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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노동계급의 변화 염원이 일단 좌절되다

9월 18일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결과 찬성 44.7퍼센트 반대 55.3퍼센트로 독립이 부결됐다. 이번 투표의 투표율은 84.6퍼센트로 평소 선거보다 훨씬 높았다. 그만큼 관심도 높았고, 논쟁도 치열했다.

사실, 올해 초만 해도 스코틀랜드 독립 찬성 여론은 반대 여론보다 20퍼센트 정도 낮았다. 그러나 찬성 여론이 오르면서 투표 직전에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 됐고 그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독립 반대에 혈안이 된 영국 지배계급

영국 지배자들은 찬성 여론을 잠재우려고 총력을 기울였다. 대표적 공격 수단은 경제 위기론이었다. 즉,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통화 불안정, 유럽연합 회원국 자격 상실, 금융 불안정으로 극심한 경제 위기에 빠지리라는 것이었다. 미국·유럽·중국 지배자들도 영국 지배자들의 반대 운동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독립 찬성 여론이 올라가자 8월에 영국에서 약 2백70억 달러(약 28조 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을 보면, 지배자들의 협박을 전혀 근거 없는 헛소리라고 일축하기는 힘들다.

독립된 스코틀랜드의 주된 소득원이 되리라 예상된 북해 유전을 스코틀랜드의 소유가 되지 못하게 할 조처도 나왔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북해 유전이 있는 셰틀랜드제도를 스코틀랜드로부터 독립시켜 스코틀랜드가 북해 유전을 갖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발표였다. 그것도 투표 바로 전날 나왔다.

지배자들이 필사적으로 스코틀랜드 독립을 저지하려 한 것은 여기에 많은 것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국 제국주의의 위신 추락과 그로 말미암은 국제 질서의 변동이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한다면 영국은 영토의 32퍼센트를 잃어버릴 것이다. 그동안 영국 해군의 발진 기지 구실을 해 온 스코틀랜드의 독립은 직접적으로 영국의 북해 장악력을 약화시켰을 것이다.

핵무기 문제도 있다. 영국의 핵잠수함 선단과 모든 핵무기가 스코틀랜드에 있다.

스코틀랜드 민족주의 정당이자 현재 스코틀랜드 지방의 집권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 SNP는 독립하면 5년 안에 스코틀랜드에서 핵무기를 모두 철거하겠다고 했다. 영국이 그것들을 위한 대체 기지를 마련하기에는 촉박한 시간이어서 적어도 일부를 폐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영국의 핵무기 보유국 지위가 약해지고, 그로 말미암아 영국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도 흔들렸을 수 있다.

이것은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의 약화는 나토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게 이것은 주요 대외정책 수단의 약화를 뜻한다. 더욱이 중동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늘리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서 영국과 나토의 약화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영국이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므로 오바마가 직접 나서 스코틀랜드 독립을 반대한 것이다.

중국은 이보다는 스코틀랜드 독립이 자국 내 소수민족의 독립운동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며 반대했을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어떻게 개입했는가

스코틀랜드인들은 영국인에게 천대받는 민족은 아니다. 역사를 보면, 스코틀랜드인들을 천대받는 민족이라고 할 만한 물질적 토대는 없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의 독립은 한때 세계 최강의 제국주의 국가였고 현재도 만만찮은 제국주의 국가인 영국 국가를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국제 노동계급에 이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레닌은 민족 문제에 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레닌이 국제주의를 주장하면서도 천대받는 민족의 독립운동을 지지한 이유는 제국주의의 힘을 약화시켜 국제적 반제국주의 투쟁에 이롭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주의자들은 민족자결권을 지지하면서도 민족주의 운동과 일체감을 느껴서는 안 되고, 독자적으로 민족주의의 한계를 비판하며 지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교훈은 스코틀랜드에서도 중요했다.

스코틀랜드 독립 찬성 여론이 커진 데에는 노동계급 쟁점과의 관련성이 있었다.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긴축에 대한 반감이 결합된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 정부는 국민보건서비스 NHS를 공격하는데, NHS를 지키기 위해 독립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SWP 등 사회주의자들은 ‘급진 독립 운동’, ‘독립을 지지하는 스코틀랜드 아시아인들’, ‘두려움을 넘어서는 희망’ 같은 기구들과 함께 스코틀랜드의 좌파적 변화를 주장하며 찬성 운동을 벌였다. 계급적 요구를 내걸고 독립 찬성 캠페인을 펼친 것이다.

이런 세력들의 활동은 찬성 운동을 더 급진화시켰고, 이는 SNP에 좌경화 압력으로 작용했다. 노동당은 분열을 겪었다.

이렇게 노동계급의 염원이 결합되면서 찬반 논쟁은 더 뜨거워졌고, 치열한 정치투쟁의 장이 됐다.

물론 스코틀랜드가 독립한다고 해서 스코틀랜드 노동계급의 염원이 자동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독립은 그런 염원의 실현을 위해 투쟁에 나설 자신감을 노동자 대중에게 심어 줬을 것이다. 다른 한편, 독립으로 말미암아 영국 국가의 힘이 약해지고 정치 위기가 심화할 것이므로 영국의 노동계급 투쟁에도 순기능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와 영국 노동계급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SWP 등 영국 사회주의자들이 스코틀랜드 독립을 지지한 것은 옳은 일이었다. SNP와는 독립적으로 좌파적 주장을 내놓으며 활동한 것도 옳은 일이었다. SNP는 한편으로는 급진적 주장을 수용하면서도 모종의 긴축이 필요하고 왕정을 유지하겠다고도 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이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수많은 대중이 국가적 규모의 변화를 둘러싼 정치 토론을 했고, 좌파적 사회 변화를 꿈꿨다. 난생 처음으로 정치 활동에 참가한 사람들도 많다. 이 경험은 이후 일어날 투쟁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스코틀랜드 독립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쟁점이다. 또, 이번에 독립 운동이 크게 일어났고 그 조직들이 건재하며 독립을 바라는 정서도 광범하다. 따라서 스코틀랜드 독립 문제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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