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제15회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
우익들의 훼방을 뚫고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떨치다

6월 7일, 제15회 ‘퀴어문화축제’가 올해도 성대하게 치러졌다. 서대문구청이 우익들의 압력에 눈치를 보며 행사 승인을 취소했지만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신촌 연세로를 가득 채웠다.

6월 7일 오후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성적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윤선
우익들의 난리법석에도 불구하고 6월 7일 오후 서울 신촌연세로에서 ‘제15회 퀴어문화축제’가 많은 인파가 모인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이윤선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은 364일을 숨죽여 사는 성소수자들이 단 하루 자신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날이다. 축제 참가자의 말처럼 성소수자들에겐 “퀴어페스티벌 하루가 1년을 버틸 수 있는 힘”이다. 자긍심 행진은 1969년 미국에서 경찰의 성소수자 탄압과 체포에 맞서 싸운 스톤월 항쟁을 기리며 시작됐다.

행사장엔 활력과 자긍심이 넘쳐 흘렀다. 여러 부스에서는 국립국어원이 최근 ‘사랑’의 행위 주체를 ‘두 사람’에서 ‘남녀’로 바꾼 것을 재개정하라고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명도 곳곳에서 진행됐다.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도 이 서명에 적극 동참했다.

이날 행사에는 여러 성소수자 단체·커뮤니티뿐 아니라 여성 단체들, 그리고 노동당·정의당·녹색당과 같은 진보정당들이 부스를 차렸고,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와 노동자연대 같은 좌파 단체들도 지지를 보내며 함께 행진에 참가했다.

6월 7일 오후 서울 신촌연세로에서 열린 ‘제15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우익들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 ⓒ이윤선

그러나 우익들과 보수 기독교 세력들은 올해 축제를 망치려 온갖 난동을 부리고 훼방을 놓았다. 이들은 ‘동성애는 죄입니다’, ‘동성애는 에이즈의 원인이다’ 등의 팻말을 들고 행사장 주위에서 시위를 했다. 행사장 내부를 돌아다니며 ‘회개하라’고 시끄럽게 외치고 다니는 자도 있었다.

심지어 이들은 자긍심 행진을 가로막으려 행진 경로 앞에 연좌를 하고 드러누웠다. 소수의 이 우익들 때문에 수천 명의 행진 참가자들이 행진을 시작한 지 5분 만에 제자리에 멈춰 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성소수자들의 정당한 행진을 보장해 주진 못할 망정, 계속 미적거리며 우익들을 해산시키지 않았다. 경찰은 보통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 때는 신속히 3차 해산 명령을 내리고 시위대를 연행해 가면서, 이들에게는 ‘6차 해산 명령’까지 했다.

4시간이 넘게 행진을 하지 못했지만 참가자들은 흥겹게 노래 부르고 춤추며 끝까지 행진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유발언 시간도 있었다. 한 성소수자의 어머니가 마이크를 잡았다.

“나는 무지해서 내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저기 있는 사람들(혐오세력)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당신들에게 상처를 주는지 모른다. 나는 내 아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이 발언을 들은 많은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가족에게 정말로 듣고 싶은 말이었다.

마침내 밤 10시가 다 돼서야 예정된 경로로 행진을 시작할 수 있었다. 행진을 시작하자 참가자들은 한껏 고무됐다. 행진 대열에서 ‘혐오 반대!’라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지나가는 버스 승객들도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응원하기도 했다. 짜릿한 순간이었다. 우익들의 방해공작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남아서 행진했다는 것은 참가자 모두에게 커다란 감동이었다.

참가자들은 “내년에는 시청광장에서 모이자!”라며 더 크고 성대한 행진을 다짐했다.

사랑은 혐오보다 강했다!

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