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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노조 간 경계를 넘어 노동자 계급 연대로

박근혜는 정홍원을 총리직에 유임시켰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임을 표명했던 인물을 다시 자리에 앉힌 것은 세월호 참사 책임론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도발적 선언인 셈이다.

정홍원 총리 유임이 더 적극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박근혜가 유임 결정 직후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사실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 자리에서 박근혜는 “경제혁신 3개년계획과 규제개혁[완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것은 노동자들에 대한 전방위적 공세를 다시 한 번 다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제혁신 3개년계획에는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종합적 계획이 담겨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렇게 말했다.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 국정 과제가 표류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

제정신 박힌 사람들이 모두 세월호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 것을 애통해 하는 동안 저들은 기업 이윤과 자신들의 권력만을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들은 무엇을 당면 공격 목표로 삼고 있는가?

첫째, 공공부문 공격. 박근혜 정부는 공공부문을 민영화하거나 경쟁 체제를 도입해, 공공서비스를 축소하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조건(임금, 복지, 연금 등)을 공격하려 한다.

둘째, 임금 공격.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낸 ‘경제혁신 3개년계획 세부 실행과제’는 “연공급 임금체계를 미래지향적인 직무·능력·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임금피크제 확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오랫동안 기업주들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이거나 적어도 임금 인상 폭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해 왔던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기업주들은 노동자들의 단결력 저해도 노리고 있다.

임금 공격은 통상임금을 둘러싼 갈등에서도 잘 드러난다. 박근혜 정부는 시간당 임금과 초과노동에 대한 할증임금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싶어 하는 기업주들의 편을 확고히 들고 있다.

셋째, 노동 유연화 강화. 노동시장의 “낡은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추진되고 있다. 1997년 이후 비정규직이 크게 확대됐는데도 기업주들은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고 앓는 소리를 해 왔다. 경제혁신 3개년계획에는 파견업무의 범위와 기간 확대 방안, 노동시간의 탄력적 운용, 시간제 일자리 확대 같은 유연화 정책들이 담겨 있다.

넷째, 노동조합 탄압. 박근혜 정부는 위와 같은 개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노조를 가만 두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공공부문 개혁에] 저항하는 노조를 뿌리뽑겠다.” ‘경제혁신 3개년계획 세부 실행과제’는 “효율적인 인력운용을 가로막는 노조 동의권 남용 등 불합리한 관행”을 뜯어고치겠다고 한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이런 노동조합 권리 공격의 대표적 사례다.

전 방위적

박근혜는 지방선거 이후 신자유주의적 개악을 신속하게 재개하고 있다. 노동운동 일각에서는 지방선거가 ‘보수세력이 참 강하다는 현실을 보여 줬다’며 비관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대안이 되지 못해 여권이 참패를 모면했을 뿐, 박근혜는 정치적으로 패배했고 곤란한 처지에 있다. 두 차례의 총리 지명자 낙마, 국정 지지도 추락이 이를 보여 준다. 이 정부가 ‘막가파’이긴 해도 막강하지는 않다.

박근혜가 노동계급을 전방위적으로 공격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도 그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못 된다. 경제 위기의 심도가 깊어 노동계급의 주요 부문들을 하나하나 고립시켜 각개격파할 만한 여유가 많지 않은 것이다.

이럴 때, 공격받는 노동계급의 여러 부문들은 연대의 필요성을 더 잘 깨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자동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편협한 부문주의로는 정부의 이간질에 맞서 단결을 이루기가 어렵다. 투사들과 좌파들은 자기가 속한 부문에 대한 공격이 더 넓은 전체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과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동료 노동자들을 설득함으로써, 연대를 강화하고 투쟁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민간부문(사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정상화’와 연금 개악에 맞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복지후생과 연금을 쉽게 공격할 수 있다면, 사기업주들은 이를 구실로 자기 종업원인 노동자들을 더 대담하게 공격할 것이다. 정부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솔선수범’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내 코가 석자’라는 식으로 연대의 중요성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상화’ 이행을 위해 단협 개악을 추진하려 한다. 이때 만약 한 공기업 노조가 자기 부문이 처한 고유한 어려움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인다면 ‘정상화’ 반대를 위한 공공부문 노조들의 공조에 균열이 생길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자기 사업장에도 부정적 효과를 낼 것이다.

지금 여러 부문의 노동자들은 각각 민영화와 경쟁 체제 도입, 연금 삭감, 통상임금, 임금체계 개편 압박, 시간제 일자리 도입, 간접고용, 파견제 확대, 단결권 침해 등과 같은 다양한 공격을 받고 있다.

이는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이 치르게 하려는 사용자들(정부와 기업주) 공격의 서로 다른 양상일 뿐이다.

각 부문의 노동자들이 자기가 속한 부문의 경제적 요구를 주저없이 내놓음과 동시에,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과 연대해 투쟁한다면, 정부를 압박하는 힘을 크게 발휘할 수 있다.

이런 저항은 기업주들의 이윤에 타격을 가할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계획 추진력도 심각하게 제약할 수 있다.

지금 다양한 노동조합들이 민주노총이 호소하는 7월 중순 시기 집중 파업에 기꺼이 호응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금속노조 대공장 조직이나 공공부문처럼 잘 조직된 부문들이 시기 집중 파업을 위한 실질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노조가 아무리 막강해도 부문을 넘어 연대한 노동자들만큼 강력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