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애플과 삼성 그리고 창조와 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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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3GS를 완전히 베낀 결과 삼성은 애플에게 1조 2천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 아이폰을 베낀 덕에 거둔 성공에 비하면 배상액은 오히려 작은 편이다. 이게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내 견해다.
우선 애플이 주장한 특허는 사각형의 둥근 모서리가 아니다. 그런 식의 묘사는 대중적일지 몰라도 전문성을 의심받게 한다. 그런 점에서
그러나 우리가 삼성을 편들거나 애플을 편들거나 해야만 한다면 참 우울할 거다. 애플은
나에게 이 손해배상 소송은 혁신의 동력을 지키는 소송도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흔한 경구 하나를 빌면,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정말 그렇다. 내 친구는 삼성이 애플의 광고를 100% 베낀 것을 보고 “싸가지가 없다”고 표현했는데, 지금 삼성의 그런 행태를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 일단 특허권이 가지는 본질적인 함정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제록스사의 마우스와 아이콘을 클릭해 창을 띄우고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방식
자본주의가 아니라면 제록스의 연구원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가치 있는 형태로 구현해 준 잡스에게 고마워했을지도 모른다. 제록스 연구원들의 실제 입장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사람들은 분명 “제록스가 그거 특허 냈으면 떼돈 벌었을 텐데” 하고 말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처음 윈도우를 세상에 내놨을 때 애플이 특허 침해로 소송을 걸었다. 애플이 패소한 건 인류사적으로 다행한 일이다. 만약 애플이 이겼다면 우리는 사용하기 편리하지만 아주 비싼 맥, 아니면 명령어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피씨 말고는 사용할 수 있는 게 없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모방은 ‘창조자’
둥근 모서리 사각형이 부각되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애플은 이번 소송에서 다음 특허들도 인정받았다.
창조와 이윤이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면, 저런 기술들은 마땅히 전 인류의 발전을 위해 무료로 풀려야 한다. 그리고 전
자본주의에서 이런 주장은 몽상에 가깝다. 당장 나도 누가 내 창조물로 돈을 벌면 몹시 배가 아플 것이다. 내 코가 석자인데 인류의 발전이 뭔 소용이냐!
물론 나는 떼돈 벌 생각은 없다. 그래서 만약 내가 먹고 살 만하다면, 그래서 특허를 통한 떼돈을 꿈꿀 필요가 없다면, 그러면 난 인류의 발전을 위해 내 창조물을 얼마든 내놓을 수 있겠다. 그래서 민주적 평등이 창조적 발전의 핵심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짝퉁’
그러나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조차 자본주의에서는 왜곡되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겠다. 자본주의가 아니라면, 굳이 왜 ‘짝퉁’이 필요하겠는가. 짝퉁을 만들 필요가 없다. 그냥 너도나도 ‘진퉁’을 많이 만들면 그만이다.
내 생각에 ‘짝퉁’은 오직 자본주의에서만 존재할 것 같다. “어라, 그럼 너는 획일화가 낫다는 거냐?” 할 수도 있다. 무슨 소리. 삼성같이 완전히 베끼는 게 바로 획일화를 낳는 거다. 그런 식이 아니라 모방을 디딤돌로 삼는 더 나은 시도가 얼마든 가능하다. 다양성이 만개할 거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는 어설픈 모방보다는 차라리 완전한 모방을 통해 ‘짝퉁’이 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윤을 얻어야 하므로 안전 운전을 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는 저해된다. 발전도 저해된다.
이런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한국에도 좋은 디자이너가 많은데, 디자인을 해서 위로 올리면 ‘빠꾸먹고’ 외국 걸 참고하라고 하고, 다시 올리면 또 ‘빠꾸먹고’ 다시 외국 걸 참고하라고 하고, 그래서 외국 것과 비슷하게 만들어서 올리면 통과되고 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말이다. 이건 모방을 통한 창조가 아니다. 그냥 내 친구 말마따나 “싸가지 없는” 베끼기다.
창조를 왜곡하는 자본주의
즉, 내 생각에 자본주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창조를 왜곡한다. 첫째는 모방을 통한 창조를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이게 두드러진다. 그러나 둘째도 있다. 모방을 할 때조차 그건 창조를 촉진하는 모방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거다.
마지막으로, 내가 자본주의가 모든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이야기한 게 아니라 ‘저해’한다고 말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