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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진기승 열사 투쟁이 성과를 거두다

부당해고와 노조 탄압에 항의한 고(故) 진기승 열사의 염원을 지키려고 투쟁해 온 전북버스 신성여객 노동자들이 열사가 돌아간 지 52일 만에 드디어 장례를 치르게 됐다.

생활고 속에서도 두 달 가까이 승무 거부를 하며 흔들림 없는 투지를 보여 준 신성여객 노동자들은 사측의 양보를 얻어 냈다.

그동안 “내가 죽으라고 했냐”며 열사를 모욕하고, 심지어 잠정합의안까지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노조에 밀리지 않으려 발버둥치던 사측은 결국 한발 물러서서 합의에 임해야 했다.

신성여객 사측은 진기승 동지의 죽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중간 관리자 3명 중 1명은 조합원을 대면하는 보직에서 해제하고 2명은 퇴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평소 악랄한 노무관리로 악명이 높았다.

그런데 이것은 구두 약속이고, 이행시점도 분명히 하지 않아 앞으로 이행을 강제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노동자들은 이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주시장이 조합원 총회에 직접 참석해 이행 보증을 약속했고, 사측이 사내에 퇴출을 공고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행을 요구할 명분은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민주노조 조합원을 회유·협박해 관리자로 채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재발방지 약속도 받아 냈다. 진기승 동지는 2년여의 해고 생활을 겪으면서, 관리자로 일하면 복직시켜 주겠다는 관리자들의 회유에 모멸감을 느끼고 괴로워했다. 게다가 그런 협박을 한 중간 관리자들 중에는, 바로 조합원이었다가 동료를 팔고 사측의 편으로 넘어간 자들도 있다.

사측은 진기승 동지 해고를 부당 해고라고 판결한 행정법원 결정에 대해 항소를 하며 고인을 두 번 죽이려 했는데, 이번에 이 항소도 취하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모든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했다.

유족에 대한 보상도 합의가 이뤄졌다.

이런 점들 때문에 노동자들은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총회 참석 노동자의 81퍼센트 지지로 합의안을 가결했다.

흔들림 없는 투지와 연대 파업

민주노총 소속 신성여객 노동자 90여 명은, 동료를 잃은 슬픔과 분노로 80여 일을 “단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같이 싸웠다.” 그래서 “사측도 앞으로 시간을 끌어도 [파업] 이탈자가 생기거나 흔들리지 않을 거라 느껴서 합의에 임했을 것이다.”(신성여객 조합원)

신성여객 노동자들은 “연대도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지난 7월 6일부터 민주노총 소속 전주 시내버스 노동자들이 부분파업으로 연대한 것이 중요했다. 이 부분파업으로 전주 시내버스의 운행률이 30퍼센트가량 떨어졌다. 이는 신성여객 한명자 회장을 지원하며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전북지역 버스 사업주들에게 상당한 압력이었을 것이다.

오랜 승무거부로 임금을 받지 못해 생활고를 겪은 신성여객 노동자들에게 투쟁기금이 지속적으로 전달됐고, 생계비 지원을 위한 채권도 목표액을 넘어섰다. 덕분에 최근 생계비가 지원되면서, 신성여객 노동자들은 앞으로 더 싸워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신성여객 노동자들의 흔들림 없는 승무 거부와 연대 파업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소식인 김승수 신임 전주시장도 큰 압박을 받았다. 그동안 노동자들은 전주 시내버스에 지급되는 시의 보조금이 1백80여억 원(2013년)이나 되는 만큼 전주시가 적극 개입해 사태를 해결하라고 요구해 왔다. 시내버스가 시민들의 세금이 투여된 공공교통인 만큼 시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노동자들은 신성여객 회장이 계속해서 버틴다면 시의 행정적 권한을 이용해 신성여객 한명자 회장의 사업권을 회수하라고 요구했다.

오랫동안 시내버스 사업주들과 유착해 왔던 전주시는 그동안 실질적 조처를 취하지 않아 왔다. 신임 전주시장은 노동자들의 투쟁이 확대되자 부담을 느껴 노사 협상의 중재자를 자처했다. 노동자들의 투쟁 덕분에 막판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이 나서서 신성여객 사측을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악착같이 버티던 신성여객 회장은 합의서를 작성해야 했다.

노동자들이 오랜 투쟁 속에서도 결속력을 유지하고 연대를 이끌어내며 조직과 사기를 보존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남아 있는 과제

열사 투쟁은 일단락됐지만, 신성여객 노동자들은 “투쟁이 끝난 게 아니”라고 말한다. 현장에 돌아가서도 사측의 구두 약속을 지키도록 강제하고 투쟁의 성과를 이어가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지금까지의 투쟁도 중요했지만, 앞으로의 투쟁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전주시에 대한 우리의 요구와 힘을 보여 줘야 할 것이고, 사측에 대해서도 투쟁해야 할 것입니다. 버스 회사들의 부당노동행위도 강력하게 싸워 나가야 할 부분입니다.”(송기완 신성여객 지회장)

노동자들은 그동안 수차례 파업에서 버스 사업주들과 유착해 노동자들을 탄압했던 전주시의 전력을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전주시가 합의를 이행하도록 강제할 과제도 남아 있다.

지난 4년 동안 전북지역 버스 노동자들은 비인간적인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을 개선하기 위해 3차례나 파업을 했다. 이 투쟁은 버스 노동자들의 문제를 전국적으로 알려내는 구실을 했다. “다음 생에는 버스 기사가 대우받는 곳에 태어나고 싶다”는 고(故) 진기승 열사의 유언처럼, 신성여객 노동자들은 사측의 약속을 강제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투쟁의 성과는 앞으로의 투쟁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