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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최순실과 정유라가 누구시길래 이렇게’

썩어빠진 시궁창 박근혜 정부

김문성

미르 재단과 최순실(개명 전 이름, 현재 최서원)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얄궂게도 박근혜의 아군인 밤의 대통령 〈조선일보〉와, 박근혜가 측근 부패를 방지한다며 직접 신설해 임명까지 한 청와대 특별감찰관실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의 격분에 〈조선일보〉가 먼저 나가떨어졌다. 이어 특별감찰관실이 공중분해됐다. 박근혜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대응은 ‘도대체 최순실이 누군데’ 하는 의혹만 키웠다.

그렇게 해서 최순실을 고리로 미르와 K스포츠 두 재단, 정유라와 차은택, 재벌들과의 정경유착 실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박근혜 부패 계보 (크게 보기) ⓒ노동자연대

두 재단은 각각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창조 문화·스포츠 산업에 대한 기여를 표방했다. 즉, 박근혜의 임기 말과 퇴임 후의 치적 홍보용 성격이 큰 것이다.

이 재단에 재벌들이 (전경련을 통해) 보름 만에 8백억 원이 훨씬 넘는 돈을 걷어줬다. 친기업 정책 추진에 다걸기 하는 정부에 기업주들이 ‘성의’를 보인 것이다. 전경련 부회장 이승철과 정책기획수석 안종범이 모금의 주체였고, 최순실이 ‘회장님’으로 불리며 재단 설립을 총지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26일 설립신고를 한 미르재단의 설립 실무는 차은택 쪽이 맡았다. 그는 최순실이 박근혜에게 천거해 2014년 이후 출세가도를 달렸다. 2014년 8월 차은택이 몸담은 회사의 대표였던 김종덕이 문화체육부장관이 됐고, 12월에 외삼촌인 김상률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됐다. 차은택 본인도 올해 초까지 창조경제추진단장과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을 지냈다.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 자리에는 차은택과 함께 영상홍보회사를 운영했던 인물이 앉았다.

올 1월 설립된 K스포츠재단에는 최순실의 단골 마사지센터 사장이 초대 이사장이 됐다. K스포츠재단은 최순실이 더 많은 것을 챙긴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승마선수이자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는 올해 초부터 독일에서 장기 해외 훈련을 시작했다. 이 훈련단 일행의 숙소와 훈련장 등 체류 관련 실무를 K스포츠재단이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이 재단의 첫 업무였던 셈이다. 이들은 20실 규모의 호텔을 통째로 빌려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를 쓰는 상황에서 〈경향신문〉은 K스포츠재단이 국내 모 재벌에게 80억 원을 비인기 종목 도쿄올림픽 유망주 지원 명목으로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재단은 독일에서 비덱이라는 회사를 통해 선수를 관리하겠다고 했고, 이 비덱은 독일 현지 법인으로 최서원(최순실)과 정유라가 공동 지분을 가진 회사라는 것이다. 이젠 스포츠 투자를 빙자한 재산 해외 도피 의혹까지 생긴 것이다. (이 기사를 인쇄소로 넘길 시점에 한국과 독일에 더블루K라는 최순실 소유의 또 다른 K스포츠 재단 연계 기업이 폭로됐다. 독일의 더블루K는 비덱과 주소지가 같다고 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결국 정유라는 지금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연결 고리가 돼 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정유라는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했다. 정유라의 체육특기생 입학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이었다. 그러나 이화여대 입학처장이 총장에게 박근혜와 최순실, 정윤회, 정유라의 관계를 그림으로 그려가며 설명하는(“지금 누구의 딸이 우리 대학에 지원했다!”) 특별한 과정을 거친 뒤에 무난히 합격했다.

“(정유라 레포트 중에서) 해도해도 않되는 망할새끼들” 비밀스런 권력의 부패 복마전은 정경유착의 실상을 보여 준다. ⓒ 이미진

정유라가 학교를 안 나가서 학점 받기가 어렵자, 학칙을 바꿔 해외 훈련과 대회 출전 계획을 미리 내면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줬다. 그러나 올해 4월에 정유라가 냈다고 이화여대 당국이 국정감사에 제출한 계획표에는 올해 9월 시합의 ‘결과’까지 표시돼 있었다. 4월에 서류를 낸 것처럼 조작하다가 실수한 듯하다. 오죽하면 입학부터 학점까지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비아냥이 나오겠는가. 이런 대가로 이화여대는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을 싹쓸이했다.

대한승마협회가 마치 정유라의 매니지먼트 회사처럼 정유라를 특별 관리한 것도 드러났다. 그런데 지금 승마협회의 협회장을 비롯한 핵심 집행부는 모두 삼성전자 임원들이다. 이들은 정유라의 독일 훈련 비용을 승마협회 공식 사업비로 지출하려 했고, 국가대표 감독을 보내어 개인교습을 하게 했다. 이런 일들이 승마협회의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 프로젝트로 포장됐다. 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의 명마를 정유라에게 선물한 정황도 드러났다.

결국 청와대와 교육부, 전경련과 삼성, 이화여대, 일부 문화예술계·스포츠계 인사들이 모두 연루된 표면적 중심에 정유라가 있는 셈이다. 그 정유라와 박근혜를 잇는 고리가 어머니인 최순실이니 결국 박근혜와 최순실의 특별한 관계가 이 엄청난 권력형 부패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그밖에도 실세로 부각된 정윤회(전 남편), 우병우(추천), 차은택(추천) 등 모두 최순실과 관련 있는 인물들이다. 최순실은 박근혜가 1970년대 청와대 시절 멘토처럼 따랐다는 최태민의 딸이다. 최순실은 그 시절부터 40년간 박근혜의 최측근으로 지내 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통령 취임식 등 중요 행사에 박근혜가 입을 한복과 보석류까지 최순실이 골라 주고, 최순실이 추천한 개인 트레이너를 청와대의 고위직에 임명할 정도로 둘은 각별한 사이라는 것이다.

결국 기업주들이 정경유착으로 특혜를 받으려 한 것이든, 딸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 시나리오를 위해 권력을 이용한 것이든, 권력자가 둘 다 이용하다 들킨 것이든, 그 본질은 같다. 사익을 위해 국가권력이 동원된 전형적인 권력형 특권층 부패인 것이다.

물론 공식 직책도 없는 측근들의 권력형 부패가 문제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독재 정권들은 물론이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모두 임기 말에 대통령의 아들 또는 형이 연루된 권력형 부패가 드러나 정권이 약화됐다. 한국의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부패하고 불안정하다는 점이 다시금 드러난 것이다.

“왠만하면 비추함” 말도 안 되는 비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졌다.


최순실 게이트가 보여 준 것

최순실 게이트는 첫째, 박근혜 정부의 부패한 정경유착 실상을 확실히 보여 줬다. 박근혜 측근들이 운영할 ‘듣보잡’ 재단을 위해 재벌들이 보름 만에 1천억 원 가까운 돈을 냈다. 삼성이 맡고 있는 대한승마협회는 마치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매니지먼트 소속사처럼 움직였다. 기업화된 대학(이화여대)도 이 대열에 끼었다. 이런 ‘자발적’ 지원과 헌납은 정권의 압박 탓도 있겠지만, 주로 노동 개악, 의료와 철도 등의 민영화와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각종 정부 사업에서의 특혜 등을 바라는 대가성이다.

둘째, 박근혜의 통치 스타일과 부패한 인적 기반을 드러냈다. 박근혜의 권력 독점적 통치 스타일 탓에 잘 드러나지도 않은 민간인 ‘비선 실세’가 박근혜 권력의 그림자 속에서 엄청난 특권을 누려 왔다. 사진 몇 장 말고는 언론조차 어디 사는지 목소리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비선 실세’, ‘회장님’이라는 별칭으로 전횡을 휘둘러 온 것이다.(〈jtbc〉는 최순실의 대화 녹음 파일을 보도하면서, 본인 목소리를 비교·확증할 근거가 없어서 인용 보도 형식으로 처리했다.) 이런 비밀스런 실세 가족을 위해 정부와 공적 기관들, 재벌이 움직였다.

결국 세월호 참사 당일 근무시간에 사라져 놓고는 ‘사생활이니 묻지 말라’는 적반하장도 이처럼 권력을 사유물처럼 다뤄 온 특권층 DNA의 반영이었을 것이다. 이런 자들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나 파업 노동자들에게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라’고 비난하는 것은 정말로 역겨운 일이다.

셋째, 아군인 <조선일보>가 이런 비리를 캐려 한 것은 여권 내부의 균열을 보여 줬다. <조선일보>가 꼬리 내린 뒤 <한겨레>가 폭로를 이어간 것도 시사적이다. 정보원이 건재한 것은 여권 내 균열이 봉합된 게 아니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은 중앙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새누리당의 ‘꼴통 친박’ 김진태 등을 빼고 기소했다. 선관위가 이에 반발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한 것도 권력 이완의 한 양상을 보여 준다.

행복 끝, 레임덕 시작

정권의 비밀스런 추문이 터져나오고 부패 폭로가 순식간에 박근혜의 턱밑까지 치달은 것은 실로 심각한 위기의 징후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정치자금을 헌납한 것을 두고 경총 회장이 ‘기업의 발목을 잡아 돈을 뜯어낸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시사적이다. 기업주 대표의 이런 냉소적 반응은 십중팔구 (측근 실세까지 챙겨주며) 이 정부와 정경유착을 한 대가가 시원찮아서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려고 대우조선과 롯데 등을 뒤졌으나, 자신의 부패도 함께 폭로됐다. 오죽하면 이명박이 ‘나도 못했는데, 박근혜는 더 못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기까지 했을까.

박근혜 정부의 국정 지지도도 최근 폭락했다. 19~40대에서 지지율은 10퍼센트대다.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도 취임 후 최저다. 이런 지지율 폭락에는 경제 실패 등에서 드러난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반감과 염증이 근본적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을 증폭시킨 것은 9월 하반기부터 이어지는 공공부문 노동자 파업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11월 12일 대규모 민중총궐기도 예정돼 있다.

상처입은 야수가 사납듯이, 그럴수록 박근혜는 노동자 투쟁에 더 강경하게 나올 것이다. 노동운동은 위축되지 말고 박근혜의 취약성을 이용해 투쟁을 지속해야 한다.

입력 2016-10-1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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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측근 부패, 국가기관 선거부정, 세월호 참사, 친제국주의 정책, 노동자 ·서민 공격 …

박근혜는 퇴진하라

노동자연대

박근혜와 그의 최측근 최순실의 부패 커넥션이 샅샅이 드러나고 있다. 〈jtbc〉와 〈한겨레〉 등이 연일 새로운 폭로를 추가하고 있다.

최순실은 대통령의 일정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연설문을 고쳤다. 최순실이 주도하는 비선 실세 모임이 박근혜에게 가는 보고 자료를 빼돌려 검토하고 이를 기획안으로 내면 그것이 토씨 하나 안 바뀌고 청와대의 정책과 사업으로 둔갑했다. 최순실에게 고위 관료 인사 청탁을 하고, 재벌들은 최순실이 주도한 수상한 사업에 수백억 원을 갖다 바쳤다. 이화여대는 그의 딸을 위해 학교 시스템이 붕괴될 정도의 특혜를 줬다.

누가 최순실에게 이런 어마어마한 권력을 줬는가. 박근혜는 오늘(25일) 낮에 질의 응답도 없이 2분도 안 되는 녹화 사과 기자회견에서 그것이 바로 자신이라고 실토했다.

박근혜는 최순실의 국정 개입이 단순히 연설문 수준이라고 했다. 그런 개입이 마치 의견 수렴 과정인 듯 말했다. 가당찮다. 박근혜는 청와대 앞 길바닥에서 며칠을 지새며 만나달라고 한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요청은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 살인 물대포로 백남기 농민을 죽여 놓고도 의견 청취나 사과는커녕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태생부터 박근혜 정부는 정통성이 없었다. 국가기관의 총체적 대선 개입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다. 대중의 환심을 사고자 내놓은 복지 공약은 지켜진 게 없다. 노인 기초연금 20만 원 공약은 취임도 전에 파기했다.

그래도 경제를 살리지 않을까 하는 실날 같은 기대 때문에 어찌어찌 위기를 넘겼지만, 3년이 지난 지금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 상태다. 그 대가는 고용 불안, 소득 감소, 집값 폭등,  복지 축소의 형태로 애꿎은 수백만 사람들이 떠안았다.

박근혜는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에도 책임이 있다. 박근혜가 추진한 규제 완화는 세월호 참사를 예비했고, 미국 제국주의에 협조하려고 서두른 제주해군기지 공사는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박근혜는 어떻게든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을 뿐, 무고한 죽음에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어디 이뿐인가. 박근혜 정부는 임기 4년 내내 노동자들과 천대받는 민중을 쉴 새 없이 못살게 굴고 공격했다. 진주의료원 폐쇄, 노조 파괴 공작, 공무원연금 개악, 노동시장 구조 개악, 무상보육 파탄, 공공요금 인상을 추진해 왔다. 일부 지방정부가 자체 예산으로 추진한 소박한 복지마저 방해하는 사악한 시장주의 세력이다.

박근혜의 친제국주의적이고 호전적인 대북 정책 또한 동북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갈등과 불안정 고조에 일조하고 한반도를 군비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박근혜는 내년 국방예산도 4퍼센트 넘게 증액해 40조 원을 넘겼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정부 지원액을 깎았다.

또한 민주적 권리도 공격하려고 호시탐탐이었다. 통합진보당을 강제로 해산시키고 관련 인물들을 수년씩 감옥에 가뒀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는 5년을 선고했다.

마침내 선출되지 않은 비선 실세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농단을 부렸음이 폭로됐다. 앞에서 언급한 이미 누적된 퇴진 사유에 측근 부패가 추가됐다.

민주노총은 “이제 모두 거리로 나서자”고 호소했다.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 함께하자고 주장했다. 이 호소가 노동계급의 고유한 힘의 사용과 결합된다면 박근혜 퇴진이 현실적 요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2016년 10월 25일
노동자연대

입력 2016-10-25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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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을 “박근혜 퇴진” 함성으로 가득 메우다

김문성

ⓒ이미진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는 하야하라”

두 구호가 청계광장에서 종로 1가, 그리고 광화문까지 거리를 가득 메웠다.

10월 29일 5시 철도노조의 결의대회부터 청계광장으로 모이기 시작한 행렬은 거리 행진을 시작한 7시 반경에도 끊이지 않았다.

노인들, 동료들과 함께 온 직장인들, 어린 아이와 손잡고 나온 부부와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나온 청년·청소년들까지 참가자들의 구성은 참으로 다양했다. 특히 집회와 시위에 처음 나온 듯한 10~20대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밤늦게까지도 ‘역사적 순간에 함께하자’며 친구들과 자리를 지켰다.

집회 후 참가자들이 청계광장에서 거리로 나오는 데에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행진 과정에서 더 불어난 행진 대열은 5만여 명에 이르렀고, 행진 선두가 세종문화회관 앞에 이르는 동안 종로1가 차도 전체와 인도까지 가득 메운 인파는 종각 사거리까지 이어졌다.

충격적인 최순실 게이트의 실상이 본격적으로 폭로된 지 일주일 만에 수만 명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이는 박근혜 퇴진 요구가 단지 최순실 사건에 대한 불만에서만 비롯한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물론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도 살펴 보면 박근혜 본인이다.) 퇴진 요구는 4년 내내 노동자·서민을 쉴 새 없이 못살게 군 박근혜 정부를 향한 분노이자 노동 개악과 교육 개악, 고통전가 정책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주말 집회에서 성난 민심이 표출될 것을 걱정해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긴급 회동을 하고 청와대 수석들의 일괄 사표를 받고 정호성 등 문고리 권력들까지 압수수색을 하는 쇼를 벌였지만, 이미 봇물 터지듯 분출한 분노를 잠재울 순 없었다.

오히려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그새 증거 인멸을 어느 정도 해놓고 이제 와서 쇼를 한다고 반응했다. 박근혜의 어떤 말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여러 언론사들이 내보낸 인터넷 생중계마다 수만 명의 시청자들이 몰려 이 집회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렸음도 알 수 있었다.

하루 전 백남기 농민 부검 영장 재청구를 포기한 경찰은 급변한 정치 상황 속에서 곤혹스런 처지를 드러냈다. 차벽이나 물대포 협박을 하지도 못했다. 해산 방송을 하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운운하는 저자세의 표현도 썼다. 수만 명이 순식간에 광화문광장까지 진출해 박근혜 퇴진을 외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럼에도 맨몸의 시위대에게 최루액을 쏘는 등 비열한 본능을 감추진 못했다. 심야까지도 수천 명이 “비켜라”,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청계광장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대회는 오후 6시에 시작됐다. 6시를 한참 앞둔 이른 시각부터 시청역, 종각역, 광화문역 방면에서 사람들이 청계광장으로 몰려 들면서 집회 시작 전부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가 됐고,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고조됐다. 주최측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대열 뒷편에서는 무대 발언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참가자가 적을 것이라던 경찰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청계 광장에 모인 사람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참가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미진

연단에 선 발언자들이 박근혜 퇴진의 정당성을 주장할 때마다 대열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백남기 농민 사망 직후부터 경찰의 부검 시도에 맞서왔던 백남기투쟁본부 공동대표인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은 "국민 여러분의 힘으로 백남기 농민을 지켜냈다"면서 "더이상 국민들을 고통으로 몰지 말고 박근혜 정부는 즉시 퇴진하라"고 포문을 열었다.

박근혜 퇴진 보건의료인 선언을 주도한 우석균 보건의료연합 정책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재벌들을 폭로했다. "재벌들은 박근혜 정권의 공범이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수백억 원을 삥 뜯긴 듯이 얘기하지만, 그 돈을 바친 직후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악, 의료민영화, 공공서비스 민영화 담화문을 발표했다"면서 "사유화된 국가권력으로 노동자 서민 등쳐서 재벌에 돈을 갖다준 것이 최순실게이트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33일째 파업을 하고 있는 철도노조 김영훈 위원장은 ‘시국선언’을 낭독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불편해도 괜찮아라며 응원해 준 덕분에 파업을 한 달 넘게 이어가고 있다"며 감사를 표하고 투쟁을 이어겠다고 해 더 큰 환호를 받았다.

진보 정치인들도 집회를 지지하며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민주노총 의원단의 김종훈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재명 성남시장이 함께 나와 박근혜가 퇴진하는 것이 해법이며 싸워서 퇴진시켜야 한다고 호소해 참가자들의 자심감을 북돋웠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 특혜에 연루된 총장을 학내 투쟁으로 사퇴시킨 이화여대의 김승주 학생(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의 발언도 큰 박수를 받았다. 김승주 학생은 박근혜가 그리 떠들던 법과 질서를 스스로 박살냈다며 사퇴만이 유일한 사과라며 퇴진 투쟁을 이어가자고 호소했다.

행진

행진은 장관이었다. 청계광장에서 종각사거리로 나가 광화문으로 향한 대열은 순식간에 세종문화회관 앞부터 광화문 사거리까지를 가득 메웠다. 맨 앞의 대열이 경찰 저지선과 대치하는 동안, 중간 대열에서는 주최측의 방송차를 이용한 자유발언대가 마련됐다.

△행진 시작 30분이 지나도록 여전히 청계광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미진

자유발언대에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분노한 청소년들이 줄을 이었다. 분노한 대학생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한 초등학생은 “박근혜 이모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어른이 나왔다며 박근혜 ‘이모’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들의 발언이 많아 많은 사람이 고무됐는데, 학생들은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이 이래선 안 된다고 기염을 토했다.

초등학교 때 엄마와 함께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 나왔고 중학교 때 또 엄마와 함께 세월호 집회에 나왔다는 고등학생의 발언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엄마의 오빠가 서해 페리호 사건으로 돌아가셨는데, 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면서 “잘못된 세상이 바뀌지 않아서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집회가 기획되고 홍보된 지 3일 만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가득 안고 모인 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폭로한 부패하고 추악한 실상 때문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온갖 악행들에 치를 떨며 지내 온 4년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29일 집회와 행진은 박근혜가 심화시킨 불평등과 불안정, 고통전가에 대한 항의였다.

그래서 박근혜 퇴진 요구가 정당하며 상당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음도 보여 줬다. 즉 운동이 계속될 것임을 보여 준 것이다. 그러려면, 지금껏 그래왔듯이 조직된 노동자들이 앞장서야 한다. 청계광장 집회에서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박근혜를 끌어내리기 위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으로 앞장서겠다’고 했다. 오늘 참가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이 약속을 지지한다고 표현했다. 노동운동이 실질적인 투쟁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이런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이미진

입력 2016-10-3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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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하야를 위한 분노의 버스킹

청년들이 도심에서 “박근혜 퇴진”을 외치다

박혜신

이화여대, 서강대, 한양대, 경희대, 건국대 등 대학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이 화제다. 캐도 캐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고구마 줄기 같은 박근혜의 부패비리 때문에 "퇴진", "하야" 등의 단어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 2위를 장식하고 있다. 이 분위기를 더 크게 모아 나가자는 취지로 청년·학생들의 긴급 촛불집회가 열렸다.

10월 26일 저녁 8시, 2016 청년총궐기 준비위원회가 분노하는 청년·학생들의 염원을 담아 긴급 촛불 집회를 열었다. '박근혜 하야를 위한 분노의 버스킹'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집회는 긴급하게 추진했지만, 청년·학생 1백 명가량이 참가했고 지나가던 시민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집회를 경청했다. 청년·학생들은 "총궐기까지 기다릴 수 없다! 총궐기까지 매일 저녁 촛불 시위에서 힘을 모아가자"며 결의를 다졌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10월 26일 저녁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청년·학생들의 집회. ⓒ이미진

사회를 맡은 서울청년네트워크 김선경 씨는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 합의한 특검을 가리켜 "특검을 통해 진실이 드러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들의 염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이다. 이 집회를 시작으로 분노의 불씨를 모아 나가자"며 집회를 시작했다.

20대의 91퍼센트가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고 '콘크리트 지지층'까지 무너지고 있는 정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내용이 국가기구에서 드러나자 "최순실은 도대체 누구냐"는 말이 자동으로 나오고 있다.

최순실과 박근혜 커넥션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정유라, 그리고 정유라를 극진히 모셔 온 이화여대 총장을 날려 버린 이대 학생의 발언도 이어졌다. 노동자연대 이대모임 김승주 학생은 박근혜와 최순실을 둘러싼 부패 비리를 낱낱이 폭로하며 "이화여대 학생들은 '사퇴가 사과다'라고 외쳤다. 이제 이화여대 학생들이 최경희에게 한 것처럼 '박근혜의 퇴진이 사과다!'라고 하자"고 했다. 더불어 "대선까지 기다리지 말고, 야당에 의존하지 말고 싸우자. 노동자들이 파업해서 싸우고, 학생들이 거리에서 싸우며 민중총궐기에서 만나자"고 했다. 특히 박근혜 퇴진 투쟁에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결합된다면 박근혜를 실제로 퇴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까지 기다리지 말고 퇴진시키자" ⓒ이미진

끝이 보이지 않는 부패 비리를 들은 참가자들은 "진짜 영화다 영화!", "얼마나 해 먹은 거야"라며 분노했다.

민중연합당-흙수저당 손솔 대표도 발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사과하며 (최순실에게) 선의의 마음으로 도와달라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간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했던 게 몇 가지냐. 세월호의 컨트롤 타워는 왜 없었는지 사과하라 했다. 백남기 농민을 죽인 살인정권에게 사과하라 했다. 이제 박근혜의 국정운영 능력은 박살났다"며 박근혜의 하야를 강력히 촉구했다.

가락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박근혜의 사과를 들은 이정현 의원이 '나도 친구, 지인 도움 받는다'고 말했다. 맞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여러 사람들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의 의견은 듣지 않고 최순실의 말만 들었다. 때문에 정부의 말대로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고 했다.

이 외에도 대학생, 청년, 예술인 등이 집회 자유 발언에 참여해 "박근혜를 대통령 자리에 두고 부패 비리의 진실을 밝힐 수 없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오늘 오후 결정된 긴급 촛불이었지만 SBS, MBC, YTN 등 여러 언론들이 취재를 하러 왔다.

청년·학생들의 광화문 집회는 11월 12일 민중총궐기까지 평일 매일 8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릴 계획이다. 또 이번 주 토요일 오후 4시 30분에 대학로에서 시작해 박근혜 퇴진을 위한 행진을 할 계획이다.

측근 부패, 국가기관 선거부정, 세월호 참사, 친 제국주의 정책, 노동자·서민 공격 등 공공의 적 박근혜를 끌어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 11월 12일 민중총궐기가 크게 열릴 수 있게 준비하고, 그전부터 거리에서 시위를 벌여 나가자.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추진에 맞서 파업을 지속하고 있는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뿐 아니라 더 많은 노동자들의 파업이 확대돼 박근혜가 코너로 몰려 퇴진할 수 있게 힘을 모으자.

입력 2016-10-2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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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부패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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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부패 계보 - 최순실, 우병우, 차은택, 정유라, 대한승마협회, K스포츠재단, 미르, 더블루K, 비덱 ...

△박근혜 부패 계보 (크게 보기) ⓒ노동자연대

입력 2016-10-1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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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 문드러진 박근혜 정부는 퇴진하라

박근혜와 그의 최측근 최순실의 부패한 유착이 날마다 새롭게 폭로되고 있다.

최순실 측은 박근혜에게 가는 보고 자료를 받아서 검토했고, 이를 기획안으로 내면 그것이 토씨 하나 안 바뀌고 청와대의 정책과 사업으로 둔갑했다. 최순실은 대통령의 일정과 연설문 등을 사전에 받아보고 고쳤다.

고위 관료들은 최순실에게 인사 청탁을 하고, 재벌들은 최순실의 박근혜 대행 사업들이라고 의심되는 사업들에 수백억 원을 갖다 바쳤다. 이화여대는 그의 딸에게 평범한 학생들은 감히 상상조차 못 할 특혜를 준 것이 폭로돼 총장이 사퇴하는 등 학교의 신뢰가 크게 추락했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는 대다수 사람들이 이름도 못 들어봤을 최순실에게 누가 이런 어마어마한 권력을 줬는가. 25일 낮 기자회견에서 박근혜는 자신이라고 실토했다. 27일에는 지난해 기업 총수를 청와대에 불러 박근혜가 직접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돈을 내라고 얘기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렇듯 박근혜와 최순실의 “인연”(또는 “신의”)은 생계를 위해 죽어라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실감과 분노를 안겨 준 정경 유착과 부정 축재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재벌이 억울한 피해자인 것은 절대 아니다. 전경련을 거쳐서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수백억 원을 낸 기업들도 직간접적으로 대가성 특혜를 받았다. 사업 특혜만이 아닌 것이다.

비리로 구속된 한화 회장 김승연이나 CJ 회장 이재현은 어떻게 석방된 것일까? 최근 삼성 이재용이 그룹 경영권 승계를 마친 것은 이와 무관할까? 공교롭게도 한화와 삼성은 대한승마협회를 통해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고등학교 출결부터 대학 입학과 학점까지 책임지는 풀타임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은 재단으로 모인 돈을 자기 소유의 회사로 빼돌렸는데, 이 돈이 박근혜의 퇴임 후 정치자금일 거라는 의혹이 많다.

박근혜는 최순실의 부패한 국정 개입을 마치 의견 수렴 과정인 듯 변명했다. 가당찮다. 박근혜는 청와대 앞 길바닥에서 며칠을 지새며 만나달라고 한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요청은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 살인 물대포로 백남기 농민을 죽여 놓고도 의견 청취나 사과는커녕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법과 노동조합을 무시하며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였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세월호 참사, 친제국주의 정책, 노동자·서민 공격 …
박근혜의 퇴진 사유는 차고 넘친다

박근혜 정부는 태생부터 정통성이 없었다. 국가기관의 총체적 대선 개입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다. 대중의 환심을 사고자 내놓은 복지 공약은 지켜진 게 없다. 노인 기초연금 20만 원 공약은 취임도 전에 파기했다.

그래도 경제를 살리지 않을까 하는 실낱 같은 기대 때문에 어찌어찌 위기를 넘겼지만, 3년이 지난 지금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 상태다. 그 대가는 고용 불안, 소득 감소, 집값 폭등, 복지 축소의 형태로 애꿎은 수백만 사람들이 떠안았다.

박근혜는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에도 책임이 있다. 박근혜가 추진한 규제 완화는 세월호 참사를 예비했고, 미국 제국주의에 협조하려고 서두른 제주해군기지 공사는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박근혜는 어떻게든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을 뿐, 무고한 죽음에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어디 이뿐인가. 박근혜 정부는 임기 4년 내내 노동자들과 천대받는 민중을 쉴 새 없이 못살게 굴고 공격했다. 진주의료원 폐쇄, 노조 파괴 공작, 공무원연금 개악, 노동시장 구조 개악, 무상보육 파탄, 공공요금 인상을 추진해 왔다. 일부 지방정부가 자체 예산으로 추진한 소박한 복지마저 방해하는 사악한 시장주의 세력이다.

박근혜의 친제국주의적이고 호전적인 대북 정책 또한 동북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갈등과 불안정 고조에 일조하고 한반도를 군비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박근혜는 내년 국방예산도 4퍼센트 넘게 증액해 40조 원을 넘겼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정부 지원액을 깎았다.

또한 민주적 권리도 공격하려고 호시탐탐이었다. 통합진보당을 강제로 해산시키고 관련 인물들을 수년씩 감옥에 가뒀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는 5년을 선고했다.

마침내 선출되지 않은 비선 실세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농단을 부렸음이 폭로됐다. 이미 3년간 누적된 퇴진 사유에 추하고 놀라운 측근 부패가 추가됐다.

거국 중립내각은 박근혜에게 시간을 벌게 해줄 뿐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정부가 급속도로 통치력을 상실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10퍼센트대로 폭락했고, 부정평가는 80퍼센트에 육박한다. 20대에서 박근혜 지지도는 2퍼센트로 추락했다. 사악하고 부패한 정권에 모두 등을 돌리고 있다. 박근혜 퇴진 요구에 대한 지지가 급속히 늘고 있다.

그런데 더민주당은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한다. 대통령 조기 사임이 헌정 중단과 국정 공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상 유지가 내년 대선에서 더민주당에 이롭다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압도다수의 국민이 느끼는 분노와 불만보다 자당의 선거적 실익이나 따지는 것이 더민주당이다. 그러나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말처럼 박근혜가 저지른 행위가 이미 “최악의 헌정유린 사태”다.

이 시점에서 거국 중립내각 구성 요구는 반동적이다.

첫째, 박근혜와 새누리당에게 면죄부를 주고 시간을 벌게 해 줄 뿐이다. 야당이 새누리당과 함께 꾸리는 거국 내각은 광범한 불신의 대상인 새누리당에게 숨쉴 틈을 줄 뿐이다.

둘째, 박근혜 정부의 부패 문제를 철저하게 국회 내 협상으로 한정시켜 대중의 불만이 작업장과 거리에서 투쟁으로 표출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대중은 최악과 차악이 정치권력을 분점하는 양당 체제의 구경꾼으로 있으라는 얘기다. 여야 간 특검 협상이 이런 미래를 예시한다.

셋째, 그리하여 대중의 분노가 식기 시작하면 우파가 반격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진정 박근혜의 퇴진을 강제하려면 국회가 아니라 일터와 거리에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시작됐다
민주노총도 파업으로 동참하자

박근혜 하야·퇴진 여론이 60퍼센트를 넘고 대학가에서 학생·교수들의 시국선언이 확산되고 있다. 여러 도시들에서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들도 시작됐다.

이런 분위기는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광범하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등은 박근혜 하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은 11월 12일 노동자대회와 민중총궐기에 대규모로 조합원들을 결집시킬 예정이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대대적인 시국선언 조직을 시작했다.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제기들이 상당하다. 임기 내내 노동개악에 열을 올린 박근혜 정부와, 이 썩어 빠진 정권에 수십억 원씩 갖다 바치면서 노동자들은 쥐어짜는 재벌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가 상당하다.

노동자들이 박근혜 퇴진 요구 운동의 선두에 다시금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은 박근혜 정부 내내 끈질기게 투쟁을 벌여 온 거의 유일한 세력이다.

박근혜 취임 1년이 되던 2013년 12월,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은 강성 우파 박근혜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중에게 심어 줬다. 2014년에는 박근혜에 맞선 총파업을 내건 한상균 집행부가 직선제로 뽑혔고, 2015년 내내 노동개악에 맞선 파업과 투쟁이 벌어졌다. 이 여파는 2016년 박근혜의 총선 참패로 나타났다.

총선 이후 여당 내분이 첨예해졌고, 재집권에 빨간불이 켜지자 박근혜의 정치 위기는 더욱 깊어졌다. 노동자들의 저항도 계속돼 정부의 노동개악 추진 동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올해 현대차 노동자들은 수개월 동안 부분 파업과 12년 만의 전면 파업을 벌여 3조 원대의 경제적 손실을 안겨 주며 정부와 사용자들을 긴장시켰다. 노동자들은 임금체계 개악 추진에 반대해 임금 인상과 임금피크제 저지 등을 내걸고 싸웠다.

9월 하순에는 공공부문 노동자 5만여 명이 파업에 나섰다. 박근혜가 밀어붙이는 노동개악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인 성과연봉제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이 파업은 2주가 넘게 진행됐고 철도 노동자들은 지금도 한 달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도 부산 신항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물류 마비를 위협하며 힘을 보여 줬다.

특히 공공부문 파업이 시작된 9월 하순 이후 박근혜 지지율이 급락하고 정치 위기는 나날이 심각해졌다. 반면 노동자들의 파업은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의 부패라는 뇌관이 터진 것이다.

동력

박근혜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데 노동자 투쟁이 핵심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노동자 투쟁은 박근혜 퇴진을 실현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노동계급은 자본주의 이윤에 타격을 가할 고유한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정부와 사용자들을 더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세력 관계를 바꿔 놓을 수 있다. 따라서 철도 파업을 계속 이어가고, 기아자동차에서도 비정규직 조건 악화 공격과 정규직 조건 압박에 맞선 파업을 확대하는 것이 박근혜 퇴진 운동에도 이롭다. 지금 노동자 투쟁을 벌이는 것 그 자체로 퇴진 운동과 긴밀한 연관을 맺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근혜 “하야”를 재차 확인한 민주노총이(민주노총은 2013년 철도 파업을 경찰 폭력으로 공격한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퇴진을 공식 결정했다) 이를 위한 총파업을 즉각 선언·집행한다면, 노동자들뿐 아니라 박근혜 퇴진을 열망한 수많은 사람들이 열렬히 호응할 것이다.

민주노총과 산별·연맹 지도부는 박근혜 퇴진 운동이 시작되는 바로 지금, 조직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 줘야 한다.

마침 ‘민주노총 총파업 성사와 박근혜 정부 퇴진을 위한 노동자 서명’도 시작됐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해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을 확산하고,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비롯한 노동 개악을 저지하자.

입력 2016-10-28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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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을 위한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가 결성되다

박혜신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10월 30일 학생회 20여 곳과 416대학생연대,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청년하다, 인권네트워크 사람들 등의 학생 단체들, 개인들이 모여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이하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를 결성했다.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는 여러 대학들에서 이어지고 있는 시국 선언의 흐름을 전국적인 대학생들의 더 큰 행동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는 박근혜 퇴진을 지지하는 학생회, 단체, 개인 모두에게 열려 있다. 앞으로 참가를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더 많은 학생회, 단체, 개인 들이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에 참여하고, 기층 대학에서도 시국회의를 결성해 전국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행동 방향을 실행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다. 

11월 2일 출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박근혜 퇴진을 위한 전국 대학생 시국선언’ 연서명 운동을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11월 3일에는 대학들에서 동시다발 학내 집회 등도 열 계획이다. 

11월 5일에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서울에서 개최), 부산 등 여러 지역에서 전국 동시다발 대학생대회를 개최하고, 이어 촛불 집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민중총궐기가 열리는 11월 12일에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모여 전국대학생대회를 개최한 뒤 청년총궐기에 참가한다. 

박근혜는 최순실 체포와 참모진 사퇴로 사태를 무마하고자 하는 듯하다. 그러나 썩은내 나는 박근혜 정부의 부패·비리와 그동안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 등이 결합돼 분노는 더 확산되고 있다.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가 켜켜이 쌓인 분노를 대중 행동으로 연결시키고 운동을 확대하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

△10월 26일 이화여대 시국 선언 기자회견 ⓒ사진 <노동자 연대>

함께 참가합시다


전국 동시다발 대학생대회

11월 5일(토) 오후 3시 장소 미정
(서울 · 경기 · 인천 · 수도권은 함께 서울에서 진행)


전국 대학생대회

11월 12일(토) 오후 1시


청년총궐기

11월 12일(토) 오후 2시

입력 2016-11-0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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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동자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거리 행진에 나서다!

소은화

11월 9일(수), 한국GM 부평공장 노동자 5백여 명이 공장 안 조립사거리에서 “헌법 유린, 국정 농단, 민주주의 파괴, 박근혜 정권 퇴진 조합원 시국대회”를 열고 부평역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한국GM 노동자들이 공장 문을 박차고 거리 행진에 나선 것은 지난 2000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철회 투쟁 이래 16년 만의 일이다. 또, 정권 퇴진과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 행진을 벌인 것은 1987년 민주화 투쟁 이래 거의 30년 만이다.

노동조합 깃발과 방송차를 앞세우고 플래카드와 오색 풍선을 든 노동자들은 거리 행진 내내 “박근혜 퇴진!”을 외쳤고, 행진 대열을 마주한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 행진에는 노동자연대 인천지회와 정의당 인천시당, 노동희망발전소도 참가했다. 연대 단체들은 공장 문을 나선 노동자들을 환영하며 행진에 함께했다.

ⓒ서한솔

한국GM 공장 안 집회와 행진 마무리 집회에서 한국GM 노동자들은 ‘박근혜 퇴진’ 투쟁을 선포하고 결의를 다졌다.

“역사는 노동자들이 공장 문을 박차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결국 둑이 무너졌다고 기록할 것입니다. 여기 모인 조합원들이 박근혜를 퇴진시키는 국민적 촛불을 횃불로 만드는 주역입니다.” (이성재 전 한국GM지부장)

“노동자 계급은 결정적 순간마다 부패 정권과 자본에 맞서 투쟁해 왔습니다. 지난 역사에서도 노동조합의 투쟁은 국민들의 삶을 변화?발전시키는 데 중추 역할을 해 왔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부패한 박근혜 정부와 수구보수 세력과 자본에 맞서 노동자 부대의 역할을 보여 줄 때입니다. 박근혜를 퇴진시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실천합시다. 그리고 그 힘을 모아 재벌과 결탁한 대통령 박근혜를 퇴진시킵시다.” (조남권 한국GM지부장)

“지난 주말 광화문에 모인 20만 국민들의 외침을 박근혜는 아직 듣지 못한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를 마비시키고 친재벌 · 반노동자 정책으로 온 국민을 고통에 빠뜨린 박근혜는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반드시 끌어내려 처벌해야 합니다.” (김병준 한국GM지부 사무지회장)

“15년을 일해도 똑같이 최저 임금을 받는 나라, 대학을 나와도 취업할 데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나라, 이것이 나라입니까? 저들이 내 임금, 내 노동, 내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박근혜가 퇴진할 때까지 끝까지 싸웁시다!” (신현창 한국GM 부평비정규직지회장)

“우리 한국GM지부는 서슬 퍼런 전두환 독재 정권 하에서도 투쟁했고, 1987년 노동자 대투쟁에도 나선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공장 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오늘 인천지역 수십여 개 단체가 ‘박근혜 퇴진! 인천비상시국회의’를 결성했고, 수많은 시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손으로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함께 행동합시다!(김창곤 민주노총 인천본부장)"

고남권 지부장이 “한국GM지부를 시작으로 전국의 노동자들이 공장을 넘어 어깨 걸고 거리로 광장으로 나가자”고 호소한 것처럼, 이날의 행진이 조직 노동자들이 박근혜 퇴진 투쟁의 전면에 서는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

나아가 국가 기간산업을 움직이고 이윤의 원천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고유한 힘을 발휘한다면, 즉 노동자 파업과 결합된다면 박근혜 퇴진 운동은 더 탄력을 받아 확대·심화될 수 있을 것이다.

ⓒ서한솔

입력 2016-11-1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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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성명

대학에서 박근혜 퇴진 행동을 위한 학생총회를 건설하자

11월 5일(토) 박근혜 퇴진을 위해 서울에만 20만 명이 모였다. 박근혜의 지지율은 사상 최저로 떨어졌고, 20대의 지지율은 1퍼센트 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는 쉽사리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는 거짓 사과를 했지만 뒤로는 온갖 꼼수를 부리며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또 투쟁이 어느 정도 지속되고 나면 민주당 등의 정당들이나 자유주의 언론, 개혁주의 정치인 등은 이제 사태 수습 방안을 찾자며 투쟁을 잠재우는 방향을 추진하며 타협을 모색할 수도 있다.

진정으로 박근혜 정부를 퇴진시키고,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는 온갖 개악들을 좌절시키려면 아래로부터 투쟁을 더욱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민중총궐기에 많은 사람들이 나오게 하는 것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대중시위가 계속해서 벌어져야 한다.

대학생들의 거리 운동 동참을 확대하기 위해 각 대학에서 ‘박근혜 퇴진 행동 결의를 위한 학생총회’가 건설된다면 좋을 것이다. 학생총회는 다수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이다. 10월 말부터 1백 곳이 넘는 대학에서 이어진 시국선언이 이제 학생총회를 통해 집단적으로 박근혜 퇴진 행동을 결의하고 거리로 나오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금 학생들은 학생회나 단체로 모이기 보다는 개인으로 또는 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 거리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박근혜 퇴진을 바라는 학생들이 개인으로 거리에 나가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학교에서 학생 총회를 통해 모여서 서로를 확인하고 집단적으로 박근혜를 퇴진시킬 때까지 거리 시위와 행진에 참가하겠다는 것을 결의한다면 더 많은 학생들에게 더 큰 파급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사회 전체에서 박근혜 퇴진 투쟁을 확산하는 데 좋은 효과를 낼 것이다.

또 설사 총회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총회에 모인 사람들이 함께 박근혜 퇴진을 결의하고, 행진이나 집회 참가 등을 한다면 충분히 총회를 추진한 의의가 있을 것이다.

학생총회는 총학생회나 중앙운영위원회뿐 아니라 기층 학생들의 서명을 받아서 발의할 수 있다. 만약 총학생회가 총회 발의 의지가 있으면 그 방향으로 추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직접 학생들의 서명을 받아서 발의할 수 있다.

실제로 경북대에서는 기층 학생들의 발의로 박근혜 퇴진과 총장 재신임을 위한 학생 총회가 18일에 열릴 계획이다. 이 총회는 학생 55명이 참가하는 ‘경북대학교 학생 실천단 이것이 민주주의다’가 추진했고, 총회를 위한 서명은 하루만에 발의 요건 5백 명을 넘겼다.

서울시립대에서는 11월 8일 학생총회에서 박근혜 퇴진 특별 결의문을 채택하고 7백 명이 함께 거리 행진을 했다. 이화여대에서도 일부 학생들은 정유라 관련 비리 척결과 민주적 이화여대,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총회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에서도 일부 학생들이 박근혜 퇴진 행동 결의를 위한 총회 발의를 추진 중이다.

이런 움직임이 여러 대학으로 확산되면 좋을 것이다. 학생총회 등을 통해 박근혜 퇴진을 위한 대학생들의 운동을 더욱 확대해 가자.

11월 9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입력 2016-11-0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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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부패 정권

‘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 게이트’로 가는 문

김지윤

△대중은 “퇴진이 사과”라고 외친다. ⓒ청와대

박근혜 정부의 추악한 실체가 까발려지고 있다. ‘처음에는 어디까지 팔 수 있을까 했는데 이제는 이렇게까지 파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 기자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다.

이 얽히고설킨 더러운 부패 사슬의 핵심에 박근혜가 있음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전방위적으로 폭로된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박근혜는 권력을 독점하고 이를 마치 개인 재산처럼 여기고 사용하려 했다. 연설문 따위에 최측근 머리를 빌린 것은 일도 아닌 것이다.

박근혜는 의심증 때문에 최순실 자매와 그 가족, 김기춘 같은 유신체제 하 중앙정보부 공안검사 출신 같은 인물들만 믿을 수 있었던 것 같다. 7인회니 십상시니 하는 비선실세 의혹이 취임 초부터 끊이지 않았다. 국가권력을 사유화해 자기가 믿는 사람들과만 달콤한 특혜를 누리려 한 것이다.

박근혜는 이 부패 고리에서 단지 관망이 아니라 플레이어 노릇도 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위한 모금을 박근혜가 직접 재벌 회장에게 요구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제는 전경련 부회장 이승철도 청와대의 지시였다고 밝혔다. 모금 주역인 안종범이 증거 인멸을 시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청와대 기밀 문서들이 밖으로 유출된 것도 민정수석 우병우, 문고리 3인방 정호성 등이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가능하다는 분석들도 나왔다. 박근혜의 지시나 교사가 아니고 이것이 가능할까?

박근혜와 최순실(과 그 가족들)의 40년간의 특별한 관계를 볼 때, 이런 부정 축재는 박근혜의 재산관리인(집사)인 최순실이 박근혜 퇴임 후를 대비해 작업해 놓은 것일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과 그 자매)이 개인적으로도 재산을 챙긴 것은 일종의 수고비 조였을 것이다.

실제로 최순실의 최측근인 고영태는 검찰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최순실이 두 재단 일을 챙기면서 박근혜에게 재단 운영과 관련된 내용을 보고하고 보고서를 보내는 것을 봤다.” 최순실 자신은 주변에 이렇게 말했다. “언니[박근혜] 옆에서 의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내가 이만큼 받고 있잖아.”

‘창조경제’

박근혜를 정점으로, 최순실을 고리로 연결된 부패 네트워크는 (박근혜가 취임 초부터 강조한) 창조경제를 이용해 체육계와 문화계에서 각종 이권 사업을 독식하고 돈을 모았다.

이들에게는 (애초에 새누리당이 땅투기, 건설사업 등 다목적으로 추진한) 평창올림픽이 부정 축재의 호재로 보였을 것이고, 한류에 편승한 문화 사업들도 기회로 보였을 것이다.

최순실과 정유라는 강원도 평창에 토지 7만 평을 소유하고 있고, 전 남편 정윤회도 인천공항과 서울에서 평창으로 가는 길목인 횡성군에 수만 평 땅을 갖고 있다. 최순실의 측근 차은택의 유관회사인 광고영상회사는 평창올림픽 경기장 내 LED프로젝트를 따내어 수십억 원을 챙겼다.

최순실의 조카인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도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와 마찬가지로 승마 특기생으로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뒤 출석도 제대로 않고 졸업했다는 소문이 파다한 자다. 그가 사무총장으로 있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설립한 지 6개월도 안 돼 정부와 삼성으로부터 모두 14억 원을 지원받았다.

정부 예산에서 문화창조융합사업 등 관련 예산만도 1조 원으로 추정된다. 개념도 모호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1천2백78억 원이 배정됐다. 차은택과 CJ E&M 등이 이 예산의 특혜를 받았다는 게 밝혀지고 있다.

지난해 2월 박근혜는 삼성 이재용, 현대차 정의선, LG그룹 구본무 등을 청와대로 불러 문화체육 부문 투자 활성화와 평창 올림픽 지원을 요청했다. 박근혜는 이후에도 “문화 융성”을 강조하며 기업들에게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박근혜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의 비리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온 뒤에도 기업들의 문화체육 지원을 칭찬해, 사실상 수사하지 말 것을 강력히 암시했다.

정경유착: 기업들도 부패 공범

대기업들은 단순히 “발목을 비틀어” 갈취당한 피해자가 아니다. 그들도 부패 사슬의 일부이자 또 다른 수혜자이다. 기업인들은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을 찾아내어 여러 특혜와 뇌물을 제공하면서 박근혜의 환심을 사고 정부를 통한 특혜를 누리려 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법인세 인상에는 거품 물고 반대하던 대기업들이 박근혜 정권에는 수억에서 수백억 원을 갖다 바쳤다.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을 악화시키는 노동개악을 박근혜가 추진하는 것에 대한 답례이자 격려금이었을 것이다.

삼성그룹은 2백억 원을 냈다. 이재용 경영권 세습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핵심이었는데 국민연금의 찬성표가 결정적 구실을 했다. 삼성은 장시호 법인에 5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박근혜가 어떻게든 통과시키려 해 온 의료 민영화는 삼성이 사운을 거는 영역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6월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과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올해 한화디펜스를 인수하면서 방위산업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분야는 당연히 국가기관과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한화그룹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총 25억 원을 냈다. 김승연이 집행유예로 석방은 됐지만 이후 특별사면에는 포함되지 못한 것은 액수가 적어서일까?

한화와 삼성은 차례로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으며 정유라 키우기에 일조했다.

CJ의 이재현은 올해 재벌 총수 중 유일하게 광복절 특사에 포함됐고 CJ는 차은택이 주도한 K컬처밸리 사업을 맡아 헐값에 토지공급계약을 맺는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SK는 계열사 등을 합쳐 두 재단에 1백11억 원을 냈다. 최태원이 특별사면된 지 불과 두 달 후에 일어난 일이다. SK는 올해 박근혜의 이란 방문 당시 사절단으로 동행하기도 했다.

세종시 고속도로 사업을 따내고, 박근혜 이란 방문 이후 관련 사업을 따낸 대림산업도 정권과의 유착으로 특혜를 챙긴 걸로 보인다. 대림산업은 미르재단이 비리 의혹을 받은 후 교체된 이사진에 대림산업 상무가 포함되는 등 끈끈한 관계이다.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사장 임명에 정부의 입김이 큰 사실상의 국가기관인 포스코와 KT도 기금 마련(각각 30억 원, 11억 원)에 적극 협조했다.

롯데에 추가로 70억 원을 받았다가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이 돈을 돌려줬다는 정황은 이 돈들이 시커먼 돈임을 보여 준다.

자본축적 경쟁이 동력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가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적, 제도적 발판을 만들려고도 경쟁해야 한다. 당연히 의회와 국가 관료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는 일에서도 경쟁해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부패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새누리당도 공범이다

새누리당도 더러운 커넥션의 중요한 일부다.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캠프의 핵심이던 이재오는 “최순실의 수백억 원대 부동산의 실제 주인을 밝히라”고 박근혜를 공격했다. 당시 한나라당 경선 TV토론을 보면, 패널이 박근혜에게 꼼꼼하게 최태민 일가와의 유착 의혹을 질문한다. 전 당대표 김무성조차 “최순실을 몰랐다면 거짓말”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의 추악한 실체를 훤히 알면서도 이들은 모두 우파 정권 재창출과 개인적 출세와 축재를 위해 기꺼이 일치단결했던 것이다.

박근혜는 어쩌다 완전 코너에 몰리게 됐나

(이 절은 최일붕의 기사 ‘박근혜 정부가 직면한 주요한 모순들’과 연결시켜 읽으면 더욱 유용하다.)

박근혜 정부의 소임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에게 떠넘겨 자본가 계급의 이윤을 보호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강성 우파들을 주위에 포진시켰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유신 스타일의 통치를 구사했다.

그러나 전통적 우파 지배자들이라는 인적 기반은 취임 초부터 부패 문제로 정권이 어려움을 겪게 했다. 장관 내정자들이 부패 혐의로 줄줄이 낙마한 것이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은 비선실세설이 있던 김기춘을 비서실장에 앉혀 정면 대응했다.

또, 미·중 간 제국주의적 갈등 고조로 동아시아 불안정이 심화되는 것도 박근혜에게는 커다란 모순을 안겨 줬다. 결정적으로 박근혜가 연설문 청탁으로도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은 경제 살리기였다. 한국 경제 상황은 박근혜 정부 내내 나빠졌다.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지배자들 사이에 암투가 벌어진 배경이 됐다.

그 과정에서 성완종 리스트나 대우조선 분식회계 관련 부패들이 드러났고, 기업주들 일부의 불만을 보여 줬다. 결국 조금씩 박근혜의 내밀한 부패들이 폭로되기 시작했고, 노동자 운동이 이런 배경 속에서 투쟁을 이어간 것이 박근혜의 총선 참패와 레임덕을 끌어냈다.

그 결과, 한때 “형광등 1백 개 아우라” 운운하던 <TV조선>이 박근혜 폭로 경쟁의 선두에 서 있다. 노동자 운동은 대중적 분노와 지배자들의 분열을 이용해 퇴진 운동에 실질적 힘을 부여해야 한다. 생산을 멈춰 이윤에 타격을 가하는 노동계급 고유한 방법으로 거리 시위와 만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이명박이 국가 재산을 빼먹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 박근혜는 나라를 자기 재산처럼 생각한 것 같다. ⓒ사진 이미진

입력 2016-11-0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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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박근혜 퇴진 운동의 쟁점들

박근혜의 꼼수와 주류 야당의 타협주의를 경계하라

김문성

△“박근혜 퇴진” 요구도 못하고 머뭇거리며 눈치를 살피는 민주당.

검찰은 10월 31일, 혐의를 부인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최순실을 긴급체포해 서울구치소로 보냈다.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한국까지 오느라 힘드니 집에 가서 쉬라고 그냥 보내 준 지 하루 만이다. 이미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충분히 준 검찰이 이제 와서 강경하게 나오는 척하고 있다.

이미 박근혜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여론은 역대 최저인 5퍼센트로 추락했고, 부정 평가는 90퍼센트에 가깝다. 주류 정치학에서도 임기 말에 이런 지지율이 나오는 건 민란 수준이라고 말한다. 여론조사에서도 절반 넘게 퇴진이나 탄핵을 바란다.

실제로, 급하게 잡힌 10월 29일 ‘박근혜 내려와라’ 서울 집회와 행진에는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3만여 명이나 모였다. 일주일 뒤인 11월 5일 서울에서만 20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그야말로 범국민적 분노이고 총체적 불신이다. 박근혜의 온갖 악행들에 치를 떨며 지내 온 4년의 불만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성난 민심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해 박근혜가 두 차례 사과까지 했지만, 대중의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시위의 규모와 강도는 지금 기층 민심을 대표할 뿐 아니라 정치적 초점을 제공해 반박근혜 여론을 더 지속·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발톱은 단지 감췄을 뿐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아직은 크게 물러선 게 아니다.

검찰이 청와대에서는 경호실 요원들과 압수수색 문제로 대치까지 했지만, 정작 우병우는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비서진을 전면 개편하고 있지만, 우병우가 맡았고 검찰 통제 등을 하는 민정수석 자리에는 최재경을 임명했다. 최재경은 검찰 특수부 출신(최순실 수사는 특수부가 담당)으로 현 검찰총장과 매우 가깝고 검찰 조직 내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검찰 장악, 최순실 수사 개입 의지가 여전히 강력한 것이다.

최재경은 박근혜의 비선 멘토 그룹 7인회와 인연이 깊다. 김기춘과 가깝고 최병렬의 조카다. 김기춘, 최경환 등이 추천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최재경은 이명박의 BBK 사기 사건과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을 맡아 무혐의로 결론 내어 ‘면죄부 검사’라는 별칭도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제안한 거국중립내각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권한을 여야 합의로 호선한 총리에게 이양하는 것이 거국내각론의 핵심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방안에는 대통령 권한에 관해서는 말이 없다.

10월 31일 거국내각론을 포함한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하자던 국회의장과 새누리당·더민주당·국민의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새누리당 정진석이 뜬금없이 먼저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데서 알 수 있듯이, 새누리당의 거국내각론은 본질적으로 시간을 벌려는 용도다.

성난 파도

그럼에도 박근혜는 상황을 안정화시키지도, 대중의 분출을 막지도 못하고 있다. 평일 촛불집회도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고 11월 5일에는 서울에서만 20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12일 민중총궐기는 수십만 명 규모가 될 수도 있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새누리당도 분열이 공개적으로 커지고 있다. 비박계 의원들은 현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한다. 이미 대변인 등이 사퇴를 하며 지도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 초점은 박근혜의 마름인 이정현이다. 이정현이 당대표로 있으면 박근혜와 차별화를 제대로 못해 비박계 대선 주자들에게 불리할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의 숨통을 틔워 주는 것이 주류 야당들이다. 더민주당은 거국중립내각과 특검을 요구해 왔다. 정의당이 박근혜 하야 촉구 운동을 시작한 것과 대조적이다. 우상호는 아예 정의당의 하야 촉구 운동과 함께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특검이면 된다며 검찰의 부실 수사를 압박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현재 여권 추락의 반대급부로 더민주당과 문재인의 지지율이 올라가니, 자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지금 수준에서 현상이 유지되길 바라며 오른쪽 눈치 보기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공상이다. 이런 정치 상황이 마냥 지속될 수 없다. 운동이 더 나아가거나, 아니면 여권이 반격해 안정을 찾게 될 것이다. 게다가 퇴진(탄핵 포함) 요구와 선을 그었으니 더민주당은 이제 여당과 협상을 벌일 카드도 없게 됐다. 10월 31일 원내대표 회동에서 정진석이 ‘그럼 대통령이 물러나라는 소리냐’고 우상호를 압박한 것에는 이런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지지율 5퍼센트의 정부를 상대하면서도 협상 주도권조차 못 잡는 민주당과 보조를 맞추려다가는 아래로부터의 분노와 에너지, 이를 결집하는 데 필요한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반면, 정의당은 ‘박근혜 하야’를 공식으로 내걸고 전국에서 운동을 조직하고 있다. 반박근혜 투쟁의 선두에 서 왔던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경북대, 영남대 등에서도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 선언이 나온다. 정의당의 박근혜 퇴진 캠페인이 민주당의 꾀죄죄함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몸통은 박근혜, 최순실은 깃털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은 박근혜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둘의 관계가 일반인에게는 충격적인 점들도 있지만, 국가 운영의 수장인 박근혜를 단지 사인(私人) 최순실의 꼭두각시라고 보는 것은 사태의 진정한 본질을 흐린다.

누구를 통해서든 박근혜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자행해 온 온갖 악행들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려는 기업주와 기득권층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었다.

연결고리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더 쉽게 자를 권리를 기업주들에게 주려는 것, 세월호 참사의 배경, 구조와 진실 규명 등 모든 과정에서 저지른 사악한 행위들, 친제국주의 군비 증강, 복지 삭감 등의 고통전가까지.

이런 일들이 박근혜, 또는 최순실 일당의 사리사욕만을 위한 것인가? 오히려 박근혜 정부의 정책들에 기업주들과 기득권층, 그리고 새누리당은 한마음으로 지지하지 않았던가.

박근혜가 대통령 권력을 얼마나 개인 재산처럼 여겼으면, 단지 수십년 친분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출도 검증도 되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어마어마한 권력을 행사하고 특혜를 챙겼겠는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최순실이 박근혜를 일부 대신해 정경유착 부패의 연결고리 구실을 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부패는 단지 최순실 개인의 농단으로 환원될 수 없다.

또한 정권의 정치적 위기(때로는 경제 위기를 포함해) 때문에 여권 내 분열이 일어나고 그것이 상호 폭로(주로 부패 사건)를 자극해 위기가 증폭되는 것은 한국의 역대 정권 임기 말에 흔히 보던 일이다.

그리고 매번 ‘시종 권력’을 휘두르던 측근(대체로는 가족)이 대통령을 대신해 책임을 뒤집어 써 왔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경우도 그런 듯하다. 그런데 측근 구속은 오히려 정권을 더 약화시켰다. 그러므로 박근혜의 수사 방해와 역습 기도는 계속될 것이다.

박근혜의 퇴진을 요구하며 행동해야 하는 이유다.

최순실은 깃털 10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최순실. ⓒ출처 <포커스뉴스>


박근혜-최순실의 헌정 유린?

지금 운동 안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최순실 게이트 폭로 이후에는 ‘국정 농단’, ‘헌정 유린’에 대한 규탄이 많다.

국정 공백과 혼란을 위해 퇴진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반해, 정의당은 국정공백론에 맞서 박근혜 통치 자체가 오히려 헌정 유린이고 국정 문란이라고 퇴진론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헌정수호론은 일관되기가 힘들고 국정 정상화에 목적을 두므로, 자기제한적 전술에 의존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국정농단, 헌정유린론은 박근혜와 최순실 개인의 부패와 무능 문제로 지금 사태의 본질을 축소시켜 보게 하기 쉽다. 즉, 대한민국 국가시스템은 정상인데, ‘(혼이) 비정상’인 여성 둘이 망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봤듯이 과정이 아무리 비밀스러워도 박근혜 정부의 객관적인 정책은 완전히 계급적이었다.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의 시스템 자체가 정경유착적인 것이다.

무엇보다 폭발적인 박근혜 퇴진 요구에는 4년 내내 노동자·서민을 쉴 새 없이 못살게 군 정책들, 가령 노동 개악, 복지 삭감, 민주적 권리 침해, 친제국주의 정책들을 중단하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국정 정상화는 이런 염원에 아무런 보증을 해 줄 수 없다.


‘거국중립내각’은 시간벌기용 사기다

거국중립내각론의 핵심은 총리를 여야 합의로 뽑아 대통령 대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총리가 국회와 협의해 장관도 뽑아(어차피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하므로) 국정 운영을 하자는 것이다.

대통령 사퇴시 국정 공백을 우려한다며 더민주당의 문재인이 제안하고, 10월 말에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정국수습 방안으로 제시했다.

두 당의 쟁점은 박근혜가 대통령으로서 보유한 통치 권한을 포기할 것이냐, 한다면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박근혜는 통치권을 양보하거나 축소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

임기가 1년 반이나 남은 데다가 (최순실 게이트에서 봤듯이) 대통령 권력을 자기 사유물처럼 써 온 박근혜가 권한 이양을 할 것 같지도 않다.

김병준을 총리로 내정하면서 야당에(심지어 새누리당에도)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11월 4일 대국민 담화 발표에서도 김병준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또 최재경을 민정수석에 앉히면서 검찰 통제 의지마저 드러냈다.

따라서 박근혜를 그대로 두고 새누리당과 거국내각 협상을 하는 것 자체가 표적과 쟁점을 흐리는 것이다.

노동 개악, 복지 축소, 교육 개악, 친제국주의, 민주적 권리 약화 정책들은 한국 지배계급 전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정책들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악행은 새누리당의 악행이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한통속으로 서로 감싸며 저질러 온 악행들이 이미 총체적 불신을 받는 마당에 왜 그들과 국정 수습 협상을 해 면죄부를 주고 반격의 시간을 벌게 해 주려 하는가?

따라서 지금 여권의 거국중립내각 요구에 응하는 것은 부패 공범인 여권에 정국 주도권을 넘겨주는 배신적이고 반동적인 짓이다.

지금 거론되는 현승종 ‘중립 내각’은 1992년 10월 노태우가 출범시켰다. 두 달 뒤에 치를 대선 관리 내각이었다.

그런데 이 내각이 극좌파를 혹심하게 탄압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바로 이 시기에 ‘국제사회주의자들’(IS)과 ‘노동자계급해방투쟁위원회’ 등의 리더들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됐다.

대선관리 중립내각?

박근혜 정부의 부패와 악행을 심판하는 일을 철저하게 국회 내 협상으로 한정시켜 대중의 불만이 일터와 거리에서 투쟁으로 표출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대중은 최악과 차악이 정치권력을 분점하는 양당 체제의 구경꾼으로 있으라는 얘기다. 여야 간 특검 협상이 이런 미래를 예시한다.

여권은 분노의 초점을 분산시키고 관심을 돌리려고 몇몇 파격적인 인사들을 거론하면서 관망을 촉구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려 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대중의 즉각적 분노가 식기 시작하면 우파가 다시금 반격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명박이 국가 재산을 빼먹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 박근혜는 나라를 자기 재산처럼 생각한 것 같다.

박근혜를 퇴진시켜 그 악행을 중단시키려면 국회가 아니라 일터와 거리에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박근혜를 퇴진시켜 그 악행을 중단시키려면 국회가 아니라 일터와 거리에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사진 이미진

입력 2016-11-0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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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민주노총 비상시국회의

민주노총 중집은 즉각 총파업을 결정해야 한다

박설

11월 2일 열린 민주노총 비상시국회의는 박근혜 퇴진 총파업을 촉구하는 현장 활동가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 활동가들은 “총파업 성사! 박근혜 퇴진!”이라고 쓰인 배너와 대형 팻말을 들고 연설하며 대회 시작 전부터 분위기를 띄웠다. “민주노총이 전면에 나서 박근혜를 끌어내려야 합니다”, “오늘 비상시국회의에서 총파업을 결의하고 결정합시다!”

△총파업 결정을 호소하는 현장 활동가들. ⓒ이미진

공공·금속·전교조·공무원·건설노조 등과 지역본부 활동가 1백10여 명은 대회 며칠 전부터 ‘민주노총 총파업 성사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노동자 서명’을 조직해 이 자리에서 결과를 발표했다.(노동자전선, 노동자연대, 노동당, 좌파노동자회, 노건투 등이 최초 발의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즉각 총파업을 선포·집행하라”는 촉구가 담긴 이 서명에는 4천3백18명이 참가해 기층의 파업 요청이 적지 않음을 보여 줬다.

대회장 안은 민주노총 가맹·산하조직의 간부·활동가 5백여 명으로 가득 찼다. 자리가 비좁아 많은 이들이 바닥에 앉고 옆·뒤로 서서 들어야 할 정도였다. 박근혜 퇴진 함성이 들끓는 지금, 민주노총이 어떻게 투쟁을 확대하고 정권 퇴진을 현실화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단에 선 노조 대표자들은 모두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박근혜 투쟁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며 11월 12일 전국노동자대회와 민중총궐기 조직을 강조했다. 37일간 최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철도노조 김영훈 위원장의 발언은 뜨거운 지지의 박수를 받았다.

ⓒ이미진

특히 대회장에서 사전 신청을 받아 진행된 자유 발언에서는 총파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몇몇 발언자들은 박근혜에게 시간을 주지 말고 즉각 단호하게 파업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기아차지부 소속의 김우용 금속노조 대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모두의 염원, 박근혜 퇴진의 염원을 실현시킬 방법을 이 자리에서 결정합시다. 실질적 총파업 투쟁으로 박근혜를 몰아냅시다.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박근혜와 그 일당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12일 총궐기 전에,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재파업을 결의한 9일부터 총파업에 함께 나섭시다.”

철도노조 엄길용 전 위원장은 비상한 시국에 걸맞게 싸우자고 강조했다. “여기 계신 동지들이 철도 파업의 전망을 함께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결의하는 것입니다. 총파업이 애들 장난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시기는 이전과 다릅니다. 분노가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조직된 노동자를 대표하는 민주노총이 뚫고 나가야 합니다.”

공무원노조 양윤석 대의원은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을 조직하면서 “공무원 노동자들 사이에도 분노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며 “노동자들의 힘을 민주노총으로 결집시키고, 그 힘으로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키자”고 말했다.

6년간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유성기업지회 김성민 지회장은 조합원들과 함께 서울 시내 곳곳을 누비며 노동 탄압 중단과 박근혜 퇴진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노동자들의, 민주노총의 투쟁으로 박근혜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박근혜의 숨통을 끊는 두 주먹 또한 우리가 돼야 합니다. 박근혜와 노동자들은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시국회의를 시작으로 현장을 조직해서 총파업을 벌입시다.”

전교조 정원석 수원중등지회장은 “역사적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습니다. 온 나라가 박근혜 퇴진 정서로 들끓고 지배자들은 사분오열에 빠져 있습니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제시한 9일 ‘경고파업’이 아니라 실질적 총파업을 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이 즉각 총파업을 선언하고 조직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열렬히 환호할 것입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결정하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도 연가 투쟁으로 결합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이 파업으로 박근혜 퇴진 운동에 기여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현안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이미진

이날 민주노총 지도부는 ‘11월 9일 경고파업(확대간부 파업), 12일 민중총궐기에 조합원 20퍼센트 조직화, 11월 말~12월 초 총파업’을 골자로 하는 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시국회의에선 투쟁 방향에 대한 의견만 듣고 결정은 이날 저녁에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중집)로 넘겼다.

이날 저녁 열린 민주노총 중집은 12일 전국노동자대회·민중총궐기를 비롯한 박근혜 퇴진 투쟁에 최대한 집중하고, 12일에 총파업을 선언하고, 11월 중 총파업을 위한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한다는 것 등을 결정했다.

박근혜 퇴진 투쟁이 확대되고 비상시국회의에서 제기된 현장 활동가들의 총파업 촉구에 압력을 받아, 민주노총 중집은 12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총파업을 선언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총파업 돌입 여부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중집이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하겠다는 것은 시간을 끌어 총파업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시간을 허비하다 기회를 놓치지 말고 민주노총 중집은 즉각 총파업을 결정해야 한다.

좌파 활동가들은 중집이 총파업을 결정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그 활동의 일환으로 비상시국회의에 맞춰 진행한 ‘민주노총 총파업 성사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노동자 서명’을 (약간만 수정해) 연장해 받아 11월 11일로 예정돼 있는 중집에 제출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돌입한다면 박근혜 퇴진의 운동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총파업 성사 촉구 서명에 적극 동참하자. 

민주노총 총파업 성사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노동자 서명(2차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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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0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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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박근혜 퇴진 2차 범국민대회

서울에서만 20만 명이 시위에 참가하다

강동훈, 차승일

11월 5일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준)’의 주최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_박근혜 2차 범국민대회’(이하 2차 범국민대회)에 20만 명이 참가했다. 광화문 광장은 물론 종로와 서울시청 일대가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가 몸통이다’, ‘사과 말고 퇴진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전국 곳곳에서 열린 집회까지 합하면 모두 30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최대 규모 인파가 집결해 들끓는 민심을 실감케 했다.

△광화문 사거리 일대를 가득 메운 시민들. 2차 범국민대회에 서울에서만 20만 명이 참가했다 ⓒ이미진

△범국민대회에 앞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는 중고등학생들. ⓒ장한빛

1차 범국민대회보다 규모가 커질 것을 걱정해 박근혜가 2차 대국민 담화 ‘쇼’를 하고, 경찰은 행진을 불허하겠다며 협박했지만, 책임 회피에 급급한 박근혜의 ‘사과 아닌 사과’는 대중의 분노에 더욱 불을 붙일 뿐이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부터 광화문 광장으로 모이기 시작한 사람들로 집회 시작 시간인 오후 4시에는 이미 광화문 광장과 세종문화회관 계단, KT 건물 앞 등 광화문 일대에 인파가 가득했다.

1부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대열은 더 늘어나 광화문 사거리까지 가득 찼고, 집회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이 서울시청과 종로 쪽에서 대로를 가득 메우며 몰려와 장관을 이뤘다. 1차 범국민대회와 마찬가지로 말 그대로 남녀노소 모두 참가했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모들,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나온 중고등학생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고(故) 백남기 농민 영결식

2차 범국민대회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는 오후 2시부터 고(故) 백남기 농민 영결식이 열렸다. 영결식에는 1만여 명이 참가했고 민주당 문재인, 박주민, 박원순, 추미애, 국민의당 박지원,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노회찬 등이 참석했다.

고(故) 백남기 농민 영결식 ⓒ조승진

여러 야당 정치인들이 추도사를 했는데, 그중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추도사가 큰 호응을 얻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추도사를 하러 연단에 오를 때부터 박수가 쏟아졌다. 심상정 대표는 “박근혜 정부는 참담한 끝을 보이고 있다. 사필귀정이다. 온전한 생명 하나 죽음으로 내몰고도 죄의식 하나 느끼지 않는 정권이었다”고 비판하고,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국민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은 정권을 단호히 끌어내리겠다” 하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추도사도 큰 호응을 얻었다. “오늘 이 집회에도 경찰은 소방수 사용을 요청했다. 그러나 거절했다. 앞으로 그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정당하고 평화적인 집회를 진압할 목적의 소방수 사용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하고 말하자 큰 박수가 나왔다.

1부 집회

고(故) 백남기 농민 영결식에 이어 오후 4시부터 시작된 2차 범국민대회에는 시작부터 이미 5만 명이 참가해, 광화문 광장뿐 아니라 주변 대로까지 가득 찼다. 집회 도중에도 대열은 계속 늘어났다.

집회 참가자들은 연설을 매우 집중해서 들었고, 연설자들이 박근혜의 ‘2차 사과’와 4년간 저지른 온갖 악행들을 비판할 때 크게 호응했다.

ⓒ이미진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어제 대국민 사과를 듣고 기가 막혔다. 전국에서 국민들이 그렇게 외쳐대는데 이 나라의 수장이라고 하는 박근혜는 왜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가? 권력, 비리, 부도덕함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 우리 후손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여기 있는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416가족협의회도 한 발 앞장서서 행동하겠다” 하고 말했다.

2시부터 마로니에 공원에서 대학생 시국대회를 열고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해 온 대학생 대표들도 연설했다.

최은혜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이화여대에서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부정 입학과 특혜가 문제가 돼 결국 최경희 총장이 사퇴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최순실은 전국 곳곳에서 정부의 온갖 활동에 개입해 국정을 농단하고 민주주의를 침해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했다”고 비판하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는 국민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없다. 국민은 결국은 빼앗긴 권력을 되찾아 올 것이다” 하고 외쳤다.

김보미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최순실 게이트를 비판한 데 이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대학 시장화 정책을 비판했다. “지금 서울대 학생들은 비민주적으로 체결한 시흥시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를 하고 있다. 시흥캠퍼스 계획은 박근혜 정부 고등교육 정책의 일환이다. 사회 전반의 문제들은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다.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을 착취하던 이들, 생명보다 이윤이 먼저였던 이들, 대학교육 정책에서 경쟁과 팽창을 강요하며 대학 사유화와 비민주적인 대학 운영을 해오던 자들, 그 뿌리를 끊어야 한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캠퍼스에서 대학생시국회의를 만든 김무석 건국대 학생은 박근혜 정부에게 뇌물을 바치고 함께 노동개악을 추진한 재벌들을 비판했다. “기업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면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악을 선물해 줬다. 이건 서로 주고받은 것이다. 정말 피해 본 것은 우리다. 박근혜와 새누리당 등 부패의 덩어리를 침몰시키고 세월호를 인양하자. 박근혜는 퇴진시키고 노동자 청년 학생들의 희망과 미래를 인양하자.”

박근혜 퇴진 기독교 운동본부 상임대표 김경호 목사는 “어제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2년 전에도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그 눈물이 진실했는가? 어떻게 진상규명을 방해했는지 어떻게 조작했는지 어떻게 유가족들을 모욕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고 비판했다.

김경호 목사는 “재벌들이 수십~수백억 원을 뇌물로 바쳤다. 재벌들은 그들을 떠받드는 척하며 훨씬 더 큰 이권을 챙긴다. 이제 와서 피해자라고 하는데,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고, “사드는 한국 방어용이 아니다. 사드는 우리를 지키기보다 위태롭게 하는 무기다” 하고 주장했다.

행진과 2부 집회

행진은 오후 6시부터 시작돼 ‘종로→을지로→명동→남대문→시청→광화문’으로 이어졌다. 광화문 광장과 시청 방향에 있던 시위 참가자들이 종로로 나가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행진 과정에서 더 불어난 대열은 20만여 명에 이르렀고, 행진 선두가 종로 3가에 이를 때까지 광화문 사거리 일대에는 행진을 시작하려는 인파로 가득 차 있었다.

경찰은 2차 범국민대회 행진을 불허했으나, 전날 참여연대가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행진 바로 직전에 받아들였다. 다른 대규모 행진과 달리 2차 범국민대회에서는 경찰을 거의 볼 수 없었다. 경찰은 감히 행진 대열과 주변 시민들을 분리시키려 하지 못했다. 행진 대열이 나아갈 때마다 주변 차량들은 함께 경적을 울렸고, 주변의 시민들도 박수를 치며 시위대를 응원했다.

ⓒ조승진

7시 30분경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온 대열은 2부 집회를 시작했다. 2부 집회가 시작됐는데도 행진대열이 서울시청까지 이어져 있었고, 뒤늦게 행진을 마친 대열은 광화문 사거리 쪽으로 몰려들었다. 게다가 저녁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철 출입구에서 쏟아져 나왔다.

2부 집회에서도 연설자들은 최순실 게이트뿐 아니라 박근혜 4년의 온갖 악행을 비판했다.

성과연봉제에 맞서 40일 넘게 파업하고 있는 철도노조의 김영훈 위원장이 연단에 올라오자 큰 박수가 나왔다. 김영훈 위원장은 “재벌들이 대가성 없이 선의로 돈을 줬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성과퇴출제, 쉬운 해고, 취업규칙 일방 변경, 쉬운 해고보다 재벌들에게 좋은 대가가 어디 있는가?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민자철도 계획을 내놓았는데 공공부문 민영화보다 재벌들에게 좋은 대가가 어디 있는가?” 하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너희가 불법이면 우리는 총파업이다” 하고 외쳐 큰 호응을 얻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의 황상기 씨도 연단에 올라 박근혜 정부와 유착한 재벌들을 비판했다. 황상기 씨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이다. “딸인 황유미가 23살에 백혈병으로 죽었다. 삼성은 5백만 원 보상해 줄 테니 끝내자고 했다. 삼성은 노동자들 죽음에는 돈 1천만 원 주겠다고 하지만 최순실에게는 수백억 원을 뇌물로 줬다. 정유라에게는 10억 원짜리 말을 선물했다. 용서할 수 없다.” 황상기 씨는 최근에 총리로 내정된 김병준도 비판했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는 삼성맨이었고 의료민영화 앞장서 추진한 자다.”

9시경 공식 집회가 마무리되면서 국민명령선언문을 외쳤다.

시민 자유 발언

2차 범국민대회 공식 행사가 종료되고 연단도 치워졌지만 많은 시민이 광화문에 남아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곧이어 시작된 뒤풀이 집회에도 1만여 명이 참가했다. 많은 시민들이 방송차 위에 올라 자유 발언을 이어 갔다.

자유 발언에 나선 이화여대의 김승주 학생이 방송차에 올라서자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김승주 학생은 “어제 박근혜가 우리 모두를 미치게 만드는 대국민 담화를 했다. 내 생애 가장 아까운 9분이었다”며, “어느 안전이라고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가” 하고 비판했다.

또, “박근혜가 최순실 재단 모금을 했다는 특종이 터졌다. 박근혜 최순실에게 돈 갖다 바친 기업들도 한통속이다. 친기업 반노동 정책으로 받아먹는 게 있으니까 주는 것 아니냐. 피해를 본 사람은 오직 우리뿐이다. 세월호에 아이를 잃고 물대포에 아버지를 잃고 가난에 못 이겨 자기 목숨까지 포기해야 하는 우리만이 눈물을 흘릴 자격이 있다. 박근혜는 눈물 흘릴 자격도 없다. 한 번만 더 울면서 봐 달라고 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하고 말했다.

전교조 정원석 교사가 방송차에 오르자 주변 시민들은 “선생님”을 연호했다. 정원석 교사는 “박근혜가 퇴진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헌정 유린과 국정 농단만은 아니다. 지난 4년간 박근혜가 한 온갖 악행이 이유다. 노동자 서민의 삶 파괴, 세월호 학살, 백남기 농민 살해, 고통 속에 죽어 간 수많은 사람들, 사드 배치로 불안정 심화. 나는 교사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헬조선을 물려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퇴진 투쟁과 박근혜가 벌인 악행을 무효화시키려는 투쟁이 결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아자동차 노동자인 김우용 씨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해 박근혜에 맞서 싸웠다는 이유로 징역 5년 선고를 받고 구속 중이다. 노동개악 반대하고, 세월호 진상을 규명하고, 청년 실업을 해결하라고 외친 것이 5년 형을 살아야 하는 죄라면 도대체 박근혜는 몇 년을 살아야 하는가” 하고 외치자, 주변의 시민들은 “무기징역”을 연호했다. 김우용 씨는 “2008년을 돌아보자. 그때 이명박을 끌어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맙시다. 이번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다음 주에 더 많은 사람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총파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시민들은 응원해 주고, 이 자리에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은 파업을 조직합시다” 하고 외쳤다.

중고등학생들을 포함해 20여 명이 밤 늦게까지 자유 발언을 이어 갔다. 시민들의 분위기는 본 집회보다 훨씬 더 격정적이었다.

ⓒ이미진

ⓒ조승진

입력 2016-11-0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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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박근혜 퇴진 운동

더 많은 노동자들의 참가가 가장 효과적인 동력이다

이정원

△11월 2일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가두행진을 하는 공공 노동자들. ⓒ이미진

박근혜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주저앉고 퇴진 여론이 들끓으며 박근혜 퇴진 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박근혜의 2차 대국민 사과와 최측근들의 구속 같은 꼬리 자르기로 정권의 위기가 쉽게 가라앉을 분위기는 아니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 규모는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만 10월 29일 3만여 명에서 11월 5일에는 20만 명으로 늘어났다. 11월 5일 시위에는 전국에서 30만 명이 참가했다.

박근혜와 최측근의 비리와 부패는 분노를 끓어오르게 한 기폭제였지만, 그 밑바닥에는 경제 위기에 대한 무능한 대처, 세월호 진상 규명 외면, 친제국주의 정책, 노동개악, 친재벌 정책 등에 대한 광범한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그동안 박근혜가 저지른 모든 악행들에 분노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시위 참가자들은 성과연봉제에 반대해 파업 중인 철도 노동자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철도 노동자들은 박근혜 퇴진 운동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파업을 벌이며 정부에 맞서 왔고, 퇴진 운동이 시작되자 핵심 부대를 이뤘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선두에 서고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신속하게 집회를 열어 박근혜 퇴진을 위해 행동에 나서려는 수많은 사람들을 결집시켰다.

누구나 느끼듯, 박근혜 퇴진을 현실화시키려면 이제 이 운동을 더 광범한 대중 운동으로 확대해야 한다. 대학, 거리, 작업장 등 모든 곳에서 박근혜 퇴진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특히 조직된 노동계급이 적극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자들은 박근혜 정부 내내 끈질기게 저항을 해 왔다. 박근혜 취임 1년이 되던 2013년 12월,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은 강성 우파 박근혜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중에게 심어 줬다. 2015년 내내 노동개악에 맞선 힘겨운 투쟁이 벌어졌다. 이 여파는 2016년 박근혜의 총선 참패로 나타났다.

