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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녀의 아버지이자 15년 넘게 살아온 티베트계 이주민:
민수 씨의 귀화를 허용하라

최근 법무부는 네팔 국적의 티베트인 라마 다와 파상(한국명 민수)의 귀화 신청을 불허했다. 민수 씨는 1998년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들어와 지금은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해 3명의 자녀까지 두고 있는 가장이다.

법무부는 그가 지난 2월 대법원에서 5백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것을 문제 삼아 귀화를 불허했다. 이 벌금은 그가 운영하던 티베트 음식점이 재개발 사업으로 강제 철거당할 위기에 처하자, 이에 맞서 투쟁하는 과정에서 억울하게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받은 것이다.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가 걸린 가게의 철거와, 세입자 대책을 뒤로 하고 이뤄지는 재개발에 대해 피해 당사자로서 저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족을 지키고자 했던 제 최소한의 저항은 이렇게 제 가족을 또다시 위기에 몰아넣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저는 참담한 심정입니다.”

법무부는 이 벌금형이 국적법상의 귀화 요건의 하나인 ‘품행 단정’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요건은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도 “전과 등을 이유로 귀화를 불허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귀화 과정의 차별이 없도록 ‘품행 단정’ 등의 조항에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요건이다.

민수 씨는 분개해 이렇게 말했다. “법무부는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벌금형을 왜 받게 된 것인지 고려하지 않고 품행 단정이라는 말을 쓰고 귀화를 불허시킨 것이다.”

법무부의 기준대로라면 수백억 원의 벌금을 ‘황제노역’으로 때워 구설수에 오른 대기업 회장들이야말로 ‘품행 단정’치 못함으로 말미암은 국적 박탈감일 것이다.

문제는 법무부의 귀화 거부로 끝나지 않는다. 그의 벌금형이 집행되면 출입국관리법상 ‘강제 퇴거 대상’이 돼 조만간 강제 추방될지도 모른다.

강제 추방

그런데 강제 추방을 당하면 향후 5년 동한 한국에 올 수 없고, 그 후로 15년 동안 귀화를 할 수 없게 된다. 가족과 생이별을 하거나 가족이 모두 네팔로 이주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를 뻔히 알고도 법무부는 그의 귀화를 거부했다. 추측컨대, 민수 씨가 한국에서 중국 정부의 티베트 억압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여온 것이나,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 추방에 반대해 명동성당에서 농성 투쟁을 벌였던 경력을 괘씸하게 여겼을 것이다.

사실, 국적법의 귀화 요건 자체가 터무니없고 차별적이다. 한국의 국적법은 ‘부계 혈통주의’를 고수하다 1997년에야 양성 평등 원칙에 위배돼 개정됐을 정도다. 그러나 지금도 인종차별적인 혈통주의를 고수해, 이주민 자녀들은 한국에서 태어났어도 부모가 한국 국적이 없으면 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 국적법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라는 불만을 살 만큼 이민자들에겐 벽이 높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미래부 장관 후보였던 김종훈 같은 자에게는 잃었던 국적을 불과 나흘 만에 회복시켜 줄 만큼 관대하지만, 민수 씨 같은 이주민은 한국에서 15년 이상을 살아오며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웠어도 통과하기 어려울 만큼 가혹한 것이다.

정부는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거나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유한 자’는 국적법의 귀화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국적을 부여한다. 유명 스포츠 선수나 기술이나 지식을 가진 ‘우수 인재’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만 보통의 이주자나 그 배우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는 이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며 국적 취득의 벽을 더욱 높여 왔다. 1998년 이전까지 외국인 여성의 경우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면 즉시 국적이 부여됐다. 그러나 결혼 이주민이 증가하자 한국 정부는 이른바 ‘위장결혼’을 문제 삼으며 매우 까다로운 요건을 갖추고 법무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귀화할 수 있도록 국적법을 개정했다.

최근에는 영주권 전치주의를 도입하는 개악도 추진 중이다. 이 제도는 영주권을 얻지 못하면 귀화를 신청조차 할 수 없고, 특히 난민과 이주노동자는 영주권 신청 대상에서 제외돼 아예 귀화 신청 자체를 가로막는다.

이것은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강화되는 인종차별적 정책들인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 출입국관리법 개악, 결혼이주민 비자 발급 심사 강화 등 정책의 일부다.

법무부의 귀화 거부 이후 민수 씨는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힘겨운 투쟁에 다시 나섰다. 이 투쟁에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를 제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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