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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는 맑시즘 2012 ③:
복지 확대는 어떻게 가능한가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조차 복지 확대를 약속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이 복지 확대를 이룰 진정한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역사적으로 고찰한다. 이 글은 2012년 7월 노동자연대다함께 주최로 열린 한국 최대 진보포럼 ‘맑시즘2012’에서 한 연설을 녹취·축약한 것이다.

복지국가 논의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주제로 등장했습니다. 문재인 씨 같은 경우, ‘사람이 먼저다’ 하는 슬로건을 내걸고 복지를 내세웠죠.

박근혜 씨는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내걸어요. 박근혜식 꿈이 이뤄지면 참 큰 일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만, 어쨌든 비중 있게 제시한 것이 맞춤형 복지, 생애주기형 복지 같은 것이었습니다. 박근혜 씨는 “우리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였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공공부문을 민영화 하면서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12월 8일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공공성 강화 공동행동. ⓒ이미진

박정희의 꿈이 복지국가였다는 것은 사실 전혀 근거 없는 얘기예요. 그나마 박정희가 1977년에 건강보험을 도입하기는 했죠.

그런데 박정희가 왜 건강보험을 도입했을까요? 박정희가 1961년 5‍·‍16 때 의료보험 도입을 말했지만, 그것을 미루고 미루다가 1977년에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당시에 이런 주장이 있었습니다. ‘요즘 빈민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요즘 노동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여기에 학생들의 움직임까지 덧붙으면 큰일이 날 것 같다.’

꽉 눌려 왔던 한국의 노동자 운동이 1975~76년부터 꿈틀거렸습니다. 그 이전의 열 배 이상 되는 분규가 발생하는 등 노동운동이 급격하게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또 학생운동이 10월 유신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정권한텐] 이 둘이 힘을 합치는 게 굉장히 큰 공포였고, 이를 막기 위해 뭐라도 떡고물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 당시 정치권의 상황 인식이었습니다. 박정희는 건강보험을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 할 수 없이 한 것입니다.

게다가 정부는 돈을 하나도 안 내고, 노동자들 돈 반, 기업가들 돈 반, 이렇게 ‘니네끼리 알아서 하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우리 나라 최초의 건강보험이었습니다. 이것도 5백 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와 공무원 등만 보장했고 또 당시 건강보험 보장률은 50퍼센트도 안 됐습니다.

이것을 전 국민이 적용받는 현재의 건강보험으로 만든 것은, 박정희가 죽고 나서 한참 뒤인 1989년이었습니다. 1987년의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도입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박정희는 건강보험의 아버지가 아닙니다. 박정희는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의 결합을 두려워한 나머지, 아주 기형적인, 부분적인 건강보험을 도입했습니다. 그것조차 살아남을 제도로 만든 것은 노동자와 민중이었습니다.

결국, 박정희 정권은 그렇게 걱정하던 노동자 운동과 학생운동의 결합으로 무너졌습니다. 그게 바로 부마항쟁이죠.

보수파들은 ‘사회복지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비스마르크다’ 하고도 설명합니다. 교과서에도 이렇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비스마르크는 1884년에 제국의회에서 이렇게 연설했습니다.

“만일 사회민주당(독일 공산당의 전신, 지금 독일 사민당의 전신이기도 한)이 없었다면, 그리고 아무도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사회개혁의 진전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노동자들의 급진적 투쟁은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두려운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비스마르크 개혁의 실체입니다.

비스마르크가 또 두려워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그때는 마르크스주의가 사회주의 운동을 장악하기 시작하고, 1864년에 제1인터내셔널이 등장했던 시기입니다. 유럽 전역에서 혁명과 봉기가 터졌습니다. 그 정점이 1871년에 최초로 노동자들이 직접 권력을 장악했던 프랑스 파리코뮌이었습니다.

파리코뮌

이 프랑스 혁명이 독일에까지 불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즉 노동자 혁명이 전 유럽을 휩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 중 하나가 비스마르크의 사회보험제도 도입이었습니다.

결국, 박정희나 비스마르크 같은 보수파들이 사회보험제도나 사회개혁을 들고 나온 것은 어떨 때냐? 노동자들이 체제를 뒤흔들 때라는 것입니다. 그람시는 이것을 ‘수동혁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죠.

그런데 여러분, 정말 비스마르크가 최초로 사회복지 제도를 도입했을까요? 그 전인 1871년 파리코뮌 때 노동자들이 제일 먼저 실시한 정책이 무엇이었을까요?

