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에 맞선 노동자 투쟁

2015년 총파업과 활동가들의 과제

김하영 (노동자연대 운영위원)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에서 4월 총파업을 결의하고, 날짜를 4월 24일로 정했다. 노동자들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공격이 전면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박근혜는 단지 한두 부문의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는 게 아니라, 노동자 계급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전면적 공세를 하고 있다. 

박근혜는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에서도 노동시장 구조 개악과 공무원연금 개악만큼은 반드시 밀어붙이겠다는 태세다. 오히려 이를 강행하는 추진력을 보여 줌으로써 핵심 지지층의 신임을 회복하려 한다. 

박근혜는 신년기자회견(1월 12일)을 통해서 “노동시장 구조개혁” 추진을 다짐했었다. 그러면서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장기 불황의 고통을 노동자 계급에 전가해 자본가 계급을 살리고자 집요하게 달려들겠다는 뜻이다. 사실 박근혜는 이런 과제를 부여받으며 자본가 계급의 일치된 지지 속에 대통령이 됐는데, 올해가 아니면 이를 추진할 여유가 많지 않다. 

특히, 올해 세계와 한국 경제의 어두운 전망을 봐도 박근혜가 필사적일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최경환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꺼내며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언급했는데,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 개악과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박근혜는 설 직전에 민주노총을 배제한 ‘노사정’ 간담회를 열어, “청년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 꼭 실현돼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실업 청년과 비정규직 고통의 책임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사악한 이간질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가 추진하려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은 전체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끌어내릴 것이다. 임금을 낮추고, 해고를 쉽게 하고, 비정규직을 늘리고, 노후자금을 강탈해 자본의 비용을 줄여 줌으로써 말이다.

한상균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이 1997년 IMF를 핑계로 도입된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보다 “더 센 놈이 오고 있다”고 경고하며 이것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하는 이유다. 

1997년 이후 국민총생산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게 떨어졌다. 노동자들이 창출한 부에서 그들이 실제로 가져가는 몫이 크게 줄고, 자본이 가져가는 몫이 늘었다는 의미다.

우리의 피땀을 더 빼앗길 것인지, 저들의 곳간을 열 것인지는 우리의 투쟁에 달렸다. 돈이 없는 게 문제는 아니다.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만 5백 조 원이 넘는다. 국내총생산의 36퍼센트에 이르는 규모다.

이 점에서 민주노총의 4월 총파업은 단지 조직 노동자들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삶을 건 중요한 투쟁이다.

또한, 박근혜와 한판 붙고 싶은 사람들은 민주노총이 앞장서 박근혜에 맞서 주기를 바라고 있다. 민주노총 총파업 선포식에서 세월호 유가족 임정호 씨는 박근혜 통치 아래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렇게 대변했다. “전에는 총파업이 의례적인 말로 들렸지만, 지금은 민주노총 80만 전체 조합원의 총파업이 절실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조합원들의 자신감 수준

민주노총이 4월 24일 총파업을 결정했지만, 그것을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더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활동가들이 현 상황과 조합원들의 자신감 수준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총파업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도 객관적 상황으로 보자면 대규모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현재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상태가 총파업에 나설 만하냐는 것이다. 이것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지난 민주노총 선거 결과는 박근혜 정부의 파상공세를 막아야 한다는 좀더 투쟁적인 조합원들의 바람이 우세한 결과였다. 조합원들의 다수는 올해 박근혜와 한판 붙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현장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투쟁을 미루려는 지도부보다 당장 투쟁에 나서겠다는 지도부를 선호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조합원들의 사기가 충천해 스스로 투쟁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조합원들은 잘 싸울 지도부를 원하지만 스스로 나서서 싸울 만큼 자신감이 높지는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민주노총 총파업의 주동성은 민주노총 집행부에서 나오고 있다. 현장 조합원들의 강력한 압력에 떠밀려 준비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1905년 러시아나 1968년 프랑스에서 벌어진 아래로부터의 주도력과 에너지가 충분한, 혁명적인 성격의 총파업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민주노총 총파업에 회의적이거나 무심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활동가들은 민주노총 집행부의 파업 호소에 응해서 기층 조합원들이 실제로 파업에 나서도록, 그리고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주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형성된 파업 동력이 있느냐’고 묻고 부정적인 결론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과 잠재력을 봐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의 노동자 투쟁과 민주노총 선거 결과는 보면, 조합원들은 스스로 투쟁에 나설 만큼 자신감이 높지는 않아도 민주노총 지도부가 확신 있게 파업을 소명하면 그에 응할 정도는 된다. 그리고 혼자 싸우다가 고립될까 봐 움츠렸던 노동자들도 다 함께 파업에 나선다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투쟁 근육을 키우다 보면 노동자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스스로 더 전진할 힘도 얻을 수 있다. 

활동가들은 바로 이런 전망 속에서 총파업 성사에 복무해야 한다. 현재 시리자가 집권한 그리스는 지난 5년 동안 총 32번의 총파업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관료적 파업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1968년 프랑스처럼 발전해 나아가는 특징을 보였다. 급진좌파들이 노동조합 지도부가 총파업을 소명하는 것을 활용해 현장 조합원들의 주도력이 발휘되도록 애쓴 것이 이런 발전에 일조했다. 이런 그리스의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활동가들의 네트워크

그런데 민주노총 한상균 집행부의 총파업 호소에 응해서 기층 조합원들이 실제로 파업에 나서도록 조직하려면, 활동가들이 극복해야 할 산이 있다. 즉, 민주노총 산하 노조 지도자들이 총파업에 협조하지 않을 때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4월 총파업 계획을 반기는 조합원들도 과연 자신의 산별연맹이나 노조 집행부가 파업을 할지 걱정한다. 

산별연맹과 대공장 노조 지도자들이 민주노총 총파업 계획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경우가 적잖았기 때문에 이것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예컨대 민주노총 2기 이갑용 집행부 때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갑용 집행부는 투쟁적인 좌파 지도부였지만 이런 난관에 부딪혀 약속했던 총파업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철회했다. 

이럴 때 민주노총 집행부가 총파업에 비협조적인 일부 산하 노조 집행부를 상층 차원의 논의 속에서 설득하려고 하는 것은 거의 가망이 없다. 

오히려 해당 산별연맹이나 노조의 활동가들이 기층에서 실질적인 파업 조직에 나서야 한다. 4 · 24 총파업에 뜨뜻미지근한 자신의 산별연맹이나 노조 집행부에 압력을 가하고, 현장 조합원들이 행동에 나설 자신감을 갖도록 설득하고 조직해야 한다.

기층에서 이런 활동이 벌어지면, 노동조합 지도자들 사이에서 투쟁적인 좌파 지도자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 이것은 투쟁적 지도부에 대한 지지이자 압력이기도 하다. 반면 이런 기층의 활력이 없으면, 아무리 투쟁적인 지도자일지라도 다른 산별연맹 지도자들에게 기대고 점점 더 그들과 보조를 맞추려 할 수 있다. 노동조합 지도자들 전체의 기풍과 정신, 규범에 순응하라는 압력에 굴복하면서 말이다.

좌파 지도부의 등장은 투쟁에 좋은 출발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열쇠는 현장 조합원들에게 있다. 

현장 활동가들의 네트워크가 있다면 이런 일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산별연맹과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 결의를 이끌어내고, 현장에서 총파업 토론회를 개최하고, 총파업 실천단을 조직하고, 현안과 결합해 크고 작은 집회와 투쟁을 조직할 수 있다. 

가령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활동가들이 4 · 24 총파업을 결의하도록 이끈 것은 의미 있는 성과였다. 금속노조 집행부는 그 전까지 ‘법안 상정시 또는 가이드라인 공식 발표시’ 조건부 총파업 계획을 내놓고 있었다. 이럴 수 있었던 것은 기아차의 한 활동가가 수정안을 발의하고, 현대차와 현대제철, 다스 등의 현장 활동가들이 수정안 통과를 위해 협력했기 때문이었다. 

여러 현장조직 소속의 활동가들이 현장과 산별 그리고 지역에서 총파업의 실질적 조직을 위해 이런 협력을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총파업에 대한 한상균 위원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하지만 그것을 성사시킬 힘은 현장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비록 지금 현장 조합원들의 자신감이 충천한 상태는 아니지만, 활동가들이 파업 조직을 위한 활동에 나서면 현장 조합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다양한 주요 시사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정치적 주장도 중요하다.

활동가들은 사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능동적인 자세를 가지고 4 · 24 총파업 조직에 매진해야 한다.

4 · 24 총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활동가들은 2015년 총파업이 잘 전개될 수 있는 방안과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첫째, 4 · 24 총파업의 실질적 성사를 위해서는 민주노총이 정한 4월 24일에 맞춰 산하 산별연맹과 노조들이 함께 파업에 돌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의원대회에서 일껏 결정해 놓고 산하 노조들이 ‘현실적’ 여건을 이유로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총파업 결의문은 휴지 조각이 되고 말 것이다. 

일부 노조 지도자들은 각 노조의 여건에 맞게 다양한 일시와 방식으로 투쟁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총파업의 효과를 낼 수 없다. 단 하루일지라도 모든 부문의 노동자들이 함께 파업에 돌입해, 공장을 멈추고, 관공서를 멈추고, 마트를 멈추고, 학교를 멈춰야 한다.

최근에는 총파업이라는 말이 너무 느슨하게 쓰이는 경우가 흔하지만, 총파업은 여러 부문의 모든 노동자들이 동시에 파업에 돌입하는 것을 뜻한다. 4 · 24 총파업이 무늬만 총파업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한상균 위원장은 후보 시절 생색내기 수준의 총파업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단시간의 형식적인 경고성 파업에 머문 그동안의 민주노총 ‘총파업’과 선을 긋는 확언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공격에 제동을 걸려면 하루 총파업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 총파업조차 규모 있게 되지 않으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 4월 24일 이후 부문별로 파업과 집회가 지속되는 것은 좋은 일이고 이를 더 확대해야 하지만, 이것이 4월 24일로 집중하는 것을 대체하는 계획이 돼서는 안 된다. 

4 · 24 총파업은 부문별 파업과 점거와 시위 같은 앞으로의 투쟁을 위한 도약대가 돼야 한다. 그런데 도약대가 허약하면 제 구실을 할 리 없다. 4월 24일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총 결집해서 위력적인 힘을 보여 줘야, 정부에 경고를 보내고 조합원들에게 다음 투쟁을 향해 전진할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이 점에서, 이미 4 · 24 총파업 동참을 예고하고 있는 전교조, 건설노조, 금속노조 등만이 아니라, 공무원노조와 공공부문의 주요 노조 등이 파업 일정을 4월 24일로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지지하면서도 자기 부문에서는 현실적 여건 때문에 뭔가 해보기 어렵다고 느끼는 활동가들도 있다. 그러나 지레 포기하기보다 작은 가능성이라도 보면서 활동해 나가야 한다. 공무원노조 대의원대회의 사례는 활동가들이 조금 더 빨리 협력적으로 대응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도 있었음을 돌아보게 한다. 

4 · 24 총파업 참가에 회의적인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은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지 않고 총파업에 나섰다가 탄압에 직면할 것을 크게 우려한다. 이런 우려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합법주의 입장에 서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총파업은 아예 불가능하다. 저들의 법이 권위를 갖는 것은 우리가 그것에 굴복할 때다. 다 함께 파업해 위력을 발휘하면 탄압도 무력화 또는 적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기면 합법이고 지면 불법”이다.

또 4 · 24 총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단지 하루 일터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쉬는 날이 아니라 시위의 효과를 실제로 내, 집회 참가자들의 자신감을 북돋고 정부를 압박하는 날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서울로 상경해서 되도록 큰 규모의 집회와 시위를 해야 한다.

물론 작업장 점거와 지역 집회들이 결합되면서 총파업이 여러 날 이어질 수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재 활동가들은 무기한 총파업 계획을 지지할 만큼 자신감이 높지는 못하다. 이번 4 · 24 총파업 성공을 사기 진작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 집회를 지역별로 분산해서 소규모로 한다면, 수도에 집결해 대규모 시위를 하는 것만큼의 정치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 그동안 일부 산별연맹은 간부들만의 상경 집회로 총파업을 때우기도 했던 터라, 활동가들은 형식적인 일회성 상경집회에 대해 우려하기도 한다. 이런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현장을 멈추는 실질적인 파업과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대규모 상경집회는 결코 대립되지 않는다. 활동가들은 둘의 결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현장 노동자들을 조직하지 않은 채 간부 동원에 머물거나 소수의 보여 주기 식 거리 대치로 때우는 것을 막고, 파업과 시위 모두에서 현장 조합원들의 참여를 중심에 놓을 수 있다.

단결이 중요하다

 둘째, 총파업이 실질적으로 성사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부문의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것이다. 활동가들은 여러 부문의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정치적 주장을 제시하고, 여러 부문의 투쟁을 서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박근혜 정부와 주류 언론의 이간질에 잘 맞서야 한다. 경제 위기의 심도가 깊어 노동자 계급의 주요 부문을 시간을 두고 하나하나 고립시켜 공격할 만한 여유가 없는 박근혜 정부는 여러 노동자 부문들(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파상공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파상공세의 약점을 노동자 계급 내부의 상이한 부문들을 서로 이간질해 각개격파하는 전략으로 돌파하려 한다.

박근혜의 이런 전략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즉, 비정규직 확산이 정규직 과보호에 따른 결과로 정규직의 임금과 고용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가까이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들을 양산해 놓고, 또 다시 신자유주의 처방을 내놓으려다 보니 이런 문제의 책임을 전가할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유노조 · 대기업 · 정규직 노동자들을 좋은 일자리를 독점하고 청년 · 여성 · 비정규직의 기회를 빼앗는 악으로 묘사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좋은 일자리를 빼앗아 조깨서 나누고 임금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노조 · 대기업 · 정규직 노동자의 ‘과보호’를 깨겠다고 내놓은 대책은 단지 전체 노동자의 7.4퍼센트에 불과한 이들만을 겨냥하는 게 결코 아니다. 노동시장 구조 개악은 전체 노동자들의 처지를 악화시킬 것이다. 

가령, 정부는 정규직 과보호를 없애겠다며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 법리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제한을 손보려 하는데, 이렇게 되면 무노조 · 중소영세기업 ·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노동법적 보호장치를 잃게 되고, 이들이야말로 사용자와의 세력관계에서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노골적인 비정규직 제한 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정부는 비정규직 기간 제한 연장뿐 아니라 파견 허용 제한도 완화하려 하는데, 이렇게 되면 전체 노동자 10명 중 3명이 파견 허용 대상이 된다. 

물론 유노조 · 대기업 ·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으름장만 놓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잘 조직된 노동자들은 단협을 통해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이미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공공부문 1차 ‘정상화’ 공격으로 지난해 이미 많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악화됐고, 지금 국립대병원 노조들은 단협 해지 위기에 놓여 있다. 

정부는 업무 저성과자 퇴출제,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 등의 도입을 공공부문에서부터 밀어붙이겠다고 하고 있다. 이게 성공하면 민간 기업주들도 이런 조처들을 추진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정부가 ‘철밥통’ 비난을 앞세워 공무원연금을 개악하고 그것을 지렛대로 국민연금을 개악하려는 것과 똑같은 전술이다.

따라서 활동가들은 여러 부문에 가해지는 서로 상이한 공격이 자본의 비용을 줄여주려는 같은 목적에 따라 추진되는 공격이므로, 서로 힘을 합쳐 막아야 된다고 조합원들에게 주장하며 단결을 촉구해야 한다. 즉, 일반해고 요건 완화가 왜 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고 노동자 계급 전체의 문제인지, 파견 확대 저지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위해 왜 정규직도 나서야 하는지,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왜 민간부문 노동자들이 지지해야 하는지 등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활동가들 중에도 정규직과 공공부문 방어에 부담을 느끼거나 꺼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 여기에는 ‘철밥통’ 이데올로기 때문에 지지를 받지 못하고 고립될 것이라는 두려움, 공공부문과 대공장 노동자들의 조건을 방어할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회의감, 심지어 정규직 이기주의 담론에 대한 어느 정도의 동조 등이 얽혀 있다.

그러나 정규직과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는 것은 전체 노동자들의 조건을 방어하는 데서도 중요하다. 공무원연금 개악은 국민연금 개악의 지렛대가 되고, 공공부문 ‘방만’ 비난은 민간 기업의 노동조건 악화 압력으로 작용하며, 통상임금과 임금체계 개악은 전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잘 조직된 부문의 자신감을 분쇄해 전체 노동자 계급의 처지를 악화시키려는 박근혜 정부의 공격에 맞서 그들을 방어하는 동시에, 이들 잘 조직된 노동자들이 비정규 · 미조직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을 지지해 실질적으로 연대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다른 노동자들을 방어할 자신감을 갖기는 쉽지 않다.

 4 · 24 총파업을 투쟁의 도약대로 만들자

 셋째,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단지 하루 총파업으로 박근혜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활동가들은 이 파업이 투쟁을 더욱 전진시키는 도약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4 · 24 총파업이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줘 여러 부문의 파업과 투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활동가들은 4 · 24 총파업 성사만이 아니라 좀더 길게 내다봐야 한다. 적어도 올해 투쟁을 내다 보면서 4 · 24 총파업이 어떤 구실을 하도록 해야 하는지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활동해야 한다. 또, 전진과 후퇴를 모두 예상하면서 조급증을 갖지 말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운전을 할 때도 멀리 봐야 운전을 잘 할 수 있다. 그래야 도로 사정을 미리 파악해 여유를 가지고 대응할 수 있고, 장애물에 막혀 시간 까먹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투쟁이 동력을 잃지 않도록 정치적 대응을 잘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동시장 구조 개악안 합의와 관련돼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참가 문제나, 공무원연금 개악 합의 압박에 잘 대처해야 한다. 이런 문제는 비단 노동 쟁점과만 관계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벌어진 미 대사 습격 사건에 따른 분위기 냉각에도 잘 대처해야 투쟁 동력을 훼손당하지 않을 수 있다.(탄압으로부터 방어하면서도 개별적 폭력이 아니라 4 · 24 총파업 같은 노동자 계급의 집단적 행동에서 대안을 찾자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또, 정치적 불안정이 큰 시기이므로 정치적 쟁점들을 이용해 산업 현장에서 투쟁 가능성을 높여도록 애써야 한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신자유주의가 아닌 좌파적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돈이 없는 게 문제는 아니다.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만 522조다. 이 돈 가운데 4.3조만 들이면 10대 그룹이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화하고 임금도 대폭 인상할 수 있다. 또, 법인세를 대폭 인상해 복지를 증대하는 것도 노동계급의 삶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논의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진정한 대안과 전략 논의로도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 연대> 144호 | 입력 2015-03-24

이렇게 생각한다 형식적이고 일회적인 투쟁으로는 박근혜를 막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을 강요하자 결국 온건한 한국노총 지도부마저 노사정위 협상장을 뛰쳐나왔다.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의 불만이 만만찮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정부의 개악 추진에 들러리를 서며 최소한의 노동조건 방어선마저 양보한다면 소속 조합원들의 지지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고 느꼈을 수 있다. ‘노사정위를 나와서 함께 싸우자’는 민주노총 한상균 집행부의 공개적인 제안도 압박이 됐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 문제에서는 노사정 합의라는 명분을 당분간 잃게 됐다. 그동안 역대 우파 정부는 양대 노총 중 한국노총과의 ‘반쪽짜리 합의’를 이용해 일정한 이득을 얻어 왔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박근혜는 결코 주춤하지 않는다. 노사정위 협상이 결렬됐는데도 예의 그 단호함과 사악함을 재확인시키며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여기에 한국노총과의 “공감대”, “의견 접근”을 박근혜 정부가 정책 추진의 구실로 곁들이는 것은 그들의 치졸함과 함께 군색한 처지를 보여 준다. 한국노총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떠났는데도, 노사정위 논의 과정에서 내놓은 한국노총의 양보안을 이용해 입법 추진을 정당화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한국노총과도 “시각차”가 명백했던 일반해고 요건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조차 정부 시행령이나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강행하려 한다. 기성 야당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는 부담스러운 입법 과정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에 공동투쟁 제안하기

4·24 총파업을 시작으로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 강행 방침에 맞서는 5~6월 파상 투쟁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근혜가 단호하게 공무원연금 개악과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밀어붙이려는 것을 보면, 형식적인 일회성 투쟁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명백하다. 민주노총 집행부도 4·24 총파업이 시작임을 강조하고 있다.

