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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위성 발사 이후:
굳건한 반제국주의 관점이 중요하다

4월 13일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했으나, 궤도 진입에 실패하고 로켓이 추락했다. 성공적 발사로 ‘강성국가 진입’의 포문을 열려던 북한 관료들의 목적은 제대로 달성되지 못했지만, 북한이 장거리탄도미사일 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라는 점은 재확인된 것이다.

그러자 오바마 정부는 이번 발사를 ‘도발 행동’, ‘공격적 행태’라고 비난했고, 발사 직후 유엔 안보리를 소집해서 위성 발사를 규탄하는 의장 성명을 내게 했다. 이명박 정부도 북한 때리기에 가세해, 미국과 대북 제재의 공조를 맞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일은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예컨대 일본은 8월 말에 우주에서 지구 대기권으로 로켓이 재진입하는 실험을 한다.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매우 중요한 단계이고, 북한은 아직 시도조차 못한 수준이다. 한국 정부는 광명성 3호가 발사되자, 자체 개발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발사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며 군사력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미국은 1만 기가 넘는 핵무기를 갖고서 북한을 수십 년 동안 위협해 왔다. 오바마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봉쇄에 필요한 인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성공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위선적 태도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한반도 긴장 고조와 북한 로켓 발사라는 결과를 낳은 데 책임이 있는 원인 제공자들이다. 1990년대 초부터 미국이 북한을 무시하고 압박한 게 진정한 문제였다.

오바마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도 위기를 부추겨 왔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이 먼저 변할 때까지 ‘전략적 인내’를 하겠다며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하면서, 북한을 핵선제공격 대상에 남겨두는 등 위협을 가했다. 그 때문에 벼랑 끝에 몰린 북한이 핵실험, 로켓 발사, 연평도 포격 등으로 대응하면, 오바마는 다시 제재와 협박을 강화해 사태를 악화시켜 왔다.

비록 이번 위성 발사 전에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당국과 2·29 합의를 했지만, 미국 대선 전까지 북핵 문제를 현 상태에서 동결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패권 강화를 위해, 미국 지배자들은 북한에 대한 위협을 줄이지 않는 것이다. MD 체제 강화 등 북한을 빌미로 중국을 봉쇄하는 조처들을 이행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이번에 한·미·일이 북한에게 추가 제재를 가한다면 사태는 더 꼬일 것이다. 쉽게 점칠 수는 없지만, 한·미·일의 강경대응은 2009년처럼 북한의 핵실험이나 로켓 재발사를 부르며 이 지역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

북풍 몰이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미국에 편승해 북한을 압박하며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도발행위’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박근혜는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자며 북풍 몰이에 앞장섰다. MD 참가, 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과 더불어, 남한 우파들의 이런 행태는 북한을 한층 더 자극하는 짓이다.

우파들은 총선에서 약진한 통합진보당을 공격하는 ‘종북좌파’ 마녀사냥에도 나섰다. 새누리당 대변인 이상일은 “통합진보당은 북한 당국처럼 ‘광명성 3호’라고 부르고 있다”며 통합진보당에 대한 색깔론을 부추겼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이 ‘제재 일변도 방식은 한반도 긴장 완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 압박에 우선 반대한 건 전적으로 옳은 입장이다.

이들이 이렇게 북풍 몰이를 하는 것은 국내 이데올로기 지형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고 우파를 결집시키려는 목적이 있다. 그래서 우파가 정국 주도권을 쥐고 대선까지 가려는 심산이다.

민주통합당은 역시나 이런 우파의 공세에 타협·굴종하고 있다. 사실 4월 13일 국회 국방위에서 채택된 위선적인 대북 규탄 결의안은 민주통합당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비슷한 결의안을 본회의에서도 채택하자는 박근혜의 제안에도 서둘러 동의했다.

이런 행태는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의 대결적 남북관계를 종식시키겠다’는 민주통합당의 약속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한계가 많은지 보여 준다. ‘안보 문제’에서 ‘단호한’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우파적 압력에 타협하며 부르주아 야당으로서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한겨레〉, 〈경향신문〉 같은 자유주의 언론들도 비슷한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한겨레〉 오태규 논설위원은 ‘중원(충청·강원, 혹은 중도파)에서 민주당과 야권연대가 밀린 데는 안보 문제에 대한 모호한 태도가 큰 작용을 했다’ 하며 야권연대가 안보 문제에서 “확실한” 태도를 취하라고 주문했다. 〈경향신문〉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북한이 주장하는 ‘가상의 위협’일 뿐이라며, 미국과 이명박 정권보다 북한을 주되게 비판했다.

민주통합당과 자유주의 언론들의 이런 입장은 우파의 입지와 정국 주도권만 더 강화시켜 줄 뿐이다. 박노자 씨도 “북조선[북한]을 비난하기 전에 여태까지 ‘국제 사회’(제국주의 열강)가 얼마나 북조선을 부당하게 대우해 왔는지” 봐야 한다며 〈한겨레〉 등을 비판했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북풍 몰이의 의도를 폭로하고,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우파의 북풍 몰이는 ‘종북’ 문제를 빌미로, 무엇보다 한미FTA 반대 운동,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 등 진보적 주장과 운동을 노리는 것이다. 진보진영은 우파에게 타협·굴종하는 민주통합당도 단호하게 비판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의 기회주의에 대해 분명하게 비판하지 않는 건 아쉬운 일이다. 이처럼 야권연대에 종속돼서 민주통합당에 대해 비판을 삼가는 것은 반제국주의 운동 건설에 도움이 안 된다.

진보진영은 분명한 반제국주의적 관점에서 현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우파의 공세로부터 통합진보당을 방어해야 한다.

그 점에서 진보신당이 ‘일방적인 군사적 모험주의를 버려야 한다’며 현 상황의 주된 책임이 마치 북한에게 있는 것처럼 주장한 것은 부적절했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과 심상정 공동대표도 당의 공식 입장과 달리 다소 양비론적인 관점을 밝히는 언론 인터뷰를 했다.

물론 진정한 진보는 북한의 군사력 강화도 지지할 수 없고 비판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이 반제국주의 관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이런 주장도 덧붙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제국주의 최강대국 미국의 선제 공격 위협과, 이에 맞서 가난한 독재 국가가 무장을 강화하는 것을 동등하게 비판하는 것은 이 문제의 진정한 성격을 보지 못하고 진정으로 ‘편향된’ 것이다. 게다가 진보진영 일부의 이런 주장을 우파가 과장·악용하고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우파의 북풍 몰이와 색깔론에 흔들리지 말고, 굳건하게 반제국주의 입장에 서야 한다. 경제 위기 속에 제국주의 열강 간에 긴장이 쌓이는 지금, 이것은 우리 모두의 미래가 걸린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