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제국주의와 동아시아의 불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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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년 동안 동아시아는 긴장과 갈등이 증대해 왔다. 2012년에도 남중국해, 동중국해, 그리고 한반도 주변에서 이런 추세가 발전했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남중국해: 중국과 필리핀이 2012년 4월 초 남중국해 난사군도(스프래틀리 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의 스카보러 섬(중국명 황옌다오)에서 대치했다. 양국 해양감시선과 함정의 대치는 두 달 가까이 계속됐는데, 그 와중에 미국과 필리핀은 인근에서 ‘발리카탄’이라는 연합 군사훈련을 했다. 이 훈련에 일본 · 오스트레일리아 · 남한이 인원을 파견했다. 당시 미국의 두에인 티선 태평양 해병대 사령관은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미군이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해: 한 · 미 · 일 해군이 2012년 6월 하순 제주 남방 해역에서, 그리고 이어 한 · 미 해군이 서해에서 연합훈련을 했다. 두 가지 점이 주목할 만한데, 하나는 한 · 미 · 일이 최초로 공식 연합훈련을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 항공모함이 2010년 연평도 사태 이후 또다시 서해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두 가지 점 모두 중국을 크게 자극하는 일이었다. 한편, 중국도 4월 하순 러시아와 함께 서해에서 ‘해상협력 2012’라는 대규모 연합군사훈련을 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 훈련이 “최근 한국과 미국 태평양함대, 일본 등이 펼친 군사훈련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목적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동중국해: 가장 두드러진 충돌은 2012년 여름부터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6월 중국의 어업지도선과 일본 해경이 대치한 데 이어, 7월에 일본 노다 총리가 센카쿠 국유화 카드를 꺼내면서 갈등이 격화돼, 8월 15일에는 중국 시위대가 댜오위다오에 상륙하기도 했다. 9월 10일 노다 내각이 댜오위다오 국유화를 공식 결정하자 중 · 일 간 갈등은 한층 첨예한 양상으로 발전했다. 중국 정부는 즉각 댜오위다오를 영해기선이라고 발표하고 해양감시선을 파견했다. 그 뒤 몇 달 동안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중국과 일본의 해양감시선과 함정들이 대치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 각종 군사훈련도 이어졌다. 일본은 동중국해 도서 지역에서 미국과 연합상륙훈련을 펼쳤고, 중국도 맞불 상륙훈련을 했다. 미국은 공공연히 일본을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 국무부는 7월에 센카쿠 열도가 “미일안보조약의 적용 범위에 있다”고 밝혔고, 12월에 미국 의회는 이를 명문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을 승인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 변화

동아시아에서 왜 긴장과 갈등이 증대하는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의 핵심적 특징을 살펴봐야 한다. 단순화해서 표현하면,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는 장기적인(1970년대 초 이래) 이윤율 위기를 겪고 있고, 그런 와중에 국가간 상대적인 경제력 비중에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것은 중대한 지정학적 함의가 있다. 즉, 경제 위기는 협력적인 경제 정책 운용을 어렵게 하는 데다, 상대적인 경제력 변동은 정치 권력의 변동을 수반하고, 이것도 국가간 지속적 협력의 가능성을 감소시킨다. 그래서 국제적 위계 질서의 위쪽으로 올라가려는 국가와 현재 지위를 유지하려는 국가가 경쟁적으로 힘을 과시하는 일이 벌어진다.

20세기 초에 레닌은 세계경제의 불균등성과 모순을 강조했고, 자본주의의 역동적 발전 과정 자체가 이러한 불균등성의 분포를 바꿔서 국가 간 힘의 균형을 끊임없이 바꿔 놓는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카우츠키와 달리, 지배적 열강들 간의 안정적 동맹 구축이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세계경제의 불균등성과 모순 그리고 불균등성의 분포 변화가 지닌 정치적 함의를 이해하는 것은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레닌 시대에 최강의 자본주의 국가인 영국이 독일과 미국의 부상에 직면했다면, 오늘날 국가 간 세력균형 변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나머지의 부상”, 특히 중국의 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 직후 세계 산업생산의 50퍼센트를 차지했지만, 1980년대에 그 비율은 25퍼센트로 하락했다. 1991년 냉전 종식 이후에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으로 군림해 왔지만 경제적 지위 하락은 계속됐다. 미국은 옛 지위를 회복하고자 이라크 전쟁을 비롯한 여러 시도를 했지만, 지위 회복에 성공하지 못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의 세계 질서 전망 보고서인 《글로벌 트렌드 2025》는 2025년까지 향후 국제질서가 더욱 복합적으로 변할 것이고, 미국은 여전히 초강대국이겠지만 지금보다는 덜 지배적인 국가로 변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1

반면,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8~10퍼센트라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뤘고, 특히 1990년대 말부터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미국의 세계 패권에 대한 잠재적 도전자로 떠올랐다. 1978년에서 2009년 사이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배 가까이 성장했다. 표1을 보면, 중국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시장 환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 1980년에 1.72퍼센트에 불과했는데 2010년에는 9.32퍼센트로까지 증가했다. 구매력평가(PPP)를 기준으로 하면 이 수치는 13.37퍼센트까지 올라간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비중은 25.20퍼센트에서 23.13퍼센트로, 일본의 비중은 9.75퍼센트에서 8.72퍼센트로, 독일의 비중은 8.37퍼센트에서 5.25퍼센트로 하락했다. 그림1은 세계 GDP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격차가 빠르게 좁아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표1. 세계 GDP에서 각국이 차지하는 비중 (시장환율 기준. 괄호 안은 구매력평가PPP 기준. 단위: %) 자료: World Development Indicator를 토대로 재구성.

