한계기업 수

세계경제 상황도 한국경제에 불리하다. 한국의 주요 교역국인 중국은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6.7퍼센트)이 25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올 연말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고, 유럽중앙은행은 양적완화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금리 인상 정책은 한국의 금리도 끌어올려 한계기업들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내년에 시작되는 브렉시트 협상이 초래할 악영향도 감안해야 한다.

경기부양 논란

최근 한국 지배계급 내의 경기부양 논란은 바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위험요소가 증대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를 두고 벌어지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가 추락하기 전에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통화기금과 미국 재무부는 이 주장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10월 14일 의회에 제출한 환율보고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한국은 경기를 후퇴시키는 재정충격을 피하기 위해 단기 재정확대를 포함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40퍼센트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백15.2퍼센트에 한참 못 미치므로, 재정 지출을 확대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배자들의 다른 일부는 수출이 둔화하고 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 같은 기업들이 또 생겨난다면 재정 부실의 위험성이 급작스럽게 증대할 수 있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위기감의 반영이다.

한국 경제 앞에 놓인 위험 때문에 지배계급의 일각에서는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지 않았다. 오히려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 삭감과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공공부문 부채를 감축했고, 2017년 예산도 올해에 비해 찔끔 늘렸을 뿐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은 지원하고 있지만 한진해운은 지원하지 않아 정책적 일관성도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 대한 재계의 불신은 늘어나고 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세 가지 점은 분명하다. 첫째, 한국 경제 상황은 내년으로 갈수록 악화될 것이다. 둘째, 박근혜 정부와 지배계급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에게 떠넘기기 위한 노력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셋째, 경제 위기가 심화될수록 지배계급 내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다. 청와대를 둘러싼 부패와 추문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이때가 노동계급이 투쟁에 나서기 좋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입력 2016-10-1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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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액션 플랜은 대량해고 계획

강동훈

11월 25일 정부는 ‘제7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세부적인 ‘액션 플랜’을 공개했다. 이번 액션 플랜은 앞서 지난 9, 10월 발표한 경쟁력 강화안을 좀 더 구체화한 것이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정부의 구조조정 추진이 힘을 잃을 듯하자 구조조정의 전열을 가다듬으려 나선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구조조정에 다시 박차를 가하는 것은 세계경제 상황이 매우 불안정해지면서 한국 경제도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12월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데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경기 부양책으로 미국 경기 회복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커지자 국내외 시장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금리 인상은 한국의 가계부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올 3분기 말 전체 가계부채는 1천3백조 원까지 치솟았는데, 대출금리가 1퍼센트포인트만 올라도 가계의 이자 부담은 11조 원이나 늘어나게 된다. 

기업들도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급속히 늘어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통화안정증권 발행을 줄이면서 시중에 돈을 풀고 있고, 정부는 1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해 기업대출 금리를 낮추는 데 나서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금리가 오른다면 정부가 시중금리를 낮추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만 불안정한 것도 아니다. 지난 10월 국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3퍼센트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1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 10월 경상수지 흑자는 87억 2천만 달러로 56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라서 실제로는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 등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어 앞으로 수출은 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액션 플랜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위기의 비용을 전가하겠다는 뜻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액션 플랜에도 2018년까지 조선 3사의 직영 인력을 6만 2천 명에서 4만 2천 명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부서의 22퍼센트를 감축하는 대규모 조직 개편을 발표한 데 이어, 사내 정보통신시스템을 맡고 있는 ICT 부문(1백50여 명)도 분사하기로 했는데 이로 인해 해고가 더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은 이미 ‘희망퇴직’으로 1천2백 명을 해고했는데 말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 사업부문을 제외한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부문을 분사하기로 했는데, 이 분사화는 비용 절감을 노린 것일 뿐 아니라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려는 목적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면 정몽준 일가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안정적인 3대 세습을 위해 노동자 수천 명의 처지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지배자들은 자신들의 부와 이익을 지키려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박근혜 퇴진 시위에 참가하는 한편, 파업 등으로 기업주들의 공격에도 맞서야만 경제 위기 시기에 임금과 고용을 지킬 수 있다.