역사적 경험을 보면, 단지 정부에 경고를 보내거나 겁을 주려는 총파업은 무기력하게 끝나곤 했다. 최근 그리스 등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 벌어진 긴축 반대 총파업들도 하루짜리 경고성 파업으로는 정부 정책을 물리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런 점에서 4·24 총파업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더한층의 이후 투쟁을 위한 디딤돌이 돼야 한다. 일회적이고 형식적인 투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투쟁으로 이어가는 것, 지속적인 투쟁의 가능성을 여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4·24 총파업을 위한 조직하기는 단지 각 연맹별 파업 참가 가능치를 모으는 ‘정적인’ 활동이 아니라, 투쟁의 고비 국면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투쟁을 확대하고 고양시키는 ‘동적인’ 활동이어야 한다.

가령 한국노총이 노사정위를 나오고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악 강행을 밝힌 지금, 민주노총은 즉각적인 항의를 조직하고, 한국노총에도 공동투쟁을 제안해야 한다. ‘노사정위를 나와서 함께 싸우자’고 했으니만큼 투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투쟁 규모를 확대해 정부를 압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노총 지도부가 한두 차례 대규모 집회로 산하 조합원들의 불만을 달래고는 슬그머니 노사정위로 복귀하지 못하게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양대 노총 공동투쟁은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투쟁할 수 있는 공간을 여는 구실을 하는 동시에, 과연 누가 더 일관되게 투쟁하며 노동자들의 이익을 더 잘 방어할 수 있는지 입증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노총은 5월 1일 12만 명 규모의 노동자대회를 예고했다. 민주노총도 전국 집중 노동절 집회를 치를 예정이다. 만약 두 대열이 집회 후 행진해 도심에서 서로 만난다면 위력을 보여 줄 수 있고, 투쟁 확대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실무기구에서 나와야 한다  3월 28일 연금 개악 저지 집회에서 ‘공무원연금 사수 네트워크’와 ‘노동자연대 교사모임’ 활동가 30여 명이 팻말 시위를 벌였다. ⓒ이윤선

공무원노조에 실무기구 탈퇴 촉구하기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둘러싼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된 지금, 공무원연금 개악에 어떻게 맞서느냐도 새삼 더욱 중요해졌다.

민주노총이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와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연결시켜 투쟁하겠다고 한 것은 옳다. 박근혜 정부가 두 개악 과제를 4월~5월 초 시한 내에 밀어불이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전선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악을 대타협 모양새로 포장해 돌파구를 만들려는 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공무원노조가 실무기구를 나오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의 목적이 노동단체를 개악 추진의 들러리로 세우려 할 뿐이라는 점이 노사정위에서뿐 아니라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실무기구’(이하 실무기구)에서도 명백하기 때문이다.

실무기구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전제로 해서 개악의 정도를 놓고 협상하는 기구다. 정부는 이미 공무원 단체들이 양보안을 낸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수치 계산을 내놨다.

공무원노조 이충재 위원장은 이것이 여론 호도라고 항의했지만, 그 항의 의사를 입증하려면 양보 의사를 공식 철회하고 실무기구를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정부가 한국노총과의 과거 “의견 접근”을 이용하고 있듯이, 공무원 단체들의 “고통분담 감수” 의사를 이용할 것이다.

정부는 노사정위 협상이 결렬됐는데도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추진하고 있듯이, 실무기구에서 합의안이 나오지 못해도 공무원연금 개악을 강행할 것이다. 이미 새누리당은 공공연히 그러겠다고 말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실무기구를 나오면 공노총과 교총, 새정치연합을 견제할 수 없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바깥에서 싸우면서 ‘나와서 함께 싸우자’고 하지 않았다면 한국노총은 탈퇴 압력을 훨씬 덜 받았을 것이다. 실무기구 안에 머문다면, 과연 누가 누구에게 압력을 가하는 건지 잘 생각해 볼 일이다.

또, 공노총과 새정치연합 등이 개악을 합의하더라도 공무원노조는 그것을 무로 돌리거나 크게 훼손시킬 만한 투쟁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공연한 걱정을 붙들어 매도 된다.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은 집행부가 실무기구 참여를 결정했다고 해서 ‘개악은 기정사실이 됐다’고 좌절해서는 안 된다. 전체 계급투쟁 상황을 보면, 결코 가능성이 닫힌 게 아니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탈퇴가 조성하는 기회가 있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악을 밀어붙이려다 무리수를 둘 수 있는 데다, 세월호를 둘러싼 분노도 크다. 전교조 변성호 집행부는 올바르게도 공무원 단체들의 실무기구 참가를 공개 반대하고 나섰다.

활동가들은 이런 압력을 공무원노조 안으로 가져와서 투쟁 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지난해 말과 올해 3월 대규모 집회가 성사된 것을 보면 공무원 노동자들의 분노와 잠재력은 크다.

활동가들은 4·24 총투표 가결 선언이 조합원들의 불만을 달래는 일회성 동원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투쟁으로 이어지도록 기층에서 조직해야 한다. 또, 공무원노조 집행부가 결론이 정해져 있는 실무기구 내의 개악 협상에 매달리지 말고 한국노총처럼 결렬을 선언하고 나오라고 촉구해야 한다.

4·24 이후

박근혜 정부는 4월 국회에서(5월 6일까지) 통상임금과 노동시간 연장 관련 개악, 공무원연금 개악을 강행하려 한다. 또,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일반해고 요건 완화와 임금체계 개악 추진도 서두르고 있다.

이런 점을 보면, 4·24 총파업과 노동절 이후의 투쟁 계획이 산별·연맹 차원에 맡겨져 있는 것은 불충분하다. 물론 공무원노조, 전교조, 금속노조 등 이 쟁점과 직결된 노동조합들은 법 개악과 가이드라인 제정에 맞선 투쟁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활동가들은 자신의 노동조합에서 이를 촉구해야 한다. 동시에, 민주노총 한상균 지도부는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4·24 총파업은 선제적 파업이라는 의의가 큰데, 그것은 단지 날짜 문제가 아니다. 그 진정한 취지는 국회에서 의사봉이 내리쳐진 다음에 분풀이 용 행동으로 생색내지 않고, 사전에 개악을 막고 나서겠다는 데 있다. 4월 말 5월 초 개악 시한이 다가오는 지금, 그 취지에 걸맞은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이 계획돼야 한다.

ⓒ<노동자 연대> 146호 | 발행 2015-04-13 | 입력 2015-04-11

박근혜 정부의 공세와 2015년 노동자 투쟁

김하영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본격화, 2015년 경제정책방향(안)〉을 내놓았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본격화”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2014년 초에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제 궤도에 올려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초 규제완화 ‘열풍’을 일으키며 서비스산업과 노동시장 등의 규제를 풀려고 했는데, 세월호 참사라는 암초에 부딪혀 생각만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는 기업 이윤을 위한 규제완화가 어떻게 사람들을 끔찍한 위험으로 몰아넣는지 밝히 보여 줬다. 그런데도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모질게 뿌리치며 ‘경제 활성화’ 타령을 하더니, 다시금 연말에 노동자들을 정조준한 공격 종합세트를 내놓은 것이다.

2015년 경제정책방향(안)의 핵심 내용은 “핵심분야 구조개혁”이다. 정부는 주요국 구조개혁 사례를 들며 “생산요소와 관련된 금융·노동·교육개혁과 재정여력 확보를 위한 공공부문 개혁이 핵심”이라고 했다. 그 구체적 과제로,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공무원연금 개혁, 공공부문의 민간 투자 확대(즉, 민영화) 등을 꼽았다. 노동분야 구조개혁에 관해서는 곧이어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안), 비정규직 처우개선 및 노동시장 활력제고 방안〉에 더 자세히 담았다.

노동시장 구조 개악의 핵심 내용들을 간단히 짚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임금 공격이다. 정부는 연령이나 근속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급 임금체계를 문제 삼으며 임금피크제와 직무성과급제 도입 같은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려 한다. 전자는 고령 노동자들을 겨냥해서, 후자는 개인별 임금 결정구조를 강요함으로써 전반적인 임금 삭감을 노린다. 전경련의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 10곳 중 7곳은 2016년 정년연장 의무화를 앞두고 올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벼르고 있다.

통상임금 범위 정상화를 막으려는 것도 장시간 노동체제를 부르는 낮은 임금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도 임금 삭감 효과를 낸다. 초과근로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 완화다. 정부는 비정규직에 대한 기간 제한을 2년보다 완화해 4년까지 연장하겠다고 하고, 파견 허용 제한도 완화하려 한다. 55세 이상과 고소득 관리직·전문직에게 파견근로를 전면 허용하려 하는데, 그러면 전체 노동자 10명 중 3명이 그 대상이 된다. ‘고소득 전문직’에는 교사와 간호사 같은 여성 비율이 큰 노동자군도 포함된다. 

재벌 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이고자 비정규직을 대거 양산했다 생활임금·고용안정을 위해 싸우는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미진

또, 정부는 파견근로 보호를 명분으로 사실상 사내하청 합법화도 노리고 있다. 파견법 적용 대상 확대는 불법파견 판결을 받고도 버티고 있는 재벌들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셋째, 해고 규제 완화다. 지난해 말 쌍용차 법원 판결로 정리해고 요건이 완화된 데 이어, 정부는 통상해고 요건도 완화하려 한다. 징계해고나 정리해고보다 손쉬운 실적 부진자(저성과자) 해고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고용주가 원할 때 고용했다가 노동시장의 조건이 달라지면 내던져 버리겠다는 얘기다.

2016년 정년연장이 의무화되면 자칫 해고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 문제점을 저성과자 해고제 도입으로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다. 업무 평가에 기초한 저성과자 해고제는 관리자의 권한을 강화하고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보복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넷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한 제한 회피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이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될 경우 과반수 노조의 동의나 과반수 노동자들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정부지침으로 완화하려는 것이다.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등 노동조건 악화를 초래하는 취업규칙 변경을 기업이 쉽게 할 수 있도록 열어 주는 것으로, 행정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통한 입법권 침해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은 단체협약을 지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또는 개별 노동자들을 압박해서 취업규칙을 변경해 노동조건을 후퇴시킬 수 있다.

다섯째, 정부는 위와 같은 공격을 공공부문에서부터 밀어붙이려 한다. 이미 정부는 업무 저성과자 퇴출제,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 등의 도입과 단협 무력화를 추진 중이다. 공무원연금 개악과 함께,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서도 공공부문은 최전선인 것이다.

착취율 증대

위와 같은 내용들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일자리협약’, ‘투자활성화 대책’, ‘경제혁신 3개년계획’ 등에서 이어져 온 것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경제정책의 겉모양을 띠고 발표했던 것들을 〈2015년 경제정책방향〉과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에서 총망라한 셈이다.

이것은 자본가 계급이 오랫동안 바라 온 바이기도 하다. 기업주들은 “과도한 고용보호법과 강성 노조의 중첩적 보호를 받는 대기업·정규직·유노조 부문으로 인해 우리 나라의 노동시장 경직성이 심하다”(경총)며 “노동시장 유연화”를 요구해 왔다. 또, 해고와 비정규직 사용에 관한 규제 완화, 임금과 생산성의 괴리를 해결하기 위한 연공급제의 폐기와 성과급 도입을 줄기차게 촉구해 왔다.

그래서 경총은 박근혜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발표했을 때 즉시 성명을 내어, “노동시장의 낡은 제도와 관행 개선, 그리고 임금-생산성 간의 연계 강화를 … 강조한 부분에 대해 공감”한다며 환영했다. 또,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해서도 “시대적 사명”이라며, 강력한 추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사실, 지배계급과 우파는 이런 것들을 강력하게 추진하라고 일치 단결해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전례 없이 심각해지는 경제 위기와 저성장 시대에 대처하려면 노동운동을 제압해 신자유주의 조처를 밀어불여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에 떠넘길 강한 정부가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한국판 마거릿 대처가 되기를 바란 것이다. 대처 사망 2주년을 맞아 우파 신문과 경제지들은 다시금 대처가 추진했던 민영화, 규제완화, 노조 공격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전 재정경제부 장관 강봉균은 “[노동개혁을 위해]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 박근혜 정부 등장 자체가 노동운동을 제압해 심각한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에 떠넘기기 위한 지배계급의 일치 단결한 대응이었다. ⓒ출처 청와대

박근혜는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공공과 노동 개혁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지배계급의 기대에 부응하며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을 다짐한 것이다.

저들이 이토록 필사적인 이유는 국제 경쟁에서 뒤지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지키려면 착취율을 높이는 것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종종 유럽 국가들의 구조개혁을 사례로 드는데, 유럽 지배자들의 고민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즉, 미국과 동아시아 신흥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높이고자, 전후에 노동자들에게 제공했던 복지 등의 양보 조처들을 빼앗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국 지배자들은 특히 독일 모델에 주목하는데 그것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공격해 경기 침체를 딛고 수출 경제를 재건한 케이스이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은 정규직에 유리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며, 해고 제한을 완화하고 기간제와 파견 근로 규제도 완화했다. 그 결과 ‘미니잡’과 파견 일자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이 무려 22퍼센트로 늘어났다.

한국도 대표적인 수출 경제인데, 지금 세계경제 위기와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한국 경제는 2000년 이후 대중국 수출의 급속한 증가 덕을 봤는데,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자본재 및 중간재 수입 수요가 하락하고 한·중 간 기술 격차도 줄어들어 수출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중국 내수시장이나 동남아 시장 공략의 필요성이 제기될 정도의 난관 속에서 한국 지배자들은 독일 같은 “임금 덤핑” 효과를 원할 것이다. 경총은 최근 노동시장 구조개악과 법제도 개악을 촉구하며 “우리 기업들이 … 가파르게 증가하는 인건비 부담을 안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변했다.

위선적인 정규직 과보호 책임론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 같은 신자유주의적 처방들을 밀어붙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1997년 IMF를 불러들인 경제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본격 추진된 지 20년 가까이 되면서 그에 대한 반감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한편으로는 사기극으로 끝날 립서비스(입에 발린 말),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을 서로 이간질시키기에 의존한다.

주로 노동대중의 후진층을 겨냥하는 박근혜의 립서비스는 이미 사기극으로 드러난 게 많다. 대표적인 것은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늘지오(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질을 올리는)” 등의 대선 공약이다. 박근혜는 집권 몇 달 만에 이런 공약들을 사실상 내던졌다. 박근혜 대선공약의 30퍼센트가 일자리와 노동분야 공약이었고, 그래서 박근혜 취임 초기에 일각에서는 그가 하층 노동자들에게는 시혜를 베풀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이 수많은 일자리·노동공약 가운데 이행된 것은 60세 정년연장 정도인데, 그나마 임금피크제를 통한 임금 삭감이 한 짝으로 추진되고 있다.

립서비스의 최신 버전은 아마도 경제부총리 최경환의 최저임금 인상 언급일 것이다. 최경환은 지난 3월 초 “디플레 우려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며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을 빠르게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경환의 “디플레 우려” 발언은 곧 금리 인하로 이어졌다. 정부가 금리 인하를 압박한 진정한 이유는 환율 인상으로 기업들의 수익을 높여 주려는 것이었다. “수출 경쟁력”을 고려해서 말이다. 그러나 임금 인상에 관해서는 어떤 조치도 뒤따르지 않았다. 최경환은 지난해 7월 경제부총리 취임 직후에도 임금 인상 등을 통해 기업 사내유보금이 가계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된 것은 없었다.

최저임금 인상이 예년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히려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통해 임금 공격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노사정위에서 다루는 3대 핵심 과제는 죄다 임금을 삭감하는 조처들이다(통상임금→범위 협소화; 노동시간→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정년연장→임금피크제 도입).

한편, 노동자들을 서로 이간질시키기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 추진 방안의 기본 프레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비정규직의 열악한 조건, 청년과 여성의 낮은 고용률, 사회적 복지의 미비를 정규직 조직 노동자들의 상대적으로 나은 조건, 상대적 고용안정, 그리고 기업 복지의 탓으로 돌린다.

이것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의 부제를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노동시장 활력 제고 방안”이라고 붙인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노동시장의 활력을 높여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것인데, 노동시장 활력 제고 방안이란 바로 정규직의 “과보호”를 푸는 것이다.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문제라며, 마치 정규직이 좋은 일자리를 견고하게 독점하고 있어서 비정규직이 노동시장에서 상향 이동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1997년 금융 공황 이후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치르게 하려고 정리해고제와 파견제를 도입한 것은 바로 정부와 기업주들이었다. 지배자들은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싸고 ‘유연’한 노동자를 원했던 것이다. 그 결과 비정규직이 대거 양산됐고 워킹 푸어(노동빈곤층)가 늘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기업들은 인건비를 대폭 줄였다. [그림]에서 보듯이, 노동소득분배율(총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7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그림] 노동소득분배율 추이(1975~2010)

요컨대 노동의 몫이 줄고 자본의 몫이 늘면서 자본과 노동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 신자유주의 처방이 내려진 지난 20여 년 동안의 근본적 변화이고 근본적 문제다.

물론 노동자들 내부의 격차가 증대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정규직 노동자들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독과점화에 따른 기업 규모와 지불 능력의 격차, 서비스업 비중 증대 같은 산업 구조 변화, 제조업과 서비스업 사이의 생산성 격차 등이 더 근본적인 문제다.

1997년 위기 이후 자본의 집적과 집중은 훨씬 더 심화돼, 경제에 대한 재벌의 지배력이 더 강화됐다. 2000년대 들어 재벌 계열사들의 순이익이 전체 사기업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 됐다. 최근 통계를 보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2014년 당기순이익은 30대 그룹 전체의 무려 81퍼센트를 차지했다. 이는 2010년 47.5퍼센트에 비해서도 크게 높아진 수치다.

그런데 이런 재벌 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이고자 하도급, 외주화를 광범하게 사용함으로써 열악한 조건의 비정규직을 양산해 왔다. 삼성·현대차·SK·LG 등 10대 재벌그룹 계열사의 노동자는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다. 특히 간접고용 비율이 매우 높은데, 현대중공업이 60.9퍼센트, 포스코가 46.6퍼센트, 삼성이 32.6퍼센트, GS가 29.7퍼센트, 현대차가 28.2퍼센트이다(2014년). 대기업들이 이처럼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바람에 질 좋은 일자리가 더욱 부족해진다. 물론 한국 경제가 수출·대기업·제조업 중심이어서 경제 성장의 고용 효과가 매우 낮은 것(고용 없는 성장)이 좀 더 근본적인 요인이긴 하지만 말이다.

일각에서는 재벌 대기업들이 외주화와 하도급 노동자 착취를 통해 얻은 과실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나눠먹는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하도 상식처럼 퍼져 있어 심지어 노동운동 내에도 이를 수용하는 경향이 적잖이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낮다. 대기업일수록 소득분배에 인색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20대 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49.9퍼센트로, 한국 전체 평균 노동소득분배율 59.7퍼센트에 비해 10퍼센트나 낮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나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재벌들의 시혜 덕분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조직해 조건 개선을 위해 싸워 왔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존재 여부가 임금과 노동조건 격차에 주된 영향을 미쳤다. 정이환 교수에 따르면, 1996년 6퍼센트 내외이던 노조 부문 ‘임금 프리미엄’은 2002년 15퍼센트로 증가했다. 요컨대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이 자신의 조건을 더 잘 방어해 온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기업주들은 노동조합을 피해 그 바깥에서 더 싸고 자르기 쉬운 노동자들을 고용해 왔던 것이다. 그래 놓고는 이제 이 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을 정규직 “과보호”를 깨는 무기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유(有)노조·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이 좋은 일자리를 독점하고 청년·여성·비정규직의 기회를 빼앗는 것으로 묘사하면서, 그들의 좋은 일자리를 빼앗아 쪼깨서 나누고, 임금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노동조합 역시 같은 이유로 공격한다.

그러나 정규직 ‘과보호’를 깨겠다는 정부 대책은 단지 유노조·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전체 노동자의 7.4퍼센트에 불과하다)만을 겨냥하는 게 결코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 추진은 전체 노동자들의 처지를 악화시킬 것이다.