총선 참패에도 정부는 노동자와 서민에게 경제 위기 고통을 전가하는 정책들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정부의 비호 속에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조건을 공격했다. 조선업 구조조정 칼바람 속에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잘려나가고 임금이 삭감됐고, 정규직 노동자 수천 명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총선 참패 이후 점점 심화하는 경제 위기와 재집권 위기감이 맞물리며 여당 내분도 깊어졌고, 이런 상황은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자신감을 고무했다.

총선 패배로 파견 확대, 기간제 기간 연장 등 노동법 개악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노동개악은 커다란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 현대차 노동자들은 수개월 동안 부분 파업과 12년 만의 전면 파업을 벌여 3조 원대의 경제적 손실을 안겨 주며 정부와 사용자들을 긴장시켰다. 노동자들은 임금체계 개악 추진에 반대해 임금 인상과 임금피크제 저지 등을 내걸고 싸웠다. 정부와 보수 언론은 고액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임금 투쟁을 맹비난했지만, 현대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민간 부문의 다른 사용자들이 쉽게 임금 공격을 추진하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를 냈다.

특히 9월 하순에는 공공부문 노동자 5만여 명이 파업에 나섰다. 박근혜가 추진하는 노동개악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인 성과연봉제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이 파업은 2주가 넘게 진행됐고 철도 노동자들은 지금도 한 달 넘게(합법성 고수 때문에)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도 사용자들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을 더 열악하고 위험한 조건으로 내모는 정책에 반대해 열흘 동안 파업하고 부산 신항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노동계급의 구실

이와 같은 여러 부문 노동자들의 파업과 투쟁이 박근혜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구실을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공공부문 파업이 시작된 9월 하순 이후 박근혜 지지율이 급락하고 정치 위기는 나날이 심각해졌다. 반면 노동자들의 파업은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의 부패라는 뇌관이 터진 것이다.

요컨대 박근혜 위기를 가속시키는 데 노동자 투쟁이 상당히 기여했다.

노동계급은 국가 기간 산업을 움직이고 사용자들에게 이윤의 원천을 제공하는 집단이다. 따라서 이들이 일손을 놓으면 체제는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노동계급이 이 힘을 사용하면 정부와 사용자들을 더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세력 관계를 바꿔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노동계급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종종 이런 구실을 해 왔다. 오늘날 성인 대부분이 행사하는 보통선거권과 여러 민주적 권리, 국가가 제공하는 크고 작은 복지들은 모두 대규모 노동자 투쟁의 산물이다. 한국에서 군부독재 종식은 1987년 6월 항쟁과 뒤이어 벌어진 7~9월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 덕분이었다. 6월 항쟁 참가자의 다수가 노동자들이었다.

지금 노동자들 사이에도 박근혜 퇴진 열망은 매우 광범하다. 11월 4일 전교조와 공무원노조가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 운동을 대규모로 조직해 발표했다(4만 2천2백13명). 전국 여러 도시에서 벌어지는 촛불 시위에도 여러 부문의 노동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온건한 한국노총 지도부조차 박근혜 퇴진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철도 노동자들이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 파업을 이어가고 박근혜 퇴진 운동에도 적극 참가하고 있다. 철도 노동자들은 박근혜 퇴진 운동에 참가하며 자신감과 투지를 더 높여 가는 효과도 얻고 있다.

여러 부문 노동자들이 지금 이 시기에 자신들의 고유한 요구를 내건 투쟁과 파업에 나서는 것은 박근혜 퇴진 운동에 이롭다. 지금 노동자 투쟁을 벌이는 것 그 자체로 퇴진 운동과 긴밀한 연관을 맺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 민주노총이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총파업을 즉각 선언·집행한다면, 노동자들뿐 아니라 박근혜 퇴진을 열망한 수많은 사람들이 열렬히 호응할 것이다. 10월 29일 집회 때 “박근혜 퇴진을 위해 민주노총이 총파업과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는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의 발언은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총파업 선언을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촉구하는 노동자 서명 운동에는 며칠 만에 노동자 수천 명이 동참했다. 지금 조직된 노동자들의 선진 부분은 거리 시위 참가 이상의 행동에 나설 태세가 돼 있음을 보여 준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파업을 선언하면, 기층의 활동가들은 이에 호응해 파업을 조직하고 나설 분위기가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산별·연맹 지도부는 박근혜 퇴진 운동이 시작되는 바로 지금, 조직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 줘야 한다. (박근혜 퇴진 운동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는) 11월 12일 열릴 노동자대회와 민중대회가 파업으로 연결되면 박근혜 퇴진 운동은 상당한 탄력을 받아 확대·심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성과연봉제를 비롯한 노동개악을 저지하는 데도 이로울 것이다.

입력 2016-11-0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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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정유라 관련 비리 척결과 박근혜 퇴진을 위한

전체학생총회가 하루 만에 발의되다

양효영 (학생총회 소집을 바라는 학생들, 노동자연대 이대모임)

최경희 전 총장이 사퇴한 지 수십 일이 지났다. 그러나 최 전 총장이 비리를 저질러 사퇴했는데도 정유라 관련 비리 척결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차기 총장 선출에 관해서도 이사회에서 무슨 논의가 되고 있는지 학생들은 알 수가 없다.

총장 사퇴 후 정유라 비리 척결과 차기 총장 선출에 책임이 있는 이사회는 학생들에게 그 어떤 것도 투명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12월 중순까지 새 총장을 뽑아야 하는 상황에서 눈치만 보며 시간 끌기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사회는 정유라 관련 특혜는 자체 진상조사기구를 꾸려 감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사회의 감사를 믿고 기다릴 순 없다. 이사회는 최 전 총장이 사표를 내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버텼었고, 최경희 전 총장을 비호해 온 송덕수 부총장을 총장 대행으로 세웠다. 심지어 최근에는 재단 이사회가 직접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비리의혹도 폭로됐다.

이화여대에 재정지원사업을 몰아 줘 정유라 비리의 일부라는 의혹을 받는 교육부의 특별 감사도 믿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이화인들이 총장 사퇴 후에도 기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찝찝한 심경을 느끼고 있다. 최 전 총장의 사퇴는 시작일 뿐, 학생들의 항의 행동은 계속돼야 하는 것이다.

전체학생총회를 열어서 많은 학생들이 모여 항의 행동을 결정한다면 학생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학생총회 소집을 바라는 학생들’이라는 기구를 구성해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우리는 학생총회에서 정유라 비리 척결과 민주적 이화여대를 위한 3대 요구안을 채택하고 행동을 할 것을 제안했다. 정유라 입학 취소와 비리 의혹 교수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 도입, 학내 의사 결정 구조 민주화를 요구하고, 이를 위해 총회 직후 이사회에 항의방문을 가서 면담을 요구하고, 매주 수요일 저녁 5시 정문에서 촛불 집회를 하자는 안건을 제시했다.

또한 총회에서 박근혜 퇴진도 함께 결의하고 당일 저녁 도심 촛불집회에 결합하자고 호소했다. 박근혜가 퇴진한다면 민주주의와 정의를 바라는 사람들의 승리일 뿐 아니라, 이화여대 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인 정유라 특혜 의혹을 밝히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11월 9일(수) 서명을 시작한 지 단 몇 시간 만에 총회 발의 요건인 2백 명을 넘겼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정유라가 아직도 이화여대 학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볼 수 없다고 발언할 때마다 학생들이 몰려 와 서명에 동참했다. 날씨가 쌀쌀했는데도 정문에서 많은 이화인이 줄을 서서 서명에 동참했다. 추운 날 고생한다며 응원의 말을 전하는 학우도 있었고, 핫팩과 따뜻한 음료수도 여러 개 받았다.

전체학생총회 발의 서명은 2백36명(온라인 서명 11명 포함)으로 요건을 넘겨 저녁 8시 10분 총학생회장에게 전달돼 학생 총회가 발의됐다! 이제 총학생회장은 10일 내로 학생총회를 소집해야 한다. 정유라 관련 비리 척결과 민주적 총장 선출은 시급한 문제인 만큼 하루 빨리 총회가 소집되길 바란다.

한편 ‘학생총회 소집을 바라는 학생들’에 노동자연대 이대모임 회원들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극소수 학생들이 치졸하게 방해하는 일이 있었다. 이전에 최 전 총장 사퇴를 위해 강력한 항의행동을 결정하기 위한 전체학생총회 발의 서명을 받을 때도 앞장서 방해한 한 사람은 이번에는 우리에게 쓰레기를 던지고 갔다. 또 한 사람은 정문 서명운동을 총무처 허락을 받았냐며 신고하겠다고 협박했고, 실제 총무처 직원이 우리 서명 운동 장소에 와 방해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학교의 힘을 빌어 방해하는 것은 정유라 관련 비리 척결을 막고 학교 측을 도우는 것일 뿐이다. 대다수 이화인들은 이런 치졸한 방해에 별로 개의치 않고 서명의 취지에 공감하며 서명에 동참했다.

이제부터 전체학생총회에 많은 이화인이 모여야 한다. 정유라 비리 척결과 민주적 이화여대 건설, 박근혜 퇴진을 바라는 이화인이라면 전체학생총회 성사에 힘을 모으자!

입력 2016-11-1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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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직면한 주요 모순들

최일붕

△11월 5일 서울 도심에 20만 명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다. ⓒ<노동과 세계>

박근혜 정부의 앞날을 보려면 크게, 구조적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먼저 박근혜 정부의 태생적인 강점부터 얘기하겠다. 첫째, 지배계급이 단결해 그를 밀어 주며 선거를 치렀다. 과거에는 대선 때마다 지배자들 사이에 분열이 있었는데, 지난 대선에서는 완전히 단결해 박근혜를 밀어 주었다. 그래서 국정원도 상당히 자신감을 얻고 대선에 개입하는, 권한 남용이라는 부패 행위를 할 수 있었다. 만약에 지배자들이 첨예하게 분열했다면 국가 관료들이 자기들끼리 심각하게 싸우게 되니 함부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눈치가 보이고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의 경우는 지배계급과 우익이 총단결을 해 선거를 잘 치렀던 것이다.

박근혜의 둘째 강점은 박근혜가 박정희의 생물학적 딸일 뿐 아니라 정치적 적자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죽고 난 후 실제로 유신 체제의 퍼스트레이디 구실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는 지배계급이 상당히 고마워했던 박정희 시대라는 정치적 상징 구실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배자들뿐 아니라 많은 후진적인 대중에게도 박정희 시대는 경제가 잘 나가던 시대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천대를 받고 수탈과 억압을 받았건만 그럼에도 워낙 경제가 급속하게 발전해 보릿고개를 넘었다는 경험과 그 시대는 잘살았던 시대라는 향수를 가지고 있다. 이런 정치적 상징 구실을 할 수 있었다.

박근혜의 셋째 강점은 박근혜가 아주 강성 우파들로 정권의 핵심부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군장성, 공안검사, 국정원장 출신자들로 자기 주위를 확고하게 에워쌀 수 있는 행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김기춘을 포함해 법무부장관 황교안, 국정원장 남재준 할 것 없이 강성 우파들이다. 이렇게 확고하게 강성 우파들로 주위를 에워쌀 수 있는 것은 운이 좋은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대통령은 처음 집권했을 때 탕평책을 쓰는 시늉을 하면서 다양한 지방 출신자 등을 골고루 갖춘다는 시늉을 해야 하는데, 박근혜는 아예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자신의 주변을 구축했다.

넷째 강점은 박근혜의 강점이라기보다는 박근혜 적대자들의 약점이다. 어부지리로 박근혜가 얻은 득이다. 진보·좌파 진영과 노동계급 조직들이 분열을 겪었던 일이다. 아직까지 헤어나오고 있지 못하고 있다. 2012년 진보당의 분열과 후속적인 분열들도 상당히 좌파 운동을 괴롭혀 왔다.

다섯째이자 마지막 강점은 박근혜가 복지 공약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박근혜의 강점인 동시에 박근혜의 아킬레스건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적의 강점이자 약점이 되는 것을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지적하며 그 부분을 공격해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의 복지 공약은 강점이었다. 왜냐하면 경제가 확장하던 박정희 시대를 표상하는 인물인 박근혜가 내세운 공약들이기에 상당히 신뢰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처럼 잘살 수 있겠지 하는 헛된 믿음을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에게는 약점들이 있다. 치명적인 약점들이다. 첫째 약점은 태생적인 약점인 부패이다. 그리고 둘째 약점은 경제 상황과 공약 파기이다. 셋째 약점은 한반도 주변 정세가 커다란 딜레마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넷째 약점은 노동계급과 천대받는 다른 사회집단들의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만만찮게 제기되고 그렇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약점

첫째 약점인 부패는 뇌물, 권한 남용, 비리, 불법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썩어빠진 정권이라는 점이 처음부터 인사 실패를 겪으면서 드러났다. 그래서 임명되는 자들이 낙마하고 그중에서도 김용준은 완전히 압권이었다. 진정한 압권은 윤창중이기는 하다. 김용준은 헌법재판소장에서 낙마를 하고도 너무도 수치스럽게 변호사협회에 의해 변호사 개업도 정지당했다. 그럴 정도로 썩어빠진 인물을 중용하니, 윤창중은 말해서 뭐하나. 내 입이 더러워지니까 더 말하지 않겠다. 우선, 선거 때부터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 완전한 권한 남용이다. 그런 짓을 할 정도 아주, 그냥 썩어빠진 것이다. 박근혜는 1974년부터 5년 동안 박정희의 퍼스트레이디 구실을 했다. 박정희가 얼마나 썩어빠진 자인가. 어마어마한 돈을 축재했고, 박근혜는 이런 짓들을 함께했던 것이다. 1979년에 박정희가 죽어 청와대에서 쫓겨날 때 박근혜는 전두환에게서 6억 원을 받았는데,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환산하는 방식에 따라 27억~2백40억 원가량이라고 한다. 이런 돈을 왜 받았나? 대통령 딸이라고 해서 받아야 할 이유가 뭐가 있나?(이에 더해 육영재단, 영남학원, 영남대 의료원, 한국문화재단도 받았다.) 이런 것 자체가 부패의 표상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까 박근혜는 부패 문제에 완전히 둔감하고 완벽한 사이코패스다.

그러다보니 박근혜는 국정원 대선 개입 관련해 저항에 직면하게 됐다. 그래서 국정원 규탄 운동이 강하게 일어났다. 이 운동은 박근혜 정권의 도덕성 정당성이 애초부터 결여돼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태생적으로 정통성이 없다는 점을 강력하게 알렸다. 그리고 운동의 여파로서 채동욱 퇴임 그리고 보건복지부 장관 진영 사퇴 등으로 지배자들의 추악함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배자들 사이에서의 분열을 일으키기도 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이 운동의 성과는 벌써 어느 정도 있는 셈이다.

둘째 태생적 약점은 경제 상황과 공약 파기다.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일부이다. 한국 경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로부터, 또 그 안에서 얘기해야 한다. 세계 경제는 197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40년에 걸쳐 저성장을 겪고 있다. 물론 1980년대 중·후반, 1990년대 중·후반, 2000년대 중반에 제한된 회복이 있었지만, 이 시기 전체로 보면 선진 산업경제들의 이윤율이 떨어지고 있다. 평균적인 이윤율을 보면 1970년대 초반부터 장기적인 저하 추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저성장의 효과 하나가 바로 재정적자이고, 따라서 긴축의 필요성을 낳은 것이다. 왜 그런가? 저성장을 하니까 세금을 걷기가 어렵고, 또한 실업자가 많이 생기니까 복지 지출을 아무리 하지 않으려 해도 불가피하게 해야 한다.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청년들이나 얼마 전까지 노동했던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다시 들어올 때까지 부양해 줘야 한다. 자본가들이 착해서가 아니라 이들을 노동시장에서 착취할 때까지 목숨이 붙어 있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수는 적고 세출은 많으니 적자가 생기고, 그러다 보니 긴축을 해야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벌써 긴축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설명했듯이, 경제 위기는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비롯했고 바로 여기에서 긴축 문제가 생겨났다. 긴축이 자본주의 위기에서 비롯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부 언론은 긴축이 “공기업의 방만 경영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는데 매우 나쁜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결국 어디로 연결되냐면, 그동안 노동자들에게 연금·복지 제공을 너무 많이 했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즐겨 하는 주장이다. 이것은 곧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과 복지 파기를 정당화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긴축이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나 비효율 경영 때문이라거나, 사람들의 씀씀이가 많아서라거나,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는 따위의 주장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이윤율 저하 법칙(경향적일지라도)이 낳은 결과라는 점을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긴축이 내는 효과는 개혁주의 정당의 운신을 폭을 좁게 만든다. 이런[1970년대 중반 이후] 시기에 개혁주의 정당은 개혁을 제공한다는 약속으로 집권하지만 막상 집권하면 재원이 없어서 개혁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엄청난 모순에 부딪히게 된다. 개혁을 바라는 정서 때문에 집권했는데 개혁을 제공해 줄 수 없는 (모순) 말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비록 진보 개혁주의 정당은 아니지만 부르주아 개혁주의 정당이라 할 수 있는 민주당이 집권해도 굉장히 큰 어려움을 맞이할 것이다. 민주당이 NGO들 및 개혁주의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세워도 개혁을 제공할 여유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매우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긴축은 노동자들의 생활수준과, 임금 등 노동조건을 공격하는 문제로도 연결된다. 그러면 결국 노동자들은 수세적인 처지에 있더라도 저항을 할 수밖에 없어진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부르주아 개혁주의자들은 제공할 것이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더 왼쪽으로의 급진화가 부분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개혁주의의 약점을 이용해 왼쪽뿐 아니라 오른쪽으로도 급진화가 일어난다. 우익들이 득세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리스의 황금새벽당, 프랑스의 국민전선, 헝가리의 요빅당 등 유럽의 파시스트 정당들이 이런 사례들이다. 전 세계에서 사회적 양극화의 효과로 정치적인 양극화도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에서도 매우 우파적인 정권이 등장한 것이다. 더 우파적인 정부가 들어설 수도 있다. 이런 우익적 정권이 들어서든지 아니면 좀 더 개혁적인 정부가 들어서든지, 아무튼 정치적 양극화가 유력할 것이다. 이제는 아래로부터 투쟁 벌이지 않고 그저 얌전하게 선거만 치르는 것은 더 우파적인 정권을 들어서게 만들 것이다. 박근혜보다 더 우익이 있겠냐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제국주의 경쟁

셋째 약점으로 넘어가자. 둘째 약점으로 언급했던 경제 악화가 지정학적 경쟁 심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각국 자본가들은 국민국가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국제 무대에서는 국가와 자본이 밀접하게 공조를 취하게 된다. 바로 그런 상황이 제국주의 경쟁을 낳는 것이다. 동아시아로 보자면, 미국과 중국이 댜오위댜오-센카쿠와 같은 섬을 둘러싸고 벌이는 긴장이 그런 사례다. 일본은 거기에서 미국의 대리인 구실을 한다.

그런데 미·중 갈등은 한국 지배자들에게 딜레마를 안겨 준다. 물론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미국이 여전히 세계 1위국이라는 점은 여전하다. 특히 군사적으로 미국은 나머지 강대국들에 비해 훨씬 우월하다. G8 중에서 미국 밑에 있는 국가들을 다 합쳐도 미국의 군사력을 능가하지 못한다. 그리고 미국은 힘의 과시를 끊임없이 해 왔다. 소말리아, 보스니아, 세르비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 등을 통해 과시해 왔다. 그리고 또한 중국 경제가 언제까지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 그래서 남한 지배자들 중에는 미국으로부터의 자주성을 주장하는 자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중국과 소원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는 한국 자본가들이 미국보다 중국에 더 많이 수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자본가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중국 지배자들하고도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불필요하게 사이가 나빠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딜레마 때문에 노무현이 동아시아 “균형자” 구실을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랬다가 미국에게 얻어맞고 찌그러졌다. 분명 박근혜는 정치·군사적·지정학적으로는 기본적으로 친미이다. 그러나 박근혜도 취임 직후 방미 전에 동북아시아 평화협력 계획이라는 것을 언급했다. 그리고 그것을 “서울 프로세스”라고 이름 붙였다. 미국 언론은 이를 공격했다. 마침내 박근혜는 오바마를 만나고 나서 ‘깨갱’ 했다. 그래서 미국과의 우호를 엄청 강조했다. 한국 지배계급은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밀접한 반면 지정학적으로는 전통적으로 미국·일본과 긴밀하다는 모순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남한 지배계급 내에서는 대외정책을 놓고 긴장이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일부 지배자들은 정부가 드러내놓고 친미를 해 공연히 중국을 자극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마지막 약점으로는 노동운동의 도전 가능성이다. 노동운동 내에서 영향력이 큰, 매우 온건한 노동사회연구소는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되살아나고 조직률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를 한 바 있다. 즉,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조직이 성장하고 있고 이것이 박근혜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물론 급진화는 매우 더디고 불균등하기 때문에 과장할 수는 없다. 그래도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운동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노동운동이 정치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근혜에 맞선 가장 효과적인 저항 세력일 노동계급 운동을 강화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 3만여 명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다. ⓒ이미진

입력 2016-11-0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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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시국회의 출범

박근혜 퇴진 운동 전진을 위해 나아가야

김지윤

11월 2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즈음한 비상시국회의’(이하 비상시국회의)가 열렸다. 이 날 회의는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백남기투쟁본부, 416연대, 민주주의국민행동이 제안해 열렸다. 비상시국회의에는 1천5백53개 단체가 참여했고 당일 회의에는 1백여 명이 참석했다.

비상시국회의 사회를 맡은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말했듯이, 박근혜 퇴진 요구가 높아지던 때에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주말 집회를 열고 도심 행진을 벌이며 신속하게 분노를 모은 것이 국면 형성에 매우 중요했다. 이런 분위기가 비상시국회의 제안이 높은 관심을 이끌어 내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회의 직후 열린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합니다’ 기자회견에서는 민주노총 부위원장, 세월호 유가족, 전농 사무총장,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등이 박근혜 퇴진을 촉구했다. 비상시국회의는 새누리당의 거국중립내각 제안도 “물타기, 진실 은폐용, 사태 무마용 제안”이고 청와대 인사 개편 등은 “몸통을 가만히 두고 깃털 몇 개를 뽑아[내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퇴진을 촉구한 비상시국회의 기자회견 모습. ⓒ김지윤

비상시국회의는 박근혜 퇴진과 더불어 백남기 농민 살인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 ‘세월호 7시간’ 수사, 노동개악 무효, 사드 배치 중단과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지진 위험지역 원전 가동 중단도 함께 요구했다. 또한 시국선언 확대, 서명 운동, 매일 촛불 참가 등을 제안했다. 특히 11월 5일에 열리는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오후 4시 광화문 광장)에 적극 참가할 것을 호소했다. 시국회의는 앞으로 운동을 조직하는 기구로 나아갈 계획이다.

진정한 동력

기자회견 전 열린 회의에서는 기자회견문과 비상시국회의 운영 방향에 대한 여러 제안들이 나왔다. 그러나 빠듯한 일정 탓에 회의에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은 백혈병 피해자들을 9년간 외면하면서 최순실에겐 말 값으로만 수십억 원을 갖다 바쳤다. 대기업들은 주범 중 하나’라며 대기업 비판을 전면에 부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새누리당 처벌과 해체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 비상시국회의가 전국적 행동 조직을 위한 기구가 될 것을 촉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노동자연대 최영준 운영위원은 기자회견문 등에 주류 야당 비판이 없다며 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퇴진 요구와 선을 그으면서 오히려 여권의 숨통을 틔워 준다는 점을 분명하게 비판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원내 정당에서는 정의당만이 당론으로 하야를 주장하며 운동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민주노총 의원단인 무소속 김종훈·윤종오 의원도 처음부터 박근혜 퇴진을 공개 촉구했다.) 또한 세월호 진상 규명과 백남기 특검 등에 두 야당은 말로는 지지한다면서도 정작 실천에서는 소극적이고 비겁한 태도를 보여 왔다.

여론조사에서 60퍼센트가 하야나 탄핵을 지지하고 박근혜 지지율도 10퍼센트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중의 요구를 회피하는 주류 야당들을 비판하는 것은 운동의 전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비상시국회의 직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박근혜 하야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당론으로 채택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주류 야당 비판을 포함하자는 의견은 기자회견문에 포함되지 못했다. 회의장 곳곳에서 야당 비판 포함에 찬성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는데, 한 참가자만 야당들의 ‘합심’을 강조하며 이를 반대했다. 그러자 사회자가 ‘지금은 합의할 수 없다’며 기자회견문에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해 버린 것이다. 참가자 다수의 분위기를 봤을 때, 다수의 의견을 물어 정하는 것이 훨씬 공정했을 것이다.

두 야당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앞으로도 운동 안에서 쟁점이 될 것이다.

회의가 열리던 시각, 박원순 서울시장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서울시가 촛불 집회를 지원하고 본인도 시국회의와 촛불 집회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유력 대선 주자인 박원순 시장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박근혜 퇴진 운동의 저변이 확대되는 상황의 반영일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더민주당에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비상시국회의 참가를 요구했다. 더민주당 의원 일부도 하야 입장을 냈지만 당론은 변함 없다. 

10월 29일 주말 촛불 집회에 3만 명이 모인 이후, 평일 촛불 집회 대열도 매일 두 배씩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대중의 분노가 높고 운동 동참 열기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럴 때일수록 비상시국회의는 두 주류 야당과 독립적으로 퇴진 요구의 정당성을 부각하며 운동을 확대하려 애써야 한다.

입력 2016-11-0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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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운동

노동자들도 시위 참가와 파업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자

이정원

박근혜 퇴진 운동의 중요한 특징은 초기부터 조직 노동자들의 동참이 무시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강행에 맞서 파업을 벌이던 철도 노동자들이 퇴진 운동의 선두에 섰고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에서 퇴진 운동의 주력 부대를 형성하고 있다. 매일 열리는 촛불 집회와 행진에도 철도 노동자들이 절반 이상의 대열을 이루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도 해고와 임금 삭감을 강요하는 조선업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는 파업을 하고 있다. 23일에도 파업이 예정돼 있는데, 파업을 하고 구조조정 중단과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영남권 노동자대회에 참가한다. 9일에는 GM자동차 노동자들도 공장 안 집회를 마치고 수백 명이 부평역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11월 5일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4만 2천 명이 동참한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11월 9일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행진하는 GM자동차 노동자들. ⓒ출처 한국지엠지부

무엇보다 11월 12일 노동자대회에 전국에서 10만여 명 이상의 조직노동자들이 참가한다. 이 날 시위는 박근혜 퇴진 운동이 시작된 후 최대 규모 집회가 될 것이다. 이처럼 민주노총 소속 조직 노동자들이 주된 대열을 이루는 집회라는 점 때문에 정부와 우파, 반박근혜 대중 모두 민중총궐기의 규모와 분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 퇴진 입장에 거리를 둬 온 민주당 지도부도 이런 상황의 압력을 받아 이날 시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회만 오면 퇴진 운동의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겠지만 말이다. 

박근혜가 기만적인 두 차례 대국민사과를 통해 권력을 내려놓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 상황에서, 십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앞장선 수도 서울에서의 집회와 행진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노동개악 폐기

12일 노동자대회와 민중총궐기 이후 이 기세를 이어가야 한다. 모두가 박근혜의 악행에 들고 일어서는 이때, 노동자들도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가능하면 파업이 결합되면 좋겠다.

노동개악 추진에서 보듯, 대기업과 사용자들의 이해를 철저하게 대변해 온 박근혜와 그의 세력이 마비되고 내분이 극에 달하는 상황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사용자에 맞서 싸우기에도 좋은 때다. 

예컨대, 최근 서울대병원 노조가 파업으로, 그리고 고대병원·보훈병원 노조는 파업 직전에 사측의 임금 공격을 일단 막아냈다. 다른 부문에서도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적극 벌여야 한다.

무엇보다 아직 노동개악이 전혀 폐기되지 않았다. 철도공사 사장 홍순만은 지금도 ‘정부 지침이 바뀌지 않은 상황’을 거론하며 내년에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 퇴진 운동에 합류해 노동개악 반대 투쟁을 힘껏 벌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거리 시위에 동참하는 것과 함께 파업을 벌이면 효과가 훨씬 커진다. 파업은 노동자들을 대거 시위에 동참시키는 데도 효과적이지만, 무엇보다 사용자들의 이윤에 타격을 가해 박근혜의 핵심 기반을 흔드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는 박근혜를 더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고 지배계급의 분열을 더 촉진할 것이다. 

11월 2일 열린 민주노총 비상시국회의에서도 민주노총의 파업이 필요하다는 공감과 촉구들이 상당했는데, 그때 지도부가 바로 파업을 결정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었다.

민주노총의 일부 지도자들이 ‘현장의 결의를 모아 오면 파업을 선언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사실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이라면, 이 주장은 지도부가 파업 결정을 회피하기 위한 상투적인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의 파업 결정을 바라면서도 과연 이것이 이루어질까 하는 회의도 품는 게 사실이다. 그러므로 지도부의 결단과 의지가 진지함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지금 즉각 총파업을 선언하라고 촉구하는 서명에는 불과 열흘 만에 조합원 8천2백여 명이 동참했다. 50일 가까이 파업 중인 철도 노동자들과 금속노조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이 대거 동참했다. 

기아차 현장 제 조직 및 정당 현장위원회 11개 단체들도 민주노총 파업을 결정하고, 기아차 지부가 앞장서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철도와 건강보험노조 등의 활동가들이 포함된 ‘공공운수 현장활동가 모임’에서도 “11월 11일 민주노총 중집회의는 망설임 없이 총파업을 선언”해 철도와 공공 파업을 “민주노조의 엄호와 민주노조 운동의 연대”로 승리를 앞당기자고 호소했다.

이런 사례들은 지도부의 결단이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운동 내 일부 좌파가 지도부에게 파업을 선언하도록 촉구만 할 것이 아니라 현장 노동자들의 결의를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물타기이다. 이는 오히려 노조 지도자들의 투쟁 회피를 엄호해 주고 정태적으로 사태를 추수하는 것이다.

노동운동의 좌파 활동가들은 지도부가 진지하게 파업을 선언하고 조직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지도부의 파업을 결정하면, 그것을 이용해 기층 노동자들이 투쟁에 동참하도록 활동을 적극 벌여 나가야 한다.

△11월 11일 민주노총 총파업 성사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서명자 기자회견 ⓒ사진 조승진

입력 2016-11-1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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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를 앞두고

8천여 조합원들이 총파업 촉구에 서명하다

박설

△11월 11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를 앞두고 좌파적 현장 활동가들이 개최한 '즉각적 총파업 선언·집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조승진

민주노총의 좌파적 현장 활동가들이 11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앞두고 ‘즉각적인 총파업 선언·집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사회를 본 김현옥 민주노총 대의원(전교조)은 “박근혜 퇴진의 함성이 들끓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며 “지난 2주간 8천2백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지도부에 총파업을 촉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고 보고했다.

이번 서명에는 공공·금속·건설·교사·공무원·서비스 등 대다수 산별·연맹, 전국 각지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골고루 참가했다. 특히 11일 현재 46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철도노조 조합원들과, 금속노조의 왼팔·오른팔로 불리는 현대차·기아차지부 조합원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 서명자들을 대표해 두 활동가가 발언했다. 철도노조 엄길용 전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요구와 열기가 엄청 높습니다. 내일 있을 민중총궐기도 규모가 아주 클 것입니다. 이럴 때 민주노총이 시급히 총파업에 나서야 합니다. 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부류는 이미 자기 정체성을 드러냈습니다. 퇴진 요구를 걸지 않고 수습책으로 자기 권력을 잡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총파업은 민주노총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도부가 지침을 내리면, 현장은 1백 퍼센트는 아니더라도 상당수가 따라갈 것입니다. 오늘 중집에서 반드시 총파업을 결정하고 시급하게 집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기아차지부 소속의 김우용 금속노조 대의원은 “민주노총이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가 박근혜 퇴진 운동의 향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오늘 민주노총 중집 회의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민주노총이 ‘민중의 호민관’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 단호한 파업을 결정해야 합니다.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민주노총은 2008년 촛불 때 거대한 촛불항쟁이 벌어질 때 때늦은 2시간 파업 정도만 했습니다. 당시의 실기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오늘 중집에서 즉각적인 총파업을 결정해야 합니다.” 하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행사를 마치고 곧바로 이어진 민주노총 중집 회의장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중집 성원들에게 서명자 명단을 반포하고, “총파업 성사! 박근혜 퇴진!”이라고 쓰여진 팻말을 들고 회의장 뒤에 서서 조합원들의 요구를 전했다. 기아차 활동가들은 노동자연대 기아차모임, 노해전, 더불어, 금속노동자의힘, 민주현장 등 기아차 화성공장의 대다수 현장서클의 공동 명의로 발표한 성명서를 반포했다. 성명서는 “박근혜 퇴진과 한상균 석방 투쟁 승리를 위해 민주노총 지도부와 중앙집행위원회는 11월 11일 회의에서 즉각적인 정치 총파업을 결정하고 실행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우용 금속노조 대의원은 이곳 중집 회의에서도 발언 기회를 얻어 발언했다. “민주노총이 역사적인 순간에 총파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현장 조합원들의 열망을 전달하러 왔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 임투가 끝나고 피로도가 있지만,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조합원들은 박근혜 퇴진 열망을 보여 줬습니다. 철도, 현대차 등 많은 사업장들에서도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내일 민중총궐기에서 지도부가 총파업 지침을 내리고 현장에 가서 함께 파업을 조직하자고 호소하면, 할 수 있습니다. 중집이 박근혜 퇴진의 결정적 희망을 안겨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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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올리는 이 시간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파업 여부, 시기, 방식, 규모 등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 중집 회의가 끝나면 그 결과를 보도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총파업을 촉구하는 민주노총의 좌파적 현장 활동가들 ⓒ조승진

입력 2016-11-1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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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만 시위 속 〈노동자 연대〉

△11월 12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노동자 연대>를 판매 중인 독자 판매원들. ⓒ이미진

나는 우리 대학 대열에서 <노동자 연대> 신문을 판매했다. 구입 제안을 할 때마다 구매해서 깜짝 놀랐다! 신문을 20부만 챙겨간 게 한이었다.

나는 특히 11월 12일 이후의 퇴진 운동의 전망과 방향성을 내놓는 신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학생들이 행진을 대기하고 있을 때 판매했는데, 다들 구매하자마자 읽는 게 흥미로웠다. 특히, 학생들은 3면에 실린 ‘몽니 부리는 박근혜, 내분 겪는 여당, 눈치 보는 야당 - 12일 이후에도 투쟁은 계속된다’ 기사부터 읽었다.

어떤 학생들은 "진짜 박근혜 퇴진할까요?"라고 물어서 함께 토론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굉장히 개방적이어서 사회주의자들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고 생각했다. 현실에서 ‘운동권 혐오’, ‘좌파 배제’ 정서는 전혀 광범하지 않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이지원(한국외대 학생)


정말 정신 없이 <노동자 연대> 신문을 판매했다. 밤 10시 넘어서는 좀비처럼 신문을 들고 판매한 듯하다.

낮에는 "박근혜 퇴진 신문"이라고만 해도 불티나게 팔렸고, 경복궁역 앞에서 밤 10시가 넘어 돌아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또 모였다가 그냥 끝나진 않겠지?” 하고 대화하는 걸 듣고는 홍보 스피치를 더 길게 했다.

"박근혜 퇴진 운동에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주장을 담고 있는 신문"이라고 하면서 판매하니 더 많은 반응을 보이면서 신문이 더 잘 팔렸다.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분석과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시기임을 다시금 느꼈다.

이슬기


집회 대열 내에서 <노동자 연대> 신문 3백25부를 판매했다.

운동에 대한 방향 제시가 사활적으로 중요하다는 판단과 지역 거리 판매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에 두고, 무한정 적극적으로 다가간다면,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지지와 관심을 보인다는 걸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이재권


내 생애 최고로 많은 신문을 판매했다. 2008년 촛불 때와 달리 ‘정권 퇴진’을 걸고 운동이 확대되면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이고 급진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퇴진 신문 1천 원”이라고만 외쳐도 신문을 구입했다. 또한 “박근혜 퇴진 운동의 쟁점과 과제를 제시하는 신문”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돌아 와서 신문을 구입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전망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신문을 구입하는 걸 보고 흥이 나서 2~3시간 계속 목청을 높였는데도 힘든 걸 느끼지 못했다. 물론 판매가 끝나고서는 방전이 됐다.

박근혜 ‘2선 후퇴’로는 사람들을 달랠 수 없다는 걸 느꼈다. 민주당의 박근혜 구하기도 사람들을 열 받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재환

입력 2016-11-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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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민중총궐기 현장 소식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1백만이 청와대로 향하다

특별취재팀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는 1백만 명의 민중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정권을 향한 노동자 민중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민중총궐기 본대회가 마무리되고 곳곳으로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7시 30분 현재 주최측은 1백만 명이 광화문과 시청광장 일대에 모였다고 발표했다. 행진 코스가 이미 인파로 가득차 행진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아직도 꼼수와 거짓말, 증거 은폐로 일관하는 박근혜 정부에 다시 강력한 일격을 가했고, 또 한 번 정치적 도약을 이뤄냈다.

지금 광화문 사거리와 서울시청 광장 두 점을 중심으로 그 일대의 모든 도로가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인파로 가득찼다. 경북궁역을 중심으로 사직터널부터 종로경찰서까지, 경복궁으로 향하는 세종문화회관 뒷편 길, 세종로, 태평로, 종로, 서대문 방향 도로, 청계천 1가의 양쪽 도로, 을지로 입구 도로 등. 사람이 너무 많아 시청역, 광화문역은 집회에 온 사람들이 나올 수 없을 정도다. 서울시는 광화문역을 무정차 통과시키고 서대문역 등 인근역에서 내려서 집회장에 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서울만이 아니라 미처 상경하지 못한 사람들이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퇴진 집회를 열었다.

‘하야’가 아니라 ‘하옥’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거의 전국민의 지지를 받는 수십만이 박근혜의 모든 악행들을 규탄하고 있다. 노조를 파괴하고 임금 삭감을 강요당한 세월, 청년들을 좌절케한 불평등한 현실, 너무나 끔찍하고 야비했던 세월호 참사와 진상규명 방해 공작, 백남기 농민을 죽게 한 살인진압, 청와대와 연결된 거의 모든 상층의 부패와 뻔뻔함이 오늘 분노와 항의의 도마에 올려졌다.

오늘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가장 많았고 교복 입은 청소년, 친구들과 무리 지어 나온 청년들의 활기찬 모습이 특히 눈에 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도 인상적이다. 모두모두 박근혜 퇴진 손팻말들을 받아 들고 곳곳에서 열린 사전 대회들, 노동자대회, 본대회에 참가했다.

이미 전국의 전세버스가 동나고 있다는 소식 때부터 짐작됐지만, 오늘 낮 12시 전국의 교통 흐름을 전하는 뉴스에서는 천안 부근의 경부선, 서해고속도로 등에서 서울로 향하는 상행선이 하행선보다 더 밀리고 지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지난 며칠간의 폭로가 사람들을 끌어낸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전국 노동자대회 ― 백만 시위의 선두에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서다

오늘의 수십만 집회와 행진의 선두에는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서 있다. 강성 우익 정부의 등장으로 많은 이들이 당황해 하고 있을 때부터 저항의 선두에 서 왔던 노동자들이다. 금속 노동자들, 학생들과 함께 나온 전교조 교사들, 올 가을 파업 투쟁으로 오늘의 이 투쟁에 징검다리가 된 철도를 포함한 공공 노동자들, 보건 노동자들, 공무원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가족들과 함께 자리잡은 노동자들도 많았다.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는 2시부터 시작됐다. 10만 명이 훨씬 넘는 조합원들이 시청광장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가득 메운 채 뜨거운 열기로 진행됐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민주노총이 계속 박근혜 퇴진 운동의 선두에 서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노총의 투쟁이 박근혜 퇴진을 위한 전 국민의 요구가 됐고 국민의 명령이 됐다. 민주노총의 투쟁이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위한 민중항쟁을 만들어 냈다! … 민주노총은 박근혜 퇴진이 전제되지 않으면 그 어떤 해법도 인정할 수 없다.

“우리의 투쟁이 대통령 얼굴 바꾸고 집권당 색깔 바꾸기 위한 항쟁인가? 재벌과 새누리당 권력이 망쳐 놓은 것을 원상 복귀해야 한다. 노동개악 폐기하고 재벌체제 해체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은 지금 고립됐고 두려워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나서면 농민, 빈민, 청년학생들이 함께 나서겠다고 한다. …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박근혜 정권 끝장내자!"

노동자대회 내내 계속 깃발을 앞세운 노동자 대열이 사방에서 시청광장으로 모였고, 광장에 앉아서는 그 끝을 알기 힘든 대열이 박근혜 퇴진 운동의 가장 큰 동력이 누구인지를 웅변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오늘 집회에서 보여 준 노동자들의 사기와 분노를 고무하려면 약속대로 대규모 거리 시위와 파업을 계속해서 조직해야 할 것이다. 퇴진 투쟁을 이끌어 온 노동자들이 이 국면에서 투쟁으로 더 선명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조승진

ⓒ조승진

ⓒ조승진


대학생과 시민 행진

대학생 1만 5천여 명은 대학로에서 집회를 하고 시청을 향해 행진했다. 이렇게 대규모의 대학생들이 모여 도심 거리 행진에 나선 것은 수 년만의 일이다. 대학로 청년총궐기 집회에 7~8천여 명이 모인 것도 대단했는데, 행진하면서 또 급속히 숫자가 불어났다.

수십 개 대학의 총학생회와 동아리, 청년 · 학생 단체 등 1백 여 곳의 깃발이 휘날렸다. 서울 소재 대학뿐 아니라 전남대, 부산대 등 지방에서 온 학생들도 많았다. 이들은 새벽 첫차를 타고 이곳으로 달려왔다.

학생들은 “박근혜는 지금 당장 퇴진하라”고 외쳤고, “오늘 당장 우리 힘으로 끌어내리자”고 외쳤다. 단 하루도 더 박근혜의 통치를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오늘 안 내려 온다면 다음 주에도, 그 다음 주에도 계속 모이자고 했다. 학생들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함께 행진한다는 것에 서로에게 벅찬 감동이었다.

특히 학생들은 너무나 선명한 이 사회의 불평등에 크게 분노했다. 집회에서 한 발언자는 오늘도 새벽 4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다 왔다면서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우리에게 이 나라는 너무나 살기 힘들지만 정유라 같은 자는 권력을 등에 업고 온갖 특혜를 얻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학생들이 종로 대로변에 들어섰을 때, 거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환호했다. 행진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대학로 다른 한편에서 모인 1만 여 명의 ‘시민대행진’ 대열도 대학로에서 시청까지 행진했다. 416가족협의회의 유가족들도 노란색 잠바를 입고, “하야하라”가 적힌 띠를 등에 메고 1백50여 명이 행진했다. 유가족들은 누구보다 더 박근혜가 물러나기를 오랫동안 바랐을 것이다. 박근혜가 세월호 참사 관련 전 과정에서 보인 잔인함과 야비함은 오늘 집회와 행진에 나온 모든 사람에게 응어리진 분노로 남아 있다.

대학 동문회, 지역별 모임들, 합창단, 동호회, 연구회, 협동조합 등 전국에서 온 수백 개 시민 단체들이 깃발을 들고 참가했다. 이른바 ‘386 세대’로 불린 중장년층이 많았다. 자신들이 민주화를 이룩했다는 자부심으로 살았을 이들에게 박근혜 정권의 부정부패와 민주적 권리 침해는 자기 인생을 부정당하는 듯한 충격이었을 것이고, 이는 분노와 행동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미진

ⓒ이미진


기타

오늘 낮 곳곳에서 사전 집회들이 열렸다.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농민들 3만여 명이 남대문 중심으로 피폐해진 농민들의 삶과 백남기 농민을 죽게 한 살인정권을 규탄했다. 빈민, 노점상들도 자신들의 집회를 열고 박근혜 정부의 비민주적인 고통전가, 복지 축소 정책에 항의하고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정의당도 2천여 명이 청계천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박근혜 정권 퇴진만이 현재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지도부와 의원들이 나왔다. 이틀 전 박근혜 퇴진을 당론으로 결정한 국민의당은 박근혜 하야 서명을 받았고, 민주당은 당원 수천 명과 청계천변에서 집회를 열었다. 오늘 대중의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다면 두 당은 박근혜에게 더는 시간 벌기 할 시간을 주거나 국회 협상으로 아래로부터의 분노를 잠재우려는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


본대회

몸통은 박근혜”, “박근혜 퇴진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 “2선 후퇴 말도 안 돼”, “박근혜는 범죄자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구호 등을 외치며 민중총궐기 집회가 오후 4시에 시작됐다.

시청광장 중심에 수많은 민주노총 조직 노동자들이 자리 잡은 가운데, 삼삼오오 온 수많은 학생, 청년,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민중총궐기에 함께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모였는지 이 무렵 시청 광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휴대전화도 제대로 터지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메시지가 무대 위에서 소개됐다.

한상균 위원장은 자신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선동한 죄로 감옥에 갇혀 있는데, “지금 불법권력에 부역한 자들이 한 명 한 명 감옥에 들어오고 있다” 하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우병우는 왜 소식이 없는지 궁금하다. 몇 백 명이 되더라도 불법권력에 부역한 자들을 남김없이 엄벌해야 한다. 불법 통치자 박근혜는 언제 들어올까? 11월 안에 박근혜 끌어내리고 구속시켜야 한다.”

한 위원장은 공범인 재벌들도 문제라면서 “불법 재벌들도 1.5평 독방으로 들어와야 한다” 하고 주장했다. 그리고 11월에 박근혜 퇴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동맹휴업, 동맹철시 등 국민파업을 만들어 달라면서 말이다.

살인정권 물러나라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위원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백4명은 이 나라 주인이었다. 그러나 이 대한민국 정부는 그 고귀한 생명을 구하지 않았다.” 전 위원장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려는 사람들을 정부가 탄압해 온 것을 규탄하며, 그러던 정부가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때 “광기 어린 폭력 진압과 공격으로 백남기 어르신을 돌아가시게 했다”고 분노했다.

그리고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연내 인양이 어렵다고 한 것을 규탄하며, “이 모습이 바로 현 정부의 무능함과 무책임을 보여 준 것이 아니면 무엇이냐” 하고 말했다.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강조한 전 위원장은 “돈과 권력으로 국민의 안전까지 위험에 내몰며 정권만 지키려고 했던 박근혜 정권에게 이제 대한민국의 주인이 누구인지 일깨워 주자” 하며 세월호 가족협의회 부모들이 박근혜 퇴진을 위해 끝까지 함께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차분하지만 단호한 음색으로 연설했다. “지난해 아버지가 이 대회에 참석하고 사고를 당하셨다. 1년이 지났지만 정말 달라진 게 하나도 없고 현실은 점점 나빠져 가는 것 같다. 경찰의 물대포 직사로 아버지가 쓰러지셨는데, 오늘도 경찰이 전국에서 물탱크를 서울로 불러들였다고 한다. 이게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 7월 박근혜의 사드 배치 발표로 지금까지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해 온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성주 주민들이 김천 시민, 원불교와 함께 사드 배치를 막으려고 싸워 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록히드마틴과 최순실의 커넥션 의혹을 상기시키며 사드 배치 강행을 규탄했다. 이 시국에 박근혜와 국방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마저 밀어붙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하나다. 그리고 그 몸통은 미국의 엠디(MD)다.”

광장에 노동, 세월호, 백남기, 사드 등 박근혜 정부가 4년 동안 벌인 악행과 그에 맞선 저항이 모두 모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칼끝은 일제히 청와대를 겨눴다. 김충환 위원장 말대로 “막장 드라마의 끝을 볼 때”가 왔다.

마지막 순서로 민중총궐기 결의문을 낭독한 후, 사회자가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참가자들이 진심으로 크게 환호했다.

ⓒ조승진

ⓒ이미진


행진

행진은 시청광장에서 소공동로 방향, 을지로 방향으로 시작됐다. 광화문 방향은 이미 사람들이 꽉 차 있어 매우 느리게 움직였다.

공공운수노조가 이끈 대열은 조계사를 거쳐 안국역을 돌아 효자동 입구까지 진출했다. 금속노조가 이끈 대열은 소공동로, 퇴계로를 거쳐 안국동에 도착했다. 이 행진 대열은 모두 경복궁역으로 향했다.

서대문 방향에서 광화문으로 온 사람들과 태평로 대열은 광화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뒷편 도로 등을 통해 경복궁으로 향했다. 충무로를 거쳐 안국역으로 진출한 대열은 안국동 삼청각 입구 사거리에 멈춰 있다. 이미 경북궁 앞 도로가 꽉 차 있기 때문이다.

행진 대열은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를 받았고, 더 많은 시민들을 행진 대열로 끌어당겼다. 워낙 사람이 많아 이동하지 못한 대열들은 시청광장 무대 등 곳곳에서 집회와 자유 발언 등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경복궁역에서 청와대로 가는 길목 입구에 차벽을 쳤다. 7시 현재 차벽 앞에 무대를 설치하고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 앞을 향해 그곳까지 간 대열답게 이 집회에서는 주류 야당들의 온건함과 눈치 보기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많고, 박수도 많이 받고 있다.

끝도 없이 늘어선 대열은 곳곳에서 해일처럼 청와대 방향으로 향했다.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구호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려 퍼지고 있다. 경복궁역 앞 도로가 좌우로 늘어선 대열이 수 킬로미터가 되도록 가득찼지만, 대열의 말미이던 태평로는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박근혜 일당이 빼돌린 재산을 환수하고 박근혜를 구속해야 한다는 구호와 주장도 일주일 전보다 더 많았다.

참가자들은 밤늦게까지 광화문광장 무대의 공연과 발언에 집중했고, 상당수 참가자들은 경찰 차벽이 처져 있는 경복궁역 앞 방송차 앞에서도 집회를 이어갔다. 광화문 본 집회가 끝나갈 무렵, 낮에 수 년 만에 최대 1만5천여 명이 강력한 도심 행진을 벌였던 대학생들이 경복궁역 앞으로 행진해 와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청와대로 가서 7시간의 행방을 물어야겠다며 경찰 차벽 맨 앞에서 경찰에게 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오늘 집회와 행진은 박근혜 퇴진 운동이 불과 3주 만에 현재 한국 정치의 가장 강력한 행위자 중 하나가 됐음을 보여 줬다. 이제 새누리당은 당분간 오늘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운 사람들과 저마다 목청껏 외치는 박근혜 퇴진 함성이 꿈에서까지 나타날 것이다. 주류 야당도 운동이 강력해서 쉽게 올라탈 수 없음을 알았을 것이다.

박근혜가 설사 또 사과를 하더라도 여전히 그것은 기만일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의 기만과 책략이 도통 분노한 대중을 달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국정수행 지지율은 2주 연속 5퍼센트대에 머물렀다. 한 정치평론가는 임기가 1년도 넘게 남은 대통령이 지지율 5퍼센트면, 지지층 재결집조차 안 된다는 뜻이고, (여론조사 오차범위까지 생각해 봐도) 이 정도면 지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독설을 했다.

바로 그 상황을 박근혜 퇴진 운동이 만들어냈다. 9월 말부터 이어진 노동자 파업들이 마지노선이라는 30퍼센트 벽을 허물었고, 이것이 안 그래도 경제 위기 때문에 분열하고 있는 지배계급 내 암투를 심화시키고 박근혜의 치부가 마침내 폭로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10월 29일부터 시작한 퇴진 운동의 단단한 강도가 박근혜를 그로기 상태로 내몰고 있다.

오늘 전국에서 모인 1백만 대열의 강력한 분노와 기세는 이 운동이 12일 이후에도 계속될 것임을 보여 줬다. 수도권 바깥에서도 이제 이 운동은 더 커질 것이다. 반드시 우리 힘으로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박근혜가 부패한 관료들과 비선실세들, 기업주들, 제국주의 강대국들과 함께하려 해 온 온갖 악행들을 중단시키자.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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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1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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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노동자가 앞장서서 박근혜를 몰아내자! / 박근혜는 퇴진하고 노동개악 철회하라!

ⓒ사진 이미진

11월 5일,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운동은 한층 더 커졌다. 서울에서만 2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다른 도시들에서도 몇 만 명이 나왔다. 12일 퇴진국민행동 주최 집회에는 50만~1백만 명가량이 참가할 듯하다.

이 운동은 박근혜의 위기를 빠르게 심화시키고 있다. 박근혜는 열흘 만에 두 번이나 사과했지만, 지지율은 5퍼센트로 곤두박질쳤다. 역대 대통령 중 최저 수준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1990년대 이후의 대규모 항의 운동들과 몇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째, 이번 운동은 단일 쟁점을 놓고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권위 자체에 도전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 권력에 도전하는 것은 1987년 격렬한 시위와 그에 이은 수많은 경제적 대파업으로 군부 독재 정권을 압박해, 대통령 직선제를 포함한 민주적 기본권들을 쟁취한 이래 처음이다.

2008년 촛불 운동은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핵심 요구로 하되 다른 몇 가지 요구가 결합됐다. 6월 10일을 기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퇴진을 공식적 요구로 내놓자고 주장했지만, 촛불 운동 내 온건파들이 반대해 공식적 요구로 채택되지 못했다.

1996년 12월 26일 노동법과 안기부법의 날치기 통과로 연말연시 정국을 뒤흔든 민주노총 총력 파업과 대중 항의도 공식적으로는 대통령(김영삼)의 퇴진이 아니라 사과를 요구했다.

둘째, 이번 운동은 노동단체와 좌파단체들로 이뤄진 민중총궐기본부가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과거 NGO들이 시작한 대규모 항의 운동과 다르다. NGO들은 자의식적으로 계급과 좌파 정치를 거부하고 그 대신 ‘국민’과 점진적 개혁주의를 지향한다.

셋째, 운동에서 조직 노동자들의 존재감이 실제로 있다. 2008년 촛불 운동 같은 이전 운동들에서는 노동조합과 좌파단체 성원들도 ‘개별 시민’으로서 참가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 반면 이번에는 조직 노동자들이 시위대 전체의 환영을 받고 있다. “(조직)노동자들이 고립됐다”는 진보 진영 우파의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는 점이 (철도 파업에 대한 청년·학생들의 지지 표명에 이어) 또다시 입증됐다.

넷째, 위의 특징들 덕분에 진보진영의 좌파는 운동에서 주도적 구실을 하기에 과거의 어느 때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물론 이 점은 잠재력 차원이고 유동적이다. 운동의 저변이 갑자기 넓어져 새로 참여하는 대중의 개혁주의적 의식을 반영하는 개혁주의 지도력 문제도 있지만, 좌파의 처지에 있으면서도 중도계인 NGO 리더들을 추수하는 자민통계의 기회주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신설 연대체 ‘퇴진국민행동’ 안에는 박근혜를 어떻게 퇴진시킬지를 두고 논쟁이 있는데, 자민통계와 NGO 리더들 같은 진보적·자유주의적 민중(국민)주의자들은 부르주아 야당들인 민주당과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과의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조직 노동자 운동과 좌파의 존재를 하찮은 위상에 묶어 두고 싶어 한다.

박근혜가 실제로 퇴진하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열쇠는 노동자들의 참여에 달렸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운동에서는 노동자들의 존재감이 있을 뿐 아니라 시위대의 환영을 받는데도, 퇴진국민행동 지도자들은 노동자들이 운동에 많이 참가하라고 공식적으로 호소하지 않고 있거니와, 대다수 노조 지도자들에게도 파업은 언제나처럼 언감생심이다.

‘민주변혁단계’론자들은 현 시국을 국민(민중) 혁명 직전의 시기로 볼지 몰라도, 노동자 혁명의 전략을 추구하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그들과 전술들이 다르다. ‘민주변혁단계’론자들은 박근혜 퇴진 후 그들이 참여하는 민주국민내각 따위를 제안하는 듯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성격은 종속 경제와 반(半)식민지 국가가 아니라 선진 산업경제와 부르주아(자본주의적) 민주주의 국가형태를 본질적인 특징으로 한다. ‘민주변혁단계’론은 실천에선 개혁주의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특히, 좌파가 자본주의적인 정당들과 함께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운동에 큰 해를 입힐 일이다.(크리스 하먼과 팀 포터가 쓴 ‘노동자 정당이 집권하면 노동자 정부인가?’(《마르크스21》 10호)를 보시오.)

반면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노동계급의 항의 시위 참가와,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파업(정치총파업만이 유의미하다는 주장은 마르크스주의가 말하는 ‘정치’의 의미를 오해한 데서 비롯한 경직된 전술이다)이 당면 과제들이라고 본다. 11월 9일 한국지엠(GM) 부평공장 노동자 5백 명이 공장에서 부평역까지 행진한 것은 좋은 본보기이다. 또, 울산플랜트건설 노동자 파업도 정말 훌륭하다.

또한 노동계급 운동의 좌파는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하도록 지도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조합원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겨우 며칠 만에 조합원 8천 명가량이 서명했는데, 현 상황은 민주노총 좌파들과 투사들이 지도부를 압박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철도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내놓고 파업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는 단순히 고립됐다 해서(지지율 5퍼센트) 순순히 물러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재벌들과 고위 국가관료들이 이윤을 위해 모두 그에게 등을 돌려야 비로소 물러날 수 있다. 지금 이들은 정치적 부패만으로 박근혜를 제거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박근혜가 노동개악과 시장경제 확대를 위해 애쓴 공로를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좌파라면 지금 열리고 있는 격변기에 계급투쟁(정치적 및 경제적)을 건설하는 데 헌신해야 한다.

입력 2016-11-1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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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운동 건설하기

학생회로 충분한가?

정선영

얼마 전 여러 대학에서 시국선언이 발표됐다. 많은 대학에서 총학생회와 다양한 좌파 단체 등이 시국선언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좌파 단체가 주도해 다른 학생 단체와 개인들을 모아 시국선언을 발표한 곳도 있다. 

그러자 한 가지 논란이 벌어졌다. 왜 총학생회가 아닌 단체가 시국선언을 주도하느냐, 총학생회는 전체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인데 왜 다른 단체들의 이름을 연명해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를 일부 학생들이 한 것이다. 이런 이의제기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여러 단체를 배제하고 총학생회 중심으로만 박근혜 퇴진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 봐도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이 비민주적인 주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생회는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선출한 기구이므로 학생회 이름으로만 시국선언을 해야 한다는 이들 주장의 논리를 따른다면, 시민들은 국회의원이나 시장, 구청장 이름으로만 견해를 발표해야 한다는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공식적으로 선출된 사람·기구만이 견해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은 보통 시민이나 학생은 적극적으로 나서 견해를 밝히거나 운동을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매우 비민주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운동주의

한편 학생회만 운동을 대표해야 한다고 보는 관점에는 ‘운동(만능)주의’도 포함돼 있는 듯하다. 운동주의는 다양한 정치단체들이 자기 정치를 드러내면 운동이 분열한다고 보면서, 정치조직은 불필요하고(심지어 없어져야 하고) 운동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는 견해를 말한다. 그래서 정치조직들이 자기 정치를 드러내지 말고 학생회 같은 일상 조직으로 용해돼야 한다고 여긴다. 흔히 운동에 처음 참가하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곤 한다. 

그러나 정치가 없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초보적인 수준일지라도 말이다. 무솔리니의 감옥에 수감됐다 사망한 이탈리아 마르크스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 말대로 “누구나 철학자다”.

11월 5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전국 동시다발 대학생 시국대회 공식 학생회 기구가 움직일 때까지 학생들은 '대기'하고 있어야 하나? ⓒ사진 이미진

학생회도 비정치적인 조직이 아니다.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그 정치색이 다양하다. 대학 시국선언에서 어떤 학생회는 박근혜 퇴진 요구를 걸었지만, 또 다른 학생회들은 퇴진을 분명히 요구하지 않고 대통령 특검 요구 등을 걸었다. 이것만 봐도 학생회의 정치색이 다양함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박근혜 퇴진 운동이 학생회로만 표현돼야 한다는 견해를 받아들이는 것은 (본의가 아닐지라도) 학생회를 집행하는 학생들과 정치 성향이 다른(흔히 더 좌파적인) 학생들이 자신의 정치를 표현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일 수 있다.

운동 참가자들이 자신만의 주장을 펴지 말아야 운동이 단결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잘못된 것이다. “어떤 운동이든 단선적 논리에 따라 발전하지 않는다. 그래서 운동의 국면이 바뀔 때마다 참가자들은 투쟁 방법 등을 놓고 선택을, 결정을 해야 한다. 따라서 단결은 의식적으로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특정한 정치적 입장이 각각의 물음과 대결해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운동이 더 크게 단결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운동은 분열로 실패하게 된다.”(<노동자 연대> 178호에 실린 최일붕의 ‘정치단체의 개입은 운동의 순수성을 훼손하는가?’

반대로, ‘정치 배제’를 빌미로 다양한 단체들이 의견을 내는 것을 막는 것은 오히려 운동 내에서의 비민주주의와 음모적 권모술수로도 흔히 이어질 수 있다. 서로의 정치를 드러내고 공개적 논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다른 명분을 들어 자신과 다른 정치 경향을 공격하려 하기 때문이다. 학생회는 아니었지만 이화여대 본관 점거 농성자들이 “운동권”을 배제하자며 캠퍼스의 왕 노릇을 하려 한 사례에서 이 문제점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다시금 그람시의 말을 빌면 “지도는 지배가 아니다.”

우파적

실제로, 좌파 단체들이 시국선언 조직에 착수한 것에 이의제기한 사람들은 주로 좌파에 반감을 가진 학생들인 듯하다. 20대의 60퍼센트가량이 박근혜 퇴진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퇴진 지지자 중에도 중도적 정치 성향 때문에 좌파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학생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또,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을 이용해 여론을 좌파에게 공격적으로 몰아가려는 우파적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 호 <노동자 연대> 웹사이트에 실린 장호종의 ‘박근혜 퇴진 대학생 시국선언 관련 온라인 논쟁: 가상과 현실을 구분해야’를 보라.) 이들은 운동에 처음 참가하는 사람이 쉽게 받아들이는 소박한 단결 정서를 이용해 좌파를 밀어내려 하는 것일 게다.

사실 시국선언은 학생회로만 표현해야 한다는 일부 인터넷 주장에 대학 내 일부 좌파가 타협해서 문제를 키운 측면이 있다. 이런 추수주의는 형식주의적 민주주의관 때문에 학생회 같은 공식 기구의 권위를 과도하게 보는 그들의 오해가 반영돼 있다.

선출된 대표자들이 모든 사람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학생들은 보통 때는 소외와 천대 때문에 정치적으로 매우 비활성적 상태에 있다가도 정의감을 자극하는 특정 사건 등을 계기로 갑자기 투쟁에 나서게 되는 경향이 있어, 그 격차가 매우 크다. 지금처럼 학생들의 의식이 급변할 때는, 일상적 시기에 선출된 학생회가 학생 다수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할 때도 많다. 그런데도 선출된 대표의 권위를 과대하게 보아 학생회에 의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운동을 제때에, 제대로 건설하지 못할 수도 있다. 

최근 이화여대에서 학생 2백36명의 서명으로 정유라 관련 비리 척결과 박근혜 퇴진을 위한 학생총회가 발의됐다. 그런데 일부 중앙운영위원들은 이 총회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학생회의 약점을 보여 주는 사례다.

게다가 학생회는 다양한 학생을 포괄하는 일상 조직이라는 성격 때문에 후진적 관념의 압력을 받기 쉽다. 그래서 박근혜 퇴진 여론이 대규모로 표출되는 현재 국면에조차 일부 학생회가 일부 인터넷 글들에 흔들린 것이다.

현실에서 여러 운동은 학생회로 표현되지 않았다. 이화여대에서 86일간 끈질기게 이어진 본관 점거 투쟁은 학생회가 주도한 것이 아니었다. 이화여대 점거 농성이 끈질기게 이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운동의 초점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한 점거 농성 덕분이었다. 본관 점거 농성 주도자들이 총학생회나 좌파(특히 노동자연대)를 배타적으로 대한 것은 잘못이었지만 말이다. 

2011년 서울대 학생들의 법인화 반대 점거 투쟁은 반대 사례다. 당시 서울대 본부 점거 농성에 열의 있게 참가하고 있던 학생들은 실제로 점거 농성이 유지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점거에 참가하지도 열의도 별로 없던 학생회들은 점거 농성 해제를 결정했다. 이는 학생회가 투쟁을 대변하기는커녕 배신한 것이다.

물론 공식 기구라는 성격 때문에 때로, 학생회가 주도하는 운동에 학생들이 더 많이 참가할 때도 있다. 따라서 대중 투쟁이 커지길 바라는 좌파적 활동가들이 학생회 내에서 활동하는 것은 때로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 것도 아니거니와(학생 일반의 정서가 저항을 지향하는 게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학생회 안에서뿐 아니라 밖에서도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일관되게 전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치를 추구하는 학생들이 상당한 기반을 갖출 때 학생회 집행권 활용이 유용할 수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학생회 활동가들이나 다른 여러 학생들을 더욱 투쟁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학생회 참여 전에 먼저 혁명적 정치조직 건설이 매우 중요하다.

입력 2016-11-1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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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거짓 보도

누가 ‘기레기’ 언론 아니랄까 봐

김지윤

“쓰레기는 쓰레기 신문 만드는 곳으로” 2008년 6월 10일 ‘100만 촛불대행진” 당시 많은 사람들이 거리의 쓰레기를 수거해 <조선일보> 현관에 버렸다. @사진 제공 제공 <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11월 5일 대규모 전국 시위가 있고 나서 <조선일보>는 ‘웬 혁명? … 촛불 집회서 외면당한 좌파들’이라는 제호의 기사를 내보냈다.

언론의 기본이 안 된 기사다. 사실관계부터가 엉망이다. 문제 삼은 발언자 신상조차 완전히 틀려서 <조선일보>는 정정 보도까지 했다. 이뿐이 아니다. 이 기사는 노동자연대·사회진보연대·환수복지당 등 단체들이 “‘혁명 정권 이뤄내자’ 등의 구호를 선창하고 유인물을 배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 ‘노동자 민중이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외면당했다고 주장한다.

<조선일보>는 어차피 많은 사람들이 앞서 인용한 단체나 그 주장을 모를 것이라고 보고 자의적으로 기사를 쓴 것이다. ‘악마의 편집’, ‘단장취의’(문장을 잘라 인용해 원작자의 뜻과 상관없이 자기 의도를 취하는 것) 같은 아주 비윤리적 보도 방식이다.

<조선일보>는 이 운동에 참가한 상당수가 운동의 경험이 적다는 점을 이용해 얼토당토않는 거짓 선동으로 운동 참가자들이 좌파에 경계심을 갖도록 만들려 하는 듯하다. 이 운동에 좌파들이 포함돼 있음을 부각해 색깔론을 펴 운동 내 오른쪽을 단속하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좌파들이 대중의 정서에 적극적으로 부응해 초기에 이번 운동을 건설한 것이 운동의 성장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했다. 10월 29일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광범한 분노를 결집시키는 주말 집회를 개최한 것이 이 운동의 도약대가 됐다.

한편, <조선일보>는 박근혜 퇴진 촉구 집회에서 “노동개악 철폐하라”는 구호가 나온 것도 문제 삼는다.

비도덕적

그러나 특히 집회 자유 발언들을 들어 보면, 지금 박근혜 퇴진 운동의 바탕에는 경제 위기와 박근혜가 추진한 경제 정책에 따른 불평등 확대 그리고 민주적 권리 침해 등으로 켜켜이 쌓여 온 불만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총체적 불만이 거대한 부패·비리 스캔들과 만나 퇴진 운동으로 급격히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험 적은 참가자들은 “노동개악 철폐”가 박근혜 퇴진 운동을 분산시킨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조선일보>는 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노동자 운동과 더 넓은 대중 사이를 벌리려고 하는 것이다. 우익이자 기업주 언론답게 박근혜 퇴진 운동을 약화시키려는 계급의식적인 목적을 갖고, 그러나 매우 비도덕적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박근혜 퇴진은 괜찮고(?) 다른 요구들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게 당찮기나 할까? 2008년 촛불이 타올랐을 때 <조선일보>는 배후 세력, 순수성 운운하며 반정부 구호를 문제 삼았다. 그래서 “찌라시”라고 욕을 먹었다. 그런데 이제는 퇴진만 외쳐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조선일보>가 뼛속까지 엘리트주의에 절어 있고 대중의 자체 행동을 혐오한다는 것은 최근의 경험으로도 너무 명백하니 광주항쟁 등 위대한 대중 투쟁들을 폄하했던 추악한 과거는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입력 2016-11-1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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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은 손석희 고발을 취하하라

김인식

△박근혜는 자신의 치부를 들춰내는 손석희를 눈엣가시로 여긴다. ⓒ사진 JTBC 화면 캡쳐

극우 반공주의 단체 어버이연합이 손석희 JTBC 사장을 고발했다. JTBC <뉴스룸>이 ‘최순실 태블릿 PC’를 입수한 경위를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이다. 어버이연합은 손석희 사장이 “사건의 원흉”이라며 미친 듯이 날뛰고 있다. 전 민정수석 우병우의 구속 수사 촉구 농성을 하는 더민주당의 농성장에도 난입했다.

세간에 JTBC 8시 <뉴스룸>이 현 정국에서 제1야당 구실을 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JTBC 보도국은 박근혜·최순실의 부패를 샅샅이 발라내고 있다. 청와대가 분을 참지 못하고 JTBC를 갈아 마시고 싶어 할 것임은 안 봐도 비디오다.

그래서 어버이연합이 손석희 사장을 고발한 것은 청와대 발(發) 역공의 신호탄일 수 있다. 청와대 행정관이 어버이연합에 각종 집회를 지시하고 전경련이 이 단체에 불법 자금을 지원한 의혹이 제기된 것에서 보듯이, 어버이연합은 청와대의 행동대다.

어버이연합의 행동 개시는 박근혜의 완강한 퇴진 거부 의사를 떠받치는 것이다. 또, 박근혜 퇴진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이 더한층 격렬해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버이연합의 손석희 사장 고발은 간과할 일이 아니다. 10월 말에 분출한 대중 운동에 지금껏 밀리던 박근혜 일당이 반격을 시작했음을 알리는 사건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어버이연합의 손석희 사장 고발을 단호하게 반대하면서 운동의 규모를 키우고 심화시켜야 한다.

입력 2016-11-1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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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니 부리는 박근혜, 내분 겪는 여당, 눈치 보는 야당

12일 이후에도 투쟁은 계속된다

김문성

박근혜는 최순실 게이트가 폭로된 직후부터 열흘 새 두 번이나 대국민사과를 했다(10월 25일, 11월 4일). 11월 8일에는 국회의장 정세균을 만나 김병준 총리 지명을 철회하고 국회가 요구하는 사람을 총리로 임명하겠다고 했다.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던 박근혜가 두 번이나 머리를 조아리며 계속 아쉬운 소리를 한 것은 상황의 심각성 때문이다. 물론 늘 그랬듯이 책임 회피와 꼼수뿐인 거짓 사과였지만 말이다.

첫 번째 사과 이후 도리어 국정수행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폭락했다(한국갤럽 2주 연속 5퍼센트). 퇴진(탄핵 포함) 지지는 60퍼센트도 넘어섰다(리얼미터).

무엇보다 여론이 강력한 행동으로 보기 드물게 표출되고 있다. 11월 5일에는 약 20만 명이 광화문 일대에서 밤늦게까지 행진과 시위를 벌였다. 구호는 압도적으로 “박근혜 퇴진/하야”다. 국면 초기 역풍론이 무색하게도 투쟁이 커지고 퇴진 요구를 분명히 하면서 박근혜 지지율은 더 하락했다.

기회 ‘즉각 퇴진’을 목표로 대중투쟁을 강화하려 해야 한다. ⓒ사진 김명진

이 와중에도 새로운 폭로가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가 기습적으로 임명하려 한 국민안전처 장관 박승주는 굿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자진 사퇴했다. 박근혜가 자신은 청와대에서 굿을 한 적이 없다고 굳이 해명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시늉뿐인 검찰 조사에서조차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기업주들이 죄다 ‘삥 뜯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데, 안종범은 기업 대상 모금이 박근혜의 지시였다고 자백했다. 김기춘이 정권 비판 세력 죽이기를 위한 공작 정치를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박근혜 정권 자체가 범죄 집단이고, 청와대가 정경유착, 부정 축재의 사령탑이자 몸통인 것이다.

김기춘, 우병우 등 청와대 실세들과 최순실 등 ‘비선 실세’들이 정부 부처와 검찰 등 국가기관들을 움직여 기업들과 특혜를 거래하고 국가 예산을 자신들 호주머니로 옮겼다. 이것은 더한층의 매수와 특권 구축에 사용됐을 것이다. 다급해진 최순실, 장시호(최순실 조카), 차은택 등이 급매로 내놓은 부동산 시세만 5백억 원이 넘을 지경이다.

농단

이런 상황에서 미국 대선에서 한국 정부 예상과 달리 트럼프가 당선했다. 경제·안보 위기(불확실성)가 커지는데, 박근혜가 한국 국가를 다잡아 위기에 대처할 수 있을지 지배계급의 걱정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는 이미 11월 아펙(APEC) 정상회의에도 불참하기로 했다. 한국 대통령의 불참은 아펙 정상회의 창설(1993년) 이래 처음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수습책을 놓고 여권 전체가 내분에 휩싸였다. 전 당대표 김무성은 박근혜의 탈당을 요구했고, 비박계는 당대표 이정현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서면, 친박이 모두 죽는다고 보기 때문에 이정현과 친박계는 버티는 중이다. 그러나 ‘최순실을 모르는 게 거짓말’이라고 말한 게 김무성이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농단을 알면서도 빌붙어 출세와 특권을 챙겨 온 새누리당 전체가 공범 집단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대구·경북에서조차 민주당에 뒤쳐지기 시작했다. 의원총회에서 서로 쌍욕이 오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국정 운영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청와대는 당선 하루 만에 트럼프와 통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야당을 향한 국정 정상화 압박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두 주류 야당들은 박근혜의 ‘2선 후퇴’만 요구하며 그에게 시간을 벌어 줬다. 특히, ‘문재인 당’인 민주당은 ‘책임총리’ 방안을 수용해 박근혜의 구원투수가 될 뻔했다.


박근혜는 한 걸음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박근혜 4년의 교훈 중 하나는 박근혜의 통치 스타일과 개인의 개성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계급의식적이지만 욕심과 의심도 많아, 재산뿐 아니라 권력도 측근 실세와만 농단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죄의식도 없다. 그랬다면, 세월호 참사나 백남기 농민 문제에 그렇게까지 잔인하고 야비하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복지 공약 파기하고도 그토록 뻔뻔하지 못했을 것이다.

박근혜 게이트가 부정 축재와 공작 정치가 결합된 형태인 이유이고, 기업주들이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해 박근혜를 선택하고 지지한 이유다.

죄의식 박근혜는 천하의 모사꾼이다. 퇴진만이 답이다. ⓒ사진 조승진

그러니 ‘국회가 정해 주는 사람을 총리로 뽑고 내각 통할권까지 주겠다’는 박근혜의 방안도 의심해 봐야 한다. 총리의 내각 ‘통할’은 이미 단어 그대로 현행 헌법에 명문화돼 있다. 결국 헌법상 권한을 총리에게 주겠다는 것인데, 그것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성과연봉제 불법 도입에 앞장선 금융위원장 임종룡을 경제부총리로 임명한 것도 도발이다.

총리에게 내각 제청과 통할권을 주더라도, 대통령이 결제하고 총리 임면권도 갖고 있다.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권한을 회수할 수 있다. 이 방안은 조금도 후퇴가 아니다. 국정 마비 상황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고 분열시켜 보려는 “덫”일 뿐이다. 타고난 모사꾼답다.

사실 두 번의 대국민 사과도 고개는 숙였지만, 기만적이었다. 빼도 박도 못할 사실만 인정했고 자신의 연루 혐의는 축소·부인하며 최순실 개인 비리로 떠넘겼을 뿐이다.

다행인 것은 사람들이 이제는 잘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국민담화가 오히려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이고, 검찰이 최순실에게 대국민담화를 보여 준 것은 공범끼리 소통하게 해 준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따라서 2선후퇴론, 책임총리론 등 박근혜 퇴진을 전제로 하지 않는 수습책은 아무 의미가 없고 단지 기만일 뿐이다. 즉각 퇴진을 위한 대중 투쟁을 이어가며 강화해야 하는 까닭이다.


주류 야당은 박근혜 구원투수가 될 것인가?

박근혜의 뻔한 수작을 덥썩 물으려 한 것은 민주당 현 지도부와 문재인이 내년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할 ‘중립’ 내각 수립에 온통 관심이 가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은근슬쩍 이를 묵인했다.

고통전가, 세월호, 복지 축소, 노동 개악, 사드, 민주적 권리 침해 등 4년 동안 눌려 왔던 대중의 분노가 분출하는 시기에 박근혜·새누리당과 협조해 그 분노를 가로막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도 안철수·박지원이 서로 역할 분담하며 눈치 보기를 하다가 10일에야 박근혜 퇴진으로 당론을 정했다. 게다가 이 틈에 중립내각 총리 자리를 한 번 누려 보려고 야당의 퇴진 요구에 반대하는 손학규 같은 자들도 있다.

자본주의 야당들은 집권해도 경제 상황 때문에 고통전가 정책을 펴야 하는 처지에서 지금의 운동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기층의 압력 때문에 결국 야 3당 대표가 박근혜 제안을 거절하고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 당 차원에서 참가하기로 결정했다.(야3당 지지율 합계보다 퇴진/탄핵 지지율이 더 높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퇴진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총궐기에 함께할 것을 민주당에 촉구하고 서울시 차원에서 집회·행진에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좋은 일이지만, 두 야당이 정략적으로, 그것도 이제야 운동에 올라타서는 대 여권 (협상) 압박용으로만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여태까지 뒤통수쳐 온 일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 거리의 대중 운동도 박근혜를 살려 준 어설픈 수습책에 만족할 것 같지는 않다. 12일 민중총궐기는 근래 보기 드물게 크고 정치적인 시위가 될 것 같다. 이는 운동이 수도권 바깥으로도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12일 집회의 성공은 박근혜를 더 위협하겠지만, 박근혜는 시간을 벌며 반격을 준비할 것이다. 다행히 이후에도 대중 투쟁 계획이 잡혀 있다. 대중의 자력 투쟁이 진짜 해법이다.


좌파가 자기 색깔 드러내지 말라는 주장은 틀렸다

박근혜 퇴진 운동 일각에서는 ‘운동권’(좌파)이 운동에 정치적 길라잡이 구실을 하려 하는 것은 시민의 자발성을 억누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9일 출범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같은 단체들도 시민의 자발성을 보조하는 구실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와 ‘리더십’을 부정적으로 보고 이를 대중의 자발성 또는 ‘순수 운동’과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보는 운동주의적 주장이다. 운동의 단결을 위해 정치를 배제하자는 견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이 운동의 성격을 오해하는 것이다. 이 운동은 정권 퇴진 운동이라는 성격상 처음부터 정치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그래서 초기부터 민주노총, 노동자연대와 진보연대를 비롯한 정치 좌파, 정의당·노동당·민중연합당 등이 적극적인 일원이었다.

그러나 이 운동의 초기에 좌파의 주도력이 오히려 대중의 자발성에 부합하고 그것을 더 북돋웠다. 10월 29일 집회가 그 예다. 당시 퇴진 요구를 꺼렸거나, 과단성 있게 행진을 조직하지 않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오히려 대중의 자발성을 억누른 결과가 됐을 것이다.

책임

온건한 진보 시민단체들도 주류 ‘야당’들과 연결돼 있다. 이 당들도 운동 바깥에서 언론 등 다양한 수단으로 운동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 이런 성격 때문에 참가자들도 기성 야당들부터 좌파들까지 정치적 주장과 계획에 관심이 크다. 정치적 지도가 필요함을 이해하기 때문에 통일된 구호(“퇴진/하야”), 중앙집중적 행진, 좌파와 노조의 깃발에도 거부감이 별로 없다.

따라서 이 운동의 성공에 일조하려는 정치세력들은 전망과 과제를 내놓아야 한다. 즉, 운동의 성격에 걸맞게 정치적 리더십을 제공하려 노력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다.

이처럼, 정치와 리더십을 배제하자는 주장은 운동에서 떼어낼 수 없는 것을 떼어내려 한다는 점에서 공상적이다.

따라서 온건 개혁 세력이 대중의 정서를 확인하고 뒤늦게라도 운동에 합류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무임승차하자마자 막무가내로 운전대부터 뺏으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노동운동과 선명 좌파의 주도력을 제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누구든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운동의 주도권을 농단하려 하지는 말아야 한다. 누구나 실천에서 입증 받으며 정직하게 기회를 노려야 한다.

물론 지금 박근혜 퇴진 운동 참가자들 다수가 좌파적 강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래서 좌파는 개방적이면서도 급진적으로 운동을 이끌려고 노력해야 한다.

운동이 더 보편적이 되고 (사회적 내용 면에서) 심화하도록 노동자 투쟁과 연결되는 것도 조직해야 한다.

입력 2016-11-1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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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 내에서

박근혜 퇴진 운동을 둘러싼 쟁점

박혜신ㆍ정선영

박근혜 퇴진 운동이 1백만 명의 시위로 성장하며 분출해 나오는 과정에서 학생운동도 성장했다. 많은 학생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을 뿐 아니라 여러 학생회와 학생 단체들이 함께 참가하는 조직된 학생운동 진영도 성장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이하 대학생 시국회의)에는 전국적으로 학생회와 학생 단체들 1백 곳 가량이 참여했고(관련 기사: 박근혜 퇴진을 위한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가 결성되다), 몇 차례 대학생 집회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아직 삼삼오오 거리로 나오고 있는 학생들이 다 이런 조직된 학생운동과 관계 맺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학생운동의 구심이 강화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만약 이런 전국적인 학생들의 연대체가 박근혜 퇴진 운동을 진정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투쟁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운동 내에서 벌어진 몇 가지 논점을 소개하려 한다.

△11월 12일 대학생 1만여 명이 가두행진을 하며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1. 더 큰 단결을 위해 세월호, 백남기 쟁점은 빼자?

일부 대학들에서 박근혜 퇴진 운동에는 동의하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고(故) 백남기 농민 살인 정권 규탄 등의 구호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논쟁이 벌어졌다. 대학생 시국회의 내에서도 초반에 이런 논쟁이 벌어졌다.

