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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벼랑 끝에 매달린 미국 경제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오바마가 직면한 최근의 위기를 다룬다.

미국 경제가 “재정 절벽” 아래로 추락할 것인가? 〈소셜리스트 워커〉가 발행되는 지금 시점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이 위기는 미국 정치판이 마비됐다는 것을 보여 준다. 버락 오바마와 의회의 공화당 반대파들이 신자유주의에 완전히 충실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마비는 더욱 놀라운 일이다.

현재 사태는, 티파티 운동의 힘으로 총선에서 낙승을 거둔 공화당이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올리는 것을 거부한 2011년 7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많은 극단적 공화당원들은 ‘큰 정부’가 미국의 적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나머지 차라리 미국이 디폴트를 선언하게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이는 정말이지 여러 가지 점에서 멍청한 생각이다. 첫째, 전 중앙은행 총재 앨런 그린스펀이 지적하듯 “빚이 얼마든 미국은 다 갚을 수 있다. 빚 갚을 돈을 찍어내면” 되기 때문이다. 달러가 세계경제의 기축통화다. 다른 나라들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한, 미국은 빚이 얼마가 되든 감당할 수 있다.

빚이 감당 못할 수준인 것도 아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존 윅스가 계산한 것을 보면 “미국 연방정부가 자기 자신에게 빚지고 있는 부분을 빼면[전체의 40퍼센트쯤 된다 ― 알렉스 캘리니코스], 미국의 GDP 대비 공공 부채의 비중은 다른 선진국들에 견줘 적은 편이다. 정말이지, 문제가 안 될 정도로 적다.”

미국 정부의 지출과 세수(稅收) 사이의 격차, 즉 재정적자가 지난 몇 년 동안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이는 주되게 2008~09년의 대불황과 부진한 “회복” 때문에 세수는 심각하게 줄고, 미국처럼 복지 제도가 열악한 나라조차 수많은 실업자들을 구제하려고 지출을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지출은 좋은 것이다. 만약 미국 정부가 돈을 더 빌려 지출을 늘리지 않았다면, 불황은 훨씬 심각했을 것이고 회복은 훨씬 더 미약했을 것이다.

갑부들

유럽과 미국에서 갑부들, 그들의 언론과 정치 모리배들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호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이들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충실하게, 정부의 재정적자가 경제를 발목 잡는 큰 문젯거리라고 규정했다.

오바마와 공화당은 이 점에서 의견이 같다. 그래서 오바마는 2011년 7월 부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3년 1월 1일이 되면 대규모 증세와 지출 삭감이 자동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도록 합의했다. 이를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의회가 적자 폭을 줄이는 안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2013년에 시작될 자동적 증세와 삭감이 바로 ‘재정 절벽’이다. 재정 절벽이 도래하면 매년 전체 국민소득의 2퍼센트 정도 되는 6백40조 원 정도가 빠져나간다. 그 효과야 점진적으로 나타나겠지만, 십중팔구 미국을 다시 불황의 수렁에 빠뜨릴 것이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오바마는 연 소득이 2억 7천만 원 이상인 부유층에 대한 생색내기 수준의 증세를 하려 한다. 그 대가로 사회보장제(연금), 메디케어(노년층 대상 의료보험), 메디케이드(빈곤층 대상 의료보험) 등을 포함한 가장 중요한 연방정부 복지 지출을 삭감하면서 말이다.

이런 복지 축소 패키지는 미국 핵심 대기업들이 바라는 바와 아마도 일치할 것이다. 이런 조처는 미국 복지제도를 파탄내지는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축소시킨다. 따라서 노동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은 계속 경제 위기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많은 공화당 하원의원은 어떤 증세도 반대한다. 이들은 하원의장 존 베이너가 크리스마스 직전에 낸 타협안조차 거부하는 강경함을 보였다. 이 때문에 합의에 이르기가 더 어려워졌다.

미 의회가 2008년 은행 구제를 거부했을 때 금융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논평가들은 이제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 예측하면서, 이것이 오바마와 공화당으로 하여금 타협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할 것이라 본다.

의심할 여지 없이 현실적 조건은 쌈박질 중인 정치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합의하라는 압력을 가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그 협상 테이블에 미국 노동계급을 대표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33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