가령 정부는 정규직 ‘과보호’를 없애겠다며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 법리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제한을 손보려 하는데, 그렇게 되면 무노조·중소영세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노동법이 포함하고 있는 보호 장치를 잃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사용자와의 세력관계에서 더 취약한 이들이야말로 노동조건 악화에 속수무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노골적인 비정규직 제한 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런 조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1차 노동시장”(좋은 일자리)으로 들어갈 기회를 주기는커녕 비정규직에서 벗어나기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박근혜 정부가 벤치마킹 하려는 독일의 하르츠 개혁도 정규직 과보호 완화를 내세웠지만, 그 결과 파견 노동자와 노동빈곤층이 대폭 늘었고 노동자들 전반의 생활수준 저하와 노동조합 약화로 이어졌다.

물론 정부와 사용자들이 유노조·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그저 말로만 으름장을 놓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각에서는 잘 조직된 노동자들은 어차피 개별 노조의 단체협약을 통해 방어할 수 있으므로 정규직에 대한 공격이 실질적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공공부문 1차 ‘정상화’ 공격으로 지난해 이미 많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악화됐다. 지금도 정부는 업무 저성과자 퇴출제,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 등의 도입을 공공부문에서부터 밀어붙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유노조·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체계 개편이나 해고요건 완화 공격에서 결코 비켜나 있지 않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기업들도 임금체계 개편을 시도하고 있고, 저성과자 해고는 KT에서 보듯이 대기업들이 추진하려는 상시 구조조정에 이용될 것이다.

요컨대 현재 박근혜 정부의 노동자 공격은 특정 부문의 노동자들에게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을 향하고 있다.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노동계급이 가져가는 몫을 줄이는 게 저들의 목적이다.

계급의 단결을 이룰 수 있을까?

이처럼 박근혜 정부가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는 것은 노동자 단결을 가로막고 각개격파하기 위한 것이다. 다양한 부문들에 파상공세를 가하면서도 그것이 연대 구축으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말이다. 특히, 박근혜는 잘 조직돼 있는 대기업 정규직(대공장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위축시키고 고립시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전체 노동자 투쟁 전선을 약화시키고자 한다.

이에 대한 우리 측의 가장 효과적인 전술은 박근혜의 공세에 노동자 단결로 맞서는 것이다. 그러려면, 박근혜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 공격의 칼날이 특정 부문에 한정되지 않고 노동자 계급 전체를 향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설사 공격의 양상이 시간 차를 두고 진행되거나, 약한 고리로 여겨지는 부문을 먼저 공격해 그것을 지렛대로 공세를 확산하는 방식을 취할지라도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 정규직 “과보호”, “특혜”, “철밥통” 이데올로기 공격에 얼마나 잘 맞서면서 전체 노동자들의 단결을 이룰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국민연금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공무원연금, 기업 복지가 괜찮은 공공부문이나 대기업의 단체협약, 청년 신입사원보다 꽤 높은 고령 노동자들의 임금을 문제 삼으며 공격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고 잘 조직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방어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이 노동자들이 비정규·미조직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과 조직화를 위해서 연대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한 부문이 공격당하는 것을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이 방관한다면, 심지어 한 부문의 특혜가 사라져야 내 형편이 나아진다고 여긴다면, 노동자들은 각개격파 당하기 십상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단결이 중요한 이유다.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고 잘 조직된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공무원연금 개악은 국민연금 개악의 지렛대가 되고, 공공부문 ‘방만’ 비난은 민간기업의 노동조건 악화 압력으로 작용하며, 임금피크제 도입 같은 임금체계 개편은 전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자신의 조건을 방어하고 자신감을 얻을 때 더 열악한 조건의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연대 투쟁에 나설 수 있다. 그리고 잘 조직된 노동자들의 기세 좋은 투쟁은 미조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투쟁과 조직화에 나설 수 있도록 고무할 수 있다. 

잘 조직된 노동자들의 기세 좋은 투쟁은 미조직 노동자들이 투쟁과 조직화에 나서도록 고무할 수 있다 4월 11일 양대노총 공공부문 결의대회. ⓒ이승준

안타깝게도, 노동운동 내부를 보면 정부의 정규직 “과보호”, “특혜”, “철밥통”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 말로는 반대한다지만, 진지하게 그들의 조건을 방어하기를 수줍어 하고 그것이 전체 노동자 계급의 조건을 방어하는 일이라고도 믿지 않는 경향이 상당히 퍼져 있다. 여기에는 조직 노동자, 특히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상당한 불신이 깔려 있고, 이는 노동계급의 단결에 대한 회의로도 연결된다. 즉, 대부분이 대기업 정규직인 조직 노동자들은 높은 소득과 생활수준을 누리며 예전의 전투성을 잃고 보수화했고, 신자유주의에 포섭돼 그 가치를 내면화하고 있고,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만 싸우고, 심지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비정규직을 희생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온건한 진보 사회학자들, ‘프레카리아트’론을 수용하는 단체와 개인들, ‘다중’을 내세우는 자율주의자들, 대공장과 공공부문의 정규직을 더는 프롤레타리아로 볼 수 없다는 초좌파 등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이에 다양한 정도로 타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면, 정부와 기업주들의 대기업 정규직 조직노동자 공격을 진지하게 방어하고 연대하기 어렵다. 살 만한 노동자들에게 연대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거나, 심지어 정규직 노동조건 방어는 결국 하청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노동계급 내부 격차를 더 벌릴 뿐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관해 그것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겨냥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런 주장도 정규직 노동조건 방어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어차피 정규직 조직 노동자들은 단체협약으로 노동조건을 지킬 수 있으므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규직 때리기는 이데올로기 공격일 뿐이고, 실제로는 중소기업 미조직 노동자들이 실질적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부문과 민간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진정한 노동조건 공격을 당하고 있다. 가령 지금 공무원들이 연금 공격을 받고 있고, 철도 노동자들이 근속승진제 폐지 공격을 받고 있고,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이 연공급제 폐기와 성과급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 공격을 받고 있고,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단체협약 공격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정규직 공격이 실질적이지 않다는 주장은 사실상 사용자와 정부의 정규직 노동조건 공격을 방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좌파 활동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노동운동의 중심 과제로 삼기를 꺼린다. 심지어 통상임금을 확대하거나 기업 복지를 지키려는 요구를 터부시하는 경우마저 있다.

그러다 보면 노동조건 개악을 일부 수용하는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타협에 맞서며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한다. 그동안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정부와 기업이 추진하는 노동조건 개악을 저지하려 하기보다 협상을 통해 손실을 일부 벌충하는 방식을 흔히 취해 왔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손실을 일부 벌충하며 제도 개악을 수용하거나, 신규자들의 노동조건 개악을 내주는 식의 타협이야말로 부문의 협소한 이해관계를 앞세우다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다.

이와 달리, 좌파 활동가는 정규직 노동조건을 일관되게 방어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계급 전체의 조건을 좌우하는 제도 방어와 개선에 앞장서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렇게 조직 노동자들이 효과적인 투쟁을 전개한다면, 중소기업 미조직 노동자들도 노동조합 투쟁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조직화의 전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박근혜 정부의 정규직-비정규직 이간질에 맞서 우리 쪽도 노동계급 내부의 격차 해소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소위 ‘프레임 전쟁’에서 밀린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노동계급 내부 격차의 해소는 필요하다. 그러나 노동계급의 절대적 몫을 늘리는 것을 지향하면서 노동계급 내부 격차 줄이기를 모색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양보론’으로 귀결되기 쉽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해 일자리 창출이나 비정규직 조건 개선에 사용하자든지, 임금 삭감을 감내하고 일자리를 쪼개자든지 하는 식으로 노동계급 내부의 나눔만 생각하는 것은 자본과 노동의 격차 증대를 감추려는 정부와 기업주들의 프레임에 속아 넘어가는 것일 뿐이다.

1997년 이후 국민총생산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게 떨어졌다. 부자 증세를 통한 복지 강화, 공공서비스 확대를 통한 일자리 만들기, 사내유보금 사용을 통한 정규직화, 정부 책임 강화를 통한 공적 연금 강화,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만들기 등처럼 노동계급의 절대적 몫을 늘리는 것이 노동운동의 요구가 돼야 한다.

돈이 없는 게 문제는 아니다. 한 통계를 보면, 10대 대기업 사내유보금 522조 원의 0.8퍼센트만 사용해도 이 기업들에 고용된 비정규직 43만 명을 정규직화하고 연봉도 대폭 올릴 수 있다. 또,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수준으로만 줄여도 고용률을 76퍼센트로 올릴 수 있다.

누구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말하는 듯하지만, 이것을 진지하고 일관되게 추구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신자유주의로 노동계급이 변해(내부 격차 증대) 하나의 계급으로서 단결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많이 퍼져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노동계급 내 상이한 부문 간 단결은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은 투사들과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진지하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할 과제다.

민주노총 한상균 집행부의 등장과 좌파 활동가들의 과제

2015년 노동자 투쟁의 중요한 변수 하나는 지난해 연말 선거에서 16년 만에 좌파 지도부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한상균 후보조는 62.7퍼센트 투표율을 기록한 1차 투표에서 국민파-중앙파-전국회의 연합선본 후보를 제치고 1등을 차지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결선에서도 승리를 거머줬다.

민주노총 한상균 집행부의 당선은 박근혜 정부의 파상공세를 막아야 한다는 좀 더 투쟁적인 조합원들의 바람이 우세한 결과였다. 조합원들은 박근혜의 전면적 공세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하며, 잘 싸울 지도부를 원했던 것이다. 철도파업과 민주노총 본부 침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전 민주노총 집행부의 대응이 실망스러웠다는 점과 함께, 2015년 박근혜와 한판 붙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맞물린 것이다. 77일간의 공장 점거라는 한상균 후보의 전투적 전력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한상균 집행부는 당선 직후 4월 24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그리고 5월과 6월에 파상적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고, 하반기 총파업도 예고했다. 박근혜의 집요하고 전면적 공세 양상을 보면 하루 총파업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명백하다. 좌파 활동가들은 4월 24일 총파업을 성공적으로 성사시켜, 이후 투쟁을 더욱 전진시키는 도약대가 되도록 해야 한다. 

△ 활동가들은 좌파 지도부의 투쟁 호소를 기층의 투쟁 조직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윤선

그런데 노동운동 안에는 4·24 총파업을 비롯한 2015년 투쟁에 대해 회의적인 활동가들이 상당히 많다. 지금 민주노총의 조직력과 조합원들의 상태가 총파업을 할 정도가 되느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상대적 우파로부터뿐 아니라 초좌파 진영으로부터도 나온다. 결국 ‘뻥파업’ 되고 현장에 실망감만 줄 게 뻔하다며 환상을 조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현재 조합원들의 자신감이 높아 스스로 투쟁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두어 해 동안의 노동자 투쟁을 돌아보면, 철도파업과 전교조 규약시정 거부 투쟁 등 잠재력을 보여 줬다. 또, 스스로 투쟁에 나설 자신이 없는 조합원들일지라도 지도부가 소명하는 총파업에는 나설 수 있다. 혼자 싸우다 고립될까 움츠렸던 조합원들도 다 함께 파업에 나선다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이렇게 투쟁 근육을 키우다 보면 스스로 더욱 전진할 힘도 얻을 수 있다.

4·24 총파업의 주도력은 민주노총 신임 지도부로부터 나왔다. 현장 조합원들의 강력한 압력에 떠밀려 준비된 것은 아니다. 1905년 러시아나 1968년 프랑스에서 벌어진 총파업처럼 아래로부터의 주도력과 에너지가 충만한 혁명적 파업이 아니라 위로부터 조직된 관료적 파업이다. 그러나 이것이 4·24 총파업에 회의적이거나 무심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어떤 활동가들은 아래로부터 자발성이 충분하지도 않은데도 위로부터 총파업을 선언하는 게 오히려 계급투쟁과 노동자들의 자신감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전체 노동계급의 처지를 악화시킬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조합원들을 총동원하는 투쟁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노동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지름길일 것이다.

진지한 활동가라면 총파업이 성사될 것인가 아닐 것인가 하는 식의 관조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좌파 지도부가 등장해 총파업을 선언한 현 상황을 노동자 운동의 일보 전진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 민주노총 집행부의 파업 호소에 응해 기층 조합원들이 실제로 파업에 나서도록, 그리고 스스로 투쟁에 나섬으로써 자신감을 높이고 주도력을 발휘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시리자가 집권한 그리스는 2008년 위기 이후 지난 5년 동안 32번의 총파업을 경험했다. 처음에 좌파들은 투쟁으로 긴축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었다. 사회당이 집권하고 있으니 저항운동이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이 컸다. 그러나 2009년에 벌어진 첫 총파업에서 반자본주의 좌파가 결정적 구실을 하면서 기층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도록 애썼다. 이것이 압력이 돼 공산당도 자기 영향력이 있는 노조를 움직이는 등 투쟁이 지속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처음에 관료적 파업으로 시작된 총파업은 회를 거듭하면서 점점 아래로부터의 에너지가 충만해졌다. 혁명적 좌파가 노동조합 지도부의 총파업 선언을 활용해 현장 조합원들의 주도력이 발휘되도록 애쓴 것이 이런 발전에 일조했다. 이런 그리스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노동조합 좌파 지도부가 등장해 투쟁을 호소하는 상황은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조성한다. 좌파 활동가들은 이런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협력해 투쟁을 성사시키도록 애써야 하는데, 그 목적은 현장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이는 것이다. 좌파 지도자들이 잘 싸워 줄 것이라고 믿고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 스스로 투쟁에 나섬으로써 사기를 회복하고 기층의 조직력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또, 좌파 활동가들은 민주노총 좌파 지도부의 등장을 이용해 산하 산별연맹과 대형 노조들에서도 투쟁을 조직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애써야 한다. 2015년 투쟁 계획을 둘러싼 노동조합 지도자들 사이의 분열은 관료적 통제의 약화를 낳을 수 있다. 좌파 활동가들은 이를 활용해 산별연맹과 대형 노조들에서 지도부에 압력을 가하고, 현장 조합원들이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민주노총 신임 지도부의 2015년 투쟁 계획이 공문구가 되지 않으려면, 산별연맹과 대형 노조들이 싸우도록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산별연맹과 대형 노조들은 민주노총 투쟁 계획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경우가 적잖았다. 이런 때, 투쟁 계획 실행에 비협조적인 산하 노조 지도부를 민주노총 지도부가 상층 차원의 내부 논의를 통해 설득하려 하는 것은 거의 가망이 없다.

두 가지 과제가 맞물려야 한다. 하나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산하 노조 지도부의 투쟁 회피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조합원들에게 투쟁을 직접 호소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민주노총 지도부가 공무원노조 집행부의 공무원연금 실무기구 참여 같은 뜨거운 문제들을 회피하지 말고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산하 산별연맹이나 노조의 활동가들이 기층에서 실질적인 투쟁 조직에 나서는 것이다. 투쟁 조직에 뜨뜻미지근한 자신의 노조 집행부에게 압력을 가하고, 현장 조합원들이 행동에 나설 자신감을 갖도록 설득하고 조직해야 한다.

이 둘은 서로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장 활동가들은 민주노총 지도부의 투쟁 호소를 기층의 투쟁 조직에 활용할 수 있고, 기층에서의 이런 활동은 노조 지도자들 사이에서 좌파 지도자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물론 현재 기층의 활력이 충분하지 않고, 현장 활동가층이 두텁지 못한데다 사기도 좋지 않아 어려움이 적잖다. 그러나 그동안 노동조합 내 좌파 활동가들이 노동조합 집행부 배출을 주된 목표로 삼아 활동하면서 현장에 공백이 빚어진 것이 이런 문제를 낳은 한 요인이기도 하는 점을 돌아봐야 한다.

근본적으로 기층의 활력이 중요하다. 기층의 활력은 좌파 지도자들에게도 압력이 될 수 있다. 좌파 지도부의 등장은 투쟁에 좋은 출발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열쇠는 현장 조합원들에게 있다. 좌파 지도자는 매우 훌륭한 투사일지라도 노동조합 관료 전체의 규범에 순응하라는 엄청난 압력을 받는다는 점을 좌파 활동가들은 알아야 한다. 좌파 활동가들의 독립적인 네트워크가 있어야 노동조합 지도자들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독자적인 투쟁도 해 나갈 수 있다. 좌파 활동가들은 근시안적이거나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현장 노동자들의 활동과 조직을 발전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두면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좌파 활동가들은 투쟁의 방향과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박근혜의 이간질에 맞서 노동계급을 단결시키고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점은 앞에서 충분히 다뤘다. 또, 투쟁이 탄력을 잃지 않도록 정치적 대응을 잘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가령 공무원노조 집행부가 공무원연금 개악에 합의하지 못하도록 실무기구 탈퇴와 파업 참가를 압박하는 것은 전체 노동자 투쟁 전선에 매우 중요하다.

이런 문제는 비단 노동 쟁점과만 관계 있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이나 정권의 부패 규탄 같은 정치적 민주주의 문제, 한반도 불안정 같은 제국주의 문제 등도 중요하다. 지금은 정치적 불안정이 큰 시기이므로 좌파 활동가들은 정치적 쟁점들을 이용해 산업 현장에서 투쟁 가능성을 높이도록 애써야 한다.

2015년 정세와 좌파·마르크스주의자의 과제

노동자연대 편집팀 엮음, 노동자연대, 5,000원

02-2271-2395, mail@workerssolidarity.org

ⓒ<노동자 연대> 147호 | 발행 2015-04-27 | 입력 2015-04-24

하반기 투쟁을 위한 상반기 투쟁의 교훈

김하영

4~5월 노동자 투쟁을 돌아보며

민주노총은 4·24 파업에 조합원의 3분의 1인 27만 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금속노조 7만여 명, 건설산업연맹 2~3만 명, 전교조(연가) 3천여 명, 그리고 서울대병원, 학교비정규직, 청소노동자 등이 동참했다.

△ 4월 24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 ⓒ이미진

그러나 실질적으로 작업을 중단한 경우는 이에 훨씬 못 미쳤다. 27만 명은 연가, 총회, 조합원 교육, 심지어 간부들만의 ‘파업’도 포함한 수치였다. 고용노동부는 실질적 파업 참가 인원이 3만 7천여 명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파업의 의미를 축소하려고 정부가 수치를 줄여 발표하는 것은 늘 벌어지는 일이지만, 민주노총의 파업이 이윤에 타격을 주면서 지배자들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한상균 위원장이 ‘공장을 멈추고 세상을 멈추는 파업을 하겠다’고 했던 것에 비춘다면 4·24 파업은 분명 그에 못 미쳤다. 그러나 노동자 투쟁의 활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노총 신임 지도부가 취임 몇 개월 만에 조직한 파업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보면 그럭저럭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위축됐던 노동자 투쟁은 2~3년 전부터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여러 요인들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자신감을 충분히 회복하지는 못한 상태다. 한상균 선본의 당선은 조합원들 스스로 투쟁에 나설 자신감이 높지는 않아도 다수 조합원이 ‘투쟁하는 지도부’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었다. 이것은 지도부가 단호하게 투쟁을 호소하면 조합원들이 이에 응할 가능성과 함께, 헤쳐 나아가야 할 장애물도 많은 상황임을 뜻했다.

박근혜의 파상공세 속에서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투쟁 수준으로 치자면 민주노총 조합원 3분의 1이 참가한 하루파업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순 없기에, 이런 투쟁 속에서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회복해 가기를 기대해야 했다. 그래서 <노동자 연대>는 4·24 파업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투쟁의 도약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4·24 파업이 보여 준 가능성과 한계

이런 점에서 보자면, 4·24 파업은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 줬다.

첫째, 총파업 시점을 4월로 잡고 일찍부터 투쟁 조직에 나선 덕분에 3~4월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노동운동이 주변화되지 않고 사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세력 구실을 할 수 있었다. 3~4월은 공무원연금과 노동시장 구조 개악이 논의되는 시기였을 뿐 아니라, 연초부터 지지율이 급락한 박근혜 정부의 정치 위기가 심각하게 표출된 때였다.

물론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연금과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애초 공언한 시한인 4월 내에 완료하지 못한 것은 주로 정부의 정치위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이 일찌감치 투쟁에 시동을 건 것이 아래의 두 가지 사태 전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주목해야 한다.

