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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익히는 마르크스주의 기초 개념 6:
국가와 자본의 관계

올해 초 이명박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 증대”를 압박하며 현대·기아차 등의 자본가들과 미묘한 긴장을 드러낸 바 있다. 최근에는 KTX 민영화를 추진할지 말지를 둘러싸고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 내에서도 분열이 있었다. 이런 일들을 보면 국가와 자본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는 게 타당한지 물음이 던져진다.

마르크스는 국가가 본질적으로 계급지배를 위한 기구라고 봤다. 실제로 최근 이 나라 국가는 통합진보당 당원 명부를 탈취하는 강도짓을 벌였다. 노무현 정부 때 구속된 노동자 수가 같은 기간 이명박 정부 때보다 많은 것에서 보듯(노무현 정부 4년여 동안 9백58명, 이명박 정부는 4백49명) 개혁적인 정부가 들어서도 국가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보며 일부 사람들은 국가가 단순히 자본가들의 대리인이라고 여긴다.

일부 급진좌파들은 ‘국가는 총자본의 대변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은 자본에 맞선 투쟁을 강조하면서 국가에 맞선 정치 투쟁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과 연결되기도 한다.

스탈린주의에서 주장한 ‘국가독점자본주의론’도 국가가 삼성, 현대와 같은 소수 독점 재벌들의 이익만을 대변한다고 설명한다.

《공산당 선언》의 “현대 국가의 집행기구는 전체 부르주아지의 공동 관심사를 다루는 하나의 위원회일 뿐이다”는 구절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자주 이용된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서는 서두에서 말한 현실의 갈등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국가는 단순히 자본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마르크스도 《브뤼메르의 18일》에서 당시 프랑스 보나파르트 국가의 행정력을 “거대한 관료적-군사적 조직, 교묘하고 폭넓은 토대를 지닌 국가 기구, 그리고 50만 명을 헤아리는 실제의 군대와 함께 50만 명의 관료로 이루어진 군대”라고 묘사했다. 이런 ‘국가 기구’는 자본과 구별되는 자신의 이익과 목적을 가진다.

실제로 국가는 종종 자본가들의 이해관계와 대립되는 주장을 한다.

최근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자 오바마 정부가 월가를 개혁하겠다며 나선 것도 국가와 기업간의 충돌을 보여 준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이집트의 나세르와 시리아의 바트당은 권력을 잡고는 대자본을 해체하고 국유화했다.

이런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국가와 자본을 단순히 대립시키지도, 뭉뚱그리지도 말고 “구조적 상호 의존 관계”를 맺고 있다고 규정해야 한다. 탁월한 마르크스주의자이자 혁명가였던 고(故) 크리스 하먼이 이런 분석을 발전시켰다.

《좀비 자본주의》에서 크리스 하먼은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사람들 간의 관계, 즉 대중을 착취하는 데 관여하는 사람들과 무장 집단을 통제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다” 하고 썼다.

구조적 상호 의존 관계

국가관료와 자본가 들은 온갖 연줄로 얽히고설켜 있고 서로 상대방을 이용한다.

“국가를 실제로 운영하는 자들은 기업이 경쟁 때문에 스스로 할 수 없는 기능을 떠맡는다. 그들은 서로 경쟁하는 자본들을 중재해야 하고, 사법제도를 운영해야 하고, 중앙은행을 통해 금융 시스템과 국내 통화를 관리·감독해야 한다. ‘총자본’은 오직 관념적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 완전히 다른 정치·행정 시스템의 특별한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다.

“국가는 또, 국민 대중을 체제 내로 통합하는 메커니즘도 제공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두들겨 패서 굴복시키는 강압기구(경찰, 보안경찰, 감옥 등)와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불만을 체제와 조화될 수 있는 통로로 돌리는 통합 메커니즘(의회 기구, 단체교섭 체계, 개혁주의·보수주의·파시스트 정당들)이 그것이다.

“강압 메커니즘과 통합 메커니즘은 자본주의적 착취와 축적이 이뤄지는 영역 밖에 존재하는 조직과 지도력에 의존한다. … 따라서 국가는 자본 일반의 이해관계뿐 아니라 다른 사회집단과 계급을 포섭하려고 제공하는 양보도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상당한 정도의 자율성이 반드시 나타난다.”(《좀비 자본주의》)

물론 국가의 자율성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가 운영되려 해도 조세 수입이 제대로 들어와야 하고 이를 위해 자본가들이 뽑아내는 잉여가치가 충분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가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자본주의적 축적을 유지하는 것에 근본적으로 의존한다.

국가와 자본들은 싸우는 형제들처럼 잉여가치를 어떻게 분배할지를 둘러싸고 긴장과 갈등을 벌인다. 그러나 그들은 경제적 관계와 정치적·이데올로기적·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착취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구조적으로 상호 의존한다.

개혁주의자들은 국가와 자본을 대립하는 것으로 보며 국가를 활용해 자본을 규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가 기구는 본질적으로 착취 체제에 의존하고 있고 계급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국가를 이용한 자본주의 개혁은 근본적으로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또 국가와 자본의 이익이 일치한다고 추상적으로 봐서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분열과 갈등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이용하기 힘들 것이다.

국가와 자본이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며 갈등을 벌인다면 이는 아래로부터 투쟁을 자극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정부가 대기업에 노동시간 단축을 압박했던 것을 이용해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를 올바로 규정하는 것을 통해 제대로 된 분석과 대안 제시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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