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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조리원 산재 사망:
안전보다 비용을 중시한 시스템의 “예고된 사고”

5월 27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두 달 넘게 투병 생활을 하다가 화상 합병증으로 끝내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매우 좁고 열악한 급식실에서 그만 끓는 물에 빠진 것이다. 비정규직이어서 산재 적용도 못 받아, 치료비 2천5백여만 원에도 고통받았다.

고인은 5년간 급식조리원으로 일했는데, 2013년 기준 비정규직 급식조리원 5년차 평균 월급은 1백26만여 원에 불과하다.

더욱 어처구니없게도 관할 서울시교육청은 고인이 돌아가신 뒤에야 사고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공공운수노조·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본부 강원지부의 지적처럼, 이번 사고는 “일부 학교의 특수 상황이 아닌 불합리한 조리종사자 배치 기준, 충분한 휴식을 불가능하게 하는 학교 관리자들의 횡포, 고강도 노동에 의한 예고된 사고였다.”

서울의 급식실 노동자들은 오래전부터 적정 인력 충원을 요구해 왔다. 2013년 기준 급식조리원 1명 당 초등학교 학생 수를 보면, 서울시는 1백88명으로 전국 15개 시도교육청 중 꼴찌에서 둘째였다. 이는 제주도교육청(1인당 70명)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사고가 난 학교에서도 급식조리원 5명이 7백40여 명의 식사를 만들었다. 인원이 부족해 아파도 쉬지 못했다. 쉬어야 할 땐 벌금도 내야 했다.

벌금

“조리원들은 뜨거운 수증기나 기름으로 인해 화상을 입는 일이 다반사”이고 “무거운 솥이나 기구들을 들고 나르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도 많다. “더운 여름 펄펄 끓는 솥 앞에서는 눈도 제대로 뜨기 어(려울)” 정도로 작업 환경도 열악하다.

이번 사고도 아픈데 무리해서 일하다 현기증이 나서 벌어진 것이었다. 사고 뒤에도 고인과 함께 일한 노동자들은 일하느라 장례식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서울시교육청은 돈이 없다는 핑계로 급식실 개선 요구를 후순위로 미뤄 왔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체제의 우선순위가 학교 현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또한 학교에서 비정규직이 늘고 있고, 이들은 임금과 각종 사회보험 등에서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

이런 사회에 대한 분노 때문에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한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사람이 먼저인 교육을 만들겠다”고 밝혔고, ‘학교안전조례제정’을 주요 공약으로 내놨다.

학교비정규직 노조들은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에게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안전하지 못한데, 아이들도 안전할 수 없다”며 “교육감 당선자들은 학교의 유해·위험 요인에 대한 전면적 실태점검과 노동환경 개선대책을 최우선적으로 수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많은 기대와 지지 속에 당선한 진보 교육감들이 선거 때 약속한 공약들을 실천으로 보여 줘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