△그림1. 세계 GDP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PPP 기준)

중국은 2005년에 경제 규모 세계 5위로 올라섰고, 2007년 독일을 추월해 세계 3위가 된 지 불과 3년 만인 2010년에 일본을 젖히고 세계 2위가 됐다. 일본은 42년 만에 2위 자리에서 밀려났다.

중국의 경제적 위상은 특히 동아시아에서 빠르게 높아졌다. 동아시아는 세계 자본주의의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다. 중국이 광대한 수출 시장을 제공하면서 역내 무역과 생산의 구심이 되자 동아시아 경제들 간 상호의존도는 매우 높아졌다.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 역내 무역은 빠르게 성장했다. 1992~2007년 동아시아 역내 무역이 지역의 총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퍼센트에서 52.23퍼센트로 증가했다. 동아시아 역내 무역은 중간재가 주요 대상인데, 이는 동아시아 경제의 분업 구조를 반영하는 것이다. 즉, 일본의 핵심 부품이 중국, 한국, 아세안 5개국(싱가포르, 타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으로 유입되고, 한국과 아세안 5개국에서 부품이 재가공돼 중국으로 유입된다. 일본, 한국, 아세안 5개국은 모두 중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보고 있다. 중국은 이를 조립해 완제품을 생산하고, 이는 주로 미국으로 수출된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1995~2008년 동안 12.29배나 증가했다.(미국의 수입 능력은 중국과 아시아로부터 빌리는 돈에 의존한다.)

중국은 2008년을 기점으로 한국과 일본의 최대 무역상대국이 됐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2000년에 9.39퍼센트였던 것이 2005년에 18.43퍼센트, 2010년에 21.13퍼센트로 빠르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미국 무역의존도는 정반대로 2000년 20.09퍼센트에서 2010년 10.12퍼센트로 크게 낮아졌다. 그림2는 대중국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 대미 수출을 가뿐히 따돌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일본의 무역의존도도 비슷한 변화를 보인다. 일본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2000년에 9.95퍼센트에서 2005년에 16.97퍼센트, 2010년에 21.02퍼센트로 빠르게 증가했고, 같은 기간 대미 무역의존도는 2000년 24.99퍼센트에서 2010년 12.92퍼센트로 크게 낮아졌다.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경제 성장을 이뤄 온 한국과 일본에게 이것은 중요한 변화다.

△그림2. 한국 수출 비중: 급격하게 증가하는 대중국 수출 비중

전통적으로 일본 경제의 주요 파트너였던 동남아시아 경제들도 최근 중국과의 교역이 급속히 증대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나라들 사이의 교역은 1990년대 이후 연평균 약 20퍼센트씩 증가했다. 그 결과 2006년에는 중국과의 교역이 미국과의 교역과 거의 같아졌고, 2007년부터 중국이 아세안의 제1위 교역국이 됐다. 아세안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1993년 1.4퍼센트에서 2000년 5.6퍼센트, 2006년 13퍼센트로 9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일본 무역의존도는 20.6퍼센트에서 18.4퍼센트, 15.1퍼센트로 감소했다.

세계 경제 구조 변화의 지정학적 영향

이와 같은 중국의 경제 성장은 지정학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첫째,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대해 미국 헤게모니가 관철되고 있는 기존 국제질서에 점차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이 중남미와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막대한 원료를 수입해 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이 국가들을 미국의 영향권에서 떼어내는 효과를 내고 있다. 2012년 4월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중남미 국가들은 쿠바 배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였는데, 이들이 “미국의 거수기 노릇을 하던 과거와 판이한 태도”를주2 보인 데는 중국과의 관계도 한몫했다.

또, 중국은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아시아 · 아프리카 · 중남미 나라들에 해외직접투자와 공적개발원조를 확대하고 있는데, 이 돈이 남반구 전역으로 유입되면서 이들 나라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다. 전에 남반구 나라들은 신자유주의적 조건들의 제약을 받으며 세계은행이나 IMF의 돈을 빌려 써야 했는데, 중국이 지원을 확대하면서 변화가 생기고 있다. 2007년에 앙골라는 중국이 더 나은 조건으로 대출해 주자 IMF와의 협상을 중단했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중국은 더욱 적극적인 대외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 6개국과 950억 달러에 이르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파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에 경제 위기 극복 비용을 지원했고, 자메이카 · 앙골라 · 몽골 · 에콰도르 등에 차관을 제공했다.

중국의 부상은 러시아의 운신의 폭도 넓혀 줬다. 중국과 러시아는 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해 협력하고 있는데, 이 기구는 2005년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등 미국의 중앙아시아 진출을 견제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12년 6월에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는 첫 포괄적 계획을 내놓아 동맹 강화를 과시했고, 정상회의 이후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증대는 특히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잘 드러난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교역이 급속하게 증대하고 흑자를 기록하자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03년 APEC에서 중국의 환율 정책을 비판하도록 아시아 정부들을 설득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방위 협력 증강도 이루지 못했다. 2006년 미국의 맹방인 오스트레일리아의 다우너 외무장관은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경고하고 그것과 선을 그었다.주3 이는 중국으로 천연 자원을 수출함으로써 호황을 누리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처지를 잘 드러낸 것이었다.

