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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규제 폐지, 부패, 이윤 체제가 빚어낸 비극

4월 16일 돌이킬 수 없는 참사가 벌어졌다.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이었다. 4백76명(현재까지 알려진 탑승자수)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고 말았다.

4월 24일 현재, 사망자는 1백80명이 넘는다. 이제 사망자 수가 실종자 수를 넘었다. 사고 발생 열흘이 넘도록 애타게 기다리는 생존자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수학여행 다녀온다”던 아들, 딸이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것을 본 부모들의 충격과 슬픔은 말로 표현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적처럼 차디찬 바닷물에서 나와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실종자 가족들은 하루하루를 피가 마르고 심장이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지는 심정으로 보내고 있을 것이다.

단원고 학생들의 상당수는 학교 인근 시화·반월공단 노동자들의 자녀라고 한다.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부잣집에서 태어나고 싶다”던 딸을 잃은 평범한 아버지는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로 딸을 떠나보냈다. “시신을 건질 때마다 게시판에 인상착의를 메이커 같은 상표로 하더라. 우리 애는 내가 돈이 없어 그런 걸 못 사줬다. 그래서 우리애를 못 찾을까 봐 걱정돼 나와 있다”는 한 실종자 어머니의 말은 모두의 가슴을 치게 한다.

그 어떤 말로도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 사무치는 비통함과 절박함에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 끔찍한 비극은 대체 왜 벌어졌는가?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운 자들

많은 주류 언론들은 선장과 선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물론, 만일 선장이 승객들한테 제때 대피 안내를 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원들이 승객들을 대피시킬 책임을 끝까지 지지 않은 것은 자본주의 하에서 소외된 노동을 반영한다. 자기 일에 애착은커녕 입에 풀칠하기 위해 하는 수 없이 해야 하는 처지의 자본주의 임금 노동자들에게 성인(聖人)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마땅히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 선장과 선원들을 방패막이 삼아 책임을 피하려 하는 것을 두고 봐서는 안 될 것이다. “늙은 현장 책임자 한 명을 악마로 만든 사이, 정말 나쁜 악마는 숨어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허핑턴포스트〉)

우선, 해운 회사들은 당장 돈이 안 되는 안전 관련 비용은 줄이고 이윤 늘리기에만 골몰해 왔다. 자본주의 경쟁 하에서 해운 회사들에게 우선순위는 이윤이었다. 세월호도 마찬가지였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일본에서 18년 된 노후한 배를 사들였다. 오래된 중고 선박 가격은 새 여객선 가격의 10분의 1 정도이기 때문이다. 청해진해운은 객실을 더 늘리는 개조 공사를 해 탑승 인원을 1백17명 늘렸다. 또, 여객보다 더 돈이 되는 화물 운송을 늘리려고 사이드램프를 제거하고 화물 적재 공간을 늘렸다. 개조 후 선박의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평형수를 더 많이 넣어야 했지만 오히려 화물을 3배나 과적했다. 선박의 무게 중심이 달라지고 복원력이 부족한 것이 직접적인 침몰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돈벌이에 눈이 멀어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최근 전(前) 세월호 항해사는 사측에 세월호의 잦은 엔진 고장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잘라버리겠다”는 협박만 돌아왔을 뿐이고, 사측은 땜질식 수리만을 했다고 폭로했다. 전 세월호 항해사들은 ‘불안하고 찜찜한 마음’에 항해사를 그만둬야 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청해진해운은 세월호를 사들여 선박 자산가치가 2012년 78억 원대에서 2013년 2백40억 원대로 급증했고, 세월호를 담보로 산업은행으로부터 1백억 원을 대출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선박수리비에 쓸 돈은 줄였다. 청해진해운이 보유 선박들에 지출한 수선비는 2009년 선박 장부가액의 26.29퍼센트였다. 하지만 이 비중은 2011년 10.89퍼센트로 급감하더니 지난해에는 4.81퍼센트로 추락했다.(〈국민일보〉)

지난해 청해진해운이 안전교육에 지출한 돈은 겨우 54만 원이었다. 반면 접대비로는 6천만 원을 썼다. 인천-제주 운항을 20년 동안 독점한 것도 비리와 국가와의 부패한 유착 덕분이었을 것이다.

착취 증대와 인건비 절감 동기도 작용했다. 청해진해운은 노동자 절반 이상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했다. 세월호 선박직 15명 중 9명이 계약직이었다. 심지어 세월호 선장도 비정규직이었다.

