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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사회주의자들이 말하는:
파시즘·인종차별 반대 운동의 성과와 과제

 유럽의 주류 정당들은 우익 포퓰리즘 정당과 파시스트 정당이 성장할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해 왔다. 예컨대 영국의 우익 포퓰리즘 정당 영국독립당(UKIP)이 이주민에 반대하는 주장으로 인기를 얻자, 보수당과 노동당은 앞다퉈 ‘내가 이주민에게 더 가혹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정책을 펼쳤다. 

프랑스에서도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대통령 사르코지가 인종차별 정책을 강조하자 파시스트 마린 르펜은 “내가 원조”라고 응수할 수 있었다. 사회당도 대선 승리 이후 로마인을 대규모 강제 추방하며 인종차별 정서 확산에 일조했다.
주류 정당들이 긴축을 시행하며 노동자들에게 경제 위기의 책임을 떠넘긴 것도 파시즘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됐다.
우익 포퓰리즘과 파시즘을 막을 진정한 대안을 건설해야 한다. 
유럽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파시즘을 어떻게 보고 그에 맞서 싸우는지를 소개한다.
김종환 기자가 유럽의회 선거 직전에 영국, 그리스, 네덜란드 사회주의자들과 토론한 내용을 정리했다.

황금새벽당 문제는 그리스 정치의 핵심 쟁점

그리스에는 파시즘을 노골적으로 표방하는 황금새벽당이 있다. 그들은 지난해 반파시즘 활동가이자 가수인 파블로스와 이주민을 거리에서 살해했다.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 등 사회주의자들은 즉각 항의 시위를 조직했고, 이 시위는 공공부문 총파업과 결합돼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압력을 받은 정부는 수사에 나섰고 황금새벽당은 몇몇 지도자들이 구속되는 등 궁지에 몰렸다.

그리스 사회주의자들은 지난 3월 22일에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국제 공동 행동의 날’도 조직했다. 이날 아테네, 테살로니키, 크레타 등지에서 그리스 좌파와 노동조합이 연계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공산당은 이 시위에 참여하길 거부했다.)

그리스 〈노동자 연대〉의 편집자이고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지도적 활동가인 파노스 가르가나스는 이렇게 말했다. “황금새벽당 문제는 이제 그리스 정치의 핵심 쟁점이 됐고, 그 때문에 정부에 균열이 생겼다. 총리보좌관이 황금새벽당 대표직무대행과 비밀리에 나눈 대화가 폭로됐다.[황금새벽당 대표는 파블로스 살해 이후 범죄조직 결성 죄로 수감돼 있다.]

“그 둘은 경찰의 황금새벽당 수사와 사법 처리를 주도하는 판사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나눴다. 엄청난 스캔들이었고 결국 총리보좌관이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보면 반파시스트 운동이 그리스 정치에 끼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시리자 지도부 일부는 황금새벽당이 선거에서 우파의 표를 분산시킨다고 여긴다. [그래서 황금새벽당에 맞서 행동을 건설하는 데 미온적이다.] 이런 실수는 역사에서 여러 번 반복됐다. [약 30년 전] 프랑스 [사회당의] 미테랑도 장-마리 르펜[프랑스 국민전선 현 대표 마린 르펜의 아버지로, 당 창립자]이 처음 등장했을 때 같은 생각을 했었다.

“시리자의 한 지도적 국회의원은 황금새벽당에 대한 수사가 정부의 음모라고 주장했다가 반감을 크게 사기도 했다. 이렇듯 그리스에서 황금새벽당을 둘러싼 논쟁은 좌파 안에서도 아주 뜨겁고 광범하다.”

우익 포퓰리즘은 파시스트가 활개칠 토양을 만들어 준다

영국에서는 강력한 반파시즘 운동 덕분에 파시스트 정당 영국국민당(BNP)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의석을 대부분 잃었고 그 지도자 닉 그리핀도 낙선했다.

그러나 우익 포퓰리즘 정당 영국독립당(UKIP)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들은 긴축을 추진하는 기성 정당들에 반대하는 듯이 말하지만 이주민 인종차별을 분명하게 내세운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중앙위원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영국독립당의 전략을 이렇게 지적한다. “영국독립당은 영국국민당과 같은 부류로 보이지 않으려고 아주 조심스러워한다. 두 정당의 핵심 지지층(민족주의적인 중년 백인 육체 노동자)이 일치해서, 영국독립당이 영국국민당과 거리를 두려 한다는 것은 상황을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영국독립당이 파시스트들을 출당시키고 영국국민당처럼 보이지 않으려 하는 것은 선한 목적에서가 아니라, 세간에 파시스트로 보이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수십 년에 걸친 반나치동맹(ANL)과 반파시즘연합(UAF) 활동의 결과이기도 하다.

