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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이 ‘이슬람주의의 겨울’로 추락했다는 거짓말

혁명이 일어난 지 3년째로 접어든 지난 1월 말 이집트 활동가들은 분노와 투지로 들끊고 있었다. 활동가들은 경찰과 정부 동원 깡패들이 새로이 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것에 격분해 정권에 맞서는 중이다. 또 정부가 대중운동이 이룬 성취를 되돌리려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이집트 도시들에서는 또다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 시위들은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을 겨냥하고 있다.

무르시는 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에 오랫동안 반대해 온 인물이지만 이제 그 자신이 무바라크의 경제 정책으로 회귀하려 하고 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거래를 맺는 데 목을 매고 있다. 무르시가 증세와 식품 연료 보조금 삭감을 약속한 대가로 IMF는 48억 달러[약 5조 원]의 차관을 제공할 예정이다.

9천만 명에 이르는 국민과 특히 빈곤 가정들에 곡식을 제공하자면 이 돈이 몹시 급하다.

이집트도 30년 전에는 곡물 수출국이었다. 이제 그 나라는 세계 최대 곡물 수입국이다. 무바라크는 국유지 사유화를 촉진하고 유럽 슈퍼마켓에 공급할 환금작물 생산을 부추겼다.

IMF의 부추김 아래 무바라크는 경찰과 군대를 동원해 농민들을 토지에서 몰아냈다. 수백만 명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내몰렸고 그곳에서 힘들게 일자리와 살 집을 마련해야 했다.

지금 무르시는 그러한 IMF 처방을 되풀이하려 한다. 이리되면 IMF의 감독 아래 이집트는 민간 자본에 친화적인 정책을 펴고, 생필품인 식품과 연료 가격을 올리고, 이집트 부채는 날로 늘어날 것이다. 지난해 IMF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 그에 항의한 시위대의 구호는 이러했다. ‘IMF 차관 반대’, ‘정실 자본주의 반대’, ‘자본주의 타도’.

적대

무슬림형제단은 과거 독재 체제에 반대한 운동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제 많은 이집트인들은 무슬림형제단이 해외 자본과 자국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한다고 본다. 또한 무슬림형제단이 반민주적이고 혁명의 목적을 적대시한다고 보고 있다.

무르시가 1월 말 이집트 북부의 도시들인 포트사이드, 이스마일리아, 수에즈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을 때, 밤 9시부터 아침 6시까지의 통금에 항의해 수천 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다.

군대는 비켜서서 수수방관했다. 이것은 무르시의 약점과 무슬림형제단의 정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 줬다.

서방 언론은 상투적으로 이집트가 ‘아랍의 봄’에서 ‘이슬람주의의 겨울’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한다. 혁명 에너지가 무슬림형제단과 그들이 내세우는 종교 의제들 탓에 질식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대중 운동은 점점 더 세속화하고 있다.

비종교적인 정당과 활동가들이 뭉친 네트워크가 가두 시위를 주도하고 있고, 이들은 이집트를 더욱 변화시키는 데에 무슬림과 기독교도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혁명 초입에 가끔씩 부각됐던 종교적 구호들은 이제 상당히 줄었다. 이제 핵심 요구는 ‘빵, 자유, 사회 정의’다.

무슬림형제단은 빈곤이 증가하는 문제를 처리하지도, 실질적인 최저 임금을 도입하지도, 주요 식량과 연료 공급을 책임지지도 못할 것이다.

무슬림형제단은 기본적 자유를 보장하기는 커녕, 무바라크를 몰아내고 수천 명의 정치범을 감옥에서 해방시킨(그 가운데는 많은 이슬람주의 지도자들도 포함돼 있다) 바로 그 운동을 탄압하려 한다.

무슬림형제단이 만든 자유정의당 총재인 무함마드 엘 벨타기는 1월 말 무르시에게 ‘전권을 쥐고 직무를 수행하라’고 요구하고, 시위대를 ‘폭력배’라고 부르며 ‘비상사태’ 선포를 촉구했다.

이것은 무바라크 시대의 정책을 다시 펴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독재자 무바라크는 30년 동안이나 ‘비상사태’를 유지했다.

알렉산드리아에서는 1월 말 시위대가 주요 철도역을 장악하고 철로를 점거한 일이 벌어졌다. 또 일부는 도심으로 행진해서 ‘무슬림형제단 지배 타도’를 외치고, 무르시에게 ‘빈민의 요구다, 물러나라’ 하고 외쳤다.

무르시는 국제 금융이 가하는 압력과 민중의 요구 사이에 갇힌 상황이다. 새로운 총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혁명적 활동가들의 과제는 이슬람주의를 대체하는 실질적인 선거 대안을 만드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좌파 단체들은 노동자 조직을 강화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앞으로 혁명에 대한 공격이 계속될 경우, 가두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집단적 힘을 가지고 있는 곳들에서도 그에 맞선 저항이 벌어져야 한다. 2011년에도 대중파업이 무바라크를 몰아내는 데 핵심적인 구실을 했다. 빵, 자유,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투쟁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러한 노동자 투쟁이 거듭거듭 필요하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33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