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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억압과 노동자 계급

장애인들은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소외돼 있다. 지배계급은 장애인에 대한 편의와 배려라는 명분으로 이를 조장해 왔다.

장애인들은 사회에서 고립돼 있을 때는 사랑과 봉사의 대상으로 존재하지만, 일단 사회로 진입하게 되면 사회적 무능력자로서 사회의 가장 하급 일을 담당하게 된다.

지배계급은 장애인 억압이 장애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 때문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우리에게 퍼뜨리고 있다. 이 말은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러한 편견 때문에 장애인들이 고용시장에서 소외되고 기본적인 권리인 교육에서 소외당하고 있는가, 또 장애인 억압을 통해서 비장애인들이 이득을 보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는 시원스레 대답이 나오질 않는다.

장애인 고용 촉진법에 따르면 일반 사업장은 장애인 고용비율을 2%로 의무화하게 돼 있다. 하지만 장애인 의무 고용은 정부의 지원금을 받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장애인들은 언제나 정리해고 0순위라는 이름표를 떼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공식 통계에 의하면 우리 나라에만도 4백만 명이 넘는 장애인이 있다고 한다. 그 중 등록돼 있는 장애인은 1백만 명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등록 장애인 중에서도 겨우 47%만 정규 교육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윤에 눈먼 자본가들은 효율적인 노동력이 못되는 장애인은 교육받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권리 개념인 접근권에 의하면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곳에 특별한 도움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에 살고 있는 휠체어 장애인은 시청에 출입 할 수 없다. 그리고 혼자서는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 전신마비 장애인들은 선거를 하기 위해 투표장에 갈 수도 없다.

위와 같은 장애인들의 억압과 소외를 통해서 비장애인들이 정말 이득을 보고 있는가? 장애인의 낮은 임금은 비장애인들의 임금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물게 하는 데 이용된다. 교육권의 확대와 교육의 질 향상, 편의 시설의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장애인의 권리 확대는 비장애인에게도 분명 이득이 된다.

명확한 사실 중의 하나는 장애인은 비장애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대다수의 장애인들은 자본주의 생산 체계에서 소외되고, 인권을 유린당하며, 집단적인 시설에 수용되거나 평생을 집안에서 외롭게 보내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이 부자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많은 비용을 들여 개인에게 알맞은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때로는 값비싼 이동 도구들을 구입해 자유로이 이동하며 보육사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평생을 살아간다.

장애인이라고 모두 처지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최초의 장애인 국회의원인 새천년 민주당 이성재 의원은 자기 자신이 장애인임에도 장애인 억압과 소외를 은폐하는 구실 이상은 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과 민감하게 연결돼 있는 에바다 비리재단1)을 옹호하며 햇수로 4년이 되어 가는 에바다 농아원들의 싸움을 오히려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먼저, 다소 각개전투로 이루어지고 있는 장애인들의 싸움이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둔 우리 계급과 지배계급과의 투쟁의 하나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지배계급은 전시 효과만을 노릴 뿐 장애인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데 관심도 능력도 없다. 그런 점에서 지금 가장 활발하게 싸우고 있는 에바다 시설비리 척결운동에 지지를 보내고 함께해야 할 것이다.

둘째, 우리 계급운동 내부에서 장애인 운동의 흐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완전한 장애해방 세상은 노동자 계급과 억압받는 장애인이 함께 투쟁할 때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현실에서는 진보운동 내에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이데올로기가 가득차 있다. 장애인이 나와는 다른 인종이라는 관념을 버리고,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2·3중의 억압과 착취를 받고 있는 우리 계급의 일부라는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쟁점을 만들어가고 그것을 계급운동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이 억압받고 소외당하고 있을 때 우리 모두 장애인이 돼 방어하고 함께 싸워야 한다.

1) 경기도 평택에 있는 에바다 농아원을 말한다. 1996년 11월 27일 미군에 의한 농아원생 성폭력, 최실자 원장의 비리와 후원금 착복 등에 항의하며 농아원생과 선생님들이 주축이 되어 농성을 시작해 1230일이 넘게 ‘해아래 집’에 모여 투쟁하고 있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3번이나 해결을 공식적으로 약속했으나 사건 해결을 위해 파견된 관선 이사인 이성재 국회의원도 뚜렷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