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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없는 세상을 위한 의사회’(반핵의사회) 출범:
핵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

지난 1월 14~15일 요코하마에서 탈핵세계회의가 열렸다. 행사장 주변은 1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로 붐볐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많았다.

일본 핵발전소 54기 중 49기가 정기 검사나 사고·고장 등으로 현재 정지 상태다. 나머지 다섯 기도 4월 말이면 모두 정기 검사에 들어가 가동을 멈춘다. 점검을 마친 뒤 재가동할 때는 해당 지자체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재 일본에서는 핵발전소 재가동 반대가 중요한 사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요코하마 탈핵세계회의에서도 이 운동을 건설하는 데 많은 관심이 쏠렸다.

탈핵세계회의 참가자들은 사실을 은폐하고 후쿠시마 사태의 주범들을 비호하며 피해자 대책과 탈핵 정책 수립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일본 정부에 대한 규탄이 쏟아질 때마다 큰 박수로 호응했다. 대회장 밖에서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두 번의 행진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5천여 명이 요코하마 시내를 돌며 탈핵을 요구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들까지 “겐바츠 이라나이, 코도모오 마모루”(핵발전소는 필요 없다. 우리의 아이들을 지켜내자!)라는 구호를 소리 높여 외쳤다.

지난 1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탈핵세계회의

주최 측이 청중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지 않고 집회나 행진 등을 조직하지 않는 등 기층의 반핵 열기를 담아내는데 미흡한 점은 아쉬웠다.

요코하마 탈핵세계회의가 열린 지 보름 뒤인 1월 29일 서울에서는 반핵의사회 출범식이 열렸다. 탈핵 여론이 커지자 보수진영에서 어용학자들을 내세워 소량의 방사선은 인체에 이롭다는 ‘호메시스 이론’으로 물타기를 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건강 문제는 가장 민감한 대중적 쟁점이다.

따라서 방사능의 위험성을 의학적으로 경고하는 반핵의사회의 활동은 탈핵 운동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반핵의사회에는 역학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상계동 “방사능 아스팔트” 조사, 경주 방폐장 안정성 검증, 식품안전 기준 검토 등 다양한 조사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탈핵 운동의 확대를 위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태 발생 당시부터 지금까지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또 도쿄전력에는 약 14조 원을 퍼주고, 전기요금을 인상해 결국 국민에게 복구비용을 떠넘기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기들이 누구 편인지 보여 주고 있다.

피폭자이면서 다른 피폭자들의 치료에 평생을 바치신 히다 슌타로(의사, 93세)는 요코하마 탈핵세계회의 개막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일본에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멀리 도망가라. 그리고 최대한 오염되지 않는 물과 식품을 섭취해라. 저는 이 두 가지밖에 해 줄 말이 없습니다.”

반핵의사회 창립기념 토론회 초청연사인 키키마 하지메 역시 의사로서 피폭자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암으로 진행되는 데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을 최대한 차단해 주는 것”밖에 없음을 확인해 주었다. 피폭된 이상 치유의 개념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는 3월 서울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핵테러 방지’를 기조로 삼은 핵안보정상회의는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을 빌미로 동아시아와 중동에서 제국주의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오바마의 계획에서 시작된 회의다. 또 후쿠시마 사고로 제동이 걸린 핵발전 ‘르네상스’를 이어가려는 시도가 맞물린 장이다.

3월 11일이면 후쿠시마 사태 1주기를 맞는다. 3월 한 달은 핵 때문에 생존의 위협을 당하는 것 말고는 얻을 게 없는 평범한 민중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나는 히다 선생 같이 훌륭한 피폭전문 치료가가 되고 싶지 않다. “핵이 없는 곳으로 최대한 멀리 도망가고, 최대한 안전한 음식을 먹으라”가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처방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핵은 없애야 하고 없앨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