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를 화약고로 만들 트럼프의 대중 강경 노선

김영익

12월 25일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이끄는 항모전단이 미야코 해협을 통과해 서태평양으로 진출했다. 일본 잠수함이 이를 추적하자 중국군이 대잠 헬기를 출동시켰고 뒤이어 일본 F-15 전투기가 출격하는 등 한때 긴장이 높아졌다.

서태평양으로 나갔던 중국 항모전단은 다시 대만과 필리핀 사이에 있는 바시 해협을 통과했다. 중국 항공모함이 사실상 대만 주위를 일주한 것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린 트럼프를 겨냥한 무력 시위였다.

트럼프가 대만 문제를 지렛대 삼아 중국 압박을 강화하자, 중국이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만큼 중국한테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문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이다.

그러나 트럼프도 대만 문제를 단순히 일회성으로 꺼내든 게 아닌 듯하다.

중국이 군사력을 급속히 증강하자, 미국은 대만 해협에 대한 중국의 군사력 투사 능력 강화를 경계해 왔다. 오바마 정부는 미국 사상 가장 큰 액수의 무기를 대만에 수출하면서 대만의 군사력도 증강시키려 해 왔다.

올해 미국 의회는 미국과 대만의 군 장성과 고위급 관료의 교류가 새롭게 포함된 2017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따라서 트럼프의 최근 행보는 오바마 정부의 대만 정책과 어느 정도 연속성이 있다. 물론 ‘하나의 중국’ 원칙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점 등은 전보다 더 강경한 노선을 천명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일본도 미국의 행보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일본에게 대만 주변의 해상교통로는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최근 일본은 중국 정부의 항의를 불사하면서 대만 내 일본의 외교 창구 구실을 하는 “교류협회”의 명칭에 “대만”을 넣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중국의 군사력 강화는 대만에게도 우려스런 일이다. 지난해 총통에 당선한 차이잉원은 대만 독립을 주장해 왔다. 이 점도 양안 관계에 긴장을 새롭게 높여 온 요인이다.

따라서 최근 대만 문제를 놓고 중·미·일의 갈등이 높아지는 것은, 그동안 누적돼 온 경쟁의 결과다.

△대만 인근에서 위험천만한 힘 겨루기 하는 중국과 일본.

“아시아 재균형”

트럼프가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에 단호하게 대응할 이유는 더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한 사설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나중에 ‘[아시아] 재균형’이라고 불린 정책은 실패했다.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고, 미국의 상대적 약화를 막으며, 이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 속도를 둔화시킨다는 목표 면에서 말이다.”

필리핀 두테르테 정부가 중국과 협상하고 러시아에도 손짓하는 것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위상이 예전만 못함을 반영한다.

박근혜가 탄핵될 위기에 처해 한국의 대외정책이 불확실해진 점도 트럼프가 동아시아에서 확고한 의지를 보여 줄 필요를 자극할 것이다.

트럼프는 해군력 확충을 공언해 왔고, 그 주된 타깃이 중국이라고 얘기해 왔다. 그리고 최근 그는 “미국은 세계가 핵무기와 관련한 분별력을 갖게 되는 시점까지는 핵 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한 언론인에게 이 말이 “핵무기 경쟁”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들도 향후 동아시아에서 군비 경쟁의 질과 속도를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일 수 있는 불안 요소다.

이처럼 중국의 부상과 그것을 견제하고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으로 동아시아의 불안정이 점점 증대해 왔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의 등장은 그 불안정을 더 악화시킬 계기가 될 듯하다.

수년간 갈등이 악화되면서, 동아시아에서 강대국들이 관계 악화를 막고자 맺은 기존 합의가 휴지 조각이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중에는 댜오위다오(센카쿠)를 놓고 1970년대 중국과 일본이 맺은 암묵적 약속도 포함돼 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중국’ 원칙에 관한 미·중 간의 합의마저 흔들리고 있다. 그만큼 이 지역의 갈등과 모순이 깊어진 것이다.

제국주의가 동아시아를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불확실성도 커질 듯하다.

ⓒ<노동자 연대> 192호 | 발행 2016-12-31 | 입력 2016-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