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조합원들이 잘못된 합의를 거부하다

모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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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62호 | 발행 2011-08-06 | 입력 2011-08-04

기아차 좌파 집행부가 내놓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김성락 집행부는 기본급 9만 원 인상, 성과금 지급, 내년 초 주간연속2교대제 시범 실시 후 개선방안 협의 등을 “최대 성과”로 포장했지만, 조합원 53퍼센트가 이에 반대했다.

노동자들은 물가 폭등 속에서 더 높은 임금 인상과 제대로 된 주간연속2교대제를 원했다. 

기아차가 올해 수조 원이 넘는 최대 실적을 달성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대폭적인 임금 인상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살인적인 심야노동 철폐와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바라는 것도 당연하다. 잠정합의안의 내용대로 ‘일단 실행하고 보자’는 것은 노동강도 강화, 휴식시간ㆍ휴일 축소, 전환배치 강요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6백여 명이 정규직화 소송을 제기한 마당에 이런 중요한 요구조차 빠뜨린 것도 유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집행부가 처음부터 진지하게 투쟁을 건설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들은 교섭에만 의존해 보름 만에 잠정 합의를 했다. 대표적인 ‘좌파’ 지도부로서 ‘2년간 무쟁의’라는 치욕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이다.

김성락 집행부는 전직 노조 임원의 비리를 두둔한 우파 현장 조직을 투쟁 회피의 알리바이로 삼은 듯하다. 일부 좌파 활동가들도 ‘우파의 노조 집행부 흠집내기가 쟁의를 어렵게 했다’고 핑계를 댔다.

물론, 비리를 저지른 자들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비리 척결과 투쟁 건설은 대립되지 않는다. 투쟁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힘으로 비리 척결을 주장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김성락 집행부는 연대 투쟁에도 소극적이었다. 유성기업ㆍ한진중공업 등의 투쟁에서 금속노조 지도부의 소극성 뒤에 숨어 실질적인 연대를 건설하지 않았다. 특히 ‘야간노동 철폐’를 위해 외롭게 싸우고 있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기아차 합의 소식이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따라서 기아차 ‘현장투쟁 실천을 위한 공동투쟁(준)’, 사노위 기아화성분회 등이 잠정합의안 부결을 선동한 것은 완전히 옳고 훌륭한 자세였다. 

문제는 김성락 집행부를 배출한 ‘금속노힘’(금속노동자의 힘)이다. 금속노힘은 불명예스럽게도 현장 조합원들의 정서에서 멀어져 노조 집행부를 두둔했다. 그래서 “집행부의 이중대”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금속노힘에 있는 일부 다함께 회원들도 부끄럽게도 이런 잘못된 입장을 취했다. 참으로 유감스럽다.

금속노힘 내부에서도 ‘선거 조직으로 전락해 투쟁의 진정성을 잃어버린 것인가’ 하는 우려가 나왔다.

좌파 현장 조직들이 노조 집행부가 되면 투쟁을 회피하고, 또 이런 집행부를 무비판적으로 감싸 온 것은 노동조합운동 내 좌파를 약화시켜 온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김성락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의사를 “존중해 투쟁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반드시 이 약속을 지켜야만 실추된 명예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좌파 활동가들도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집행부의 잘못을 두둔했던 활동가들은 지금이라도 공개적으로 반성적 평가를 내놓고, 우물쭈물하는 지도부를 비판ㆍ강제하며 현장 조합원들 사이에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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