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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그리스 황금새벽당:
혁명적 좌파가 주도한 반나치 투쟁의 성과

9월 28일 그리스 경찰은 범죄 집단 결성 혐의로 황금새벽당 대표 니콜라오스 미할롤리아코스와 소속 의원들을 체포했다. 그리스에서 당대표와 현직 국회의원이 체포된 것은 1974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리스의 우파 총리 안토니스 사마라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어떤 일이든 해야 합니다. 민주주의 세계에 나치가 발붙일 공간은 없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명한 반파시즘 활동가이자 아테네 시의원인 페트로스 콘스탄티누를 기소하고 황금새벽당을 연립정부에 끌어들일 생각까지 하던 정부의 수장이 반파시즘 투사 행세를 하니 과히 “극적 반전”이라 할 만하다. 이는 그리스 계급투쟁 발전의 새로운 발판이 될 수도 있다.

많은 평론가들이 지적하듯, 이런 “반전”의 이면에는 나름의 정치적 계산이 있었을 수 있다.

즉, 정부의 정당성을 강화해 정국 주도력을 회복하고, 여론의 관심을 긴축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고, 황금새벽당에 뺏긴 우파 유권자를 탈환해 재결집시키려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반전” 드라마를 연출한 진정한 힘은 아래로부터 대중행동에서 나왔다.

9월 18일 반파시즘 활동가이기도 했던 유명 힙합 가수 파블로스 파이사스가 황금새벽당 당원에게 살해된 뒤 그리스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들끓었다.

황금새벽당을 규탄하는 항의 시위는 대량해고에 맞서 미리 예정돼 있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과 맞물렸다.

공공부문 노동자 수십만 명이 파업을 벌인 9월 25일 저녁, 아테네에서만 5만 명이 넘게 모인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이에 견주면 겨우 2백여 명이 모인 황금새벽당 지지자들의 시위는 매우 보잘것없었다.

그리고 이 시위에는 파업을 벌이고 있던 노동자들이 ‘나치는 우리 작업장에서 꺼져라’ 하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대거 참가했다.

이처럼 노동자 파업과 반파시즘 시위가 서로 고무하는 상황은 그리스 지배자들에게는 끔찍한 일이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경찰과 군대가 황금새벽당과 유착돼 있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고 있었으므로 대중의 분노가 곧 정부로 향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가뜩이나 취약한 정부로서는 더는 황금새벽당을 비호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황금새벽당 지도부의 체포는 “위대한 반파시즘 운동의 승리다.”

그리고 이번 승리를 일구는 데서 그리스의 혁명적 좌파가 중요한 구실을 했다.

나치는 꺼져라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 등 혁명적 좌파들은 2009년에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운동’(KEERFA)을 결성하며 차근차근 반파시즘 운동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고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자라나며 파시즘이 성장할 가능성이 보였고, 파시즘에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황금새벽당이 2012년 총선에서 성공을 거둔 뒤 KEERFA의 활동은 더 중요해졌다. 선거에서 승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황금새벽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이주민과 좌파를 공격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KEERFA은 황금새벽당의 실체를 폭로하며 운동을 광범하게 조직하려 애썼다. 그 결과 올해 1월에는 2만 5천 명이 모인 대규모 시위를 조직할 수 있었다. 황금새벽당 당원이 파키스탄 출신 이주민을 살해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였다.

이런 몇 년간의 꾸준한 활동들이 이데올로기적·조직적 기반을 탄탄하게 마련해 놓은 덕분에 이번에는 운동이 훨씬 더 큰 규모로 일어날 수 있었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10월 5~6일 그리스에서는 KEERFA 전국 총회와 국제 반파시즘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 6백 명 이상의 많은 활동가들이 모여 투쟁 경험을 나누고 운동의 승리를 축하하며 이후 투쟁의 방향을 두고 열띠게 토론을 벌였다.

활동가들은 운동이 더 전진해야 한다고 토론했다. 예컨대 KEERFA 소집자 페트로스 콘스탄티누는 이렇게 주장했다.

“투쟁을 위한 새로운 분위기가 생기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우리 운동이 긴축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과 연결될 수 있고, 그래서 정부를 끌어내리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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