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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출범 1년:
간접고용 노동자들도 조직하고 투쟁해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 주다

“더 이상 삼성의 앵벌이로 살 수 없다”며 지난해 7월 14일 역사적인 출범식을 연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 ⓒ이미진

1년 전 7월 14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출범을 알렸다. 삼성의 탄압을 뚫고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자주적인 조직을 건설한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자 삼성의 추악한 실체가 낱낱이 드러났다.

매년 수조 원의 이윤을 거둬들이는 삼성전자는 제품을 수리하는 노동자들을 형편없이 취급해 왔다. 삼성전자는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하청업체를 통해 고용했다. 사용자로서의 책임은 회피하고 이익만 누려온 것이다.

또, 하청업체들은 노동자들에게 건당 수수료를 강요해 노동자들은 비수기에는 저임금에, 성수기에는 장시간 노동에 고통받았다.

삼성은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악랄한 탄압을 퍼부었다. 노동자 두 명이 탄압에 항거해 자결했다.

그러나 탄압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불굴의 용기로 투쟁을 지속했다. 투쟁 속에서 노동조합은 더 확대됐다.

그리고 올해 5~6월 노동자들은 41일간의 전면 파업과 삼성본관 앞 농성 끝에 값진 성과를 얻었다. 건당 수수료 체계에서 고정급이 생겼고, 각종 수당과 실비 지급도 명시됐다. 노동조합 활동하면 해고된다는 본보기를 보이려고 폐업했던 센터의 노동자들도 고용 승계를 약속 받았다. 무엇보다 단협을 체결해 노동조합 활동을 실질적으로 인정받았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파열구를 낸 것이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파열구를 낸 삼성 노동자들 6월 19일 간접고용노동자 공동투쟁 문화제. ⓒ이윤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간접고용 노동자들도 얼마든지 스스로 조직하고 투쟁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일각에서는 간접고용의 확대가 노동자들의 힘을 약화시킨다고 우려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고 노동3권도 인정받기 어려워 조직하고 투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노동법이 매우 협소하게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법적 보호를 받기가 어렵다.

그러나 서비스 업종의 노동자들이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주장은 상당히 과장됐다.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서비스나 A/S도 더 중요해졌다. 일 년에도 수십 개의 새로운 제품이 생산되고, 제품 수리도 점점 더 복잡해진다. 이 때문에 기업주들도 이 분야의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데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위장도급

삼성전자서비스의 하청업체들은 명목상만 독립적일 뿐 삼성전자의 제품만 수리한다. 하청업체 사장들은 대부분 삼성 관리자 출신이고, 원청이 직접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관리한다. 노동자들의 근속 기간이 짧지 않은 것은 기업주들도 숙련된 노동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서비스는 끊임없이 위장도급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삼성처럼 외주·도급 등으로 노동자들을 쥐어짜 온 수많은 다른 기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크게 고무했다. SK와 LG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삼성에서도 노조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며 투쟁에 나섰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승리한 다음 날 티브로드 케이블방송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원청 앞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승리를 보며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서비스 투쟁은 삼성에 맞선 더 광범한 투쟁에도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에서 삼성에 맞선 상설연대체도 건설됐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삼성에 맞선 저항이 가능하고, 삼성이 결코 무적이 아님을 입증했다. 또한 삼성의 노동자들이야말로 삼성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는 세력이라는 점도 보여 줬다.

파업 농성을 마치고 현장으로 돌아간 노동자들은 현재 센터별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협력업체 사장들이 노동자들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면서 센터별 단협 체결이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조금이라도 노동자들의 기세를 꺾어 놓고 싶겠지만, 노동자들은 오히려 이번 기회에 그동안 빼앗긴 것들까지 되찾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미 곳곳에서 조합원이 확대됐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사측은 이후에도 호시탐탐 반격의 기회를 엿보겠지만 지난 1년간 투쟁 속에서 성장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의식과 조직은 이후 투쟁에서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