입력 2016-12-0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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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중국 경제

이정구

올해 중국 경제는 3분기 연속 성장률 6.7퍼센트를 기록하며 경기 둔화세를 뚜렷하게 보여 주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6퍼센트대로 추락한 것은 26년 만의 일이다(1990년 3.8퍼센트). 더욱이 중국 최고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 경제시스템실의 러우펑 주임은 내년 성장률을 올해보다 낮은 6.5퍼센트로 예상했다.

올해 베이징 · 상하이 · 선전 등 주요 도시들의 주택가격이 급등했고, 신규 분양 실적이 지난해에 견줘 좋아졌다. 그런데도 3분기 성장률이 6.7퍼센트를 기록한 것은 산업 투자와 생산이 그만큼 침체돼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올해 9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대비 6.1퍼센트밖에 증가하지 않았는데, 3년 전(15퍼센트)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기업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지난해 10퍼센트대에서 올해 8퍼센트로 떨어졌다. 국유기업을 제외한 민간기업들의 투자 증가율은 2.5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는 지난해의 4분의 1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몇 년 동안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을 펼쳤지만 부동산 경기의 반짝 호황 외에는 별 효과가 없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윤율이 낮아 시중에 돈을 풀어도 산업생산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 기업 인수 · 합병과 부동산 매입을 선호한다.

11월 30일자 <파이낸셜 타임스>를 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5조 1천억 위안(8백65조 원)에 이른다. 반대로 중국으로 유입된 자금은 3조 1천억 위안에 그쳤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1백억 달러를 초과하는 해외 투자나 10억 달러 이상의 부동산 매입을 금지하는 조처를 내놨다. 수백조 원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위안화 가치가 연일 추락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수출 경쟁력 회복을 기뻐하기보다는 자본 유출을 더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과잉설비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도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시진핑은 철강 · 조선 · 화학 · 석탄 등 생산 설비가 과잉인 부문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공공부문 인프라 투자는 내년에 더 축소될 전망이다.

경기 둔화와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의 불만이 증대하고 있다. 우한철강 노동자 수백 명이 쥐꼬리만 한 해고 보상금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또, 랴오닝성 푸신의 청허먼 광산에서는 일방적 생산 설비 축소에 항의하는 노동자 수백 명이 성정부 청사까지 행진하는 등 항의 시위를 몇 달째 이어가고 있다. 중국 노동자들의 저항도 증대하지만 이에 맞선 지배자들의 탄압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둔화는 중국에 원자재와 중간재를 공급하는 동아시아 많은 나라의 경기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중국처럼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입력 2016-12-0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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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미국 금리 인상, 그리고 세계경제

이정구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1퍼센트로 발표했는데, 이 수치는 연초에 비해 낮아진 것이다. 미국 대선으로 인한 정치 불안, 브렉시트의 여파, 선진국 경제의 장기 침체, 기업 부채 상승이 낳은 신흥 시장 불안을 그 이유로 꼽았다.

모리스 옵스펠드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회복세가 더딘 데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선진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정치적 긴장 등이 세계경제 전망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하자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이 형성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추세가 미칠 전 세계적 파장이 내년 경제를 좌우할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트럼프노믹스가 선거 공약대로 미국 경제 성장률을 현재의 2퍼센트에서 4퍼센트로 끌어올리고 이것이 세계경제 회복을 이끄는 견인차 구실을 할 수 있을까?