성완종 부패 스캔들로 이어진 사정 정국은 노동자들의 불만으로부터 시선 돌리기용으로 기획된 면이 있었다. 또, 민주노총 신임 지도부의 투쟁 선언이 없었다면 한국노총 지도부는 산하 조합원들의 불만을 훨씬 덜 의식하고 노사정 협상을 결렬하지 않았을 수 있다. 민주노총 신임 지도부가 ‘대화를 거부하고 함께 싸우자’고 공개 요구한 것은, 워낙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정부의 공격과 함께 한국노총 지도부에게 큰 압력이 됐다.

사실, 파업 시기를 4월로 할 것이냐는 민주노총 지도부 내에서 논란이 적지 않았던 쟁점이었다. 너무 촉박한 데다 과연 4월에 파업할 동력이 있느냐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한상균 위원장이 “선제적 파업”을 강조하며 일찌감치 투쟁 조직에 나선 것은 매우 적절했다. 만약 총파업 시기를 6~7월로 미뤘다면, 노동시장과 공무원연금 개악 논의 국면, 세월호 시행령 정국과 박근혜의 정치 위기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보듯이 임단협 시기라고 해서 총파업 동력이 자동으로 뒷받침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한상균 집행부가 정치 상황의 역동성을 충분히 이용했는가 하는 점에서는 아쉬움도 조금 있다. 세월호 시행령 항의가 확대되고 성완종 게이트가 터졌을 때 이런 쟁점을 결합시키면서 투쟁을 확대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성완종 게이트는 새정치연합도 엮여 있는 사건이라 부르주아 야당으로부터 독립적인 노동운동이 나서야 했지만, 민주노총은 이를 주도하기를 주저했다. 정세는 역동적으로 전개되는데 민주노총은 기존 계획을 고수할 뿐, 4월 24일 파업 집회의 서울 상경대오를 확대하고 세월호 범국민대회로 연결하는 등 4·24 파업의 정치적 파장을 확대하기 위한 대응에 굼떴다.

둘째, 한상균 신임 지도부는 현장을 순회하며 파업 조직에 열의를 보였고, 좌파 활동가들은 이를 활용해 현장에서 파업을 실질적으로 조직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일부 산별연맹과 대형 노조 지도자들의 비협조를 충분히 극복하지 못했다.

한상균 신임 지도부 당선 직후 아직은 ‘허니문’ 기간이어서 산별연맹 지도자들은 내놓고 총파업을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파업 조직에 열의를 보이지 않으면서 은근히 좌절시키는 식이었다.

국민파나 중앙파 지도자들 상당수가 비협조적이었고, 좌파 지도부로 분류되는 산별연맹들조차 모두 열의를 보였던 것은 아니다. 금속노조는 대의원대회 현장 발의를 통해서야 4·24 총파업 복무를 결정했고, 공공운수노조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의 1차 적용 대상이 공공부문인데도 투쟁을 6월로 미뤘다. 심지어 공공운수노조는 한국노총이 노사정 협상을 결렬시킨 상황에서도 기재부·노동부와의 실무협의 테이블에 참가하고 있었다.

4·24 파업 전선을 위태롭게 만든 노조 지도자들도 여럿 있었다.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은 파업지침을 따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억지 파업”이라고 비난하며 파업 파괴자 구실을 했다. 이충재 당시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대타협기구에서 양보안을 내고 실무기구에까지 들어감으로써 투쟁 전선을 교란시키고 사기저하를 불러왔다.

<노동자 연대>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면 민주노총 지도부가 산하 노조 지도자들의 투쟁 회피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조합원들에게 투쟁을 직접 호소하는 것과, 해당 노조 활동가들이 기층에서 실질적인 투쟁 조직에 나서는 것이 맞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4·24 파업을 강력하게 구축하려면 투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쟁점들에서 좌파적인 입장을 내놓고 관철시키는 게 매우 중요했다.

한상균 위원장이 한국노총에 공개적으로 노사정위 탈퇴와 공통 투쟁을 촉구하며 압박을 가한 것이나, 8·18 합의에 대한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 성명을 비판함으로써 투사들의 투지를 독려한 것은 올바르고 적절했다. 이것이 투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전규석 위원장 성명에 대한 비판 입장을 냈다가 내홍을 치르면서 한상균 신임 지도부는 시간이 갈수록 이런 문제를 상층 차원의 내부 논의로 해소하려는 쪽으로 기운 듯하다. 이것은 노조 기구 내 세력관계에서 밀리는 한상균 지도부에게 유리할 게 없는 방식이다.

노동조합 관료 전체의 규범(또는 “내부 질서”)에 순응하라는 더욱 크고 직접적인 압력에 봉착해서인지 한상균 신임 지도부는 투쟁의 명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뜨거운 쟁점에 대해 원칙 있는 입장을 내놓기를 점점 꺼렸다. 공무원노조 이충재 집행부의 대타협기구 참가와 공무원연금 양보에 대해 원칙 있는 입장을 표명하며 투쟁을 왼쪽으로 이끌지 못했다. 심지어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이 4·24 총파업을 “억지 파업”이라고 비난하며 초를 친 것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4·24 총파업 울산집회에서 이경훈 집행부가 저지른 지역실천단장 집단 폭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말’은 매우 중요하다. ‘말’ 자체로도 중요한 무기일 뿐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는 광범한 대중에게 받아들여져 물질적 힘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대학생 몇십 명이 내놓는 ‘말’이 아니라 잠재적 지지자 수십만 명이 있는 민주노총 위원장의 ‘말’이라면 노동운동의 향방에 미치는 영향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뜨거운 쟁점에 대해 좌파적이고 원칙적인 입장을 내놓고 운동의 방향을 이끄는 것은 한상균 신임 지도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렇지 않으면 압력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해지는 게 아니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해지는 역전이 일어날 것이다.

5월 투쟁과 정치적 취약성

셋째, 앞서 민주노총이 일찌감치 투쟁 조직에 나선 것의 의의를 지적했다. 그러나 동시에, 선제파업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려면 정부의 공격이 계속되는 한 후속 투쟁을 계획해야 한다. 이 점에서 4·24 파업 이후 민주노총의 후속 투쟁 계획이 신속히 제시되지 않았던 것은 약점이었다.

선제파업은, 개악이 다 이뤄진 다음에 뒷북 항의로 사태를 변화시킬 수 없으므로 사전에 개악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제안된 것이었다. 그러나 하루파업으로는 박근혜의 공세를 저지할 수 없으므로, 하루파업을 성사시킨 자신감을 발판으로 이후 투쟁을 확대해 가야 했다.

물론 4·24 총파업 서울집회에서 한상균 위원장은 4·24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5월 양대노총 대규모 집회와 6월 말 2차 파업을 예고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재보선 직후 공무원연금 개악, 노동시장 구조 개악과 공공부문 2차 정상화를 빠르게 추진하려 했다는 점에 비춰 보면, 5월 투쟁 계획이 비어 있었던 것은 약점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것은 ‘공무원연금 개악이 6월로 물 건너갔다’는 4월 말 당시 운동진영 내 팽배했던 잘못된 정세 전망의 반영이자, 공무원연금 방어에 나서기를 꺼리는 노동운동 내 상당히 퍼져 있는 경향의 문제점이 결합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5월 국면은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를 둘러싼 정치 문제가 더 중요하게 떠오른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사실, 4·24 파업의 의제를 결정할 때도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주요 요구로 넣을 것인가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공무원연금이 ‘특권’적이어서 방어하기 곤혹스럽다거나, 공무원연금을 사수하자는 입장으로는 다른 노동자들을 설득하기 어렵다거나, 조직노동자 이기주의 공세에 취약성이 드러나는 쟁점이라는 등의 주장은 민주노총 내 우파만이 아니라 좌파 진영에서도 제기됐다.(이것은 정규직-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방어 문제에도 대체로 해당된다.)

비록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가 이럭저럭 4·24 파업의 주요 요구로 채택됐지만, 공적연금 강화와 공무원연금 사수를 대립시키는 약점은 민주노총 내에 잠복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5월 2일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악안이 나오자 민주노총은 동요와 혼란에 빠졌다. 공무원노조 이충재 집행부의 개악안 합의를 비판하며 개악 저지 투쟁을 이끌어야 할 민주노총이 공무원연금 개악안에 대해 두 개의 모순된 성명을 낸 것이다. 하나는 합의안을 규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합의안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것이었다.

이 중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퍼센트 합의를 이행하라는 성명은 이충재 집행부(의 개악안 합의)를 정당화하고 힘을 실어 주는 효과를 냈다. 공무원노조 내 좌파 활동가들이 이충재-김성광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말이다. 좌파 활동가들의 항의 속에 민주노총 지도부는 두 번째 성명을 곧 삭제했지만, 그에 대한 해명은 내놓지 않았고 동요와 혼란도 계속됐다.

물론 민주노총 지도부는 국회 앞 농성 등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을 성의 있게 조직했다. 그러나 이런 동요와 혼란은 강력한 투쟁을 조직하는 데는 분명 걸림돌이었다. 전투성은 정치적 취약성에 언제든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사실, 공무원연금 문제는 지난해 말 민주노총 직선제 선거에서도 한 쟁점이었다. 당시 한상균 선본은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토대로 공적연금 강화를 쟁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용건 후보 측의 사회연대전략이 공무원연금 양보론(공무원연금 양보를 통한 공적연금 강화)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비판했다. 이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상황에서 정작 한상균 신임 지도부가 이 문제에서 정치적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

한편, 민주노총 차원의 5월 투쟁 계획이 없는 동안 전체 노동자 투쟁 전선에 악영향을 주는 일련의 배신적 타협이 방치됐다는 것도 문제다. 공무원노조 이충재 집행부의 공무원연금 개악안 합의, 철도노조 김영훈 집행부의 근속승진제 폐지 합의, 기아차 김종석 집행부의 사내하청 신규채용안 합의(기아판 ‘8·18 합의’)가 그것이다.

민주노총은 공무원노조 이충재 집행부에 대해 ‘직권조인한 지도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이영주 사무총장의 5월 27일 국회 앞 농성집회 발언), 나머지 문제들은 물론 이 문제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김영훈 위원장의 근속승진제 폐지 합의에 대해 공공운수노조의 한 간부는 이 합의로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 등을 저지했다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어도 철도노조 좌파 활동가들이 부결 선동까지 했던 안인데도 말이다. 현재 기아차 김종석 집행부는 기아판 8·18 합의와 8+8 양보안 제시로 좌파 활동가들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

좌파 활동가들이 돌아볼 점

<노동자 연대>는 민주노총 좌파 지도부의 등장과 총파업 선언을 노동자 투쟁의 일보 전진을 위해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이것은 성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좌파 노조 지도자들과 협력해 투쟁을 성사시키고자 했는데, 좌파 지도자들이 잘 싸워 줄 것이라고 믿고 의존해서 그런 게 아니라, 노동자들이 스스로 투쟁에 나섬으로써 자신감을 회복하고 기층의 조직력을 강화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그랬던 것이다.

높지 않은 투쟁 수준 때문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일부 부문의 좌파 활동가들은 투쟁을 실질적으로 조직하기 위한 노력 속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설사 기대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근시안적으로 보고 빨리 지쳐서는 결코 안 된다. 아직 상반기 투쟁도 끝나지 않았다. 길게 멀리 보고 참을성 있게 활동해야 한다. 단번에 기층 조직을 강화하는 왕도는 없다.

투쟁 속의 교훈을 이끌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노동조합 내 좌파들은 4·24 파업을 통해 이런 저런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제 비정규·불안정 노동자가 투쟁의 주체가 될 것이라거나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중심에 둬야 한다는 주장들도 있다. 이런 주장은 대규모 사업장 정규직 노동자들이 더는 투쟁의 중심이 아니라는 평가와 짝을 이루기도 한다.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의 주요 세력이 된 것은 환영할 일이고 비정규직 조직화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령 이경훈 지부장의 파업 파괴 행위를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로 싸잡아 매도해서는 안 된다. 현대차 노동자들은 파업 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도 이경훈이 그것을 거스른 것이었다. 이는 노동조합 관료가 아니라 정규직 조합원들의 실리주의, 조합주의가 더 근저의 문제라는 식의 설명이 부정확함을 보여 준다.

따라서 좌파 활동가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안녕을 고해서는 안 되고, 이경훈이나 이충재처럼 노동조합 지도자가 조합원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할 때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노골적인 우파적 지도자들만이 아니라 민주파·좌파 지도자들도 배신적 타협을 한다는 것이 이제 우리 나라 노동운동 경험에도 낯설지 않다.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해 싸우는 지도자가 동시에 투쟁을 제한하고 양보도 강요한다. 노골적인 우파 지도자를 좌파로 교체하는 게 능사가 아니고, 현장 조합원의 활동과 조직을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다.

반대로 노동조합 내 좌파 활동가들은 흔히 노동조합 집행부 장악을 목표로 삼다 보니, 현재 집행부가 아니어도 노동조합 질서를 지나치게 존중하고 투쟁의 통제권이 노동조합 지도부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방식은 노동조합 지도자로부터 독립적으로 투쟁해야 할 때 결정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공무원노조 이충재 전 위원장의 배신적 타협에 대한 대응이나 이경훈 집행부의 집단폭행 징계 문제에서 이런 문제가 드러났다.

한편, 좌파 활동가들은 노동운동 내에 상당히 퍼져 있는 정규직 양보론이나 사회적 합의 문제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전에 이런 문제에 대해 원칙적 비판을 하던 좌파들 가운데 일부는 교묘한 논리로 사실상 양보론이나 사회적 합의를 수용하는 쪽으로 우경화하고 있고, 또 다른 일부는 서로 다른 이유에서 정치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가령 “계급복지”를 주장해 온 논자들 가운데 일부는 공무원연금 개악의 한 쌍으로 제기된 ‘공수표’인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50퍼센트 상향을 지지하고 나서는 혼란을 보였다. 이런 기류는 민주노총 신임 지도부가 동요와 혼란을 보이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또, 사회적 합의 문제는 이번 노사정위 협상 결렬로 대안에서 배제된 듯한 착각이 들게 하지만, 노사정위를 우회하는 방식의 부문별·지역별 사회적 합의기구는 계속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 종료와 함께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기구나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대타협기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공운수노조는 기재부와의 실무협의 테이블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과급 양보나 임금피크제 조건부 수용 같은 양보론을 논의하려는 듯하다.

이런 양보론은 흔히 계급 격차 축소를 통한 계급 단결 방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협소한 부문의 이해를 넘어 계급의 이익을 고민하는 진지한 활동가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개혁의 동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소치로,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다. 영국 노동당은 1970년대 중반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도움을 받아 임금을 억제하는 “사회협약”(Social Contract)을 맺으려 했는데, 이때 그들은 더 나은 처지의 노동계급이 임금을 자제해야 취약한 처지의 노동자들이 임금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합리화했다.

계급 격차 축소를 부르짖는 일부 좌파 활동가들은 공무원연금이나 기업 복지를 사실상 방어하지 않고, 호봉제를 무너뜨리려는 임금체계 개악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들은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 맞받아치는 식의 투쟁이 기득권 사수로 보일 뿐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서 단결과 연대를 고취한다. 계급의 단결은 노동자들의 조건을 비교적 균일적으로 만들어 줄 초기업적 협약을 통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 자신의 투쟁을 통해 이뤄 나갈 수 있다.

계속되는 박근혜의 공격과 6~7월 투쟁

공무원연금 개악을 강행한 박근혜 정부는 취업규칙 변경기준 완화를 통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민간과 공공부문 모두에서 추진하려 한다. 청년실업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기업들의 노동비용 부담을 줄여 주는 게 진정한 목적이다. 곧이어 일반해고 요건 완화도 도입하려는 것을 보면, 정년 보장은 허울일 뿐인 임금 삭감 정책인 셈이다.

박근혜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 공공부문 2차 정상화 등을 막기 위해 실질적인 파업을 준비해 가야 한다 5월 28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통쾌하게 무산시킨 정부의 임금피크제 공청회 ⓒ조승진

정부는 공무원 임금피크제도 도입하겠다고 한다. 연금 받는 나이를 늦추고는 그에 맞춰 일을 더 하고 임금은 더 적게 받으라는 것이다. 복지비를 줄이려고 더 싼 보수에 더 오래 일 시키는 정책을 사용하면서, 청년 일자리 문제를 장년 탓으로 돌리는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짓이다.

새누리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통상임금과 노동시간단축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또, 정부는 철도와 LH 등 공공부문 민영화 추진 계획도 내놨다.

이와 같은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구조개악 ‘가이드라인’에 맞서 ‘즉각 총파업태세’를”를 촉구하고 나섰다(위원장 성명). <노동자 연대>는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악의 일부 사항을 국회로 넘기고, 다른 일부 사항은 가이드라인으로 관철할 때 노동조합이 흔히 중앙 차원의 투쟁 전선으로 대응하기보다 ‘사업장별 임단협 대응’과 ‘국회 대응’으로 초점을 이동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상균 위원장이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 태세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반갑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국회 차원의 노사정 대화를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보도도 있다. 아직 그 상이 분명하진 않지만, 가이드라인 저지 투쟁이 아직 떠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대응에 매달리는 형국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국회 상황을 보면 국회 대응이라는 것이 새정치연합에 기대는 것이기 십상인데, 최근 새정치연합이 밝힌 구상은 ‘공무원연금 개악안 합의 모델을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악에서 새정치연합이 한 구실은 공무원노조를 붙잡고 양보를 강요하는 한편, 실제로는 그것보다 더 형편없는 안을 새누리당과 타협하는 것이었다.

자칫 민주노총의 ‘대화’ 구상은 한국노총이 투쟁을 철회하고 어물쩍 협상장으로 돌아갈 명분을 주고, 국회 대응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민주노총 산하 산별연맹 지도자들도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투쟁보다 협상에 매달리라는 압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5월 투쟁이 힘겨웠던 탓에 6월 총파업 태세 구축이 그리 쉽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악 이후 전교조 법외노조화와 임금피크제 도입 같은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좌파 활동가들은 다시금 금속 등에서 계획된 파업이 실행될 수 있도록 기층 조직화에 나서야 하고, 6월 말과 7월 초 대규모 집회가 투쟁의 활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노총 4 · 24 총파업을 돌아보며 내다봐야 할 점들"을 보시오)

ⓒ<노동자 연대> 150호 | 발행 2015-06-08 | 입력 2015-06-06

민주노총 4·24 총파업을 돌아보며 내다봐야 할 점들

최일붕

지난해 연말 민주노총에 좌파 지도부가 새로 등장했다. 10여 년 만이다. 경제 상태가 매우 안 좋을 때 좌파 지도자가 노동조합 운동의 좌파를 이끌게 된 것이다. 심각한 경기 침체를 예시하자면 첫째, 대기업들이 인적 구조조정(감원)을 하고 있었다.

둘째, 실업률이 매우 높다. 특히 청년 실업은 ‘IMF 공황’기였던 1999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셋째, 복지가 축소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나라에서도 이미 긴축이 시작됐다. 그 한 표현이 바로 공무원연금 공격이다. 상하수도에 민간 자본을 도입해 사실상 민영화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것도 바로 긴축의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가 긴축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재정 불건전성’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특권’을 누려서가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 위기의 지속으로 기업들로부터 세금이 잘 걷히지 않기 때문이다. 3년 연속 세수 부족 사태가 진행돼 왔다. 지난해의 경우 조세 수입은 무려 10조 9천억 원이 부족했다.

이윤율 회복을 위한 정부와 기업주들의 노동자 공격이 줄기차게 계속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편이 대표적이다. 민주노총 4·24 총파업의 핵심 쟁점도 사실상 공무원연금과 노동시장 구조 개편이었다.

이런 경제 상황과 공격은 노동계급에 상당히 위협적이고 노동계급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낸다. 경제 위기 심화 전에 노동자 투쟁이 고양되고 잘 풀렸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이 더 자신 있게 대처해 오히려 노동자 투쟁 수위가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노동자들의 자신감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이다.(물론 자신감이 붕괴된 운동 침체기도 아니다.)