일부 학생들이 본인들은 세월호 진상규명과 백남기 농민 살인 규탄 주장에 동의하지만 ‘더 큰 단결을 위해’ 대학생 시국회의의 시국선언문에서 이 쟁점들을 빼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모든 단결이 좋은 것은 아니다. 운동의 대의를 훼손하는 식의 단결은 운동에 해악적일 수있다. 세월호, 백남기 농민의 문제에 분노하는 사람들은 박근혜 퇴진 운동에서 가장 열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만약 대학생 시국회의가 이런 쟁점들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운동에서 가장 열의 있는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줄 것이다.

운동이 성장하려면 운동에 열의가 있는 선진적인 사람들을 잘 결집시키면서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런 투쟁의 선진 부위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방식으로 오른쪽에 타협하는 것은 운동의 동력을 갉아먹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논쟁 끝에 대학생 시국회의는 세월호, 백남기 농민의 쟁점을 포함시켜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결정이 옳았음은 이후 대학생 시국회의와 학생들의 시위가 더 성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제의 몸통인 박근혜를 물러나게 하려면 운동이 앞으로 더 확대되고 강력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박근혜퇴진 운동 속에 세월호, 백남기 농민의 쟁점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많은 악행들에 맞선 요구와 운동들을 더욱 결합시키며 운동을 강화해야 한다.

2. 특검, 국정조사, 탄핵 등을 요구하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주 연속 5퍼센트를 기록했다. 이것만으로도 박근혜가 퇴진해야 할 이유는 자명하다. 박근혜의 통치 정당성은 추락했고, 퇴진 운동은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박근혜 퇴진뿐 아니라 특검, 국정조사, 탄핵 등도 함께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제기를 한다. 그러나 이런 요구들을 박근혜에게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는 부적절한 요구들이다.

박근혜가 즉각 퇴진해야 할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이미 드러난 부패  ·  비리는 그중 하나다.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의 죽음, 노동개악, 한일 ‘위안부’ 합의, 교과서 국정화 시도 등 지난 4년간 박근혜가 해 온 악행들을 보면 지금 즉각 퇴진을 해도 모자라다.

특검과 국정조사는 조사 기간 동안 박근혜에게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도 특검과 국정조사에 동의하는 것이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퇴진을 주장하면서도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를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이 퇴진 요구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이 된다.

현 시기에 탄핵을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필요하다. 탄핵은 국회의원 과반수가 동의해야 발의할 수 있고,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그런데다 국회의 결정을 헌재가 승인해야 하고, 헌재 승인 절차가 무려 1백80일이나 걸릴 수 있다. 헌재에서 원하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결국 탄핵 절차를 추진하는 동안 박근혜는 꽤나 긴 시간 동안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이렇게 국회와 헌재가 사태의 주요 행위자가 되면, 대중 운동은 수동화되고, 국회와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는 동안 대중 운동의 동력은 크게 약화될 수 있다. 그러는 사이에 박근혜 정부와 우파들이 어떤 반격을 시도할지도 모를 일이다.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은 “지금 당장” 박근혜를 끌어내리길 바라고 있다. 이미 운동의 참가자들은 집회 연단과 행진 등에서 박근혜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사퇴하라”고 외치고 있다. 특검이나 국정조사, 탄핵 등이 아니라 일관되게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운동의 확대에 더 도움이 되는 방향이다.

3. 행진이 청와대로 향해선 안 된다?

“시위대는 청와대를 향해선 안 된다”며 지역 분산 집회를 강조하는 주장도 있다. 숨은주권찾기라는 단체는 이런 취지로 11월 15일(화) 지역 분산 행진을 기획하고 있다. <한겨레> 신문 등에서, 이런 류의 주장을 추켜세우는 경향이 있다.

물론 지역에서 집회와 행진 등이 진행되는 것은 운동의 동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일이다. 이미 지역별 행진은 곳곳에서 진행돼 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힘을 집중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는 것의 의미를 깎아 내리면서 지역의 행진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박근혜 퇴진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해서 박근혜를 압박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경찰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청와대 방향 행진을 해도 실제로 청와대까지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싸움은 해봐야 아는 것이다. 11월 12일에 시위 대열은 청와대 수백 미터 앞까지 행진을 성공했다! 경찰력의 방해를 뚫고 청와대까지 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세력관계에 달린 문제이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설사 불법적인 권력을 유지하는 박근혜를 비호하며 경찰력이 막아 나선다 하더라고 이런 경찰력을 규탄하며 청와대 방향 행진을 시도하는 것은 완전히 정당한 일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성공하려면 중앙 국가권력에 도전하는 것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지역에서 동력을 모으는 행동은 중앙 집중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행동과 결합될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1백만 명이 모인 11월 12일 박근혜 퇴진 촉구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입력 2016-11-1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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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추미애 ‘영수’회담?

민주당이 이러라고 1백만 명이 시위한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1월 14일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퇴진”을 당론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당대표 추미애가 기습적으로 박근혜와 ‘영수’회담을 열기로 합의하고 한나절 만이다. 이 의총에서는 영수회담 합의에도 찬반 논쟁이 됐다고 한다. 이런 동향을 들었는지 청와대는 내일 회담이 오후 3시로 결정됐다고 속보를 날렸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날 영수회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 민주노총, 정의당, 참여연대 등 수많은 단체들이 민주당을 성토했다.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영수회담 결정뿐 아니라 우유부단하게 모호한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민주당과 문재인을 공개 비판했다. 이런 항의와 압력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은 퇴진을 당론으로 해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려 한 듯하다.

그러나 민주당의 당론이 바뀌었어도, 추미애가 영수회담을 제안해 퇴진의 대상일 뿐인 박근혜를 현 정국의 중요한 행위자로 인정해 준 잘못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리고 사실상 문재인의 당이 된 민주당에서 추미애가 단독으로 그런 일을 벌였으리라고 믿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진실로 그렇다면, 문재인과 민주당 의원들은 오늘 추미애를 탄핵하고 영수회담을 중단시켰어야 한다. 퇴진 의견을 전달하러 만난다는 것도 어줍짢은 변명이다. 민주당도 참여한 12일 시위가 명백히 박근혜 즉각 퇴진의 뜻을 전달한 것인데, 민주당이 뭐라고 그 뜻을 다시 전달한단 말인가?

게다가 민주당을 여전히 믿기 힘든 것은, 오늘 오후에 바로 여야 원내교섭단체 정당들끼리 합의한 별도 특검 때문이다.

우선, 특검이나 국정조사 요구 자체가 즉각적인 정권 퇴진 요구와는 상충된다. 그 형태가 무엇이든, 또 아무리 선의로 봐 준다 해도, 지금 박근혜를 조사하자는 것은 박근혜의 죄목을 밝혀 단죄의 명분으로 삼자는 것인데, 이는 즉각 퇴진에 사실상 반대하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퇴진·탄핵을 바라는 60퍼센트 넘는 사람들이, 12일에 거리로 나온 1백만여 명이 박근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고 즉각 퇴진을 요구했단 말인가?

게다가 이 별도 특검 합의문을 보면, 수사 대상이 최순실로 한정돼 있다. 기만적인 검찰 수사에서조차도 수사 대상의 몸통이 바로 박근혜임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야합을 한 것이다.

따라서 영수회담 합의를 비판한 정의당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별도 특검 합의도 공개 비판해야 한다.

정리하면, 영수회담을 하고 (아무리 야당 추천이라도) 특별검사를 임명하게 하는 것은 궁지에 몰린 박근혜와 새누리당에게 숨 쉴 틈을 주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온 국민이 4년 동안 확인한바, 야당 대표가 단독 회담에서 퇴진하란다고 박근혜가 순순히 물러날 인간인가?

12일 시위를 보고 잠을 못 이뤘을 새누리당의 비주류가 집회의 인기 구호인 “새누리당 해체”를 자기들 입장으로 받고, 박근혜가 덥썩 추미애를 만나겠다고 하는 건 쏟아지는 소나기를 잠시 피하고 역공할 기회를 엿보려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런 박근혜에게 우산을 씌워 주겠다는 “뜬금없는” 일을 벌인 것이다. 12일 1백만 퇴진 시위의 한 귀퉁이에 슬쩍 끼더니, 그 열망을 자신들의 정략적 이해를 위한 지렛대로만 삼으려 한 것이다. 박근혜 즉각 퇴진이 아닌 어떤 것을 타협책으로 내놓는다면 민주당이 스스로 배신자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과 그 소속 단체들은 옳게도 민주당을 강력히 규탄하고 즉각 퇴진 요구를 재확인했다. 퇴진행동은 애초 요구안에도 없는 별도 특검을 지지하지 말아야 하고, 더 크고 심화된 대중 투쟁 건설에 주력해야 한다.

김문성(〈노동자 연대〉 편집팀을 대변해)

ⓒ사진 이미진

입력 2016-11-1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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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대학생 시국선언 관련 온라인 논쟁

가상과 현실을 구분해야

장호종

최순실 · 박근혜 게이트를 계기로 대학가에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줄을 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대학에서는 박근혜 퇴진 요구를 못마땅하게 여기거나 좌파가 시국선언을 주도하는 데에 불만을 느낀 일부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서 있었는데, 이 논란은 매우 시시하게 끝나버렸다. 고려대학교에서는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이 총학생회 탄핵안까지 발의했지만 힘없이 부결됐다. 오히려 이후 총학생회가 발표한 시국선언문은 기존에 좌파들이 함께 준비하던 내용과 별 차이가 없었고, 이 기자회견에 무려 7백여 명이 참가했다.

연세대학교에서는 총학생회가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에 동참하기를 망설이는 동안 좌파적 학내 단체들과 일부 단과대 학생회들이 주도해 먼저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SNS 상에서 비난이 일었고 총학생회는 퇴진 요구가 빠진 시국선언을 따로 발표했다. 그러나 며칠 뒤 총학생회는 퇴진 요구를 포함시킨 선언문을 새로 발표하는 등 앞서 시국선언을 발표한 학생들이 옳았음을 사실상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작 시국선언 발표를 조직하고 주도한 좌파적 학생의 일부는 온라인 상의 근거 없는 비난에 주눅들어 불필요하게 수세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는 상대편의 기세만 높여 줬고 고려대학교에서는 쓸데없는 논란에 1주일이나 시간을 허비했다. 연세대학교에서는 시국선언 발표를 주도한 단체들 중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을 제외한 단체들이 공동으로 사과문을 발표해 연서명에 동참한 7백여 명의 학생들을 무안하게 만들어 버렸다.

ⓒ사진 이미진

이처럼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온라인 가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종종 현실과 크게 동떨어질 수 있음을 알지 못한 것도 그중 하나였던 듯하다.

1990년대에 인터넷이 처음 대중적으로 보급될 당시 많은 사회운동가들과 소수자들이 이를 크게 반겼다. 소수라서, 혹은 다수지만 주류 언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평소에는 알려지지 않던 목소리를 널리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회를 얻은 것은 천대받는 소수자들과 좌파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대중 앞에 감히 나서지 못하던 우파들도 가상 공간이 제공하는 익명성 뒤에 숨어서 공공연히 차별과 편견을 조장할 기회를 얻었다.

익명성

페이스북 등 최근의 매체들은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제공하지만,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는 데다 이러저러한 조처에도 가상 공간의 익명성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현실에서라면 거의 만나기 어려운 불특정 다수와 너무 쉽게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라인 상의 가상 매체는 현실에 비해 지극히 불완전하고 편협한 정보만을 제공한다. 특히 글자로만 표현되는 게시글이나 짤막한 댓글은 매우 자주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최근 <연합뉴스>가 옛 통합진보당 출신 인사의 인터넷 게시글(‘결사대를 모집해 청와대로 진격하자’)을 선정적으로 보도한 적이 있다. 그러자 진보정당의 한 인사가 <연합뉴스>의 보도와 통합진보당 출신 인사의 언사를 모두 비판하는 짤막한 글을 페이스북에 썼다. 그런데 누군가 이 페이스북 게시글에 “정신차려라! 너야말로 5열이구나” 하고 댓글을 달았다. 순간적으로 흥분을 일으키는 표현이기는 한데 과연 여기서 “너”는 누구였을까? 다행히 결말은 훈훈하게 끝났다.

심지어 이번에 논란의 발단이 된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온라인 익명게시판인 ‘고파스’에서는 필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다. 이게 무슨 문제를 낳을까?

문자로만 이뤄지는 가상 공간의 토론과 달리 현실에서 사람들은 ‘다중 채널’을 통해 의사소통한다. 눈빛 · 말투 · 몸짓 등 입체적으로 전달되는 정보는 ‘소리’로 전달되는 정보를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오해와 과장을 걸러내는 작용을 한다.

신문이나 책처럼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이보다는 덜하지만 언론사나 출판사, 필자에 대해 알려진 평판 같은 것들이 주장의 진위나 의도를 이해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컨대 최근 <조선일보>와 TV조선은 박근혜 게이트를 연일 폭로하고 있지만 이들이 진심으로 민주주의나 부패 척결을 위해 그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의사소통은 기본적으로 개인이든 대중이든 상대방을 전제로 한 것이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인식이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신뢰할 만한 상대방이나 매체라면 온라인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필요한 불신이나 적대감을 피할 수 있다. 불필요한 권위와 전문성도 있지만, 토론의 발전에 꼭 필요한 권위와 전문성도 있다.

이런 문제의식은 무척 광범해서 2000년대 중엽에는 인터넷 실명제가 법으로 도입된 적도 있다.(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점 때문에 2012년 위헌판결을 받고 폐지됐다.)

착각

가상 공간에서 강조되는 불필요한 정보가 커다란 착각을 낳는 경우도 많다. ‘고파스’에서 시국선언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을 보면 조회수가 2천~3천 회나 된다는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불과 10명도 채 안 되는 학생들이 논란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들의 글에 댓글을 다는 등 동조한 학생들은 다 합쳐도 50~1백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도 댓글이 달렸다면 최초 작성자는 자신이 쓴 글을 최소한 수백 번 조회했을 것이고 댓글을 단 학생들도 최소 수십 번은 들여다봤을 게 뻔하다. 댓글을 단 50명이 새로운 댓글이 달릴 때마다 조회했다고 가정하면 단순히 계산해도 1천2백75회는 글쓴이들이 들여다본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이들의 의견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댓글이 늘어날 때마다 들여다봤을 테니 사실 조회수는 뜻하는 바가 별로 없다. 고려대학교 학생이 2만 명 가까이 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게시판 논쟁은 현실의 의견 분포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그런데 필요한 정보(필자가 누구인지, 누가 지지하는지)는 얻지 못하고 중요하지 않은 정보(조회수)만 눈에 띄게 만든 게시판 구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이 착각에 빠진 것이다.

연세대학교에서는 주로 페이스북에서 논란이 벌어졌는데 상대적으로 학내 단체들과 활동가들에 대해 접할 기회가 적은 신입생들의 페이지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논란이 벌어졌다.(연세대학교는 신입생 전원을 1년 동안 인천 송도에 있는 기숙 캠퍼스에 분리시켜 놨다.) 그래봐야 수십~1백여 개의 댓글이 달렸을 뿐이지만 말이다.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을 발표한 단체들 일부가 고작 이런 온라인 댓글에 위축돼 사과한 것과 달리,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은 이 시국선언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글(10월 27일)과 일부 단체들의 부적절한 사과를 비판하는 글(11월 2일)을 게시했다.

당연히 이 글들에도 댓글이 달렸는데 11월 11일 현재 전자의 경우 8천4백89명(조회수보다는 훨씬 의미 있는 지표다)이 읽었고(전문을 읽었는지는 알 수 없다) 3명이 글을 퍼날랐다. 모두 30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지지하는 내용의 댓글이 2개, 집회 홍보하지 말라는 댓글이 1개, ‘총학생회도 아닌데 왜 시국선언 발표하냐?’ 하는 항의가 8개, 세월호 참사나 백남기 농민 사망 등으로 쟁점을 확대하지 말라는 비판이 1개, 게시판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1개, 왜곡하는 댓글이 2개, 아무 의미 없는 댓글 혹은 내용 없는 비난이 11개였다. 중립적인 글도 1개 있었다.

후자의 경우  3천4백66명이 읽었고 원래 글과 게시자가 퍼나른 글을 모두 합쳐 30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이중 ‘총학생회도 아니면서 왜 시국선언을 발표하냐?’ 하는 항의가 1개, ‘왜 좌파가 연세대 이름을 쓰냐’는 항의가 1개, 내용을 왜곡하는 댓글이 2개였다. “ㅋㅋㅋㅋ”, “나는 슈크림” 같은 아무 의미 없는 댓글과 내용이 없는 비난이 29개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 3개는 쟁점과 관계없이 단체 자체를 비난하는 댓글이었다.

고려대학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반응인 데다, 토론이 이어지면서 잘못된 관점이지만 의미 있는 문제 제기는 줄었고 아무 의미 없는 댓글은 늘었다. 위축되기는커녕 자신감을 얻을 만한 상황인 것이다.

‘좋아요’를 누르며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착각하는 ‘손가락 혁명가’들과 달리 좌파는 실제 현실에서 대중 행동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려면 가상 공간이 보여 주는 착각에 빠져서는 안 된다. 과학적 분석과 이론은 이를 위한 필수 요건이다. 

입력 2016-11-1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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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박근혜의 반격을 노동자 투쟁으로 격퇴해야 한다

△1백만 명이 모인 11월 12일 시위 ⓒ사진공동취재단

11월 12일 약 1백만 명이 박근혜의 퇴진을 요구하며 수도 서울의 거리를 가득 메웠다. 1987년 열띤 거리 항의와 대중 파업으로 당시 군부독재 정권한테서 민주적 기본권들을 쟁취한 이래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

이번 집회와 행진은 민주노총 주최의 연례 전국노동자대회와 맞물려 벌어졌다. 집회와 행진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15만 명이 참가해 박근혜의 퇴진과 함께 자기들 자신의 요구도 외쳤다.

민주노총 조합원들 외에도 수많은 대중이 여기에 합류해 청와대를 향해 함께 행진했다. 이날 행진에 참가한 사람들 가운데 다수는 이전까지 정치 운동에 참가한 경험이 없었을 것이다.

시위대는 결의문을 통해 여성차별 근절과 성소수자 권리도 요구했다. 그동안 박근혜의 시장 지향적 ‘개혁’으로 노동계급은 남성과 여성, 이성애자와 성소수자를 막론하고 생활수준이 저하되는 고통을 겪었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이번 행진에 앞장선 것은 운동이 한 단계 전진했음을 뜻한다.

하지만 후속조처로서 민주노총 지도자들 측으로부터 명목 이상의 실질적인 파업 명령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자 박근혜는 반격을 시작했다. 16일(수), 그동안 시간 벌기를 하던 박근혜는 검찰 수사를 거부했고, 오보를 이유로 채널A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은 대통령 지지율 5퍼센트는 곧 반등할 것이라고도 했다.

무엇보다 박근혜는 부산 LCT(이하 엘시티) 비리 수사를 지시했다. 집권당 내 반대파(친이명박계: 이하 친이계)와 제1야당 지도자를 겨냥하는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법무부 장관 김현웅에게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엘시티 비리 사건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 연루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라”고 했는데, 엘시티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 가운데는 친이계와 민주당 대표 문재인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문재인이 정말로 엘시티 비리에 연루됐는지는 알 수 없다. 심지어 친이계의 어느 누구가 연루됐는지도 아직 모른다. 한국의 사회·정치 구조 자체가 하도 부패해서 친이계의 인사들이 연루됐을 개연성은 꽤 크고, 심지어 문재인이 연루됐을 수도 있다. 문재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민정수석비서를 했었다.

지금으로선 문재인 연루설이 사실로 드러날지 아닐지 전혀 알 수 없고 운동에 미칠 영향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어쨌든 박근혜는 ‘아님 말고’ 식일지라도 ‘혐의만으로 유죄’라는 분위기를 대중 속에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이 있다. ‘누구든 털어 먼지 안 나오는 놈 나와 봐’ 하고 정치적 부패의 주도자가 호전적으로 나오면, 그동안 박근혜 퇴진을 시늉에 불과한 수준으로 지지하거나 절반쯤만 지지하던 정치적 경쟁자들이 동요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유주의자들이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노동자 연대> 신문은 박근혜 퇴진 운동이 자본주의적 야당 정치인들로부터 자주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단지 정치적 부패만 문제 삼을 게 아니라 민중, 특히 그 대다수인 노동계급의 투쟁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낙관하는 희망?

박근혜 퇴진 운동은 믿기 어려우리만큼 빠르게 솟아올랐다. 이는 그동안 박근혜에게서 박정희의 그림자를 보며(그림자였을 뿐인데도!) 두려움을 느끼고 숨죽여 살던 사람들이 권력층 속에서 박근혜가 급속히 사면초가 신세가 된 것을 보며 그에게 도전할 자신이 급속히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 야당 지도자들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퇴진과 함께 다른 이질적인 것들도 함께 요구해, 퇴진 주장을 희석시키고 있으므로, 야당들의 입장이 일관됐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집권 새누리당은 분열했다. 당내 반대파는 ‘질서 있는 퇴진’ 또는 탄핵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때때로 지배계급은 자기네 가운데 대중의 증오가 집중된 몇몇 개인들만을 제거함으로써 위기 상황을 모면하려 든다.

지금 지배계급의 일부는 이런 해법을 모색하는 듯하다. 그러나 모든 지배자들이 여기에 동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지배자들은 불안정한 현 상황에서 대통령이 퇴진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특히, 주요 재벌들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패 추문에 연루돼 있으므로, 박근혜가 권력을 잃은 채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이 자신들의 인신구속 사태까지 부를까 봐 두려워할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가 그동안,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개악 등 각종 개악을 거의 차질 없이 수행하는 것을 이들은 반기고 있을 것이다.

한편 박근혜를 계속 그 자리에 두는 것은 공분만 키울 뿐이다. 지배자들로서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지배자들의 이런 당혹스런 상황 덕분에 대중의 자신감도 솟구쳤다. 솟구친 속도만큼 낙관도 강력하다.

그러나 이런 운동은 우여곡절을 거듭하고 전진뿐 아니라 후퇴도 겪기 마련인데, 그런 상황들에서는 많은 참가자들이 당황할 수 있다.

특히, 기층 현장(작업장, 캠퍼스, 지역사회 등)에 좌파 조직들이 강력하게 존재하고, 노동자들이 평소에도 상당수 참가한 1987년과 비교해 보면 어떤 점이 시급히 보강돼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다음 계획은 19일과 26일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 행동을 벌이는 것이다. 그리고 30일에야 비로소 민주노총은 겨우 4시간짜리 ‘수요 파업’을 조직할 예정이다. 

물론 30일 전교조 교사들이 상경 투쟁을 하기로 한 것은 매우 좋다. 그러나 26일 국민행동 집회는 수도 집중이어야 하고, 민주노총은 되도록 일찍 실질적인 파업에 돌입하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애써야 한다.

1백만 시위가 벌어지기 전, 수천 건설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을 벌여 유리한 양보안을 며칠 만에 얻어 냈다.

한국지엠(GM) 부평공장의 노동자 수백 명은 공장에서 도심지까지 행진하며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철도 노동자들은 퇴진 운동이 벌어지기 전부터 임금 삭감과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파업을 벌이고 있다. 

퇴진 운동은 이 같은 노동자 계급투쟁에 접목되고 기반해야 한다.

입력 2016-11-1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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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친구인가 적인가, 아니면 …

김인식

박근혜 퇴진 운동은 그 자체로 매우 정치적인 운동이어서 운동과 정치(정당)의 관계 문제가 일찌감치 제기됐다. 최근에 던져진 물음은 퇴진행동과 야권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다. 이때 야권의 실체는 민주당이다. 야3당 중 정의당은 진보 정당으로서, 퇴진행동 참여 단체다. 국민의당은 “시민사회단체와 연대 기구를 만들 필요성을 못 느낀다”(박지원)는 견해이다. 결국 퇴진행동과 민주당의 관계가 쟁점인 것이다. 

민주당은 11월 12일 1백만 시위를 영수회담 협상에 이용하려던 추미애의 ‘12시간 소동’이 도처에서 엄청난 몰매를 맞은 뒤에 비로소 허겁지겁 박근혜 퇴진 당론을 정했다. 까딱 했다가는 “광장에서 돌팔매 맞을 것”이라는 걱정에서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다 운동의 막차를 탄 것이다. 

그러나 이때조차 박근혜를 어떻게 퇴진시킬 것인가는 쟁점으로 남아 있다. 퇴진행동은 “박근혜 즉각 퇴진”이다. 반면, 민주당 안에서는 “질서 있는 퇴진”, “탄핵” 주장이 공공연히 나온다. 

“질서 있는 퇴진”은 “즉각 퇴진”이 아니다. 그리하여 박근혜와 그 일당이 퇴진 운동에 반격을 가할 시간을 줄 위험이 있다. “탄핵”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단 현실적 가능성이 적다. 국회 의석 수가 부족하고 — 박근혜의 악행에 가담해 온 새누리당 비박계와 손잡고 박근혜를 탄핵하는 것은 박근혜 퇴진의 목적을 비트는 것이다 —, 국회를 통과해도 헌법재판소라는 반동의 보루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탄핵”은 박근혜 퇴진 투쟁을 국회 안으로 수렴시켜 대중을 수동화시킬 수 있다. 

퇴진운동은 민주당의 타협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사진 출처 민주당

또, 민주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최순실 특검’도 역기능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 박근혜 직접 조사를 특검안에 명문화하지 못하는 등 구멍이 숭숭하다. 박근혜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게다가 특검으로 모든 의혹을 해결할 수 있다는 커다란 착각을 심어 줄 수 있다. 보수 언론들이 역대급 특검으로 띄우는 것은 이런 효과를 노려서다. 

결정적으로, 특검과 박근혜 퇴진은 상호 보완적 관계가 아니라 구체적 상황에서는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민주당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 11월 초 민주당은 별도특검과 국정조사 수용, 총리 지명 철회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권 퇴진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랬던 민주당이 퇴진 당론을 정한 뒤에도 새누리당과 협상해 별도특검과 국정조사를 통과시켰고, 이제 ‘국회 총리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따라서 퇴진행동은 민주당이 박근혜 퇴진 운동을 지뢰밭으로 끌고 갈 제오열(第五列)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하고, 그 당의 타협주의를 단호하게 비판해야 한다. 

독립성

일부 단체들은 민주당이 퇴진행동에 가입하기를 바랐던 모양인데, 그것은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민주당은 그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자체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를 발족시켰다. 

민주당은 박근혜를 제거하고 정권을 교체하고 싶어 하지만,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 방식이 아니라 의회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그렇게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박근혜를 코너로 몬 것은 대중 투쟁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대중 투쟁을 극도로 꺼린다. 그 당의 주된 기반이 (비록 비주류일지라도) 자본가 계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대중 운동으로부터 붕 떠 있는 비상시국기구 같은 것을 선호한다. 추미애와 문재인은 야3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비상시국기구를 제안했다. 이 기구는 박근혜 퇴진 후 모종의 과도 정부를 예비하는 것일 수 있다. 퇴진행동 지도자들은 자본주의 야당의 종속적 구실을 하게 될 연립 정부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부르주아 개혁주의 정부가 노동계급과 천대받는 사람들의 삶을 공격하는 것을 용인하거나 옹호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것은 운동에 큰 해를 입힌다. 그리고 운동이 국가 권력 구조에 얽매일수록 우파의 반동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따라서 퇴진행동은 어느 순간에도 자본주의 야당인 민주당으로부터 정치적·조직적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퇴진행동의 기조와 방향에 동의하는 한에서 민주당과의 제한적·부분적 협력을 일절 배척하지는 않겠지만(정치적으로 편협하게 보일 수 있으므로), 그때조차 민주당의 타협주의에 대해 비판을 삼가서는 안 된다(정치적 독립성). 그리고 민주당이 주도하는 상층 정치 기구에 절대 참여해서는 안 된다(조직적 독립성).

퇴진행동이 전력할 것은 권좌에서 내려오기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박근혜를 끌어내리기 위해 운동을 더 크고 더 깊게 건설하는 것이다. 현재 박근혜 퇴진 운동은 국민적 증오의 대상이 된 한 개인을 제거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박근혜 퇴진 운동에는 매우 다양한 세력과 개인들이 참가하고 있다. 그만큼 운동의 폭이 넓다. 대중성은 박근혜 퇴진 운동의 중요한 장점이다. 

그와 동시에, 퇴진을 거부하며 심지어 반격을 가하는 박근혜를 격퇴시키려면 이 운동이 더 급진화되고 심화돼야 한다. 그 방법은 박근혜가 추진한 개악들을 철회시키려는 운동들 — 민주노총의 노동개악 저지 파업, 국정 역사 교과서 철회 투쟁, 세월호 진실 규명 운동, 사드 배치 철회 운동 등 — 을 고무하고 그 운동을 퇴진 운동과 결합시키는 것이다.

입력 2016-11-1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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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운동 단체 성명

노동개악, 인권탄압, 인종차별로 이주민 억압해 온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지난 11월 12일에 이어 19일 또다시 전국적으로 1백만 촛불이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단지 최순실과 연루된 부패 · 비리뿐만 아니라 노동개악, 세월호 진실 은폐, 백남기 농민 살인, 사드 배치, 의료 · 철도 민영화 등 집권 4년 동안 노동자 · 민중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온갖 개악에 대한 분노가 쏟아져 나왔다.

박근혜가 퇴진해야 할 이유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주민들에게도 박근혜 4년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최순실과 이윤추구에 눈이 먼 기업들의 요구에 귀를 활짝 열었던 박근혜는 가장 열악한 곳에서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1백만 이주노동자, 2백만 이주민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해왔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일회용품 취급하는 고용허가제를 더욱 개악했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이주노동자 노동권을 극도로 제약하고 미등록 체류를 양산한다. 그런데 2013년에는 미등록 체류를 방지하겠다며 출국한 이후에만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개악했다. 고용허가제가 노동3권을 보장한다고 선전하더니 근로기준법을 정면 위반하고 퇴직금을 강탈하는 치졸함을 보여준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이런 고용허가제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야만적인 단속추방도 지속해 왔다. 2003년 이후 지금까지 알려진 사례만으로도 한해 평균 2명 이상 단속추방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올해 정부 합동단속을 벌여 8월까지 1만 9천 명을 단속했다. 얼마 전에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던 이주노동자가 실명된 눈치료와 장애보상 등을 요구하며 단식과 자살시도를 한 문제가 알려지자 보복성 강제추방을 하는 만행도 저질렀다.

지난 5월에는 미등록 체류자가 많은 지역과 그 가족의 고용허가제 시험응시를 제한하는 양해각서를 베트남 정부와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판 연좌제인 것이다. 박근혜가 ‘외치’만 맡는 식의 구상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이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이주노동자를 4년10개월만 쓰고 버리는 고용허가제로도 모자라 최근에는 3개월짜리 계절노동자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는 가뜩이나 열악한 농업 이주노동자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구군에서는 미등록 체류 방지를 명목으로 임금의 80퍼센트를 중개인에게 줬다가 출국할 때 지급하고, 심지어 군청이 여권을 사실상 압류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판 노예제로 악명을 떨쳤던 산업연수제도는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제도'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최저임금, 산재 등이 인정되지 않는 과거의 문제 역시 고스란히 남아있다.

올해 초에는 제2의 국가보안법으로 불리는 테러방지법도 통과시켰다. 박근혜 정부는 이 법을 통과시키려고 무슬림 이주민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하며 여론몰이를 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이 이슬람 사원에 들어가 수염을 기른 사람에게 수염을 깎으라는 모욕과 협박을 하고,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해고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 시리아 난민 28명이 6개월 넘게 구금되는 일도 벌어졌던 것이다. 테러방지법은 앞으로도 이주민을 마녀사냥하고 노동자 · 민중의 민주적 권리와 저항을 위축시키는데 이용될 것이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무성은 이미 지난해 민중총궐기를 "공권력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며 그 사악한 의도를 드러낸 바 있다.

테러방지법 통과 과정이 보여줬듯이 이주민 억압과 차별은 내국인에게도 해롭다. 정부는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고용허가제를 정당화하지만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 진짜 주범이 누구인가! 더 낮은 임금, 더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을 위한 노동개악을 추진해온 박근혜 정부다. 그리고 바로 이런 것들을 해달라고 더러운 돈을 갖다 바친 기업들이다.

요컨대 박근혜 정부는 이주민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인종차별적 정책들을 통해 기업주들을 배 불리고, 노동자 · 민중을 이간질하고, 온갖 개악에 대한 분노를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 했다. 박근혜 퇴진 운동의 성장으로 노동자 · 민중이 분노의 화살을 진짜 주범에게 돌리고 박근혜를 중심으로 추진해왔던 온갖 개악들에 제동이 걸린다면 인종차별을 약화시키고 이주민의 노동권과 인권 신장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이주운동진영도 박근혜 퇴진 운동에 함께 할 것이다. 또한 이주민들도 함께 나서 힘을 보태고 그 동안 억눌려 온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비선실세, 기업들과는 더러운 거래를 주고받으면서 정작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2백만 이주민의 존재를 무시하고 인권침해를 일삼는 박근혜와 부역자들이야말로 이 땅에서 추방되어야 할 악의 근원이다.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개악, 인권탄압, 인종차별을 중지하고 인권, 평화, 평등에 기초한 사회를 새롭게 건설해야 할 때이다.

그러므로 박근혜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지금 당장 퇴진하라!

2016년 11월 24일

경기이주공대위(노동당 수원오산화성당원협의회, 노동자연대 경기지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아시아의 친구들, 수원이주민센터, 다산인권센터, 이주노조), (사)공익법센터 어필,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경산이주노동자센터, 경주이주노동자센터, 경북지역일반노동조합, 민주노총경북본부, 민주노총대구본부, 장애인지역공동체,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구이주민선교센터, 성서공단노동조합, 대구북부노동상담소,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공동행동(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녹색당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서울경인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아시아의창, 연구공간 수유+너머,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정의당,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이주민센터 친구,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대책위(가톨릭노동상담소, 거제고성통영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 김해이주민인권센터, 민주노총부산본부,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울산이주민센터, 이주민과함께, 희망웅상), TAW(터) 네트워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입력 2016-11-2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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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떡교사들〉 성명서] 박근혜 퇴진! 박근혜 교육 정책 폐기!

다 같이 연가 투쟁! 11월 30일 서울로 모이자!

민주노총이 “박근혜 즉각 퇴진! 박근혜 정책 폐기!”를 요구하며 11월 30일 총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전교조 중앙집행위는 민주노총 결정에 따라 그날 중앙 집중 연가 투쟁을 하기로 결정했다. 중집의 결정을 환영한다.

박근혜는 대규모로 일어난 퇴진 운동 앞에서 처음에는 몸을 낮추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 반격을 가하고 있다. 부산 LCT 비리 수사 지시가 작전 개시명이었던 것 같다. 새누리당 내 반대파를 단속하겠다는 것이다.(그러나 새누리당이 워낙 부패해 친박계도 당할 수 있다.) 박근혜는 검찰 수사도 거부했다.(검찰은 박근혜를 피의자로 발표했지만, 정작 뇌물죄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중립적인 특검” 운운하는 것은 특검의 무력화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퇴진 투쟁으로 박근혜가 궁지에 몰린 것은 사실이다. 궁지에 몰렸다는 것이 곧 퇴진이 임박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박근혜는 싸워 보기 전에는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1백만 명이 시위했는데도 악행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11월 22일 국무회의는 한일군사정보협정을 의결했다. 국방부는 롯데와 사드(THAAD) 배치 부지 교환을 합의했다. 교육부는 11월 28일에 국정 역사 교과서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개악과 교육 개악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를 통해 박근혜는 자신이 여전히 재벌에 쓸모 있음을 증명해 보이려 한다. 새누리당이 한 지붕 세 당으로 분열해 있지만, 전경련·대한상의·무역협회·경총·중기중앙회 등 경제 5단체는 박근혜 퇴진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재벌이 박근혜에게서 등을 돌리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로서는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재벌들이 이윤에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물론 파업 없이는 박근혜가 절대 퇴진하지 않을 거라는 기계론적 입장을 피력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 경험을 보더라도, 2001년 12월에서 2002년 1월에 전개된 아르헨티나 반란 때 대통령 4명이 쫓겨났지만,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파업이 있지는 않았다. 가장 유력한 운동 방식은 실업자들(피케테로스)의 도로 봉쇄 투쟁과 주민회의(peoples’ assembly)였다.

지금 한국에서 전개되는 박근혜 퇴진 투쟁은 그 형태가 민중의 투쟁(민란)이다. 그러나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이 투쟁 시작 전부터 파업을 벌인 덕분에 과거 많은 정치 투쟁들과 다르게 조직 노동자 운동이 퇴진 운동의 선두에 서 있음도 같이 봐야 공정할 것이다.(아르헨티나의 반란과는 다른 점이다.) 그 방식은 매주 토요일 거리 시위다.

모름지기 모든 거대한 운동은 민중의 투쟁이라는 형식을 취한다. 그리고 거리 시위도 중요한 정치적 항의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민주노총 파업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은, 먼저 그것이 박근혜 퇴진 투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급은 다른 사회 계급이 지니지 못한 능력, 즉 자본주의 작동 원천인 이윤을 생산할 수도 있고, 생산을 마비시킬 수도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노동계급이 생산을 마비시킬 수 있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수단과 방식 ― 파업 ― 을 사용해 민중의 투쟁에 참가하면, 그 투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 주말 거리 시위 중심의 투쟁을 더 단단하고 깊어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의 11월 30일 파업은 더 실질적이 돼야 한다.

또, 노동자들이 그저 민중의 일부가 아니라 그것과는 구별되는 자기 계급의 고유한 능력을 발휘한다면, 집단적 자신감이 올라가 박근혜가 그동안 저지른 악행에 맞서 싸우는 데도 이로울 것이다. 그것은 노동계급의 장기적인 해방 프로젝트를 향한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다.

정치적

노동자 파업의 주 효과는 경제적인 것인데, 전교조의 연가 투쟁은 기업주의 이윤을 타격하는 경제적 효과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파업(또는 연가 투쟁)의 정치적 측면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초부터 교육 공격을 가했다. 규약시정명령과 법외노조 등 노동기본권을 공격하고, 공무원연금 삭감 등 임금을 깎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등 국가주의 교육을 강화하고, 교원평가제도 악화 등 교육판 노동개악 공격을 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에 굴복하지 않았다. 특히 2013년 10월 조합원 총투표에서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에 무릎 꿇지 말고 저항하자는 중요한 메시지를 노동운동 전체에 던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일찌감치 ‘박근혜는 대통령 아님’을 선포하고 저항했던 전교조가 완전히 정당했음을 보여 준다.

11월 30일 연가 투쟁을 중앙 집중으로 한 것은 연가 투쟁의 정치적 효과를 높이는 방식이다. 파업권도 없는 전교조 조합원 수천 명이 용기 있게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집회와 행진을 하면 정치적 시위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박근혜 퇴진이 교사들 속에서도 광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전교조의 노동조합 인정과 국정 역사 교과서 철회 같은 교사 노동자 고유의 요구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킬 수 있다.

또, 전교조의 연가 투쟁은 다른 부문 노동자들이 박근혜 정부의 극심한 위기를 이용해 자기 부문의 고유 요구를 결합시켜 투쟁하도록 고무할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 내내 굴복하지 않은 저항자였던 전교조가 부패한 박근혜 정부의 심장에 민주주의의 십자가를 꽂자.

2016년 11월 22일
저항하는 교사들의 네트워크 <벌떡교사들>

입력 2016-11-2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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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제4차 범국민행동 현장 소식

박근혜 반격에 맞서 95만 명이 모이다 ― 촛불은 바람에도 꺼지지 않았다

특별취재팀

[최종: 종합] 26일에는 서울로 다시 모이자

오늘 주최측 추산 서울 60만, 전국 35만, 도합 95만 명이 오늘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모였다. 대도시들만이 아니라 소규모 시, 읍에서도 집회들이 소집됐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박근혜 퇴진의 함성이 메아리친 것이다.

박근혜는 15일 검찰 수사 거부 의사 표명, 16일 엘시티 엄정 수사 지시, 그리고 주말에는 국무회의 복귀 의사를 표명하면서 반격의 신호를 확실히 보냈다. 이런 지시를 받아 오늘 박사모가 서울역에서 전국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집회는 초라한 실패작이었고, 그나마 참가자들에게 알바비를 지급하는 장면이 찍히기도 했다.

초라한 저들의 알바 집회와 달리, 오늘 집회는 규모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성공이었다. 예상대로 수능을 끝낸 청년들이 대거 참가한 것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은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 노동자 2만여 명이 자신들의 요구 노동개악 반대 요구와 박근혜 퇴진 요구를 결합해 조직적으로 참가했다. 부산 등지에서도 조직 노동자들이 대열의 축을 형성했다. 여전히 가족 단위로 손잡고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거리 행진은 곳곳에서 환영받았고, 대열이 늘어났다. 촛불은 바람에 꺼지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들불로 자라나고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의 반격은 교활하게, 때로는 역겹게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판돈은 오히려 커져갈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확인한 박근혜 퇴진의 의지를 다음 주에도(26일) 다시 한 번 보여 주자. 서울 집중으로 중앙 정치권력에 대한 압력을 극대화하자. 박근혜 정권의 심장부에 또 한 번 정치적 타격을 가하자.

ⓒ조승진

ⓒ조승진

ⓒ조승진

[제5보] 오후 11시 공식 행사 마무리, 박근혜 반격이 먹히지 않았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사직로와 율곡로 일대 곳곳의 방송차를 중심으로 진행하던 자유발언대들이 모두 마무리됐다.

마지막 자유발언대에는 단원고 재학생이 올랐다.

“사고라고요? 웃기지 마세요. 당신은 살인자에 불과해요. 변명할 시간에 반성하고 책임지시길 바랍니다. 4월 16일 이후부터 저는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습니다. 매일밤 언니 오빠들이 저의 꿈에 나타나 살려달라고 소리칩니다. 당신은 살인자에요. 이걸 꼭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자라고 말씀하셨는데, 당신은 여자이기 이전에 대통령입니다. 사생활이라고요? 그런 것 챙기실 거였으면 그 자리에 서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그 무게를 견디실 수 없으면 내려놓으십시오. 당신은 자격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외치겠습니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리멤버 20140416’”

너무나 처절하고 선명한 메시지가 듣는 이들의 심장을 때렸다.

△광화문 북단에서 경복궁역 방향으로 향하는 행진 대열. ⓒ이미진

ⓒ이미진

[제4보] 서울 도심 행진 끝, 경복궁역 방향으로 집결해 자유발언대 진행중,

주최측, 전국에서 95만 명 참가 공식 발표

부산과 광주에서 각각 주최측 추산 10만여 명이 모였다고 발표했다. 부산은 서면 도로를 가득 채웠다. 서면에서 연산로터리까지 6킬로미터 넘게 행진도 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행진 대열을 보고 환호를 보냈다. 그중 일부는 행진에 합류했다. 고무적이게도 10만 명 중 1만여 명이 민주노총 노동자들이었다.

광주는 옛 전남도청광장부터 금남로5가까지 가득찼다고 한다. 

현재 주요 도시들의 집회 참가 현황을 종합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부산 10만, 광주 10만, 대구 2만, 창원 1만, 충북 청주 8천, 울산 7천, 강원 춘천 7천 등.

박근혜의 정치적 근거지인 대구에서 수만 명이 모인 것도 상당한 사건이다.

강원 춘천은 인구 30만 명인 도시로 서울로 치면 20만 명이 넘게 모인 숫자다. 춘천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진태의 발언 때문일 듯하다. 집회 후 7천 명은 김진태의 지역 사무실로 행진을 했다.

울산도 현대차,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가족들과 함께 나온 노동자들도 많았고, 청년과 청소년들도 많았다.

△울산. ⓒ김지태

서울은 본대회를 마치고 행진을 했다.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 북단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까지 전 차선을 가득 메우고도, 곳곳의 골목과 인도, 광화문 사거리에서 종각 방향의 종로1가를 채웠던 인파가 시청 방향, 종로 방향, 경복궁 방향 등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광화문광장에서 대열이 나가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대학생들은 종로3가까지 직진해 창덕궁 앞을 거쳐 경복궁역으로 향했다. 오늘도 대거 참가한 노동자들은 종로 방향, 시청을 거쳐 을지로 방향으로 두 대열로 나뉘어 행진을 했다. 시청 방향 대열이 명동 인근을 지날 때는 수많은 시민이 차로변으로 나와 박수를 쳤다. 일부는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다가 다시 나와서 행진에 합류하기도 했다.

각 수만의 행진 대열들이 종로에서 서로 교차하며 환영의 함성과 박수로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파업 54일차인 철도노조 대열과 만난 나머지 노동자 대열은 “철도노조 힘내라” 하고 응원하는 모습도 감격이었다.

경복궁역 근처 방송차 자유발언대에서는 분노한 청소년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촛불이 꺼지나 박근혜가 먼저 꺼지나 두고 보자”, “야당은 정신 차려라.”

새누리당에 반대하는 게 자동으로 야당 지지가 될 거라고 안심하지 말라는 발언도 있었다.

[제3보] 오후 8시 본대회 끝, 행진 시작, 주최측 서울만 60만 명 참가 발표(집계 종료)

ⓒ이미진

ⓒ이미진

오후 6시 5분,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 본대회가 시작됐다.

첫 발언은 대구에서 “하야 버스”를 타고 상경한 고3 여학생이었다.

“박근혜가 아직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선택할 시간은 충분히 준 거 같은데 말입니다. 당신은 언제까지 귀막고 눈감고 그 자리에 있을 예정입니까?

“당신이 꼭두각시지, 국민은 꼭두각시가 아닙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는 하야하라!”

이 날 광화문에서는 발언자와 비슷한 또래로 친구들과 함께 나온 참가자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특히 환호했다. “나도 어제 수능 봤다!” 하고 외치는 참가자도 있었다.

뒤이은 시민단체 활동가는 박근혜가 “여성으로서의 사생활” 운운하며 수사 받으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며 수많은 여성들이 이곳에 남성과 함께 촛불을 들고 모였다고 반박했다. 동시에 누구나 평등하게 존중 받는 시위 문화를 만들어 가자고도 당부했다.

이어서 사회자는 매주마다 수천만 원의 모금이 걷힌다고 전했다. 또한, 정작 1백만 명이 모인 지난 주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모금함이 움직이지 못해 평소보다 더 적게 모았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전하며 모금을 당부했다. 여기저기서 모금함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위원장이자 “단원고 2학년 7반 전찬호 아빠”인 전명선 씨가 발언하자 참가자들의 집중도가 크게 높아졌다. 지난 수년 간의 세월호 투쟁이 박근혜 퇴진 운동의 저변을 이루고 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광화문 광장 곳곳에서 어린 자녀와 함께 자리잡은 부부들이 유독 발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이 눈에 띠었다.

전명선 씨는 다음과 같이 발언을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백4분은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입니다. 지난해 민중총궐기 때는 물 대포로 국민을 향해 조준 가격해서 백남기 어르신을 돌아가시게 했습니다. 그들은 살인을 했습니다.”

이어서 박근혜가 진상조사 시도를 번번이 방해한 것과 최근 세월호 인양을 미룬 것을 폭로하며 끝까지 싸울 테니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다 같이 “세월호를 인양하라”, “7시간 밝혀내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하고 외쳤다.

민변 권영국 변호사는 내일 검찰이 최순실을 기소할 텐데 만일 최고 형량이 무기징역인 뇌물죄를 빼고 기소한다면 검찰도 응징하자고 주장했다. 뒤이은 권정호 변호사는 박근혜가 이 와중에도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협정 체결을 밀어붙이는 것을 비판했다.

갑을오토텍 노조의 이재헌 지회장은 “노동자들이 함께하면 역풍 맞는다는 주장이 있던데 동의하지 않는다, 노동자도 국민이고 함께 하겠다” 하고 말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갑을 자본이 비리 경찰, 전직 특전사를 위장 채용해서 조합원들을 폭행하고 노조를 공격하는 것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투쟁 소식을 전했다. 유성기업 등 다른 사업장에서도 이런 일들이 만연한데 사장들이 처벌받지 않는 것은 재벌들의 청탁 때문이고 최순실 게이트는 그것을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그가 “동의하십니까” 하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옳소!”하고 화답했다.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 차원에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연대체 대표들의 발언이 있은 후, 사회자는 지금 수도권뿐 아니라 그 밖의 전국에서도 25만명이 지금 촛불을 들고 있고, 광화문에만 또다시 50만 명이 모여 있다고 발표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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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보] 본대회 시작, 오후 6시 30분 현재 서울 35만 명 넘어서

△또다시 수십만이 모였다. ⓒ출처 사진공동취재단

[주최측 발표 현재 지방 대회 참가 현황]
대구 1만 명. 
광주 4만 명.
대전 2만 명. 
울산 5천 명. 
강원 원주 1천5백 명, 춘천 2천 명, 동해 5백 명. 
경남 창원 5천 명, 진주 2천 명. 
세종시 1천 명. 
충북 청주 6천 명. 
전남 여수 1천 명. 
전북 전주 6천 명.
제주 2천5백 명. 
 
부산의 경우, 청소년 시국대회를 시작으로 행사가 시작됐는데, 본대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5만 명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부산. ⓒ박준희


오후 5시 자유발언

오후 5시부터 오후 6시 본대회까지 시민 자유 발언대가 이어졌다. 자유 발언 신청이 너무 많아서 미처 발언을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한다. 집회 주최자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저녁 행진 후에도 곳곳에서 행진 방송차에서 자유발언대를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피해자들을 위한 활동을 해 온 반올림 활동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 대학생, 고등학생 등이 발언을 했다.

경기도 의정부 시에서 온 고등학생의 발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바로 이번 주에 대입 수능을 치룬 고3 학생이었다.

"새누리당 친박 의원이 이사장(새누리당 홍문종)으로 있는 의정부 학교에서 왔습니다. 학교에서 박근혜 퇴진 자보 들고 1인 시위하니까 '어린 게 어른들 흉내내지 말라’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어립니다. 그러나 어른들이 말하는 그 정치적 책임감은,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나라 망치는 데 주머니에 손 넣고 있는 것입니까?(큰 환호와 박수) … 정치인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정치할 자신이 없으면 정치하지 마라!"

외국어대 학생이자 노동자연대 회원이라고 소개한 대학생의 발언도 시원한 폭로와 규탄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수능이 끝나자 학생들이 '수능 끝, 하야 시작'하면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너무나도 존경스럽습니다! 

왜 학생과 청년들이 이렇게 분노합니까? 우리는 잠이 와도 찬물에 발 담그고 밤새도록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장시호, 정유라는 '아는 이모 빽'으로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박근혜 4년 내내 노동자들에 쉬운 해고 시키겠다고 협박했는데, 이제 우리가 박근혜를 해고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김진태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김진태, 너나 꺼져. 촛불은 바람 불면 옮겨 붙는다!"(큰 박수)

반올림 활동가는 삼성 이재용을 처벌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삼성전자 공장에서 산업재해를 입은 것이 명백한데도, 삼성은 겨우 5백만 원으로 피해자들을 입막음하려 했다. 그런 삼성이 기업 특혜를 위해서는 수백억 원을 정권에 갖다 바치고 정유라에게 10억 짜리 말을 사 주는 등 부도덕한 일을 벌였다. 그 댓가로 삼성그룹 3대 세습 과정이 탈세 혐의 등 의혹을 받기는커녕 대주주 국민연금의 도움까지 받아 원활하게 진행됐을 것이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대표해 나온 분도 "불량 정권이 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며 문제 해결과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의 친기업 규제 완화 정책은 우리 삶을 위험하게 만들어 왔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이 모두 그런 정책 드라이브를 배경으로 한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이처럼 강성 우파 정권의 온갖 개악에 대한 반대들을 흡수하고 있다.


[제1보] 본대회 시작도 전에 광화문광장 주변에 25만 명!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4차 범국민행동에는 6시 현재 25만여 명이 모였다.(주최측 추산) 광화문 북단부터 태평로까지 전 차선과 인도가 인파로 가득 찼다. 전국 동시다발이고 집회가 밤늦게까지 진행될 것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숫자다. 박근혜의 반격 시도가 성난 대중에게 별로 먹히지 않은 것이다.

오늘은 예상대로 청소년, 청년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청소년들 1천여 명은 종각에서 별도 사전 집회를 열고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해 왔다.

광화문광장 일대는 행사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집회와 행진에 참가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댔다. 오후 3시경 인근 서울광장에서 노동자대회를 마치고 행진해 온 한국노총 노동자 수만 명 대열이 들어올 때는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촬영하고 박수를 치는 등 관심을 보이고 환영해 줬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박근혜의 악행에 각자 저항해 온 여러 운동들을 결합시키고 있다. 광화문 곳곳에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처리를 위한 특별법 촉구 서명, 우체국 비정규직 노동자 밥값 보장을 위한 예산 촉구 서명, 핵발전소 반대 서명, 삼성전자 반도체 산재 노동자들을 위한 캠페인 등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도 다양한 박근혜 퇴진 손팻말들이 배포됐다. 사람들은 강력한 퇴진 여론에 모르쇠로 일관하며 수사 회피와 한일군사협정, 사드 배치, 노동 개악 등 개악 정책들을 여전히 밀어붙이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한편에서는 박근혜가 물러서기는커녕 반격으로 나오는데, 운동이 이를 물리치고 퇴진을 이뤄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12일 총궐기에 약 7천 부가 팔렸던 <노동자 연대> 신문이 오늘도 상당수 참가자에게 관심을 끈 것은 그런 상황을 반영하는 것일 것이다.

ⓒ조승진


박근혜 퇴진! 노동탄압 분쇄!

한국노총 2016 전국노동자대회

ⓒ이미진

박근혜 퇴진 투쟁을 결의한 한국노총 조합원 2만여 명이 서울시청 광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금속, 공공 노동자들이 많이 참가했다.

오후 1시부터 시작한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박근혜 퇴진과 노동탄압 분쇄를 주요 구호로 외쳤다.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최근의 부패 게이트를 “박근혜 최순실 일당과 재벌대기업의 탐욕이 빚어낸 합작품 … 더러운 정경유착”이라고 규정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전경련 해체, 노동개악과 탄압 중단을 위한 투쟁을 주장했다.

김동만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전국민 대항쟁의 선봉에 설 것”이라며, 서울 평일 촛불 결합, 26일 5차 국민행동의 조직적 참가, 양대노총 공동투쟁 등을 약속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야 3당 대표들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대 발언을 했다. 이전과 달리, 올해는 한국노총 임원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이 여럿 있는데도, 옳게도 마이크를 주지 않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 퇴진과 노동개악 중단을 위해서 노동자들과 연대하겠다고 했다. 사전에 예고되지는 않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도 발언했다. 박원순 시장은 박근혜 퇴진 투쟁이 노동자를 위한 사회 개혁을 위한 시작이 돼야 한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가장 많은 환호를 받은 정치인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였다. 심 대표는 “노동자들이야말로 박근혜 정권을 심판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이날 유일하게 박근혜의 대대적 반격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11월 26일에 전국에서 서울로 모이자고도 했다.

박근혜 퇴진과 노동개악 중단을 위한 투쟁을 결의하고 2만여 명 노동자들 모두 오후 3시경 태평로를 거쳐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해 갔다. 본 대회가 시작하기 세 시간 전인 이 시각에도 이미 광화문 광장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이들은 깃발과 갖가지 박근혜 퇴진 현수막을 앞세워 행진해 오는 한국노총 노동자들에게 박수를 치는 등 호의를 보였다.

행진 후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되던 사전 행사 무대에 올라 한국노총이 박근혜 퇴진 운동에 앞장서겠다고 해 모인 시민들에게 박수를 많이 받았다.


'퇴진서울행동'과 서부 행진

'대학생시국회의' 소속 대학생들은 서울지역 네 곳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향한 행진 중 서부 지역행진에 참가했다. 서부대행진은 홍대입구역에서 모여 출발했다.

학생회, 학생단체 깃발로 모인 대학생 수백 명과 시민 1천 명이 함께 행진했다.

청소년 자녀와 함께 온 사람들, 연인들, 수능 끝낸 청소년들, 진보정당과 시민 사회 단체들, 아이를 업고 안고 온 젊은 부부 등 다양했다. 이 운동의 폭이 대단히 넓다는 것을 보여 준다.

홍대입구역에서 광화문까지 긴 구간이었지만 참가자들은 쉼 없이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외쳤다. 확성기가 없는데도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돌아가면서 구호를 선창했다.

번화가인 신촌을 지날 때는 많은 사람들이 인도에서 관심 있게 지켜봤다. 함께 구호를 외치는사람들도 있었고, 지나던 자동차들이 호응의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세월호 시국강연회

19일 광화문 4차 범국민행동에 앞서 오후 4시 광화문광장에서는 ‘박근혜 7시간 시국강연회’가 열렸다. 누구나 다 알고 분노했듯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7시간 뒤에야 박근혜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당시 상황이 어떤지 파악조차 못한 채 말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박근혜가 애써 숨기고 있는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참사 직후 구조 지휘를 안 하고 뭐했냐는 것이다. 도대체 뭐가 있길래 이토록 숨기는 건가!”

박영대 세월호 진상규명 국민참여특별위원회 위원도 세월호 참사 직후 해경과 언론의 무능, 무책임을 차분히 짚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국가 범죄’로 규정하고 언론 또한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권미화 어머니(단원고 2학년 오영석)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미안해, 우리 아들. 수능 또 한 번 지나갔다. 졸업도, 대학도, 꿈도 다 사라진 우리 아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네.”

그 시각 광화문광장으로 점점 더 모여드는 인파 속에는 이제 막 수능을 끝내고 거리로 나온 고등학생들이 많았다. 누구랄 것도 없지만, 그중에서도 청소년들이 가장 크게 분노하고 공감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기자 근처에서는 한 여학생이 유가족의 얘기를 들으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권미화 씨는 이렇게 호소했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우리와 여러분이 함께할 수 있는 이유는 민심을 저버리고 생명을 저버린 정부를 끝내버리길 원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축소판인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

세월호 세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난 2년 넘게 세월호 참사는 많은 학생과 청소년들에게 섬광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며 정치적 각성의 계기가 돼 왔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촛불 청소년들을 보며,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

이후 자유 발언들과 본대회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진

19일 광화문 4차 범국민행동에 앞서 오후 4시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7시간 시국강연회’가 열리고 있다. ⓒ이미진

입력 2016-11-1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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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연대〉 지지자들이 전하는 거리의 분위기

△<노동자 연대> 신문을 판매하는 독자들. ⓒ이미진

대열에 들어가 <노동자 연대> 신문을 판매했다. 1만 원을 내고 구입한 사람도 여러 명이었고 수고한다는 인사도 많이 들었다. 과거 언제 이런 반응을 접하며 신문을 팔았나 싶다. 몸은 피곤하지만 뿌듯했다. 행진할 때 같이 행진하며 신문을 판매했는데, 가방에 넣은 신문 50부가 행진 도중 다 팔려 더 챙겨오지 못한 게 아쉬웠다.

                                                                                                 임미영(서울)


지난 19일 1백만 촛불이라는 뜨거운 시국에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 참가했다. 예상과 달리 시청을 가득 채워 2만 명이 모였다. 박근혜의 부정부패와 노동개악에 대한 분노로 참가 인원이 많은 것 같았다. 이후 당초 예정된 행진 경로를 변경해 노동자들이 광화문광장에 결합하자 시민들의 많은 환호를 받았다. 향후에도 노동자들이 많이 참가해 박근혜의 즉각 퇴진을 앞당기기를 바란다.

                                                      이영길(한전kdn노동조합 경기북부지부위원장)


정오부터 밤 10시까지 뛰면서 힘들다가도, “무조건 퇴진을 시켜야 해”, “박근혜 퇴진시켜야 한다”는 분노와 “무조건 끌어내려야 한다”는 참가자들의 마음이 동력이 돼 힘이 났다.

또 시위 참가자들이 신문을 사갈 때 그 사람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만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 하에서 켜켜이 쌓여 있던, 사람들의 분노가 느껴졌다.

신문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짧게 짧게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지지가 느껴졌다. 판매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박연우(서울)


‘박근혜한테 시간 벌어 주는 탄핵, 특검, 질서 있는 퇴진이 아니라 우리 힘으로 즉각 퇴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때 시위 참가자들이 가판으로 와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각각 10부씩 구입한 여고생 2명이 있었다. 신문을 세어 주느라 잠깐 기다리는 동안, 그 학생들이 “신문 사세요” 하고 외쳐 주기도 했고, 나중에 보니 구입한 신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눠 준 것 같았다.

                                                                                                임준형(서울)


19일에 오랫동안 신문을 팔게 될 듯해 초콜릿 바를 미리 여러 개 사놨다. 집회 상황이 어찌될지 몰라 배낭도 준비해 놨다. 그러나 초콜릿 바를 먹을 시간도, 배낭을 사용할 기회도 없었다. 가판 2곳에서 준비한 신문 4백 부가 1시간 30분 만에 모두 팔렸다. 본집회가 시작하기 한 시간 전에 신문이 다 팔린 것이다.

청소년들도 신문을 많이 샀는데 내가 박근혜 퇴진 운동에 관한 논쟁을 다루고 있다고 신문을 소개하면 진지한 자세로 얘기를 듣고 신문을 읽었다. 운동의 방향을 토론할 진지한 사람들 수백 명을 신문으로 만날 수 있었다.

                                                                                                 정성휘(부산)


대열이 너무 비좁아 정말 가까운 주변 말고는 신문을 판매하러 갈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세월호 세대의 심정을 절절히 느꼈다. 집회에 처음 나온 것 같은 많은 학생들이 세월호 유가족이 연설할 때 거의 오열했다.

그 후에 세월호 쟁점들로 토론하고, 박근혜가 퇴진 안 하면 어떻게 할지 등을 토론하며 판매했다. 학생들과 신문을 매개로 탄핵 · 특검 등의 쟁점을 토론할 수 있었다. ‘집회에 이렇게 많이 모이는데, 이 다음에 필요한 것은 뭐지?’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학생들도 많이 봤다. 그뿐 아니라 ‘한일군사협정은 어떻게 봐야 해요?’ 등 다양한 물음을 던지는 것을 보니, 박근혜 퇴진 운동이 많은 사람을 급진화시킨다는 점을 실감했다.

                                                                                       이지원(서울, 대학생)


19일 낮 한국노총 집회에서 판매하는데, 한 노동자가 “우리도 박근혜를 퇴진시키러 왔는데 이거 보면 답이 쪼매 나오겠나” 하며 <노동자 연대> 신문 7부를 구입해 동료들에게 나눠 줬다.

그리고 광화문광장 주변에 지난주보다 더 다양한 캠페인과 서명 부스가 차려졌는데, 그중 비정규직 우정노동자 서명 부스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서명에 동참하는 것을 봤다. 지금 시기에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걸고 나왔을 때 이렇게 지지받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노동자 연대> 신문이 어떤 입장인지, 신문에 어떤 기사가 실려 있는지 묻는 사람도 늘었다. 어떤 대학생들은 주류 야당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는 말에 야당들의 물타기가 정말 화가 난다며 신문을 구입하기도 했다.

운동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박근혜 즉각 퇴진"을 바란다는 것, 주류 야당들의 기회주의적 처신에 분노하는 한편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이 점점 더 깊어진다는 것도 느꼈다. 어떤 방향을 제시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슬기(서울)

입력 2016-11-2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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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 야당들의 탄핵 합의는 배신이다

정의당은 번복하라

11월 19일 전국 동시 다발 시위에 95만 명이 참가했다. 서울에서만 60만 명이 참가했다. 2주 연속 대규모 시위가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35만 명이 참가했다.

부산에서 10만 명이 참가했다. 오랫동안 새누리당의 아성이었던 부산에서 의미심장한 정치 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도 여당이 사실상 야당에 패배했다. 또, 박근혜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도 3만 명이 도심 대로를 점거하고 행진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박근혜의 대구 · 경북 지지율도 5퍼센트로 나왔다.

19일 집회는 지난주 초부터 개시된 박근혜의 반격에 맞선 퇴진 운동 측의 응전이었다. 박근혜는 지난주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새누리당 내 반대파(친이계)와 제1야당 지도자를 겨냥한 부산 엘시티(LCT) 비리 수사를 지시했다. 국정 운영 일선으로 복귀할 준비도 했다.

19일 집회에는 12일 집회에 이어 조직 노동자들이 많이 참가했다. 특히 서울과 부산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꽤 참가했다. 그리고 한국노총 노동자들 3만여 명이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박근혜 퇴진 집회에 참가했다. 한국노총 노동자들은 자체 집회가 끝난 뒤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해 와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박근혜 퇴진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2007년까지만 해도 이명박을 지지했던 한국노총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한 것은 시사적이다.

19일 집회에는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이 대거 참가했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방송차에서 정유라와 장시호의 교육 특혜와 대조되는 평범한 청년들의 불평등한 현실에 분노하는 10대들의 울분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행진에서도 활력이었다.

본대회 전에 열린 세월호 시국 강연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은 박근혜 정부 하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운동이자, 노동자 투쟁과 함께 양대 저항 운동의 축이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세월호 세대’ 청년들을 비롯해 수십만 명이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진실 은폐에 맺힌 응어리가 크다는 것을 보여 줬다. 고등학생과 청년들은 자유 발언대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사라진 박근혜의 7시간 의혹 등을 제기하며 박근혜를 살인자라고 불렀다.  

다음은 무엇이 돼야 하는가?

대규모 시위 다음 날(20일) 검찰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시위대를 자극할까 봐 발표 날짜를 20일로 한 것 같다.

검찰은 박근혜를 범죄 피의자로 발표했다. 박근혜도 최순실 · 안종범과 공모한 범죄 혐의자라는 것이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위해 수백억 원을 걷고, 롯데 · 포스코 · 현대차 · KT 등에 현금이나 부당한 특혜 거래를 요구하고, 정부 문서를 유출시킨 사건에서 박근혜가 사실상 주범이라는 것이다.

검찰이 박근혜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시킨 것은 박근혜에 커다란 타격이다. 박근혜의 악행을 뒷받침해 온 핵심 국가기관이 박근혜를 더한층 궁지로 몰아넣었다. 청와대는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격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나 향후 전망을 낙관할 수는 없다. 검찰은 뇌물죄 혐의를 뺐다. 온갖 사업성 특혜, 노동개악, 감세 정책 등 혜택을 누려 온 재벌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그리 되면 박근혜의 죄도 경감된다. 김기춘 · 우병우 등은 아예 기소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검찰의 늑장 수사로 범죄자들이 증거를 상당히 인멸했다.

박근혜는 검찰 조사를 일절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야당이 추천한 특검이 “중립적”이지 않다며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또, ‘탄핵할 테면 해 봐라’ 하고 나왔다.

그런데 검찰 발표 직후 야당 대선 주자들이 회동해 박근혜 퇴진 운동과 국회 탄핵소추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탄핵은 새누리당과 협상해야 하고, 탄핵소추에 성공해도 지금으로선 황교안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 민주당 대표 추미애와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박지원이 박근혜와의 영수회담에 미련을 못 버리는 이유도 권한대행 총리 문제 때문이다. 20일 회동한 야권 대선 주자들도 국회 주도 총리 선출이 필요하다고 합의했다. 결국은 탄핵 대상을 임명권자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후의 반동적 보루 헌법재판소도 남아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탄핵절차는 자칫하면 박근혜의 임기를 거의 보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 과정은 현재의 운동의 김을 빼는 반격에 시간을 벌어주는 구실을 할 공산이 크다.

이렇듯 대중 투쟁에 의한 현 정권의 “즉각 퇴진”이 아니라 국회 탄핵을 채택하면,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중요한 정치 협상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거리의 박근혜 퇴진 운동을 수동화시키고, 국회 안 논의로 제약하게 될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반박근혜 투쟁과 여론의 중심은 거리에 있는데 말이다. 결국은 국회에 맡기고 이 운동을 이제는 정리하자는 뜻이다. 따라서 정의당이 '탄핵' 야합에 동참한 것은 유감이다. 즉시, 번복해야 한다.

검찰의 중간 발표 이후 박근혜 퇴진 운동은 중대한 국면에 서 있다. 야권 대선 주자들이 모인 ‘비상시국정치회의’가 탄핵 추진에 합의했다. 이들은 “국민적 퇴진 운동”과 탄핵을 병행하겠다고 했지만, 강조점은 탄핵이다. 거리의 퇴진 운동을 국회 안으로 수렴시키려 한다.

‘퇴진행동’은 ‘비상시국정치회의’의 투 트랙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 탄핵이 아니라 대중 투쟁에 의한 “즉각 퇴진” 입장을 재차 밝혀야 한다. 그리고 11월 26일 5차 행동은 수도 집중으로 해야 한다. 이번 주는 박근혜 퇴진 운동이 시작된 10월 말 이래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때다. 수도 집중을 통해 대중의 힘과 투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민주노총도 더 많은 조합원들이 조직적으로 이 운동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벌들은 박근혜의 버티기가 상황을 악화시켜 재벌들까지 뇌물죄로 엮이는 상황이 가장 싫을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되도록 일찍 실질적인 파업에 돌입하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애써야 한다. 

입력 2016-11-2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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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면 깔수록 커지는 박근혜의 부패

김문성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가 직접 받아 본 국가정보원의 대응 보고서가 공개됐다. 참사 이후 실제 벌어진 일들과 비교해 보면, 이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가 공식 대응을 위해 ‘채택한’ 보고서라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시종일관 ‘여객선 사고’라 지칭한 이 보고서는, 세월호 참사가 경기 회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고, 진상 규명 운동이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 보고서는 “맞대응 집회 여론전”, “지탄 여론 조성” 등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진상 규명 방해뿐 아니라, ‘과식’ 시위, ‘세월호는 교통사고’ 막말이 모두 청와대의 작품이었다는 것이다.(공작정치의 본산이자,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김기춘의 작품일 것이다.)

박근혜에게 사고 당일 7시간의 행적을 밝히고 구속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하는 세월호 가족들. ⓒ이미진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의혹을 희석시키려고 최순실과 짜고 ‘해경 해체’ 같은 황당한 ‘재발 방지책’을 제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금도 박근혜는 7시간 의혹을 감추려고 노심초사다.

이런 공작에 당시 우파가 모두 합심했었으므로, 기업주들과 우파 언론 등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우주적으로’ 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 위기 때문에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강성 우파 정권의 성공은 자본가 계급에게는 더 없는 소망 아니겠는가.

박근혜는 이런 추악한 결탁을 배경으로 권력욕을 만끽한 야비한 통치자일 뿐이다.

박근혜가 미르, K스포츠재단의 건립과 기업 모금을 지시하는 등 부패의 몸통이라는 사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사실상 박근혜가 중심이 돼서 은폐를 지시하고 실행한 정황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기춘이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고 사회운동을 약화시키려고 정치공작들을 실행한 정황들도 드러났다.

이런 자들이 일부라도 지지층을 복원해 보려고 ‘여성으로서의 사생활’ 운운하는 것은 역겹다. 정부와 기업들이 파괴한 세월호 희생자 엄마들의 사생활은 누가 보상해야 하는가. 한일 양국 정부 모두에게 모욕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은? 무상보육 후퇴로 고통받는 여성 노동자들의 고통은?

이런 정권을 창출한 새누리당과 협상해 거국 내각 총리를 세운다는 게 합당한 기대인가? 박근혜 정권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


박근혜의 반격

박근혜가 반격을 시작했다. 15일 꼴통 검사 출신인 유영하를 변호사로 선임해 검찰 수사를 대놓고 거부한 것이 시작이었다. 다음 날, 부산 엘시티(LCT) 부당거래 의혹을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이다. ‘탄핵해 볼 테면 해 봐라’는 말도 나왔다.

엘시티 개발이 이명박 정부 시절에 시작됐고 한나라당 소속 부산시장들과 연루 의혹이 있는 것을 보면, 새누리당 집안 단속부터 해서 전열 재정비를 해 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그러면서 은근히 부산 지역 야당 연루설 등을 흘리고 있다.

△반격을 시작한 박근혜. ⓒ사진 공동취재단

이를 이어받아 이정현과 김진태 등이 연이어 망언을 했고 박사모가 19일에 맞불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반공 궐기대회를 여론 조작용으로 이용했던 박정희의 딸다운 발상이다. 2004년 사립학교법 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해 대규모 동원 집회를 열었던 일도 떠오른다.

그러나 이게 당장은 잘 먹힐 것 같지는 않다. 당장 당황한 검찰이 18일에 박근혜를 범죄 혐의 수사 대상이라고 흘렸다.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라는 것이다. 주요한 국가기관이 박근혜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19일 집회에도 수십만 명이 참가할 듯하다. 기세와 규모 모두에서 12일 시위는 성공했다. 그 압력 때문에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에서 “새누리당 해체”, “탄핵” 같은 얘기가 나오고,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퇴진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박근혜는 더는 저자세를 가장한 기만책이 안 먹힐 것 같다는 판단으로 반격에 나섰을 것이다. 현재 수준의 시위만으로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한일군사정보협정, 노동개악, 교육 개악 등 온갖 악행들은 멈출 기미가 없다.

박근혜의 반격은 박근혜 퇴진 운동의 낙관적 전망이 최고조일 때 시작됐다. 따라서 박근혜 퇴진 운동은 느슨하게 주말 집회만 조직하고 대중의 자발성에만 의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제 박근혜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으니, 퇴진 이후 전망으로 논의를 옮겨가자’는 허망한 낙관론도 위험하다.

그 점에서 정의당이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가 사임을 선언하고, ‘사표’는 적절한 선거 일정에 맞춰 낸다는 방안인데 공상이다. 도대체 박근혜가 남 좋으라고 자기의 권력을 내줄 성싶은가?

게다가 ‘질서’라는 표현은 결국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사태 해결의 주체로 보기보다는 관리·수습해야 할 상황으로 본다는 인상도 준다. 결국 새누리당(비주류)을 포함한 주류 여·야당에 주도권을 넘기게 돼 정의당의 부상을 도운 거리 운동을 약화시킬 것이다. 정의당으로서는 자신을 주변화시키는 ‘수습책’인 셈이다.

△11월 12일 1백만 명이 운집한 박근혜 퇴진 시위. ⓒ조승진


탄핵 vs 퇴진

운동은 순식간에 강성 우파 정권을 궁지로 내몰았다. 그러나 박근혜가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반(反)박근혜 진영도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박근혜를 어떻게 퇴진시킬 것이냐도 그중 하나다. 탄핵론은 박근혜가 버티니 강제로 퇴진시키려면 국회에서 탄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범국민적 결속을 위해 국회는 국회대로(탄핵과 특검, 국정조사), 거리는 거리대로(즉각 퇴진) 각계각층이 할 수 있는 수단을 각자 쓰자는 주장도 있다. 일종의 역할분담론이다.

그러나 탄핵론은 퇴진 투쟁의 중심을 거리에서 국회로 옮겨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우왕좌왕도 못 믿겠는데, 새누리당 의원이 30명 가까이 합류해야 하는 국회의 탄핵소추 과정이 순탄할 리는 없을 것이다.

△박근혜는 노동자·민중의 손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조승진

설사 그런 일이 가능하다 해도, 부패와 농단의 공범인 새누리당과 손잡고 박근혜를 퇴진시키는 것은 아주 나쁜 수다. 그것이야말로 새누리당이 박근혜 도당과 차별화해 손쉽게 재활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국회에서 새누리당(비주류)과 합작해 탄핵소추를 의결한다고 해도 또 난점이 생긴다. 진보당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해산시키는 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지금의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심판하는 것이다. 사실상 범국민적으로 정서적 탄핵을 선고 받은 박근혜의 임기 중단 결정을 헌법재판소에 맡긴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 상황에서는 박근혜의 형식적인 위법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압력도 커질 것이고, 검찰은 비협조적일 것이고 운동은 최순실 특검이나 국회 국정조사 등에 매달려야 한다. 세월호에서 이미 목도했듯 박근혜와 여당은 다시금 철저하게 방해하려 들 것이다. 지금의 기회를 만들어 낸 거리 투쟁은 주도권을 잃고 국회와 특검을 바라보는 수동적인 상태에 빠질 공산이 크다.

이보다 박근혜가 더 바라는 상황이 있을까? 게다가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내린다 해도 우파의 손을 빌리는 과정에서 박근혜 퇴진은 그 진보적 내용을 상당히 잃어버릴 수 있다.

이렇듯 국회 탄핵론과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통한 퇴진론은 서로 충돌하게 마련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단지 수단만 다른 게 아니라, 행위 주체와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분노한 노동자·민중의 손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입력 2016-11-1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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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노동개악도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

노동자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이정원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는 정부와 대기업 총수들이 서로 뒤를 봐주며 긴밀하게 유착해 있음을 밝히 보여 줬다.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 롯데 등 대기업들이 수백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갖다 바친 것은 단지 박근혜의 ‘강요’ 때문이 아니었다.

이 기업들이 미르재단에 돈을 입금한 다음 날인 2015년 10월 27일 박근혜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노동개혁 5법 통과 등을 호소했다. K스포츠재단 입금이 끝난 2016년 1월 18일에는 재계가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촉구하며 벌인 서명 운동에 박근혜가 직접 참여하고 나섰다.

정부가 추진한 노동개악은 온통 재계의 숙원으로 채워져 있다. 파견을 확대하고 기간제 사용 기간을 연장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률 개정 추진,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로 임금체계 개편, 해고 요건 완화 등.

그뿐 아니라, 박근혜는 공공부문의 사용자로서 직접 발 벗고 나서 공공기관에 노동개악을 관철하려 했다. 근로기준법도 무시하며 강제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런 모범을 보여 민간 부문에서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대세로 굳히려는 계산도 한다.

이처럼 박근혜가 입이 닳도록 주문해 온 노동개악은 박근혜와 기업주들이 한 몸이 되어 추진해 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와 그 측근들은 기업들에게 뇌물을 요구했고 재벌들은 노동개악뿐 아니라 기업 총수 사면, 세무조사 무마, 경영권 승계 지원 등 여러 애로 사항 해결도 주문했다. 실제 청탁의 상당 부분이 성사됐다. 그 과정에서 박근혜와 그 측근들이 온갖 떡고물을 챙긴 것은 필수적인 부산물이었다.

이런 추악한 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배부른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하며 청년과 노동자들을 이간질시키려 했다.

삼성·현대차 등 30대 그룹은 올해 들어 1만 4천 명을 감원했고, 청년 실업률은 고공 행진을 계속해 체감 실업률은 20퍼센트가 넘을 정도라고 한다.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정규 노동자 수만 명이 해고됐다. 이젠 정규직 노동자 수만 명을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키려는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에 82억 원을 갖다 바친 현대차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정부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에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운운하며 현대차 사용자를 옹호했다.

이처럼 임기 내내 노동자들에게 경제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고 노동개악을 추진한 것이야말로 박근혜가 퇴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의 하나다.

지금이야말로 노동자들이 정부와 사용자들이 그동안 퍼부은 온갖 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해 투쟁에 나서야 할 때다.

반격

특히 최근 노동부 장관 이기권이 “노동개혁을 결코 멈춰서는 안 되며 어떤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표는 11월 12일 1백만 시위 이후에도 박근혜가 권력을 결코 내려놓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시점에 나온 것이다.

즉, 박근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사드 배치, 국정 교과서, 노동개악 등을 계속 추진해 가며, 자신이 지배계급의 이익을 여전히 잘 대변할 수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지배계급의 핵심층에서 다시금 지지를 결집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는 더 큰 반발을 낳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반격하고 나섰다. 따라서 지금 노동자들이 박근혜가 숨 돌릴 기회를 얻지 못하도록 밀어붙여야 한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벌어지는 박근혜 퇴진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요구를 모두 내걸고 투쟁을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 철도 노동자들이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 파업을 지속하고 있고, 울산플랜트건설 노동자들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벌였던 것처럼 말이다. 대구 지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도 11월 11일 파업을 벌였고,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투쟁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노동자들의 거리 시위 동참 확대와 파업이 결합되면, 박근혜 퇴진 운동을 확대 · 심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1월 17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은 11월 30일에 박근혜 즉각 퇴진과 박근혜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4시간 이상 총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정도 파업은 정치적 상징 효과는 낼 수는 있겠지만 꼼수와 술수로 버티기에 들어가 온갖 정책을 강행하는 박근혜에게 실질적 타격을 미치기에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고무적이게도 파업권을 인정받지 못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가 11월 30일 연가 투쟁으로 민주노총 파업에 동참할 계획이다. 전교조는 연가 투쟁을 벌이고 전국의 교사들이 서울로 모이기로 했고, 공무원노조도 집행부가 11월 22일 중집에 연가 투쟁안을 상정해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공운수노조도 30일 파업을 결정했다.

△11월 12일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조승진

한편, 금속노조 중집이 11월 23~24일에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을 결정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은 아쉽다. 이는 금속노조 지도부가 단호하게 싸우길 주저하는 모습으로 비춰 노동자들의 투지를 끌어올리기보다 신뢰를 주지 못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지금 기층의 활동가들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내걸고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노동자들 속에서 선동하고 조직하는 활동을 쌓아 나가야 한다.

그래서 11월 30일 이전에 파업에 들어갈 수 있는 산별·연맹과 개별 사업장은 파업에 돌입하고, 다른 곳들도 파업에 돌입하자고 촉구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금속노조 활동가들은 11월 21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찬반 투표를 거치지 말고 즉각 총파업을 선언하자고 촉구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공공운수노조 활동가들도 철도 파업을 엄호하기 위해 30일보다 앞당겨 공공 사업장들이 파업에 돌입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11월 30일 파업으로 그치지 않고 투쟁을 확대해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 가야 한다. 민주노총 중집이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지 않을 경우 더 확대된 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힌 바 대로 활동가들은 후속 계획을 내놓을 것도 촉구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 요구를 모두 꺼내 들자

활동가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하고 확대하기 위해 여러 부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요구도 내걸고 투쟁에 나서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과연봉제 저지,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 비정규직 정규직화, 작업장 안전 조처 도입 등의 요구들을 꺼내 놓고 싸워야 한다.

