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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환경주의자가 알아야 할 자본주의의 모든 것》:
자본주의야말로 지구를 불사르는 방화범

요즘 날씨가 매섭게 춥다. 최저기온은 하루가 멀다 하고 갱신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강추위는 역설적이게도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은 것이, 북반구에는 극심한 강추위로, 남반구에는 살인적인 폭염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경주의자가 알아야 할 자본주의의 모든 것》. 존 벨라미 포스터 외 지음, 황정규 옮김, 삼화, 1만 5천 원, 2백72쪽

“지구가 인간에게 역습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강추위뿐 아니라 잦아지는 이상기후와 그로 인한 자연재해, 다양한 생물들의 멸종 등 온갖 끔찍한 일들이 쉴 새 없이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다.

‘현재 경제 시스템대로 가다간 조만간 끝장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당신이 만약 이런 생각을 해봤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봐야 한다.

자본주의 옹호자들은 온갖 거짓말들로 현재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속이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수많은 최근 사례들을 들어 환경오염이 지구 생태계가 제대로 유지되기 위한 경계선을 “이미 넘어서서 지구 시스템에 심각한 균열이 일어났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경쟁에서 이기려고 자본가들이 벌이는 이윤 축적을 근본 동력으로 삼는 자본주의야말로 숲을 불사르는 방화범이요, 우물에 독을 푸는 살인범이라는 것을 생생히 폭로한다.

자본주의는 모든 것이 거꾸로 된 세계다. “농업은 식량 생산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윤에 관한 것이다. 식량은 여기서 나오는 덤일 따름이다. 보건 서비스는 하나의 상품이다. 건강은 여기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다수의 현실적인 필요에 기반한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지구에서 인간이 천년만년 계속 잘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건 너무 몽상적이다.

이런 비판을 맞닥뜨린 많은 기업들이 “녹색성장”을 말하며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얘기했다. 저자는 이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한다. “석유를 넘어서”라는 슬로건을 건 영국 석유기업 BP는 도리어 석유 시추를 공격적으로 확대했고, 미국의 월마트는 점포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공언해 놓고는 9퍼센트나 더 배출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자본가들이 “녹색 분칠”을 하는 것이며 이윤과 환경이 대립할 때 결코 환경을 선택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를 개혁하려는 어떤 제안들도 회계장부의 가장 하단에 있는 순이익, 즉 이윤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는 것이 현실”이기에 저자는 ‘민중의 필요에 의한 민중들의 직접적인 계획경제’야말로 우리가 이 행성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 얘기한다.

많은 환경운동가와 청년 들이 코펜하겐 유엔기후회의나 교토의정서의 실패 등에서 드러난 선진국들의 무능함과 위선을 보며 기존 체제에 도전할 필요를 느낀다.

체제를 바꾸자

‘기후가 아니라 체제를 바꾸자’는 구호가 터져 나온 2010년 코차밤바 ‘기후변화와 대지의 권리에 대한 세계민중회의’는 이를 반영하는 동시에 전 세계 환경 운동에 새로운 급진화 분위기와 신선한 영감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노동계급의 자기해방으로만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민중의 필요에 의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주의자들이라면, 이 책에서 계획경제 사례로 소개하는 남미의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쿠바 등의 모순도 함께 봐야 할 것이다.

볼리비아 대통령 모랄레스는 코차밤바 세계민중회의를 적극적으로 개최한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2011년 아마존 보존 구역을 관통하는 도로 건설을 다국적 기업에 허가해 주고 이에 저항하는 아마존 원주민들과 환경운동가들을 진압하기도 했다.

계획경제는 자본주의에 도전하는 아래로부터 사회주의의 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때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이는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 열쇠인 노동계급 스스로의 행동으로 이뤄낼 수 있다.

또한 계획경제는 세계의 어떤 부분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맞물려서 같은 방향으로 돌아가는 태엽들 중 어느 하나만 반대로 돌아가는 것으로 끼운다면 그 태엽만 짜부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는 있지만 이를 자본주의와 연결시키지 못하곤 한다. 이 책은 환경 문제에 분노하는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근본 원인인 자본주의를 겨누도록 돕는 가늠자 구실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