그래서 4·24 총파업에는 민주노총 조합원의 3분의 1 정도가 참가했다. 연가파업, 4시간짜리 파업, 또 소위 ‘간부파업’을 포함해서 말이다.(사실, 노조 ‘간부’는 상당수가 생산 현장에서 생산수단을 가동하지 않으므로 ‘간부파업’이라는 것은 사실상 형용모순이다. 이것은 노조 관료들의 용어다.)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어중간했던 4·24 민주노총 총파업 당시 서울광장에 모인 노동자들. ⓒ이미진

조합원의 3분의 1이 참가한 경고성 하루(또는 단시간) 파업은 사실 별것 아니다. 자본가들의 신문을 봐도 알 수 있었다. 어느 자본가 신문도 민주노총 파업 얘기를 간단하게 언급한 것 말고는 ‘야 이거 큰일났다. 우리 이윤 왕창 날아가게 생겼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곳은 없었다. 그만큼 파업이 별로 위협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4·24 파업은 민주노총 안에서 은근한 보이콧과 비협조에 직면했다. 중앙파 관료들과 국민파 관료들이 대부분 거의 협조하지 않았다. 전국회의 계열(NL 계열)과 좌파 계열만이 다소 움직였다. 이런 상황에 비춰 보면 그래도 27만 명이 파업에 참가했으니 이럭저럭 성공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요컨대 4·24 ‘총파업’은 어중간했던(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 내부의 정치적 조건에 비춰 보면 이럭저럭 선방했다고 할 수 있는 반면, 현재 지배자들의 공격에 맞서 요구되는 투쟁 수위와 진정으로 필요한 이윤 파괴력에 비하면 별것 아닌 형식적 파업이었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놀라지도 않았고, 파업이 끝나자마자 오히려 반격을 하고 있다.

게다가 노동자들은 공무원노조와 철도노조, 기아차노조 등의 지도자들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합의안을 만들어 와 조합원들에게 강요하는 사태를 목도했다.

경제 위기 지속에 동반하고 있는 정치 위기

1월 하순경 박근혜의 지지율은 29퍼센트로 취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박근혜 재임 2년 동안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평가를 물었을 때도 부정적 평가가 63퍼센트로 취임 후 최고 수준이었다.

게다가 성완종 게이트가 있었다. 박근혜 대선자금까지 문제 된 대형 부패 추문이었다. 전부터 <노동자 연대>는 이 정권이 군사독재 정권 시대부터, 아니 더 거슬러 올라가 일제시대 친일파로부터 비롯한 극도로 썩어빠진 자들이므로 부패 문제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근혜 임기 첫해에 국가기관 대선개입에 대한 항의 운동이 일어난 것에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것에도 주로 부패 문제가 연관돼 있었다.

그런데 성완종 게이트에는 새정치연합도 연루돼 있었다. 사람들은 1990년대부터 민주당의 부패 추문을 봐 왔는데, 더욱 노골적인 경우를 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일을 보면, 이제 대중이 민주당(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 상황에서 또 하나 살펴볼 측면은 우려한 대로 동아시아 긴장이 계속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의 두드러진 특징은 미국이 노골적으로 일본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브루스 커밍스가 미국은 이미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부터 지금까지 지난 70년 동안 아시아에서 일본을 한국보다 중시해 왔다고 지적했는데, 이 점이 이번에 매우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위선적으로 해 오던 미사여구마저 벗어던지고 이제는 일본의 과거사 왜곡까지 노골적으로 편들면서 중국과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또, 이를 위해 한국한테 일본과 동맹을 하라고 등을 떠밀며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래서 남한의 지배계급은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박근혜 정부는 매우 분명하게 미국의 조치들을 지지하지만, 지배계급은 중국과의 관계도 있기 때문에 그냥 단순히 친미 입장만 노골적으로 취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와 남한 지배계급의 입장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박근혜도 때때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다.

지금까지 간단히 요약한 경제적·정치적 상황으로부터 새정치연합 왼편의 포퓰리스트들의 지지가 올라갈 법하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새정치연합은 중도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포퓰리즘이란 국민 가운데 반동적인 부분(독재 정권 잔당, 재벌, 공안 세력과 우익 등과 같은 집단들)을 제외한 나머지가 계급을 가로질러 연대(소위 말하는 ‘사회적 연대’의 의미)하자는 운동이다. 노동계급의 투쟁이 강력하지 못하니까 포퓰리즘이 지지를 많이 얻는 것이다.

새정치연합도 부패에 연루돼 있고 썩어빠졌기 때문에 정의당 같은 정당으로 대중의 관심이 옮겨갈 법한 상황이다. 물론 진보당도 대표적인 포퓰리즘 세력이다.(진보당은 강제로 해체됐지만 그 세력은 존재한다.)

이런 포퓰리즘 득세의 사례를 들어 보면 첫째, 최저임금 문제다. 당연히 <노동자 연대>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지지한다. 좌파들도 모두 지지한다. 그런데 지지의 방식이 다르다. 적잖은 민주노총 좌파들이 최저임금을 가장 중요한 요구로서 제기하는 것은 포퓰리즘적이다. 왜 그런가?

민주노총은 주로 정규직 노동자들로 이뤄진 조직이고, 비정규직 조합원들도 최저임금을 받을 만한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런 조건에서 민주노총의 파업 요구 중 최저임금을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다면 파업이 잘 안 될 것이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맥도날드 같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현 정세에서 파업할 역량은 없는 듯하다. 자기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생활조건보다 미조직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등 더 열악한 처지를 배려한다면서 국민적 호평을 받고 그래서 계급을 초월해 국민적(민중적 또는 ‘대중적popular’) 지지를 받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적이다.

게다가 박근혜와 청와대, 새누리당이 모두 최저임금 인상을 언급했고 무엇보다 새정치연합이 의욕을 가지고 달려들었다. 지배계급의 일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는 것에 크게 영감을 받아 개혁주의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가장 중요한 요구로 제기했다. 이는 계급을 초월해 국민적으로 단결하자는 것이다. 물론 재벌들의 반대에 가로막히긴 했다.

올해 초 민주노총의 일부 상근간부들은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1만 원을 부각시키자 순식간에 시민·사회단체 1백 몇십 곳이 지지하더라” 하고 뿌듯해 하며 말했다. 이것은 포퓰리즘적 사고이다. 민주노총이 자신의 투쟁을 전투적으로 벌이면서 다른 노동자 부문의 투쟁을 정치적으로 고무하는 것이 ‘민중의 호민관’ 구실을 하는 것이다. 2013년 12월의 철도 파업이 그런 단초를 제공하는 듯도 했지만, 철도노조와 민주노총 지도자들의 소심함 때문에 그냥 암시로 끝났을 뿐이다.

포퓰리즘의 둘째 사례는 국민연금·공무원연금 연계론이다. 공무원연금을 좀 깎아서 국민연금을 올리자는 것이다.(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 투쟁에 나섰다. 이것이 바로 개혁주의의 모순이다. 이런 일을 보면 좀 황당하게 느껴질 것이다. ‘아니, 공무원연금 깎아서 국민연금 올리자는 사람들이 왜 공무원연금 깎는 것에 반대하는 운동에 나서? 무슨 속내일까?’ 하고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앞뒤가 안 맞고 모순된 게 바로 개혁주의다.) 이런 사람들의 정치적 지향은 ‘사회연대전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있다. 이것도 계급을 초월해야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 ‘전략’이다.

셋째 사례는 민주노총이 ‘성완종 게이트’ 항의를 회피한 것이다. 과거에 민주당은 부패 추문에 크게 연루되지 않았으므로 민주노총 지도부도 민주당과 제휴해 정부·여당을 공격했었다. 그런데 민주당도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국가 안에 똬리를 틀었고 그 안에서도 만만찮은 기반이 생기자 그들도 아주 썩어빠지게 됐다. 그래서 그들도 부패 사건이 터지면 영락없이 걸려든다. 민주노총 지도부 상당수가 성완종 게이트로 새정치연합과 제휴하는 것이 불가능하자 아예 성완종 게이트 부패 추문 문제로 정부·여당 공격하는 것을 피하자는 식의 생각을 했던 듯하다.

산업화가 비교적 늦게 시작된 신흥국들에서 노동운동은 노동자주의(전투적 노동조합주의) 성향과 포퓰리즘 성향의 상호 스며듦을 드러낸다. 이 상호침투의 효과는 위에서 언급된 사례들에서 보듯이 개혁주의의 발전이다. 계급을 초월해 국민적으로 단결하자는 포퓰리즘은 계급투쟁을 무디게 만들기 때문이다.

노동계급 정치조직들이 중심이 돼, 정치적 성격과 경제적 성격이 통일된 노동계급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의 통일을 향하여

정부가 사용자들의 공세를 총괄적으로 조율하는 경향이 빈번히 나타나는 장기 경제 불황 속에서는 노동조합 쟁점들이 더 넓은 사회적·정치적 쟁점들과 융합돼야 한다. 물론 이 방식은 즉각적이거나 직접적이지 않을 수 있다. 예컨대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과 민주노총 투쟁이 통일됐어야 했던 경우를 살펴보면, 노동자들의 의식 수준,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형식적 접근,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노동자주의나 포퓰리즘 성향 그리고 이 둘의 상호침투 때문에 쉽사리 맞물리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4·24파업의 요구들에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관련 요구가 포함돼 있었음에도 노동계급 운동이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을 이끌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융합 노동조합 쟁점들은 더 넓은 사회적·정치적 쟁점과 융합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조승진

물론 노동계급이 천대받는 다른 사회집단들을 이끄는 일(그람시는 이를 ‘헤게모니’라고 불렀다)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1987년 6월항쟁은 처음에 학생과 청년이 앞장섰지만, 날이 갈수록 노동자들의 참가가 급속히 늘어, 1백50만 명가량이 시위에 참가해 정점을 이룬 6월 26일쯤에는 압도적으로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서울은 서비스·사무직 노동자들이 많았고, 안양·군포 등지는 6월 10일 첫날부터 공장 노동자들이 안양시청 앞에서 시위하면서 안양경찰서를 공격하기도 했다. 부산 같은 데서도 초기부터 사상공단과 사하공단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따라서 사회적 구성 면에서 보면, 즉 참가자로 보면 6월항쟁은 노동자 투쟁이었다. 6월항쟁이 6·29라는 양보를 얻어 내면서 사용자에게도 맞설 자신이 생긴 노동자들은 7·8·9월 중순까지 투쟁을 벌였다. 그때 정치적 구호가 나오지는 않았다. 1988년이나 1989년에도 이런 점에서 약간 굼뜬 면이 있었다.

그러나 노동운동이 강력해지면서 노동자 조직이 강화되고 이 노동자 조직들이 노동법 개정과 반민주악법 폐지, 부패 청산 등을 비롯한 다양한 정치적 요구들을 제출하고 싸웠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1993년 김영삼 민선 민간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군부가 정치 일선에서 밀려났다. 군부독재는 1987년 항쟁으로 즉각 타도된 게 아니었다. 몇 년에 걸친 투쟁 속에서 역전될 뻔한 위험도 있었다. 1990년에서 1991년 사이가 그랬다. 그런 상황에서 노동자 조직들이 정치적 민주주의에 기여했다. 이런 상황 전개는 1996년 12월 26일부터 이듬해 1월 12일까지 지속된 민주노총 총파업 때 정점에 도달했다.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 같은 정치 문제에서 노동자들이 즉각적으로 정치적 행동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크다. 그래서 일부 초좌파 단체들이 지난해와 올해 세월호 항의 운동에서 그랬듯이 ‘박근혜 퇴진을 앞세우지 않는 투쟁[파업 포함]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노동계급의 투쟁과 조직이 정치적 민주주의를 증진시키는 메커니즘을 다소 피상적으로 이해한 결과다. 특히, 노동자들의 투쟁이 노동자들의 의식과 조직을 고취시키고 노동자 조직들이 정치 세력으로 발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정치적 노동조합운동은 사고의 출발점 자체를 사회 전체, 나라 전체에 둬야 한다. 세계 경제 위기, 세계 제국주의 상황, 한반도(남북한 모두) 정치 상황 고려에서 출발해 그다음으로 자신이 처한 조건들을 고려해야 한다. ‘내가 우리 노동조합의 문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데 나라는 무슨 나라고, 사회는 무슨 사회냐’ 하는 사고방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들은 평생 걸려도 시야를 확대할 수 없다. 처음부터 세계와 국가라는 시야를 확보하려는 습관을 들여야만 자기 문제로도 제대로 싸울 수 있다.

맺으며

한상균 지도부의 정치적 약점이 예상보다 일찍 나타나는 듯하다. 물론 그는 다른 지도자들에 의해 포위돼 있다. 그러므로 그를 포함한 노조 지도자층이 도대체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 하는 물음을 던져야 한다. 주로 경제 위기가 심각해서 그렇다. 경제 위기가 심각하니까 사용자들도 양보를 안 하려 하고, 심지어는 자기들이 과거에 양보했던 것마저도 되찾아가려 한다. 예를 들면, 철도 근속승진제나 서울대병원 노조원 자녀학자금 같은 문제들이다. 한때 양보했던 개혁도 회수해 가는 판에 교섭으로 새로운 양보를 얻어 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이것을 교섭 전문가들(노조관료와 개혁주의 정당 정치인)도 잘 알기 때문에 몸을 많이 사리는 것이다.

그러면 또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아니 좌파 지도부를 세워 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 올라가자마자 다른, 우파 지도자들과의 유대를 더 중시해 관료의 집단적 입장으로 용해되는데? 무엇 때문에 특별히 그들을 지지해야 하지?’

그러나 아래로부터의 힘이 강력하면 관료 내부에 균열이 생긴다. 지금은 아래로부터의 힘이 강력하지 못해 관료 내에 균열을 충분히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으므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참을성을 갖고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결코 조급해서는 안 된다. 초좌파에 대해 레닌이 비판한 핵심 주장은 자본주의적 의회, 자본주의적 선거, 개혁주의 정당, 보통의 노동조합이 비록 혁명가들에게는 폭로됐을지라도 광범한 수만·수십만 노동자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성급하게 그들을 폭로하고 신경질적으로 매도하면 안 된다. 균형 있게, 개혁주의자들이 잘한 점은 잘했다고 말하고 날카로운 비판을 하되 입에 칼을 물고 웃으면서 그래야 한다. 대중에게 입증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그들과 공동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근본적 사회 변혁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중심이 돼서 저항을 아래로부터 조직하지 않으면 결국 노조 지도자를 통제하기가 매우 어렵다. 공무원노조 내에서 마르크스주의자 몇 명이 잘 조직돼 있으니까 하다못해 이충재한테 압박을 가할 수 있었다. 철도노조 같은 곳에서는 삭감 반대 네트워크 같은 것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정치적으로 각성돼 있고 훈련받은 몇몇 반자본주의 투사들의 단단한 조직이 사업장에서 존재하지 않으면 비상한 상황이 닥쳤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조직이 존재한다면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좌파 노조 지도자를 비판적으로 지지하며 기층에서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특히 마르크스주의적 사상으로도 조직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미래를 위해 지금 투자할 가치가 있다.(▶ "남은 상반기 투쟁을 위한 4~5월 투쟁의 교훈"을 보시오)

ⓒ<노동자 연대> 150호 | 발행 2015-06-08 | 입력 2015-06-06

8~9월 노동시장 구조 개악 추진과 국회 논의기구 민주노총,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촉진하려 애써야 한다

김하영

박근혜는 하반기 최우선 국정과제로 “노동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7월 16일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 등을 만나 ‘상반기에 공무원연금 개혁에 주력했다면 그 다음은 노동개혁’이라며 하반기 국정과제를 지시한 것이다.

김무성은 “당력을 총동원해” “표를 잃을 각오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화답했고, 7월 22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는 새누리당에 노동개혁 특위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등 1단계 개혁과제를 계속 추진하는 한편, “유연안전성 제고”를 위한 2단계 개혁방안을 마련·추진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관계부처 합동).

△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 간 이간질에 맞서야 한다. ⓒ조승진

9월 중에 발표하겠다는 2단계 개혁방안에는 일반해고 요건 완화와 전환배치 등 인력운영에 관한 경영권 강화, 기간제와 파견제에 대한 고용 규제 개편, 실업급여 개편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장관 이기권은 고위 당·정·청 회의 바로 다음 날 주요 기업 인사·노무 담당 임원들을 만나 일반해고 요건 논의를 올해 임단협에서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동개혁의 핵심 의제로 임금피크제, 임금체계 개편을 강조한 데 이어, 일반해고 요건 완화 문제도 수면 위로 올린 것이다.

이와 같은 정부·여당의 대응은 박근혜가 필사적이고 조급하게 “노동개혁” 추진에 달려들고 있음을 보여 준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 문제와 관련해 상반기를 많이 까먹었다. 여기에는 정치적 요인(부패 스캔들, 세월호 정국, 메르스 무능 등)이 주된 영향을 미쳤지만, 노동자들의 저항도 한몫을 했다. 민주노총이 연초부터 투쟁에 나선 것에 영향을 받아 한국노총이 이탈해 노사정위 협상은 파탄을 맞았다.

그럼에도 상반기에 정부·여당은 박근혜 노동공세의 “최전선”이었던 공무원연금 개악을 이룰 수 있었고, 이를 하반기 노동시장 구조 개악 추진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악을 이루지 못했다면, 하반기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추진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이 점에서, 노동운동이 공무원연금 문제에 취약성을 드러냈던 것은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다.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이간질을 통한 각개격파 전술, ‘철밥통·노동귀족·조직노동자 이기주의’ 공세를 앞세운 양보론, 사회적 대화 기구 참여 문제 등)은 하반기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 과정에서도 재현될 공산이 크다. 이에 관한 교훈을 이끌어 내려 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본지 150호 ‘하반기 투쟁을 위한 상반기 투쟁의 교훈’을 보라.)

파업 일정 미리 잡고 지금부터 조직해 나아가야

박근혜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하반기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포한 만큼 민주노총의 하반기 주요 과제도 이를 저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올초 대의원대회는 11월 ‘모든 노동기본권 쟁취’ 총파업 계획을 결정했는데, 이제는 그 전에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 투쟁 계획이 필요하게 됐다.

이에 따라 7월 23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정부 구조개악 강행 시 총파업 돌입” 기조 유지, “국회 논의기구” 추진 등을 결정했다.

그런데 “강행 시” 총파업 지침은 무엇을 강행으로 볼 것인지 모호한 점이 있다. 가령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안’ 발표를 “강행”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발표와 법 개악안 통과를 “강행”으로 볼 것인가?

만약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발표와 법 개악안 통과를 “강행”으로 본다면, 개악안이 논의되고 날카로운 갈등이 벌어지는 중요한 순간에는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파업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 된다.

그러면 그 공백을 “국회 논의기구”가 메우게 되고, 중심이 거기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4·24 파업은 노동시장 구조 개악이 관철된 다음 ‘뒷북치기’ 항의로는 사태를 변화시키기 어려우므로 사전에 효과적인 저항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조직됐다. 이에 따라 기층의 좌파 활동가들도 두 달 가까이 현장에서 파업을 주장하고 조직할 수 있었다.

△ 사전에 저항을 조직하는 게 필요하다. 7월 15일 민주노총 2차 파업. ⓒ이미진

이런 문제의식을 이어가야 한다. 정부의 개악 추진 방안이 발표될 9월경으로 파업 일정을 정하고 지금부터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효과적일 것이다.

민주노총은 9월과 10월 공공부문 파업 성사와 이를 민간부문으로 확대하는 일에 힘을 실어야 한다.(공공운수노조 등은 9월 11일 1차 파업, 10월 2차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또, 하반기에 임원 선거를 치르는 금속노조를 비롯한 노조들이 선거 기간일지라도 민주노총의 파업 지침을 이행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기층의 활동가들이 선거운동을 활용해 투쟁을 주장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부 노조 지도자들은 7·15 파업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며 총파업 ‘재고’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투쟁 피로증’ 얘기 속에, 11월 ‘총파업’ 계획을 ‘총궐기’로 축소하려는 기류마저 있다.

그러나 ‘개혁 피로증’이라는 말이 개혁이 잘 안 될 때 나오는 말이듯이, 진정한 문제는 파업이 효과적으로 조직되지 못한 것이지, 파업을 계획한 것 자체가 아니다.

7·15 파업은 정부의 가이드라인 발표가 계속 늦춰지는 것과 함께 연기되면서, 뒤늦게야 촉박하게 그 일정이 잡혔다. 4·24 총파업 이후, 공무원노조 당시 집행부가 공무원연금 개악에 합의하면서, 전선이 이완되고 4·24의 탄력이 살아나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를 바로잡으며 투쟁을 효과적으로 조직하는 것이다.