여러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그중 제가 기억하는 것은,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하는 저로서는, 딱 눈에 들어오는 것이 ‘집세 면제’였습니다. 그것도 밀린 집세까지 면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월세가 밀린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그다음에 한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철야노동을 금지했습니다. 한국에선 아직도 못 하는 것을 1871년에 했다는 겁니다.

또 무엇을 했나요? 무상 의무교육을 시행했습니다. ‘우리가 이기려면 노동자들이 읽을 줄 알아야 한다’ 하면서 무상교육을 실시했죠. 모든 교회를 징발해서 정치집회장으로 사용했고 일부 시설에서는 무상의료를 시행했습니다.

‘노동자들이 권력을 잡으면 저렇게 되는구나.’ 이것을 파리 시민들이 알게 됐습니다. 코뮌 위원들은 노동자 임금만 받았고, 모든 군대는 노동자들의 군대로 대체됐죠. 그리고 모든 사회복지 제도를 한꺼번에 시행했습니다. 코뮌 기간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아무도 굶주리거나 추위에 떨거나 집 밖에 나앉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파리코뮌 정부가 바리케이드를 쌓고 저항할 수 있던 힘이었습니다.

유럽 모든 나라 지배자들은 유럽 전체로 파리코뮌이 번져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스마르크는 파리코뮌에서 시행했던 것을 일정하게 베껴서 사회복지 제도를 도입했으나, 국가가 책임지는 게 적었습니다. 지금도 독일은 다른 나라보다 정부의 부담이 적고, 노동자들과 기업주들이 비용을 반씩 내는 형태의 제도를 보유하고 있죠.

소비에트 러시아

파리코뮌 외에 우리가 꼭 빼먹지 말아야 할, 국가 단위에서 사회복지 제도를 시행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1917년 10월 혁명 이후 러시아였습니다. 노동자 국가, 소비에트 러시아가 시행했던 사회복지 제도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복지제도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연금, 실업수당 등 모든 제도가 소비에트에서 곧바로 시행됐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개념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탁아소를 설치했습니다.

당시 노동자 정부의 열정이 너무 뜨거워, 공동 빨래를 하고 식사도 다 같이 하는 제도도 시행했습니다. 그런데 속옷이 너무 뒤섞이는 관계로 공동 빨래제가 폐지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문맹률이 거의 90퍼센트에 가깝던 중앙아시아 쪽에서도 여성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가사노동을 사회화했습니다. 양성 평등을 주장하면서 혁명가들이 돌아다녔습니다.

이 소비에트 혁명이 성공한 후에 진정으로 근대적인 복지국가가 탄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영국에선 NHS(국민보건서비스)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런던 올림픽 때 영국 정부가 자랑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피터팬, 해리포터 같은 아동문학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NHS였습니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3백20개의 병상이 등장했는데, 애들이 그 위에서 뛰고, 실제 거기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춤을 추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영국의 무상의료 제도가 아주 저질’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파키스탄 의사들만 많다’는 인종차별적인 얘기도 나옵니다.

물론, NHS는 완전무결한 제도도 아니고, 영국 정부가 복지재정을 계속 삭감하는 바람에 참 문제가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위정자들이나 우파들이 ‘그런 식으로 가면 우리나라 다 망한다’고 하는 건 근거 없는 얘기입니다.

NHS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영국 노동당이 도입한 것입니다. 영국뿐 아니라 유럽 노동운동이 전후에 급진화하면서, 유럽 전체에서 매우 급격한 사회개혁이 있었죠.

던컨 핼러스(영국의 혁명적 사회주의자)가 쓴 책을 보면,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던컨 핼러스가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뒤 리버풀에 있는 조그만 극장에서 고전적 반전영화인 〈서부전선 이상없다〉라는 영화를 보았을 때의 이야긴데, 독일 병사 두 명이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장군들하고 정치가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게 하는 게 나았을 걸 그랬어’ 하는 장면이 나왔답니다. 그러니까 영국의 퇴역 군인이 다수 섞여 있었을 청중석에서 곧바로 큰 박수가 나왔다는 겁니다. 당시 참전 군인의 92퍼센트가 노동당을 찍었을 정도로 급진화 바람이 불었습니다.

노동당은 ‘국유화가 사회주의로 가는 주요한 교두보’라고 주장하면서 주요 산업을 국유화했고, 병원들을 다 국유화했습니다. 이렇게 NHS의 기반을 쌓은 것이죠.

