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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자 이스라엘, 또다시 패배하다

이스라엘은 역대 최장 기간인 50일 동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격했지만 이기지 못했다.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이스라엘 총리는 장관들의 표결 요구도 무시하고 직권으로 휴전에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2012년에 이어 이번에도 목표했던 바를 이루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이자 가자지구의 선출된 집권 세력인 하마스가 더는 로켓포를 쏘지 못하도록 궤멸시키겠다고 했지만, 휴전이 공식 선포되기 직전까지도 하마스의 로켓포가 국경을 넘어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뿌리 뽑거나 무장해제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하마스가 군사적으로 이전보다 강해진 것을 확인했다. 2008~09년의 공격에 견줘 이번에 교전에서 사망한 이스라엘 군인이 크게 늘어, 이스라엘의 지상군은 사실상 가자지구 국경을 넘지 못했다. 하마스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 국제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들이 줄줄이 취소된 것도 이스라엘에게는 충격이었다.

가자지구 공격으로 목표한 바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예상 밖 피해를 입자 이스라엘 총리의 지지율은 공습 초반 82퍼센트에서 휴전 직전 38퍼센트로 급락했다.

이스라엘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많은 폭탄을 가자지구에 퍼부었다. 이스라엘이 쏟아부은 폭탄은 폭약 양(TNT)으로 환산하면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보다 더 많았다. 한국의 고양시만 하고 1백80만 명이 밀집해 거주하는 곳에다 말이다. ‘테러리스트(하마스를 지칭한다) 근거지 정밀 타격’이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미국 국무장관 존 케리조차 “헛소리”라고 했다. (그는 마이크가 켜져 있는지 모르고 무심결에 그랬다.)

“헛소리”

이런 무자비한 공격으로 50일 동안 팔레스타인인 2천2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70~80퍼센트는 민간인이고 수백 명은 어린이였다.

이런 막대한 희생에도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지구 봉쇄를 풀라는 요구를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봉쇄는 ‘서서히 자행되는 학살’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2007년부터 가자지구로 향하는 육로와 해로를 봉쇄해 기초 생필품의 반입조차 막아 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휴전 이후 유엔 식량기구가 공식 검문소를 통해 가자지구에 식량을 반입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봉쇄가 시작된 2007년 이래 처음이다. 물론 이런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이스라엘은 2012년과 2008~09년에도 봉쇄 완화, 재건에 필요한 물품 반입 허용 등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다

오랫동안 이스라엘은 ‘거인 골리앗에 맞서는 소년 다윗’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낳은 군사작전은 이런 거짓을 발가벗기고 이스라엘을 국제적으로 고립시켰다. 물론 미국, 반기문으로 대표되는 유엔, 한국을 비롯한 친미 국가의 지배자들은 이스라엘을 돕거나 학살을 방조했지만 말이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자행한 50일 동안 전 세계에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고 이스라엘 공격에 항의하는 집회가 끊이지 않았고, 많은 경우 과거 시위 규모를 뛰어넘었다. 미국 오클랜드 항구에서는 노동자와 시위대가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나타내며 이스라엘 선박의 하역을 이틀 동안 막았다.

히틀러가 자행한 유대인 학살의 생존자와 그 후손 수백 명이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국제 유대인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뉴욕 타임스〉에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난하는 광고를 실은 것도 ‘유대인의 수호자’라는 이스라엘의 명분에 큰 타격을 입혔다.

한국에서도 민주노총, 반전평화연대(준), 노동자연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등이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집회·기자회견·행진을 여러 차례 열었다.

반면, 교육방송 EBS는 이 와중에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의 후원을 받아 ‘이스라엘 다큐 특별전’을 개최하려 했다. 하지만 한국의 이스라엘 보이콧 운동은 이 계획을 무산시키는 첫 성과를 거뒀다.

이런 국제 연대는 가자지구 민중에게 큰 힘이 됐다. 이번 공격으로 가족을 잃은 한 팔레스타인인은 다음과 같이 썼다.

“이것[휴전 합의]이 승리인 까닭은 우리가 굴복하지 않았음을 보였기 때문이고, 이스라엘을 물러서게 만들고 고립시킬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입증했기 때문이고, 인종차별적인 이스라엘과 그런 이스라엘에게 끊임없이 무기를 공급하는 미국의 흉측한 진상을 우리가 들춰냈기 때문이고, 세계 도처에서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제 힘을 모아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불의를 끝내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