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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을 준비하는 홈플러스 노동자들:
“10년을 일해도 월급 1백만 원, 생활임금 보장하라”

7월 4~8일 조합원 87퍼센트가 파업 찬반투표에 참가해 93퍼센트의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11일부터 등벽보 착용, 정시 출퇴근 등 투쟁을 벌이고, 지역별 하루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10년을 일해도 월급이 1백만 원도 안 되”는 현실에서 생활임금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93퍼센트의 압도적 지지로 파업을 가결한 노동자들. ⓒ홈플러스노동조합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적은 임금과 비정규직 차별에 불만이 많다. 정미화 영등포지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더러 홈플러스는 점포가 많고 잘 나가는 기업이니까 월급 많이 받지 않냐고 물어봐요. 그런데 사실 우리는 월급 명세서에 1백만 원 찍혀 나오면 많이 받은 것처럼 느낄 정도예요. 우리는 스스로 ‘99만 원짜리 인생’이라고 농담 삼아 말해요. 우리가 여성이지만 사실 다 가장이거든요.

“비정규직 차별도 심각해요. 비정규직이 일은 두 배 더 많이 하는데, 정규직에게만 1년에 두 번 인사고과로 30만 원이 나와요. 서로 좋게 일하다가도 그 때만 되면 서러운 마음이 들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불편해지죠.”

“멀티” 강요

노동강도가 세서 쉴 틈도 거의 없다. 김미리 가좌 지부장의 말이다.

“일하던 인원이 빠져나가도 채용을 잘 안 해요. 3명이 줄면, 겨우 1명 뽑는 수준이에요. 회사는 매출이 줄어 사정이 어렵고 월 2회 강제 휴무가 생겼다며 인원을 줄여야 한다고 해요.

“회사는 ‘멀티’라고 해서, 이 부서 저 부서에서 다 일하게 해요. 우리를 다용도로 써먹겠다는 거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신경 써야 하는 데다가 노동 강도도 너무 세요.

“단체협상 때 휴식 시간 30분을 겨우 보장받아 망정이지, 전에는 제대로 쉴 수가 없었어요.”

회사의 말도 안 되는 횡포에 대한 불만도 쌓이고 있다.

“얼마 전 회사가 월드컵 티셔츠를 1백40억 원 정도를 들여 주문했다는데, 잘 안 팔렸어요. 회사가 임금협상 간담회에서, 그 장사가 잘 안 돼서 돈이 없다고 그랬다는 거예요. 덤터기는 우리가 다 쓰는 거죠. 그 얘기 듣고 지금 다들 화가 많이 나 있어요.” (정미화 영등포지부장)

“회사는 단체협약을 맺으면서, 0.5계약제[30분 단위 근로계약제]를 상반기 내에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단계적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런데 아무 말이 없길래 물어봤더니, 상반기가 8월까지래요. 9월이 되면 또 ‘배째라’ 할지도 모르죠. 그리고 요즘 신규 채용자는 하루 노동시간을 7시간으로 계약해요. 8시간 전일제로 일해야 보장받을 수 있는 것들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거죠.” (김미리 가좌지부장)

변화

두 지부장은 노조가 생기고 난 뒤 노동자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출근하자마자 관리자들 눈치 보고, 퇴근한다는 소리도 못했어요. 분위기가 위압적이고 완전히 군대 같았죠. 그러나 이제 회사는 우리를 전처럼 함부로 대하지 못해요.

“또, 전에는 노동자들끼리도 별로 대화가 없었는데, 이제는 일 끝나고 만나서 같이 밥도 먹고 얘기도 많이 해요. 어떻게 하면 노동조합 활동을 더 잘 할까, 어떻게 하면 조합원을 더 늘릴 수 있을까 하는 얘기들이요.” (정미화 영등포지부장)

“최근 임금 인상 투쟁을 시작하면서 조합원이 확 늘었어요. 또, 임금 문제는 정말 절실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조만간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근에 매장을 돌면서 ‘언니, 우리 [파업] 해야 한다. 같이 하자’고 하면 다들 고개 끄덕끄덕해요. ‘준비하고 있다가 땡 하면, 알았지?’ 하면, ‘알았다. 한번 해 보자’ 하면서 다 같이 한마음 먹고 있어요.” (정미화 영등포지부장)

“조합원들은 빨리 파업하자고 해요. 이왕 할거라면 우리 힘을 빨리 보여 주자고요. 7월이 휴가 시즌인데, 매장이 제일 바쁠 때예요. 그리고 8월에는 가을 상품이 들어와요. 그걸 알고 있는 사측도 느긋해 하고 있을 처지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김미리 가좌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