△트럼프에게 미국 경제 위기는 독이 든 성배가 될 것이다. ⓒ그래픽 김준효

트럼프노믹스

아베노믹스와 마찬가지로, 트럼프노믹스도 신자유주의와 케인스주의의 조합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트럼프는 당선하면서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하고 금융과 노동시장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해 기업주들에게 환대를 받았다. 또한 트럼프는 사회간접자본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때문에 로버트 스키델스키(케인스 전기(傳記)의 저자) 같은 케인스주의자는 트럼프노믹스에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JP모건의 경제학자들은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이 매년 2천억 달러에 지나지 않아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들의 추정에 따르면, 소득세 감면으로 2년 뒤인 2018년 말에 성장률이 0.4퍼센트 정도 높아질 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 예측은 소득세 감면으로 기업 투자가 늘어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트럼프가 내세운 사회간접자본 투자도 ‘소문난 잔치’에 지나지 않는다. 트럼프는 사회간접자본에 4년 동안 1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하지만, 그 투자금은 대부분 공공 지출이 아니라 민간 기업에게서 조달할 계획이다. 트럼프가 소유한 부동산 기업이나 건설회사들은 큰 수익을 얻을 테지만, 민간 투자를 흡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큰 효과가 없을 것 같다.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공공 지출로 되더라도 성장률은 고작 0.2퍼센트 오를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예측했다.

트럼프가 규제 완화, 세금 감면, 공공 지출 등으로 약속한 4퍼센트 성장을 달성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트럼프가 추진하려는 보호주의와 연준의 금리 인상 추세는 세계경제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금리 인상

한편 2015년 12월에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한 미국 연준은 올 12월에 또 한번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7년에도 기준금리는 두어 차례 더 인상될 전망이다.

2009년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4.25퍼센트에서 0퍼센트로 인하했고, 네 번의 양적완화로 시중에 많은 자금을 공급했다. 그런데 경제 위기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미국 경제는 경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저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낮은 이윤율 때문에 시중의 풍부한 자금이 투자 증대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중에 풀린 돈은 부동산 쪽으로 흘러갔다. 그 결과, 부동산 부문이 경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제는 금융자본의 수익성을 회복해 주고, 자산 거품을 진정시키려는 의도가 금리 인상의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연준은행장 존 윌리엄스는 주택 거품을 잡으려 금리를 올리는 것이 득보다는 실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전 세계 유동 자본의 재편과 통화정책의 변경도 촉진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이탈리아의 불안정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은 내년 3월에 종료하기로 계획된 양적완화를 내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신흥국들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이미 직격탄을 맞고 있다. 11월 한 달 동안 신흥국 주식펀드에서 73억 달러, 채권펀드에서 97억 달러가 빠져나가 순유출액은 20조 원에 이른다. 중국에서도 올해 수백조 원이 빠져나갔고 위안화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내년에도 미국 금리 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신흥국에서는 자국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 그로 인해 더 많은 자금이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그 때문에 신흥국들은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압력을 받는다. 한국에서 금리 인상은 1천3백조 원 넘게 부채를 진 가계를 파탄으로 내몰고 그들에게 대출해 준 금융권을 부실하게 만들 것이다.

전 세계 차원에서도 가계·기업의 부채는 급속히 증가했다. IMF와 국제결제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 세계의 빚은 18경 원으로 세계 GDP의 2백25퍼센트에 이른다. 이 때문에 “돈의 향연이 끝나고 빚의 복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멕시코·터키·한국 등 신흥국 경제는 오랫동안 저성장을 거듭한 선진국 경제 때문에 내년에도 회복은커녕 또 다른 불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의 보호주의, 미국 금리 인상, 브렉시트에 이은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신흥국 경제를 더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의 부패로 촉발된 정치적 불안정성은 한국 경제를 더 심각한 위기로 내몰 수 있다.

입력 2016-12-0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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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예산안

경제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내핍 강요 예산

강동훈

2017년 예산이 4백조 5천억 원으로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됐다.

정부는 “최대한 확장적”으로 내년 예산을 편성했다고 주장한다. 보수 언론들도 예산이 처음으로 4백조 원을 넘는 “슈퍼 예산”이고 경기 부양을 목표로 한 “확장적 재정 운용”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2017년 예산은 사실상 긴축 예산이다.

2017년 예산 총지출은 올해보다 3.7퍼센트(14조 1천억 원) 늘어났을 뿐이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견주면 고작 2조 원밖에 늘지 않았다. 내년 예산 증가율은 2011~15년의 4~5퍼센트보다 낮을 뿐 아니라, 정부가 제시한 내년 경상성장률 예상치 4.1퍼센트(실질성장률 3퍼센트 + 물가상승률 1.1퍼센트)보다도 낮다.