이런 투쟁들은 박근혜 퇴진 운동과 결합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도 구조조정 중단과 박근혜 퇴진을 함께 걸고 파업과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운동 내에는 박근혜 퇴진 파업만을 유독 강조하는 견해가 있다. ‘정치 총파업’을 강조하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노동자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여러 부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과 파업에 나서는 것도, 광범하게 벌어진다면 정치 투쟁의 효과를 낸다. 지금은 되도록 많은 노동자들이 힘 모아 함께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적 요구를 내걸어야만 정치 투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 공장의 여러 의견그룹들이 “현대차지부가 박근혜 퇴진 투쟁의 선봉에 서야 한다”면서 “공장 안 경제 투쟁은 노동자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락으로 빠져 들게”하므로 “공장 울타리를 넘어서는 투쟁”을 유달리 강조하는 것은 아쉽다. 이는 현대차에도 임박해 있는 성과연봉제?임금피크제 도입 등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의 정당성과 의의를 깎아내릴 위험이 있다. 박근혜 퇴진과 함께 고유의 요구들도 내걸고 싸우자고 호소하는 것이 더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동참하게 하는 데서도 유리할 것이다.

또, ‘정치 총파업’ 주장 중에는 노동자 투쟁을 각계각층 투쟁의 하나일 뿐인 것으로 보며 노동계급의 주도성보다 반(反) 박근혜 동맹을 중시하는 포퓰리즘과 맞닿는 경우도 있다. “국민파업”을 주장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박근혜 퇴진 투쟁에서 노동자들의 광범한 참여와 파업은 다른 어떤 사회 세력의 동참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멈춰 세우고 사용자들의 이윤에 타격을 가할 유일한 능력을 가진 사회 세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활동가들은 노동계급이 자신들 고유의 투쟁을 전진시키는 동시에 박근혜 퇴진 운동의 핵심 부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입력 2016-11-1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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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이화여대 감사

‘정유라 교육 농단’ 철저히 단죄하라

정선영

11월 18일 정유라 입학 비리에 관한 교육부의 이화여대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교육부는 그간 제기돼 온 정유라 특혜 의혹이 명백한 사실임을 인정했다. 힘겹게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이 보면 머리 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오를 사실을 교육부는 이제야 인정한 것이다.

감사 결과를 보면, 이화여대 입학처장 남궁곤은 면접위원들에게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를 뽑으라”고 강요했다. 정유라는 ”보여드려도 되나요” 하면서 면접위원들 앞 테이블 위에 금메달을 올려 놓았다. 명백히 반입 금지 규정을 위반한 짓이었다. 일부 면접위원은 다른 면접위원에게 정유라보다 점수가 높은 응시생들의 면접 점수를 깎게 했다.

출석 및 학점 특혜도 명백한 사실로 드러났다. 정유라는 2015년 1학기부터 2016년 1학기와 여름학기까지 총 8개 과목을 수강했는데, 단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출석으로 인정할 만한 대체 자료가 없는데도 해당 과목 교수들은 정유라의 출석을 인정했다. 시험을 보지도 않았는데 정유라 명의의 답안지가 나오고, 교수가 직접 정유라의 과제를 대신 작성해 제출하기도 했다.

정유라가 인터넷에서 자료를 긁은 수준의 허접스런 리포트를 제출했을 때 담당 교수가 “감사합니다” 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비리가 명백히 드러난 상황에서 교육부는 이화여대에 정유라 입학 취소와 비리 관련 교수 중징계 등 엄정 조처를 요구하기로 했다. 이화여대 당국은 하루 빨리 이 결과를 이행해야 한다.

“돈도 실력”이라는 정유라 평범한 학생들이 입시경쟁에 피말릴 때, 정유라는 돈과 권력으로 온갖 특혜를 누렸다. ⓒ사진 양효영

교육부 감사 결과는 박근혜 퇴진 운동과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이 낳은 성과다. 애초에 교육부는 특별감사를 시작하면서도 감사 내용을 제한하며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그래서 입학 취소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일 정도였다.

그러나 11월 12일 1백만 명이 참가하는 박근혜 퇴진 운동이 벌어지고, 이화여대에서도 학생들이 총회를 소집하는 등 다시금 행동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이런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교육부도 문제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화여대의 부정·비리는 있었지만 교육부와 관련한 비리는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천만의 말씀, 교육부는 이화여대에 이례적으로 정부재정지원 사업 9개 중 8개를 몰아 준 당사자다. 정유라에게 특혜를 준 주범 중 하나인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 학장 김경숙은 교육부가 지원하는 스포츠 센터의 장을 맡아 예산과 센터 운영비, 김 교수 자신의 연봉 등에서 특혜를 받아 왔다는 의혹도 제기돼 왔다. 정유라 비리에 단지 이화여대만이 아니라 청와대와 교육부가 긴밀히 연결돼 있을 개연성이 매우 큰 것이다.

앞으로 교육부의 비리도 명백히 밝혀지고 관련자는 처벌받아야 한다.

게다가 특권층의 입학 부정, 학점 특혜 등은 단지 정유라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미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의 연세대 입학에서도 부정이 있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국민의당 국회의원 송기석에 따르면 장시호는 현대고등학교 재학 당시 3년 내내 대부분 과목에서 ‘가’를 받을 정도로 성적이 최하위권이었다. 그런데도 장시호는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으며 연세대에 입학했다.

장시호는 1998년 승마 특기생으로 연세대에 입학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유라와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의 가족 말고 다른 권력자들도 비슷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이런 부정·부패는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

박근혜의 폴리페서들을 대학에서 쫓아내자

여러 대학에서 정권의 부정·부패에 연루된 교수들을 쫓아내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숙명여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연결된 부패 교수 사퇴를 요구하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숙명여대 교수 김상률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재직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시설 등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차관 김종의 복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홍익대 학생들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로 복직한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덕 관련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종덕은 차은택의 은사로 알려져 있으며, 문체부 장관 시절 국정 농단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건국대에서는 노동자연대 건국대모임이 최순실 학위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며 학교 당국에게 의혹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 이번 기회에 대학 곳곳에 뿌리 박힌 부정·비리를 없애 나가자.

입력 2016-11-1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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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성명: 탄핵 추진은 촛불을 통제하려는 시도다

대중 투쟁으로 박근혜 즉각 퇴진시켜야 한다

11월 12일 서울에 1백만, 11월 19일 전국에 95만 명이 모였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박근혜는 지금 당장 퇴진하라’고 외쳤다.

그런데 20일 야권 대선 주자들이 모인 ‘비상시국정치회의’는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합의했다. 이들은 “국민적 퇴진 운동”과 탄핵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탄핵 추진은 촛불 운동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촛불을 통제하기 위한 시도다.

탄핵 소추는 국회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이렇게 국회를 통과하려면 새누리당(의 비주류)와 협상해야 한다.

더민주·국민의당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더민주당은 추미애가 영수회담으로 박근혜의 숨통을 틔워 주려 했다가 엄청난 몰매를 맞은 뒤에야 박근혜 퇴진을 당론으로 정했다.

‘탄핵’은 믿지 못할 자들에게 거리 운동의 수위를 맡기는 일이고, 따라서 박근혜 퇴진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일이다.

게다가 국회가 탄핵을 결정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심사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을 해산하고,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 몬 보수적인 헌재가 과연 박근혜 탄핵에 찬성할까. 게다가 헌재 탄핵심판 절차가 1백80일 넘게 걸릴 수도 있다.

이렇게 국회와 헌재가 사태의 주요 행위자가 되면, 대중 운동은 수동화되고, 대중 운동의 동력은 매우 가변적이 될 수 있다.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은 이를 기다리고 지켜보라는 압력도 커질 것이다. 그만큼 박근혜의 임기도 길어지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박근혜 정부와 우파들은 끊임없이 반격을 시도할 것이다.

야당들의 최근 행보가 운동을 전진시키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은 21일 야3당(더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철도 파업과 관련해서 합의한 내용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야3당 원내대표들은 “철도노조의 전향적인 결정을 감히 요청”한다며 9월 27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는 철도 노동자들에게 별다른 성과도 없이 파업을 접으라고 했다.

야당들은 이제 거리 시위의 눈치를 보면서도 슬그머니 국회로 공을 넘기자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마치 2008년 촛불 운동 당시 6월 10일 1백만 시위 직후를 보는 듯하다. 그때 민주당 등과 <경향신문>, <한겨레>는 이제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거리 시위에서 발을 뺐고 “제도권”에서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다. 이후 운동이 약화하자 6월 말경 이명박 정부는 운동 진영의 핵심 단체들을 압수수색하고, 주요 인물들을 수배하며 악랄한 탄압에 나선 바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같은 정당들이 일관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익히 예상했던 바다. 이들은 여당에 비해서는 비주류일지라도 기업주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근혜가 직면해 있는 부패,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 친 제국주의 정책 등 기업주들의 이윤과 연결된 정책 등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이런 점에서 진보 정당인 정의당이 민주당·국민의당의 야합에 공동행보를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박근혜를 퇴진시키고 박근혜가 추진해 온 온갖 개악들도 철회시키려면 국회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대중 운동을 강화해야 한다.

거리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뿐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들의 울분이, 백남기 농민의 원한이, 경제 위기 고통전가로 고통받아 온 노동자들의 성토가, 입시 경쟁에 짓눌려 온 청소년들의 분노가, 청년 실업 때문에 불안에 떨어야 했던 청년·학생들의 서러움이, 한미일 전쟁동맹을 강화하려는 정부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는 박근혜를 퇴진시키는 것과 함께 박근혜의 온갖 악행들도 철회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박근혜 정부의 온갖 악행들에 맞서는 운동들이 함께 성장하며 박근혜 퇴진 운동과 결합돼야 한다. 노동자·청년·학생들이 시위에 더 많이 참가해야 한다. 평일 시위 등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이 사회의 이윤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더 많이 시위에 나선다면 정부와 지배자들에게는 강력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아래로부터 압력을 통해 2011년 이집트에서 40년간 통치해 온 무바라크를 퇴진시키고, 2001년 말 아르헨티나에서 2주간 세 차례나 대통령을 갈아치운 것과 같이 박근혜를 퇴진시킬 수 있다. 박근혜 즉각 퇴진을 위해 운동을 더욱 확대·강화하자.

11월 22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입력 2016-11-2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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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제5차 범국민행동, 전국 190만 참가

150만이 청와대를 포위하다 ― 박근혜의 발악에 분노는 더 커졌다

특별취재팀

[종합] ‘즉각 퇴진’을 위한 거리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 

파죽지세 박근혜 퇴진 운동이 성과를 거두려면 ‘즉각 퇴진’ 요구와 대규모 거리 투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사진 조승진

ⓒ조승진

박근혜 퇴진 제5차 범국민행동이 역대 최대 규모의 집회로 마무리됐다. 주최측 공식 발표는 서울  연인원 150만, 전국 190만(서울 포함) 명 참가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2주 만에 1백만 명을 넘어섰고(민중총궐기), 이후 3주째 규모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26일은 규모가 더 커진 것이다.

운동이 굳건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박근혜의 이런저런 반격 시도가 제대로 먹히질 않았다. 잘 써먹던 검찰도 이제는 뜻대로 제어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개인용도인 것이 분명한 의약품들을 세금으로 청와대가 구입한 것이 또 새로 드러났다. 이런데도 박근혜는 수사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결국 주말 대규모 집회로 표현되고 있는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가장 중요한 국가기관 하나가 박근혜에 반기를 들게 만들고, 여권 내 분열을 앞당겼다. 자신을 얻은 야당은 국회 탄핵 절차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이 다시금 박근혜 퇴진 여론에 새로운 기름을 부은 것 같다. 새로운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던 5퍼센트 벽을 3주 만에 밑으로 돌파해 박근혜 지지율은 4퍼센트가 됐다. 중도 퇴진 지지가 80퍼센트가 넘는다.

정치 상황들보다는 덜 중요하지만, 법원이 경찰의 금지 통고를 계속 취소하며 수십만 행진과 집회가 점점 청와대와 가까워지는 것도 사람들을 고무한 듯하다. 26일은 실제로 청와대가 역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1백만 명 넘는 사람들과 그들의 구호, 노래, 야유와 함성으로 둘러쌓였다.

부산과 대구 같은 새누리당 강세 지역에서 수만 명 집회가 2주 연속 열린 것도 시사적이다. 박근혜가 정치적 고향으로 삼아 온 대구에서는 26일에 5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같은 구호들을 외쳤다.

그래서 26일 집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정서는 ‘낙관’이었다. (좀 때 일러 보이기도 하지만)  청운동 길, 효자동 길, 삼청동 길 청와대로 향하는 길 곳곳에서 감격해 하는 표정들을 볼 수 있었다. 낙관은 빽빽한 그 공간들, 진눈깨비가 날리는 추위에서도 운동 지지자들 사이에 우애와 배려를 낳는다. 집회 말미에 곳곳에서 세대와 성별을 넘어 목청껏 합창을 하며 함께 춤을 추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대중 투쟁이 피억압 민중의 축제라는 걸 많은 이들이 느끼고 있고 표현하고 있다.

낙관

그런 낙관 밑에는 강력한 분노가 있다. 워낙에 사악한 정권이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직접 벌인 나쁜 정책들에 분노가 크다. 4년 전 박근혜 당선 직후 개봉돼,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 영화라고 불렸던 <레미제라블>의 수록곡들이 매주 인기 공연곡인 것이 단지 우연의 일치일까. 

그럼에도 그것만은 아니다. 경제 위기 시대에 더 악화된 사회·경제적 불평등도 분노의 대상이다. 그런 현실에 전혀 공정하게 대처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불만도 매우 크다. 사람들은 앉아서 무대 발언과 공연만 얌전히 보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맘에 드는 퇴진 팻말들을 골라 들고, 밤 늦게까지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향한다.

가난해서 서른 살 넘어서 겨우 대학에 들어갔다는 청년이 정유라를 보며 억울해 눈물이 나더라고 말하다가 진짜 울어버리는 장면은 이 운동이 왜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지를 가슴 찡하게 보여 줬다. 

10~20대의 발언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와 항의가 거의 빠지지 않았다. 국민 전체를 아끼고 대표해야 한다(고 믿어지)는 대통령이 바다에 빠진 (‘자기 국민’) 수백 명의 목숨을 도대체 무엇으로 여긴 것일까. 태반주사 한 대 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겼을까. 26일 집회 여러 사전 집회에서도 가장 규모가 컸던 게 세월호 행진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퇴진 운동의 중심에 있다.

다양한 투쟁과 캠페인들이 박근혜 퇴진 운동 안에 수렴돼 있다. 사드, 위안부 문제처럼 제국주의 강대국들을 위해 평범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모욕한 사건들에도 참가자들은 관심이 많다. 기업 특혜 정책에 대한 불만도 많다. 검찰 공소장에서는 재벌이 피해자일지 모르지만, 거리에 나오는 사람들에게 재벌은 부패하고 불평등한 체제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공동정범이다.

물론 이런 불만과 분노는 생생하지만, 아직 즉자적이다.(앞으로 운동이 더 지속되고 사회·경제적으로 그 내용이 더 깊어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의제들을 적극 결합시키며 운동 안에서 진보정당과 좌파들이 능동적 구실들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적어도 거리 시위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박근혜가 저 정도로 나라를 망칠 동안 야당은 뭐했냐’는 비판을 오히려 자주 들을 수 있다. (거리의 퇴진 운동을 초기부터 지지한 몇몇 정치인들은 예외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 맞선 저항의 가장 선두에 서 왔던 조직 노동운동에 대한 지지와 기대도 꽤 크다. (임금과 고용 조건 악화를 핵심으로 하는 박근혜의 노동 개악은 경제활동인구에서 70퍼센트가량을 차지하는 임금노동자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조직 노동자들은 이 운동에서 환영받는 존재다. 연단에서도, 행진에서도. 이들은 26일도 청와대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는 행진을 이끌었다.

그래서 61일째 파업을 하는 철도 노동자는 자유발언대에서 소개만 받아도 박수를 받았다. 민주노총의 11월 30일 박근혜 퇴진 파업도 곳곳에서 관심과 지지의 대상이었다. 특히, 공무원과 교사가 정부의 불참 강요를 거부하고 30일 민주노총 파업에 참가하겠다고 발언할 때마다 진심어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 등 일부 노조 상층 지도자들이 파업을 접으려거나 또는 예정된 파업 조직을 해태하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은 일이다.

민주노총

특히. 이런 전혀 불가피하지 않은 후퇴가 국회의 야당들의 움직임과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불길하다. 야당들은 이 운동을 지지하고 대표한다는 명분으로 탄핵 절차를 개시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믿고 운동이 자기 동력을 식혀 버린다면, 한 달 여간 피억압 대중에게 점진적으로 열려왔던 정치 상황은 다시 바뀌기 시작할 수도 있다.

따라서 즉각 퇴진을 위한 대중 투쟁을 지속한다는 기조는 유지돼야 한다. 박근혜의 온갖 개악 정책 철회로까지 나가려면 더욱 그래야 한다. 투쟁을 이끄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즉각 퇴진 운동 지속 기조를 재확인했다.(아쉽게도 국회 탄핵 논의로 즉각 퇴진 요구를 희석시키려는 주류 야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삼갔다.) 이런 맥락이 있는데도, 26일 본집회(와 행진 시작) 후 본무대를 이용한 자유발언대를 진행한 사회자가 공식적인 기조와 합의를 어기고 임의로 ‘국회 탄핵’을 지지하는 구호를 선창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다.

26일 집회와 행진, 청와대 에워싸기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낙관과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검찰은 27일 공개한 차은택 공소 내용에서 또다시 박근혜를 ‘공모’ 관계의 피의자로 명시했다.

즉각 퇴진을 요구한 26일 집회의 대성공은 역설적으로 이를 국회와 제도 내 절차로 안고 들어가려는 주류 정당들의 국회 탄핵 절차를 앞당길 듯하다. 이번 주에 표결까지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설사 밀리더라도 탄핵소추안은 곧 발의가 될 것이다. 이제는 박근혜도 다시 입장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물론 수사 거부(방해?)는 계속되겠지만, 일각에선 3차 대국민담화도 거론된다. (어떤 개악도 철회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차피 기만일 텐데) 사실 ‘즉각 사임’ 말고 그 무엇이 성난 대중을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주 11월 30일 민주노총 파업이 중요해졌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시작된 후 평일 대규모 집회는 처음이다. 민주노총 지도자들은 파업과 시위 모두 적극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그러면, 박근혜 퇴진 운동만이 아니라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도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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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보] 낮에 이어 또 다시, 이번엔 1백 만이 넘게 청와대를 포위하다

여덟 방향으로 출발한 방송차마다 수만 명이 따랐다. "박근혜 즉각 퇴진", "청와대로 가자", "박근혜 구속 수사" 등의 구호를 목청껏 외치며 안국동 방향과 사직터널 방향으로 행진한 대열은 경복궁역과 광화문광장 중심으로 다시 만났다. 사직터널부터, 동십자각 곳곳에서 방송차들이 서서 자유발언대들을 진행하고 있다.

주최측은 서울 150만, 지역 40만 명이 모였다고 발표했다. 박근혜의 몸부림이 오히려 분노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26일 밤 청운동 동사무소 가는 길목에서 경찰과 대치를 하고 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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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의 자유 발언

삼청동에선 사회자가 박근혜의 악독한 교육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서울대, 고려대 학생들이 본관 점거 중임을 소개하자 일제히 환호했다. 이들을 지지하는 구호도 함께 외쳤다.

"고대 점거 정당하다 서울대 점거 정당하다 교육개악 중단하라 박근혜를 퇴진하라."

"박근혜와 함께 온갖 개악 정책들 같이 넣어서 버리자."

경복궁 담 옆 고요한 이 곳에서 외치니 구호들이 메아리쳤다. 대열 집중도도 매우 높다.

인하대 대학생 발언의 자유 발언도 큰 호응을 얻었다.

"박근혜 정권을 숱하게 옹호해 온 김무성 같은 자가 박근혜를 끌어낼 자격이 있는가. 그럴 자격이 있는 건 우리 뿐이다. 탄핵이 국회에서 통과된다고 해도 헌재 통과돼야 한다 헌재가 어떤 곳이냐? 전교조 법외노조, 통진당 해산, 성소수자 차별, 낙태 처벌 옹호 판결 등 온갖 나쁜 판결을 내린 자들이다. 헌재에 맡기지 말고, 우리가 당장 끌어내려야 한다"

대학생시국회의가 주도한 집회답게 투지있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중간중간 “무기징역”을 계속 연호했다.

경복궁역 앞에서도 좋은 자유 발언들이 많이 나왔다.

한 전교조 교사의 발언이 호응을 얻었다.

“노동 개악,교육 개악. 박근혜의 국정 당장 멈춰야 한다(박수, “옳소”) 박근혜가 있어야 할 곳은 감옥이다.(“옳소”) 김무성,유승민 새누리당이 박근혜 비난할 자격 있는가? (“아뇨!”) 주류 야당에 우리 운명 맡길 수 있는가?(“아뇨!”) … 전교조가 굴복하지 않고 저항해 온 것이 옳았음을 2백만 촛불이 보여 준다.(박수)”

자신을 서른한 살 늦깍이 대학생으로 소개한 청년의 발언은 가슴을 찡하게 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늦게 대학을 갔는데 정유라가 말 타면서 대학 가는 거 보면서 눈물이 났다. 자유와 평등이 있는 나라인 줄 알았는데 이제 눈물이 난다.”

이 대목에서 그가 진짜 서럽게 눈물을 터뜨린 것이다. 사람들이 “울지 마”를 연호했다. 이 청년은 “정치가 우리의 삶”이라고 발언을 마쳤다. 부패한 특권 퍼레이드가 불평등한 현실에 찌들어 사는 청년들을 이처럼 분노케하고 또 정치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61일째 파업을 유지하는 철도 노동자는 발언도 시작하기 전에 환호와 박수부터 받았다. 박근혜에 맞서 앞장서 투쟁해 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퇴진 운동 참가자들이 갖는 정서가 잘 드러난다.

“박근혜는 노동자를 죽이고 서민을 죽이고 재벌들을 위한 정책으로 일관했다. 언제 〈tv조선〉이, 언제 김무성이, 언제 검찰이, 박근혜 비판한 적 있나?(“없다!”) 이들이 정의의 사도 구실을 하는 것은 이상하다.(“이상하다”)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이 가장 많은 세력이 가장 힘이 있다. 재벌이다. 보수대연합이 아니라 박근혜 탄핵이 아니라 우리 힘으로 끌어내야 한다.”(“옳소”)

노원구에서 온 20세 청년(남성)은 “박근혜가 여자라서 못한 것이 아니다! 박근혜라 못한 거다! 여자 들먹이지 말라. 여자라 끌어내리는 게 아니다.(“맞습니다”)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해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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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보] 본대회 종료, 경복궁역으로 사방에서 행진 중, 주최측 서울 130만, 전국 160만 발표

부산 15만, 광주 5만, 대구 3만, 울산 8천 등

본대회가 끝나고 종로 방향, 서대문 방향, 을지로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광화문 북단에서는 곧바로 청운동 방향, 삼청동 방향으로 행진했다. 행진들의 최종 목적 방향은 청와대다. 말 그대로 청와대를 향해 곳곳에서 진격 중인 것이다. 다시 1백만 촛불의 청와대 에워싸기가 벌어질 듯하다.

행진 방송차들에서는 "가자, 청와대로 우리를 막지 마라", "박근혜와 함께 온갖 개악 정책들 같이 넣어서 버리자" 같은 구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에서는 오후 7시30분에 시작하기로 한 집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10만 명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파업 중인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대거 참가해 대열 중심을 이뤘다.

8천여 명이 모인 울산에서도 현대중공업노조 등 조직 노동자들이 대열의 절반 이상을 채웠다. 지난주와 달리 이번 주에는 노동조합들이 각자 깃발을 들고, 조직적으로 참가해 대열을 이끌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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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본대회

본대회는 오후 6시에 시작됐다. 경복궁 앞 도로부터 광화문광장을 거쳐, 태평로 덕수궁 대한문까지 전 차선이 가득 찬 상태다. 종각으로도 인파가 차도를 거의 채우고 있다.

이 투쟁을 이끄는 조직 운동 단체 리더들과 자유발언이 어우러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박차옥경 씨는 “즉각 퇴진을 전국적으로 외치는데 박근혜가 버티고 있다. 새누리당, 기업들도 공범이다. 기성언론도 마찬가지다. 이 권력들 중 누구도 반성하지 않는다. 철저히 진상규명돼야 하고 무엇보다 박근혜 즉각 퇴진되어야 한다. 검찰은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고 박근혜를 즉각 체포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발언했다.

트랙터 상경 행진을 이끈 전국농민회총연맹 김영호 의장은 등장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청와대로 진격 못했다. 멈추지 않겠다. 농민들은 목숨을 걸었다. 성큼성큼 청와대로 가겠다.(박수) … 박근혜 정권과 경찰은 촛불만으로 안 된다 농민 트랙터 노동자 총파업 학생 동맹휴업으로 나아가자. 전 민중이 싸워야 한다”고 했다.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박근혜 정권 끝장 내고 그 뒤에 있는 기업들도 끝장 내는 긴 싸움 앞에 있다”면서 대학생들이 앞장서 싸우겠다고 했다.

자유발언으로 올라 온 한 고등학생은 “대통령은 국민들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했다. 세월호 7시간 진상 규명 반드시 해야 한다”며 “박근혜 하야하라!” 구호를 외쳤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직무대행도 발언했다. 역시 큰 환영을 받았다. 30일 총파업 계획도 환영 받았다. 운동 참가자들이 민주노총 30일 파업에 대한 기대가 큼을 보여 준 것이다.

“권력에 무릎 꿇지 않겠다. 우리는 지난해부터 박근혜에 맞서 싸워왔다. 여기 있는 시민들과 함께 100만명 촛불 일궈내 왔다. 11월 30일에 총파업한다. (박수) 박근혜와 최순실이 공모한 불법 정책을 모조리 폐기해야 한다. (박수) 30일은 민주노총만이 아니라 시민불복종 선언하는 날이다. … 박근혜 뒤에 재벌 있고 그 중에서도 삼성 있다. 우리는 퇴진은 물론이고 재벌 책임을 끝까지 물어서 청년들의 미래 책임지겠다. 적당하게 투쟁하다가 중단하지 않겠다. 민중은 개돼지가 아니고 사람이다! (큰 환호) 박근혜를 끝장내는 역사의 기록 남기겠다.”

본대회가 끝날 무렵에는 8시 1분 소등 행사를 했다. 대회장 주변에서도 동참하는 가게들이 있었다.

[제4보] 본대회 진행 중, 주최측 추산 100만 명 운집

박근혜의 발악이 분노를 더 키웠다

본대회 진행 중이다. 경복궁역, 시청역, 종각역, 서대문역 등의 방향에서 계속해서 사람들이 오고 있다. 

[제3보] 수십만이 청와대 에워싸기 동참, 대성공  

광화문 북단 도로부터 덕수궁 대한문까지 전 차선 꽉 들어차

종로 1가와 서대문 방향 등도 인파 몰려 ... 계속 모이는 중

청와대를 인간띠로 에워싸기 행진은 대성공했다. 경복궁 앞 대로와 청운동 도로, 효자동 도로, 삼청로 등이 모두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인파로 가득찼다.

청와대 턱밑까지 진입한 대열들은 자유발언들을 진행했다. 박근혜에게 직접 민심을 전해주겠다는 듯이 성난 발언들이 이어졌다. 길을 막고 선 경찰들을 규탄하는 발언과 구호도 많았다.

삼청동에선 한 40대 여성이 “서민들은 배추 한 포기를 비싸서 들었다 놨다 하는데 순실이랑 박근혜는 수백억을 들었다 놨다 했다”며 당장 퇴진할 것을 촉구했다.

전날 동맹휴업을 하고 거리로 나왔던 숙명여대 학생의 발언도 큰 박수를 받았다.

경희대 한 대학생은 운동의 진짜 요구를 반영하기보다 잿밥에만 관심을 보이는 듯한 야당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탄핵은 최선의 카드가 아니다. 일분일초도 기다릴 수 없는데, 탄핵으론 안 된다. 엊그제도 야당들이 알아서 해 줄 테니, 철도 파업 접으라고 했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청운동 동사무소에서는 기아차 노동자가 더 강력한 투쟁을 호소해 큰 박수를 받았다.

“국회에서 탄핵안 통과 되더라도 헌재가 있다. 그래서 탄핵으로 가더라도 거리에서 퇴진 투쟁 계속 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30날 파업 결정했다. 금속 조합원들 70퍼센트가 박근혜 퇴진 파업에 찬성했고 기아차도 80퍼센트가 찬성했다. 30일에도 퇴진 안 하면, 더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자.”

잠을 자지 않는 이상, 청와대에서도 들릴 만큼 가까이서 분노의 함성을 전했다. 본대회 시작 즈음해서 대열 다수는 본대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 방향으로 나왔다.

△오후 6시 30분 현재 광화문 광장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2보] 청와대로 향한 끝 없는 행렬(사진)

오후 3시 40분경부터 경찰이 금지하고 법원이 허용한 청와대 인근 방향 행진과 집회가 시작됐다. 목적지는 청와대 왼편의 청운동 동사무소와 정부종합청사 창성동별관, 삼청동 세움아트스페이스 앞이었다.

민주노총, 대학생시국회의 등이 방송차를 앞세우고 행진을 시작했다. 노동조합 깃발들, 총학생회와 학생단체 깃발들, 진보/좌파 단체 깃발들, 농민회 깃발들이 수만 명 대열을 이끌었다.

광화문광장으로 모이고 있던 사람들, 경복궁역에서 광화문광장으로 향하던 사람들이 이 대열을 따라 광화문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모든 찻길을 가득 채웠다. 청와대는 포위됐다. 방송차의 외침대로 "너희들은 포위됐다."

길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새누리도 공범이다”, “박근혜를 구속 수사” 같은 구호들로 떠나갈 듯했다. 이 시각에 광화문광장과 사거리, 태평로에 가득차고 있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었지만, 장소도, 숫자도 범국민행동의 날 참가자들의 관심에 들진 못했다. 

△청운동 동사무소부터 경복궁역까지 늘어선 대열. ⓒ사진공동취재단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로 가자. ⓒ사진공동취재단

△종로구청을 통해 광화문광장으로 들어서는 세월호 시민대행진 대열. ⓒ사진공동취재단

△ 범국민행동 참가자들이 청운동 청와대 입구까지 행진했다. ⓒ조승진

△행진 대열이 청와대로 가는 도로를 가득 메웠다. ⓒ조승진

△ 청운동 청와대 입구에서 경찰에 가로막힌 행진 대열. ⓒ조승진

△오늘도 광화문광장 일대는 입추의 여지가 없다 ⓒ사진공동취재단


오후 2시~4시 사전 집회들

대학생 자유발언대

전국에서 모였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나와서 자신의 대학 깃발을 찾는 학생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데도 다들 자리를 지켰다.

자유 발언에서 위안부와 세월호는 거의 모든 발언자들이 언급했다. 세월호 세대의 정서를 보여 주는 듯하다. 한일군사정보협정도 규탄의 대상이었다.

박근혜가 방 빼는 게 답인데 도리어 악질 정책을 추진 중인 것에 청년들의 분노가 매우 크게 느껴졌다.

현재 신자유주의 교육 개악 정책에 맞서 대학을 점거 중인 서울대 고려대 학생들의 발언에 호응이 좋았다. 이들은 이참에 각 대학의 신자유주의 정책들도 날려 버리자고 호소했다.

‘촛불은 계속 된다, 즉각 퇴진을 위한 운동을 지속하자는 주장이 제일 호응이 좋았다. 야당도 못믿겠다는 발언도 많았다. 대학생들의 분노와 급진적 정서가 느껴졌다.

세월호 집회

비가 오는데도 3천여 명이 모였다. 416가족협의회, 안산시민들, 지역의 세월호 모임들이 꽤 많이 참가했다. 민주노총 노조들과 공무원노조, 수녀님들, 향린교회 깃발도 보였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부들도 있었다.

집회를 마치고는 “세월호 7시간을 밝혀라”, “특조위를 부활시켜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하라”를 외치며 수천 명이 행진했다. 나팔을 불며, 고래 모형의 풍선을 들고 행진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을 보여 주듯, 이 대열은 행진 과정에서 계속 불어났다.

416 가족협의회 임경빈 학생 어머니의 발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세월호 특조위 해산시킨 것 불법이고 이것만으로도 박근혜는 물러나야 한다. 수사권, 기소권 모두 있는 특조위로 부활시켜야 한다. 박근혜가 임명하는 특검을 믿을 수 있냐?(“아니요~~”) 독립된 특별수사위원회가 필요하다 가차없이 수사 구속해야 한다!!!”

"7시간 규명하라, 박근혜를 즉각 구속수사하라,(환호) 청와대 본관 관저 다 압수수색하라 병원 관계자도 압수수색하고 김기춘도 체포수사 해야 한다"

박근혜를 즉각 체포하라는 말에 사람들이 가장 크게 환호했다.. 이것이 세월호 유가족과 세월호 참사를 보며 가슴을 쳤던 사람들의 열망일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3천여 명이 눈, 비를 맞으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이미진

삼성 규탄

예상보다 진눈깨비가 세게 내리는 가운데 삼성 본관 앞에서는 2시 반 경부터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보건의료단체연합, 사회진보연대 등 1백여 명이 모여서 이재용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법정’ 집회를 진행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참가자들은 이재용 등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시민 재판을 진행한 후 삼성 건물에 압류 딱지를 붙였다. 이윽고 차도를 통해 광화문광장을 향해 행진에 나서며 다음과 같이 외쳤다.

"몸통은 재벌이다, 경영세습 어림없다, 이재용을 구속하라.”

"의료민영화 중단하고 이재용은 사죄하라”

행진의 서두에서는 이재용-박근혜-최순실을 오랏줄로 묶어 연행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인도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어 했는데, 시청 광장을 지나면서는 인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나와 함께 광화문으로 향했다.

ⓒ김종환


[1보] “눈이 하야케 내린다”

△ 동십자각을 지나 청와대를 향하는 사람들. ⓒ이미진

마음이 급해 예정보다 빨리 청와대 방향 행진이 시작됐다. 본대회 서너 시간 전부터 수만 명이 모였기 때문이다. 3시 반 조금 넘겨 시작된 청와대 방향 행진이 광장을 빠져 나가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제5차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이 열리는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오후 1시도 되기 전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올해 첫눈이 내렸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경찰은 동원한 관광버스를 차벽 대신 곳곳에 세워 놨다.

오후 2시에는 광화문광장, 종로, 시청광장 인근 일대에서 단체별로 사전 집회들이 열렸다.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은 역시 세월호 시민행진이었다. 2천여 명 넘게 을지로를 거쳐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광화문광장 본무대에서 사전 행사로 열린 대학생시국회의 주최 집회에도 2천여 명이 참가했다.

삼성 태평로 본관에서 삼성그룹 규탄 집회, 보신각에서 청소년 집회 등이 열렸고 광화문광장 인근 등에서는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들도 사전 집회(자유발언대)를 열었다.

오후 4시 현재, 참가자들은 청와대 왼쪽 방향인 청운동 동사무소, 청와대 오른쪽인 삼청동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각각은 민주노총과 대학생시국회의가 앞장섰다. 개별 참가자들도 이 대열에속속 합류하고 있다. 광화문광장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이 행진 대열로 합류하고 있다. 청와대 주변 모든 도로와 골목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도대체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사람들이 바라는 게 뭔지 도통 알아먹지 못하는 박근혜 청와대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서 즉각 퇴진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은 마음들인 것이다.

△광화문 일대에 차벽처럼 세워진 관광버스들에 붙은 안내장. 좌측 상단에 ‘수원지방부대’의 차임이 표시돼 있다. ⓒ김종환

입력 2016-11-2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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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운동 논쟁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대중 투쟁이어야 한다

김문성

11월 19일 제4차 범국민행동은 전국에서 90만 명이 넘게 참가했다. 연 2주째 수십만 명이 서울 도심에 모인 것이다.

여전히 노동조합과 좌파가 행진을 이끌고 있다. 수능을 끝낸 청년들을 포함해 중·고교생도 열정적으로 참가한다. 밤 늦게까지도 수십만 명이 청와대 방향 행진에 동참해 퇴진 구호를 목청껏 외친다. 가장 인기 있는 구호는 “즉각 퇴진”, “구속”, “새누리당 해체” 같은 것들이다.

이런 시위가 거의 범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근혜 국정수행 지지도는 3주째 5퍼센트였다가 이번 주에는 4퍼센트로 내려앉았다. 부정평가도 최대치인 93퍼센트이고, 새누리당 지지율은 12퍼센트로 추락했다.

리얼미터 조사나 <중앙일보> 조사를 봐도 박근혜 퇴진 지지는 80퍼센트에 이른다. ‘즉각 하야’와 ‘탄핵’ 등을 구분해서 물어 본 <중앙일보> 조사에선 ‘즉각 하야’가 40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이런 압력 때문에 여론과 정권 사이에서 눈치 보며 고심하던 검찰은 결국 20일 박근혜를 사실상 피의자(내용상 ‘주범’)로 규정한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대 청와대 강경론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수사 내용 자체는 기만적인 내용을 여럿 품고 있고 ‘정치 검찰’을 전혀 믿을 수 없지만, 이 발표가 박근혜에게 타격을 준 것도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국가기관 하나의 이반이 공개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정권의 철저한 하수인이었다.

결국 검찰의 이례적 태세 전환으로 청와대가 휘청거렸고, 국회에서의 탄핵 국면이 시작됐다.

청와대의 검찰 통제 라인인 민정수석과 검찰 지휘권을 가진 법무부장관이 잇달아 사표를 냈다.

검찰총장에게도 동반 사퇴 압력을 가한 의도도 있을 수 있지만, 이는 무엇보다 검찰이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반응이다. 박근혜는 닷새 동안 사표를 수리하지도 반려하지도 못하고 있다. 사표 반려 오보 소동까지 벌어졌다.

또한 국회의 탄핵소추 발의를 위한 움직임도 빨라졌다. 12월 초순에 표결이 이뤄질 수도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소추안 가결에 필요한 표를 확보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출마 선언도 한 적 없는 김무성이 불출마 선언을 하며 탄핵의 선봉으로 나섰다. 유승민은 “청산 대상과 야합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습다. 김무성은 개헌을 고리로 현재의 야권을 쪼개는 정계 개편을 시도해 집권 연장을 노리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유승민은 지난해 초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이라는 말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친박”이라고 아부했던 자다.

그럼에도 집권 여당이 공개적으로 분열하기 시작한 것은 운동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왜 탄핵 절차에 종속되면 안 될까?

2주 연속 1백만 명이 거리로 나오는 상황에서도 박근혜가 물러나길 거부하고 한일군사정보협정,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 등을 추진하고 노동 개악 등을 포기하지 않는 걸 보면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바라며 거리에 나온 사람들 중엔 갑갑함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다.

운동 일각에선 국회 탄핵으로 ‘강제’로 박근혜의 권한을 정지시키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정말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문제가 해결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첫째, 박근혜 퇴진 운동과 여론의 중심이 거리에서 국회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당장 박근혜 폭로를 쏟아 내던 언론 보도들에서 국회 동향 보도의 비중이 커졌다.

특히, 탄핵을 하려면 새누리당의 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누리당 일부가 정치적 주체로 나서는 것을 용인하게 되고 이는 박근혜 악행의 공범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영광을 누리던 새누리당 지도자들이 뻔뻔하게 탄핵 가결의 열쇠를 쥔 사람들마냥 비장한 모습을 연출한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이런 비박계 인사들을 붙잡느라 여념이 없다. 이 과정에서 내각제 개헌 등 밀약들이 벌어질 것이다. 여권의 공개적 분열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이면도 봐야 하는 것이다.

김무성은 ‘뉴스룸’ 인터뷰에서 탄핵 추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십만 명의 국민들이 모여서 분노를 표시 ... 국가가 불행한 상태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 빨리 탄핵의 틀 속에 집어넣어야 국민들의 분노도 좀 줄어들 것이고 그런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새누리당이 탄핵의 주체가 될 자격이 없다고 지적하고 새누리당에 표를 구걸하지 말라고 다른 야당들에게 요구한 것은 옳다. 그러나 심 대표가 야 3당이 공조해 국회 탄핵 절차로 가기로 합의한 것에 이미 이런 문제들의 씨앗이 있었다는 점도 봐야 한다.

△박근혜와 나쁜 정책들을 패퇴시킬 힘은 거리와 작업장에 있다. ⓒ조승진

헌재로 넘어간 뒤에도 마찬가지로 운동의 추이를 헌재 절차에 종속시킬 수 있는 압력은 여전할 것이다.

둘째, 지금 국회 탄핵으로 즉각 퇴진 요구를 희석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탄핵소추가 가결될 경우, 박근혜의 권한이 정지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탄핵심판 절차로는 박근혜의 임기 중도 퇴진이나 온갖 개악의 철회가 하나도 보장되지 않는다.

겹겹의 안전판

우선, 탄핵심판 절차는 국회가 원고(검사)가 돼서 헌법재판소에 박근혜를 탄핵해 달라는 것이다. 그때 헌재에서 검사 구실(소추위원)을 맡는 것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다. 지금 이 자리는 새누리당 권성동이 맡고 있다. 탄핵소추안 자체를 새누리당과 협상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면, 죄목이 단순한 측근 비리나 직권남용으로 협소화될 수 있다.

또한 헌법과 헌법재판소법, 그리고 노무현 탄핵시 헌재 판례를 종합할 때, 대통령 탄핵은 헌법상, 법률상 중대한 법 위반 행위를 근거로 하고 있다. (노무현도 선거법 위반은 인정됐다.)

박근혜 퇴진이든, 탄핵이든 그것은 명백히 정치적 사안인데, 형식적 법 위반을 따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 제51조는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재의 헌법재판소 구성이 매우 보수적이라는 것도 봐야 한다. 최근에만 해도, 전교조 법외노조 합헌, 진보당 해산, 동성애 차별 군형법 합헌, 낙태 처벌 합헌, 몇 년 더 거슬러 가면 물대포 직사 합헌 등 쓰레기 같은 우익적 판결의 본산이었다.

헌법재판소의 최근 보수적 판결 내역 (크게 보기) ⓒ조사·정리 이재환

      재판관(임명권자)
선고일 사건 헌재
판결
박한철
(박근혜)
이정미
(이용훈)
김이수
(국회(야당))
이진성
(양승태)
김창종
(양승태)
안창호
(국회(여당))
강일원
(국회(여야))
서기석
(박근혜)
조용호
(박근혜)
2011.8.30 삼성-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 노회찬 의원을 유죄 판결한 통신비밀보호법의 위헌 여부 합헌 X X              
2012.8.23 낙태 처벌(자기 낙태죄) 조항 위헌 여부 합헌 X X              
2014.6.26 물포 직사 행위의 위헌 여부 각하 X 위헌 위헌 X X X X 위헌 X
2014.12.19 통합진보당 해산 해산 X X 반대 X X X X X X
2015.5.28 전교조 법외노조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위헌 여부 합헌 X X 위헌 X X X X X X
2016.7.28 군형법 동성애 처벌 조항 위헌 여부 합헌 X X 위헌 위헌 X X 위헌 X 위헌

헌법재판소의 최근 보수적 판결 내역

※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가 모두 동일하지 않아서 결원이 발생하면 충원하는 방식이라서 임명되기 전 판결은 표기 안 함
※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대통령이 3인, 국회가 3인, 대법원장이 3인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용훈·양승태는 당시 대법원장.

이들은 검찰 수사나 특검 수사에 불명확한 점이 많다고 시간을 끌 것이고, 최악의 경우 심판 절차를 중지시키고 재판을 지켜보자고 할 수 있다. 이미 증거를 상당히 인멸한 것으로 추정되는 박근혜가 대면조사까지 계속 거부하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재판은 시간을 마냥 잡아먹을 수 있다. 박근혜와 우파에게는 겹겹의 안전판이 있는 것이다.

결국은 이 상황에서도 정부와 헌재 등을 압박하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운동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야당을 무비판적으로 대하며 대중 동원과 투쟁을 뒷전으로 미룬다면, 권한대행인 황교안이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정상적으로 이끌 수 있다. 황교안은 망신살이 뻗칠대로 뻗친 박근혜보다는 더 자유롭게 나쁜 정책들을 지속하고 공안탄압 등 역습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탄핵 추진으로 가는 것의 속내는 무엇일까? 이들은 탄핵소추를 가결해 박근혜의 권한을 정지시킨 것으로써 자신들이 운동의 요구를 국회에서 대변한 것으로 체면을 세우고 정국의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인 사태의 책임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헌재에 넘겨 버리는 것이다.

총리 교체에 목매면서 퇴진 요구와 거리를 두고 영수회담이라는 무리수까지 두던 민주당이 총리 교체보다 탄핵이 우선이라고 하는 것은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로 박근혜 임기가 길어지고 반박근혜 반감이 유지되는 것이 내년 대선에서는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속내일 공산이 크다. 바로 같은 이유로 민주당은 운동 초기에 박근혜 중도 퇴진을 반대했다.

그래서 무책임한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요구는 온갖 개악들을 철회·중단시키자는 염원이기도 한데, 주류 야당들의 탄핵 프로세스에선 그런 전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야당들도 일정하게 운동의 성장을 필요로 한다. 현재 자기들이 대 여권 관계에서 일정한 주도권을 쥔 것은 운동이 급부상한 덕분이기 때문이다. 대신 운동을 자신들의 정국 주도를 위한 부속물로 만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국회 탄핵 절차는 위험한 도박이다. 만에 하나, 도저히 쓸모없어진 박근혜를 지배자들이 중도 퇴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972년 미 의회의 닉슨 탄핵 시도는 결국 닉슨 체제의 광범한 부패망이 아니라 닉슨 개인의 거짓말만을 문제 삼아 제거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광범하게 시스템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운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광범한 운동을 건설해 노동계급과 피억압 민중이 체제의 광범한 문제들을 제기하며 스스로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필요한 이유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주류 야당들의 무책임성을 비판하고 국회 논의와 무관하게 계속 “즉각 퇴진” 운동을 건설하겠다고 선포해야 한다. 이 점에서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국회 탄핵 공조에 합류한 것은 옳지도 현명하지도 않다.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있을까

한국의 검찰은 태생부터 ‘산 권력에 충성하고, 죽은 권력에는 칼을 대는’ 정치검찰이었다. 더군다나 현직 대통령 수사는 그 자체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박근혜를 공개적으로 들이받은 것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에 일방적으로 충성하는 집단으로 보여서 만에 하나 차기 정권에서 개혁 대상으로 치부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계산일 것이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국가기관 하나의 이반으로 박근혜의 권력 누수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체제 수호의 전위부대인 검찰이 개과천선한 것은 전혀 아니다. 검찰은 아직 뇌물죄, 제3자뇌물죄 적용 등을 회피했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는 유죄 판결을 받아도 죄질과 형량은 매우 낮게 된다.(탄핵심판은 ‘중대한 헌법적·법률적 위반’을 요건으로 한다.) 그래서 현재의 검찰 공소장으로는 박근혜가 심지어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뇌물죄 배제는 뇌물을 바치고 온갖 특혜(정의당 추산 3조 7천억 원)를 받아 온 삼성, 현대, SK, 한화 등 주요 기업주들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게 해 준다. 게다가 박근혜가 검찰을 통제하는 인적 가교 구실을 해 온 김기춘과 우병우는 혐의조차 안 걸고 있다.

검찰이 지금 여론의 압박 때문에 뇌물죄 혐의 적용을 위한 수사를 하겠다는 둥, 우병우를 수사하겠다는 둥 말을 흘리고 있지만 온전히 믿기만 해서는 안 된다. 운동의 지속적 압력이 있어야만 뇌물죄 기소가 가능해질 것이다.

 설사 뇌물죄로 기소하더라도 수사를 부실하게 해 놓으면 사법부가 재벌들의 혐의를 벗겨 줄 수 있다. 검찰은 면피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치자금 사건으로 정권마다 대통령의 친형, 아들 등이 옥고를 치렀지만, 재벌들이 뇌물죄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구속된 적은 별로 없다.

물론 살펴볼 것은 있다. 검찰이 그동안 운동과 여론이 더 큰 압력을 가할 때마다 조금씩 수사를 진전시켜 왔다는 점이다.

검찰은 박근혜 퇴진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10월 27일에야 비로소 7명짜리 수사팀을 특별수사본부로 격상시켰다. 29일 집회 다음날에 이를 중수부급으로 격상시켰고, 그 주에 최순실을 구속했다. 11월 5일 집회 전날 검사 32명을 투입해 특별수사본부를 역대 최대 규모로 늘렸고, 집회 다음날 우병우를 소환하고 안종범과 정호성을 구속했다.

11월 12일 민중총궐기 다음날에는 박근혜 조사 방침을 밝혔고, 11월 19일 집회 다음날에는 박근혜를 피의자 신분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 세력균형을 살피는 ‘정치’ 수사라는 방증이다. 운동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여권의 역습에 허를 찔리면, 검찰은 금세 발을 빼려 할 수 있다.

박근혜 퇴진(과 구속)의 핵심 열쇠가 국회나 수사와 재판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더 강해지는 데에 있다는 뜻이다. 전자는 뒷북치기일 뿐이다.


특검은 양날의 칼

지난주에 국회를 통과한 ‘최순실 특검’은 검찰에 대한 불신과 더 철저한 수사를 명분으로 사람들의 지지를 구했다.

그러나 수사 대상에 박근혜가 명시되지 않았고, 출범에만 사실상 한 달 가까이 걸리는 점, 수사 기간이 70일밖에 안 되고, 그나마 연장이 가능한 30일은 바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허점이 많다.

검찰이 그나마 늦게라도 확보한 증거들을 모두 특검에 전달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동안의 특검이 권력의 심장부를 제대로 찔러서 유죄 처리한 적이 없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이 나라에서 검찰 권력의 주된 수단은 기소 독점주의였기 때문에 검찰은 이에 반하는 특검에 반감이 많다.

지금도 특검은 박근혜와 검찰 양쪽에 시간 끌기의 핑계가 되고 있다. 박근혜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를 받겠다며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특검 출범 전에 면피용 결과를 내놓으려고 서두르고 있지만, 특검이 출범하면 검찰이 부실 수사를 해도 면피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반발이 박근혜와 싸우게 하려면 특검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대중 운동을 더 강화해야 한다.

입력 2016-11-25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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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국정 교과서를 폐기하라

김현옥 (고교 역사교사)

역사를 둘러싼 싸움은 정치 투쟁이다 ⓒ 이미진

11월 28일 교육부가 한국사 국정 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국정 교과서에 대한 반대는 매우 광범하다. 전교조는 30일 ‘박근혜 정권 퇴진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며 연가 투쟁을 한다. 전국역사교사모임과 역사과·역사교육과 교수들 5백60여 명도 국정 교과서 철회를 요구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보수적인 한국교총조차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법원은 집필 기준과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은 교육부의 ‘복면’ 집필 과정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도 국정 교과서 폐기를 요구했다. 야당들은 국정화 금지법을 발의했다.

이런 광범한 반대 때문에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와 기존의 검정 교과서를 혼용하는 방안을 청와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근혜는 국정 교과서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박근혜는 국정 역사 교과서를 통해 친일과 독재 전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친재벌·친제국주의 정책을 추진해 온 지배자들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정통성을 확립하고자 했다.

국정 교과서를 만드는 국사편찬위원회(국편) 위원장 김정배는 1982년 고교 《국사》 교과서 연구진으로 전두환의 12·12 쿠데타와 광주 학살을 미화하는 국정 교과서를 만든 인물이다. 김정배를 비롯한 뉴라이트들은 한국사 검정 교과서들이 ‘좌편향적’이어서 국정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 왔다.

그러나 검정 교과서들은 전혀 ‘좌편향적’이 아니었다. 보수적 성향인 전 국편 위원장 이태진 교수는 “총 8종의 검정 역사 교과서 중에 중도는 3종밖에 없고, 중도 우파가 4종이며, 그리고 우파가 1종(교학사 교과서)”이라고 고백했다.

박근혜 정부가 올해 펴낸 국정 교과서 《초등 사회 6-1》은 현 정부가 원하는 역사 수정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을 받아들여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일본군의 ‘위안부’ 전쟁 범죄 서술과 사진을 삭제했다. 박정희 시대 새마을 운동을 강조하고 빈부격차와 노동자들의 문제를 삭제해 시장주의와 경제 성장을 찬양했다.

이미 교육부는 2011년 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수정한 바 있다. 이는 4·19혁명에서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진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반공과 시장경제 발전의 논리로 대체한 것이다.

대한민국 수립?

아직 한국사 국정 교과서의 내용을 알 수 없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했다. 그러면 ‘건국’에 참여했던 자들은 ‘건국 공로자’들이 된다.

그러나 ‘건국 공로자’들 대부분은 친일파이자 해방 후 미 군정을 등에 업고 노동자·농민·좌파를 잔인하게 탄압한 자들이다.

1948년 8월 15일 한반도 남쪽에 수립된 정부는 해방 후 노동자·민중의 투쟁들 — 공장자주관리 운동, 1946년 9월 총파업과 10월 항쟁, 1948년 4·3 제주 항쟁 — 의 무덤 위에 세워진 것이다.

즉, 박근혜의 역사 수정은 친일파의 후예인 현 기득권 세력에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2008년 법률을 개정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 이들은 4·3 제주항쟁을 도륙한 ‘서북청년회’를 건국 공로 단체로 선정하려고도 했다.

이런 일을 하는 의도는 ‘친일 세탁’이나 ‘독립운동 의미 축소’만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체제를 “국가의 기본”으로 삼기 위한 것이다.

뉴라이트의 기본 논리는 자본주의적 발전 가능성이 없었던 조선에 일본 제국주의가 자본주의 시장체제를 도입했고(식민지 근대화론), 해방 후 ‘건국 노력’을 통해 이 체제를 확립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들이 ‘과거를 지배’하고 그것을 통해 ‘미래를 지배’하기 위한 것이 국정 교과서 발행 목적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해석을 둘러싸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국가주의 이데올로기가 강화된 국정 교과서는 철회돼야 마땅하다. 같은 맥락에서 검정제도 국가가 집필 기준을 제시하는 등 약점이 있다. 따라서 자유발행제로 나아가야 한다. 자유발행제 하에서는 전교조가 만든 4·16세월호 교과서와 같은 정부 비판적 교과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입력 2016-11-25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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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총투표

지도부의 동요에도 조합원 70퍼센트가 파업에 찬성하다

박설

△박근혜 퇴진 집회에 참가한 금속 노동자들 ⓒ조승진

11월 23~24일 진행된 ‘박근혜 퇴진을 위한 금속노조 총파업 찬반투표’가 70.26퍼센트의 높은 지지로 가결됐다. 주요 대공장의 하나인 한국지엠지부와 기아차지부에서는 찬성률이 각각 84.4퍼센트, 79.1퍼센트로 압도적이었다.

찬반투표 기간 동안 사용자들은 ‘민주노총·금속노조에 휘둘려선 안 된다’, ‘정치파업 하면 노동자들만 손해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박근혜 퇴진 투쟁을 결코 남의 일로 여기지 않았다.

예컨대,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박근혜 정권 퇴진 조합원 시국대회’를 열고 공장 밖으로 나와 거리 행진을 벌였다. 조선업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저지와 박근혜 퇴진을 내걸고 파업과 시위에 나섰다.

11월 12일에는 금속노조 조합원 2만여 명이 다른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함께 1백만 행진의 선두에 섰다. 현대차와 기아차에서도 수천 명씩 참가해 활력을 보여 줬다.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 파견 확대 등 노동개악을 추진해 온 박근혜 정부와, 박근혜에 수백억 원의 뒷돈을 대 준 삼성·현대차 등 재벌들에 분노를 터뜨렸다.

이런 열기 덕분에 현장에 찬반투표 공고가 난 지 1주일도 되지 않고, 주요 지부 지도부가 뒤늦게 공개적으로 파업 가결을 호소했는데도, 가뿐히 파업이 가결된 것이다.

그런데 현대·기아차 등 금속노조의 일부 지도자들은 ‘현장이 파업할 준비가 안 됐다’, ‘파업 날짜를 미리 정해 놓고 찬반을 물으면 혼란을 줄 수 있다’며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서 현대차에서는 파업 지지율이 47.6퍼센트로 절반에 조금 못 미쳤다. 박유기 지도부가 파업에 열의가 부족하다는 점을 조합원들이 모르지 않았을 것이고, 얼마 전까지 진행된 대의원 선거 기간 동안 활동가들이 박근혜 퇴진 투쟁을 잘 연결시키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장 조합원들의 분노가 높지만 사업장별로 지도부의 열의 정도에 따라 찬반투표 결과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지난 21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의 36퍼센트가 ‘파업 찬반투표가 아니라 오늘 총파업을 결정하자’는 수정안을 지지했다. 24퍼센트는 이에 더해 파업 시기를 당기고 수위를 높이자는 수정안에도 찬성했다.

비록 현대차에서 찬성률이 절반에 못 미쳤지만, 금속노조 총파업 찬반투표는 가결됐다. 따라서 현대차 박유기 집행부는 28일 자체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파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식으로 투쟁을 회피하지 말고, 즉각 파업 동참 방침을 밝혀야 한다.

기아차지부도 30일 예정된 지부 대의원 선거를 핑계로 파업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김성락 집행부는 “압도적 가결이 되더라도 무조건 파업 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고 말했다.

높은 지지로 파업을 가결시킨 조합원들의 의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노동조합 민주주의의 전제는 행동 통일이다. 현대·기아차의 활동가들은 11월 30일에 모두 다 함께 파업에 나설 수 있도록 현장에서 투쟁을 선동해야 한다.

입력 2016-11-25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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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박근혜의 ‘세월호 7시간’

어디에 있었냐가 아니라 무엇을 했냐가 쟁점이다

김승주

‘세월호 7시간’이란 박근혜가 세월호 참사 당일 최초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 오전 10시 15분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낸 오후 5시 15분까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11월 19일 4차 범국민행동의 사전대회로 ‘박근혜 7시간 시국강연회’가 열리고, ‘뉴스룸’과 ‘그것이 알고 싶다’가 세월호 7시간을 파헤치는 등 세월호 쟁점이 퇴진 운동 속에서 주목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가만히 있으라", 진실을 요구하는 운동에는 "알려고 하지 마라"

11월 19일 청와대는 웹사이트에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어디서 뭘 했는가 ―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청와대 해명에 따르면, 같은 시각 박근혜는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 있었다. 박근혜는 오전 10시에 세월호 관련 서면 보고를 받은 뒤 10시 15분과 10시 22분에 최초 지시를 내렸다. “철저히 구조하여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게 다였다.

그러나 이미 그 시각 세월호에서는 생사가 갈리고 있었다. 10시 21분, 죽을 힘을 다해 스스로 기어 나온 여학생이 이 참사의 마지막 생존자였다. 10시 30분에 세월호는 완전히 뒤집힌 채 3백4명의 희생자와 함께 가라앉고 있었다.

박근혜는 참사가 발생한 시각(오전 8시 49분)으로부터 8시간이 지나서야 대중 앞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그때까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3백4명의 생때같은 목숨들이 배 안에 갇혀 열 손톱이 부러지도록 유리를 긁고 있던 시간에 박근혜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온 나라가 각자의 일상을 뒤로 한 채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 종일 생방송만 보고 있을 때 박근혜는 도대체 뭘 하느라 상황을 그토록 몰랐을까?

청와대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다 해도, 박근혜는 계속 관저에서 서면이나 전화로 보고를 받기만 했을 뿐 아무 일도 안 했다. 세월호 7시간 동안 박근혜에게 들어간 보고들은 ‘대답 없는 메아리’였다.

박근혜가 ‘세월호 7시간’ 동안 관저에서 뭘 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박근혜가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써 가며 차움의원을 이용했고,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차움의원이 박근혜의 주사제를 최순실에게 대리 처방해 줬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굳이 숨겨 가며 받아야 할 치료’가 무엇이었는지, 혹시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그 치료를 받느라 대응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은 점점 더 증폭되고 있다. 그동안 4월 16일 당일 병원을 휴진하고 골프를 쳤다고 해명해 온 김영재 성형외과 의원 원장이 참사 당일 프로포폴을 사용했다는 장부가 나오기도 했다.

피하고 싶었던 상상이 점차 현실로 다가올수록 유가족들이 느끼는 심정은 참담하다. “여성 대통령에게 결례라 물어볼 수 없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버티는 전 비서실장 김기춘을 보는 심정은 그 이상의 참담함과 분노를 가져다 준다. 전 민정수석 김영한의 비망록에 따르면, 김기춘은 2014년 7월 18일 수석비서관들에게 “대통령의 4월 16일 동선과 위치에 관해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박근혜와 청와대에게 세월호 7시간은 ‘낙타의 등뼈를 부러뜨릴 마지막 지푸라기’일 수도 있다. 그래서 기어코 진실을 감추려 할 것이다. 세월호 인양을 연기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을 박근혜 퇴진 운동의 바다로 진수하기 시작했다. 사실 박근혜 퇴진 운동의 초기부터 세월호 운동이 함께했다. 세월호 참사도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부패가 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기도 하다.

국회의 지리한 교섭이 아니라 거리의 운동이 떠오를 때가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할 절호의 순간이다.

박근혜에게 사고 당일 7시간의 행적을 밝히고 구속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하는 세월호 가족들. ⓒ이미진

입력 2016-11-25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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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항의 시위는 계속돼야 한다

지금 박근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지율이 몇 주째 5퍼센트 이하인 사면초가 신세도 위협이겠지만, 지배계급의 한 주요 부분이 그를 버리기로 한 것이 더 큰 위협일 것이다. 

이는 검찰이 그를 뇌물죄로 기소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방증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무성이 야당들의 탄핵소추에 가세하기로 한 것으로도 방증된다. 한때 친박 좌장이었던 김무성의 집안 배경을 보면 그가 십중팔구 지배계급 주요 부분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부친은 ㈜전방 회장이었고, 형은 경총 회장이었고, 장인은 경향신문 사장과 공화당 국회의원이었고, 사돈은 바로 현대그룹 회장 현정은이다. 조카장인과 조카사위 등등 다른 친인척 상당수도 막강한 세도가들이다.

한편 지배계급의 다른 주요 부분은 박근혜 탄핵소추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에게 뇌물을 준 삼성 이재용과 SK 최태원 등등은 박근혜의 몰락이 자신들의 (재)수감과 대가성 사업의 곤란을 동반할 것이므로 탄핵소추에 쉽사리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자신이 강력하게 버티고 있다. 대통령은 단순히 자본가 계급의 집행 책임자인 것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국가기관으로, 그 자신이 지배계급의 주요 일부분이다.

따라서 탄핵 의결과 헌재 심판, 또 이후 대선까지 전체 정치과정이 지배계급의 내분으로 점철될 것이다. 그리고 우여곡절과 함정이 있어서 국민 대중을 당혹케 할 경우가 왕왕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은 항의 운동이 계속돼야 하는 것이다.

이제 박근혜가 퇴진해야 하는 이유 자체를 새삼 생각해 봐야 한다. 분명 박근혜 게이트로 불리는 정치적 부패는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그것이 그가 물러나야 할 유일한 이유인가?

거대한 대중 시위가 지배계급의 분열을 낳았다. ⓒ사진 이미진

온갖 못된 짓

그는 불황을 조금치도 완화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불황의 효과를 노동계급과 대다수 여성, 서민에게 떠넘겨 우리의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조선업 고용조정(해고와 비정규직화, 임금 삭감)과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등은 가장 최근의 사례일 뿐이다. 이보다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도 사례가 너무 많아져 제목 나열만 하는 것도 불가능할 지경이다.

그는 미국과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게 매우 후하고 관대하게 군사적 이득과 편의를 봐 줬다.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협정은 그 최근 사례일 뿐이다.

그는 진보당을 강제 해산시키고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합법성을 박탈하는 등 정치적 기본권과 노동기본권 등을 일부 유린해 왔다. 국민 속에서 ‘권위주의로의 회귀’라는 공포심을 조장하려 애쓴 책임이 있는 것이다.

박근혜는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지금 야당들은 탄핵소추를 추진함으로써 박근혜 반대 운동의 주도권을 자기 쪽으로 가져오려 하고 있다. 그들의 손안으로 운동의 주도권이 넘어가면 박근혜의 온갖 못된 짓들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되돌려 놓아질 것이다.

특히, 시장 지향의 경제개혁과 노동개혁 등 노동력 착취와 관련된 이슈들은 대부분 거의 손도 안 댈 것이다. 이 와중에도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에 귀도 기울이지 않는 것을 보라.

미·일 제국주의를 돕는 외교적 조처들도 겉치레에 불과한 손질만 한 채 본질적으로 건재하게 될 것이다.

노동계급과 천대받는 다른 사회집단들은 박근혜의 퇴진이 단지 국가 기구 최상층부의 몇몇 인물들만의 교체로 끝나지 않고 폭넓은 개악 철회를 수반하도록 박근혜 퇴진과 자기들 자신의 조건 개선, 둘 모두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둘의 연결은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적 민주주의) 하에서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다. 최순실 딸 정유라가 연루된 이화여대 사례는 이례적일지 모른다.

희망은 막연한 낙관 아니다

박근혜 퇴진과 대중의 고유한 부분적 요구들이 서로 연결되려면 운동이 훨씬 더 폭넓은 계급투쟁으로 확대돼야 한다. 

그래서 단지 일부 국가기관 상층부를 차지한 인물들만을 교체하는 것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문제 삼도록 발전해야 한다.

물론 박근혜가 즉각 퇴진하는 것 자체만도, 또 그가 탄핵으로 물러나는 것 자체만도 진보이다. 모두 대중 항의 운동의 효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르크스주의자는 현재의 운동을 흠뻑 지지한다.

하지만 진보가 더 이상의 진보를 보증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소박한 낙관이다. 박근혜가 물러나도 황교안 같은 ‘공안’통이 어떤 권모술수와 야비한 계략으로 박근혜 퇴진 운동 내의 특히 진보·좌파 진영을 이간해 각개격파하려 들지 고려해야 한다. 

통치자들, 특히 그들을 배출한 지배계급은 허수아비가 아니다. 정치투쟁은 우리만 하는 게 아니고 적들도 한다.

게다가 야당들은 체제의 프레임 안에서 활동하고 그걸 지키는 데 헌신하기로 공적 약속을 한 세력이다. 그러므로 조만간 항의 시위를 중단시키려 들 것이다. 마치 온건한 노조 지도자가 교섭을 위해 ‘이 정도면 됐다’ 싶으면 쟁의를 중단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1987년 6월항쟁과 뒤이은 7~8월 대파업처럼 혁명적 좌파와 노동계급이 분출했던 대중 투쟁도 그해 말 대선에서 노태우가 승리하고, 1990년 1월 김영삼의 배신으로 3당 합당이 벌어지고, 1991년 분신정국에도 노태우를 퇴진시키지 못하고, 1992년 연말 김대중이 패배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2년 9~10월경 노태우가 민자당을 탈당하고 중립 내각이라는 게 들어섰지만, 중부지역당(소위 민애전) 사건 등 마녀사냥은 극에 달했다. 이 글의 필자 자신은 당시에 다른 조직 사건으로 한두 달마다 반지하 월셋방을 전전하던 끝에 체포돼 수감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박근혜 즉각 퇴진도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이후’를, 특히 위도 위이지만 아래를 생각해야 한다. 결국 천대받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이 해방되고 싶어서 하는 운동 아닌가.

입력 2016-11-25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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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준비에 나선 KBS 노동자들

‘청와대 방송’ 되기를 거부하다

윤필언

KBS 노동자들이 11월 24일부터 30일까지 ‘공정방송 쟁취, 보도 참사 · 독선 경영 심판을 위한 공동(민주노총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동조합)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공영방송의 보도와 운영에 청와대가 손을 떼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 KBS가 ‘청와대 방송’으로 비춰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나선 것이다.

노조는 공영방송이 정권에 장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첫 출발로 사장 선임이 여당 측 인사들만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일명 ‘언론장악 방지법’)이 발의돼 있다. 공영방송 이사를 13명으로 늘리고(여야 추천 비율 7 대 6), 사장 임면 시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 동의를 받는 특별다수제 도입 등이 주요 골자다. 여당 추천 이사가 과반을 점하게 돼 여전히 정권의 입김이 작용은 하겠지만, 사장 선임에 최소 2명 이상의 야당 추천 이사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도록 규제를 둔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반대로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그동안 KBS에 청와대 낙하산 인사들을 보내 정권 맞춤 방송을 일삼아 온 새누리당이 “국회나 정치권이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하는 것은 위선이다.

KBS 보도통제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에서 KBS 방송 차량이 참가자들이 부착한 항의 메세지로 덮여있다 ⓒ출처 언론노조 KBS본부

최근 폭로된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영한의 비망록에는 청와대가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수석비서관 회의 등에서 KBS 사장 선임과 이사장 선출 등을 논의하며 깊숙이 개입해 온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 해 11월 현 KBS 사장으로 임명된 고대영은,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을 맡아, 기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친정권적 불공정 보도를 진두지휘한 능력을 높이 사” 사장으로 발탁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언론노조 KBS본부 특보) 이미, 언론시민단체들은 고대영 선임에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김성우가 깊숙이 개입한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렇게 임명된 청와대 낙하산들은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기사들에 대해 통제 · 개입과 노조 탄압을 일삼아 왔다. 고대영은 10월 31일 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위원장을 징계에 회부했다. 고대영이 KBS 임원회의에서 '사드 관련 뉴스'에 대한 보도지침성 발언들을 쏟아냈다고 폭로한 게 그 이유다. 성재호 위원장에 대한 징계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심지어 청와대가 직접 KBS 보도에 간섭해 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현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 내용과 보도 방향 등에 대해 직접 주문을 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성재호 위원장은 “KBS가 마지막 남은 임무가 있다면, 언론장악 방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성과급제

한편, 올해 들어 사측은 성과급제 확대와 임금 삭감, 인사제도 개악(직종 폐지와 부당전보 획책) 시도 등 노동조건 전반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분출하면서 사측의 공격은 유보된 상태지만 말이다.

노동자들은 성과급제 확대와 그에 따른 성과평가에 대해 “회사 경영진과 간부들의 입맛에 따라 개인 성과 평가가 좌우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직종 폐지와 부당전보 등 인사제도 개악을 결합시킬 경우 “이른바 ‘저성과자’로 낙인 찍힌 직원들은 엉뚱한 업무에 배치되고 대폭 삭감된 임금에 울면서 사표와 해고의 압박 속에 시달릴 것이다.”

사측은 광고 수입이 줄었다는 이유로 무려 15퍼센트의 임금 삭감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측의 전반적 노동조건 악화 시도가 관철된다면, 노동자들은 정권과 윗선에 줄 서라는 압력에 더 내몰릴 것이다. 따라서 공정방송 쟁취와 임금·노동조건 개악 저지를 위한 KBS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사측의 버팀목인 박근혜 정권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 공세적으로 투쟁에 나서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KBS 노동자들의 투쟁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자.

입력 2016-11-25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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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박근혜 담화

변명 말고 즉각 퇴진하라 / 이러려고 수백만이 눈비 맞고 시위한 게 아니다

박근혜가 오늘 오후 제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그 내용을 세 줄로 요약할 수 있겠다.

  • 물러나기는 하는데, 하야는 아니다.
  • 죄송하기는 한데, 잘못한 것은 아니다.
  • 국회에 맡기는데, 탄핵은 하지 마라.

결국 박근혜 퇴진 운동은 박근혜에게서 굴욕적인 단어를 받아 냈다. 국가권력 전체를 자기 사유물처럼 여겨 온 박근혜의 입에서 “물러나겠다”는 말이 나온 것은 의미심장하다. 지난 5주 동안 전국에서, 특히 서울 도심에 최대 1백50만, 주말마다 수십만 명 넘게 항의한 덕분이다.

그러나 담화 내용은 즉각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며칠 앞으로 다가 온 국회 탄핵조차 수용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분명한 사기꾼답다.

오늘 박근혜의 담화는 새누리당 친박 중진과 일부 보수 원로 정치인들의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론과 일맥상통한다.

이 책략은 임기 단축 개헌을 통한 퇴진, 형사처벌을 최소화할 보장책, 그리고 향후 새누리당이 최대한 빠르게 재기를 도모할 수 있는 정치 환경을 만들 시간을 (여야 협상으로) 벌려는 것이다. 이런 전망으로 지금 친박들은 탄핵소추 찬성으로 기운 비박계를 붙잡아 여권 분열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박근혜가 야당이 아니라 국회에 논의를 맡기겠다고 한 것도 새누리당을 이후 정치 일정을 관리·수습하는 협상의 주체로 만들려는 수작이다. 그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에 분노한 수많은 사람들이 염원하는 온갖 나쁜 정책들의 중단과 철회도 더 어렵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야당들은 절대 박근혜 담화를 받아들여 여야 협상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 야당 대표들이 오늘 담화를 꼼수라고 규정한 것은 다행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임기연장 수단”, “정치적 술수”에 “급급해 하지 말고 즉각 퇴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박근혜 담화를 인정할 수 없고, “즉각 퇴진”만이 답이라고 즉시 선포해야 한다. 이 점에서 11월 30일 민주노총 파업 집회가 더 중요해졌다. 더 크고 힘차게 치러지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에게는 용서받을 자격도, 시간도 제공돼서는 안 된다. 이 정권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

2016년 11월 29일

노동자연대

입력 2016-11-2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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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민중의 힘에 의지하라

 

△5주째 계속되고 있는 박근혜 퇴진 행동. ⓒ사진공동취재단

여당은 물론이지만 주류 야당의 정치인들도 아래로부터의 대중 행동을 마음 속 깊이 경멸한다. 의미 있고 진정한 정치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광역지방의원 등 공직자들이 하는 활동이라는 것이다.

마치 거리의 정치는 유치하고 하찮은 양, 심지어 말썽꾼들의 사기성 소동이나 되는 양하는 말투다.

자본주의 체제를 지키면서 사회를 개혁하겠다는 주류 야당은 자신의 배신에 대한 노동계급의 비판을 모면하고 지지자들의 좌경화를 막으려고 덕망과 존경 받기의 중요성을 주문처럼 되뇌어 왔다.

심지어 사회민주주의 정당 정의당의 심상정·노회찬 의원조차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신들은 기층 투쟁보다는 점잖은 제도권 정치를 지향한다고 공언했다.

주류 야당 정치인들은 항의 집회와 시위가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렀는데도 박근혜가 물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 곤혹스럽다. 동시에, 그들은 박근혜의 즉각 퇴진도 두렵다. 완전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 모순을 피할 수 있고 안심되는 묘수라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일각에서 제안되고 있는 것이 박근혜 퇴진 촉구 집회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자거나 주류 야당들에 탄핵을 촉구하자는 안(案)이다.

이런 생각의 근저에는 트로츠키가 “의회 크레틴병”이라고 부른, 일종의 운동발달장애인 의회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맥락에서 대중 직접행동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첫째, 박근혜를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듯한 지경으로 몰아넣은 건 박근혜를 직접 공격한 대중 항의 운동이었다. 항의 집회와 시위는 그동안 큰 효과가 있었다. 첫 집회가 열리던 10월 말에 견줘 박근혜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을 하다가 이제 4퍼센트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대 청년 속에선 0퍼센트다!

둘째, 아래로부터이긴 하지만 의회에 압력을 가하는 간접적 행동은 이보다 비효과적인 데다, 지금 이 순간 대중적 직접행동이 활성화돼 있는 점에 비춰 보면 불필요하다.

셋째, 탄핵 프로세스가 우여곡절로 점철돼 있음을 고려한다면(벌써부터 ‘야권 공조’가 삐걱거린다), 의회가 박근혜 퇴임의 행위 주체가 되는 것은 전망이 훨씬 불확실하므로 위험하다.

우리 정치사 속 항의 행동들

우리 나라 최근 정치사에서 항의 행동이 효과를 거둔 사례는 아주 많다. 1987년 6월항쟁은 전두환·노태우로부터 6·29라는 양보를 얻어 냈다. 6·29양보안은 대통령 직선제와 언론·출판의 제한적 자유 등 일단의 제한적 민주적 기본권들로 이뤄져 있었다.(‘제한적’이라 한 이유는 국가보안법에 의한 제약이 매우 심했기 때문이다.)

1991년 5월의 ‘분신정국’은 노태우 치하의 최대 항의 시위였다. 그 시위로 당시 총리 노재봉을 앞세워 정치적 주도권을 되찾으려 했던 군부의 시도가 좌절됐다.

1995년 12월의 한총련 시위는 전두환과 노태우를 광주 민주화 항쟁을 유혈 진압한 혐의로 구속시켰다.

1996년 말 노동법과 안기부법 개악에 항의해 이듬해 초까지 일어난 항의 운동은 민주노총 총파업과 결합돼 개악의 수위를 다소 낮추거나 개악의 발효를 늦추는 효과를 냈다. 그리고 그해 말 대선에서 일당 국가가 와해되는 데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200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일어난 촛불 시위는 이회창을 대선 후보로 앞세운 옛 여당의 정권 되찾기 시도를 좌절시켰다.

2004년 노무현 탄핵을 반대한 촛불 운동도 구여권의 탄핵 시도 좌절시키기를 넘어, 뒤이은 총선에서 구여권을 대패(大敗)케 하고 민주노동당이 대약진하는 것을 도왔다.

2008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촉구 운동을 계기로 일어난 거대한 촛불 시위는 비록 패배했음에도 이명박의 파죽지세 공세를 한동안 주춤케 만들 수 있었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패하게 하는 데 크게 일조했고, 민주노동당이 소생하는 데에도 일조했다.

국제적이고 역사적인 수많은 사례는 일단 제쳐 놓고 논의를 이어 가자.

이 모든 경우에 민주당은 어부지리를 얻는 데에나 몰두했다. 그리고 어부지리로 심지어 그들이 집권할 수 있었던 동안에는 전에 군부-재벌 정당이 감히 못 했던 공격을 자기 지지자들에게 하는 따위의 일이나 했다. 물론 듣기 좋은 감언이설을 늘어놓으며 말이다. 김대중-노무현 하에서 비정규직이 대폭 늘어난 것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민주당은 미국 제국주의자들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을 외교적·군사적으로 도왔고, 민주적 권리의 상징인 보안법 폐지는 전혀 한 걸음도 못 내뎠고, 심지어 과거사 청산도 제대로 하지도 못 했다. 그들은 민중(노동자와 대다수 여성 등 천대받는 대중을 아우르는 말)과 함께 소리치는 걸로 시작하지만 거의 언제나 민중을 배신하는 걸로 끝났다. 말하자면, “1백만 원 삭감 안 돼!” 해 놓고 80만 원 삭감에 동의하는 식이었다.

노동계급의 운동과 조직이 성장한 1980년대 이래로,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개혁을 추구하는 부르주아 개혁주의 정당 민주당은 계급투쟁이 두려워 언제나 운동이 민중주의(반동적 극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국민이 계급을 초월해서 단결해 그 극소수를 권좌에서 축출하자는 사상) 기조를 유지하고 제도권과 의회 안으로 수렴되도록 애썼다. 2008년 촛불 운동이 1백만 명을 결집시킨 6월 10일 직후 그들을 대변한 이데올로그 최장집과 김우창은 의회로 공을 넘기라고 <경향신문>과 <한겨레> 신문을 통해 주장했다. 그 결과는 어물어물하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차 막지 못하고 운동이 패배하는 것이었다.

민중의 힘과 항의가 의회 책략보다 더 효과적인 이유는 첫째, 우리가 사는 사회, 자본주의 사회가 대기업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그 경영자들은 이윤 생산에 의존하는데, 이들은 정치인들의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책략보다는 민중의 힘과 항의에 의해 훨씬 위협받는다. 특히, 정치인들은 길들일 수 있고, 감언이설로 설득할 수 있고, 뇌물 먹일 수 있고, 타협과 양보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반면 민중의 힘과 항의는 정부 행정과 경제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민중 가운데 노동자가 하던 일을 멈추면 사용자들인 기업인들이 보는 손실은 크다. 일터를 점거라도 하면 더욱 말할 나위 없다. 현대차와 기아차 소유주들과 정부가 해당 노조 지도자를 압박하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두 달 전 현대차 파업은 정부로부터 심지어 긴급조정권 발동 위협을 받았다.

계급투쟁

민중 항의의 둘째 효과는 항의 집회 참가자의 의식에 좋은 효과를 미친다는 것이다. 거대한 규모의 집회와 행진을 경험한 참가자는 자기 일상으로 돌아가 지인들(친구, 가족, 직장 동료, 학교 동료 등)에게 자기 경험을 얘기하고 관련 쟁점에 대한 토론을 촉발한다. 이게 여론 형성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민중 항의의 셋째 효과는 실로 가장 중요한 점으로, 민중의 힘 수위가 갑자기 높아지면 지배자들이 감당할 수 없게 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래서 세계 유수의 자본가 신문 <파이낸셜 타임스> 11월 29일치는 박근혜가 즉시 검찰 조사를 받으며 이실직고하든지 아니면 즉시 물러나든지 해야 한국 정치가 안정될 것이라고 조언했던 것이다.(글쎄, 검찰에 이실직고한다고 민중의 힘이 사그라들지 의심스럽다.)

또, 국제 자본가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12월 3일자도 박근혜가 우물쭈물하지 말고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민중 거리 항의가 특히 노동자 대파업 투쟁과 결합돼 지배자들의 제어를 벗어나게 되면, 혁명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다.

물론 아직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특히 노동계급의 투쟁 수위와 의식이 민중주의를 넘어 일반적인 계급투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민중의 힘이 지속되면 참가자들, 특히 노동자와 학생의 의식이 변할 것이다. 평소에 책과 신문, 강좌 등이 변모시키는 것보다 몇 갑절 빠르게 사람을 변모시킬 수 있다. 투쟁을 통해 집단적인 힘과 자신감 고양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사람들한테서 통제력을 박탈해 민중이, 특히 노동계급이 자신감 결여와 무력감을 느끼던 것이야말로 계급의식의 최대 장애물이었던 것이다.

민중의 힘이야말로 박근혜 퇴진과 퇴진 ‘이후’를 이어 줄 고리인 것이고, 노동자의 힘은 특히 ‘잃어버린 고리’인 것이다.

입력 2016-12-0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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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최태원·신동빈 등 비리 재벌 총수 구속하라

김어진

재벌은 피해자가 아니라 또 하나의 몸통이다.

