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에 반대하는 성소수자의 목소리 “혐오가 판치는 세상에는 민주주의도 없습니다”

곽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 운영위원장)
기사 본문
인쇄

<레프트21> 113호 | 발행 2013-10-12 | 입력 2013-10-12

△곽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 운영위원장 ⓒ이윤선

저는 공안탄압에 반대하는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러 나왔습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에 반대한 의원들 모두 커밍아웃하라고 협박하더군요. 소위 ‘종북’이라는 것을, ‘빨갱이’라는 것을, 공안탄압에 반대한다는 것을, 그리고 ‘동성애자’라는 것을 커밍아웃하라고 강요하는 사회라면, 그게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집회ㆍ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있기는 한 사회입니까?

성소수자인 저는 이 공안탄압 정국에서 분노와 두려움을 함께 느낍니다.

분노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마녀사냥을 통해 ‘종북’이라는 적을 만들어 놓고는, 한편으로 자신의 복지공약을 한 방에 뒤집고도 멀쩡하니 말입니다. 마녀가 재판을 받는 동안, 부자들은 세금을 탕감받을 것이고, 복지는 후퇴할 것입니다. 민영화는 가속화하고, 전교조는 다시금 법외노조가 돼 탄압의 다음 희생양이 될 것입니다. 이런 공포 정치 아래서 저항은 더 힘든 일이 될 것입니다.

정말 두렵습니다. 동성애자들에게 가해진 낙인이 ‘종북’으로 몰린 통합진보당에 똑같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그게 누구든 ‘간첩’의 붉은 글씨가 새겨져 함께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당할 때, 이 사회는 더욱 쉽게 혐오와 폭력을 용인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마녀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혐오를 만듭니다. 마녀는 얻어 맞아도 마땅하다고 말하는 국가가 있을 때 폭력은 더해집니다. 지금 이 상황이 러시아와 아프리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동성애 혐오 범죄와 무엇이 다릅니까.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고 한 2007년부터 ‘친북 빨갱이’들이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저들의 주장을 지겹도록 들어 왔습니다.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면 ‘종북게이’랍니다. 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고 차별에 반대하는 자가 ‘종북게이’라면 저도 기꺼이 ‘종북게이’ 하겠습니다.

적대와 폭력

저들은 ‘친북 빨갱이’가 군형법 92조의 동성애자 처벌조항 폐지를 지지하는 것도 비난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이 동성애 처벌조항을 두고 동성애가 군 기강을 무너뜨려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말을 믿겠습니까? 아니면 동성애자가 자기결정권을 갖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옹호하겠습니까?

인권과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습니다.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에서 편견의 대상이 되고 낙인찍힌 사람들, 지배적 사상에 반대하는 사람들, 부당하게 빼앗긴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 모두가 ‘종북’이 되고 있습니다.

저들은 동성애가 건강한 사회를 위협한다고 공격합니다. 지금 이 상황을 미국의 매카시즘 시대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적으로 동성애자와 공산주의자를 규정하고는, 공산주의자가 동성애자와 내통해 국가 전복을 꾀하고 있다며 공격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동성애자들은 직장에서, 학교에서, 사회 모든 곳에서 쫓겨났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관용마저 실종됐고, 여성은 다시금 집 안에 갇혀야 했으며, 성적 보수주의와 가족주의가 강화됐습니다.

따라서 지금 이 상황은 성소수자들에게 너무나 위협적입니다. 마녀가 있는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혐오가 판치는 세상에는 민주주의도 없습니다. 적대와 폭력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진보도 숨 쉴 수 없습니다. ‘종북’ 낙인에 반대합니다. 혐오를 멈춰야 합니다. 연대합시다. 박근혜가 퇴진할 때까지 함께 투쟁합시다.

- <노동자 연대>는 정부와 기업의 광고나 후원을 받지 않습니다. 정기구독 하세요!
- 기사가 좋으셨나요? 그렇다면 1,000원 후원하세요!

[마녀사냥에 반대하는 성소수자의 목소리] “혐오가 판치는 세상에는 민주주의도 없습니다”

<노동자 연대>은 정보공유라이선스2.0:영리금지를 따릅니다.

이메일로 기사 구독 신청

<노동자 연대> 첫 화면으로

ⓒ<레프트21> 113호 | 발행 2013-10-12 | 입력 2013-10-12

위 내용을 복사해 카카오톡, 라인 등에 붙여 넣어 기사를 공유하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