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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은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퇴하라”

천주교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이하 사제단)이 박근혜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12월 4일 사제단은 ‘현 시국에 대한 천주교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의 입장’을 발표하고 “불통과 독선,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으로 일관하는 공포정치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지금이라도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남이 명예로운 일”이라며 분명한 사퇴 요구를 밝혔다.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 박근혜 사퇴 촉구 미사를 연 지 12일 만이다.

“불의에 맞서는 일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 양심적 종교인들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11월 22일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미사를 끝내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박근혜가 직접 나서서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엄포를 놓고, 우파들이 단결해 박창신 신부를 마녀사냥하며 사퇴 요구 확대를 막으려 했지만, 소용 없었다. 이런 공세는 도리어 종교계의 분노만 불러일으켰다.

사제단은 박근혜 정부가 “강론의 취지를 왜곡하고 거기다가 이념의 굴레까지 뒤집어씌움으로써 한국천주교회를 심히 모독하고 깊은 상처를 안겨 주었다”며 종교인들까지 탄압하려는 행태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사제단은 박근혜 정권이 “부정선거를 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른바 ‘종북몰이’의 먹잇감으로 삼았다”고도 정확히 지적했다. 동시에 “양심의 명령에 따른 사제들의 목소리를 빨갱이의 선동으로 몰고 가는 작태는 뒤가 구린 권력마다 지겹도록 반복해 온 위기 대응 방식”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사제단 나승구 대표 신부는 “국정원 대선개입에 관한 문제제기에는 입도 뻥긋하지 않던 정부가 박창신 신부의 발언에 대해서 굉장히 즉각적으로 종북, 빨갱이 등의 틀로 묶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제단은 “신문과 방송의 악의적 부화뇌동도 한몫하였다. 분명 한국 언론사에 치욕스럽게 기록될 사건이다” 하며 우파 언론의 역겨운 행태에도 일침을 날렸다.

“우리는 진실을 말한다”

천주교가 포문을 열자 이웃 종교들의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개신교 단체들이 꾸린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7일 박근혜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뒤이어 원불교 사회개벽교무단도 사퇴 목소리에 동참했다.

뿐만 아니라 광주지역 5대 종단(가톨릭,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종교인들이 공동으로 박근혜 정권 퇴진 촉구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종단 간 공동행동의 흐름도 시작되고 있다.

광주지역 5대종단 종교인들은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 정권과 함께 국가 권력 기관을 동원해 온갖 부정과 불법을 저질러 태어”났고 “독재 시대를 열고 유지했던 낡고 추한 인물들로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종교인들은 “[박근혜 정권이]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너무나 지루하고 피곤하며 절망적”이라고 일갈했다. “공약을 축소, 폐기”하고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인류 보편적 복지도 이념으로 색칠해 가며 하나하나 역행”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서민을 탄압하며 삶의 터전을 빼앗”고 “강정, 쌍차 문제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밀양의 눈물을 피눈물로 흘리게” 한다며 분노를 표현했다.

양심적 종교인들이 박근혜 사퇴 요구에 한 목소리를 내게 된 배경에는 국정원 대선 개입만이 아니라 이처럼 이 정부가 벌인 온갖 비민주적이고 반동적인 개악에 대한 분노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사제단은 “선거부정의 책임을 묻는 일이 설령 고난을 초래하더라도 우리는 이 십자가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지를 밝히고 있다. 마녀사냥과 탄압에도 양심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제단의 행동은 많은 피억압자들과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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