특히 삼성 이재용은 박근혜 재단과 최순실·정유라 모녀에게 2백여억 원을 준 답례로,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 4.1퍼센트(약 8조 원)의 통제권을 거머쥐었으니 그야말로 최대 수혜자다. 2017년 장애인 관련 복지 예산과 영유아 대상 무료 예방접종 예산을 삭감한 보건복지부는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노동자들의 노후 자금(국민연금) 6천억 원을 퍼부었다. 박근혜 정권의 의료 민영화 정책도 차병원 그룹과 삼성의 헬스케어 산업을 전폭 지원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뇌물 1백28억 원을 준 현대는? 1백조 원이 넘는 사내유보금 중 일부를 서울 삼성동 땅 투기에 써서 기업 소득 환류세(일종의 ‘사내유보금 과세’) 8천억 원을 납부해야 했지만, 이를 사실상 면제받았다. 롯데와 SK는? ‘유통업의 황금알 낳는 거위’라는 면세점 입찰 참여뿐 아니라 검찰 내사 무마와 사면 약속을 얻으려 했다.

정의당 부설 연구소에 따르면, 재벌들이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건넨 8백억 원으로 얻을 특혜는 약 3조 7천억 원에 이른다. 삼성반도체 공장 산재 피해자에게는 “1백만 원짜리 수표 5장으로 해결”하려 하고(고 황유미 씨 아버지), “노조도 못하게 하더니 권력 앞에 돈 갖다 바친 재벌들”도(건설노조 현수막) 부패의 몸통이다.

박근혜·최순실의 공범, 삼성 총파업에 나선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삼성 본관에서 이재용 구속을 요구했다. ⓒ조승진

재벌의 추악한 역사

재벌의 역사는 노동자의 피와 땀을 뇌물로 사용해 막대한 특혜를 누린 비리와 범죄의 역사다. 현대, 삼성, SK(옛 선경), 한화 등은 1950년대에 창립됐는데, 그 초기 자본금을 ‘공유 재산 사유화’로 얻었다.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농지, 주택, 기업을 헐값에 사들이고, 미국 원조 물자를 약간 가공해 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겼다. 삼성 이병철은 이승만에게 정치자금 4억 2천5백만 환을 주고 제일제당과 제일모직 같은 옛 일본 기업을 헐값에 받아 챙겼다.

군사정권은 세금 감면, 금융 특혜, 노조 활동 제한법 등으로 재벌의 뒤를 봐줬다. 그 결과 현대, 삼성, LG(옛 럭키금성), 선경 등 많은 기업들이 조선, 자동차, 전자, 화학 등에 진출해서 독과점 지위를 누렸다.

재벌들은 국가 산업을 불하받아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예를 들어 SK는 1980년대에는 국영 정유회사인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를 매입했고, 1990년대에는 노태우의 사돈 기업이 돼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했다.

뇌물과 특혜 봐주기는 항상 있는 일이었다. 현대 정주영은 국가 고위 관료들에게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상납했고, 삼성 이병철 등은 전두환 판 미르재단인 일해재단과 노태우 비자금 조성에 출연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대중의 아들들과 현 국민의당 국회의원 박지원도 뇌물을 받아 수감 생활을 했고, 노무현 대선 캠프도 ‘차떼기’로 1백13억 원을 받았다.

그동안 재벌들은 뇌물을 쓰며 막대한 득을 보면서 손실은 사회로 떠넘겼다. 재벌 총수들도 박근혜와 함께 구속돼야 할 이유다.

입력 2016-12-0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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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전국 2백30만 참가

160만의 “즉각 퇴진” 열차 청와대로 돌진 ― 시위 규모 기록 또 경신

특별취재팀

[종합] '연쇄담화범' 박근혜가 대중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전국에서 2백만 넘겨, 서울과 전국에서 역대 최대 시위

본대회가 끝난 후 광화문광장 북단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광화문사거리에서 종로, 서대문 방향으로 해서 사직로로 수십만 명이 행진을 시작했다. 서울시청 앞 대한문까지 늘어선 대열은 행진에 참가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오늘 행진은 지난주보다 더 거세고 성난 기세가 확연했다.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에서도 최대 규모로 집결했다. 각 지역에서도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참가도 인상적이었다.

많은 자유발언에서 세월호 7시간이 언급됐다. 이 사건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줬는지 새삼 알 수 있었다.

많은 발언에서 단지 박근혜 개인의 죄상을 뛰어 넘어,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사회 현실과 박근혜 퇴진을 연결시키는 언급들이 많다. 운동이 성장하면서 급진화하는 징조다.

박근혜가 담화를 하자, 주류 야당과 언론에서는 박근혜의 덫이라는 말이 많았지만, 사람들은 전혀 박근혜의 덫에 걸리지 않았음을 보여 줬다.

지금 정국을 규정하는 정치적 대립 전선은 박근혜와 거리의 즉각 퇴진 운동 사이에 있다. 국회는 이를 자신들의 주도 아래 중재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덫이라고 할 때는 그것은 박근혜의 몽니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 자신들이 감당하기 힘든 민중의 힘에 대한 두려움을 가리키는 것이다. 정의당과 민중연합당도 "즉각 탄핵" 팻말을 들고 나왔는데, 표결 날짜가 정해진 상황에 좀 맞지 않아 보였다.

오늘 또 다시 거리의 노동자·민중이 지금 정국을 결정지을 수 있는 주역임을 보여 줬다. 그러나 박근혜는 우리 말을 곧바로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청와대 앞 행진을 포함해, 거리와 작업장에서 투쟁은 계속돼야 하고, 더 커져야 한다. 곳곳에서 박근혜가 공고히 해 온 적폐에 맞서 진격해야 한다.

△청와대를 향해 가두행진하는 촛불들 ⓒ이미진

△‘연쇄담화범’ 박근혜는 대중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이미진

못기다려! 국회탄핵 촛불의 민심은 박근혜 즉각 퇴진이다 ⓒ이미진


△부산 ⓒ박준희

△광주 ⓒ김승현

△춘천 ⓒ최민혁


자유발언대들에서 쏟아진 참가자들의 목소리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7시간 낱낱이 밝히고 진상 낱낱이 밝혀서 아이들 희생이 헛되지 않고 안전한 나라에서 살 수 있는 권리 보장 받을 때까지 끝까지 맨 앞에서 함께 하겠다.”

세월호가족협의회 전명선 위원장

“요즘 슬프고 화가 나서 잠이 안 온다. 세월호 유가족만 생각하면 너무 슬프고 화가 난다. 그 때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대통령을 위해 왜 명예로운 퇴진을 시켜줘야 하나? 당장이라도 머리끄덩이 잡고 끌어내리고 싶다. 국민들은 매일매일 끓어오르는 화를 참고 있다. ... 박근혜 당신은 아버지가 어떻게 대통령에서 내려 왔는지 기억하지 않나? 국민들의 뜻을 거스르면 어떻게 되는지 역사에 똑똑히 남을 것이다.”

남양주 학부모

“6주 만에 처음 나왔다. 사실 지난 대선에 박근혜 찍었다. 무지무지하게 후회한다. 촛불 안 나오면 죽을 때까지 후회할 거 같아서 나왔다. 내 손으로 뽑은 박근혜, 이젠 하야시키고 싶다! 새누리당 보고 찍었었는데 새누리당도 해체하고 싶다!"

중년 남성

“박근혜 3년 반 동안 경제성장률 떨어졌고 실업률 올라갔고 물가 올라갔다. 대체 뭘 하는 건가? 박근혜는 퇴진하라! 지금 당장 퇴진하라!”

30대 청년

“촛불이 끝나는 것은 세월호 7시간 진실이 풀리고 책임질 사람이 모두 책임지는 그날이어야 한다. ... 포기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 누가 이기나 보자!”

안성에서 시국선언을 준비하는 고2학생

"여기 나온 결정적 계기는 3차 담화다. 당시 가족들과 베트남 여행중이는데, 거기서도 방송해 주더라. 그래서 봤는데, 끓이고 있던 라면 물이 채 끓기도 전에 벌써 끝나고 들어가더라. 황당했다."

한 여학생 

“저는 교복에 세월호 뱃지를 달고 다닙니다. 어떤 어른들은 학생이 무슨 정치냐고 합니다. 학생은 정치하면 안 됩니까? 당장 우리 앞에 국정 교과서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보수 어른들이 뭐라 하든 꿋꿋이 싸울 겁니다.”

배화여중 3학년 학생

“운전석에 면허 없는 사람이 앉았는데 좀 있다 내려오게 해도 됩니까? 당장 끌어내려야 하는거 아닙니까? 그거 가만히 두는 것도 불법입니다. 광장의 시민들이 당장 퇴진, 당장 구속을 요구하며 싸울 겁니다.”

중년 여성

“지난 56년간, 우리 열심히 살았는데, 성실히 근면하게 살았는데 여전히 집 한 칸 없다. 성실 근면은 우리를 조종하는 자들이 강요한 미덕이었다. 그래서 이 나라가 싫어서 내년에 아내, 딸과 함께 동티모르로 가려고 준비 중이다. 그러나 만일 박근혜가 올해 안으로 퇴진하면 안 갈 생각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56세라고 밝힌 애니메이션 감독 

“재벌 스스로 피해자라고, 검찰도 재벌이 피해자라고 한다. 그러나 재벌이 피해자인가? 재벌총수야말로 비리의 공범들이다. 뇌물죄로 엄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재벌 총수들이 8백억 입금한 다음날 어떤 일이 벌어졌나. 노동개악법, 의료/철도 민영화 등. 재벌 독대 후 sk 등 재벌 사면됐다. 정몽구는 비정규직 불법파견 범죄 덮고 노조 탄압 범죄 덮었다. 이재용은 권력 승계 위해서 국민연금에 손 댔다. 박근혜와 재벌총수들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

반올림 상임 활동가 이종란 

“역대급 촛불로 3차 담화에서 그나마 물러나겠다고 말하게 했다. 그런데 물러나기는 하는데 하야는 아니라고 한다. 누구를 바보로 아느냐. 열 받는다. 즉각퇴진 촛불이 더 타올라야 한다. 철도처럼 노동자들이 일손 놓고 함께 싸워야 한다. 그렇지 않느냐. 대학생들이 거리로 더 많이 나와야 한다. 박근혜만 내쫓는 것이 아니라 온갖 개악정책 다 바리바리 싸서 버리자. 노동개악 교육개악 온갖 개악 갖다 버리고 세월호 인양하고 진실규명하자.”

전국대학생시국회의 한국외대 학생 박혜신 

“박근혜가 아름다워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피부 시술이 아니라 당장 내려와서 수사 받는 것이다.”

초등학생 5학년생 

“박근혜 꼼수 하나도 통하지 않았다. 역대 가장 많이 운집했다.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가. 데모만 20년 했는데 여기까지 와 본 것 처음이다(우와!) 60대이신 대구 선생님 한 분이 20대에 박정희 독재에 맞서 싸웠는데 지금은 그 딸래미 치우려고 싸우고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박근혜가 3차 담화에서 물러나겠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자기들끼리 물어뜯고 공멸하는 퇴진 봐야 하지 않겠나. 다음주에 탄핵 부결하면 이 자들 다 청산하자. 탄핵이 가결되면 정치인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라 하겠지만 적어도 반 년은 끌 것이다. 벚꽃 필 때까지 봐줘야 하나! 즉각 퇴진시키자.”

장호종 <노동자 연대> 기자 

“고려대 학생들 5년 만에 2천 명이 모여서 학생총회 성사했다. 박근혜식 구조조정 철회시키겠다고 본관 점거 들어갔다.(박수) 박근혜 온갖 개악에 맞서 노동자가 파업과 거리시위 모두 커져야 한다. 각자의 요구를 내건 투쟁을 하면서 박근혜를 압박하고 개악 철회도 할 수 있다.”

고려대 학생 연은정

“경찰청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경찰 분들 힘드시죠? 죄송하지만 경찰들이 싫다. 세월호 때 담요도 불법 물품이라고 차단한 경찰, 백남기를 죽음으로 몬 물대포, 매일 폭력시위라고 매도하는 공권력 잊지 않을 것이다. 경찰들 무릎 꿇고 국민에게 사죄하라. 차벽이 1백만의 목소리 막을 수 없다.”

한예종 학생 

“딸래미가 나가라 해서 나왔다. 세월호 참사 너무 가슴 아팠다. 가족을 잃은 슬픔 겪어봐야 안다. 6살 딸아이도 정직함을 알고 있다. 자꾸 말바꾸기 하는 박근혜 정부 당장 끌어내립시다.”

6살 아빠 

“아침 7시부터 일해서 허리가 부러질 것 같지만 나왔다. 3차 담화를 보니 오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모욕감이 들었다. 저들은 우리 투쟁에 끊임없이 모욕감을 주고 있다. 세월호 7시간 무엇을 했던 간에 사람이 죽었는데 측은지심도 없다. 괴물들이다. 우리는 지금 괴물들이랑 싸우고 있다. 여러분 힘내서 계속 싸웁시다.”

택배 노동자

“대국민 담화 이후 야당이 우왕좌왕하고 범죄자 박근혜는 퇴진 시기를 지가 정하려 한다. 정치에서 국민을 배제시키려는 정치인들의 속셈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국민이다 .우리가 물러나지 않고 계속 싸워야 한다.(박수) 철도 노동자 분들이 싸우고 있는데 대체인력도 고용했다는데 의로운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

고3 학생 

“시민들은 김밥으로 한끼 배를 채우는데 박근혜는 2천5백만 원어치나 비타민제를 샀다고 합니다. 우리는 청와대 지붕도 제대로 못 보는데 최순실은 그 곳을 내 집 드나들 듯 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수원에서 온 60대 주부

“이번 촛불 집회는 우리에게 희망을 줬습니다. 박근혜 다음 어떤 정권이 들어오더라도 국민들을 속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40대 주부

“저는 14년 째 비정규직으로 살았습니다. 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프랑스 역사를 좀 봤습니다. 만약 박근혜가 자기 발로 안내려오면 시민불복종 넘어서서 봉기라도 해서 끌어 내립시다.”

중년 남성 

“나는 촛불이 아니다. 나는 숯불이다. 바람 불면 더 벌겋게 달아오르는 숯불이다! 붉은 눈 더 부릅뜨는 숯불이다!”

대학생 남성 

△청와대 100미터 앞까지의 행진 참가자들. ⓒ조승진

 ⓒ조승진

ⓒ조승진

△본 대회 행진 마무리 후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 다시 모인 참가자들. ⓒ조승진 

△촛불이 진짜 횃불이 됐다. ⓒ조승진

ⓒ조승진

ⓒ조승진

[제1보(사전집회/행진 보강)] "박근혜를 구속하라", 청와대 향해 행진 시작(오후 7시 30분 현재 서울 150만 명 추산)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 1백50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 부산 20만 등

본대회가 진행 중인 지금, 1백만 명이 훨씬 넘게 모인 듯하다. 일주일 만에 다시 역대 최대 집회가 될 듯하다. 

청와대 1백 미터 앞에서부터 덕수궁 대한문까지, 종각, 서대문 방향으로 인파로 넘치고 있다. 육안으로 봐도 이미 지난주 최대치에 버금갈 상황이다. 오후 7시 현재, 부산에서도 역대 최대인 20만 명이 모였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대구도 4만 명이 넘었고, 광주도 7만 명이 넘었다. 울산도 퇴진 집회 시작 후 최대인 1만 5천 명이 노동자들 중심으로 모였다.

대중의 거대한 압력에 밀려서 “물러나겠다”고 말한 박근혜가 정작 “진퇴”의 결정은 국회에게 맡기겠다고 꼼수를 부리자, 민중이 다시금 채찍을 든 것이다. 낮부터 거대한 물결로 청와대 코앞까지 가서 “즉각 퇴진”과 “구속하라”를 외치고 있다.

법원의 허용으로 청와대 1백 미터 앞까지 진격한 4시 행진에도 수십만 명이 참가했다. 맨 처음 광화문광장을 출발한 세월호 행진 대열 뒤로 참가자들이 사직로 전 차선을 메우고 경복궁역으로 향하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가히 민심의 해일이 청와대를 덮치러 가는 기세였다.

2시 사전집회들부터 곳곳에서 본지 취재기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전한, 오늘 단연 인기 있는 구호는 “박근혜를 구속하라”였다. 국회 탄핵은 미봉책일 뿐, 대중의 바람은 즉각 퇴진과 구속 수사인 것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명예로운 퇴진과 유리한 퇴진 시기를 결정할 자격이 없다.

이번 주는 탄핵‘조차’ 반대하는 새누리당의 뻔뻔함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야당들의 자칭 ‘탄핵 열차’도 비둘기호 수준의 완행 열차인 게 확인됐다. 사람들은 박근혜만이 아니라 국회도 거리의 민심을 따를 것을 요구한 것이다.

광화문광장과 세종로, 태평로 곳곳에서 열린 여러 사전 행사 중 한 곳에서 한 민주당 의원이 “지난주에 박근혜 담화 보고 우왕좌왕하셨죠?” 하고 묻자, 지나던 한 중년 여성은 “지네가 우왕좌왕해 놓고, 누구보고 우왕좌왕했다고 그래” 하고 짜증을 냈다.

박근혜 담화에 흔들린 것은 주류 정당들이었지, 대중이 아니었음이 확연히 드러났다.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사전집회들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두 곳에서 열린 노동자들의 집회였다. 노동자 수천 명이 모였고, 미리 나온 시민들도 함께하면서 공공성 수호와 임금 개악 반대, 비정규직 차별 반대에 목소리를 합쳤다.

언론에서 사전 행사로 여의도 집회를 부각했음에도 조직 노동자들 중심으로 광화문에서 수만 명이 모여 노동 의제 집회를 연 것은 고무적이다. 노동자들이 이 운동에서 중심적 구실을 할수록 이 운동은 강해질 것이다. 이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힘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이 연단에 올라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 모인 1백50만 명의 '박근혜 퇴진 6차 범국민행동'에 참가자들이 박근혜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2:30 비정규직 집회

공공운수노조와 금속노조 중심으로 모였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 보건노조 정신보건지부, 금속노조 현중사내하청지회가 눈에 띄는 대열이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윤영금 서울지부장의 발언은 절절했다.
“그림자처럼 유령처럼 일했다. 대통령이 정규직화 약속했다. 그러나 우리는 고용 불안정에 시달린다. 박근혜 씨는 아직도 청와대 앉아 있는데, 우리는 왜 크리스마스에 해고 통보를 받아야 하는가? 서울시교육청은 시설사업소 비정규직 정규직화하라!”
이주노조의 우다야 라이 위원장의 발언은 이 나라에 사는 모든 노동자들이 박근혜 정부의 우파적 정책에 시달려 왔음을 보여 준다.
“박근혜 4년 동안 고용허가제가 계속 개악됐다. 퇴직금 받으려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 명백한 차별이다. 이주노동자들도 박근혜 퇴진까지 투쟁하겠다.”
최근 파업으로 승리한 보건노조 정신보건지부장은 “집단적으로 얘기하니까 힘이 있었다”며 단결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저임금도 못 받고 세금은 다 내는데 박근혜는 그 돈으로 피부 관리 받은 것이냐”고 분노를 표현한 일반노조 톨게이트 지부장의 발언도 큰 박수를 받았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는 열악한 노동의 대가가 대량 해고냐고 정부와 기업들을 규탄했다.
“올해만 14명이 죽었다. 누가 죽어도 시체 치우고 피 닦고 바로 일 투입한다. 분향소도 설치 못하게 한다. 우리는 이렇게 죽어가며 일하는데 해고한다고 한다.”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내려와 박근혜 모이자 비정규직'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공공성지키기 집회


68일차 파업 중인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역시 대열의 중심을 이뤘다. 이 집회가 끝나고 청와대 코앞까지 간다는 얘기에 큰 호응을 보였다.
"철도 민영화 폐기하라", "성과연봉제 폐기하라", "의료민영화 폐기하라."
무상의료운동본부를 대표해 나온 보건의료단체연합 변혜진 기획실장은 박근혜의 의료민영화 추진 실상을 잘 폭로했다.
“박근혜·최순실은 1퍼센트의 회춘을 위해 국민의 의료와 건강을 내팽개쳤다. 규제 풀고 병원 영리 자회사 허용하면서 상업적 의료 부추기던 자들이 1억 5천짜리 회원권 사서 그 혜택을 독점하고 있다. 불법 줄기세포 시술, 주가 조작, 난치성 환자나 암환자에게 임상 시술을 한 라정찬이 계속 무혐의 처리를 받는 것은 박근혜가 뒤를 봐줬기 때문이다. 차움의원과 마찬가지로 진료가 아니라 주주들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미용 성형 중심의 제주도 영리병원이 바로 라정찬의 자회사다. 그러면서 정부는 20조 원이나 쌓인 건강보험료를 안 쓴다. 삼성 등 민간의료보험의 이익을 위해서 말이다. 수백억 뇌물 바친 재벌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박근혜가 퇴진해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
68일차 파업 중인 철도노조 김영훈 위원장은 등장할 때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번 주에 분할된 수서 KTX가 개통된다. 정부는 경쟁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처럼 호도할 것이다. 그러나 휴대전화 통신사를 봐도, 경쟁하면 요금이 내려간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성과연봉제는 최순실을 통해 재벌이 정부에 청부한 정책이다. 우리 철도 노동자들이 기업주를 위한 성과연봉제를 막아낼 것이다.”
어제 광화문역을 박근혜 퇴진역으로 바꾸는 퍼포먼스를 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 활동가도 큰 박수를 받았다.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공공성 지키기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미진

2시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 집회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는 민중연합당, 정의당 서울시당, 민중의꿈, 참여연대, 언론노조, KBS노조 등이 깃발을 들고 참가했다. 시민 수천 명도 새누리당에 항의하러 왔다.
행진 시작 전에 새누리당 깃발 찢기 퍼포먼스를 했고 참가자들이 직접 당사에 걸린 현수막에 달걀을 던지며 분노를 표현했다. 행진 시작할 때 시민 한 명이 경찰 버스에 올라가 새누리당사에 달걀을 던지자 큰 호응이 나왔다
집회를 마치고 3시부터 KBS, 전경련으로 행진한 후 여의도 역 앞에서 행진을 마치고 광화문으로 이동했다.
행진 중에는 ‘박근혜는 퇴진하라, 구속하라’뿐 아니라, ‘새누리도 공범이다, 새누리당 해체하라’, ‘탄핵하라’라는 구호가 많이 나왔다. KBS 앞에서는 KBS 규탄 구호를 , 전경련 앞에서도 ‘전경련을 해체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3시 세월호 행진 

광화문광장 남단 세월호 광장에 수천 명이 모였다. 약식 집회를 하고 출발하자, 몇백 미터도 지나지 않아서 대열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유가족들이 앞장섰고, 대학생시국회의에 가맹한 대학생들, 박근혜퇴진5대종단운동본부의 종교인들이 뒤를 따랐다.
광화문광장 북단을 지나 사직로로 들어서자, 대열은 수만 명이 돼서 전 차선과 인도에서도 세월호 행진 방송차량을 따랐다. 가히 거대한 해일이 밀려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행진 대열에서는 "박근혜 구속하라"가 "퇴진하라"보다 더 많이 외쳐졌다. “박근혜 구속하라! 김기춘도 구속하라! 세월호 인양하라! 재벌 총수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청운동사무소에서 새로이 허가된 청와대 1백 미터 앞 장소로 우회전할 때 전 대열이 환호했다. 바로 이곳이 지난 2년간 세월호 유가족들이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경찰 차벽에 막혀 넘어서지 못하던 곳 아닌가. 복잡다단한 심경일 유가족들을 앞세우고 수만의 대열은 다시금 힘을 내서 "박근혜를 구속하라" 하고 외치기 시작했다. 유가족들은 너나 없이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대열이 청운동 길로 들어선 뒤에 효자동 길, 삼청동 길로도 수만 명이 따라서 행진했다. 각 행진 대열마다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이 길이 뭐라고, 우리 가족들은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울고 신기해야 하나" (세월호 유가족 페이스북) ⓒ조승진

세월호는 올리고 박근혜는 내려라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이 청운동을 향해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삼청동 길 행진

김지윤 씨의 발언이 큰 환호를 받았다.

“박근혜 씨는 자신의 진퇴를 묻겠다 했는데 매우 쉽다. 청와대에서 나와서 감옥으로 직진하면 된다. 박근혜에게는 불명예 퇴진이 정의다.”

한 시민이 외쳐 달라고 방송차에 전달한 구호는 다음과 같다.

“목숨만은 살려 주마, 당장 퇴진하라. 퇴진해서 광명 찾아라”

△3일 오후 '박근혜 퇴진 6차 범국민행동'에 참가한 사람들이 삼청동 방향을 향해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이미진

ⓒ이미진

효자동 길 행진

청와대가 육안으로 보이는 곳까지 대열이 진입했다. 사상 처음이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박근혜는 범죄자다, 지금 당장 퇴진하라!”

방송차 발언이 잠깐 쉬는 사이,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방 빼라!"를 연호했다.

시민들고 온 팻말에는 "하야도 감지덕지"가 눈에 띄었다.

입력 2016-12-0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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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변명 말고 즉각 퇴진하라

김문성

"더는 못 참겠다. 당장 퇴진하라." 지난 5주간의 촛불의 요구는 즉각 퇴진이었다. 11월 26일 5차 범국민행동 거리 행진 ⓒ 사진 조승진

12월 1일 더불어민주당은 이튿날 탄핵 표결을 강행하겠다고 공언했다. 박근혜 대통령 권한을 정지시켜 민심의 명령을 따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대표 추미애가 그날 오전 김무성을 만나 모종의 협상을 시도한 것이 알려지며 허세임이 드러났다. 알려진 정보를 종합하면, 추미애는 ‘1월 말 퇴진 약속’ 방안과 ‘탄핵 가결 협조’ 두 방안을 놓고 김무성과 거래를 시도한 듯하다.

국민의당은 부결 우려를 이유로 1일 발의를 반대해 분노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두 야당 모두 탄핵 부결 가능성에 움츠러들어, 용두사미 꼴이 됐다. 부결되면, 자신들이 운동을 통제하며 국회 안으로 수렴할 수단이 약화된다는 걱정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사실 그들은 운동 초기부터 박근혜 즉각 퇴진 상황을 꺼렸다.

민주당이 탄핵 표결 강행에 정치적 부담(부결 가능성, 의회 내 협상 구조 파탄 가능성 등)을 느낀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에서 박근혜에게 ‘4월 말 퇴진 6월 대선’을 약속해 줄 것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이뤄지면 탄핵 표결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내분이 일시 봉합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는 야당들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물론 일시적 봉합이 될 공산이 크다. 민중의 압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사실 새누리당도 탄핵안 부결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한 보수 언론에 “요즘 토요일이 가장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가결도, 부결도 부담스러우니 여론 반전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보자는 것이다. 비박계도 의견이 통일돼 있지 않다.

결국 여론의 압력에 밀린 야 3당 원내대표들은 ‘2일 발의, 9일 무조건 표결’ 일정에 합의했다. 

12월 1~2일 국회 탄핵 해프닝은 지금 정국의 기본 대립 구도가 ‘여 vs 야’가 아니라 ‘박근혜 퇴진 운동 vs 버티는 박근혜’에 있음을 보여 준다. 이 대립을 국회 협상으로 조정(중재)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퇴진 운동 안에서 온건파들이 난데없이 운동의 타깃을 국회로(즉, 새누리당으로) 맞추고자 하는 것은 틀린 상황 분석이다. 다수가 미조직 노동계급 배경으로 보이는 백수십만 명이 광화문으로 모여 청와대로 행진하는 것은 단지 주최측의 유도라기보다는 이 싸움의 적이 박근혜임을 계급적 직관으로 알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도 나오지 않는 주말 국회 앞으로 투쟁의 무대를 옮기는 것은 운동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다. 민중의 항의 운동을 국회 보조 수단쯤으로 격하하는 일일 뿐이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3일 집회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늦게까지 최대한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도록 조직해야 한다. 그것이 아래로부터의 의사를 민주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박근혜의 꼼수는 대중의 부아를 돋울 뿐

박근혜가 위기 때마다 즐겨 이용한 방법이 집토끼, 즉 우파 결집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탄핵안 발의 논란이 있던 12월 1일 대구 서문시장을 기습 방문한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박근혜로서는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세월호 막말 목사를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앉힌 것도 그런 경우다.

임기 단축을 포함해 “진퇴”를 국회 절차에 맡기겠다고 한 것도 새누리당 비박계에게 당 잔류의 명분을 주려는 것이다. 어떻게든 뭉쳐서 같이 사는 방안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4월 총선 때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서슬퍼렇게 오만을 부리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진 태도다. 사면초가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꼼수다. 인생 자체가 거의 사기임이 드러난 박근혜의 중도 퇴진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도 거의 없다. 따라서 국회가 박근혜의 덫에 걸렸다느니 하면서 그 효과를 과장하는 것은 야당의 자책골 책임을 흐리는 것이다. 야당들의 딜레마는 대중의 즉각 퇴진 요구를 국회 탄핵 절차로 가져간 것이다.

오히려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정권을 크게 타격해 검찰의 이반 등 국가기구를 분열시킨 것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박근혜는 11월 29일 담화에서도 자기는 잘못이 없고, 별도로 해명할 기회를 갖겠다고 얘기했다. 특검을 핑계로 검찰 수사를 거부한 박근혜가 특검 수사도 거부할 명분을 쌓는 것이다. 이미 특검 출범으로 검찰 수사가 사실상 중단되고, 정작 특검은 준비 기간만 20일이나 돼 박근혜는 한 달 이상 수사를 피하고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었다.

특검에 누가 임명되고 포함되는지는 영향이 없지는 않지만 부차적이다. 시간과 인력이 제한된 특검으로는 뭘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정치적 세력균형이 누구에게로 기우느냐가 결정적 변수다.

야당의 탄핵 딜레마와 연동되지 말고 독자적으로 투쟁을

야 3당이 박근혜 탄핵을 추진한 명분은 박근혜의 대통령 권한을 즉시 중지시키는 것이 거리에서 표출된 민심을 국회가 받아안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탄핵 자체가 성난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주말 집회 현장에서는 물론이고, 지난주 <중앙일보> 조사, 이번 주 박근혜 담화 이후 <노컷뉴스>와 등의 온라인 여론조사에서도 “즉시 퇴진”을 지지하는 사람이 “탄핵”보다 몇 배 더 많았다.

지금 국회 세력관계에서 탄핵을 하려면 박근혜와 공범인 새누리당 일부와 협상을 해야 한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설령 가결돼도 헌법재판소 판결을 지루하게 기다려야 하는 문제도 크다.

가령 탄핵소추안 가결 시 헌법재판소에서 검사(소추위원) 구실을 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새누리당)은 탄핵 사유에서 세월호 참사 등의 제외를 요구했다. 국민의당도 이런 주장에 동조했는데, 헌재가 심사할 내용을 최대한 줄여야 탄핵심판 결과가 신속히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커서 2일 발의된 탄핵소추안에는 뇌물죄와 세월호 참사 등이 포함됐다. 그럼에도 이런 안을 가결시키려면 비박계와 손을 잡아야 한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11월 30일 박근혜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 집회를 연 민주노총. ⓒ조승진

힘은 어디로부터 나오나?

그런 상황에서 각 정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선 시기를 따지면서 퇴진 시점을 거래하다 이탈할 가능성이 언제든 있다. 운동이 수그러들 조짐만 보여도 순식간에 자신들만의 이익에 운동을 종속시키려 시도할 것이다.

따라서 운동 내 일부 지도자들이 탄핵 가결을 가장 중요한 문제인 양 여기는 것은 운동보다 국회적 해결책을 중시하는 것이다. 가결을 내세워 배신적 타협을 정당화해 줄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다.

애시당초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국회 탄핵 동조가 나오고,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말로는 ‘임기 단축’에 동의하게 된 것도 박근혜 퇴진 운동의 기세 때문이었다.

그 점에서 민주노총의 11월 30일 박근혜 퇴진 하루 파업 집회는 의미가 있었다. 11월 26일 1백90만 집회의 기세와 12월 3일 집회를 잇는 징검다리 구실을 할 수 있었다.

비록 경제적 효과는 내지 못했어도 잘 조직된 노동자들이 박근혜 퇴진 파업을 한 것은 정치적 상징이란 면에서 좋은 일이다. 또한 이 판국에도 노동개악 시도가 멈추지 않고 있으니, 노동자 운동 측으로서도 위력 과시가 필요했다. 그런데 현대차와 기아차 등 핵심 사업장들에서 노조 지도자들이 4시간 파업조차 꺼리며 매우 소극적으로 파업에 임한 것은 아쉽다.

국회가 아니라 거리와 작업장에서 투쟁의 힘을 극대화해야 한다.

입력 2016-12-0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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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방송 쟁취와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해

KBS 노동자들이 12월 8일 파업에 나선다

윤필언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온 언론 노동자들. ⓒ언론노조

KBS 노동자들이 11월 30일 85.5퍼센트(민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동조합 합계)라는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시켰다. 양 노조는 12월 8일 오전 6시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KBS 양 노조는 “공영방송 위상 추락에 대한 사장 대국민 사과 및 보도 · 방송 책임자 처벌, 공영방송 장악 진상 규명 및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통과, 일방적 임금 삭감 등 독선 경영 철회” 등 3가지 요구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KBS를 ‘청와대 방송’으로 만든 장본인들을 뿌리 뽑고, 여당 측 인사들이 공영방송 사장 선임을 결정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법’ 국회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KBS 사장을 선출하는 KBS 이사회와 MBC 사장을 선출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개정된 법안에 따라 여당 추천 이사 7명, 야당 추천 이사 6명으로 새로 구성돼야 한다. 그리고 새로 구성된 이사 중 3분의 2 이상의 찬성(특별다수제)이 있어야 사장 임명이 가능해진다. 즉, 현 KBS와 MBC 사장이 교체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이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어서, 현재 관련 법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분노

KBS 노동자들은 그동안의 청와대 낙하산 인사들과 그 부역자들이 수 년간 망쳐 놓은 KBS를 이번 기회에 바로잡겠다며 파업에 나서려 한다.

최근 폭로된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영한의 비망록에는 청와대가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수석비서관 회의 등에서 KBS 사장 선임과 이사장 선출 등을 논의하며 깊숙이 개입해 온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심지어 청와대가 직접 KBS 보도에 간섭해 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현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 내용과 보도 방향 등에 대해 직접 주문을 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렇게 임명된 청와대 낙하산들은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기사들을 통제하고 노조 탄압을 일삼아 왔다. KBS 사장 고대영은 10월 31일 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위원장을 징계에 회부했다. 고대영이 KBS 임원회의에서 '사드 관련 뉴스'에 대한 보도지침성 발언들을 쏟아냈다고 폭로한 게 그 이유다.

이런 상황이니 노동자들이 고대영 체제에 느끼는 분노가 매우 큰 것은 당연하다.

△KBS를 ‘청와대 방송’으로 만든 고대영 KBS 사장.  ⓒ제공 언론노조

11월 중순 언론노조 KBS본부가 사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대영 취임 1년 평가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이 분노가 잘 나타났다.

고대영 취임 이후 ‘KBS가 공영방송과 언론 본연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부정적 응답이 95.8퍼센트에 이르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KBS 뉴스에 대해서도 94.9퍼센트가 ‘잘못/매우 잘못 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응답자의 91퍼센트는 그 책임이 사장과 임원 간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고대영이 임명한 본부장 6인에 대한 신임 투표를 파업 찬반 투표와 함께 실시했는데, 노동자들은 압도적으로 불신임 의사를 표명했다.

또한 KBS 노동자들은 경영 위기의 책임을 임금 삭감과 성과 경쟁 확대, 인사 제도 개악 등으로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사측의 공격에도 반대하고 있다. 사측은 무려 15퍼센트의 임금 삭감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래서 돈벌이 경쟁과 ‘저성과자’ 낙인 찍기 등 고대영이 시행한 조직 개편과 현재 추진 중인 인사 제도 개악 시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매우 높다.  

사측의 전반적 노동조건 악화 시도가 관철되면, 노동자들은 정권과 윗선에 줄 서라는 압력에 더 내몰릴 것이다. 노동자들은 지금도 “바른 소리하는 사람들을 멀리 내쫓고, 승진과 자리를 놓고 줄을 세웠”다고 말한다. 따라서 공정 방송 쟁취와 임금·노동조건 개악 저지를 위한 KBS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양 노조는 이번 파업 투쟁을 통해 “박근혜 퇴진과 탄핵 등을 위한 촛불집회에 선도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박근혜가 하야도 탄핵도 거부하고 있는 시점에서, KBS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고 박근혜 퇴진 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정치적 효과가 클 것이다.

양 노조는 12월 8일 오후에 공동 파업 출정식을 열고, 국회 앞에서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법’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KBS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 투쟁에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입력 2016-12-0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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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박근혜의 구원자?

박근혜는 방미 말고 퇴진하라

김지윤

트럼프가 당선한 직후 박근혜는 전화를 걸어 “가까운 장래에 뵙고, 더욱 심도 있는 협의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당선인이 가까운 시일 내 한국을 방문하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회동 의사를 적극 내비쳤다. 

당시는 거리에서 1백만 명이 퇴진을 요구하고, 지지율이 5퍼센트로 급추락한 때였다. 즉각 퇴진 요구는 무시하고, 한미동맹을 과시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이를 통해 정치적 위기에서 탈출해 보려는 셈법이다. 지난 4년 동안 “해외 순방”을 정치적 위기 탈출용으로 곧잘 이용하던 낯익은 수법이다. 

한국 지배자들은 중요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해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전두환은 1981년 1월 레이건이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미국을 방문했다. 1980년 광주학살이 벌어진 지 1년도 채 안 된 시점이었기에, 이 방문은 미국이 전두환을 강력히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박정희도 3선 개헌안 통과 시도 직전 미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지금 박근혜의 위기가 워낙 깊고, 트럼프로서는 박근혜를 서둘러 만날 이유가 크지 않은 탓에 박근혜의 탈출구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가 해야할 일은 방미가 아니라 즉각 퇴진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불순한 목적과 내용

박근혜가 트럼프와 만나려는 의도도 불순하지만 둘이 만나 나눌 대화 내용이라는 것도 노동자와 천대받는 사람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미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동아시아 불안정을 키울 계획과 정책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 할 것이 뻔하다. 최근 방위사업청장은 미국이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먼저 “방위분담금 인상을 요청하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시장화를 강화하는 한미FTA 재협상도 의제에 오를 수 있다. 

지난 4년간 박근혜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을 적극 지지해 왔다. 

최근 박근혜가 사드 부지 협상을 타결해 미국의 MD 정책은 더욱 속도를 내게 됐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 과적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데,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위한 계획의 일부이다. 

최근 아베와 트럼프가 만난 것을 보면 박근혜의 노림수를 내다볼 수 있다. 아베는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이는 데서 핵심 중 하나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불씨를 어떻게든 살릴 목적으로 트럼프를 서둘러 만났다. TPP는 미국과 일본 등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민영화 확대 등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트럼프가 아베와 회동하고 나서 내년 1월에 TPP를 탈퇴할 것이라고 말해 아베의 노력은 허사가 됐다. 

박근혜는 꼼수 부리지 말고 즉각 퇴진하라. 

입력 2016-12-0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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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 시위의 효과는 무엇이며, 무엇이 더 필요할까?

김인식

거리의 퇴진 운동이 박근혜를 궁지로 몰았다.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1백90만 명이 참가한 11월 26일 시위 직후, 독살스럽기 그지없던 박근혜가 어깨 처진 모습으로 “물러나겠다”고 제 입으로 말했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린 듯 후련하다.

물론 박근혜가 궁지에 몰려서도 발악하고 있으므로 정치적 결말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의회 백치증에 걸린 야당들이 박근혜 퇴진 문제를 의회 민주주의 틀 안으로 가져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거리에서는 박근혜의 공범이자 공공의 적으로 낙인 찍힌 새누리당 비박계가 국회 내에서는 탄핵소추안 가/부결에 결정권(캐스팅 보트)을 쥐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박근혜는 숨 쉴 틈을 벌고 반격을 노리고 있다. 탄핵이라는 의회 민주주의적 방식이 오히려 박근혜 퇴진의 가능성을 작게 만든 것이다. 정의당은 종종 두 주류 야당의 기회주의를 비판하지만, 그 당도 근본에서는 의회 민주주의 전략을 지향한다. 정의당이 야3당 공조에 자박(自縛)한 까닭이다.

그동안 박근혜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코너로 몰아 댄 것은 거리의 퇴진 운동이었다. 야당이 아니라 퇴진 운동 때문에 박근혜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2백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는데 박근혜는 물러나기는커녕 악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답답함과 의문이 드는 시위자들이 많을 것이다. 박근혜를 쫓아내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야 할까? 거리에서 더한층 완강한 투쟁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산업 잠재력

모든 거대한 운동이 그렇듯이, 현재 퇴진 운동도 사회적 구성으로 보자면 민중의 투쟁이다. 노동계급이 아직은 이 투쟁의 헤게모니를 쥐고 ‘국민의 지도자’ 구실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철도를 중심으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이 투쟁 시작 전부터 파업을 벌인 덕분에 과거 많은 정치 투쟁들과 다르게 조직 노동자 운동이 퇴진 운동의 선두에 서 있다는 점은 운동의 잠재적 가능성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퇴진 투쟁의 주된 방식은 토요일 거리 시위다.  

역사적으로 민중의 항의 운동은 지배자들과 벌인 전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770년대 미국 혁명, 1789년 프랑스 혁명, 1960∼70년대 국제적인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 한국의 1987년 6월 항쟁, 1989년 중국 톈안먼 항쟁, 팔레스타인 인티파다 등이 그랬다. 2000년대 초반에는 1999년 시애틀에서 벌어진 WTO 회담 반대 시위를 비롯해 국제적으로 반신자유주의 항의 시위들이 있었다.

또, 지금도 여성 차별에 반대하는 운동, LGBT 해방을 위한 투쟁, 이주자 차별과 단속에 항의하는 운동,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운동 등 노동계급과 차별받는 사람들의 저항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런 모든 저항 운동들을 지지한다. 그리고 이런 항의 운동과 시위들은 지배자들과 벌인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회적 · 정치적 전투의 승패는 그 운동들이 노동자들의 산업 잠재력을 이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는 노동계급의 자주적 활동을 사회 변화의 핵심으로 본다. 파업과 산업 투쟁만 일면적으로 편협하게 강조한다는 뜻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거리의 시위대들이 지니지 못한 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노동자들의 집단적 노동은 사회적 생산의 기초다. 노동자들의 노동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단 1초도 굴러가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운명은 노동계급의 정치적·경제적 행동에 달려 있다.  

폴란드 태생의 독일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가 1919년 1월 살해당하기 직전에 한 유명한 말은 오늘날에도 진실이다. “자본주의의 사슬은 그것이 벼려진 곳[생산 분야]에서 끊어져야 한다.”

1987년의 경험은 정치적 항의 운동과 노동자 투쟁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의 좋은 사례다.

6월 항쟁은 군사독재의 억압에 반대하는 모든 피억압 민중이 군사독재에 맞서 일어선 민중항쟁이었다. 노동계급뿐 아니라 중간계급, 심지어 부르주아 일부도 동참했다. 개인 또는 시민으로 참가했던 노동자들은 거리에서 느낀 민주주의와 해방감을 일터로 가지고 들어갔다. 전두환 정권이 항복 선언을 하자 노동자들이 사용자에 맞설 자신감을 얻었다. 군사독재가 양보한 틈을 비집고 노동자들이 7월 초부터 싸움에 돌입했다. 7~9월 노동자 대투쟁이 시작됐다.

1960년 4·19 혁명이 이듬해 박정희의 군부 쿠데타라는 반동으로 분쇄된 것과 달리, 1987년은 노동자 대투쟁이 전개되면서 6·29 항복 선언을 굳힐 수 있었다. 6월에 군대를 출동시키려다 포기한 전두환은 7~9월 노동자 투쟁 물결을 보면서 반동을 포기했다.

노동자 투쟁만이 국가 권력이 민주적 권리를 억압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억압의 이유가 착취를 강화하기 위해서이므로, 착취에 타격을 가해 억압자들을 마비시킬 수 있는 세력은 노동계급인 것이다.

이 교훈을 현재 퇴진 운동에 적용하면, 조직 노동자들은 박근혜뿐 아니라 자본가의 착취와도 맞서 싸워야 한다. 파업이 효과적인 투쟁 수단일 수 있다. 파업은 광범한 노동계급을 동원해 행동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또, 노동자들은 파업하면서 집단적 힘을 느끼고 매우 열린 자세로 그동안 자신들을 분열시킨 관념들에 도전하기 시작한다. 아주 작은 파업들에서도 이런 일이 소규모로 나타난다.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파업하면 더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요컨대, 자본주의 체제의 심장부를 강타하는 노동자들의 경제적 도전이야말로 노동자들에게 정치적 힘을 부여한다. 그래서 거리 전투는 중요한 투쟁 방법이지만 유일한 것은 아니다. 노동계급의 자기 해방과 이를 통한 인류의 해방 프로젝트에서 한 계기이다.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투쟁의 핵심 동력을 이해하며 노동자들이 그 힘을 사용할 수 있게 할 방법을 발견해야 한다. 철도 노동자들의 성과연봉제 저지 파업이 승리할 수 있도록 지지·지원하는 게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 경험이 다른 노동현장의 투쟁을 고무할 수 있도록 기대해 보자. 

입력 2016-12-0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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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끌어내리고 세월호 진실을 건져 올리자

김승주

세월호 참사 유가족 행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11월 26일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서 거리 행진에 나선 유가족들. ⓒ이미진

세월호 7시간 이슈와 함께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수사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던 ‘최순실 특검’도 ‘세월호 7시간’을 수사하겠다고 늦게나마 밝혔다.

최근에는 2014년 10월,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시신인양X”, “정부책임, 부담”이라고 적힌 김기춘의 수첩 메모가 폭로됐다.

또 참사 당일 청와대와 해경 본청의 핫라인 통화 기록이 자세히 보도되면서 언론 오보 때문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는 청와대의 비루한 해명조차 거짓이었다는 것도 밝혀졌다. 청와대는 참사 당일에만 해경에 99통의 전화 통화를 하고 10통의 영상 통화를 했다. 문제는 통화말고는 제대로 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세월호 7시간 동안만이 아니라 박근혜의 우선순위는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 가진 자들의 배를 불리는 데 있었다. 수명을 훌쩍 넘긴 세월호가 수백 톤의 과적 화물을 싣고 운항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가 선박회사의 이윤을 위해 안전 규제를 풀어 줬기 때문이다. 민영화 등의 정부 정책이 이러한 부패 고리를 강화해 왔다. 또 침몰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인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 수백 톤 과적은 정부가 미국의 패권을 도우려고 공사 기한을 무리하게 잡은 데 배경이 있었다.

다시 말해 세월호 참사는 사고 직후의 무책임·무능뿐 아니라 박근혜의 일관된 친기업·친제국주의 정책,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이런 이윤 중심·정경유착 메커니즘이 체육계와 문화계, 의료계에도 퍼져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진실 규명, 책임자 처벌

세월호 참사의 주범 박근혜 정권이 위기에 처하고, 세월호 7시간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다시 기소권과 수사권을 가진 새로운 특별법 제정에 나서자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정부에 의해 강제 종료된 1기 특별조사위원회의 교훈이다. 11월 7일 세월호 가족협의회 ‘찬호 아빠’ 전명선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답은 분명합니다. 독립적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특조위를 당장 출범시켜야 합니다. 지금은 국가 비상 사태입니다. 국회는 직권상정은 물론이고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즉각 특별법 제정에 착수해야 합니다.”

유가족들은 박근혜 퇴진 운동이 엄청난 규모로 벌어지고 있는 지금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다가갈 결정적 순간이라고 말한다. 백 번 옳다. 유가족의 뜻대로, 침몰 중인 박근혜 정권을 완전히 끝장내고 세월호 진실을 인양하는 싸움에 적극 나서자.

야당으로부터 독립적인 운동 건설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활동을 강제로 종료시킨 뒤, 세월호 특조위는 지난 활동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동안 조사 활동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으며 우리가 얻은 결론은 세월호 특별법의 초기 입법 과정에서 쟁론의 대상이 된 수사권, 기소권 논의가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특조위는 “눈앞에 자료를 두고도 확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고, 조사 대상자들이 조사를 거부할 때 이를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

2014년 특별법 제정 운동을 시작할 때 세월호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독립적 진실 규명 기구를 요구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요구를 지지하며 거리 시위에 동참했다. 그러나 정부의 악랄한 방해와 야당의 계속된 배신으로 암초에 부딪혔고, 운동 내 온건파 리더들이 이에 실용주의적으로 타협하면서 원래 요구가 지켜지지 못했다. 당시 세월호 참사 대책회의(현 4·16연대)의 온건파 리더들 다수는 ‘특검 추천 시 유가족 참여 보장’으로 요구 수준을 낮추자며 후퇴했고, 이런 입장을 정당화하려고 여야가 합의한 자료제출 요구권, 청문회권, 동행명령권 등을 매우 큰 성과라고 부풀렸다. (관련 기사: 세월호 참사 반년② 여야 합의안 재평가? 정직해야 한다)

주류 야당들의 기회주의와 배신은 ‘반쪽짜리’ 특별법 야합 이후로도 계속됐다. 더민주당은 올해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되면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 호언장담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특조위의 활동 기간을 제멋대로 해석해 강제 종료시키려는 정부에 맞서 특별법을 개정하려는 운동이 벌어졌을 때 더민주당은 세월호 문제를 여야 간 정치 협상에서 쓸 카드 한 장쯤으로 여겼고, 결국 9월 정기국회에서 새누리당이 특별법 개정안을 농해수위 안건조정위로 넘겨, 정부의 강제 종료 시한 이전에 특별법을 개정할 수 없도록 한 것을 사실상 방조했다.

분노한 유가족들이 더민주당 당사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며 싸웠을 때도 더민주당은 ‘노력하겠다’ 둘러대기만 했고, 국민의당은 농성장을 찾아와서 “사실상 개정은 어렵다”고 변명했다.

이처럼 두 야당, 특히 더민주당은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 초점으로 떠오르면 적당히 발을 걸쳤다가 국회 안으로 쟁점을 끌고 들어가 김을 빼는 식으로 운동을 단속해 왔다.

그 결과 하루하루를 그리움과 미안함으로 보내는 유가족들의 눈물 뒤로, 진실 규명 투쟁은 지난 2년 넘게 먼 길을 돌아와야 했던 것이다.

1기 특조위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단호하게 원칙을 지키면서, 야당에 종속되지 말고 독립적으로 싸워야 한다.

입력 2016-12-02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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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인터뷰

“세월호 참사가 첫째 탄핵 사유입니다”

△11월 1일 박근혜 퇴진 촉구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예은 아빠 유경근 씨. ⓒ조승진

12월 3일 박근혜 정권 퇴진 시위대가 청와대 1백 미터 앞까지 행진했습니다. 이 행진의 맨 앞에 세월호 유가족 수백 명이 있었는데 당시 심정이 어땠나요?

복잡한 심정이었어요. 촛불 운동의 힘을 느꼈고 시민들과 함께 행진할 때 정말 기뻤지만, 한편으론 청와대에 1백 미터 가까이 간 것만으로 이토록 감격해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습니다. ‘최순실 특검’도 ‘세월호 7시간’을 다루겠다고 밝혔는데요.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우선 ‘최순실 특검’은 세월호 참사만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유가족들)가 원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수사하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특검이 강제력을 동원해서 진실의 단서들을 최대한 밝혀내길 바라고, 그것을 통해 책임자 처벌의 필요성을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으면 합니다.

유가족들이 정말 알고 싶은 것은 단순히 박근혜가 그 7시간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7시간 동안 왜 해야 할 일을 안 했냐는 겁니다.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부터 말단 해경까지 어느 누구도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하지 않았고, 구조된 선원이나 승객들에게 내부 상황을 묻지 않았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것은 구조를 못 한 게 아니라 안 했다는 뜻입니다.

최근 폭로된 내용을 보면 박근혜는 7시간 동안 미용사를 두 번이나 불러 머리를 만졌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박근혜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다음에는, 정작 해야 할 일을 뒷전에 제쳐 둔 그 이유를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의 7시간은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은 박근혜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참사가 포함된 것을 비난합니다. 탄핵 사유에 세월호 참사가 꼭 포함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금 탄핵 사유에 명시된 것들은 모두 심각한 범죄입니다. 그중에서도 세월호 참사는 특히 중대합니다. 수백 명의 생명을 직접 앗아간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두말할 것 없이 탄핵 사유일 뿐만 아니라 처벌 사유입니다.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에 관해 아무것도 안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그리고 살인죄와 다름없는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탄핵 사유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은 말도 안 됩니다.

세월호 특조위가 강제 종료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새로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는데요.

특조위는 국회에서 통과된 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기구였지만 사실상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특조위가 제구실을 못하고 강제 해산된 데에는 진실 규명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그에 맞설 수단이 없었다는 것 또한 결정적 문제였습니다. 사실 특조위가 제대로 활동하려면 기소권과 수사권이 있어야 한다고 유가족들은 처음부터 주장했고, 여야 합의로 특별법이 통과되자마자 그것이 지닌 근본적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2기 특조위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합니다. 제한적 조사권 강화로는 안 됩니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더는 양보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특별법 제정을 위해 더민주당 등 야당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봅니까?

더민주당은 “세월호를 얘기하면 선거에서 표가 안 된다”며 유가족들의 뜻을 끝내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탄핵 사유나 특검의 과제에서 세월호 문제를 놓고 동요한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촛불 운동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첫째 탄핵 사유가 바로 세월호 참사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줬습니다. 이번 거대한 촛불 운동 때문에 야당들이 엄청난 압박을 받았어요. 유가족들도 더 자신감을 가지려고 합니다.

박근혜 탄핵이 가결되자 세월호 유가족들은 기쁨의 눈물을 터뜨렸다. ⓒ사진 제공 <노동과 세계>

김기춘의 세월호 인양 불가 지시가 폭로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냈는데요. 현재 인양 상황은 어떤가요?

김기춘이 인양은 안 된다고 지시한 2014년 10월, 해수부는 수중 수색 지속을 원하던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수색을 중단하고 선체를 인양해 미수습자를 수습하자’고 설득했습니다. 아예 인양 시도조차 안 할 수는 없으니 시늉만 하면서 사실은 희생자 가족들을 속였던 거죠.

해수부는 오늘도 인양 공법을 바꿨습니다. 벌써 세 번째예요. 정부는 제대로 된 검토도, 계획도 없습니다. 유가족들은 해수부가 인양 공법을 발표할 때마다 허점을 지적하고 보완을 요청했지만 늘 묵살당했어요. 하지만 결국 유가족들이 제기한 문제들은 현실이 됐고, 지금까지 인양은 계속 실패했습니다. 정부는 내년 4월에는 인양이 될 거라고 하는데,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그 말을 믿고 싶으면서도,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꾸미는 것일까’ 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세월호 운동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요?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이 시작되면서 세월호 관련 언론 보도가 참사 초기에 맞먹을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고양돼 있다는 게 정말 고무적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단편적인 사실 관계들만으로는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어요.

세월호 참사의 총체적인 진실을 밝히려면 ‘왜’를 물으면서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누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 어떤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지 파헤쳐야 합니다. 앞으로 박근혜의 죗값을 묻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는 분명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인터뷰 · 정리 김승주

입력 2016-12-0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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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가결은 민중의 투쟁이 낳은 성과

즉각 퇴진 투쟁은 계속돼야

김문성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2백34표로 가결됐다. 국회 재적 대비 78퍼센트 찬성이고, 새누리당 의원의 절반 가까이가 탄핵소추에 찬성했다. 무기명 투표의 효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집권당도 거의 절반이 등을 돌려 박근혜의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외쳐 온 민중의 투쟁에 국회가 압박당한 결과다.

지은 죄로 말하자면,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 때 이미 두 번 세 번 탄핵됐어야 할 자다. 퇴진 운동은 여기서 멈추거나 조기 대선 준비로 휩쓸리기보다 고삐를 더 당겨야 한다.

지도자의 추락에 전전긍긍한 공범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주류 야당들도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바랐던 것은 아니다. 주류 야당들은 즉각 퇴진이 압도적이었던 거리의 운동과 처음에 거리를 뒀다. 박근혜 ‘2선 후퇴’, ‘거국 내각 구성’ 따위로 거래하려 하면서 말이다. 그 뒤 운동에 발을 걸치며 박근혜 퇴진 당론을 정하고 탄핵소추 추진을 선언해 놓고도 새누리당 일부와 밀실 거래를 하는 등 기회주의적 처신을 거듭했다.

이런 틈새를 노려 지난 주 박근혜는 검찰 수사도, 자진 사임도 거부한다는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즉각 퇴진" "구속 수사" 박근혜에 대한 노동계급 대중의 증오가 상징하는 것은 정경유착 특권층 사회와 불평등 구조에 대한 반감이다. ⓒ이미진

박근혜의 몸부림에 크게 한 방 먹인 것은 성난 민중이었다. 역대 최대 시위로 답했다. 주최 측 추산으로 전국 2백30만 명, 최초로 청와대 담벼락 1백 미터 앞까지 진격한 서울에서는 1백60만 명이 넘게 나왔다. 이날은 ‘단 하루도 꼴 보기 싫다’는 분노가 더 두드러졌다. 여전히 뻔뻔하게 버티는 박근혜의 모습에 민중은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결국 강력한 거리 운동이 의회 정치인들로 하여금 자칫하다가는 자신들에게도 분노의 불길이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을 것이다. 사회 안정을 위해서라도 성난 여론을 국회 탄핵으로 제도권 안으로 수렴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그는 ‘헌재 심판에 담담히 대비하겠다’며 “정부가 추진해 온 국정과제만큼은 마지막까지 추진해 [달라]”고 밝혔다. 그리고는 민정수석 최재경의 사표를 수리하고 세월호특조위를 내파하려 한 조대환을 그 자리에 임명했다. 아마 특검 수사와 헌재 탄핵심판 심리 대비일 텐데, 이미 박근혜는 변호사들을 선임해 그 준비를 시작했다. 검찰과 헌재 재판연구관 등 고위직 출신들로 알려져 있다. 총리 황교안도 2004년 고건 직무대행 당시의 자료를 검토하며 탄핵소추 가결 상황에 대비해 왔다.

황교안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면 청와대 비서진은 총리실로 출근하며 박근혜에게는 비공식적 보고를 계속할 것 같다. 박근혜는 수렴청정을 하면서 막판 뒤집기를 획책할 것이다. 황교안은 복지 축소와 민주적 권리 침해 등 온갖 개악에 앞장서 온 박근혜 ‘내각 원년 멤버’다. 노동개악, 각종 민영화 등 악행에 앞장선 장관들도 자리를 그대로 지킨다.

박근혜가 임명한 황교안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있고, 박근혜가 아직 대통령 권좌에 앉아 있는 것은 박근혜 퇴진 운동을 통해 사람들이 바꾸길 바라는 많은 적폐들이 청산되지 않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압도적으로 가결하게끔 만든 그 힘, 박근혜 즉각 퇴진 대중 투쟁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

박근혜 내각 '원년 멤버' 황교안 이 자도 쫓아내야 한다. 

4년 동안 누적된 반감과 저항이 박근혜를 코너로 몰다

여론조사는 변하는 사람들의 정서의 단면을 잘라 보는 것이고, 설문 문항의 구성에 따라 같은 시기에도 다른 답변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여론조사는 간접적으로, 서로 다른 조사들의 비교를 거쳐 시간 변화에 따른 추이 등을 봐야 한다.

이 점에서 최근 폭발적인 반박근혜 여론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물론 박근혜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를 동시에 봐야 한다.

이렇게 보면 반박근혜 여론이 갑자기 최순실 등 몇몇 폭로로만 폭발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박근혜가 당선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이 얻은 1천5백만여 표는 비우파 후보가 얻은 최대치였다. 이는 인구 증가나 문재인의 인기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과거 반성 없는 독재자의 딸이 구 세력과 함께 돌아오는 것에 반감을 표한 반박근혜 투표였던 것이다. 박근혜의 초기 내각 구성이 대중의 반발 덕에 한 달 이상이나 걸린 것을 떠올려 보자.

이후 상황은 〈한국갤럽〉이 집권 1년차부터 조사한 추이를 바탕으로 살펴 보자.(다른 조사들도 추이가 대강 비슷하다.) 박근혜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대체로 낮을 때도 40퍼센트 수준에서 안정되게 유지돼 왔다. 그래서 콘크리트 지지율이란 말도 나왔다. 그러나 임기 첫해, 국회의 법안 통과율이 ‘0’에 가까웠음도 봐야 한다. 즉,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한 박근혜의 악행이 본격화하지 못해서 지지율이 유지된 것이다.

철도 민영화를 본격화하려다가 이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이 2013년 12월에 3주가량 진행되자 부정 평가도 30퍼센트를 넘기며 결집하기 시작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부정 평가가 40퍼센트 후반에서 50퍼센트 중반대를 유지해 왔다.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박근혜 정부의 무책임하고 냉소적인 대응 때문에 2014년 3분기 이후 지금까지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앞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측근 부패의 실상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이 격한 반대 여론 속에서도 관철된 2015년 상반기에는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당시까지 가장 큰 격차로 앞섰다. 그 때는 바로 민주노총이 한상균 팀 하에서 노동개악 반대 파업을 벌이며 저항을 재개한 때이기도 하다.

결국 온갖 반감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경제 실패도 확연해지자, 올해 총선에서 박근혜는 참패했다. 그 뒤로 정권의 불안정은 본격화됐다. 노동개악 반대 공공·금융 파업이 시작된 가을에 마침내 지지율이 30퍼센트 밑으로 떨어졌다. 정권이 가장 취약해진 순간, 그토록 꽁꽁 싸매왔던 해괴망측한 부패상이 줄줄이 폭로됐다. 부정 평가도 늘었다.

분수령

결국 10월 29일 박근혜 퇴진 집회가 시작됐다. 참가 규모는 주최 측 예상보다 거의 열 배나 됐고, 사람들은 너나 없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청와대를 향해 종로, 광화문을 행진했다. 이 시위는 일종의 분수령이었고, 퇴진 운동이 커지는 속도만큼 박근혜 지지율은 급속히 추락했다.

11월 12일 민중총궐기 때, 사상 최대의 반박근혜 시위가 벌어진 뒤로 모든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지지율은 최저치로 떨어졌고 부정평가는 최대치로 올랐다. 결국, 파죽지세로 성장한 퇴진 운동이 청와대 1백 미터 앞까지 이르자, 박근혜는 온갖 몸부림도 소용 없이 대통령 직무를 정지당하는 탄핵소추 상태에 처하고 만 것이다.

이런 상황은 박근혜 퇴진 운동이 단지 몇몇 부패 추문 때문에 일어난 운동이 아님을 보여 준다.(물론 그런 추문은 불평등한 현실에 대한 박탈감을 한층 더 자극했다.) 운동 과정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폭락하고 주류 야당들과 그 당들의 대선주자들이 수혜자가 됐지만, 이 운동은 단지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만을 위한 운동이 아닌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의 중심에는 시작부터 좌파와 조직 노동자들이 있었다. 여기에 대부분 미조직 노동자들로 보이는 30~40대들이 가족과 함께 대거 참가했고, 청소년들의 참가도 비교적 초기부터 두드러졌다.

즉, 거리 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반박근혜 여론이 강력하게 조성되고 있었고, 노동자 투쟁이 이 여론을 이끌고 있었으며, 퇴진 운동의 사회적 구성도 노동계급 중심의 민중인 것이다.

따라서 이 운동은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심화되는데도 대기업과 특권층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 사회, 평범한 민중보다 강대국 지배자들과의 협력을 더 중시하는 정부, 무고한 아이들의 생명보다 대통령 개인의 심기 경호가 더 중시되는 정치 등에 대한 불만들이 결합한 것이다.

게다가 이 정부는 더러운 공작 정치를 일삼아 왔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방해와 모욕, 노동운동 와해 시도 등이 모두 정권의 공작과 관계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더러운 일들이 재벌과의 끈끈한 유착 속에서 이뤄졌음도 드러났다.

친특권층, 친기업, 반노동, 반민주, 반생명 정책들에 맞선 여러 투쟁과 경험 속에서 박근혜 정권에 대한 반감은 총체적 증오로 성장했다. 물론 권력자들과 기업 성장을 위해 노동자·민중을 옭아매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박정희 신화’에 대한 거부도 연관돼 있다.

그러나 대통령 박근혜와 그 체제는 아직은 죽지 않았다. 탄핵소추 가결 선포 후 “더 이상의 혼란은 없어야 한다”는 국회의장 정세균의 말과 달리, 거리의 민중은 할 일이 남아 있다. 파죽지세로 성장한 이 운동이 여기서 멈출 이유는 없다.

입력 2016-12-0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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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탄핵 가결 이후

김기춘이 훤히 들여다본 헌재를 믿을 수 있나?

이재환

이제 박근혜 탄핵 결정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다. 대중 투쟁에 떠밀려 국회가 탄핵소추한 인물의 거취가, 선출되지 않은 재판관 9명의 손에서 결정되게 생겼다.

헌재 재판관 9인은 대통령 추천 3인, 대법원장 추천 3인, 국회 추천 3인(여당 1인, 야당 1인, 여야 합의 1인)으로 구성된다. 2008년 이후 새누리당 정권 9년, 새누리당 과반 국회 8년이었다. 대법원장(임기 6년)도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재 재판관의 과반수가 박근혜 코드일 것임은 ‘안 봐도 비디오’인 것이다. 주류 언론들도 재판관 9명 중 6~8명을 보수 성향으로 분류한다.

헌재는 그동안 계급 차별적이고 노동계급 운동에 적대적인 결정을 내렸다. 박근혜 정부에서만도 동성애 차별 군형법 합헌, 전교조 법외노조 합헌, 통진당 해산, 물대포 직사 합헌 등을 결정했다.

△지난해 5월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뒷받침한 헌재 판결 규탄하는 전교조 조합원들. ⓒ이미진

헌재 소장 박한철은 2011년 당시 대통령 이명박의 추천으로 헌재 재판관이 됐고, 박근혜가 헌재 소장으로 임명한 자다. 그는 대검찰청 공안부장 시절인 2008년에 촛불 집회 참가자를 무려 1천2백여 명이나 기소했다. 미네르바 구속 수사도 지휘했다. 공안검사 출신인 박한철이 김기춘·황교안과 이신전심으로 통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심이 일리가 있다. 이미 2014년 진보당 해산 판결 때 김기춘과 박한철이 사전에 교감이 있었음을 드러내는 전 민정수석 김영한의 비망록이 폭로됐다. 군형법상 동성애 처벌 조항에는 두 번이나 합헌 의견을 냈다. 경찰의 서울광장 차벽 봉쇄에도, 삼성-안기부 X파일 사건 때 노회찬 의원의 유죄 판결 근거가 된 통신비밀보호법에도 합헌 의견을 냈다.

새누리당이 추천한 안창호는 대검 공안부 공안기획관 출신으로 2006년 국가보안법 탄압 사건인 일심회 수사를 지휘했다. 그는 위헌 판결이 난 간통죄에 합헌 의견을 냈다. 그는 박근혜가 임명한 조용호와 함께 진보당 해산 당시 “대역(大逆)행위로서 이에 대해서는 불사(不赦)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보충 의견까지 냈다.

박근혜가 임명한 재판관 서기석은 “삼성 장학생”으로 불린다. 이번 박근혜 게이트에서는 뇌물죄 여부가 중요하고, 구체적으로 이재용의 후계 구도 완성을 위해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을 파헤치는 게 검찰 수사에서도 쟁점이었다. 그런데 서기석이 이런 것들을 엄중히 다룰지 매우 미심쩍다.

여야 합의 추천으로 임명된 강일원은 진보당 해산과 물대포 직사에 합헌 의견을 냈다.

재판관의 면면도 문제지만, 헌재가 탄핵심판을 법률 위반 여부를 따지는 법리 논쟁으로도 몰고 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탄핵심판이 특검 수사 완료 뒤로 미뤄져 박근혜에게 시간을 벌어 주는 최악의 상황조차 배제할 수 없다.

퇴진 운동이 집권당 내부를 분열시켜 국회 내 탄핵을 가결시킨 위력을 헌재가 간단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워낙 반동적인 기구여서 결말을 안심해서도 안 된다.

통치 규칙

근본으로 보면, 헌법 자체가 지배자들이 약속한 국가 운영(통치) 규칙이다. 그래서 헌재는 기본적으로 체제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적 성향이 짙다.

헌법재판소의 최근 보수적 판결 내역 (크게 보기) ⓒ조사·정리 이재환

      재판관(임명권자)
선고일 사건 헌재
판결
박한철
(박근혜)
이정미
(이용훈)
김이수
(국회(야당))
이진성
(양승태)
김창종
(양승태)
안창호
(국회(여당))
강일원
(국회(여야))
서기석
(박근혜)
조용호
(박근혜)
2011.8.30 삼성-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 노회찬 의원을 유죄 판결한 통신비밀보호법의 위헌 여부 합헌 X X              
2012.8.23 낙태 처벌(자기 낙태죄) 조항 위헌 여부 합헌 X X              
2014.6.26 물포 직사 행위의 위헌 여부 각하 X 위헌 위헌 X X X X 위헌 X
2014.12.19 통합진보당 해산 해산 X X 반대 X X X X X X
2015.5.28 전교조 법외노조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위헌 여부 합헌 X X 위헌 X X X X X X
2016.7.28 군형법 동성애 처벌 조항 위헌 여부 합헌 X X 위헌 위헌 X X 위헌 X 위헌

헌법재판소의 최근 보수적 판결 내역

※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가 모두 동일하지 않아서 결원이 발생하면 충원하는 방식이라서 임명되기 전 판결은 표기 안 함
※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대통령이 3인, 국회가 3인, 대법원장이 3인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용훈·양승태는 당시 대법원장.

헌재는 사실상 같은 사안을 정치 상황에 따라 달리 판단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1990년 민자당(새누리당의 전신)이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자 야당은 이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헌재에 냈다. 그런데 헌재는 시간을 질질 끌다가 1995년에야 전원일치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1996년 말 날치기로 통과된 노동법·안기부법은 절차상 위법하다고 결정했다. 당시 민주노총 파업으로 궁지에 몰린 정권의 처지가 반영된 결정이었다.

그러나 정작 날치기 통과된 법안이 무효라는 헌재 판결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스스로 절차상 위법하다고 판결한 1996년의 노동법·안기부법은 말할 것도 없고, 2008년 한미FTA 비준안, 2009년 미디어악법 등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 법들이 지배계급의 안정적 통치에 필요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반면 헌재는 종합부동산세나 토지공개념 정책 같은 매우 온건한 개혁 정책들조차 위헌·헌법불합치 판결로 무력화시켰다. 부자들의 사유재산권을 일부 침해하는 것조차 용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이런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를 손 놓고 기다릴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박근혜가 하루라도 더 청와대에 앉아 있는 것이 싫다. 탄핵심판까지 오게 된 것 자체가 결정적으로 지난 한 달 이상 지속된 박근혜 퇴진 시위 덕분이었다. 박근혜 즉각 퇴진을 위한 대중 투쟁이 계속돼야 하는 까닭이다.

 

꾀죄죄한 헌재 역사

김문성

탄핵소추가 압도적으로 가결돼서 헌법재판소가 꼼수를 부리기는 덜 쉬워졌다. 지금의 탄핵소추가 단지 국회와 행정부 사이의 대립이 아니기 때문이다. 핵심 대결은 정권과 민중의 대결이고, 아래로부터의 힘을 국회가 그 나름의 방식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운동을 여기서 멈추자는 압력이 위로부터 생길 것이므로 헌재를 경계해야 할 이유를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

헌법재판소는 1987년 개헌으로 1988년에 신설된 국가기관이다. 명목은 독재 권력의 헌정 유린을 예방하고 국가기관 간 견제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헌법의 성격 자체가 지배계급 내부에 일종의 통치 질서를 명문화한 것이다. 그래서 헌재는 국가기관 간 권한쟁의심판,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위헌법률심판, 국가 고위직 인물에 대한 탄핵심판을 주 기능으로 한다.

이는 헌재의 핵심 기능이 지배계급 내 기존 질서 합의를 유지하는 근본적으로 보수적인 구실을 하는 것임을 보여 준다. 그래서 개인적 인권 개선에는 드물게 괜찮은 판결들이 나왔어도, 국가보안법이나 노동문제, 부자들의 사유재산권 문제에서는 일관되게 보수적 입장을 유지해 왔다.

게다가 헌재는 사법부 내에서조차 후발 기관으로서 탄생 초기부터 입지가 취약했다. 사법부의 중추는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법원 체계로 구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더더욱 헌재는 민감한 현안에 뒷북을 치거나 정치 풍향계에 좌우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판결 내용이 행정부나 국회, 검찰로 유출되는 일은 초기부터 다반사였다. 여기에는 9명 헌재 재판관 중 3명을 대법원장이 임명하고, 헌재 재판관이 기존의 법관이나 검찰 출신자 들에서 충원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사진 이미진

헌재가 역사와 구성에서 기존 사법부의 일부로 탄생했다는 것은 한국 사법부의 추악한 역사와 전혀 단절된 존재가 아님을 뜻한다. 한국 사법부는 독재 정권에 부역해 온 역사로 점철돼 있다. 온갖 조작 증거와 고문으로 만들어진 간첩단, 이적단체 사건에서 사법부는 철저히 정권(안기부, 검찰 등)의 지침대로 판결해 왔다.

여기에는 조봉암 사형, 인민혁명당 사형, 강기훈 유서 대필 유죄 사건, 숱한 민간인 간첩단 사건 등이 모두 사법부와 정권의 유착으로 벌어진 사건이다.

1975년의 인민혁명당 재판은 법원 판결 전에 이미 사형 집행 지시가 떨어지는 등 짜고 치는 재판에 사법부가 부역한 전형적 판결이었다. 이는 기소·수사와 판결을 분리시킨 근대 사법 원리를 부정한 것으로 국제법학자 협회가 이 사건 피해자들의 사형집행일을 ‘사법사 암흑의 날’로 선언할 정도의 사건이었다. 최근에서야 이 사건들 상당수가 재심으로 무죄 판결이 났지만, 사법부 차원의 과거 청산과 공식 사과는 없다.

인혁당 사건, 강기훈 사건 등에는 공안검사와 공작 정치의 대부 김기춘이 연루돼 있다. 김기춘은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을 거치며 이런 구조가 온존하는 데 기여해 온 인물이다. 박근혜가 그를 중용한 것은 초록이 동색인 탓이다.(노무현 탄핵소추 당시 소추위원을 맡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바로 김기춘이었다.)

따라서 지금 박근혜 퇴진 운동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이후에도 온존해 온 한국 국가의 어두운 관행들도 심판대에 올린 것이다.

입력 2016-12-0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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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가결 뒤에도 1백만이 박근혜 즉각 퇴진을 요구하다

특별취재팀


ⓒ조승진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어도 전국에서 1백만 명 넘는 사람들이 또다시 박근혜 즉각 퇴진의 촛불을 들었다.(주최측 발표: 오후 8시 현재, 서울 광화문 80만 명을 포함해 전국 1백4만 명)

어제 밤부터 오늘 낮까지 많은 언론과 의회 정치인들은 국회가 민심을 수용해 탄핵소추를 했으니,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러나 다시 역대급 시위로 “하루도 꼴 보기 싫다”, “국회 탄핵소추가 끝이 아니다” 하는 뜻을 전하려고 모인 것이다.

사람들은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을, 옳게도 6주간 거리 투쟁으로 보여 준 민중의 힘 때문이라고 여겼다. 자신들의 힘으로, 철옹성 같아 보이던(또는 그렇게 믿기를 강요당해 왔던) 그 정권이 서서히 허물어지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신감이 오른 것이다. 오늘 집회는 한층 밝았고, 그럼에도 분노는 여전했고, 힘이 있었다. 아마 오늘 한 참가자가 손수 써서 만들어 온 팻말이 사람들의 이런 마음에 가장 부합하지 않았을까 싶다.

“모두 수고했습니다, 우리의 승리입니다, 끝까지 함께합시다.”

서울에서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오후 8시에 2차 행진이 시작되자 수십만 명이 물밀듯이 청와대로 향했다. “국회도 탄핵했다, 박근혜는 당장 물러나라”, “하루도 보기 싫다”, “박근혜 구속 수사”, “황교안도 꺼져라”, “정현아, 장 지져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상황을 전진시키고 있는 것이 제도권 정치가 아니라 바로 자신들이라고 자각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탄핵안 가결 다음 날 자신들이 거리로 나오지 않으면 박근혜 일당이 그것을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이용할지 꿰뚫어 본 것이다. 제도권 정치에 믿고 맡기기도 탐탁치 않다는 건 지난 한 달여 상황에서 크게 드러난 바다.

마냥 안심할 수도 없다. 탄핵안 가결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박근혜는 세월호특조위 방해에 ‘올인’한 조대환을 직무정지 직전에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했고, 청와대 참모진들은 직무정지된 대통령에게 국정 보고를 계속하겠다는 도발을 벌였다. 웃는 얼굴에 침 뱉은 격이다.

박근혜 한 사람만 권좌에서 제거하는 것만이 아니라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바꾸고 싶어 하는 욕구도 여전하다. 따라서 이후 박근혜를 진짜로 쫓아내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박근혜 적폐를 어떻게 해야 청산할 수 있을지, 그 이후의 방향은 무엇일지 등에 대한 고민들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청와대로 향하는 2차 가두행진ⓒ조승진

△청운동 저녁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치고 있다. ⓒ이미진

△청운동 저녁 집회 ⓒ이미진

ⓒ김인식


사전 집회

박근혜 즉각 퇴진 세월호 7시간 진상규명 416세대 문화제

주말 박근혜 퇴진 집회가 거듭될수록 세월호 문제가 이 운동의 중심이 돼 왔다. 청와대 행진 때 세월호 가족들이 선두에 서는 걸 모두가 자연스럽게 여긴다. 세월호 참사와 그 때문에 맺힌 응어리가 박근혜 통치를 허무는 중요한 축이었음을 실감한다. 정말이지 세월호 참사야말로 박근혜 퇴진의 첫째 이유다. 

오늘 밤 자유발언에서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한 ‘단 두 마디’ 발언이 아마 수천만 명의 마음을 명징하게 보여 준 게 아닐까 싶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빨리 퇴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다에 빠져 익사하신 분들이 천국에서라도 기뻐할 수 있도록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자유발언 진행자들까지 울컥하게 만든 이 두 문장을 이 학생은 꼭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근혜 퇴진이 억울한 희생자들이 천국에서 기뻐할 유일한 길인 것 같다며. 참사 당시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이 아이의 감정을 희생 학생들과 동년배인 청년, 대학생들이 못 느낄 리 만무하다. 그들은 지난 2년 동안 세월호 운동의 주요 동력이었다. 세월호 세대, 4·16 세대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오늘도 이 대학생들이 본대회 전에 모여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결의 대회를 열었다. 세월호 투쟁의 승리를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다짐하고 4·16대학생연대를 출범시키는 집회였다.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박근혜 퇴진은 끝이 아니라 세월호 진상규명 위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구호는 “진상 규명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4.16 세대가 앞장서자" 였다.

세월호 희생자 임경빈 학생의 어머니도 계속 싸우자고 강조했다.

“2백만 촛불이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어렵게 한 걸음 뗐다. 그러나 조대환 민정수석 임명은, 끝까지 세월호 진상 규명을 가로막겠다는 행동이다. 아직 ‘7시간’, 밝혀진 건 없다. 왜 구조 안 했고 못 구했는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9명 미수습자가 온전히 인양될 때까지, 책임자 처벌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해달라. 대기업, 언론, 국정원 모두 끌어내자. 제2의 특조위 만들자.”

대학생들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끝까지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싸울 것을 결의했다. 유가족들이 가장 바라는 것도 끝까지 함께 싸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일 테다. 집회를 마치고 유가족들과 함께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광화문광장을 지나면서 행진 대열은 수천 명으로 불어났다.

ⓒ조승진

ⓒ이미진

기타

정의당, 노동당 등 진보정당들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들도 곳곳에서 자신들의 집회를 열었다. 민주주의국민행동이 서울시청 광장에서 연 집회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정의당, 무소속 윤종오 의원 등이 발언했다.

대체로 수백 명 규모들이었는데, 노동당, 민중연합당을 빼고는 거리 투쟁을 이어가자는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이제 거리 투쟁보다는 차기 대선을 겨냥한 사회 개혁 비전에 관한 얘기들이 많았다. 그 점에서 탄핵안 가결이 ‘끝이 아니다’는 말은 맞지만, ‘새로운 시작’이라는 표현들은 누가 하는 말이냐에 따라 좀 의심스러운 구석들도 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 정권 하에서 심화된 한국 사회의 적폐 청산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민중의 투쟁이 더 필요하다. 지난 두 달 간 입증된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오늘 집회에 굳이 나온 사람들의 투지나 의식 수준에 못 미치는 집회들이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나 노회찬 원내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개별적으로 환호를 받았지만 지난 몇 주처럼 사람들을 의식과 영감을 고무하지는 못하는 듯 보였다.

민주당 집회에서는 “그래도 이번에는 민주당이 잘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는 시민들의 반응도 나왔다.


5시 청운동 본무대

 

4시부터 시작한 청와대 포위 1차 행진에는 청운동 길, 효자동 길, 삼청동 길에서 각각 청와대 담벼락 1백 미터 앞까지 전진했다. 본대회 전인데도 수만 명이 긴 대열을 이뤄 또다시 청와대를 포위하고 박근혜 즉각 퇴진과 구속 수사, 적폐 청산 등을 외치는 것은 고무적이었다.

5시에는 청운동에서 1차 본무대를 진행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손소희 조직팀장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이미 국민들로부터 버려진 박근혜이지만 여전히 이 사회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이 많다.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세월호와 국정교과서, 한일군사보호협정과 같은 사안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돼왔고, 과도 정부에서도 지속될 것이다. ... 박근혜 정부가 몰락하는 지금도 여전히 사드 미군기지를 배치하기 위한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국방장관으로 내정된 “제임스 매티스”의 별명이 ‘미친 개’이고 전쟁광이다. 한국 정부와 국방부, 새누리당에도 여전히 ‘미친 개’들이 가득하다. 우리가 박근혜 퇴진을 외친 것은 우리의 삶을 위협해 왔던 정부의 행위를 막아내기 위해서였다. 사드 막기 위해 성주 주민들은 뙤약볕 폭염 속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을 밝혀왔다. 성주의 주민들이 밝힌 1백51일 동안의 촛불이 박근혜를 쫓아내는 데 작은 불씨가 되었을 거라고 자부한다. 정부의 위험한 전쟁 정책을 중단시키는 데 전 국민이 함께해달라."

