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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유가족 간담회 불허한 성균관대 당국 규탄한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9월 22일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건국대, 경희대 등 대학들을 직접 찾아가 학생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간담회에 참가하며 유가족과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성균관대 당국은 유가족 초청 간담회 장소 대여를 불허했다 “정치적인 행사이자 교육과 상관없는 사회적 이슈”라는 것이 불허 이유다. 정말 어처구니 없고 치졸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이것은 명백히 이중잣대다.

성균관대 당국은 2006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의 강연에 학교 본관의 7백50석이 넘는 행사장(새천년홀)을 대여해줬다. 덕분에 박근혜는 “개혁은 국민이 더 잘 그리고 안전하게 사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개혁성’을 떠들어 댈 수 있었다.(박근혜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 덮기에 여념이 없는 지금, 더욱 역겹게 들린다.) 더군다나 당시는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때였다.

학교 당국의 태도는 한마디로 ‘박근혜가 하면 로맨스, 유가족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학교 당국이 방해하고 불허한 학생들의 자치활동은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수두룩하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의 간담회 장소 사용을 불허하고, 이를 보도하려던 학보 〈성대신문〉의 발행을 막았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이종란 노무사의 강연을 방해했다. 삼성의 3대 세습을 비판하는 만평이 실렸다는 이유로 교지 〈성균〉 5천 부를 배포 시작 두 시간 만에 전량 강제 회수하는 일까지 있었다. 삼성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시간강사를 해고하기도 했다. 학교 당국이야말로 ‘정치적’이었던 것이다.

과연 학교 당국이 “교육과 상관없는”이라는 이유를 입에 담을 자격이나 있는지도 묻고 싶다. 나는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남성잡지’ 〈맥심〉이 주최하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전략 연구’라는 행사의 포스터에 학교 강의실이 버젓이 행사장소로 찍혀있는 것도 본 적이 있다.

이중잣대

박근혜 정부와 인적 연계가 학교 당국이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불편해하는 진짜 이유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 유민봉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로 휴직 중인 상태이고, 박근혜의 ‘줄푸세’ 공약을 만든 장본인이자 연금 개악을 주장해 온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안종범은 2012년까지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하다 비례대표로 새누리당 의원이 됐다.

또한 박근혜가 세월호 특별법이 발목잡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민생 살리기’ 법안에는 의료 민영화 정책도 포함돼 있다. 성균관대의 재단인 삼성이 의료 민영화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을 기업 중 하나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학교 당국이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삼성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9월 24일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세월호 유가족 국민간담회’ 기획단은 장소 대여 불허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생들은 문과대·유학대 행정실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지만 행정실장은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이마저도 거부했다. 결국 학생들은 행정실장 앞에서 항의서한을 한 자씩 읽어 내려갔다.

기획단은 학교 당국이 강의실을 내주지 않으면 원래 예정됐던 9월 26일에 학교 정문 앞 등 야외에서라도 간담회를 열겠다고 뜻을 밝혔다. 학교 당국은 당장 강의실 대여를 허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