2009년 취임한 일본 민주당 소속 하토야마 총리가 “아시아 중시”를 내세운 것도 대표적 사례다. 그는 “탈미입아脫美入亞”, 즉 동맹국인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중국을 중시하겠다고 표방했다. 그러나 후텐마의 미군 공군기지를 오키나와 현 밖으로 이전시키려는 계획을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을 벌이던 하토야마는 한국의 천안함 침몰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타협하고 8개월 만에 총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미국은 “일본 국민도 북한의 공격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일본을 압박해, 전략적 요충지인 후텐마 기지를 지키고 미일동맹을 회복했다.

중국을 중시하는 변화는 한국에서도 나타났다. 2004년 17대 국회에 당선된 초선 국회의원(138명)의 55퍼센트가 미국보다 중국이 더 중요한 외교 대상이라고 답했다. 2008년 18대 국회 당선자들에 대한 조사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외교 노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2년 민주당 소속 대통령 후보 문재인은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일변도를 비판하며 한 · 중 협력을 중시하는 “균형 외교”를 주장했다. 균형외교론자들은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미국과 일본의 교역 규모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시대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함에 따라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을 다루기가 전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 협력이 모순 없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협력을 증대시키면서도 중국의 경제적 · 군사적 부상에 큰 우려를 가지고 있다. 이 국가들은 중국과 역사적 원한이나 국경 분쟁 요인이 있고, 경제 위기로 갈등이 증대할 수도 있다. 미국은 바로 주변국들의 이런 우려를 이용해 “지역 균형자”를 자처함으로써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 한다.

둘째, 중국의 경제 성장은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지고 있다. 1996년부터 2008년까지 12년 동안 중국 정부가 발표한 국방비 예산은 매년 12.9퍼센트씩 증가했다. 실제 국방비는 더 많을 것으로 평가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추산한 것을 보면, 2011년 중국 국방비는 1천3백억 달러에 이르고 세계 2위다.

△그림3.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중국 국방비(단위: 달러)

중국은 2000년대부터 본격적인 군대 현대화와 군사력 증강에 나섰다. 특히, 중국은 해군력 증강에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이것은 중국 지배계급의 처지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왜냐하면 엄청난 양의 원유를 빨아들이는 중국 경제에 안전한 원유 수송로 확보가 필수적이고, 대외 무역이 많은 중국 경제에 안전한 해상교통로 확보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에게는 인도양과 말라카해협을 거쳐 남중국해를 지나 중국 본토로 이어지는 에너지 해상교통로가 매우 중요하다. 중국 원유 수입의 80퍼센트 이상이 이 길을 통과한다.

그래서 중국은 2000년대 들어 많은 투자와 지원을 통해 인도양 연안 국가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이른바 “진주목걸이” 전략을 추진했다. ‘진주목걸이’는 에너지 해상교통로를 기준으로 중국이 해상통제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기준선으로, 이에 해당하는 곳은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 스리랑카의 함반도타 항,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항, 버마의 코코군도와 휑귀, 타이의 송클라 항, 캄보디아의 쿠크섬 등이다. 중국은 이곳들의 항구 사용을 추진하거나 새로 항구를 건설하는 데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

또, 중국은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줄곧 태평양에서 주름을 잡고 있는 상황을 불만스럽게 여기며, 중국 근해에서 미군을 태평양의 훨씬 동쪽으로 밀어내고자 한다. 중국은 제1도련선(오키나와-타이완-필리핀-말레이시아) 내에서, 더 나아가서는 제2도련선(오가사와라 제도-사이판-괌-파푸아뉴기니) 내에서 미 해군이 작전을 펴는 것을 거부할 능력을 보유하는 것을 해군 전략의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그림 4 참고). 이는 특히 타이완해협과 남중국해 지역의 분쟁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고, 남중국해 지역의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전체 무역의 약 90퍼센트를 남중국해 항로에 의존하고 있다.

△그림4. 미군을 제1도련선, 나아가 제2도련선 밖으로 밀어내려는 중국

그래서 중국은 해군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는데, 2012년 첫 항공모함 랴오닝 호가 취역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열 번째 항공모함 보유국이 됐고, 항공모함을 4척 더 건조하고 있다. 또,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춘 핵추진 잠수함 10척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의 경우 4세대 스텔스기인 젠-20을 개발해 시험 비행에 성공했고, 최대 사거리 3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대함 탄도미사일인 ‘항공모함 킬러’ 둥펑 21-D를 이미 실전 배치했다. 이것은 항공모함을 군사력 투사 수단으로 사용하는 미국에게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새 지도자 시진핑은 최근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영토와 주권의 수호를 강조하며 국제적 지위에 걸맞은 강한 군대를 역설했다.

물론 중국이 특별히 호전적인 태세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국은 당분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평화로운 주변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중국 정부는 2011년에 발표한 《중국 평화발전 백서》를 통해서 ‘평화발전론’을 재차 강조했다. 서구의 역사적 경험과 달리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평화적 부상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상교통로 확보를 위한 것일지라도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 해군이 군사 활동을 확장하는 것은 주변국들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해군력 확장은 중국이 의도했든 아니든 그동안 인도양과 태평양을 지배해 온 미국의 패권에 대한 직접적 도전이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는 미국에게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남중국해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이어주는 중요한 해양 통로인 동시에,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 거점을 이어 주고 유지시키는 생명선이다. 또,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는 동남아 국가들은 물론이고 일본과 한국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도 중요한 곳이다. 일본과 한국 무역의 80퍼센트가 남중국해 항로에 의존하며, 동북아 국가로 향하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80~90퍼센트가 남중국해를 통과한다. 따라서 미국은 자신의 해양 패권이 위협받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만약 미군이 태평양의 훨씬 동쪽으로 밀려난다면 이 지역의 동맹국들을 붙잡아두기도 어려울 것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의 근해 방어 전략과 진주목걸이 전략을 “반접근 및 지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 전략이라고 부르며 대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 속에 담긴 모순들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추세는 최근 두 가지 사건과 맞물려 더욱 가속되고 있다. 하나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실패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08년 시작된 미국 발 경제 위기다.