당시 의사들은 반대했습니다. 보수당은 더 반대했습니다. 그렇지만, 국민의 지지가 아주 확고했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었죠.

물론, 이렇게 성공한 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실패한 예도 있습니다. 미국이 바로 그렇습니다.

미국에는 지금 그나마 메디케이드, 메디케어라는 장애인‍·‍노인 건강보험 제도가 있습니다. 이것은 1960년대 민권운동의 산물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의료개혁은 실제로 확대되지 못했습니다. 오바마의 의료개혁이 “1백 년 만의 개혁”이라고 불린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보수파들의 반대로, 케네디가 전 국민 의료보험을 도입하려다 실패했고, 클린턴이 도입하려다 실패했고, 오바마가 도입하려다가 겨우 될까 말까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오바마가 도입하려는 의료개혁이 뭐죠? 그것은, 국가가 권장하는 전 국민 건강보험이 아닙니다. 민영 의료보험과 국가가 시행하는 보험을 경쟁적으로 내걸자는 것이죠. 이것은 1960년대 공화당의 닉슨이 내걸었던 내용입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미국과 유럽과 다른 점은 뭘까요?

예전엔 미국의 노동운동만큼 전투적인 노동운동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약화됐습니다. 특히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정당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국 노동자 계급은 민주당의 왼쪽 방을 선택했죠. 이것이 바로, 미국이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전 국민 건강보험이 없는 나라가 된 이유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여러 역사적 예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제, 몇 가지 얘기를 더 해보겠습니다.

‘복지 하면 나라 망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리스가 복지 때문에 망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는 유럽에서 가장 늦게 복지제도를 도입한 나라입니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가장 늦게 복지를 도입했습니다. 1970년대 중반 이후에나 도입했죠.

그리고 이 나라들은 유럽에서 복지 비중이 가장 낮습니다. 그리스 복지가 잘 돼 있다고 하면, 유럽 사람들이 다 웃을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복지를 많이 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얘기로 끌고 가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복지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 얘기는 그야말로 거짓말입니다. ‘복지가 되면 사람들이 일을 안 한다’는 주장도 워낙 말이 안 되죠.

보수파들은 ‘복지 하려면 너네들 월급의 반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그래도 할래?’ 하고도 말합니다. 〈조선일보〉는 ‘사회보험 제도를 다 하려면 1백조 원쯤 든다’고 했습니다. 월급의 반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요? 1백조 원이 든다고요? 이것은 굉장히 과장된 수치입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이런 논의에서, 저들이 맨날 빼먹는 얘기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동분배율입니다.

여러분, 한번 따져 봅시다. [유럽의 노동자들은] 우리보다 세금을 많이 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우리보다 받는 돈(임금)이 많습니다.

우리 나라랑 유럽이랑 GDP에서 가져오는 노동의 몫을 비교하면, 우리 나라 노동분배율이 다른 나라보다 10~15퍼센트 낮습니다. GDP의 10퍼센트면 얼마입니까? 1백20조 원 정도죠. 한국 노동자들은 이른바 ‘유럽의 선진국’ 노동자들보다 1백20조 원에서 1백80조 원을 덜 받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만약, 노동자들에게 1백20조 원을 주고는, 무상의료‍·‍무상교육을 다 할 테니까, 물론 과장된 수치이지만, 1백조 원을 내놓으라고 하면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지금보다 20조 원을 더 주는 건데.

그런데 이런 분배 자체를 빼먹고, ‘너네가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세금 폭탄일 뿐이죠.

사실, 한국 노동자들이 내는 사회보장 기여분은 이미 유럽보다 높거나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우리 나라에선 기업들의 기여가 낮죠.

즉, 누가 돈을 더 내야 하느냐? 자본이 돈을 더 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자본‍·‍부자에게 세금을, 서민‍·‍노동자에게 복지를’이라는 구호는 정당합니다. 복지국가는 그런 것입니다. 돈 있는 사람이 돈을 내야죠.

‘서로 조금씩 도와 계(契) 타자’ 하는 식으로 복지국가를 말해선 안 됩니다. 최근에 굉장히 많이 팔리는 책을 쓴 분도 그렇게 주장하셨어요. 국가가 좀 내고, 기업이 좀 내고, 노동자‍·‍서민이 좀 내서 복지국가를 이루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렇게 복지국가와 ‘계’를 착각하는 논리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노동자들더러 돈 더 내라 하면 그 돈을 어떻게 내나요? 내려야 낼 게 없습니다. 돈을 좀 더 내면 낸 만큼 좀 더 받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복지제도가 이뤄진 적이 없어요. 복지제도는,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아름다운 연대 정신”으로 만든 것이 결코 아닙니다.