△청와대 1백미터 까지 행진한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다. ⓒ이미진

ⓒ이미진


6시 광화문광장 본대회

본대회 역시 기세 좋게 시작했다. 국회 탄핵소추 가결로 박근혜를 직무정지시킨 것을 기뻐하면서도 적폐 청산을 위해 계속 거리로 나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느껴졌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행동(퇴진행동) 정강자 상임공동대표는 퇴진행동을 대표해 즉각 퇴진을 위해 계속 싸우자고 강조했다.

“갈팡질팡하던 정치권 누가 바로 세웠나? 바로 광장에 나온 우리다. 헌재에 두 가지를 요구한다. 첫째, 민심을 거스르지 않는 판결을 내려라. 둘째,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라. … 박근혜는 아직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조대환을 민정수석으로 앉혔다. 최악의 대통령이다. 이런 대통령을 그냥 두고 광장을 비울 수 없다.”

그럼에도 발언 말미에 특검 등을 지켜보자는 말을 덧붙인 건 부적절했다.

평택에서 온 고교 1년생 이수진 학생도 즉각 퇴진 투쟁의 지속을 지지했다.

“여러분의 노력으로 탄핵안 가결됐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 어른 말을 믿으라고요? 어른 말을 믿어서 어떻게 됐나요? 노력해도 빽 좋은 애, 돈 많은 애만 잘되면 안 됩니다. 정치인들 똑똑히 하십시오.”

세월호 가족협의회의 유경근 집행위원장의 발언은 감동적이었다.

“어제 저희들은 국회에 가서 탄핵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저희가 국회에 갈 수 있게 허락해 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어제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국회가 탄핵해서가 아닙니다. 그 탄핵을 하게 만든 국민들의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실 규명도 여러분들의 힘으로 가능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힘을 믿고 힘내서 싸우겠습니다.

“첫째, 그동안 우리 힘을 몰랐는데 이렇게 모여 보니까 우리의 힘이 이렇게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 힘을 믿고 끝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둘째, 0이라는 숫자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부패한 정치인들과 권력자들 제로가 될 때까지 독하게 싸웁시다.”

퇴진행동 재벌특위 김태연 공동위원장은 박근혜 적폐 청산의 과제 중 하나로 재벌총수 구속과 처벌이 왜 필요한지 발언했다. 

“박근혜가 버티는 것은 구속되기 싫어서다. 이재용이 바친 수백억 원이 대가성 없다는 게 말이 되나? 국민연금 개입 덕분에 삼성이 세습됐다. 대통령 개입 없었다는 게 말이 되나? 박근혜와 공범이다. 재벌을 놔두면 제2의 박근혜 정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광장의 힘으로 재벌 총수 구속하자.”

싱가포르 유학생 시국선언단 4명 발언도 환영 받았다.

10년 전 유학을 갔다는 한 학생은 “외국인 친구들이 요즘 ‘청와대가 이용 평점이 높은 호텔 아니냐, 공짜로 재워주고 미용 시술 해 준다면서?’라고 조롱한다. 철학 전공인데 공자를 읽고 있으면 외국인 친구가 ‘한국은 주술을 배워야 출세하지 않냐’고 조롱한다. 참을 수가 없었다”고 시국선언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한 학생은 “우리를 놀리던 외국인 친구들이 2백32만 명 집회를 보며 감탄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인구는 2013년 현재 5백40만 명이다.

나머지 친구들도 투쟁을 계속하자고 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한 일은 꼭두각시 대통령 직무정지시킨 것밖에 없다.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냄비 근성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뚝배기 민족이다. 어제 탄핵 가결됐지만 우리의 뚝배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

오후 7시에는 박근혜 정부 들어 자살한 노동자들, 세월호 미수습자, 백남기 농민 등 정부에 희생된 사람들, 구의역 사고 등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며 이들을 기억하자는 뜻으로 동시 소등의 시간을 가졌다.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은 바로 박근혜 퇴진 운동의 선구자로서 앞장서 싸우다 구속된 한상균 위원장 석방을 촉구했다. 한상균 위원장을 잘 몰랐을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오늘이 한상균이 조계사에서 자진출두한 지 딱 1년인 날이다. 오늘 우리는 차벽 없이 광화문광장 북단에 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구속돼 있는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있다. 한상균 위원장의 죄는 1년 먼저 촛불을 든 것일 뿐. 당장 석방돼야 한다. 박근혜를 구속하고 한상균을 석방하라."

ⓒ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진

ⓒ조승진


부산 집회 소식

“산타가 오기 전에 박근혜는 퇴진하라”

탄핵이 가결되었지만, 부산에서는 1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5천 명 정도 왔고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재벌도 공범이다, 재벌 총수 구속하라”도 인기가 많았다.

동래고 3학년 학생은 “헌재 판결이 몇 달이나 남았다. … 끝까지 해산하지 말고 저항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환호를 받았다.

퇴진행동 부산본부의 공동대표인 이정은 부산학부모연대 대표도 정권 퇴진과 적폐 청산을 위해 계속 싸우자고 강조했다.

“박근혜 탄핵은 우리 국민들의 촛불의 힘 때문이다. 박근혜는 국민과의 대결을 계속 하겠다고 하고 있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범죄자에게 명예로운 퇴진은 없다. 박근혜를 구속 처벌하라. 황교안은 핵심 부역자다. 이것은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다. 용납할 수 없다. 국민들은 이미 박근혜 정권을 심판했다. 내각은 전원 사퇴해야 한다. 박근혜와 그 공범들이 만든 적폐들을 함께 처분해야 한다. 검찰과 국정원, 재벌들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


서울 저녁 자유발언들

 

“내 꿈은 박근혜 처벌만이 아니다. 대출 없이 사는 신혼부부, 무상교육으로 대학 다니는 학생, 기저귀 값 걱정 없는 워킹맘, 지방대 출신의 게이 대통령이 있는 나라가 내 꿈이다! 그런 나라를 위해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싶다. 촛불의 열기를 끝까지 이어가자!” (30대 청년)

“이미 일백 번 끌어내려도 모자란 자가 뻔뻔하게 버티겠다고 한다. 오늘 박근혜는 쉬면서 티브이를 봤다고 한다. 우리가 박근혜 쉬게 하려고 여기 나왔나. 더 꼼수 쓰지 못하게 얼른 끌어내려야 한다. 그리고 황교안이 누구냐. 국무총리 취임한 날에 4 · 16연대를 압수 수색한 자다. 그러니 탄핵이 가결돼도 촛불을 멈출 수 없다.” (성균관대 학생)

“직무 정지된 박근혜의 자리에, 황교안이 온다. 법의 이름으로 정권과 기업주들을 비호한 공안검사 출신, 부정부패의 ‘끝판왕’ 황교안 말이다. 이 무슨 황당한 경우가 다 있는가?

“박근혜는 세월호 특조위를 망가뜨린 조대환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하며 민중과 촛불한테 최후 결전을 선포했다.

“황교안은 박근혜의 적폐들을 그대로 이어가려고 한다. 다 끝났으니 돌아가자는 말을 믿지 말자. 박근혜가 자기 아빠의 말로를 떠올리며 제 발로 내려올 때까지 촛불을 이어가자.” (김승주, 대학생)

“헌재도 촛불에 영향을 받는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촛불을 더 많이 들어야 한다. 청문회에 안 나오는 최순실,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우병우, 권력에 기대 이득을 챙긴 재벌, 헛소리하는 김기춘까지 모두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우리 아빠가 그랬다, 콩밥이 건강에 좋다고. 박근혜 씨, 들어가서 많이 드셨으면 좋겠다!” (막 수능 끝낸 고3 학생)

“최순실이 학력 위조했다고 드러난 [미국 학위장사 기관] PSU는 건국대가 소유했다. 그런데 건국대 당국은 의혹을 밝히라는 학생들한테 “엄중 대응” 운운했다. 학생들이 아니라, 학력 위조한 최순실한테 “엄중 대응” 해야 하지 않는가!” (김무석, 건국대 학생)

“너무 화나서 월차 쓰고 올라왔다. 박근혜는 탄핵으로 끝내면 안 된다. 50년은 옥살이 해야 한다. 우리가 나라를 변화시켜야 한다.” (부산에서 올라온 노동자)

“고려대 학생들이 11월 28일 학생 총회에서 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을 위해 행동하겠다고 결의했다. 박근혜식 교육개악과 맥락을 같이 하는 고려대 미래융합대 설립에 반대해 본관을 점거했다. 그리고 어제 첫 단계인 교무위원회를 학생 2백 명이 저지했다!

“고려대 염재호 총장은 박근혜 정권 초에 “공공기관 정상화” 단장을 맡았던 자다. 염재호 총장의 미래대학도 날려버릴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 모든 개악 날려 버리고 박근혜도 날리자!” (연은정, 고려대 학생)

“박근혜, 90분 동안 머리 손질했다고 한다. 정말 분통터진다. ‘세월호 7시간’을 밝히는 게 진상 규명의 첫 시작이다.

“탄핵은 야당의 공이 아니라 촛불의 승리다. 그리고 탄핵이 끝이 아니다. 황교안은 ‘국정 교과서 해야 한다’, ‘자위대가 한반도 땅에 들어와도 된다’고 했다. 오늘, ‘불법 집회 대응하겠다’고도 했다. 벌써 불법 운운하며 억압하려 든다. 황교안 내각, 두고 볼 수 없다.” (한 대학생)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304개의 구명조끼가 놓여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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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1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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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즉각 퇴진하라!’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탄핵됐다고 거리를 떠나면 안 돼

박근혜가 국회에서 탄핵당함에 따라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 내 온건파들은 12월 10일 집회에서 “국민의 승리”를 일방으로 선언하고 헌법재판소(헌재) 심판 때까지 거리 항의 시위를 청산하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자신은 6일 새누리당의 대표 · 원내대표인 이정현 · 정진석과 회담한 자리에서 헌재의 탄핵 심판(심리와 재판)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도록 투쟁할 것임을 암시했다. “탄핵소추 절차를 밟아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 “탄핵이 가결되면 받아들여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당에서 이런 입장을 생각해서 협조해 주길 바란다.”

△가장 큰 적폐인 박근혜가 청와대에 남아 있는 한, 거리를 떠나서는 안 된다. ⓒ사진공동취재단

그 일주일 전인 11월 29일 박근혜는 제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이를 음성 분석 전문가 조동욱 충북도립대 정보통신과학과 교수가 분석했는데, 그는 박근혜의 어조를 고스톱에 비유해 이렇게 말했다. “패 한 번 돌려야겠다는 상당한 의지가 실려 있다.”

상대가 싸우겠다는데 우리가 거리에서 물러나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박근혜 퇴진 운동은 크게 두 가지 전투로 전개되고 있다. 하나는 진보 · 좌파 진영이 주도하는 거리 항의 투쟁이고, 다른 하나는 주류 야당들이 주도(하고 사회민주주의 정의당이 지지)하는 제도권 책략이다.

둘은 박근혜 퇴진이라는 당면 목표를 공유하지만, 그 목표를 이룰 수단을 달리한다. 하나는 거리(그리고 노동자연대 등 좌파의 경우 작업장 파업도)이고, 다른 하나는 의회와 헌법재판소다.

두 수단은 ‘경쟁’과 ‘협력’의 역설적 관계인데, 일반으로 “민중의 힘과 항의가 의회 책략보다 더 효과적”이다. 특히, 민중이 동원돼 민중의 힘이 가동되고 있는 “현재의 맥락에서[는] 대중 직접행동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민중의 힘이야말로 박근혜 퇴진과 퇴진 ‘이후’를 이어 줄 고리”다(<노동자 연대> 신문 188호 사설 ‘이렇게 생각한다’).

민주주의 혁명?

물론 지금 민중(시민)의 힘은 전혀 혁명적 수위에 육박하지 않았다. 국가 형태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군사독재나 파시즘 또는 관료적 국가자본주의 국가인 사회에서는 민주주의 혁명을 전망할 수도 있다. 1989년 동유럽에서 스탈린주의 국가 기구를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로 변혁한 민중 혁명이 민주주의 혁명의 사례였고, 또 2011년 튀니지와 이집트 등 아랍 세계를 뒤흔들었던 민중 혁명도 민주주의 혁명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 형태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이다. 비록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등 불완전한 요소가 엄존하지만 말이다.

국가 형태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인데도 민주주의 혁명을 일정에 올리는 것은 실천에서는 개혁주의로 나타난다. 비록 좌파적인 개혁주의일지라도 말이다. 좌파적인 개혁주의는 주류 개혁주의와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하나는 자본주의를 개혁해 (‘인간다운’ 자본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로 나아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규모 거리 투쟁 전술을 (극도로 아끼지 않고) 기꺼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스탈린주의자들은 사회주의 운운하기 전에 민주주의 혁명부터 완수해야 한다는 2단계혁명론을 고수해 왔다. 그리고 민주변혁 단계에서 그들의 실천은 좌파적 개혁주의 노선을 따랐다. 그래서 자민통계는 거의 모든 결정적 정국에서 참여연대의 좌파적 버전 비슷한 입장을 취해 왔다.

가령 자민통계는 2008년 6월 10일 1백만 촛불 시위 직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라는 단일 쟁점 특권화를 폐기하고 이제 이명박 퇴진으로 나아가자고 한 좌파 측과 강경파 시위대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중심을 못 잡았다.”(정대연)

자민통계는 지금의 박근혜 퇴진 운동 안에서도 끊임없이 운동을 민주당과의 공조 속에 자리 잡게 하고자 참여연대의 왼쪽에서 그와 함께 애쓰고 있다. 특히, 퇴진행동이 민주당을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4년부터 집권해 온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리카민족회의(이하 ANC) 정부의 사례에서도 스탈린주의의 노선이 잘 드러난다. ANC의 핵심은 남아공공산당인데, 공산당은 심지어 ANC 정부의 신자유주의(특히 민영화) 정책을 지지해 왔다.

어떤 계급이 이끄는 ‘민중’ 혁명?

한국에서 혁명이 의제에 오른다면 그 동력은 계급을 초월한 민중 혁명이 아니라 노동계급이 이끄는 민중 혁명, 즉 노동자 혁명일 것이다. 선진 산업국의 일원이 된 한국에서 민중의 대부분은 노동계급이다.

노동자가 아닌 다른 민중(노동계급에 속하지 않는 빈민 부분이나, 농촌의 중간계급인 농민)이 ‘혁명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손 쳐도 어디까지나 정치적 헤게모니(지도권)는 노동계급에 있을 수밖에 없다. 빈민이나 농민은 존재 조건상 자본주의를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노동계급은 자체의 고유한 행동을 하고 있지 않다. 철도 노동자들이 부분적 파업 행동을 했고,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이 유리한 정세를 이용해 파업이나 다른 형태의 쟁의 행위를 한 적이 있지만 전혀 일반적이지 못했다. 노동계급의 자체 활동이 없는데도 노동자 혁명에 대해 얘기할 수는 없다.

공장 점거 운동까지 수반된 1936년 프랑스 정국도 혁명적 상황으로 규정되진 않는다. 1천만 명의 노동자들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1968년 5월도 엄밀히 말해 혁명은 아니었다.

혁명적 상황이 아니라면 그 많은 적폐들은?

즉각 퇴진 시위대의 대부분은 박근혜 퇴진과 함께 박근혜가 표상하는 온갖 적폐(쌓이고 쌓인 폐단)도 사라지길 원할 것이다. 그들은 단지 박근혜-최순실 부패 스캔들에만 부아가 치밀어 거리로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박-최 부패 추문은 단지 운동이 분출한 계기일 뿐이다. 오직 온건하기 이를 데 없는 개혁주의자들만이 박-최 부패 · 비리 단죄로 만족할 것이다.

박근혜 탄핵과 함께 퇴진 운동이 적폐 일소를 위한 주류 야당 압박 위주의 전술로 전환해서는 안 된다. 이런 생각은 박근혜 탄핵을 계기로 거리 투쟁을 정리하길 원하는 자들의 구상과 일치한다.

박근혜의 존재(정치적 생존) 자체가 적폐의 일부분이다. 그것도 가장 큰 부분이다. 그러므로 그가 청와대에 남아 온갖 공작을 꾸미는데도 즉각 퇴진을 위한 거리 투쟁 없이 그저 개혁입법을 통한 적폐 일소에 힘쓰자는 심상정 의원의 주장은 지지할 수 없다.

그렇다고 혁명적이거나 부분적으로 혁명적인 상황이 아닌데도 ‘이행기’ 강령을 내놓을 수는 없다. 대중의 현재 의식과 전혀 조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선의 방법은 박근혜 즉각 퇴진과 그가 임명한 황교안 총리 내각의 총사퇴 등을 반드시 포함한, 현 시기에 걸맞은 (아래로부터의) 대중 행동 강령을 내놓고 주류 야당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싸우는 것이다.

그 강령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친북 좌파와 혁명적 좌파도 정당을 결성할 정치적 자유, 온갖 노동개악 철회 등 몇 가지 핵심 요구들을 포함해 열 손가락을 넘지 않는 소박한 행동강령이어야 한다.

퇴진행동 측은 거리 항의 청산주의자와 즉각 퇴진이라는 단일 쟁점 운동주의자 사이에서 분열되지 말고 박근혜와 황교안 내각 즉각 사퇴를 포함한 핵심 적폐의 일소를 위해 대중 행동 강령을 제안하고 이를 위해 계속 거리에서 싸워야 한다.

물론 좌파와 노동단체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고유한 요구를 위해 행동(특히 파업)을 하도록 고무하는 일도 해야 할 것이다.

입력 2016-12-09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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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내각 하에서 가속되는 노동개악

박설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노동개악 공격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금융위원장 임종룡은 민간 시중 은행들에 성과연봉제를 관철하겠다고 선언하고 12일 KB국민·KEB하나·NH농협 등 8곳에서 일제히 긴급이사회를 열어 의결 처리했다. 올해 상반기 공공기관들에서 추진했던 불법적 이사회 강행 통과를 재연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만 발이 묶였을 뿐 박근혜 정부는 계속 유지되고 있고, 그것도 작심한 듯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데 사활적으로 매달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민주노총은 최근 한 성명에서 철도 파업이 “성과퇴출제를 무력화”시켰다고 평가하고 노동개악의 “불씨”를 살리려는 정부의 노력이 “허망한 짓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는 섣부른 낙관이었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시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민간부문으로도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예컨대 당장 올해 연말까지 임금피크제 협상을 완료키로 한 현대차에서도 사측의 공격에 탄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경총이 거듭 밝혀 왔듯이, 현대차에서 노동개악 관철은 자동차 제조업뿐 아니라 민간부문 전체에 영향을 미칠 ‘기준 모델’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는 민간 사업장에 대한 ‘단체협약 시정명령’도 강행하고 있다. 이는 노동개악의 일환으로 추진돼 왔는데, 전환배치·해고 등을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단협 조항을 공격하는 내용이다. 기업의 “인사·경영권을 제한”하는 조처라며 말이다. 노동자들이 투쟁해 만든 최소한의 안전망을 허물려는 시도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악에 가속도를 내는 현 상황은, 이 와중에도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투쟁하지 않으면 양보를 얻기는커녕 임금·노동조건이 후퇴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조직 규모가 크고 단체협약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금융·공공기관의 주요 노조들, 현대·기아차 등 금속노조의 주요 기둥들이 공격의 타깃이 되고 있는 점을 보면 말이다.

실제로 기아차에선 최근 노동시간 단축(주야 8시간 교대근무제)에 관한 노사합의가 체결됐는데, 노조 지도부가 이렇다 할 투쟁을 조직하지 않은 채 협상에만 기대다가 잔업 연장, 조기 출근, 신입사원 임금 차별 확대, 노동강도 강화 등의 후퇴를 수용하기도 했다. 기층 노동자들은 이미 지난 4월에 유사한 협상안을 압도적 반대로 부결시켰고 이번에도 상당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노조 지도부는 올해 내내 투쟁 건설을 회피했고, 이에 맞설 대안적 리더십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는 달리 정부의 위기를 이용해 투쟁에 나선 곳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얼마 전 집단 해고에 맞서 투쟁해 온 서울대 음대 강사들이 승리를 거뒀다. 통계청 무기계약직, 충북의 일부 학교 청소·경비 비정규직, 방과후 교사들 등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과 투쟁에 나서고,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에 맞서 부분 파업을 시작한 것도 좋은 사례일 것이다.

노동 현장의 좌파 활동가들은 현 정세 속에서 기층 조합원들의 자신감을 북돋고 이를 이용해 자기 요구를 걸고 투쟁을 건설해 나가려고 애써야 한다.

입력 2016-12-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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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제8차 범국민행동

“하루도 보기 싫다. 박근혜·황교안은 물러나라”

특별취재팀

탄핵소추안 가결 뒤, 운동에 한 발 걸치던 주류 야당부터 박근혜 게이트 폭로에 일조하던 보수 언론들까지 이제 ‘거리의 정치’는 접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 바람을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제도권이 수렴했으니, 이제 헌법 절차에 맡기자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을 지지한 사람들 대다수는 그것이 사탕발림이거나 허망한 기대임을 간파한 것 같다. 탄핵안 가결 후 2주 째 집회와 행진에도 수십만 명이 참가해 분위기가 뜨거웠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오늘 연인원 서울 65만, 전국 77만 명이 집회에 나왔다고 발표했다.

△구명조끼를 입고 총리공관으로 행진하는 세월호 유가족. ⓒ사진 조승진

오늘의 사전 집회들과 본대회, 행진은 사람들이 여전히 박근혜 즉각 퇴진을 바랄 뿐만 아니라, 황교안을 포함한 많은 적폐들이 청산되길 바라고 있음을 보여 줬다. 헌법재판소에 탄핵을 빨리 결정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헌재 앞으로도 행진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큰 환호를 보냈다.

회 탄핵안 가결 후 일시적 안도감이나 피로감 등으로 최대치보다 규모가 줄긴 했지만 그게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청와대 바로 앞 서울 도심에서 매주 수십만 명이 집회와 행진을 벌인 것은 지금껏 없었던 일이다. 쌓여 온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고, 운동의 동력이 그리 쉽게 소진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버티는 박근혜 일당을 보며 대안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도 있다.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한 박근혜의 헌재 답변서, 국회 청문회가 준 실망과 분노,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공고히 하려 했으나 세월호 수사 외압이 들통난 황교안,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 중형 선고, 기소되지 않은 재벌 기업주들 등 적폐들이 아직 제거되지 않고 있는 것이 짜증과 분노를 더 자극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정권이 정권 보위만 궁리하다가 또다시 조류독감 대응의 적기(골든타임)를 놓치고, 계란 품귀에 식료품 가격 인상까지 부추긴 상황이 오늘 집회 곳곳에서 새로운 (심판 대상으로서) 적폐 목록에 포함됐다.

이런 점에서 여전히 박근혜 퇴진에만 머물고 황교안과 국정 협의를 하려고 한 야당들은 또다시 운동보다 뒤쳐졌다. 야당들이 운동의 요구를 부분 수렴해 정국을 주도한다는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집회에 민주당 의원들이 여럿 나왔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야당들의 지지율 상승은 압도적으로 거리 투쟁이 만든 정치 지형의 좌경화 때문이다. 자신들을 부상시켜 준 운동과 거리를 두고 운동의 섟을 죽이려 할수록 호시탐탐 역전의 기회만 노리는 적폐들에게 소생 기회만 줄 것이다.(그것이 그들이 흔히 해 왔던 일이다.)

지금처럼 투쟁적이고 급진적인 목소리로 운동을 이끄는 것이 운동을 키우고 정치적으로 더 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이 강력한 거리 운동이 (역풍론 걱정을 거부하고) 처음부터 “박근혜 퇴진”을 기치로 과감하게 청와대로 행진하면서 탄생했듯이 말이다. 조직 노동운동과 좌파가 이를 용기 있게 주도했다.

오늘 집회에서 적어도 두 가지가 확인됐다. 여전히 이 운동에게는 바라는 것을 성취할 기회가 있다. 그리고 지난 두 달 간의 과정을 보건대, 이 운동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그런 승리를 성취할 자격이 있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들과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그렇다.

정리 집회에서 사회자인 최영준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이 이 점을 잘 정리했다.

“지난 7주 동안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고 그것이 박근혜 탄핵을 이끌었다. 더 길게는 2년반 동안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박근혜와 싸웠다. 또한 박근혜의 온갖 개악에 맞서 싸워온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있었다. 지난 4년간 싸워 왔던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광장에서 외칠 수 있다.”

바로 이 투쟁들의 목록이 광장과 거리에서 이 운동이 외쳐야 할 적폐의 목록일 것이다.


사전대회

오후 2시 박근혜 공범 재벌총수 구속 결의대회

오후 2시, 광화문광장 북단 본무대에서 퇴진행동 내 재벌구속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주된 구호는 "재벌 총수를 뇌물죄로 구속하라"였다.

ⓒ사진 조승진

엘지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에스케이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현대차비정규직, 기아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등 재벌 기업들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이 참가했다.

일찌감치 광화문 광장에 나온 사람들 수백 명도 관심을 많이 보였다.

재벌 기업들 성장의 동력이자 그 악행의 피해자이기도 한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 총수 구속을 요구하고 투쟁을 호소한 것은 의미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을 불법 파견으로 착취해 곳간을 채운 기업주들이 박근혜-최순실에게는 군말 없이 수십 수백억 원씩 갖다 바치고, 그 대가로 노동개악 등 온갖 특혜를 보장받은 과정이 주된 규탄 대상이었다.

“재벌들은 불법파견으로 비정규직 착취하고 배를 불려 왔다. 박근혜 퇴진뿐 아니라 재벌도 구속시켜야 한다.”(기아차 화성공장 비정규직분회 김수억)

"임금 10원 올리기도 어려운데, 저들은 수십억 원을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갖다 바쳤다. 그 대가로 국민연금을 제 돈처럼 쓰고 특별사면이나 노동개악 추진 등 온갖 특혜를 받았다. 재벌 총수를 뇌물죄로 구속해야 한다.”(에스케이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박근혜 정권 퇴진 종강 촛불 ⓒ사진 이미진

오후 3시 박근혜 정권 퇴진 종강 촛불

대학생들이 무대를 이어 받아 집회를 열었다. 대학생시국회의가 주최한 이 집회에는 기말고사 시험이 아직 안 끝난 상황에서도 3백여 명이 모였다.

각 대학 총학생회 및 학생 단체 깃발들이 많이 떴다. 대학생들도 친구들과 삼삼오오 나와 자리를 지켰다. 광장에 미리 나온 사람들까지 합치면 2천여 명이 함께했다.

박근혜정권퇴진전국대학생시국회의 집행위원이자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박혜신 활동가는 “박근혜없는 박근혜 정부”를 만들려고 하는 ‘제2의 박근혜’ 황교안을 박근혜, 온갖 적폐도 표적으로 삼아 싸우자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을 석방하고 노동 개악도 폐기해야 한다. 대학 구조조정, 청년 일자리, 국정 역사교과서, '위안부' 합의 등 온갖 적폐도 함께 날려 버리자, 탄핵이 결코 끝이 아니고 그조차도 민중이 거리에서 촛불 든 결과다. 끝까지 촛불을 들어 박근혜 날리고, 온갖 악행도 날려 버리자”

세월호 유가족 발언을 들으면서 희생자들의 또래로 ‘세월호 세대’를 자처하는 대학생 참가자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 조승진

ⓒ사진 조승진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 2반 남지현 학생의 언니 남서현 씨는 박근혜 정권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자고 호소했다. 책임자 처벌과 온전한 인양을 위해 함께해 주길 호소했다. 당연히 위로와 공감의 큰 박수를 받았다.

“오늘은 977일째 4월 16일이다. 우리 지현이가 살아 있었으면 살아 있음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이 자리에 함께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 박근혜 정권 끝장내고 싶다. 수사를 방해하고 반발하는 사람들을 좌천까지 시켰다. 황교안, 김기춘, 우병우 모두 공범이다. 새누리당도 공범이다. 국정원도 공범이다. 그들의 더러운 일 감춰 준 이들 모두 공범이다. 유가족과 특조위가 (침몰 원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하는 부분마다 해수부가 없애고 있다. 일분일초도 자유롭지 못하게 끌어내리자. 우리 아이들이 가장 살고 싶어 했던 일분일초다. 세월호 진실을 숨기는 그 자들은 지옥에 갈 것이다. 오늘 우리 부모님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행진하신다. 동생을 마지막으로 봤을 때 구명조끼 끈을 허벅지에 칭칭 감고 나왔다. 얼마나 살고 싶었으면 그 낡은 조끼의 끈을 칭칭 감았을까. 오늘 우리 부모님들이 내는 용기는 쉬운 것이 아니다. 가장 강한 엄마, 아빠들의 행진에 함께하고 응원해 달라.”

대학생들은 다음주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모이자고 굳게 다짐하며 마무리했다.

 

ⓒ사진 이미진

오후 4시 사드 배치 반대 자유발언대

KT 사옥 앞에서는 소규모로 사드 배치 반대 발언대가 운영됐다. 매주 했는데, 오늘은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 소속 주민들도 여럿 왔다.(오늘 본대회에는 성주 주민 발언이 있었다.) 성주투쟁위원회는 “사드 없는 성주 땅을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현수막을 들고 왔다.

황교안 사퇴를 촉구한 노동자연대 김어진 활동가의 발언이 호응을 받았다.

“이곳에 계신 성주, 김천 주민 여러분이야말로 지금까지 박근혜 적폐에 맞서 싸워 오신 분들이다. 김장수 안보실장은 청문회에서 세월호 7시간을 묻자 자신은 ‘안보만 생각했다’고 했다. 그 자들이 말하는 안보에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은 없다는 것이다. 황교안은 성주에 와서 허리 굽히면서도 성주 군민들에게 ‘어쩔 수 없으니 위험을 감수하라’고 말한 교활한 인간이다. 당장 사퇴시켜야 한다.”

기타 사전 행사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는 ‘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한 야3당-시민사회-교육감 비상행동’이 열렸다. 조희연 서울 교육감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정치인들도 서명을 받았다. 우익 소수의 방해로 경찰들까지 몰려와 방해를 했지만, 미리 온 사람들이나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서명에 많이 참가했다.(우익들은 자기들끼리도 싸웠다.)

조희연 교육감은 “일선 역사교사 99퍼센트가 국정교과서에 반대한다. 교사들과 교육감이 힘을 합치면 폐기 가능하다. 전국의 시도교육감들과 협의 중이다. 황교안 권한대행과 이준식 교육부총리가 국정교과서를 강행한다면 이들을 즉각 탄핵하는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좋은 취지였지만, 이미 권한대행 내각이 강행 방침을 밝힌 마당에 이는 늦은 대응이다. 게다가 세월호 집회 참가 교사를 현행 규정을 이유로 징계한 것은 교사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음도 조희연 교육감은 알아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도 발언을 했고, 이 장소에서 정의당의 국정조사 보고대회도 연이어 열렸다.

그러나 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야당들은 퇴진 운동과 거리를 두려고 하다가 오히려 뒤쳐지기만 했다. 민주당은 “즉각 퇴진” 팻말을 들고 나왔으나, 광장과 거리로 나온 대중의 의식과 정서는 황교안 사퇴, 헌재 탄핵 압박, 온갖 개악 정책의 철회와 관련자 처벌(적폐 청산)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퇴진 운동 초기에 운동 성장에 기여했던 정의당도 탄핵안 가결 이후에는 주류 야당과 이런 문제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사진 이미진

오후 5시 본대회

“단 하루도 못 참겠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황교안도 공범이다, 황교안은 사퇴하라, 범죄자를 구속하라, 헌재는 탄핵하라” 구호를 외치며 본대회를 시작했다.(정식 명칭: “끝까지 간다! 박근혜 즉각퇴진, 공범처벌-적폐청산의 날 촛불문화제”)

오늘 퇴진행동을 대표해 발언한 것은 퇴진행동 공동 대표인 박석운 진보연대 대표였다. 박석운 대표는 퇴진행동 차원의 요구를 정리해 발표했다.

“어제 박근혜가 답변서를 냈다. 탄핵 이유가 없다고 했는데 말이 안 된다. 지금 박근혜는 국민과 싸우겠다는 것인가. 하루라도 빨리 퇴진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조속한 탄핵 인용을 촉구한다.(박수) 그런데 박근혜 쫓아낸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퇴진과 함께 인적 청산과 적폐 청산을 위해 함께 나서 주길 호소한다.”

세월호 특조위원으로도 활동했던 서강대 이호중 교수의 헌재 발언은 호응이 매우 좋았다. 모든 발언마다 3분과 5분이 지나면 발언을 정리하도록 청중이 박수를 쳐 달라는 자막 안내가 나왔지만, 이호중 교수의 발언은 그런 박수가 나오지 않았고, 7분여 정도 발언이 끝난 뒤에는 큰 호응과 박수가 있었다. 기계적인 시간 제한이 정치적으로는 그다지 좋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우리는 이제 겨우 출발점에 섰다. 어제 박근혜가 탄핵 사유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기가 막히다. 이 답변서를 보면서 박근혜를 대통령직에 단 하루도 더 둘 수 없다는 것이 더 분명해졌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 헌재다. 박근혜는 범죄 사실을 부인하며 시간을 끌고 공작 정치 세력의 전열을 정비하겠다는 심산이다. 진보당 해산 때 김기춘과 헌재가 소통한 게 드러났다. 박근혜는 대법원장도 사찰했다. 박근혜는 헌재 정도는 맘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 헌재는 나약한 기구다. 두 눈 부릅뜨고 헌재를 압박해야 한다. 헌재는 주권자의 명령을 받들어 즉각 탄핵을 결정해야 한다. 박근혜 체제라는 말을 쓰고 싶다. 박근혜를 떠받친 재벌, 언론, 권력기관 등이 모두 공범이다. 이 체제가 청산되는 날이 촛불 혁명이 완수되는 날이다. 박근혜 체제 타도하자. 헌재는 즉각 탄핵하라.”

이어 성주군 초전면 소송리 주민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임순분 할머니가 올라왔다. 소개만으로도 큰 박수가 나왔다.

“우리 마을은 60가구 1백여 명이 잘 살고 있었는데 아무 말도 없이 사드가 배치된다고 했다. 사드 배치되는 곳 바로 밑에 6가구가 산다. 오늘 우리 마을 어르신들의 한과 눈물을 담고 여기 올라왔다. 전쟁 무기 사드는 절대 들어오면 안 된다. 사드 배치가 발표된 날 저녁에 마을 가니 마을 어르신들이 회관에 불도 켜지 않은 채 너무 무섭다고 울고 계셨다. 촛불 시민들께 호소한다. 서로 도우면 사드 배치 막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이완영(성주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의원), 경북도지사(새누리당 김관용), 성주군수, 국방장관은 우리 주민들의 철천지 원수다. 신이 있다면 이들에게 벼락을 철퇴를 내려 주십시오.(큰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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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상징하는 구명조끼를 각자 입고 본무대 앞에 앉아 있던 세월호 유가족들을 대표해 희생 학생 이재욱 군의 어머니 홍영미 씨가 발언했다.

“세월호 참사로 별이 돼서도 여기를 비추는 2학년 8반 이재욱의 엄마다. 우리의 미래요 희망이었다. 이 순간을 응원할 아이가 있으니 오늘도 뚜벅뚜벅 걸어간다. 재욱이에게 엄마는 멈출 수 없다고 매일매일 말하며 싸운다. ‘나 여기 있어’ 하며 부르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가 세포 하나하나 느껴지는 엄마와 아빠가 있다. 세월호 인양해야 한다. 청문회 참관을 갔다. 아이들이 왜 억울하게 죽었는지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거짓말하는 어른들을 보며 참담했다. 감시와 사찰, 모욕과 수치의 지난 날이 떠올랐다. 마침내 국민 촛불의 힘으로 박근혜가 탄핵 도마에 올랐다. 이제야 비로소 청와대 1백 미터 앞까지 갔고 청문회 생중계도 한다. ‘국민이 깨어 있으니 이런 일이 가능하구나’ 한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러나 인륜을 빼앗고 천륜을 빼앗고 양심을 버린,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자들이 있다. 박근혜는 망상에 사로잡혀 잘못 없다는 답변서를 냈다. 황교안은 가증스런 대통령 놀이 하고 있다. 그놈이 그놈이다.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그들이 갈 곳은 이미 정해져 있다. 감옥에 갈 사람은 잘 살고 있고 나와야 할 한상균 위원장은 3년 형을 받았다. 진실 규명을 위해 함께해 준 한상균 위원장에게 감사하고 미안하다. 박근혜를 구속하고 한상균을 석방하라! 한상균을 석방하고 부역자를 처벌하라! 국민의 명령이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언제나처럼 세월호 유가족들의 발언은 감동이었고, 사람들의 투지를 자극했다.

본대회가 끝난 후, 행진이 시작됐다.

오후 7시 행진

청와대, 총리 공관(삼청동), 헌법재판소(안국역) 세 방향으로 방송차 4대가 출발했다. 지난 몇 차례 집회들보다 다소 차분해 보이던 광장 분위기는 일순 바뀌었다. 행진이 시작하기만 기다린 것처럼 말이다. 떠들썩함과 활기가 금세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방송차마다 수만 명이 행진에 함께했다. 청와대로 향하는 행진이 가장 많았고, 이전과 달리 총리 공관이 있는 삼청동 방향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특히, 총리 공관 방향은 구명조끼를 입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앞장섰다. 황교안이 세월호 수사까지 방해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대열을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뒤따랐다. 헌재 방향 행진에서는 진보당 해산 당시 청와대와 내통한 헌재를 규탄하고 이석기 전 의원 석방 등을 요구하는 구호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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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거점에서 집회를 마치고 대열은 다시 돌아 광화문광장으로 모였다. 아쉬움 속에서 24일, 31일 집회에 또 다시 거대하게 모이자는 결의로 이날 집회는 끝이 났다.

탄핵소추안 가결 뒤에도 2주 째 연인원 60만 명이 청와대와 총리공관, 헌재를 향해 진격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는 구호는 이제 “황교안도 물러나라”로 발전했다. “헌재는 즉각 탄핵하라” 구호도 많이 외쳐졌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춘 세월호 특별법과 책임자 처벌, 사드 배치 철회,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박근혜 정부 ‘부역자’ 처벌,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석방, 노동개악 철회 등 적폐 청산의 구호들도 널리 지지를 얻었다.

민중의 다수는 박근혜를 하루라도 빨리 제거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이 극악한 통치자 한 명 제거하는 데 그치질 않기를 바란다.


곳곳의 자유발언들

박근혜가 탄핵당했다. 참으로 마음이 뜨겁다. 수많은 촛불의 힘이었다. 그런데 박근혜와 그를 비호하는 무리들은 고개를 꼿꼿이 들고 버티고 있다. 여기 있는 우리는 단 한 명도 이해 못할 일이다.

수많은 촛불들 덕분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이 이제야 조금씩 첫발을 떼기 시작했는데, 참사 책임자들의 실체가 드러날 때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감당하기 어려워서 고통스럽다.

하지만 괜찮다. 저희의 고통은 배 안에서 죽어간 아이들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에, 저희는 더 많은 진실을 원한다. 그러니 여러분 인정사정 없이 낱낱이 밝혀 달라.

세월호 가족들은 지금 새롭게 힘을 얻고 있다. 모두 이 자리에 계신 촛불들 덕이다. 감사합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우겠습니다!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2학년 3반 24번 예은이 아빠 유경근

6년째 해고자 생활을 하고 있다. 제가 입고 있는 옷은 사람이 하직했을 때 입는 장례복이다. 이 옷을 입은 이유는 같이 20년을 일했던 한 노동자가 회사의 탄압 때문에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3백 명 남은 노동조합에서 30명이 해고 당하고 매일같이 징계 당했다. 사측은 노동조합을 무려 1천3백 건이나 고소했다.

회사는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 끊었지 자기들이 죽인 게 아니라고 한다. 법원은 회사에게는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고 노동자들에게만 유죄를 선고한다. 하나만 묻자. 3백4명의 목숨이 수장되는 동안 박근혜는 뭐 했나? 이 박근혜에게 몇 년을 구형해야 하겠나? 재벌총수들에게는 몇 년이 떨어져야 하나? 우리는 피눈물로 살고 있다. 박근혜 정권과 놀아난 재벌놈들 감옥에 넣을 때까지 우리는 최전선에서 싸우겠다.

유성기업 노동자 조성덕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통해 우리는 이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삶을 지키는데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대란을 통해서도 이 정부가 무책임하고 무능력하다는 것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후 1천 일이 다 되어 가지만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정부가 대처를 잘했는데 철새 때문에 AI가 확산됐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 공식 통계로도 야생 조류로 인한 확산보다 사람과 차량으로 인한 확산이 세 배나 더 많다고 한다. 이런 부분만 방역을 잘했어도 피해가 훨씬 줄었을 것이다.

황교안 총리도 농가에서 처음 AI가 발생한 다음 날에도 AI에 대한 구체적 대응은 하지 않고, 박근혜에게 제기된 의혹이 유언비어라며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지금 마트에서 계란 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고 있다. 계란과 관련 있는 기초 식재료 가격이 동반 상승하게 될 위험도 있다. 이 정부 하루도 그냥 둘 수 없다.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학생이자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김무석

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해 집회에 나왔다. 하나의 교과서로[만 배워서] 단일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보다 여러 교과서로 [배워서] 다양한 생각을 배우는 [기회가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박근혜는 범죄자이기 때문에 더욱 박근혜 정부[가 만든] 교과서를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국정교과서를 올해가 가기 전에 폐기했으면 좋겠다.

중학교 1학년 여학생 류현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어때야 하는지] 여기 계신 분들은 아는 거 같은데 저기 [정치권에] 계신 분들은 모르는 것 같다.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있는 것이다.

나는 13살밖에 안 되지만 저분들보다 더 정의를 잘 안다. 나는 부모님 지갑을 건드리지 않는다. [박근혜가] 보톡스나 맞으라고 [서민들이] 세금 낸 것 아니다. 국가가 국민을 무서워할 때까지 촛불을 들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장민주

황교안은 즉각 사퇴하고, 그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국민을 위한 일이다. 황교안이 누구인가? 그동안 박근혜 옆에서 용비어천가 부르고 권력을 주워먹던 최고의 부역자다. … 황교안은 위안부 합의 [결과를 옹호하며] 그 정도면 만족하라[고 말한 사람이다.] 황교안은 세월호 진상 규명도 막아 왔다.

[황교안은] 대리운전 하라고 했더니 자기 차인 줄 안다. [황교안이 말한 것 중] 국정을 차질 없이 운영하겠다고 한 것이 가장 끔찍하다. 국정교과서와 노동개악이 황교안이 말하는 ‘국정’이다. [황교안 뿐 아니라] 저들 중 누구도 국정을 운영하면 안 된다.

황교안은 사퇴하고 그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마라.

공공운수노조 사무처장 김애란

삼성은 [백혈병으로 사망한 반도체 노동자] 황유미 씨의 유가족들에게는 5백만 원 내밀고 정유라와 최순실에게 수십억 원을 줬다. 그런데 [그런] 재벌을 찬양하는 교과서를 국정으로 채택한다는 것은 노동자 서민 피 빨아[먹고] 사는 것이 괜찮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겠다는 것이며, 그런 나라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는 국민의 힘으로 폐기해야 할 것이다. 촛불이 할 수 있다!

정의당 국회의원 윤소하

박근혜가 헌법재판소에 탄핵[당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청와대가 헌법재판소를 믿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수첩 2014년 8월 25일자 메모에는 김기춘이 통합진보당 해산 관련해서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고] 되어 있다. 김기춘이 직접 ‘지하혁명조직 RO가 아니라 과거 민혁당의 주도 세력이 통합진보당을 장악하고 있다’고 변경하라고 요청한 것도 나온다.

또 김기춘이 통합진보당 [관련 판결]을 연내에 선고하라고 하고 나서 2주 후인 2014년 10월 13일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국회에서 통합진보당 [관련 판결]을 연내에 선고하겠다고 한 정황도 나온다. 이것이 내통이 아니고 무엇인가?

심지어 2014년 12월 19일에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는데, 바로 그 이틀 전에 김기춘이 19일에 선고되니까 후속 작업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헌법재판소 판결 내용을 어떻게 청와대가 미리 알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이 내통한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시민 여러분.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국민이 무서워서라도 시급하게 조속하게 탄핵 결정을 하도록 끝까지 싸우자. 헌재는 [박근혜를] 탄핵하라! 조속히 탄핵하라!

민중연합당 공동대표 정태흥

언론이나 정치권은 탄핵이 가결되었으니 투쟁을 마쳐도 될 것처럼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의 목표는 언제나 박근혜 즉각 퇴진이다. 2만에서 2백만이 될 때까지 언제나 우리의 요구는 즉각 퇴진이었다. 박근혜 아바타 황교안이 대행하고 있는데도 탄핵이 끝이라는 것은 기만이다. 여기서 투쟁이 멈추면 박근혜는 다시 살아날 것이고 그러면 모든 죄가 가라앉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종강을 했다고 탄핵이 가결됐다고 가만히 있지 말자. 투쟁을 멈추지 않으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꽃필 것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정의가 이뤄지는 날은 반드시 있다. 진실을 되찾는 날까지 거리로 나오자.

숙명여대 학생 김성은

우리는 박근혜 개인에게만 분노하는 게 아니다. 박근혜가 국정을 농단할 수 있게 한 시스템에 분노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주변 어디를 봐도] 부정부패가 가득하다. … 청년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학교와 일터에서 기본적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아버지가 철도 조합원[이기도 한데] 박근혜 정부 하에서 우리 집 [모두가] 너무 힘들었다. 끝까지 싸우겠다.

한 청년

오늘도 연인원 60만이 촛불을 밝혔다. 촛불의 힘으로 우리가 박근혜를 탄핵시켰는데, 뻔뻔스럽게 탄핵 사유에 반대하고 청와대에서 농성 중이다. 우리가 가만히 있어야 하나? 광화문 구치소에 당장 구속시키자. [박근혜] 퇴진시키는 성탄 촛불을 밝히고 박근혜 없는 새해를 맞이하자.

한 남성

ⓒ사진 이미진

ⓒ사진 조승진

입력 2016-12-1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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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갈림길에 선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

박근혜가 탄핵됐다. 실로 기쁘기 그지없다. 물론 박근혜가 소생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그 자신도 최고 국가 기관이고(활동 정지를 명령 받았지만), 운이 따르면 특정 상황에서 다른 몇몇 권력 기관을 움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핵소추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된 것을 보면, 지배계급의 다수는 도마뱀처럼 (박근혜라는)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기로 한 듯하다.

그런 다수 지배자의 의지를 대변한 듯한 선전물이 바로 전여옥의 《오만과 무능 ― 굿바이, 朴의 나라》(도서출판 독서광, 2016)이다. 

저자는 6·15선언을 폄훼하고, 노숙자를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2008년 촛불 운동을 비난한 악명 높은 우익 언론인이자 친이명박계 정치인이다.

그는 박근혜가 아는 게 없는 무식쟁이인 데다, 꼴에 극도로 오만 방자하고, 하얀 양복에 하얀 구두를 신고 늙다리들의 나이트클럽이나 출입할 듯한 늙고 천한 제비족 최태민과 함께 기업인들의 돈이나 뜯으러 다닌, 수준 이하의 인물이었음을 많은 구체적 사례를 들어 폭로한다.

박근혜는 말이든 글이든 횡설수설하는 데다 가끔 얼토당토않게 뜬구름 잡는 신비주의적 언사도 섞어 말한다고 한다.

또, 박근혜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며 박근혜를 ‘조종한’ 최태민 딸 최순실의 정체도 전여옥은 들춰 낸다.

물론 박근혜에게도 강점은 있는데, 바로 권력 의지, 권력에의 놀라운 집착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보기에 문제는 그런, 크게 함량 미달인 인물이 어떻게 공식 정계 입문 후 지금까지 거의 20년 동안 대부분 승승장구했느냐이다. 

전여옥은 한때, 박근혜가 한나라당 대표이던 시절에 당 대변인이었다가 2007년 박근혜에게 등 돌리고 이명박 지지로 옮겨갔다. 그러니 박근혜 공식 정치 인생의 전반부는 지지해 준 셈이다. 

다른 우익들과 지배자들은 모두 박근혜와 그의 반동적인(반민주, 반민생, 반노동, 반평화 등) 정책들을 일관되게 지지했다.

그들이 박근혜의 결정적인 단점들을 몰랐을 리 없다. 허구한 날 작당이나 하고 앉았고 꼼수나 쓰는 인간들이 그걸 간파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들은 박근혜가 박정희 시대를 나타내는 정치적 상징 구실을 할 수 있고, 정치 의식이 없는 후진적 유권자들로부터 동정표를 얻어 낼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는 박근혜라는 우상을 앞세워 그 우상 뒤에서 이윤과 권력을 쌓았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임금님 벌거벗으셨네요!” 하자 모든 것이 한순간 무너지기 시작했다.

박근혜는 최순실의 꼭두각시도 아니고, 다른 어느 누구의 꼭두각시도 아니다. 그는 그 모든 자들과 공범이다. 부패와 부정축재 공범이고, 노동계급 착취의 공범이고, 반민주 억압의 공범이고, 친미·친일 군국주의 후원의 공범이다. 이 경우에 공동정범의 주종관계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박근혜가 주범이다.

신분 세습 왕조라면 모를까 (자본주의적)민주주의 하에서는 형식상으로 공정한 절차를 거치므로 일곱 살배기가 대통령이나 총리가 되는 일은 없다.

박근혜처럼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 성품이 결여된 인물이 국가 수반이 되고, 언론과 학계의 아첨꾼들이 그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온 국민에게서 쥐어짜 내려 애쓰는 것이 바로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 정치 체제(전여옥이 ‘시스템’이라고 부르는)인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현상, 일부 유럽 나라들에서 우익 포퓰리스트들과 심지어 나치의 부상도 같은 맥락 속에서 볼 수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는 자들

이처럼 시스템에 비춰 본다면, 그동안 박근혜라는 정치적 상징(더 정확히 말하면 우상)을 내세워 억압과 착취, 천대와 차별을 일삼던 자들이 이제 박근혜만 남겨 두고 도망가고 있는 명백한 현실을 똑바로 직시할 수 있다.

그런 현실을 못 본 척하는 기성 정치인들은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인 황교안 내각을 반대하는 것조차 막으려 애쓰고 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안에서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것도 막으려 하고 있고, 비폭력적 정치 활동을 했는데도 단지 친북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수감된 진보당 간부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것도 가로막고 있다. 노동개악이 박근혜 하에서 쌓이고 쌓인 폐단(적폐)의 일부라는 점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물론 <노동자 연대> 신문은 마르크스-레닌-트로츠키의 고전적 마르크스주의를 지지하므로 수감된 진보당 간부들의 사상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석기 등은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았고, 아무의 목숨도 노리지 않았으며, 테러용 폭탄이나 총기를 준비하지도 않았다.

사상과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정당을 강제 해산시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자본가들을 비롯한 지배자들에게는 민주주의일지 몰라도 노동자들과 천대받는 사람들에게는 독재다.

지금 촛불 운동은 갈림길에 서 있다. 전진이냐, 아니면 잠시 답보하다 퇴보까지 하느냐 하는 선택지 말이다. 정부·여당을 확실히 패퇴시켜야 한다. 적당히 패퇴시키고 빨리 선거 문제로 도망가는 것은, 명망과 존경, 점잖다는 칭찬의 입발림말을 늘어놓으며 정치적 소생의 기회를 엿보는 여권 세력에 반격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입력 2016-12-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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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권의 대표 적폐

박근혜를 비롯한 책임자들을 처벌하라

김지윤

살릴 수 있었다 12월 10일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3백4명을 상징하는 구명조끼 3백4개가 놓여 있다. ⓒ사진 이미진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이 법무부 장관 시절 세월호 참사의 정부 책임을 덮으려고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는 황교안이 2014년 7월 말 목포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를 물으려던 검찰에 외압을 가해 기소를 늦추게 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10월 초 123정장을 기소한 광주지검 지휘부를 일제히 좌천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때는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이정현이 KBS 보도국장 김시곤에게 전화해 해경 비판 보도 축소 외압을 넣은 때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가 민심이 폭발할까 봐 전방위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축소하거나 틀어막으려 했음을 알 수 있다. 황교안은 이런 “박근혜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해 국무총리에 오른 것이었다! 

“정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는 망언을 남긴 국방부 장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활동 방해에 앞장선 해수부 장관, 특조위를 세금 도둑이라 비난한 정무수석, 이 정부가 한통속으로 세월호 참사 진실을 은폐했다. 최근까지도 새누리당은 탄핵소추안에서 세월호 참사 책임 문구를 빼려고 억지를 썼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수많은 노력 끝에 적잖이 드러났다. 참사 당일 박근혜의 행적만이 아니라 침몰에 대한 정부의 책임도 밝혀지고 있다.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선체 인양이 비밀리에 이뤄지고 화물칸을 중심으로 선체 훼손이 이뤄지는 것이 세월호에 실린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과 연관돼 있을 개연성을 집중 취재했다. 지난 6월 특조위는 세월호에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 수백톤이 과적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게다가 과적된 철근 중 1백30여 톤이 선수갑판에 실려 있었는데 이는 배가 급격히 기우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쳤을 확률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 과적은 박근혜 정부가 침몰 자체에도 책임이 있다는 증거다. 

청해진해운 선원들이 철근 과적을 지적했지만 사측이 늘 이를 무시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증언했다. 잘 알려진 대로 침몰 소식을 들었을 때 청해진해운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화물 기록 조작이었다. 이 조작이 모두 끝나고 나서야 선원들은 배를 빠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을 맞춰 보면 과적은 정부의 방조 혹은 압력 속에서 이뤄졌을 공산이 매우 크다. 검찰은 수사에서 화물 과적 부분을 파헤치지 않았다. 

SBS 취재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직후 한동안은 제주 해군기지 공사가 진척이 없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철근 자재를 모두 부산항에서 조달한다고 조작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체계(MD)의 일환으로,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 이뤄졌다. 그런데 당시 제주 해군기지는 애초 계획보다 1년 이상 공사가 지연되고 있었다. 악천후에도 세월호가 무리하게 출항한 이유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국정원이 세월호 관리에 깊숙이 개입한 것도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즉,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정부의 친제국주의 정책이 긴밀히 연결돼 있다.

세월호 참사만으로도 퇴진감

퇴진 운동에 나온 참가자들의 다수는 세월호 참사를 박근혜 퇴진의 첫째 이유로 꼽고 있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7시간 동안 왜 해야 할 일을 안 했냐는 겁니다.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부터 말단 해경까지 어느 누구도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하지 않았고, 구조된 선원이나 승객들에게 내부 상황을 묻지 않았습니다. … 이것은 구조를 못 한 게 아니라 안 했다는 뜻입니다.” 참사 원인부터 구조 실패, 진실 은폐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만으로도 진작에 물러났어야 마땅하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들을 낱낱이 밝혀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 유가족들의 요구대로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에서도 유가족들의 염원을 무시해 온 두 거대 야당에게 이런 과제를 내맡길 순 없다. 최근 민주당 의원 위성곤은 기존 특조위 활동 기한 연장 수준의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이는 현재 유가족들의 요구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야당과는 독립적으로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을 위한 대중 투쟁이 강력하게 건설돼야 한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광장의 요구다. ⓒ사진 이미진

입력 2016-12-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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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 운동이 조직이 아닌 개인들의 운동이었다는 주장의 함의

정선영

최근 <한겨레>는 박근혜 퇴진 운동이 기존 조직이 아닌 개인들의 운동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기사를 연재했다. 이번 운동 과정에서 “기존 조직은 거부당했다”, “깃발을 들지 마라”는 주장과 “대표하려는 조직에 반감”이 크다며 개인들의 자발적인 연대를 통한 행동을 부각하는 내용이었다. 과연 집회를 직접 보고 쓴 기사인지 의심이 든다.

물론 역대 최대 규모였던 이번 운동에서 많은 사람들은 큰 활력과 놀라운 자발성·헌신성을 보여 줬다. 이 사회의 지배자들은 대중은 우매하다고 여기며 지배 엘리트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이와 같은 대중의 자발성은 평범한 사람들이 진정으로 사회를 운영할 잠재력이 있다는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주장이 옳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이렇게 개인들의 자발성을 찬양하는 것이 기존 운동 단체들의 기여를 깎아 내리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은 부적절하다. 기존 운동 단체들의 기여는 이번 운동의 성장에 핵심적인 구실을 했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박근혜 정부의 수많은 악행에 대한 분노가 여러 대학에서 시국선언으로 조직될 때도 학생회 등과 진보·좌파 단체들의 기여가 중요했다.

10월 29일 첫 집회를 제안하고 조직한 것은 대중의 정서를 감지한 노동 단체와 좌파 단체로 이뤄진 민중총궐기투쟁본부였다. 이 집회에 3만 명이 참가한 것이 향후 운동에 중요한 디딤돌을 놓았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11월 5일에 30만, 11월 12일 1백만 명이 참가하는 시위를 주최했다. 이후 매주 토요일 1백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시위들을 주최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도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의 단체들을 포함해 1천5백 개 단체가 참가한 것이다.

<한겨레>나 일부 NGO 들은 이 운동에 대표가 없었다고 하지만 이런 연대체가 운동의 방향을 논하는 대표체 구실을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퇴진 운동에는 민주노총의 조직 노동자들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철도 노동자들은 평일 시위 대열의 거의 절반을 동원하며 운동의 한 축을 형성했다. 운동이 대중적으로 커진 뒤에도 압도적인 정서는 조직 거부가 아니라 오히려 노동조합과 여러 단체들이 더욱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운동은 그 시작부터 정부의 권위 자체에 도전하는 운동이었다. 그래서 2002년과 2008년 촛불 운동 과정에서 나타났던 정치 배제 논리가 끼어들 여지가 훨씬 적었다. 또 박근혜 정부라는 억압적인 권력에 맞선 투쟁이라는 성격 때문에 국가 권력의 문제를 회피하는 자율주의적 정서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제대로 된 정치적 대안을 구축해야 한다는 정서가 컸다. 그런 측면에서 거리의 더 큰 문제의식은 야당이 너무 온건해 촛불 운동의 정서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이번 퇴진 운동에서 기존 조직이 배제됐다거나 대표체가 없었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게다가 현실에서 정치적 조직이 배재된 운동이란 존재할 수 없다. 정치를 의회 정치나, 주류의 공식 정치로 협소하게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진정한 정치란 사회의 권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투쟁과 관련한 것이다. 사회의 권력 구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둘러싼 입장은 다 정치적인 것이라 할 수 있고, 그렇게 보면 매우 소박한 수준일지라도 정치가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설사 특정 단체가 명확한 정치를 표방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모종의 정치적 성향을 띠기 마련이다.

더욱이 이번 운동에서 기존 조직이 거부당했다거나 대표가 없었다는 식의 주장은 운동에서 민중운동 단체들이나 좌파 단체들의 주도력을 애써 깎아내리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운동을 온건화하려 하는, 그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반자본주의 운동 내에서 부흥했던 자율주의는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 거부감과 기존 사회민주주의나 스탈린주의에 대한 반감을 표현한 정치 조류였다. 그런데 최근에 자율주의의 언사를 차용하는 주장들은 운동을 오히려 온건한 방향으로 이끌고 급진적 세력을 공격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다.

<한겨레>의 기사에서 언급됐던 이화여대에서 정치 배제를 주장했던 점거 농성 주도자들의 경우,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면서도 좌파적인 정치 경향은 배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정치 배제를 명분으로 삼아 기층의 자발적 토론과 활동을 통제하려 한 바 있는데 이런 태도야말로 비민주적이다. 오히려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논쟁하는 것이 더욱 민주적인 태도일 것이다.

급진적 정치가 강화되는 것은 대중의 자발성을 더욱 고양시키는 데서도 유익하다. 이를 위해 좌파 정치 세력들의 주도성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관련 기사: ‘운동의 전진을 위해 투쟁적인 메시지가 제공돼야’]

야당들이나 <한겨레> 같은 자유주의 언론, 일부 온건한 NGO 단체들은 운동이 의회나 공식 정치의 틀 내로 수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를 즉각 퇴진시키고, 공범들을 처벌하고, 온갖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거리의 운동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를 위한 거리 시위와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등은 더욱 성장해야 한다.

이런 방향을 추구할 좌파적 조직의 구실은 운동의 향방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입력 2016-12-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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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은 집회·시위 권리의 상징

박설

12월 3일 항소심에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 징역 3년, 벌금 50만 원의 중형이 떨어졌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와 노동개악에 맞서 민중총궐기·파업 등을 주도했다는 게 그 이유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직후 “소요죄” 운운하며 한상균 위원장을 1급 수배자로 체포했다. 법원은 그에게 1987년 이래 대중 집회 주최를 이유로 구속된 이들 중 최고형인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형량이 줄었지만, 징역 3년은 강간·강도 등의 범죄에 해당하는 중형이다.

정부가 이토록 강경하게 한 위원장을 ‘단죄’한 것은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이에 장애물이 되는 저항을 막기 위해서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조승진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동개악에 맞서 지난해 4월 24일 총파업을 벌이는 등 투쟁하고, 11월 14일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다. 이 집회에는 10만 명이 운집해 박근혜 정부를 향한 분노를 표출했는데, 참가자의 압도 다수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었다. 정부는 갑호비상령을 발동하며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고, 급기야 고(故) 백남기 농민이 고압의 물대포를 맞고 목숨을 잃었다.

요컨대, 한상균 위원장 구속은 박근혜 정권 하에서 벌어진 반노동·반민주적 억압 정책의 상징이다. 그러니 민주주의 투쟁인 박근혜 퇴진 운동이 한상균 위원장 석방을 내걸고 싸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일부 시민단체들이 한상균 석방을 퇴진행동의 공식 요구로 채택하길 달가워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퇴진 운동 참가자 ‘시민’의 압도 다수는 노동자이거나 그 가족이다. 노동개악은 바로 그들의 삶을 고통으로 내모는 핵심 정책이다. 이를 대변할 노동운동과 좌파 측의 발언과 목소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

더구나 조직 노동자 운동과 그 지도자 한상균 위원장이 지난해 초부터 먼저 저항에 나서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을 땅에 떨어뜨리고 위기를 심화시켜 왔다는 점을 봐야 한다. 지금의 퇴진 운동은 조직 노동자 운동에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한상균 구속은 집회·시위권리에 대한 구속이다 12월 3일 6차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 ⓒ이미진

입력 2016-12-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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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존재 자체가 적폐

황교안과 각료들 사퇴하고 온갖 개악들 철회하라

김문성

박근혜는 16일 헌법재판소에 낸 답변서에서 ‘세월호 참사에 직접적 책임이 없다’고 했다. 모욕도 이런 모욕이 없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긴 친박 정우택은 ‘개헌을 추진하고 좌파 집권을 막겠다’고 공공연히 떠들었다.

사실상 정권 자체가 국민에게서 정서적 정치적으로 탄핵 당한 상황에서도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은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

새누리당 분당이 가속되고, 정권에 대한 원망과 증오도 커지겠지만, 지금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박근혜와 새누리당 친박은 권력 유지라는 이해관계를 위해 체면이나 여론의 눈치를 볼 여력도 없다.

△황교안 내각은 박근혜 악행의 공범들로 가득찬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다. ⓒ사진 출처 코리아넷

어떻게든 정치적 패퇴를 최소화해 재기를 도모하려면 그나마 남은 우파 지지층이라도 결집할 시간과 권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권력구조 개편 개헌으로 정국이 흐르면, 만에 하나 박근혜의 명예 퇴진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 비박계라고 본질적으로 다를 건 없다. 비박계는 황교안의 박근혜 정책 유지 기조에 대해서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탄핵 소추위원 구실을 할 법제사법위원장 새누리당 권성동은 박근혜 탄핵에 부정적인 인물을 탄핵소추 대리인단의 총괄팀장으로 임명했다.

계급적

집권 여당이 이토록 추한 모습들을 보이는 까닭은 이들이 박근혜 정부 적폐의 공범들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온갖 반동적 정책들은 그저 측근 실세들의 사익 추구인 것이 아니다.

노동 개악, 복지 축소 등 고통전가 공격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주들의 계급적 이익을 보호하려는 정책들이었다. 사드 배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은 미국 제국주의에 더욱 편승해 미국 중심 질서에서 한국 국가(즉 지배계급)의 위상을 높이고, 또한 이를 통해 기업들의 국제 경쟁에도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이런 계급적 이해관계 때문에 여러 난제 속에서도 박근혜 지지율이 일정하게 유지됐다. 비록 이런 꿈들이 미·중 갈등이나 경제 위기 회복 실패 등으로 모순과 위기를 겪고,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키워 왔지만 말이다.

드러난 사실들로 보건대, 세월호 참사는 침몰 원인부터 구조 실패까지 모두 ‘기업주 경제 살리기’와 ‘친제국주의 정책’이 결합되면서 낳은 비극이었다. 여기에 민중의 삶에 극도로 냉소적이고 공감 능력이 거의 없는 박근혜의 개성이 덧붙여졌다.

이런 실체적 진실을 감추려고 청와대는 국가기관들을 동원해 유가족들을 괴롭히고, 수사를 가로막고, 운동을 탄압해 온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정책 철회와 더불어 인적 청산(처벌)도 해야 한다. 박근혜의 해괴망측한 개성과 행태를 알면서도 지배계급이 이를 감싸고 포장해 주며 대통령에 앉힌 이유를 이해하고 분쇄해야 한다. 그러려면, 재벌과 언론도 표적에 넣어야 한다.

단지 거리에서 국회로 장을 옮겨 새로운 입법을 하거나, 차기 대선에서 모종의 개혁 강령을 제시하는 문제로 적폐 청산 수단을 돌리면 이런 일들을 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해방 직후 반민특위가 실패한 사례는 청산 대상도 포함된 기존 국가기관에만 의존해서는 최소한의 청산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전두환과 노태우의 구속과 처벌에도 여러 해에 걸친 강력한 대중 투쟁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야당

박근혜 정권의 적폐가 지닌 이런 계급적 성격 때문에 주류 야당들의 태도도 일관되지 않다. 애초 거리 운동의 거대한 압박에 밀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지만, 그것이 민중의 뜻을 온전히 대변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주류 야당들은 탄핵안 추진을 피할 수 없는 게 분명해진 상황에서야 움직였다. 이들은 이 과정을 자신들이 ‘민심’을 국회로 수렴시켰다는 식으로 포장해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했다. 그러나 주지하듯이 주류 야당들은 역대 최대의 시위 이후에야 탄핵 절차를 밟았다.

탄핵소추안 가결 뒤에도 야당들의 스텝이 꼬이는 이유다. 그럼에도 야당들은 국회 탄핵안 가결 뒤엔 할 일을 다했다며 정작 황교안 내각은 건드리지도 않고 있다. 오히려 적폐 공범 황교안과 새누리당에게 박근혜 이후 국정 운영에 관해 협상을 하자고 채근하고 있다.

개헌 논란도 기껏해야 대선주자들의 유불리 차원에서 제기될 뿐이다.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둔 개헌 논의는 박근혜의 명예 퇴진과 연결될 수 있어 위험하다.

박근혜의 악행과 적폐는 권력구조 문제가 아니라 경제 위기와 계급의 문제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가 신자유주의 개악과 노동운동 억압을 자행한 것이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었는가?

한마디로 주류 야당들은 진정한 적폐 청산에 진지하지 않다. 그러므로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은 더더욱 야당으로부터 독립적인 거리 투쟁에 의존해야 한다. 황교안과 반동적인 장관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야당을 비판하고 폭로해야 한다. 국회에게 한 것처럼 헌재에도 투쟁의 압력을 넣어야 한다.

적폐 청산의 과제도 대중 투쟁의 성장과 유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적폐 청산의 내용물은 야당의 사회 개혁 과제가 아니라 대중이 그 청산을 위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요구들(행동강령)로 이뤄져야 한다. 노동자들의 작업장 투쟁과도 연결돼야 더 강력해질 것이다.

입력 2016-12-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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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전진을 위해 투쟁적인 메시지가 제공돼야

이정원

최근 <한겨레>는 퇴진 시위 참가자 다수가 자발적으로 참가한 개인인 것이 운동의 장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민’과 민중 운동 세력(민주노총, 전농, 노동 · 사회 단체 등)을 대립시킨 뒤 민중 운동 세력이 환영받지 못하는 양 묘사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국민행동’ 내 일부 사람들도 <한겨레>의 관점을 공유해 민중 운동 진영을 비판했다.

예컨대, 민주노총 같은 노동 · 민중 · 좌파 진영의 본 무대 발언은 자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인사는 한상균 위원장이 최근의 항소심에서 실형(3년) 선고를 받은 것을 비판하는 발언을 민주노총이 하려는 것에도 반대했다. 지난해 민중총궐기의 ‘과격 시위’를 연상시킨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노동개악 저지 파업과 민중총궐기를 주도했고 바로 그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집회 · 시위의 자유를 공격받은 것이다.

게다가 민주노총과 좌파들이 주도하는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10월 29일에 거리 시위를 조직한 것이 현재 퇴진 운동의 시작이었다. 11월 12일 민주노총 노동자 15만 명 이상이 모인 민중총궐기 때 퇴진 운동은 1백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운동으로 성장했다.

퇴진 운동은 시작부터 민주노총 조직 노동자(대표적으로 파업 중이던 철도 노동자들)를 비롯한 민중 운동이 중심에 있었다. 그래서 성과연봉제 저지 파업 중이던 철도 노동자들이 시위대로부터 환영받았고, 11월 30일 민주노총 파업에도 사람들은 크게 호응했다. 이런 환대 덕분에 철도 노동자들은 자신감을 유지하며 파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조직 노동자들의 저항과 함께 세월호 참사항의 운동과 백남기 농민 폭력 타살 항의 운동 등 민중 운동이 퇴진 운동의 밑바탕에 있었던 것이다.

민주노총으로 상징되는 노동 · 민중 · 좌파 진영의 발언권 약화 시도는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과 <한겨레>같은 자유주의 언론이 박근혜 탄핵소추가 가결됐으니 정치권과 국회가 정국을 주도해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심지어 야당들은 ‘국정 안정’을 위해 기꺼이 ‘황교안 체제’를 인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거리 시위보다 ‘모바일 투표’나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 하기’ 식의 행동을 제안하거나 야당과의 공조를 위해 야당 비판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운동을 주류 야당들 수준으로 조율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나 퇴진 운동 참가자들 대부분은 시종일관 주류 야당보다 훨씬 왼쪽에 있었다.

박근혜 정권과 적폐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주류 야당으로부터 운동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거리 항의 운동(그리고 파업도)을 유지해야 한다. 

입력 2016-12-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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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박근혜 적폐의 정치적 공범

장호종

△황교안의 별명이 "미스터 국가보안법"임을 잊지 말자. ⓒ출처 청와대

최근의 행보가 보여 주듯 황교안은 단지 ‘관리자’ 노릇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권한대행이 되자마자 ‘안보’, ‘치안’을 강조하더니 <조선일보> 고문 김대중 등 우파 인사들만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국회에는 ‘대통령 대접’을 요구하더니 교활하게도 야당들의 면담 요구에는 각각 따로 만나겠다고 받아쳤다. 이간질하려는 것이다. 5·16 쿠데타는 “혁명”이고 사상의 자유도 “제재할 수 있다”는 확고한 소신을 바탕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강행하려 한다.

따라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이 “박근혜 없는 박근혜 체제에서 새로운 권력자로 떠오른 황 권한대행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박근혜 탄핵 이전에도 황교안은 단지 ‘관리자’ 구실에 머무르지 않았다. 2016년 6~9월에 열린 국무회의의 절반 가까이를 황교안이 주재했다. 그사이에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와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 열린 첫 국가테러대책위원회도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은 박근혜가 추진하던 국정과제들을 나름으로 매우 힘주어 강조했다. 민영화 추진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공공기관 기능조정·규제개혁,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한 구조조정 강화·노동개악·성과연봉제, 사드 배치 강행, 산학협력 강화를 위한 공대 구조조정, 교육·금융 개혁 등.

박근혜의 임기 중반 구원투수로 임명된 총리답게 이 자는 특히 정권에 위협이 될 만한 문제들 앞에서는 정치적 경호실장 노릇도 마다하지 않았다. 야당 국회의원들을 대하는 태도부터 다른 총리들과 사뭇 달랐다. 심지어 국회 대정부질의에서도 특유의 오만하고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해 ‘아직도 자기가 공안 검사인 줄 아나’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오만한 공안통

박근혜 정권 출범 당시 국가기관의 총체적 대선 개입 사건에서 황교안이 검찰 수사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황교안은 ‘혼외자’ 논란을 부추기는 치졸한 수법으로 검찰총장 채동욱을 쫓아내는가 하면 당시 수사를 주도한 윤석렬(현 특검 수사팀장)을 좌천시켰다. 성완종 리스트와 정윤회 국정개입 사건에서도 자기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잇따른 이유다.

세월호 사고 직후에는 정부의 과실 책임을 은폐하려고 해경 123정장에 대한 기소를 방해했다. 당시 기소를 강행한 검사들을 모조리 좌천시켰다는 폭로도 나왔다. 세월호 특조위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주는 데에도 단호히 반대했고 국무총리 취임 이튿날에는 ‘4·16연대’와 주요 활동가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기도 했다.

황교안은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폭로되던 10월 국회 대정부질의에서도 “최순실이 누군지 모른다. 의원님이 알면 좀 알려 달라” 하며 비아냥거렸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도 “최순실 씨와 연관 없다. 그 시간 동안 세월호 사고에 대한 대처를 하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지어냈다. 비서실장 김기춘도 모른다던 시간에 대해서 말이다.

이 자는 틈만 나면 자신의 검사 이력을 과시하며 법을 들먹였지만, 지배계급답게 실제로는 법도 제 입맛에 따라 이용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도구로 여긴다.

백남기 농민 사망에 대해 법원이 경찰의 책임을 지적했을 때조차 황교안은 “그동안 우리가 해온 법이 있고 판례가 있고 … 1심 판결인 만큼 판결문을 분석해야 한다” 하며 사과를 거부했다. 반면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해서는 고작 버스 파손 등이 “법질서와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중형을 구형하라고 사실상 지시했다.

2005년 강정구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려 했을 때도, 황교안은 구속영장 발부 기준인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엄벌’, ‘강력한 처벌 의지 표명’ 등을 이유로 구속해야 한다고 버텼다. 삼성 엑스파일 사건에서도 이건희, 홍석현 등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오히려 이를 폭로한 이상호 기자와 노회찬 의원을 기소했다. ‘명예훼손’과 ‘유언비어’ 처벌 협박은 황교안이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반대자들을 입막음하는 데 즐겨 사용해 온 무기였다.

△황교안 총리 취임 이튿날 경찰은 4·16연대를 압수수색했다. ⓒ조승진

확신범

이런 태도의 극단을 보여 준 것은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이다. 어처구니없게도 이 자는 “민주노동당이 2000년 창당했을 때 언젠가는 위헌 정당 심판이 있을 줄 알고 내 나름대로 준비를 해 왔다”고 자랑했다. 저서인 《국가보안법》에서도 “어떤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구체적·객관적으로 명확한 증거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고 추상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는 개연성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증거도 없이 의심만으로 조사·처벌할 수 있다는 식이니 그 자신이 수호한다던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도 부정하는 것이다.

헌재는 이런 자의 편을 들어 통합진보당 해산을, 대법원은 이석기 의원을 포함한 7인에게 최대 징역 9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내란 음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중형을 선고했다. 명백한 정치적 판결이다. 황교안의 법무부는 몇 달 뒤 추가로 3인을 구속했고 2016년 6월 서울고등법원은 이들에게도 최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황교안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는” 이들은 국가보안법 구속자들에 그치지 않는다. 황교안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역대 노동운동 지도자들을 구속한 경력으로도 악명이 자자하다. 2002년에는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차봉천 초대 공무원노조 위원장을 구속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만들며 노동 운동 탄압을 대폭 강화하려 했다. 전교조 조합원들이 이런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자 보복성 징계와 기소를 일삼았다.

황교안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설 때마다 이유와 부문, 심지어 법원 결정도 무시하고 불법으로 몰아 탄압할 정도로 노동자들의 자기 결정과 자주적 행동을 극렬히 혐오하는 자다. 스스로 자랑거리로 삼는 신앙생활에서조차 그는 보수 대형교회의 재산권을 노동자들의 권리보다 우선시했다. 《교회가 알아야 할 법이야기》에서 그는 “교회를 노동법상의 사용자로, 교회 직원을 노동법상의 근로자로 보는 것은 심히 부당한 결론이다” 하며 부패한 교회를 옹호했다.

박근혜의 적폐를 완수하려는 확신범이 이제 ‘권한’까지 대행하게 됐다. 이 자를 더는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정의당은 황교안 내각 인정 입장을 바꿔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박근혜 탄핵 직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황교안을 쫓아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가당치 않다"고 일축했다. 심 대표는 탄핵 이후 황교안이 최소한의 권한만 행사해야 한다면서도 “국정 안정”을 강조하며 “안보 공백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일상적 위기관리에 전력을 다해줄 것을 당부” 했다. 민주당 추미애조차 ‘황교안 탄핵’을 말하던 상황에서 말이다.

심 대표가 이처럼 당찮게 온건한 견해를 밝힌 것은 그의 탄핵 이후 전망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심 대표는 탄핵 이후에도 박근혜 (즉각) 퇴진 요구는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제는 제도권(의회) 정치로 무대를 옮겨야 한다고 여긴 듯하다. “과감한 개혁을 국회가 주도해 나가야 합니다 … 촛불은 더 이상 광화문광장에만 머물러선 안 됩니다. 가정과 지역으로, 또 학교와 직장으로 들불처럼 번져야 합니다.”

그는 박근혜 퇴진 요구를 지지하면서도, (박근혜가 여전히 사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가정’과 ‘직장’으로 촛불이 향해야 한다는 모순된 메시지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박근혜 탄핵을 앞두고 부르주아 야당들과 공동으로 철도 파업 중단을 종용하는 입장을 발표한 것에 비춰볼 때 직장 촛불이 파업 같은 노동자들의 행동을 가리키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박근혜는 아직 물러나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억울하다며 헌재 재판 대응을 적극 준비하고 있다. 직무정지 직전 조대환을 민정수석에 임명한 까닭이다. 조대환은 세월호 특조위를 의도적으로 무력화시킨 당사자이자 헌재소장 박한철, 총리 황교안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그나마 박근혜를 탄핵한 동력은 거리 시위 등 오롯이 기층 민중의 행동에서 나왔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미 수십만 명이 거리에서 ‘즉각 퇴진’을 요구한 11월 초까지도 ‘2선 후퇴’, ‘거국중립내각’ 따위를 운운하며 망설였다. 심지어 탄핵 방침을 세운 뒤에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새누리당과 막후협상에 골몰했다. 부패한 권력자를 쫓아내고 ‘적폐’를 청산하는 일보다 누가 권력을 물려받을지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4월 총선 이후 여소야대 국회에서도 부르주아 야당들은 세월호 특별법, 노동개악, 사드배치 등 문제에서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정부 · 여당뿐 아니라 기업주들의 권력, 심지어 제국주의 질서 자체에 도전해야 하는 쟁점에서 이들의 입장 자체가 어정쩡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리 항의 운동을 국회 내 협상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체제를 연장하는 효과만 낼 것이다.

사실 정의당은 초기부터 ‘즉각 퇴진’ 당론을 내걸고, 거리의 퇴진 운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박근혜 퇴진에 실질적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부르주아 야당들과는 달랐다. 부르주아 야당들이 여섯 명의 의원밖에 갖지 못한 정의당을 따돌리지 못한 이유다. 결과적으로 보면 정의당의 입장 쪽으로 끌려온 측면도 있다. 이 점 때문에 정의당은 거리에서도 크게 환영받았다.

심상정 대표와 정의당은 박근혜 즉각 퇴진과 함께 황교안 퇴진과 그 장관들의 사퇴를 요구하며 항의 운동을 지속 · 확대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

입력 2016-12-1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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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적이 누구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김문성

진정한 변화의 동력은 대중 운동으로부터 나온다 12월 17일 세월호 유가족을 포함한 사람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탄핵 소추 사유’는 … 전혀 사실이 아니고, 그것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 각하 또는 기각되어야 마땅 … [헌법은]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낮고, 1백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촛불 집회에 참여하면 임기를 무시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 [세월호 구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고 … 대통령에게 국가의 무한 책임을 인정하려는 국민적 정서에만 기대어 헌법과 법률의 책임을 문제 삼는 것은 무리”

12월 16일 박근혜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소추 답변서 일부다. 박근혜는 거대한 박근혜 퇴진 여론을 또다시 바보 취급했다.

다른 일당도 대장을 잘 따랐다. 재판과 국정조사 청문회 등에서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등 핵심 실세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거나 모른다고 잡아뗐다.

이들은 권력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려고 박근혜 헌재 심리와 최순실 등의 형사재판을 연계해 시간을 끌어 보려 한다. 그러나 탄핵심판은 형사재판과 다르고 형사재판의 사실 다툼에 종속돼야 할 필연적 이유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노동자들에게는 성과 해고제, 성과 연봉제를 강요하며 피눈물을 흘리게 하던 자들이 정작 자기들이 쫓겨날 때가 되자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물러나라고 하면 되냐’고 한다. 이 꼴을 보고 있자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

박근혜가 뻔뻔한 답을 내놓는 것은 시간 끌기뿐 아니라, 자신의 우익 지지층에게 헌재를 압박할 논리와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박근혜가 11월부터 우익 기독교 세력과 접촉해 대형 기도회 등을 촉구했다는 의혹을 〈CBS〉가 폭로했다. 17일에 헌재 앞에서 집회를 연 박사모 등 우익 동원에 돈이 살포되고 있다는 의혹도 곳곳에서 나왔다.

따라서 정권 퇴진 운동이 헌재에 조기 탄핵 결정을 압박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박근혜의 대타로 나서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이끄는 황교안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더러운 대선 개입 정치 공작(이것도 부패의 양상)에 힘입어 출범했다. 우파 전체와 기업주들은 똘똘 뭉쳐 선거에서 그를 지지했다.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갈 돈인 걸 다 알면서도 꼬박꼬박 더러운 돈을 입금했다. 심지어 같잖은 아이를 말에 태워 명문대에 입학시키려고 수십억 원씩 내놓았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에 떠넘기고 자본가 계급 전체의 이익을 수호하려고 탄생한 정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그 자체가 적폐다. 이 정부가 온갖 악행을 일삼으면서 내세운 것이 바로 ‘법과 질서’였다. 박근혜의 법치주의는 가진 자들에게서 못가진 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특권과 횡포에 항변하지 못하게 때려잡는, 가진 자들의 주먹이다.