첫째, “테러와의 전쟁”은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미국이 옛 지위를 회복하려고 시도한 것이었다. 즉,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이용해 다른 강대국들에 대한 석유 공급권을 장악함으로써 자신의 지배력을 굳히고자 했다. 이것이 실패로 끝나면서 미국의 패권은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 빠져 있는 동안 다른 국가들과 다른 나라 자본들은 미국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지위를 강화할 수 있었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영향력 확대의 기회를 맞았다.

둘째, 2008년에 시작된 경제 위기는 미국의 패권을 더욱 약화시켰다. 미국은 경제 위기의 진원지였고, 세계 경제를 끌어내렸다. 반면, 중국은 경제 위기에서 빨리 탈출하면서 다른 나라 경기도 함께 회복시켰다.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중국은 세계 1위 수출국, 세계 1위 외환보유국이 됐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11년 12월 현재 약 3조 2천억 달러이고, 이 가운데 달러 비중은 60퍼센트가 넘어, 미국과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을 지나치게 과장해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곧 새로운 초강대국이 될 것이고 미국의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우파의 ‘중국 위협’론도 포함된다.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추월할 시기를 점치는 것은 하나의 유행이 됐다. 국제기관들은 앞다퉈 예상 시기를 내놓고 있는데, 골드만삭스는 2027년, 세계은행은 2023~29년, EU는 2021년, 글로벌 인사이트는 2019년, IMF는 2016년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력 전망은 현재 같은 높은 성장 추세가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를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그 전망은 그렇게 밝지 못하다. 최근 세계 경제 위기는 중국까지 확산된 상황이고, 중국 경제 성장 전망치는 이미 떨어지고 있다. 시진핑 시기 경제 성장률은 7퍼센트대 이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 위기 국면에서 더욱 커진 거품이 터지면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연간 시위는 약 18만 건으로, 전국 각지에서 하루 평균 5백 건에 가까운 각종 시위와 항의가 벌어지고 있다.주4 중국 경제를 수출 의존에서 내수 중심으로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현재 중국의 국내총생산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며, 지니계수가 0.5를 넘을 정도로 빈부격차가 크다.

냉전 종식 이후의 세계에서 미국이 여전히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IMF의 2010년 통계를 보면 미국의 GDP는 14조 6천2백41억 달러로 2위인 중국의 5조 7천4백51억 달러보다 3배 가까이 크다. 2012년에도 미국과 중국의 GDP 격차는 (전보다 좁아졌음에도) 여전히 크다(그림5). 미국과 중국의 1인당 GDP 격차는 훨씬 더 크다. 미국의 1인당 GDP는 2010년 현재 4만 7천2백40달러로, 중국의 4천2백60달러에 비해 10배 이상 크다. 중국은 1인당 GDP가 세계 평균의 46.8퍼센트에 불과한 여전히 가난한 나라다. 군사력 면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격차가 더더욱 크다. 2011년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통계를 보면, 미국의 국방비(1위)는 그 다음 순위 15개국의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도 크다(2위 중국, 3위 러시아, 4위 영국, 5위 프랑스, 6위 일본). 그림6에서 보듯이 미국과 중국의 국방예산 규모의 격차는 매우 크다.

△그림5. 2012년 세계 주요국들의 GDP 비교

 

△그림6. 미국과 중국의 국방예산 규모 비교

중국의 부상을 일면적으로 과장한다면 오늘의 세계 질서의 핵심 특징 중 하나로 미국과 나머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에 여전히 현격한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헤게모니 하에 다른 선진국들이 사실상 종속돼 있다는 식으로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도 잘못이다. 리오 패니치와 샘 긴딘 등이 이런 시각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켰는데, 이런 주장은 지정학적 경쟁이 과거지사라는 결론으로 나아가게 된다.주5

미국과 다른 선진국들 사이에는 현격한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동시에, 상당한 이해관계 갈등도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강대국들 사이의 긴장과 잠재적 적대 요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상호의존 관계를 발전시켜 온 미국 경제와 중국 경제가 최근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무역과 환율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벌이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외 무역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퍼센트나 된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에 위안화 평가절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즉, 자국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조정 비용을 중국에 전가시키려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1970~80년대 서독과 일본에서처럼 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두 열강 사이의 이와 같은 경제적 갈등은 지정학적 영향력을 놓고 우위를 차지하려는 움직임과 결합되고 있다. 물론 당장은 아닐지라도, 장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강대국 사이의 이해관계 갈등은 주요 지정학적 충돌을 낳을 수도 있다.