국회 논의기구 참가 추진을 우려하는 이유

이와 관련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다루는 국회 논의기구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 “일방 강행 저지”를 목표로 새누리당·새정치연합·정의당에 국회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정부 개악안의 철회를 전제로, 노사정위가 아닌 국회 논의기구에서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논의하자고 요구한 것이다.

흔히 그렇듯이, 이런 결정을 지지한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할 것이다. 정부의 일방 강행을 폭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부터 진정으로 사회적 합의를 기대하는 의견까지, 또한 투쟁으로는 안 되니 국회 대응에 주력하자는 의견부터 투쟁 조직이 가능해 보이는 11월경까지 시간 벌기용으로 활용하자는 의견까지.

국회 논의기구 같은 제안은 복수의 상대가 있는 안이므로, 그 결과가 어떤 사람들의 기대에 근접하게 전개될지 미리 장담할 수는 없다. 각 정당만이 아니라 그 기구를 둘러싼 여러 조건들과 세력관계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선, 새누리당은 ‘노사정위가 있는데도 별도의 타협기구를 만드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라며 민주노총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면서 기존 입장대로, 일부 쟁점은 노사정위 논의를 통해 행정지침으로 추진하고 법 개정 사안은 환노위와 국회 특위에서 야당과 협상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이런 반응은 예상 가능했던 일이다. ‘민주노총도 노사정위에 들어오라’고 사족을 붙이긴 했지만, 한국노총하고만 대화해도 족하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것이 정부와 새누리당의 “일방 강행” 양상을 폭로하는 데 일조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근혜의 일방성과 불통은 대중에게 새삼스럽지 않다. 오히려 그것을 누가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가 진정한 관심사다.

몸값을 띄워주며 노사정위 복귀를 호소한 새누리당의 입장에 대한 한국노총의 셈법은 무엇일까? 아직까지 한국노총은 ‘치명적 의제’(취업규직 불이익 변경과 일반해고 요건 완화)를 제거하지 않으면 노사정위에 복귀할 수 없다며, 민주노총과 함께 국회 논의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 국회 논의기구는 ‘기울어진 운동장’일 뿐 아니라 투쟁의 발목을 잡는 구실을 할 수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그러나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에 투쟁 압박을 넣던 지난 4월과는 달리, 사회적 대화기구 추진에 공조하는 현 상황에서는 한국노총 내에서 온건파(노사정위 복귀파) 쪽으로 힘이 실리는 역설이 빚어질 수 있다.

양보 강요

물론 정부가 워낙 강경하게 나와서 노사정위 대화 재개가 불발되고, 결국 국회 논의기구가 (변형된 형태로) 구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제안한 국회 논의기구가 만들어졌다 해서 노동자 측에 유리한 결과가 빚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런 종류의 사회적 대화 기구를 구성할 때 정부와 여당의 목적은 명확하다. 경제 위기를 이유로 노동자들의 양보를 설득하려는 것이다.

흔히 진보 성향의 정부가 집권했을 때 사회적 대화가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고 여기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역사적 경험을 보면, 보수적 정부 하에서도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일방적 개악 추진을 (막기는 어렵다고 보고) 조금이나마 완화시키고자 사회적 대화에 참여했다.

흔히 국민경제를 살리는 데 노·사·정이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으므로 그런 기구가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가정한다. 가령 정부가 기업 편만 들지 말고 국민의 이익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거나, 조직 노동자들도 자신들만 생각해선 안 된다는 얘기를 흔히 한다. 그러나 결국 양보를 요구받는 쪽은 거의 언제나 노동자들이다.

정부와 노동조합의 갈등이 큰 상황에서는 기성 야당이 중재자로 나서면서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한사코 거부하면서 국회 논의기구에 기대하는 것도 바로 중재다. “사회적 갈등의 중재자이자 민의의 대변자로서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기성 야당은 결코 공정한 중재자가 아니다.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 개혁의 방식과 속도, 그리고 정도에 약간 이견이 있을지 몰라도 개혁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가령 2012년 문재인은 정규직의 임금 인상 자제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최근에도 문재인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방식으로 노동개혁을 하려 하면 실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만 강조할 뿐, 노동개혁 자체에는 분명하게 반대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악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태도도 바로 이런 것이었다. 당시 국회 논의기구에서 새정치연합이 한 구실은 공무원노조를 설득해 양보안을 수용하게 하는 한편, 그보다 더 형편없는 안을 새누리당과 타협하는 것이었다.

당시 정의당의 구실은 새정치연합보다 훨씬 부차적이었지만, 정의당도 공무원연금 개악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는 입장에 섰다.

이번에도 이 정당들은 노동자들 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조직 노동자들의 양보가 불가피하다고 설득할 것이다.

그리고 일부 노조 지도자들은 이런 양보를 권력자들의 고립화 전술에 맞서는 “공세적” 대응이라고 포장하며 수용하자고 나설 수 있다.

수동화

일부 노조 지도자들은 국회 논의기구로 정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도 보지 않고 불필요하게 타협하려는 것도 아니지만, 투쟁 동력을 장담할 수 없다고 여겨 궁여지책으로 이런 정책을 지지했을 수 있다. 11월 파업까지 정부 공격을 지연시키는 전술로서 말이다.

그러나 8~9월을 국회 논의기구로 돌파하려 한다면 오히려 11월 파업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국회 논의기구에 관심이 집중되고 무게가 실리면, 조합원들을 수동화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회에 무엇을 요구하는 게 불가능하거나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률 개악을 반대하거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아래로부터의 노동계급 투쟁을 촉진하려 해야지, 국회 대응을 우선시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지도자들의 협상 기술이 대중 행동을 대체하게 된다. 그러나 대중 행동의 뒷받침이 전제되지 않는 교섭은 결코 노동자 측에 유리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8~9월 국면 돌파가 쉽지 않더라도 기층의 투쟁을 실질적으로 준비하는 데서 돌파구를 찾아야지, 황금 같은 시간을 국회 논의기구 참여로 메우려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전술적 활용이라며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오히려 현재의 구체적 상황 속에서 투쟁에 부정적 효과를 낼 것임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노동자 연대> 154호 | 발행 2015-08-17 | 입력 2015-08-15

이렇게 생각한다 노동시장 구조개악 강행 위험, 지금이(9~10월) 저항할 때다

이 신문이 인쇄에 들어가기 직전인 오늘(9월 11일) 오전, 정부(합동브리핑)는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다음주 초부터 당정협의를 진행하는 등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밀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정부는 두 가지를 노리는 듯하다. 첫째, 노사정위 막판 타결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노동계와 경제계에 조속[한] 결단”을 촉구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강행 추진 예고는 타협 결렬로 이어지기보다 오히려 막판 합의 촉진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올해 상반기 공무원연금 개악 과정 때 이런 일이 벌어졌다.

당시 새누리당은 실무기구(공무원연금 ‘개혁’ 대타협기구의 후신)에서 합의안이 나오지 않더라도 5월 1일까지 국회특위에서 개악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결국 실무기구는 5월 1일에 맞춰 공무원연금 개악 합의안을 냈다.(이 합의에 공노총과 교총뿐 아니라 민주노총 가맹조직인 전공노의 이충재 당시 집행부도 서명했다.)

흔히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우리가 반대하더라도 개악이 추진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이런 협상에 매달리곤 한다. 자신들이 타협에 나서지 않으면 더 나쁜 안이 관철될 것이라면서 말이다. 한국노총이 막판 타결로 이끌릴 위험이 적지 않은 이유다.

정부의 노림수는 둘째, 명분 쌓기다. 노사정위 타결이 안 돼 정부 주도로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강행하더라도, 대타협을 위한 노력을 할 만큼 했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 물론 노사정위 타결을 이루지 못한 채 국회 논의에 들어가면 여러 난관에 봉착할 수 있어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시간의 촉박함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 길을 택할 경우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심화되는 경제 위기, 박근혜가 한·중 정상회담 등 외교적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정치 상황, 꾀죄죄하고 한심한 새정치연합, 노동계 저항 가능성의 불투명성 등은 정부가 이런 길을 택할 수 있는 조건이 되고 있다.

노사정위 논의 중단 촉구와 논의 개입, 둘 다?

어느 경우이든, 이 신문의 지난호 사설 ‘이렇게 생각한다’(필자의 논설, ‘민주노총 하반기 투쟁 계획에 부쳐’로 대신한 글)에서 강조됐듯이, “9~10월 투쟁이 매우 중요”한 상황임을 보여 준다. 그 글은 “무엇보다 투쟁의 형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일들이 이때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말과 다음 주초는 노사정위 타결 또는 정부 주도 노동시장 구조 개악 강행의 기점이 될 수 있다. 만약 노사정위 대타협이 이뤄진 후 국회 법안 논의로 넘어가면, 그때 가서 이를 막기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노사정 막판 타결을 막거나, 설사 타결되더라도 한국노총 지도부가 결코 노동자 대중을 대변하지 않음을 보여 주는 대규모 저항을 지금 조직해야 한다.

정부가 다음주 당정협의를 시작으로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추진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민주노총은 “노동시장 구조 개악 강행시 즉각 총파업 돌입” 결정대로 투쟁에 들어가야 한다.

민주노총은 “노동시장 구조 개악 강행시 즉각 총파업 돌입” 결정대로 투쟁에 들어가야 한다 9월 2일 서울역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 ⓒ조승진

이런 급박한 상황에 비춰 봤을 때, 민주노총 지도부가 지난 10일 ‘노사정위 논의 중단 촉구’ 농성을 아무런 후속 투쟁지침 없이 종료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

상당수 노동조합 지도자들이나 활동가들은 당장 투쟁을 배치할 동력이 있는가 하는 회의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지난 몇 달 동안 제시하거나 실천한 방향이 조합원들의 투쟁 기대감을 높이는 효과를 내기보다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니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가령 노사정위에 대한 민주노총의 태도는 표면적인 단호함과는 달리 내부적 혼란을 드러냈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는, 대타협이 성사되느냐에 관계없이 복귀만으로도 (정치적 상징으로서) 효과를 낼 것이 뻔했다. 그것은 주요 공기업들의 급속한 임금피크제 합의와 투쟁 전선의 동요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 전에 강력한 반대 압력을 형성하지 않았다(한국노총 기층에서 상당한 반발이 있었음에도). 그 전에 민주노총과 야당이 국회 논의 등 ‘사회적 합의’의 군불을 피운 것도 (의도치 않았을지라도) 한국노총이 노사정위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좀 더 쉽게 만들어 준 면이 있다.

더욱이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데도 그 가맹조직인 공공운수노조는 노사정위 내 ‘임금피크제 원포인트 협의체’ 논의에 한국노총 산하 공공부문 노조들과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애초 예정됐던 9월 11일 파업 계획을 12일 집회로 축소했다.

이런 문제점은 임금피크제 노·정실무협의 제안에서도 나타났다. 기재부가 ‘원포인트 협의체’ 참가를 거부했을 때 한국노총은 정부의 약속 불이행을 이유로 노사정위 논의를 거부해야 마땅했지만, ‘원포인트 협의체’ 대신 ‘노·정실무협의 기구’로의 대체를 수용했다. 노사정위 논의의 걸림돌을 치워 준 셈인데, 이를 모를 리 없는 공공운수노조 역시 이를 수용했다. 어쩌면 공공운수노조는 노정교섭이라는 점에 구미가 당겼는지도 모른다.

대안을 현실화할 물리적 힘

한편, 민주노총은 8~9월 정책 대안 제시에 공을 들였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임금피크제 등 ‘사회 여론’ 환기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그 거짓과 위선을 폭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물론 대안적 요구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의미를 가지려면 대안을 관철할 힘, 즉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뒷받침돼야 한다. 부자에게 세금을, 재벌의 사용자 책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상시·지속업무 정규직화 같은 요구는 전혀 새롭지 않다. 심지어 여론조사(리얼미터)를 보면 국민 절반 이상이 임금피크제를 통한 청년 고용이 효과가 없을 것임을 알고 있고,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대기업 사내유보금을 통한 신규채용이라고 여긴다. 문제는 그것을 현실화할 물리적 힘을 어떻게 발휘하느냐다.

일부 노조 지도자나 엔지오 또는 온건 개혁정당의 지도자들은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반대만 해서 되겠느냐’는 주장을 흔히 한다. 그러나 사실 이 주장은 대안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라기보다 정부측 개악안에 대한 일관된 반대가 아니라 타협(양보)안을 찾아보자는 얘기다.

이것은 노동운동 진영을 혼란에 빠뜨리고, 투쟁이 아니라 협상과 사회적 대화에 우위를 두는 것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정규직 과보호론의 허구를 폭로하며 투쟁 속 단결을 제시하기보다, 정규직-공공부문 방어를 수줍어 하며 양보론(가령 고통분담형 임금피크제나 임금삭감형 노동시간단축)을 기웃거리는 것은 대안을 현실화할 힘을 발휘하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앞서 인용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대한 불만이 광범하다. 당장 투쟁을 배치할 동력이 있는가 하는 회의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 보자면, 현장 조합원들은 지도부가 투쟁을 호소하면 응할 태세가 돼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현장 조합원들은 노조 지도부보다 ‘왼쪽’(지도가 제공되면 발휘될 투쟁성이라는 면에서)에 있음을 거듭 드러냈는데, 좌파 활동가들은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전에도 철도노조 강제전출 합의 부결 등 몇 가지 사례들이 있지만, 가장 최근의 사례만 꼽자면 지난 8월 29일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연가투쟁안이 통과된 것이다.

연가투쟁 폐기 수정안은 가뿐히 부결됐고, ‘활동가 연가’를 ‘전 조합원 연가’로 변경하자는 수정안은 5표가 모자라 아깝게 부결됐다. 만약 활동가들이 조합원들의 진정한 정서를 읽고 미리 전 조합원 연가를 자신 있게 설득했다면, 이것이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될 수도 있었음을 보여 준다.

투쟁들을 하나로 연결하기

비록 현재의 노동자 투쟁이 대체로 보아 차질이 빚어지기 일쑤이지만, 이것은 한국 노동계급이 약화돼서이거나 현장 조합원들이 사기저하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물론 노동자들이 스스로 투쟁에 나설 만큼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반기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는 민주노총 소속이냐 한국노총 소속이냐를 막론하고 지도부가 이끌면 싸우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었다. 이것이 좌절된 이유는 노조 지도부들이 파업을 철회하거나 사실상 힘을 싣지 않거나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한국 노동계급의 상태로는 전통적인 파업 양식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것은 그 자체로 옳지 않은 주장인데다 파업을 회피하는 소심한 노조 지도부를 정당화하는 주장이기 십상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노조 지도자들에게 의존하지 않는 총파업 주장(이상주의적)도 나온다. 노조 지도자가 소명하지 않는데도 아래로부터 현장 조합원들이 파업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라면 뭐가 고민이겠는가.

현장 조합원들이 불만과 분노는 크지만 스스로 투쟁에 나설 만큼 자신이 있지는 않은 현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진정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노동조합 지도부의 공식 투쟁 소명을 기회로 삼아 현장 조합원들의 활력과 사기를 높이는 것, 기본적으로 기층을 강화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 점에서 보면, 답답한 마음에서 실질적인 파업 조직이나 기층 강화를 가두 선도투쟁으로 대체하려는 것은 전혀 효과적이지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다.

민주노총은 9월 12일 공공부문 집회를 비롯한 일련의 투쟁들을 민주노총 차원의 항의로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 9월 19일에는 교사와 공무원 집회가 있고, 9월 17일에는 조선업종 2차 공동파업, 9월 18일에는 전국 교수대회가 있다. 금호타이어 지회는 직장폐쇄에 맞서 파업을 이어가고 있고, 현대차지부도 임금피크제-임금체계 개악 반대 등 문제로 쟁의 절차에 들어갔다.

기층의 투사들과 활동가들은 각 부문의 투쟁들이 성공적으로 벌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다른 부문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와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임금피크제와 임금체계 개악 반대, 임금 인상 등을 위해 투쟁하면서 맹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금호타이어 노동자, 조선업 노동자, 현대차 노동자 등이 성과를 거두도록 그들을 방어하고 지지해야 한다.

ⓒ<노동자 연대> 156호 | 발행 2015-09-14 | 입력 2015-09-12

후퇴를 멈추고 총파업으로!

김하영

9월 17일 전국 단위사업장 대표자 대회에서 9·23 총파업이 결정됐다. 이 대회를 소집하면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석 전 파업에 돌입하자고 제안했다.

“총궐기, 총파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사정 야합이라는 실제상황이 벌어진 지금, 때를 놓치지 말고 강력한 투쟁의 포문을 열어야 합니다. 그래야 조합원들도 우리를 믿고 투쟁을 준비하고 결의할 수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일시에 현장을 멈추고 서울로 쏟아져 나옵시다. 투쟁은 타이밍입니다. 단위사업장 대표자 동지들의 결단이 대반격의 시작입니다.”(전국 단위사업장 대표자 대회 자료집)

왜 추석 전 돌입이어야 하는가?

한상균 위원장의 지적처럼, 때를 놓치지 않고 투쟁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노사정위 야합으로 여론몰이를 하며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속전속결로 추진하려 한다. 맘대로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을 곧 발표할 것이고, 16일 새누리당의 입법 발의에서 보듯이 법 개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때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즉각 총파업에 돌입해야만 박근혜의 ‘노동개혁’ 속도전에 다소라도 제동을 걸 수 있다.

투쟁의 때를 놓치고 결국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는 것을 방치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기울었다는 생각과 무기력감에 이후 투쟁을 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 “노동시장 구조 개악 강행 시”가 아니라는 듯이, 투쟁을 미루자고 한다. 그러나 개악 법안 “국회 상정 시” 또는 “통과 시”처럼 이미 사태가 기운 다음에는 상황을 되돌리기가 더 어렵고, 그걸 뻔히 아는 노동자들이 투지를 발휘하기도 힘들다.

총파업은 노조 지도자들이 원할 때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는 주머니 칼이 아니다. 조합원과 노동자들이 커다란 분노에 휩싸여 있는 지금이 바로 투쟁의 적기다.

어떤 사람들은 총파업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민주노총 지도부가 9월 노동시장 구조 개악 강행 위험에 대비해 조합원들을 미리 준비시키지 못한 점은 돌아볼 만하다. 그러나 촉박하더라도 철든 한국인의 관심이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쏠려 있는 이 뜨거운 시기에 ‘촉박하게’ 총파업에 들어가는 게 결코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물론 하루 이틀 파업만으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저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추석 전 총파업 돌입으로 추석 귀향 여론에 영향을 미쳐야 추석 후 좀 덜 불리한 조건에서 투쟁을 이어갈 수 있다. 노동자들이 투지 있고 더 자신 있게 되면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을 함부로 부리기가 좀 더 조심스러워진다.

공은 국회(논의)로 넘어갔나?

어차피 공은 국회로 넘어갔으니 국회 논의가 본격화할 때(11월 또는 일러야 10월) 싸우자는 주장은 위에서 든 이유들로 부적절하다.

우선, 그런 주장은 법 개정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으로 당장 추진될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문제에는 속수무책인 입장이다. ‘가이드라인이 제정돼도 법 위반 소지가 있어 어차피 국회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사실상 가이드라인 제정은 보아 넘기자는 것이다.

또, 그런 주장은 국회 논의 대응에 중심을 두면서 투쟁은 압박용으로만 부차적으로 사용하려는 구상과 맞닿기 쉽다. 그러나 국회 논의에만 의존해서는 결코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저지할 수 없다.

설사 국회 논의기구가 만들어진다 해도, 그런 기구는 “일방적”이지 않은 모양새를 띨 뿐 경제 위기를 이유로 노동자들의 양보를 설득하는 구실을 한다.

국회 논의 대응에 중심을 두면 새정치민주연합과의 공조에 매달리게 되기 십상이라는 문제점도 있다. 새정연은 결코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일관되게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다. 노동개혁을 ‘사회적 대타협’으로 풀자며 대기업·정규직 양보를 주장하는 한편, 노동개혁뿐 아니라 재벌개혁도 하자는 식이다.

이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그들이 노동자들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써 온 꼼수일 뿐이다. 1997~98년 이후에도 재벌의 경제 장악력이 여전히 점점 커지고, 빈곤이 점점 증대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재벌개혁’은 실효성이 전혀 없었던 반면 정리해고제·파견제 도입은 노동자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올해 공무원연금 개악에서도 새정연은 ‘대타협’의 이름으로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강요했다.