바로 이 법치주의를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시작해 국무총리로서 떠받쳐 온 것이 황교안이다. 따라서 황교안이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이끄는 것도 그 자체로 박근혜의 적폐다. 퇴진 운동은 황교안과 장관들의 사퇴를 분명하게 주장하면서 싸워야 한다. 야당(특히 민주당)과의 협력을 위해 이를 전면에 내세우길 꺼려서는 안 된다.

△운동을 민주당 집권을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제약하면 패배를 자초할 수 있다. ⓒ조승진

야당의 동요

박근혜가 시간을 끄는 동안 황교안은 국정 역사교과서, 사드 배치, 노동 개악, 한일군사정보협정 등을강행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협치’를 하자며 야당과의 개별 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공작 정치의 재탕이다. 법리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헌재소장 박한철의 임기 연장설을 흘린 것도 되치기 시점을 잡으려는 간 보기다. 지난 17일 서울 집회는 전과 달리 무장한 진압 경찰들이 경복궁역과 안국역 등에 전진 배치됐다.

지배계급은 거의 수직으로 솟구쳐 오른 대중 투쟁에 놀라서 우왕좌왕하다가 이제는 박근혜 개인을 제거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듯 보인다. 그런 혼란과 당혹감 속에서도 그들 모두가 동의하는 점이 있다. 대부분 노동계급 성원인 시위 참가자와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힘에 대한 자기 확신을 유지하고 키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폭발적인 거리 시위는 (바라는 바를 아직 충분히 이루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등장 두 달 만에 파죽지세로 박근혜의 공식적인 직무정지와 집권당의 분당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이제는 곳곳에서 제동을 걸려 한다.

지배계급이 우파 언론을 통해 박근혜 개인의 치부는 계속 폭로하면서도 야당들에 황교안 내각의 안정에 협조하라고 촉구하는 이유다. 대통령과는 달리 황교안은 야당 의원수만으로도 제거가 가능한데도(총리는 과반이면 탄핵소추 가능) 공식 야당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황교안에게 여야정 협의체를 주문한다. 주류 야당도 자본주의 수호 원칙은 새누리당과 공유하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자본가 계급에 국정 수습 능력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

공식 야당들에게는 우파들과 타협해 공정한 대선 관리 내각이 돼 주는 게 더 중요하기도 할 것이다. 야권 후보들의 단일화를 조율할 시간도 필요하니, 대체로 3월 초로 예상되는 탄핵심판 시계가 더 빨라지는 것도 별로 바라지 않을 수 있다.

야당과의 공조가 우선돼선 안 된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한 번 정점을 찍은 뒤로, 운동 초기에 있었던 지배계급의 부분적 용인이 줄어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이 운동에도 정치적 분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박근혜 개인만을 제거하길 원하는 자들과 박근혜 정권을 제거하길 원하는 더 급진적인 자들 사이의 분화 말이다.

엔지오들은 민주당의 개혁파 정치인들을 밀어 정권 교체를 이루고 싶어하는 자신들 고유의 프로젝트 때문에라도 운동이 이제는 민주당(특히 박원순) 대선 승리의 보조물로 가기를 바라는 듯하다. 운동이 더 자신감을 얻고 급진적이 되는 것은 민주당(심지어 박원순)에게도 불안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야당들과 계급을 초월한 국민 연합 정권에 참여하길 바라는 자민통계는 거리 운동을 강조하면서도, 야당 비판을 삼가고 그들과 동맹하길 바라는 점에서는 엔지오들과 보조를 맞춘다.

정의당도 민주당과의 연립정부를 염두에 두느라 말을 아끼고 있다. 황교안 사퇴 요구와도 분명한 선을 긋고, 정략적 개헌 논의를 대놓고 거부하지도 않는다. 새만금에 카지노를 유치하려 한 국민의당을 비판한 정의당 전북도당을 중앙당이 견제하는 일도 벌어졌다. 〈레디앙〉 보도에 따르면, 정의당 한 의원은 전북도당에 “굳이 이 국면에서 이렇게(국민의당과 대립하는 것을 뜻함) 해야 하느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민중의 힘

그러나 진보정치세력이나 노동운동이 한사코 자본주의 시스템을 고수하는 민주당과 연립정부를 세운다는 계획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전략이다.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는 그 수호자들로 하여금 가차없는 착취자·억압자가 되라고 압박하기 때문이다.

즉, 경제 침체가 계속될 것이므로, 진보 세력이 포함된 민주당 정부조차 고통전가 정책을 추진하라는 지배계급의 압력을 이겨내기 힘들 것이다.(박근혜의 권력 농단이 현행 헌법 상 대통령 권한이 너무 커서 벌어졌다고 하지만, 같은 헌법 아래서 노무현은 ‘권력이 시장에 넘어갔다’고 무기력을 호소하고 지지층을 배신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진보 세력이 그 정부 안에 머물려고 하면, 투쟁 대상에 대한 정치적 혼란을 줘 노동자·민중이 효과적으로 저항하는 데에 해가 된다.

지금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 안에서 이런 전략은 ‘운동의 성공을 위해 야당 지지가 필요하니, 운동의 요구와 수위를 낮추자’는 압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틀린 주장이다.

첫째, 꼭 온건한 주장이 운동의 저변을 넓히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지금처럼, 박근혜 개인뿐 아니라 그의 정부에 증오심을 갖고 불만과 분노가 분출하는 상황에서는 투쟁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 강력한 거리 운동이 (‘역풍’론 걱정을 거부하고) 처음부터 과감하게 “박근혜 정권 퇴진”을 기치로 탄생했듯이 말이다. 조직 노동운동과 좌파가 이를 처음에 제안해 성공을 거둔 배경이다.

둘째, 대중보다 오른쪽에 있으려는 정책은 패배를 자초하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퇴진 운동의 동력인 거대한 분노와 자신감을 운동이 온전히 표현하지 않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운동 자체가 가라앉고 그렇게 될수록 주류 야당들조차 운동의 요구에 냉담해질 것이다.

벌써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퇴진행동의 온건파들이 야당들을 압박하려고 22일 국회에서 연 “6대 긴급 현안 연내 해결 촉구 토론회”에 주류 야당 지도자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주최측은 야 2당의 원내대표들이 올 것을 기대했는데, 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 놨다. 운동을 민주당의 집권을 뒷받침하는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대신 정치적 독립성을 추구하며 대중 투쟁 중심성을 유지해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힘을 극대화해야 한다.

입력 2016-12-2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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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의 유지자 황교안은 당장 물러나라

장호종

12월 17일 촛불 집회 참가자들은 박근혜의 대표적 적폐에 총리 황교안도 커다란 책임이 있고, 그것을 계속 추진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줬다. 이날 본집회가 끝난 뒤 세월호 유가족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총리 공관을 향해 행진했다. 며칠 전 황교안이 세월호 수사를 방해하고 수사관들을 좌천시켰다는 사실이 폭로된 바 있다. 유가족들의 뒤로 한상균 위원장 구속과 노동 개악 추진에 항의하는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대열이 이어졌다.

박근혜를 향한 대중의 분노가 자신에게도 향하는 것을 보며 위기감을 느낀 황교안은 살짝 몸을 낮춰 국회 대정부질문에 총리 자격으로 출석했다. “전례가 없다”던 오만한 태도에서 조금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황교안의 박근혜 대행이 꼬리를 내릴 것이라고 보는 것은 순전히 희망 섞인 관측일 뿐이다. 황교안은 12월 2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겉모습만 바뀐 박근혜처럼 말했다.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길 [바란다.]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가야 한다. 국무위원들은 안보 태세 강화, 경제 회생, 민생, 국민 안전 등 산적한 과제들을 빈틈없이 수행해 달라.”

박근혜를 방어하는 데도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3년 8개월 동안 해 왔던 일들이 결국 국민을 위한 것이었는데, 그런 오해들이 생기는 부분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대정부질문에서 보인 황교안의 태도를 보면 “박근혜의 독선과 오기까지 대행”한다는 지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성주 군민들의 분노를 몸소 겪고도 황교안은 오히려 “사드 배치가 이미 늦었다는 전문가도 있고, 할 수 있는 대로 신속하게 배치해야 한다”하며 강행 입장을 고수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와 군사정보협정도 재론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박근혜의 공범이 권력을 휘두르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진 이미진

독선과 오기

황교안은 박근혜 탄핵 이후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는데, 공개된 현장 검토본을 보면 친일 부역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특히 박정희를 미화한 부분이 대폭 늘어났다. 이병철·정주영·유일한 등 기업주들을 영웅시하고 노동자들의 저항과 5·18 광주 항쟁은 폄훼했다. 이 때문에 전교조 교사들은 물론 비교적 온건한 역사학자들조차 반발하고 있다. 12월 21일까지 제출된 의견만 2천5백11건이나 된다.

그러나 황교안은 “우리는 국정교과서를 올바른 교과서로 보고 있다”며 오히려 “국정교과서가 편향됐다는 주장은 왜곡되어 있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버텼다. “주무부처[교육부] 장관의 판단이 우선이지만 총리로서는 전체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내 일각의 후퇴 움직임도 단속했다. 

겉으로만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할 뿐, 이 뻔뻔한 자는 이제나저제나 반격의 계기만 찾고 있다. 황교안은 촛불 집회에서 이석기 전 진보당 의원 석방 요구가 나오는 것에 대해 “내란 선동을 한 부분을 용인하라는 듯한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황교안은 법무부 장관 시절 온갖 부풀리기와 마녀사냥 끝에 이석기 전 진보당 의원을 구속해 억울한 옥살이를 9년이나 하도록 만들었다. 황교안은 대정부질문에서 뜬금없이 직파 간첩 검거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심지어 황교안은 사법시험 동기이기도 한 헌법재판소장 박한철의 임기를 연장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박한철은 황교안과 마찬가지로 공안검사 출신에 박근혜가 직접 헌재소장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문제는 박한철이 헌법재판관으로 일하다가 헌재소장으로 임명됐는데 황교안은 헌재소장 임명부터 새로 6년을 적용해 사실상 임기를 연장시킬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박한철의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1월 이후에 분위기를 봐서 탄핵 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런 자를 끌어내리기는커녕 선거적 득실을 따져 눈치를 보고 있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사실상 황교안에게 시간을 벌어 주고 있는 셈이다. 황교안은 국민의당과의 면담이 성사되자 역겹게도 “협치의 시작”이라며 반색했다.

박근혜를 확실히 쫓아내기 위해서라도 공범 황교안을 끌어내려야 한다.

황교안 사퇴는 촛불의 요구다 박근혜 퇴진 8차 촛불, ‘끝까지 간다! 박근혜 즉각퇴진, 공범처벌-적폐청산의 날’ⓒ이미진

입력 2016-12-2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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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 명 모인 박근혜 정권 퇴진 제9차 범국민행동의 날

“즉각 정권 퇴진, 조기 탄핵” 크리스마스

특별취재팀

영하의 날씨임에도 또다시 박근혜 정권 퇴진 집회에 수십만 명이 모였다.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열린 “끝까지 간다! 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조기 탄핵·적폐청산 9차 범국민행동의 날”에는 60만 명(주최측 추산, 전국 70만 명)이 모였다. 부산에서도 7만 명이 모였다. 첫 집회를 3만여 명으로 시작한 이후, 8주째 서울 도심에 수십만 명이 연속으로 모인 것이다.

△청와대 방향 행진. ⓒ이미진

△헌법재판소 방향 행진. ⓒ이미진

△삼청동 방향 행진. ⓒ이미진

오늘 집회는 성탄절 전야를 맞아 시내 나들이를 나온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많았다. 데이트를 나온 커플들도 집회와 행진에서 눈에 많이 띄었다. 청소년들이 많이 나온 데다가, 곳곳에서 분노의 자유 발언들을 해 호응을 많이 받았다. 민주노총 노조와 좌파단체들, 대학생 단체들이 행진을 앞장서 이끌었다.

집회는 성탄절 전야의 특성상 축제처럼 진행됐고 사람들도 흥겹게 호응했지만, 분노는 여전했다. 박근혜는 탄핵소추안에 뻔뻔하기 그지 없는 답변서를 보냈고, 여전히 황교안이 박근혜 정부를 이끌고 있다. 재판과 국회 청문회에서 최순실과 우병우, 김기춘 등 정권 실세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죄를 잡아떼고 있다. 청문회를 보다가 “고구마를 1백 개 먹은 것 같았다”는 한 대학생의 발언이 사람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듯하다.

사람들은 연이은 강력한 대중 시위로 박근혜 직무를 정지시키고, 새누리당을 쪼갠 것에서 힘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유례 없는 시위가 국민적 지지를 받고, 곤두박질 친 박근혜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는데도 박근혜 정권이 버티는 것, 야당이 탄핵소추 가결 후 운동과 거리를 두는 것에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정권을 확실히 끝내길 바라는 마음이 전혀 식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구호 중 “황교안이 박근혜다”(황교안 사퇴 요구)가 집회와 행진 방송차에서 인기를 끈 것도 그런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본대회 후 청와대(청운동 길), 헌법재판소(안국동), 국무총리공관(삼청동 길) 세 방향으로 나눠진 행진에서 지난주에 견줘 헌재 방향 규모가 두드러지게 늘어난 것은 제도적 수단으로라도 서둘러 강제 퇴진을 시키고 싶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물론 여전히 청와대 방향이 가장 많았고, 삼청동 길도 가득 찼다.) 배포된 여러 팻말에서 “조기 탄핵” 문구를 담은 팻말도 인기가 높아진 듯 보였다.

크게 줄지 않은 참가 규모도 그렇고, 사람들은 우익들이 헌재를 타격 대상으로 삼아 “탄핵 무효”나 맞불 집회를 열려고 하는 것에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들도 컸을 것이다. 여전히 경계를 풀 수 없는 상황이라고 느껴지니, 야당들이 조기 대선을 향한 애드벌룬을 띄우는 것도 광장과 거리에 나오는 사람들에게는 썩 만족스럽지 않다.

가령, 최근 지지율이 대폭 오른 더불어민주당이 지역조직 깃발들을 들고 수백 명 참가했지만, 광장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사전 행사에서 한 중학교 1학년 학생도 “박근혜가 탄핵됐다고 당연히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진짜 국민들이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하시라”고 말할 정도였다. 황교안 사퇴 요구에 반대한 정의당의 광장에서의 인기도 초기만큼은 아닌 듯 보였다. 그럼에도 정의당은 주류 야당보다는 더 환영받고 있고, 오늘도 “조기 탄핵”을 주장하며 당원들을 동원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한편, 오늘 주최측이 본무대에서 미리 행진 방향과 각 방송차를 안내하자 사람들이 광장에서 자신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 이동해 따라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자 바로 앞에 서 있던 한 가족은 ‘헌재로 가야 한다, 아니다 총리 공관으로 가야 한다’ 하며 즉석에서 가족 회의를 열었다. 운동 참가자들이 이처럼 정치적이다. 참가자들의 정치의식을 낮춰 보고, 정치와 조직의 깃발이 거부당한다는 식의 (도대체 집회에 와 봤는지 모를) 기사들이 현실에 들어맞지 않는 이유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은 운동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명확한 정치가 매우 중요함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사전 행사들

오후 1시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교수연구자 거리시국강연”이 열렸다. 노중기 교수는 지난 4년 동안 박근혜에 맞서 싸워 온 세력들이 있었고 11월 12일 첫 1백만 집회까지 이들이 규모를 키워 왔음을 강조했다.

이석기 석방 요구 서명 캠페인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여러 곳에 부스를 차리고 서명을 받았는데, 호응을 많이 받았다. 광화문 9번 출구에 위치한 헌법재판관에게 엽서 보내기도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상명중학교 학생들이 세월호 트리를 만들어 와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었다.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각종 풍자도 많았다. 특”껌”, 박근혜깜”빵”이 등장했고, 몇몇 예술인들은 “양파”를 까면서 세월호 거짓말이 이처럼 “까도 까도 나온다”고 비판했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박근혜가 밀어붙이는 국정교과서 중단 서명과 홍보물이 설치됐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서명을 호소했고, 많은 사람들이 조희연을 알아보고 사진을 함께 찍었다.

재벌을 규탄하는 집회도 계속됐다. 반올림은 유인물을 나눠 주며 사람들에게 삼성전자반도체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삼성을 폭로했다.

오후 3시 광화문광장 북단 본무대에서 적폐 청산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퇴진행동은 연내 해결과제로 세월호, 사드, 성과연봉제, 언론 장악, 백남기 농민 사망, 국정교과서 등 6개를 제시한 바 있다. 토크콘서트에서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 철도노조 김영훈 위원장 등이 각각의 과제를 대표해 발언했다.

△대학생들의 사전 집회. ⓒ이미진

△대학생 사전 행진 ⓒ이미진

대학생시국회의 청운동 앞 약식집회

대학생들은 오후 2시에 보신각 앞에서 모여 청와대 방향으로 먼저 행진했다. 이 집회에서는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없애자는 메시지가 강조됐다. 제1적폐는 박근혜 그 자신이고 박근혜 정부를 떠받쳐 온 황교안도 적폐라는 규탄이 이어졌다. 박근혜의 사악한 정책들도 다 날려버리자고 강조했다.

대통령 행세하는 황교안을 규탄한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양효영 활동가의 발언이 호응이 컸다.

"국정조사 청문회 완전 고구마 1백 개 먹은 것 같았다.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모두 기억상실증 걸린 것마냥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우병우한테는 '너 우병우 아냐'고 물어 봐도 모른다고 잡아뗄 기세였다. 황교안은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황교안은 권한대행 하라니까 아예 박근혜에 빙의해서 박근혜의 독선과 오기까지 대행하고 있다. 이런 자가 국정을 운영하는 게 바로 박근혜 퇴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70일 넘게 점거를 이어오는 서울대 학생도 발언했다. 서울대 사회대 강유진 학생회장은 “노동자들은 폭력적으로 탄압당하고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학생들은 스펙 경쟁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서울대에서도 알 수 없는 국제화 강조하며 대학의 기업 연계 강화할 시흥캠퍼스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힘내라 서울대 점거", "승리하자 서울대 점거"라는 구호로 지지와 연대를 보냈다.

416대학생연대 장은하 씨는 "반성할 줄 모르는 국회를 견인한 건 바로 대학생과 국민들"이라며 “특검이 ‘7시간’ 밝힌다고 했지만 이것 또한 믿을 수 없다.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도 퇴진시키자”고 호소했다.

학생들은 1월 7일 세월호 1천 일 집회에도 적극 참여하자고 다짐하고 본대회 참가를 위해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왔다.


본대회

“박근혜가 퇴진해야!”

“메리 크리스마스!”

박근혜를 즉각 퇴진시켜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맞자는 의지를 확인하며 본 집회가 시작됐다. 사회를 맡은 퇴진행동 윤희숙 집회기획팀장은 박근혜 즉각 퇴진과 구속 외에도 황교안 사퇴와 구속 등도 구호로 강조했다.

퇴진행동을 대표해 이재화 변호사(민변 박근혜 퇴진 특위 부위원장)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 변호사는 박근혜 즉각 퇴진, 적폐 청산, 황교안과 그 부역 장관들 사퇴를 강조했다.

국정 농단 주범 박근혜를 국민의 힘으로 즉각 퇴진시켜야 한다.

“박근혜의 적폐를 청산하지 않으면 도루묵이다. 우선 인적 청산부터 해야 한다. 박근혜, 김기춘과 우병우를 구속시켜야 한다. 대통령 코스프레하면서 박근혜 표 나쁜 정책을 추진하려는 황교안과 그 부역 장관들을 모두 사퇴시켜야 한다.

“박근혜 표 나쁜 정책과 제도도 폐기시켜야 한다. 세월호 특별법 재제정, 백남기 농민 특검 실시, 사드 배치 중단, 성과퇴출제 중단,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언론장악방지법 제정 등 6대 긴급 과제는 반드시 올해 안에 관철시켜야 한다.

그리고 헌재의 조기 탄핵을 촉구하며, 헌재를 믿지 말고 계속 촛불을 들자고 호소했다.

“지금 헌재는 박근혜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다. 심판 지연은 또 다른 부역이다. 조기 탄핵은 국민의 명령이다.

“헌재는 청와대와 내통해 진보정당을 해산한 전력이 있다. 촛불이 사그라지면 헌재는 언제든지 엉뚱한 판결을 할 수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 정의로운 세상이 오는 그날까지 광장의 촛불은 계속 타올라야 한다.”

소등 행사를 할 때 정부종합청사 건물에는 레이저로 쏜 “박근혜 구속, 조기 탄핵” 글씨가 눈에 띄었다.

집회가 끝날 즈음에, 사회자는 12월 31일은 박근혜 없는 2017년을 위해 '송박영신' 집회로 하려 한다고 말하며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 줄 것을 호소했다.

△본대회 모습. ⓒ이미진

△본대회 모습. ⓒ이미진

△정부청사 건물 ⓒ이미진


부산 대회

부산에서는 7만 명(주최 측 추산)의 사람이 또 한번 모였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천여 명 참가한, 민주노총 사전대회로 이날 집회가 시작됐다.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서울과 마찬가지로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많았다. “박근혜가 구속돼야 메리 크리스마스, 공범자도 구속돼야 메리크리스마스” 구호가 호응이 좋았다.

민주노총 사전 대회에서 부산지하철노조 이의용 위원장은 "지금 사측은 신규노선인 다대선을 개통하면서 6명 밖에 채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구조조정 없이 1백90명 이상의 정규직이 고용돼야 한다. 불편하시더라도 파업을 많이 응원해 달라"고 발언했다.

본 대회에서 민주노총 김재하 부산본부장은 "우리보고 개, 돼지라고 했던 사람들이 지금 탈당한 사람들입니다 그게 무슨 진정한 보수입니까 황교안은 자신이 대통령이라도 되는 양 행세하는데 당장 내려와야 합니다. 촛불이 권력입니다. 헌재는 당장 탄핵을 결정해야 합니다" 하고 발언했다.

참가자들은 문현로터리까지 행진하고 집회를 마쳤다.


자유 발언들

보수 언론들은 ‘언제까지 촛불 들 거냐’고 한다. 그런데 살면서 수천 번 사는 토요일 중에 이제 아홉 번 나왔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여러분이 지난 수년 간 우리에게 지치지 말고 포기하지 말라고 해 주셨다. 우리가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저 나쁜 무리들보다 단 1분만 더 싸우면 된다. 저들은 끝을 맞이할 것이고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자.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2-3 예은 아빠 유경근 님

황교안은 세월호 참사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다. 황교안은 123정장을 무죄로 만들려 했다. 결국 업무상과실치사로 1심 재판을 마쳤을 때 황교안은 그 재판부의 검사와 판사를 한직으로 발령해 버렸다. 2심에서 123정장뿐 아니라 해경 수뇌부 등 그 윗선까지 책임을 묻자, 황교안은 또다시 인사 보복을 했습니다. 우병우도 검찰에 압력을 넣어 조사를 방해했다.

이런 자들이 아직도 살아있기 때문에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황교안은 대통령 직무대행으로 살아 있다. 지금 황교안은 국정교과서를 다시 부활시키겠다고 하고,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하고,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엎어버리려 하고 있다.

대통령의 7시간이 갖는 의미는 [이런 것이다.] 대통령이 왜 그 때 아무 일도 안 했느냐? 미용 수술하고, 무당을 불러서 굿을 했더라도, 아이들을 구하라고, 304명 구하라고 한 마디만 하면 됐던 것 아닌가? ‘탈출시켜!’ 이 한 마디를 하지 않았던 것[이 박근혜의 죄다.]

김기춘, 우병우, 황교안, 박근혜 … 이 사람 같지 않은 자들이, 내 자식이 죽을 때 아무 짓도 안 하고, 그걸 숨기기 위해서 부역하고 박근혜의 종이 돼서 … (말을 잇지 못함)

2년 8개월 넘도록 길바닥에서 단식하고 도보하고 삭발하고 농성하고 안 해 본 것 없이 다 해 봤다. 여러분들이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여러분들이 저희의 대통령이고, 여러분들이 저희의 국무총리이며, 여러분들이 저희의 헌법이다.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위원장 2-8 준형 아빠 장훈 님

2년 8개월동안 저희가 싸울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의 지지 덕분이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이후 박근혜는 대통령이 아니었다. 

박근혜가 머리하는 그 시간, 우리 아이들은 차가운 바닷물에서 생사도 알 수 없었는데, 박근혜는 무얼 했는가.

특별법 만들기 위해 많은 서명을 받았다. 6백만 명이 서명해 주셨다. 여기에 답해야 할 국회는 여야 합의 하에 특별법을 졸속처리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그런 허무맹랑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그 특조위 활동마저도 지난 9월 강제 종료시켰다.

이제 다시 우리가 그 특별법을 제대로 제정, 개정해서 단 한명도 빠져나갈 수 없는 그런 강력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지금 청와대를 지키고 있는 박근혜, 황교안 일당들, 새누리당, 그에 동참했던 많은 부역자들, 국회의원도 모조리 끌어내리고 이 땅에 발붙여 살 수 없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가족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훗날 죽어서, 더 이상 살아서는 볼 수 없는 우리 아이들 얼굴을 보고서 아빠가 할만큼 했다고 외칠 수 있게 함께 동참해 달라, 지지해 달라. 우리 유가족들이 앞장서겠다.

세월호 유가족 “세희아빠” 임종호 씨

탄핵 심리와 권한 대행은 짧을수록 좋다. 황교안은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의 공범이다. 즉각 사퇴해야 한다. 지금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권이 계속 되고 있는 거 아닌가? 당장 끝내야 한다.
헌법재판소 소장의 임기를 연장한다고 한다. 임기가 무슨 엿장수 마음대로 엿가락처럼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것인가? 사법연수원 동기, 공안검사 동기 박한철을 챙겨 주면서 다시 세력을 키워보겠다는 게 황교안의 속내 아닌가?
환자가 다 죽은 다음 치료하면 무슨 소용인가? 정의를 구현하는 데에 시간이 자꾸 지연되면 더 이상 정의가 아니다. 헌재는 [탄핵을] 집중 심리해서 밤을 새서라도 빨리 탄핵해야 한다.

권영국 퇴진행동 법률팀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짜 몸통은 이재용을 비롯한 재벌들이다. 삼성이 박근혜·최순실에게 바친 수백억 원이 어디서 나왔는가? 삼성반도체 노동자 수십 명이 백혈병으로 죽을 동안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서 [삼성이] 착취한 돈을 뇌물로 바친 것이다. 그런데 삼성은 정유라 강아지의 팬티까지 사다 바쳤다고 한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용을 비롯한 재벌들을 구속해야 한다.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회장

12월 28일은 굴욕적 한일 ‘위안부’ 합의가 맺어진 지 1년 되는 날이다. 지난해 말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는 절대 기쁜 날이 아니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서른아홉 분만이 살이 계시다. 많은 할머니들이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 지난 여름 ‘화해와치유재단’이 만들어졌는데, 누구를 위한 화해고 치유인가! 아베가 무릎 꿇고 사과할 때까지 싸워야 한다. 한일 합의 철회하라!

김연희 ‘대학생 겨레하나’ 대표

나는 박근혜가 나를 해직해 1년 동안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는 윤리 교사다. 얼른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나를 해고시킨] 박근혜는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려 한다. 과거에서 교훈을 배워서 미래를 발전시키기 위해 역사를 배우는 것 아닌가? 과거의 잘못에서 배우게 하려고 역사를 가르쳐야지 자기 아버지를 미화하려고 가르쳐서는 안 된다. 게다가, 2015개정교육과정이라는 것은 원래는 2018년부터 새 교과서로 가르치기 시작하는 것인데, 박정희 태어난 지 1백 년에 맞춰서 역사만 꼭 찍어서 내년에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국정교과서를 저기 공관에 있는 황교안이 ‘올바른 교과서’라고 하는 것이다. 미친 것이다.

박근혜와 황교안은 한통속이다. 몰아내야 한다. 그리고 촛불이 같이 뭉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나라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리고 저도 빨리 학교로 보내 주십시오.

전교조 조합원(교사)

원래도 공부하기 싫었는데 국정화된 역사 교과서로 공부하라니 심적 부담이 크다.

(‘다음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국민 전체의 의견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대다수의 의견은 대변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빨간색 상징을 쓰는 당[새누리당]은 절대 뽑으면 안 된다.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에선 내려오신 미꾸라지 기름장어님[반기문]은, 품격도 있고 권위도 누리신 분이, 안 그래도 어지러운 흙탕물 정국을 더 흐리게 하지 마시고 품격을 지키시길 바란다.

(‘야당 주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민감한 질문인데, 어떻게 됐든, 박근혜가 탄핵됐다고 당연히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진짜 국민들이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하실 때다.

중학교 1학년 학생

고려대 학생들의 승리 소식을 촛불집회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드리고 싶다. 박근혜 정권의 교육 개악에 발맞춰 추진되고 있었던, 대학을 삼성·SK 등 대기업의 입맛에 맞추는 미래대학 설립을, 학생들이 28일의 점거로 철회시키고 승리했다.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과 고려대 학생들의 단호한 점거가 만나 만들어 낸 승리다.

우리 투쟁이 승리한 것은, 이 시기에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의 적폐 철회를 위해 거리와 학교, 작업장 등에서 투쟁이 더욱 성장해야 한다. 각자의 현장에서, 박근혜 정권의 정책이 실현되는 곳에서 그 정책을 막아내는 투쟁을 벌이자!

연은정 고려대 점거위원회 부위원장

최순실 재산이 10조 원이란다. 너무 황당하다. 박근혜는 [국민의] 머슴인데 계속 버티고 있다. 심지어 나쁜 짓도 다시 꾸미고 있다. 즉각 퇴진해야 한다. 헌재도 빨리 탄핵 결정을 내려라. 그러려면 우리가 지치면 안되고 계속 더 모이고 횃불이 돼야 한다.

한 중년 남성

△청운동 앞 박근혜 수갑 퍼포먼스. ⓒ이미진

△촛불 어린이. ⓒ이미진

ⓒ이미진

ⓒ이미진

ⓒ이미진

입력 2016-12-24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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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인플루엔자 대란

소독약 관리도 안 한 박근혜·황교안 정부가 주범

김무석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수의학과 학생)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살처분이 완료됐거나 예정인 닭과 오리의 숫자가 12월 23일까지 2천4백20만 3천 마리에 이르고 있다. 이제까지 최대 피해로 기록됐던 2014년에도 약 6개월에 걸쳐 1천4백만 마리가 살처분 됐는데, 이번에는 발생 한 달 만에 그 규모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피해는 주로 산란계에 집중됐다. 살처분 된 산란계(산란용)는 1천4백51만 3천 마리다. 국내에선 육계(고기용)를 더 많이 키우지만 살처분 된 육계는 61만 3천 마리에 그쳤다. 산란계와 육계의 피해 정도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사육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육계는 사료 공급이 자동화되어 있으면 사람이나 차량과 접촉이 적다. 그러나 산란계는 계란을 꺼내기 위해 수시로 차량과 사람이 오가기 때문에 방역에 더 취약하다.

달걀 대란으로 이어지는 AI 대란 무능하기 짝이 없는 박근혜·황교안 정부 때문에 달걀까지 못 먹게 생겼다. ⓒ사진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육계와 산란계의 피해 차이를 보더라도 차량과 사람에 대한 방역이 조류 인플루엔자의 전파를 막는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사전에 농가에 출입하는 차량과 사람에 대한 철저한 방역 시스템만 구축해 놓았어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황교안 정부는 가장 기초적인 소독약 관리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해 역대 최대의 재앙을 만들고 말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올해 1~5월 조류 인플루엔자 방역용 소독약품을 전수 조사해 27개 품목에 대해 효력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검역본부가 해당 품목에 대해 출고 중단, 판매 중지, 기존 제품 회수를 지시했지만, “회수조치가 전혀 되지 않거나 극히 미흡”했다.(축산 생산자 단체가 발병 전인 10월 검역본부에 발송한 공문)

결국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15일 기준으로 조류 인플루엔자 확진을 받은 농가 1백78곳 중 1백56곳이 부적합한 소독제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에 1천4백만 마리를 살처분 한 뒤에도 소독약 관리가 거의 안 된 것이다. 이 정부가 방역에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를 보여 준다.

11월 11일 야생 조류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확인되고, 11월 16일 농가에서도 확인된 뒤에도 박근혜-황교안 정부는 정부의 부패를 감추는 데 골몰하느라 ‘골든 타임’을 놓쳤다. (더 자세한 내용은 190호 기사 ‘조류 인플루엔자(AI) 대란 - 또! 부패 감추느라 재난 방치한 박근혜·황교안 정부’를 참고하시오.)

황교안은 23일 조류 인플루엔자 일일 점검 회의에서 “강력하고 철저한 방역 조치가 더 필요하다”며 “빈틈 없고 철저한 선제적 방역”을 특별 주문했다고 한다. 완전한 뒷북 조처들에 저런 수식어를 붙이는 뻔뻔함은 박근혜의 유체이탈 화법을 떠올리게 한다.

우려했던 대로 조류 인플루엔자 대란은 달걀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이 당장 멈추더라도 병아리가 자라 첫 계란을 낳는 데 6개월이 걸린다. 확산이 멈출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러면 계란 공급 문제는 장기화될 것이 뻔하고 결국 피해는 평범한 사람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변이될 경우 사람에도 감염되고 치명적일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이후 세계 각국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인체감염은 총 1천7백22명이며 이중 절반가량인 7백8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독감에 걸린 사람이 조류 인플루엔자에도 걸리면 변종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진정한 재앙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의 조처를 취해야 한다. 농장 종사자와 가금류 살처분 참여자 등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각별한 예방 대책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조류 인플루엔자 대란의 책임자들인 박근혜-황교안 정부를 청와대에서 하루빨리 쫓아내야 한다. 박근혜-황교안 정부에게 더는 우리의 안전과 미래를 맡겨둘 수 없다.

△박근혜의 유체이탈 화법을 떠올리게 하는 황교안 ⓒ사진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입력 2016-12-2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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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제국주의 정책을 강행하는 황교안 내각

김영익

황교안 총리는 박근혜 정권의 친제국주의 적폐를 적극 옹호하고 실행한 자다. 지금도 이를 지키려 애쓰고 있다.

야당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공격할 때는 “‘이런 정도라도 합의가 된 것은 다행이다. 빨리 재단을 만들자’고 하는 게 많은 분들의 이야기”라고 맞받아치며 ‘위안부’ 합의를 적극 옹호했다.

지난 7월 성주 사드(THAAD) 배치가 결정됐을 때는 직접 성주로 내려가 ‘사드 배치는 불가피하다’고 강변하다가 성주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에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분노한 주민들을 피해 도망쳐 나와야 했다.(사진) 그 뒤로도 황교안은 사드 반대 주장을 “괴담”으로 치부하며 ‘괴담은 중범죄’라고 공격했다.

황교안은 박근혜 탄핵 직후부터 “굳건한 안보 태세 유지”를 강조하면서, 박근혜 정권의 대외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드 배치를 예정대로 추진하고 ‘위안부’ 합의도 변경하지 않고 유지한다고 공언하면서 말이다.

이는 미국과 일본 제국주의자들한테 안심하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 국회가 탄핵을 가결하자, 미국과 일본은 한국의 대외 정책이 바뀔 것을 우려해 왔다. 주한미군사령관과 백악관 대변인이 잇달아 ‘사드 배치는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일본도 ‘위안부’ 합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잘 유지될지 걱정한다. 

황교안 내각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 재빠르게 움직였다. 주한미군사령관 빈센트 브룩스를 만나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했고, 국방부에서는 사드 배치를 예정보다 이른 내년 5월(자신들의 계산으로는 대선 전!)에 마무리하겠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황교안 내각은 또한 트럼프 쪽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어, 12월 20일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마이클 플린을 만나게 했다. 이 자리에서 마이클 플린은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의 상징”이라고 했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의 ‘대북 정보 공조’를 강조했다. 트럼프 측과 황교안 내각이 국내 사드 반대 여론과 주류 야당들을 향해 분명한 메시지를 준 것이다. 

지난 7월 황교안은 성주까지 내려가 사드 배치를 옹호하다가 성주 군민들에게 수모를 당했다. ⓒ사진 제공 <민중의 소리>

이처럼 황교안 내각은 미국 제국주의에 편승해 한국 국가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박근혜의 친제국주의 지향을 적극 실행해 온 ‘몸통’이다. 이 내각 구성원들의 주도로, 12·28 ‘위안부’ 합의 1년 만에 미국이 강력하게 요구한 한일 군사 협력이 본궤도에 올랐다. 내년 5월에 사드가 한국에 들어올지도 모를 상황이다. 이 자들은 어떻게든 위험한 정책들을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다. 

그런데 친제국주의 문제에서 주류 야당들을 믿을 수가 없다. 지금 문재인은 사드 배치를 다음 정부로 넘기라고 요구하지만, 불과 두 달 전에는 “이제 와서 정부가 동맹국인 미국과 한 합의를 번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때 문재인이 ‘사드 배치 문제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왔던 까닭이다. 문재인은 지지층과 미국 제국주의의 압력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 시국에 이재명이 ‘시한부 배치론’을 제시하며 사드 배치에서 후퇴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황교안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소극적이고 공상적인 요구로는 부족하다. 친제국주의 적폐를 제대로 청산하려면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황교안 내각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아래로부터 운동을 심화·확대해야 한다.

△12월 17일 박근혜 퇴진 8차 촛불, ‘끝까지 간다! 박근혜 즉각퇴진, 공범처벌-적폐청산의 날’ ⓒ조승진

입력 2016-12-2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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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송박(朴)영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송박(朴)영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2016년 겨울, 우리는 광화문에서 뜨겁게 촛불을 들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교복 입은 학생과 청년부터 노동자까지 우리는 함께 어둠을 밝혔다. 새해에도 박근혜와 그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우리의 촛블은 꺼지지 않는다. <노동자 연대> 사진 기자들이 지난 두 달 동안 기록한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 속 다양한 모습을 모자이크로 담았다.[크게 보기] ⓒ<노동자 연대> 사진팀

입력 2016-12-3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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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띤 토론이 벌어진 ‘대학생 시국회의 토론회’ 참가기

김무석 (‘박근혜 퇴진 건국대 시국회의’ 간사 / 노동자연대 건국대모임 회원)

12월 23일(금) “박근혜 즉각 퇴진 운동 ― 중간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대학생 시국 토론회가 열렸다.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이하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학생 60여 명이 참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사회는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공동대표인 동국대 안드레 총학생회장이 맡았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박혜신, 사회변혁노동자당(이하 변혁당) 학생위원회 김혜린,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이하 민대협) 임혜성, 제4기 전국교육대학생 연합(이하 교대련) 김문노 집행위원장이 발제를 했다.

토론회는 발언이 많아 활발했고, 운동의 힘에 고무된 분위기였다. 운동 평가와 과제를 둘러싸고 몇 가지 쟁점이 형성돼 논쟁도 활발히 벌어졌다.

즉각 퇴진과 적폐 청산

발제자들은 모두 운동의 성격이 단지 박근혜 개인이 아니라 박근혜의 정책들과 정부에 대한 분노가 쌓여 분출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박근혜-황교안을 포함한 정권의 즉각 퇴진과 적폐 청산을 위해 운동이 계속 전진해야 한다는 과제도 공통으로 제시했다. 동시에 발제자들 사이에 강조점이나 분석의 차이도 드러났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박혜신은 박근혜 정권 자체가 제1의 적폐이며,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온갖 적폐들을 날려 버리기 위한 투쟁들이 결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혜신은 “박근혜-황교안 내각의 즉각 퇴진을 요구”해야 하며, 황교안을 인정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에게 의존하지 말고 거리의 운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에 맞선 투쟁과 박근혜식 정책에 맞선 투쟁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고려대의 대학 구조조정 철회 투쟁이 승리한 것을 예로 들었다. 철도 파업이 박근혜 퇴진 운동에 기여한 바도 언급하며 “노동개악에 맞선 노동자들의 파업이 확대된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혁당 학생위원회 김혜린은 “박근혜 없는 박근혜 체제를 지속”하고 있는 “제2의 박근혜인 황교안이 사퇴해야” 하며, “적폐 청산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근혜-재벌총수 구속을 연결고리로 해 박근혜 즉각 퇴진의 고삐를 놓치지 않으면서 재벌을 상대로 투쟁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며 재벌에 맞선 투쟁을 강조했다. 한편, 박근혜 정권의 즉각 퇴진 사유는 박근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의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변혁당 학생위원회가 반(反)재벌 투쟁을 강조한 것은 체제의 최대 수혜자인 재벌을 공격하는 것을 통해 체제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 듯하다. 재벌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 속에는 자본과 국가, 정치체제와 경제체제가 모두 포함돼 있다. 자본 중에서도 재벌을 공격하는 것이 체제에 도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보는 것은 다소 협소한 관점일 수 있다.

또, 재벌에 맞선 투쟁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다소 모호했다. 재벌 총수 구속 같은 요구는 마땅히 필요하다. 그런데 더 나아가 재벌에 맞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재벌에 맞서 가장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는 투쟁의 주체는 재벌 빼고 모두 다가 아니라 노동계급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특히 재벌에 고용된 노동자들이다. 그런 점에서 노동 개악 반대, 구조조정 반대 같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투쟁들을 지지하고 승리하도록 노력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제시할 수 있다.

교대련 김문노 집행위원장은 적폐 청산과 새로운 민주 사회 건설을 강조했다. “등록금 문제만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 아르바이트, 주거권, 교육 정책, 고용 제도, 노동 환경, 외교와 안보, 한반도 평화와 통일” 등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대학생들과 연결돼 있으며, 진정으로 대학생들이 원하고 살기 좋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함께 대화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문노는 이 과정을 통해 대학생들의 요구를 정책화하고 조기 대선에 목소리를 내자고 제안했다. 물론 우리의 요구를 토론하고 정식화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대선에 이런 정책이 반영되길 바라는 것도 공감한다. 그런데 이런 정책을 반영시키기 위해서라도 강조점은 선거 그 자체가 아니라 거리의 운동에 있어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살펴보겠다.

민대협 임혜성은 탄핵이 “기만”이라고 강조했고 헌재에 ‘탄핵 촉구’를 하는 것도 반대했다. 물론 운동이 탄핵이라는 우회로를 통하기보다는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일관되게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함정이 많은 방식이라 할지라도 탄핵은 박근혜를 퇴진시키기는 방법의 하나이므로, 지금 상황에서 이를 반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헌재가 즉각 퇴진을 원하는 대중적 열망을 저버리지 않도록 박근혜를 조속히 탄핵하라고 압력을 가해야 한다. 청중 토론에서도 “탄핵은 기만”이라는 입장에 비판적 제기가 많았다.

적폐 청산 요구는 운동의 발전을 가로 막을까?

청중 토론에서 한 총학생회 신임 당선자는 “규모가 커지는 데 중요했던 것은 박근혜 퇴진이라는 단일한 요구였다”고 평가하며, 적폐 청산 요구나 헌법재판소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요구들이 운동의 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러나 운동의 규모가 작아진 것은 국회가 탄핵한 이후 낙관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고 봐야 할 듯하다. 운동의 규모를 유지하고 키우려면, 황교안 내각, 헌법재판소, 적폐들을 더 폭로하고 공격해야 한다. 기성 정치인들과 권력 기구를 폭로하는 것을 통해 왜 거리에 나와야 하는지 말해야 거리의 운동이 더 강화될 수 있다.

퇴진 운동의 바탕에는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지난 4년간의 악행이 있다. 경제 위기 하에서 커진 빈부 격차와 불평등,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특혜, 강대국과의 군사 동맹으로 희생되는 평범한 민중의 삶, 3백4명의 생명보다 더 중시된 대통령의 프라이버시 등. 따라서 이에 맞선 투쟁들이 결합돼야 운동이 더 강력해질 수 있는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과 부문 운동의 관계

박근혜 퇴진 운동과 부문 운동의 관계에 대한 토론도 이뤄졌다.

인천연합 경향의 한 총학생회장은 “적폐 청산을 위해서 노동자들이 각자 회사나 현장으로 돌아가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학생들은 교육 문제, 청년 문제, 최저 임금 등을 해결하는 경제 투쟁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폐 청산을 위해 각자 부문에서의 운동이 중요하다는 제기를 한 것이다.

변혁당 학생위원회의 한 활동가는 “지역의 투쟁은 광장에 모여야 해결된다. 부문과 지역 대(對) 중앙으로 나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고 답변했다. 이 발언은 중앙의 운동에 더 강조점을 둔 것이었다.

노동자연대 이대모임 회원은 “거리의 투쟁과 대학의 투쟁은 단계적이기보다는 동시에 진행될 수 있고, 서로 고무하는 관계”라며 투쟁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도 이화여대, 고려대에서 벌어진 투쟁이 박근혜 퇴진 운동 속에서 벌어져 승리한 것처럼 중앙과 부문의 투쟁이 동시에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헌법재판소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한편, 청중 토론 시간에 헌법재판소가 독립적 헌법 기관이기 때문에 압력을 행사하려 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통과된 탄핵안의 칼자루를 헌법재판소가 마음껏 휘두르게 둘 수는 없다. 대중 운동이 국회를 견인해 온 것처럼, 헌법재판소가 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헌법재판소에도 압력을 넣어야 한다. 보수야당들은 “질서 유지”를 위해 헌법재판소와 황교안에 압력 넣기를 꺼리고 있다. 이래선 헌법재판소가 (제 멋대로 굴) 자율성만 키워 줄 뿐이다. 헌재 재판관 출신자들조차 헌재의 판단은 정치적이고 여론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시인한다.

변혁당 학생위원회는 아마 “조기 탄핵”을 요구하면 운동이 헌법재판소에 종속될 것으로 보는 듯하다. 그러나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박혜신은 발제에서 헌법재판소를 과도하게 존중하는 입장도 문제이지만, 탄핵을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는 헌법재판소를 투쟁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도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 탄핵”은 오히려 헌법재판소를 믿지 않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내걸 수 있는 구호이며, 현재 퇴진 운동에서 필요한 요구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현실의 운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운동을 접고 로비나 하자는 식이거나 방향을 전환해 메인 타깃을 헌법재판소로 잡자고 한다면 문제겠지만, 운동의 메인 타깃을 박근혜-황교안 정부와 적폐 청산으로 분명히 하면서 헌법재판소에도 “조기 탄핵”을 요구하는 것은 필요하다.

조기 대선과 민주정부 수립 요구를 어떻게 봐야 할까

조기 대선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토론이 됐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집행위원장은 박근혜 퇴진 이후 민주 정부 수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교대련 집행위원장 김문노도 발제에서 조기 대선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연대 이대모임 회원은 “선거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하고 대안도 제시해야 하겠지만, 박근혜가 아직 반쯤 물러났을 뿐 반전시킬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조기 대선에 대해선 지금 강조해서 제기하는 것은 이르다. 박근혜의 적폐 청산 과정에서 선거는 부차적이다. 여러 개혁들이 박근혜 정부 아래서 운동으로 쟁취됐다” 하고 발언했다.

한 변혁당 활동가 또한 “대안을 현재 시스템 내부로 국한하는 것은 대선과 선거로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 자체에 문제를 제기해야만 한다. 근본적으로 운동을 발전시키는 것만이 박근혜 퇴진 운동의 성과를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경제 위기라는 조건 때문에 앞으로 어떤 정부가 집권하든 금방 한계를 드러내고 우리가 직접 투쟁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물론 선거에서 진보적인 열망을 대변할 후보가 당선하길 바라야 하고, 정책에 대한 입장을 내놓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선거에서 우파들을 패배시킨다면 사람들의 개혁 열망이 더욱 커지고 싸움에 나설 자신감도 커질 수 있다. 그럼에도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개혁을 이루는 것은 결코 자동적이지 않을 테고 독립적인 대중 투쟁이 벌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즉각 퇴진을 포함한 적폐 청산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

운동이 거대하고 심도가 있었던 만큼 토론회에는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참가했다. 이 때문에 현재 운동의 참가자들이 어떤 의견들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무척 유익한 토론회였다.

토론회에서 운동이 지속되고 더 전진하길 바라는 공통된 열망이 느껴졌다.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가 학생회와 학생단체들을 광범하게 모아 결성될 수 있었던 만큼, 이 기구를 소중하게 느끼며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하고자 하는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다.

탄핵 가결 이후에도 운동에 수십만 명이 참가하고 있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황교안 내각을 사퇴시키고 헌재가 딴 생각을 못하게 하려면 이 운동을 단호하게 전진시켜야 한다. 토론회에 참가한 다른 학생들처럼 나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가 이 운동에서 계속 중요한 구실을 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입력 2016-12-3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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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이 박근혜의 적폐를 밀고 가고 있다

김문성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심판이 조기에 이뤄질 듯하다는 관측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내년 상반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랐는데, 새누리당은 지지율 폭락과 함께 둘로 쪼개졌다. 정권 교체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다.

연인원 1천만여 명이 참가한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두 달여 만에 만들어 낸 정치적 변화다. 민중의 투쟁과 분노가 오만방자한 집권당을 극심한 위기에 빠뜨렸다.

이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역설이게도 정권 퇴진 운동이 아직 그 목표를 이룬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정도에서 멈추려고 그 많은 사람이 영하의 날씨에 눈비 맞고 거리에 나온 것이 아니다.

사실 박근혜의 ‘비선’ 통치가 문제가 된 마당에, 박근혜의 ‘공식’ 업무가 정지됐다고 정권의 악행이 멈출 거라고 생각할 근거가 애초에 없었다. 박근혜는 구속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탄핵심판의 시간을 끌 것이다. 우파는 여전히 호시탐탐 역전 기회를 노린다.

그럴수록 운동은 황교안과의 대결이라는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지금 정치적 유폐 상태의 박근혜를 대신해 권한대행 황교안이, 잠시 멈춘 강성우파 정권의 시계를 다시 돌리려 한다. 황교안 내각이 설사 은밀한 부패의 몸통은 아닐지언정, 그 부패와 융합해 박근혜 정권이 벌인 반민중·반민주적 학정의 몸통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박근혜 퇴진이 기정사실화됐으니, 차기 대선을 겨냥한 입법·개헌 과제 목록 작성과 정권 교체를 위한 야당 후보 암묵적 지원에 더 신경을 쓰자는 일부 세력들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익의 새 아이콘으로 등극한 황교안

황교안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정원 권한을 늘려 공작정치를 부분 합법화할 국가사이버안보법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정부 입법을 발의한 것이다.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그가 여소야대 국회에 어떻게 맞서려 하는지는 잘 알 수 있다.

그는 ‘미스터 국가보안법’이라는 별명답게 국가보안법 위반 신고자 포상액도 20억 원(종전 5억 원)으로 대폭 올렸다. 한일 ‘위안부’ 합의 1년을 맞아서는 “[이보다] 더 좋은 합의가 어떤 것이냐”며 기존 합의를 옹호하고, 차기 정권에서도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적폐 청산 요구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한 종편 채널은 경찰청이 11월 19일 퇴진 운동 주말 행진을 경복궁역까지 허용한 것을 황교안이 질책했다고 보도했다. 권한대행을 맡은 후, 경찰이 주말 시위에 더 전진 배치된 것이나, 부산에서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경찰 폭력으로 막으려 한 것도 황교안의 우파적 통치 유지 기조와 연관돼 있을 것이다.

이런 황교안 아래서 적폐 장관들의 행태도 여전하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만든 문화체육부의 장관 조윤선은 ‘내부 제보자를 데려와 봐라’ 하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가임기 여성 전국 지도를 만들어 지자체별 경쟁을 시키겠다는 황당한 짓을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 추가 ‘진상 규명’에 반대했다. 노동개악을 추진해 온 노동부, 한일 ‘위안부’ 협상을 옹호하는 외교부 등 여전히 변함이 없다.

일부 우파 언론과 논평가들은 정권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며 황교안을 우익의 새 아이콘으로 치켜세운다. 심지어 정통 보수의 차기 대선 주자로까지 거론한다. 벌써 황교안을 대입한 대선 여론조사가 발표되고 있다. 황교안 내각을 겨눈 투쟁의 중요성이 더 커진 것이다.

한통속 황교안 내각과의 전투나 헌재 압박 등에서도 성과를 거두려면, 지금까지의 성과를 거두게 한 바로 그 힘을 여전히 중시해야 한다. 그것은 독립적인 대중 투쟁의 힘이다. ⓒ이미진

현 시점에서 개헌 논의는 본질 흐리기다

애초 박근혜 정부의 존재 이유는 경제 위기의 책임과 고통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고 이를 잘 관철하려고 우파적 통치를 실행하는 것에 있었다.

지배계급 다수는 더는 보호하기 힘들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박근혜를 제거하고 고통전가 기조를 조금이라도 더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이를 ‘국정 정상화’라고 부른다. 탄핵 인용 결정이 1월 말에 나올지 모른다는 예측까지 나오는 이유다. 특검이 박근혜를 압박하는 강도도 세지고 있다(물론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전경련의 기관지라 할 만한 〈한국경제〉는 “모두가 경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다”며 운동의 압력 때문에 기업 규제 완화가 늦춰지는 것에 짜증을 부렸다.

그러나 폭발적인 대중 저항 때문에 노골적인 우파 통치 기조를 대놓고 유지하기는 힘이 드니, 현 상황에서는 황교안 체제를 지지하면서 여야정 협치를 주문한다. 더는 기존 정치체제의 안정을 흔드는 일들(야당들이 운동을 지지하며 그 요구를 국회에서 대변하는 일)은 중단하라는 것이다. 위기 속에서 박근혜를 도마뱀 꼬리 자르듯 버리고 이제는 지배계급이 큰 틀에서 단결(협치)하자는 것이다.

그 방안 하나가 개헌 정국을 조성하는 것이다. 12월 30일자 〈조선일보〉의 사설 제목은 “역사적 개헌특위 출범, 통치 끝내고 협치 열어 달라”이다. 탄핵안 가결 직후 야당들이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것이나, 1월 30일 여야 주류 4당(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개혁보수신당)이 1월 임시국회를 열고 개헌특위를 가동하는 것에 합의한 것은 ‘위기 속 단결(협치)’을 주문한 지배계급 여론에 부합하는 행위다.

그러나 현행 헌법 아래서, 군사독재 정권의 핵심 일원인 노태우가 집권해서도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강력할 때에는 “물태우” 소리를 들었고, 한때 지지율 90퍼센트를 구가하던 김영삼은 “산 송장” 소리를 들었으며, 김대중은 임기 초 반 년이나 총리를 임명하지 못했다. 노무현은 그 스스로 “권력은 시장에게 넘어 갔다”고 푸념했다.(그럼에도 노동계급을 향한 공격은 줄기차게 계속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아래서 대통령과 국회 모두 새누리당이 지배하고, 우파 지배자들이 이 정권을 전폭 지지하는 상황이 이른바 제왕적 권력 현상의 실체다. 계급적 이익(과 정권 존속)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위해 서로서로 감싸 주고 덮어 준 것이다. 이명박의 ‘4자방’ 비리를 박근혜(의 검찰)가 덮어 준 일이 한 사례다.

그러므로 현행 헌법의 조문 때문에 박근혜 게이트 따위가 생겼다고 보는 것은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잘못(적폐와 책임)을 가리고 면제해 주는 허구적 담론에 가깝다. (피억압 대중에겐 헌법이 국가권력을 더 제약하고 기본권을 더 많이 보장하는 게 좋겠지만, 그것이 권리로 보장되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강력할 때이다.) 퇴진 운동 일각에서 특정 지지 후보에 대한 유불리를 따져 개헌 정국에 섣불리 부화뇌동하다가는 운동이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오히려 불평등 사회를 더 공고히 해 온 박근혜의 학정 때문에 민중이 겪은 좌절과 분노, 투쟁이 적폐 청산 요구에 더 반영돼야 한다.

헌재가 박근혜를 조기 탄핵할 수도 있다

박근혜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심리에 무더기 사실조회 신청을 내며 시간을 끌고 있다. 최순실도 거의 모든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 이들 모두 탄핵 결정을 최대한 늦추려 한다. 친박 우파도 헌재 앞 시위를 벌이며 “탄핵 무효”를 외친다.

그러나 박근혜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헌법상 형사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 형사재판 식으로 탄핵심판을 하자는 것은 세력 균형 변화를 꾀할 시간을 벌어 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도 박근혜 탄핵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실 자신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헌법재판관 구성인데도, 박근혜가 시간을 끄는 의도가 무엇이겠는가? 정말로 자신 있다면, 우주 최강급 독점욕을 가진 박근혜가 헌재 심리를 빨리 해서 권좌로 복귀할 생각을 하지 않고 왜 시간을 끌려고 하겠는가?

이는 헌재 탄핵심판이 단순히 사실 심리가 아니라 정치 재판임을 알기 때문이고, 그것이 정치·사회적 세력 균형에 영향을 받게 됨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수백만의 거리 투쟁이 국회를 압박해 압도적으로 탄핵소추를 가결토록 만든 것은, 박근혜를 탄핵하라는 거대한 압박이 헌재에 가해져 있음을 뜻한다.

이런 세력 균형 때문에 지배계급 다수도 만신창이가 된 박근혜의 존재를 부담으로 여기고 빨리 털어 버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애초 빠르면 3월초에나 결정이 될 것 같다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헌재소장인 박한철의 퇴임 전인 1월 말(설 연휴 전)에 결론이 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대두되고 있다. 헌재는 주 2회 심리를 하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비선의 농락이 문제의 본질인가?

기존 정치 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박근혜와 연계된 소수 비선 실세들의 농단과 농락이 박근혜 게이트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은 피상적이다.

박근혜의 특수한 개성이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드러난 이 권력형 부패의 실체에서 그런 문제들은 부차적일 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박근혜만의 특수성도 아니다. 계급 사회의 고위층 중에 자기 연설문을 직접 쓰는 자가 몇 명이나 되는가. 대의기구와 대중의 의사와 무관하게 비밀스런 측근들과 정책을 상의하는 일도 흔한 일이다.

물론 이런 저질스런 자들에게 박해를 받고 힘겹게 지내왔다는 것이 노동자·민중 운동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긴 하다. 그들의 부정 축재와 특권은 국민적 박탈감도 자극했다.

일각에선 노동운동과 좌파를 겨냥해 ‘초점을 흐리거나 참가자들을 불편하게 할 요구는 자제하고 쟁점을 최소화하자’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박해받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지지 호소는 광장에서 큰 지지를 받는다. ‘노동 의제는 시민에게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아전인수식 주장을 펴거나, 민주당 등을 곤란하게 할까 봐 노동 의제를 일부러 배제하려는 사람들만 광장에서 노동이 외면 받는다는 (실제 경험과도 다른) 주장을 한다.

그러나 1천만 넘는 사람들이 영하의 날씨에 눈비 맞아가며 광장에 모여 청와대로, 총리 관저로, 헌재 앞으로 행진하는 것은 단지 박근혜 일당의 은밀한 사생활 때문만은 아니다. 애초에 가진 자들을 위해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민중을 천대하는 정책들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 온 자들을 향한 반감과 증오가 그 전부터 전개돼 온 노동자 투쟁을 발판 삼으면서 (스스로도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뛰쳐 나올 수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는 ‘박근혜가 시녀에게 지시받거나 농락당한 것’이 아니다. 정권이 자신의 권력(검찰 등)을 이용해 국가예산, 친기업 정책들을 대기업들과 부당 거래하며, 상호간에 부당한 재산과 특권을 챙겨 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작정치 수단도 동원됐다.

가령 세월호 참사에 관해 정부 대응 잘못을 지적한 감사원 보고서가 청와대를 거치며 윤색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세월호 유가족의 항의를 묻어 버리려고 다양한 여론 조작 방법이 동원됐다.

국민연금으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는데, 엉뚱한 학생들을 탈락시키며 최순실의 딸을 이화여대에 보내는 것에 그 삼성이 수십억 원을 들여 협조한 것도 그런 사례다. 그런 주고받기 속에서 이들은 고통전가와 세월호 참사 항의 탄압하기 등 온갖 악행에 서로 협조해 왔다.

지금도 구속된 최순실은 국정조사를 당당히 거부한다. 서울구치소에서는 최순실 혼자만 식수와 온수로 샤워할 수 있다고 한다. 여전히 정권의 비호를 받는 이런 특혜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누리지 못했을 것들이다.

따라서 주범은 박근혜 정권인 것이고, 정권의 존재 자체가 적폐인 것이다. 이는 적폐 청산이 결코 몇몇 개혁 입법(당연히 개헌)으로 환원될 수 없고 많은 정책들의 폐기와 함께 인적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운동이 황교안 퇴진과 내각을 향한 공격을 강화해야 하고, 이것이 적폐 청산 투쟁의 알맹이를 이뤄야 하는 이유다.

지금은 어느 정도의 피로감과 안도감, 목표의 일차적 성공에 따른 낙관 등으로 운동의 기세가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다. 여전히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오지만, 12월 9일 이후 조금씩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뿌리 깊은 증오가 겨우 박근혜의 직무정지 정도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박근혜 일당이 범죄 혐의를 부인하며 헌재에서 시간 끌기로 나오는 것이 분명해지자, 12월 17일 행진에서 조기 탄핵을 촉구하는 헌재 앞 행진 대열이 (전 주와 다르게) 크게 형성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운동이 혁명이나 항쟁 수준은 아직 못 되기에 제도상 방법인 헌재의 탄핵심판을 촉구하는 것으로 표출되지만, 하루라도 빨리 이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지겨운 자들을 끝장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여전한 것이다.

따라서 퇴진행동은 다수 굴곡을 겪더라도 올곧게 대중의 염원을 대변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적이고 투쟁적인 리더십 발휘를 회피할수록 이 운동을 차기 대선에 이용해 먹을 생각만 하는 주류 야당의 보조물로 운동을 조율시킬 뿐이다. 그것은 이 운동의 잠재력을 갉아먹어 전진을 방해할 수 있다.

입력 2016-12-3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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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석방 구호를 멈춰 달라’는

한상균 위원장의 옥중 서신이 아쉬운 이유

박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최근 박근혜 퇴진 운동에 참가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격려하는 옥중 서신을 보냈다. 그는 “오직 박근혜 체제의 완벽한 탄핵과 단죄를 얼마만큼 단호하게 할 것인지에 집중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런데 이 서신에는 “지금부터 한상균을 석방하라는 구호도 멈춰 달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NGO들이 퇴진 운동 안에서 한상균 위원장 석방 구호가 외쳐지는 것을 문제 삼는 상황에서 나온 메시지다.

감옥 안에서 퇴진 운동의 전진을 고대하고 있을 한 위원장으로서는 자신의 석방 요구를 두고 운동 내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이 자못 괴로웠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너무 염려치 말라’며 밖에서 투쟁하는 이들의 부담을 덜어 주고 싶은 마음이었을 수 있다.

그럼에도 한 위원장 석방 요구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므로, 운동의 전진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그토록 사활적으로 매달려 왔고 지금도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개악에 맞서 저항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따라서 한상균 위원장 석방 요구는 노동개악 저지 투쟁과 이를 위해 애써 온 수많은 노동자투사들의 활동의 정당성과 관련 있다. 이는 장차 벌어질 투쟁과도 결코 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인 황교안 내각은 지금도 노동개악과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등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고 혈안이다. 민주노총은 황교안 내각이 벌이는 이런 악행들을 폭로하면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꺼내 들고 투쟁을 조직해 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 위원장이 노동개악 철회와 함께 석방 요구를 단호하게 방어하고 그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투지를 북돋는 데 더욱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한편, 민주노총이 11월 30일 상징적인 총파업 이후 한 달간 투쟁을 더한층 발전시키지 못한 것은 아쉽다. 촛불 집회의 규모가 2백30만으로 커지며 항의가 확대되는 동안,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탄핵 부결 시 총파업’ 결정으로 사태를 추수하거나 예정했던 민주노총의 사전집회를 취소하며 조합원들의 집회 참가를 ‘자율’로 맡기는 등 정세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퇴진 운동 초기에 조직 노동자 운동이 했던 선구적 구실은 더한층 발전되지 못했고, 운동 내 온건파들은 노동개악 철회 요구와 한상균 위원장 석방 요구, 민주노총 발언 등 퇴진 운동 내 노동운동의 비중을 약화시키려 했다.

그러나 퇴진 운동에 참가한 수많은 ‘시민’들은 조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요구에 관심을 갖고 지지를 보냈다. 11월 12일 전국노동자대회, 11월 30일 파업, 철도 파업 등이 그랬다.

조직 노동자 운동은 이런 촛불 운동 안에 그저 ‘스며들려고’ 할 게 아니라, (자신의 요구를 꺼내 들고) 집단적으로 집회에 참가해 이 운동을 심화시키려 애써야 한다. 정치 운동에 집단적으로 참가한 경험은 노동자들이 작업장 투쟁을 벌이는 데도 영감을 줄 것이다.

입력 2016-12-3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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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과 노동자 운동의 과제’ 토론회

좌파의 협력적 공동 활동을 모색하다

박설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고 황교안 내각이 들어선 이후 퇴진 운동의 향방을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노건투·노동당·노동자연대·노동전선이 공동 주최해 12월 29일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과 노동자 운동의 과제’를 주제로 민주노총에서 열린 이 토론회는 운동의 전진과 좌파의 공동 활동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사회는 노동당 정진우 노동위원장 겸 정치사업실장, 발표자로는 노동자연대 최영준 운영위원, 노동전선 김동수 집행위원장, 노건투 이청우 활동가가 나섰다. 주최단체는 아니지만 사회진보연대 한지원 운영위원도 발표자로 참가했다.

주최 단체의 발표자들은 견해차들은 있었지만, 대체로 박근혜 즉각 퇴진과 황교안 내각 사퇴를 위해 거리 운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조직 노동자 운동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동자 투쟁을 적극 조직해 나가야 한다며 좌파의 역할을 강조했다.

좌파의 역할

노동자연대 최영준 운영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운동 내 온건파들은 전략적 야권연대를 추구하고 운동을 그 보조 수단으로 삼으면서, 제도권 정치로 끌고 가려는 방향타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좌파가 아래로부터 운동을 심화·확대하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노동계급은 퇴진운동 안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좌파는 운동을 선거와 제도권 정치로 끌고 가려는 것에 맞서면서, 아래로부터의 저항, 특히 조직 노동자 운동이 좀더 투쟁적이고 계급적인 방식으로 심화·발전할 수 있도록 공동의 활동을 모색해야 한다.”

노동전선 김동수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현재의 여야정협의체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황교안 직무대행 체제는 광폭하게 가고 있다. 즉각 퇴진과 국회 탄핵은 현실에서는 대립축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총파업과 노동계급의 요구를 전면화해 나가야 한다. 관건은 좌파 활동가들이 어떻게 연대를 구축해 나갈 것이냐이다. 현장과 거리와 이데올로기적 수준에서 연대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변혁적 좌파에게 막중한 책임이 있다.”

노건투 이청우 동지는 “조직 내부 논의가 끝나지 않아 개인 의견을 제출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운동 초기에 조직 노동자들이 역할을 했다. 철도 파업과 11월 12일 1백만 촛불을 만든 민주노총·총궐기투본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런데 이후 그 상태를 넘어서지 못했다.

“촛불운동 지속과 노동자 요구의 결합이 필요하다. 박근혜는 직무 정지 상태이지만, 박근혜 정부와 공범인 재벌은 그대로 있다. 노동자 투쟁 전면화와 총파업 투쟁 조직화를 위한 전투적이고 계급의식적인 활동가들이 현장별, 지역별 연대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사회진보연대 한지원 운영위원은 올해 국제적으로 “충격”을 줬던 사건들,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미국의 트럼프 당선 등을 들며 “한국에서도 우익 포퓰리즘이 상당히 만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 정세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는 다르게, 혁명이나 노동자 운동의 고양보다는 우익 포퓰리즘이 상당히 만개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 이재명과 트럼프, 보리스는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촛불을 지도한다기보다, 민주노총이 촛불 속으로 스며들어 2백만이 넘는 촛불 시민들을 조합원으로 조직하는 게 최선의 목표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노동권에 친화적인 시민권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볼 수 있다.”

이 토론회에서는 공동 집회, 토론회, 협력적 거리시위,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는 투쟁 연대 등 좌파의 공동 활동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도 나왔다. 구체적 제안으로는 다음번 집중 집회로 예고된 1월 21일에 좌파들이 사전집회를 해 보자는 안을 노동자연대 최영준 운영위원이 제출했다. 노동당 정진우 노동위원장은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 연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집담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청중 토론에서도 이 같은 공동 활동 제안에 공감대가 컸다. 노동전선 이호동 공동대표는 “좌파 단체들이 민중총궐기 전야 행사를 기획했던 것을 높이 평가한다. 다만 그 이후에 무엇이 없었던 것은 아쉬웠다”며 “앞으로 좀더 풍부하고 구체적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연대 김인식 운영위원은 “좌파가 참을성 있게, 설득력 있게 운동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꾸준히 참여한다면 운동을 더 발전시킬 기회가 올 수 있다”며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이 운동에 더 많이 참여하라고 촉구하고, 퇴진행동 안에서 민주노총이 더 좌파적으로 논쟁에 개입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것도 좌파의 몫”이라고 말했다.

노건투의 한 활동가도 “촛불투쟁 상황을 이용해 좌파가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토론회나 사전 집회 등을 같이 했으면 좋겠”고 “현장에서 노동자 투쟁을 펼치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

쟁점들

물론 좌파들 사이에 견해차도 드러났다.

지금 노동자 운동과 좌파가 정치적 주도력을 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행동의 압력에 떠밀려 주류 야당들과 비박계까지 박근혜 탄핵을 가결시킨 현 상황에서 “우익 포퓰리즘의 만개”를 우려하기보다는 민주당과 같은 야당에 운동이 종속되지 않도록 논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재명을 트럼프와 비유하는 것은 그동안의 사태 발전의 정치적 의미를 제대로 부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 좌파와 조직 노동자 운동이 지도력을 제공하기보다 촛불운동에 “스며들어 조합원을 조직하자”는 주장에도 비판적 문제제기들이 나왔다. 대부분의 발표자들과 청중 토론자들은 좌파의 사태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동전선의 이호동 공동대표는 “결정적 국면에서 우리가 해 나가야 할 과제를 무엇으로 채울지에 대한 제시 없이, 2백만 민주노총이라는 조직 과제로 넘어버리는 것인지 우려가 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퇴진행동 내 논쟁에 개입하는 것이나, 황교안 내각이라는 국가 권력에 맞서는 것, 탄핵과 즉각 퇴진 요구 사이의 관계 문제,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투쟁을 어떻게 강화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법 등도 진지한 토론이 필요한 쟁점들이다.

좌파 단체들이 이 같은 이견에 대한 토론과 논쟁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운동의 전진을 위해 공동의 활동을 함께 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입력 2016-12-30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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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퇴진 제10차 범국민행동의 날

1백만 명이 소리친 광화문 “송박영신”

특별취재팀

△폭죽을 쏘며 송박영신을 외치는 촛불 집회 참가자들. ⓒ조승진

2016년을 시작할 때 박근혜는 노동개악법, 친기업 규제 완화 법들을 통과시키라고 국회를 압박했다. 바로 직전인 2015년 연말의 한일 위안부 합의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켜 역풍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말이다. 당연히 박근혜는 노동자·민중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그런 짓들을 했다.

2016년은 그렇게 짜증나게 시작됐지만, 그 마무리는 다르다. 지금 박근혜는 법으로 직무가 정지됐고 청와대에서 정치적으로 유폐된 상태로 2016년을 떠나 보내게 됐다. 그뿐인가? 청와대 코 앞까지 몰려 간 수십만 대중이 외치는 즉각 퇴진의 함성을 들어야 했다. 물론 창문 틈까지 꽁꽁 틀어막고 실내에 틀어박혀 민중의 함성을 애써 외면하겠지만 말이다.

오늘 서울 광화문광장과 종로1가 일대에는 박근혜 즉각 퇴진과 헌재 조기 탄핵, 황교안 사퇴와 적폐 청산을 요구하며 1백만 명(주최측 발표)이 모였다.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박근혜 퇴진 운동이 두 달여 만에 연인원 1천만 명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송박영신”을 제대로 한 것이다. 박근혜 당선 직후, 많은 사람들이 2013년을 ‘회피 뉴 이어’의 쓰라린 마음으로 맞이한 걸 떠올리면, 민중 스스로 움직여 끌어 낸 정치적 변화를 자축할 만하다. 자신들의 힘으로 이나마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 낸 것에 자부심도 느꼈을 것이다. 

이런 맥락 속에서인지, 오늘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고, 기세도 좋았다. 시간을 끌려는 박근혜의 뜻과 달리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심리가 크게 지연되지 않고 조기 탄핵설이 대두하는 등의 상황도 영향을 준 듯하다. 또한 연말연시 분위기를 반영해서인지 가족 단위로 온 참가자들이 많았다. 친구들과 온 청소년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본대회 수 시간 전부터 광화문광장을 채우기 시작한 사람들은 여러 사전 행사들에 참여했다. 오늘 본무대에서 진행된 자유발언대와 여러 행사들에서는 이석기 전 의원 등 양심수들을 석방하라는 요구, 가습기 살균제 사건 책임자 처벌 등 다양한 쟁점이 소개됐고, 관심과 지지도 받았다.

광화문광장에서 새해 소원을 노란 종이에 적은 뒤 종이배로 접어 전시하는 행사에도 사람들이 많았는데, “박근혜 퇴진”을 써낸 사람이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사람보다도 많았다! 의료 민영화와 복지 삭감을 추진해 온 박근혜 정부의 적폐 정책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싶다.

열광을 이끌어 낸 신대철·전인권 공연 직후에 사회자가 연인원 1천만 명 돌파 선언을 하자 광장이 떠나갈 듯이 함성을 질렀다. 이어진 촛불 파도는 장관이었다. 사람이 워낙 많아 파도가 한 번 끝까지 가는 데에만 꽤 걸렸다.

물론 분노도 뜨거웠다. 한일 위안부 합의 1주년을 맞아 이를 변경할 수 없다거나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것을 알려진 자를 문화체육부 차관으로 임명한 황교안의 작태는 사람들에게 아직 우리 운동이 현재진행형임을 환기시켜 준 사건이었다. 이 날도 황교안의 경찰들은 행진 경로와 인도를 분리하는 차벽을 잔뜩 세우고, 시청 방향에서는 우익 집회를 핑계로 사람들의 참가를 방해하는 등 신경질을 부렸다.

그래서 오늘 행진에서는 “황교안은 박근혜다, 황교안은 퇴진하라” 구호가 많이 외쳐졌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팻말이 많이 눈에 띄었고, “황교안 내각 퇴진” 팻말도 인기가 많았다. “조기 탄핵” 팻말도 여전히 인기였다.

오늘 행진은 청와대, 총리관저, 헌법재판소, 명동 네 방향으로 진행됐다. 모든 본무대 행사를 마치고 행진을 시작하자, 사람들은 각자 가려는 방향으로 정렬하면서 물밀듯이 몰려갔다. 모든 행진이 인도까지 들어차며 진행됐다. 공식 행진은 모두 보신각으로 집결 후 마무리됐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깃발과 팻말을 들고 보신각 타종 행사에 참가했다. 그야말로 투쟁적인 송박영신이고, 전진하는 반정부 투쟁으로 시작한 2017년이 된 것이다.

ⓒ이미진

ⓒ조승진

ⓒ이미진

ⓒ조승진

사전 행사들

본대회 시작이 꽤 남은 시간부터 광장이 차기 시작했다. 박근혜, 이재용, 정몽구를 오랏줄로 묶은 모습의 조형물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포토존이 됐다.

사람들이 많이 몰린 곳들은 대체로 세월호와 관련된 행사를 하는 곳들이었다.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가 특히 많았다. 세월호 광장의 분향소와 416연대 부스 일대는 사람을 헤치며 다녀야 할 정도로 많았다.

지난주에 이어 국정교과서 폐기 요구 서명부스도 운영됐는데 다만 더 컸다. 교과부가 1년 유예를 발표한 것에서 자신감을 얻은 듯한 분위기였다.

군의문사 진상규명특별법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은 "우리 아들은 자살하지 않았다"며 서명을 호소했다. 박근혜·최순실 재산 몰수를 요구하는 서명, 위안부 피해자 사과를 요구하는 세계 1억 명 서명도 진행됐다. 박근혜 퇴진을 위한 5대 종단 기도회도 열렸다.

민주노총이 진행한 캠페인도 인기를 끌었다. 주로 젊은 가족들이 많이 왔는데, 이런 구성을 반영해서인지 ‘이것만은 없애자는 스티커 붙이기’에서는 “세월호 진실 은폐”와 “국정 교과서”, “위안부 굴욕 합의”, “재벌”, “비정규직” 등에 스티커가 집중됐다.

본무대 자유발언대에서는 사회자가 ‘애초 바로 오늘 해고될 위험에 처했던 GM 창원공장 비정규직 3백69명이 투쟁의 성과로 고용 연장에 성공했다’고 소개하자 큰 환호를 받았다. 바로 지난주 서울 광화문집회 마무리 집회에서 이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쥐어짜서 이득 보는 박근혜, 최순실, 재벌, 그리고 한국GM을 상대로 싸워 나가려 한다. 광화문광장에 있는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이 있으면, 우리가 이겨서 회사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응원 부탁 드린다”고 발언해 격려와 지지를 크게 받았었다.

민중연합당도 당원 약 4백 명이 6시에 종로타워 옆에서 공작정치 규탄대회를 열고 행진해 광화문광장으로 들어왔다. 노동당은 오후 5시에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1천 일을 맞아 집중행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퇴진! 사드 배치 철회! 긴급행동전

오후 4시 명동 롯데백화점에서 사드 배치 반대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번잡한 중심가라서 주목도 많이 받았다. 전체 4백여 명 규모였는데, 경북 성주와 김천에서 주민 3백여 명이 올라왔다. 여러 평화운동단체와 좌파 단체 활동가들이 연대했다.

사드 배치를 강행하려는 박근혜·황교안 정부와, 그들에게 부지를 제공하며 협조한 롯데 자본을 규탄한 것이 많은 호응을 얻었다. 4백여 명 참가자들은 명동을 한바퀴 돌아 광화문으로 행진했다. 광화문에 들어서자 광장에 있던 많은 시민들에게서 환영과 지지의 박수를 받았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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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대회 후 행진

본대회에서는 환경운동연합 권태선 대표가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을 대표해 발언했다. 4·16연대 박래군 상임운영위원은 박근혜 정부에 비선 실세 말고 ‘비서 실세’가 있다며 공안통치와 공작정치의 수괴인 김기춘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백석근 건설연맹 위원장은 황교안 퇴출을 위해서도 싸워야 한다며 민주노총도 함께하겠다고 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조속한 인양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아이들 시체조차 찾지 못한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며 시종일관 흐느끼는 발언에 참가자들은 큰 박수로 공감과 격려를 보냈다. 조희연 서울 교육감도 무대에 올라 서울시에서는 국정교과서가 발 붙이지 못하겠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본대회 후 콘서트에서도 사람들이 오히려 늘었다. 열광적인 콘서트 후 행진이 시작됐다.

청와대 방향 행진(청운동 길)은 방송차보다도 먼저 나간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세 방향 중 가장 사람들이 많았는데, 청운동 길이 청와대 앞부터 경복궁역까지 완전히 꽉 들어찼다. 특히 다른 방향보다 청년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박근혜 퇴진”보다 “박근혜 구속”을 더 선호하고 외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청운동 길 중간에서 감사의 뜻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이 준비한 심야식당(카레라이스 컵밥)도 성황리에 진행됐다. 광장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것이 세월호 유가족들이다.

황교안 총리 관저 앞도 삼청동 길을 완전히 메우고도 넘칠 정도였다.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출발한 헌재 앞 행진도 종로대로를 메우며 진행됐다.

청와대와 총리 관저, 헌법재판소 앞에서 약식 집회와 폭죽 행사를 마친 행진 대열은 “송박영신”의 마무리를 하려고 방송차를 돌려 타종 행사가 열리는 보신각으로 각각 향했다.

도심가를 돌며 보신각으로 향한 명동 방향 행진도 활기찼다. 타종 행사를 기다리며 근처에 있던 사람들, 청년들이 행진 대열을 보자마자 거침없이 합류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도 같이 구호를 외치다 합류했다. 한 노신사는 전광판의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이 1시간을 넘어서자 너털웃음을 지으며 행진에 합류했다.

텅 빈 차도를 사람들이 가득 채워, 방송차량이 명동에 도착해도 여전히 종로에서 돌아 들어오는 대열이 보일 정도였다. 행진 대열이 명동에서 수천 개의 폭죽을 터뜨리자 대로변의 관광호텔 커튼이 일제히 열리며 환호가 터져 나왔다.

종각 사거리를 네 방향에서 행진해 들어 온 깃발과 촛불이 보신각 행사 앞을 점령했다. 방송들은 현장 음향을 죽이고 화면을 거리로 돌리지 않으려 애썼지만, 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의 함성이 새해를 연 사실을 감출 수는 없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는 참가자들 ⓒ이미진

ⓒ이미진

△세월호 가족들이 4160개의 컵밥을 준비해 촛불 집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미진

△횃불을 들고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는 참가자들. ⓒ조승진

광장 곳곳의 발언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단원고 2-1 조은화 학생 아버님 조남성 님, 2-2 허다윤 학생 어머니 박은미 님)

조남성 님
은화가 너무나 보고 싶다. 대통령이 약속하지 않았냐. 미수습자 마지막 한 명까지 가족의 품에 돌려 주겠다고. 그 약속 어디 갔는가.
그래도 여러분의 도움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박은미 님(처음부터 끝까지 흐느끼며)
아직 세월호 속에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 9명이 있다.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권재근 님, 권혁규, 이영숙 님.
이제 곧 1천 일이다. 그 1천 일 동안 내 딸이 배 안에 있다. 
인양을 해야 가족을 찾을 수 있고 진상을 규명할 수 있다.

도와 주시고 함께해 주십시오.

최승영(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

하늘에 있는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다. 아내가 들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떠난 지 7년이 되었어. 아이들은 벌써 초등학생이 됐는데 잘 자라고 있어. 당신이 어떻게 아팠는지 이유도 몰랐어. 아이들에게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고만 말했어.

