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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 비고츠키 : 생각을 이해하는 혁명적 방식

레프 비고츠키의 저작에서 인간 정신의 작용에 관해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존 패링턴이 살펴본다. 존 패링턴은 마르크스주의 과학자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당원이다.

인간의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어떻게 회백질과 백질 덩어리[뇌]가 셰익스피어, 모차르트, 마리 퀴리,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를 만들어 내는가? 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흔히 일할 때 부딪히는 어려운 문제나 과제를 처리할 수 있게 해 주는가?

더 나아가, 거대한 사회적 격변의 시기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 즉,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서, 투쟁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가장 창조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게 되는가?

이런 근본적 물음들은 인간 존재의 핵심적 문제다. 그러나 현대 신경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그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중요한 이유 하나는 자본주의에서 과학은 이른바 환원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환원론은 아무리 복잡한 체계도 부분의 총합일 뿐이므로 각 부분을 잘 알고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복잡한 체계를 이해하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견해다.

이런 환원론은 현대 과학의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인간의 정신을 설명하지 못하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반대로, 인간 정신을 사뭇 다르게 이해하는 방식을 개척한 사람이 러시아 혁명 직후의 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다.

비극이게도 비고츠키의 방식은 1934년 6월 그가 결핵으로 일찍 죽는 바람에[37살이었다] 단절되고 말았다. 게다가, 스탈린 체제는 비고츠키의 혁명적 견해를 질식시켜 버렸다.

그러나 비고츠키의 사상은, 엄청나게 복잡한 이 놀라운 기관[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뇌과학에는 지금도 여전히 적절하다.

비고츠키와 긴밀하게 협력했던 알렉산드르 루리야는 러시아 혁명이 “내 삶과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대다수 과학자들은 안정되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이를 주춧돌 삼아 경력을 쌓는다. 그러나 나는 그런 기회를 누리기 어렵다는 것이 처음부터 분명했다. 그 대신 삶은 나에게 역동적이고 급변하는 사회, 엄청나게 고무적인 분위기를 제공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 혁명에 고무된 비고츠키도 마르크스주의 노선에 따라 심리학을 재정립하는 일을 자신의 과제로 삼았다.

비고츠키의 이론적 토대는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통찰, 즉 인간이 도구를 사용해 환경을 조작하고 변모시킨 것이 인간의 초기 진화에서 결정적 구실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비고츠키는 언어도 일종의 정신적 도구, 즉 인간의 진정한 의식이 형성되는 데 일조한 도구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고츠키는 인간의 행동을, 그리고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점들은 언어가 우리 삶에서 역동적 구실을 할 뿐 아니라 언어의 구실이 우리의 실천적 경험과도 연관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죽기 직전에 비고츠키는 인간 정신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뇌의 물리적 구조에 대한 연구로 확대하려 하고 있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의 정신기관을 연구하는 데 이용되는 다양한 도구, 예컨대 신경세포의 전기신호를 측정하는 기술이나 학습·인지 능력 평가 때 뇌의 움직임을 보여 주는 컴퓨터 단층촬영 등을 본다면 비고츠키는 매우 기뻐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놀라운 기술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의식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까지는 아직도 까마득히 먼 듯하다. 그러려면 사회 혁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울러서 새로운 과학자 세대, 즉 과거의 질곡에서 벗어나 인류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까지 대담하게 나아갈 태세가 돼 있는 과학자들도 필요하다.

새로 번역·출간된 비고츠키 선집

어린이 자기행동숙달의 역사와 발달 2

《어린이 자기행동숙달의 역사와 발달 2》

레프 비고츠키 지음

비고츠키 연구회 옮김|542쪽|28,000원|살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