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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정규직 전환 약속파기와 직장 내 성희롱 방치, 중소기업중앙회 규탄한다!

다음은 10월 13일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전국공공운수노조 여성위원회, 중소기업중앙회노조가 연 기자회견의 기자회견문이다.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정규직 전환을 꿈꿔왔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자살하는 일이 일어났다. 고인은 중소기업중앙회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지만 업무수행 능력이 탁월하고 성실하여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고인은 중앙회 회원인 중소기업사장들에게 교육업무 중 수시로 성추행과 스토킹을 당했던 전형적인 성희롱피해자였다. 고인은 중소기업중앙회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사측은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정규직 전환 약속을 폐기하고 고인에게 퇴사를 강요했다.

첫발을 디딘 직장에서 비정규직이었지만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 하고 성희롱과 괴롭힘까지 참아내면 정규직이 된다고 믿었다. 정규직이 되면 일과 생활, 좀 더 나은 미래가 보장되고 당당하게 성희롱에 맞서 싸울 줄 알았다. 그러나 고인을 기다린 것은 계약 해지였다. 이것이 우리사회 20대 여성노동자의 첫 직장의 모습이었고, 이 젊은 여성은 성희롱과 고용에서 안전하지 못한 비정규직의 참담한 현실을 죽음으로 고발했다.

고인의 죽음의 원인은 여성노동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직장 내 성희롱과 성 차별이다.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사회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직장 내 성희롱과 성적 괴롭힘에 대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올 해 들어 르노삼성, 직지농협의 여성노동자들은 직장 내 성희롱을 폭로하고 기업주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로 인해 직장 내 따돌림. 업무상 불이익 등의 부당한 처우가 따르지만 이에 맞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처우’를 없애기 위한 투쟁도 함께 하고 있다. 군대, 정부 산하 기관 등에서 일어난 여성에 대한 폭력은 피해 여성들이 죽음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새누리당 박희태고문의 골프장 경기보조원에 대한 성추행은 우리사회 비정규직여성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이 어떠한 처지에 놓여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건이기도 하다.

고인의 죽음의 또 다른 원인은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이다. 20대 여성들의 취업은 늘었으나 그 대부분은 고인과 같은 비정규직이다. 우리사회는 OECD 국가 중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이 가장 적게 이루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같이 비정규직 해소와 고용확대. 성평등한 고용정책을 앞서서 채택해야하는 사회적 책무를 가진 경제단체에서 조차 비정규직만 양산하고 있었다고 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줄곧 아르바이트, 계약직, 전문위원이라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단기계약 비정규직만 채용했다. 고인처럼 업무능력이 확인된 경우에도 일회용 물건처럼 쓰고 버리듯이 정규직 전환을 꺼려왔다. 노조에서는 줄 곧 방만하고 불합리한 경영과 인사에 대해 개선을 주장했으나 경영진은 이를 외면하고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중소기업중앙회의 고질적인 비정규직 중심의 인력정책이 고인의 죽음을 낳은 것이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의 배경에는 박근혜정부의 반여성적 노동정책에 있다. 여성고용확대를 위한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비롯해 비정규직 중심의 노동정책은 여성노동 전체의 지위를 상대적으로 저하 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비정규직은 취약한 위치가 될 수밖에 없기에 노동현장에서, 사회에서 부당한 처우를 당할 수 있다. 기업주가 고용을 빌미로 저임금과 성희롱으로 여성들을 통제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 모든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의 근원인 여성 중심의 비정규직 양산을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으로 수많은 여성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고용노동부는 고용평등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대착오적으로 내고 있다.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사업장을 현행 10인 이상 사업장에서 30인 사업장으로 변경하는’ 골자의 개정안이 그 것이다. 이는 많은 영세사업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성희롱과 성적 괴롭힘을 방조하는 시대착오적이며 현실에 어긋나는 행정이다. 대체 고용노동부는 여성노동자의 인권유린 현장에 대해 알고는 있는지 묻고 싶다.

이제 다시는 고인의 죽음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소기업중앙회 최고경영진과 박근혜 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고인의 사인이 개인의 문제로 2차 가해를 하여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 점에 대해 즉각 공식 사과하라.

- 고인의 죽음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성희롱과 스토킹 발생 공간 CEO회원들에 대한 성평등의식 함양과 반성폭력 교육을 실시하여 반여성, 반노동, 반인권적 문화를 개선하라.

- 고용을 빌미로 인권과 노동권을 유린하지 못하도록 중소기업중앙회의 수많은 비정규직들을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과 함께 고용을 보장하라.

-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그리고 조직문화 개선과 경영합리화를 위한 노동조합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고 참여를 보장하라.

- 고용노동부는 시대착오적인 고평법 시행령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 박근혜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를 포함하여 여성노동자들을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내몰고 있는 비정규직 일자리 정책을 전면 중단하라.

다시 한 번 고인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고인의 죽음의 의미는 성희롱 피해자 개인의 자살이 아니라, 우리 사회 비정규직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의 현실을 고발한 저항이었다.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여성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확보하는 투쟁에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와 전국공공운수노조 여성위원회는 앞장서 싸울 것을 밝히는 바이다.

2014년 10월 13일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 전국공공운수노조 여성위원회 / 중소기업중앙회노조