당신이 가습기에서 가장 가까운 쪽에 잠들었지. 아이들은 어떤지 정말 걱정이야. 효정아, 이름을 부르니 아프다. 아이들은 내가 잘 키울게.

정부와 가해 기업은 끝까지 책임져라! 가습기 참사 특별법 즉각 제정하라! 가해자 징벌제를 도입하라!

김혜진(416연대 상임운영위원)

얼마 전 해수부 장관이 ‘진상은 다 규명됐는데 뭘 더 규명하겠다는 것이냐’ 하고 말했다. 그렇다. 이미 많은 부분 진상이 규명됐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것이 규명돼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첫째,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둘째, 왜 구하지 않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셋째, 왜 감추려고 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이 세 가지 문제를 온전히 밝히지 않는 이상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규명됐다고 할 수 없다. 세월호의 침몰에 대해 검찰은 조타 미숙과 과적을 원인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즉, 침몰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구조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것이 밝혀졌다.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사람들의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던 그 때 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박근혜를 비롯해 컨트롤 타워에 있던 많은 사람들 모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이는 이미 명백하게 밝혀졌다. 즉, 이미 책임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왜 그랬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저들이 기를 쓰고 진상 규명을 감추려 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밝혀져 있다. 그러나 우리가 궁금한 것은 그들이 왜 그랬느냐이다.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진상을 규명해야 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백석근(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박근혜만이 멈춰야 할 대상이 아니다. 박근혜의 부역자들, 그 중심에 황교안이 있다. 그는 공안검사로서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국무총리가 된 자이다. 어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총괄팀장을 차관으로 임명했다. 우리가 청산해야 할 적폐의 한가운데에 황교안이 있다. 그는 퇴진해야 한다.

민주노총도 여러분과 함께 행동했다. 앞으로 행동할 것이다. 투쟁할 것이다. 황교안 퇴출, 박근혜 탄핵을 이루는 그 자리에 민주노총이 함께할 것이다. 하루에 두 명, 한 달에 60명, 1년에 7백 명이 넘게 죽는 건설현장의 노동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 자리를 통해 감사 인사를 드린다.

이재동(1백35일째 사드 배치 반대 투쟁하고 있는 성주투쟁위원회 부위원장)

범죄자 박근혜와 그 동조자들이 추진한 불법적인 사드 배치는 원천 무효화돼야 한다. 사드는 우리의 생명과 평화를 깨뜨릴 무기다. 작은 무기라도 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

며칠 전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2퍼센트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데도 박근혜의 공범자인 황교안과 한민구가 계속 사드 배치를 추진한다고 한다.

성주에서는 7살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추위에도 매일 촛불을 든다. 대한민국의 안전과 평화는 사드 배치를 철회하는 데서 시작된다. 부지 협상에 응한 롯데를 국민의 힘으로 심판하자!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데에 함께하고, 범죄자 박근혜와 공범들이 저지른 모든 것을 청산하자.

김영익(노동자연대 활동가)

롯데의 신동빈 회장이 청문회에 나왔지만 이걸로 끝낼 수 없다. 최순실 옆 감방으로 보내야 한다.

박근혜가 퇴진 위기에 처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사드 배치 밀어붙이기이다. 그런데 권한대행 황교안은 그만두기는커녕 조기 배치를 하겠다고 한다. 올해 여름 성주에 갔다가 망신 당했던 황교안, 그는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더 혼쭐나야 한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차기 정권으로 넘기라고만 하지 말고, 사드 배치 절대 불가, 완전 폐기부터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에서 일어난 촛불 집회를 보면서 '사드 배치에 차질 생기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다. 그 걱정을 현실로 만들자. 촛불의 힘으로 사드 배치 결정 다 태워 버리자!

양인우(부산에서 온 대학생)

지난해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시민들에게 한 푼 두 푼 모금을 하고, 디자인 결정부터 설치까지 부산 시민들의 힘으로 소녀상을 부산에 세우고자 했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런데 부산 동구청이 교통에 방해된다며 소녀상을 철거하려 했고, 이에 저항하는 대학생들을 경찰이 폭력 진압했다.

하지만 부산 시민들이 포기하지 않았던 덕에 소녀상을 이틀 만에 반납받아 영사관 앞에 다시 설치할 수 있었다. 부산은 지금 축제 분위기다. 싸움이 끝나서가 아니라, 친일 잔재와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첫 승리이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탄핵됐지만 친일 잔재가 전혀 청산되지 않았다. 끝까지 싸우겠다.

쫌 가라 한일합의! 쫌 가라 나쁜 정책! 온나 새로운 대한민국!

윤소영(소위 '내란음모' 구속자 이상호 씨 부인)

문화체육계 인사에 대한 블랙리스트,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이 공공연하게 드러난 이때, 아직도 수많은 양심수들이 감옥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전국적으로 60명이 넘는 양심수들이 옥살이를 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금기와 배제의 대상이었다. 사실 여기서 말하기 두려웠다. 그래도 언론이 사실을 날조하는 무시무시한 상황 속에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고, 촛불 집회에 참가한 3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양심수 석방을 위해 서명해 주셨고 격려해 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

촛불 집회의 열기 덕분에 감옥에 있는 남편들도 감옥이 춥지 않다고 한다. 우리 남편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그 자리를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이 대신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박근혜에게 뇌물 바친 CJ를 폭로하려 나왔다.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해야 하지만, 그 중에도 재벌이 대표적인 문제다. 재벌들은 지금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그들은 대한민국 부의 40퍼센트를 거머쥐고는 박근혜에게 뇌물을 바치면서 온갖 편법을 다 쓰고 있다. 재벌들이 노동자 탄압을 하고 ‘살인 해고’, ‘갑질 해고’를 했다. 그런데 막상 박근혜에게 바친 뇌물, 그 돈을 메운 사람들이 누구인가? 다 노동자다. 이들 때문에 노동자와 소비자가 겪은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박근혜와 함께 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다 벌 받아야 한다. 1월 8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출범할 계획이다. 노동자들도 박근혜와 재벌의 갑질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

정형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서민들이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 가장 많이 먹는 게 계란이다. 그런데 그 계란이 한 판에 1만 5천 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누가 올렸나?

박근혜 정부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데 허송세월로 보내다가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회의를 열었다. 조류독감은 방역이 중요한데 [정부가 보유한] 소독약의 80퍼센트가 [조류독감에는] 효과가 없는 것이었다고 한다. 박근혜의 뒤를 이은 황교안은 대통령 코스프레나 하고 사드 배치와 한일정보보호협정만 중시하더니 닭 3천만 마리가 살처분되는 동안 삼계탕 먹는 쇼나 하고 있다.

이번에 보건복지부 장관 문형표가 결국 삼성-제일모직 건으로 구속됐다. 그러나 사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발병 병원인 삼성병원을 숨겨준 죄로 훨씬 전에 구속됐어야 마땅한 자이다.

조류독감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 황교안 내각이다. 박근혜-황교안 퇴진이야말로 조류독감 퇴치에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김세식(수화로 발언한 청각장애인)

촛불 집회에 수화 통역이 있어 4번째 참가한다. 그것이 없었다면 세상과 완전히 단절됐을 것이다.

박근혜는 증세 없이 복지국가를 한다고 말했지만, 국민 없는 ‘근혜 국가’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근혜 국가’에서 먼저 죽어 간 사람들이 있다. 장애등급제 때문에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해 살려 달라 외치다 돌아가신 분들이 있다. 온몸으로 살고 싶다고 외친 것이다. 그 모든 외침들을 외면한 채 대기업의 경영 승계를 위해 뛰던 [보건복지부 장관] 문형표가 드디어 구속됐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돌아가신 분들이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이 감옥에 가면 그 한이 풀릴까? 다시는 그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조희연(서울시 교육감)

박근혜와 함께 가장 먼저 탄핵돼야 할 것이 국정교과서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촛불 시민의 의견을 받아들여 국정교과서를 1년 유예한다고 했다. 그러나 꼼수를 부려 국정교과서를 2017년부터 많은 학교에서 사용하게 하려 한다. 일부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서 가산점을 주고 지원금을 주면서까지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게 하려 한다.

세계를 놀라게 한 촛불 혁명이 일어난 이 나라에 국정교과서가 발붙일 수는 결코 없다. 내가 서울시교육감으로 있는 한 서울의 학교에는 국정교과서가 발붙일 수 없다. 그렇게 하겠다. 국정 농단을 탄핵한 촛불 시민들께서 교육 농단을 탄핵해 주십시오. 교과서 농단을 탄핵해 주십시오.

이상관(노후희망유니온)

대통령이면서도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박근혜의 즉각 퇴진을 위해 집회에 나온 노인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 발언한다.

우리 노인들은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에 맞서 싸웠고, 민주화를 위해 6월 항쟁과 7·8·9월 [노동자]대투쟁에 온몸으로 참가한 세대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이다. 수많은 노인들이 복지 혜택에서 배제당하고 있다. 박근혜의 기초연금 20만 원 공약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촛불의 힘으로 탄핵 인용을 이끌어 내고, 박근혜가 양산한 악법과 쓰레기 정책을 폐기하자. 단순히 정권만 교체하는 것을 뛰어넘어, 국민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

한 자영업자

홍대 앞에서 25년째 닭매운탕 전문점을 하는 자영업자다.

너무 평범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철도 노동자의 파업 같은 걸 잘 이해하지 못했다. 혁명, 동지 이런 말들이 나와는 상관 없는 말처럼 들렸다. 처음에는 청와대 부패와 정유라 부정 입학에 분노했지만, 집회에 참가할수록 노동자, 비정규직, 중소상인들 모두 정의롭지 않은 국가에 사는 친척들의 얘기인 것 같았다. 이곳에 나와서 사람들의 발언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뿐 아니라 여러분도] 점점 깨어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가 각성하는 과정이다.

요즘 자영업자들 죽을 맛이다. 자고 나면 물가가 오른다. 임대료가 너무 높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데, 사드 배치로 중국 관광객도 줄고, 매출도 30퍼센트 줄었다. 누구를 위한 사드 배치인가. [설상가상으로] 조류독감까지 퍼지니 사람들이 닭을 안 먹는다. 대책 없는 무능한 정부 때문에 사람도 닭도 죽어 간다. 옛말에 왕이 부덕하면 전염병이 창궐한다더니, 청와대에서 주사 맞고 있는 분이 빨리 내려와야 조류독감도 끝날 것 같다.

끝이 없는 어둠 속에서 촛불을 통해 희망을 찾았다.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를 보고 힘을 얻을 것이다. 우리가 인류에 본보기가 될 것이다.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싸우자.

20대 여성(직장인)

비박계가 창당한 개혁보수신당이 지지율 3위권이라 한다. 그러나 서로 분열하더라도 결국 그들의 뿌리가 새누리당이라는 것, 그런 자들이 청문회에서 잘하는 것은 살아 남기 위한 발버둥이라는 것, 그들이 과거에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자들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일이라 여기고 촛불이 그들을 특검하자!

정유년에는 탄핵의 촛불이 희망 길잡이가 되기 바란다.

박근혜 성대모사 한 청소년

사드 배치는 대한민국 보호보다는 탄핵이라는 핵을 막기 위해 배치한 것 같다. 촛불 민심은 헌재 판결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운전면허도 없는 국무총리에게 대리운전을 시켜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학생들이] 잘못된 역사를 배우지 않게 해 달라. 우리 힘으로 광장을 계속 채워 나가자.

진실과 정의를 외쳐도 바보가 되지 않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이 명령한다! 박근혜 퇴진하라!

중학교 1학년 학생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촛불을 드신 여러분께 감사하다. 학교라는 울타리에 갇혀 살아 세상의 쓴 맛을 모르지만, 그 세상이 깨끗하고 아름답기 바란다. 낙하산이 당연한 세상, 잘못을 해도 권력이 있으면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는 세상은 바라지 않는다. 이제 우리의 미래를 촛불로 만들어 나가자.

마지막으로, 책임지지 않는 청와대의 그 분에게 말하고 싶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촛불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늘에 있는 아내에게 편지를 낭송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이미진

ⓒ사진 이미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미진

△보신각 타종 행사에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요구한 집회 참가자들. ⓒ이미진

보신각 타종 행사에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요구한 집회 참가자들. ⓒ조승진

ⓒ조승진

ⓒ조승진

ⓒ조승진

입력 2017-01-01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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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의 우파 본색 ─ 그에게 반대해야 한다

김문성

1월 1일 박근혜의 자칭 ‘신년 간담회’는 일종의 도발이었다. 카메라와 녹음기도 못 들고 오게 해 놓고는 기자들을 자신의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부인하는 발언의 통로로 삼았다.

정작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심리에서는 사실 해명을 충실히 안 하는 박근혜가 기습적으로 해명성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유폐돼 언로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이런 꼼수를 부린 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과 자기 지지자들에게 신호를 준 것이다. ‘어떻게든 버텨 보자.’

가랑비에 옷 젖을라 출판·사상의 자유 보장하라! ⓒ사진 조승진

5일 헌재 심리에서 박근혜 변호 대리인단은 촛불 운동은 ‘민주노총이 주도하며 주체사상을 따르는 운동으로 국민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 … 역대 정권도 다 측근 비리가 있었다’ 하고 나불댔다.

박근혜 특유의 우익 결집 시도와 운동 갈라치기, 피장파장 물타기 수법을 다 보여 준 것이다.

이런 의도가 뜻대로 잘 될지는 모르겠다. 박근혜의 입지는 줄고 있다.

5일 〈CBS〉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 안종범이 검찰과 특검 조사에서 박근혜가 거짓말한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전 문화체육부장관 유진룡은 박근혜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에 항의했다가 자신이 경질됐다고 폭로했다.

5일 헌재 심리에 증인으로 나온 청와대 행정관 윤전추는 최순실이나 청와대 전 간호장교 신보라 등의 진술과 모순되는 증언을 했다.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끼리도 아귀가 안 맞는다.

같은 날 재판에서 검찰은 혐의를 죄다 부인하는 최순실에게 ‘나라의 격을 생각해 공소장에 최소한의 사실만 담았다, 증거는 차고 넘친다’ 하고 반박했다.

특검 수사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삼성과의 공모(뇌물죄 혐의) 등으로 박근혜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정황들을 볼 때, 이 나라 지배계급이 박근혜를 보호하는 게 자신들의 위신 지키기에도 더는 걸맞지 않고 정치체제 안정에도 불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당연히 정권 퇴진 운동의 규모와 기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배자들이 박근혜 정권에게 기대한 바, 즉 경제 위기 고통전가와 그것을 위한 우파적 사회 단속이라는 지배계급의 필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권한대행 황교안이 우파적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내각의 신년 업무보고에서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하고, ‘김정은 참수’ 부대를 조기에 창설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의례 관련 대통령 훈령을 고쳐, 국민의례에서 세월호 희생자나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금지하려고도 한다.

또한 5일에는 검찰이 사회과학 도서 정보 제공·공유 사이트인 ‘노동자의 책’을 운영했다고 대표 이진영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진영 씨는 철도노조 조합원이기도 하다.

사상 표현물을 공유하는 것조차 구속될 범죄라는 것은 국가보안법의 악법성을 보여 준다. 또한 박근혜·황교안 체제의 우파적 본질을 다시 확인해 준 것이다.

황교안 내각은 박근혜 정권의 대표 적폐들인 친제국주의 정책, 고통전가, 민주적 권리 억압을 어떻게든 더 이어 가려고 몸부림치는 것이다.

△퇴진운동은 박근혜뿐 아니라 황교안 내각 사퇴 등 적폐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매주 수십만 명 규모를 유지하지만,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국회 탄핵소추 가결 이후 맹렬하던 기세가 잠시 숨을 고르는 상태이다.

야당들도 국회는 책임을 다했다는 듯이 운동과 거리를 둔다. 황교안의 적폐 행각을 견제하기보다는 대선 정국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의 동맹을 염두에 둔 운동 내 일부 세력들도 대선 정국 대비에 더 관심을 쏟는 듯한 인상을 준다.

황교안은 그 잠깐의 틈을 타 반격의 잽을 날린 것이다. 대선 정국 전에 세력 균형을 조금이라도 우파에게 유리하게 돌려놓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황교안 내각은 구성원도, 하는 일도 모두 적폐인 것이다.

따라서 이 운동이 처음부터 박근혜 개인 제거가 아니라 정권 퇴진을 요구한 것은 옳았다. 1월에도 광장과 거리에서의 시위가 여전히 중요하다.

황교안 내각에 강경하게 맞서는 것은 조기 탄핵의 압박을 더 키우는 효과도 낳는다.

대중 투쟁이 유지돼 정치 지형이 조금씩이라도 왼쪽으로 계속 이동하는 것이 1천 일을 맞은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 등 적폐 청산에도 유리할 것이다.

입력 2017-01-0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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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0일, 박근혜 즉각퇴진! 황교안 사퇴! 적폐청산! 11차 범국민행동의 날

“세월호는 올라오고, 박근혜는 내려가라” 쌓여 온 분노가 청와대로 향하다

특별취재팀

1월 9일은 세월호 참사 1천 일이 되는 날이다. 304명의 생명을 태운 세월호가 가라앉는 걸 온 국민 속절없이 지켜 본 지 2년 9개월이 지난 것이다.

그 세월 동안 책임자 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진상 규명은 완료되지 않았으며, 희생자 9명이 아직 가족들에게 돌아오지 못했다. 책임자 중 세월호 선주인 유병언만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됐을 뿐이다.

그러나 수천만 민중에게 동병상련의 아픔을 남긴 그 참사는 유가족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용기 있게 나서면서 단지 충격과 슬픔의 일회성 사건에서 벗어났다. 온갖 탄압과 모욕 속에서도 유가족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운동은 전국적·민중적 지지를 받으며 힘겹게 전진해 왔다.

이 운동이 한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앞장선 유가족들은 정권의 방해와 탄압, 냉대와 모욕을 겪어야 했다. 오죽하면, 오늘 본대회에서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겠는가. 정부의 구조가 아니라 스스로 살아나온 이 학생들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하나도 미안해 하지마!” 본대회 무대에 어렵게 용기내서 나온 단원고 생존 학생들을 (희생된 친구들의 엄마아빠이기도 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안아 주고 있다. ⓒ이미진

정권이 그렇게 나온 것은 박근혜의 개인적 치부를 가리려는 것뿐만은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가 이윤 우선주의 체제와 부패한 우익 정권이 쌓아 올린 적폐들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기 때문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이 체제의 적폐와 싸우는 일은 사람보다 이윤이 우선인 비정한 체제, 노동계급 사람들은 죽어도 대접 못 받는 원통함이 가득한 세상에 대한 항의이자 도전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체제의 수호자를 자처한 박근혜 정권과 정면 대결하는 일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월호 운동은 마침내! 박근혜를 청와대로 유폐시킨 대중운동의 선두에 서 있다. 세월호 참사 1천 일을 맞아 세월호 쟁점을 거의 단독으로 부각시킨 집회에도 6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전국으로는 65만 명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울고 함께 분노의 함성을 질렀다. 서울에서는 수십만 명이 유가족을 따라 청와대로 행진했다.

오늘 특별히 광화문 행진의 방송차마다, 또 전국 곳곳의 집회에 발언자로 참가한 유가족들도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어쩌면 세월호가, 그 원혼들이, 박근혜 정권을 침몰시키고 있다는 것이 진실일 것 같다. 세월호 생존 학생들은 “나중에 친구들을 만났을 때 우리를 이렇게 멀리 떨어지게 만든 사람들을 모두 처벌하고 왔다고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 바람대로 되는 것이 희생자, 생존자, 유가족만이 아니라 이 참사를 내 일처럼 미안해 하고, 함께 고통스러워하고, 함께 싸움을 벌여 온 노동계급 민중의 ‘정의’일 것이다.

ⓒ조승진

그러나 이 정의는 더 전진해야 한다. 오늘 광장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바로 하루 전, 가해자들에게 턱없이 약한 처벌을 한 재판 때문에 통곡을 해야 했다.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인 이석기 전 의원이나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 등의 석방 촉구 서명 운동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3년 전인지도 기억 못하면서 ‘내가 더 억울하다’는 뻔뻔한 박근혜는 아직도 청와대에 버티고 있다. 그를 대신한 황교안은 친기업 정책을 지속하고 국가보안법 탄압을 하면서 정권의 적폐를 이어가려고 한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리에서 박근혜 대리인단은 촛불은 국민 민심이 아니고, 북한의 사주를 받은 것이라고 도발했다.

박근혜 일당의 이런 교활한 버티기는 사람들을 또 분노케 했다. 오늘 청와대 방향 행진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앞장섰고 성난 군중들이 청운동 거리를 가득 채웠다.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는 식상한 표현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박근혜를 구속하라”가 가장 많이 외쳐졌고, “세월호를 인양하라”, “헌재는 탄핵하라”도 주요 구호였다.

비통함을 이겨낸 정의는 힘이 세다. 그러나 그 정의는 결코 그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직 그것을 실현할 용기와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구현될 뿐이다. 오늘 집회에 모인 60만 명, 오늘 집회에 오지 못했지만 마음으로 응원한 수천만 명이 그 주인공이 돼야 한다. 박근혜 정권과의 대결을 이끌어 온 조직 노동자들이 견인차가 돼야 한다.

박근혜·황교안 정권을 하루라도 빨리 끌어내려야 하고, 그들의 사악한 정책들을 중단시켜야 한다. 그 책임자들을 처벌로 응징하는 것도 빠져서는 안 된다. 망신의 아이콘이 된 박근혜만 꼬리 자르고 적폐의 체제를 이어가려는 기득권 집단과의 투쟁도 계속돼야 한다.

본대회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징계를 감수하고 가장 먼저 정권 퇴진 선언을 한 전교조 교사 노동자가 큰 지지 속에서 발언하고, 정리집회에서 국가보안법 구속자 이진영 씨의 부인인 최도은 가수와, 손배가압류에 맞선 하이디스 노동자들이 환대를 받은 것은 그래서 기쁜 일이다.

행진이 모두 끝난 후 연 대학생 정리집회에서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한 발언이 오늘 집회 참가자들의 마음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1천 일은 힘들었지만, 앞으로의 1천 일은 전보다 희망적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사전 행사들

오늘도 광화문광장에서는 일찍부터 다양한 부스와 행사가 열렸다. 세월호 9백98일을 맞아 전체적으로 엄숙한 분위기였지만, 일찍부터 삼삼오오 가족들과, 친구들과 나온 사람들의 표정이 어둡지는 않았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광화문역 9번 출구에서 나오는 길에 놓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상징하는 3백4개의 구명조끼였다. 그 앞에서 진행한 손펌프로 에어포켓에 공기를 채우는 행사에도 많이들 참가했다.

광화문광장 남단 세월호 광장에 자리 잡은 분향소에도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끊기지 않았다. 그 옆 ‘기억하라 0416’ 전시관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광장 중간 세종대왕상 근처에는 미수습자 9명을 그린 걸개그림이 걸렸고, 자연스럽게 광장에 온 사람들의 포토존이 됐다.

본대회가 가까워지며 사람들이 광장을 채우자 그림을 준비한 '광화문미술행동' 측은 차도 쪽 경찰버스에 그림을 걸려 했지만 황교안의 경찰은 이를 가로막았다. 많은 사람들이 미수습자 그림 앞에 모여 애도를 표하고 그들을 잊지 않으려 사진을 찍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바닥에 놓인 그림을 찍어야 했다.

민주노총과 희망연대노조에서도 "헬조선 헬직장"을 바꾸기 위해 엽서 쓰는 자리를 만들었다.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 대책위는 20일에 사장 유시영에 대한 선고가 있다면서 구속 처벌을 촉구했다.

“가진 자들은 노조파괴로 사람을 죽여도 처벌받지 않는 나라를 바꾸자. 이번에는 집행유예나 벌금으로 끝나지 않도록 힘을 모아 달라.”

적극적인 연대 호소에 많은 사람들이 멈춰 서서 서명을 했다.

소위 내란음모로 구속된 진보당 양심수들의 가족이 직접 나와서 “그동안 광장에서 3만 명이나 석방요구 서명에 함께해 줬다”며 고마움을 표하고 계속되는 연대를 호소했다.

이틀 전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된 '노동자의 책' 대표 이진영씨 석방을 요구하는 부스에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극인들은 광장에 커다란 검은 천막을 설치하며 향후 2주 동안 공연하겠다는 계획과 블랙리스트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광장 북단에서는 국정교과서 철회 서명대가 가장 붐볐다. 오늘도 조희연 서울 교육감이 함께했다.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분향소에서 한 아이가 기도를 하고 있다. ⓒ이미진

△광화문광장 한쪽에 놓인 304개의 구명조끼를 보며 한 시민이 오열을 하고 있다. ⓒ이미진

416 세월호 참사 국민조사위원회 발족식

오후 5시 본무대에서는 사전 행사로 416 세월호 참사 국민조사위원회 발족식이 열렸다.

사회를 맡은 416연대 김혜진 상임운영위원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싸우는 것의 중요성을 잘 지적했다.

“우리가 세월호를 잊는다면 우리 일상은 끊임없이 세월호가 될 것 … 특별법 만들어서 더 강력한 특조위를 만들겠지만, 그 전에라도 진실 규명을 멈출 수 없다.”

김혜진 상임운영위원은 오늘 집회 직전 종로3가역 근처 호텔 공사장에서 안전사고로 2명이 매몰됐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했다.

발족식이 진행되는 내내 참가자들은 숨죽이고 진지하게 발언을 경청했다. 416가족협의회 장훈 진상규명분과장(장준형의 아버지)은 국민조사위가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지지와 국민조사위원 참여를 힘있게 호소했다.(발언을 모은 관련 기사 참조)

국민조사위원회 박영대 상임연구원은 관련 자료를 함께 읽고 검토할 자원 활동가나 시민연구원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나 연구자들이 자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국민조사위원회 발족 선언문을 무대 화면에 띄우고 참가자들이 모두 함께 낭독했다.

“세월호 특조위가 비록 강제 해산됐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특별법을 다시 제정하여 더 강력한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 것이다. 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는 진상 규명을 중단없이 이어가고자 한다. 정부가 조사 권한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그에 굴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열정과 노력으로 진실 규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겠다”

ⓒ이미진

본대회

5시 반에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의 본대회가 시작할 때는 대열이 광화문광장 북단부터 광화문사거리까지 메웠다. 주최측은 50만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집회가 진행되면서 참가자가 계속 불어나 광화문광장 일대도 꽉꽉 들어찼고, 뒤로는 광화문사거리를 지나 동화면세점과 청계천광장 앞 차도가 가득 찼다.

본대회에서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미수습자 유가족, 생존한 학생들(단원고)이 발언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박근혜 정권 퇴진 시국선언을 해 징계 위협에 시달리는 전교조 교사도 발언했다. 이 발언들 모두 한 마디 한 마디가 폐부를 찔러 광장은 눈물 바다가 됐다. “7시간 밝혀내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 “황교안도 퇴진하라” 구호들이 평소보다 더 크게 들렸다.

본대회 사회를 맡은 최영준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이자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황교안의 국민의례 규제 시도에 항의하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 묵념으로 집회를 시작했다.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는 황교안이 대통령 훈령을 개정해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국가 행사나 학교 행사에서 못 하게 막았다. 국론 분열을 막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거부한다. 우리는 5·18 광주를 추모할 수도 있고, 민주화를 위해 싸운 열사들을 추모할 수도 있고, 재벌과 자본에 맞선 노동 열사들을 추모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가가 구하지 않은 3백4명을 추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 범국민대회는 억울한 죽음을 기리고 진실 규명을 다짐하며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묵념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오늘 퇴진행동 활동가들의 모금함을 향해 뻗는 손들이 이전보다 더 많아 보였다. 세월호 생존 학생이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발언할 때는 모금하던 활동가도, 119대원도 멈춰 서서 듣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무대에 오르는 미수습자 허다윤 양 아버님의 모습이 보이자 곳곳에서 안타까움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오늘은 세월호 유가족 합창단이 직접 노래를 불렀다. 네버엔딩스토리의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 노랫말처럼 희찬 아버지는 “앞으로도 기적을 만들어 가자”며, “오늘 너무 보고싶은 제 아이만큼이나, 이 자리까지 함께해 주신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했다.

무대에 생존 학생들이 오르자 응원의 박수가 평소보다 크고 길게 쏟아졌다. 

“3년간 이렇게 사람들 앞에 나서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입을 뗀 장애진 학생은 발언 도중 보고 싶은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터트렸다.

이후 사회자가 “유가족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박근혜 퇴진을 목전에 둔 오늘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옳소!”하는 큰 호응이 나왔다.

 

ⓒ이미진

△광화문 광장 한켠에 놓인 행진 차량 위 세월호 모형이 밝게 빛나고 있다. ⓒ이미진

행진

본대회가 끝나자, 눈물의 바다가 분노의 파도로 변했다. 분노한 사람들의 열기가 대단했다. 최근 정치 상황과 세월호 문제 때문인지 참가자들은 압도적으로 청와대를 향했다. 수만 명이 청운동 길을 꽉 채워서 행진했다. 

세월호 유가족이 최선두에 섰고, 수만 명이 함께 행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유가족과 함께 행진했다.

청운동 약식 집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도 발언했다. 박원순 시장은 정권의 광화문 세월호 광장 철거 시도에 방어막을 쳐 준 것에 대한 유가족들의 감사 인사 속에서 발언했고 그 때문에 박수를 많이 받았다.

유가족들은 또 1천 일 동안 유가족들과 함께해 주신 분들이라며 안산시장, 정의당 심상정, 윤소하 의원도 소개했다. 돌아가신 세월호 잠수사 고 김관홍 씨의 어머님이 소개됐을 때도 큰 박수가 나왔다.

헌법재판소 방향 행진은 종각에서 종로2가 사거리를 가득 메웠다. "박근혜를 감옥으로"를 사람들이 따라 불렀다.

낙원상가 인근에서는 오전 사고로 매몰된 노동자들을 구조하는 작업 중이었다. 행진하던 사람들은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행진했다. 방송차는 하루에 9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는 현실을 상기시켰다.

헌재 앞에서 경찰이 ‘소음 기준 허용치를 넘었다’고 주최측에게 전했다는 말을 사회자가 하자마자 사람들은 더 크게 함성을 지르고 호루라기를 불었다.

"국민들이 탄핵했다, 국회도 탄핵했다, 헌재는 즉각 탄핵하라" 라는 구호가 계속 울려퍼졌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게 만든 국민 다수의 의사를 헌재도 따르라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희생 학생들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을 들고 선두에서 행진을 이끌었다. ⓒ조승진


ⓒ이미진

△기발한 아이디어를 담은 소품을 직접 만들어 온 참가자들. ⓒ조승진

부산

1월 첫째 주, 부산에서도 2만 명이 모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박근혜는 내려가고 세월호는 올라오라”는 구호가 많이 외쳐졌다.

부산 집회에도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러 명 참가해 발언도 했다. 다음과 같은 비장한 발언에 큰 박수가 쏟아졌고, 곳곳에서 눈물짓는 사람들이 보였다.

“부산 시민 여러분, 저희는 여러분들을 보면 힘이 납니다. 저희는 여러분들과 함께 갈 것입니다. 세월호뿐 아니라, 이 나라를 도탄에 빠뜨린 모든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죽을 때 귀한 죽음으로 가자고 우리 부모들끼리 이야기합니다. 너희들 엄마, 아빠가 해냈다고, 세월호 이후는 분명히 바뀌었다고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부산풀뿌리 네트워크 이혜정 대표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적폐 청산을 하자고 발언했다.

“저들은 세월호 아이들이 죽을 때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거나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세월호 진상 규명을 해야 합니다. 저의 두 번째 꿈은 적폐 청산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세 번째 꿈은 끝까지 하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유라, 최순실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가 아니라 우리 청년, 노동자들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끝까지 함께 합시다."

본대회 후 시민들은 부산시청까지 행진하며 ‘박근혜 구속’을 외쳤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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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0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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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0일 ─ 박근혜는 진작 쫓겨나야 했다

김문성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요, … ‘한 사람이라도 빨리빨리 필요하면 특공대도 보내고, 모든 것을 다 동원해 가지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구조하라’ 이렇게 해 가면서 보고 받으면서 이렇게 하루 종일 보냈어요. … 거기 119도 있고 다 있지 않겠습니까? 거기에서 제일 잘 알아서 하겠죠, 해경이. 그러나 대통령으로서는 … 제 할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

(박근혜, 2017.1.1.)

“[참사 당일 구조에 나섰던 어선의] 선주들이 나를 보자마자 하는 첫마디가 ‘해경 개새끼, 죽일 놈의 새끼들, 저 새끼들이 안 구했어’ 였어요. 나보다 성이 더 나가지고는 ‘살릴 수 있었는데 안 살렸다’고.”

“[당일] 저녁 7시쯤에 몇몇 부모들이 돈을 걷어서 어선을 빌렸어요. … 애 아빠가 다녀와서는 ‘구조를 전혀 안 해. 보트 같은 것만 주변을 돌고 있어’라고 …”

(유가족 증언)

정의 세월호 참사 항의는 큰 지지와 탄압과 모욕 등 굴곡을 겪었지만, 결국 참사 책임자 박근혜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사진 이미진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1천 일이 다 돼서야 내놓은 박근혜의 변명을 들으며 울화통이 터졌을 것이다. 박근혜가 천진한 표정을 가장하며 3년 전 세월호 참사를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할 때는 특히 그랬다.

정말 날짜를 헷갈린 것이든, 그 날 자신에게는 기억날 만큼 특별한 일이 없었다는 암시를 주려 수작을 부린 것이든 둘 다 어처구니 없고 가증스런 언사다. 평범한 사람들의 목숨에 아무런 관심도 안타까움도 없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래도 ‘대통령’이라고 이런 작자에게 유가족들이 얘기 들어 달라고 애원한 시간이 억울할 뿐이다.

박근혜의 죄가 참사 당일에 희생자들을 구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만은 아니다.(물론 그것만으로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의심할 정도로 큰 죄다.)

참사의 배경이 된 안전 규제 완화, 국가기관의 안전 예산 삭감, 안전 업무 일부 민영화에 앞장선 것이 박근혜 정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이 친기업 행각에 윤활유 구실을 한 부패 구조의 꼭대기에도 박근혜 일당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이윤 우선주의 친기업 정책들을 역대 정부들도 강화해 왔다고 해서 박근혜의 책임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박근혜는 그런 국가의 수장이었을 뿐 아니라,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친기업 임무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메르스 사태 때도 기업주들의 이익을 위해 무책임과 은폐로 일관하다가 온 나라를 위험에 빠뜨렸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사적 치부인 것을 알면서도 기업주들이 돈을 내놓은 것은 단지 협박이 아니라 감사와 청탁의 뜻도 있는 것이다.

팽목항 기다림의 시간은 분노가 자라 온 시간이다. ⓒ이윤선

직접 책임도 있다.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해 첫 해에만 6백 개 넘는 규제를 없앤 것이 박근혜다. 선장의 선박 안전 관리 보고 의무를 없애고 과적과 화물 결박 점검을 서류로 대체 가능하도록 한 것도 박근혜다. 재난 관리 예산을 줄이고 해경의 수색구조계를 폐지한 것도 박근혜다.

해경의 구조 능력 약화는 관련 업무 민영화와 예산 직접 삭감은 물론이고, 예산 절감을 목표로 한 기관별 성과주의가 관료적 무책임과 상명하복 분위기를 조장한 대가일 것이다.

세월호 과적의 중요한 배경이 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적극 찬성하고 공사를 서두른 것도 박근혜다. 그 배경인 미국의 군사 패권 정책에 앞장서 협력해 온 것도 박근혜다.

그런 호전적 정책이 우파 지지층을 달래고, 한국 기업주들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능력도 의사도 없는 박근혜가 기업주들이나 제국주의자들과는 죽이 척척 맞는 것은 독재자 박정희에게서 물려받은 계급본능일 것이다. 그러니 노동계급이 대부분인 희생자들의 목숨을 자기 어깨나 허리 잠깐 아픈 것보다도 하찮게 여긴 것이다.

심지어 박근혜는 아비에게서 배운 공작정치 등 통치 기술을 유가족들에게 써 먹었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이 자신의 안정적 통치에 방해된다는 걸 간파했기 때문이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그래도 되는 존재로 봤기 때문일 것이다.

진실이 드러나 이윤 우선주의와 친제국주의 정책에 대중적 문제제기가 일어나는 것도 싫었을 것이다. 혹시라도 자신의 무책임하고 비밀스런 사생활이 드러나 위신이 떨어지는 것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결국 진상규명 특별법을 반쪽으로 만들었고 그마저 ‘쓰레기 시행령’으로 다시 반토막 내 버렸다. 청와대(김기춘)와 국정원은 유가족을 ‘돈벌레’로 모욕하고, 세월호참사진상규명특별조사위원회를 ‘세금 도둑’으로 몰았다.(김기춘이 감사원 세월호 보고서 내용 변경에, 황교안과 우병우가 세월호 검찰 수사에 각각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들이 최근 제기됐다.)

가진 게 변변찮아 자식이 유일한 희망이고 미래인 사람들이 자식을 잃은 비통함을 하소연할 기회도, 죽은 이유라도 알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도 꺾어 버리려 한 것이다.

그 일에 혁혁한 공을 세운 조대환을 자신의 마지막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만행들에 책임질 자가 박근혜 본인이라는 자백으로 볼 수밖에 없다.

비극의 상징물인 세월호가 사람들의 눈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악몽처럼 여겼을 것이다. 책임론이 다시 대두돼 원망과 분노가 다시 자신을 향할 것을 예감했을 것이다. 그러니 거듭된 인양 결정 지연과 인양 실패는 ‘연출된 무능’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리하면, 세월호 참사는 이윤 우선주의의 야만과 냉혹함, 노동계급 천대의 극치를 보여 줬다. 세월호 참사는 자본주의 이윤 경쟁 체제와 부패한 우익 정권의 합작품이다.

체제의 사악함과 정권의 적폐가 집약된 이 사건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존재 자체를 적폐라고 말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존재 자체를 적폐라고 말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만으로도 박근혜는 진작 쫓겨나야 했고 열 번이라도 탄핵을 당해야 마땅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치적·도덕적 항의는 이윤 우선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함축하는 것이고, 노동계급적 정의의 실현을 요구하는 것이다.

수천만 노동자·민중도 같은 마음이었다는 것은 연인원 1천만 명이 참가한 정권 퇴진 운동에서 가장 지지를 받는 요구가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책임자 처벌도, 진상 규명도, 세월호 인양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지만, 결국 그런 악행들의 대가로 박근혜가 쫓겨나기 직전으로 몰렸다. 다만, 이는 최소한의 정의다.

지금이라도 유가족과 운동의 요구는 즉각 실현돼야 하고, 박근혜 정권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비로소 희생자들에게 정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즉각적인 정권 퇴진과 적폐 청산 요구는 세월호 참사 해결과 한 몸이다.

멈춘 시간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별이 돼 버린 아이들. ⓒ이미진

입력 2017-01-0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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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0일 박근혜 퇴진 집회에서 감동을 준

세월호 생존 학생, 유가족 등 발언 모음

특별취재팀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연단에 올라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생존 학생 발언 전문 (2학년 1반 장애진)

저희는 세월호 생존 단원고 학생들입니다. 저희가 이곳에 서서 시민 여러분 앞에서 온전히 저희 입장을 말씀드리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간 저희에게 용기를 주시고 챙겨 주시고 생각해 주신 많은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저희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나라가 감추는 것이 워낙 많기 때문에 진상 규명을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참사의 책임자가 누군지 찾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시민 여러분 덕에 이렇게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구조된 것이 아닙니다. 저희 스스로 탈출했다고 생각합니다. 배가 기울고 한순간에 물이 들어와 머리 끝까지 물에 잠겨 공포에 떨고, 많은 친구들이 안에 있다고 구조해 달라고 직접 요구하기도 했으나, 그들은 저희 요구를 무시하고 지나쳤습니다. 하지만 제 친구들과 저희는 가만히 있으라 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구하러 온다 해서 구하러 올 줄 알았습니다. 헬기가 해경이 왔다기에 역시 별 일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할 수 없게 됐고 앞으로 평생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저희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요? 저희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꺼내기 힘든 이야기이지만, 저희가 살아 나온 것이 유가족들에게 너무 죄송하고, 죄를 지은 것만 같습니다.

처음에는 유가족들을 뵙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고개조차 들 수 없었고 죄송하다는 말만 되뇌며 어떤 원망도 다 받아들일 각오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너희는 잘못이 없다, 힘을 내야 한다’며 오히려 응원하고 걱정도 해 주고 챙겨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더 죄송했고, 지금도 너무나 죄송합니다.

어찌 우리가 그 속을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안부도 여쭙고 싶고 찾아 뵙고도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서, 혹시나 저를 보면 친구가 생각나서 더 속상하실까 봐 그러지 못한 것도 죄송합니다. 저희도 이렇게나 친구들이 보고 싶은데, 부모님들은 오죽할까요?

3년이나 지난 지금 아마 많은 분들이 ‘지금쯤이라면 그래도 무뎌지지 않았을까,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 싶으실 겁니다. 단호히 말씀 드리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도 친구들 페이스북에는 그리워하는 글들이 잔뜩 올라옵니다.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꺼져 있을 것을 알면서도 받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괜히 전화를 해 봅니다.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밤을 새기도 하고 꿈에 나와 달라고 간절히 빌며 잠들기도 합니다.

때로는 꿈에 나와 주지 않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친구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 물 속에서 나만 살아 나온 것이, 지금 친구와 같이 있어 줄 수 없는 것이, 미안하고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참사 당일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았던 그 7시간. ‘대통령의 사생활이다, 그것까지 다 알아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대통령의 사생활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나타나지 않았던 그 7시간 동안 제대로 보고받고 제대로 지시해 줬더라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 대신 당장 나오라는 말만 해 줬더라면, 지금처럼 많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대로 지시하지 못했고, 따라서 제대로 보고 받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그러면 그 7시간 동안 무엇을 했기에 이렇게 큰 사고가 생겼는데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하고 제대로 지시하지 못했을지 조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국가는 계속해서 숨기고 감추기에 급급합니다. 국민 모두가 더 이상 속지 않을 텐데, 국민 모두가 이제는 진실을 알고 있는 데도 말입니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당사자이지만 용기가 없어서, 지난 날들처럼 비난받을 것이 두려워 숨어 있기만 했습니다. 이제는 저희도 용기를 내 보려 합니다. 나중에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너희 보기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아 왔다고, 우리와 너희를 멀리 떨어뜨려 놓았던 사람들 다 찾아서 책임 묻고 제대로 죗값을 치르게 하고 왔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와 뜻을 함께해 주시는 많은 시민들, 가족들, 유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조속히 진실이 밝혀지길 소망합니다.

먼저 간 친구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너희를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께. 우리가 나중에 너희를 만나는 날이 올 때 우리를 잊지 말고, 열여덟 살 그 시절의 모습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과 세월호 유가족들. ⓒ이미진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찬호 아빠” 전명선

저희가 1천 일이 다 되도록, 참사로 희생된 고귀한 영혼들을 위로하겠다고 이렇게 길에 서 있는, 모든 것을 내주신 촛불 국민들의 은혜에 감사드린다.

1월 1일 박근혜의 기자 간담회를 보면서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기자들을 모아 놓고 처음 말한 것이 세월호 참사가 몇 년도에 났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과 생명권이 들어간 것은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사안이다. 박근혜 정권은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권을 강탈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란 자가 아직까지도 본인이 왜 탄핵당해야 하는지, 저렇게 뻔뻔스럽게 부인하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에게 권한을 부여했던 것이다. 그 첫 번째 권한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권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 첫 번째 항목조차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박근혜 정권의 부도덕함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아직 헌재에서 탄핵소추안이 인용되지 않았다. 우리 유가족들은, 박근혜 정권 내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이 어렵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2016년 촛불 국민의 힘으로 탄핵 정국을 만들어 낸 것이라면, 2017년이야말로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민주주의가 바로 서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안전한 사회에서 [삶을] 보장받고, 돈과 권력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이 중시되고 바로 서는 올바른 민주주의가 탄생하는 2017년이 되리라 믿는다. 우리 유가족들은 진상을 규명하고 더는 참사를 겪을 일이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 때까지 실천해 나갈 것이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올바른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그 날, 2017년 여기 광장에 계시는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서, 안전이 보장되는 나라,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이 만천하에 알려진 그런 세상, 그리고 국민의 생명권을 내몰았던 박근혜가 반드시 심판 받는 그 날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예은 아빠” 유경근

지난 10번의 집회와 달리 오늘은 설레임을 가지고 집회에 나왔다.

9명의 아이들[이 무대에 올랐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왜 내 아이는 저 가운데 없을까 그런 생각 때문에 쳐다보기조차 힘든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바로 세월호에서 부모들이 보지 못했던 내 아이들의 마지막을 함께했던 그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 마지막 순간을 평생 죽을 때까지 안고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그 아이들이 용기를 내어 이 자리에 함께 선다고 했을 때 두려웠지만 기뻤고, 슬펐지만 새로운 힘이 솟는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어려운 결정하고 나와준 이 아이들에게, 예은이와 수많은 우리 아이들의 체온을 함께 지니고 있는 그 아이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는 인사를 전한다.

뜨거운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국민조사위원회를 출범했다. 국민조사위원회는 몇몇 학자와 전문가들이 만들고 조사하는 단체가 아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 하나하나가 조사원이고 연구원이 돼 달라. 국민 여러분들이 각자 계신 곳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세월호 진실을 밝히는 데 조금씩이라도 보태 주시면, 국민의 힘으로 박근혜를 몰아냈듯 우리의 힘으로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지난 1천 일 함께 고통 받으며 고생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제 새로운 1천 일이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그 동안 잠겨 있던 문틈 사이로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왔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그 빛줄기 길을 따라 앞으로 새로운 1천 일은 전진하고 또 전진하자.

416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 “준형 아빠” 장훈

416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 “준형 아빠” 장훈 님 ⓒ이미진

1000일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나에게 1000일은 1000번의 4월 16일이다. 팽목항에서 내 아들 준영이를 떠나 보내온 그 이후로 우리의 시계는 멈추었고, 우리의 달력은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니 나에게 1000일은 1000번의 4월 16일이다.

우리의 시계가 다시 가고 달력이 넘어가려면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진상규명이다. 나는 내 아들 준영이를 떠나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고 싶다. 왜 우리 아이들은 배 안에 갇혀 구조되지 못하고 결국 죽어야만 했는지 꼭 알아야겠다.

1000일 동안 박근혜와 이 정부는 거짓말만 했다. 왜 그런 끔찍한 참사가 일어난 거냐고 왜 구하지 않았냐고 묻는 우리의 입을 틀어 막고 진실을 은폐하고 온갖 패악질을 해 댔다. 1000일이 되도록 9명의 미수습자가 바닷속에 있다.”

오늘 이 1000일은 우리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 정부와 맞서 싸우며 견뎌온 1000일 이다. 앞으로의 1000일은 우리가 직접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향해 가는 1000일이 될 것이다.

국민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방관자이거나 참고인이 아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직접 피해자이고 증인이고 당사자이다. 정부는 세월호에 갇힌 304명을 구하지 않았다. 죽였다. 이 정부는 304명의 선량한 국민을 살해한 살인자다. 우리는 정부의 살인에 대해 직접 조사하고 밝혀내서 처벌해야겠다.

정부는 655만 명이 넘는 국민 지지로 만들어진 특조위를 목졸라서 질식시키고 말려 죽였다. 하지만 특조위가 없어졌다고 진상규명이 끝난 것이 아니다. 새로운 특별법,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강력한 특조위가 만들어질 떄까지, 그 이후에도 우리는 멈춤없이 전진할 것이다.”

416 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 “동수 아빠” 정성욱 (요약)

해수부는 작년 말까지 세월호를 인양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인양하지 않았다. 3백4명의 억울한 죽음을 낳은 박근혜는 아직도 청와대에 있다. 박근혜는 살인자다.

아이들이 억울하게 죽어가는 동안 박근혜가 관저에서 무엇을 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세월호를 반드시 인양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특조위가 강력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부활해야 한다.

정부와 해수부는 세월호가 올라오면 진상을 규명할 수 없도록 세월호를 절단하려 한다. 그러지 못 하도록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

국민조사위가 발족했다. 활동하고 조사할 수 있도록 같이 힘 모아 달라

2학년 2반 허다윤(미수습자) 아버님 허흥환

△세월호 미수습자 다윤 학생의 아버지, 허흥환 님 ⓒ이미진

방금 전에 팽목항에서 달려온 다윤이 아빠 허흥환이다.

우리는 2014년 4월 16일, 3백4명이 무참히 바닷속으로 생매장되는 그런 사건을 봤다.

아직 팽목항에는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 있다. 가족을 찾아 달라고 울부짖고 있다. 아직 세월호에는 9명의 사람이, 생명이 있다. 조은아, 허다윤, 박영일, 남현철, 양승진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권혁규 아드님, 권재근 씨, 이영순 님. 아직 9명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들을 찾기 위해서는 세월호 인양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가 달려온 이유는 여러분들이 세월호 인양에 힘써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왔다. 지금은 세월호에 딱히 어떤 일을 할 수 없지만, 다시 3월이 되어, 이제 새로이 선체 인양을 시작하는 데에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 여러분들의 함성이 필요하다.

여러분, 도와 달라, 꼭 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 국민이 약속했던, 마지막 한 명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그 약속, 반드시, 꼭 지켜 달라.

저는 다시 팽목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서 울부짖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이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 … 세월호 인양부터 해 주십시오. 그리고 기억하고 잊지 말아 주십시오.

저희들의 한 맺힌 가슴 풀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오늘도 승리합시다!

2학년 8반 지상준 어머님

‘반갑습니다’ 하는 인사가 처음이다. 늘 ‘감사하다’가 먼저 나왔다. 오늘도 반갑다고 인사 드렸지만 감사 드리고 또 감사 드린다.

세월호 7시간 진실 밝혀야 한다. 당연하다. 그러나 4월 17일, 18일 … 9백98일 동안 진상이 규명되지 못하도록 박근혜가 한 책임들도 다 밝혀야 한다. 아이들 3주기가 오기 전까지 밝혀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 달라.

2학년 9반 “세희 아빠” 임종호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비선실세의 악행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함께해 주신 국민들 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에 앞서 먼저 간 아이들이 간절히 바랐기 때문에 이런 시국이 왔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 계신 여러분들이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함께해 주실 거라 믿는다.

아까 생존 학생들 보면서 눈물이 많이 나는데, 불러도 외쳐 봐도 돌아오지 않는 우리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났다. 밝혀야 할 목표가 있기 때문에 주저앉지 않겠다. 끝까지 나아가겠다. 이승에서 볼 수 없는 우리 아이들, 죽어서라도 ‘아빠 엄마가 너희들의 억울한 죽음을 이렇게 밝혔다’고 안아줄 그 날이 올 거라 의심치 않는다.

2학년 8반 희찬 아버님

여러분은 기적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함께 만든 기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때까지 세월호 관련 서명에 참가해 준 국민들이 국민이 1천만 명이 넘고, 세월호 리본이 1천만 개가 넘게 배포됐다고 한다.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 그리고 이 광장에 촛불을 들고 힘을 보여 준 국민들이 지난해 연인원 1천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 힘으로 민심도 바꾸고 정치도 바꾸고 탄핵도 이뤄낸 것 아닌가? 이것이 우리가 함께 이룬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그러므로 기적이라는 것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보다 우리 국민이 힘을 합쳐 함께 이룰 때 최고의 기적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알량한 저들은 국민에게 고통과 참사를 줬지만 우리 위대한 국민들은 힘을 모아 2017년에도 큰 기적을 만들어 갈 것이다.

올해에는 더욱 간절하게 여러분과 함께 또다른 기적을 만들어 가고 싶다.

우선 올바른 세월호 인양으로 미수습자 가족을 찾고 감춰 있는 진실을 완전히 드러내는 기적을 만들고 싶다.

또, 신속 처리 법안으로 상정돼 있는 특별법을 꼭 통과시켜 진상 규명을 위한 특조위를 꼭 출범시키자. 이것은 국민이 참사를 만든 국가를 상대로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며 안전 사회로 갈 수 있는 길이다. 또한 특조위가 출범할 때까지 오늘 출범하는 국민조사위가 연걸고리 구실을 잘 할 수 있도록 힘찬 응원과 뜨거운 관심과 참여와 부탁 드린다.

마지막으로, 생명을 경시한 박근혜와 부역자들, 부패한 기업들이 마땅한 처벌을 받고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는 기적을 2017년에 만들어 가자.

부산 집회에서 발언하신 세월호 유가족 "동혁 엄마" 김성실

자식을 잃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소리치며 외치고 다녔습니다. 세월호 그 큰 배가 수면 아래로 어떻게 가라앉을 수 있었을까? 복원력 상실, 과적, 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희는 사고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왜 한 사람의 어른도, 왜 거기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는지],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빵 점짜리 어른이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나의 자식을 왜 뺏어 갔는지 알려달라고 했는데, 우리에게 캡사이신을 쏘았습니다. [유가족들은] 그 경찰 병력 앞에서 울고불고 쓰러지고 했습니다.

우리가 쓰러졌을 때, 몇몇 진실을 알려는 언론사 외에는 우리 이야기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죽은 자식 곱게 보내라, 돈 때문에 그러는 거지, 종북 좌파지,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아닙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실은 밝혀졌고, 나라는 썩어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산 시민 여러분, 저희는 여러분들을 보면 힘이 납니다. 왜냐하면, 그 수많은 거절과 거부 속에서도 저희는 버텼으니까요. 이제 저희가 갈 일은 여러분들과 함께 갈 것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세월호 뿐 아니라, 이 나라를 도탄에 빠뜨린 모든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탄핵 뿐 아니라, 이들이 감옥에 가는 것을 보고 싶고 이들이 처벌받는 것들도 보고 싶습니다.

절대 안 내려오면 끌어 내려야죠. 그것밖에 길이 없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우리들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할 겁니다. 우리 [유가족들은], 죽을 때 귀한 죽음으로 가자고 부모들끼리 이야기합니다. 우리 애들한테 이 말을 해주자. 너희들의 엄마 아빠가 해 냈다고. 그렇게 해서 해 냈다고. 세월호 이후는 분명히 바뀌었다고.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광장의 목소리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이 나라에는 돈만 있으면 사람 목숨은 상관 없다는 통념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것을 거부하고 알아야겠다고, 침몰 현장에서 왜 국가는 사라지고 구조하지 않았는지 알아야겠다고 했을 때, 참사 비극을 겪은 유가족들을 국가는 지독하게 짓밟았다. 이제 정체가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안산에서 광화문, 동거차도 팽목항까지 진실을 위해 함께한 시민들이 있었다. 비가 오고 눈보라 몰아치는 날에도 쌍욕을 들어가며 노란 리본 만들고 나눠 주고 피켓 들던 사람들 있었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9년 용산에서 국가가 사람들을 죽일 때 우리는 깃발에 ‘여기 사람이 있다’고 적었다. 쌍용차에서 노동자들이 옥쇄파업을 벌일 때 ‘함께 살자’고 적었다.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셨을 때 ‘사람의 길을 가자’고 적었다. 돈보다 더 소중한 생명 존중 인간 존엄의 깃발을 유가족과 함께 우리가 들었다.

우리의 행진으로 민주주의의 광장이 열리고 있다. 우리가 옳았고 우리가 이기고 있다. 우리가 세상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소수의 특권층만 배불리 먹는 세상이 아니라, 돈 몇 푼 던져주면 받아 먹는 개 돼지가 아니라, 스스로 존엄이 있는 국민으로 우뚝 서고 있다.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


국민조사위원회 상임연구위원 박영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광범한 국민들의 참여가 있어야만 가능하며,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동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의무이기도 하다.

용산참사 후 8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라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갔다. 법원에서 검찰에게 수사 기록 3천 페이지를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렸는데도 검찰은 공개하지 않았다. 용산참사를 총지휘했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김석기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한국에서 진상 규명은 참 어렵다. 그러하기에 국민적 참여 관심 지지가 없으면 진상 규명은 불가능하다.


416대학생연대 대표 장은하

세월호 참사를 단순히 슬픔으로 묻을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다. 차가운 바닷속에 잠들어 있는 세월호의 진실을 인양해야 한다. 9명의 미수습자가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 강력한 특별법을 제정해 특조위를 재건하고 선체 조사와 인양, 진상 규명의 주체가 세월호 특조위가 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안전한 사회 건설은 416 세대인 우리의 일이다. 세월호 진상이 규명되는 그날까지 학내에서, 또 거리에서 함께하겠다.


민주노총 김종인 수석 부위원장

박근혜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박근혜에게 국민은 최순실, 문고리 3인방, 김기춘, 우병우, 재벌 뿐이었다. 박근혜는 반성은커녕 여전히 권력을 유지하려 꼼수 부리고 있다.

박근혜뿐 아니라 "10적"을 처벌해야 한다. 고위공직자와 장차관, 새누리당, 재벌들, 일제 잔재, 미국놈들, 보수언론 들이다. 10적과 적폐를 청산하자.


전국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장 지회장 이상목

노동자들이 살아가기 어려운 나라다. 노동자들이 알몸 수색당하고 강제 추방될 때도 가만히 있는 외교부, 노동자들이 살려달라고 하는데 ‘아직 해고되지 않았으니 다시 오라’ 하는 노동부 …

‘박근혜 정권 퇴진’ 조끼를 입은 지 1년이 지났다. 지금 전국이 박근혜 퇴진과 구속을 외치고 있지만,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거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 생각한다. 박근혜의 부역자들이 저기 저 정부청사에 넘쳐난다. 그들을 온전하게 처벌해야 민중과 노동자들이 잘 사는 나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촛불이 광장을 채워야 한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민들이, 노동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정치인, 관피아들을 모두 몰아내는 그 날이 올 때까지 함께 투쟁하면 좋겠다.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투쟁하겠다.


유성기업 노동자

현대차 정몽구 삼성 이재용은 자신의 부를 자기 자손들에게 영원히 물려줄 수 있도록 편법과 불법을 저질렀다. 비정규직 불법으로 부려먹고 여성노동자들이 백혈병으로 죽어가도 처벌받지 않았다. 이게 다 뇌물 준 대가 아니겠나. 이게 바로 한국사회의 적폐다.

우리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모였다.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않기 때문에 세월호를 건져주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노조파괴로 죽어가는, 백혈병으로 쓰러져가는 사람들을 누구도 지켜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지키려고 이 자리에 모인 것이다.

노조 파괴에 맞서 싸우다 돌아가신 한광호 열사를 기억해 달라.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촛불의 힘을 믿고 제대로 된 싸움을 벌여 나갈 것이다.


최도은 (노동가수, 이진영 씨 부인)

12월 28일 새벽 6시에 보안수사대가 집에 찾아와 우리 남편을 잡아 가고, 집에 있는 것을 다 털어갔다. 탄핵 처리 후 다 이긴 줄 알았는데, 국가보안법을 휘두르는 황교안이 권력을 잡았다고 한다. 대체 누가 그 권력을 줬나? 우리 남편이 마르크스, 레닌, 트로츠키, 책 읽고 팔았다고 잡아갔는데 우리 남편이 무슨 해를 끼쳤나? 1천6백만 노동자들과 연금 내는 4천만 국민들이 모은 연금을 다 가져간 이재용이 우리 남편보다 더 해를 끼쳤다.

검사는 우리 남편이 가진 책이 국가보안법 위반 도서라 한다. 그런데 그 책들이 《자본론》과, 세계적 역사학자 E H 카가 쓴 《러시아혁명사》 같은 책들이다. 《러시아혁명사》는 지금 민주당 국회의원 하는 신계륜이 번역한 책인데, 그런 책을 이적[표현물]이라고 한다. 이적으로 치면 군대도 안 다녀온 황교안이 이적 아닌가?

남편이 구속되고 3일 밤을 샜다. 이렇게 해도 힘든데, 이 나라에는 노동자 권리를 위해 싸우다 5년형을 받은 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도 있다. 아주 말이 안 된다. 끝까지 싸우자. 촛불의 힘으로 국가보안법 철폐하자.


이진영-최도은의 아들: 황교안 아저씨, 저희 아빠 잡아가지 말고 박근혜 잡아 가세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김순애

한겨울인 지금 농촌은 다가오는 봄을 준비하며, 언 땅을 뚫고 솟아오를 좋은 씨앗을 고른다. 촛불도 꼭 그렇다. 얼어붙은 시대를 이기는 힘을 만들어 내고 있다.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촛불의 힘은 더욱 강해지고 더욱 뜨거워졌다.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전국 모든 국민들이 강하게 외친다.

박근혜는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고, 박근혜 정부는 국민을 죽이는 정부다. 박근혜는 백남기 농민을 향해 물대포를 쏴 죽였다. 그래 놓고 책임자 처벌은커녕 수사도 하지 않는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모든 문제의 정점에 박근혜가 있다.

우리는 박근혜뿐 아니라 모든 범법자를 처벌해야 한다. 권한대행 황교안은 대통령 행세를 하며 없어져야 할 나쁜 정책을 앞장서서 밀어붙이고 있다. 우리 촛불은 황교안이 당장 물러나라 명령한다.

천만의 촛불은 역사다. 새로운 사회를 향한 변화의 씨앗이다. 우리가 주인이다. 주인 행세를 하며 온갖 권력을 행사하던 자들은 커 보였지만 우리가 다수이다. 우리가 이길 것이다. 진실과 정의가 이긴다는 것을 꼭 보여 주자. 우리들의 요구가 실현될 때까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만들어질 때까지 멈추지 말고 가자.


전교조 교사 조수진 (전문)

2014년 4월 16일은 우리 교사들에게 충격과 슬픔이었다. 매일같이 만나는 학생들 수백 명이 어느 봄날 수학여행 가는 길에 한꺼번에 바다 밑으로 수장됐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수업을 준비하고 고민을 나누던 동료 교사들도 창백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그래서 우리 교사들은 1천 일 전 4월 16일 그 날을 차마 잊지 못한다.  바로 우리 자신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는 새해 벽두부터 뭐라고 했나? 세월호 참사가 작년인지 재작년인지조차 모르고, 그 많은 사람을 죽여 놓고도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가증스런 말을 늘어놓았다.

선실 벽과 유리창을 할퀴고 두드리다 부러지고 피멍이 들고 부러진 아이들이 절규하던 시간에, 물이 차오던 배 안에서 3백4명이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었을 때 박근혜 정부가 했던 일은 무엇이었나? 책임 회피, 언론 통제, 오보와 유언비어로 몰아 진실을 가로막기, 우리의 입과 귀와 눈을 틀어막기였다!

그래서 우리 교사들은 교실에서 학생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진실과 정의를 가르치고 모범을 보여야 할 교사로서의 양심 때문이다. 2014년 5월 청와대 게시판에 오른 박근혜 정권 퇴진 교사 선언과 그 이후 전교조 시국선언은 그렇게 시작됐다. 몇 차례에 걸쳐 최대 1만 7천 명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권의 책임을 물었다.

구조에 늑장 부렸던 정권은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며 교사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20여 명의 교사들에게 징역 8개월부터 1년 6개월까지, 도합 2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진실과 정의를 바란 교사들이 왜 7천4백만 원이나 하는 돈을 저 무능하고 무책임한 박근혜 정권에 갖다 바쳐야 하나?

지금까지 1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한 이 정권 퇴진 운동에서 가장 지지받는 요구가 무엇인가? 바로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그래서 탄핵 사유 첫 번째로 들어 있다. 교사들의 행동은 자랑스럽고 완전히 정당하다. 그런데 다수가 동의하는 것을 몇 년 앞서 물었다는 이유로 교사들을 처벌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검찰 수사와 벌금형을 확대하면서 더 많은 교사들을 탄압하려 한다.

그런데 진짜 처벌 받아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법정에서 감옥에서 죗값을 똑똑히 치러야 할 진정한 범죄자는 누구인가? 애진작에, 수천 번 수만 번 당장에 탄핵돼야 마땅할 범죄자 박근혜, 당장 구속돼야 하는 것 아닌가!

법이 교사들의 행동을 부정하고 단죄하려 하지만, 또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면 지금과 똑같이 진실과 정의를 위해 행동할 것이다. 우리 교사들은 정권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법정에서도 당당히 싸울 것이다. 우리에 대한 탄압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탄압이자, 박근혜 퇴진 운동에 대한 탄압이고, 여기 계신 촛불에 대한 탄압이기 때문이다!

징계, 탄압이 우리를 막을 수 없다. 박근혜와 한통속인 황교안을 끌어내리고 적폐를 청산하는 길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 진실을 침몰시키려는 자 우리가 반드시 침몰시키자!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와라!”


노동자연대 회원, 이화여대 학생 김승주 (전문)

안산 합동분향소에 있는 한 어머니의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엄마는 모든 걸 잘못한 죄인이다. 몇 푼 더 벌어 보겠다고 일하느라 마지막 전화를 못 받아 미안해. 가진 게 없는 이 집에 너같이 예쁜 애를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지옥 갈게, 딸은 천국에 가.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이렇게 대부분 평범한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가진 재산이라고는, 의지할 데라고는 일평생 서로 아껴가며 단란하게 꾸려온 가족이 전부인, 그런 평범한 우리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날을 어떻게 잊겠습니까 떠올릴 수록 새로워지기만 하는 그 날의 충격과 분노와 눈물이 어떻게 지겨울 수 있겠습니까

박근혜는 1월 1일 참사 당일 현장에서 119랑 해경이 다 알아서 어련히 잘하지 않았겠냐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해경이 한 일이 뭡니까? 7천 톤 급 세월호 침몰 사고에 13명이 타고 있던 작은 123정을 보냈고 123정이 세월호에 접촉했던 시간은 딱 9분밖에 안됐습니다

해경의 진정한 관심사는 생명을 구하는 일이 아니라 대국민 조작 은폐 쇼를 벌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가족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하루하루 피폐해 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핵심 책임자들 중 123정장 한 명 말고는 단 한 명도 처벌 안 받았고, 여전히 공직에 있고 줄줄이 승진을 거듭했습니다

목포해경서장 김문홍, '전원 구조’ 거짓말의 시초인 해경 본청 황영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김장수 등 일일이 다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 살인자들 다 누가 승진시켜 준 겁니까? 해경이 알아서 어련히 잘했겠냐는 박근혜가 승진시켜준 거 아닙니까?

청해진 해운으로부터 뇌물 받고 세월호 도입 허가해 준 인천항만청 과장은 징역 5년을 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혔습니다.

이거 누가 뒤에 있었던 겁니까? 세월호 수사에 외압 넣고 자기 맘에 안 드는 재판 하면 다 좌천시켜 버린 당시 법무부 장관 황교안 아닙니까?

세월호 참사에는 박근혜 정권의 적폐가 다 집약돼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만으로도 박근혜는 이미 쫓겨나야 했고, 열 번이라도 탄핵을 당해야 했고, 살인죄나 다름없는 죗값을 치러야 했습니다.

어제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가해자 옥시 대표가 무죄를 받았습니다. 참사는 과거가 아닙니다. 박근혜, 그리고 황교안이 계속하고 있는 규제 완화, 민영화 등 친기업 정책을 멈춰 세워야 합니다. 우리는 넉넉치 못해서 값싼 배를 태워야 했는데, 돈도 실력이니 능력 없으면 부모를 원망하라던 정유라가 뻔뻔하게 잘 살던 그런 더러운 사회를 멈춰야 합니다.

지난 천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후퇴 없이 포기 없이 싸워오신 유가족 분들이 계셨기에 우리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지배자들은 탄압했지만 우리는 싸웠고 다시 싸우면서 그렇게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끝내 광화문 세월호 광장과 분향소가 촛불로 눈부시게 밝혀지는 날을 만나게 됐습니다

우리 지금처럼 앞으로 나아갑시다 세월호 304명, 그 뿐만 아니라 백남기 농민, 유성 한광호 열사, 가습기 살균제 희생자,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희생자들 모두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끝을 볼 때까지 제대로 싸웁시다.

입력 2017-01-07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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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를 즉각 석방하라

장호종

1월 5일 ‘노동자의 책’ 대표 이진영 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진영 씨는 철도노조 조합원이자 인문사회과학 자료 제공·교환 사이트 '노동자의 책' 대표인데, 이 사이트를 운영한 것이 죄라는 것이다.

‘노동자의 책’은 널리 알려졌거나, 절판된 인문사회과학 서적, 자료 등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한 웹사이트다. 이러한 비폭력적·평화적 활동을 탄압하는 것은 명백히 마녀사냥이며, 사상과 출판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다. 게다가 억압적인 북한 체제를 지지하는 것과는 아무 관련 없는 활동가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것은 ‘종북’이니 뭐니 하는 우익의 타령이 상당한 위선임을 보여 준다. 희대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은 당장 폐지돼야 한다.

검찰과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진영 씨를 구속했지만, 이것이 정권 퇴진 운동의 기세를 위축시키려는 시도임은 모를 사람은 없다. 독일로 ‘도주’했던 최순실이 입국 뒤에도 ‘증거인멸’ 시간을 충분히 누리도록 허용한 것과 비교해 보라.

△1월 5일 이진영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규탄 '노동자의책국가보안법탄압저지공동행동' 기자회견 ⓒ조승진

1월 5일 이진영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규탄 '노동자의책국가보안법탄압저지공동행동' 기자회견 ⓒ조승진

정권이 위기에 처할 때 보안법을 이용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분위기를 냉각시키려 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를 이끌며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황교안은 바로 국가보안법의 살아 있는 화신 같은 자다. 그는 “(사상의 자유도) 제재할 수 있다”는 확신을 밝히는 데 거리낌이 없고,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때 “구체적·객관적으로 명확한 증거(가 없어도) 개연성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한다. 증거도 없이 의심만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2005년 강정구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려 했을 때에는 구속영장 발부 기준인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엄벌’, ‘강력한 처벌 의지 표명’ 등을 이유로 구속해야 한다고 했다.

황교안은 최근 국정원의 기능을 대폭 강화해 공작정치를 부분적으로 합법화할 수 있는 국가사이버안보법 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국가보안법 신고 포상금도 4곱절(5억 원→20억 원)로 올렸다.

박근혜가 완전히 물러나길 바라는 모든 사람들은 이처럼 반격에 나선 박근혜 · 황교안에 맞서 단결해 싸워야 한다. 감옥에 가야 할 것은 박근혜와 황교안을 포함해 이 썩어 빠진 부패의 공범들과 정권의 잔당들이다. 이진영 씨를 즉각 석방하라.

입력 2017-01-06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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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들은 박근혜와 공범이다

김문성

ⓒ이미진

1월 둘째 주는 지난해 말 박근혜와 최순실의 비리 행태가 터져 나오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데 양상은 다르다. 박근혜와 기업주들의 뇌물죄 혐의 수사에 진전이 있어 삼성 이재용, SK 최태원 등도 위기에 몰렸다. 

배임과 횡령죄로 수감돼 있던 SK의 최태원(회장)·최재원(부회장) 형제를 석방시키려고 SK가 미르·K스포츠 재단에 1백11억 원을 냈다는 정황 증거들이 나왔다. 지난해 최태원과 최재원은 각각 광복절 특사와 7월 말 가석방으로 감옥에서 풀려났다.

삼성 이재용도 곤경을 겪고 있다. 8년 만에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는데, 특검이 곧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이 진작부터 정유라에게 투자해 왔고, 박근혜와 이재용의 독대 자리에서 정유라 지원 등의 구체적 대화가 오갔으리라는 것이다. 삼성은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에게도 투자했다.

이재용은 박근혜의 강요로 돈을 낸 것이라며 줄곧 뇌물죄를 부인해 왔는데, 반대 증거들이 나오면서, 뇌물죄를 계속 부인하면 구속 가능성이 높아지고, 뇌물죄를 인정하면 구속은 피해도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게 되는 상황이다. 뇌물죄면 박근혜도 불리해진다. 게다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자체의 배임죄 혐의가 추가될 거라는 보도도 나온다.

이런 뇌물의 대가로 삼성은 정권의 보호와 지원을 받았다. 회장 이건희가 쓰러져 그룹 승계 문제가 고민이었는데,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실행된 삼성물산의 합병에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해 줬다. 그 덕분에 합병안은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메르스 늑장 대응도 삼성병원을 보호하려는 것 때문이라는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박근혜가 자기 주치의 서창석을 서울대병원장에 임명한 것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서창석의 서울대병원은 최근 나온 청와대 불법시술 의혹 연루 병·의원들에 납품 허가 등 도움을 줘 왔다. 서울대병원은 경찰 물대포 살인진압에 희생된 백남기 농민 사인 조작 스캔들에도 연루됐다. 

박근혜의 비리 수사와 폭로가 기업주들에게까지 옮겨 간 것은 나머지 지배계급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불쾌한 일일 것이다. 특검이 롯데, CJ로도 수사를 확대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박근혜가 시간을 끌수록 나머지 지배계급은 시간을 잃는 것이라는 관측이 정말로 옳았다. 만일 박근혜가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전후로 자진 사퇴했다면, 박근혜 개인은 구속을 면치 못했더라도 곧바로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서 기업주들에게까지 문제가 확대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지배계급은 가령 찰떡 궁합처럼 여겨지던 1년 전 만큼 단결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집권당은 둘로 쪼개졌고, 친박 본당인 새누리당도 자중지란 속에 있다. 언론들이 여전히 박근혜 일당의 비리를 경쟁적으로 폭로하고 특검이 연일 압박을 강화하는 것도 그런 사례다.(실제로 뇌물죄가 기소까지 갈지, 법원에서 유죄를 받을지는 앞으로의 쟁투에 달려 있겠지만 말이다.)

궁지

이런 점에 비춰 봐도, 오만방자한 박근혜 정권이 궁지에 몰리고 그에게 협력한 지배자들 일부가 대단히 불편한 상황에 처한 것은 연인원 1천만 명이 넘게 참가한 퇴진 운동 덕분이다.

그러므로 (비록 이 운동이 지금 당장은 혁명 수준으로 도약하지는 않겠지만) 운동을 대선(정권 교체) 등 공식정치의 보조 수단으로 치환해 잠재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은 옳지 않다.

운동 내 일부는 대선에서 지지할 야당의 보조자 구실로 운동을 제한하고 싶어 한다. 또 다른 일부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거나, 반기문 지지율이 높은 걸 보면서 이솝 우화의 ‘신 포도’ 얘기처럼 운동의 잠재력을 무시한다.

그것은 주객을 전도시키는 것이다. 그런 접근법을 강화할수록 오히려 운동의 잠재력을 훼손해 공식정치에서도 성과가 줄게 마련이다. 지배계급이 왼쪽으로 밀린 정치지형을 돌려 놓으려고 반격을 꾀할 것이고 그것을 막을 힘은 지금 거리 운동에 있기 때문이다. 운동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다.

황교안이 권한대행 한 달 동안 한 일을 보자. 각종 노동 개악 같은 친기업 정책, 사드 배치나 한일 ‘위안부’ 합의 같은 친제국주의 정책의 유지를 공언했다.

일종의 인터넷 도서관이라 할 수 있는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를 구속했다. 11일에도 “헌법 가치 부정 세력과 안보 저해 세력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교안의 경찰은 매주 촛불집회에도 무장한 진압 경찰을 전진 배치하고, 박사모 집회가 박근혜 퇴진 집회보다 많이 왔다는 턱없는 거짓말을 한다.

이 모두 단기 세력균형 회복만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우파의 재활을 위한 포석들이다. 박근혜의 버티기도 마찬가지다. 탄핵을 당하더라도 끝까지 항전하는 모습을 지지층에게 보임으로써 바뀐 정권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우파 대오를 유지하는 길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안보 위기라는 악조건은 다음 정권 아래서도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재활의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전망에 타격을 주려면, 거리 운동의 폭과 깊이가 더 확대돼야 한다. 정치가 중요하다. 섣불리 전선을 옮기지 말고, 대선이 끝날 때까지 운동이 계속돼야 한다. 청와대와 헌재를 압박하는 것 못지 않게 황교안 내각과의 대결이 중요하다. 노동계급 대중의 자기 활동이 활성화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좌파는 이를 위해 끈기 있게 개입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을 궁지로 내몬 힘은 주류 야당이 아니라 대중 운동에서 나왔다.  ⓒ사진 조승진

입력 2017-01-1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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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요구를 비틀고 축소하는 주류 야당들

김지윤

국무총리 황교안이 우파적 행보를 이어 가며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 대행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가 유지돼야 한다던 황교안은 “상황 악화를 가져올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하는 것이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며 ‘위안부’ 합의 비판 여론을 억눌렀다.

△ 적폐 청산은 박근혜 개악의 철회와 인적 청산을 포함한다. ⓒ조승진

뿐만 아니라 노동개악 4법 중에서 우선 근로기준법부터 통과시키자고도 했다. 노동개악 중 근로기준법 개악은 실질 노동시간이 연장되는 탄력근무제 확대가 포함돼 있다. 친기업 노동자 쥐어짜기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1월 4일 외교·안보 관련 업무보고에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굳건한 안보”를 위한 중요한 성과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개악에 추진력을 얻으려고 황교안은 국회와의 협치를 강조해 왔다. 그래서 황교안은 “여야정 정책협의회를 통해 정치권과 적극 소통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천만 퇴진 운동이 ‘황교안 사퇴’를 요구해도 모른 척해 놓고 “소통”을 강조하는 것은 참으로 역겨운 일이다.

그런데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퇴진 운동이 아니라 황교안의 소통 요구에 호응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여야정 협의회를 꾸려 1월 8일 첫 논의를 시작했다. 이미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김동철은 지난해 12월에 단독으로 황교안을 만났고 “진작에 이렇게 소통했어야 한다”며 칭찬도 늘어놓았다. 김동철은 여야 4당 대표와의 ‘5자 회동’을 제안해 황교안에게서 “감사하다”는 인사까지 받았다. 민주당이 황교안을 향해 “대통령 놀이”라고 비판하기는 하지만, 적폐 공범과 “더불어” 여야정 협의를 하겠다니 그 비판이 전혀 진지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 놓고는 두 야당은 “촛불 민심”을 앞세워 개혁입법 추진을 요란스레 떠들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 우상호는 12일 퇴진행동과의 토론회에서 “촛불 민심 실현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며 개혁 과제 22개의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그런데 지난 12월 촛불 입법 과제 29개에 이어 개혁법안 목록에도 퇴진행동이 꼽은 긴급 해결 과제들은 제대로 포함돼 있지 않다. 백남기 특검, 세월호 특별법, 사드 배치 철회, 성과연봉제 철회 등은 빠졌고, 국정교과서 중단과 언론장악방지법 두 개만 포함됐다.

코빼기

이날 우상호는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 대표 회동으로, 백남기 특검은 이미 야3당 대표 합의 사항이므로, 둘 다 빠른 시일 내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하나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몇 달 내로 세월호가 인양될 수 있으니 선체 조사 등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고, 박근혜가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 신속하게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 지난해 유가족들이 직권상정을 언급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백남기 농민 사망은 국가가 저지른 범죄인데도 단 한 명의 처벌도,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다. 최근 서울대병원 측이 수시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백남기 농민의 건강 상태를 보고했다는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국회청문회 이후 진척이 없다.

우상호는 사드 배치를 다음 정권에 넘겨 재합의하도록 할 것이라 한다. 그런데 청와대 안보실장 김관진은 미국에 날아가 사드 배치 확실히 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신속 배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절박한 성주·김천 주민들과 원불교가 11일부터 당사 점거 농성을 시작했지만 민주당의 주요 인물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국회 토론회에서 주민들이 우상호를 붙잡아 겨우 면담을 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불분명한 답변들만 내놓았다. 민주당은 대선을 의식해 껄끄럽고 외연 확장에 도움이 안 된다고 여기는 쟁점들에 대해서는 얼버무리려 한다.

민주당은 시민·사회단체들과 만나며 퇴진 운동과의 끈을 적당히 유지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운동의 요구는 제 입맛에 맞는 것만 각색해 내놓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자동으로 현안들이 해결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의회에서의 정치 협상을 요구 성취의 주요 통로로 삼으면 우리 운동의 요구를 삭감해야 한다는 압력이 내부에서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퇴진행동은 황교안을 인정하며 보조를 맞추는 두 야당을 강력히 비판하면서(정치적으로 독립적으로)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건설해 압박해야 한다. 국회에서의 탄핵소추 가결을 밀어붙인 결정적 힘이 거대한 거리 시위였듯이 말이다.

박근혜 정권을 완전히 퇴진시키려면 거리의 운동이 더 심화되고 급진화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주적이 누구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촛불에서 제기된 요구들이 더 예리해지고 운동과 잘 결합할 수 있을 것이다.

입력 2017-01-13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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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퇴진 12차 범국민 행동의 날

혹한의 추위에도 10만이 모여 “박근혜 퇴진, 재벌 총수 구속”을 외쳤다

특별취재팀

체감온도가 영하 13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날씨에도 연인원 13만 명이(주최측 발표)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서울 다음으로 퇴진 운동이 강력한 부산에서도 오늘 1만 명이 모였다.

너무 추운 날씨 탓에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오는 가족들의 참가는 줄었지만, 조직 노동자들과 청년들의 참가가 두드러졌다. 집회 규모가 1, 2주 전보다 크게 줄었지만, 참가자들이 그 때문에 위축되거나 실망한 것 같지는 않았다. 분노가 여전히 크고, 그 정당성이 계속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독재 정권의 야만적인 고문으로 돌아가신 박종철 열사 30주기이기도 했고 정원스님 시민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끔 숙연한 분위기들도 있었지만, 표정들도 밝았고, 정권의 공작정치나 재벌의 특권 행태들을 규탄하고 퇴진과 구속을 요구할 때는 결연했다. 그래서 행진 분위기도 힘찼다.

오늘은 박근혜 정권에서 권력 농단과 고통전가의 한 축인 기업주들에 대한 분노와 항의가 두드러졌다. 집회의 주요 요구는 “재벌도 공범이다”, “재벌 총수 구속하라”, “재벌 특혜 철폐하라”였다. 행진에서도 이 구호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미진

기업주들은 박근혜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고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부패와 고통전가 정책은 특권층 비호와 연결돼 있다. 청와대 행 방송차 진행자가 “박근혜가 청년들 보고 중동 가라더니 조카 격인 정유라는 유럽에서 말 타고 편안히 지냈다”고 규탄하자 청년들이 환호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삼성은 정유라에게만 2백억 원이 넘는 돈을 지원할 계획을 세웠고 실제로도 수십억 원을 지출했다. 그 대가로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려고 국민연금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안전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