반면 청해진해운의 실제 소유주로 알려진 전(前) 세모그룹 회장 유병언 일가의 재산은 밝혀진 것만 4천2백억 원에 이른다. 선박의 안전을 위해 써야 할 돈을 아껴 자신들의 배를 불려온 것이다. 세모그룹은 1990년에 한강 유람선 침몰 사고를 일으켰고, 전두환 정권과 유착해 온갖 특혜를 누린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전(前) 세월호 항해사는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와 교신하는 채널은 끄고 운항하는 것이 관례라고 폭로했다. 이 채널은 해양수산부·해경 등에 보고돼, 운항 중 문제가 생기면 만천하에 드러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고가 나더라도 구조보다 회사의 책임을 피하는 것을 우선시한 결과다. 실제로 많은 건설 현장에서도 사고가 일어나도 산재 보고를 피하려고 소방구급대가 아니라 민간병원을 이용하거나 심지어 업체 트럭으로 노동자들을 병원에 옮기다 사망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의 목숨보다 회사의 이윤이 더 중요한 것이다.

사고 원인의 하나로 꼽히는 화물 쏠림도 화물 결박을 제대로 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청해진해운뿐 아니라 많은 해운 회사들이 화물 결박 장비들이 비싸다는 이유로 화물을 대충 결박하는 경우가 흔하다.

안전은 뒷전, 규제완화

그래서 세월호는 “언젠가는 사고 났을 배”였다.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우기는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내항여객선 안전관리와 안전교육 등을 해운 회사들의 모임인 한국해운조합에게 맡겼다. 검사를 받아야 할 곳이 검사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인 것이다. 출항을 취소하거나 미루면 수억 원 손실이 생기는 해운 회사들이 안전 점검을 제대로 할 리가 만무하다. 게다가 해운조합의 이사장은 수십 년째 고위 관료 출신들(‘해수부 마피아’)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맡았다. 이들이 정부와 해운조합의 부패한 유착 관계의 고리라는 주장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국내 화물선과 여객선 안전을 인증하는 일도 정부가 아니라 해운사들이 출자해 만들어진 업체인 한국선급이 맡고 있다. 한국선급은 세월호 증축에 ‘적합’ 판정을 내렸다.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시행한 선박 안전 점검도 요식절차 수준이었다. 해양수산부 직원 4명이 선박 한 대당 겨우 13분 동안 점검했다. 대체 어떻게 이 시간 동안 구명정, 구명조끼의 정상 작동을 포함해 선박 안전과 관련한 전반 사항을 철저하게 점검할 수 있겠는가.

지난 2월 인천해경·항만청 등의 합동 특별점검에서도 세월호는 구명정·소방훈련 등 비상훈련 실시 분야에서 황당하게도 ‘양호’ 평가를 받았다. 일부 항목에서 ‘불량’ 평가가 있었지만 3월초 청해진해운이 이를 시정했다는 공문만 해운조합에 보냈을 뿐, 해경은 실제 시정이 이뤄졌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결국 참사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이런 허술한 관리감독 하에서 어처구니없게도 해양수산부는 청해진해운에게 2006년, 2008년, 2009년 세 차례나 장관상을 수여했다. 2011년에는 종합우수선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민간경제 활성화”, “선진화”를 외치던 이명박 정부는 2009년 해상운송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기존 20년이던 여객선 선령 제한을 최대 30년으로 변경했다. 연간 2백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이 변경 근거였다. 그 결과, 선령 20년이 넘은 선박은 2008년에 12척이었는데 5년 만에 67척에 달하고 있다. 여객선 3척 가운데 1척이 20년이 넘은 상황이다. ‘해운 회사의 경영 부담을 줄여 준다’며 탑승자들의 위험 부담을 높인 것이다.

2012년 국토해양부가 제출한 용역보고서는 ‘최근 연안에서 발생하는 사고 선박은 15년 이상 된 배들이며 노후 선박은 해상에서 각종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개선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3년 전 내항여객선 안전관리를 별도의 조직을 설립해 맡기려는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국제적 추세에 어긋난다’며 정부가 반대해 결국 무산되기도 했다.

이명박식 선진화의 실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일’이었던 것이다.

기업 수익성을 위해서라면 안전 규제도 풀어버리기는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명박과 다른 점이라곤 행정안전부 이름을 안전행정부로 바꾼 것뿐이다.

