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운동에 대한 불법 사찰 사건 1퍼센트의 지배를 위한 감시와 탄압

김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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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79호 | 발행 2012-04-14 | 입력 201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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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불법 사찰은 이명박을 정점으로 “청와대, 국무총리실, 검찰, 여당 의원 등이 모두 동원된 총체적인 권력형 비리”다. 

<오마이뉴스>가 폭로한 사찰팀의 보고서 작성 지침에는 “구체적 상황과 대상자의 역할에 대해 본인(작성자)이 대통령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기술”하라고 돼 있다. “BH[청와대를 가리킴] 하명”이 사찰팀의 핵심 임무였던 것이다. 

쌍용차 살인 진압 결과 보고?  불법 사찰의 본질은 ‘조사’와 ‘분석’을 통한 노동자 ‘기획’ 탄압 공작이었다 ⓒ사진 출처 <노동과 세계>

촛불 보복도, 쌍용차 살인 진압도, 심지어 연예인 방송 퇴출마저 모두 정권 차원의 공작이었다는 것이 새삼 밝혀지자 광범한 사람들이 4ㆍ11 총선을 정권 심판 선거로 삼을 듯 보였다. 

그러자 곤혹스런 처지가 된 박근혜는 “나도 피해자”라며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 박근혜의 ‘피해자’ 론은 구역질나는 것이다. 그는 불법 사찰에서 득을 봐 온 공범이다.  

박근혜는 1퍼센트 특권층의 일부로서, 이명박이 정권 차원의 감시와 통제로 저항 세력을 입막음하면서 추진한 우파 정책에 동조해 왔다. 

그래서 2010년 불법 사찰이 드러나 증거를 조직적으로 폐기해 일부 깃털들이 구속될 때도 박근혜는 침묵으로 동조했다. 

게다가 박근혜는 이번 총선에서 ‘불법 사찰’의 주요 책임자들인 김종태와 김회선을 당선 확실 지역인 경북 상주와 서울 서초갑에 각각 ‘전략’ 공천해 당선시켰다. 

사찰팀이던 원충연이 2009년 작성한 수첩에는 “BH, 공직기강, 국정원, 기무사도 같이 함”이라고 적혀 있는데, 김종태는 당시 기무사령관이었고, 김회선은 국가정보원의 제2차장이었다. 

불법 사찰에서도 이들은 영락없는 ‘이명박근혜’인 것이다. 

계급 지배

따라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단지 이명박 도당의 ‘공권력’ 사유화 따위가 아니다.

이명박의 사찰팀은 구성되자마자, “촛불집회 검거 수범 사례 보고”, “불법시위 근절 대책 건의” 등을 제출했다. 

그 직후 광범한 채증을 통한 촛불시위 참가자 검거와 백골단을 연상시킨 경찰기동대 창설 계획 등이 실행됐다. 

같은 해 “쌍용차 작전 조사 결과 보고” 문건을 보면, 최근까지 무려 스물두 번째 죽음을 낳은 쌍용차 정리해고와 살인 진압에 정권 차원의 기획과 공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천인공노할 사실에 분노를 도저히 억누를 수 없을 정도다. 

결국 촛불항쟁이 지배계급 주류에게 안겨 준 수모를 되갚고 경제 위기 고통전가, 노동 탄압, 언론 장악 등을 강행하려는 것이 바로 ‘불법 사찰’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이를 위해 1퍼센트 세력의 지배 도구인 군대ㆍ경찰ㆍ법원ㆍ관료기구 등 억압적 국가기구를 총동원해 99퍼센트 민중의 운동과 활동가들을 감시하고 탄압을 기획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검사ㆍ판사 들은 물론 부차적 사찰 대상이던 경쟁자 박근혜와 재벌 총수들까지도 이번 사건을 묵인ㆍ비호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계급 지배의 주요 수단이라는 이런 근본 성격 때문에 사찰기구를 통한 사회운동 감시ㆍ통제는 정권을 관통하며 계속돼 왔다. 

박정희ㆍ전두환 때는 물론이고 민주화 이후 선거로 집권한 노태우도 군부인 보안사를 통해 진보진영을 사찰하다 들통났다. 

김영삼은 경찰청 사직동팀 등을 두고 전방위적 도청ㆍ사찰을 수행했고 안기부 사찰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노동 악법과 함께 날치기했다가 민주노총의 파업으로 몰락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검찰 등이 조폐공사 파업 유도 공작을 했다가 들통났고, 경찰의 노동운동 감시ㆍ탄압도 계속됐다. 

노무현 정부가 현대차노조와 화물연대 등을 사찰한 것도 노동운동을 감시ㆍ통제하는 맥락이었다. 사실 이명박의 사찰팀도 노무현 정부의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을 본따 만든 것이다. 

