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으로 더욱 커진 경제 불확실성

강동훈

12월 29일 정부가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2017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에 3퍼센트에서 2.6퍼센트로 낮췄다. 정부가 다음 해 성장률을 2퍼센트대로 예측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내년 경제 상황을 나쁘게 보는 것이다.

통상 정부가 성장률을 높게 잡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 2퍼센트 성장도 어렵다는 예측도 나온다. 정부는 2015년 성장률을 3.8퍼센트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2.6퍼센트 성장에 그쳤고, 올해 성장률도 3.3퍼센트로 예측했지만 결국 2.6퍼센트 성장할 듯하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내년 성장률을 대체로 2.2~2.4퍼센트로 예측하고 있다. 내년 성장률이 2퍼센트대에 머무르면 박근혜 정부 5년 중 4년은 2퍼센트대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2017년은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할 만큼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태다.

ⓒ그래픽 <노동자 연대>

특히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감세·인프라 확대로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전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철회하겠다고 공언했고,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한미FTA 등에 대해서도 재협상이나 탈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취임 1백 일 이내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멕시코에 각각 45퍼센트와 35퍼센트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트럼프의 공약은 모순되는 부분이 많고 구체적이지 않아 모두 실현될지 미지수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중앙은행)가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자신은 저금리를 선호한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기도 했다. 멕시코에 대해 관세를 급격하게 높이겠다고 공약했지만, GM,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 같은 미국의 주요 자동차 업체가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1백만 대 이상을 미국·캐나다 등으로 수출하고 있어 급격한 관세 인상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백악관에 무역 정책을 총괄할 ‘국가무역위원회’를 신설하고, 그 위원장에 강경한 반중(反中) 인사인 피터 나바로 교수를 지명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는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만약 미국이 중국·멕시코 등과 무역 갈등을 일으킬 경우,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위축되면서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다. 무역연구원 분석을 보면, 한국의 대중 수출 가운데 중간재 가공 후 제3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은 51.9퍼센트나 됐다. 또 한미FTA 재협상 등으로 미국의 수입 규제가 강화할 경우 대미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

한편, 트럼프의 재정 확대 정책과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 12월 15일 미 연준은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퍼센트포인트 인상했다. 내년과 2018년에도 3회(각각 0.75퍼센트포인트 정도씩) 인상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는 감세,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3~4퍼센트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따라 미국 국채 발행이 확대돼 시중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다. 이미 시장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로 신흥국으로부터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조차 자금 이탈과 위안화의 급격한 약세를 막기 위해 보유 외환을 소진하고 있다. 2014년 중반에 4조 달러에 육박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11월 말 3조 5백16억 달러로 5년 8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외환보유액이 1천억 달러인데 단기 외화부채는 1천2백82억 달러나 되는 말레이시아에서는 11월 한 달 동안 53억 달러가 빠져나가 말레이시아의 링깃화 가치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말레이시아는 채권의 절반가량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어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 네덜란드·프랑스·독일의 선거, 중국 부동산 시장 둔화와 소비 둔화 등에 따른 불확실성도 세계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 요인들이다.


수출·투자·부동산 시장마저 위태로운 한국 경제

한국의 수출은 2015년 8퍼센트 감소했고 2016년에는 6.1퍼센트 감소했는데, 미국의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 강화로 2017년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 강화,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반발과 중국의 자국산업 보호 정책으로 대중 수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기업들은 생산을 해도 판매가 쉽지 않자 공장 가동률은 70퍼센트까지 떨어졌다. 설비투자도 크게 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2016년에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건설투자마저 2017년에는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 정책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로 건설투자는 급증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1.3퍼센트포인트나 끌어올렸지만, 2017년에는 0.3퍼센트포인트 정도 올리는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부동산 부양 정책으로 가계부채가 1천3백조 원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을 뿐 아니라 금리 인상 추세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가계소비도 둔화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에서도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의 부채부담이 늘어나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서둘러 11·3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전매 제한 기간을 확대하고, 1순위 자격과 재당첨 금지를 강화하면서 돈 줄을 죈 것이다. 이에 따라 11·3 대책 직후부터 12월 19일까지 서울의 집값은 0.22퍼센트 오르며 급등세가 꺾였고, 특히 집값이 급등했던 서울 강남4구에서는 0.3퍼센트 하락했다.

그런데 11·3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2달도 채 되지 않아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다시 부양 정책을 내놨다. 미분양주택이 급증하면 미분양주택을 정부가 구입해 임대주택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내년 1분기에 연간 예산의 30퍼센트 정도인 1백40조 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또, 공공기관 등을 동원해 20조 원을 경기 부양에 쓰겠다고 한다. 내년 예산안이 통과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을 4백조 5천억 원으로 편성했지만 올해 추경 대비 0.5퍼센트포인트밖에 늘리지 않은 사실상 ‘긴축 예산’이었기 때문에 경기 부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경기 부양에 쓰겠다는 20조 원 가운데 올해 초과 세수 가운데 지방정부 몫(3조 원)과 연간 예산 집행률 1퍼센트(3조 원) 제고분의 경우 어차피 줘야 할 돈이었고, 공공기관 투자(7조 원)와 정책금융 확대(8조 원)는 간접적 지원이기 때문에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이처럼 한국 지배자들은 다가올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경기 부양과 내핍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대체로 내핍을 강요하며, 주택 가격이 급락하는 것을 막는 데 집중하고 있는 듯하지만 말이다.

내년 경제에 불확실이 매우 큰 만큼 지배자들은 임금과 고용에 대한 공격에 더욱 나설 것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온 힘을 다하는 것은 이를 잘 보여 준다.

ⓒ<노동자 연대> 192호 | 발행 2016-12-31 | 입력 2016-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