독일의 이른바 ‘철혈 재상’, 모든 자유를 피와 칼로 무찔러서 권력을 얻은 비스마르크조차 말했던 것처럼, 첨예한 계급투쟁 속에서 사회복지 제도가 생겨났습니다. 거대한 노동자 계급의 운동과 혁명, 이런 것이 한 대륙을 휩쓸고 지나갈 때 사회복지 제도가 이뤄졌습니다.

10월 혁명의 노동자 투쟁 속에서 복지제도가 출현했습니다. 영국의 평범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무상의료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최소한의 건강보험 제도조차 온 국민이 거리로 나오고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을 때 이뤄졌습니다.

이것이 역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입니다.

정리 발언

나온 질문에 대해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1백만 원 상한제’는 유럽에서 시행하는 제도를 본뜬 것인데, 독일의 경우 진료비가 자기 소득의 2퍼센트 이상 초과하면 정부가 돈을 내줍니다. 유럽에서는 많은 나라들이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제를 시행하는데 대체로 평균임금의 2~5퍼센트가 상한선입니다. 이것을 한국에 맞춰 노동자 평균 임금의 3~4퍼센트로 계산하면, 대략 1백만 원 정도 됩니다. 그래서 ‘1백만 원 상한제’가 나왔습니다.

우파들은 이 제도에 반대합니다. 진료비가 1백만 원 이상 나오면 돈을 더 이상 안내도 되니까 사람들이 계속 병원에 갈 것이라는 논리를 대죠.

그러나 맹장염 수술을 아무리 더 받고 싶어도, 맹장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공짜면 계속 치료받을 것이라는 얘기는 틀린 거죠. 게다가 병원에 가서 누워 있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재벌들이 감옥에 가면 병원에 자꾸 가고 싶어 하기는 하죠. 감옥만 가면 휠체어 타고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1백만 원 상한제’는 사실 명확한 의미에서 무상의료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민주당 등은 “무상의료는 공짜 의료가 아니다” 하고 설명하지만, 무상의료는 말뜻 그대로 ‘돈 안 내고 치료받는 의료’입니다.

국가가 사회복지 제도를 시행해야 합니다. 4년 동안 부자 감세한 돈이 90조 원가량 되고 4대강에만 22조 원을 썼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상위 10대 재벌 그룹의 사내보유금만 해도 3백40조 원입니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숨겨 놨을 테지만, 어쨌든 밝혀진 것만 그렇습니다. 이 돈이면 무상복지를 시행하고도 충분히 남습니다.

어떤 분이, [기업주들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자본이 외국으로 도망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셨습니다. 세계화 시대니까.

과장된 세계화론

그런데 이런 말들은 대부분 협박입니다. 최소한 공장을 뜯어서 옮기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습니까?

자본은 국적을 안 가진다는 의미에서 ‘다국적 기업’ 얘기도 있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도요타가 아무리 어떻게 해 봐도 미국으로 국적을 옮길 수는 없습니다. 자본은 국가를 활용하고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려면, 국가 테두리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이죠.

때문에 ‘세계화 시대에 자본의 이동이 너무나 자유롭다’는 얘기는 협박이고 과장입니다.

그런데 거꾸로 세계화 시대에는 [국적을 초월해] 노동자 간의 연대가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가 아랍에서 일어난 혁명 소식을 SNS를 통해 금방 알 수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활용해야 합니다.

저는 오늘, 자본주의하에서 복지제도조차 아주 첨예한 투쟁과 혁명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경제 위기 시기에 그런 복지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지금 우리는 세계경제 위기 속에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랍혁명을 보고 있고, 유럽 노동자들의 반란을 보고 있습니다.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부에서도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운동이 즉 우리의 운동이 지향해야 할 바는 무엇입니까?

집세를 낮춰 달라고 하고 무상으로 교육을 받게 해 달라고 하고 돈이 없어도 아프면 치료받게 해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우리가 고통받는 여러 문제 해결을 요구해야 합니다.

동시에,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낳는, 이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자본주의는 더는 대안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다른 사회가 필요합니다. 사람들의 삶이 이윤보다 우선되는 그런 사회를 위해 투쟁해야 합니다.

녹취‍·‍정리 이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