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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투표 부결 이후 철도 활동가들 앞에 놓인 과제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9월 1~3일 총투표에서 단협 개악 노사합의안을 부결시켰다. 이 합의는 임금 동결, 복지 축소를 일부 해고자 복직, 강제전출 연기와 맞바꾼 것이었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총투표 부결을 통해 이런 실용주의적이고 근시안적 합의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 줬다. 이에 따라 김명환 위원장과 각 지방본부장들은 불신임됐다.

총투표 부결은 조합원들의 기세가 결코 꺾인게 아님을 보여 줬다. 활동가들은 전열을 정비해 정부와 사측의 공격에 맞서기 위한 조직에 나서야 한다. ⓒ사진 출처 전국철도노동조합

철도공사 경영진은 총투표 부결이 노조 내 ‘과격파’ 때문이라며 악의적 비난을 했다. 하지만 관리자들까지 동원해 가결 압력을 행사한 사측의 선동이 먹히지 않은 것은 합의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그만큼 광범했음을 보여 준다.

서울과 영주, 제천 등 여러 지역 활동가들이 용기 있게 잘못된 합의를 거부하자고 호소하는 활동을 했는데, 이것이 총투표 부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부결 선동이 활발했던 서울과 영주에서 가장 많은 반대표가 나왔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총투표 부결을 통해 임금과 노동 조건을 공격하는 단협 개악 합의를 거부했음에도, 정부와 철도공사는 남아 있는 ‘정상화 이행’ 단협 개악을 계속 밀어붙이려 한다.

지금 철도공사는 8·18 노사 합의 때 관철하지 못한 ‘평균임금 산정 기준 축소’ 합의를 노조에 압박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퇴직금이나 재해보상 급여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을 줄이려는 것이다.

최연혜를 비롯한 철도공사 경영진은 경영 ‘정상화’ 중간 평가 완수에 실패해 해임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있다. 관리자들을 총동원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경영정상화 이행 촉구’ 서명을 받도록 했고, 업무 중인 관리자와 노동자 수천 명을 동원해 노사합의를 촉구하는 ‘관제 집회’까지 열었다. 심지어 평균임금 축소를 관철하기 위해 ‘직원 총투표’까지 하겠다며 현장을 휘젓고 있다.

현재 철도노조 직무대행과 집행부는 새 집행부가 구성되기 전까지는 교섭을 할 수 없다고 사측에 통보한 상태다. 그럼에도 최근 철도노조 중앙위원회가 “평균임금 개선 논의에 대해서는 신중히 판단한다”고만 정한 채 교섭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은 것은 우려스럽다.

정부가 공공기관들에 합의 시한을 연장해 주고 있어 철도공사 역시 10월 초까지 교섭 압박을 계속 가할 텐데, 철도노조 직무대행은 사측의 압박에 굴복해 평균임금 축소에 합의해서는 결코 안 된다. 철도노조가 스스로 지적했듯이 총투표 결과가 노조 집행부에 대한 “따끔한 채찍질”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철도노조 활동가들과 투사들은 지금 사측의 추가 단협 개악 압박에 반대하고 사측 관리자들이 현장을 휘젓고 다니지 못하도록 항의를 조직해야 한다. 정부가 예고한 ‘정상화’ 2단계 공격이 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렇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열

새누리당은 9월 19일 공기업 호봉제 폐지와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 도입, 강제 퇴출 방안 등을 담은 공기업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철도의 경우 정원유지 의무, 자동승진제 폐지, 전환배치 시 노조 합의, 전보인사 제한 등 핵심적인 단협 개악을 주문했고, ‘희망퇴직’으로 현재 인원의 10~15퍼센트 감축, 정비·유지보수 업무의 대규모 외주화 방안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기존의 분할 민영화 계획에 더해 철도의 모든 노선 운송 사업에 사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까지 추가했다. 이는 정부의 기존 안보다 더 전면적인 민영화 방안을 담고 있는 것이다.

비록 철도노조 집행부의 거듭된 후퇴와 이에 대한 대안 부재로 조합원들의 사기와 단결이 훼손됐지만, 저항을 조직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아니다.

조합원들은 이번 총투표를 통해 결코 기세가 완전히 꺾인 게 아님을 보여 줬다. 활동가들이 전열을 정비해 정부와 사측의 공격에 맞서기 위한 조직에 나선다면 많은 조합원들이 이에 호응할 것이다.

올해 상반기 동안에도 현장의 투지나 동력이 없었던 것이 문제가 아니라 투쟁의 지도력을 제공하지 못한 것이 진정한 문제였다.

따라서 철도노조 활동가들과 투사들은 현장 통제를 강화하려는 사측의 시도에 맞서며 기층의 조직과 단결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부, 지구, 지역 등 각급 단위에서 입장을 표명하고, 각급 총회와 집회 등의 장을 마련해 조합원들이 함께 모여 향후 방향을 토론하고 단결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처럼 사측의 공세에 대응하는 과정 속에서 더 좌파적인 새 지도부를 세우기 위한 대안도 모색돼야 한다. 조합원들은 새 지도부가 총투표 부결에서 나타난 조합원들의 단협 개악 반대 의사를 따르기를 바랄 것이고, 하반기 철도 민영화 공격에도 맞서기를 기대할 것이다.

이와 함께 활동가들은 지난 투쟁을 돌아보며 교훈과 과제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어떻게 단결을 강화할 것인가, 지도부가 투쟁을 받아안지 않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사측의 공세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맞설 것인가 등 올해 투쟁에서 봉착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 가야 한다.

특히 활동가들은 자신의 지부나 직종이라는 협소한 시야가 아니라 전체 노동계급의 이익과 투쟁을 전진시킨다는 관점에서 철도의 투쟁을 조망하고 계획해야 한다. 협소한 노동조합적 시야는 금세 한계에 직면해 활동가들을 사기저하로 이끌기 십상이다.

활동가들이 이런 문제에 효과적으로 도전하려면 국제 노동계급 투쟁의 경험에서 교훈을 배워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의 근본적 변혁을 추구하는 정치와 조직의 필요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