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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폭우와 산사태를 낳은 기상이변:
진정한 대책은 무엇인가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서울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서 20명 가까이 사망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인 나라의 수도 한가운데서 4일 동안 내린 비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세계적으로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기상 이변의 최대 피해자는 가난하고 평범한 이웃들이다.

굳이 과학자들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사람들은 이번 집중호우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백 년 만에 폭우”라는 오세훈과 이명박의 구차한 변명에도 앞으로는 이런 일이 더 잦아질 것이고 따라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지구온난화는 북극곰과 아프리카 빈민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구온난화가 아직까지는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지구온난화 진행속도가 점프하듯이 빨라질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마치 빙하가 일정 수준 이상의 열을 받으면 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부서져 내리듯이, 지구온난화 자체도 임계점을 지나면 더는 완만히 진행되지 않고 ‘폭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 입게 될 피해는 이번 수해로 말미암은 피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이를 막으려고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것과 동시에 이미 진행 중인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즉, 변화하는 기후에 사회가 잘 견딜 수 있도록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수해 재발 방지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이 점령한 이라크에서 총격이나 폭탄과 무관하게 질병과 사회기반시설 부족으로 전쟁 이후 추가로 죽은 사람만 수만 명이었다. 지구온난화는 수많은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위협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보고서가 세계적으로 의약품, 식량, 깨끗한 물 부족으로 수십억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보고서는 또한 같은 이유로 가난한 사람들, 그 중에서도 노약자와 어린이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기후변화 적응 대책은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병원에서 치료 받거나 요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명박과 오세훈 등이 반대하는 무상급식, 무상의료가 중요한 기후변화 적응 대책이기도 한 것이다.

반면 노무현이 시작했고 이명박이 이어받은 ‘물 산업 육성’, 즉 물 사유화는 즉각 중단되고 물의 공공성이 복원돼야 한다.

한국처럼 경제가 어느 정도 개발된 나라에서는 약, 식량, 물 이외에도 또 하나의 필수품이 있는데 바로 에너지다. 특히 전기는 냉난방, 조명, 동력, 정보접근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 적응력이 중요해질수록 수요가 늘어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진보진영 일각에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발상이다. 이들은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량이 일본보다도 많다는 통계를 늘어놓으며 이명박 정부가 8월 1일 이후 전기요금을 인상한 것은 잘한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이정전, 〈프레시안〉)

전기 요금

이런 주장은 그러한 조처가 평범한 사람들의 지구온난화 적응력을 현저히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보지 않는다.

여름날 반지하에서 폭염과 눅눅한 습기와 싸워야 하는 이들에게 에어컨은 반드시 필요한 도구다. 외풍이 심한 낡은 집에서 겨울철 독감과 싸워야 하는 노인들에게 전기장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에어컨과 전기장판이 단지 전기를 많이 소비한다는 것만 보는 것은 이들에게 지구온난화에 맨몸으로 맞서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잘못된 둘째 이유는 그것이 에너지 사용량도 제대로 줄이지 못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외국보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것은 가정이 아니라 기업과 공장의 에너지 효율이 낮기 때문이다.

정부 산하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더 명시적으로 “일인당 에너지 소비를 가정부문의 에너지 소비만으로 국한할 경우 … [한국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기요금을 올리면 기업들이 에너지효율을 높이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격을 통한 유도보다 법으로 에너지 효율을 규제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사실 대부분의 환경오염 관련 문제는 이미 이런 식으로 처리해 왔다. 공장에서 유독성 폐수를 배출할지 여부를 가격논리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법으로 금지해오지 않았던가?

지구온난화 적응을 위해 전기는 필수적이기 때문에 진보진영은 병원비, 식료품, 물과 함께 전기요금 인하를 주장하며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