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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히지 않은 후쿠시마의 지옥문:
체제의 논리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현장에서 지난 2년간 매일 평균 3백 톤이 넘는 오염수가 지하로 흘러나갔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그조차 “듯하다”고 할 만큼 불확실한 수치다.

사고가 난 지 2년이 넘었지만 당시 연료봉이 녹아내린 1~3호기뿐 아니라 대량의 연료봉이 수조에 담겨 있는 4호기도 여전히 식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이 연료봉을 식히려고 지난 2년 동안 매일 수백 톤의 물을 쏟아부었다. 이렇게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은 지하로 흘러들어가 주변에서 흘러드는 또 다른 수백 톤의 지하수와 뒤섞여 바다로 흘러든 것이다. 그런데도 불과 보름 전까지 도쿄전력은 모든 것이 안정적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시간을 끌다가 “비상 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제서야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지하수 유출을 막는 차수벽 건설에 성공한다 해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이미 설치된 차수벽에 갇힌 오염수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태로 수위가 상승하면 3주 만에 물이 지면으로 넘친다는 계산이다.”

비상 사태

게다가 아베 정권은 아예 성장전략에 ‘원전 활용’을 포함시켜 왔고,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승리로 기세가 높아진 일본의 핵산업계는 사고 이전으로 돌아가려 해 왔다.

2년 전 사고 당시 쓰나미 피해를 입은 도카이무라 핵발전소는 재가동을 위한 공사를 하고 있다. 홋카이도·간사이·시코쿠·규슈 전력은 핵발전소 12기 재가동을 신청했다. 심지어 도쿄전력도 가시와자키카리와 핵발전소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대폭 높인 방사선 피폭량 기준치는 여전히 그대로다. 그조차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준치 이상 피폭됐는지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았다.

특히 사고 처리를 위해 투입된 노동자 수만 명이 어마어마한 양의 방사선에 노출됐는데 일본 정부는 형식적으로 전신 피폭량만 측정하도록 요구했다.

사고 직후부터 9개월 동안 긴급 복구작업에 참여한 노동자 중 최소한 1만 명이 백혈병 산재 인정 기준인 연간 5밀리시버트 이상 방사선에 피폭됐다고 한다.

방사성 물질은 단지 후쿠시마 인근에만 퍼진 것이 아니다. 최근 일본 시가대학이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남서쪽으로 4백 킬로미터 떨어진 시즈오카의 민물고기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동일본 지역 민물고기가 대부분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고 논, 수로, 상수도로도 오염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바닷물과 함께 방사능에 오염되는 우리의 미래 그러나 지배자들은 여전히 핵 발전을 멈출 생각이 없다. 8월 1일 일본대사관 앞. ⓒ이유진 (페이스북)

최악의 상황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앞 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염수가 대부분 바다로 흘러들며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먹이 사슬을 통해 해양 생태계에 쌓이고 있다. 동해, 일본 북부, 오호츠크 해, 베링 해 등에 걸쳐 국경 없이 돌아다니는 물고기도 방사능 물질에 오염됐다.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는 최근 일본인의 자연방사선량(일상생활을 하면서 피할 수 없는 방사선량)을 1.4배로 상향 수정했는데 주로 생선 등을 먹을 때 몸 안으로 들어오는 방사성 물질 때문에 내부피폭선량이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일본인들이 식품 섭취를 통해 피폭되는 방사선량은 약 0.9밀리시버트로 세계 평균의 3배가 됐다.

사실 일본 정부는 가동 중단됐던 핵발전소들을 재가동하려고 시종일관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를 축소·은폐해 왔다.

일본 지배자들의 다수는 핵발전을 포기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개발하는 데 투자하는 것을 ‘낭비’라고 여긴다. 또한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동아시아에서 일본 지배자들은 점점 더 군사력에 의존하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배자들에게 핵발전소 재가동은 단지 전력뿐 아니라 핵무기 원료와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전략적 가치가 있다. 지구상 모든 생명 탄생의 뿌리인 바다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더라도 말이다.

이처럼 일본 지배자들의 바람은 인류의 안전보다 기업의 이윤과 제국주의적 경쟁을 우선시하는 체제의 논리와 직접 맞닿아 있다.

따라서 핵 없는 안전한 세계를 위해서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논리에 도전해야 한다.

최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반핵’뿐 아니라 ‘평화헌법 수호’, ‘소비세 인상 반대’ 등을 내세운 시민후보와 공산당 등이 성장한 것은 장차 일본에서 이런 운동이 발전할 가능성을 힐끗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