△2008년 촛불 집회에 참가한 공무원 노동자들 ⓒ임수현

주요 표적은 노동운동이었다

이명박은 촛불항쟁이 한창이던 2008년 7월 초 국무총리실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만들었다. 

억압적 국가기구가 전방위적으로 동원됐고, 은폐 과정에서는 검찰이 협조했고, 재판 과정에서 법원의 판사도 협력했다. 집권 여당과도 정보를 공유했다. 

실무에는 경찰ㆍ국정원ㆍ기무사 출신의 보안경찰들과 노동부와 우파 노조관료 출신들이 동원됐다. 구성에서부터 노동운동 등 진보적 사회운동 감시ㆍ단속이 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찰팀 이창화의 수첩에는 민주노총과 다함께 등 진보 단체들에 관한 내용이 잔뜩 적혀 있었다. 

특히, 이영호가 이끌고, 보안 수사관 출신과 노동부 출신으로 구성된 점검1팀은 “쌍용차 작전 조사 결과 보고”, “국민연금관리공단 노조 파업 동향”, “09년 좌익세력의 동향 및 대응 방안에 대한 보고” 등 사찰과 탄압 대책을 세워 왔다.

이들의 활동은 단순한 감시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탄압과도 유기적으로 연계돼 왔다.

일례로 ‘권정환 전공노 부위원장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징계 및 형사처벌 조치 계획’이 10월 6일 보고됐는데, 마포구청장은 10월 7일에 서울시에 권 부위원장을 파면ㆍ해임해 달라는 ‘공무원징계의결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런 탄압을 위해 이명박 정부는 온갖 비열한 수단을 동원해 감시ㆍ통제를 벌였다. 원충연의 수첩에는 사찰 방법으로 “HP 도청 열람”, “장비(노트북, 망원경, 카메라)” 등이 나온다. 

정권 퇴진, 관련자 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요구해야

사찰의 총책임자인 이명박은 퇴진해야 하고, 임태희, 권재진 등 관련자들은 전원 구속ㆍ처벌돼야 한다. 

사찰에 동원된 각종 사찰기구와 국정원ㆍ기무사ㆍ검찰ㆍ경찰의 공안부서 등도 즉각 해체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NGO와 진보진영 지도자들이 고작 ‘이명박이 나서서 진실을 밝혀라’ 하는 수준에서 머물며 퇴진 요구를 애써 회피하는 것은 정말 유감이다. 

특검이냐, 청문회냐 하는 논란에 매달리는 것도 시간 낭비로 보인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특검을 실시하자고 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물타기할 시간을 벌면서 정권심판론을 피해 보려는 술책일 뿐이었다. 

1999년에 도입된 이후 10여 차례 시행된 특검이 사건의 몸통을 밝혀낸 적은 한 번도 없다.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게 돼 있는 데다가 기존 국가기구에 완전히 둘러싸인 채 수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근혜’

집권 시절 자행한 노동운동 사찰이 드러났는데도 사과는커녕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민주통합당 지도부에게 사찰의 ‘진상’을 밝혀낼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믿기도 힘들다.

이명박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퇴진 요구를 피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진보진영은 노무현 정부 말년인 2007년 한미FTA 체결 직후에 정권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물론 ‘이러다가 박근혜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것 아니냐’거나 ‘이명박이 물러나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크게 다르겠냐’ 하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의 눈치를 보며 ‘노무현의 사찰은 이명박과는 다르다’거나 이 사안을 더 큰 정치투쟁으로 발전시키길 회피하는 일부 지도자들의 태도가 오히려 문제다. 

그런 태도야말로 박근혜가 이명박과 선을 그으면서 위기를 벗어나려 할 때 의도치 않는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번 총선 결과가 그 증거다.

이명박 같은 철두철미한 1퍼센트의 대변자는 단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는 게 우리에게 이익이다. 

게다가 정권을 퇴진시키려면 우파 전체에 맞선 거대한 대중 투쟁이 필요한데, 이런 투쟁을 제대로 건설할 때, 진정으로 정치 지형을 진보에게 더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만일 그런 대중 투쟁으로 정권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 뒤 집권할 정부는 누구든 지금처럼 함부로 99퍼센트를 짓밟는 정책을 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사찰의 주요 표적이었던 노동운동과 진보적 사회운동 진영이 앞장서서 정권 퇴진과 관련자 구속ㆍ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요구하며 투쟁을 적극 건설해야 한다. 

진보 단체들이 모인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비상행동(약칭 ‘민간인 불법사찰 비상행동’)은 바로 이런 투쟁 건설에 적극 헌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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