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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 자본주의는 어떻게 한 몸인가

“건국 이래 단시간 최다 기록”을 수립하며 박근혜 인사들이 부정부패로 줄줄이 낙마했다.

사실 박근혜 자신이 박정희 시대부터 이어져 온 부정부패의 원조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모든 정권과 재벌 들은 수십 년 동안 서로 긴밀하게 도우며 권력을 유지하고 부를 축적했다.

예컨대, 삼성은 정권과 유착해 재벌로 성장할 수 있었다. 삼성 그룹 창업자 이병철은 일제의 도움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해방 이후 그는 이승만 정권과 결탁해 일본인들이 남긴 재산인 ‘적산’을 헐값에 불하받고 미국 원조로 성장했다. 그 답례로 이병철은 이승만에게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했다. 그래서 4·19혁명 때 많은 사람들이 부정 축재자 이병철을 처단하라고 요구했다.

5·16 쿠데타로 박정희가 권력을 잡자, 이병철은 박정희 정권과 유착했다. 1966년 삼성과 박정희 정권은 막대한 검은 돈을 조성하려고 사카린 밀수 사건을 공모하기도 했다. 박정희는 삼성전자를 위해 전자공업진흥법을 제정해 돈도 대고 공단도 만들어 줬다.

전두환 정권도 고속도로 건설, 차세대 전투기, 반도체, 율곡사업 등의 이권을 삼성에 넘겨줬고, 이병철은 여덟 차례에 걸쳐 전두환 정권에 무려 2백20억 원을 헌납했다.

삼성이 최근까지도 꾸준히 대선 후보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댄 사실이 2005년 ‘X파일’로 드러났다.

이처럼 정경유착과 부패는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화된 특징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국가가 산업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해 관련 기업들의 뒤를 봐주고, 특혜를 받은 대가로 재벌들이 국가 관료들에게 온갖 뇌물과 향응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도 자유롭지 않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 때도 부패 추문이 끊이지 않았다. 2002년 대선에서 삼성은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에게 수백억 원 뒷돈을 챙겨 주는 동시에 민주당 후보 노무현에게도 수십억 원을 ‘투자’했다.

선진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자들은 한국 같은 ‘연줄 자본주의’가 문제라며 규제 완화와 경쟁 도입으로 부패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영화와 규제 완화는 오히려 거대한 부패 연줄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국가 재산을 헐값으로 사들이는 자는 대부분 “경쟁력 있는 입찰자가 아니라 혜택 받은 내부자”인 경우다.

부패는 선진 자본주의에서도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 2001년에 터진 엔론 사태는 ‘연줄 자본주의’가 단지 제3세계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 줬다. 에너지 기업 엔론은 백악관과 상·하원 의원은 물론이고, 엔론이 진출한 세계 각지의 지배자들에게 로비했다. 정치인들은 엔론이 더 많은 이윤을 벌어들이기 위한 법을 통과시키고 회계 조작에 도움을 줬다.

이처럼 세계 도처에서 부패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자본주의 자체의 특성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이윤 경쟁 체제다. 기업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국가와 좋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자본가들은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

국가관료나 정치인 들도 특정 자본가들과 유착해서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긴다.

자본가들은 이런 부패를 이윤을 더 많이 남기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필요한 합리적 ‘투자’로 본다.

그러나 부패는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쌍용차 사측이 정부, 경찰, 법원, 회계법인과 긴밀히 공조해 회계를 조작하고 ‘먹튀’하는 동안 ‘일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일자리에서 쫓겨났다.

그래서 때때로 부패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분노와 저항을 촉발한다. 누구도 더는 ‘법 앞의 평등’이라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게 되고, 근면과 준법을 설파하는 지배계급을 역겹게 느낀다. 특히 경제적·정치적 위기가 심해져 자본가들이 상호 폭로전에 빠지고 책임 전가에 몰두할 때, 저항이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

1989년 텐안먼 항쟁, 수하르토 체제의 붕괴를 끌어낸 인도네시아 민중 봉기, 에콰도르의 대중 봉기, 아르헨티나 봉기 등에서 부패는 주요한 도화선이었다. 한국에서도 이승만과 박정희를 끌어내린 4·19혁명과 부마항쟁에서 부패는 중요한 고리였다.

‘법과 질서’ 운운하는 원조 부패 박근혜 시대에도 부패는 저항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이윤 경쟁 체제를 넘어서 노동자들이 민주적이고 집단적으로 통제하는 사회를 건설할 때 부패의 뿌리는 도려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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