이처럼 난점이 거듭 드러난 방식을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 투쟁에서 되풀이해선 안 된다. 비정규직, 통상임금, 근로시간 등 법 개악에 맞서려면 새정연에 의존하지 말고 국회 투쟁, 특히 대중 투쟁에 확고한 중심을 둬야 한다.

총파업을 할 현장 동력이 없나?

즉각 총파업 돌입 호소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과연 총파업을 할 현장 동력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기층 분위기는 근래 어느 때보다 괜찮았다. 심지어 한국노총에서도 지난 7월 18년 만에 압도적 지지로 총파업이 가결됐었다(89.8퍼센트의 찬성률). 총파업이 불발된 것은 한국노총 지도부가 조합원들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국회 앞 농성과 삭발로 시간을 끌다가 노사정위로 복귀했기 때문이지 현장 조합원들 탓은 아니었다.

민주노총의 기층 분위기로 말하면, 기반도 넓지 않았던 한상균 당시 위원장 후보가 총파업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것이 한 징후였다.

4·24 파업 때까지 상승하던 분위기는 이후에는 탄력을 잃고 말았는데, 주로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의 4·24 파업 비난과 이충재 전 공무원노조 위원장의 공무원연금 개악 합의가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민주노총의 경우에도 현장 동력이 문제였던 것은 아니다.

공무원연금을 둘러싼 투쟁 패배 후 급속히 총파업 불가론이 확산되고 사회적 대화(국회 논의기구)로 관심이 기울면서, 9월 노동시장 구조 개악 강행 위험에 대비한 투쟁 계획이 공백을 빚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럼에도 지금 현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현장 조합원들은 스스로 투쟁에 나설 만큼 자신이 있지는 않아도 만일 지도부가 단호하게 파업을 명령하면 따를 태세가 돼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비록 현재의 노동자 투쟁이 대체로 보아 차질이 빚어지기 일쑤이지만, 그 이유를 제대로 짚어야지, 현장 조합원 탓을 해서는 안 된다.

상반기 투쟁의 약점을 반복해선 안 된다

여기서 상반기 투쟁을 상세히 돌아보기는 어렵다. (이 신문 150호에 실린 ‘하반기 투쟁을 위한 상반기 투쟁의 교훈’을 참고하시오.) 다만, 반복해서는 결코 안 될 점 두 가지만 언급하려 한다.

첫째, 민주노총은 9·23 총파업 이후 후속 투쟁 계획을 즉시 내놓아야 한다. 4·24 총파업 이후 후속 투쟁 계획이 신속하게 제시되지 않았던 것은 약점이었다. 하루파업으로는 박근혜의 공세를 저지할 수 없으므로, 4·24를 성사시킨 자신감을 발판으로 이후 투쟁을 확대해 가야 했듯이, 지금도 마찬가지다. 4·24 이후 투쟁 공백이 있었다는 약점이 추석 후에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일회성 집회와 다름없는 ‘총파업’에 그치면 효과가 미미할 뿐 아니라 온건파들의 ‘파업 무용론’ 목소리를 키우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둘째, 산하 노조들이 펼치는 투쟁 전선의 균열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가령 이충재 전 공무원노조 집행부는 4·24 총파업 전부터 국민대타협기구에 참가하며 공무원연금 개악 수용을 저울질하다가 결국 5월 2일 개악안에 합의해 이후 투쟁 전선에 악영향을 미쳤다.

현재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 공투본에 속한 공공운수노조와 보건의료노조는 노사정위 야합이 있은 뒤에도 한국노총 산하 노조들과 함께 ‘노정 실무협의’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것은 두 노조가 9·23 총파업으로 힘을 모으는 데 장애가 될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지도부가 9월은 어렵고 10월에나 총파업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4·24 총파업 당시에도 공공운수노조는 투쟁을 6월로 미뤘는데, 이때도 한국노총 산하 노조들과 함께 기재부·노동부와의 실무협의 테이블에 참가하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제대로 맞서려면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은 노정 실무협의를 중단하고 총파업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민주노총과 계급 대표성

지금 민주노총이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서 각자의 조직 상태만을 앞세우는 것은 편협한 시각일 것이다.

우익이 아니라면 다 인정하듯이, 박근혜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은 대다수 노동자들의 삶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다. 특히, 노조가 없거나, 있어도 있으나 마나 한 노동자들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더 쉽게 노출될 것이다.

그간 민주노총 안팎에서는 과연 민주노총이 계급 대표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바로 지금 그 회의적 질문에 답변할 때다.

민주노총은 단지 조합원뿐 아니라 광범한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에도 반대해야 한다. 잘 조직된 사업장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문제를 단협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위험에 직면한 다른 노동자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는 하나의 계급이다. 우리는 운명 공동체다.

그동안 우경적 노조 지도자들은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 핑계를 대며 민주노총의 투쟁성을 잠식해 왔다. 그러나 계급 대표성을 위해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을 대변하려면 오히려 투쟁성을 칭찬하고 고무해야 한다.

“범국민적” 투쟁을 말하기에 앞서 민주노총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잘 조직된 부문으로서 제 위상을 과시해야 한다. 그러면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과, 민주노총에 회의적 눈길을 보냈던 청년들로부터 마치 2013년 연말에 받았던 것과 같은 광범하고 열정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총파업을 한다고 노동개악을 막을 수 있나?

승리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거듭됐던 양보와 후퇴를 멈춰야 한다. 이제 반격에 나서야 한다.

박근혜는 매우 단호하고 끈질기게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추진하고 있다. 소나기 피해 보자며 하나의 개악을 다른 개악의 수용으로 돌려막기 하는 식으로는 우리의 조건을 지킬 수 없다. 일반해고와 성과연봉제라는 막다른 길에 다다른 우리의 투쟁을 전면 돌아봐야 한다.

총파업에 돌입한다 해서 노동시장 개악을 모두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저들의 속도전에 다소라도 제동을 걸면서, 좀 덜 불리한 조건에서 투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처럼 부패 정권의 위기와 맞물리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을 수도 있다.

미래는 예정돼 있지 않다. 그러나 노·자간 계급투쟁이 자본주의 하에서 지속되리라는 점은 예정돼 있다. 우리가 물러서지 않고 저항에 나선다면,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노동자 연대> 157호 | 발행 2015-09-21 | 입력 2015-09-17

민주노총은 총파업으로 11월 총궐기를 뒷받침해야 한다

김하영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동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감사 직후 최우선 과제로 ‘노동개혁’ 입법 착수를 꼽으며 노사정위 후속 논의를 촉구했다. 그래서 결국 10월 13일 노사정위가 후속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들로서는 한 걸음 전진한 것이다. 교육개혁과 금융개혁 같은 나머지 4대개혁도 서두르는 양상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개혁의 일환이자, 노동자 공격과 총선을 위한 보수층 결집용이기도 하다.

노사정위는 후속 논의 중 비정규직 문제(기간제법과 파견법)를 우선 다루고, 합의사항을 11월 초까지 국회로 넘기겠다고 밝혔다. 얼마 전까지 정부와 새누리당이 노사정위 합의를 어기고 있다고 불평하며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정위가 아니라 국회에서 논의하자던 한국노총 지도부가 또다시 하루아침에 말을 뒤집고 노사정위 후속 논의에 합의한 것이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마치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 가이드라인(일반해고, 임금피크제 등 취업규칙 변경 완화) 논의를 뒤로 미루는 ‘시간 끌기’ 전술에 성공한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노사정위 후속 논의에서 기간제법과 파견법 관련 논의를 우선해 달라던 것은 정부와 새누리당의 요구였다.

지연 효과?

민주노총 조직들을 포함한 노동조합 운동 내에 은근히 퍼져 있는 ‘‘노동개혁’ 지연시키기’ 효과에 대한 기대는 두 가지 점에서 안일한 관측이다.

첫째, 노사정위에서 비정규직법 개악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 자체가 여러모로 법 개악에 탄력을 줄 수 있다. 11월 초까지 후속 논의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일단 정부·여당은 새누리당안으로 국회 논의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법에 따라 새누리당안은 11월 3일 국회 환노위에 자동 상정되고, 새정치연합이 보류하지 않는 한 곧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갈 수 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의 영향을 받긴 하겠지만, 현재 새정치연합은 정의당과 달리 법안심사소위 상정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며칠은 버텨 주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한다.)

비정규직 문제도 안심할 수 없지만, 통상임금이나 노동시간 문제 등에서 새정치연합의 입장은 위험하다. 새정치연합은 ‘노동개혁’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심지어 정규직 양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노동개혁’ 법안은 얼마든지 새누리당과의 정략적 거래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의 은수미 의원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좌담에서 당내 상황을 다음과 같이 솔직히 시인했다. “정당 간 합의를 하는 경우가 걱정이다. 그러면 환노위 의원들은 당과 싸우든지 손을 들어주든지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지도부 눈치를 봐야 하는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어디로 기울지는 비교적 명백하다.

일단 국회 논의가 시작되면 이번에는 역으로 그것이 노사정위 후속 논의 합의를 압박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그러면, 이대로 뒀다가는 최악의 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을 명분으로 한국노총 지도부는 또다시 야합에 나설 수 있다. 한국노총 산하 3개 연맹(금속, 화학, 공공)은 노사정위 후속 논의 합의를 규탄하는 성명에서 “‘논의는 하되 합의는 하지 않겠다’는 한국노총 집행부의 기대와 희망사항은 점차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법 개악마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이후 더 큰 투쟁을 벌이기 위해서도 파업을 통해 투쟁 근육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쉬운 해고·평생 비정규직 노동개악 분쇄! 9·23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 ⓒ 이미진

‘노동개혁’이 지연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안일한 희망적 관측인 이유로서 둘째, 정부는 가이드라인 발표 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현장에 관련 내용을 관철시키라는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실제로 임금피크제는 공공부문부터 상당히 관철했고, 성과연봉제도 공공부문에서 곧 추진에 착수할 예정이다.

심지어 노사정위 후속 논의 합의 이틀 후인 10월 15일 고용노동부는 3개 학회와 함께 금융, 제약, 조선, 도소매, 자동차부품 등 5개 업종의 임금피크제 모델을 제시했다. 사실상 5개 업종에 대한 임금피크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셈이다.

총궐기와 총파업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사정위 후속 논의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노동개혁’ 공세에 박차를 가하는 추진력으로 삼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노동개혁’ 추진 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위에서 지연 효과에 대한 기대를 반박했지만, 그 반대 효과를 주장하려고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필자가 진정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민주노총과 그 산하 노조들이 사태를 관망하며 마음 한 구석에 ‘지연’이라는 요행을 바란 채 결정적 공격 시기를 점치는 데 몰두하기보다 사태에 능동적으로 뛰어들어 정세에 영향을 미치고자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도 더 자신 있는 투쟁으로 나아갈 채비를 갖출 수 있다.

가령 민주노총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에 적극 나서 이 문제와 ‘노동개혁’ 문제를 결합시켜 투쟁을 강화시켜야 한다. 이 점에서 지난 10월 17일 주말 집회에 민주노총 지도부가 산하 조합원들을 별로 동원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었다.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에 차질을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단호하게 노동자 투쟁을 확대해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야 국회 논의에서 ‘노동개혁’에 쉽게 합의하지 못하도록 새정치연합을 압박할 수 있다. 또, 그래야 한국노총 지도부에 대한 산하 노조 조합원들의 반발을 고무해, 한국노총 지도부가 야합을 반복하지 못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 현재 한국노총 산하 3개 연맹은 노사정 합의 파기를 촉구하는 단위노조 대표자 모임과 선언을 조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비춰 보면, 민주노총의 11월 계획은 불충분하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가이드가인 발표 시”,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상정 시” 전면 총파업을 결정했는데, 여기서 총파업은 11월 14일 총궐기 이후로 미뤄져 있다(14일 이전에 법안심사소위 상정이 안 되기를 바라면서).

현재 11월 투쟁에서 단연 강조되고 있는 것은 14일 총궐기이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주최하는 총궐기에는 농민·빈민·학생 등 민중운동 진영이 함께할 예정이고 이는 좋은 일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그저 여러 민중 세력의 하나로서 집회 참가에 만족할 게 아니라, 전날인 13일 노동자 고유의 힘을 동원하는 총파업에 나섬으로써 자체 힘을 키우는 동시에 민중진영 총궐기 성공의 기반을 제공하려 애써야 한다.

현재 민주노총 지도부는 거꾸로 14일 총궐기에 기대어 총파업으로 나갈 자신감을 얻겠다는 구상이다. 자발성에 기대고 총궐기 성공의 덕을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앞서 조직하기보다 사태를 추수하려는 것은 민주노총이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가장 잘 조직된 세력이라는 점으로 보나, 현 국면의 성격을 보나 적절하지 않다.

지금은 거리의 운동이 폭발적 활력을 띠고 노동현장이 사기가 저하된 상황이 아니다. 가령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인한 분노는 광범하지만 안타깝게도 자발적 행동으로 분출하고 있지는 않다.(정치적 대안이 미덥지 못해서일 것이다.) 오히려 자발성에 훨씬 덜 의존해도 되고 기존 조직력에 기초할 수 있는 총파업이 저항을 키우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설사 수십만 거리 시위가 벌어진다 해도 그것이 자동적으로 노동자 총파업을 고무하는 것도 아니다. 2008년 촛불 당시 수십만 규모의 시위가 여러 날 지속됐고 그 시위대가 노동자들의 파업을 기대했음에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단지 시위대의 일부로서 참가하기를 선호하면서 조직 노동계급 고유의 집단적·경제적 힘을 동원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물론 이 점은 시민·사회운동측 지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와 사용자들의 노동 개악을 막기 위해 지금 중요한 것은 조직노동자들이 집단적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단지 총궐기의 일부가 되려 하기보다, 13일 총파업 지침을 내림으로써 앞서서 총궐기를 뒷받침하고 14일 이후에도 대비해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자들은 11월 14일 이전에는 총파업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앞으로 한 달 동안 총파업 조직에 나서지 않는다면, 똑같은 얘기가 11월 14일 이후나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상정 시”에도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악순환이다.

실질적 총파업 태세를 갖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노동자들 스스로 파업을 위한 기층 조직에 나서면서 투쟁 근육을 키워 나가는 것이다. 다소 시간을 허비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차근히 조직해서 민주노총이 총궐기에 맞춰 11월 13일 총파업에 돌입한다면, 노동자들은 자신감과 사기를 높이면서 정부 공격에 맞설 수 있는 투쟁 근육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11월 14일 이후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금 저항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서도 좋은 방법이다.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스스로의 힘을 확인할 때 더 큰 투쟁에 나설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현 상황에 대한 이해와 좌파들의 과제

민주노총 지도부가 11월 중순까지의 투쟁을 단순히 총궐기로 대체하고 총파업 불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좌파들이 공조해 지도부에게 총파업 결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했다면 상당한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결정적’ 시점을 11월 중순 전으로 보느냐 후로 보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11월 중순 전 ‘총파업 불가’ 입장은 10월과 11월 초의 중요한 시기에 총파업 조직을 방치하게 만듦으로써 이후 노동 개악 저지 투쟁 전체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그렇게 되면 “가이드라인 강행 시”,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상정 시” 총파업도 제대로 조직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파업을 준비해야 할 때 하지 않고 뒤로 미뤘다가, 준비 없이 파업에 들어가거나 흐지부지함으로써 총파업 회의론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우리 나라 노동운동에서도 여러 차례 보았다.

아쉽게도, 10월 초부터 ‘노동개악 저지와 총파업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총파업 승리 공동행동) 준비모임을 시작했던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노건투, 좌파노동자회 등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총파업 승리 공동행동’ 제안서에는 “현장 활동가들이 민주노총과 산하 연맹 지도부에 파업 계획을 촉구하고 현장에서 실질적인 파업이 가능하도록 조직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이 포함됐었다. 또, 활동가 간담회(10월 9일)에서도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11월 13일 총파업을 하고 14일 총궐기로 이어가자는 제안을 하자’는 데에 공감대가 컸다.

그러나 막상 이를 “선언” 등으로 집행하려 하자 노동자연대를 제외한 다른 단체들이 대부분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 일부는 민주노총 좌파 지도자들조차 이를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에 압력과 위축감을 느낀 듯했고, 일부는 어차피 동력이 안 돼 뻥파업 우려가 있으므로 그런 제안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사실상 11월 14일까지는 총궐기로 족하다는 셈이었다. 이에 동의하지 않은 노동자연대가 불참한 이후, 실제로 ‘총파업 승리 공동행동’은 11월 14일 총궐기와 15일까지 1박2일 투쟁을 제안하는 것으로 “선언” 내용을 축소시켰다.

좀 더 근본적으로, 이견의 근저에는 현 상황에서 좌파들이 노동조합 지도자들에게 파업 지침을 내리라는 촉구를 (사실상 압박을) 해야 하는가, 이것이 중요한가 하는 쟁점이 깔려 있다.

현재 현장조합원들은 싸울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니다. 다수 조합원들이 지난 직선제 선거에서 ‘현장은 준비되지 않았다’며 ‘2016~17년 준비된 총파업’을 내세운 후보가 아니라, 변변한 상층 지도자 경력은 없지만 ‘2015년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후보(한상균 위원장)를 선택한 게 이를 보여 주는 한 중요한 표현이었다. 비록 대부분의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불과 몇 달 만에 다시금, ‘현장은 준비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꺼내들었지만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투쟁 명령을 내리지 않을 때 현장 조합원들이 스스로 투쟁에 나설 만큼 싸울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장조합원들은 현재 공식 지침 없이 행동에 나설 만큼 자신감이 높은 상태는 아니다.

바로 이런 모순 때문에 좋건 싫건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투쟁 결정이 중요하다. 좌파들은 노동조합 지도자에게 파업 선언을 촉구하고 이를 활용해 기층에서 현장조합원의 활동과 의식을 발전시키려 애써야 한다.

따라서 지금 이 문제(즉, 노조 지도부의 투쟁 결정)를 건너뛰고 다른 곳에서 총파업 좌절의 이유를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올해 총파업이 실질적이 되지 못한 건 민주노총 산하 연맹과 주요 노조의 지도자들 상당수가 파업 지침을 내리지 않았거나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침만으로 파업이 성사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면 자칫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지도부의 역할을 도외시한, ‘아래로부터의’ 이니셔티브 운운은 초좌파적 회피론이기 십상이다.

“그동안 활동가들은 상층 지도부가 투쟁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해 왔다. 이제 비판을 넘어 스스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노동전선 9.23 총파업 특보)

“정작 중요한 것은 총파업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선언을 현실화할 수 있는 힘[이다.]”(노건투 9.23 총파업 특보)

“4·24, 7·15, 9·23 파업의 경험은 지도부가 선포한다고 총파업이 저절로 이뤄지는 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줬다. 현장에서 총파업의 열기를 얼마나 달구어 내는가가 관건이다.”(노건투 10.15 공공운수노조 총파업 특보)

투사들과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그러나 현장조합원들의 자신감 수준을 구체적으로 보지 않은 채, 지침과 관계없는 총파업의 분출이나 현장 조합원운동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언뜻 매우 급진적으로 보이는 접근법이 구체적 맥락에서는 노조 지도자들에게 압박 가하기와 비판하기를 포기함으로써, 오히려 관료들이 부담을 덜고 곤경을 피하게 해주는 꼴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에게 순응하거나 그저 묵살해 버리는 것, 둘 다를 피해야 한다.

ⓒ<노동자 연대> 159호 | 발행 2015-10-21 | 입력 2015-10-21

노동개악안 16일 환노위 상정, 20일 법안심사소위 시작 경계! 11월 23일부터는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될 수 있다

김하영

정부와 새누리당은 연내 ‘노동개혁’ 강행을 부르짖고 있다. 올 한해 동안 박근혜는 세월호 시행령, 공무원연금 개악,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관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통해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마무리하기 위한 길을 닦아 왔다.