미국의 대응과 그로 말미암아 더욱 불안정해지는 동아시아 지역

미국은 중국의 경제적 · 군사적 부상을 위협으로 느끼며 국제 서열에서 맨 꼭대기를 영원히 유지하기 위해 거기에 적극 대처하려고 한다. 미국은 이미 2006년 4개년 국방정책 검토보고서에서 이 점을 노골적으로 표명했다. 이 보고서는 “주요 신흥 강대국 가운데 중국은 미국과 군사적으로 경쟁하고 미국의 대항 전략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전통적인 군사 우위를 상쇄할 수 있는 획기적인 군사 기술을 보유할 잠재력이 가장 크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런 다음 다음과 같이 서슬 퍼렇게 선언했다. “어떤 군사적 경쟁자도 지역적 헤게모니를 행사하고 미국 또는 기타 우방국에게 적대 행위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획기적 역량 또는 여타 역량을 보유하지 못하게끔 힘쓸 것이며, 도발이나 강압 행위를 억제할 것이다. 억제가 효과가 없는 경우 미국은 적대국의 전략적 · 전술적 목표를 좌절시킬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10년 넘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수렁에 빠져 있어서는 경제적 · 지정학적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고,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지적했듯이, 미국 기성체제 내에는 자신들이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의 수렁에 빠져 있는 동안 나머지 세계가 미국을 추월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존재하는 듯하다.주6 그래서 오바마는 무엇보다 중국의 부상을 겨냥해 역량을 재배치하고 있다. 즉,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과잉 확장”돼 있는 군대를 철수하고 외교 · 군사적 중점을 아시아 · 태평양으로 이동해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아시아 중시” 또는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이라는 용어의 배경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2011년 11월 <포린 폴리시>에 “미국의 태평양 세기”라는 글을 기고했고, 오바마도 같은 시기에 9일 동안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이 최우선”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의회 연설에서 그는 “미국이 당면한 전쟁을 끝냄에 따라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의 주둔과 임무를 최우선에 두라고 국가안보팀에 지시했다”며, “미국은 21세기 아태지역에 올인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시아가 중요하다는 것은 미국에게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미국은 늘 아시아 · 태평양 세력임을 자임해 왔다. 소련 붕괴 직후 동아시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 축소 방안을 담은 미국의 ‘동아시아전략구상(EASI)’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금세 미국은 이 지역에서 중추적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중국 같은 잠재적 경쟁자가 떠오르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1997년 미일방위협력지침은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졌다. 미국은 2001년 4개년 국방정책 검토보고서에서도 전략의 중심을 대서양에서 아시아 · 태평양으로 이동시킬 뜻을 밝혔지만, 부시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그 실행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실 네오콘의 전략도 세계적 경제 변동, 즉 미국의 지위 하락과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루 알다시피, 그 고민의 산물이었던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패배로 끝났다.

말하자면, 오바마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은 이전 전략들의 성과 위에서 추진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실패에 따라 더 어려워진 처지를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재정 적자 때문에 향후 10년 동안 국방비를 최소 4천억 달러에서 최대 1조 달러를 줄여야 하는 처지다. 국방 예산 감소라는 제약 속에서 국가 전략을 집행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은 세계 전역에 걸친 폭넓은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뿐 아니라 여전히 중동과 유럽에서 헤게모니를 유지하고자 한다. 오바마는 재선 이후 버마로 향했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무력 충돌 중이고 미국의 통제력이 더욱 약화된 중동에서 눈을 떼지 못했을 것이다. 요컨대 미국은 패배의 상처를 안고 경제 위기로 군비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동의 불안정에 전전긍긍하며 어쩔 수 없이 아시아로 중심축을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 하먼이 맑시즘 2009(서울) 연설에서 말했듯이, 야수는 상처 입었을 때 더 위험하다. 미국의 전략 조정은 동아시아 지역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첫째, 경제적 · 외교적 영향력 제고 노력: 미국은 중국의 확대된 영향력을 견제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추진이 한 가지 사례다. TPP는 경제적 중요성이 갈수록 증대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미국이 경제적 이익 확대 및 영향력 증대를 위해 주도하는 자유무역협정이다. TPP에는 현재 오스트레일리아 · 뉴질랜드 · 싱가포르 · 말레이시아 · 베트남 · 칠레 등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과 FTA를 체결했거나(베트남 · 말레이시아 · 싱가포르 · 칠레) 협상 중인 국가들로(오스트레일리아 · 뉴질랜드), 중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던 곳들이다.

미국이 TPP 추진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무엇보다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약화된 미국의 영향력을 회복하고 중국이 ASEAN+3을 통해 추진하는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EAFTA)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이전부터 아시아 지역주의를 견제했다. 그래서 1990년대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를 주도하면서 동아시아경제그룹(EAEG) 구상과 아시아통화기금(AMF) 구상을 좌절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동아시아에서 지역주의 움직임이 본격화된 한편, 미국은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아시아에서 소원해지면서 APEC의 중요성도 감소했다. 그러는 동안 ASEAN+3는 중국의 주도 아래 제도화의 급속한 진전을 보였다. ASEAN+3에는 미국뿐 아니라 역외 국가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미국은 TPP를 추진해 동아시아 경제 통합에서 배제되지 않고 심지어 주도권을 중국에게서 뺏어오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TPP를 추진하는 데는 경제적 이유도 있다. 오바마는 2010년부터 5년 동안 수출을 곱절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담은 국가수출구상(NEI)를 발표했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경제 · 통상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만약 미국이 배제된 채 EAFTA가 체결되면, 미국의 연간 수출이 적어도 250조 달러가 줄어들고 고소득 일자리 2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오바마는 지금도 TPP 참여국을 확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재선 이후 2012년 11월 동남아를 순방하면서 타이의 TPP 협상 참가 약속을 얻어 내기도 했다. 같은 때 일본 노다 당시 총리도 TPP에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이를 위한 사전 교섭에 속도를 내기로 오바마와 합의했다. 미국이 한국에 TPP 참가를 공식 요청했다는 얘기도 있다.(한국 외교통상부는 <방콕 포스트>의 이러한 보도를 부인했다.)

