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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테크코리아 여성 노동자 투쟁:
“내 자식도 이런 처우 받을 거라고 생각하면 그만 못 두겠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여성 노동자들이 사측의 인권유린과 노동조합 탄압에 맞서 1백일째 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다. 레이테크코리아는 견출지와 라벨 등을 제조해 이마트나 다이소 같은 곳에 납품하는 곳이다. 국내 견출지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얼마 전 박근혜 정부로부터 3백만 불 수출탑을 받기도 했다. 

레이테크코리아는 연 매출이 75억~80억 원에 이르는 데도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만 주고 고강도의 일을 시켜 왔다. 그러다 지난해 5월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 계약서를 강요했고, 노동자들이 이를 거부하며 노동조합을 결성하자 극심한 탄압을 자행해 왔다. 이를 더는 참지 못한 40~50대 여성 노동자들이 지난 6월 11일부터 파업에 돌입해 투쟁을 벌이고 있다.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이필자 수석대의원이 사측의 인권 유린과 노동탄압의 실상을 전한다.

우리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지 1년 3개월 됐다. 그동안 최저임금 받으면서 뼈 빠지게 일해 왔는데, 갑자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려고 하고 6시간짜리 알바 동의서에 사인하라고 강요해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됐다.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이필자 수석대의원 ⓒ출처 금속노조

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노조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비조합원과 조합원을 급여에서 차별을 두고, 지난해 9월에는 조합원을 없애려고 공장을 아예 [신당에서] 안성으로 이전해 버렸다. 우리 조합원들이 다들 아이들이 있는 40~50대 여성들이기 때문에 그 먼 안성까지 이전한다는 건 그만두라는 거였다. 안성에 가보니, 3백80평 텅 빈 물류 창고에 책상하고 의자만 갖다 놨더라. 전기도 저 높이 천장에 달려 있어서 날이 어두우면 잘 보이지도 않았다. 사람들 사이로 지게차가 지나다녀서 치일 뻔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밥 먹을 곳도 없어서 아스팔트 주차장에서 돗자리 깔고 먹었다. [직원이 80명인데] 화장실도 남녀 공용 딱 한 곳 있었다. 회사는 화장실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는 조합원을 징계했다. 임태수 사장은 수시로 사장실에 조합원들을 불러서 자기 엄마뻘인 직원들한테 온갖 모욕을 줬다. 이런 모욕을 견디다 못해 아예 회사를 그만둔 조합원들도 꽤 된다.

안성으로 공장 이전할 때, 45인승 출퇴근 버스를 제공하기로 단협에서 합의했는데, 지난해 12월 31일에 갑자기 사장이 다음 날부터 버스를 폐지한다고 통보했다. 그 대신 15인승 봉고차를 타고 다니라고 했다. 다음 날 봉고차 상태를 보니 기가 막혔다. 타이어는 바람이 빠져 있고, 앞 유리는 금이 가 있고, 의자에 등받이도 없고. 그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1시간 20분을 달려서 가는데, 이건 목숨을 걸고 다니라는 거였다. 그래서 최저임금 받는 우리가 한 사람당 하루에 1만 원씩 걷어서 버스 대절해서 다녔다. 사장은 자긴 할 도리 다했다고 했다. 근데 비조합원들한테는 카니발 새 차를 뽑아서 태워 다녔다.

안성으로 이전한 지 3개월 만에 또 평택 서정리로 이전하겠다고도 했다. 거기에는 조합원만 보낸다고 했다. 통근차량도 없애겠다고 했다. 지하철 2~3분 거리니까 전철타고 다니라고 했다. 근데 지하철 타면 아침에 출근하는 데만 3시간 걸린다. 대놓고 나가라는 거였다.

3월에는 현장에는 말할 것도 없고, 여자 휴게실에도 CCTV를 달아 놨더라. 이중 삼중으로 달아놔서 정말 수용소 같았다. 조합원들 감시하려고 한 거다.

지난 5월에는 한 노동자가 위생모자를 잘 못 썼다는 걸 꼬투리 잡아서 몇 시간 동안 윽박을 지르고 난리를 쳤다. 미친 사람 같았다. 너무 놀란 조합원들이 119에 실려가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사장은 119에 실려서 나가는 노동자들에게 '조퇴할 거면 허락받고 가라'고 했다.

교섭에 임하는 태도는 불량스럽기 짝이 없다. 교섭장에 와서는 노조 가입한 사람들은 최저임금의 반값어치도 일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막말을 했다.

우리가 파업에 들어가자 회사는 바로 대체인력을 투입해 일을 시켰다. 회사는 파업 전 조정기간에 이미 대체인력을 뽑아 두고 있었다. 이게 불법임이 드러나자 지난 7월 8일에 중단됐는데 어제(9월 17일) 또 성남에서 대체인력을 투입해 일을 시키고 있다는 게 발각됐다. 이 자리에서 회사 관계자는 여성 조합원들을 보자마자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하고 협박하고 폭행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고용노동부] 평택청 근로감독관들은 갈 여력이 없다면서 와보지도 않았다. 노동부가 빨리빨리 움직여 줬으면 좋겠는데 이 사람들은 급한 게 없는 것 같다.

여성 대통령 박근혜와 여성 노동자

나 한 사람만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 사장 하는 짓 보면 더럽고 치사하고 괘씸해서 당장이라고 그만두고 싶다. 그런데 우리가 이걸 피해 버리면, 우리 자식들도 곧 취업해야 되는데 우리 아이가 또 힘들어진다. 내 아이를 위해서도 끝까지 싸워서 사장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자. 이런 마음이다. 억울하고 분해서도 그만 못 두겠다.

나는 솔직히 박근혜에게 기대를 많이 걸었던 사람이다. 여성 대통령이 나오면 여성 노동자를 위해서 뭔가를 해주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박근혜를 찍었다. 근데 정말 실망스럽다. 대통령은 서민들의 삶을 너무 모른다. 저 사람이 왜 '공주' 소리를 듣는지 이제 알았다. 박근혜가 통치하는 대한민국에서는 노동자들이 살아남기가 너무 힘들다. 거기다 세월호 보면서도 정말 이해가 안 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날 뭐 한 건가 사실 의심스럽다. 국가의 책임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