안타깝게도 노동운동은 이런 공격들을 좌절시키지 못했다. 이제 ‘노동개혁’ 5대법안 처리가 눈앞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여당의 노동개악안은 11월 16일 국회 환노위에 상정되는 것으로 확정됐다. 그리고 20일부터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리기 시작한다. 법안심사소위가 열리면 계류된 순서대로 법안을 심사하게 된다. 논란이 있는 법안의 심사가 뒤로 미뤄진다 해도 그 다음주(23~27일)에는 정부·여당의 ‘노동개혁’ 5대법안 심사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개악을 멈출 파업을 단호하게 조직해야 한다. ⓒ 이미진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지금 민주노총이 제시하고 있는 12월 3~9일 총파업 일정은 뒤늦을 수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3일)과 정기국회 종료(12월 9일) 사이가 가장 급박한 시기”라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이 일정대로 가면 민주노총의 총파업 기본방침인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상정 시”를 그대로 넘길 위험이 작지 않다.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법안심사소위 상정 일정을 지연시키거나 심지어 통과를 막아 주기를 바라는 듯하다. 하지만 국회 바깥 노동자 투쟁의 거대한 압력 없이 새정치연합이 이렇게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

무엇보다, 새정치연합은 법안심사소위 상정을 막는다는 입장이 아니다. 그들은 법안 논의 자체를 막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새정치연합이 자신들의 노동개혁안 입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을 봐도 법안심사소위 논의에 들어가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산안과 관련된 이해관계를 보더라도 새정치연합이 법안심사소위 상정을 12월 초로 지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정 국회법에 따르면, 여야가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의를 마치지 못하면 국회 본회의에 정부 예산안이 자동 부의되고 이를 법정 시한(12월 2일)까지 처리하게 돼 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지역구 관련 예산안의 증액을 원한다는 점을 아주 잘 알기 때문에 ‘노동개혁’ 5대법안 처리와 예산안 처리를 연동시키려 한다.

총선 전일지라도 주의해야 할 새정치연합의 본성

만약 12월 초 전에 노동개악안이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는데도, 준비 부족을 이유로 12월 초 총파업 계획을 유지하면서 법안심사소위 논의를 지켜보면, 새정치연합의 배신에 뒤통수를 맞을 위험이 커진다.

새정치연합은 ‘노동개혁’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정규직 양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비정규직 보호를 명분으로 얼마든지 새누리당의 노동개악에 타협할 수 있다. 비정규직 개악안만 문제라는 듯이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상보험법을 우선 논의하면서 우리 측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고, 그러다가 결국 비정규직 개악안마저 적당히 타협할 수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노동개혁’ 반대 운동 진영 내에서 ‘어차피 저지할 수 있느냐’, ‘새정치연합안이 차악이지만 그것을 반대하면 대안이 있느냐’, ‘비정규·미조직을 위해 정규직이 양보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온갖 편향된 논리가 고개를 들며 운동을 약화시킬 수 있다.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조정되고 있는 국회 일정만 바라보면 무엇 하나 분명한 것 없이 그저 ‘준비’라는 이름으로 11월을 보낼 수 있다. 그러면 노동자들은 파업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꺼내들어 노동법 개악 정국에 영향을 미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환노위 상정 보도가 흘러나오는데도 여전히 ‘대기’ 신호만 보내는 지도자들을 보면서 현장 조합원들은 투쟁의 확신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12월 초가 결정적 시점이냐, 12월 중하순이 결정적 시점이냐’를 물을 때가 아니다. 이것은 얼핏 현명하고 능숙하고 면밀하게 투쟁 일정을 계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세적인 물음일 뿐이다. 국회를 바라보며 투쟁을 미루는 것은 경제 위기가 심각한 시기의 자본가 계급 정치인들에게 보일 태도가 아니다. 총선이 채 반 년도 안 남았다 해도 말이다.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실질적 효과도 나야 한다

사실, ‘노동개혁’ 추진은 이미 노동현장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교사들의 임금과 인사 정책을 개악하는 입법을 예고했고, 저성과 공무원 퇴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입법을 예고한 상태다. 공공부문에서는 임금피크제를 거의 관철한 데 이어, 11월 25일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관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근혜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자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매우 단호하게 추진해 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고령자와 청년들을 이간질하기는 기본이고, 강력한 탄압과 함께 사회적 대타협기구(공무원연금 개악에서 보듯이)를 활용하기도 했다.

박근혜의 ‘노동개혁’ 공세에 제동을 걸려면 우리 측도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 ‘노동개혁’ 법안을 저지하려면 그저 형식적인 하루 파업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시늉만 내는 파업이라면 저들은 총파업 일정을 언제로 잡든 그때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이라는 공약으로 직선제 첫 지도부가 된 한상균 호가 박근혜의 ‘노동개혁’에 제동을 걸려면 적들의 공격 시점에 관해 안일해서는 안 된다. 해고통지서가 날아가고 산 자와 죽은 자가 나뉜 다음에는 대량해고 반대 투쟁이 힘들어지듯이, 법안 통과 임박까지 총파업을 미루면 주도권은 국회를 주름잡는 시장주의 정치인들에게로 점점 기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변변찮은 효과만을 낼 하루 파업이나 순환 파업이 아니라 실제로 개악을 멈추는(잠정 유보시키는 것일지라도) 효과를 낼 파업이 벌어져야 한다. 

ⓒ<노동자 연대> 161호 | 발행 2015-11-14 | 입력 2015-11-14

이렇게 생각한다 가장 효과적인 탄압 무력화 방법은 가장 강력한 형태의 반격이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동개악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강경하게 몰아치고 있다. 민주노총의 저항에도 정부는 ‘노동개혁’ 5대법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 2대 정부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12월 중 발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총궐기를 빌미로 한 탄압 강화를 노동개악 추진의 채찍으로 삼는 모양새다. 민주노총 본부와 산하조직 사무실 압수수색을 자행했고, 한상균 위원장 체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근혜는 국무회의에서 직접 민주노총 위원장을 거명하며 비난했고, 황당하게도 IS(이슬람국가)가 시위대에 스며들 수 있다며 두려움을 부추기려 애썼다.

△폭탄을 오래 방치하면 심지가 눅눅해진다. ⓒ이미진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민주노총 지도자들의 대응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압수수색에 대한 항의도 그러려니와, 무엇보다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상정 시” 총파업을 하기로 했던 중집 결정을 별 해명도 없이 이행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환노위 법안심사소위가 20일 시작됐고, 23일 본격적으로 근로기준법 개악안(노동시간, 통상임금)부터 입법 심사가 시작됐는데도 말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중집) 일각에서는 노동개악법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이 꽤 있는 듯하다. 이것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기대와 불가분일 것이다.

물론 다양한 쟁점을 둘러싼 이견과 여야의 이해관계 다툼 속에 국회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오늘(11월 24일)만 하더라도 국회 현안과 본회의 일정을 둘러싼 여야 원내대표 협상이 누리예산 등에 대한 이견으로 조금 전 결렬됐다. 환노위 법안심사소위도 기간제법과 파견법 상정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갈등으로 정회한 상태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이 노동개악 저지라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일관되게 대변하리라고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공공연한 친자본주의 정당에, 더구나 심각한 경제 위기 시기에 이것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고 거의 무망한 일이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해도 말이다.

최근에 새정치민주연합이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에 합의한 것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여기에는 의료민영화와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열어 주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포함됐다.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법에 ‘당론상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같은 당 소관상임위 의원들도 반대하는 법안을 지도부가 ‘빅딜 야합’한 것이다.

이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동계급 사람들의 삶이 걸린 문제들을 얼마든지 여야 협상의 제물로 만들 수 있다. 새누리당이 강하게 예산안 연계 전술을 취하는 이유다. 그래서 12월 2일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이 ‘노동개혁’ 5대법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를 합의하지 않으면 예산안을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고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압박하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새정연은 예산안의 정부 원안 통과를 방치하기 힘든 처지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5대법안을 일괄 처리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이고, 일방 처리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물론 만약 박근혜 정부가 일방 처리를 강행하는 무리수를 둔다면 그것은 큰 실수일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탄압을 휘두를 때도 그와 동시에 새정연과 한국노총 지도부, 다양한 개혁주의자를 끌어들여 합의 모양새를 만드는 것에도 신경을 써 왔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공무원연금 삭감 때를 상기해 보라.)

공공연한 친자본주의 정당

이 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상이한 ‘노동개혁’ 법안들에 상이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산재보험법은 동의할 수 있고, 근로기준법 개악안(근로시간과 통상임금)은 논의할 수 있고,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상정(논의)할 수 없다는 식이다. 이런 입장은 새누리당의 일괄(패키지) 타결 입장에 반대해 개별 처리 협상을 열어 두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 노동운동 진영 안에 분열과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11월 14일 총궐기를 준비하면서, 총궐기를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총파업을 하겠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중집이 총파업 시기로 정한 “법안심사소위 상정”이 총궐기 직후 닥쳤지만, 파업 돌입을 단행하지 않았다.

일부 민주노총 지도자들은 너무 빨리 파업에 들어가면 초반에 동력을 소진하게 된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법안 심사가 시작되고, 정부지침 발표 시기가 예고되고, 민주노총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현장에선 관련된 공격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 총파업에 돌입하기에 너무 이른 때는 결코 아니다.

게다가 경고성 하루파업이 아니라, 결국 잠정적일지라도 ‘노동개혁’ 추진을 저지하는 실질적 효과를 내는 파업을 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하다면, 어떤 시기에 하는 파업은 소모적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수도 없을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총파업에 가장 좋은 때를 찾으려는 것일지라도 계속해서 투쟁을 미루면, 국회 일정에 더 목을 매고 새정치민주연합에 기대게 되는 한편, 조합원들을 수동화시키면서 김을 빼게 만들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폭탄을 오래 방치해 심지가 눅눅해지면 불이 잘 붙지 않는 법이다.

ⓒ<노동자 연대> 162호 | 발행 2015-11-25 | 입력 2015-11-25

임시국회에서 ‘노동개혁’ 법안 논의 재개 시 즉각 총파업으로 막아야 한다

박설

지난 12월 2일 새벽,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노동계급에게 경제 위기의 책임을 떠넘기는 악법들을 “합의 처리”하기로 야합했다. 그 뒤 두 당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관광진흥법 등 5개 법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해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여야는 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등 6개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노동개혁’ 5개 법안을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당장 정기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통과되지 못하고 약간 늦어진다고 해도, 곧바로 임시국회에서 개악안이 “합의 처리”될 공산이 크다.

△극악하게 몰아붙이는 박근혜에 맞서 실질적 총파업이 필요하다. 12월 5일 2차 총궐기. ⓒ조승진

실제로 정부·여당은 연일 새정치연합에 ‘여야 간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박근혜는 유럽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 국무회의 등에서 ‘노동개혁’ 5개 법안의 연내 처리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박근혜의 채찍질에 정부·여당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박근혜와의 회동 직후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기국회 종료 다음 날인 10일부터 임시국회를 소집하자는 내용의 요구서를 제출했다. 연내 개악안 관철을 위해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연내 처리

정부는 탄압도 강화하고 있다. 경찰청장 강신명은 ‘9일 오후 4시까지 한상균 위원장이 자진 출두하지 않으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검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목을 조르고 조합원들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다.

요컨대, 지금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혁’ 연내 처리를 위해 극악하게 몰아치고 있다. 민주노총이 이를 저지해야 하는 과제가 코앞에 닥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은 연거푸 꾀죄죄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얼마 전에 문재인은 민주노총 간부들을 만나 ‘노동개악 저지가 당론’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바로 몇 시간 뒤에 원내대표 이종걸이 새누리당과 “합의 처리” 야합을 하면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뒤통수를 맞았다.

이런 새정치연합이 다시 “기간제법·파견법 반대가 당론”이라거나 “5개 노동법 반대”를 말한다 한들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들이 또다시 뒤통수 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전혀 없다.

이종걸은 야합에 반발하는 이들에게 ‘최선을 다했지만, 여당의 압박에 밀렸다’고 구차한 변명을 했다. 정부·여당의 압박에 이렇게 무기력하게 무릎 꿇는 정당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지난 3일 통과된 내년 예산안에는 ‘노동개혁 후속조치 예산’이 예비비로 책정됐다. 노동법 개악을 뒷받침하는 예산안에 새정치연합도 동의를 해 준 것이다.

야당에 의존해서는 개악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이 “노동개악 법안 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분명하게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은 효과적인 대응이 못 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재차 삼차 촉구한다고 새정치연합을 강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노동자 스스로의 힘

따라서 민주노총은 야당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신의 힘을 사용해야 한다. 실질적인 총파업으로 정부와 국회를 압박할 때, 저들의 야합을 막을 수 있다.

10일부터 시작될 임시국회는 ‘노동개혁을 위한 임시국회’로 불린다. 정부·여당은 개원 즉시 5개 노동법 개악안 처리에 주안점을 두고 관련법에 대한 논의에 착수할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개악안의 일부를 완화시키려는 시늉을 할 수는 있어도, 합의 처리까지 약속한 마당에 어느 정도 절충안을 마련해 개악에 협조할 수 있다.

따라서 저들의 야합을 막으려면, 임시국회에서 ‘노동개혁’ 관련법 논의가 재개될 때 즉각 총파업에 돌입해야 한다.

11월 30일 한중FTA 비준 동의안 통과 과정에서 보듯, 여야가 합의한 뒤에는 반나절 만에도 개악안이 통과될 수 있다. 또 12월 3일 관광진흥법 통과 과정에서 보듯, 해당 상임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도 여야 지도부가 합의해 본회의에 직권 상정할 수 있다. 결국 여야 합의 자체를 막지 못하면, 그 뒤에는 항의성 시위밖에 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임시국회에서 ‘노동개혁’ 관련법 논의가 시작되면 즉시 총파업에 돌입해, 그것이 철회될 때까지 지속해야 한다. 12월 4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12월 16일 하루 파업을 결정했다. 그러나 하루 파업으로는 개악을 막을 수 없다. 법 개악안 처리와 가이드라인 발표가 임박한 현 상황은 ‘경고’가 아니라 실질적 ‘저지’를 위한 투쟁이 뒷받침돼야 한다.

민주노총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총파업으로 제 힘을 보여 줄 때, 저들의 개악 시도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노동자 연대> 163호 | 발행 2015-12-09 | 입력 2015-12-09

이렇게 생각한다 경제 위기와 구조조정 고통 전가 위해 강행하는 노동개악

11월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이후 박근혜 정부는 노동·민중운동 단체에 대한 탄압을 강화했다. 이를 위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후보 시절부터 폭력 시위를 계획했다는 둥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 물대포를 맞아 사경을 헤매는 농민,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 한상균 위원장 구속과 ‘소요죄’ 적용, 1천5백 명이 넘는 관련자 조사 등 독재자 딸의 혹독한 탄압은 국제적 이목을 끌고 있다.

이런 탄압과 민주주의 권리인 집회 권리의 침해 속에서도 민중총궐기는 꽤 큰 규모로 두 차례나 더 열렸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저항이 완강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1차 총궐기와 마찬가지로 2, 3차 총궐기의 주된 대열은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각종 진보·좌파 단체였다.

‘노동자들은 더는 싸울 능력이 없고, 싸워도 지지받지 못한다’는 주장이 유행이지만, 노동자들은 상당한 잠재력을 보여 준 셈이다. 물론 단순한 민중의 일부로서 행동하는 것을 넘어서 이윤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노동자들 고유의 힘을 온전히 발휘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2016년 경제정책과 노동개악

현재 노동자 투쟁은 정치적 항의의 형식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상당한 저항을 보여 주고 있다. 물론 사용자들의 이윤을 공격해 ‘노동개혁’에 제동을 거는 데까지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주로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소심함 때문이다. 애초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궐기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총파업으로 나아가겠다고 공언했었다.

노동자들의 상당한 저항 속에서도 박근혜는 특유의 집요함으로 연일 ‘노동개혁’ 법안 처리를 다그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에 합의를 압박하는 한편, 직권상정과 심지어 긴급재정경제명령 카드마저 만지작거리고 있다.

취업규칙과 일반해고 지침 관철도 연말 연초에 강행하려 한다. 고용노동부는 12월 30일께 열릴 4개 노동법 학회 주최의 토론회에서 정부 지침 초안을 공개할지 논의 중이라고 한다.

정부는 지난 12월 16일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관계부처 합동)에서 연말 연초 ‘노동개혁’ 입법과 지침 발표를 바탕으로 내년에 노동개악을 실질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경제 침체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길 수 있도록 노동조건을 악화하고 노동권을 제약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기업 구조조정이 쟁의 대상이 아님을 명확히 하겠다고 한다. 이는 정리해고를 앉아서 당하라는 얘기다. 또, 채용부터 평가, 보상, 배치전환, 퇴직까지 근로계약 전반에 성과 중심의 인력 운영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최근 경총을 비롯한 경제 5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활성화’ 2법과 ‘노동개혁’ 5법의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약속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궐기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총파업을 조직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12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노동개악 저지! 공안탄압 분쇄! 민주노총 총파업대회’. ⓒ조승진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문재인은 12월 17일 “반(反)기업적 집단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며 쟁점 법안의 협상을 지시하고 나섰다. 이것은 안철수의 분당과 안(安)의 중도개혁 노선 압박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계급적 성격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은 대표 취임 직후에도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우리 당은 반기업 정당이 아니다”고 강조했었다.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동개혁’ 문제에서 후퇴에 후퇴를 거듭했다. 당론으로 ‘노동개혁’ 5법에 반대한다던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정규법을 제외하고 논의 가능’에서 ‘비정규법도 논의 가능’으로, ‘논의하되 처리 불가’에서 ‘비정규법을 제외하고 처리 가능’으로 거듭 후퇴해 왔다.

결국 12월 21일 입법전략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쟁점 법안을 놓고 협상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추세로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남은 임시국회(1월 8일까지) 기간에 심지어 비정규법에서마저 후퇴할 수 있다.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파업

노동운동 안에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노동개혁’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잖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과 원내대표의 직무 거부, 새누리당의 공천룰을 둘러싼 계파싸움 등 정치인들 간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다툼으로 국회 일정과 협상 결과가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가들이 자기들끼리는 “서로 싸우지만”, 노동자 착취를 놓고는 “형제”라는 마르크스의 지적을 알아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재 입장만 놓고 봐도 임시국회에서 최소한 ‘노동개혁’ 법안 일부(비정규법을 제외한 3법)가 통과될 위험은 매우 크다. 노동운동 일각에서는 비정규 2법만 막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머지 3법도 모든 노동자들의 조건을 크게 악화시키는 법률들이다. 통상임금, 노동시간과 연장근로 수당, 실업급여, 산재보험 문제는 비정규·미조직 노동자들의 처지에서 보더라도 중요한 쟁점이다.

심지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거래 속에 ‘노동개혁’ 5법이 패키지로 통과될 위험도 경계해야 한다.

설사 국회 일정이 조금 지연된다 해도, 노동자 투쟁에 의한 것이 아닌 한 그것은 야합을 위한 숙성 기간이 될 공산이 크지, ‘노동개혁’ 법안 저지로 귀결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정부는 취업규칙과 일반해고 지침도 연말 연초에 강행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내년 1월 중에 “노동시장 체질개선 조치[를] 종합 마련·시행”하겠다고 명시해 놓았다.

이 점에서, 민주노총 지도자들은 국회 일정이나 지침 발표 지연에 운을 맡기려 하기보다 단호하게,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파업을 단행해야 한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12월 17일 회의에서 28~30일 ‘순차파업’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국회 일정이나 지침 발표 일정에 따라 파업 일정도 순연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총파업 일정의 연기는 이미 세 차례나 있었는데, 거듭되는 파업 취소와 연기는 지도부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조합원들의 열의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내기 마련이다.

순차파업이라는 방식도 실질적인 파업 효과를 내기에는 부족하다.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은 당선 이후 여러 차례 “시한부 총파업이 아니라” “끝장[을 보는]” “전면 정치총파업”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이야말로 그런 파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단호한 투쟁에 나서야만 노동계급이 노동개악을 최소화하는 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그래야 내년에 ‘노동개혁’ 법률이나 지침의 실제 적용을 둘러싸고 노동 현장에서 벌어질 충돌에 대비할 수 있다. ‘노동개혁’ 법률이나 지침이 노동계급 삶에 미치는 효과를 최소화 또는 무력화하려면 현장 투사들과 좌파들은 이런 투쟁들을 잘 준비해야 한다.


박근혜의 ‘노동개혁’에 맞서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증보판

박근혜의 ‘노동개혁’에 맞서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김하영 지음

120쪽|4,000원|노동자연대

ⓒ<노동자 연대> 164호 | 발행 2015-12-23 | 입력 201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