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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미국의 이라크·시리아 폭격 반대한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의 전쟁을 지원 말라

다음은 9월 12일 노동자연대가 발표한 성명이다.

9월 10일(한국 시간 9월 11일) 오바마는 현재 이라크에서 벌이고 있는 공습을 시리아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 ISIS의 위협을 이유로 말한다. 오바마가 ISIS의 위협 운운하는 것은 완전한 위선이다. 물론 ISIS는 매우 잔인하고 억압적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국주의는 ISIS 못지 않게 잔인하고 억압적이며 ISIS보다 일만 배 더 위험한 세력이다. 그들이 세계 도처에서 벌여 온 전쟁과 그들이 보유한 핵무기를 생각해 보라.

중동만 놓고 보더라도 그동안 미국은 사악한 독재자들과 왕정들을 후원해 왔다. 미국은 얼마 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해 약 2천 명을 학살한 깡패국가 이스라엘을 비호하며 해마다 30억 달러를 지원한다. 또, 직접 나서서 마음에 들지 않는 나라들을 경제 제재하거나 침공해 왔다. 그로 말미암아 희생된 아랍인의 수는 도저히 셀 수도 없는 지경이다.

애초에 ISIS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도 바로 미국이 이라크 점령을 위해 조장한 종파 간 갈등이었다.

폭격과 군사 개입 확대는 아랍 민중을 더 큰 고통에 빠뜨릴 뿐이다. 조지 W 부시가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으로 이라크인 1백80만 명이 희생됐지만, 전 세계에서 테러 위험은 오히려 더 켜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인도주의 운운하며 이라크를 폭격하기 시작한 올해 8월 초 노동자연대 단체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사태를 안정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비극이게도, 불과 한달 만에 우리의 경고는 현실로 드러났다. 미국은 이라크를 무려 1백50여 차례나 폭격했다. ISIS의 미국인 기자 두 명 살해는 이에 대한 보복이었다. 이라크의 친정부 민병대는 ISIS와 같은 종파라는 이유만으로 무고한 수니파를 살해하고 있고 종파 갈등은 더 악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오바마는 공습 확대의 목표가 “인도주의적 목표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아랍 민중이 겪을 고통이 앞으로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뜻이다.

오바마는 폭격을 시리아로 확대하며 시리아의 온건 반군을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독재자 아사드에 맞서 일어난 운동의 일부를 자신의 용병으로 부려 미군 대신 피를 흘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리비아에서처럼 돈과 무기 지원을 앞세워 진정한 혁명 세력을 배제하고 자신의 앞잡이들을 양성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편,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미국의 공습에 반대하지 않으며 ISIS 문제를 미국과 협력해 해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시리아 정권이 표방해 온 ‘반제국주의’가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말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오바마는 ISIS 격퇴를 위한 광범한 연합군을 결성할 것이라고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곧바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미 1백20만 달러(약 12억 원)를 보내기로 했고,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고 했다. ‘인도적 지원’으로 포장하지만 진실은 미국의 전쟁을 거드는 것이다. 오바마가 중동에서 군사적 개입을 늘리려는 것은, 흔들리고 있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을 다잡기 위한 것이고, 우리는 제국주의적 전쟁을 돕는 지원을 일절 반대한다.

박근혜 정부는 파병에 관해서는 당장은 ‘미국의 요청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2003년 당시 대통령 노무현의 이라크 전쟁 파병 경험을 돌이켜 보면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미국이 전쟁이라는 수렁에 더 깊이 빠질수록 한국군 파병의 개연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중동에서 종파 간 갈등을 극복하고 이슬람 원리주의를 진정으로 약화시키는 것은 오직 이집트와 터키 등지의 중동 노동계급의 아래로부터의 혁명에 달려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세력은 바로 이를 막기 위해 개입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중동에서 손을 떼라. 그것이 중동이 진정한 민주주의와 평화로 가는 첫걸음이다.

2014년 9월 12일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