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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복지와 죽어 가는 공무원 노동자:
총액인건비제를 폐지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근무여건 개선 종합계획을 내놨다. 올해 들어서만 공무원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이들의 노동강도가 사회적 문제가 돼서다.

이는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발표된 것이다. 신규채용 인원을 원래 1백3명에서 3백 명으로 확대한 것도 잘한 일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대책도 현장의 노동강도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는 매우 부족하다. 국가가 지방정부 인력을 통제하는 총액인건비제도 때문이다.

지난 5년간 복지예산은 45퍼센트가 늘었고, 복지대상자 수는 1백57퍼센트가 늘었다. 그런데 예산을 집행하고 대상자를 관리하는 공무원은 고작 4.4퍼센트 늘었다. 일은 매우 많이 늘었는데 일하는 사람은 그대로다.

최근 공무원노조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진행한 실태조사를 보면,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의 37.9퍼센트가 심리 상담이 필요한 ‘우울 수준’이다. 자살 충동을 느낀 비율도 27.4퍼센트에 달했다. 이는 일반인의 무려 세 배나 된다. 일반 국민은 7.1퍼센트만이 ‘직장 문제’ 때문에 자살을 생각했지만,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은 62퍼센트가 ‘직장 문제’로 자살을 고민했다.

당장 대규모 인력채용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죽음의 행렬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죽음 행렬

서울시가 신규채용을 세 배나 확대했지만, 이는 동주민센터마다 1명도 안 되는 숫자다. 게다가 최근 서울시는 ‘서울형기초보장제도’라는 새로운 복지정책을 도입해 올해만 복지대상자가 4만 명 늘어난다. 복지 확대는 좋은 일이고 더 확대돼야 마땅하다. 그리고 이것이 실질적 복지 서비스의 확대로 이어지려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은 부족한 인력을 시급 4천8백60원의 비정규직 4백75명으로 메우겠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박원순 시장이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꼴이다.

국가가 지방공무원 인원을 통제하는 총액인건비제를 당장 폐지해야 한다. OECD의 발표를 보면 한국은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의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높은 유일한 나라다. 무려 복지예산의 71.2퍼센트를 지방정부가 지출한다. 중앙정부가 일은 지방정부에 떠넘기면서 인력 채용은 총액인건비제로 틀어쥐고 있는 것이다. 공공부문에 비정규직이 만연한 것도 총액인건비제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이 추진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총액인건비제 때문이다.

이 틀 안에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의 연이은 죽음을 해결하려 한다면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 2000년 총선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이던 때 박원순은 “법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법이 지켜져야 한다면 시대착오적인 법률이 영원히 우리를 속박할 것”이라며 “악법이 법일 수는 없다”고 했다. 총액인건비제가 바로 “시대착오적”인 “악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