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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프랑스에서 인종차별 강화와 국민전선의 성장

123호에 실린 ‘파시스트 국민전선이 큰 성공을 거둔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 결과 — 단결된 반파시즘 운동 건설이 시급하다’에서 차승일 기자는 프랑스 지방선거 결과를 분석하며 국민전선(이하 FN)이 성장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중 “주류 정치권이 강화해 온 인종차별 정서는 FN이 성장하는 좋은 토양이 됐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이를 보충하는 논설을 내놓는다.

프랑스에서는 1970년대 말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서부터 이민자 차별이 강화되기 시작했고, 1990년대 초 걸프전과 특히 2000년대 초 이라크 전쟁을 거치면서는 무슬림 차별이 거세졌다.

이런 맥락에서 1989년에는 한 공립학교에서 무슬림 여학생들이 히잡을 벗지 않으려 한다는 이유로 퇴학당하는 일이 있었다. 2004년에는 아예 공립학교 교내에서 무슬림 여학생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됐고, 마침내 2011년에는 모든 공공장소에서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됐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는 히잡 착용이 “여성을 차별하기”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슬림 전통 복장을 입었다고 연행되는 무슬림 여성. ⓒ사진 출처 Siobhán Silke (플리커)

그러나 히잡 착용을 여성 차별의 상징처럼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무슬림 여성들이 모두 강압 때문에 히잡을 착용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무슬림 여성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나 정치적인 이유에서, 또 다른 여러 이유에서 히잡을 착용한다.

히잡 착용을 법으로 금지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국가가 여성에게 바람직한 복장이 무엇인지 규정해 주겠다는 뜻이다. 그런 사회에서 여성이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될 리가 없다. 그런 법은 차별과 편견을 강화하는 도구일 뿐이다.

또한, 서구 사회에서 무슬림은 가장 천대받는 집단이다. 히잡 착용 금지는 무슬림을 속죄양 삼는 수단으로, 위선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조처일 뿐이다. 따라서 분명한 반대 입장과 운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프랑스 좌파들은 뼈아픈 오류를 저질렀다. 2004년 노동자투쟁(LO)은 히잡이 “여성의 굴종”을 상징한다며 히잡 금지 법안을 지지했고,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 반자본주의신당 NPA의 전신)은 이 문제를 둘러싸고 모호한 입장을 취해, 반대 운동을 조직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이처럼 무슬림 혐오가 강화되는 가운데 이민자 일반에 대한 배척 정서가 강해졌고, “국가 정체성” 사상이 강화됐다. 그 과정에서 주류 정치 담론이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그 덕분에 무슬림 이민 반대를 ‘선명하게’ 주장하는 FN이 제도 정치권 내부에서 이전보다 더 커다란 지지를 획득하게 됐다.

여기에 더해, FN의 대표가 마린 르펜으로 바뀌며 FN에 대한 혼란이 커졌다. 마린 르펜은 겉으로는 유대인 배척이나 인종 간 불평등을 분명하게 주장하지 않으며 ‘탈악마화’ 전략을 구사했다. 그래서 이제는 일부 좌파마저 FN을 (파시스트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정상적인” 우파 정당으로 본다.

그러나 FN은 파시스트 정당이다. 예를 들어, 2012년 총선 때 FN의 후보가 좌파전선의 포스터를 부착하던 사람을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FN의 간부 한 명은 “유대인을 태워 죽인 화덕은 세균을 박멸한 화덕과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FN은 의회 밖 폭력 단체와 은밀하게 연관을 맺고 있고 좌파에 대한 폭력에 개입해 왔다. 이는 거리에서 소수 인종과 좌파를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동시에, ‘합법’ 정당을 표방하며 주류 정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파시스트 이중 전략의 전형이다.

프랑스 좌파는 FN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해야 하고, 광범하고 단결된 반파시즘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노동계급이 힘과 희망을 보여 줘야 한다. 1995년 프랑스 공공부문 대중파업이 좋은 사례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FN은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그해 겨울 당시 총리 알랭 쥐페가 공공부문 민영화와 공공부문의 연금과 임금 삭감 계획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해 프랑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전면 파업이 일어났다. 2백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프랑스 노동자들은 3주 동안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었다.

노동자들의 힘에 밀린 쥐페 정부는 공격 계획을 철회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해야만 했다. 이 승리는 프랑스 지배자들에게 ‘쥐페 신드롬’을 안겨 줬다. 이 대중파업의 효과로 프랑스 정치는 좌경화했고, FN은 약화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말에 FN은 위기에 빠져 심각한 분열을 겪었다.

요컨대, 프랑스 좌파에게는 광범하고 단결된 반파시즘 운동 건설과 노동자 운동 활성화라는 두 가지 중요한 과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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