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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 씨 주장 반박:
혁신 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교사들의 집단적 투쟁이 필요하다

법외노조 판결 후 전교조는 조퇴 투쟁, 박근혜 퇴진 교사 선언, 전국교사대회 등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러자 정부는 검찰 고발, 전교조 웹사이트 서버 압수수색, 전임자 복귀 명령으로 전교조를 탄압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이범 씨가 〈한겨레〉에 ‘이런 전교조, 저런 전교조’를 썼다. 나를 비롯해 많은 동료 교사들은 이범 씨가 전교조의 노동조합으로서의 구실을 무시한 점에 불쾌감을 느낀다.

이범 씨는 교육 제도와 정책에 맞선 투쟁이 ‘남 탓’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쟤들이 잘못했어요’ 하는 투쟁은 수업을 혁신하고 학교 현장을 바꾸는 일을 등한시하는 데 면죄부를 주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낸다고도 말한다.

따라서 전교조는 교육 구조 타파를 위한 집단적 투쟁에 힘을 낭비하지 말고 수업 혁신을 통한 교육 개혁에 힘을 쏟으라고 충고한다. 그가 교육 물정을 알기나 한 걸까.

교육 제도와 정책은 학교 현장에서 수업과 학교 문화를 바꾸는 것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이다. 특목고에 이어 자사고까지 등장하며 심화된 고교 서열화가 일반계 고등학교에 미친 파괴적 영향을 교실 안 수업 혁신만으로 막을 수 없다. 박근혜의 교육 공격이 미치는 악영향을 막지 않고 질 높은 수업은 가당하지 않다.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이 강화되면서 학교는 더욱 황폐해졌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아동의 발달에 맞지 않아 수업 결손이 누적되고 있다. 고등학교는 평준화가 무너지면서 청소년들은 배움에서 탈주하고 있다. 그래서 경쟁 교육에 반대하는 투쟁은 한 명의 학생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수업 혁신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교육 개혁을 위한 올바른 방향은 혁신학교가 부분적으로 낸 성과와 잠재력을 더 밀고 나가 엘리트주의적 경쟁 교육 제도 전체를 바꾸는 운동과 투쟁의 디딤돌로 삼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

이범 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과제를 이분법적으로 대립시켜, 학교 안에서 교사 개인의 윤리적 실천만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교육 개혁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단위 학교 혁신 운동만을 교육 개혁의 방법으로 택하면 금방 모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가령, 상급 학교로 갈수록 입시 압력으로 인해 혁신학교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이범 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혁신학교의 수업 방식이 입학사정관제 같은 입시 제도에 불리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범 씨가 〈한겨레〉 칼럼에서 주목한 서길원 보평초등학교 교장은 혁신학교가 새로운 학력 개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물론 입시 경쟁을 전제로 한 암기 위주의 획일적 학력 개념은 폐기돼야 한다. 그러나 대학 입시 압력이 워낙 커 혁신학교 지지자들도 부지불식간에 획일적 학력 개념을 수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경기도 용인 소재 혁신고등학교인 흥덕고 졸업생들이 대거 대학에 진학했다는 식으로 “혁신학교가 학력이 떨어진다”는 우파의 비난에 응수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무엇보다, 혁신학교도 경쟁 교육 제도 속에서 커다란 시험 경쟁 압력을 받고 있는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혁신학교 활동을 입시 철폐와 대학 평준화를 위한 운동 과제와 맞바꿔서는 안 된다.

게다가 교사를 비롯한 학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학생들의 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 교사 1인당 학생 수 감축, 행정 업무 경감을 위한 교육 행정직 공무원 확충, 학교 복지 확대, 안정적 교육 활동을 위한 정규직화 등. 이런 일이 이뤄지려면 교사들이 집단적 투쟁을 벌여야 한다.

교사들은 참교육 실천을 개인적 수준으로 한정해서는 그 한계가 명백하다는 자각 속에서 전교조를 만들었다.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투쟁할 때 교육을 바꿀 수 있다는 역사적 경험이 진보 교육감과 법외노조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에도 전교조의 전망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