영국독립당

“지난 10년 동안의 인종차별 반대 운동(여기에는 반전 운동도 포함된다) 덕분에 다문화주의를 존중하고 인종차별을 나쁘게 보는 인식이 광범하다. 영국독립당은 그런 현실에 적응하려 한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영국독립당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파시스트가 다시금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주류 부르주아 정당에 있는 인종차별적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집단·개인들과 노골적인 파시스트 정당을 구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둘의 관계는 상당히 복잡하기도 하다.

우익 포퓰리즘은 사회 전반에 인종차별 정서를 퍼뜨려서, 파시스트들이 활개칠 조건을 만들어 준다. 영국에서는 1960년대 말과 1970년대에 이녹 파울[당시 보수당 의원으로, “이민자들이 영국의 짐”이라는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유명하다]이 그랬다. 파울 자신은 [파시스트가 아니라] 보수당 우파였지만, 결과적으로 영국 국민전선과 영국국민당 같은 정통 파시스트 정당이 등장할 기틀을 마련하는 구실을 했다. 비록 정책 면에서 이녹 파울은 파시스트들과 달랐지만 말이다.

“이른바 ‘정장 입은 파시스트’[유로파시스트]들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정장 입은 파시스트’는 파시스트 세력이 중핵을 이루고 있지만, 겉으로는 단지 인종차별적이고 우익 포퓰리즘 정당인 양 행세하는 정당을 가리킨다. 프랑스 국민전선이 성장한 비결이기도 하다.

파시스트 정당은 득표를 위해 우익 포퓰리즘 정당 행세를 하지만, 지도부와 당의 동역학 측면에서 여전히 우익 포퓰리즘 정당과 확연히 다르다.

파노스 가르가나스는 그리스의 경험을 빌어 우익 포퓰리즘 정당과 파시스트 정당의 관계에 관해 말했다. “그리스에서 둘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황금새벽당이 부상하기 전에 라오스당이 부상했었다. 라오스당은 그리스정교회 보수계 정당을 자처했고, 황금새벽당은 라오스당이 조성한 정서를 활용했다.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했다.

“첫째, [라오스당이 부추긴] 무슬림 혐오와 인종차별은 이주민을 적대하는 정서를 낳았고, 황금새벽당은 이주민을 공격하면서 자신을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이 노골적인 파시스트 세력이 청중을 얻었다.

“또 다른 방식은 ‘정장 입은 파시스트’라는 방법이다. 파시스트들은 [라오스당 같은] 우익 포퓰리즘 정당 안에서 활동하며 나중에 독립할 기반을 닦았다.

“그래서 그리스처럼 파시즘을 공개적으로 표방하는 정당이 있는 조건에서도 우익 포퓰리즘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의제에 반대하는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유럽 전체에서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 인종차별 반대 운동, 자유당을 정조준하다

네덜란드의 우익 포퓰리즘 정당인 자유당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여기에는 네덜란드 혁명가들이 조직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일조했다.

네덜란드의 사회주의자 막스 반 링엔의 말이다. “자유당 대표 헤이르트 빌더르스는 주류 우파 정당에서 떨어져 나온 후 파시즘과 애써 거리를 둬 왔다.

그는 언제나 무슬림과 이슬람에 대해서는 얘기했지만 [이주민의 다수를 이루는] 모로코인이나 터키인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자유당은 종교에 대해 비판적일 뿐 인종차별적이진 않다는 것이었다. 또한 극우 시온주의 단체와의 유대를 강조했다.

“그런데 지난해 자유당은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더 오른쪽으로 급진화했다. 파시스트들이 포함된 대중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고, 3월 지방선거 때는 네덜란드에 모로코인이 너무 많다며 인종차별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빌더르스는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의 파시스트 정당들과도 손잡았다. 물론 빌더르스는 그 정당들이 변했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그 자신이 파시스트 조직과 거리를 두던 것에서 바뀐 듯하다.

“3월 22일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국제 공동 행동의 날’은 자유당에 반대하는 초점을 제공했다. 8천 명이 모여서 ‘우리는 모두 모로코인이다’ 하고 외치며 반대 시위를 했다. 이 시위는 지난 10년간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가장 큰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아주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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