게다가 내년 예산 총수입은 4백14조 3천억 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는 올해보다 23조 원 늘어난 것이다. 즉, 예산 수입은 23조 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지출은 14조 원만 늘린 것이다.

이러다 보니 2017년 복지예산은 1백29조 5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고작 4.9퍼센트(6조 1천억 원) 올라 증가율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중 보건복지부 예산은 기초연금·국민연금 등에 대한 의무 지원금 증가분을 빼면 실제 증가액은 1천62억 원밖에 안 된다.

게다가 의무 지원금 중 건강보험 지원 예산은 2천2백11억 원을 삭감하기까지 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63퍼센트밖에 안 돼 많은 사람들이 의료비 부담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지원해 보장성을 높이기는커녕 지원금을 삭감한 것이다. 건강보험 지원금이 삭감된 것은 정부가 건강보험을 지원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는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의 20퍼센트를 지원해야 하는데, 지난 5년간 법조차 어기면서 고작 15퍼센트 정도만 지원해 왔다. 그러다 기어이 2017년 예산에서는 지원금을 삭감했고, 국회에서도 삭감된 채 그대로 통과됐다.

이 외에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2016년보다 26퍼센트(78억 원)나 줄었고,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방지하는 긴급복지지원 예산도 1백억 원이 줄었다.

반면, ‘나라사랑교육’, ‘나라사랑정신계승발전’ 예산처럼 박근혜가 중시하는 ‘안보교육’ 예산은 2백20억 원이나 책정됐다.

게다가 정부는 끝까지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으나, 여야 합의로 누리과정 예산 8천6백억 원이 책정됐다. 그러나 나머지 1조 2천억 원은 시·도교육청이 마련해야 하는 데다 3년간 한시적으로만 지원하기로 해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법인세

정부가 이처럼 보통 사람들에게 내핍을 강요하는 예산을 짠 것은 기업·부자 증세를 완강히 거부할 뿐 아니라 국가부채를 감축하려고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주류 야당들도 기업·부자 증세에 큰 열의가 없었다. 민주당은 과세표준 5백억 원 초과 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기존 22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인상하는 법안을 내놨지만 밀어붙이지 않았다. 여야는 대신 5억 원 초과 소득에 세율을 40퍼센트로 올리기로 했지만, 이조차도 애초에 민주당·국민의당이 내놓은 소득세 인상안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번 소득세 인상으로 세금 6천억 원 정도가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대표적인 ‘서민 증세’인 담뱃세 2천 원 인상으로 더 걷은 1조 8천억 원에 견줘도 얼마 안 되는 돈이다.

한편, 긴축적 예산 편성은 지배자들 내에서도 분란을 심화시키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3퍼센트포인트 더 낮춰 2.4퍼센트로 예측했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퍼센트로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KDI는 경기를 부양하려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출해야 한다며 내년 상반기에 추경을 편성해 정부 지출을 10조 원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예산안이 처리된 지 채 1주일도 안 돼 추경을 제안한 것이다.

한국은행과 IMF도 한국은 재정적 여력이 있으니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정부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한국은행을 압박해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행으로서는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 1천3백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더 늘고 부실해질 위험이 클 뿐 아니라,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12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거의 확실한 데다가, 트럼프가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로 국내외 금리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한국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5퍼센트까지 급등했다. 아울러 금리 인상은 구조조정이 한창인 해운·조선업과 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2017년 예산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와 서민에게 떠넘기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를 보여 준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균형재정”이라는 이름으로 내핍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부자 증세를 해 복지를 늘리는 것이다. 그래야만 노동자·서민의 삶을 지킬 수 있다.

입력 2016-12-0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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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공장, 미국으로 귀환?