지난 2월 19일 박근혜는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에 국토·해양·환경 분야 부처의 노력이 중요하다”며 “규제개혁에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컨테이너 안전 검사를 자료 제출로 대체하고, 선장의 안전관리체계 부적합 사항 보고 의무를 면제하는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물론 박근혜 정부는 이미 영국과 일본 등지에서 대형 참사를 빚은 철도 민영화도 추진하고 있고,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의료 민영화도 추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상’을 보면 재난관리 재정 투입 계획은 꾸준히 증가하던 것이 박근혜 정부 들어서 마이너스 4.9퍼센트를 기록했다. 또한 안행부 가용 예산 중 안전 관련 예산은 4퍼센트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안행부 등이 새마을운동 확산 사업에 그간 쏟은 돈은 9백85억 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낸 지난해 보고서를 보면, 전국 해경 출장소 2백41곳 중 연안구조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은 곳은 95곳으로 무려 39퍼센트에 이른다. 그러나 연안구조장비 도입 예산은 2011년 53억 원이던 것이 지난해 23억 원으로 줄었다. 온갖 첨단무기에 쏟는 예산은 늘리면서 구조장비 예산에는 인색했던 것이다.

무책임과 무능

ⓒ조승진

박근혜 정부의 무책임성과 무능도 사람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탑승자수를 제대로 집계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고 발표했다가 황급히 정정했다. 구조 소식에 기뻐하던 가족들에게 이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대책본부만 잔뜩 차려 놓았을 뿐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 그 사이 보여 주기식 발표는 계속됐다. 잠수부 5백 명을 투입한다던 해양경찰의 발표와는 달리 첫날 투입된 잠수부는 16명뿐이었다. 심지어 민간 잠수부들을 효과적으로 구조 활동에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민간 잠수부들이 기자회견을 여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초 신고 시각도 처음 발표와는 달라졌다. 찾을 수 없다던 관제센터 교신 내용을 뒤늦게 발표했지만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그래서 지금 “침몰은 선장이 시켰지만 참사는 정부가 만들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정부, 해경, 해수부는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에 급급하다.

그런데도 국가안보실장 김장수는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하는 뻔뻔한 말을 내뱉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국가의 지도는 대통령이 맡는데도 말이다. ‘이것이 국가인가’, ‘대한민국이 세월호다’ 하는 분노가 터져 나오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물 마시고, 잠 자는 것조차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제발 우리 아이를 살려 달라”고 목놓아 외치는 실종자 가족들의 절규도 이제 분노로 바뀌고 있다. 정부는 말로만 “총력”을 외치고 주류 언론은 정부 보도 자료를 받아쓰기 하는 상황을 더는 참을 수 없는 실종자 가족들은 “내 아이를 살려내라”, “정부가 살인자다”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물론 이들을 기다린 것은 경찰력이었다. 정부는 위로는커녕 행진 참가자 사진 채증까지 했다. 심지어 이전부터 경찰이 체육관에 사복경찰을 투입했다는 것도 드러났다.

박근혜가 말한 “안전한 나라”, “국민 행복 시대”야 말로 유언비어였던 셈이다. 박근혜 정부는 유언비어, 음모론 운운하며 사람들의 입을 막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정부의 무능과 진실 은폐에 대한 의심과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박근혜가 직접 “불신”을 걱정할 수준으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던 박근혜는 정작 이 위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하려 한다. 선거를 앞두고 초조했던지 새누리당은 슬슬 북한 선동, 정치 선동 등의 얘기를 꺼내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과 분노를 엉뚱한 곳으로 돌려 자신들의 책임에서 탈출하고 싶은 것이다.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피해자 가족들의 울음이 가득한 가운데 태연히 응급치료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자들이 모인 ‘소시오패스’ 정부는 모두가 비탄에 잠겨 있는 와중에도 주한미군 주둔비용 증액, 수서발 고속철도 매각 방지 법제화 무산, 철도요금 인상, 국회선진화 법안 등을 개악했다. 이런 자들이 선장으로 있는 한국호를 그냥 놔둬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러나 ‘선장’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 자들이 수혜를 보고 평범한 대중은 피해를 보는 체제 자체가 문제다. 사람이 아니라 이윤이 우선하는 이 체제 하에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참사와 재앙들이 계속되고 있다. 1993년 서해 페리호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때 이래 변한 게 거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윤 경쟁이 강박처럼 사로잡는 이 체제에서 소모품 취급 받는 노동자들은 자녀들도 수학여행 길에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천대를 받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더 많은 이윤을 차지하려는 지배자들의 욕심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이라는 재앙을 몰고 왔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이윤 체제에서 득을 보는 자들은 극소수이고, 체제가 낳은 고통을 애먼 다수가 오롯이 짊어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어쩌면 전쟁 등으로 우리를 더 큰 위험으로 몰고 갈지 모를 이윤 체제의 위험천만한 운항을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