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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가 좀먹는 노동자 기숙사를 바꾸기 위한 투쟁

무너져 가는 기아자동차 화성기숙사가 기숙사 자치위원회의 투쟁으로 개선되고 있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은 물이 새고 곰팡이가 좀먹는 23년 된 기숙사를 수년간 방치해 왔다. 식단비도 10여 년째 인상 없이 1천3백 원이다. 그동안 아무도 나서지 않고 관심을 갖지 않아 개선 요구조차 하지 않았고, 회사는 기숙사의 문제를 알면서도 방관해 왔다.

나를 비롯해 이런 회사의 행태에 분개한 입사 1~2년차 조합원들로 구성된 22대 기숙사 자치위원회(2012년 10월~, 이하 자치회)는 그동안 방치돼 온 낡은 시설물들과 비품 등에 대해 수차례 실태조사와 조합원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기숙사 개선안을 작성하고, 식당에 대자보를 부착하는 등 기숙사 문제를 개선하려고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 왔다.

자치회가 조합원들의 관심과 지지를 기반으로 강력하게 항의한 결과, 지난해 초 일부 노후한 비품 교체, 휴게실 냉·난방기 설치 등 사측에게 일부 양보를 얻어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식사 질 개선, 기숙사 리모델링·신축 등)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이에 자치회는 기숙사 안에서만이 아니라 화성공장 내 전체 조합원들에게 홍보물을 배포해 기숙사 문제를 알렸고, 선배 활동가를 비롯한 많은 조합원들은 분개하며 공감과 지지를 보내 줬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자치회는 기숙사 시설 개선 관련 안건을 기아차지부 대의원대회에 상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의원대회에서 “기숙사 노후 및 신축 건은 [기아차 화성공장] 지회 정기 대의원대회 사업계획 속에서 논의한다”고 결정됐다. 그동안 화성공장 지회는 기숙사 개선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지부 대의원대회의 결정사항에도 불구하고 화성지회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기숙사 문제는 구체적인 논의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회 집행부는 자치회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기숙사 시설을 보수하는 데 “[사측이] 6억여 원을 지원”하겠다고 사측과 협의했다고 한다.

물론 6억여 원으로 시설 보수를 하겠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사측은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6억 원을 책정했고, 그것도 구두약속만 했다. 또 자치회가 요구해 온 전면적인 리모델링 및 신축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자치회는 전면적 리모델링과 신축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업계 5위, 그룹사내 유보금 1백조 6천억여 원을 쌓아 둔 현대·기아 그룹에게 이것이 무리한 요구는 아닐 것이다. 조합원들의 피와 땀으로 천문학적인 수익 창출을 올리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자치회의 투쟁은 미약하나마 성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 투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1년여간 조합원들의 관심과 지지를 바탕으로 성과를 얻어냈듯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투쟁을 이어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