폭스콘 원청 기업의 미국 투자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이정구

대만의 홍하이그룹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고려하고 있고, 애플이 위탁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트럼프가 강조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때문일까?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때 해외에 진출한 제조 기업들의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고(리쇼어링) 중국·멕시코산 제조업 제품에 35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대선이 끝난 뒤 트럼프의 요청에 따라 애플은 위탁생산 공장 이전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고, 아이폰7이나 맥 등 애플의 주요 제품을 납품하는 홍하이그룹(2010년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로 유명한 폭스콘을 소유한 그룹)도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그런데 홍하이그룹이 아이폰과 맥의 주요 생산공장인 중국의 폭스콘을 폐업하고 미국에 애플 위탁공장을 건설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홍하이그룹이 미국에 투자하려는 쪽은 반도체 분야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설사 중국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긴다 해도 노동력 비용 차이 때문에 30~40달러의 추가 비용이 든다. 그 때문에 애플은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면 로봇을 활용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이는 애플과 홍하이그룹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더라도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그런데 다국적기업들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주장에 머리를 조아리며 해외 생산시설들을 미국으로 옮기고 해외 투자를 자제할 것이라고만 보는 것은 일면적이다.

미국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거나 투자를 하면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트럼프의 엄포에도 월마트는 멕시코에 13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멕시코의 유통시장에 진입하려면 현지 유통센터를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과 홍하이그룹이 미국에 휴대폰 생산공장 설립을 고려하는 것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활용해 미국의 휴대폰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애플의 주요 경쟁자인 삼성은 베트남에서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는데, 트럼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포기하면 삼성은 관세 부담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많은 국가들과 다국적기업들의 연결망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미국 같은 경제 대국이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더라도 그 효과가 일률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보통 자본주의에서 투자의 목적은 이윤 증대다. 다국적기업들이 임금 억제, 노동 강도나 노동생산성 증대, 산출량과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을 추구하는 이유도 궁극으로는 이윤 증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 투자는 임금 수준뿐 아니라, 소비 시장에의 진입 장벽이나 현지 국가의 지원 정책 등에 따라 달라진다.

트럼프가 천명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정책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시장으로 진입하려고 다양한 재편을 추진하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미국으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무역 상대국의 보복을 초래해 미국 기업들의 수출도 줄어들게 만든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제조업 일자리 증대에 효과적일지도 의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 주된 이유는 산업 합리화와 공장의 해외 이전 때문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며 기계화로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합리화’를 통해 노동비용을 줄인 결과로 나타난 일자리 감소가 생산시설 해외 이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보다 훨씬 많았다.

자유무역이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장기 불황을 해결할 대안은 아니지만, 보호무역주의도 그 해결책이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입력 2016-12-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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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으로 더욱 커진 경제 불확실성

강동훈

12월 29일 정부가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2017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에 3퍼센트에서 2.6퍼센트로 낮췄다. 정부가 다음 해 성장률을 2퍼센트대로 예측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내년 경제 상황을 나쁘게 보는 것이다.

통상 정부가 성장률을 높게 잡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 2퍼센트 성장도 어렵다는 예측도 나온다. 정부는 2015년 성장률을 3.8퍼센트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2.6퍼센트 성장에 그쳤고, 올해 성장률도 3.3퍼센트로 예측했지만 결국 2.6퍼센트 성장할 듯하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내년 성장률을 대체로 2.2~2.4퍼센트로 예측하고 있다. 내년 성장률이 2퍼센트대에 머무르면 박근혜 정부 5년 중 4년은 2퍼센트대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2017년은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할 만큼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태다.

ⓒ그래픽 <노동자 연대>

특히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감세·인프라 확대로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전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철회하겠다고 공언했고,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한미FTA 등에 대해서도 재협상이나 탈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취임 1백 일 이내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멕시코에 각각 45퍼센트와 35퍼센트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트럼프의 공약은 모순되는 부분이 많고 구체적이지 않아 모두 실현될지 미지수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중앙은행)가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자신은 저금리를 선호한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기도 했다. 멕시코에 대해 관세를 급격하게 높이겠다고 공약했지만, GM,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 같은 미국의 주요 자동차 업체가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1백만 대 이상을 미국·캐나다 등으로 수출하고 있어 급격한 관세 인상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백악관에 무역 정책을 총괄할 ‘국가무역위원회’를 신설하고, 그 위원장에 강경한 반중(反中) 인사인 피터 나바로 교수를 지명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는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만약 미국이 중국·멕시코 등과 무역 갈등을 일으킬 경우,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위축되면서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다. 무역연구원 분석을 보면, 한국의 대중 수출 가운데 중간재 가공 후 제3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은 51.9퍼센트나 됐다. 또 한미FTA 재협상 등으로 미국의 수입 규제가 강화할 경우 대미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