미국이 아세안지역포럼(ARF)이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지역안보기구에 적극 참가하는 것도 동아시아 지역구도가 중국 주도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고 자국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2011년 처음으로 EAS에 참가했고,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다자간 토론을 주도했다.

둘째, 지정학적 · 군사적 영향력 제고 노력: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해 힘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군사적 노력을 쏟고 있다. 미국의 대응 전략은 2012년 1월 발표한 새로운 국방전략지침(Defense Strategic Guidance: DSG)에 잘 나타나 있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유지: 21세기 국방의 우선순위”라는 제목의 이 지정학적 전략 지침서에서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 집중하고 중국의 견제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향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해군 전략, 즉 미국이 이른바 “반접근 및 지역거부 전략”이라고 부르는 것을 무력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어느 국가가 미국의 접근을 거부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해도 미국은 이 지역에 군사력을 투사할 것[이다.]”

요컨대 미국은 중국이 자국의 근해로부터 미군을 제1도련, 더 나아가 제2도련 바깥으로 밀어내려는 것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즉, 아시아 · 태평양을 여전히 자신이 지배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동국중해와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보이는 태도에서 잘 드러난다.(동중국해와 남중국해는 모두 제1도련 내에 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미국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일안보조약 5조의 적용 범위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센카쿠를 둘러싸고 일본과 중국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면 일본과 공동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또,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 몇 개 섬을 놓고 주변국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을 겨냥해, “이 지역 영유권 분쟁 해결에 관심을 둘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미국 국무장관 클린턴은 2010년 7월 ARF의 연설에서 “남중국해의 항행의 자유는 미국의 국익이며, 이 해역의 영토분쟁 관련국의 다국간 협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대국들에게 보호막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작전적 접근(Operational Access)”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어느 국가가 미국의 접근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임무 달성을 위해 충분한 행동의 자유를 가지고 작전 지역에 군사력을 투사할 능력”을 뜻한다. 2012년 6월 미국 국방장관 리언 파네타는 미국 해군력의 60퍼센트를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겠다고 했는데(현재는 50퍼센트), 이는 이른바 작전적 접근 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중국의 “반접근 및 지역거부”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이다. 미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과 MD 협력을 하고 있고, 한국도 여기에 참가시키려 애쓰고 있다. 또, 미국은 타이완 해협에 대한 중국의 군사력 투사 능력 강화를 경계하고자 타이완의 군사력을 증강시키려 한다. 미국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0년 1월 타이완에 64억 달러어치 최신무기 판매를 결정했고, 2012년 12월에 미국 의회는 국방수권법에서 타이완에 신형 전투기를 판매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밖에도 미국은 이 지역 해양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스텔스 폭격 능력,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 공격용 핵잠수함, 사이버 안보 등에 투자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먼 거리에 위치한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이 지역 국가들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미군의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는 협정, 해외기지 건설 및 성능의 향상, 역내 국가들과의 연합 훈련 등이 없이는 미국의 전략을 달성할 수 없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 · 한국 · 오스트레일리아 등과의 기존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베트남 · 싱가포르 · 필리핀 · 인도네시아 등과도 안보 협력을 강화해 나아가고 있다. (이것은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며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다.)

중국 포위를 위한 미국의 아시아 동맹 구축 노력

미국의 아시아 전략은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지적하듯이 “일본의 전략적 종속 상태를 유지하고 더 큰 틀에서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들의 동맹을 구축하는 것”이다.주7 미국의 가장 중요한 아시아 동맹은 전통적으로 일본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미국 편에 붙어 성장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2000년대 후반, 특히 아시아 중시를 내세운 하토야마 총리 시절 미국과의 관계가 일시 삐거덕거렸지만, 오바마 정부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이용해 후텐마 기지를 유지하고 미일관계를 ‘정상화’시켰다. 하토야마 총리가 내세웠던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은 2010년 그가 퇴임하고 간(Naoto Kan) 총리가 취임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일본은 동맹국들로 중국을 포위하는 미국의 전략에서 핵심적 구실을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이 지역적 위상을 강화하기를 바란다. 즉, 지역 차원에서 안보 분담을 확대하라는 것인데, 여기에는 국방비를 감축해야 하는 미국의 처지도 일부 반영돼 있다. 최근에 이런 방향은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2012년 4월 3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중국이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 몰고 올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으로 미일동맹의 성격을 다시 규정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군과 자위대가 협력하고, 자위대의 “동적 방위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동적 방위력은 자위대가 일본 국토 방위라는 틀에서 벗어나 국내외를 넘나들며 기동성 있게 방위 목적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키는 방위’에서 벗어나 외부로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는 한때 아시아에서 잔혹한 식민 통치를 했던 일본에 군사대국화의 날개를 달아 주고 있다. 최근 1년 동안에만 일본은 무기 수출 3원칙을 완화했고(미국 등 우방과의 무기 공동 개발 · 생산에 참가하기로 한 것), 원자력기본법을 고쳐 핵무장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총리실 산하 위원회가 ‘헌법 해석을 고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또, 일본은 2012년 방위백서에서 노골적인 중국 위협론을 폈고, 이를 근거로 중국을 겨냥한 군사력 증강 배치에 나섰다. 미국과 일본 양국은 첨단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를 배치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일본 주변 해역의 경계와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미 일본은 2010년 센카쿠에서 벌어진 충돌을 계기로 일본 남서제도에 군사력을 증강 배치해 왔다. 또, 오키나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후텐마 기지에 수직 이착륙 수송기인 오스프리를 배치하기로 했다. 오스프리는 고속 비행으로 병력을 적진 깊숙이 침투시키거나 기습공격을 할 수 있는 수송기다.

