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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정상화’는 임금 삭감, 요금 인상, 민영화를 뜻한다

박근혜 정부는 철도 파업이 끝난 12월 31일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실행계획’을 확정한 데 이어, 1월 6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또다시 “공공부문 개혁부터 시작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더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기자회견 직후부터 산업자원부,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도 나서 산하 공공기관 구조조정 계획을 점검하며, 강력한 구조조정 계획을 짜 오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교육비·의료비·경조금 등 복리후생 삭감과 정원 동결, 퇴직금 누진제 폐지 등을 지시했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실행계획’에 포함된 ‘방만경영 정상화계획 운용 지침’도 ‘방만경영’의 사례로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복리후생만 다루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방만경영’에 책임이 없다. 예를 들어 감사원 조사를 보면, 한국전력공사(6개 발전공기업 포함), 가스공사,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10곳이 2012년까지 해외 자원 개발에 총 34조 9천4백89억 원을 투자했지만 이 중 회수한 투자금은 10조 5천7백32억 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방만 경영을 해 수십조 원의 손실을 입힌 자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이제 와서 그 책임을 모두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복리후생비를 삭감하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주류 언론들은 공공기관을 ‘신의 직장’ 운운하며 공공기관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철도 파업에서도 알려졌듯이,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고임금’은 대부분 오랜 근속연수에다가 교대근무, 연장근로 수당 등을 다 합친 것이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이 삭감되면 박근혜 정부는 이를 발판으로 민간부문 노동자들의 임금도 삭감하려 나설 것이다. 공무원연금을 공격해 삭감하고 이를 빌미로 국민연금·기초연금을 공격하는 정부의 시도를 보더라도 노동자들을 이간질해 각개격파하려는 전술임을 알 수 있다.

부자 성장 정책

이런 일들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자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노동조합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는 징계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의 사전 동의를 받는 게 “경영이나 인사권에 제약을 초래”한다며 일절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징계·구조조정은 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과 직결된 사항으로, 이에 대한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노동조합 본연의 권리다. 공공기관 노동조합이 단체협상으로 얻어낸 것도 정부의 지침으로 다 무시하고 복리후생도 정부의 지침대로만 해야 한다는 것은 단협이 법보다 우선한다고 규정한 노동법조차 무시하는 것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를 쥐어짜는 것만으로는 공공기관 부채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을 매우 잘 안다. 특히 부채가 많은 공기업 12곳의 1년 영업이익은 총 4조 3천억 원으로, 이자(7조 3천억 원)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결국 ‘공공기관 정상화’는 부채 삭감을 빌미로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공격할 뿐 아니라, 공공요금 인상과 민영화로 노동자와 평범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려는 시도다.

실제로 새해 벽두부터 도시가스 요금이 평균 5.8퍼센트 인상됐고, 액화석유가스(LPG) 가격도 킬로그램당 99원씩 올랐다. 다음달부터는 중량이 많이 나가는 우체국 택배 요금도 5백~1천5백 원 오른다. 고속도로 통행료와 상수도료, 철도요금까지 올리려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떠들며 공공기관 부채를 문제 삼지만,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들이 내는 적자는 ‘착한 적자’이고, 그것이 정상이다. 질 좋고 저렴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생긴 적자는 마땅히 정부의 지원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도 경제부총리 현오석은 “공공기관이 위기 상황임을 분명히 하고 핵심 우량 자산부터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 매각은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

부채가 많은 공기업 18곳이 설립한 자회사는 2백45곳인데, 부채 해결을 명목으로 이런 자회사들을 매각한다면 민영화가 대거 진행되는 셈이다.

박근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 정상화’뿐 아니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내놓으면서 “내수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제시했다. 결국 ‘5대 유망 서비스산업’이라는 보건·의료와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병원들의 영리 자회사 설립, 원격 진료 등을 허용하면서 의료 민영화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박근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민주화’나 복지 확대 같은 입발림조차 내팽개치고, 자신이 예전에 주장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운다) 정책 같은 친부유층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내수 활성화를 언급했지만, 노동자들의 열악한 임금이나 ‘최저임금’의 개선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또,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통한 고용률 70퍼센트 달성을 강조했지만, ‘고용의 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더 큰 돈벌이 기회를 줘야 경제가 살 수 있다는 ‘부자 성장 정책’만 있었다.

규제완화

이처럼, 박근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추진한 것은 올해부터 경제 위기에 대한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겠다는 분명한 계획에 따른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통상임금 확대, 노동시간 단축, 정년 연장 등으로 올해 노동자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질 것을 예상하고, 이에 맞서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부터 공격해 두려고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정상의 비정상화’ 시도에 맞서려는 노동자들 2013년 12월 4일 양대노총 공동기자회견. ⓒ사진 제공 〈매일노동뉴스〉

그러나 박근혜의 공격이 강력한 것만은 아니다. 철도 파업의 효과로 민영화 반대 투쟁에 대한 지지는 더욱 많아졌고, 박근혜 정부는 타격을 받았다. 보건의료노조도 민영화 반대 분위기에 힘을 얻어, 의료 민영화 반대 투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도 한국노총과 그 외 공공부문 노동조합들과 연대해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단결해 굳건하게 싸운다면 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 공격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에 확고히 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