한편, 트럼프의 재정 확대 정책과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 12월 15일 미 연준은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퍼센트포인트 인상했다. 내년과 2018년에도 3회(각각 0.75퍼센트포인트 정도씩) 인상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는 감세,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3~4퍼센트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따라 미국 국채 발행이 확대돼 시중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다. 이미 시장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로 신흥국으로부터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조차 자금 이탈과 위안화의 급격한 약세를 막기 위해 보유 외환을 소진하고 있다. 2014년 중반에 4조 달러에 육박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11월 말 3조 5백16억 달러로 5년 8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외환보유액이 1천억 달러인데 단기 외화부채는 1천2백82억 달러나 되는 말레이시아에서는 11월 한 달 동안 53억 달러가 빠져나가 말레이시아의 링깃화 가치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말레이시아는 채권의 절반가량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어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 네덜란드·프랑스·독일의 선거, 중국 부동산 시장 둔화와 소비 둔화 등에 따른 불확실성도 세계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 요인들이다.


수출·투자·부동산 시장마저 위태로운 한국 경제

한국의 수출은 2015년 8퍼센트 감소했고 2016년에는 6.1퍼센트 감소했는데, 미국의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 강화로 2017년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 강화,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반발과 중국의 자국산업 보호 정책으로 대중 수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기업들은 생산을 해도 판매가 쉽지 않자 공장 가동률은 70퍼센트까지 떨어졌다. 설비투자도 크게 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2016년에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건설투자마저 2017년에는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 정책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로 건설투자는 급증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1.3퍼센트포인트나 끌어올렸지만, 2017년에는 0.3퍼센트포인트 정도 올리는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부동산 부양 정책으로 가계부채가 1천3백조 원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을 뿐 아니라 금리 인상 추세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가계소비도 둔화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에서도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의 부채부담이 늘어나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서둘러 11·3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전매 제한 기간을 확대하고, 1순위 자격과 재당첨 금지를 강화하면서 돈 줄을 죈 것이다. 이에 따라 11·3 대책 직후부터 12월 19일까지 서울의 집값은 0.22퍼센트 오르며 급등세가 꺾였고, 특히 집값이 급등했던 서울 강남4구에서는 0.3퍼센트 하락했다.

그런데 11·3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2달도 채 되지 않아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다시 부양 정책을 내놨다. 미분양주택이 급증하면 미분양주택을 정부가 구입해 임대주택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내년 1분기에 연간 예산의 30퍼센트 정도인 1백40조 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또, 공공기관 등을 동원해 20조 원을 경기 부양에 쓰겠다고 한다. 내년 예산안이 통과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을 4백조 5천억 원으로 편성했지만 올해 추경 대비 0.5퍼센트포인트밖에 늘리지 않은 사실상 ‘긴축 예산’이었기 때문에 경기 부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경기 부양에 쓰겠다는 20조 원 가운데 올해 초과 세수 가운데 지방정부 몫(3조 원)과 연간 예산 집행률 1퍼센트(3조 원) 제고분의 경우 어차피 줘야 할 돈이었고, 공공기관 투자(7조 원)와 정책금융 확대(8조 원)는 간접적 지원이기 때문에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이처럼 한국 지배자들은 다가올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경기 부양과 내핍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대체로 내핍을 강요하며, 주택 가격이 급락하는 것을 막는 데 집중하고 있는 듯하지만 말이다.

내년 경제에 불확실이 매우 큰 만큼 지배자들은 임금과 고용에 대한 공격에 더욱 나설 것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온 힘을 다하는 것은 이를 잘 보여 준다.

입력 2016-12-30 ⓒ노동자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