이 모든 것이 일본 민주당 정권 하에서 벌어졌다. 그런데 2012년 12월 총선에서 자민당이 제1당이 되면서 이런 추세가 한층 가속될 가능성이 크다. 신임 총리 아베 신조는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이고, 그 자신이 20세기 전반기 일본의 아시아 침략과 식민지 지배와 만행을 인정하지 않는 우익이다. 아베 신조는 평화헌법 개정, 집단적 자위권 인정, 자위대의 국방군 격상과 교전규칙 제정 등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새 내각 출범 첫 날 그는 일본 헌법 해석상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겠다고 밝혔다. 헌법 해석을 바꿔서라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자국이 직접 적의 공격을 받지 않았더라도 동맹국이 군사 공격을 받으면 무력 개입할 수 있는 국제법적 권리를 말한다. 그동안 일본은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9조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을 금하고, 전수 방위 개념의 자위대만을 보유해 왔다.

동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중요한 미국의 동맹은 한국이다. 오바마는 2010년 6월 “한미동맹이 태평양의 안보에서 린치핀”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우파는 “린치핀”(핵심)이라는 표현에 고무돼 기쁨을 감추지 못했는데, 사실 이 말은 한국이 동아시아 불안정에 매여 있음을 보여 줄 뿐이다. 미국은 한국을 중국 견제 전략의 한 축으로 삼고자 한다. 실제로, 2012년 6월 한미 외교 · 국방장관 회담 이후 작성된 공동선언은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명문화했고, 한미 협력의 범위가 동북아를 넘어 남중국해 분쟁에 이를 수 있다고 내비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동아시아 이해관계에 따라 한국이 지역 갈등과 분쟁에 휘말릴 수 있음을 뜻한다.

미국은 한국이 일본과 군사 협력을 맺기를 바란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안보 관계를 증진시켜 한 · 미 · 일 삼각동맹을 구축하기를 오랫동안 바라 왔지만 과거사 문제가 걸림돌이 돼 왔다. 최근 미국은 동맹국들의 안보 연계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은 한 · 일 수색 및 구조 훈련을 실시하고 있고, 한 · 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비밀리에 추진하려다 저항 여론에 부딪혀 중단했는데, 박근혜 정부가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핵심적인 관심사는 한 · 미 · 일 3국이 MD 구축에 협력하는 것이다. 즉, 미사일 발사부터 요격까지 관련 군사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방어하는 새로운 지휘통제 체제를 갖추자는 것이다. 미국은 MD 구축의 핑계로 북한의 ‘위협’을 내세우고 있지만, MD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MD는 중국의 “반접근 및 지역거부” 전략을 무력화하는 데서 핵심 요소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북한 ‘위협’ 부풀리기를 잠깐 언급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면서 이를 명분으로 동아시아 패권 유지라는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몰면서 미일 동맹을 강화한 것이라든지,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 코앞인 서해 훈련에 항공모함을 들여놓은 것이 그 사례다. 미국은 한 · 미 · 일 안보협력이나 MD 협력 등이 필요한 으뜸가는 이유로도 북한의 ‘위협’을 든다. 사실은 중국을 겨냥한 것인데도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국가 중 하나인 북한을 핑계로 삼는 것이다. 한국에는 미국이 한반도 긴장이 좀더 유지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대북한 정책에서 남한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를 바란다.

한국 지배계급은 미국의 충실한 동맹이 됨으로써 정치 · 경제 · 군사적 이득을 얻고 국제적 지위를 높이려 해 왔다. 2000년대 들어 한미동맹 일변도를 비판하는 입장이 대두하면서 이 문제로 정치권이 분열했지만,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가 당선했다. 1960년대와 70년대 군사 독재자 박정희의 딸로 어머니의 죽음 이후 퍼스트 레이디 구실을 했던 박근혜는 미국의 동맹 강화 정책에 적극 협력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도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동남아 국가들의 경계와 우려를 파고들어 보호막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2~3년 동안 미국 당시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국방장관 리언 파네타, 그리고 대통령 오바마까지 뻔질나게 아시아를 드나들며 한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 결과 우선, 미국은 2012년 필리핀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고, 6월에 필리핀 정부의 허가를 얻어 한때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주둔기지였던 수빅만 해군기지과 클라크 공군기지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수빅만 해군기지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핵심 전략 기지였다. 2012년 4월 스카보러 섬에서 중국과 대치한 필리핀은 미국에 지원을 호소했고, 그 대가로 수빅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를 내놓은 셈이다. 이 기지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미국은 아시아에서 활동 공간을 크게 넓히고 대중국 포위망을 더 촘촘히 짤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미국은 2011년 9월 베트남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베트남은 시사군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분쟁이 벌어지자 2009년부터 미 해군의 항구 방문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2011년 8월에는 베트남전쟁 종식 38년 만에 미 해군 함정이 캄란만 해군기지를 방문하도록 허용했다. 2012년 캄람만 기지를 방문한 미국 국방장관 리언 파네타는 “미 해군 함정들의 캄란만 접근이 양국 관계를 이루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고, 베트남 정부는 미국에 캄란만 기지 접근권을 제공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캄란만은 남중국해를 코앞에 두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또, 미국은 타이의 우타파오 해군 기지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 위해 타이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우파타오 해군 기지는 베트남 전쟁 당시 B-52 폭격기 이착륙 기지였다. 그림7에서 보듯이, 미국은 중국 주변국의 군사적 요충지들에 접근하고 있다.

