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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어린이집 아동학대 ― 보육 시장화의 끔찍한 결과

최근 부산의 한 어린이집에서 원장과 교사가 생후 17개월 된 여아를 피멍이 들도록 폭행한 사건을 비롯해 어린이집 내의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해당 어린이집 허가를 취소하고 관련자를 처벌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장화된 보육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면 아동학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현재 어린이집 중 90퍼센트 이상이 민간 어린이집이다. 민간 어린이집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상당하며, 아동 수에 따라 권리금을 얹어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이 자기 돈을 투자해서 운영하다 보니 투자 비용 회수와 이윤 획득을 위해 각종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게 되고, 아동이 돈벌이 수단이 되면서 아동학대가 일어나고 있다. 보육에 시장 경쟁 논리가 적용되면서 그 피해는 아동과 부모들이 보고 있는 것이다.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보육교사들의 노동조건이 열악한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저임금으로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어린 아이들을 돌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해야 하다 보니 보육 교사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상당히 높다. 이처럼 열악한 노동환경이 보육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키고 극단적인 사례로 폭력까지 낳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린이 집 내의 아동학대를 줄이려면 아동을 돌보는 보육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부산 어린이집 사태로 어떤 사람들은 모든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하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아동학대를 막겠다며 CCTV 설치가 논의됐고, 실제로 많은 곳에 CCTV가 설치됐지만 아동학대가 줄지 않았다. 부산 어린이집 사태에서 보듯이 CCTV 사각지대에서 얼마든지 폭력이 이뤄질 수 있다. 또 CCTV는 아동과 교사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근본적 대안은 교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교사들이 아동의 인권과 성장 발달에 관한 지속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어린이집 내의 아동학대 사건을 학대 교사 개인의 자질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보육 시장화가 낳은 폐단임을 인식하고 시급히 보육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