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자본주의의 진정한 얼굴, 도살기계”

김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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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78호 | 발행 2012-03-31 | 입력 2012-03-29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박노자 | 한겨레출판사 | 3백10쪽 | 1만 3천 원

이명박 정부를 생각하면, ‘국가가 폭력적이다’ 하는 말은 거의 동어반복처럼 들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나 그 무리들보다는 양심적인 사람들이 정권과 국가를 ‘바른 길로 인도하길’ 바란다.

박노자의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는 국가의 폭력에 대해 근심하면서 국가를 고쳐 쓸 수 없는지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대중적 언어로 국가의 계급적 본질을 밝혀낸다는 것이다. 박노자는 책의 거의 절반을 할애해 “자본주의의 진정한 얼굴, 즉 도살기계로서의 [국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그가 폭로하는 국가는 “부자의 재산과 소득원의 무조건적 보호[와] … 특권과 권력의 보호[를 위해] … 공권력에 의한 살인도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조직이다. “한겨울에 쫓겨난 데 대해 ‘감히 반발한’ 용산 철거민들을 도심 테러리스트로 명명”하는 집단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만 그러한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일어난 참혹한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 준비야말로 국가의 ‘기간산업’ 중 가장 핵심”이라는 박노자의 지적을 가슴에 와 닿게 한다. 

국가의 파괴적 속성이 자본주의 체제에 내재한 본성이라는 지적이야말로 다른 평화주의 서적과 구분되는 이 책의 강점이다. 

“상시적 군사화 구조와 세계 자본주의는 말 그대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결국,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을 하지 않고선 평화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박노자는 인간의 ‘사악한 본성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예컨대 제2차세계대전 때 미군의 “‘적군을 향한 자율적 사살 비율’[병사 자신의 의지로 사거리 안의 적병을 사살한 비율]은 15~20퍼센트에 불과했다.” 전쟁터에서조차 살생을 망설이는 병사들 때문에 미군은 그 이후 반사적으로 사람을 죽이도록 하는 훈련에 집중했고, 그 결과 참전 군인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시달리게 된 것이라고 한다.

평화주의의 한계

이어서 박노자는 국가가 어떻게 종교 등을 동원해 전쟁과 폭력을 미화해 왔는지를 지적한다. 로마제국에게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고 선언해서 박해받던 초기 기독교가 어떻게 ‘전쟁 전도의 역사’를 가진 종교로 거듭나는지, ‘불살생의 종교’ 불교가 어떻게 전쟁을 찬양하고 전쟁 군주를 보필하는 도구로 기능했는지도 해박한 역사 지식으로 풍부하게 서술한다.

박노자는 소위 ‘동방예의지국’ 조선이 알려진 바와 달리 끔찍한 고문과 탄압으로 국가와 착취 제체를 유지했다고 폭로한다. “몸을 찢어버리는 대꼬치에 대한 생물적 공포심, 이것이야말로 궁극에 가서 조선왕조의 안전을 담보하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 성리학적 지배자들에게 국경을 넘으려는 궁핍한 백성까지 잡아 죽이는 포괄적 사형제와 잔혹한 혹형, 선혈이 낭자한 쇼[가] 피착취자의 저항을 미리 방지하는 수단이었다.”

국제법과 조약으로 폭력과 전쟁을 막고 평화를 만들 수 있을까? 박노자는 회의적이다. “전쟁으로 득을 볼 지배계급이 계속 존재하는 한 … 자본주의 가치관상 ‘국제법’과 ‘인도주의’보다 ‘효율’이 훨씬 더 우위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자본주의적 ‘효율’이 얼마든지 끔찍한 잔혹성을 수반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는 것이다.

박노자는 “전쟁의 원인 제공자인 자본주의적 국가를 … 극복하는 것” 만이 전쟁을 진정으로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1차세계대전 때, 주류의 부르주아 ‘평화주의자’들이 별다른 반대 없이 전쟁에 협력하는 동안 독일의 칼 리프크네히트는 “당시에 그 어느 참전국에서 보기 드물었던 대규모 반전평화 시위를 이끌었다. 그 후에 그가 국가 반역죄로 잡혀 재판을 받게 되자, 거의 5만 명에 달하는 군수업체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서 즉각적 평화와 제국주의ㆍ자본주의 타도를 외쳤다. … 결국, 1918년 말에 혁명으로 독일제국이 무너짐과 동시에 제1차 세계대전이 종식되기에 이르렀다. … 독일 노동자 혁명이 아니었다면 무의미한 전쟁은 훨씬 더 오랫동안 더 많은 희생을 요구했을 것이다.”

박노자는 종교적 평화주의 등 평화운동의 공과를 공정하게 서술하면서도, “계급적 좌파는 전쟁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힘, 즉 대중운동과 연결돼 있었다”며, “특히 계급적인 좌파적 반전 평화운동이 … 전쟁 발발의 사회정치적 원인이 무엇인지 유일하게 제대로 보여 줄 수 있었으며, 반전 평화운동의 더 넓은 맥락으로서 반자본주의 운동을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 반전 평화운동의 진정한 세계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지적한다.

이렇듯, 대안에 관한 그의 서술은 대체로 훌륭하고, 급진화하고 있는 저자의 생각을 보여 준다. 다만 1차세계대전을 전후한 유럽의 혁명 물결에서 국제적 연대의 중요성을 밝히는 부분을 다소 소홀하게 다루고, 냉전기의 소련 스탈린주의 국가를 더 명료하게 비판하는 관점을 제시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다.

그럼에도 이 책은 급진적 관점을 대중적 언어로 잘 풀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을 박노자 특유의 해박한 역사적 지식으로 매끈하게 마감질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다. 더불어, 국가의 본질을 분명하게 밝혀낸 고전인 레닌의 소책자 《국가와 혁명》도 함께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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