△그림7. 미국이 접근하고 있는 중국 주변국의 군사 요충지

그밖에도 2012년 6월 싱가포르에 미 해군의 최신형 연안전투함을 배치하기로 싱가포르 정부와 합의했다. 또, 2011년 오바마의 오스트레일리아 방문을 계기로 다윈에 미 해병대 2천5백 명을 배치하기로 했고, 틴덜 공군기지에 전투기, 스털링 기지에 잠수함과 핵무기 탑재 함정을 배치하기로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다윈 기지는 인도양과 말라카해협 그리고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중국 해상로를 감시하는 배후 전력이 될 것이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뿐 아니라 인도양에서도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2년 6월 미국 국방장관 리언 파네타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만나 “공통된 안보상의 위협”에 대해 논의했다. 그동안 인도는 중국이 파키스탄과 스리랑카의 항만 건설을 지원하는 등 인도양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워 왔다. 미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인도도 중국을 견제할 지역 강국으로 키우고자 한다. 2006년 인도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한다는 오랜 방침을 접고 미국이 인도와 핵 프로그램 지원 협약을 체결한 것은 이런 정책의 일환이었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곳 가운데는 미국과 오랫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해 온 국가들도 있다. 중국의 전통적 우호국들인 버마 · 라오스 · 캄보디아가 그런 국가들이다. 2011년 클린턴은 미 국무장관으로서 1955년 이후 처음으로 버마를 방문했고, 2012년에는 57년 만에 라오스를 방문했다. 오바마는 재선 이후 첫 외교 순방국에 버마와 캄보디아를 포함시켰다. 미국은 이 국가들을 중국으로부터 떼어내 미국과 협력하도록 만들려 한다. 특히 버마의 경우를 주목할 만하다. 버마는 중국에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로, 중국은 버마가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를 받던 20년 동안 경제적 · 외교적 후견국 구실을 해 왔다. 버마는 중국이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교두보이다. 현재 중국은 말라카해협을 통과하는 석유량을 줄이고 더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보장하려고 버마와 중국 간 전략적 석유 송유관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가 지적하듯이, 미국의 버마 ‘포용’은 중국에 충격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촘촘해지는 미국의 포위에 대해 물론 중국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경제적 영향력뿐 아니라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고, 미국 및 그 동맹들로부터 중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고자 한다. 중국의 새 지도자 시진핑은 2012년 2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과 미국이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상대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존중하자는 것이다. 중국의 “핵심 이익”에는 “주권 및 영토 보전”이 포함되는데, 티베트 · 신장에 대한 지배를 유지하는 것과 타이완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2010년부터 중국은 여기에 남중국해도 포함시키고 있다. 흔히 중국이 “핵심 이익”을 어떤 상황에서도 양보할 수 없고 물리력을 사용해서라도 꼭 지켜야 하는 국익이라고 천명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문제들을 둘러싼 갈등에서 중국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맺음말

중국의 부상과 그것을 견제하고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으로 동아시아의 불안정이 점점 증대하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 동맹들의 군사적 역할 증대를 부추기고, 중국도 이에 맞서면서 동아시아는 화약고가 돼 가고 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SSIS)가 2012년 11월 15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중국 · 일본 · 한국 · 타이완 · 인도 등 5개국의 국방비는 지난 10년 동안 곱절로 늘었다.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필연은 아니지만 우리가 매우 위험한 세계에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적 상호 의존이 지정학적 충돌을 막아 줄 것이라고 믿지만, 마르크스주의의 제국주의론이 경고하듯이 무역과 투자가 평화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제1차세계대전 전에 독일과 영국은 긴밀한 경제적 교류를 했고, 제2차세계대전 전 미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영토분쟁, 한반도 분단 등 동아시아에 산재해 있는 불안정화 요인들을 고려하면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특정 사건을 계기로 급격하게 고조될 수 있다.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사회주의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우리는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확장과 그것을 지원함으로써 국제적 지위를 높이려는 아시아 각국 정부의 노력에 일절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 제국주의에 대해서도 착각하고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중국은 결코 인류를 위한 더 나은 모델을 제공할 수 없다. 제국주의 국가 간 갈등에서 어느 한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반제국주의 운동에 의존해야 한다. 제국주의는 일부 호전적인 지배자들이 막무가내로 추구하는 일련의 정책이 아니라 자본주의 동역학에서 비롯하는 세계 자본주의의 최근 국면이다. 따라서 제국주의에 일관되게 반대하려면 결국 자본주의에도 반대해야 하고,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자 운동이 이렇게 반자본주의적으로 발전하도록 애써야 한다.

주1.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글로벌 트렌드 2025》, 예문 2009, 37~39쪽.

주2. <한겨레> 2012. 4. 17.

주3. 김재철, 《중국의 외교전략과 국제질서》, 폴리테이아 2007, 165쪽.

주4. <조선일보> 2012. 11. 16.

주5. 현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관한 현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시각에 대해서는 알렉스 캘리니코스,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 책갈피 2011, 36~38쪽을 참고하시오.

주6. ‘알렉스 캘리니코스 방한 강연: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 《마르크스21》 11호(2011년 가을), 71쪽.

주7. 알렉스 캘리니코스,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 책갈피 2011, 3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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